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

재량준칙의 본질에 관한 연구*

김용욱 **
Yong-wook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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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부감사관, 법학박사, 변호사
**Board of Audit and Inspection, Doctor of Law, La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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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Oct 10, 2020; Revised: Oct 27, 2020; Accepted: Oct 27, 2020

Published Online: Oct 31, 2020

국문초록

독일법을 계수한 우리나라에서는 행정규칙 형식의 재량준칙을 위반하여도 당해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보아 온 것이 기존에 통설과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관념은 독일 및 우리나라에서 행정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아 왔고, 행정규칙 형식의 재량준칙에 대해 ‘자기구속설’이나 ‘직접적 외부효설’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논의의 전제로, 법규와 비법규로 구분되는 ‘법형식’의 문제와 외부법과 내부법으로 구분되는 ‘법실질’의 문제를 분리하여 고찰할 필요가 있는바, 법규는 외부법을, 비법규는 내부법을 규율함이 원칙이다. 그러나 독일법을 계수한 우리나라에서는 ‘재량준칙’ 혹은 ‘외부적 재량준칙’이 외부법의 실질을 가짐에도 행정편의상 이유로 말미암아 이를 행정규칙으로 규정해온 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었고, 이러한 법형식 선택의 어긋남이 문제가 됨을 모른 채 행정규칙의 자기구속설이나 직접적 외부효설이 주장되고 있는 것이다.

19세기 독일의 입헌주의 하에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법치주의에서 시작한 행정규칙(재량준칙)론은 법원의 규범통제의 대상이 되는 것을 회피하고자 최대한 재판규범성이 없는 행정입법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변질되었는바, 이는 외부적 재량준칙이 행정규칙의 법형식으로 규정되기 시작한 단초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재량준칙은 행정청의 재량영역에서 외부적인 행정결정을 하기 위한 최종적인 기준이 되고 공무원에 의한 당해 준칙의 적용 및 행정처분의 발급을 매개로 국민 등 외부에 직접적인 효력을 끼치므로 내부법이 아닌 외부법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도 이제는 재량준칙의 본질을 외부법으로 보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판단된다. 사실, 행정규칙의 자기구속설이나 직접적 외부효설도 재량준칙이 외부효를 가짐을 핵심 근거로 하는 것이다.

재량준칙이 법규의 형식으로 규정된 경우, 그 실질과 형식이 모두 법규로 일치하는 완전한 의미의 법규로 보아야 한다. 결국 재량준칙의 핵심논의는 재량준칙이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규정된 경우 즉, 기존의 ‘법령보충적 행정규칙’ 논의로 귀결되는바 이는 헌법이 상정한 입법형식이 아니므로 허용되지 않음이 원칙이다. 그러나 기왕에 행정규칙 형식으로 재량준칙을 정하였다면 그 효력을 인정하되 다만, 준칙을 준수한 행위의 적법성 추정력 및 입증책임 전환의 효력으로 봄이 타당하다.

Abstract

In Korea, where German law is counted, it has been considered that the administrative acts are not illegal even if it violate the discretionary rules in the form of administrative directives. But today this view is being criticized a lot.

First of all, the problem of 'form' divided into regulations and directives and the problem of 'substantial' divided into external and internal laws should be considered separately. In principle, regulations govern external laws, and directives govern internal laws. However, in Korea, even though the so-called 'discretion rule' or 'external discretion rule' has the substance of an external law, for reasons of administrative convenience, it has been defined as an administrative directive, and it has become the root of all problems. Without knowing that problom, the theory of self-restraint or external efficacy of the administrative directives is being argued.

Under the constitutionalism of Germany in the 19th century, the theory of discretionary rule, which started from the ‘rule of law’ to protect the fundamental rights of the people, has become a way to expand the scope of administrative legislation to avoid being subject to Normenkontrolle of the courts. This has provided a rationale for the external discretionary rules to begin to be regulated in the form of administrative directives.

However, discretionary rules are not internal laws, but external laws, as they become the final standard for external administrative decisions in the area of discretion of the administrative agency, and have direct effect on the public through the application of the rules and issuance of administrative dispositions by public officials. Supreme Court precedents are now more inclined to view the nature of discretionary rules as external laws. In fact, the theory of self-restraint or external effect of administrative directives is also based on the fact that discretionary rules have external effects.

If the discretionary rule is defined in the form of a regulation, both substance and form will be consistent. In the end, the core discussion of the discretionary rule comes down to the case where the discretionary rule is defined in the form of an administrative directive, which is not allowed because it is not a legislative form proposed by the Constitution. However, if discretionary rules were previously established in the form of administrative directives, the effect is recognized, but only has the effect of presuming the illegality of the violation and converting the burden of proof.

Keywords: 재량준칙; 법규; 법규명령; 행정규칙; 내부법
Keywords: Discretionary Rules; Regulations; Rules; Administrative Directives; Internal Laws

I. 서론

독일법을 계수한 우리나라에서는 행정규칙 형식의 재량준칙을 위반하여도 당해 행위는 위법하지 않다고 보아 온 것이 기존에 통설과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관념은 독일과 우리나라 모두에서 행정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고, 행정규칙 형식의 재량준칙에 대해 ‘자기구속설’이나 ‘직접적 외부효설’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논의의 전제로, 법규와 비법규로 구분되는 ‘법형식’의 문제와 외부법과 내부법으로 구분되는 ‘법실질’의 문제를 분리하여 고찰할 필요가 있는바, 법규는 외부법을, 비법규는 내부법을 규율함이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독일법을 계수한 가운데 ‘재량준칙’ 혹은 ‘외부적 재량준칙’이 외부법의 실질을 가짐에도 행정편의 등 여러 이유로 말미암아 이를 행정규칙으로 규정해온 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었고, 이러한 법형식 선택의 어긋남이 문제가 됨을 모른 채 행정규칙의 자기구속설이나 직접적 외부효설이 주장되고 있는 것이다.

본고는 독일에서 발전되어 온 재량준칙론에 대한 검토를 통해 그 본질이 내부법이 아닌 외부법의 실질임을 논증하고자 한다. 이를 토대로 외부적 재량준칙이 법규의 형식으로 규정된 경우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규정된 경우를 구분하여 그 위반행위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도 논의하고자 한다.

Ⅱ. 논의의 전제

1. 법규성 개념

‘법률’과 ‘법규명령’을 합한 의미로서의 法規(Rechtssatz)는 통상 국가와 국민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성문의 일반적·추상적 규범으로1) 국민에 대해 직접적인 법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바, 이를 法規性이라고 한다.2) 이중 法規命令(Rechtsverordnung)이란 행정권이 정립한 일반적·추상적 규범 중에서 국가와 국민 모두를 직접 규율할 수 있는 법형식을 말한다. 실무상 시행령(대통령령) 및 시행규칙(총리령·부령)이 이에 해당한다.

이에 반해 非法規에 해당하는 行政規則(Verwaltungsvorschriften)이란 행정조직 내부에서 ① 조직의 구성, ② 권한·사무의 배분(Geschaeftsordnung), ③ 행정사무의 처리절차, ④ 재량준칙 등과 같은 행정사무 처리기준, ⑤ 특별행정법관계에서의 特別命令(Sonderverordnung), ⑥ 법령해석준칙 등을 규율하는 그 기능과 필요성에 따라 다양한 유형으로 만들어지는 일반적·추상적 규범을 말하며, 이는 국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된 사항은 규율할 수 없는 법형식이다. 즉, 행정기관이 제정하는 일반적·추상적 규율들 가운데 일반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으나 행정내부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형식을 총칭하여 행정규칙으로 지칭하였던 것이다.3) 실무상 훈령·예규·고시·지침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법규성 개념의 정립 근거는 바로 法治主義(議會主義)이다. 이는 법률만이 법규창조력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헌법적으로는 법률유보원칙을 의미하는 것인바, 국민의 기본권 수호와 직접적인 관련을 갖기에 헌법본질적인 가치를 갖는다. 그러기에 전통적으로 법률과 무관하게 제정되어 온 행정조직 내부적인 효력을 가짐에 불과한 내부법으로서의 행정규칙은 법규성을 가질 수 없다고 평가된 것이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었다. 그러나 현대행정의 복잡다기화, 전문화, 행정현실의 급격한 변화 및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행정입법에 대한 위임입법의 법리를 통한 중간적 영역이 발생하였던 것이고 오늘날 하나의 통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원칙적으로 헌법상 창조형식인 법규명령에 대한 위임입법이었고 행정규칙에 대한 위임입법은 당초의 위임입법론이 예정한 모습이 아니었다. 행정규칙은 내부법으로서의 법형상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결국, 전통적인 법규개념에 의하면 법규와 비법규(행정규칙)의 핵심 차이점은 그 효력이 미치는 範圍가 다르다는 것이다. 법규는 국가 등 행정주체 내부에서뿐만 아니라 행정객체인 국민 등 그밖에 법인격주체에까지도 직접적 효력을 미칠 수 있는 권능을 가지는 반면, 비법규는 행정주체 내부를 초월한 국민에까지 효력을 미치는 권능을 갖지는 못한다.4) 법규와 행정규칙을 별개의 형식으로 구분하여 존립시키는 가장 큰 취지는 당해 규범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 등에 따라 당해 규범 제정의 주체·형식·절차·내용 등을 다르게 함으로써 법치주의와 민주적 정당성 및 권력분립원칙이라는 헌법원칙의 준수 하에, 행정효율성을 높인다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함이다. 이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와 관련된 헌법 본질적인 부분이므로 현실 변화 등의 사정만으로 법규범의 구분형식을 경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2. 외부법과 내부법
가. 외부법과 내부법의 개념 및 구분기준

