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주요 의제로 채택된 ‘4차 산업혁명’1)은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중요한 화두로 자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의 정보통신기술(ICT) 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의 산업사회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우리사회 전반에 큰 변혁을 이끌고 있다.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은 개개인의 삶과 경제 및 사회체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치와 민주주의의 실현의 영역에 있어서도 변화의 동인으로써 작동하고 있다.
특히, 1970년대 이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의제 민주주의 실현구조의 경직성은 민주적 정당성의 주체인 국민과 대표자 간의 간격을 발생시켰다. 선출된 대표자가 정당성을 부여한 자를 대표하지 않는 문제, 정당이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의견형성을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등 대의제 민주주의의 대표성, 응답성, 책임성의 원칙을 약화시키는 현상은 대의제 민주주의 위기를 현실화시키고 있다.2) 관련하여 정당을 중심으로 정치적 이슈 및 정책의 의제가 형성되고 이에 동의하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결집되던 현상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반면에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개인 및 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치이슈가 형성되고 결집되는 정치참여의 유형이 다원화(Pluralisierung)되고 있다.3)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한 디지털시대의 도래는 이와 같은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형성된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치참여의 유형이 다원화되고 있는 현상을 기존의 정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와 연계하여 살펴본고자 한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온라인 중심의 정치참여유형의 다원화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인 정보격차로 인한 불평등의 문제를 디지털 리터러시와 연계하여 살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다음의 순서로 관련 쟁점들을 살펴본다. 첫째,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시민의 정치적 의견형성과 참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특히 빅데이터에 의한 정보의 생성 및 활용이 정치참여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정보와 정치권력과의 상관관계를 살펴본다. 둘째, 대의제 민주주의 대표성의 문제를 살펴본다. 셋째, 온라인 플랫폼의 정치참여 확대와 새롭게 등장한 정보격차의 문제를 디지털 리터러시와 연계하여 살펴본다. 발전하고 있는 정보화사회에서 변화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할 디지털 리터러시의 현황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개선방향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을 갈음한다.
Ⅱ.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정치참여의 다원화: 정보와 주주의의 실현
4차 산업혁명4)이 이끌고있는 지능정보화 사회에서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공학, 3D프린팅 등이 핵심 원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정보화 기술의 발달과 확산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의 연결성을 급격하게 확대시키면서 초연결성의 시대를 견인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공유의 확대로 인하여 이종간 기술·산업 간의 다양한 결합과 초융합 환경이 조성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의 융합과 발전으로 조만간 초지능화된 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되고 있다. 빅데이터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의 중심에 서있다. 빅데이터는 새로운 영역에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성해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5)
빅데이터의 개념에 대해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6) 일반적인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로는 관리하기 어려운 정도의 큰 규모로서, 현재의 데이터 크기가 수십 테라바이트(TB)127)에서 향후 페타바이트(PB), 엑사바이트(EB)정도 크기의 대용량 데이터를 의미한다. 최근의 빅데이터는 대용량 데이터의 수집·저장·분석과 체계화를 위한 도구·플랫폼·분석기법 등을 포괄하는 용어로 변화하고 있다.7) 빅데이터의 정의에 관해서는 다소 차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대용량 데이터’를 의미하고 있다. 데이터의 크기와 관련해서는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데이터의 양을 기준으로 한 빅데이터의 구분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빅데이터를 데이터와 함께 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하여 가치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생성된 지식을 바탕으로 능동적으로 대응하거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정보화기술로 인식한다.8)
이와 같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보화 기술에 의한 디지털 전환은 공적영역과 사적인 영역에서의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공영역에서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따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공적서비스를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전자정부법9)10)에서는 행정업무의 전자적 처리의 기본원칙, 절차 및 추진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다. 법률제정의 목적으로는 전자정부를 효율적으로 구현하고자 함을 제시하고 있다. 