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법학에서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방안

김혜경 *
Hye-Gyeong Kim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교수
*Professor of Keimyung University

© Copyright 2019, The Law Research Institut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un 27, 2019; Revised: Jul 16, 2019; Accepted: Jul 17, 2019

Published Online: Jul 31, 2019

국문초록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은 학문의 학문성 회복의 문제이다. 법학의 학문성은 시대의 가치관과 공동체의식을 반영하여 어떠한 것이 공평한가, 그리하여 무엇이 정의인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데 본질이 있다. 그것이 실무적 입장에서는 공평한 분배의 실천에 있겠지만, 그에 앞서 무엇이 공평한가, 공동체정신에 부합하는 나눔이란 무엇인가의 연구는 여전히 법학의 학문으로서의 과제이며, 학문후속세대의 임무이다. 즉, 법의 기계적 해석이라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 법학의 학문성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한국에서 법학은 학문성을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법학의 독자성까지도 탐구하여야 할 임무가 있다. 한국법학의 독자성의 문제는 한국법학이 늘 계수법학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점으로부터 비롯된다. 물론 독일법학도 독일 고유의 것이 아니라 로마법학의 계수라고 한다면 고유의 것을 찾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우선 반문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 법학이 자본주의의 도입과 동시에 현대화된 실정법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무엇이 독자성인가를 논하기가 더욱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독자성보다는 우수성 또는 더 나은 법학을 향해 진전하는 것이 법학의 학문성을 찾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와 같은 법학의 학문성을 찾고 연구하는 중심에는 대학원대학이 그 위치를 굳건히 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학원대학이 건실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부대학을 중심으로 한, 좋은 씨앗들의 유입이 기본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대학의 교육체계를 3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학부대학은 전공기초를 목적으로 하여, 잠재적인 학문후속세대 및 법학자를 대상으로 이론수업방식으로 운영한다. 다음으로 법전원은 전공응용을 목적으로 하여, 법학일반 및 실무자를 대상으로 실무실습방식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그리고 대학원대학은 전공심화를 목적으로 하여 법학자 및 학문후속세대를 대상으로 도제방식으로 운영하여 법학의 학문성을 계수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담을 통해 각 교육기관의 역할과 위상을 정립한다면, 법학의 학문성을 지속하면서 그 계보를 이어나갈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이 가능해 질 것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법전원의 확보나 그 위상이 아니다. 이는 법학의 학문성을 지속함에 있어서 삼분의 일의 영역만 차지할 뿐이지 전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전원으로 인하여 학부대학의 전공기초가 폐지되고 대학원 대학이 법전원에 흡수통합되어 가는 방식으로 전문성과 학문성을 잃어가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법학자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Abstract

In these days, the training of next generation of law scholar means restoration that our studies recover original intention of law. The nature of law as studies should seek perpetually what is justice and how can reflect community sprit in law system. Especially in Korea, legal education has to seek identity of Korean law system as well as true character of law because it is usually said that the Korean legal system and education depend on those of German.

But after starting Law school system in 2009, the problem about the training of next generation of law scholar is more serious in some aspects. Most of all, after that time the number of student of graduate school has been reduced rapidly because recognition that there is no future in law scholar is prevalent in next generation of law scholar and the cost between graduate school and law school is no choice realistically caused by fellowship in law school.

So in this study it will be suggested by classification of three areas as solution for establishing the training system for next generation of law scholar. Three classification means division of undergraduate studies, graduate school and law school. Each area should have intrinsic function and purpose of their own which must be specified each other. Undergraduate studies should be in charge of basic law study for undergraduate school students to teach general law theory and legal mind. Law schools have to take charge of application of law for law school students to teach judicial practical affairs. And graduate school ought to be responsible for apprenticeship training for graduate school students as next generation of law scholar to teach major intensive course.

Keywords: 학문후속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도제방식; 대학원대학; 법학의 학문성; 로스쿨
Keywords: Next generation of law scholar; Law school; Graduate school; Legal scholar; Jurist

Ⅰ. 들어가며

법학이라는 학문에 있어서, 한국에서의 지각변동의 단초를 찾는다면 일반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의 도입을 거론할 것이다.1) 하나의 제도가 도입되고 정착이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행착오가 수반되어야 하고, 법전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법전원의 도입 자체도 2004년 사법개혁위원회의 논의로부터 출발하여 5년간의 고된 논박을 겪은 후에야 출범할 수 있었으며, 그 이후에도 사법시험 존치여부와 관련하여 많은 진통을 겪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법전원의 도입은 그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그리고 본래 의도와도 무관하게 법학교육기관의 구조 및 법조인 양성방안과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는 법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사양길을 확장하여 준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법전원의 도입 이후 전국의 일반 전공기초로서의 법학교육기관의 수는 급속도로 감소되었고, 법조인 양성의 문이었던 사법시험이 폐지되었으며 학부대학의 축소와 동시에 연구기관으로서의 대학원의 급감과 학문후속세대의 감소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그리하여 법전원 개원 10년을 맞이하는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면 법학의 영역은, 그것이 어느 부분이든지 전망이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10년간 법전원 역시 적시에 합격하지 못한 변호사시험준비생의 과잉으로 인하여 대외적으로 말할 수 없는 공공연한 고민들이 자체적으로 양산되었을 뿐만 아니라 누적되는 적자로 인하여 또 다른 출구를 모색하여야만 하였고, 이에 대한 간접적인 해결책의 한 예로 소위 법학전문박사제도(S.J.D.)를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과정 개설은 보다 전문성 있는 변호사 양성과 학자 배출이라는 목적 외에도 대거 쏟아져 나오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취업활로 개척이라는 부차적 목적도 배제할 수 없다.2) 그러나 그와 같은 법학전문박사가 법학이라는 학문의 후속세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또는 학문심화의 방안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의 시작이나 학문후속세대양성이라는 주제의 핵심을 법전원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으로부터 출발할 필요는 없다. 여기에서 논의해야 할 것은 법전원이 가지는 구조나 교육체계 또는 전문가 양성상의 문제점이 아니라 법학이라는 학문의 지속가능한 연구영역 확보와 연구자의 양성이기 때문이다. 굳이 법전원의 문제를 개입시키고자 한다면 학문의 지속가능한 연구자 양성 또는 연구영역의 보존에 법전원이 어떠한 역할이나 기능을 할 수 있는가라는 부수적 역할부여로 한정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우선 고등교육 현장에서 법학이라는 학문의 지속가능성을 타진하는 문제로부터 출발하여야 할 것이고(Ⅱ), 법학이라는 학문의 후속세대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할 것이며(Ⅲ), 이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순차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Ⅳ).

