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녹음이 가능한 휴대전화의 보편화와 휴대용 녹음기기의 발달로 이른바 녹음사회가 도래하였다. 민사소송에는 물론이고 형사소송에서도 이해당사자들이 상대방 몰래 녹음을 한 후 녹음파일을 재판이 개시되면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빈번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사생활보호와 통신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하여 통신비밀보호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고, 동법에는 사인이 몰래 녹음을 한 경우 그 녹음물에 대한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몰래 녹음한 녹음물의 증거제출은 늘어나고 있다.
녹음파일의 경우 기록과 재생의 정확성에 있어서 사람의 지각이나 기억보다 높고, 살아있는 음성을 법정에 제공한다는 점에서 높은 증거가치를 가지고 있으나, 조작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1) 디지털포렌식 등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편집, 조작에 대한 발견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녹음파일의 정확성과 생동감은 실체적 진실발견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사인2)에 의한 증거수집을 실체적 진실발견만을 강조하여 무제한 허용할 수는 없으므로 사인의 증거수집으로 인하여 침해가 예상되는 법익을 중심으로 그 한계를 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대화자의 승낙을 받지 아니한 녹음행위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생활의 보호와 일반적 인격권의 내용으로서 자신의 발언이나 말에 대한 권리라는 법익을 침해할 수 있다. 즉, 자신의 발언이 녹음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욱 조심스럽게 의사표현을 하게 될 것이기에 발언의 자연스러움이 침해받게 되는 것이다.3) 사생활의 자유와 의사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라는 점에서 보호필요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우리나라는 통신비밀보호법을 통하여 증거능력에 대한 배제 규정을 명시하였다.4)
사인간의 녹음과 녹음파일의 증거제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아동학대와 관련하여 몰래 녹음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문제된 사건이 있었다.5) 위 사건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의 대화의 의미에 대하여 판단하고 “통신비밀보호법상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타인간의 대화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라는 단서를 붙인 후 비교형량을 통한 증거능력 인정여부를 판단하였다. 또한 최근 대법원에서 통신비밀보호법상 대화의 의미에 대하여 정의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한 판결도 있었다.
아래에서는 먼저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의 의미에 관한 기존의 논의와 최근 대법원에서 정의한 대화의 의미에 대하여 살펴본다. 또한 ‘대화’의 의미 해석과 관련하여 영상통신기술의 발달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수화(手話)의 경우에는 어떤 보호가 있을 수 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리고 사인이 수집한 증거에 대한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법원의 이른바 비교형량론과 관련하여 기준의 모호성이라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충분한 근거제시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구체적 논증의 예시를 들어보고자 위 대구아동학대 사건의 사실관계를 이용하여 새로운 논증을 시도해보았다.
Ⅱ.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의 의미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를 가장 넓게 해석하는 견해는 대화 당사자 중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녹음을 한 경우에도 자신 외의 대화상대방인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이라고 본다.6)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는 대화를 하는 당사자 모두 타인인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 대화 당사자 중 일방에 의한 비밀녹음인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아니지만,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7)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대화 당사자가 아닌 자가 녹음하는 것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하는 것으로 보아, 이에 의한 녹음 또는 청취에 관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를 적용하고 있다. 즉, 사인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비밀녹음한 경우에는 그 녹음파일 등은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8) 나아가 제3자가 대화자 일방의 동의를 얻어 대화내용을 녹음한 경우에도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다면 사생활 및 통신의 불가침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는 헌법규정과 통신비밀의 보호와 통신의 자유신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판시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9)
한편, 대법원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란 대화 당사자의 동의 없이 녹음행위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대화의 일방 당사자가 비밀녹음을 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상의 위법대상이 아니라며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10)
