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2011년 유엔 국제법위원회(UN International Law Commission, 이하 ‘ILC’)는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Protection of the environment in relation to armed conflict)를 장기작업계획에 포함하고 유엔 총회의 승인을 받았다.1) 2013년 ILC는 동 주제를 새로운 작업 주제로 채택하였으며, 스웨덴 국적의 마리 야콥슨(Marie G. Jacobbson) 위원을 특별보고자로 지명하였다. 야콥슨 특별보고자는 2014년, 2015년, 2016년에 3개의 보고서를 제출하였다.2) 야콥슨 위원의 임기 만료로 인해 ILC는 2017년 새로운 특별보고자로 핀란드 국적의 마르자 레흐토(Marja Lehto) 위원을 지명하였으며, 레흐토 위원은 2018년과 2019년에 2개의 보고서를 제출하였다.3) 두 명의 특별보고자의 5개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논의를 진행한 ILC는 2019년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에 관한 원칙 초안(Draft principles on protection of the environment in relation to armed conflicts)을 주석과 함께 잠정 채택하였다.4) ILC는 제1회독 초안을 유엔 총회에 보고하였으며, 사무총장을 통하여 유엔 회원국들의 검토의견을 수합하기로 결정하였다.5)
환경은 무력충돌의 ‘침묵의 피해자’이다.6)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듯이 무력충돌과 관련된 환경피해는 대체로 장기적이고 심각하며 회복불가능하다.7) 이러한 환경피해는 사회의 효율적인 재건을 저해하며,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영역과 주요한 생태계를 파괴한다.8) 베트남에서의 미군의 고엽제 살포로 인한 심각한 환경 피해에 대한 자각으로 국제사회는 무력충돌시 필요 이상의 환경파괴를 억제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규범을 형성하고자 노력해 왔다. 1976년에는 환경변경기술의 군사적 또는 기타 적대적 사용의 금지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Prohibition of Military or any other Hostile Use of Environmental Modification Techniques, 이하 ‘환경변경기술금지협약’)이 채택되었으며, 1977년 채택된 1949년 8월 12일자 제네바 제협약에 대한 추가 및 국제적 무력충돌의 희생자 보호에 관한 의정서(Protocol Additional to the Geneva Conventions of 12 August 1949, and Relating to the Protection of Victims of International Armed Conflicts, 이하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에는 환경보호에 관한 두 개의 조항(제35조 제3항 및 제55조)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들 조약은 엄격한 요건과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해 실효적 역할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9) 또한 국제환경법이 미성숙한 시기에 채택된 이들 조약은 법적, 정치적 환경의 변화와 비국제적 무력충돌이 대부분인 오늘날의 무력분쟁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10)
이후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정유시설 폭격은 무력충돌이 환경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1994년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무력충돌시 환경보호에 관한 군사매뉴얼 및 지휘지침(Guidelines for Military Manuals and Instructions on the Protection of the Environment in Time of Armed Conflict, 이하 ‘ICRC 군사매뉴얼 및 지휘지침’) 마련의 계기가 되었다.11) 그러나 무력충돌시 환경보호를 위한 여러 발전적 논의를 담은 동 지침은 국가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기존 인도법의 수정 또는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12) 이후에도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설립에 관한 로마규정(Rome Statute of the International Criminal Court)에서 전쟁범죄 행위 중 하나로 자연환경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의 개시(제8조 제2항 나(4))를 규정하는 등의 규범적 발전이 있었지만, 1999년 코소보에서의 열화우라늄탄의 사용과 같은 실제 사례는 무력충돌시 환경보호의 어려움과 절실함을 재확인할 뿐이었다. 한편 2009년 유엔환경기구(UNEP)는 무력충돌시 환경보호를 국제인도법 뿐 아니라 국제형사법, 환경법 및 인권법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다룬 연구를 발간하며, 12개의 권고 중 하나로 ILC가 무력충돌시 환경보호와 관련된 기존 법규범의 명확화와 성문화, 확장성에 대해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담았다.13)
이러한 가운데 ILC가 작업한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원칙 초안은 환경보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청과 발전적 논의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ILC가 잠정 채택한 28개의 원칙 초안은 무력충돌과 관련한 환경보호의 문제를 무력충돌 상황 뿐 아니라 무력충돌 이전과 종료 후로 시간적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예방적 및 사후적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환경법 및 국제인권법 개념과 원칙들을 반영함으로써 기존 무력충돌법에서의 환경보호에 관한 논의의 취약점을 보완하며 보호의 범위 및 조치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나아가 무력충돌의 현대적 양상을 고려하여 국가 뿐 아니라 비국가행위자와 비국제적 무력충돌에 모두 적용되는 원칙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 글은 ILC가 2019년 채택한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제1회독 초안과 주석의 내용을 중심으로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의 국제사회의 논의의 발전 동향과 쟁점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제1회독 초안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Ⅱ), ILC에서의 그동안의 논의와 유엔 총회 제6위원회에서의 국가논평을 중심으로 초안의 주요 쟁점을 살펴보도록 한다(Ⅲ).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결론에서는 초안의 향후 발전 방향과 국제법상 의의를 살펴보도록 한다(Ⅳ).
Ⅱ.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제1회독 초안의 주요 내용
ILC가 채택한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제1회독 초안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서론에서는 범위와 목적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2부는 무력충돌 이전 환경보호와 관련된 지침과 무력충돌 이전, 무력충돌 상황, 무력충돌 발생 종료 후 어느 한 시기와 관련된다 하더라도 보다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제3부는 무력충돌 상황에 적용 가능한 원칙, 제4부는 점령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 원칙, 제5부는 무력충돌 종료 후에 적용 가능한 원칙을 다루고 있다. 이하 개별 원칙 초안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원칙 초안 1은 시간적 범위(ratione temporis)와 물적 범위(ratione materiae)를 담고 있다.14) 동 원칙은 이 초안이 무력충돌 이전, 무력충돌 상황 또는 무력충돌 종료 후라는 시간적 단계(temporal phase)를 나누어 다루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초안 문구에서 ‘또는’ 이라고 표현한 것은 모든 원칙이 세 개의 시간적 단계 모두에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나타낸다.15) 시기적으로 무력충돌 이전, 무력충돌 상황, 무력충돌 종료 후를 구분하여 논의하는 방법론은 동 주제의 제안 단계에서부터 제시되었다.16) 이러한 방법론은 기존의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논의가 무력충돌 발생 중의 상황만을 다루었다는 한계를 극복하며, 환경보호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가능케 한다. 시간적 단계에 따른 접근법은 ILC 위원들과 국가들의 지지를 받았다.17) 그러나 실제 환경보호의 맥락에서 무력충돌 이전, 무력충돌 상황, 무력충돌 종료 후라는 시간적 단계가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며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18) 따라서 주석 역시 이 점을 인지하고 세 개의 시간적 단계가 겹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19) 물적 범위는 ‘환경보호’와 ‘무력충돌’이라는 용어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주석은 무력충돌에 있어 국제적 무력충돌과 비국제적 무력충돌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동 초안의 가장 큰 도전이 되고 있다.20) 한편 특별보고자는 첫 번째 보고서에서 무력충돌 발생에 기여하거나 원인이 되는 환경적 요인에 대한 분석, 문화재 보호에 관한 문제, 특정한 무기 사용에 관한 내용, 난민법 관련 문제는 논의 범위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21)
원칙 초안 2는 동 초안의 목적이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를 향상하기 위함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22) 이 원칙은 기존의 관련 규칙이 환경보호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포한다.23) 특히 시간적 범위의 확장을 통한 증진을 꾀하는데,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예방조치’는 무력충돌 이전과 무력충돌 상황에 관련되며, ‘구제조치’는 주로 무력충돌 종료 후와 관련된다. 나아가 주석에서는 국가들이 환경을 회복시키기 위한 조치를 무력충돌이 끝나기 전이라도 할 수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다.24)