外部法은 국가 등 행정주체와 행정객체인 국민, 그밖에 법인격주체들 간의 外部的 法律關係를 규율하는 법으로 行政作用法적 성질을 가진다. 반면, 內部法은 국가 등 행정주체의 내부관계 즉, 행정기관과 공무원 등 조직 내부의 상태와 같은 內部的 法律關係를 규율하는 법으로 行政組織法적 성질을 가진다. 행정주체의 조직내부분야에 있어서는 특별한 규율과 법형태가 지침 등 행정규칙이나 직무명령의 형태로 존재하게 되는바, 이것이 바로 내부법의 일반적인 모습이다.5)

실정행정법상 조문형식을 보면 ‘행정주체, 행정청 내지 공무원은 ∼한 경우 ∼하여야 한다’ 내지는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등 당해 법규범의 受範者가 국가 등 행정주체, 그 기관 내지 공무원인 경우가 절대다수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듯 ‘당해 규범의 수범자가 국민이 아닌 행정주체 등이라는 특성’은 모든 행정법규범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속성이라 할 수 있으므로 당해 행정법을 외부법과 대조되는 내부법으로 구분지을만한 특징적인 요소라 할 수 없다.

내부법과 외부법 구분의 핵심 징표는 당해 규범의 효력이 미치는 範圍와 관련된 것인바, 내부법은 그 효력 범위가 국민의 법적 지위에까지는 직접 미치지 않고 행정조직 내부적으로 한정되며, 외부효과를 배제한 내부효과 혹은 간접적인 외부효과만을 가진다는 점이다. 반면, 외부법은 국민의 법적 지위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바, 최종적이고 직접적인 외부효과를 가지는 행정작용의 내용을 직접 재단하고 그 효력에 직접 영향을 준다. 이는 법규와 비법규 간의 실질적인 구분 징표와 동일하므로 외부법은 법규로, 내부법은 비법규로 매칭되도록 함이 적절하다.

내부법도 외부법과 마찬가지로 內部節次法과 內部實體法으로 구분될 수 있는바, 내부절차법은 행정주체 등에게 외부의 국민이나 사인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행정조직 내부적인 절차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내부실체법은 행정주체 등에게 실체적 판단 과정에 있어 어떠한 판단기준 등을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면서, 최종적이고 직접적인 외부효과를 재단할만한 의무가 아닌, 그 이전단계에서 간접적 혹은 중간적으로 외부효과를 가지는 것에 불과한 내부적 실체행위에 대한 판단기준 등을 준수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 따위이다.6) 그렇다면 행정법제를 그 실질을 기준으로 구분하면 외부실체법·내부실체법·외부절차법·내부절차법 4가지로 구분되는바, 본고에서는 절차법보다는 실체법상 문제만을 중점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나. 외부실체법과 내부실체법의 구분

행정행위의 실체상 하자란 행정행위의 실체적 내용에 관한 하자를 말한다.7) 행정행위의 실체적 내용은 헌법이나 행정법의 일반원칙 등 불문법규범과, 헌법을 비롯한 국가계약법 등 성문법규범을 포함한 모든 실체법규범에 위반됨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행정법규범이 행정주체 등이 행하는 최종적이고 외부적인 행정작용(행정결정, 행정행위)에 대한 실체적 판단·결정의 準則으로 기능한다면 통상 實體法에 해당한다고 본다.

실체법은 다시 외부실체법과 내부실체법으로 구분되는바, 外部實體法이란 어떠한 판단·결정의 준칙이 최종적이고 외부적인 행정작용의 실체적 내용을 직접적으로 재단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內部實體法이란 동일한 행정목적을 지향하는 일련의 단계적 절차 중 최종적인 행정결정에 도달하기 이전의 중간단계인 내부행위에 대한 판단·결정의 준칙적 기능에 한정되는 것을 말하는바, 이는 간접적으로나마 최종적인 행정결정에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내부실체법의 대표적인 예로는, 조달계약법제에서 예정가격 산정행위나 낙찰자결정방법 결정행위, 재정법제에서 예산편성행위 등을 상정해볼 수 있다.

결국, 외부준칙(외부실체법)과 내부준칙(내부실체법)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외부준칙은 주로 행정객체인 국민을 상대방으로 하여 직접적인 외부효과를 발생시키지만, 내부준칙은 주로 그 이전의 단계에서 행정조직 내부적인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그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부효과는 외부효과의 전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종적인 행정작용이 재량행위라면 이에 대한 판단·결정의 준칙으로서 실체법은 그것이 외부실체법이든 내부실체법이든 간에 裁量準則 혹은 이와 유사한 부류가 되는바, 본고에서는 외부실체법을 外部的 裁量準則으로, 내부실체법을 內部的 裁量準則으로 명명하기로 한다.

3. 법규이면 외부법이고, 비법규(행정규칙)이면 내부법인가

위 법규성(형식) 및 외부법·내부법(실질) 개념을 토대로 한다면 국민의 법적 지위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외부법은 법규 형식으로, 그렇지 않은 내부법은 행정규칙 형식으로 매칭되어야 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바와 같이 내부법은 이를 규정하고 있는 법형식이 행정규칙 형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법규 형식인 경우도 있는바, 이는 『헌법』상 ‘행정조직 및 행정권한의 법정주의’에서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역으로 국민을 직접적으로 규율하는 외부법임에도 법규가 아닌 행정규칙 형식으로 제정된 경우는 더 많다. 즉, 실무상으로는 ‘외부법(실질) = 법규(형식)’, ‘내부법(실질) = 비법규(형식)’라는 도식이 일률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므로 이를 동의어로 보는 것은 약간의 오류를 발생시킨다. 이론상으로는 이를 매칭되도록 법규범을 제정함이 마땅한데도, 독일법을 계수한 가운데 여러 현실적 사정으로 말미암아 부득이 등식의 관계가 아니게 형성되어 온 것이다. 이하, 우리의 행정규칙을 실질적으로 분류해본다.

4. 행정규칙의 종류

행정규칙 중 행정의 내부조직에 관한 규율을 하는 조직규칙이나,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의 근무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기 위하여 발하는 근무규칙은 내부법의 전형인바, 내부실체법 보다는 내부절차법에 관한 사항이 더 핵심이 된다.

이에 반해, 규범해석적 행정규칙,8) 재량준칙,9) 법률대체적 행정규칙10) 등으로 구성되는 작용규칙은 내부적 작용규칙과 외부적 작용규칙으로 구분되는바, ‘내부적 작용규칙’은 주로 내부실체법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고, ‘외부적 작용규칙’은 행정청의 재량이나 판단여지에 대한 해석권한에 의거하여 종국적으로는 재량처분으로 직접 귀결되므로 그 실질은 내부법이 아닌 ‘외부법’이고 ‘외부실체법’에 해당한다. 따라서 외부적 재량준칙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련이 된다면 법률이나 법규명령 등 법규의 형식으로 제정되어야 하고, 내부적 재량준칙은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제정되어야 함은 앞서 살펴보았다. 이하, 외부적 재량준칙의 본질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Ⅲ. 외부적 재량준칙의 본질

1. 독일 행정규칙론(재량준칙론)의 변천
가. 행정규칙론(재량준칙론)의 발단 및 왜곡된 잔존

그간 행정규칙의 법규성이 부인되어온 주된 논거는 19세기 독일의 입헌주의(입헌군주제)적 사고에 따라 의회의 입법권은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한 사항 및 법주체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것에 한정된다는 인식하에 행정내부적 사항에 대해서는 법이 침투할 수 없는 非法律的 事項(Nicht-Recht)으로 인식해온 까닭이다.11) P. Laband가 법이론적 근거로서 不侵透說(Impermeabilitätslehre)을 제시하였는바, 이에 따라 국가 내부영역은 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관념 하에 행정규칙은 법규가 아니게 된 것이다.12) 동시에, 당시 군주로 대변되는 행정부의 독립된 규범정립권의 남용을 막기 위해 法治主義가 강조되었고, 이는 G. Jellinek에 의해 헌법과 법률에 근거를 둔 법규명령과 그렇지 않은 행정규칙으로 구분되는 결과를 낳았다.13) 이렇게 법규와 행정규칙 간의 구분은 확고화되었고, 여기에 O. Mayer에 의해 창시된 特別權力關係論은 행정규칙에는 일반권력관계와 같은 일반적 통용이 결여되었다고 하여 국가의 내부영역과 외부영역간의 구분 및 행정규칙의 비법규성에 근거를 제공하였다.14)

이렇듯 당초에 독일 행정규칙론의 시작은 법치주의에 근거한 법률유보(의회유보)로 시작하여 지극히 헌법정신에 합치되었으나, 이는 오늘날 행정규칙이 법적 평가면에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할 만한 정당화 근거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행정법의 대표적인 법형식인 행정규칙의 수범자는 국민이 아닌 행정주체나 그 기관인 경우가 원칙적인 모습이므로 행정규칙 무용론은 기본권 보호를 위한 헌법정신과는 관련성이 미약하고, 오히려 행정규칙을 엄격히 적용할 때만이 기본권 보호에 기여할 가능성이 더욱 클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규칙의 법적 구속력을 부인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행정규칙만으로 국민에 대해 어떠한 침익적인 효력(외부법적 사항)을 직접 정할 때 만이다.

