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의 개정 과정과 그 시사점:

이재 민 *
Jae-min Lee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법학박사 /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
*Ph.D. in Law / Head Researcher, Korea Consumer Agency

© Copyright 2021, The Law Research Institut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Sep 25, 2021; Revised: Oct 21, 2021; Accepted: Oct 25, 2021

Published Online: Oct 31, 2021

국문초록

본고는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을, EU에서 나온 ‘취약한 소비자’의 개념화와 ‘상황적 취약성’으로의 발전을 토대로, ‘상황적 취약성’ 관점에서 일본의 규범화 과정을 살펴본 것이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의 개정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 및 평가 할 수 있다. ① 일본은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를 일본 「民法」의 특별법이자, 소비자계약의 일반법인 「消費者契約法」을 통하여 도모하고 있다. ② 민사상 소비자 보호의 관점이, ‘사업자와 소비자 격차의 인식 -> 소비자 사이의 격차 인식 -> 모든 소비자가 상황에 따라서 취약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이동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③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에서 인간관계 악용 및 불안을 부추기는 언동 등을 통하여 체결된 계약에 대한 부당성을, 소비자가 위 상태에서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점과 사업자가 이를 부추겨 이용하는 것은 부당성이 높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④ 일본은 2018년 「消費者契約法」 개정 이후에도 워킹그룹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상황적 취약성을 고려한 제도 마련에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私法적인 관점에서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의 유형화 및 규범화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일본의 2018년 「消費者契約法」 개정과정과 그 이후의 행보를 톺아보면서, 우리나라에서의 상황적 취약성에 대한 계약법적 문제인식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Abstract

This paper aims to look into the standardization process for the 2018 revision of the 「Consumer Contract Law」 in Japan from the perspective of ‘situational vulnerability’, based on the conceptualization of ‘vulnerable consumer’ created by the EU and the development of ‘situational vulnerability’. From the above point of view, the 2018 revision of the 「Consumer Contract Law」 in Japan can be defined as the following four aspects. First, Japan promotes consumer protection reflecting situational vulnerability through the special law of the Japanese 「Civil Code」 and 「Consumer Contract Law」, which belongs to general laws regarding consumer contracts. Second, it was found that the perspective of civil consumer protection has switched to the ‘recognition of the gap between business operators and consumers, to the recognition of the gap among consumers and, to the recognition that all consumers may be vulnerable consumers depending on the situation’. Third, the 2018 revised 「Consumer Contract Law」 in Japan attributes the injustice of contracts concluded through abuse of human relationships and speech or behavior encouraging anxiety to consumers’ incapability of making a rational and free judgment under the above state and business operators’ abuse of this situation. Fourth, it was revealed that Japan has continued research on the development of systems considering situational vulnerability along with the submission of working group reports since the 2018 revision of the 「Consumer Contract Law」.

Now in Korea, it is hard to find a discussion on categorization and standardization of consumer protection considering situational vulnerability from the perspective of private laws. It is, therefore, required to recognize issues of contract laws considering situational vulnerability in Korea and seek solutions on the model of the 2018 「Consumer Contract Law」 revision process in Japan and the subsequent steps.

Keywords: 일본 소비자계약법 개정; 소비자계약; 취약한 소비자; 상황적 취약성; 곤혹 유형
Keywords: Japanese Consumer Contract Law Revision; Consumer Contract; Vulnerable Consumer; Situational Vulnerability; Embarrassment Type

Ⅰ. 들어가며

최근 행동경제학 등을 통하여 인간은 항상 합리적일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고전 경제학에서 인간은 정보만 제대로 주어진다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합리적 인간상을 전제하였으나, 행동경제학 등에서는 모든 인간은 ‘상황에 따라서’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을 가지고 오지 않더라도, 인간관계를 통하여 보험 계약체결을 강요한다든지 불안감을 부추겨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은 일반인들이 한 번씩 경험해보는 일상 중 하나이고, 이런 경우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계약에 이르게 된다. 사법에서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이유는 합리적인 개인이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약속을 했기 때문인데, 위와 같은 상황에서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계약의 구속력의 전제가 되는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인접영역의 학문의 결과와 의문을 바탕으로 민사법의 토대인 ‘합리적 인간상’에 대한 수정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소비자계약에서 소비자가 행위능력은 존재하나 당시 특정한 상황에 의해 합리적인 계약을 하지 못하고 부당한 계약을 했을 경우, 특히 특정한 상황을 사업자가 악용하거나 극대화한 경우에는 그 소비자를 보호해 줄 필요가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 계약은 공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계약에 임한 당사자가 ‘합리적’이고 ‘자유롭게’한 계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법체계에서는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 물론 「민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제104조)나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제110조) 또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의 청약철회(제8조, 제17조)나 금지행위(제11조, 제23조 등)에 따라 일부 보호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민법」의 경우 요건의 엄격성 및 추상성으로 인하여, 위와 같이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어렵다. 또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은 특정거래에만 적용(방문판매, 다단계 등)될 뿐 아니라, 금지행위 외에 호의감정을 이용하거나 불암감을 부추겨 계약하는 경우 그 구제가 어렵고 청약철회기간 역시 14일로 짧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일본의 경우,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을 개정하면서, 동법 제4조제3항에 ‘곤혹 유형’을 추가하였다. 일본 「消費者契約法」에서 ‘곤혹(困惑) 유형’이란, 일본 「民法」상의 강박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당사자의 부적절한 교섭상태라고 생각되는 것을 말한다.1) 이를 통하여 행위능력이 있는 소비자라 하더라도, 일정한 상황에 따른 계약의 경우에는 취소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 결과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소비자에 대하여 유연한 대처와 보호가 가능하게 되었다.

본고에서는,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한 소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석으로, 일본이 어떠한 관점에서 어떠한 경위로 ‘곤혹 유형 추가’를 하였는지 살펴볼 것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소비자 정책 및 관계법령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므로2), 우리나라에서의 계약법적 문제인식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데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Ⅱ. 취약한 소비자의 등장과 상황적 취약성에 대한 개념화 진행