원칙 초안 3은 국가가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를 향상시키기 위한 실효적 조치를 취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25) 제1항은 국가의 국제법상 의무를 상기시키고 있으며, 제2항은 실효적인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을 격려하고 있다. 원문을 보면 제1항은 법적 구속력 있는 의무를 담는 표현(shall)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이 원칙 초안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장을 자세히 보면 새로운 의무를 창설하는 것이 아닌 기존 의무의 이행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하여 국가가 취해야 할 조치의 예시로 입법·행정·사법적 및 기타 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실제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와 관련된 국가들의 구체적인 의무는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주석은 제1항이 이러한 모든 경우와 조치를 포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다고 밝히고 있다.26) 반면 제2항은 ‘추가 조치(further measure)’ 및 ‘이에 더하여(in addition)’라는 표현을 통해 제1항에 명시된 기존 의무를 넘는 조치를 규정하고 있다.27) 따라서 제2항은 제1항과 달리 구속력 있는 의무를 의미하지 않는 표현(should)을 사용하고 있다. 자발적인 추가 조치로는 최근 국가들이 군사작전지침에 환경보호와 관련된 명시적 지침을 두고 있는 관행과 국제기구의 관행을 참고할 수 있다.28)
원칙 초안 4는 국가가 협정 또는 여타 방법으로 환경적 및 문화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29) 국제법상 보호구역의 지정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환경법 발전의 초창기였던 1970년대 제네바협약 추가의정서 작성 당시 생태적인 중요성이 있는 지역을 특별히 보호하는 조항을 삽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성사되지 못하였다.30) 따라서 원칙 초안 4는 특정 지역의 보호 및 보존을 위해 국제협정 또는 국내법에서 특별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발전된 관행에 착안하고 있다. 평시뿐만 아니라 전시 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역을 정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비무장지역과 중립지역이다. 한편 동 초안은 보호구역 지정 주체를 ‘국가’로 명시하고 있지만, 비국가행위자가 관련된 합의를 체결하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 또한 ‘환경적 및 문화적 중요성’의 의미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지 않는데, 주석은 향후 발전을 위한 의도된 표현이라고 설명한다.31) 그러나 ‘문화적’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ILC는 환경적 중요성과 문화적 중요성의 명확한 구분이 어렵다는 점에 주목하고,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에서도 문화유산지역 선정 관련 10가지 지표 중 ‘문화적 및 자연적’ 지표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포함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32)
원칙 초안 6은 국가 간 또는 국가와 국제기구 간 무력충돌 관련 군대주둔에 관한 협정을 체결할 때 환경보호와 관련된 조항을 포함할 수 있고, 이러한 조항에는 예방적 조치, 환경영향평가, 회복 및 정화 조치가 포함될 수 있음을 예시로 들고 있다.33) 이 원칙에는 군대주둔에 있어 ‘무력충돌 관련’이라는 표현이 명확히 들어가 있는데, 무력충돌과 관련 없이 파견된 군대의 경우는 제외됨을 의미한다.34) 동 원칙은 국가와 국제기구가 소재국과 군대 주둔에 있어 환경보호와 관련된 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관행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보고자도 인정하듯이 이에 대한 법적 확신(opinio juris)이 수반되지는 않고 있다.35) 따라서 권고적 표현(should)에 의도된 바와 같이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 관련하여 영국은 2014년 유엔 총회 제6위원회 논평을 통해 군사계획에 있어 환경영향평가 등을 의무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대한 바 있다.36) 따라서 주석에서 명확히 밝히고 있듯이 동 원칙은 이러한 발전을 ‘인식’하고 ‘장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37) 한편 동 원칙 주석에는 관련 관행으로 한국과 주한미군이 2001년 체결한 환경보호를 위한 특별양해각서가 언급되어 있다.38)
원칙 초안 7은 무력충돌 관련 평화활동(peace operation)에 관여하는 국가 및 국제기구가 해당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그로 말미암은 부정적인 환경적 결과를 예방, 경감 및 구제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39) 동 원칙은 다양한 시기적 단계의 평화유지활동을 포함하지만 ‘무력충돌과 관련하여’라는 표현으로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40) 동 원칙은 국가 및 국제기구, NATO 등에서 평화활동의 환경적 영향을 인식하고, 예방, 경감 및 구제할 적절한 조치를 명시하고 있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41) 한편 원칙 초안 7은 군대주둔에 관한 원칙 초안 6과 구별되는데, 평화활동은 무력충돌 관련 군대주둔에 관한 협정과 달리, 반드시 군대나 병력을 포함할 필요가 없으며, 민간인이나 여러 전문가들이 포함될 수 있다.42) 평화활동이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하고 효과적인 평화에의 기여가 필수적이다. 그러한 점에 있어 환경에 대한 존중은 분명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동 원칙 또한 최근의 평화활동 후 환경발자국(environmental footprint)을 고려하는 ‘바람직한’ 일부 동향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한다.
원칙 초안 5는 원주민과 환경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하여 국가는 무력충돌 상황에서 원주민이 거주하는 영토의 환경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무력충돌 종료 후 무력충돌이 미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구제조치를 취할 것을 정하고 있다.43) 동 원칙은 이러한 조치들은 원주민들과의 협의와 협조를 통해 진행되어야 하며, 자체적인 리더십 및 대표기관 존중을 강조하고 있다.44) 포함 여부부터 논란이 많았던 동 원칙은 결국 기존의 관련 문서의 표현을 참고로 하여 최종 채택되었다.45)46) 한편 주석은 관련국이 원주민의 땅과 영토에서 군사적 활동 전에 원주민들과 실효적으로 협의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원주민의 권리에 관한 선언 제30조의 내용을 담고 있다.47) 제2항은 무력충돌 종료 후 원주민 거주 지역 환경피해에 대한 구제조치를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주석은 이 과정에서 원주민의 참여할 권리를 보장함과 함께 원주민과 거주하고 있는 영토와의 사회적, 정치적, 정신적(spiritual), 문화적 및 기타 특별한 관계를 고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48)
원칙 초안 8은 무력충돌과 관련한 인간의 이주로 인한 의도하지 않은 환경적 영향을 다루고 있다.49) 동 원칙은 분쟁으로 인해 실향민이 된 사람들에 대한 구제와 함께 환경적 영향을 경감시킬 필요성을 함께 언급하고 있다. 주석은 이 원칙이 국제적 실향과 국내적 실향의 모든 경우를 포함한다고 밝히고 있다.50) 동 원칙은 국내적 실향으로 인한 환경 악화를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캄팔라 협약(The African Union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Internally Displaced Persons in Africa, Kampala Convention)과 기후변화, 재난 등 여러 각도에서 인간 이주와 환경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국제 문서의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51) 원칙 초안 8은 국가 뿐 아니라 국제기구 및 기타 관련된 행위자 모두의 역할을 강조한다.52)
원칙 초안 9는 무력충돌과 관련하여 환경에 손해를 야기하는 국가의 책임을 다루고 있다.53) 무력충돌과 관련하여 환경에 손해를 야기하는 국가의 국제위법행위는 그 국가의 국제책임을 수반하며, 환경 자체에 대한 손해를 포함하여 완전한 배상을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명시한 제1항은 ILC 국가책임조항 제1조와 손해배상에 관한 제31조 제1항에 담긴 국가책임의 기본 규칙을 반복하고 있다. 국가책임의 범위는 배상 가능한 환경적 피해의 최저기준(threshold)과 적용 가능한 일차규칙에 좌우된다.54) 무력충돌과 관련한 국가의 국제의무 위반에는(jus in bello) 뿐 아니라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의 무력사용금지원칙의 위반(jus ad bellum)도 포함된다. 점령상황에서의 국제인권법 위반도 지역인권재판소의 판례 및 인권조약기구에 의해 확립된 원칙에 따라 국가책임을 성립시킬 수 있는 국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55) 국제법상 무력충돌로 인한 국가책임과 환경손해의 배상가능성은 이미 1991년 유엔보상위원회(UN Commission on Compensation)56)와 2018년 국제사법재판소(ICJ)의 Certain activities carried out by Nicaragua in the border area 손해배상 판결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57) 동 원칙은 무력충돌 이전, 발생 상황, 종료 후 세 단계 중 한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므로 제2부에 위치한다.58) 한편 동 원칙은 위법행위를 수반한 책임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적법한 군사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피해의 결과 책임과 배상은 추궁할 수 없다는 점이 남는다. 관련 사항은 원칙 초안 26의 구호와 지원을 통해 일부 보완되고 있다.
