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법

공기업 참여시장에의 경쟁중립성 원칙 도입을 위한 법적 연구*

신영수 **
Young-Su Sh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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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professor, Kyunpook National University Law School

© Copyright 2019, The Law Research Institut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Apr 07, 2019 ; Revised: Apr 14, 2019 ; Accepted: Apr 22, 2019

Published Online: Apr 30, 2019

국문초록

공기업은 정부와 시장, 혹은 규제와 경쟁의 중간지대에 위치해 있으면서 정부가 수행해야 할 공공급부 제공의무를 공기업이 대신하기도 하며, 시장에서 민간기업과 유사한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을 통해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반면에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개방이 촉진됨에 따라 공기업은 현대 시장경제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민간기업의 그것과 점차 유사한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과 경쟁하는 민간기업이 처할 수 있는 상대적 불이익과 경쟁열위와 같은 현상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적기성과 시급성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의 특성상 단기효과 중심의 정책이 채택되며 그 과정에서 민간기업과의 동등한 경쟁환경의 문제는 충분히 고려되거나 반영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OECD를 위시한 국제기구와 주요 국가에서는 시장활동을 하는 어느 경제주체도 동일한 경쟁환경 속에 사업활동을 영위하며 소유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유·불리를 겪지 않아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소위 '경쟁중립성'을 원칙으로 수립하는 한편 이를 제도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들을 수립하고 있다. 반면 우리 경쟁당국도 이런 기조에 따라 관련국의 최근 논의동향을 주목하고는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제도화를 도모하지는 못한 상태이며 우리 학계 또한 이에 관한 연구성과는 그다지 활성화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공기업 참여시장에서의 경쟁 문제는 경제환경과 조세, 조달, 국가보조 등 관련정책과의 조화를 필요로 하는 복합적 사안이면서 경쟁법의 측면에서도 국가와 공기업을 단일한 경제주체인 경우의 법 적용여부, 경쟁제한적 공기업에 대응한 공동대응의 문제의 법적 처리 등 새로운 관점이 요구되는 주제이다.

이 글에서는 공기업의 역할을 둘러싸고 정부의 정책수요와 경쟁질서가 상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여, 공기업이 참여하여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시장에서 정부가 준수해야 할 경쟁중립성의 원칙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그 한계는 무엇이고, 구체적인 제도도입 및 입법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모색하였다.

Abstract

The public enterprise is an economic entity that is located in the midst of the government and the market, or regulation and competition, and plays a very large role and role in the Korean economy. Public enterprise are obliged to provide public benefits to the government, and they are competing in the market by providing goods and services similar to those of private companies.

In this process, there are phenomena such as relative disadvantage and competitive inferior position that can be incurred by private companies competing with public enterprises. However, the issue of equal competition with private companies is not fully considered or reflected.

For this reason, international organizations such as the OECD and major countries have established so-called competitive neutrality as a principle which means that a State-related firm must not be unduly advantaged in proceedings that take place before the competition agency of its domestic State, trying to establish measures to reflect these principles in the system.

In this context, this paper is concerned with the contents of the principle of competitive neutrality that the government should comply with in the market where public enterprises participate and compete with private enterprises, what is the limit, what should be the direction of specific system introduction and legislation.

Keywords: 공기업; 국영기업; 경쟁중립성; 경쟁정책; 경쟁법; 공정거래법
Keywords: Public Enterprise; State Owned Enterprises; Competitive Neutrality; Competition Policy; Monopoly Regulation and Fair Trade Act

Ⅰ. 서론

수년 전 정부가 유가(油價) 안정을 위해 도입한 알뜰주유소 제도는, 가계부담의 완화라는 정책적 성과의 이면에, 공기업 참여시장에서의 정부 역할과 범위에 관한 중대한 화두를 우리 학계에 던졌다고 본다. 민간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유 및 주유소 시장에서 정부가 특정 시장참가자에게 브랜드의 프리미엄과 가격 저렴성에 대한 신뢰를 담보해 주는 한편, 세금감면과 시설지원 등을 통해 원가구조를 달리하는 경쟁 기반을 형성해 준 점을 ‘공정한 경쟁의 장’(level playing field)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남겼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 영역에서 공기업(public enterprise, State Owned Enterprise)의 역할은 이미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확대되어 있다. 공기업이 수행하는 공공서비스 제공 기능에 못지않게 수익 추구 차원에서 벌이는 시장 활동의 비중도 지대하다. 공기업에 대해 전통적으로 가져왔던 공공성 우위의 사업수행 방식에 대한 기대와 시각도 그에 따라 상당한 수정을 요구받고 있다. 공기업은 여전히 정부가 수행해야 할 공적 급부 제공의무를 대신하는 공적 주체이지만 동시에 시장에서 민간기업들과 유사 상품 및 용역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사경제주체이기도 하다. 경쟁법적 관점에서 보자면 공기업은 그 소유주체(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시장 참여자이자 경쟁질서 및 관련 법규에 대한 준수의무로 부터 예외일 수 없는 사업자일 뿐이다.

다만, 공기업이 공공정책 목적의 실현과 시장실패(market failure) 요인의 교정을 위해 경우에 따라 상업성과 영리성 측면에서 일정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특수성이 존재하며, 그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그 경제적 불이익을 보전해 주기 위한 목적에서 부여 받는 세제혜택과 금융지원, 규제의 면제, 정부조달에의 우선권 부여 등의 시혜를 부여할 필요성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가는 공기업과 경쟁하는 민간기업에 대해 자칫 상대적 불이익과 경쟁열위의 환경을 조성하지 않도록 제도 설계 및 운영에 각별한 유의를 할 의무 또한 지고 있다. 과거를 돌이켜 보건대 그 의무가 충실히 이행되어 온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적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단기성과 중심의 기조를 우선시하는 한편, 그 이면에 공기업과 경쟁하는 민간 사기업의 처지와 환경이 충분히 감안되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실 공기업 참여 시장에서의 경쟁 문제는 비단 우리에게만 국한된 현상이나 문제는 아니었다. 미국이나 EU의 주요 국가에서는 공기업 내지 국영기업의 경쟁제한 행위가 경쟁당국의 주요 관심대상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OECD를 위시한 국제기구 에서는 공기업의 시장참여에 부수하는 경쟁의 문제에 관한 논의에 착수하여 상당한 진척을 거두고 있기도 하다. 그 논의란, 요컨대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어떠한 경제주체도 동일한 경쟁 구도와 환경 속에 사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하며 소유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유·불리를 겪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과 관련된 것인데, 그 담론의 결과를 수렴한 이념이 곧 ‘경쟁중립성(competitive neutrality)’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공기업의 시장 참여 문제는 우리 경쟁당국의 정책 대상에도 이미 포함되어 있는 중요 의제의 하나였다. 공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문제를 규제하기 위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공기업을 포함시켰던 종전의 정책이라든지 공기업에 의한 경쟁제한 행위를 직권조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적발 및 제재해 왔던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집행 기조는, 공기업의 국민경제적 지위와 시장행태가 우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함) 집행에 중요한 규율대상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 참여 시장에서 국가가 준수해야 하는 일반원칙으로서 경쟁중립성에 대한 국내의 논의는 여전히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국제기구나 주요국의 논의동향에 주목하고는 있지만 아직 이 원칙의 제도화를 위한 논의 기반은 형성하지 못한 상황이며, 학계 또한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연구성과들을 활발하게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1)

OECD의 이슈페이퍼2)가 적절하게 지적한 것처럼, 이 문제는 단순한 경쟁정책적 조망을 통한 접근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는 사안으로서 각국의 경제환경과 조세, 조달, 국가보조 등 관련정책과의 조화와 융합을 필요로 하는 다층위의 정책과제라 할 수 있다. 경쟁법 영역으로 좁혀 보더라도 국가와 공기업을 단일한 경제주체(single economic entity)인 경우의 법 적용여부, 경쟁제한적 공기업에 대응한 공동대응(neutrality-enhancing cartel)의 법적 취급 등 상당한 난제들이 예견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시장의 개방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공기업이 독점하는 시장에의 민간참여는 향후 더욱 광범위하고도 깊숙이 진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간의 경쟁중립성이 훼손될 가능성 또한 증가하고 있다. 공기업 참여시장의 경쟁질서 확보 문제는 정책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학계의 면밀한 연구와 논의 확대가 병행되어야 할 중요사안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정책의 시급성으로 인해 흔히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경쟁정책의 특성을 감안하여 공기업 참여시장에서의 정부의 경쟁중립 원칙을 법적 기준으로 설정하기 위한 시도와 연구는 시급히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이 글은 공기업의 역할을 둘러싸고 정부의 정책수요와 경쟁질서가 상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여, 공기업이 참여하여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시장에서 정부가 준수해야 할 ‘경쟁중립의 원칙’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주요국 및 경제협력개발기구(이하, ‘OECD’라 함) 등에서 분석해 온 경쟁중립성의 이념은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며, 그 한계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제도도입 및 입법의 방향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시론(試論)적 모색을 해 보고자 한다.