Ⅱ. 교육현장에서 법학의 학문적 지속가능성

1. 법학의 지속가능성

이른바 학문이란 실재와 방법과 체계가 삼위일체를 이루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사변적이고 변증법적 전개에 의하여 자가발전을 하는 영역일 것이다. 물론 학문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게 여기에서의 목적은 아니다. 다소 지엽적으로 한국에서 법학이라는 학문의 전개과정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해방이후 현대적인 법체계가 구축되어가는 과정에서 대륙법계와 영미법계의 법학적 체계들이 도입된 이후에 현대법학의 연구와 발전이 이루어졌다. 비단 형사법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법영역에서 법에 대한 해석학이 주를 이루었고, 1990년대 이르러 비로소 법학방법론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법학방법론은 대체로 법의 해석과 적용에 관한 이론으로, 법을 획득하려는 사고의 형식과 규칙3)이다. 즉, 좁게는 법의 해석 및 적용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법인식론이지만, 넓게는 법의 연구방법에 관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4) 여기에서 의미하는 바는 넓은 의미의 법의 연구방법에 관한 논의들이다. 이와 같은 연구방법론들은 90년대 이후 법철학을 중심으로 매우 활발히 연구되다가 잠시 주춤하는 경향을 보였다. 바로 법전원의 도입을 통해, “기계적인 암기위주의 시험을 통한 선발을 지양하고 정상적인 법학교육을 통한 법률가로서의 소양함양이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국제화시대에 적합한 법률전문가로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고 또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진정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양식 있는 법률가를 길러내기 위한 법학교육의 개선”이 우선되었기 때문이다.5)

그러나 “법률가가 법에 봉사해야 하지만, 법이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인간이 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인간 공동생활의 가능성과 규범에 관한 상호주관적인 이해와 법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의 끊임없는 의사소통을 통해 법과 정의의 진실에 도달”6)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법학방법론은 법전원 중심의 법학교육의 현실에서도 요청된다.

2. 학문의 장으로서의 대학의 역할
가. 전공기초와 학부대학

소위 전공이라는 용어가 대학에서만 사용되는 이유는, 중등교육이 전공이라는 특화된 학문분야를 위한 기본적인 배움의 태도와 소양을 습득하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전공과 관련하여 고등교육은 대체로 세 영역으로 구분되는 것 같다. 전공기초와 전공응용, 그리고 전공심화가 그것이다.

우선 전공기초란 학문분과에 특정 영역에서 요구되는 기초지식을 습득하고 개념을 명확히 하여 전공자로서의 기본을 훈련하는 과정이다. 법학에서는 소위 ‘Legal mind'를 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것이다. 전공기초는 학부대학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학부대학은 전공영역의 기본적인 토대를 넓게 그리고 얕게 수업함으로써 학문에 대한 양적 다양성을 전개해 준다.

또한 전공기초를 담당하는 학부대학은 잠재적인 전공연구자를 배출하기 위한 토양과도 같다. 유능하고 학구적 호기심과 탐구력을 갖춘 인재들이 많을수록 학문후속세대의 질적 그리고 양적 규모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부대학을 존치하고 건실하게 운영함은 학문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기초가 된다.

나. 전공응용과 양성기관

전공응용이란 학문의 실무 영역에의 접목을 습득하는 과정으로, 학부대학에서의 전공기초를 기본으로 하여 그와 같은 기초학문을 요구하는 산업 또는 실무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부분들을 얻는 것이다. 어느 전공인가에 따라서 전공응용을 습득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할 수 있는데, 예컨대 인증제도, 실험실습학점제, 전문대학원 등이 시행되고 있다.

첫째, 인증제도란 학부대학 수업과정만으로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능력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공학인증이라든가 경영인증제도가 그 예이다. 1999년 8월에 신설된 공학인증제도의 경우, 대학의 공학 및 관련 교육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기준과 지침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인증 및 자문을 시행함으로써 공학교육의 발전을 촉진하고 실력을 갖춘 공학기술 인력을 배출하는데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7) 다음을 목적으로 하여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이를 관리한다.

  • 01 인증된 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이 실제 공학 현장에 효과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음을 보장한다.

  • 02 해당 교육기관이 인증 기준에 부합되는지의 여부와 세분화된 공학 교육 프로그램이 인증 기준에 부합되는지의 여부를 식별한다.

  • 03 공학 교육에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의 도입을 장려하며, 공학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자문에 응한다.

  • 04 공학교육의 발전을 촉진하고 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실력을 갖춘 공학기술인력을 배출할 수 있도록 기여한다.

이와 같은 인증된 프로그램을 이수한 졸업생은 곧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것을 보장하고, 인증된 프로그램이 전문적이고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공공화함으로써 대학의 전공응용을 보다 실효성있게 운영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졸업생이 공학 분야의 실무를 담당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증하고 국가간의 기술자 상호인정에 대비하기 위하여 제안한 제도이다.8) 이와 같은 인증제도들은 산업체와 연계하여, 현장에 투입 시에 각종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현장에서 요구하는 기본적인 자질을 학부대학을 통해 습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공응용 교육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높이고자 한다.

둘째, 실험실습학점제의 운영을 들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범대학의 교생제도이다. 현재 교사임용방법은 대학의 교육교과에서 전공기초를 수업하면서 추가적으로 교생실습을 학점제화 하여 교육현장의 실무가인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점수를 부여하여 교사자격증을 수여한다. 그리고 교사자격증을 보유한 자에 한하여 중등교사임용시험의 응시자격이 부여된다. 즉, 중등교사로서의 기본적인 현장에의 적응력과 응용력을 교생실습제도를 통해서 선 확인하고, 후 시험을 통한 선발을 하는 것이다. 교사자격증을 보유하여 임용고시 응시자격이 있는 자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기본자질 검증을 위해 사립학교 역시 중등교사 임용시험 1차 합격자에 한하여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공립학교의 중등교사임용은 교육청 별로 3차의 시험을 통해 필요한 인원을 선발하게 되고, 사립학교의 교사임용에서는 중등교사임용시험 1차 시험을 통해 5배수에 해당하는 인원을 우선 선발한 이후의 절차는 각 사립학교별로 진행하게 된다.