1. 취약한 소비자 개념의 등장

현대의 소비자 문제와 그 보호의 개념은 소비자와 사업자의 분화가 철저히 이루어짐과 동시에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및 기술혁신에 따른 풍요로운 사회의 병리현상에 대한 대응책으로 제시된 것이다.3) 계약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는 자유롭고 합리적인 개인이 자신과 대등한 상대방과 약속하였기 때문이고, 이는 계약자유의 원칙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그런데 소비자 문제와 보호의 개념은 사업자로부터 상품이나 서비스를 계약을 통하여 구매하는 소비자가 과연 사업자와 대등한 관계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 문제와 그 보호를 인식하였던 초기에는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사업자의 오인행위 등을 규제하는 등을 통하여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대등한 관계를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후 소비자계약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깊어지면서, 과연 소비자가 평균적으로 합리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되었고, 그러한 가운데 ‘취약한 소비자(consumer vulnerability)’개념이 등장하였다. 취약한 소비자라는 개념은 ‘2005년 불공정한 거래방법에 관한 EU 지침(2005 EU Unfair Commercial Practice Directive)’(이하 ‘2005년 EU 지침’)에서 출발한다. 2005년 EU 지침 제5조제3항에서는 ‘불공정 거래방법에 해당하는가’를 판정할 때, 그 거래방법이 취약한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평균적인 소비자 관점이 아닌 취약한 소비자의 관점에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2005년 EU 지침에서 평균적 소비자는 ‘합리적으로 잘 알고 합리적으로 관찰하며 신중한 소비자’를 말하고, 취약한 소비자는 ‘정신적·신체적인 취약성, 연령, 경신성(credulity) 등을 가지는 집단’으로 파악한다. 여기서 취약한 소비자는 개개의 주관적인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같은 속성을 가지는 집단 중에서 평균적인 관점이 기준이 된다. 이러한 ‘취약한 소비자’라는 개념을 통하여, 소비자 중에서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계약이 어려운 소비자가 존재함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취약한 소비자는 주로 계층화된 취약소비자 즉 장애인 소비자나 고령 소비자 등 같은 속성을 가지는 집단에 대한 평균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취약한 소비자에 대한 담론은, 인간은 합리적이고 서로 평등하다는 합리적인 인간상을 전제로, 객관적 장애로 인하여 합리적이지 못한 사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2. 취약성에 대한 평균적인 관점에서 상황적인 관점으로 전환

그런데 소비자 취약성은 연령·국적·장해 유무 및 정도와 같은 개인의 속성뿐만 아니라 곤궁과 경제력, 경험 등 다양한 요인에서 나타날 수 있다.4) 이는 소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서 주어진 자원을 가지고 외부 요구에 대응해 가므로, 주어진 자원의 활용에 있어 연속처리용량의 한계를 느끼고 제한된 합리성을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5) 이러한 이유로, 소비자를 평균적 소비자와 취약한 소비자로 나누는 2유형화에 대하여, 소비자를 객관적으로 유형화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EU 집행위원회는 「Consumer vulnerability across key markets in the European Union(2016)」(이하 ‘EU 집행위원회 보고서’)에서 실제 평균적 소비자 중에서도 취약요소가 잠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연구결과가 있음을 보여주면서,6) 또한 동 보고서에서 주요 발견(the key finding)으로 소비자가 복잡한 광고에 직면하거나 소비자가 전혀 비교하지 않고 거래하거나, 시장의 요인 또는 개인 요인으로 거래를 비교하는데 문제가 있을 때 소비자가 취약할 수 있음을 들면서7), 취약소비자에 대한 정의에 다음과 같이 ‘상황적 요소’를 도입하였다. 즉, EU 집행위원회 보고서에서 ‘취약한 소비자’는 사회·인구학적 특징, 행동학적 특징, 개인적 상황, 시장환경을 원인으로 시장에서 부정적인 경험을(즉,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는)8) 가능성이 높은 사람, 자기의 복리를 최대화하는 능력이 제한되어 있는 사람, 제품과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얻거나 흡수하는 것이 곤란한 사람, 적절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고 선택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된 사람, 특정 거래행위에 영향을 받기 쉬운 사람 등으로 정의하는데, 여기서 ‘사회·인구학적 특징, 행동학적 특징, 개인적 상황, 시장환경을 원인으로’라는 상황적 요소를 도입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또한 ‘장애(disabilities)를 인식함에 있어, 개인에게 귀속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가지는 것이라고도 한다.9) 나아가 EU 집행위원회는 2005년 EU 지침에 대한 수정 Guidance( 「Guidance on the Implementation/Application of Directive 2005/29/EC On Unfair Commercial Practices (2016」)에서 취약한 소비자의 ‘다면성(multi-dimentional)’을 강조하면서, ‘상황에 따라’ 개인적 특성에 대한 취약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10)

이렇듯 ‘취약한 소비자’의 개념을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인 장해, 연령, 경신성(credulity), 성(gender)을 원인으로 한 ‘영속적 취약성’에 더하여, 교육, 사회적·재정적 상황, 인터넷의 접근 유무라고 하는 개인적 상황·속성과 시장구조 등의 외부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시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되는 ‘상황적 취약성’도 포함되고 있는 점을 주목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모든 소비자가 인생의 어떤 시점에서는 취약한 소비자로 될 수 있으므로, 취약한 소비자인가 아닌가를 집단적으로 구분하는 2유형화를 넘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11)

3. 소결

EU에서 시작한 ‘취약한 소비자’라는 개념과 이후 상황에 따른 취약성을 개념화 시키는 과정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다. EU의 논의들은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존재하던 소비자의 취약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면서 어떻게 개념화하고 있는 과정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합리적인 소비자라 하더라도, 특정한 상황에서는 취약성에 빠지는 소비자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적 취약성에 대한 규범화가 필요하다고 인식시키는 것에 의의가 있다.12)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일본은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을 개정하면서, 특정 소비자가 아니라 모든 소비자에 대해서 일본 「民法」상의 강박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오해를 야기하는 거래방법과 공격적인 거래방법을 억제할 수 있도록, 소비자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곤혹 유형’을 추가하였다. 즉 모든 소비자에 대하여 오해를 야기하는 거래방법과 공격적인 거래방법이 행사될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하여, 상황적 취약성에 대해 유형화한 후 규범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일본의 2018년 「消費者契約法」의 개정 논의를 일본 「消費者契約法」의 최초 제정되었을 때 논의와 비교하면, ‘소비자 취약성’에 대한 어떠한 관점 변화가 있었는지 더욱 확실히 볼 수 있다. 아래에서는 상황적 취약성이라는 관점, 즉 합리적인 소비자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취약성에 빠질 수 있음 전제하는 관점에서 2018년 일본의 「消費者契約法」 개정 경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Ⅲ.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 경위 – ‘곤혹 유형 추가’를 중심으로