동 법률 제2조 제1호에서는 전자정부에 관하여 “전자정부란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업무를 전자화하여 행정기관등의 상호 간의 행정업무 및 국민에 대한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정부를 말한다”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11) 대표적인 온라인 중심의 공적서비스로는 청와대 국민청원제도, 국회의 전자청원제도, 입법 DB, 그리고 법원의 판결문에 대한 DB 등이 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공적서비스는 기존의 탑다운 방식으로 제시되던 정책 아젠다를 공공기관과 국민간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쌍방향적 소통을 통하여 형성할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식은 국민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수렴한 정책아젠다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빅데이터의 활용은 경제의 영역뿐만 아니라 정치의 영역, 특히 선거의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유권자 개개인의 개인정보 분석을 통해 효과적으로 자신들의 정책을 전달하고 선거캠페인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선거에서 빅데이터와 AI의 활용이 확장됨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딥페이크 영상관련 법규운용기준을 제시하기도 하였다.12)딥페이크 영상 관련 법규운용기준에 따르면, 딥페이크 영상을 활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나 딥페이크 영상(AI ㅇㅇㅇ)임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 공직선거법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에 위반된다. 이처럼 선거운동을 비롯한 정치참여에 있어서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의 확대는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의 선거 및 정치참여를 규정하고 있는 법규정의 해석과 운용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영역에서의 빅데이터의 활용은 국외에서는 이미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2012년 미국대선에서 오바마 캠프의 선거활용을 들수 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오바마 캠프는 유권자 개별정보를 자체적으로 채집하고 분석하는 빅데이터 온라인 통합관리시스템(플랫폼)(코드명:Narwhal, 외뿔고래)을 구축하여 유권자 분석에 활용하였다. 여기에는 여론조사요원, 펀드라이저(fundraiser), 현장 활동가, 소비자 정보 데이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자체정보 및 외부정보 소스 등을 다양하게 연결하고 융합하여 유권자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를 구축하였다. 이후 자체적인 유권자 정보를 구축하기 위해 Siemens Enterprise System이라는 전화여론조사 유닛을 만들어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매일 1,200만명 대상의 유권자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13)이 중에서도 주로 경합주(swing state)의 유권자의 정보를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였다. 예를 들면 당시 경합주였던 오하이오 주에서 29,000명의 유권자 정보를 수집하여 분석에 활용하는 등 경합주(swing state)에서 효과적인 선거 전략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갤럽과 같은 여론조사 기관이 활용하는 표본수가 미국 전역을 기준으로 1,000명 내외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데이터를 구축하여 활용한 것으로 판단된다.14) 이후,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은 선거법의 제한15)을 피하기 위해서 각 당의 산하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외부 컨설팅 업체를 두고 각각 자신들의 유권자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 정보를 구축하여 선거에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에는 2016년에 진행된 EU탈퇴 여부를 묻는 선거에서 EU탈퇴의 긍정적인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하였다. 당시 EU탈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에 관여했던 캠브릿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는 5가지의 개인별 특성을 중심으로 분석하는 OCEAN 모델16)을 통해 개별 유권자 특성을 분석한 후, 분석된 특성에 기초하여 유권자 개개에 적합한 선거전략을 수립하고 및 광고를 통해서 홍보를 진행하였다.17)
살펴본 바와 같이,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보활용의 영향력은 정치영역에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정보를 생성하고 수집하고 분석하는 전체의 과정에서 세대 간 혹은 계층 간의 정보격차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정치영역에서의 새로운 불평등을 형성한다. 앞서 살펴본 선거의 영역을 기준으로 살펴본다면, 기본적으로 각 정당이나 선거캠프의 경우 그들의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활용하는 빅데이터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보나 정치적 성향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다.19)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들의 정치적 의사를 정당의 정책이나 선거의 정책에 반영하는데 한계가 발생한다.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기술에 대한 활용의 확장은 정보에 관한 생성 및 활용능력의 격차에 따라 정치영역은 물론 경제영역, 교육영역 등에서 새로운 불평등을 발생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노인세대와 장애인 등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정치·경제·교육의 새로운 불평등의 기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보에 대한 접근가능성과 활용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과거 봉건제사회에서 근대입헌주의 사회로의 전환을 이끌었던 동력은 당시 경제영역에서 지배적인 권력을 장악한 부르주아 계층이었다. 봉건제 경제질서가 붕괴되고 자본주의적 경제질서로의 전환은 부르주아 계층의 경제적, 정치적 자유를 확대를 목적으로 한 프랑스혁명을 주도하게 한 배경이 되었다. 부르주아 계층이 내세운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는 점진적으로 시민에게 확대되어 성공적인 혁명을 이끄는 동력이 되었다. 당시의 민주주의는 봉건질서에 대항하는 헤게모니의 기제로 작동하였다. 그러나 대의제를 통한 민주주의는 사회체제의 변화를 이끌었던 ‘자본’이라는 권력을 지닌 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수단이 되었다. 자본이 정치권력으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자본과 정보가 결합하여 정보가 권력화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정보는 단순한 정보로서의 기능만이 아니라 자본과 같이 경제적 이익을 산출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한다. 그리고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들의 회의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정보의 역할과 영향력이 경제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영역에서도 확장되고 있다는 점등을 고려해 본다면, 이와 같은 현상은 과거 봉건제사회에 자본은 지닌 부르주아 계층이 기존사회의 체제에 종막을 안겨준 것과 같이 정보를 보유한 자가 신흥세력으로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생성시키고 있다고 바라볼 수 있다.