셋째, 전문대학원제도이다. 앞선 두 가지 방법이 학부대학에서 모두 이루어지는 반면, 전문대학원제도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영역에서 학부대학에 추가하여 특화된 전문성을 습득할 수 있는 과정을 추가로 설치하게 된다.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이 대표적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기존의 의과대학이 전부 또는 일부 전환하여서 설치되었다. 의학전문대학원은 법학전문대학원과 설립목적은 매우 유사하다. 학부 4년간 혹은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 의학에 자신의 전공을 접목시켜 다양한 발전을 이룰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도입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5학년도에 경희대학교, 건국대학교, 가천대학교가 전환을 시작하였고 이어서 41개 의과대학 중 27개 의과대학들이 완전 혹은 부분 전환했으나, 많은 논란 끝에 거의 모두 2016년을 마지막으로 다시 의과대학으로 회귀하고 현재는 강원대학교, 건국대학교, 차의과학대학교,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폐지 후 동 대학의 후속으로서 신설되는 공공의료대학원 네 곳만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남아 신규 모집을 하게 되었다.

다. 전공심화와 대학원대학

전공심화란 학문의 연구영역이다. 대체로 대학원대학을 중심으로 학문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외에 각종 연구원들은 전공심화보다는 전공응용에 가까운 역할을 하고 있다. 학문이 지식체계와 활동이라는 두 가치 차원에서 규정된다고 할 때에도 이는 전공심화를 의미한다. 지식체계의 탐구결과로서 학문은 그 결과를 도출하기까지의 활동을 과정으로서 요구하는데, 그 과정이라 함은 방법론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9) 그리고 지식체계의 탐구와 활동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지식의 전달까지도 전공심화의 영역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학원대학은 전공기초, 전공응용 및 전공심화 전반의 교육까지도 담당하여야 한다.

3. 현 체계의 문제점과 개선안

법학에서 대학의 역할은 법학이라는 학문의 후속세대 양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법학에서는 전공기초는 학부대학이, 전공응용은 법전원이, 그리고 전공심화는 대학원대학이 중심이 되어야 그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법학에서는 법전원이 전공기초와 전공응용뿐만 아니라 전공심화까지 모두 단일의 체계 하에서 행하고자 한다. 법전원의 피교육자들에게 법학을 전공기초로 할 것을 요구하기 않기 때문에 법전원이 교과내용으로서 법학전공기초를 다루어야만 하고, 전문가로서의 법률가 양성이 본래의 목적이므로 전공응용의 역할을 하여야 하며, 법학전문박사학위과정과 일반대학원과정을 분리하거나 또는 통합하는 형태로 전공심화의 역할까지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 가지 기능을 단일의 전문대학원에서 담당하는 것이 가능한가는 의문이다. 우선 전공기초 담당 여부는 의학전문대학원의 예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5년 이후 의학전문대학원이 출범하였지만, 2019년 현재 종합대학에서는 유일하게 하나의 대학만이 이를 유지하고 있고, 그 외의 모든 종합대학들은 다시 의과대학체제로 복귀하였다. 이유는 전공기초를 전문대학원에서 담당함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법전원체제를 도입한 일본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전공기초에 해당하는 학부대학과 전공응용에 해당하는 법전원을 동시에 병행하던 일본은 결국 법전원을 국가에 반납하는 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일본의 경우 로스쿨 지원자는 2004년 72,800명이었으나, 2018년에는 8,058명으로 줄었다. 또한 로스쿨의 모집에 있어서 양극화가 심화되어, 상위 7개 대학(도쿄, 히토츠바시, 게이오기주쿠, 와세다, 츄오, 교토, 고베)은 아직도 지원자가 있지만, 그마저도 와세다와 츄오대학의 2017년도 합격률은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더욱이 일본의 경우에는 2012년 도입된 예비시험제도를 통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예비시험을 합격하면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바, 예비시험통과자의 최종합격률이 매년 60-72.5%로 주요 대학의 로스쿨 출신의 거의 3배에 달하고 있다. 대부분이 예비시험 합격자는 도쿄, 교토, 게이오나 와세다 등 소위 명문대학의 학부 재학생이거나 출신들이기 때문에, 로스쿨의 진학이 오히려 물적·시간적 낭비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현재 일본의 경우 로스쿨 인가학교 74개 중 38개가 이를 반납하였다. 가정이지만 일본과 동일한 조건의 변호사시험제도를 도입한다면, 즉 학부대학을 존치하고 예비시험을 통한 변호사시험응시자격을 부여한다면 과연 로스쿨이 경쟁력이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반대로 학부대학이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한다.

또한 전공응용을 위해 설립된 전문대학원에서 전공심화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역시 의문이다. 소위 전문박사(S.J.D.) 과정을 통해서 조세, 특허, 의료 등 특화된 영역의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취지 하에 설립되었지만 그와 같은 특화된 영역의 전문가양성은 전문박사가 아닌 법전원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법학전문박사과정을 법전원 내에 신설하는 이유는, 법전원이 전공응용보다 전공기초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전락했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최초의 설립의도와는 무관하게 전공기초가 거의 없는 피교육자들을 대상으로 3년간 특화된 영역의 전공응용능력을 심어서 배출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전공응용을 위한 특허, 의료 등의 기본지식이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법학에의 응용능력을 함양하고자 하였던 취지가 무색하게 오로지 변호사시험에 맞추어 운영됨으로써 초래된 결과가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법학의 후속세대 양성을 위하여 해야 할 선결문제는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는 주요기관과 그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공기초를 담당하는 학부대학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많은 기존의 논의들이 학부대학의 역할을 강조하였던 이유도 이와 유사하다. 학문의 후속세대가 건강하게 그리고 지속성 있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전공기초를 다지는 학부대학에서 보다 많은 인재들이 학업을 할 수 있는 구조를 건설하여야 한다.

법전원의 입학비율을 보더라도, 법전원이 시작된 2009학년도 34.4%에서 출발한 법학전공자의 비율은 2010학년도 37.7%, 2011학년도에는 49.1%로, 2012학년도에는 54.1%, 2013학년도에는 55%를 넘어 과반수에 해당하는 입학생들이 법학전공자였다. 하지만 이후 2014학년도 49.4%, 2015학년도 44%, 2016학년도 36.5%, 2017학년도 28.1%로 급감하였고, 2018년도에는 입학자 2,106명 중 440명에 그쳐 20.9%로 1/5에 불과하게 되었다. 심지어 법학전공자가 단 한명도 입학하지 않은 법전원까지 나오는 현상이 초래되었다. 이제는 ‘비법학 쿼터제’가 아니라 ‘법학 쿼터제’를 두어야 할 형국이다. 법학사 쿼터제가 바람직한 제도라는 의미가 아니라, 역으로 그만큼 전공기초 교육을 담당하는 법학과가 죽어가고 있다는 의미이다.10)

Ⅲ. 법학에서 학문 후속세대는 누구인가?