1. 일본 「消費者契約法」 제정과 한계

일본 「消費者契約法」(平成12年法律第61号)은 2000. 4. 28. 일본 참의원 본희의에서 가결되고 2000. 5. 12. 공포되어 2001. 4. 1.부터 시행된 법률이다.13) 일본 「消費者契約法」의 제정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소비자 고충 상담 증가이다. 일본 PIO-NET에 수집된 고충·상담접수 건수를 살펴보면14), 1989년에 165,697건이었던 것이 1998년에는 415,306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그 중 1989년 판매방법·계약·해약과 관련한 상담·고충접수 건수가 총 접수 건수의 64.5%인 106,900건이었는데 반해, 1998년에는 총 접수 건수의 81%인 335,991건이 접수되었다. 이는 고령화·세계화·서비스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판매방법 및 계약 등에 대한 상담·고충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15) 또 다른 하나는 규제완화의 기류 속에서 시장 메커니즘상 자기책임이 요구되는 소비자의 의사결정의 전제 기반 확보라고 하는 관점16)이다. 이는 1999. 12. 24. 발간된 제17차 국민생활심의회 소비자정책부회보고서인 「소비자계약법(가칭)의 입법에 즈음하여[消費者契約法(仮称)の立法に当たって]」에서 확인된다. 동 보고서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기초로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행해지는 시장 메카니즘 중시의 사회의 실현을 목적으로,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한 구조개혁이 추진되고 있다”고 하면서, “규제완화·철폐는 무책임한 자유방임과 약육강식의 사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행해지는 시장 메커니즘 중시의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시대에 상응하는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만들기’를 행하는 것이 큰 과제로 되어있다”고 한다.17)

한편, 일본 「消費者契約法」 제1조에서 목적으로 “이 법률은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정보의 질과 양 및 교섭력의 격차에 비추어”라고 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위와 같은 제정배경은 소비자와 계약의 상대방인 사업자 사이가 더 이상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자각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즉, 생활하는 인간인 소비자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인 기업의 특성과 고도화된 산업사회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는 기업으로부터 제공되는 정보 외에 소비자가 얻기 어려우므로 소비자 분쟁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메커니즘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대칭적인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관계를 대등하게 만들어야 하므로, 의사결정의 전제가 되는 ‘정보제공’에 방점을 두게 된다. 따라서 사업자들이 소비자와 계약을 할 때 중요한 사실을 빠짐없이 고지하거나, 부실고지를 하지 않아 소비자의 오인을 방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중심으로 일본 「消費者契約法」이 제정되었다.

그런데 정보를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 정보를 평가할 수 있는 배경지식이 필요하나, 소비자 모두가 모든 상품에 대해서 예비지식을 가질 수 없다. 또한 완전한 정보가 주어진다하더라도, 인간의 계산능력 등으로 인하여 소비자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낼 수도 없다. 따라서 정보가 소비자에게 완전히 제공되어도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선택하여 계약을 맺는다는 보장이 없고, 이로 인하여 여전히 소비자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대등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니, 소비자가 항상 합리적이지 않다는 문제, 즉 소비자가 일정한 상황에서 취약성에 빠지는 경우 등 소비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왜곡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대응할 수 있는 해결책 역시 한계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물론 일본 「消費者契約法」 제정 당시에도 ‘곤혹 유형’이 있었다. 그러나 제정 당시 곤혹 유형은 두 가지로, 계약 사업자가 체결 전까지 소비자의 주거지나 직장에서 퇴거를 하지 않거나, 소비자를 퇴거시키지 않는 등의 유형에서만 한정적으로 적용되었다. 이로 인해 제정 당시 위 곤혹 유형들은, 일본 「民法」상 강박행위유형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한 반면, 불의타적인 접근과 집요한 권유, 무상의 상품을 이용하여 청약 거절을 어렵게 하는 경우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미흡하다는 비판도 존재한다.18)

2. 2016년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

2001년부터 시행된 일본 「消費者契約法」은 이후 몇 번의 개정은 있었으나, 곤혹 유형의 추가 등 계약의 취소와 관련한 개정은 없었다. 그런데 일본내각총리대신이 2014. 8. 5. 일본소비자위원회에게 일본 「消費者契約法」에서의 계약체결과정 및 계약조항 내용에 대한 개정과 관련하여 자문을 요청하였다. 이 때 자문요청 내용은 아래와 같다.19)

"소비자계약법에 관하여 시행 후 소비자계약을 둘러싼 고충 상담의 처리 예 및 판례 등의 정보 축적을 바탕으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고령화 진전을 비롯한 사회경제상황의 변화에 대응 등의 관점에서, 계약체결과정 및 계약조항 내용에 대한 규율 등의 바람직한 형태(在り方)를 검토할 것"

위 자문요청 내용을 보면, 일본 「消費者契約法」 계약 조항의 개정을 고려한 때에는 소비자의 상황적 취약성보다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고령화의 진전”, 즉 취약계층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음이 확인된다. 여하튼 위 자문요청으로 인하여 2016년 일본 「消費者契約法」이 개정되면서, 같은 법 제4조제4항에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분량 등이 과다함을 알면서도 해당 소비자에게 권유하여 게약을 체결한 경우 취소권을 부여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 규정은 사업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고령자 등을 상대로 불필요한 물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게 하는 소비자피해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것20)이므로, 일본의 2016년 개정은 고령소비자를 위한 것이었다.

다만, 2016년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과 관련하여 특기할 것이 있다. 일본내각총리대신의 자문요청이 있은 후 일본소비자위원회는 위 요청을 검토하고자 2014년 10월 ‘일본소비자위원회 소비자계약법전문조사회(日本消費者委員会 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를 설치하였다.21) 이 전문조사회는 교수, 소비자단체연락회 사무국장, 소비자생활상담원협회 전무이사,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상무이사, 상공연합회 상무이사 등 학계, 상담실무, 소비자단체, 기업계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22) 이 전문조사회는 2015년 12월에 「소비자계약법전문조사회 보고서[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報告書(平成27年12月)]」(이하 ‘2015년 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이 보고서에서 「消費者契約法」개정을 논의하는 가운데, 취약계층의 보호와 더불어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도 고려하는 것이 확인된다. 즉, 2015년 보고서에서는 집요한 권유나 「民法」상 강박에 까지 이르지는 않으나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언동 등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경우 등 새로운 곤혹 유형을 발굴하여 어떠한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취소권을 인정하여 구제를 도모하는 지에 관하여 계속 검토할 것을, ‘이후의 검토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23) 아울러, 일본 「중의원 소비자문제에 관한 특별위원회 소비자계약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에 대한 부대결의[衆議院消費者問題に関する特別委員会消費者契約法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の付帯決議(平成28年4月28日)]」에서 위 2015년 보고서에서 명시한 ‘이후의 검토과제’에 대하여 일본 정부에게 2016년 「消費者契約法」 개정 후 3년 이내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살펴보면, 고령소비를 위한 ‘과다한 내용의 소비자계약에 대한 취소권’ 신설에 그치지 않고, 논의 내용을 발전시켜 3년 이내에 ‘상황적 취약성’을 기반으로 한 곤혹 유형의 추가 등에 대해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는 것은 취약계층의 보호뿐만 아니라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의 보호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고령화 등과 같은 취약계층의 소비자, 즉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보다는 취약소비자를 계층화한 취약소비자 보호를 위주로 정책방향이 제시되었으나, 이후 법 개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황적 취약성도 고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3.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