Ⅱ. 공기업의 시장활동과 경쟁질서

1. 공기업의 시장성

공기업이 ‘공공성’과 더불어 ‘기업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이중적 지위에 놓여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다만 그럼에도 민간기업에게 기대되는 만큼의 기업성과 영리성이 요구되지는 않았으며 공기업 특유의 조직문화와 낮은 성과 유인에 비추어 이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현실 역시 존재하고 있다.3)

시장경제에 있어서 ‘경쟁’은 소비자로부터 더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 투입하는 노력과, 에너지, 생산력의 투입 혹은 그 과정을 의미하며 공급자간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수요자가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낮아지는 것이 이해되어 왔다. 신고전주의 경제이론에 따르면 경쟁상태의 영리기업들은 이윤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는 지점에서 산출량과 투입량을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공기업의 경우 고유의 임무로 인해 경제학의 일반 이론이 상당 부분 적용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Steinberg는 이를 두고, 공공후생 분야의 비영리기관들이 본연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서비스의 극대화를 추구하며, 비록 경우에 따라 재정의 확장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이윤의 적극적 추구활동도 벌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공익을 위해 상품이나 용역의 공급을 증대시킴으로서 이윤의 극대화 이외의 사회적 요구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4)

또한 공기업에게는 재무상의 제약이 존립의 위험까지로 비화될 가능성이 적은 상태에서 굳이 영리극대화를 추구하지 않은 채 경쟁상태의 사기업에 비해 낮은 가격의 책정이 가능한 여건도 갖고 있다. 사기업에 비해 경쟁강도의 변화에는 둔감하되 비용변화에는 민감한 성향도 보인다. 공기업의 기업성에 기반한 성과를 제고시킬 수 있는 방편의 하나로 민간기업과의 경쟁구도를 설정해 온 것은 이 같은 공기업의 속성과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단 기업성이 언제나 공기업의 시장성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공기업은 사기업과의 경쟁 상태에서 기업성을 추구할 수도 있고, 더 많이는 독점적 시장상태에서 이를 추구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사기업과의 경쟁구도가 언제나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 요컨대 기업성이 공기업의 본질이자 공기업에 대한 제도적 요청인 반면에, 시장성 내지 경쟁활동은 복합적 고려를 통해 선택될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2. 공기업 시장참여의 순기능

공기업은 대개 사기업에 비해 투자재원의 확보, 대정부교섭 등에 있어서 유리한 지위에 서 있다. 그럼에도 사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거나 미흡한 경영실적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5) 공기업의 낮은 기업성과 효율성은 민간기업과의 경쟁이 없이 독점상태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기업의 경쟁열위는 비효율과 성과저하로 직결되는 반면 경쟁우위는 당연히 그 반대의 결과로 이어진다. 이 점에서 공기업이 사기업과 벌이는 경쟁과 그 결과는 기업성의 척도 중 하나가 되며, 특히 사기업과의 경쟁우위는 공기업의 성과를 입증하는 중요 징표라 할 수 있다.6) 이 점에서 공기업 참여 시장에서의 경쟁촉진은 공기업의 효율화 유인을 자극하여 경영성과를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사기업과의 경쟁구도는 공기업이 가격, 이윤, 투자정책 등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소비자 및 국민의 후생증진의 방향으로 유도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해당 시장에서 사기업의 거래조건과 경쟁환경을 합리적이고 건전하게 형성하는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공기업은 진출해 있는 시장에서 대개의 경우 지배적 지위를 보유한 경우가 많은데 그럼에도 그 지위로 인한 이익을 향유하는 유인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의 남용행위 사례는 거의 나타나지는 않으며 손익분기점을 하회하지 않는 한 저가의 정책을 유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기업과 동일한 한계비용구조를 가지고 있더라도 정부 보조금이나 국고지원을 받는 경우에는 가격인상이 없이도 생산량을 증가할 여력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점에서 일견 공기업은 사기업에 비해 시장의 전형적 메커니즘과는 거리를 두게 되며, 경쟁구도의 여하와 관계없이 소비자후생의 증진 및 배분적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울러 사기업만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독과점적 지위에 있는 사기업이 영리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착취남용(exploitative abuse)이나 경쟁사업자를 축출하기 위한 배제남용(exclusive abuse) 행위를 감행하거나, 혹은 과점시장에서 담합을 하려는 유인이 발생할 수 있는데, 공기업의 참여로 인해 이 같은 경쟁제한의 유인 및 행위가 차단될 수도 있다.7)

요컨대 공기업을 통하여 독점적 내지 경쟁우위 상태에서도 대량의 생산과 낮은 가격으로의 공급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저소득층의 후생을 높이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3. 공기업 시장참여의 역기능
(1) 공기업 존립의 근거 약화

공기업의 시장참여가 언제나 바람직하거나 순기능만 낳는 것은 아니다. 사기업과의 경쟁은 곧 시장실패 요인의 소멸을 의미하게 되므로 역설적이게도 공기업으로 하여금 스스로 그 설립 및 존재의 당위성을 약화시키는 딜레마에 빠지게 할 수 있다. 공기업의 사업활동 영역에 사기업이 진입해 있다는 것 자체가 해당 역무의 제공을 공기업 방식으로 수행해야만 하는 불가피성이 존재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흔히 공기업의 민영화 내지 시장 철수에 관한 논거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점에서 공기업이 시장에서 민간기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기적으로 시장환경의 변화에 대한 점검 및 시장참여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및 시장화도 그 결과에 따라 직면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2) 경쟁제한적 사업활동에의 연루 가능성

공기업은 그 자체로서 경쟁법상 사업자에 해당하므로 경쟁관련 각종 규범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공기업 참여시장에서 오히려 정보비대칭, 무임승차 등 시장의 불완전성으로 인한 문제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8) 경쟁적인 시장에서 기대될 수 있는 장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기업 참여시장에서의 경쟁이 정상적인 시장환경에서 기대되는 수준으로 생산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점에서 공공기관 사이에 일종의 협력관계를 도모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사업활동을 할 소지는 충분히 존재한다.

공기업이 그 설립목적 내에서든 그 범위를 넘어선 것이든 경쟁을 제한하는 관행을 얼마든지 감행할 수 있음은 다수의 사례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 행위 유형도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에서 카르텔행위, 기업결합 등 일반 사기업에 의해 감행되는 경우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공기업들은 상품이나 용역의 구매자로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반대로 판매자로서 상업적 활동을 통한 수익 증대, 또는 생산비 절감이나 규모의 경제를 통한 자원의 효과적 배분을 도모하기 위해 합작투자(joint venture)나 카르텔을 감행하기도 한다.

다만 이때의 카르텔이 일반 사기업들의 경우와 동일한 경제적 후생 손실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예컨대 Catherine Eckel과 Richard Steinberg에 따르면 공공단체간의 합병이나 담합이 일반 사업자간에서 행해지는 것과 동일한 부정적 효과를 가지는 반면,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매우 독특한 사회적 이익을 아울러 유발하게 된다.9) 공공기관에 의한 카르텔은 경우에 따라 공공의 이익에 오히려 부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10)

단, 이런 시각은 공기업의 비영리단체의 활동에 따른 소위 교차보조 효과에 주목한 것으로 일반화하거나 경쟁제한적 행위를 묵인할 수 있다는 의미로 보기는 어려우며 순수하게 비영리만을 추구하는 병원, 학교 등 공공기관과 달리 기업성 혹은 영리성을 고도로 추구하는 공기업의 경우에는 경쟁제한관행에 연루될 수 있는 유인이 적지 않게 내재되어 있어서 각종의 경쟁제한 행위들이 경쟁당국 및 주무관청에 의해 적발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11)

(3) 국가의 경쟁중립성 원칙 훼손

공기업은 시민들에게 필요불가결한 공공재의 공급이라는 공익적 역할을 본연의 소임으로 부여받은 까닭에 정부로부터 각종 보조금 지원이나 세금 감면 등 민간 사기업들이 기대할 수 없는 비용상의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공기업이 이런 비용 및 제도상의 시혜를 기반으로 사기업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여건을 제공받게 된다는 점으로 부터 발생한다. 예를 들어 수익성의 압박에서 자유롭거나 정부로부터의 재정지원이 뒷받침되는 상황을 활용하여 사기업이 책정 불가능한 거래조건으로 시장에 참여하여 가격경쟁을 왜곡한다거나, 정부의 경제 정책의 집행과정에서 공기업의 역할 확대 및 사기업의 시장점유 축소를 낳는 사례들 흔히 발생해 왔다. 공기업이 스스로 보유한 내부역량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유구조로부터 발생하는 외생적인 요인을 통하여 경쟁우위를 점하는 것은 재화나 서비스가 가장 효율적인 생산 주체에 의해 공급되지 않음으로 인한 비효율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형평성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요컨대 국가는 시장경제 하에서는 사업활동을 하는 어떠한 경제적 주체도 소유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유·불리를 겪지 않아야 한다는 소위 ‘경쟁중립성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데 공기업과 사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혼합시장(mixed market)' 하에서는 국가나 공기업에 의해 경쟁중립성이 훼손되는 일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 원칙의 훼손은 단기적으로 공기업의 성과를 증진하고 정책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는 경쟁기반과 혁신유발요인을 감소시켜서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이점에서 경쟁중립성은 시장과 경쟁 본위의 경제시스템에서 국가에게 준수의 의무가 지워지는 중요한 덕목 내지 이념이라 할 수 있는데, 아래에서 그 의미와 법적 지위를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Ⅲ. 경쟁중립성의 의미와 구도

1. 시장기능의 전제조건으로서 경쟁중립성의 의미

시장 매커니즘의 미덕은, 사적 동기를 가진 경제주체들이 경쟁을 통해 자신의 영리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그 외부효과(external effects)로서 혁신이 유발되고 소비자의 후생이 증진되며 국민경제가 발전하게 된다는 일종의 논리적 연결고리를 토대로 도출된다. 그리고 그 연결고리는 시장참여자들 사이에서 제품의 품질과 가격, 기술력, 서비스 등의 보편적 거래조건을 기반으로 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는 환경을 전제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 참여하여 활동하는 경제 주체들이 형평에 반하는 경쟁상 우위 또는 열위의 구도 속에서 사업활동을 전개하지 않도록 국가가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출현한 개념이 전술한 ‘경쟁중립성'이라 할 수 있다. 경쟁중립성의 의미는 공기업과 사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혼합시장에서 ‘상업활동을 하는 어떠한 경제적 주체도 소유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 유·불리를 겪지 않는 상태’12)로 정의된다.

시장경제에서 경쟁중립성이 추구되어야 하는 경제적 이유는 공공 또는 민간의 경제주체가 제도상 유불리를 달리하는 취급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경쟁의 왜곡이 발생하여 재화나 서비스가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주체에 의해 생산되지 않는 배분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에 대한 편향성은 사기업에 대해서는 직·간접의 피해를, 공기업 스스로에 대해서는 자체역량 강화를 통해 경쟁을 주도할 유인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외에 공기업의 자체 보유역량이 아니라 기관의 소유구조로부터 발생하는 외생적 혜택을 통하여 경쟁우위를 부여하는 것이 형평성 측면에서도 부당하다는 관점에서도 경쟁중립성이 옹호를 받고 있다.

