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법

채무자의 상속포기와 사해행위취소청구의 소:

권혁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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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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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line: Apr 30, 2021


Ⅰ. 사안의 내용

1. 사실관계

1) X는 소외 A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가합76615호로 2억 8천만 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약정금청구소송을 제기하여 2007. 10. 23. 위 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았고, 그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A 및 Y1∼4의 어머니인 망 소외 B가 2009. 12. 4. 사망하였다. 그러자 B의 공동상속인 중 A는 상속포기기간 동안인 2010. 1. 28. 서울가정법원 2010느단852호로 상속포기의 신고를 하였고, 위 신고는 2010. 3. 15. 위 법원에 의하여 수리되었다.

2) A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상속인인 Y1∼4는 위 신고가 수리되면 그 포기의 소급효로 인하여 A는 처음부터 B의 상속인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생각하여, 위 상속포기의 신고와 같은 날인 2010. 1. 28. A를 제외한 채 B의 상속재산인 이 사건 부동산의 B 소유 지분(13분의 3. 이하 ‘이 사건 상속재산’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그들의 법정상속분 비율에 따라 이를 분할하는 내용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한 다음 2009. 12. 4.자 협의분할로 인한 재산상속을 원인으로 하여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2. 당사자의 주장 및 사실법원의 판단

1) X는 이미 채무초과상태에 있던 A가 2009. 12. 4. 공동상속인들인 Y1∼4와 사이에 이 사건 상속재산 중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으로 행한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채권자인 X를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하고, 그 원상회복으로 Y1∼4는 위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2) 제1심1)및 항소심법원2)은 A의 법정상속분에 상당하는 지분을 포함하여 이 사건 상속재산 전부에 관하여 A를 제외한 Y1∼4 앞으로 위 각 지분소유권이전등기가 행하여진 것은 A가 상속을 포기함으로써 그가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게 된 데서 연유한 것으로서, 이를 X의 주장과 같이 A와 Y1∼4 사이에서 A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는 내용으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한 결과로 볼 수 없다고 전제한 다음, 나아가 상속의 포기는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 X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위 항소심판결에 불복하여 X가 상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상속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고(민법 제1042조), 포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이 된다(대법원 2003. 8. 11.자 2003마988 결정 등 참조). 따라서 상속포기의 신고가 아직 행하여지지 아니하거나 법원에 의하여 아직 수리되지 아니하고 있는 동안에 포기자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이루어진 상속재산분할협의는 후에 상속포기의 신고가 적법하게 수리되어 상속포기의 효력이 발생하게 됨으로써 공동상속인의 자격을 가지는 사람들 전원이 행한 것이 되어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된다고 할 것이다. 이는 설사 포기자가 상속재산분할협의에 참여하여 그 당사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협의가 그의 상속포기를 전제로 하여서 포기자에게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내용인 경우에는 마찬가지라고 볼 것이다. 한편 상속의 포기는 비록 포기자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없지 아니하나(그러한 측면과 관련하여서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6조도 참조), 앞서 본 대로 상속인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소멸하게 하는 행위로서, ① 이를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속의 포기는 1차적으로 피상속인 또는 후순위상속인을 포함하여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행위에 대하여 비록 상속인인 채무자가 무자력 상태에 있다고 하여서 그로 하여금 상속포기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채권자의 사해행위 취소를 쉽사리 인정할 것이 아니다. ② 그리고 상속은 피상속인이 사망 당시에 가지던 모든 재산적 권리 및 의무·부담을 포함하는 총체재산이 한꺼번에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으로서 다수의 관련자가 이해관계를 가지는 바인데, 위와 같이 상속인으로서의 자격 자체를 좌우하는 상속포기의 의사표시에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법률행위에 대하여 채권자 자신과 수익자 또는 전득자 사이에서만 상대적으로 그 효력이 없는 것으로 하는 채권자취소권의 적용이 있다고 하면, 상속을 둘러싼 법률관계는 그 법적 처리의 출발점이 되는 상속인 확정의 단계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것을 면할 수 없다. ③ 또한 이 사건에서의 X와 같이 상속인의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상속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상속의 포기는 민법 제406조 제1항에서 정하는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고 함이 상당하다.(위 판시 내용 중 숫자 표기는 필자가 임의로 첨가한 것임)

Ⅱ. 평석

1. 문제의 제기

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본질적으로 신용경제사회라 할 수 있다.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신용을 부여함에 있어서 채무자와의 거래시점 현재 평가된 적극·소극 자산뿐만 아니라 채무자의 과거 경제행위와 관련된 행적을 면밀히 검토하고, 아울러 미래의 성장 가능성 및 자산 형성 가능성에 대하여 전문적인 평가를 시도한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자산거래에 있어서는 상호신뢰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로서는 그에게 신용을 부여한 채권자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그 신의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가 있다. 채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그의 적극재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회로서 상속을 활용할 것을 기대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에 의한 상속포기와 채권자가 그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는 것의 허용여부를 검토한다.

