행정법

청탁금지법상의 몇 가지 주요 쟁점 - 증정도서⋅외부강의⋅상호접대를 중심으로 -

신봉기 1
Bong-Ki Shi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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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연구원 연구위원
1Prof. Dr. jur.,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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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Mar 15, 2018 ; Revised: Apr 16, 2018 ; Accepted: Apr 20, 2018

Published Online: Apr 30, 2018

국문초록

청탁금지법이 제정・시행된지 벌써 1년 6개월을 넘겼음에도 그 대상의 광범성과 개념의 추상성으로 인해 여전히 많은 논란과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권익위는 이러한 다양한 문제를 질의・응답을 통해 유권해석을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권익위는 농림부・행양수산부 등 다른 정부부처로부터도 기준완화 요구를 강하게 받아왔고, 결국 권익위의 의지와 달리 법령상의 재검토 시한을 거의 1년가량 남겨두고 이를 수용하고 말았다. 본고는 이러한 현실에서 그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몇 가지 주요 쟁점에 대하여 검토하였다. 이는 모두 현재 현장에서 가장 예민한 사안들에 해당한다. 첫째, 출판사가 제공하는 전공도서등을 동법 제8조 제3항 제2호의 ‘선물’로 볼 수 있는지 및 교재 채택 등의 청탁이 결부되어 있는 경우에 그것이 동법상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이다. 출판사가 대학에 제공하는 도서의 경우에는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2호의 ‘선물’로 보되, 원칙적으로 원활한 직무수행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가액범위(5만원) 이하만 허용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그것이 명백히 교재 채택 등의 청탁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해서는 안되지만, 이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척박한 전공서적 출판문화의 정착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등에서 자문이나 심사 등을 하는 경우 이를 동법 제10조상의 ‘외부강의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서면 또는 구두 자문이나 서면심사와 구두심사로 수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대학의 논문심사와 같은 자문・심사・평가는 실질에 있어 청탁금지법 제10조의 ‘외부강의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셋째, 상호접대 행위 즉, 교차계산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예외적으로 1회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바, 이제까지는 음식물에 한정하여 허용했던 것을 골프나 선물 등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공직자등과 직무관련자 사이의 상호접대(교차계산)는 ‘음식물’에 한정하고, 그 밖의 ‘음식물 이외의 금품등’에 대하여는 공제를 허용하지 않음이 타당하다.

Abstract

These are some important issues in the 「Improper Solicitation And Graft Act」 - regarding the Gift Book, External Lecture, and Mutual Meal Calculation. Outside the introduction (Ⅰ) and the conclusion (Ⅴ), this treatise is divided into three chapters. In the Ⅱ. Chapter examines the problem of "Whether the publisher can offer books to colleges or universities". So first, problems and related legal statements; second, specific verification, namely Confrontation of opinion, concepts of majors books and department to colleges or universities, Whether it is a 'gift', Whether there is a possibility that it may be allowed if the unfaithful request is attached. In the Ⅲ. Chapter examines the problem of "whether its advice, audit and evaluation is an ‘external lecture’". In the Ⅳ. Chapter discusses the problem of "whether reciprocal meal calculation is allowed" and "if allowed, its deduction range", including classification e.g. between food and non-food goods, in the case of golf costs, in the case of gifts, limit of between food and non-food goods, relationship of "concept of 'once'" and "Legislative objectives (each payment)" examined.

Keywords: 청탁금지법; 증정 도서; 외부 강의; 강의・강연・기고; 자문・심사・평가; 상호접대
Keywords: Improper Solicitation And Graft Act; gift book; external lecture; lecture; lectures for many people; writing or submitting a manuscript; advice; audit; evaluation; reciprocal meal calculation