1. 법률적 또는 정책적 근거

법학에서 학문 후속세대란 학문심화의 영역에서 활동할 연구자들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누가 학문 후속세대인가에 관하여는 법률상 또는 정책상의 의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선 법률상 학술진흥법 제7조는 학문후속세대의 육성이라는 표제 하에 ‘교육부장관은 대학생, 대학원생, 관련 기술 및 지식을 가진 사람 또는 산업체 근무자 등이 연구자의 학술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우수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 바는, 법학에서 학문후속세대란 기성 연구자의 학술활동에 참여하여 우수한 연구자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대학생, 대학원생 및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을 의미할 것이다.

정책적으로는 연구재단에서 행하는 학문후속세대사업으로부터 추론할 수 있다. 여기에는 박사후국내연수사업과 학술연구교수사업 및 시간강사사업이 있다. 박사후국내연수사업은 1987년에 시작되어 박사학위를 소지한 연구자에게 연구기관에서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학술이나 연구활동의 지속성을 유지하게 함과 동시에 연구능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시행된다. 학술연구교수사업은 2001년부터 시작되어 박사학위를 소지한 연구자가 대학연구소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대학의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게 도울 수 있게 시행된다. 그리고 시간강사사업은 2011년부터 시행되어 상대적으로 연구환경이 이공계분야보다 열악한 인문사회분야의 시간강사에게 연구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고등교육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는데 있다.11) 이로부터 법학에서 학문후속세대란 기본적으로 박사학위를 소지한 연구자여야 한다는 조건만이 추론된다. 여기에 더한다면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으면서 학문기초영역의 강의가 가능한 자여야 할 것이다.

학술논문상으로는 ‘다음 세대 법학연구작업을 주도할 인력으로서 구체적으로 일단 대학원 박사과정 이상 연구종사인력’으로 정의하거나,12) 학문후속세대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것이 교육이고 교육을 통하여 학문이 계승·발전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는 것이므로, 학문후속세대란 교육과 연구를 통하여 지식을 유지·전달하고 재창조함으로써 학문을 계승·발전시키는 예비인력 또는 차세대인력으로서 박사과정 이상의 교육 및 연구 종사자13)라고 보기도 한다.

2. 학문후속세대의 정의

어찌되었든 공통적으로는 학술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연구능력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우수한 연구자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어서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연구성과를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더하여 대학이라는 고등교육과정에서 전공기초 교육이 가능한 자여야 함은 물론이다. 결과적으로 우수한 연구자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박사학위자라고 한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박사과정중의 자는 학문후속세대가 될 잠재력이 있는 자 정도로 이해해도 무방할 듯하다.

한편으로 법전원 시행 이전에, 법전원 체제와 법학과가 이중적으로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되, 법전원이 존치하게 될 대학에서는 일반대학원 법학과와의 이중설치에 드는 비용 및 부담 등을 고려함과 동시에 전문박사학위와 학술박사학위의 구별기준이 관련법에 확립되지 아니한 점을 고려할 때 법전원 학위과정을 거친 법학학문후속세대를 우선적으로 배려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14) 이와 같은 견해에 의하면 법전원 학위과정을 거친 자들이 학문후속세대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문후속세대는 전공심화 영역을 지칭하거나 우선하여야 한다. 전공응용의 영역은 실무에서의 전공적용 또는 전공활용이 주를 이루므로 전공기초에 더하는 기술적 지식을 요한다고 볼 것이다.

Ⅳ.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1. 전공기초의 학부대학 부활
가. 국내의 현황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인해,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된 대학에서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학부에서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분교를 가진 대학들 중에서 분교에도 법학과가 있다면 이 또한 같이 폐지해야만 했다. 예를 들면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 정경대학 법학과가 있었고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에 법학대학 법학과가 존재했으나 본교의 법학과와 더불어 분교의 법학과까지도 전부 통폐합되었다. 따라서 2009년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았고, 재학생이 모두 졸업하는 시점까지만 학부 법학과 운영을 지속하였다. 그러나 해당 법과대학들도 2018년을 끝으로 모든 학생들이 졸업을 하거나 학과를 이전하는 방안을 통해, 등록재학생들의 수를 종결하였다. 이로서 총 25개 대학의 입학정원 4000여명의 법학과 학생수는 사라졌다.

주로 법학에 있어서 주요한 학문후속세대 양성기관들이었던 25개 대학들의 법학과가 폐지되면서, 미군정기에서부터 종합대학으로 인가를 받은 대학들 중에서 경찰법이나 해사법, 법무법 등을 포함하여 독자적인 법학과가 존속하고 있는 곳은 1947년 설립된 단국대학교를 비롯하여 60여 대학에 불과하다. 물론 공공인재학부나 공공행정학부, 법행정학부 등의 이름으로 법학교육을 일부 행하는 대학도 있지만, 순수하게 법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개설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학부중심의 교육개편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학부에 법학전공을 두지 않는다. U.C. Berkeley 등 소수 학교에서 학부에 ‘Legal Studies Program'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교양법학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학교도 있지만,15) 일반적으로는 4년제 학부대학을 마치고 로스쿨에 입학하여 비로소 법학을 전공하게 된다. 미국 로스쿨은 석사에 해당하는 JD과정과 Graduate School(LL. M, S.J.D.) 과정을 분리하여 JD과정은 비법학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후자는 국내외 법학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운영한다고 한다.16)

아마도 법전원 설치 대학의 법학부를 폐지한 것은 미국의 로스쿨 제도를 모범으로 현행 제도를 구상하였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인가주의를 취한 점과 총 입학정원제 및 개별 로스쿨 정원제를 택한 점은 미국 로스쿨과도 다르다.17) 더욱이 미국의 제도를 모방하고자 한다면, 모든 대학의 법학과를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법학은 대학원에서 교육하여야 할 영역으로 구상하여야 한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미국 로스쿨을 완전히 모방한 것이 아닌 이상 반드시 법전원 설치대학의 법학과를 폐지하여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었다.