나. 자기구속설과 이에 대한 비판

재량준칙(Ermessensrichtlinie)을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정한 경우의 법적 효력 문제에 관해, 전통적 통설인 비법규설은 재량준칙이 내부법이라는 기존의 틀을 고수하면서 이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행정현실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소위 自己拘束說(Selbstbindungslehre)을 고안하였다. H. Maurer는 외부효와 내부효 간 구분의 유지에도 불구하고 행정현실에서는 행정규칙에 대해 다양한 외부효가 인정되는데, 행정규칙은 지속적인 적용을 통해서 동일한 행정실무를 정립시킬 것이고 이를 통해 행정은 스스로 행정규칙에 구속된다고 하였다. 행정은 평등원칙에 따라 동일한 상황을 이유 없이 달리 대우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15)

그러나 자기구속설은 행정규칙이라는 법형식에 대한 왜곡된 잔재로 말미암아 발생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며, 차선의 이론이 같은 목적을 향해 가면서 결국 돌아가는 꼴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독일에서 강하게 공격받고 있는 실정이다. 행정규칙에 근거한 행정실무는 그것이 첫 번째 사례라도 당연히 행정규칙 그 자체로 예측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기구속설은 어찌 보면 행정규칙의 일반적 외부효를 인정할만한 강력한 근거가 되는 것이지,16) 법규성을 대체할만한 차선책으로 보기에는 억지로 끼워 맞추기 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아가, 행정규칙으로 명해진 공무원에 대한 직무의무위반이 직무책임을 발생시키는 것처럼 자기구속설은 내부영역과 외부영역을 법적으로 상호 연계시키는 셈이 되어, 결국 자신의 핵심 전제인 내부법과 외부법의 이원주의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모순을 내포하게 된다.

다. 직접적 외부효설

오늘날 독일에서는 헌법이나 법률에 의해 제정형식이 정해져 있는 법규명령 이외에 행정기관이 제정하는 행정내부적 규율(Verwaltungsinterna) 전부에 대해 외부적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다고 한다.17) F. Ossenbühl은 과학기술시대에서 법으로 대치 불가능한 기술의 발전, 법의 작용능력에 대한 의심, 과학기술적 판단의 근원적 한계 등으로 인해 입법자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였고, 당연히 입법의 무게중심이 의회가 제정하는 법률에서 법규명령과 그 하위의 행정규칙의 차원으로 이동했다고 하면서, 행정에 의한 법규율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을 정면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18) K. Vogel은 행정규칙을 행정부 본래의 고유한 규율권(Regelungsgewalt)의 표현으로 보았다. 그는 행정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면 시민은 지침에 따라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하였다.19) W. Krebs는 ‘본질성설’의 이면(Kehrseite)에 의거하여 외부효를 주장하였는데,20)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본질성설21)에 따르는 경우를 전제로 비본질적 영역에서의 규율을 발하기 위한 행정의 고유한 기능영역을 인정하였다. 본질성론에 따르면 법률유보의 분야를 세 개로 나누어, 최고로 본질적인 사항은 의회입법자의 전속적 규율을 필요로 하고, 중간정도로 본질적인 사항은 법률상의 명령제정권자도 규율할 수 있으며, 비본질적인 사항은 법률유보원칙의 적용대상이 아니기에 법령상 위임없이도 행정이 규율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외부효적 행정규칙으로 비본질적인 사항을 규율하는 것이 헌법에 의해서 거부되지 않는다고 하였다.22) 이 역시 궁극적으로 행정권은 특정 분야에서 고유한 입법권을 갖는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특히 H. D. Horn에 의해서 계승되었는데, 그는 본질성설의 영역 밖에서 행정권은 법률과 관계없는 법규범정립권을 갖는다고 하였다.23) E. Schmidt-Aßmann도 독일기본법 제80조에 관해 통설이 전개한 엄격한 위임입법의 구속으로부터 행정명령권을 독립시키려고 하는 입장을 취하였다. 그는 행정규칙의 외부효를 위해 기본적으로 법률상 근거를 요구하긴 하나, 독일기본법 제84조 제2항, 제85조 제2항, 제108조 제7항상의 광범위한 권한부여로 충분하다고 보고, 이를 넘어선 수권은 필요하지 않다고 하였다.24) 또한 A. Leisner는 헌법상 위임입법을 예시적으로 본 것에서 나아가, 행정규칙의 직접적 외부효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음을 근거로 하였다.25) 독일연방헌법재판소도 법률에 의해 재량권이 부여된 영역에서 재량권행사의 지침적 규율에 대해 직접적 외부효를 인정하였는바, ‘조세산정기준’을 정한 지침에 대해 독자적 법원성을 인정한 것 등이 그 예이다.26)

독일의 직접적 외부효설은 행정규칙이 평등원칙이나 자기구속 없이도 원천적으로 외부효를 가질 수 있다고 본 것인데, 행정부는 그의 권한범위 내에서 하나의 원천적인 입법권을 가지는바 이는 행정규칙으로 표현된 행정의 의사행위(Willensakt der Verwaltung)라는 점을 근거로 한다. 이러한 범위에서 제정된 행정규칙은 원천적인 외부효를 가진 집행권(Administrativrecht) 혹은 독립적인 규율권(selbständiges Administrativrecht)으로 묘사된다.27) 즉, 행정규칙의 정립을 통한 일반적 재량권의 행사는 개별사건에서의 재량결정과 동일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견해는 행정규칙을 단순한 내부법으로 보는 전통적인 관념과 자기구속을 통해 생겨난 사실적·법적 결과 간에는 모순이 존재한다고 통설과 판례를 비판하면서, 법률은 불완전하며 보충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전제로 행정규칙 중 법률보충기능을 하는 유형인 재량준칙이나 판단기준 등은 직접적인 외부효가 인정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 유력한 견해는 規範具體化 行政規則(normkonkretisierende Verwaltungsvorschriften)28)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면서 견고하게 다져져 독일연방행정법원 및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해 확인되기에 이르렀다. 독일에서 규범구체화 행정규칙은 일반 행정규칙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하나의 법규로 인정되는 것으로 재량준칙과는 다른 판단여지의 영역임을 근거로 하는바, 필자가 보기에는 결국 재량권과 판단여지의 기준을 법적 효력에 있어 하나의 동일한 흐름으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유럽법원(ECJ, EuGH)에 의해 제동이 걸린 까닭에 독일 판례는 다시 법규명령 중심의 관점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평가된다.29) 한편, 직접적 외부효설에 따르더라도 재량준칙을 제외한 조직규칙이나 근무규칙에 대해서는 대체로 외부효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경향이다.30)31)

2. (외부적) 재량준칙의 본질

결국 이러한 독일에서의 논의는 재량준칙을 행정규칙으로 정하였을 경우 발생하게 되는 행정현실 및 행정실무상 난관에 직면함에 따라 발생한 것인바, 아무리 행정규칙으로 정해졌더라도 재량준칙이 실제 적용됨에 있어 그 외부법적 본성을 숨길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재량준칙은 외부적 재량준칙과 내부적 재량준칙으로 나눌 수 있고, 외부적 재량준칙은 외부법적 실질이므로 법률이나 법규명령의 형식으로 제정되어야 할 것이나, 행정편의성 등 여러 현실적 이유로 말미암아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제정된 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 생각한다. 독일 행정규칙(재량준칙)론은 19세기 초 형식적 법치주의 하에서 사법부와 입법부로부터 행정권의 자유로운 영역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 법규범이 대외적 효력이 있으면 법원의 규범통제 대상이 되므로 재판규범성이 없는 행정입법의 영역을 최대한 확장하려 했기 때문이다.32)

사실, 재량준칙의 본질은 행정조직 내부적인 사항에 대한 규율이라는 점과 함께, 법률에 의해 수여된 행정청 등의 고유한 집행권능은 집행에 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규율권능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행정의 재량 혹은 판단여지가 인정되면 행정은 그에 결부된 개별사안에서의 최종결정권한 뿐만 아니라 일반적·추상적 규정에 대한 결정권한도 가진다고 보아야 하는바,33) 이는 하나의 ‘집행기준’을 의미하는 것이다. 행정청이 법률에 의해 재량권을 수여받았다면 그 한계 범위 내에서는 당연히 재량권 집행의 기준을 최종적으로 설정할 권한을 가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행정에 집행권을 부여한 법률에 그 구체화 권한이 이미 내재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동일한 입장이다.34)

문제는 그러한 재량준칙으로 내부적 재량준칙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대해 직접 영향을 끼치는 외부적 재량준칙도 있다는 점이다. 외부적 재량준칙은 수범자인 행정청이나 공무원이 국민에 대해 법을 집행함에 있어 직접적인 기준이 되는 내용으로, 결국 행정청 등은 이를 통해 국민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결정하게 되는 것인바, 외부분야의 집행업무를 국민을 상대로 어떻게 수행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즉, 외부적 재량준칙은 행정청 등의 적용 및 행정처분의 발급을 매개로 외부효를 가지게 된다.35) 이러한 내용은 외부적 재량준칙에 대해 그 실질이 외부법규임을 도출하고, 따라서 법률이나 법규명령의 형식으로 제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大法院 判例는 외부적 재량준칙도 그 실질을 내부법적 속성으로 보고 있으나,36) 동시에 “어떠한 처분의 근거나 법적인 효과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행정규칙의 내부적 구속력에 의하여 상대방에게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적인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그 상대방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면 이 경우에도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거나,37)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에 근거한 ‘감면불인정통지’도 행정처분으로 보는 등38) 외부적 재량준칙의 실질을 외부법적 속성으로 본 판시도 다수 존재한다.