Ⅰ. 서언

이른바 ‘김영란법’, 즉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벌써 1년 6개월을 넘겼다. 그동안 이 법률은 그 제정과정에서부터 시행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청탁금지법 1개월을 전후하여 필자가 「법률신문」에 쓴 「청탁금지법 지키기」라는 제하의 글1)에서 다음과 같이 이 과정을 함축적으로 설시한 바 있다. 『청탁금지법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 금지사항이 너무 많고 예외사항도 불명확하다며 불만이다. 처음에는 언론과 사립학교를 왜 넣었냐고 반발하더니, 법률 통과 후에는 국회의원 자기들만 쏙 뺐다며 국회를 몰아세웠고,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는 가지각색의 사례를 들고는 "권익위 스스로도 우왕좌왕"한다며 답변의 모호성을 비난했고, 종국에는 국감에서까지 담임교사에게 '캔커피, 카네이션'도 못주게 한다며 권익위를 몰상식하고 비상식적이라고 폄하했다. 청탁금지법은 이처럼 수많은 반발과 비아냥 속에서 출발했다.』 청탁금지법은 이처럼 언론과 일부 집단의 강력한 반발 속에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 법의 출범 이후 보여준 각계의 반응이었다. 이에 대한 입장을 위 글에서 다시 옮긴다. 『하지만 청탁금지법은 살아남아야 한다. 비난이든 지지든 남녀노소 불문하고 국민들 모두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자체로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 이처럼 전국민들로부터 주목받은 법률은 우리 입법 역사상 있었던 적이 없다. 국감 때 국회의원들이 2만5000원짜리 도시락 먹는 것을 과시하며 사진을 노출하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이 와중에 대법원이 권익위의 해석기준을 무시하고 자기 기준을 별도로 정해 시행하겠다고 한 것은 반법치, 반권력분립적 행태로서 옳은 태도가 아니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일부 행정부처까지 가세하여 권익위 해석기준을 거부하고 대법원 기준을 따르겠다고 한 '행정의 자기부정'이었다. 언론도 끊임없이 '권익위의 완장'을 비난하고 있다. 한숨을 쉬며 걱정하던 기업인들도 이젠 받아들이고 있고, 공직자들의 복지부동을 걱정했지만 "제 돈으로 밥먹으면 무탈"이라는 인식이 지배하며 안정을 찾고 있다. 결국 '더치페이'법은 잘 안착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법의 시행을 지켜보며 갖게 된 것은 “자유를 맛본 자는 다시 속박 받는 것을 거부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 부패를 막을 장치가 만들어진 이상 그것을 다시 없앨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만, 2017년 12월 특히 3-5-10 규정 등을 개정하는 등 농수축산업계와 화훼업계 등 피해집단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2018년 12월 31일까지 재검토 및 개정시한을 정해두었으면서도 그 이전에 서둘러 개정에 나선 것은 결과의 당부를 떠나 아쉬움이 있는 일이다.

합법적 및 합리적 해석에도 불구하고 청탁금지법의 문제점이 없을 수가 없다. 특히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동법의 적용에 대한 예외규정의 적용 문제이다. 예외규정에 불확정적인 개념들이 많고 그 해석에 따라 형벌이나 과태료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위헌성 문제는 우리 헌법재판소가 합헌으로 정리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에 있어서는 매 사안마다 예외 적용상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쟁점 내지 의문 중 몇 가지를 대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그 첫째는, 출판사가 제공하는 전공도서등을 동법 제8조 제3항 제2호의 ‘선물’로 볼 수 있는지 및 교재 채택 등의 청탁이 결부되어 있는 경우에 그것이 동법상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의 문제이다. 둘째는,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등에서 자문이나 심사 등을 하는 경우 이를 동법 제10조상의 ‘외부강의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셋째는, 상호접대 행위 즉, 교차계산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예외적으로 1회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는바, 이제까지는 음식물에 한정하여 허용했던 것을 골프나 선물 등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이는 모두 현재 현장에서 가장 예민한 사안들인바, 이에 대하여 아래에서 순서대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Ⅱ. 쟁점 1: 출판사가 대학에 제공하는 도서의 허용 여부

1. 문제 제기 및 관련 법조문
(1) 문제의 제기

출판사가 제공하는 전공도서 등을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2호의 ‘선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예컨대, 출판사에서 ‘전공도서 등’을 어느 대학교 ‘전공학과 등’에 제공할 경우, 위 ‘선물’로 볼 수 있다면 이는 원활한 직무수행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가액범위(5만원) 이하만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가액범위 5만원을 초과하여도 청탁금지법상 허용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선물로 볼 수 있는지, 또 전공학과에 제공하는 것과 담당 교과목 교수에게 제공하는 것이 다른지, 그리고 만약 그 선물에 교재 채택 등의 청탁이 결부되어 있는 경우 청탁금지법상 허용될 수 있는 것인지, 만약 제2호의 선물이 아니라 제8호의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인지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2) 관련 법조문

이 쟁점에 관하여는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 제2호 내지 제8호가 관련될 수 있다. 관련 조문은 다음과 같다.

○ 제8조(금품등의 수수 금지) ①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② 공직자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제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③ 제10조의 외부강의등에 관한 사례금 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품등의 경우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등

8.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

○ 청탁금지법 시행령 [별표1]

음식물ㆍ경조사비ㆍ선물 등의 가액 범위(제17조 관련)
구분 가액 범위
3. 선물: 금전 및 제1호에 따른 음식물을 제외한 일체의 물품 또는 유가증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5만원
비고
가. 제1호의 음식물, 제2호의 경조사비 및 제3호의 선물의 각각의 가액 범위는 각 호의 구분란에 해당하는 것을 모두 합산한 금액으로 한다.
나. 제1호의 음식물과 제3호의 선물을 함께 수수한 경우에는 그 가액을 합산한다. 이 경우 가액 범위는 5만원으로 하되, 제1호 또는 제3호의 가액 범위를 각각 초과해서는 안된다.
다. 제1호의 음식물과 제2호의 경조사비를 함께 수수한 경우 및 제2호의 경조사비와 제3호의 선물을 함께 수수한 경우에는 각각 그 가액을 합산한다. 이 경우 가액 범위는 10만원으로 하되,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가액 범위를 각각 초과해서는 안된다.
라. 제1호의 음식물, 제2호의 경조사비 및 제3호의 선물을 함께 수수한 경우에는 그 가액을 합산한다. 이 경우 가액 범위는 10만원으로 하되,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가액 범위를 각각 초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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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토
(1) 견해의 대립