원칙 초안 10과 11은 기업의 상당주의의무(due diligence)와 책임(liability)을 다루고 있다. 원칙 초안 10은 국가가 자신의 영토에서 또는 영토로부터 운영하는 기업과 여타 사업체가 무력충돌 지역 또는 무력충돌이 종료된 상황에서 활동할 때 환경보호에 대하여 상당주의의무를 행할 것을 보장하는 입법 및 여타 조치를 취할 것을 권하고, 그러한 조치에는 자연자원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구매되고 구입되는 것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59) 이 원칙은 일반적으로 구속력 있는 법적 의무를 반영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권고적 문구로 작성되었다.60) 원칙 초안 11은 국가가 영토내의 기업과 여타 사업체가 무력충돌 지역이나 무력충돌 종료 후 지역에서 활동하다 인간의 건강을 포함해 환경피해를 발생시켰을 때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적절한 입법 및 여타 조치를 취해야함을 정하고 있다.61) 여기에는 사실상 기업과 여타 사업체의 통제 아래 이뤄진 활동이 환경에 해를 끼친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포함하며, 국가는 ‘적절하다면’ 피해자를 위한 적절하고 효과적인 절차와 구제조치를 제공해야 한다. 원칙 초안 10과 달리 원칙 초안 11에는 ‘적절하다면’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해당 조치가 국내적 차원에서 적용됨을 반영하고 있다. 동 원칙은 국가가 기업이나 다른 기업 또는 그 자회사로 인해 발생한 환경 및 건강 관련 위해의 피해자에게 무력충돌 영역이나 사후적 분쟁 상황에서 적절하고 효과적인 절차와 구제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하고 있다.62)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에 관한 기업의 상당주의의무와 책임을 상기한 것은 오늘날 비국가행위자에 대한 국제법의 관심과도 부합한다. 그러나 군사안보기업이나 다국적기업의 무력충돌 개입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단순히 기업만을 잠재적인 ‘나쁜’ 행위자로 지목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국가들의 지적이 있다.63)
제3부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환경보호에 대한 일반원칙 중 하나는 원칙 초안 12에 규정된 마르텐스 조항(Martens Clause)의 환경에의 적용이다.64) 1899년 육전의 법 및 관습에 관한 협약(헤이그 제2협약) 전문에서 기원한 마르텐스 조항은 구체적인 협약에 의해 규율 되지 않더라도, 확립된 관습, 인도원칙 및 공공의 양심으로부터 연원하는 국제법 원칙의 보호와 권한 하에 놓인다는 인도법의 기본원칙으로,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1조 제2항을 비롯한 다수의 인도법 문서에 명시되어 있다. 마르텐스 조항은 조약에 의해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전쟁의 수단이나 방법이 허용된다거나, 국제관습법 또는 일반법칙에 의해 다루어지지 않은 전쟁행위가 합법이라는 주장을 방지한다.65) 마르텐스 조항을 환경보호에 확장 적용시키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도 있지만66), ICRC는 이미 1994년 군사매뉴얼 및 지휘지침에서 마르텐스 조항 적용을 포함하였으며, 개정된 무력충돌시 자연환경보호 지침도 규칙 16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다.67)
원칙 초안 13은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자연환경의 일반적 보호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68) 제1항에 따르면 자연환경은 무력충돌 상황에서 적용 가능한 국제법, 특히 무력충돌법에 따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동 원칙은 인도법 대신 무력충돌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주석은 인도법은 무력충돌의 일부로서 희생자의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무력충돌법은 더 넓은 범위로 무력충돌로 인한 희생자의 보호뿐 아니라 전쟁 수단을 규율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69) 한편 ‘적용 가능한 국제법’에는 무력충돌 상황에서 특별법의 지위에 있는 무력충돌법 뿐 아니라 국제환경법, 국제인권법 등 환경보호를 제공하는 다른 국제법의 규칙도 포함된다.70) 제2항은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55조 제1항을 따르고 있다. ‘주의가 요구된다’는 표현은 군사 활동이 자연환경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영향을 경계할 의무가 무력충돌 당사자에게 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한편 제55조와 마찬가지로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심각한 손상(widespread, long-term and severe damage)의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71) 제3항은 군사목표물과 민간물자의 구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인도법 기본규칙에 근거한다.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52조 제2항에 따르면 민간물자는 군사목표물이 아닌 모든 대상물로 정의된다. 제3항은 자연환경이 본질적으로 민간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제3항은 ‘has become’ 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연환경도 일시적으로 특정 경우에 군사적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72)
원칙 초안 14는 이미 확립된 무력충돌법 원칙인 구별의 원칙, 비례의 원칙, 군사적 필요성의 원칙 및 공격에 있어 사전주의 원칙을 열거하고, 이를 포함한 무력충돌법이 자연환경에 적용되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73) 열거된 원칙들은 무력충돌과 관련하여 환경 보호와 관련된 가장 관련성이 높은 원칙이다. 주석은 이들 원칙은 일반적 성격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확립된 원칙들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는 다루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74) 동 원칙의 목적은 무력충돌법을 재확인하는 것이 아닌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를 강화하는 것이다.75) 이러한 맥락에서 주석은 ‘자연환경에 적용되어야 하며, 그 보호의 관점에서’라는 문구가 무력충돌이나 군사작전에 관여하는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를 소개하며, 단순히 무력충돌 기본규칙의 환경에 대한 적용을 확인하는 정도가 아니라고 설명한다.76)
환경을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군사목표물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환경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부수적 피해라고 간주할 경우 환경피해는 공격의 비례성을 판단하는데 고려되지 않는다.77) 이러한 맥락에서 원칙 초안 15는 비례성의 원칙과 군사적 필요성에 관한 규칙을 적용할 때 환경적 고려를 참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78) 원칙 초안 15는 원칙 초안 14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원칙 초안 15는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원칙 초안 15는 군사적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의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실제 적용에 있어 중요하다.79) 한편, 주석은 원칙 초안 15가 군사행동을 다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군사목표물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하며, 이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원칙을 적용할 때’라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다.80) 반면 ‘환경적 고려’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는데, 이에 대해 주석은 환경에 관한 이해가 발달함에 따라 ‘환경적 고려’도 발전할 수 있다고 하였다.81)