한편, 大法院과39) 憲法裁判所가40) 행정청이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규정된 재량준칙을 위반한 경우에도 ‘법령보충적 행정규칙’ 또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인 ‘평등원칙’ 및 ‘행정의 자기구속의 법리’나 ‘신뢰보호의 원칙’ 등을 근거로 당해 행위를 위법하게 평가하는 관행은, 독일의 영향을 받아 재량준칙을 재판규범성이 없는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규정하는 기존의 틀을 고수하면서도, 재량준칙을 따를 수밖에 없고 이를 위반할 시 위법하다고 보는 실무관행을 토대로 자연적으로 기존 관념과 어긋나게 이론이 정립된 것이다.

또한, 재량준칙은 국민에게 행정의 세부기준을 제시하여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고, 행정의 일관성을 보장하며,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그 위반이 행위의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기존의 대법원 입장은 오히려 재량준칙의 존재취지 및 행정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재량준칙은 행정청 스스로가 자신의 재량을 통제하는 준칙을 정립한 것이므로, 스스로가 그것을 폐지하기 전까지는 그 적용을 임의로 배제할 수 없다.41) 왜냐하면 그것은 외부적으로 신뢰를 형성하기 때문이다.42) 더군다나, 그러한 행정기준이 공표되었다면 국민에 대한 신뢰의 강도는 더욱 견고해진다.43)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서,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완전히 순수한 의미로서 행정의 재량권한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행정의 전문가 집단은 스스로 만든 규율에 지배되어야 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을 수혜자로 만들기 위한 최선의 조치이다. 그리고 만약 시대의 흐름이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 또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판단기준 등이 바뀔 필요가 있다면 그때마다 기준 자체를 바꾸어야 될 일이지, 원천적으로 그러한 기준이 법적으로 무용하다고 해서는 안될 일이다.

3. 외부적 재량준칙을 법규의 형식으로 규정한 경우
가. 기존의 학설, 判例

이에 관한 기존의 논의는 거의 외부적 재량준칙에 관한 것인바, 종래 ‘법규명령 형식의 재량준칙’ 혹은 ‘법규명령 형식의 행정규칙’이라는 논제 하에 형성되어온 학설상 논의를 보면, 실질적인 관점에서 본 行政規則說,44) 형식적인 관점에서 본 法規命令說(다수설),45) 국가기관의 하나인 사법부 역시 법규가 지닌 일반적 구속력에 구속을 받아야 함에도 부령의 법규성을 부인해온 대법원 입장은 헌법의 수권에 의한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헌법위반이라는 견해,46) 법률의 수권에 근거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으로 정하였으면 법규명령이고, 법률의 수권 없이 제정된 대통령령·총리령·부령으로 정하였으면 행정규칙이라는 授權與否基準說47) 등이 있다.

大法院 判例는 상위법의 위임이 있더라도 총리령·부령으로 정한 행정처분의 기준은 행정규칙으로 판시하였다.48) 그러나, 대통령령으로 정한 행정처분의 기준은 법규명령으로 보면서, 그 기준이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형식이므로 재량의 여지가 없다고 판시한 경우도 있고,49) 단지 처분의 ‘최고한도액’이라고 판시한 경우도 있다.50)

그러나 大法院은, ① 『식품위생법』 제58조, 『같은 법 시행규칙』 제53조 [별표 15]의 행정처분기준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나, 행정청은 당해 위반사항에 대하여 위 처분기준에 따라 행정처분을 함이 보통이므로, 행정청이 특정 개인에 대하여만 위 기준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처분을 한 경우에는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면서, 위 행정처분기준에 의하면 1월의 영업정지사유에 해당하는데도 2월 15일의 영업정지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일탈 또는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한바 있고,51) ②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 시행규칙』에서 환경영향평가대행업자가 업무정지처분기간 중 신규계약에 의해 환경영향평가대행업무를 한 경우 1차 위반시 업무정지 6월을, 2차 위반시 등록취소를 각 명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는데, 대행업무정지처분을 받은 대행업자가 업무정지처분기간 중 다시 대행업무를 하고 선행 업무정지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제재처분의 가중사유나 전제요건에 관한 규정이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 이상 그 법적 성질이 대외적·일반적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관할 행정청이나 담당공무원은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규칙에 정해진 바에 따라 행정작용을 할 것이 당연히 예견되고, 그 결과 행정작용의 상대방인 국민으로서는 그 규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판시한 적도 있는바,52) 이는 법규명령형식의 재량준칙에서 재량준칙 자체에 대해 외부법성을 인정한 것이다.

나. ‘법규명령 형식의 재량준칙’의 법적 평가에 대한 재고

‘법규명령 형식의 재량준칙’ 문제는 결국 재량준칙이나 처분기준이 내부법의 실질에 그칠 뿐이라는 기존 대법원의 입장을 전제로 한 논의이다. 그러나 ‘재량준칙이나 처분기준 그 자체가 본질적으로 내부법적 실질만을 가진다’는 기존 대법원의 전제는 과거 독일의 통설·판례를 그대로 받아들인 논리로, 법규명령 제정권자의 의사와 『헌법』상 법치주의를 유명무실화할 위험성을 내포하기에 독일에서도 구시대적 이론이라고 많은 비판을 받고 있고, 우리 대법원도 현재는 이를 외부법으로 보는 경향이 더욱 강하다는 점은 앞서 본바와 같다.

또한, 재량준칙의 실질이 본질적으로 내부법적 실질이라면 처음부터 행정규칙으로 제정하였어야지 —훈령·지침·고시 등은 소관부처에서 마음먹으면 하루만에도 제정이 가능한 것이다— 왜 제정권자는 더 어렵고 힘든 법률이나 법규명령으로서의 제정절차를 택했겠는가? 왜 법원은 더 힘든 절차를 스스로 선택하여 자기구속력을 부여하고자 한 제정권자의 의사를 개별 사안의 특수한 사정만을 위해 애써 부인하려고 하는가? 법원은 제정권자의 의사 및 헌법상 행정입법의 형식을 존중해야 할 것이지, 이를 행정규칙으로 격하시키는 판단을 하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법규명령 형식의 재량준칙이 현실과 동떨어져 구체적 타당성에 문제가 있다면 법원은 『헌법』상 부여된 구체적 규범통제권(명령·규칙심사권)을 행사하여 당해 법규범을 위법하다고 확인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53)

기존 대법원 입장의 더욱 중차대한 모순은 ‘행정규칙 형식의 재량준칙’에 있어서는 행정법의 일반원칙인 ‘평등원칙’과 ‘행정의 자기구속의 법리’ 등을 통해 재량준칙이나 처분기준에도 간접적인 구속력을 부여하여 행정현실을 감안한 판결을 해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모순은 大法院이 법규성을 인정하는 ‘법령보충적 행정규칙(행정규칙 형식의 법규명령)’의 경우도 최종적으로 목적하는 행정처분이 재량행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결국 재량행위에 대한 어떠한 기준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인데, 국무총리 훈령인 『개별토지가격합동조사지침』상 '개별토지가격결정 절차'(지가의 공개 열람 및 토지소유자 또는 이해관계인의 의견접수 등)와 같이 재량결정을 위한 절차에 관한 것도 있고,54) 국세청장 훈령인 『재산제세사무처리규정』상 '양도소득세의 실제거래가액이 적용될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거래의 유형'과 같이 법률요건(요건재량)의 해석기준에 관한 것도 있다.55) 憲法裁判所도 『청소년유해매체물의표시방법에관한정보통신부고시』상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제공하려는 자가 하여야 할 전자적 표시내용'에 대해 법규성을 인정한바 있는데, 이는 법률요건(요건재량)의 해석기준에 관한 것이다.56) 이렇듯 대법원은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은 대체로 법률요건규정의 해석기준으로 법률요건(요건재량)에 관한 것이고,57) '법규명령 형식의 재량준칙'은 대체로 제재처분의 기준으로 법률효과(효과재량)에 관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양자는 재량행위의 기준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동일함에도, 이를 다르게 취급하여 혼동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58)59)