앞서 살펴본 일본 「중의원 소비자문제에 관한 특별위원회 소비자계약법의 일부를 개정하는 법률에 대한 부대결의[衆議院消費者問題に関する特別委員会消費者契約法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の付帯決議(平成28年4月28日)]」와 더불어 「성년연령인하 대응검토워킹그룹 보고서(成年年齡引下げ対応検討ワーキング·グループ報告書)」24)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을 위한 소비자계약법전문조사회가 다시 개최되었다.25) 동 조사회에서는 소비자의 판단력 저하를 틈탄 행위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사업자에 의한 상황 남용형’과 ‘사업자에 의한 상황 작출형’으로 구분하여 검토를 진행하였다.26) 이러한 대응책을 논의하는 가운데, 「消費者契約法」에서 계약의 취소사유를 현재보다 넓힐 경우 사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염려하는 의견도 존재하였다.27) 아무래도 계약의 취소는 청약의 철회보다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거래안전 또는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의견이 있음에도 이후 2017년 8월에 제출된 「소비자계약법전문조사회 보고서[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報告書(平成29年8月)]」(이하 ‘2017년 보고서’)에서는 ‘곤혹 유형’을 처음 검토를 진행한 것과 같은 두 가지로 나누어 개정안을 제안하였다. 하나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정을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시키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 부담을 주는 언동 등에 따라 계약을 체결시키는 유형’이다. 이것은 앞서 본 ‘사업자에 따른 상황 남용형’과 ‘사업자에 따른 상황 작출형’에 대한 또 다른 命名으로 볼 수 있다.

먼저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정을 이용하여 계약을 체결시키는 유형’과 관련하여 2017년 보고서에서 제안한 개정안은 아래와 같다.28)

  • ① 당해 소비자가 그 생명, 신체, 재산 기타 중요한 이익에 대한 손해 또는 위험에 관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면서, 물품, 권리, 역무 기타 당해 소비자계약의 목적으로 되는 것이 당해 손해 또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취지를 정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강조하여 고하는 것

  • ② 당해 소비자를 권유에 응하게 할 목적으로, 당해 소비자와 당해 사업자 또는 당해 권유를 하게 하는 자 사이에 긴밀한 관계를 새로이 구축하고, 그로 인하여 이들이 해당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가 된 때에 해당 소비자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당해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취지를 고하는 것

이러한 개정안은, 소비자가 판단력과 지식·경험부족, 불안정한 정신상태, 거절할 수 없는 인간관계 등 당해 계약의 체결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실을 사업자가 부당하게 이용하여 불필요한 계약을 체결시키는 사례에 대하여 종래 「民法」에 따른 공서양속 위반에 의한 무효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 등에 따라 구제를 도모할 수 있겠으나, 규정이 추상적이고 그 요건이 엄격하여 구제 여부에 대한 불투명성이 존재하고, 그로 인하여 실무에서 상담대응이 곤란하며, 아울러 사업자의 부당성이 높은 행위유형에 대해 취소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마련되었다고 설명한다.29)

다음으로 ‘심리적 부담을 주는 언동 등에 따라 계약을 체결시키는 유형’과 관련하여 2017년 보고서에서 제안한 개정안은 다음과 같다.30)

  • ① 당해 소비자가 소비자계약의 청약 또는 그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 당해 소비자계약에서 의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에 상당하는 행위를 실시하고, 해당 행위를 실시하였음을 이유로 해당 소비자계약의 체결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

  • ② 당해 사업자가 당해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행위를 실시한 경우에 있어서, 당해 행위가 당해 소비자를 위하여 행해진 것이므로 당해 소비자가 당해 소비자계약의 신청 또는 그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당해 사업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정당한 이유 없이 강조하여 알리고, 당해 소비자계약의 체결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

이러한 개정안은, 현행 일본 「消費者契約法」에서 소비자의 심리적 부담감을 높여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에 대해 취소권을 인정하는 경우는 불퇴거와 퇴거방해 뿐인데, 이 외에도 소비자의 심리적 부담감을 높여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유형에 대해서는 취소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마련되었다고 한다.31) 즉, 계약 체결 전 의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하면 소비자에게는 심리적 부담이 발생하여 자유로운 판단에 일정한 제약을 주고, 또한 사업자가 소비자와 계약체결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를 실시하였음에도, 소비자가 당해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지금까지 소비자를 위하여 사업자가 소요된 비용이나 노력을 낭비하는 것이라면서 소비자를 비난하고 계약체결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의 심리적 부담을 발생시킴과 동시에 정신적으로도 동요를 시키므로 이러한 계약체결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2017년 보고서를 바탕으로, 개정법률안이 일본 제196회 국회에 제출되었다. 일본 국회에서 위 개정법률안에 대한 논의과정에서 2017년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회생활상의 경험부족"이라는 요건 및 "일정 사항으로 과대한 불안을 내포하는 상황, 호의감정과 오신 등"의 요건 등을 마련하여 적용 범위를 한정하였다. 이는 취소사유를 넓힐 경우 사업자들의 사업환경의 위축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점, 또한 상담실무를 고려하여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점 등이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일본 제196회 국회에서 가결되어 다음과 같이 소비자의 상황적 취약성을 반영한 곤혹 유형이 추가되었다. 곤혹 유형에 대한 개략32)과 개정 조문 전체는 아래 표와 같다.