보복의 수단으로서 자연환경에 대한 공격이 금지됨을 규정한 원칙 초안 16은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55조 제2항의 문구와 동일하다.82) ILC는 동 원칙과 관련하여 민간주민 또는 민간인에 대한 보복의 수단으로서의 공격을 금지하고 있는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51조 제6항과의 관계와 환경에 대한 보복 금지가 국제관습법을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 비국제적 무력충돌에의 적용 여부를 논의하였다.83) 원칙 초안 16을 지지하는 위원들은 환경이나 그 일부가 보복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나 다름없으므로 무력충돌법 기본규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며, 환경에 대한 보복 금지가 국제관습규칙에 해당한다는 견해를 취하였다. 그러나 다른 위원들은 이 규칙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에 따른 조약상 의무로서만 존재한다는 견해를 밝혔다.84) 한편 동 원칙이 제55조 제2항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마치 이 조항의 내용이 국제관습법적 지위에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 당사국이 아닌 국가나 해당 조항에 유보 또는 해석선언을 한 국가도 구속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85) 실제 동 조항에 해석선언을 한 영국이나 미국은 보복 수단으로서의 자연환경에 대한 공격금지가 국제관습법으로 확립되지 않았다고 보았다.86) 이러한 맥락에서 주석은 원칙 초안 16의 의미를 “보복으로서의 자연환경에 대한 공격 금지는 제1추가의정서의 당사국인 174개 국가들만 구속한다. 적용에 있어서의 일부 국가의 선언 및 유보는 사례별로 평가해야 한다”고 정리하였다.87) 동 원칙에 관한 또 다른 쟁점은 비국제적 무력충돌 상황을 다루는 제2추가의정서에는 제1추가의정서 제55조 제2항에 상응해 보복의 수단으로서의 자연환경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관련된 문제는 뒤에서 보다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원칙 초안 17은 군사적 목표가 아닌 이상 협정에 의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환경적 및 문화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어떠한 공격으로부터도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88) 원칙 초안 4와 달리 원칙 초안 17의 보호구역은 협정에 의해 지정된 구역만을 의미하며, 보호구역 지정 자체가 아닌 공격으로부터의 보호에 방점이 있다. 보호구역을 지정하는 협정은 평시나 전시 모두 체결될 수 있으며, 비국가행위자의 합의, 일방적 선언 등을 모두 포함한다.89) 보호구역으로 지정함에 따른 법적 효과는 협정에 명시된 보호구역의 기원과 내용 및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무력충돌 상황에서 이러한 협정 체결과 보호구역 준수가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공격시 비례성의 원칙이나 사전주의 원칙을 적용할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경고를 무력충돌 당사자에게 인지시키는 한편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예방 및 구제조치의 맥락에서도 의의가 있을 수 있다.90)
원칙 초안 18은 자연자원에 대한 약탈(pillage) 금지와 그 적용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있다.91) 자연자원의 불법적인 착취는 비국제적 무력충돌을 심화시키고, 피해 지역에 심각한 환경적 부담을 야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약탈 금지는 무력충돌 상황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92) 약탈 금지는 이미 무력충돌법 및 국내법, 군사매뉴얼 등에 명시되어 있다. 제네바 제4협약 제33조 제2항은 무력충돌 상대국의 영토 또는 점령지에서의 약탈을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제네바협약 제2추가의정서 제4조 제2항(g)는 약탈 금지가 비국제적무력충돌의 경우에도 적용됨을 확인하고 있다. 나아가 약탈은 전쟁범죄 행위 유형에 해당하며, 국제관습규칙에 해당한다.93) 한편 무력충돌법상 약탈 금지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모든 종류의 재산(property)에 적용된다고 해석되지만94), 원칙 초안 18은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자연자원의 약탈로 그 범위가 제한된다.95) 자연자원에 대한 약탈 금지의 적용가능성은 ICJ의 Armed Activities on the Territory of the Congo 판결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96) 금지하는 약탈 행위는 행위 주체에 있어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하지 않으며 조직적인 약탈과 개인 행위에 모두 적용되지만 반드시 무력이나 폭력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97) 자연자원의 약탈은 무력충돌 지역이나 무력분쟁 후에 발생하는 자연자원의 불법적인 착취라는 광범위한 맥락의 일부분이다. 원칙 초안 18은 무력충돌 상황을 다루는 제3부에 위치하지만, 점령상황에도 적용될 수 있다.98)
원칙 초안 19는 광범위하거나, 장기적이거나 또는 격심한 효과를 미치는 군사적 또는 기타 적대적인 환경변경기술 사용에 관여하지 아니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99) 동 원칙은 1976년 환경변경기술금지협약 제1조 제1항을 따른다. 이 협약 제2조 정의에 따르면 환경변경기술은 자연과정의 고의적 조작을 통하여 생물상, 암석권, 수권 및 대기권을 포함한 지구의 또는 외기권의 역학, 구성 또는 구조를 변화시키는 모든 기술을 의미한다. 동 원칙은 ‘국가는 그가 부담하는 국제의무에 따라서’라고 전제하고 있는데, 이는 환경변경기술협약 당사국의 경우 협약 의무에 따라서, 또는 국제관습법이 규율하는 범위 내에서 의무를 부담함을 의미한다.100) 한편, 환경변경기술금지협약은 국가만을 주체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국가행위자에 의한 적대적 사용을 금지할 수 있는 것인지, 비국제적 무력충돌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관습인도법에 대한 ICRC의 연구에서는 자연환경의 파괴를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국제관습법에 해당하며, 국제적 무력충돌과 비국제적 무력충돌 모두에 적용된다고 하였다.101)
제4부는 점령상황에서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을 다루고 있다. 전통적인 점령법에는 환경보호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는 가운데, 레흐토 특별보고자는 기존 규칙의 재해석을 통해 점령상황에서의 환경보호에 적용 가능한 원칙을 도출하고자 하였다.102) 2018년부터 논의가 진행된 점령상황에서의 환경보호는 당초 마지막에 배치되는 것으로 제안되었으나, 최종적으로 채택된 제1회독 초안에서는 무력충돌 발생시(제3부)와 무력충돌 종료 이후(제5부) 사이에 배치되었다. 이는 점령상황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제4부에 별도로 점령상황을 제시한 것은 세 단계의 시기적 접근법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점령상황의 특수함을 반영하여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함이다.103) 주석은 기본적으로 점령상황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제2부, 제3부, 제5부의 원칙을 점령상황에 대하여 준용(mutatis mutandis)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104)
원칙 초안 20은 점령당국의 일반적 의무에 관한 세 개의 항을 두고 있다.105) 제1항은 점령당국이 적용 가능한 국제법에 따라 피점령지역의 환경을 존중 및 보호하고, 피점령지역을 통치함에 있어서 환경적 고려를 참작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원칙은 1907년 헤이그 육전규칙 제43조에서 점령군이 점령지역의 공공질서와 안전을 회복하고 유지해야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에 착안하고 있다.106) 제2항은 점령당국이 피점령지역 주민의 건강과 안녕(well-being)에 해를 끼칠 수도 있는 피점령지역의 환경에 대한 심각한 피해를 예방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107) 제1항의 일반적 의무와 연관된 제2항은 보다 구체적으로 환경에 대한 심각한 피해가 점령지 주민의 생명권, 건강권, 식량권 등의 인권 향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108) 제2항은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55조 제1항과 관련 국제인권법에 기초하지만, ‘건강 또는 생존’을 언급한 제55조 제1항과 달리 ‘건강과 안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의 ‘건강과 안녕’의 의미는 현 세대의 건강과 안녕은 후 세대의 건강과 안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건강한 환경에 좌우됨을 상기한 WHO 헌장의 개념과 존엄하고 안녕한 삶을 허용하는 질적으로 좋은 환경에서의 자유, 평등 및 적절한 삶의 조건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재확인한 스톡홀름 선언 원칙 1을 참고할 수 있다.109)