결국, ‘법규명령 형식의 재량준칙’은 형식과 실질이 모두 외부법규로 일치하는 경우로 보아야 하는바, 행정입법의 기본원칙을 토대로 논증한다. ① 상위법의 위임이 있으면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모두 위임명령에 해당하여 법규적 사항을 규정할 수 있게 되고, 법률의 위임이 없으면 집행명령에 해당할 뿐이어서 상위법의 집행에 필요한 세칙을 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고 새로운 법규적 사항을 규정할 수 없다. 따라서 ‘법규명령 형식의 재량준칙’에서의 법규명령의 경우에도 상위법의 위임이 있다면 위임명령의 특성을 가질 것이다. → ② 재량준칙은 재량행위의 결정기준으로서 내부법적 성격이라는 것이 기존의 대법원 입장이나, 모든 판시들이 그런 것은 아니며 이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련된 처분의 기준을 구체화하여 정한 것이므로 외부법적 성격으로 보아야 한다. → ③ 따라서 상위법의 위임이 있는 대통령령·총리령·부령에 규정된 재량준칙은 그 실질과 형식 모두 법규로 보아야 함이 논증되었다. 극단적인 예로, 법률의 형식으로 규정된 재량준칙도 실질이 내부법이라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인할 것인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60)

4. 외부적 재량준칙을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규정한 경우
가. 기존의 논의

그렇다면 결국 행정현실에서 외부적 재량준칙에 관한 논의는 이를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규정한 경우 즉, ‘법령보충적 행정규칙’ 또는 ‘행정규칙 형식의 법규명령’의 논의로 귀결된다. 이는 법령의 위임에 의해 법령을 보충하는 법규사항을 정하는 행정규칙을 말하고, 반드시 법령의 위임이 있어야 함을 요건으로 한다.

이러한 규정형식의 법적 성격에 관한 기존의 견해로는, 형식이 행정규칙이라 할지라도 법령의 위임에 따라 이를 보충하여 그 실질적 내용이 법규명령의 성격을 가지면 법규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實質說(法規命令說)(다수설)61), 행정입법은 헌법상 국회입법원칙에 대한 예외이므로 그 예외는 헌법 스스로 명문으로 인정한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해 행정규칙으로 보아야 한다는 形式說(行政規則說),62) 헌법상 법규명령은 열거적이고, 대다수의 행정규칙 형식의 법규명령은 법률의 위임이 아니라 시행령·시행규칙의 위임에 의해 발해지고 있는데 이는 법률이 아니라 법규명령에 의해 새로운 형식의 법규명령이 창설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위헌·무효라는 違憲·無效說,63) 사법부가 행정규칙의 법규성을 긍정하는 것은 법규와 행정규칙을 구별하는 제도적 의의를 몰각시키고 결국 사법부가 법규를 창조하는 것이며 헌법상 행정입법권의 취지 및 권련분립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違憲·無效說,64) 법규명령사항을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정하는 경우 법령의 위임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를 나누어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로, 법령의 위임이 있으면 법규명령이고, 법령의 위임이 없으면 행정규칙이라는 授權與否基準說65) 등이 대립되고 왔다.

한편,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독일의 직접적 외부효설처럼 외부적 재량준칙을 규정한 행정규칙 고유의 직접적 외부효를 인정하는 견해가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66) 여기에서의 외부효란 법령의 위임을 근거로 한 것이 아닌, 법령의 위임 없이도67) 외부적 재량준칙을 규정한 행정규칙은 애초에 고유한 직접적 외부효를 가진다는 의미이다.68)

大法院과69) 憲法裁判所는70) 법령보충적 행정규칙을 수권법령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갖는다고 수차례 판시하였다.

나. 행정규칙 형식의 재량준칙의 추정력

이는 행정입법에 관한 헌법적 고찰의 문제라는 인식 하에 논증한다. ① 법치주의의 헌법화 형상인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유보원칙(의회유보원칙)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끼치는 국가의 행정작용은 반드시 법률에 근거하여야 하고, 행정현실상 필요에 따라 행정작용의 세부적인 발동기준을 행정입법에 위임하여 구현하고자 하는 때에도 『헌법』 제75조, 제95조에서 정한 위임입법의 형식인 법규명령의 형식으로 하여야 함이 원칙이다.71) → ② 행정규칙은 헌법이 상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원칙적인 법형상이 아니다. 이는 위 헌법조항의 반대해석을 통해 도출된다.72) 만약 그렇게 보지 않는다면 위 헌법조항의 제정취지가 사문화될 수 있기 때문이며, 국가는 사용하지 않아도 하등의 문제가 없는 법규명령 형식을 구태여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 ③ 하물며, 행정규칙이 상위법의 위임 없이도 원천적으로 국민에 대해 직접 영향을 끼치는 규율을 할 수 있다는 견해는 적어도 우리 헌법 하에서는 용인되기 어려울 것이다. → ④ 행정규칙의 직접적 외부효설의 핵심 근거는 결국 그 실질이 대국민적, 외부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인바, 특히 외부적 재량준칙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는 그 ‘실질’이 외부법이라는 반증이므로 처음부터 행정규칙의 형식이 아닌 법률이나 법규명령의 형식으로 제정하여 형식과 실질을 매칭하는 것이 법이론적으로는 타당하다.73)

미국의 경우를 보면 원칙적으로 행정규칙이 법규명령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재량권 행사가 남용된 경우에 구체적 사건성과 성숙성이 충족된 사건을 사법적으로 사후통제하는 시스템을 견지해 왔으나 최근에는 directive(준칙)나 guideline(기준) 등을 마련하여 사전적으로 재량통제를 행하는 경향을 띠고 있는바, directive는 재량행사의 방향과 정도에 대한 지침적 성격을 띠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재량준칙이나 훈령과 그 성격이 유사하며, guideline은 매우 기술적이고 전문적인 행정영역이나 보상금산정, 급여산정, 요금산정 등과 같은 요율 등을 정할 때 주로 사용되어지는 이른바 산정표 또는 기준표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directive나 guideline은 그 자체가 사법적 통제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rule(법규명령)을 대체하여 규정될 수 없음에도, rule을 제정하지 않고 바로 이러한 준칙 등을 통해 재량권 행사를 하는 경우에는 재량권의 남용으로 인식하고 있다.74)

그러나 본고에서는 헌법적 문제에 대한 상세한 고찰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기왕에 외부적 재량준칙을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정하였다면 그 효력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은 法形式을 기준으로 하여 법규명령이 아닌 행정규칙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뿐이다. 이는 행정규칙 그 자체에 대해 원천적으로 외부적 효력을 아예 인정해버리는 것은 헌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만, 그렇다고 행정규칙 일반의 효력이 법적인 것과는 무관한 하찮은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바, 그것은 행정규칙 형식의 재량준칙을 준수한 행위의 적법성 추정력 및 입증책임의 전환을 가져오는 효력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러한 관점은 행정현실적 이유에서도 기인하는바, 오늘날 행정편의주의 등에 따른 잘못된 행정입법 관행으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관계된 사항도 그 어떠한 법령상 위임 없이 소관부처가 임의적으로 훈령·지침 등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제정하는 경우가 있고 또 ‘사실상 구속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표적으로 기획재정부 훈령인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이 있다—, 이는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이 없는 행정규칙이라는 이유로 그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 관행은 잘못된 사실상 구속력을 용인하는 결과가 된다.

‘준칙’ 또는 ‘기준’의 법적 성질이 법령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정책적 선언(표명)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뉴욕주 대법원의 견해를 표명한 미국의 Abdil case를 보면, 원고 Abdil가 뉴욕주 주택국의 처분이 공공주택법 제54조 제1항[section 54(1) of New York Public Housing Law]의 절차를 위반하여 무효인 주택국의 관리지침(management manual)에 근거한 것이므로 당해 처분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법원은 당해 관리지침은 법규명령의 실질을 가진다는 이유로 법규명령으로 판단하였고, 근거법상 절차에 위배하여 제정된 위법한 법규명령에 근거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례는 준칙이나 기준들이 그 명칭을 어떻게 사용하였던 간에 행정청이 당해 준칙이나 기준에 근거하여 재량권을 행사한 것이 명백한 이상 당해 준칙이나 기준은 법규적 규범력을 가지는 것으로 판시한 것이다.75)

물론, 외부적 재량준칙에 따라 결정하였다고 하여 항상 적법성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며, 당해 기준 자체가 우선 법원의 재량권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directive(준칙) 등에 따라 재량권이 행사되었다고 항상 적법성이 담보되는 것이 아니며, 재량권 남용여부에 대해 사법심사를 할 때에는 당해 재량권행사의 기준에 된 directive 자체에 대한 적합성 및 적법성 심사를 먼저 행한다.76)

Ⅳ. 결론

이상으로 본고의 핵심 논의인 행정재량의 영역에서 그 판단기준이 되는 준칙의 법적 성격은 외부법적 실질이므로 이를 행정규칙이 아닌 법률이나 법규명령 등 법규의 형식으로 규정하여야 함을 논증하였고, 이를 토대로 그 위반행위의 효력에 관해 논의하였다. 결국, 본고의 모든 논의는 행정재량의 영역에서 재량권행사의 한계를 정하는 재량준칙 및 그 위반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최종 목적지로 하여 이를 찾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을 이룬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완전히 순수한 의미로서 행정재량권은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며, 현대 행정의 전문가 집단은 스스로 만든 규율에 의해 지배되어야 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국민을 수혜자로 만들기 위한 최선의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끝을 맺고자 한다.