2. 경쟁중립 의무의 훼손 양상

경쟁중립성 원칙의 위반 패턴은 다음의 두 가지 맥락으로 전개될 수 있다.

첫째는 정부의 지원과 혜택으로 인해 공기업이 민간에 비해 비용 및 세제상의 우위를 점하는 형태이다. 공공 재화나 서비스는 대체로 수익성을 결여한 경우가 많아서 그 급부를 시장기능에 맡겨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 이 때문에 공기업으로 하여금 공공급부의무(public service obligation; PSO) 이행하는 역할을 담당토록 하고 그 대신 정부는 사업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거나 손실을 충당하는 관계에 서게 된다. 그런데 이때의 지원과 혜택이 공기업 운영에 필요불가결한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손실보전 차원이 아닌 경쟁상의 이익을 부여되는 셈이 되므로 경쟁중립성 원칙을 해치는 결과가 발생한다.

두 번째는 공기업이 자신에게 부여된 지위와 정책도구를 활용하여 민간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수익사업에서 비교우위를 점하는 형태이다. 이런 현상은 공기업의 수익사업과 사회정책적 비수익사업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공기업과 민간 내지 사기업의 활동영역이 중첩되는 경우에 심화되는데, 이를 기반으로 한 공기업의 경쟁상 우위 자체가 경쟁중립성의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3. 경쟁중립성의 한국적 함의

경쟁중립성의 원칙 및 그 훼손의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다음 세 가지 층위의 함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우선 한국 경제가 단기 압축성장을 거치는 과정에서 대기업집단 산업구조와 총수 일가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게 되었는데 그 결과 경제력 집중의 억제 및 완화 차원에서 각종 규제가 이루어져 왔었음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기업집단 소속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경쟁조건을 왜곡시키는 사업관행들도 그에 따라 자주 발생해 오고 있다. 입법자는 이에 대응하여 현행 공정거래법상 민간기업들 사이의 경쟁중립성 훼손 문제에 관해 경쟁법(공정거래법) 내에 명시적 규제 근거를 수립하였는데, 현행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규제(동법 제23조 제1항 제7호) 및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 규제(제23조의2)를 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이들 규정은 본래 한 사업자가 자금, 자산 등의 지원행위를 통하여 다른 사업자나 특수관계인에 대하여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문제 삼는 것으로 실제 운용에 있어서는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회사들 간의 지원행위가 규제 대상이 되어 왔다. 이 규정의 취지도 결국은 지원행위를 통해 혜택을 받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을 벌이는 기업 간의 태생적 불균형을 교정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기반을 조상하려는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이 규제도 실은 경쟁중립성의 가치가 내재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하여 부당지원행위 규제와 별도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금지를 제23조의2에서 규율하기 시작함에 따라 기조의 제23조 제1항 7호는 자연인이 동일인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은 공기업에 대한 규제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여서 이 제도의 운용동향에 주목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한편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집단 소속 회사에 대해 경쟁중립성을 훼손하는 지원행위가 이루어질 경우 시정조치 및 과징금 등이 부과되어 왔는데, 같은 맥락에서 공기업 계열회사들간에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한 규제가 행해진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13)

또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기업규모 및 거래상의 지위 차이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및 규제완화 조치를 부과하는 취지도 경쟁중립성 원칙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 역시 헌법 제123조 제3항에서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 때문에 ‘중소기업의 보호’를 국가경제정책적 목표로 명문화한 것은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중소기업의 지원을 통하여 경쟁에서의 불리함을 조정하고 가능하면 균등한 경쟁조건을 형성함으로써 대기업과의 경쟁을 가능하게 해야 할 국가의 과제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였고,14) 아울러 중소기업의 보호는 넓은 의미의 경쟁정책의 한 측면을 의미하므로 중소기업의 보호는 원칙적으로 경쟁질서의 범주 내에서 경쟁질서의 확립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여 공정하고도 평등한 경쟁질서가 경쟁중립성의 원칙이자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다.

다만, 부당지원행위를 통한 소위 경쟁중립성 훼손의 문제는 공기업 내부에서 계열회사들간에 이루어지는 지원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에, 최근 OECD를 위시하여15) 주요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쟁중립성의 주안점은 공기업 및 국영기업이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주로 국가나 지방지치단체 등이 공기업에게 정책이나 제도적 특혜, 예를 들어 보조금이나 세제감면 등을 부여함으로써 공기업-민간기업 상호간의 경쟁조건과 공정한 경쟁의 장을 왜곡하는 현상에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대기업-중소기업간의 경쟁중립성 문제 역시 공기업-민간기업 차원의 경쟁중립성과 본질 및 층위, 그리고 문제의 원인과 결과 면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이를 경쟁중립성과 바로 연계하여 대안모색을 해오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 글에서 주안점으로 삼아야 할 경쟁중립성은 국제적으로 논의되어 오고 있는 공기업-민간기업 간의 경쟁중립성 문제로 국한하는 것이 논의의 밀도나 실효성에서 타당한 것으로 사료된다.

공기업은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인 사업자에 포함된다는 점에 의문이 없으므로, 공기업에 의한 부당지원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을 통한 규제가 가능한 반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사업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주체가 보조금이나 세제 등을 통해 경쟁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경우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문제는 기존의 제도와 별개의 접근 및 대안이 요구되는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16)

Ⅳ. 공기업의 시장참여에 대한 정당성 판단기준: 헌법재판소 결정례를 중심으로

1. 공기업 시장참여의 과제

공기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배하는 기업이므로 파산위험, 경영권상실 위험요인이 적은 반면에 경영효율화를 추구할 유인도 그 만큼 적다는 지적은 그간 줄곧 제기되어 왔다. 또한 과거와 달리 민간자본이 공공재 관련 산업을 감당할 만한 역량도 상당부분 축적했다는 점, 공공부문의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주요국의 최근 흐름이라는 점 등을 감안할 때 공기업의 활동 범위를 필요불가결한 영역으로 국한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일종의 시대적 요청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자원의 공정하고 투명한 배분 측면에서 공기업 시장참여의 불가피성이 감소하고 시장질서를 통한 생산적, 배분적 효율성 증대효과에 대한 기대효과가 커질수록 공기업의 민영화 내지 공공 과잉부분 재편에 관한 주장, 그리고 이를 통하여 재정적자의 축소와 세수의 증대, 그리고 민간자본시장의 저변확대 등을 도모해야 주장도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점에서 개별 공공기관의 시장참여의 적절성과 평가는 객관적 기준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정부 및 국책연구기관이 지난 수년간 공공기관의 시장성 평가에 관한 분석 작업이 수행해 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17) 단 개별 공기업의 존립 필요성에 대한 경제적, 정책적 평가는 유보하되, 이하에서는 법적 측면에서 공기업 시장 참여 및 존속 여부에 관해 고려해야 할 부분과 몇 가지 규범적 기준을 제시해 보기로 한다.

2. 공기업에 대한 독점권 및 민간참여 제한의 근거

공기업의 시장참여가 공기업 존립의 불가피성에 관한 근거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은 전술한 바와 같다. 반대로 공기업이 독점적으로 역무를 제공하는 시장에서는 성과제고의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민간기업이 공기업 독점시장에 진출하려는 시도와 요구 또한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헌법재판소 결정문 등을 살펴보면 공기업의 시장참여의 법적 정당성 여부는 주로 후자 즉 공기업의 독점권을 인정하고 있는 법률의 정당성 혹은 합헌성 차원에서 종종 문제되어 왔던 것으로 정리된다.

그간의 많지 않은 판결을 통해 추출해 보건대 공기업의 존재의미 내지 설립의 목적에 관하여 사법부는 그 기준을 공공성과 객관성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에 관한 세부적인 기준까지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성과 합리성, 상당성 등에 토대를 두는 한 민간기업과 차별적인 취급을 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판결이나 결정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도시재개발 사업시행자를 당시 공기업이었던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개발공사로 국한한 구 도시재개발법 제10조 제1항 제1호 전단이 평등의 원칙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 대한주택공사 및 한국토지개발공사는 공익을 추구하는 고도의 공공성과 객관성을 지닌 공법인이므로 이윤추구를 기본목적으로 삼고 있는 일반 건설회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할 것이어서, 그들과 구분하여 사업시행자로 대체 지정될 수 있도록 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 할 수 없으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18) 재개발사업이 도시의 건전한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이라는 공공성(公共性)이 크게 강조되는 공익사업이라는 점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을 쉽게 인정받을 수 있고, 다른 한편 소유자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많은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그 제한의 합리성(合理性) 내지 상당성(相當性)이 충분히 인정된다는 것이다. 19)

헌재의 이 결정 보다 다소 앞선 시점에 있었던 판결에서도 대법원은 공기업의 존립목적을 ‘공공사무의 수행’으로 파악하는 시각의 단면을 보여주었다. 대한주택공사와 관련 판결에서 “사업시행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행정기관이 아니고 이와는 독립하여 법률에 의하여 특수한 존립목적을 부여받아 국가의 특별감독 하에 그 존립목적인 공공사무를 행하는 공법인이 관계법령에 따라 공공사업을 시행하면서 그에 따른 이주대책을 실시하는 경우에도, 그 이주대책에 관한 처분은 법률상 부여받은 행정작용권한을 행사하는 것으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공법상의 처분이 되므로, 그 처분이 위법부당한 것이라면 사업시행자인 당해 공법인을 상대로 그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20)

요컨대 시장을 통한 경쟁원리의 적용이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공공복리의 증진과 같은 공익성, 제한의 합리성과 상당성이 인정되는 한 국가가 공기업에게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하고 시장의 경쟁원리를 제한하는 조치는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공공재 등 공공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국가가 공기업을 설립하여 시장질서와 경쟁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에 관한 재량권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있는데 설령 그렇더라도 특정 개별 분야를 시장원리에 맡길 것인지 공기업 독점상태에 둘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은 필요하다. 이에 관하여 법원의 판결을 아래에서 좀 더 살펴보기로 한다.