다만, 운영상으로는 학부대학과 법전원을 동시에 병설함이 인적 구성 및 물적 비용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법적 강제를 통해 학부대학의 유지 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물론 기 시행된 제도이므로 다시 원상복귀를 함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공기초 단계에서 학문후속세대에 진입할 인재들이 선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연구역량을 갖출 수 있는 잠재적 인력의 선발이라는 측면에서는 전공기초를 담당하는 학부대학의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현행과 같이 분리된 이원적 체제의 유지에 관하여는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로스쿨 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였지만, 미국과 같이 학부에서의 법학교육 폐지를 선택하지 않은 일본의 경우에는 반대로 로스쿨을 반납하는 현상이 초래되었다. 우수한 인재들이 전공기초 단계인 학부대학 법학과에 우선 선발되고 이러한 인재들이 전공응용 교육에 해당하는 법전원의 인재들보다 우수한 역량을 갖춘 결과 법조인으로 보다 많이 양성됨으로 인하여, 법전원은 학부대학에서 성공하지 못한 인력들이 법조인이 되기 위하여 선택하는 차선책으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학부대학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결과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국의 학부대학에 법학과를 존치하는 이상, 법학과의 설치 여부는 강제가 아닌 대학의 자유로운 선택의 문제로 남겨두어야 한다. 법전원을 설치한 대부분의 대학에서 법전원 초기에 교양학부나 자율전공 등의 명분으로 법학과의 부활가능성을 남겨둔 이유도 나름 유사한 고민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법학관련 학부대학의 부활은, 법전원을 인가받지 못한 기타의 대학들 내의 법학과의 상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법시험이 폐지된 이상 학부대학의 부활로 인한 손익계산은 여전히 대학의 몫이 되겠지만, 법전원 입학정원 중에서 법학과 출신 및 자대학 출신에 대한 비율을 조정한다면 그리 손해가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또한 사법시험의 합격률을 고려한다면, 법학과가 오로지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한 역할만 한 것은 아니다. 전체 법학과 총 정원수 대비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고려한다면, 법학과의 법조인 양성을 위한 역할은 5%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 외에 많은 영역에서 전공기초로서 교양법학을 습득한 인재들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학의 법학과 폐지는 도미노현상처럼 비법전원 형태의 법학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궁극적으로는 학문후속세대의 단절을 초래할 것이다.

2. 전공심화의 대학원대학 중심

법전원이 전공응용 교육기관이라면 전공심화 교육기관은 일반대학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전원이 설치된 대학들은 일반대학원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부대학의 폐지로 인하여 일반대학원에 진입할 수 있는 전공기초지식을 갖춘 인재들이 급감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대학원이 가지는 장점이 법전원으로 인하여 소멸되기도 하였다.

과거에 법학에 있어서 전문적인 역량을 통한 사회기여가 가능한 방법이자 진로의 문제는, 학부대학에서 전공기초 교육을 받은 자들의 선택의 문제였다. 사법시험을 준비하거나 전공심화과정으로서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아니면 관련 공무원시험 또는 기업체에 진입하는 다소 단순한 선택에 불과하였다. 또한 각각의 선택은 비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학문후속세대로서의 자질과 잠재적 역량을 갖추었는가의 문제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 그와 같은 선택은 사라졌다. 사법시험은 폐지되었고, 대학원대학은 그 기능을 거의 상실하였기 때문에 전공기초로서 법학에 있어서 공무원시험 또는 기업체에의 진입 이외에는 진로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학부법학이 살아남아야 대학원대학으로의 연계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대학원 대학의 교육을 통한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을 모색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공심화과정으로서 대학원대학의 사활은 학부대학의 존치여부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법전원 교육과 달리 전공심화과정은 도제방식이어야 한다. 법학자와 학문후속세대의 도제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은 대학원대학이다.

3. 학술박사 양성을 위한 법전원의 역할

가능한 한 법전원의 존치여부와 학문후속세대양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시각에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하였으나, 법전원이 법학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이를 도외시하고 해결책을 도출함은 거의 불가능할 듯하다. 고등교육법 제29조의2에 따르면 대학원은 주된 교육목적에 따라 일반대학원,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으로 구분된다. 일반대학원이 학문의 기초이론과 고도의 학술연구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면 전문대학원은 전문직업분야의 인력양성에 필요한 실천적 이론의 적용과 연구개발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근거법령을 통해서 추론할 수 있는 바는 박사학위의 존치여부이다. 일반대학원의 박사과정이란 학술연구의 단계별 심화로서, 이러한 목적은 교육자와 피교육자의 공통된 목적이 된다. 그러나 전문대학원 경우에는 전문직업분야의 실천적 이론의 습득과 적용을 통한 전문인력이 됨은 피교육자의 목적이고 이를 위한 적용과 연구개발은 교육자의 목적이다.

만일 이와 같은 목적을 피교육자와 교육자의 공통목적으로 하고자 한다면, 법전원의 교육자 구성을 재고하여야 할 것이다. 전공응용의 영역에서는 전공기초를 기본으로 하는 자에 대한 적용역량의 심화를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 만일 현행 법전원처럼 전공기초가 없는 피교육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에 교육자가 해야 할 일은 전공기초의 습득교육과 전공응용의 교육일 것이다. 여기에서 전공기초의 습득교육은 법학자의 몫이겠지만, 전공응용의 교육과 나아가 전공응용 교재 및 방법론적 개발은 실무자의 몫일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대학의 구성원인 법학자가 법전원에서 하여야 할 임무는 전공심화가 아닌 전공기초이고, 그와 같은 전공기초교육은 굳이 현행처럼 보다 경쟁력이 있거나 소위 주요 대학이 행할 필요가 없다.

즉, 학문적으로 고도의 고급 인력을 투입하여야만 할 정당성이 없어지게 된다. 따라서 어느 대학이 유치하는가는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교육의 내용이 대학별로 특화될 필요도 없어지게 된다. 전공기초교육에 한정할 때에는, 특정 대학이 법전원을 운영하는가의 문제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전공기초의 내용이 법전원의 피교육자에게 얼마나 공통적으로 교육되는가가 될 것이다.