대법원은 최근 통신비밀보호법 상 ‘대화’의 의미와 관련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1조, 제3조 제1항 본문, 제4조, 제14조 제1항, 제2항의 문언, 내용, 체계와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보호하는 타인 간의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를 가리킨다.”11)라고 판시하여 대화의 의미를 정의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의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는 죄형법정주의를 고려한 것으로 ‘대화’의 해석과 관련한 처벌규정이 있기 때문이다.12)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소정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의 대화’에 포함되는 범위가 넓어지면 대화자간의 프라이버시권이나 인격권을 보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위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소정의 타인간의 대화에 포함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형사처벌의 범위도 확대된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화당사자 중 일방이 녹음을 하는 경우에도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으로 의율하는 것은 문언의 범위를 넘어서 가벌성을 확장할 위험이 있으므로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이다.13) 대법원도 2017. 3. 15. 선고 2016도19843사건에서 ‘대화’의 의미를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라고 정의하였다. 이를 분설하여 검토하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대화에 관한 사전상 의미 중 ‘마주 대하여’는 대화자 상호간의 동시성, 현장성을 요구하고 있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통신기술의 발달로 휴대전화 등으로 격지자 간의 통화를 하는 경우 마주 대하여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대법원에서도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라고 정의하였는데 현장에 있다는 것은 대화의 사전적 의미인 ‘마주 대하여’에 대응하는 개념요소로 보인다. 이러한 현장성의 요소는 완화하여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대화의 범위에 부합하다 할 것이다. 오히려 대법원은 ’마주 대하여‘라는 (아마 아주 오래 전에 정의되었을 개념인) 사전적 의미를 ’현장에 있는‘이라는 용어로 포함시킨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격지자간의 통화는 대화가 아닐 수 있는 문제가 생긴다.
‘육성으로’의 경우 육성이 아닌 언어 · 청각장애인간의 의사소통 수단 중 하나인 수화가 대화의 개념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생긴다. 수화의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아래에서 보다 자세히 논한다.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는 두 가지 요소를 포함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즉, ‘말’로 일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형태의 의사표현이어야 하며, ‘의사소통행위’라는 점에서 사람의 의사가 포함되지 아니한 사물의 소리는 개념에서 배제시키고 있다. 대법원에서도 대화란 의사소통을 위한 것이므로 사람의 육성이 아닌 사물에서 발생하는 음향이나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말이 아닌 단순한 비명소리나 탄식 등은 대화가 아니라고 해석하였다.14) 통신비밀보호법에서 통신과 대화를 따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소리를 대화로 볼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위한 사람의 육성으로 보는 위 대법원의 견해는 타당하다.15)
대화를 의사소통을 위한 사람의 육성이라는 개념정의는 다소간의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 즉, ‘의사소통’이라는 것은 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의 사람 간에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을 의미하고 의사소통행동이란 자신의 의도 및 목적을 전달하기 위한 제스처(gesture), 발성, 언어 등 다양한 유형을 표현하는 행동이라 할 것이므로16) 오히려 대화보다 넓은 개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의사소통을 위한 ‘사람의 육성’으로 개념을 한정한 것으로 보이나, 이렇게 되면 단순한 비명, 탄식 등도 의사소통을 위한 사람의 육성에 해당하므로 대화에 포함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한 비명, 탄식 등을 포함하는 대화개념은 “마주 대하고 이야기를 주고받음”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게 된다. 두 사람 이상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아닌, 탄식, 비명, 신음소리 등에 대하여 이를 대화로 해석하게 되면, 가벌성이 확장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문언의 범위를 넘어선 해석으로 볼 여지가 있기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사생활의 보호를 강조하면서 비밀녹음의 경우 증거능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응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통신비밀보호법에서는 통신비밀의 자유 및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과 형사재판에 있어서 활용할 수 있는 증거의 범위에 관한 균형을 고려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라는 문언형식으로 입법하였고, 현재 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법 문언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는 대화자 모두가 타인인 경우로 봄이 문리해석상 타당하다고 본다. 특히 타인간의 대화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형사처벌 범위를 확장하는 결과와 이어질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기본적으로 대법원의 태도에 찬성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견해에 따르더라도 도식적으로 대화자간의 몰래녹음이라 하여 바로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는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대화의 내용, 대화의 경위를 살펴 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여부 정도, 증거 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침해의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피고인의 증거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인 경우 증거능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논지로 하급심에서 간통한 배우자와 상간자 간의 ‘신음소리’에 대하여, 통신비밀보호법의 ‘타인간의 대화’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에 따른 증거능력 배제를 하지 않았지만, 사생활의 비밀과 같은 인격적 권리와 형사절차에 따라 범죄를 소추하는 사회적 이익의 비교형량에서 사생활의 비밀 및 인격권의 보호 필요성이 우월하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정한 바 있다.17)