2. 학설
1) 상속포기행위를 채권자취소의 대상으로 보는 견해(긍정설)

긍정설3)은 상속의 포기는 엄연히 재산권에 관한 법률행위로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함으로써 채권자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채권자취소권 제도의 취지에서 볼 때 채권자취소권을 허용함으로써 채무자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상속인인 채무자는 상속개시의 시점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권리의무를 승계하므로, 상속을 포기하면 소급적으로 상속재산을 상실하게 되어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이것은 채무자의 책임재산은 반드시 채권채무관계가 성립하던 당시의 재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면 당연하다. 한편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6조 1항은 파산선고 전에 파산자를 위하여 상속개시가 있은 경우에 파산자가 파산선고 후에 상속포기를 한 때라도 파산재단에 대하여는 한정승인의 효력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파산채무자가 상속포기를 하더라도 상속재산은 파산채권자들에 의한 집행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부정설에 의하면 파산선고 전에 상속포기를 하면 상속인의 파산채권자들은 상속재산에 대하여 집행을 할 수 없게 되어 불균형이 생기게 된다4).

2) 상속포기는 채권자취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견해(부정설)

부정설5)의 주된 논거는 상속포기는 신분법 상의 행위로서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406조 1항의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신분상의 행위인 상속포기에 대하여 채권자취소권을 인정하면 상속인의 포기의 자유가 제한받게 되고, 상속인에게 상속의 승인을 강제하게 된다. 특히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할 것인가의 여부는 채권자와의 관계 외에도 비재산권적 요소까지도 고려하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한편 채권자는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고유재산만을 평가하여 채권관계를 맺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채무자인 상속인의 상속승인에 대한 채권자의 기대는 보호할 가치가 없고, 상속포기에는 소급효가 있어서 포기자는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이 되므로(민법 제1042조), 상속포기는 채무자의 재산을 감소시키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3) 제한적 긍정설(절충설)

일반적인 경우에 있어서 채권자는 채무자 본인의 신용상태만을 평가하여 채권·채무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므로 채무자의 상속재산은 채권담보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채무자의 상속포기는 채무자의 일반 담보에 대한 감소행위가 아니라 그 증가를 방해하는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될 수 없는 것이어서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대상도 아니라고 한다. 다만 채무자가 상속개시 후에 그가 상속재산이 있다는 점을 채권자에게 알림으로써 채권자가 이러한 상속재산에 대한 집행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채무자와 채권·채무관계를 맺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달리 볼 필요가 있다. 즉 위와 같은 경우에는 채무자가 사실상 상속승인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상속포기는 채무자 고유재산의 처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사해행위취소의 대상이 된다는 견해이다6).

3. 외국의 경우

채무 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상속포기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채권자의 채권회수를 방해한 경우에 채권자가 채권자취소권 행사를 통하여 채무자 몫의 상속재산에 대한 보전을 할 수 있는가에 관하여 외국의 판례나 입법례는 이를 긍정하는 입장과 부정하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긍정하는 국가들의 경우를 보면 대체로 이를 법으로 명문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 민법 제788조는 채무자가 상속포기를 하기 이전에 채권을 취득한 상속인의 채권자는 채무자가 채무초과상태에서 상속포기를 하는 데 대하여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7) 그 외에도 스위스(민법 제578조 1항), 스페인(민법 제1001조), 이탈리아(민법 제524조 1항),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는 법률 또는 판례에 의하여 채무자에 의한 상속포기를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있다.8)

부정하는 국가들의 경우에는 이에 관하여 법의 명문규정이 없고, 학설이나 판례가 채무자의 상속포기에 대하여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에 상속의 포기는 고도로 인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독일 민법 규정상 상속의 포기여부는 오로지 상속인만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학설은 일치하여 채무자에 의한 상속포기는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9) 일본의 경우에도 일본 민법 시행 초기에는 프랑스법의 영향을 받아 채무자의 상속포기에 대하여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를 긍정하는 견해가 유력하였으나, 그 후 독일의 영향을 받아 현재는 다수 학설과 판례가 부정설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10)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서는 앞에서 소개한 제한적 긍정설(절충설)이 유력한 학설로 제시되고 있다.