일본 「消費者契約法」 제4조제3항 기존 조항 불퇴거(제1호)
퇴거방해(제2호)
2018년 신설조항 사회경험부족자의 불안을 부추기는 고지행위(제3호)
사회경험부족자의 호의감정이용행위(제4호)
판단력저하자의 불안을 부추기는 행위(제5호)
영감 등 식견(知見)을 이용하여 불안을 부추기는 행위(제6호)
계약체결 전 의무내용 실시행위(제7호)
계약체결 전 실시에 따른 손실보상청구행위(제8호)
Download Excel Table
유형 2017년 보고서 2018년 개정 법률33)
사업자에 의한 상황 남용형 당해 소비자가 그 생명, 신체, 재산 기타 중요한 이익에 대한 손해 또는 위험에 관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면서, 물품, 권리, 역무 기타 당해 소비자계약의 복적으로 되는 것이 당해 손해 또는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취지를 정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강조하여 고하는 것 소비자가 사회생활의 경험이 부족하여 진학·취직·결혼·생계·기타 생활에서 중요한 사항이나 외모·체형·기타 신체의 특징 또는 상황에 관한 중요한 사항에 대한 소망의 실현에 과도한 불안을 가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 불안을 부추기거나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근거 및 기타 정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물품·권리·서비스 및 기타 해당 소비자계약의 목적이 되는 것이 해당 소망의 실현을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를 고지하는 경우(제3호)
소비자가 노화 또는 심신의 장애로 인하여 그 판단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생계·건강 및 기타 사항에 관하여 현재의 생활유지에 과도한 불안을 가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 불안을 부추기거나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근거 및 기타 정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해당 소비자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현재의 생활유지가 곤란해진다는 취지를 고지하는 경우(제5호)
소비자에 대하여 영감 및 기타 합리적으로 실증하기 곤란한 특별한 능력에 의한 지식을 이용하여 소비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취지를 제시하고, 해당 소비자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중대한 불이익을 회피할 수 있다는 취지를 고지하는 경우(제6호)
당해 소비자를 권유에 응하게 할 목적으로, 당해 소비자와 당해 사업자 또는 당해 권유를 하게 하는 자 사이에 긴밀한 관계를 새로이 구축하고, 그로 인하여 이들이 해당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태가 된 때에 해당 소비자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당해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취지를 고하는 것 소비자가 사회생활의 경험이 부족하여 해당 소비자계약의 체결에 관한 권유를 하는 자에 대하여 연애감정 및 기타 호감을 가지고 있고, 해당 권유를 하는 자도 소비자에 대하여 동일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오신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하여 해당 소비자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해당 권유를 하는 자와의 관계가 파탄되게 된다는 취지를 고지하는 경우(제4호)
사업자에 의한 상황 작출형 당해 소비자가 소비자계약의 청약 또는 그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 당해 소비자계약에서 의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이행에 상당하는 행위를 실시하고, 해당 행위를 실시하였음을 이유로 해당 소비자계약의 체결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 소비자가 해당 소비자계약의 청약 또는 그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 해당 소비자계약을 체결하였다면 부담하게 될 의무내용 전부 또는 일부를 미리 실시하고, 그 실시 전 원상회복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제7호)
당해 사업자가 당해 소비자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행위를 실시한 경우, 당해 행위가 당해 소비자를 위하여 행해진 것이므로 당해 소비자가 당해 소비자계약의 신청 또는 그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당해 사업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정당한 이유 없이 강조하여 알리고, 당해 소비자계약의 체결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 상기 열거한 사항 외에 소비자가 해당 소비자계약의 청약 또는 그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기 전에, 사업자가 조사·정보의 제공·물품의 조달 및 기타 해당 소비자계약의 체결을 목표로 한 사업활동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소비자를 위하여 특별히 실시하는 것이라는 취지나 해당 사업 활동의 실시로 인하여 발생한 손실의 보상을 청구하는 취지를 고지하는 경우(제8호)
Download Excel Table

여기서 요건과 관련한 논의 중 "사회생활상의 경험부족"이라는 요건추가와 관련하여 조금 더 살펴본다. 이 요건과 관련한 논의가 결국 당해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 방향과 그 한계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일본 196회 국회에서는 곤혹 유형의 추가와 관련하여, 해석으로써 젊은 소비자(若年消費者) 피해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요건을 추가하는 것으로 하였다.34) 당시 일본 「消費者契約法」에 대한 개정은 ‘곤혹 유형’의 추가와 더불어, 일본 성년 연령 인하로 인하여 대비책들이 마련되던 시기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사회생활상의 경험부족"이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젊은 소비자들을 보호하고자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모든 소비자가 특정 분야에서 경험부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젊은 소비자들만을 보호하는 것은 일본 「消費者契約法」의 목적상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상황적 취약성 관점에서 모든 소비자에게 적용하기 위해 ‘젊은 소비자만으로 한정하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회생활 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과도한 불안이나 호의감정을 악용할 경우에 이미 소비자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취약한 상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사회생활의 경험 부족’이라는 요건을 제시하는 것은 해석상 그리고 실무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존재한다.35) 이와 관련한 문제점에 대해 일본의 재판례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계속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여하튼 위와 같은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의 개정으로, 다음과 같은 사례의 경우 해당 계약에 대한 취소권이 발생할 수 있어,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를 보다 용이하게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 취업준비생인 소비자에게 학원 사업자가 "너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 올해가 취업의 마지막 기회이다. 그런데 우리 학원만의 특별한 강좌가 있어, 이 강좌를 듣는다면 100% 취업을 한다."라고 하여 소비자가 강좌를 수강하는 경우(제3호 적용)

  • 보험상품 판매원인 여성이 남성에게 접근하여 남성이 여성에게 연애감정을 느끼고 있었는데, 여성이 갑자기 "이 보험에 들지 않으면 우리 관계는 끝이다"라고 이야기하여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제4호 적용)

  • 암에 걸린 소비자에게 운세상담을 하는 사업자가 "나는 영험한 능력이 있어 당신의 영이 보인다. 당신에게는 악령이 들어와 있어 병이 악화되고 있다. 이 부적을 산다면 악령이 나가서 병이 낫는다"라고 하여 소비자가 사업자에게 부적을 산 경우(제6호 적용)

  • 수산시장에서 소비자가 생선을 고르기도 전에 사업자가 미리 "이 생선이 품질 좋습니다."라고 하며 손질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생선을 구입한 경우(제7호 적용)

Ⅳ.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 이후

1. 서설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 이후에도 일본은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사법적 규율의 바람직한 형태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일본은 “소비자법 분야에서 규율형성의 바람직한 형태 등 검토 워킹그룹”을 설치하여 2019년 보고서를 제출 한 것으로 이러한 판단을 보여 주었다. 아울러 일본은 2020년 소비자기본계획에서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에 대한 부분 역시 고려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일본이 어떤 유형을 소비자계약에서 취소사유로 하였다는 것도 비교법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어떠한 관점에서 어떠한 경위를 통하여 일본 소비자계약법제의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역시 비교법적으로 중요하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 이후에 일본의 「消費者契約法」의 규율들을 발전시키기 위하여 상황적 취약성 관점에서 어떠한 논의들을 하고 있는지를 위 워킹그룹 보고서와 일본 2020년 소비자 기본계획을 통하여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2. 소비자법 분야에서 규율 형성의 바람직한 형태 등 검토 워킹그룹 보고서

일본 소비자위원회는 소비자법 분야 중에서 특히 거래분야를 중심으로, 규율형성의 바람직한 형태(ルール形成の在り方)에 관한 중장기적 과제를 정리하기 위해 ‘소비자법 분야에서 규율형성의 바람직한 형태 등 검토워킹그룹(消費者法分野におけるルール形成の在り方等検討ワーキング·グループ)’을 2018. 2. 8. 설치하였고36), 이후 2019년 6월 「소비자법 분야에서 규율 형성의 바람직한 형태 등 검토 워킹그룹 보고서[消費者法分野におけるルール形成の在り方等検討ワーキング·グループ報告書(令和元年6月)]」(이하 ‘WG 보고서’)를 제출하였다.