제3항은 점령당국이 환경 보호에 관한 점유 영토의 법과 제도를 존중하고 무력충돌 법률이 규정한 한도 내에서만 변화를 도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률과 제도’라는 용어는 점령 국가의 국제적 의무도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점령의 일시적 특성과 현상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 항은 1907년 헤이그 육전규칙 제43조의 마지막 구절과 제네바 제4협약의 제64조(형벌법령 개정 관련)에 근거하고 있다.110) 제3항은 무력충돌로 인해 제도가 붕괴된 상황에서 점령군이 즉각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111) 한편 주석은 점령지의 환경에 관한 법률 및 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간섭이 요구될 수 있지만, 점령당국은 국가의 기본 기관에 영구적인 변화를 도입할 수 없으며, 공적 질서, 시민 생활 및 복지를 고려해야 함을 강조한다.112)
원칙 초안 21은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에 관한 점령당국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113) 동 원칙 초안의 첫 번째 문장은 ‘점령당국이 점령지역에서 자연자원을 관리하고 사용하도록 허용된 경우’를 전제로 한다. 이 문구는 점령지의 부와 자연자원의 착취에 대해 제한하고 있는 무력충돌법 및 기타 국제법이 정한 한계를 의미한다.114) 동 원칙은 명시적으로 점령당국의 관리 및 사용은 점령지역 주민을 위하여 그리고 무력충돌법상 여타 적법한 목적을 위해서만 가능함을 밝히고 있다.115) 원칙 초안 21의 마지막 문장은 점령군이 점유 영토에서 자연자원을 관리하고 사용하도록 허용된 경우, 그러한 자원의 지속 가능한 사용을 보장하고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할 의무를 제시한다. 이 요건은 점령당국의 용익권자(usufruct)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1907년 헤이그 육전규칙 제55조의 공유 부동산의 자본을 보호하기 위한 점령군의 의무에 근거한다.116)
원칙 초안 22는 점령당국이 점령지역 내에서의 행위가 피점령지역을 넘어서는 지역의 환경에 심각한 해를 야기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상당주의의무(due diligence)를 부담한다는 내용이다.117) 초국경적 환경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아야 할 국가의 의무는 이미 확립된 환경법 원칙으로, 특히 자연자원의 공유와 국제하천 및 초국경적 대수층의 문제에서 강조된다. 이는 ILC가 2001년 채택한 초국경적 손해예방 및 손실분배에 관한 원칙 초안의 적용범위에 점령상황이 포함된다는 작업결과에도 근거한다.118)
원칙 초안 23은 제1항에서 평화협정 속에 무력충돌에 의해 손상된 환경의 복구 및 보호와 관련된 문제를 언급할 것을 권하고, 제2항에서 이를 위한 국제기구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119) 평화협정이 아닌 평화절차라고 한 것은 정식의 평화협정 체결 뿐 아니라 비국제적 무력충돌 상황을 포함해 다양한 평화절차를 모두 포괄하기 위함이다.120) 동 원칙은 기존의 법적 의무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규범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을 나타낸다는 의미에서 권고적 표현으로 작성되었다.121) 실제 최근의 일부 평화협정에는 환경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평화절차 또는 평화협정 중에 체결된 문서에서 다뤄진 환경 문제에는 당사자에 대한 협력 의무 또는 장려 의무와 책임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조항이 포함되기도 한다.122) 제2항은 관련된 국제기구가 평화절차를 지원함에 있어 환경적 고려를 할 것을 격려하는 목적으로 마련되었다. 동 항의 국제기구는 평화협정에 관여하는 유엔의 기구 뿐 아니라 지역기구를 포함하며, ‘적절하다면’이라는 표현은 분쟁당사자들이 이러한 국제기구의 개입을 반대할 수 있고, 항상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123)
원칙 초안 24의 제1항은 국가와 국제기구가 무력충돌 종료 후 구제조치를 촉진하기 위해 국제법상 의무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정보에의 접근을 허용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제2항은 그러한 접근에 있어 안보적 고려에 관해 규정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성실하게 협력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124) 동 원칙은 특별보고자가 해양 전쟁잔류물에 관한 정보 공유 및 협력 의무를 제안한 내용을 기초로 정보 공유 및 접근에 관한 환경법 및 인권법의 섬세한 문구를 도입하여 보다 일반적 내용으로 발전되었다.125) 원칙 초안 24는 무력충돌 당사자가 아닌, 보다 넓게 국가와 국제기구의 의무를 다루고 있다. 실제 무력충돌 당사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국가는 제3국으로서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다른 국가나 국제기구가 구제조치를 취함에 있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동 원칙은 무력충돌법에서 정보 전달 또는 공유 의무를 명시한 여러 조항들을 근거로 하고 있다.126) ‘공유’라는 용어는 국가 및 국제기구가 상호관계와 협력의 수단으로서 제공하는 정보를 의미하지만, ‘접근권의 부여’라는 용어는 그러한 정보에 대한 개인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127)
오늘날 다수의 환경 관련 국제문서 및 조약은 적절한 정보의 제공 및 접근 문제에 대하여 인권 관념을 토대로 ‘환경권’의 차원에서 접근한다.128) 개인의 환경정보 접근권은 개인이 위험 물질을 포함한 정보에 대해 적절히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1992년 환경과 개발에 관한 리우선언 원칙 10과 국가 입법과 국제협정에 따라 환경에 관한 정보에 대한 공공의 접근을 보장하고 근본적인 자유를 보호할 것을 각국에 요구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 Goal 16, 지역 조약으로 오르후스 협약(Convention on Access to Information, Public Participation in Decision-making and Access to Justice in Environmental Matters) 등에 규정되어 있다.129) 특히 오르후스 협약은 개인의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절차적인 권리를 규정한 최초의 국제조약으로서 국제법상 환경정보의 제공 및 접근에 관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130) 그 밖에도 동 원칙은 유엔 기후변화골격협약 제6조 등 여러 조약에서 정보에 대한 접근을 촉진해야 한다는 규정, 국제기구의 관행과 ICRC 군사매뉴얼 및 지휘지침을 근거로 한다.131) 또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의무에 대해서는 국제하천의 비항행적 이용법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Law of the Non-navigational Uses of International Watercourses) 관련 조항132)과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의 제14조 제1항(c) 등을 참고할 수 있다.133) 동 원칙은 환경법과 인권법의 발전적 원칙을 담고 있지만, 법적 구속력 있는 의무를 담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무엇에 대해 얼마나 정보접근과 공유를 수락해야 한다는 것인지, 국가가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 무력충돌 이후 시기가 언제까지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다.