이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먼저, 법 제8조제3항제2호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2호적용설). 이 입장에서는 동조항 제2호의 ‘선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허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시행령 별표1에 따른 ‘선물’의 개념은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일체의 물품 또는 유가증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으로 정의되는바 전공도서도 선물에 능히 포함되므로, 비록 전공에 따라 도서가격의 편차가 존재하더라도 5만원 이내의 범위만 허용될 수 있고, 또한 교재채택 등의 청탁이 결부되어 있는 경우에는 ‘원활한 직무수행의 목적’에서 벗어나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하여, 법 제8조제3항제8호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8호적용설). 즉, 출판사의 전공도서 제공은 ‘사회상규’라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출판사 등이 제공하는 전공도서는 정상적 영업행위로서 홍보 또는 판촉 성격이므로 사회상규상 허용되며, 전공에 따라 도서가격의 편차가 발생하는 현실에서 획일적인 상한액 기준은 불합리하고, 교재채택의 청탁이나 필요 이상의 교재 배포 등은 직무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는 등의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해당될 수 없으므로 규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 전공도서 및 전공학과의 개념

먼저 이 사안을 검토함에 있어서는 ‘전공도서 등’과 ‘전공학과 등’의 개념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전공도서 등’은 ‘전공도서’로 한정하고(‘등’의 범위를 설정하지 않아 이를 세분화하기는 어렵기 때문임), ‘전공학과 등’은 전공학과에 대한 제공과 강의 담당 교원(교수⋅강사)에 대한 제공으로 구분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후자의 경우, 특히 특정 교원이 아닌, ‘전공학과’에 전공서적을 제공하는 것은 소속 학과의 교원이나 학생에게 일반적으로 널리 제공된 것으로서 이는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2호 소정의 ‘원활한 직무수행’적 성격의 선물로서 이를 허용함이 옳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특정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원’에게 직접 전공도서를 제공하는 것은 보다 상세한 검토를 요한다.

(3) ‘선물’에 해당하는지 여부

출판사에서 특정 교원에게 전공도서를 제공하는 것은 당해 교원의 교재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2호 및 동법시행령 별표1 소정의 ‘선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일응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그렇게 본다면 당연히 도서 가격의 편차와 무관하게 ‘5만원’이라는 상한 규정에 제한을 받고, 예컨대 출판사 관계자가 직접 방문하여 전공도서를 제공한 후 인사차 구내식당에서 5천원 상당의 식사를 함께 제공한 경우에는 음식물비와 합하여 상한액인 5만원의 제한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이를 ‘선물’로 보더라도, 거쳐야 할 심사는 곧 ‘원활한 직무수행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인지 여부이다. 그런데 ① 출판사가 당해 전공도서를 교재로 채택해 줄 것을 의도하여 제공하였고 이를 당해 교원이 수령하여 전공교재로 채택한 경우라면 이는 ‘원활한 직무수행’의 목적에 해당한다고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다. 즉, 부정청탁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 ② 그러나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 이에 관한 판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교원의 경우 여러 출판사로부터 전공도서를 증정받고 그 중 하나의 서적을 교재로 채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반면에 교원이 특정 전공도서가 교재로 최적이라고 판단하여 출판사에 요청하여 이를 제공받는 경우도 있음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를 ‘정상적 영업행위’인 홍보나 판촉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론적으로는 위 ①의 경우와 ②의 경우를 구분할 수 있겠지만, 실무에서는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따라서 명백히 ①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②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 즉, ‘원활한 직무수행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로 보아 5만원의 가액범위 이하에 한정하여 허용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4) 청탁 결부시 허용 가능성 존부

교원에 대한 전공교재의 제공은 전공서적 발간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로서는 사활이 걸린 사안이고, 따라서 당해 교재의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청탁이 전적으로 결부되어 있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모든 전공교재의 제공은 청탁금지법의 제한 대상이 되어 이를 허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교재 선물이 항상 청탁이 결부되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이를 판단함에 있어, 반드시 청탁을 전제한 것은 아닐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교재를 선물로 제공하더라도 이를 교재로 채택하여 사용하는 확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개인적 입장임2)). 따라서 이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실제상 “발송처와 채택 간의 교재 성사율(채택률)”에 대하여 샘플 또는 전수 조사를 하여 판단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청탁이 명백히 결부되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법 소정의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밖의 경우에는 이를 ‘원활한 직무수행’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판단함이 옳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우리의 출판 및 전공교재의 현실에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다. 결론을 먼저 밝힌다면, 우리에게는 이를 엄격히 적용함에 한계가 있으므로 이 규정은 우리 ‘전공서적 출판 문화’의 토대를 견고히 한 후에 적용하는 등 다소 유연하게 이를 적용함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여기서 당분간 유연한 적용의 전제인 전공도서 출판여건 조성3)은 현재의 전공도서 출판사의 경우 폐업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하소연을 많이 듣고 있기에 엄격한 적용의 유예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Ⅲ. 쟁점 2: 자문⋅심사⋅평가의 ‘외부강의등’에의 해당 여부