WG 보고서는 크게 네 가지의 관점에서 작성되었는데, 국가규제와 자주규제의 적절한 조화, 담당자의 적절한 조화, 사회정세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 및 시장에서 소비자·사업자의 행동실태 반영이 그것이다.37) 여기서 상황적 취약성과 관련하여 특기하여야 할 부분은 시장에서 소비자·사업자의 행동실태 반영이다. WG 보고서에서는, 종래의 소비자 정책이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평균적 소비자象’을 전제로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정보력·교섭력 격차에 대한 대처에 중점을 두었으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한다.38) 그러면서, 소비자의 취약성을 치밀히 파악한 후에 대책을 강구한다는 관점과, 인지심리학의 지식 등도 활용하여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사업자의 쌍방의 실태를 파악하여 소비자 정책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39)

이러한 관점에서 WG 보고서는 소비자의 취약성에 대해 계속적 취약성과 일시적 취약성으로 나누고 있다. 여기서 계속적 취약성은 연령, 판단능력의 유무·정도와 같은 소비자의 특성에서 유래하는 것이고, 일시적 취약성은 시장의 특징, 상품·서비스의 특성, 거래의 성질, 권유행위의 내용, 권유자와 인간 관계 등의 요인에 따라 통상 합리적인 판단을 행하고 있는 자도 빠질 수 있는 것을 말한다.40)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취약성이 소비자 개인의 특성·상황과 사업자의 행동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소비자의 취약성이 소비자측에서만 기인하는 것으로만 파악하여서는 안되고, 사업자·소비자 모두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파악하여야 된다는 이유에서이다.41) 그러면서 소비자와 사업자 간 정보의 질·양 및 교섭력 격차의 시정을 목적으로 사업자로부터 소비자에 대한 적절한 정보제공의 확보를 중심으로 한 정책만으로는 대처불가능한 ‘취약성’이 있음을 강조한다.42)

이러한 WG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앞으로 소비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계속적 취약성에 따른 취약계층의 보호뿐만 아니라, 거래의 상황에 따라 합리적인 소비자도 취약한 소비자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면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하여 소비자 문제에서 구제를 위한 제도구축 역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역시 소비자 보호 정책 및 법 제도를 마련할 때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 일본 2020년 소비자기본계획

또한 일본은 2020년 소비자기본계획에서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에 대한 부분 역시 고려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즉 일본은 디지털화의 진행에 따른 전자상거래 확대와 자연재해의 격심화·다발화 등에 따라 소위 일반적·평균적인 소비자들도 일시적으로 취약한 소비자가 되는 상황이 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43)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특성에 따라 행정·소비자단체·사업자 등의 적절한 연대 아래 중층적이고 세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면서44), 일본 소비자청 신미래창조전략본부에서는 행동경제학의 관점을 활용하여 새로운 소비자정책에 관한 연구를 추진한다고 한다.45)

Ⅴ. 나오며 – 정리와 시사점을 중심으로

1.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 과정의 정리 및 평가

지금까지 일본 「消費者契約法」의 2018년 개정을 중심으로 「消費者契約法」 제정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소비자 정책 및 관계법령의 유사성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화의 진행에 따른 전자상거래 확대,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의 다발화 등과 같이 소비생활환경 역시 일본과 유사성이 존재하고, 우리나라의 평균적·일반적 소비자 역시 일시적으로 취약한 소비자가 될 수 있으므로, 일본의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에 대한 계약법적 검토를 보다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필요성에 비추어 앞의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의 개정 과정을 톺아보면, 아래와 같이 정리 및 평가 할 수 있다.

먼저, 일본은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를 일본 「民法」의 특별법이자, 소비자계약의 일반법인 「消費者契約法」을 통하여 도모하고 있다. 이는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를 민사적으로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로 보이고, 또한 상황적 취약성은 어느 특수한 거래가 아닌 소비자 계약 전반에 걸친 문제라는 인식의 발현으로 판단된다. 한편 이론적으로 일본 「民法」의 규정이 추상적이므로 유연한 운용이 가능할 수 있어, 일본 「消費者契約法」에 따른 규정 없이도 일본이 2018년 법 개정으로 추가한 곤혹 유형과 관련한 문제를 기존 「民法」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등한 당사자를 전제로 하는 일본 「民法」의 특성상 유연한 운용이 어려우므로, 일본 「民法」의 특별법인 일본 「消費者契約法」을 통하여 일본 「民法」을 보완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46)

두 번째로, 민사상 소비자 보호의 관점이, ‘사업자와 소비자 격차의 인식 -> 소비자 사이의 격차 인식 -> 모든 소비자가 상황에 따라서 취약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이동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일본 「消費者契約法」이 제정되었을 당시에는 소비자계약에서 사업자와 소비자가 대등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에 방점을 두었으나, 이후 2016년 고령소비자와 같은 취약소비자 계층을 위한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이 이루어졌고, 나아가 2018년에는 집요한 권유, 인간관계 악용 또는 불안을 부추기는 언동 등을 통하여 체결된 계약에 대한 부당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 일본 「消費者契約法」개정이 이루어 졌다. 이를 통하여 일본의 소비자 정책에 대한 이동이 정보제공을 통한 대등한 당사자에서 언제든 취약소비자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도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번째로, 2018년 일본 「消費者契約法」 개정에서 인간관계 악용 및 불안을 부추기는 언동 등을 통하여 체결된 계약에 대한 부당성을, 소비자가 위 상태에서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점과 사업자가 이를 부추겨 이용하는 것은 부당성이 높다는 점에서 찾고 있다. 이를 통해 일본 「消費者契約法」은 합리적 소비자가 항상 합리적일 수 없고, 상황에 따라서 취약할 수 있다는 인간상의 변화를 통하여 사법적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구성하고 있다. 즉,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이유는 합리적인 개인이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약속을 했기 때문이라는 계약법의 원칙 아래,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합리적인 개인이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약속을 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사업자가 소비자의 취약성을 야기하거나 부추겨 형식적인 약속을 하였기 때문에 취소할 수 있는 형성권을 주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네 번째로, 일본은 2018년 「消費者契約法」 개정 이후에도 WG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상황적 취약성을 고려한 제도 마련에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음이 확인된다. 특히 WG 보고서에서 소비자의 취약성에 대해 ‘계속적 취약성’과 ‘일시적 취약성’으로 구분한 다음, 소비 시장 환경은 소비자의 행동과 사업자의 행동이 상호 작용하여 성립하므로, 소비자의 특성만으로 일어나는 계속적 취약성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사업자 사이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일시적 취약성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2020년 소비자기본계획에서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를 검토함으로써, 소비자의 상황적 취약성에 대한 지속적인 대책 마련 및 정책 발전을 추진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2. 우리에게의 시사점