원칙 초안 25는 무력충돌 종료 후 상황에서 환경평가와 구제조치가 수행될 수 있도록 관련 행위자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되었다.134) 동 원칙은 ‘장려한다(encourage)’는 표현을 통해 관련 실행이 부족함을 인정하고 있다. ‘환경평가’는 일반적으로 예방조치로 수행되는 ‘환경영향평가’와 구별된다. 분쟁 후 환경평가는 주로 건강, 생계 및 안보에 대한 주요 환경 위험을 식별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당국에게 권고하기 위해 수행된다. 주석은 무력충돌의 환경적 영향을 방치할 경우 더 많은 인구변동과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지역 회복과 재건을 약화시켜 악순환을 촉발하므로 환경평가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135) 또한 이러한 환경평가가 완료되면 해당 국가의 개발 계획과 관련하여 생태계 재활, 위험 완화 및 자원의 지속가능한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환경회복 프로그램이 시행되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설명한다.136)
원칙 초안 26은 각국이 무력충돌 동안 야기된 환경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장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37) 동 원칙 또한 ‘장려한다’는 표현을 통해 구속력이 없음을 강조한다. 동 원칙은 실제 환경손해가 일련의 사건에서 올 수 있다는 점, 수년 동안 지속되어 인과관계를 설정하기 어렵다는 점, 비국가행위자가 참여한 현대 분쟁의 형태 등을 고려할 때 책임 배분이 어렵다는 점, 무력충돌 환경손해는 합법적인 활동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책임을 규명하고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다.138) 여기서 ‘배상’이라는 용어는 국제적으로 위법한 행위에 대한 여러 형태의 손해배상을 포괄하는 일반적인 개념으로 사용되며, ‘구호’와 ‘지원’이라는 용어는 환경을 복구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구제조치를 포괄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139) 이 원칙은 위법한 행위에 대한 국가책임과 적법한 행위로 말미암은 결과책임을 함께 논의한 레흐토 위원의 제안에 기초하여, 문안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별도의 원칙으로 마련되었다.140)
원칙 초안 27은 무력충돌 종료 후에 환경에 피해를 주거나 야기할 수 있는 유독하고 위험한 전쟁잔류물을 제거하거나 무해하게 하는 것을 보장하고자 한다.141) 이 원칙은 육상의 독성 및 유해한 전쟁잔류물 뿐 아니라, 무력충돌 당사자의 관할 또는 통제 내의 해상 유기 잔류물도 포함한다. ‘무해하게’라는 표현은 경우에 따라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제거 이외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142) 제1항의 ‘유독하고 위험한’이라는 용어는 인간이나 환경에 위험을 초래하는 전쟁잔류물을 언급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인간이나 환경에 위협을 가하는 전쟁잔류물이 모두 위험하다 볼 수 있지만 모두 독성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위험한’이라는 용어가 ‘유독한’이라는 용어보다 넓다.143) ‘유독한 전쟁잔류물’이라는 용어는 국제법상 정의가 없지만, 관련 연구를 참조할 때 “인간과 생태계에 위해를 끼치는 군사 활동으로 인한 유독한 또는 방사능 물질”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144) 제2항은 제1항에 언급된 전쟁잔류물을 무해하게 만들기 위해 교전당사자 간의 협력과 기술적 지원을 장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항은 협력 당사자에게 새로운 국제법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며, 전쟁잔류물이 무해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보장할 위치에 있지 않은 상황이라도 당사자들이 협력하도록 장려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임을 강조하기 위해 마련되었다.145) 마지막으로 제3항에는 전쟁잔류물과 관련된 기존의 조약이나 국제관습법적 의무를 저해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동 원칙은 비국제적 무력충돌에도 적용되도록 되어 있으며, 피해자에 대한 책임이나 배상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는다.146)
원칙 초안 28은 해양 전쟁잔류물이 환경에 위험 요소가 되지 않도록 국제적으로 협력할 것을 장려한다.147) 동 원칙은 무력충돌에 연루된 국가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는 필요성에 근거해 모든 국가들과 관련 국제기구들이 협력하도록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148) 관련된 관행이 아직 발전하고 있는 분야임을 감안하여 동 원칙은 규범적인 ‘협조해야 한다’보다는 권고적인 ‘협조할 수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149) 해양 전쟁잔류물은 특히 선원과 어부들의 건강과 안전에 상당한 부수적 피해를 줄 수 있다.150) 한편 주석은 해양 전쟁잔류물에 관한 책임의 배분이나 손해 배상에 관한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고 밝히며, 해양법의 다양한 법적 성격을 고려할 때 해양에서의 전쟁잔류물이 환경 위험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일차적인 의무를 어느 당사자에게 지워야 할 것인지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라고 설명하였다.151)
Ⅲ.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제1회독 초안의 주요 쟁점
2019년 ILC가 잠정 채택한 제1회독 초안은 국가들의 검토 의견을 바탕으로 ILC의 논의를 거쳐 수정이 이뤄질 것이다. 동 주제에 대한 그동안의 국가들의 입장을 살펴보았을 때, 제1회독 원칙 초안은 다음과 같은 쟁점을 중심으로 한 수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제1회독 초안은 ‘원칙(principle)’이라는 결과물 형태를 취하고 있다. 동 주제는 결과물 형태 결정에 있어 제6위원회를 통한 국가들의 의견이 반영된 대표적인 예이다.152) 제1부 서론 주석은 동 초안이 원칙이라는 결과물 형태를 취하고 있음을 상기하며, 동 초안에 담긴 원칙들은 규범적 가치(normative value)가 다를 수 있고, 일부 원칙은 국제관습법을 반영하고 있으나, 보다 권고적 성격을 가진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153) 원칙은 일반적이고 보조적이며 구속력이 없다.154) 따라서 원칙이라는 결과물의 형태는 초안 전반에 걸쳐 그에 맞는 비규범적인 또는 비구속적인 문구사용이 요청된다. 이와 같은 점은 이미 다수 국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 네덜란드는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의 최종결과물의 형태는 조약으로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조항(articles)보다는 원칙(principles)이 적절하다고 논평하며, ‘shall’과 ‘should’와 같은 문구를 보다 신중히 검토하여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155) 미국도 특별보고자가 제안한 일부 초안이 ‘shall’ 또는 ‘must’를 사용하는 명령형으로 작성되었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표현은 lex lata를 구성하는 명백히 성립된 규칙에게만 가능하므로 국제법의 점진적 발전에 해당하는 이 주제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였다.156) 더 나아가 체코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마련하는 것도 아니면서, ‘적용(applica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것 또한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였다.157)
이러한 맥락에서 원칙이라는 결과물의 형태와 부합하지 않게, 권고적 표현이 아닌 의무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일부 원칙 초안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원칙 초안 7은 무력충돌 관련 평화활동에 관여하는 국가 및 국제기구가 작전을 수행함에 있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고, 부정적인 환경적 결과를 예방, 경감 및 구제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의무적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 미국은 동 원칙에 대해 ‘should’가 아닌 ‘shall’을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158) 점령당국의 상당주의의무(due diligence)에 관한 원칙 초안 22 역시 법적 구속력 있는 의무를 담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은 전반적으로 제4부 점령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원칙 초안들이 기존 점령법에 의해 요구되는 그 이상을 규정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159) 그 밖에 무력충돌 당사국이 아닌 경우에도 협력의 의무를 강조하고 있는 정보 공유와 접근 허용에 관한 원칙 초안 24와 전쟁잔류물 제거에 관한 원칙 초안 27도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칙 초안 27의 경우 의무를 담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찾을(seek to)’ 의무, ‘노력할(endeavor)’ 의무라는 점에서 여러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무력충돌 당사국이 아닌 경우에도 환경법의 기본원칙에 따라 관할 지역에서 유독하고 위험한 전쟁잔류물을 제거하거나 무력화시킬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는 여전히 논란이 예상된다.