1. 문제 제기 및 관련 법조문
(1) 문제의 제기

지방자치단체나 대학에서 행하는 자문·심사 등은 ① 1:1 서면형태 또는 ② 회의형태로 진행될 수 있는데, 위 각 형태가 청탁금지법 제10조의 ‘외부강의등’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예컨대, A市는 도시계획 수립을 위해 서면으로 자문을 받고 있고, B道는 자문위원을 구성하여 정기회의 형태로 자문을 받고 있으며, C대학에서 논문심사는 서면심사와 함께 회의 형태도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다고 할 때, 이를 ‘외부강의등’에 해당하여 신고하고 경우에 따라 이를 제한할 수 있는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다.

(2) 관련 법조문

이 쟁점에 관하여는 청탁금지법 제10조 제1항의 ‘외부강의등’의 개념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논란이 된다.

○ 제10조(외부강의등의 사례금 수수 제한) ① 공직자등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되거나 그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하여 요청받은 교육·홍보·토론회·세미나·공청회 또는 그 밖의 회의 등에서 한 강의·강연·기고 등(이하 "외부강의등"이라 한다)의 대가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사례금을 받아서는 아니 된다.

② 공직자등은 외부강의등을 할 때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외부강의등의 요청 명세 등을 소속기관장에게 미리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 다만, 외부강의등을 요청한 자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공직자등은 제2항 본문에 따라 외부강의등을 미리 신고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그 외부강의등을 마친 날부터 2일 이내에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

④ 소속기관장은 제2항에 따라 공직자등이 신고한 외부강의등이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그 외부강의등을 제한할 수 있다.

⑤ 공직자등은 제1항에 따른 금액을 초과하는 사례금을 받은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고, 제공자에게 그 초과금액을 지체 없이 반환하여야 한다.

2. 검토
(1) 견해의 대립

이에 대하여는 긍정설과 부정설로 구분될 수 있다. 먼저, 긍정설은 서면형태의 자문·심사·평가 등은 외부강의등이 아니지만, 회의형태인 경우에는 외부강의등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우선 회의형태로 이루어지는 자문·심사·평가라 하더라도 이는 명칭상 ‘자문·심사·평가’일 뿐, 실질은 다수인을 대상으로 의견을 교환하는 행위이므로 대표적 외부강의등인 강의·강연 등과 달리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청탁금지법 제10조의 ‘자신의 직무와 관련되거나 그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하여 요청받은 교육·홍보·토론회·세미나·공청회 또는 “그밖의 회의 등에서 한” 강의·강연·기고 등’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문언해석 상으로도 회의등 형태에 따라 이에 해당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정설은 서면 또는 회의형태와 무관히 ‘자문·심사·평가’ 등은 외부강의등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는 입장이다. 청탁금지법 제10조에서는 외부강의등의 형태로 ‘강의·강연·기고 등’이라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대중을 상대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자문·심사·평가 등은 대중을 상대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고, 특정 사안에 대해 전문적 의견을 제공하는 용역 성격에 가까우므로, 서면 혹은 회의형태 여부와 무관히 외부강의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입장이다.

(2) “그 밖의 회의 등”의 의미

청탁금지법 제10조 제1항에서는 ‘외부강의등’을 “강의⋅강연⋅기고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하면서, 그러한 ‘외부강의등’의 전제로 ①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사실상의 영향력이나 자신의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이 있을 것, ② 앞의 사실상의 영향력을 통하여 요청받았을 것, ③ 요청받은 외부강의등이 교육⋅홍보⋅토론회⋅세미나⋅공청회 “또는 그 밖의 회의 등”에서 하였을 것, ④ 그 대가로서 소정의 사례금을 받았을 것 등을 정하고 있다. 여기서 논의의 쟁점은 ③의 항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3) 자문⋅심사⋅평가의 유형

위 문제제기에서 제시된 자문 등의 유형을 보면, ①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 등 수립과정에서 교수 등 전문가의 ‘서면 자문’,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자문위원회에서 각종 안건에 대한 토론의 형식을 빈 ‘구두 자문’, ② 대학의 학위논문 심사에서 피심사자가 제출한 진행중인 피심논문에 대한 ‘서면 심사’와 심사위원회에서 피심논문에 대한 토론의 형식을 빈 ‘구두 심사’ 등이 쟁점이 된다.