3. 공기업 혹은 공공기관의 시장개입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

공기업의 시장개입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사법부는 다분히 보수적이거나 소극적 입장에서 정당성을 인정해 오고 있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자신의 임무를 그 스스로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그 임무의 기능을 민간부문으로 하여금 수행하게 할 것인지 하는 문제, 즉 국가가 어떤 임무수행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입법자가 당해 사무의 성격과 수행방식의 효율성 정도 및 비용, 공무원 수의 증가 또는 정부부문의 비대화 문제, 민간부문의 자본능력과 기술력의 성장 정도, 시장여건의 성숙도, 민영화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합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보았다. 또한 그 판단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21)

단, 헌법재판소는 그 구체적 기준에 대해서도 일찍이 언급을 한 바가 있는데, 이에 관한 판시에는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비영리법인 설립을 강제한 법조항의 위헌성이 문제된 사안에서22) 헌재는 비영리법인에 납부받는 수수료는 비영리법인으로 하여금 수익사업을 수행하게 하는 의미가 있는바 본질상 수익사업이 비영리법인이 추구할 목적사업이 될 수 없으며, 그 입법목적달성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 시장참여의 기준으로 볼 만한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i> 공기업 내지 비영리법인의 영리활동이 설립근거법률의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지, ii> 공기업에 의한 시장독점의 방법이 기본권 침해 최소성을 충족하는지, iii> 시장진입을 제한받는 민간기업의 입장에서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받는 부분과 입법목적이 추구하는 법익(예를 들어, 법률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 국민의 권익보호 => 경제학적 의미에서 시장실패요인의 극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음)간의 균형성이 유지되는지, iv> 공기업과 민간기업, 혹은 진입이 허용된 민간기업과 제한을 받는 민간기업간의 평등성이 유지되는지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기업에 의한 시장독점의 방법이 기본권 침해 최소성을 충족하는지는 소위 과잉금지의 원칙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시장진입을 제한받는 민간기업의 입장에서 기본권을 제한받는 부분과 입법목적이 추구하는 법익간의 균형은 예를 들어, 법률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 국민의 권익보호와 같은 것으로서 경제학적 의미에서 시장실패요인의 극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이상의 기준을 적용하여 지적공사의 수치측량 업무가 헌법에 불합치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반면에 도해측량에 대해서는 제도의 공공성과 관련 법률관계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달성함에 있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수단이라 볼 수 없다고 하여 합헌 결정을 내린바 있다.

또한 방송법상 시장진입규제를 두고 있었던 방송광고시장에 대해서도 입법자는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사업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업체에 한하여 허가제로 한다든지, 방송사의 출연금으로 기금을 조성하여 공공성이 높은 프로그램제작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든지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규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면서도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음에도 한국방송광고공사와 이로부터 출자를 받은 회사에 대해서만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대행을 허용하고 있는바 이런 규정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헌법상 침해최소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직업수행의 자유 등을 기준으로 거론했다.23)

4. 시장화의 범위에 대한 적정성 판단기준

공기업 독점이 아닌 민간기업과 공기업간의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장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영업제한 조치의 정당성에 관해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우선 헌재는 시장화의 폭, 즉 민간개방의 범위와 자격, 규모에 관하여 입법자의 입법형성에 상당한 자유를 인정하고 있다.24) 경쟁체제를 택하는 경우에 대행자가 법인인지 또는 개인인지 여부에 따라, 같은 법인인 경우에도 소속 기술자의 수나 자본금의 크기, 개인의 경우에는 그 자격의 차이 등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대행할 수 있는 사업의 범위를 제한할 수는 있다 할 것이고 이는 입법자가 입법형성의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시장개방이 제한적일 경우, 시장화에 따라 시장참여가 허용된 민간기업과 그렇지 못한 민간기업간에 평등권 침해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이에 관해서도 헌법재판소는 매우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국가임무의 수행방법으로 그 기능을 민간부문으로 하여금 수행하게 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개방되는 부분에 참여하게 되는 자들의 직업의 자유는 회복되지만, 그러한 개방 부분에 참여하지 못하는 자들의 직업의 자유는 회복되지 아니하여 상대적 차별을 발생시키게 되나, 국가임무의 수행과 관련하여 어떠한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25)

한편 공기업이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분야에서 정부가 공기업이 제공하는 역무에 대해 민간제공 역무보다 과도하게 혜택을 부여하는 관행들이 빈번히 발생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가 평등의 원칙을 적용하여 헌법적 정당성 여부를 가늠하였다.26)

5. 공기업 시장참여의 합리화 방안

공기업의 시장참여에 대한 정당성 내지 합헌성에 관한 사법적 판단은 다분히 유보적이고도 신중한 기조 속에 전개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법적, 경제적 안정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사법적 판단의 특성상 기존의 공기업의 시장활동 자체에 대한 헌법적 정당성은 극단적인 경우, 이를 테면 평등의 원칙이나 침해최소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 직업수행의 자유의 원칙 등 헌법적 가치를 명백하게 훼손하는 경우가 아닌 한 부인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참여 내지 잔존의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경제적 혹은 정책적 정당성까지 확보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장기능을 통한 시민생활의 후생 극대화 및 산업의 효율성 제고는 공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해서 부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정부는 공기업 참여시장의 성과 및 구조, 행태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공기업 과잉 혹은 시장기능의 불필요한 대체 요인을 제거하는 조치를 수행하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방안은 역시 공기업의 민영화 내지 시장화라 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및 시장화는 근년 들어 우리 경제사회에 던져진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비껴갈 수 없는 관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를 위시하여 에너지, 운송, 방송 등 여러 규제영역에서 그 변화의 흐름을 쉽게 목격할 수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국가가 특정산업을 정부규제상태 하에 두기로 결정하는 근거로는 흔히 세, 네 가지의 조건들이 거론된다. 해당 산업 내에 소위 규모의 경제나 자연독점성이 존재해서 시장자체가 형성될 수 없다거나,27) 負의 외부효과로 인한 시장실패의 우려가 있는 경우, 혹은 해당 재화나 용역이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들이다. 하지만 규제산업 가운데 일부 분야에서 규제완화 및 자유화가 추진된 결과, 품질개선이나 가격의 인하, 효율성 및 혁신의 제고와 같은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여전히 국가주도적 운영방식을 고집해 온 산업의 비효율 및 부조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정부가 공공의 상품과 서비스를 사기업에게 생산하도록 허용하거나 정부가 생산한 상품과 서비스를 사기업이 국민들에게 공급토록 허용하거나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생산하던 재화와 서비스의 운영권과 책임을 사기업에게 이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28)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민영화의 기준과 원칙이 수립되어야 하며, 민간이양 이후에 공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 마련이 뒤따라야한다. 아울러 민간이양 이후 시장의 독점화를 방지하기 위해 경쟁의 규칙이 도입되어야 하고 민영화된 사업 부문의 정부의존 현상을 차단해야 하는 조치도 있어야 한다.29)

공기업의 민영화에 관하여 E.S. Savas가 제시한 기준 및 원칙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30) 그에 따르면, 공기업의 수행하는 사업에 있어서 그 기능이나 범위 등의 책임한계가 분명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민간공급자가 다수 존재하는 경우 상호 경쟁이 발생하므로 민영화가 가능해진다고 본다. 아울러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 사업일수록 민영화가 적합하며, 비용과 편익의 비율이 높을수록, 즉 이익이 많이 창출될수록 민영화의 정당성이 강화된다.

한편 시장화의 경우 연혁적, 기술적 측면에서 일정한 원칙과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 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시장화를 위해서는 규제산업에 경쟁이 존립가능한 지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경쟁이 존립가능한 것으로 판명된 분야에서는 시장화를 위한 작업이 비교적 간단하며, 진입, 가격, 거래조건 등에 관한 각종의 경쟁제한적 규제를 철폐하는 조치만으로도 시장화의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가 있다. 반면에 해당 산업에 여전히 경쟁존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잔존한 것으로 입증된 때에는 다음 단계로서 산업 내에 경쟁존립이 가능한 개별분야가 존재하는지를 다시 검토하게 된다. 경쟁존립이 어려운 분야라도 기존의 사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독점하고 있는 부문들과 수직적으로 관련되어 있거나 대체적 관계에 있는 부문들에 대해 시장접근을 허용토록 함으로써 경쟁을 쉽게 도입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쟁적 부문과 비경쟁적 부문을 수직적으로 분리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6. 정리 및 소결

(1) 공기업 독점 영역에서 공기업의 존속 여부에 관해 우리 사법부는 그 기준을 공공성과 객관성에서 찾고 있으며, 공기업에 독점권을 부여한 조치가 공공성과 합리성, 상당성 등에 토대를 두는 한 민간기업의 시장참여를 제한함으로써 차별적인 취급을 하였더라도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주고 있다.

공기업 시장참여의 기준으로 볼 만한 구체적 기준으로는 i> 공기업 내지 비영리법인의 영리활동이 설립근거법률의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지, ii> 공기업에 의한 시장독점의 방법이 기본권 침해 최소성을 충족하는지, iii> 시장진입을 제한받는 민간기업의 입장에서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받는 부분과 입법목적이 추구하는 법익(예를 들어, 법률관계의 법적 안정성 확보, 국민의 권익보호 => 경제학적 의미에서 시장실패요인의 극복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음)간의 균형성이 유지되는지, iv> 공기업과 민간기업, 혹은 진입이 허용된 민간기업과 제한을 받는 민간기업간의 평등성이 유지되는지 여부가 제시되었다.

헌재는 유사한 사례에서 민간의 시장진입을 제한하고 공기업에 독점권을 부여한 법률에 대해서 헌법상 침해최소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직업수행의 자유의 원칙을 기준으로 적용하였다. 시장진입규제가 직업선택 자유의 영역인지 아니면 직업수행의 자유에 해당하는 영역인지에 따라 위헌성 심사기준이 달라지며 통상 선택의 자유를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게 된다.