반면 일부 원칙 초안은 의무를 담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여도 새로운 의무를 창설하는 것이 아닌 관련된 기존 의무의 이행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국가의 기존 의무에 따른 효과적 조치를 강조하는 원칙 초안 3의 제1항이 대표적이다. 대조적으로 제2항의 추가적 조치에서는 권고적 표현(should)을 사용함으로써 ILC가 작성한 동 초안이 국가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할 수 없음을 반영하고 있다.160) 따라서 원칙이라는 최종결과물 형태에 부합하는 비구속적 혹은 비규범적 표현의 사용은 해당 원칙의 내용이 lex lata인지 lex ferenda인지, 기존의 확립된 의무보다 강화된 또는 새로운 의무를 제시하고 있는지를 바탕으로 검토 및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제1회독 초안은 인권법과 환경법 개념 및 원칙을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에 대한 논의를 강화 및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제2부의 무력충돌 이전 또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원칙들과 제5부 무력충돌 종료 후에 적용되는 원칙들은 인권법과 환경법 논의를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의 맥락으로 재해석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점령상황에 관한 제4부도 환경보호에 적용 가능한 규칙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인권법과 환경법의 관여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무력충돌 관련 군대주둔에 관한 협정에 관한 원칙 초안 6과 무력충돌 후 환경평가와 구제조치에 관한 원칙 초안 25에서의 환경영향평가 및 환경평가의 강조, 자연자원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구매되고 구입되는 것을 강조한 원칙 초안 10과 점령당국의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 보장 의무에 관한 원칙 초안 21, 월경피해 방지를 위한 점령당국의 상당주의의무에 관한 원칙 초안 22는 확립된 환경법의 개념 및 원칙을 도입하고 있다.
동 초안은 전반적으로 환경보호와 인간의 건강 및 안녕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으며, 인권 중심적 접근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원칙 초안 20 제2항은 점령당국의 환경보호 의무 이행 및 역할을 통해 주민의 건강과 안녕을 도모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원칙 초안 24에서는 ‘환경권’의 개념을 반영하는 한편, 정보 접근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원칙 초안 8에서는 인간의 이주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면서도, 실향민의 구제와 지원의 필요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161) 환경과의 밀접한 관련 속에 생활하는 원주민의 권리에 대한 특별한 고려를 강조하는데, 원주민을 위한 환경보호를 직접 규정한 원칙 초안 5 외에도 보호구역 지정에 있어 환경에 의존하고 있는 원주민의 조상의 땅(ancestral lands)을 포함시키고, 특별한 보호를 요청하는 신성한 지역(sacred area)의 경우 원주민의 권리와 관련됨을 강조하는 원칙 초안 4가 대표적이다.162)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원주민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그의 참여를 강조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환경보호에 관한 제3부에서는 직접적으로 원칙 초안 13의 주석을 통해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적용 가능한 국제법의 범위에 국제인권법 및 국제환경법 등 환경보호를 제공하는 다른 국제법 규칙이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2014년 야콥슨 특별보고자는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주제는 인도법의 범위를 넘어 인권법과 환경법을 모두 고려해야 함을 강조하였다.163) 당시 특별보고자는 국제인권법은 무력충돌 상황에도 계속 적용되며, 국제인권법과 특별법으로서의 국제인도법을 함께 고려할 수 있다고 확인한 ICJ의 Legal Consequences of the Construction of a Wall on the Occupied Palestinian Territory 권고적 의견을 강조하여 인용하였다.164) 무력충돌이 조약에 미치는 효력에 관한 ILC의 이전 작업도 인권보호 및 환경보호 관련 조약은 무력충돌 상황에서도 계속 적용됨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인도법의 특별법(lex specialis)적 지위를 강조하는 일부 국가들은 이러한 접근방식을 비판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2017년 제6위원회에서 동 주제가 무력충돌시 특별법으로서 적용되는 인도법과 다른 법체계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는데 우려를 표명하며, 무력충돌 상황에서 다른 법체계가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범위는 개별 상황별로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165) 당시 영국도 인도법이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분야에서는 특별법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166)
이처럼 발전된 국제인권법과 환경법의 개념 및 원칙을 수렴하려는 노력은 동 초안의 가장 중요한 의의일 것이다. 그리스는 점령법 발전 당시에는 환경보호라는 관심사가 국제법상 존재하지 않았음을 상기하며, 발전적 접근방법에 기초해 환경법 일반원칙과 국제인권법을 점령상황에 연계시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167) 반면 영국은 초안이 다루는 범위가 인권법과 환경법까지 매우 넓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러한 논의의 바탕으로 제시된 다양한 문서들의 법적 권위가 일률적이지 않고, 인용된 일부 문헌은 국가실행을 구성하지 않거나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특히 영국은 이 초안이 환경보호의 범위 밖에 있는 인간의 건강 및 위생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였다.168) 싱가포르도 2015년 논의 초기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에 관한 논의는 기존의 인도법을 규명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하며, 환경법이나 국제인권법 원칙을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논의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였다.169) 실제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의 시간적 범위를 무력충돌 이전과 종료 후로 확장하고 있는 방법론을 취하는 이상 다른 국제법 체계와의 접목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러한 ‘바람직한’ 논의는 관행의 부족으로 인한 규범적 지위와 향후 원칙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인권법과 환경법 개념 및 원칙을 반영한 원칙 초안 역시 국가들의 견해 차이로 인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이들 원칙이 비국제적 무력충돌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동 초안은 비국제적 무력충돌에 관한 별도의 원칙을 두고 있지 않다. 대신 범위에 관한 원칙 초안 1의 주석은 ‘무력충돌’에 있어 국제적 무력충돌과 비국제적 무력충돌을 별도로 구별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170) 일부 원칙은 주석에서 비국제적 무력충돌에도 적용됨을 별도로 명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원칙의 근거가 되는 기존 규칙은 대부분 국제적 무력충돌을 전제로 한 경우이다. 예컨대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55조 제2항을 따라 자연환경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공격금지를 명시한 원칙 초안 16의 경우, 비국제적 무력충돌을 규율하고 있는 제2추가의정서에는 그에 상응한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국제법 규칙에 해당한다는 우려가 있다.171) 실제 제2추가의정서 작성을 위한 외교회의 당시 보복의 수단으로서 자연환경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는 규정을 넣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채택되지 못했음을 고려할 때, 비국제적 무력충돌에도 동 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172) 그러나 구체적인 금지 규정이 없다는 것이 해당 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관련 연구자들은 비국제적 무력충돌에의 적용에 관한 제네바협약 공통 제3조와 제2추가의정서 제4조의 기본적 보장의 내용을 통해 자연환경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공격 금지가 비국제적 무력충돌에도 적용됨을 설명한다.173) 군사적 목표가 되지 않는 한 환경은 민간물자이며 민간주민의 건강 및 안녕과 직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민간주민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공격 금지가 ‘어떠한 종류의 무력충돌에서도’ 적용되는 국제관습규칙에 해당한다고 한 ICTY의 판결은 비국제적 무력충돌에서도 환경에 대한 보복으로서의 공격은 금지된다는 입장을 강화시킨다.174) 주석은 동 원칙과 관련된 논란을 인지하나 궁극적으로 초안의 목적이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임을 상기하며, 국제법의 점진적 발전의 맥락에서 해당 원칙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175) 원칙 초안 19 환경변경기술금지의 경우도 국제적 무력충돌에 적용될 수 있는 협약은 그나마 확립되어 있는 반면, 이러한 원칙이 비국제적 무력충돌에도 적용되는지, 비국가행위자의 사용은 어떻게 금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된 국제관습규칙이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ICRC의 연구와 달리 일부 국가들은 원칙 초안 19도 점진적 발전에 해당한다고 지적할 수 있다.176)