(4) ‘외부강의등’의 장소⋅대상⋅명칭

먼저, ‘외부강의등’ 행위가 이루어진 장소는 “교육⋅홍보⋅토론회⋅세미나⋅공청회 또는 그 밖의 회의 등”이어야 할 것인바, 이 장소는 그 대상이 다수인이어야 할 뿐 아니라 그 다수는 교육이나 토론회 등에서 참석자의 참석이 강제되지 않는 대중적 성격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

또한, “또는 그 밖의 회의 등”이라 함은 앞의 교육이나 토론회 등과 같이 대중적 성격의 회의로서 “교육⋅홍보⋅토론회⋅세미나⋅공청회” 외의 다양한 명칭을 가진 회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그 ‘회의’라는 명칭에 집착하여 이를 ‘모든 유형의 회의’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본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만약 ‘모든 유형의 회의’를 의미하는 취지로 입법을 하였다면 위 조항은 “교육⋅홍보⋅토론회 등 각종 회의에서 한”의 방식을 취하는 것이 타당한 입법방식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본 조항의 표현이 그렇지 않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특히 유의할 것은 ‘외부강의등’의 개념은 과태료 등 처벌에 연계된 행위의 구성요건적 성질을 가지는 것인바, 행위와 처벌의 관계를 고려할 때 위 개념의 확대는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해석의 확대로 인해 과태료 남발의 원인이 된다면 이는 “행정질서벌 차원에서의 ‘죄형법정주의’ 위배”의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본 조항에서의 “또는 그 밖의 회의 등”은 “교육⋅홍보⋅토론회⋅세미나⋅공청회”와 유사한 것으로서, 위 명칭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에 있어서는 다중을 대상으로 한 강의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5) “강의⋅강연⋅기고 등”과 “자문⋅심사⋅평가”의 구별 필요성

결론적으로 볼 때, 이와 같이 ‘외부강의등’ 개념을 위 (4)의 장소적 개념과 연계한다면, “강의⋅강연⋅기고 등”도 다중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뿐 아니라, 그것은 각종 위원회나 대면 또는 서면 방식을 통해 진행되는 심사와는 본질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한다고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입안 과정상의 전문가 자문이나 자문위원회에서의 토론을 통한 자문, 대학에서의 서면 또는 대면 형태의 논문 심사나 평가 및 논문심사위원회에서의 토론을 통한 심사와 합격 여부의 판정 등 행위는 모두 위 ‘외부강의등’에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다만, 이 논의를 함에 있어서 참고할 것은, 대학4)의 경우 현실적으로 간헐적이지만 대학 외부에서 학위논문의 심사가 진행되기도 하는바, 이는 부정청탁이 이루어질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할 대책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 대학에서의 학위논문 심사는 교수의 본연의 임무 외의 것임에도 대학에서는 논문심사비의 책정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어서 피심사자의 심사비 납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점, 특히 지방의 경우 서울 등 수도권이나 타 지방의 심사위원을 위촉해야 하는 것이 절실함에도 여비나 심사비의 현실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지방에서의 학위논문의 질적 수준이 충분히 담보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그 실질적인 대책의 마련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하여는 교육부 및 권익위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첨언한다.

Ⅳ. 쟁점 3: 상호접대(교차계산)의 허용 여부 및 그 허용시 공제 범위

1. 문제 제기 및 관련 법조문
(1) 문제의 제기

음식물의 경우에는 상호 공제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으나,5) 음식물 이외에 골프, 선물 등으로 상호 공제를 확대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예컨대, 음식물 이외의 사례로서, ① 공직자 甲은 직무관련자 A와 골프라운딩을 하면서 본인 소유의 무기명회원권으로 A에게 15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A는 甲에게 캐디피 3만원, 카트비 2만원, 식사비 2만원 총 7만원 상당의 금품등을 제공한 경우, ② 甲과 A가 와인 가게에서 만나 甲은 5만원 상당의 와인을 A에게 제공하고 A는 10만원 상당의 와인을 甲에게 제공한 경우 등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동안 권익위에서는 공직자등이 수수한 금품등의 가액 산정과 관련하여, 돌아가면서 접대를 하거나 접대받은 액수만큼 다시 접대(이하 ‘상호접대’ 또는 ‘교차 계산’)를 하는 경우 공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나, 예외적으로 상호 접대행위가 ‘1회’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을 해온 바 있다. 여기서 ‘1회’란 상호 접대행위가 시간적⋅장소적 근접성이 인정되고, 시간적 계속성도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실질적으로 같은 장소에서 각자내기를 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2) 관련 법조

○ 제8조(금품등의 수수 금지) ① 공직자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② 공직자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제1항에서 정한 금액 이하의 금품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 된다.