이처럼 법전원의 핵심교육의 내용을 전공응용에 초점을 맞춘다면, 법전원의 운영은 지역별 거점대학 중심이 아닌 그저 지역별 존치가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게 되고, 법전원의 교육자를 학자와 실무가로 이분하는 한 특정한 학자들이 반드시 교육을 담당할 필요도 없게 된다. 전공응용을 습득하기 위한 기본이 되는 전공기초의 내용은 전공심화처럼 도제적 방식일 필요도 없고, 반드시 특정 연구자의 연구역량이 요구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별 중점대학이 아닌 지역별 중점 교육기관이 설치되고, 그 교육의 내용은 해당 지역 대학들에서 전공기초를 담당하는 교육자들의 순환교육 형태로 운영되면서, 대학의 구성원들이 전공심화에 보다 중점을 두고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함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각 지역별 국립대학에 법전원을 설치하되 국립대학의 법학자들이 법전원의 교육을 전담할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소재하는 대학들의 교육자 또는 학문연구자들이 공통된 커리큘럼과 교육내용을 공유하면서 일정기간을 정하여 순환적으로 이를 법전원의 피교육자들에게 이수시키는 방식이다. 법전원법 제4조도 법전원 설치의 주체를 국립대학의 경우에는 국가, 공립대학의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학교법인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설치․운영하면서 물적 경비를 담당하고, 인적 구성은 지역의 대학구성원들인 법학자들 및 실무가들로 순환충원하는 것이 법률이념이나 현행법에 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순환적 교육방식으로 법전원 교육으로부터 안식년을 가지게 되는 법학자들은 본연의 임무로서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은 법학자에게는 학문연구의 다른 이름이다. 학문후속세대와 법학자는 공통의 목적을 향하는 학문군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법전원은 대학원대학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최상의 교육여건과 최고의 법학자에 의한 교육의 낭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종의 교육 사치이다. 반면에 법전원에서 교육의 사치가 이루어지는 동안 충분히 도제식 교육을 받아야 할 대학원대학의 잠재적 학문후속세대들은 소외되었고,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기회들을 박탈당하였을지도 모른다. 학문후속세대를 어디에 정착시키고 어떠한 역할을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에 앞서 지난 십여 년간 잠재적 학문후속세대에게 정당한 대우를 하였는가를 반성해야 할 시점일 것이다.

4. 전문박사와 학술박사의 차별화

법전원이 가지는 대학원대학과의 차별성은 바로 교육의 내용과 피교육자의 구성에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이념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에 있다(법전원법 제2조 교육이념). 또한 동법 제18조 제1항은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박사학위과정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시행령 제11조는 학위명칭에 관하여, 법 제18조 제1항에 따른 석사학위 및 박사학위는 전문학위로 한다. 다만, 박사학위의 경우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술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법전원 등록자들을 대상으로 전문박사와 학술박사를 모두 배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법전원은 박사과정을 설치하고 일정 학점을 이수한 자에게 전문박사학위나 학술박사학위를 수여한다. 대학원대학을 병행하여 법전원 등록자는 전문박사를, 대학원대학 등록자는 학술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통합하여 모두 학술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 결과 학술박사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학술박사는 학문후속세대를 지칭하는 전형적인 학문군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이미 전문박사와 학술박사의 구분이 없는 학문군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교육학박사이다. 교육학에서 본래 의미로서 Ph.D. in Education과 Ed.D.의 차이는 커리큘럼과 중점교육내용 및 졸업 후의 진로에 있다.18) 가장 중요한 점은 전형적으로 교육학박사(Ph.D. in Education)는 연구와 교육을 지속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 의하여 선택되어지기 때문에 교육자로서의 지식과 학문 전체적 연구의 강화에 중점을 두게 된다. 반면 교육전문박사(Ed.D.)는 교육시스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의 응용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훈련가나 교육행정가로서 교육시스템상의 문제해결에 중점을 두게 된다.19)

그러나 우리나라 학제에서 Ph.D. in Education 과 Ed.D.는 교육과정과 박사학위 수여에 하등의 차이가 없고, 다만 대학에서 어떠한 학위수여를 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만이 남아 있다. 즉, 본래 의미의 두 과정 설치와는 차이가 있는 반면, 두 학위의 질적 차이는 전혀 없다.

이와 견주어 볼 때, 법학학술박사와 법학전문박사의 차이는 연구와 법조시스템의 문제해결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는가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학박사는 소속 및 커리큘럼과 진로 등에서 내용상 차이가 없기 때문에 양 학위 중 선택의 문제로 남겨두었지만, 법학 영역에서 전문박사와 학술박사는 그 소속 및 교육내용 등이 다르므로 양자의 취급은 달리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를 구분하지 않거나 모두 학술박사로 범주화하게 된다면 법전원의 규모에 의하여 학술박사는 정통적인 의미를 법전원의 박사에게 내어주고,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로써 학문후속세대의 쇠퇴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를 일이다.

5. 법조인과 학문후속세대의 관계정립
가. 외국의 법제

학문후속세대와 법조인양성의 관계에 관한 외국의 제도를 살펴보면 몇 가지 형태로 범주화할 수 있다. 첫째, 법과대학이나 법조인양성기관이 엄격하게 구분되지 않은 경우, 즉 소위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법조인양성기관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는 형태에서는 우리나라의 기존의 사법시험제도 하에서의 방식과 유사하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 2002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된 국가통일사법고시제도는 년1회 실시되면서 매년 응시자의 약 10% 내외의 법률종사자를 배출해 왔다. 이후 2018년에는 동 제도가 폐지되고 ‘국가통일법률작업자격고시’제도를 도입하였다. 기존의 제도가 전공과 관련 없이 학사 이상 학위소지자는 모두 사법고시에 응시할 자격을 부여되었지만, 변경제도는 법학전공자와 비전공자를 구분하고, 4년제 대학의 법학전공자는 응시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되지만 비전공자는 법률석사과정을 수료하거나 3년 이상 법률관련 직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자로 제한되었다. 2000년부터 시행되어온 법률석사란 비법학전공 학사학위 소지자들에게 법률실무와 적용을 중심으로 한 교육을 통해 법률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한 특수과정이다.20) 그리고 이와 달리 Ph.D과정은 순수법학전공자들을 위한 과정으로 별도로 개설되어 있고, 이를 통해 학자들을 배출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각 대학은 법학전문대학원 설치대학을 포함하여 일반대학원이 개설되어 있고, 법조인 양성과정과 별개로 순수하게 학문후속세대를 위한 과정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법학과가 학부과정에 개설되어 있지 않고, 로스쿨만이 법학을 수학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학자가 되기 위한 과정은 로스쿨이 필수적이며 대체로 다음의 세 방향이 있다.21) 첫째, 로스쿨에서 우수한 학문성과를 내거나 법학학술지(Law review)의 선임편집장으로 시작하여 명망있는 사법보좌관의 경험 등을 축적하는 방법으로, 가장 고전적 방법이라고 한다. 둘째, 로스쿨 경력에 비중 있는 연구집필경험과 일정한 종류의 사법보좌관 경험 또는 실무경험을 쌓거나 로스쿨 졸업 후 또는 일정한 실무경험 후 학문적 연구로 인정받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앞선 두 방법과 함께 법과 관련성이 있는 분야의 박사학위(Ph.D)를 취득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미국의 경우에는 학자로서의 길이 로스쿨을 배경으로 함이 일반적인 것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판례 중심의 연구를 행하는 미국법제의 특수성을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22) 즉, 법조인 또는 실무경험은 선택적 사항이며, 과거에는 법조실무경험이 학자로서 중요한 배경이 되었지만, 최근에는 박사학위가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셋째, 법조인 자격이 연구자로서 거의 필수적인 경우이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2002년 법조인양성제도 개혁법(Gesetz zur Reform der Juristenausbildung)을 제정하여, 2003년부터 법과대학의 교육기간을 최소 3년반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심화과정을 대학의 책임 하에 개설하여 시험을 주관하게 되었다.23) 사법시험은 1차시험에서는 대학의 자율 하에 심화과정으로서 1편의 논문제출 등으로 최종점수의 30%를 평가하고, 국가시험은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으로서 70%를 평가하도록 이원화되었다.24) 이와 같은 1차 사법시험을 합격하면 실무연수과정으로 진입하기도 하지만, 박사과정으로 진학하여 학문으로서의 법학자로 이행하기도 한다. 독일에서 법학연구자는 대학교수자격심사인 하빌리타치온이나 이를 대체하는 주니어 프로페서 과정25)을 거치게 된다.