비국제적 무력충돌이 대부분인 오늘날의 무력충돌 양상을 고려할 때 비국제적 무력충돌 상황에 적용되는 환경보호 원칙을 도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비국제적 무력충돌의 경우 다층적인 행위 주체로 인해 의무 담지자 확정 및 책임 분배의 문제 등을 고려한 원칙의 마련과 실현에 있어 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원칙을 뒷받침할 수 있는 관련 실행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2015년 제6위원회 발언을 통해 국제적 및 비국제적 무력충돌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법원칙을 규명하는 것은 매우 큰 도전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은 논의 진행에 있어 국제적인 무력충돌과 비국제적인 무력충돌에 적용되는 규칙을 구별해야 함을 강조하였다.177) 한편 캐리비안 공동체를 대표하여 발언한 트리나다드 토바고는 국제적 무력충돌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적용되는 규칙이 항상 비국제적 무력충돌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며, ILC의 논의에서 비국제적 무력충돌 상황에 보다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였다.178) 이러한 맥락에서 개별 원칙의 비국제적 무력충돌에의 적용 여부 또한 제1회독 초안의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원의 보호와 점령당국의 의무에 중점을 둔 전통적인 무력충돌법에서 환경에 직접 적용되는 규칙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군사적 필요성이 없는 한 적의 재산을 파괴 또는 압류하는 것을 금지한 1907년 헤이그 육전규칙 제23조(g)와 1949년 제네바 제4협약 제53조의 민간재산에 대한 파괴 또는 압류 금지 규정이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에 관한 관습규칙의 기원으로 논의되지만, 환경을 보호의 대상으로 직접 명시한 것은 아니었다.179) 1977년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35조 제3항과 제55조는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환경보호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첫 번째 규범적 발전단계에 해당한다.180) 그러나 이들 조항 역시 환경피해의 높은 기준과 불명확성, 환경을 민간물자로 간주하여 보호하는 불확정성, 군사적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에 있어 환경에 대한 피해를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로 간주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181)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제1회독 초안은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기존 법규범을 강화하고 보완하고자 하였다. 앞서 언급한 인권법과 환경법의 개념 및 원칙의 도입은 환경보호에 있어 관련 조치를 다양화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의무를 창설하지는 않지만, 기존 무력충돌법의 일반적 의무를 환경보호와 연결하여 해석함으로써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를 여러 측면에서 ‘향상’시키고 있다. 예컨대 원칙 초안 3의 주석은 환경보호를 향상시키기 위한 실효적 조치를 취할 국가의 의무를 설명하며,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35조 제3항 및 제55조의 명시적 규정 외에도 두 조항에 담긴 의무가 제36조의 무기검토 의무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의정서의 관련 의무를 군사교육계획 속에 포함시키고 민간주민의 학습을 장려함으로써 광범위하게 보급할 의무를 규정한 제83조를 통해 환경보호를 향상시킬 것을 강조하는 한편, 자연환경 보호와 관련된 전쟁범죄에 대한 혐의가 있는 사람을 기소하거나 실효적인 관할권을 행사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182)
마르텐스 조항의 환경에의 적용을 명시한 원칙 초안 12와 자연자원에 대한 약탈금지와 그 적용 가능성을 재확인한 원칙 초안 18의 경우 확립된 무력충돌법 규칙의 환경에의 직접 적용을 확인함으로써 환경보호 규범을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원칙 초안 14 및 15는 무력충돌법 기본규칙을 적용함에 있어 환경적 고려를 명시함으로써 환경피해를 부수적 피해로만 다루었던 문제점을 수정 보완하고 있다. 한편 기존규칙의 성문법전화는 그의 한계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55조 제1항의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심각한 피해’라는 기준은 규정의 모호성과 과도한 엄격성에 대해 비판을 받아 왔으나183), 수정되지 않은 채 원칙 초안 13에 담겨 있다. 또 한편, 원칙 초안 16과 같이 기존 조약 문구를 그대로 도입한 경우에는 동 조항의 내용이 국제관습법적 지위에 있는지, 조약상 당사국만을 구속하는 규범적 지위를 갖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환경보호는 군사적 이익을 일부 희생하면서 환경보호를 추구해야 하는 과제로, 국가들의 현실적인 이해관계가 밀접하게 연결될 수밖에 없다.184) 브라질은 동 초안이 국제인도법의 관련 규칙을 변경하는 것이 아닌 국제법의 발전을 고려하여 흠결을 메꾸는 방향이어야 함을 강조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닌 권고적 성격의 결과물 형태에 따라 문안 작성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185) 국가들이 기존 조약에서 한발 나아간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에 관한 국제관습법을 인정하고, 이를 원칙으로 받아들여 성문화할 수 있을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Ⅳ. 결 론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는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무력충돌법과 더 나아가 환경보호와의 교차점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ILC로서는 새로운 시도였다. 선정 당시 대다수의 국가들은 ILC의 작업주제로서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였지만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다.186) 러시아는 기존의 국제인도법에 충분한 정도의 규칙이 존재하고, 무력충돌의 이전과 종료 후는 평시로 간주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러한 경우에는 환경의 보호에 관한 일반법이 충분히 적용된다는 취지에서 반대 입장을 취하였다. 프랑스는 해당 주제의 현실적인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표시하였다. 미국은 해당 주제의 범위가 불명확하며, 그 영향이 환경보호의 맥락을 넘을 수 있다는 데에 우려를 표하였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ILC의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초안은 구속력이 없는 ‘원칙’이라는 형태로 기존의 법규칙을 변형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업되었다.
일반적으로 원칙, 결론, 지침 등 향후 조약으로의 발전을 예정하고 있지 않은 형태를 취하는 경우 국가관행이 충분히 발전되지 않은 법규범의 논의로 국제법의 점진적 발전의 측면이 강하다.187) 이러한 최종결과물 형태는 관련 주제 논의에 있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국가들에 있어서는 비구속적인 형태의 결과물은 이행에 있어 보다 유연한 해석과 적용의 여지가 있으므로 매력적일 수 있다.188) 실제 원칙이라는 결과물 형태는 구속력 있는 규범 형성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국제법 또는 국내법의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의도하는 주제에서 주로 채택된다.189)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원칙 초안의 경우에도 국제법의 점진적인 발전에 기여하고 국가들에게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대한민국은 2019년 제6위원회 발언을 통해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주제의 최종 형태로 원칙 초안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일부 초안은 국제관습법을 반영하지만, 일부 원칙은 권고적 성격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동 초안이 국가들에게 일종의 지침이 되어 국제법의 점진적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190)
이 글에서 검토한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제1회독 초안은 여전히 수정 및 보완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제1회독 초안은 비구속적 문구의 사용, 인권법 및 환경법 원칙 도입에 대한 국가들의 견해, 비국제적 무력충돌 상황에의 적용 여부, 기존 무력충돌 상황 환경보호 규칙의 강화와 한계에 대한 국가들의 의견에 따라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ILC의 제2회독 초안이 채택과 국가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채택될 것이다. 최근 관행으로 볼 때 ILC는 유엔 총회에게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 최종 초안을 결의에 첨부할 것과 관련 당사자들에게 널리 배포할 것을 권고할 것으로 보이며, 총회는 이와 같은 권고를 그대로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191) 물론 원칙이라는 작업결과물은 추후 조약으로의 발전을 예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국가들의 관심이 덜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LC가 채택하고 유엔 총회가 주목하게 될 동 문서는 이후 무력충돌 관련 환경보호에 관한 관행을 이끌어가는 지침이 될 수 있으며, 국가들의 논평과 수정 방향은 향후 무력충돌 관련 환경규범의 발전 방향을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