4. 검토

1) 대법원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는 상속이 개시되어 공동상속인 사이에 잠정적 공유가 된 상속재산에 대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를 각 상속인의 단독소유로 하거나 새로운 공유관계로 이행시킴으로써 상속재산의 귀속을 확정시키는 것으로 그 성질상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므로 사해행위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1797 판결 참조). 한편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상속재산의 분할협의를 하면서 자신의 상속분에 관한 권리를 포기함으로써 일반 채권자에 대한 공동담보가 감소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에 해당하고(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9119 판결 참조), 이는 상속 개시 전에 채권을 취득한 채권자가 채무자의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대상으로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11) 라고 하여 상속재산분할 협의 과정에서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는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생각건대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경우에도 상속포기와 마찬가지로 그 효과는 상속 개시의 시점으로 소급하는 효과가 있고(민법 제1015조), 그 협의의 당사자는 모두 공동상속인이라는 점에서 보면 단독행위인 상속포기에 비하여 친족관계자 상호간의 신분행위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상속재산 분할협의 개시 후에 이루어진 채무자의 상속재산 감소행위인지 여부에 따라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을 달리한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는 해석으로 볼 수 있다.12) 즉 채무자가 상속재산 분할협의를 통하여 상속지분권의 행사를 포기하는 경우에도 채무자에 대하여 그의 상속 개시 전에 채권을 취득한 채권자는 상속재산 분할협의 이전에 채무자에 의한 상속포기가 있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채무자의 상속 개시라는 우연적인 사정에 의하여 채무자의 상속재산 승계라는 법률적 효과를 누리게 된 자에 불과하다. 채권자가 채무자의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재산에 의하여 자기 채권의 만족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기대권이 채무자의 적극재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그 기대를 보호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고 하는 부정론자의 관점에서 보면,13) 채권자취소권 행사에 있어서 상속재산 분할 협의 개시 전에 채무자가 상속포기를 한 경우이거나 상속재산 분할 협의 개시 후에 채무자가 그의 상속지분에 해당하는 재산권의 행사를 포기한 경우를 달리 보아야 할 합리적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판례가 채무자에 의한 상속포기 행위 중 전자에 의한 상속포기의 경우에는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후자의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의 관점이나 법 해석의 통일성을 기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14)

2) 채무자에 대하여 금전대여를 하거나 기타 법률행위 등을 통하여 채권을 취득하는 채권자는 채무자의 장래 시점(변제기)에 있어서의 채무변제 기타 채무이행 가능성을 평가함에 있어서 반드시 거래 시점의 적극재산만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영위하는 사업이나 기타 각종 거래의 성공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펴 채무자에게 신용을 부여하고, 이러한 신용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각종 인적·물적 담보를 요구하는 것이 거래계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채무자의 부모·형제 등 매우 가까운 친인척의 신용도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나 재산보유 현황 등도 채무자 자신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경제행위가 이루어지는 사회생활의 현상을 고려한다면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충분한 경제력을 갖춘 부모 등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채무변제가 가능할 정도의 상속재산을 취득하였음에도 이를 포기함으로써 채무초과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게 하는 행위는 명백히 채권자의 기대권을 해치는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의 상속포기는 실제로 형제자매관계에 있는 공동상속인들과 상호 통모하여 이루어 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예로부터 부모자식 간이나 형제자매 중에 일부가 타인에게 빚(채무)을 지게 되어 사정상 이를 변제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자식의 빚은 부모가, 형이나 동생의 빚은 다른 형제가 대신 갚아주는 미풍양속도 존재하여 왔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미풍양속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만에 하나라도 다른 형제자매 등과 통모하여 상속포기를 함으로써 채권자에 의한 채권 실행의 기회를 상실케 하는 행위가 있다면 이는 위와 같은 우리의 건전한 도의관념을 심각히 훼손하고, 자본주의 경제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할 것이다.

3)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판결이 상속포기는 다른 상속인 등과의 인격적 관계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행하여지는 인적 결단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있고, 상속인의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상속의 포기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인 상속인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 아니한다는 등의 이유로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에 의한 상속포기는 채권자취소권 행사의 대상이 아니라고 한 판단은 동의하기 어렵다.

[* 본 小考는 故 박동률 교수를 추모하는 기념논문집의 출간을 축하하면서 작성되었음. 평소 자기희생의 투철한 사명감으로 학생지도와 수업 및 연구에 열정적이셨던 교수님을 기억하면서 교수님의 永眠하심을 기원합니다.]

각주(Footnotes)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9. 16. 선고 2010가합33076 판결.

2) 서울고등법원 2011. 2. 22. 선고 2010나102085 판결.

3) 윤진수, 「친족상속법강의」 제3판, 박영사(2020), 510-511면.

4) 윤진수, 앞의 책, 51면. 즉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파산선고를 받기 전에 미리 상속포기를 하고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6조 1항의 요건은 ‘파산선고 후에 상속포기를 한 경우’라고 못 박고 있으므로 파산채권자들은 채무자의 상속재산에 대하여 집행을 할 수 없게 된다.

5) 이순동, 「채권자취소권」 제3판, 육법사(2017), 347면.

6) 飯原一乘, 「詐害行爲取消訴訟」, 232-239면.(이순동, 앞의 책, 348-349면 재인용).

7) 이순동, 앞의 책, 346면.

8) 윤진수, 앞의 책, 510면.

9) 위의 책, 같은 면.

10) 이순동, 앞의 책, 346면.

11)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3다2788 판결.

12) 윤진수, 앞의 책, 510면.

13) 전주지방법원 2012. 12. 12. 선고 2012나5752 판결 참조.

14) 이 사건 평석 대상 판결이, “포기자가 상속재산분할협의에 참여하여 그 당사자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협의가 그의 상속포기를 전제로 하여서 포기자에게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아니하는 내용인 경우에는 마찬가지라고 볼 것이다.”라고 하여 채무자가 공동상속인과 더불어 상속재산분할 협의에 착수한 후일지라도 그에게 구체적인 상속재산 분할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상속포기를 하면 채권자가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시를 함으로써 2013다2788 판결의 판시와 상호 모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