이상을 다시 정리하면, 공기업 독점 및 민간시장참여의 제한 조치가 헌법적으로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해당 역무가 공공성을 가질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비록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한도를 넘는 과도한 기본권 제한을 설정하는 것은 기본권 보장정신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헌법상 용인되기 어렵다. 따라서 역무의 공공성이 인정되더라도 제한조치의 합리성과 상당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침해최소성의 원칙, 과잉금지원칙, 차별목적과 수단 사이의 비례성, 평등의 원칙, 직업수행의 자유의 원칙을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2) 공공재 역무 제공 시장이 민간에 개방된 경우에 대해서는 국가임무의 수행방법으로 그 기능을 민간부문으로 하여금 수행하게 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개방되는 부분에 참여하게 되는 자들의 직업의 자유는 회복되지만, 그러한 개방 부분에 참여하지 못하는 자들의 직업의 자유는 회복되지 아니하여 상대적 차별을 발생시키게 되나, 국가임무의 수행과 관련하여 어떠한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 것이므로, 이러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자의적이고 불공정한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 한 평등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3)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경우에는 공기업이 제공하는 역무에 대해 민간제공 역무보다 과도하게 혜택을 부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종의 ‘경쟁중립성’ 원칙이 존중되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4) 한편, 시장참여 내지 잔존의 헌법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경제적 혹은 정책적 정당성까지 확보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시장기능을 통한 시민생활의 후생 극대화 및 산업의 효율성 제고는 공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해서 부인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정부는 공기업 참여시장의 성과 및 구조, 행태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여 공기업 과잉 혹은 시장기능의 불필요한 대체 요인을 제거하는 조치로서 민영화 내지 시장화를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민영화의 기준과 원칙이 수립되어야 하며, 민간이양 이후에 공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민간이양 이후 시장의 독점화를 방지하기 위해 경쟁의 규칙이 도입되어야 하고 민영화된 사업 부문의 정부의존 현상을 차단해야 하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일응 민간공급자가 다수 존재하는 경우일수록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선택권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 사업일수록, 그리고 비용과 편익의 비율이 높을수록 즉 이익이 많이 창출될수록 민영화가 필요하다. 소비자나 거래상대방에 대한 대응성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경우에도 민영화가 효과적이라고 본다.

다음으로 시장화를 위해서는 규제산업에 경쟁이 존립가능한 지 그렇지 않은지를 구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경쟁이 존립가능한 것으로 판명된 분야에서는 시장화를 위한 작업이 비교적 간단하며, 진입, 가격, 거래조건 등에 관한 각종의 경쟁제한적 규제를 철폐하는 조치만으로도 시장화의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가 있는 반면에 해당 산업에 여전히 경쟁존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잔존한 것으로 입증된 때에는 산업 내에 경쟁존립이 가능한 개별분야가 존재하는지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 경쟁존립이 어려운 분야라도 기존의 사업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독점하고 있는 부문들과 수직적으로 관련되어 있거나 대체적 관계에 있는 부문들에 대해 시장접근을 허용토록 함으로써 경쟁을 쉽게 도입시킬 수도 있는데 이를 위해 경쟁적 부문과 비경쟁적 부문을 수직적으로 분리시키는 방법도 모색해 볼 수 있다.

V. 공기업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위법성 판단기준과 사례

I. 공기업의 경쟁제한 가능성

시장에 참여하여 경쟁에 직면하는 기업들은 가혹한 경쟁구도를 회피하고 영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경쟁제한적 불법행위를 감행하려는 유혹을 받기 쉽다. 이 같은 행태는 크게 경쟁자들간에 카르텔을 결성하거나, 자신이 보유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거나,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M&;A를 시도하거나,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감행하는 모습으로 표출된다. 민간기업 등과의 경쟁에 놓이는 공기업의 경우, 경쟁압박 및 경쟁회피유인이 민간기업 만큼 강력하지는 않을지라도 경영성과제고와 수익성의 개선을 위해 경쟁제한적 행태 내지 거래에 연루될 수 있는 가능성은 상존한다. 즉 공기업 역시도 경쟁법에 저촉될 행위를 감행할 수 있으며 실제 그와 같은 사례들이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이 활동하는 시장에서는 정보의 비대칭, 무임승차의 문제, 공공재 공급 등 시장의 불완전성이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31) 이런 점은 오히려 경쟁적인 시장에서 기대될 수 있는 장점을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요컨대, 공공기관이 활동하는 시장에서는 오히려 경쟁이 정상적인 시장환경에서 기대되는 수준으로 생산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 점에서 공공기관 사이에 일종의 협력관계를 도모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사업활동을 할 소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실제로, 공기업 등 공공기관도 그 설립목적을 위해서이든, 혹은 그 범위를 넘어서든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관행을 얼마든지 감행할 수 있다. 그 행위도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에서 카르텔행위, 기업결합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공기업들이 상품이나 용역의 구매자로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기 위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적 관계를 형성하거나, 공급자로서는 상업적 활동을 통한 수익 증대, 또는 생산비 절감이나 규모의 경제를 통한 자원의 효과적 배분을 도모하기 위해 합작투자나 카르텔을 감행할 수도 있다.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기관의 경쟁제한적 행태의 위법성은 민간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될 수도 있고, 공공기관만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복합성을 띤 기준이 적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결합이나 카르텔의 경우에는 공기업이 수행하는 공익적 활동 측면에서 위법성이 재단될 수 있는 반면에, 경쟁 방법이나 수단의 불공정성이 문제되는 행위들은 민간기업의 그것과 본질에서 동일한 성격을 가지므로 기존의 경쟁법상 위법성 판단기준을 적용해도 무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전자의 경우에 대하여 주요국에서는 공공기관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위법성 판단기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관하여 법리적 논의 및 판례를 통한 기준정립이 이루어져 왔었다.

2. 공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의 분포와 특징

공기업은 독점적 발주자·수요자로서 거래규모가 크기 때문에 공정거래법 위반행위 발생시 그 파급효과가 민간업체의 그것에 못지않거나 오히려 상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정거래법상 법위반 행위의 유형에는 크게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법 제3조의2),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제7조), 경제력의 집중(제8조 내지 제11조의4), 부당한 공동행위(제19조), 불공정거래행위(제23조),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제26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제29조)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공기업이 흔히 감행하는 법위반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이었다. 그 이유를 추측하자면 정부에 의한 각종 규제를 받는 공기업의 경우, 법적 진입장벽에 따른 안정적 지위를 보장받는 한편, 각종 영업에 대해 통제 하에 놓이게 되므로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이나 부당한 공동행위에 연루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장의 구조에 따른 경쟁제한행위나 악질적 카르텔 보다는 개별 거래과정에서 지위를 남용하는 방식의 불공정거래행위에 위반사례가 집중되어 온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그 가운데 공기업에 의한 불공정거래행위는 주로 공기업의 독과점적 지위를 토대로 하여 발생하는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를 중심으로 적발되어 왔고, 같은 맥락에서 불공정한 약관을 사용하다가 시정조치를 받은 사례도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공기업이 거래상대방인 대기업에게 불이익을 주는 불공정행위를 하는 경우, 그 대기업은 하도급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에게 불이익을 주게 되는 등 연쇄적인 불공정거래행위를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불공정거래의 악순환이 시장과 거래현실에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므로 법위반행위의 사전차단 및 사후규제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유발되더라도 거래상대방인 민간기업으로서는 발주권 및 낙찰자 선정의 전권을 보유한 공기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거래환경의 개선을 시도하기란 거래단절을 각오하지 하지 않는 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때문에 공기업에 의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는 민간분야에서 대중소기업 내지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전형적 모습을 띠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기업 참여시장의 독특한 환경 및 거래관행을 토대로 더욱 악질성을 띠거나 근절이 어려운 양상을 보여 왔다.

한편, 거래상 지위남용 이외에 주목할 만한 법위반 행위유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부당지원행위이다. 공기업이 계열회사나 퇴직자 재직회사 등 자신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경우, 건실한 민간업체들이 고사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비단 총수일가와 같은 자연인인 특수관계인에 의해 지배되고 있지 않더라도 공기업 집단의 계열사들간에 부당한 내부거래 및 최근 공기업의 계열사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현상은 이런 맥락에서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 밖에 기업결합 신고 등 절차규정 위반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받은 사례들도 발견된다.

이처럼 공기업에 의한 시장경제질서 위반행위가 빈발해 옴에 따라 주무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언론보도의 내용, 국회·감사원의 감사결과 등을 토대로 각 공기업별로 법위반 혐의사항을 파악하고, 법위반행위를 하고 있을 개연성이 높은 공기업의 순으로 조사대상을 선정하는 한편 주기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 왔다. 그 결과 다수의 공기업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시정권고 등의 조치를 받았다.

3. 공기업의 거래상 지위남용과 법위반 사례

공기업은 그 특유의 역할과 규모에 따라 시장에서 경쟁자나 거래상대방인 민간기업에 비하여 상당한 지위상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공기업은 영리성만을 추구하지 않아서 민간기업에 비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이윤을 극대화할 유인이 더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경영평가 대상이 되는 점에서 계약체결 및 이행시 유리한 조건을 관철시킬 유인은 상존한다. 이 때문에 실제 공기업이 자신이 시장에서 누리는 지위를 남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적발되고 있는데, 이는 민간기업의 행위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특히 거래상 지위남용의 규제법리 형성과정에 공기업이 연루된 다수의 판결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은 흥미로운 일이다. 이 가운데 특히 1993년의 서울지하철공사 사건은 공기업이 연루된 초기의 대법원 판결일 뿐만 아니라 거래상 지위남용 규제의 요건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후 대법원은 사안에 따라 공기업의 거래상 지위 남용을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판결들을 내었다.32)

아울러 공기업에 의한 법위반행위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주기적으로 공기업의 거래관행상 불공정 여부를 감시해 오고 있다. 그 결과 다수의 거래상 지위남용 관행들이 공정위로부터 적발되어 시정명령이나 시정권고, 나아가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은 바 있다.33)

4. 공기업에 의한 부당한 표시·광고 사례

기업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표시나 광고는 현실에서 허위 또는 과장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소비자가 왜곡된 정보에 현혹되거나 불합리한 구매결정을 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허위·과장의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비방적인 표시·광고 행위 등의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를 금지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공기업에 의한 각종 부당 표시광고 사례들이 속속 적발되고 있다.34)

5. 공기업집단의 계열사 간의 부당지원행위

부당내부거래로도 불리는 계열사간 부당지원행위는 주지하다시피 법령상 ‘부당한 지원행위’로 표기되며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7호에 따라 규제되고 있다. 동 규정에서는 지원행위의 개념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지원행위는 주로 기업집단의 내부에서 계열사들 사이에 발생하므로 부당내부거래 또는 부당지원행위로 불리기도 하였다.