과거 언어장애와 청각장애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는 언어장애를 함께 가지는 경우가 많다), 전화나 휴대전화를 통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었다.18) 언어 및 청각장애를 모두 가진 자가 수화를 할 수 있다면, 수화를 통하여 의사소통을 하는데,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 통신데이터 사용비용의 감소 등으로 영상통화를 이용하면서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19) 그렇다면 일방이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수화가 담긴 영상통화를 녹화하는 경우나, 양 당사자가 수화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과정을 제3자가 동의 없이 혹은 일방의 동의만을 받고 녹화하는 경우 이 영상녹화물의 증거능력에 대하여는 관련 규정이 없고, 대법원의 ‘대화’에 관한 개념정의에서도 배제될 수 있는 문제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증거능력 인정여부가 문제된다.
수화(手話)는 수화언어를 의미하며, 수화언어는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손과 손가락의 모양, 손바닥의 방향, 손의 위치, 손의 움직임을 달리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이며,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표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20) 음성언어가 양식적인 면에서 ‘음성-청각적 양식’이라면, 수화는 ‘제스처-시각적 양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화는 수화자의 두 손이 주된 조음자가 된다.21) 앞서 살핀바와 같이 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이고 대법원이 통신비밀보호법상 보호하고 있는 대화는 “원칙적으로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이 육성으로 말을 주고받는 의사소통행위”라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인간의 육성이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기에 일단 최근 대법원판례의 논리를 일관하여 적용하면 수화를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에는 포함시킬 수 없게 된다. 대법원의 견해에 따르면, 대화에 해당하기 위한 전제로 사람의 ‘육성’이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는데, 수화는 개념상 육성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라는 것은 인간이 의사소통을 위한 것으로 의사소통의 방법은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할 수 있고, 수화는 언어 · 청각 장애인간의 주요한 의사소통 도구이며, 통신비밀보호법이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함에 있어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밟도록 규정(통신비밀보호법 제1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목적론적 해석을 통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간의 대화’에 수화를 포함시킬 수도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현행의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간의 대화’,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대화, 녹음, 청취’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문언적 해석의 범위를 생각하면, 대화의 의미에 수화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목적론적 해석론을 통한 보호방안은 죄형법정주의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상당한 비판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이는 입법자가 통신비밀보호법 제정당시 청각 · 언어장애인에 대한 의사소통방식에 대한 고려가 없었거나 통신기술의 발달로 영상통화를 통한 청각 · 언어장애인의 의사소통행위가 빈번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입법의 불비라고 생각한다. 수화의 경우 대화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전혀 없고, 오히려 음성만 녹음되는 대화보다 얼굴, 옷차림, 표정 등 더욱 많은 인격적인 내용이 영상으로 녹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음성을 녹음한 경우보다 더욱 보호필요성이 크다. 생각건대 입법론적으로 ‘타인의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수화를 포함한다)를 녹음, 녹화 또는 청취한 자’와 같은 형식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통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수화도 통신비밀보호법으로 보호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나아가 언어 · 청각 장애인간의 영상통화를 녹화하는 경우나, 공개된 장소에서 수화로 대화하고 있는 것을 제3자가 대화자 중 일방의 동의만을 받은 채 형사 또는 민사사건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몰래 녹화하는 경우 현행의 법 규정 형식으로는 이를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하여 해당 영상녹화물에 대하여 바로 증거능력이 있다고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와 같은 형식의 통신비밀보호법 규정 및 대법원의 해석기준에 따르면, 수화의 경우에도 결국 일반론에 따라 비교형량을 통한 증거능력 인정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으로, 대화의 내용, 대화의 경위를 살펴 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여부 정도, 증거 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침해의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피고인의 증거동의 여부 등을 전체적 ·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영상녹화를 통하여 수화자의 모습이 드러나는 점에서 대화를 녹음한 경우보다 증거능력 인정에 있어서 더욱 엄격한 심사가 필요할 것이다.