나. 학문후속세대는 법조인이어야 하는가?

독일이나 미국의 경우 외견상으로는 학문후속세대로서 연구자의 길을 택하기 위해서는 사법시험이나 이에 준하는 국가시험에의 통과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양자 모두 필수적인 조건은 아니며, 대학교육의 체계와 국가시험과의 관계에서 1차적인 로스쿨 과정의 이수나 1차 사법시험의 통과를 요건으로 할 뿐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외견상 1차 사법시험의 통과를 요구하지만,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는 이는 기본요건일 뿐이고 심화과정은 오히려 우리나라 법과대학에 존치하였었던 졸업논문과도 유사한 형태이다. 반면, 중국이나 일본과 같이 학문후속세대와 법조인의 양성이 분리되는 경우도 있다.

학문후속세대가 되기 위하여 법조인의 자격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2019년부터 서울대는 법전원을 졸업한 변호사나 기존의 사법시험을 합격한 법조인 중에서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여 학문후속세대로 양성할 목적으로 펠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0대 젊은 법조인들을 연구·교육 인력으로 단기간 채용하는 프로그램으로, 법학 분야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 후속세대’(박사 과정을 마친 전문 연구 인력)를 키우는 동시에 로스쿨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를 양성하겠다는 게 서울대 로스쿨의 목표이다.26) 현재 4명의 법조인을 펠로로 선발하였으며, 학문후속세대 및 교육자양성을 목표로 1년간 계약을 통해 연구공간을 제공하고 석박사과정 등록금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여 로스쿨교과목강의 및 법학분야의 연구에 주력하도록 하고 있다.

동 제도의 취지는 현실적인 학문후속세대 양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기존에 독자적인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제도유지 및 인력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반대로 법조인 중에서 학문후속세대를 선발하고자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년 또는 그 이상의 계약기간을 통해 실무가인 법조인이 학문연구자로서 “후속세대”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그 기간이 단기일 뿐만 아니라, 로스쿨교과목 강의는 학문위주가 아닌 법조실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학문적 성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문“후속세대”란 순수하게 법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담보하고 이를 유지하면서, 진정한 법학의 학문적 발전을 스스로의 정체성과 동일시하는 자를 의미한다. 즉, 법조실무와 강의의 병행이 가능한 ‘전천후 능력자’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법조인으로서의 경력이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있겠지만, 법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순수학문의 토대를 전제로 하여야 한다. 그동안 법학의 학문성이 정체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조실무가 법학교육의 중심에 서고, 법조실무가에 의한 교육의 지배가 법학의 학문성을 위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법조실무가에 의한 교육이 학문의 실천성을 담보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함은 물론이다. 현재의 로스쿨 체제는 법조인양성이 주된 또는 유일한 목적이므로, 법학의 현실적응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학문후속세대는 법학의 학문성을 지향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양자의 분리와 학문후속세대 고유의 영역을 인정하고 이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하기 어렵다거나 그 규모가 줄어든다고 하여, 법조실무의 젊은 피를 수혈하여 이를 대체하는 것은 법학의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닐 것이다.