한국 기업현실에서 계열사간 지원행위는 경쟁력이 소진된 기업의 시장잔존을 가능케 하는 수단으로서 경쟁질서의 전반을 왜곡시키고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게 만드는 반시장적 행태로 자리잡아 왔다. 즉, 기업집단내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서 시장의 경쟁저해성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는 행위이자, 더 나아가 한정된 국가자원을 낭비함으로써 종국에는 시장경제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하게 되는 병폐적 기업행태라 할 수 있다.

부당지원행위는 기업집단 계열사간의 내부거래는 회사기용의 유용이나 기업집단 내 핵심역량 및 부의 편법적 이전(소위, 터널링; tunnelling), 경영의 불투명성 심화로 인한 주주 및 채권자 이익 침해, 한계기업의 존속에 따른 기업집단 내 부실의 확산, 거래상대방의 고착화로 인한 경영전략의 경직화, 획일화, 계열사간 물량지원 가능한 서비스 업종으로의 편중현상 심화 등 대단히 다양하고도 심각한 수준의 폐혜를 야기하는 행위로서 대개는 본래 재벌 등 민간의 기업집단 계열회사 간에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도 민간기업 못지않게 규모 및 범위의 경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계열회사가 대폭 확대되었고 그에 따라 민간 기업집단에서 목격되었던 부당지원행위가 공기업집단 계열회사 간에도 발생하는 일들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35) 다만 공기업집단내의 부당지원행위는 주로 신생기업의 시장진입 지원이나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등 경제력 집중의 전형적 모습으로 출현하고 있어서 민간 기업집단의 지원행위와는 다른 모습과 동기를 기반으로 발생해 오고 있다.

6. 그 밖의 불공정거래 사례

그 밖에 공기업이 거래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한 사례36)와 불공정한 거래조건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을 약관을 통하여 체결하여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부과받은 사례,37) 그리고 공정거래법상 각종 절차규정에 위반한 사례들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38)

7. 요약 및 소결

공공기관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하여 카르텔과 같은 전형적 행태에 주목해 온 미국이나 EU 등지에서는 이들의 행위가 민간영리기업의 그것과 달리 조망해야 하는 특징에 착안하여 나름의 독특한 위법성 평가방법을 모색하여 왔음을 살펴 볼 수 있다. 즉 특정 시장에서의 시장실패를 효과적으로 완화시키거나, 공공기관이 본연의 사회적 책무를 좀 더 잘 수행하는데 꼭 필요한 것인지 여부를 두고 인용가능성의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왔다. 미국의 경우, 내부적인 재원배분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경쟁제한적 행위를 감행해야 할지라도 경쟁제한성이 덜한 방법을 선택하였고, 자원배분이 공공기관의 시장실패를 보다 효과적으로 완화시키는데 기여하여야 할 경우에는 위법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평가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EU의 경우는 공공기관의 행위가 경제적 상황, 시장환경, 혹은 공공기관이 추구하려는 사회적 임무에 대하여 즉각적, 잠재적으로 미치게 될 효과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소위 ‘효과기준분석’ 방법이 채용되어 왔다. 이에 따르면 먼저 공공기관에 의해 행해지는 카르텔 등에 대하여 경쟁법을 적용함에 있어서는 공공기관의 행위가 갖게 될 구체적인 효과를 먼저 평가하여야 하며, 공공기관의 주관적 의도는 경쟁법 위반의 요건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본다. 한편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사건에서도 ‘필요성 기준’과 ‘비례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유럽의 효과기준 분석법과 유사한 기법을 활용되어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법관은 일단 비영리법인의 시장행태에 대하여 시장의 불완전성을 충분히 감안하여 공공기관이 활동하는 시장상황을 효과기준분석법을 통해 검토하게 되며, 이를 토대로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사회적 책무를 고려하고,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비교형량함으로써 ‘객관적인 정당화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그것이 현재 보다 덜 경쟁제한적인 방법으로는 취득할 수 없는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인지를 검토하는 ‘필요성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법위반 여부를 판단해 오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공기업에 의한 경쟁제한적 거래관행들은 시장의 구조에 따른 경쟁제한행위나 악질적 카르텔 보다는 개별 거래과정에서 지위를 남용하는 방식의 불공정거래행위에 위반사례가 집중되어 온 특징을 보이고 있다.

공기업들은 대개가 자산이나 매출액 면에서 압도적 규모를 보유하고 있고 독점적 발주자·수요자로서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거래상대방에 대해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공정거래법상 법위반 행위 가운데 공기업이 주로 위반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반면에정부에 의한 각종 규제를 받는 공기업의 경우, 법적 진입장벽에 따른 안정적 지위를 보장받는 한편, 각종 영업에 대해 통제 하에 놓이게 되므로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이나 부당한 공동행위에 연루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추측된다.

불공정거래행위 가운데는 주로 공기업의 독과점적 지위를 토대로 하여 발생하는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의 발생빈도가 높다. 공기업에 의한 거래상 지위남용행위는 민간분야에서 대중소기업 내지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전형적 모습을 띠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공기업 참여시장의 독특한 환경 및 거래관행을 토대로 악질성과 고질성을 보여 왔다.

한편, 거래상 지위남용 이외에 주목할 만한 법위반 행위유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부당지원행위이다. 공기업이 계열회사나 퇴직자 재직회사 등 자신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경우, 건실한 민간업체들이 고사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공기업의 경쟁제한행위에 대한 고유의 법리형성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며 구체적 사안에서 이를 적용하기 위한 기준마련도 뒤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전형적인 공정거래법 위반의 형태를 띠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에는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위법성 판단기준을 달리 적용할 이유가 없으므로 기존의 법리 및 원칙에 따른 엄정한 법적용이 필요하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 거래상 지위나 규모의 격차 면에서 그 지위를 남용하는 형태로 거래상대방인 민간기업에게 막대한 피해를 미칠 수 있는 만큼 공기업의 불공정거래행위 발생을 차단하거나 적기에 적발할 수 있는 직권조사 시스템을 주기적으로 가동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경쟁중립성에 반하는 정책이나 관행은 대개 공기업이 독점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분야에서 시장이 개방되어 민간 기업과의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과정이나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공기업이 참여하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는 시장 개방에 따른 공기업과 민간기업간의 경쟁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으므로 공기업이 참여한 시장에서 경쟁중립성의 원칙을 규범적으로 천명하는 한편, 그 구체적인 시행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OECD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논의와 기준에는 매우 주목할 만한 점들이 발견되므로 이를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Ⅵ. 공기업 참여시장의 경쟁중립성(Competitive Neutrality) 확보 방안 - 경쟁중립성에 관한 OEDC의 논의 및 시사점을 중심으로

경쟁중립성을 위한 원칙으로서 OECD는 다음과 같은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다. 1> 상업적 수익률, 2> 공공급부의무에 관한 회계처리, 3> 조세 중립성, 4> 규제 중립성, 5> 부채 중립성, 6> 공공조달 중립성이 그것이다. 이들 기준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39)

1. 상업적 수익률(A Commercial Rate of Return)

경쟁중립성은 공기업이 상업활동을 전개하면서 자기가 보유한 자산에 대한 상업적 시장수익률을 올린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때 시장수익율(Rate of Return)은 동일 업계에서 비슷한 기업들이 획득할 수 있는 수익률을 의미한다. 공기업이 정부지원 등의 특혜를 받는 상태에서 일정한 상업적 수익률을 올릴 것을 요구받지 않는다면 굳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지 않아도 되며 이 경우 낮은 수익률이 가격에 반영되어 공기업과 경쟁을 벌이는 민간기업의 수익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공기업이 자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요금을 책정함에 있어서, 동일 산업분야에서 활동하는 민간기업이 시장을 통해 올리는 수익률 수준에 상응하도록 가격을 책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기업이 시장에 공급하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민간기업의 가격 보다 싸게 책정하고 그 손실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임. 상업적 활동주체로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제반 생산과정에 투입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해야 한다.40)

이 같은 행위들은 경쟁법에서도 약탈적 가격책정이나 부당염매 등으로 취급되어 온 것으로서 자신의 비용 및 시장지위상 우위를 토대로 경쟁자가 책정하기 어려운 가격를 책정함으로써 경쟁자를 시장에서 배제시키는 효과를 문제삼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공기업의 경우 기업에 대한 평가나 존폐의 판단기준이 수익성 등 시장기준 보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점, 정부가 요구하는 수익률 및 사업성과에 대한 조건과 기준이 민간부문에 비해 엄격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수익성 추구를 도모하지 않는 가격책정의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이 같은 가격책정은 시장의 경쟁질서를 왜곡시키고 민간기업을 시장에서 축출할 우려를 안고 있으며, 비용구조를 고려하지 않은 가격인하가 정부의 손실보전으로 이어질 경우 국가재정의 건전성도 악화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으므로 경쟁중립성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로서 공기업에 대해 엄격한 준수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 다만 가격의 인하가 정책기조에 따른 것으로서 소비자의 후생증대 및 물가안정 등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런 경우에까지 수익률을 올리도록 하는 요구하는 것은 공기업의 본질 및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경쟁정책적 고려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서 경쟁중립성 기준의 적용 대상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2. 공공급부의무에 관한 회계처리(Accounting for Public Service Obligations)

경쟁중립성의 원칙이 지켜지려면 공공급부의무에 관한 회계처리도 투명하게 유지될 것이 요구된다. 공기업에 의한 공공급부의무 이행과정에서 회계처리가 경쟁중립성 측면에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정부의 비수익사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 및 보상을 시장경쟁상황으로 전이하거나 교차보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상이 부적절하게 계산될 경우에는 서비스 운영자들과 그 경쟁자들이 불이익을 볼 수 있고 최종소비자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의 품질도 저하될 수 있다.