③ 제10조의 외부강의등에 관한 사례금 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금품등의 경우에는 제1항 또는 제2항에서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등

구분 가액 범위
1. 음식물: 제공자와 공직자등이 함께 하는 식사, 다과, 주류, 음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3만원
2. 경조사비: 축의금, 조의금 등 각종 부조금과 부조금을 대신하는 화환ㆍ조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10만원
3. 선물: 금전 및 제1호에 따른 음식물을 제외한 일체의 물품 또는 유가증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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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 밖에 다른 법령·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등

○ 동법상의 ‘금품등’은 다음의 것을 말한다(동법 제2조 제3호).:

금품등 가.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등의 사용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
나.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향응 또는 교통·숙박 등의 편의 제공
다. 채무 면제, 취업 제공, 이권(利權) 부여 등 그 밖의 유형·무형의 경제적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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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토
(1) 견해의 대립

이에 대하여는 그 허용 여부에 따라 긍정설과 부정설로 구분될 수 있다. 먼저, 긍정설은 음식물 뿐 아니라 금품등의 종류를 한정하지 않고 상호접대(교차계산) 행위를 1회(시간적⋅장소적 근접성, 시간적 계속성)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공제를 허용하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가액 산정과 관련한 1회의 평가를 상호 접대의 경우에도 인정함으로써 각자내기라는 입법취지에 부합하다는 점,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시간적 계속성 등의 요건에 따라 1회를 평가한다면 공제의 대상이 되는 상호 접대의 범위도 합리적으로 제한이 가능하다는 점, 각자내기의 입법취지를 살린다면 공제의 범위를 음식물뿐만 아니라 골프비용, 선물의 경우에도 확장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 견해는 1회의 평가를 무분별하게 확장할 수 있고, 금품등의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청탁금지법의 기본구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하여, 부정설은 상호접대(교차계산)의 경우 가액 산정과 관련한 1회의 평가는 음식물에 한정하고 음식물 이외의 금품등의 경우에는 공제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청탁금지법의 기본구조는 금품등의 수수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8가지 예외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 1회의 평가는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특수성 및 가액산정의 편의를 고려한 것으로써, 원칙적으로 공직자가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등이 인정되는 범위에서 음식물을 여러 번 제공받은 경우를 우선 상정한 것이므로 상호 접대의 경우에도 음식물로 한정해야 한다는 점, 상호 접대시 1회로 포섭하기보다는 각각의 행위로 보고 개별적⋅구체적 사안에 따라 법 제8조제3항제8호의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1회 평가와 공제 범위를 확장하면, 반대급부가 있는 경우는 정당한 권원에 의한 예외사유가 아니라 언제나 금품등의 수수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 선물의 경우에 적용하면, 5만원 상당의 선물을 제공하고 10만원 상당의 선물을 수수하여도 되므로 일반국민의 법감정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논거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부정설은 가액산정과 관련한 1회의 의미와 각자내기의 입법취지를 축소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이 결여된다거나, 상호 접대의 경우에 있어 공제 문제와 법 제8조제3항제3호는 논의의 평면을 달리하고, 사회상규는 가액 확정 후 검토되는 예외사유임을 간과하고 있다는 등의 지적도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 ‘음식물’과 ‘음식물 이외의 금품등’의 구분

여기에서 상호접대(교차계산)의 경우 공제범위가 쟁점이나, ‘음식물’과 ‘음식물 이외의 금품등’을 구분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에 대하여는 아직 명확한 기준은 설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익위는 제8조 제1항의 ‘1회’를 상호 접대행위가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및 시간적 계속성이 충족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이를 인정하면서(실질적인 각자내기), 그 범위를 지금까지 ‘음식물’에 한정하여 공제를 허용하는 유권해석을 해왔다. 이에 대하여, 음식물 외에, 골프, 선물 등에까지 상호접대(교차계산) 공제를 확대 허용할 것인지를 판단함에는 보다 정밀한 검토를 요한다.

(3) 골프비용의 경우

골프비용은 통상적으로 그린피⋅캐디피⋅카트비를 포함하고, 이러한 골프비용은 동법상의 “음식물·주류·골프 등의 접대·향응”으로서의 ‘금품등’에 속하면서(동법 제2조 제3호 나목), 보다 구체적으로는 그 중 “음식물·주류”는 ‘음식물’에, ‘골프’는 ‘선물’에 해당한다(동법시행령 [별표1] 제1호 및 제3호).