이러한 EU에서의 취약한 소비자의 개념 등장에서 2018년 일본의 「消費者契約法」 개정에 이르기까지, 나아가 2018년 개정 이후 일본의 행보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소비자에 대한 인간상과 그에 대한 소비자계약법제의 존재형식에 관한 부분이다. 우리 「민법」의 경우 합리적인 인간상을 전제로 규범체계가 확립되어 있어,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보호가 미흡할 수 있다. 예컨대, 현행 「민법」상 ‘무경험’과 같은 경우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47)”한다고 해석되는바, 현재 소비생활은 고도화·전문화가 되어 있어 거래일반에 대해 경험이 있는 소비자라 하더라도 어느 특정 분야(예컨대 금융분야)에만 경험이 부족할 수 있는데, 이를 「민법」상 무경험으로 보호해 줄 수 없다. 또한 현행 「민법」상 ‘사기’의 경우에도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48)에만 그 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강박’의 경우에도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 말미암아 공포를 느끼고 의사표시를 한 것”49)이어야 그 요건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불안감을 부추겨 계약을 체결하거나 호의감정에 탑승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소비자계약은 현행 「민법」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반면, 일본의 경우, 일본 「消費者契約法」을 통하여 일본 「民法」과는 다른 인간상을 전제로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민법」을 위시한 私法에서 전제하고 있는 합리적인 인간상이 규범체계에서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및 23조 등에서 금지행위50)를 규정하여 일정부분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부분을 보호하고 있으나, 특정 거래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존재한다. 소비생활은 결국 민사적인 계약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 경우 매우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계약 전반에 걸쳐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정마련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소비자의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법제의 마련을 위한 논의 과정에 관한 부분이다. 상황적 취약성은 법의 예측가능성 측면보다는 구체적 타당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영역이므로 실제 소비생활 및 상담에 대한 검토가 중요하다. 따라서 일본이 2018년 개정으로 추가한 곤혹 유형보다는,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곤혹 유형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에서의 일본 전문조사회 구성과 활동을 더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전문조사회 구성을 보면, 교수, 소비자단체, 상담실무, 기업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소비자와 소비자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곤혹 유형으로 입법화된 조문을 본다면, 기타 민사법규와 달리 상당히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법 이론적 측면과 법의 예측가능성보다는 구체적 타당성 측면, 즉 상담실무에의 적용과 일반 소비자들 및 사업자들에 대한 인식의 용이성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규정의 형식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음미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본은 2018년 「消費者契約法」의 개정 중에 워킹그룹을 만들어 소비자의 상황적(일시적) 취약성을 강조하며 계속 규율의 바람직한 형태에 대해 계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고, 이후 2020년 일본 소비자기본계획에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 역시,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는 소비생활과 밀접하게 관계 맺고 있는데다, 정보화·기술화에 따른 변화무쌍한 현재의 소비생활을 고려하여, 이에 적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 및 검토 과정으로 풀이된다.

3. 맺음말

지금까지 EU에서 나온 ‘취약한 소비자’의 개념화와 ‘상황적 취약성’으로의 발전을 토대로, ‘상황적 취약성’ 관점에서 일본의 규범화 과정을 살펴보았다. EU에서의 ‘취약한 소비자’에 대한 논의를 보면서, 소비자의 ‘상황적 취약성’ 개념을 살필 수 있었고, 이를 통하여 ‘상황적 취약성’이라는 관점이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우리와 법·제도가 유사한 일본의 「消費者契約法」 개정 과정과 이후의 논의과정을 보면서, 우리나라 역시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소비자 정책은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해야 된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유사하다 하더라도,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르므로 그 국가의 소비자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특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일본 「消費者契約法」의 곤혹 유형 역시, 일본의 거절하기 힘든 문화에서 비롯된 아주 일본적인 제도임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2018년 개정을 통하여 신설된 일본 「消費者契約法」상의 곤혹 유형을 별다른 논의와 비판 없이 바로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비교법적으로 우리와 법과 제도가 유사한 일본에서 소비자의 상황적 취약성에 대한 관점에서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을 도모하였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에게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에 해결방안을 모색하는데 초석이 될 수 있으므로 그 의의가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관점에 따라 일본 「消費者契約法」에서 개정된 곤혹 유형의 해석론보다, 그 과정을 중점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황적 취약성에 빠진 후에 이루어진 모든 계약은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계약은 거래의 안정을 도모하여야 하는바, 상황적 취약성에 빠진 모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다면 거래의 안정은 도모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현실에서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가 존재하므로, 이로 인한 사업자의 피해 역시 예상된다. 이러한 줄다리기 속에서 일본은 개인이 어떠한 상황에서 합리적이지 못한 소비자가 되는지 살펴본 다음, 그 상황을 사업자가 이용하여 계약을 한 경우(つけ込むような取引)에만 취소권을 주고 있다. 일본 특유의 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문화와 거래안전을 고려하여 내어 놓은 나름의 해결책이라 볼 수 있고 이렇게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우리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 법 개정과정에서 학계, 소비자단체 및 기업가 외에도 상담실무가들도 참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상당실무를 중시하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 소비자 정책에서의 구체적 타당성 역시 잘 보여주는 장면이며, 이 역시 계약과 관련한 소비자 정책을 마련할 시에 우리가 참고하여야 할 사항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私法적인 관점에서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의 유형화 및 규범화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일본의 2018년 「消費者契約法」 개정 과정과 그 이후의 행보를 톺아보면서, 우리나라의 경우도 앞으로 상황적 취약성에 따른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계속적인 연구 및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 할 것이다.

Notes

1) 日本弁護士連合會編, 「消費者法講義(第5版)」, 日本評論社 (2018), 103頁.

2) 김도년/김남수, 「중국 일본의 소비자정책 및 관련 법제도에 관한 연구」,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 16-17 (2016), 148면.

3) 竹内昭夫, 「消費者保護法の理論」, 有斐閣 (1995), 4–5頁.

4) 岩本諭, “脆弱な消費者”, 「消費者法 判例百選(第2版)」, 有斐閣 (2020), 28頁.

5) 배순영, “행동경제학의 소비자정책 적용 사례 및 시사점”, 「소비자정책동향 제69호」, 한국소비자원 (2016), 2면.

6) European Commission, Consumer vulnerability across key markets in the European Union (2016), pp. 148–153.

7) ibid., abstract.

8) 괄호안의 내용은 원문에는 없으나, 이해를 돕기 위하여 菅富美枝, 「新消費者法硏究」, 成文堂 (2018), 24頁에서의 번역을 참고하였음.

9) ibid., pp. 192–193.

10) European Commission, Guidance on the Implementation/Application of Directive 2005/29/EC On Unfair Commercial Practices (2016), p. 47

11) 菅富美枝, 前揭書, 27頁.