공기업의 비수익사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보상체계는 기관의 성격, 서비스의 성격, 설립근거법률, 그리고 정부의 정책 등에 따라 달라진다. 공기업의 사업활동에 대한 명확한 회계처리는 비용산정을 근거로 공익적 성격의 비수익사업 수행과정상 발생하는 비용과 손실에 대해서만 정부의 지원을 제한하는 한편, 상업적 수익사업과 공익적 비수익사업 간의 교차보조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교차보조는 정부가 지원하는 비수익사업의 여력을 가지고 수익사업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지만, 반대로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수익사업의 재원마련을 위해 수익사업에서 창출한 이익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수익사업 부문의 부실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수익사업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종 경쟁제한행위가 감행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수익사업과 비수익사업간의 회계적 감시와 양자의 분리 원칙이 수립되는 것은 경쟁중립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3. 조세 중립성(Tax Neutrality)

공기업과 민간기업간의 경쟁중립성을 위해서는 공기업과 민간기업 간에 조세평등 내지 공평과세의 실현이 전제되어야 한다. 경쟁중립성이 훼손되는 상황은 주로 공기업이 민간에 비해 비용상 유리한 지위에 서게 될 때 발생하는데 그 주된 요인이 공기업에 대한 세제상의 혜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문, 민간부문, 혹은 제3섹터 사이에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재산세, 등록세 등의 처분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 보조금과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키며 가격결정 및 지출 투자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조세의 중립성 역시 경쟁중립성에 매우 중요한 전제가 된다. 이는 납세의무자 상호간의 상대적 경제상황이 과세로 인하여 변경되지 않아야 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이 같은 사고는 일찌기 1920년대 이후 독일의 판례와 입법을 통해 제시되었다. 1949년 11월부터 시행해오고 있는 우리나라의 법인세법에도 반영되어 있다.41) 따라서 공기업에 대해서도 민간기업과 동일한 원칙과 기준 하에 납세의무가 부과되어야 하되, 공기업이 수행하는 공공서비스 제공의무 이행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세제상 혜택을 부여할 경우에는 비수익정책사업에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4. 규제 중립성(Regulation Neutrality)

경쟁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기업은 가급적 민간기업과 같은 규제환경 하에서 운영되도록 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공기업에 대해 사업계획의 인허가시 민간기업에 비해 신속한 처리절차를 적용한다거나 공기업의 재무에 대한 감사의 기준과 절차가 느슨한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규제의 차별적 적용은 공기업의 규제순응비용을 낮추어서 경쟁조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에 공기업에 대해서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 역시 공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요컨대 소유구조에 따라 정부의 규제가 차별적으로 적용되거나 집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규제 중립성의 요청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규제 중립성에는 공기업에 대한 경쟁법 적용의 범위와 정도에 대한 고려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OECD 회원국 가운데는 공기업에 대해 경쟁법의 적용을 유예하거나 완화해 주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42) 다만 우리의 경우 법령에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원칙상 기업의 소유주체 여하에 따른 공정거래법의 차별적용은 인정되지 아니하며, 그간 다수의 사례에서 공기업에 대해서도 공정거래법을 동일하게 적용함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5. 부채 중립성(Debt Neutrality)

공기업은 대개가 정부소유상태이나 정부가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 파산위험이 낮다는 인식을 시장에 줄 수가 있고 그에 따라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시 직간접적인 혜택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공기업이 사업자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할 경우, 공기업이라는 지위로 인해 융자기간이나 저리의 이율을 적용받게 되어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신용평가결과에 따라 신용등급 및 이자율이 결정되는 민간기업에 비해 매우 유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금융시장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동일한 기준 하에 신용을 평가받고 동일한 조건으로 재원을 조달받도록 정부가 중립을 지켜야 할 것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요청에 따라 제시된 기준이 부채중립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공기업의 재원 조달과정에서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 시장금리 보다 낮은 이율을 제공하거나 상업적 기준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담보/보증을 통해 제공되는 정부 여신은 보조금 지급과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공기업이 국가(공공예산)나 국책은행으로부터 재원조달을 받는 경우에는 민간기업이 시중은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받을 때와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여야 한다.

한편 공정거래법 제10조의2 채무보증금지 규정이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공기업 집단의 계열사들이 채무보증을 해 주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경쟁중립성 관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6. 공공조달 중립성(Public Procurement Neutrality)

정부발주의 공공조달에서 모든 입찰참여자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경쟁중립성에 중요한 전제라 할 수 있다. 장기간 존재해 온 공기업이 공공조달에 연관된 경우 사실상 경쟁자의 진입이 차단될 수 있다. 특히 공기업이 이미 과거에 기록을 가지고 있는 부문에서 입찰자격을 갖고 있거나 좋은 위치에 있는 경우, 서비스 수준과 비용에 대한 정부 우위가 있는 경우, 잠재적인 진입자들에 대한 착수 및 전환비용이 높은 경우에 조달의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 왔다.

경쟁중립성을 관철하기 위한 공공조달의 기본 척도는 조달관행이 경쟁적이고 비차별적이어야 한다는 점과, 입찰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공공기관은 위의 경쟁중립성 원칙에 따라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조달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간의 형평성 및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낙찰자 선정 기준과 계약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우선협상권을 부여할 경우에도 사전에 그 기준을 공개함으로써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토록 하여야 한다.

Ⅶ. 경쟁중립성 원칙의 도입방안

먼저 공기업이 공공적인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제공의무를 지속적이고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지원은 유지하되 공기업과 민간기업과의 경쟁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공정한 경쟁의 관리자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이 요구되고 있다.

아울러 공기업이 수행하는 역할 가운데 영리 및 수익사업과 비영리 내지 비수익적 사업을 구분하여 후자에 대해서만 정부의 지원과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원칙의 수립도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조치들이 필요하다.

(1) 투명하고 합리적인 상업적 수익률의 추구: 상업적 수익률 추구는 공기업의 사업활동이 민간기업과 비슷하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요소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상업적, 경쟁적 환경에서 운영되는 공기업들이 일정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상업적 수익률을 달성할 필요가 없다면 다른 조건이 모두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민간기업이 현저한 비교우위에 처하게 된다. 따라서 시장을 왜곡하는 교차보조 관행 등을 차단하고 각각의 상업활동 별로 적절한 수익률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 공기업은 수익극대화 이외의 목표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투명한 정책목표가 제시되어야 하며, 실제적 혹은 잠재적인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상업적 수익률이 담보되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경쟁법에서 사용되어온 기법, 이를테면 부당염매나 약탈적 가격책정 심사기법이 활용될 수도 있으나, 공기업에게 이윤극대화가 엄격히 요구되지 않는 상황이나 낮은 수익률만으로도 기관의 존립이 가능한 상황에서는 기존의 경쟁법적 기법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따라 OECD는 공기업의 상업적 수익률 평가를 위한 고유의 판단기준이나 수익률 목표에 관한 가이드라인 설정을 권고하고 있다. 공기업이 부채를 시세 보다 저렴하게 조달받거나 조세혜택을 받는 경우에는 이를 상정한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그 외에 자본비용, 전체원가, 정부가 설정한 가격책정요건 등이 고려될 수 있다.

(2) 공정한 회계처리를 통한 적절한 보상

정부의 시장 정책이 공기업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우에 경쟁중립성 문제가 가장 빈번히 대두된다. 이럴 경우 해당 기관이 공공 서비스공급 의무 수행에 들어간 추가 비용을 적절하고도 정확히 보상받도록 해야 하며, 공공부문예산에서 직접 보상금을 지불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회계중립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공서비스 제공 의무 달성에 대한 적절한 보상액을 결정하고, 보상이 과도한 보조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립적인 보상방법을 결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보상수단은 직접보상, 자금대출, 사후/사전배당, 예산할당, 국가보조금 등으로 나타나는데 역무의 제공주체에 따라 다양한 수단들이 적용될 수 있다.

(3) 직간접적 공유비용과 자산의 공개: 상업적 활동과 비상업적 활동이 통합되어 있는 부분에서 상업적 활동에 소요되는 공유비용 및 자산의 비중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공개되어야 할 비용에는 공유하고 있는 재정적 비용(간접비)과 비재정적 비용(자본비용의 감가상각, 세금 및 규제적 조치), 고용책임, 급여, 복지 및 연금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4) 공적자금 지출비용 투명성 향상: 무엇보다 공기업의 공공서비스 제공의무에 대한 보상이 경쟁적인 활동의 교차보조 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업의 비용구조의 투명성과 관련하여 공적 자금에서 보상을 하거나 정부와 비용을 분담하는 경우 비용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기업의 공공 서비스 제공을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경우 자원과 자금은 투명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상업적 활동을 수행하면서도 공적 자금의 지원을 받는 조직의 비용구조는 관련 규제기관에 전면 공개하며 영업기밀 사항이 아닌 한 가급적 관련 자료들을 일반 국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비용과 자산을 상업적/비상업적 계정으로 분리: 특정 사업을 위해 모집된 기금이나 공공서비스 제공 의무에 대한 보상금을 다른 사업으로 전용하거나 영역별 자금의 교차보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공기업의 경우 공적 자금의 사용의 투명성 증진 이외에 회계분리가 필요하다. 특히 상업적 활동과 비상업적 활동을 모두 수행하는 공기업의 경우 회계분리는 비상업적 활동에 귀속된 비용과 자산을 파악하고 상업적 활동에 귀속되는 비중을 공개하여야 한다.