Ⅲ. 사인의 위법한 수집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제문제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원래 수사기관의 위법수사를 억제하기 위하여 도입된 원칙이다.22) 사인의 위법한 증거수집활동으로 취득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하여는 ①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수사기관의 위법활동을 억제함을 목적으로 하므로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증명력 단계에서 검토하면 충분하다는 견해,23) ② 증거평가가 금지된 불가침의 핵심영역과 이익형량이 가능한 영역으로 구분하여 절대적으로 보호되는 불가침의 인격권의 핵심영역은 증거능력인정여부에서 어떠한 비교교량도 있을 수 없으나, 증거수집의 위법성이 중대하지 않은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함으로써 얻게 될 이익과 침해될 이익사이의 비교교량이 가능하다는 견해,24) ③ 이익형량을 불허하는 핵심영역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결론적으로는 사인의 위법한 증거수집활동을 통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되,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을 고려한 비례의 원칙에 따라 비교형량하여야 한다는 견해25) 등이 주장되고 있다.26)
최근에는 사생활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의 헌법적 가치를 사인간의 침해의 경우에도 보호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헌법이론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인효’ 개념을 이용하여 설명하기도 한다.27)
대법원은 “모든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기본적인 의무에 속하는 것이고, 이는 형사절차에서도 당연히 구현되어야 하는 것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국민의 사생활 영역에 관계된 모든 증거의 제출이 곧바로 금지되는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법원으로서는 효과적인 형사소추 및 형사소송에서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사생활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허용 여부를 결정하고, 적절한 증거조사의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피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28)이라고 판시하여 원칙적으로 모든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라도 하더라도 모든 증거제출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사생활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허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은 기본적으로 형사소추기관의 위법행위를 법원이 묵인하는 것을 막아 재판의 공정성을 높이고, 적정절차의 보장과 사법의 청렴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29) 이러한 제도의 연혁을 살필 때 사인에 의한 ‘위법’수집증거라는 표현 중 ‘위법’은 사인의 증거수집활동 자체의 위법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형사절차법정주의를 구현하는 형사소송법상 절차규정의 위반으로 볼 것인가가 먼저 해명되어야 할 것이고, 형사소송법상 절차 규정들은 기본적으로 수사기관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소송법상 절차규정의 준수 여부를 기준으로 사인의 증거수집활동이 위법이다 적법이다 판정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인에 의한 위법수집증거란 형사절차법정주의를 위반하였기 때문에 위법한 증거가 아니라 형사실체법 위반의 결과로, 또는 넓게 법질서 전체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평가되는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30)
사인이 넓은 의미로 위법한 행위로 수집한 증거를 사용하는 것은 국가기관이 이를 묵인하는 것이고 이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근거로 사법기관의 염결성을 들고 있다는 점과 충돌될 수 있으며, 사인이 증거수집을 위한 활동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법익 침해에 있어서 무제한의 자유를 허용할 수는 없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사인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은 인정하되 그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상당성, 법익의 균형성을 고려하여 증거능력을 배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단순히 비교형량이라는 이름으로 법원의 자의적인 해석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는 정당화 과정과 이를 풍부하게 표현한 논증과정은 필요불가결할 것이다.31)
형사사건에 있어서 사인이 증거를 제출한 경우 그 수집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대법원은 개별적인 사안에서 효과적인 형사소추와 형사절차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그 증거능력 인정여부를 판단하였다. 