각주(Footnotes)

* 본고는 필자가 2020. 8. 27. 성균관대학교에서 수여받은 박사학위논문인 “재정법제 위반행위의 사법적 통제에 관한 연구”에서 관련 부분을 발췌하여 요약한 것임을 알려둔다.

1) 김영삼, 행정법규위반행위의 법적효과에 관한 연구, 연세법학연구(1990), 37면.

2) 본래 법규는 독일 19세기의 입헌주의(입헌군주제) 시대에 창안된 개념으로 전통적인 역사적·습속적 법규개념에 의하면 법률과 법을 동일하게 여기는 바탕에서, 시민의 자유와 재산과 관련이 있고 그것에 개입하는 규율로 정의되는바, 국가 내부영역은 법규로부터 해방구로 인식되어 왔다. 나아가 후기 입헌주의시대를 지배한 P. Laband나 G. Jellinek의 법규개념은 법인격주체 상호간의 의사를 규율하는 것이고, 침투불가한 권리주체로서의 국가의 성격이 아우러져서 국가 내부질서는 독립된 권리주체 간의 한계설정에 해당되지 않아 개념상으로는 법외적 사항으로 평가되어 왔다[김중권,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의회와 행정의 공관적 법정립에 따른 법제처의 역할에 관한 소고, 행정판례연구Ⅻ(2007), 69면 참조].

3) E. Forsthof, Verwaltungsrecht 10, Aufl. 1973, S. 139. 이러한 행정규칙은 행정청이 하급 행정청에, 혹은 상급공무원이 하급공무원에게 내리는 일반적·추상적 명령으로 정의되기도 한다[Hartmut Maurer 저/ 박수혁 역, 『독일행정법(Allgemeines Verwaltungsrecht)』 제16판, 사법발전재단, 2010년, 485면].

4) 이에 법규는 국가와 국민 모두를 구속할 수 있는 규범이고 행정규칙은 국가만을 구속할 수 있는 규범이므로, 법규는 兩面的 拘束力을, 행정규칙은 偏面的 拘束力을 가지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박균성, 『행정법강의』 제13판, 박영사, 2016년, 131면 참조).

5) Hartmut Maurer 저/ 박수혁 역, 앞의 책, 40-41면 참조.

6) 이러한 내부법적 특성의 발현을 위해서는 직접적인 외부효과를 가지는 행정작용의 발급이라는 최종적인 목적을 위해 그 이전에 존재하는 독립적으로 구획된 단계적 절차(내부절차)를 전제로, 각 단계를 구성하는 개별행위(내부행위)들이 존재하여야 한다.

7) 행정행위의 실체상 하자란 행정청이 법률요건과 법률효과에 대한 판단을 잘못하는 등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정직용을 행하거나(잘못된 침익적 행정행위) 해야 할 행정작용을 행하지 않은 경우(수익적 행정행위에 대한 잘못된 거부처분, 부작위)를 말한다. 즉, 법률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는데도 법률효과를 부여하거나 역으로 법률요건을 갖추었는데도 법률효과를 부여하지 않은 경우라 할 것이다. 행정형벌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면 실체진실에 부합하지 못한 유·무죄 및 양형판단이 실체상 하자이고, 형사소송절차에 관한 하자가 절차상 하자가 될 것이다.

8) ‘규범해석적 행정규칙’은 법규범의 해석과 적용, 특히 불확정개념의 해석에 있어 준칙이 된다. 이는 하급행정청의 해석에 도움을 주고, 행정에 의한 법의 단일한 적용을 보장한다(Hartmut Maurer 저/ 박수혁 역, 앞의 책, 487면).

9) ‘재량준칙’은 행정에 부여된 재량권이 어떠한 방식으로 실행되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 역시 단일하고 균등한 재량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전제가 된다.

10) ‘법률대체적 행정규칙’은 특정한 규율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법률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 제정되는 것으로, 법률이 전혀 없거나, 법률이 있기는 하나 일반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어 이를 구체화하는 규정이 필요한 경우에 제정된다. 후자의 경우는 규범해석적 행정규칙이나 재량준칙과의 경계가 모호하나, 법률대체적 행정규칙은 필요한 결정기준을 일차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재량준칙과 구분된다고 한다(Hartmut Maurer 저/ 박수혁 역, 앞의 책, 488면).

11) 김해룡, 행정법규범체계연구I: 법규명령과 행정규칙, 공법연구 제35집 제3호(2007.2), 219면 등 참조.

12) 김중권, 앞의 글, 70-72면 참조.

13) 외부법적 법규는 전적으로 의회 내지는 의회의 명시적 수권을 받은 행정부만이 발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행정규칙은 행정이 자신의 권한에 복종하는 분야 안에서는 고유한 권리로서 발해질 수 있으나 결코 실질적 법률로 될 수는 없다. 신민의 권리와 의무는 행정의 입법행위에 의해서 독립적으로 창설되어서는 안된다(G. Jellinek, Gesetz und Verordnung, 1887, S. 366ff, 389).

14) O. Mayer, Deusche Vewaltungsrecht, Bd. I, 3. Aufl., 1924, S. 74.

15) Hartmut Maurer 저/ 박수혁 역, 앞의 책, 485-486면, 492면 참조.

16) 김철용, 『행정법』 전면개정 제8판, 고시계사, 2019년, 124면.

17) 김해룡, 앞의 글, 219면 등 참조.

18) F. Ossenbühl, Die Not des Gesetzgebers im naturwissenschaftlich-technischen Zeitalter, S. 21, 31, 34. 또한, 그는 행정규칙의 내용과 기능에 따른 외부적 구속력과 행정의 자기구속에 따른 외부적 구속력을 구분하였는데, 전자의 경우는 오로지 행정규칙에 대해 일반적인 법질서를 보충하는 기능이 부여될 때에만 생각할 수 있다고 하였다(F. Ossenbühl, Verwaltungsvorschriften und Grundgesetz, 1968, S. 484ff).

19) K. Vogel, Gesetzgeber und Verwaltung, VVDStRL 24(1966), S. 264f.

20) W. Krebs, Zur Rechtssetzung der Exekutive durch Verwaltungsvorschriften, VerwArch 70(1979), S. 259(268f): 김중권, 앞의 글, 79면 ; 이상해, 행정규칙의 발령행위에 대한 배상책임: 독일에서의 논의를 중심으로, 공법연구 제39집 제1호(2010.10), 374면.

21) BVerfGE 34, 165(193).

22) B. Remmert, Rechtsprobleme von Verwaltungsvorschriften, JURA, 2004, S. 728(732f).

23) 그러나 이 견해는 무엇이 본질적인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것에 근원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H. D. Horn, Die grundrechtsunmittelbare Verwaltung, 1999, S. 62ff).

24) E. Schmidt-Aßmann, Die Rechtsverordnung in ihrem Verhältnis zu Gesetz und Verwaltungsvorschrift, 2011, S. 477.

25) A. Leisner, Verwaltungsgesetzgebung durch Erlasse, JZ 2002, S. 219(226f).

26) BVerfGE 78, 214, 226.

27) F. Ossenbühl, BVerwG-Festschrift, 1978, S. 433ff ; F. Ossenbühl, in: Erichsen(Hrsg.), Allgemeines Verwaltungsrecht, 11. Aufl., 1998, §6 Rn. 44ff ; K. Vogel, Gesetzgeber und Verwaltung, VVDStRL 24(1966), S. 162f ; K. Vogel, Festschrift für Thieme, 1993, S. 607ff ; Lorenz, Der Rechtsschutz des Bürgers und die Rechtsweggaratie, 1973, S. 37ff ; W. Krebs, ferner Hendler, UTR, 1997, 55ff.

28) ‘규범구체화 행정규칙’이란 고도의 기술성이 요구되는 행정영역에 있어 입법기관이 종국적 규율을 포기하고 규범을 구체화하는 기능을 행정권에 할당한 경우, 그 할당된 범위 내에서 당해 규범을 구체화한 행정규칙을 말한다. 이는 법령상 위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위임이 없는 경우에 성립하는 법규성이 인정되는 행정규칙이 규범구체화 행정규칙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인정되는 행정규칙의 유형이 아니라 독일에서 판례를 통해 형성된 이론이다.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1985년 Wyhl 판결에서 이를 처음 인정하였는데, “배출되는 가스나 물을 통해 유출되는 방사능의 노출산정기준에 대한 연방내무성지침은 규범구체화적 지침으로서 행정법원을 구속한다”고 판시하였다(BVerwGE 72, 300, 301 ; 김민호, 『행정법』, 박영사, 2018년, 120면).