Ⅴ. 본질: 법학(문)의 학문성 회복

19세기 독일의 법학자 키르히만의 “입법자가 세 마디만 고치면 도서관의 모든 법학서적은 휴지로 전락한다.”는 언명은 법학의 학문성을 비판하는 측에서 주로 인용되어 왔다. 이는 객관적이고 영속적인 질서를 확보하는 자연과학과는 달리 법학은 실정법을 전제로 하여 실정법 해석을 통해 실정법에 종속되는 결과, 학문으로서의 객관성을 상실한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법학이 빵을 위한 학문이라고까지 언급되었을 것이다. 물론 빵을 위하지 않는 학문이 어디 있겠느냐만, 유독 법학이 그와 같은 비판의 중심에 선 이유는 학문성에 관한 회의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이후에 키르히만의 법학 비판론 역시 수많은 반박에 부딪쳤다. 예컨대, 민법학자 라렌츠는 법관에 의한 법형성이라는 문구를 통하여 재판이 단순히 주어진 실정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삼단논법의 과정이 아니라 창조적이며 형성적인 행위임을 논박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법학방법론은 법학의 학문성을 찾아 끊임없이 연구되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은 학문의 학문성 회복의 문제이다. 법학의 학문성은 언어의 유래로부터 찾아진다. Greece에서는 자연법칙인 피시스(physis, φύσις)에 대응하여 인간의 행위를 규제하는 규범, 즉 노모스(nomos, υομος) 라고 한다. 이는 ‘나누어주다’라는 의미를 지닌 네모(γεμω)라는 동사에서 유래되었다. 법학의 학문성은 시대의 가치관과 공동체의식을 반영하여 어떠한 것이 공평한가, 그리하여 무엇이 정의인가를 끊임없이 탐구하는데 본질이 있다. 그것이 실무적 입장에서는 공평한 분배의 실천에 있겠지만, 그에 앞서 무엇이 공평한가, 공동체정신에 부합하는 나눔이란 무엇인가의 연구는 여전히 법학의 학문으로서의 과제이며, 학문후속세대의 임무이다. 즉, 법의 기계적 해석이라는 비판으로부터 벗어나 법학의 학문성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더욱이 한국에서 법학은 학문성을 찾아야 할 뿐만 아니라 한국법학의 독자성까지도 탐구해야 할 업보(?)가 있다. 한국법학의 독자성의 문제는 한국법학이 늘 계수법학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점으로부터 비롯된다. 물론 독일법학도 독일 고유의 것이 아니라 로마법학의 계수라고 한다면 고유의 것을 찾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우선 반문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 법학이 자본주의의 도입과 동시에 현대화된 실정법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무엇이 독자성인가를 논하기가 더욱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독자성보다는 우수성 또는 더 나은 법학을 향해 진전하는 것이 법학의 학문성을 찾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와 같은 법학의 학문성을 찾고 연구하는 중심에는 대학원대학이 그 위치를 굳건히 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학원대학이 건실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부대학을 중심으로 한, 좋은 씨앗들의 유입이 기본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학부대학의 교양법학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비전공자를 예정한 법전원에서 전공기초와 전공응용을 동시에 담당하면서, 전공심화에 주력하여야 할 법학자들에게 그와 같은 영역을 일임시키면서 교육체계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정상적인 교육체계를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은 분담을 통해 각 교육기관의 역할과 위상을 정립한다면, 법학의 학문성을 지속하면서 그 계보를 이어나갈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이 가능해 질 것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법전원의 확보나 그 위상이 아니다. 이는 법학의 학문성을 지속함에 있어서 삼분의 일의 영역만 차지할 뿐이지 전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전원으로 인하여 학부대학의 전공기초가 폐지되고 대학원 대학이 법전원에 흡수통합되어 가는 방식으로 전문성과 학문성을 잃어가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법학자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각주(Footnotes)

1) 박균성, “법학교육 상생방안”, 경희법학 제50권 제4호,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 2015; 송상현, “세계적 관점에서 본 법학교육이 추세와 법학전문대학원-나라의 장래에 법학이 담당해야 할 역할”, 서울대학교 법학 제45권 제2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2004/6; 신정규, “시간강사의 시각에서 발본 한국의 법학각문후속세대 양성의 현황과 과제”, 법학논고 제60집,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7/10; 최병조, “법학 학문후속세대 양성 방안”, 서울대학교 법학 제47권 제4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2006/12; 최호진, “비로스쿨의 법학교육과 학문후속세대 양서의 현황과 문제점”, 법학논고 제60집,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7/10 등.

3) 심헌섭, 분석과 비판의 법철학, 법문사, 2001. 207면.

4) 오세혁, “법학방법론”, 법철학연구 제11권 제2호, 한국법철학회, 2008, 228면. 우리나라 법학방법론의 현대적 전개과정에 관하여는 본 논문을 참조.

5) 김학태, “법학방법론의 역사적 발전과 법학교육의 미래”, 법철학연구 제9권 제2호, 한국법철학회, 2006, 106면.

6) 김학태, 앞의 논문, 106-107면. 동 논문은 법전원중심의 법학교육에서 법철학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문구를 사용하였지만, 여기에서는 법철학뿐만 아니라 학문으로서의 법학의 필요성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인용하고자 한다.

7) http://www.abeek.or.kr/intro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인용.

9) 이렇게 언급함은 활동이 전공응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다.

10) 물론 지난 10여년간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고시생들이 법전원으로 유입되었기 때문에 법학과 출신의 입학자가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시생을 제외한 법학과 출신의 입학자가 급격히 감소한다는 점은 2009년 법전원 소재 대학의 법학과 폐지가 주된 이유일 것이다. 더 이상 법학과 출신은 소위 주요 대학출신이 아니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11) 정혜진/양정모/오영삼, “인문사회분야 개별 연구자의 성과 요인 분석: 학문후속세대사업과 일반연구자지원사업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와 행정연구 제29권 제3호, 서울행정학회, 2018, 421-422면. 

12) 최병조, “법학학문후속세대 양성 방안”, 서울대학교 법학 제47건 제4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2006, 100면.

13) 김배원, “공법학 학문후속세대 양성방안-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와 공법학 학문후속세대 양성방안을 중심으로”, 공법연구 제36권 제1호, 2007/10, 238면.

14) 김배원, 앞의 논문, 237면.

15) 임지봉, “미국의 법학교육과 법률가 양성제도”, 고시계 558호, 2003/8, 5면 이하.

16) 왕상한, “미국 법과대학 학제 및 변호사 시험제도 등에 관한 이해와 평가”, 서강법학연구 제2권, 서학대학교 법학연구소, 2000, 193면 이하.

17) 강태수,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학위과정의 운영과 문제”, 경희법학 제39권 제3호, 경희대학교 법학연구소, 2005, 19면 이하.

20) 이는 우리의 로스쿨법제와 유사하지만, 법학전공자들은 4년의 학부이수로 당연히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1) 최정희, “미국 로스쿨 체제 하에서의 학문후속세대 양성의 현황과 시사점”, 법학논고 제60집, 경국대학교 법학연구원, 2017/10, 63면 이하 참조.

22) 최정희, 앞의 논문 66면 이하에서는 최근에는 주요 로크쿨에서의 교수채용이 Ph.D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3) 홍선기, “독일 법조인 양성제도의 최근 현황과 대한민국의 대안”, 법학논총 제28권 제1호, 국민대학교 법학연구소, 2015, 125-126면.

24) 홍선기, 앞의 논문, 128면의 표를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내용 기간
법과대학 법학수업 최소4년(연방평균 약 5.5년)
고시 제1차 사법국가고시 응시기회 2회
사법연수 시보과정 2년
고시 제2차 사법국가고시 응시기회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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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이는 2002년 독일대학법(Hochschulrahmensgesetz)의 제5차 전문개정에 의하여 도입된 과정이다. 박사과정에서 탁월한 성적을 갖춘 학자에게 앞선 하빌리타치온 과정 없이 대학에서의 독자적인 연구와 강의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는 계약직의 형태로서 운영되지만 평가가 좋은 경우 종신직 교수로 임용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허황, “독일에서의 법학 학문후속세대와 법학교수 양성 체계”, 법학논고 제58집, 경북대학교 법학연구원, 2017/4, 76-7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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