최근 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6도19843 판결에서는 “형사절차에서 그러한 증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효과적인 형사소추와 형사절차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여 기존의 대법원의 입장을 답습하면서도, “대화에 속하지 않는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가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를 벗어난 것이라면,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라고 판시하여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라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위 최근의 대법원 판결에서 비교형량 외에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한도’라는 추가적인 기준을 제시하여 기존의 대법원 판례 해석과 관련한 모순과 법관의 자유 재량적 법해석이라는 비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32) 그러나 ‘사회통념’이라는 개념 자체와 관련하여, ‘사회통념’이란 사전적으로 사회 일반에 널리 퍼져 있는 건전한 상식 혹은 공통된 사고방식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일반인의 관점은 객관화 가능성이 사실상 없고, 사회적 관념의 변화가 극심한 오늘날의 사회에서 예상할 수 있는 사회 일반의 관념이 서로 다른 경우에 이를 어떻게 판단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으며, 사회통념을 원용하는 이유와 이를 원용함으로써 법적판단의 객관성이 실질적으로 담보되느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33) 또한 사회통념을 형법적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에 대하여는, 실천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회통념이라는 기준을 활용하는 데는, 판단자인 법관이 자신의 법적 결정과 관련한 문제 상황에 직면하여 그에 대한 근거제시의 부담을 회피 · 경감하거나 자신의 지극히 주관적인 확신이나 신념 등을 관철시키기 위한 도구로 삼고자 하는 목적이나 의도가 깃들어 있을 수 있다34)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비교형량 외에 추가적으로 법관의 자의성을 통제할 만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비교형량 하여야 한다.’는 결론만으로 만족할 것은 아니다. 법적 언명은 그것이 법적 논증규칙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있을 때에 정당하다 할 것이므로35), 비교형량을 통하여 사안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가능한 최대한의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논증을 통한 정당화가 필요할 것이다. 형법해석에 있어서 법원에 합리적 논증을 통한 정당화와 근거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법원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권력인 해석권력에 대한 법치국가적 한계로서 요청된다는 점36)에서 특히 그렇다. 충분한 근거제시가 없다면, 법원의 판단이 사건 당사자인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해당 판결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 자체도 어렵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풍부한 근거제시는 필요불가결하다.
Ⅳ. 몰래 녹음한 증거의 증거능력과 관련한 구체적 논증 시도
위 사건의 피고인은 “피고인은 대구 북구청 가족복지과에서 위탁 운영하는 대구에 있는 사회복지재단인 ○○가정지원센터 소속의 아이 돌보미로, 2017. 9. 13. 10:00경부터 같은 날 17:30경까지 대구 북구에 있는 피해아동(생후 10개월)의 집에서 피해아동이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운다는 이유로 손으로 피해아동의 엉덩이 부위를 수 회 때리고, 피해아동에게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제정신이 아니제, 미친놈 아니가 진짜, 쯧, 또라이 아니가, 또라이, 쯧, 울고 지랄이고”라는 등 큰 소리로 욕설을 하고, 피해아동이 큰소리로 울고 있는 것을 보고도 피해아동의 울음을 그치도록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아들과 통화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하여 이로써 피고인은 아이돌보미로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를 하고,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음성 CD 및 그 녹취록, 이를 기초로 한 피해아동 모친의 경찰진술조서, 아동보호기관 직원의 경찰진술조서 및 사례판단의견에 대한 송부회신이 있었다. 위 음성 CD에는 크게 ① 피고인이 피해아동에 대하여 말을 하는 부분, ② 피고인과 피해아동의 모친의 전화통화 부분, ③ 피고인이 피고인의 자녀 등과 전화통화를 하는 부분, ④ 피해아동의 음성과 울음소리, ⑤ 피고인이 무엇인가를 탁탁 치는 소리(그중에는 기저귀와 같은 재질의 물건을 칠 때 나는 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포함하고 있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가장 쟁점이 된 위 ① 부분은 피고인이 위 피해아동에게 하는 말인바, 말로써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피해아동과 의사소통한다는 의미에 중점을 두고 본다면 ‘대화’에 해당한다기보다는 피고인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출하는 독백에 가깝다고 생각된다면서도 위와 같이 피해아동이 말로써 하는 것은 아니나 음성이나 울음소리 등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피고인이 피해아동의 그와 같은 행동에 대하여 야단을 치거나 하는 의미에서 피해아동에 대하여 말을 한 것이고, 한편으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보호하는 입법목적이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하며, 아울러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비록 위 ① 부분을 피고인의 독백에 가깝다고 본다 하더라도, 이를 위 법이 보호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재판부는 피해아동이 말로써 하는 것은 아니나 음성이나 울음소리 등으로 피고인에 대하여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피고인이 피해아동의 그와 같은 행동에 대하여 야단을 치거나 하는 의미에서 피해아동에 대하여 말을 한 것이라며 위 ① 의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 소정의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하여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나아가 이 부분(피해아동의 울음소리와 피고인의 욕설, 탄식 등)을 ‘대화’가 아닌 사람의 음성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위 피해아동의 모친이 피고인의 음성을 녹음함으로써 확보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및 