29) 유럽법원은 유렵연합의 주요 입법수단인 유럽지침의 국내법으로의 전환과 관련하여 각 회원국은 유럽지침의 취지가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규를 통해 명확하게 공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판결로는 ‘지하수 유럽지침 판결’(EuGH, Urt. v. 28.2.1991 - Rs C-131/88), ‘아황산가스 유럽지침 판결’(EuGH, Urt. v. 30. 5. 1991 - Rs C-361/88), ‘납 유럽지침 판결’(EuGH, Urt. v. 30. 5. 1991 - Rs C-59/89), ‘먹는 물 유럽지침 판결’(EuGH, Urt. v. 17. 10. 1991 - Rs C-58/89) 등이 있다[송동수, 규범구체화 행정규칙과 법규범체계의 재정비: 독일 행정규칙이론과 유럽재판소 판결을 중심으로, 토지공법연구 제39집(2008.2), 296면 이하 참조].

30) Hartmut Maurer 저/ 박수혁 역, 앞의 책, 496면.

31) 참고로 프랑스에서 행정규칙에 대한 논의를 살펴본다. 프랑스는 행정부에 광범위한 원칙적 독립명령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치국가로서 이미 30년 이상 기능하여 오고 있다[이광윤, 행정처분기준의 종류와 문제점, 현대공법이론의 제문제: 천봉석종현박사 화갑기념논문집(2003.10), 1213면 ; 이광윤, Chevron판결의 파장과 행정국가, 미국헌법연구6(1995.7), 215면]. 프랑스는 1958년 이전에는 의회가 어떤 사항에 대하여도 입법을 통해 규율할 수 있다는 헌법이론이 확립되어 있었기에, 법규명령으로 규율할 사항은 남겨져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은 1958년 헌법에 의해서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프랑스 헌법 제34조에 의하면 “모든 법률(statutes : lois)은 의회에 의하여 제정된다”라고 하고는 있으나, 의회가 입법할 수 있는 사항을 오히려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제37조에서는 제34조에서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행정부의 배타적인 법규명령권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제38조에 의하면 의회의 전속적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일정한 기간 동안 법률명령(ordonnance)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이광윤, 행정처분기준의 종류와 문제점, 현대공법이론의 제문제: 천봉석종현박사 화갑기념논문집(2003.10), 1213면 각주3)].

프랑스의 M. Hauriou는 법률은 확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본래 영원한 것이나, 명령은 임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본래 취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M. Hauriou, Procis de droi: administratif ot de droit public, Recuil Sirey, 1921, paris, p.56: 이광윤, 행정처분기준의 종류와 문제점, 현대공법이론의 제문제: 천봉석종현박사 화갑기념논문집(2003.10), 1216면], 명령권의 기원은 명령과 집행을 할 수 있는 imperium(공권력)이라고 하였다[M. Hauriou, Procis de droi: administratif ot de droit public, Recuil Sirey, 1921, paris, p.61]. 따라서 명령은 법률의 위임이 아니라 행정권의 고유권한으로서 입법권의 성립이전에 생겨났던 것이기 때문에 성문헌법국가에서의 권력분립에 의한 입법권은 명령권을 위임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명령권은 근본적으로 집행적 결정에 의해 일반적 법규를 정립할 수 있는 권력’이라고 하였다[M. Hauriou, Procis de droi: administratif ot de droit public, Recuil Sirey, 1921, paris, p.61].

32) 김민호, 앞의 책, 124면.

33) 김중권, 앞의 글, 82면.

34) 이명구, 『행정법원론』, 대명출판사, 1997년, 181면.

35) Hartmut Maurer 저/ 박수혁 역, 앞의 책, 492면 ; 이광윤, 행정처분기준의 종류와 문제점, 현대공법이론의 제문제: 천봉석종현박사 화갑기념논문집(2003.10), 1228면 ; 홍정선, 『신행정법특강』 제17판, 박영사, 2018년, 134면 참조.

36)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두2157 판결 ; 대법원 2014. 11. 27. 선소 2013두18964 판결.

37) 행정규칙에 의한 '불문경고조치'가 비록 법률상의 징계처분은 아니지만 위 처분을 받지 아니하였다면 차후 다른 징계처분이나 경고를 받게 될 경우 징계감경사유로 사용될 수 있었던 표창공적의 사용가능성을 소멸시키는 효과와 1년 동안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됨으로써 그 동안은 장관표창이나 도지사표창 대상자에서 제외시키는 효과 등이 있으므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대법원 2002. 7. 26. 선고 2001두3532 판결). 이 판시는 ‘견책’에 해당하는 징계가 거론된 공무원이 표창경력이 감안되어 불문경고를 받은 경우, 표창경력이 없어 곧바로 견책처분을 받은 공무원과 비교하여 전자는 오히려 항고소송으로 다투어 구제받을 수조차 없어 비위공무원으로 남게 되는 불이익을 감수하여야 하고, 후자는 항고소송을 제기하여 동 처분을 배제함으로써 원상회복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불합리하다는 점을 근거로 경고에 대한 처분성을 인정한 것이다.

38)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35조 제1항,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 등 관련 법령의 내용, 형식, 체제 및 취지를 종합하면,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감면 신청인이 위 고시 제11조 제1항에 따라 자진신고자 등 지위확인을 받는 경우에는 시정조치 및 과징금 감경 또는 면제, 형사고발 면제 등의 법률상 이익을 누리게 되지만, 그 지위확인을 받지 못하고 위 고시 제14조 제1항에 따라 ‘감면불인정 통지’를 받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률상 이익을 누릴 수 없게 되므로, 감면불인정 통지가 이루어진 단계에서 신청인에게 그 적법성을 다투어 법적 불안을 해소한 다음 조사협조행위에 나아가도록 함으로써 장차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치행정의 원리에도 부합하므로,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의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 감면신청에 대한 감면불인정 통지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두3541 판결).

39)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1두28783 판결 ;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두7967 판결.

40) 헌법재판소 1990. 9. 3. 선고 90헌마13 결정.

41) 김철용, 앞의 책, 131면.

42) 김철용, 앞의 책, 129면.

43) 『행정절차법』 제20조 제1항에 따르면 행정청은 필요한 처분기준을 해당 처분의 성질에 비추어 되도록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에 따라 행정청은 처분기준을 처분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으로 정하여 공표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는 처분의 객관적 타당성을 확보해주고, 동시에 행정활동에 대한 국민의 예측가능성도 확보해줌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함이므로, 처분기준의 공표는 행정내부적인 것임과 동시에 국민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즉, 처분기준의 공표는 행정청에 의해 준수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내부적 구속력을 가짐과 동시에, 그 위반행위가 위법하게 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규율의 강도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김철용, 앞의 책, 129-130면 참조).

44) 류지태, 『행정법신론』 제12판, 박영사, 2008년, 243면.

45) 김남진/김연태, 『행정법I』 제23판, 법문사, 2019년, 187면 ; 정하중, 『행정법개론』 제13판, 법문사, 2019년, 146면 ; 박윤흔/정형근, 『최신 행정법강의(상)』 개정30판, 박영사, 2009년, 224면.

46) 석종현, 개별토지가격의 처분성과 개별토지가격합동조사지침의 법규성 여부, 판례월보 제286호(1994), 42면.

47) 홍정선, 『신행정법특강』 제17판, 박영사, 2018년, 134면. 이 견해는 당해 규범의 실질이 법규명령인지 행정규칙인지를 그 형식이 대통령령·총리령·부령인지 행정규칙인지에 관계없이 오직 상위 법령의 수권이 있는지로만 판단한다. 또한 당해 규범이 법규명령인지의 문제와 법규성을 가지는지의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한다. 이 견해에 따르면 당해 법규범의 형식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법규성이 없는 법규명령과 법규성이 있는 행정규칙이 존재하는 것은 크게 논란이 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견해는 헌법상 창조된 법규명령이라는 입법형식의 존재 취지를 간과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는바, 상위 법령의 수권이 있다면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국민에 대한 모든 규율이 가능하다는 논리라면 행정권이 헌법상 위임입법의 형식을 전혀 이용할 이유가 없어 사문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48) 총리령에 대해서는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두2157 판결 ; 부령에 대해서는 대법원 2014. 11. 27. 선소 2013두18964 판결 등 다수.

49)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누15418 판결.

50) 대법원 2001. 3. 9. 선고 99두5207 판결.

51) 대법원 1993. 6. 29. 선고 93누5635 판결.

52) 이러한 [多數意見]에 대해, [別個意見]은 다수의견이 선행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을 긍정한 결론에는 찬성하지만, 그 이유에 있어서는 부령인 제재적 처분기준의 법규성을 인정하는 이론적 기초 위에서 그 법률상 이익을 긍정하는 것이 법리적으로는 더욱 합당하다고 하면서, 상위법령의 위임에 따라 제재적 처분기준을 정한 부령인 시행규칙은 『헌법』 제9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임명령에 해당하고, 그 내용도 실질적으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것이므로, 단순히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 6. 22. 선고 2003두1684 전원합의체 판결).

53) 동지로, 강현호, 재량준칙의 법적 성격, 행정판례연구Ⅶ(2001.3), 44-45면.

54) 이는 모법상 근거가 없다.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누111 판결.

55) 이는 『소득세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의 위임에 따라 제정되었다. 대법원 1987. 9. 29. 선고 86누484 판결 ; 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누7727 판결 ; 대법원 1996. 7. 23. 선고 97누6261 판결 ; 대법원 2002. 9. 27. 선고 200두7933 판결.