12) 참고로, 菅富美枝 교수는 EU에서의 이러한 논의에 대하여, “소비사회에서 ‘취약성’ 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닌, 즉 일정한 특징을 공유하는 집단으로서 파악하여 그 유형화를 도모하는 것에 따라 ‘특별한’ 해결을 도입하는 방법이 아니고, 정도·빈도의 차가 있는 모든 소비자가 (잠재적으로) 가질 수 있는 ‘상황적 취약성’에 주목한 ‘일반적인’ 해결방법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볼 수 있다. 금후 소비자 사회에서는 ① 모든 소비자에 대해서 오해를 야기하는 거래방법과 공격적인 거래방법이 행사될 가능성을 억제하고, ② 특히 광고에서 투명성·현저성의 확보, 부적절한 광고·선전행위에 대한 감시의 강화, ③ 판단능력 저하한 고객의 존재를 염두하여 둔 각 업계에서 정보 제공 방법의 향상과 함께, 개개 소비자의 필요(needs)에 따른 정보제공·정보지원을 정비한 후에, ④ 그럼에도 발생할 수 있는 피해의 조기 발견 및 신속한 대응, ⑤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법·사회 환경의 실현 등 모든 소비자의 권리보장의 향상에 이바지하는, 이른바 소비자법제도 자체의 유니버셜 서비스화가 구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고 평하고 있다(菅富美枝, 上揭書, 33頁).

13) 日本消費者庁消費者制度課, 「逐條解說 消費者契約法(第4版)」, 商事法務 (2019), 9頁.

14) 日本消費者庁消費者制度課, 上揭書, 3頁.

15) 日本消費者庁消費者制度課, 上揭書, 2頁.

16) 丸山絵美子, “消費者契約法の改正と消費者取消権”, Jurist No. 1527 (2019), 55頁.

17) 渡辺達徳, "消費者契約法の10年と消費者契約関連法の展望", 法律時報83券8号 (2011), 5頁.

18) 沖野眞己, "消費者契約法(仮称)の一檢討(4)", NBL No. 655 (1998), 2頁.

19) 日本消費者委員会 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 「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報告書(平成27年12月)」, (2015), 18頁의 參考資料 1.

20) 日本消費者庁消費者制度課, 前揭書, 189頁. 물론 일본 「消費者契約法」 제4조제4항 조문에서는 ‘고령소비자’로 한정하지 않고 있으나, 조문의 신설 취지가 고령소비자를 위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21) 前揭 2015년年 報告書, 1頁; 上野一郞/福島成洋/志部淳之介, “消費者契約法改正の槪要”, NBL No. 1128 (2018), 58頁.

22) 上揭 2015年 報告書, 25頁의 參考資料 4.

23) 上揭 2015年 報告書, 12頁.

24) 일본은 2022년 4월부터 성년연령이 20세에서 18세로 조정된다(일본 「民法」 제4조).

25) 日本消費者委員会 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 「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報告書(平成29年8月)」, (2017), 1頁.

26) 丸山絵美子, 前揭論文, 60頁.

27) 丸山絵美子, 前揭論文, 60頁.

28) 上揭 2017年 報告書, 5頁.

29) 上揭 2017年 報告書, 5–6頁.

30) 上揭 2017年 報告書, 7頁.

31) 上揭 2017年 報告書, 7–8頁.

32) 개략에 대한 표는 丸山絵美子, 前揭論文, 55頁을 참고하였음.

33) 조문 번역은, 송민수/임종천, 「주요국가 소비자법제연구 Ⅲ - 일본 소비자법제 -」,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 20-14 (2020), 95–96면을 참고하였음.

34) 第196回国会衆議院消費者問題に関する特別委員会議事録第8号(平成30年5月30日).

35) 丸山絵美子, 上揭論文, 61頁.

36) 消費者法分野におけるルール形成の在り方等検討ワーキング·グループ, 「消費者法分野におけるルール形成の在り方等検討ワーキング·グループ報告書(令和元年6月)」, (2019), 1頁.

37) 上揭 WG 報告書, 6–9頁.

38) 上揭 WG 報告書, 8頁.

39) 上揭 WG 報告書, 9頁.

40) 上揭 WG 報告書, 11–12頁.

41) 上揭 WG 報告書, 12頁.

42) 上揭 WG 報告書, 12–13頁.

43) 日本消費者庁, 「日本消費者基本計画(令和3年6月15日改定)」, (2021), 4頁.

44) 上揭 基本計画, 10頁.

45) 上揭 基本計画, 22頁.

46) 中田邦博, “消費者契約法と特定商取引法”, Jurist No. 1558 (2021), 32頁.

47) 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48) 대법원 2001. 5. 29. 선고 99다55601·55618 판결.

49) 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2다73708·73715 판결.

50) 예컨대, 계약의 체결을 강요하는 행위,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하여 소비자를 유인 또는 거래하는 행위, 소비자의 청약 없이 일방적으로 재화등을 공급하고 재화등의 대금을 청구하는 행위 등이 있다.

[참고문헌]

1.

김도년/김남수, 「중국 일본의 소비자정책 및 관련 법제도에 관한 연구」,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 16-17 (2016)

2.

송민수/임종천, 「주요국가 소비자법제연구 Ⅲ - 일본 소비자법제 -」,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 20-14 (2020)

3.

배순영, “행동경제학의 소비자정책 적용 사례 및 시사점”, 「소비자정책동향 제69호」, 한국소비자원 (2016)

4.

日本弁護士連合會編, 「消費者法講義(第5版)」, 日本評論社 (2018)

5.

日本消費者庁消費者制度課, 「逐條解說 消費者契約法(第4版)」, 商事法務 (2019)

6.

竹内昭夫, 「消費者保護法の理論」, 有斐閣 (1995)

7.

菅富美枝, 「新消費者法硏究」, 成文堂 (2018)

8.

岩本諭, “脆弱な消費者”, 「消費者法 判例百選(第2版)」, 有斐閣 (2020)

9.

丸山絵美子, “消費者契約法の改正と消費者取消権”, Jurist No. 1527 (2019)

10.

渡辺達徳, "消費者契約法の10年と消費者契約関連法の展望", 法律時報83券8号 (2011)

11.

沖野眞己, "消費者契約法(仮称)の一檢討(4)", NBL No. 655 (1998)

12.

中田邦博, “消費者契約法と特定商取引法”, Jurist No. 1558 (2021)

13.

上野一郞/福島成洋/志部淳之介, “消費者契約法改正の槪要”, NBL No. 1128 (2018)

14.

日本消費者委員会 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 「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報告書(平成27年12月)」, (2015)

15.

日本消費者委員会 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 「消費者契約法専門調査会報告書(平成29年8月)」, (2017)

16.

消費者法分野におけるルール形成の在り方等検討ワーキンググループ, 「消費者法分野におけるルール形成の在り方等検討ワーキンググループ報告書(令和元年6月)」, (2019)

17.

日本消費者庁, 「日本消費者基本計画(令和3年6月15日改定)」, (2021)

18.

European Commission, Consumer vulnerability across key markets in the European Union (2016)

19.

European Commission, Guidance on the Implementation/Application of Directive 2005/29/EC On Unfair Commercial Practices (2016)

20.

第196回国会衆議院消費者問題に関する特別委員会議事録第8号(平成30年5月30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