공직자와 직무관련자의 경우, 무기명회원권을 가진 직무관련자는 할인 금액인 그린피로, 동행한 공직자는 비할인 금액으로 비용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이 종래의 권익위 유권해석인바, 一面, 양자간의 골프행위를 허용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공직자와 직무관련자간의 이같은 할인⋅비할인의 구분은 4인 1조로 이루어지는 실제에서는 다소 불합리하므로 상호접대를 허용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他面, 양자간의 골프행위 자체가 부적절하므로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할인⋅비할인의 구분의 불합리에도 불구하고 양자간의 상호접대는 불허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의 도입 취지6)는 공직자의 부패⋅비리사건 연루의 기회를 봉쇄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동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공직자와 직무관련자의 골프행위 자체를 불허하는 것 뿐 아니라 그 골프비용의 상호접대까지 이를 불허하는 후자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백번 양보하여 이를 허용하더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목적’(동법 제8조 제3항 제2호)의 골프비용이라면 그것은 ‘음식물⋅주류’(3만원)가 아닌, ‘선물’(5만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최대 5만원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으로서 이를 초과하는 상호접대(교차계산)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4) 선물의 경우

선물은 금전 및 제1호에 따른 음식물(제공자와 공직자등이 함께 하는 식사, 다과, 주류, 음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을 제외한 일체의 물품 또는 유가증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을 말한다(동법시행령 [별표1] 제3호).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부패⋅비리사건 연루의 기회를 봉쇄하고 공정한 직무수행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동법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5만원 가액 범위 안의) 금품등”이 아닌 한 선물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동법의 입법취지가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금품등을 근본적으로 불허하기 위한 것인 점에서, 동법 제8조 제3항 제2호의 예외는 제한적으로 엄격히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상호접대(교차계산)의 방식으로 공직자와 직무관련자 간에 선물이 제공되는 것은 근원적으로 차단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5) ‘음식물’과 ‘음식물 이외의 금품등’의 경계

위와 같이 본다면, 음식물은 허용되는 반면, ① (골프행위를 불허하고) 골프비용 할인금액의 교차계산을 부정하는 것 및 ② 선물의 교차계산을 부정하는 것의 경계를 어디에 둘 것인가가 문제된다.

통상적으로 공직자와 직무관련자 간에는 공적인 접촉에 한정해야 함이 바람직하지만, 상황에 따라 원활한 직무수행 등의 목적으로 식당과 같은 사적인 장소에서 접촉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고 있고, 또한 동법도 이를 허용하고 있다. 적어도 우리 국민의 일반적 관념은 공직자와 직무관련자의 만남 자체에 대하여 극히 부정적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양자간에 만남을 허용하더라도 그 만남은 최대한 원활한 직무수행 등 목적으로 그 허용된 가액 범위 내에서 용인되는 것이지, 이를 과거 부끄러운 전통인 골프접대나 사과박스를 이용한 선물을 통한 교류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즉, 골프접대는 이를 허용할 경우 골프비용의 대납이나 할인혜택 수준 이상의 부패로 이어질 여지가 있고 또 선물도 그 선물 제공에 있어 다양한 편법이 발생함으로써 비정상적인 방식의 부패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는 식사를 통한 교류와는 차원을 달리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음식물과 달리, 골프비용이나 선물에 있어서 ‘1회’의 의미를 상호접대(교차계산)까지 허용한다면, 부패의 근원적 방지를 목적으로 한 본 법의 존재의의가 몰각될 가능성이 대단히 클 것이라는 점에서 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6) ‘1회’ 개념과 입법목적(각자내기)의 관계

청탁금지법의 입법목적은 특별한 예외(동법 제8조 제3항)가 아닌 한 ‘각자내기’로 특징지을 수 있을 것인바, ‘1회’의 개념을 일정한 요건(시간적⋅장소적 근접성, 시간적 계속성)의 충족 여부를 기준으로 금품등의 종류와 무관하게 상호접대(교차계산) 행위의 공제를 허용하게 된다면, 공제의 적용 범위는 음식물에 한정하지 않고 골프비용이나 선물 등에게까지 확대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위에 살펴본 바와 같이 음식물과 골프비용⋅선물 등의 경우에는 청탁금지법의 제정 취지에 비추어 엄밀히 구분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분하지 않고 무한정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본 법률의 기본구조를 중대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

‘1회’ 개념의 확대는 예외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이지 이 개념을 그 요건에 해당하면 무한정 허용함으로써 금품등의 종류를 불문하고 허용하게 되는 것은 이 법률의 제정목적 내지 입법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자칫 이를 무제한적으로 예외를 허용하게 되면 그 상호접대(교차계산)을 통한 탈법 내지 편법을 통해 ‘수수금지 금품등’이 부존재하는 결과 즉, 그것을 정한 것이 무의미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위험한 해석이 될 우려가 크다. 예컨대, 직무관련자가 공직자에게 100만원의 선물을 하고 공직자가 직무관련자에게 95만원의 선물을 서로 하는 경우에 이를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을지 의문일 뿐 아니라, 나아가 이 경우에 직무관련자가 은밀하게 현금으로 공직자에게 전달한다면 그것은 합법을 빙자한 탈법의 창구로서의 역할을 용인하게 되어 청탁금지법의 존재 의미를 몰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더욱 큰 금액의 상호접대가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탈법을 조장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1회’ 개념의 확대와 축소 간의 법익 형량의 관점에서 본다면, ‘1회’ 개념의 확대로써 얻는 긍⋅부정적 측면과 그 축소로써 얻는 긍⋅부적적 측면은 상호간에 비교를 할 가치조차 없을 정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따라서 ‘1회’ 개념은 엄격히 축소하는 방향으로 해석, 적용함이 타당하다고 본다.