56) 이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의 위임에 따라 제정되었다. 헌법재판소 2000. 7. 20. 선고 99헌마455 결정 ; 헌법재판소 2001. 5. 31. 선고 99헌마413 결정.

57) 불확정개념으로 구성된 법률요건에 대한 해석의 권한은 재량행위라기보다는 ‘판단여지’의 영역이나, 대법원의 입장에 따라 같은 재량행위로 기술하기로 한다.

58) 이러한 모순현상 역시 독일로부터의 유입에 기인한다. 독일의 경우에도 재량준칙에 대한 외부적 구속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면서 행정의 자기구속의 법리를 통해 예외적인 경우의 공백을 막고 있으며, 나아가 기술법이나 환경법과 같은 복잡한 실체문제의 경우에는 아예 처음부터 법원을 구속하는 規範具體化 行政規則의 고안을 통해 특수한 문제로 치부하여 재량준칙에 대한 기본사조를 버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59)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의 K. Vogel은 재량권행사와 판단여지의 기준규범에 대한 평가를 동일한 가치로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K. Vogel, Gesetzgeber und Verwaltung, VVDStRL 24(1966), S. 264f].

60) 내부법, 특히 내부절차법을 법률의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매우 많은바, 일례로 『국회법』의 경우를 보면 국회 내부의 의사절차와 조직을 규율하고 있는 내부법으로서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법』에 대해 법률의 형식이므로 구속력을 가진다는 견해로는, 김현준, 법률과 행정입법의 관계, 공법연구 제45집 제1호(2016.10), 128-129면.

61) 김민호, 법률보충규칙과 규범구체화행정규칙, 고시계 제48권 제12호(2003.12), 98-100면 ; 김철용, 앞의 책, 128면 ; 박윤흔/정형근, 앞의 책, 225-226면.

62) 김남진/김연태, 앞의 책, 193면.

63) 정하중, 앞의 책, 150면.

64) 석종현, 앞의 글, 42면.

65) 홍정선, 『행정법원론(상)』 제27판, 박영사, 2019년, 297면.

66) 김민호, 법률보충규칙과 규범구체화행정규칙, 고시계 제48권 제12호(2003.12), 99-100면 ; 헌법상 정부의 독자적 집행명령권을 근거로 법률의 위임 없는 법령보충규칙을 인정하는 견해로는, 이광윤, 행정처분기준의 종류와 문제점, 현대공법이론의 제문제: 천봉석종현박사 화갑기념논문집(2003.10), 1216면 ; 김중권, 앞의 글, 83면 등 다수.

67) 이에 따르면, 행정규칙이 법령의 위임을 받은 경우에는 그 자체로 행정규칙이 아닌 법규명령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68) 그러나, 이 경우에도 행정규칙 중 ‘조직규칙’이나 ‘근무규칙’에 대해서는 외부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내부적 구속력만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김민호, 앞의 책, 124면 ; 김중권, 앞의 글, 78면).

이러한 측면에서, 김민호 교수님은 행정입법을 법규명령과 행정규칙으로 구분하는 종래의 이분법을 버리고, 법규명령, 기능상 법규명령, 원래 의미의 행정규칙으로 구분하는 삼분법을 제안하신다. 이에 따르면, ‘법규명령’은 종래와 같이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형식을 갖춘 명령과 비록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형식을 갖추지는 못하였지만 법률의 위임에 의해서 대외적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말하며, ‘기능상 법규명령’은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 형식을 갖추지 못하였고 법률의 구체적 위임도 없으나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고 대외적 효력을 가지는 행정규칙을 말하며, ‘원래 의미의 행정규칙’이란 오로지 순수하게 행정조직 내부의 근무관계나 업무처리절차 등과 같이 행정조직 내부의 사항을 규율하는 행정규칙을 말한다(김민호, 앞의 책, 124면).

69) 대법원 1987. 9. 29. 선고 86누484 판결 ; 대법원 1987. 9. 29. 선고 86누484 판결 ; 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누5334 판결 ; 대법원 2008. 3. 27. 선고 2006두3742·3759(병합) 판결 ;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두4841 판결.

70) 헌법재판소 2004. 10. 28. 선고 99헌바91 전원재판부 결정.

71) 김남진/김연태, 앞의 책, 157-158면.

72) 위임입법의 경우 입법권자인 의회가 자신의 입법권을 자신의 의사로 행정입법을 통해 보충·보완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법규명령 조항은 예시적일 뿐이라는 견해로는, 조성규, 행정규칙의 법적 성질 재론, 행정법연구 제31호(2011.12), 149면.

73) 동지로, 조성규, 위의 글, 137-138면.

74) 미국의 연방 및 주 법률에서 재량행위와 관련된 법문언을 보면 크게 4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째는 행정권에게 재량권 행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규정이고, 둘째는 재량권을 행사함에 있어 이를 남용하여서는 안 된다는 주의적 규정이고, 셋째는 재량권 행사를 위하여 행정권이 준칙이나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는 근거규정이고,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재량준칙이나 기준이 법규명령을 대신할 수 없다는 주의적 규정이다. 특히 마지막 유형의 규정은 우리나라에서의 행정규칙 법규성문제와 매우 유사한 맥락에서 논의되어 지고 있는바, 매우 엄격한 절차와 사후통제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법규명령 대신에 상대적으로 그 제정이 용이한 준칙이나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행정입법에 대한 절차적, 정치적, 사법적 통제를 피해가려는 경향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고 국민의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거나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 큰 영역에 있어서는 이러한 준칙이나 기준이 법규명령을 대신할 수 없음을 명백히 천명하고 있는 규정이다. 이러한 예로는 미국연방행정절차법 제553조상의 “행정청은 rule을 대신하여 guideline이나 정책적 directive를 채택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 등을 들 수 있다[APA: 5 U.S.C.A. Sec. 553(b)(3)(A)].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 및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에서 행정청이 법규명령이 아닌 준칙이나 기준 등을 근거로 재량권행사를 한 경우에는 이러한 처분을 위법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바, 최근의 Ronald case[Ronald L. Jordan v. Dep. of Corrections: 165 Mich. APP. 20, 418 N.W.2d 914]가 그렇다. 이는 뉴욕주 교정국이 교도소 수감자의 편지자유왕래기준을 규정하고 이에 따라 수감자의 편지수발신을 통제하였는데, Ronald가 교정국의 이러한 기준은 행정절차법 제553조를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이 인용판결을 한 사례이다[김민호, 재량행위의 통제에 관한 미국의 최근판례분석, 성균관법학 제16권 제3호(2004), 180-182면].

75) 원고는 자신의 사망한 부친이 사망하기 전까지 거주하고 있던 공공주택의 임대권을 자신이 승계하여 거주하게 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신청하였고, 주택국은 공공주택의 임대권 승계는 동거인이 동거 개시 전에 동일세대의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는 문서화된 허가서를 주택국으로부터 승인받은 자들 간에만 허용된다는 주택국의 관리지침(management manual)에 따라, 부친의 사망 전에 자신이 부친과 동일한 세대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문서로서 허가받지 아니한 원고에게는 임대권이 승계되지 않는 다는 거부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주택국의 이러한 관리지침은 공공주택법상의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서 무효이며, 이에 근거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법원은 우선 원고가 당해 관리지침의 무효에 대하여 다툴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심리하였다. 왜냐하면 원고는 법규명령이나 기타 명령이 당해 행정처분의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경우에만 당해 명령 등의 무효를 다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동 사건에서 주택국의 처분이 당해 관리지침에 근거한 것임을 피고 행정청 스스로가 인정하였으므로 당해 관리지침의 무효에 대하여 원고가 다툴 수 있는 것으로 법원은 판단하였다. 다음은 당해 관리지침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 심리하였다. 피고 행정청은 당해 관리지침은 법규명령적 성질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정책적 선언(표명)에 불과하므로 “주택국이 공공주택관리에 필요한 조례, 명령 등을 제정할 때에는 당해 조례안, 명령안 등을 뉴욕주 주택 및 지역사회 재개발국(New York State Division of Housing and Communoty Renewal)에 제출하여 승인을 얻도록” 한 공공주택법 제54조 제1항에 구속받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첫째, 뉴욕주 항소법원 및 지방법원의 다른 판례들에서 일관되게 당해 관리지침에 대하여 법규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둘째, 관리지침의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regulation'이나 'rul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 그 어디에도 'policy'라는 문언을 사용한 것을 찾아 볼 수가 없으며, 셋째, 뉴욕주 법원의 어떠한 판례에서도 명령은 반드시 입법적 또는 준입법적 형식을 갖춘 경우에만 인정되어진다고 판시한 바가 없다는 3가지의 논거를 들어 당해 관리지침은 공동주택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이 적용되는 법규명령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원고에게 대한 임대권승계거부처분은 무효인 관리지침에 근거한 것으로서 재량의 남용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시하였다[김민호, 재량행위의 통제에 관한 미국의 최근판례분석, 성균관법학 제16권 제3호(2004), 187-188면].

76) 또한 directive 자체에 대한 사법심사의 청구가 가능하다[김민호, 재량행위의 통제에 관한 미국의 최근판례분석, 성균관법학 제16권 제3호(2004), 18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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