형사절차상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의 보호라는 가치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는 볼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차원에서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음성을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형사소추 및 형사절차상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피고인의 사행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의 보호라는 가치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를 기초로 한 피해아동 모친의 경찰 진술조서와 아동복지사의 진술조서 및 사례판단의견은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기초로 한 2차 증거라고 보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⑤의 소리만으로는 피해아동의 엉덩이를 손으로 때렸는지, 아니면 다른 도구로 피해아동 외의 사물을 두드린 것인지 등이 불분명하다고 판단하면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대상판결에서는 “이 부분(피해아동의 울음소리와 피고인의 욕설, 탄식 등)을 ‘대화’가 아닌 사람의 음성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위 피해아동의 모친이 피고인의 음성을 녹음함으로써 확보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및 형사절차상의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의 보호라는 가치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는 볼 수는 없으므로, 이러한 차원에서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음성을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해당판결에서는 녹음으로 확보될 수 있는 범죄에 대한 형사소추 및 형사절차상의 진실발견이라는 추상적인 공익 설시와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의 보호라는 추상적인 사익을 비교형량해야 한다고 한 후 특별한 논증없이 바로 “공익이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또는 인격권의 보호라는 가치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는 볼 수는 없으므로”라며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는 전형적으로 구체적 논증이 없는 판결문 작성형식으로 보인다.
참고할 만한 판결로는 사인이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의 인정을 위한 비교형량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한 판례로는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0도12244판결이 있다. 이 판결에서는 “비교형량을 함에 있어서는 증거수집 절차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여부 정도, 증거 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침해의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피고인의 증거동의 여부 등을 전체적 ·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단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사정만을 들어 곧바로 형사소송에서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사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보다 우월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여 비교형량을 할 때 고려하여야 할 요소에 대하여 설시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을 대상판결에서의 사실관계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아래와 같은 결론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바가 아님을 미리 밝힌다. 법적 정당화의 수준은 근거제시에 기초한 결정의 수준에 좌우된다할 것이므로38) 판단의 정당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전제요건으로서의 근거제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구체적 시도의 일환일 뿐이다.
①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여야 할 필요성 여부 정도 : 침해되는 사생활은 인격권 또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향유로 볼 수 있는 휴식과정의 감시를 받지 아니할 권리, 혼자있다고 생각하고 했을 행동들의 제한, 독백 등의 침해 내지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인격권에서 파생되는 권리로 일응 보호 필요성이 존재한다. 다만 피고인은 아이돌보미라는 직업을 가진 자로 녹음이 이루어진 장소가 직장이라 할 수 있는 피해아동과 함께하는 주거라는 점은 본래적 의미에서 자신의 사적영역이라 볼 수 없으므로 사적인 영역에 있어서보다 보호필요성이 감축된다고 볼 수 있다.
② 증거 수집 과정에서 사생활 및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침해의 내용 및 정도 : 사생활 및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는 피해아동의 부모가 피해아동의 아동학대를 방지하거나 아동학대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처벌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증거수집을 위하여 녹음기기를 자신의 주거에 설치한 것이다. 침해의 방법은 녹음기기를 이용하여 녹취를 한 것이다. 녹음의 경우 자신의 모든 모습이 드러날 수 있는 영상녹화를 하는 것보다 사생활의 침해의 정도가 비교적 낮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화’의 의미는 형사처벌과 관련되어 있어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할 것이고, 문리해석상 피해아동의 울음소리와 피고인의 고함, 탄식, 욕설, 혼잣말을 대화로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녹음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닌 행위로 수집한 증거이다.