Ⅴ. 결어

청탁금지법은 대단히 어려운 입법과정을 거쳐 제정,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동법의 시행에 대한 이해관계인들의 반발을 고려하여 시행령 제45조에서는 「규제의 재검토」를 예정하여 2018년 12월 31일까지 제한의 타당성 검토를 통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할 것을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해관계집단의 극렬한 반대 속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농림부장관과 해양수산부장관 등의 강력한 완화 요구와 2018년 설 이전에 개정하여 선물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정부 및 국회 다수 정당의 요구에 따라 결국 지난 12월 11일 권익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농축수산물 및 그 가공품에 대한 금액 한도의 완화 등이 의결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권익위와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되기도 했지만, 향후에는 더 이상의 완화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부대의견이 있어 대체로 이 정도에서 극심한 반발은 수그러드는 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3-5-10 규정의 실질적으로 3-5-10-10 규정으로 바뀌게 된 것7)이 공직자등에게 선물의 한도가 해제된 것이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여전히 동법 제8조제1항 및 제2항의 직무관련성-대가성 규정은 적용되기 때문이다. 위 한도 완화는 단순히 동조 제3항의 예외사항으로서의 한도를 상향한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여전히 앞에서 본 몇 가지 쟁점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것이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출판사가 대학에 제공하는 도서의 경우에는 청탁금지법 제8조제3항제2호의 ‘선물’로 보되, 원칙적으로 원활한 직무수행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가액범위(5만원) 이하만 허용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그것이 명백히 교재 채택 등의 청탁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해서는 안되지만, 이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척박한 전공서적 출판문화의 정착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서면 또는 구두 자문이나 서면심사와 구두심사로 수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대학의 논문심사와 같은 자문⋅심사⋅평가는 실질에 있어 청탁금지법 제10조의 ‘외부강의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셋째, 공직자등과 직무관련자 사이의 상호접대(교차계산)는 ‘음식물’에 한정하고, 그 밖의 ‘음식물 이외의 금품등’에 대하여는 공제를 허용하지 않음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각주(Footnotes)

2. 청탁 성격을 부인하지는 못하나, 그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책을 수령한 후에 그 책을 채택하는 확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교원들의 경우 그 책을 받고도 여러 교재를 동시에 강의실에서 소개한 후 특정 교재를 교재로 선택하지 않고 개인의 저술이나 강의안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3. 전공서적 출판 여건과 관련하여, 독일의 경우를 보면, ① 교원이든 학생이든 전공도서와 강의⋅시험 준비 도서를 개인적으로 구입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교원에게는 대학도서관에 구입 요청을 하면 이를 구입하여 제공하고 있다. 교재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을 복사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교원과 학생들에게 지배적이기 때문에, 도서를 직접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심지어 구판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가 서점에서도 구판을 값 싸게 판매하기도 한다. ② 또한 전공 관련 서점이 학교 인근에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③ 전공도서의 경우 가격의 이원화 정책이 뚜렷하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강의 교재인 경우에는 가격이 저렴한 반면, 특수 분야나 전문도서는 고가로 책정되어 있거나 심지어 출판사에 따라 고가 전공서적을 비닐로 쌓아서 진열함으로써 그 내용을 보기 위해 이를 파손하는 경우에는 이를 구입하도록 부담을 지우는 등의 방법을 취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렇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 수험도서조차도 이렇게 하고 있어 너무 과도한 수험서 시장의 영업성을 발견하기도 함).

4.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에 이런 경우가 있음을 듣기도 한다. 국립대학에서는 그런 사례를 들은 바는 없음을 밝힌다.

5. 음식물과 관련하여 공제를 허용한 사례(甲=공직자, A=직무관련자): A가 1차 식사비용 총 10만원을 계산하자, 甲이 같은 동네에 있는 주점에서 2차 술값 총 10만원을 계산한 경우, 甲과 A의 상호 접대행위는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해 있으며, 실질적으로 각자내기를 한 것과 같이 평가될 수 있으므로 청탁금지법상 제재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음. 다만 만일 甲이 1차로 3만원 상당, A가 2차로 15만원 상당을 제공하였다면 甲은 A로부터 12만원 상당의 금품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청탁금지법상 제재대상에 해당함.

6. 【제정이유】 최근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공직자의 부패ㆍ비리사건으로 인하여 공직에 대한 신뢰 및 공직자의 청렴성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공정사회 및 선진 일류국가로의 진입을 막는 최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인바, 이에 공직자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부정청탁 관행을 근절하고, 공직자등의 금품등의 수수행위를 직무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는 경우에도 제재가 가능하도록 하여 공직자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것임.

7. 법제처 심사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개정안의 공포를 해야만 발효되므로 아직 시행된 것은 아니나, 그 시행은 시간문제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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