(6) 그 밖에 규제중립성을 위해서는 규제대상이 되는 시장에서 정부의 활동을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하며, 부채중립성을 위해서는 공기업이 금융기관으로 부터 자금차입시 정부가 상환보증을 하지 않는 것을 명시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공공조달의 경쟁중립성을 위해서는 명확한 조달기준과 더불어 공급자 선정과정의 공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차별적인 선별과정을 제거해야 한다.

경쟁중립성과 관련된 정부의 역할과 지위를 법률사항으로 명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쟁중립성 원칙을 도입하기에 적합한 규범으로는 경쟁법이나 공기업규율 일반법이 꼽히는데 우리의 경우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공공기관 참여 시장에서 OECD가 경쟁중립성 원칙을 위해 제시한 주요 지표들을 선언적으로 규정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고도 실효적일 것으로 사료된다.

각주(Footnotes)

* 이 논문은 2016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16S1A5A2A01026119)

*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Korea Science and Engineering Foundation (KOSEF) grant funded by the Korea government(MOST) (No. 2016S1A5A2A01026119)"

1) 국내에는 한국법제연구원 및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경쟁중립성의 의미를 주로 재정 및 규제적 관점에서 분석한 간략한 보고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위탁 하에 OECD에서 발간한 자료를 번역한 자료 및 일부 연구논문이 발간된 바가 있다. 관련 문헌들로는 박한준, “해외 주요국 공기업의 경쟁정책: 경쟁중립성을 중심으로”, 재정포럼, (2012.4); 주 OECD 대한민국 대표부, “OECD 2013년 각료이사회(MCM) 공기업의 경쟁중립성 보고서”, 경쟁중립성 이슈페이퍼, (2013); 박진·허경선·조성봉, “공공기관의 시장참여 기능 분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13.12); 성승제, 「공기업 경쟁중립성 개선을 위한 법제연구」 (연구보고2017-05), 한국법제연구원, (2017.10); 이효석, “공기업의 경쟁중립성과 독점규제법의 적용”, 「법학연구」 제59권 제2호, 부산대학교 법학연구소, (2018.5), 347∼380면 등 참조.

2) OECD, ROUNDTABLE ON COMPETITION NEUTRALITY. (DAF/COMP(2015)5), 2015.6.12.

3) 이에 대한 상세한 분석은 신영수, “비영리단체에 대한 경쟁법 적용의 법리와 기준”, 「법학논고」 제39집,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2. 6), 629면 이하 참조.

4) Steinberg, R. The revealed objective functions of nonprofit firms, Rand Journal of Economics 17, (1986), p.508.

5) 기획재정부,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발표”, (2018. 6. 19.) 보도자료 참조.

6) 유훈, 「공기업론」(제5전정판), 법문사, (2004), 50면 이하,

7) 윤성식, 「공기업론」(개정판), 박영사, (2004), 35∼36면.

8) Cristiana Cicoria, Nonprofit Organizations Facing Competition, Application of United States, European and German Competition Law to Not-for-Profit Entities, PETER LANG, (2006), p.46.

9) Catherine Eckel & Richard Steinberg, Competition, Performance, and Public policy towards non-profits In: Hammack, D.C. / Young, D.R. (1993). Nonprofit organizations in a market economy, Understanding new roles issues and trend, (1993), p.58.

10) 영리성을 추구하지 않는 독점자도 영리적 독점자와 동일한 가격에 동일한 물량을 생산하는데, 이런 경우에 판매활동으로부터 이윤이 극대화되더라도 공공기관의 총소득은 0이 된다. 상업적 활동으로 취득한 순익은 모두 공공재의 공급을 교차보조(cross-subsidize)하기 위해 활용되기 때문이다. 즉 공공기관의 독점이나 복점은 소위 ‘환류효과(feedback effect)’를 창출하게 되어, 한 영역에서의 시장실패로부터 얻은 이익을 다른 영역의 시장실패를 시정하는데 사용된다는 것이다.

11) 신영수, 앞의 논문, 636면 참조.

12) OECD는 이를 A situation where no commercial entity has a competitive advantages or disadvantages in an mixed purely as a result of its ownership로 표현한다.

13) 최근 10년간 공기업에 의한 부당지원행위 사례들을 살펴보면, 한국도로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 및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15-051호 2015. 2. 23.),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10-017호 2010. 2. 2.), 한국가스공사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08–290호 2008. 10. 30.), 한국철도공사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06–192호 2006. 9. 7) 등을 들 수 있다.

14) 헌법재판소 1996.12.26. 선고 96헌가18 전원재판부 (주세법 제38조의7등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

15) OECD, Competitive Neutrality: Maintaining a Level Playing Field Between Public and Private Business, OECD (2012).

16) 정유공급 관련 공기업을 통한 정부의 알뜰주유소 지원정책이나 교육 분야의 공기업 발간 교재를 대학입학 시험과 연계하여 출제하는 정책을 그 예로 포함시킬 수 있다.

17) 이에 관한 연구물로는 박진·허경선·조성봉, 「공공기관의 시장참여 기능 분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2013.12) 등이 있다.

18) 헌법재판소 1996.3.28. 95헌바47.

19) 헌재 1996.03.28, 95헌바47, 판례집 8-1, 213면.

20) 대법원 1994.5.24. 선고 92다35783 전원합의체 판결.

21)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2007. 6 28. 선고 2004헌마262 결정.

22) 헌재 2002.05.30, 2000헌마81, 판례집 14-1, 528.

23) 방송법 제73조 제5항 등 위헌확인- 한국방송광고공사 지상파방송광고판매대행 독점 사건 (헌재 2008. 11. 27. 2006헌마352, 판례집 20-2하, 367).

24) 헌재 2002.05.30, 2000헌마81, 판례집 14-1, 528.

25)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2007. 6 28. 선고 2004헌마262 결정.

26) 이에 관한 상세한 해설은, 김상우,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 제45조 위헌소원”, 「결정해설집」 제7집(2008), 174면.

27) W.Kip Viscusi, Economics of Regulation and Antitrust(3rd ed.), The MIT Press, 2000, pp.453∼454.

28) 송재석, “우리나라 공기업 민영화의 기준과 전략에 관한 담론”, 「한국공공관리학보」 제21권 제2호, (2007.6), 91면.

29) 송재석, 앞의 논문, 93면.

30) E.S. Savas, Privatiziting the Public Sector, Chatham House Publishiers, Inc., 1982.

31) Cristiana Cicoria, Nonprofit Organizations Facing Competition, Application of United States, European and German Competition Law to Not-for-Profit Entities, PETER LANG, (2006), p.46.

32) 대법원에서 있었던 공기업의 거래상 지위남용 관련 주요 판결들로는 서울지하철공사의 우월적 지위남용 사건 판결(대법원 1993.7.27. 선고 93누4984 판결);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거래상 지위남용 사건 판결(대법원 2007.1.26. 선고 2005두2773 판결); 한국도로공사의 거래상 지위남용 사건 판결(대법원 2007.3.29. 선고 2005두3561 판결); 도시철도공사의 거래상 지위남용 사건 판결(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0두6213 판결) 등이 발견된다.

33)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를 받은 주요 사례들로는 국가공기업의 경우 한국도로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 및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15-051호 2015. 2. 23.);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12-033호 2012. 3. 2.); 한국전력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8–386호 2008. 9. 4.); 한국전력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7–027호 2007. 2. 28); 한국전력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07–124호 2007. 2. 26);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6–287호 2006. 12. 19) 등을 들 수 있고, 지방공기업의 경우 경기도시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9-278호 2009. 12. 17.); 대구도시철도공사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9-026호); 대전광역시도시개발공사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9-144호 2009. 6. 17.); 경기도시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시정권고(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9-034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제(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2009-038호); 광주광역시도시공사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9-036호); 인천광역시도시개발공사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9-033호); 전남개발공사의 거래상 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9-037호); 강원도개발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9-032호); 부산도시공사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9-027호); 경상남도개발공사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9-029호) 등을 들 수 있다.

34) 구체적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10-137호 2010. 11. 9.); 경기도시공사의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9-256호 2009. 12. 16.); 한국교육방송공사의 부당한 광고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9-226호 2009. 11. 23.); 한국교육방송공사의 부당한 표시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9-233호 2009. 10. 30.) 등의 사례가 발견된다.

35) 구체적인 사례들로는 한국도로공사의 거래상지위남용행위 및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15-051호 2015. 2. 23.);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10-017호 2010. 2. 2.); 한국가스공사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08–290호 2008. 10. 30.); 한국철도공사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06–192호 2006. 9. 7) 등이 발견된다.

36) 한국교육방송공사의 구속조건부거래행위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9-234호 2009. 10. 30.).

37) 대표적으로는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의 점포임대차계약서상 불공정약관조항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6 - 171호), 한국철도공사의 임대차계약서 및 이행각서상 불공정 약관 조항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2011.7. (사건번호 2011약관2069), 한국농촌공사의 손실보상계약서상 불공정약관조항에 대한 건 (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7 – 107호), 경기지방공사의 화성동탄 자연앤 아파트공급계약서상 불공정약관조항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시정권고 제2006-095호) 등을 들 수 있다.

38) 한국토지공사의 비상장회사 등의 임원의 변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공시기한을 2일 초과하여 임원 변동사항을 공시함으로써 공정거래법상 중요사항 공시규정을 위반한 사건(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08–033호 2008. 1. 25.), 대한주택공사의 기업결합신고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의결 제2007–011호 2007. 12. 22)과 한국토지공사 등의 기업결합신고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건(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의결 제2006–192호 2006. 9. 7)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39) 이하의 내용은 OECD, Competitive Neutrality: Maintaining a Level Playing Field Between Public and Private Business, OECD (2012)의 내용을 발췌 정리한 것이다.

40) 박한준, “해외 주요국 공기업의 경쟁정책: 경쟁중립성을 중심으로”, 재정포럼, (2012.4), 20면 이하 참조.

41) 이에 관한 상세한 분석은 박종수, “조세의 경쟁중립성의 원칙”, 안암법학 제14호, 안암법학회, (2002), 55면 이하 참조.

42) OECD, Competitive Neutrality: Maintaining a Level Playing Field Between Public and Private Business, OECD (2012). p.11.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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