③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 대상판결에서 소추의 대상이 된 범죄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 아동학대)이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2014. 1. 28. 제정된 것으로 아동의 양육은 가족구성원 차원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으로서, 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는 성장 단계에 있는 아동의 정서 및 건강에 영구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으므로 그 대상이 성인인 경우보다 엄격한 처벌과 교화가 필요한바,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학대범죄가 발생한 경우 긴급한 조치 및 보호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려는 목적에서 제정되었다.39) 위 법에서는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의 경우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을 하고 있는데, 이는 아동에 대한 고도의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자가 오히려 아동학대를 하는 경우 비난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대상판결의 피고인은 대구 북구청 가족복지과에서 위탁 운영하는 대구에 있는 사회복지재단인 ○○가정지원센터 소속의 아이 돌보미로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이므로 일반적인 아이돌보미보다 높은 수준의 아동에 대한 보호의무가 요구된다.
④ 피고인의 증거동의여부 :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자백을 하였다. 나아가 법정에 출석하여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였고 증거도 동의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와 피고인에 대한 형사소추 및 형사상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이 피고인의 사생활보호라는 사익보다 우월하다고 보이는 점을 종합하면 몰래녹음하여 제출된 이 사건 녹음파일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수인하여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Ⅵ. 맺음 말
법원은 사인이 수집한 녹음파일 증거의 증거능력과 관련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제14조 제1항, 제4조의 적용여부를 먼저 검토하여 왔다. 현재까지의 판례들은 대부분 타인간의 대화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고 한다면,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는 ‘대화’라는 개념에 포함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의 개념과 관련하여 특히 ‘대화’의 개념설정, ‘대화’에 포섭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신비밀보호법의 ‘대화’의 개념설정과 ‘대화’에 포섭할 수 있는지 여분는 형사처벌과 더불어 해당 녹음파일을 형사소추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한 중요문제다. 위 대화의 해석은 형사처벌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엄격하게 문리해석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으로 본다. 최근에 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녹음, 녹화가 빈번해지고 있는 현재상황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제정시 예상하지 못한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을 반영한 통신비밀보호법 적용과 해석에 보다 깊은 관심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나아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형식과 법 구조, 대법원의 통신비밀보호법상 ‘대화’의 의미에 관한 해석을 고려하면, 언어 · 청각장애인간에 수화로 의사소통하는 장면을 몰래 영상녹화하는 경우에는 충분한 보호를 받기 어려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형식과 문언을 고려할 때 죄형법정주의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수화를 대화에 포함시키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입법당시 영상통신기술의 발달 가능성과 언어·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수단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한 입법의 불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므로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의 수범자는 국가기관 특히 형사소추기관을 말하고 있음에도 사인에게 바로 위 법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헌법학에서 말하는 사인효의 용어를 바로 사인의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바로 사용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나, 사인의 증거수집으로 인하여 타인의 사생활 보장과 같은 기본권 침해가 예상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으므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고 본다. 이러한 생각은 통신비밀보호법의 해석이나, 사인의 위법한 수집증거에 대하여 대법원이 유지하고 있는 ‘비교형량론’의 적용에 있어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아동학대가 문제된 하급심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의 구체적인 포섭과 비교형량론의 적용에 있어서 모두 아쉬운 판결을 하였다. 판결의 정당화의 핵심은 상호주관적인 논증 규칙과 형식을 활용하여 근거제시를 충실하고도 섬세하게 하라는 것임을 상기하면40) 대상판결은 결론을 떠나 논증형태에 있어서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법원의 해석권력의 통제에 관한 실마리는 보다 구체적인 논증을 통한 정당화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단순히 ‘A법익과 B법익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면 A법익이 우선한다고 볼 것이므로’라는 형식의 판결문 작성관행을 탈피하여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