현재 공적인 정보공개의 주된 주체는 국가(정부 등)이다. 정보를 보유한 주체는 정보공개의 범위, 시기 등을 자신의 권력기반에 위해가 되지않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에야 비로소 결정한다. 때문에 정부의 정보공개의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공적으로 생산되고 습득한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왜곡되지 않는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가공없는 투명한 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는 안보와 국익 혹은 정치적 상황등을 이유로 대외비의 형태로 제한되고 있다. 정보의 불평등의 문제는 곧 권력의 불평으로 연계된다. 이제 국민들은 정부가 수직적으로 공개하던 정보를 수평적 관계에서 참여하여 공유하기를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정보의 수동적인 객체가 아닌 능동적인 주체로서의 지위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다양하게 형성된 온라인 플랫폼은 이러한 국민들의 요구에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많은 국민들이 능동적 시민으로서 정보를 생성하고 활용하여 다양한 정치적 아젠다를 형성하고 공론화시키면서 합의를 이끌내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현재의 경직된 대의제 민주주의하에서의 정치참여 유형을 다원화시킴으로써 개방적 구조로의 전환을 유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기술과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한 새로운 정치형태로서의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고려해볼 수 있을까? 본 논의는 전자민주주의 도입가능성의 판단과 관련되어 있다. 대체로 전자민주주의에 관한 논의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상황을 개방적인 온라인(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여 공론화시킴으로써 자유롭게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입장에서-현재 제기되고 있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시민의 참여를 통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 혹은 대의제를 보완하는 참여민주주의로의 발전가능성에 대한 관망과 연계되어-진행되고 있다. 전자민주주는 정치적 권력으로 작동될 수 있는 정보를 특정 세력(예를 들면, 정부)이 독점하여 분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닌 모든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인정함으로써 시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형성하고 관철시킬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여 대의제 민주주의가 안고 있는 대표성, 응답성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전자민주주의의 도입과 관련한 논의는 후속연구를 통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Ⅲ. 대의제에 의한 민주주의 실현의 한계
오늘날의 민주주의의 실현의 방법과 관련해서는 선거를 통한 대표자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의제에 의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의의 여지가 없는 바이다. 우리 헌법 제1조 제2항에서는 모든 국가권력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만 나온다(헌법 제1조 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주권의 실현을 위해 국민이 직접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 즉 국민전체가 하나의 기관으로 행위하도록 조직된다는 것은 현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우리는 대의기관을 조직하고 조직된 대의기관의 국가권력행사를 정당화하기 위한 절차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민은 자신의 정치적 기본권(선거권, 피선거권 등)의 행사를 통하여 자신 및 스스로를 제외한 국민의 중 일부에게 대의기관을 구성하여 국가권력행사의 임무를 맡도록 정당화하여 준다.
대의기관의 구성과 권력행사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모든 국민 개개인에게 대의 기관을 구성할 권리와 스스로가 대표로 선출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와 그 행사가 자유롭도록 구체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정치적 의견을 형성하고 대의기관을 구성하고 대표될 수 있는 권리인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관련 기본권으로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제21조)와 평등권(제11조 제1항), 정당설립의 자유(제8조 제1항), 선거권(제24조),피선거권(제25조)등이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선거(제41조 제1항) 및 대통령선거(제67조 제1항)에서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원칙을 규정하여 선거를 통한 국민의 정치적 의견이 왜곡되지 않고 자유롭고 평등하게 그리고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또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에 있어 선거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 부여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예외적 사정이 없는 한 가능한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20) 현대의 다원주의 민주주의하에서는 자율적으로 구성된 다수의 집단의 의사들이 공동체에서 합의된 근본이념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 집단의 의사를 형성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자유롭게 국가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21)
헌법 제1조는 민주공화국 원리를 규정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원리는 국민주권을 근거로 국민의 자치에 의해 공동체 지배가 이루어지는 국가조직원리를 의미하는 것이며, 정치적 지배가 정치적 운명공동체인 국민을 구성하는 개개의 시민들에 의하여 구성·정당화·통제되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과정이 국민들의 평등한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전제된 국민자치의 형태로 실현될 것을 요구하는 원리이다.22) 국민은 주권자로서 국가의 구성원으로 국가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국정에 직접 참여하여 공무를 담당하는 권리의 주체이기도 한다. 국가운영의 기본원리인 민주주의는 구성원의 자기지배원리로서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으로 구현된다.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경우 간접적인 방법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국민이 자신들의 대표자를 선출하여 국정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대의제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 민주적 정당성에 기반한 대표성은 특정 정치공동체(국가)를 전제로 하여, 정치적 지배권 혹은 통치권의 행사로 인해 영향을 받는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이 평등하게 이 지배권의 결정과 정당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 있는지의 관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 실현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의 여부는 대표자가 자신에게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한 국민의 뜻을 얼마나 잘 대표하고 있는지와 관련된 대표성의 문제와도 연관된다.23) 이는 대표자들의 구성이 정치공동체의 국민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의 구성의 문제와 대표자들이 다양한 이해관계의 갈등을 조율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있는지의 효과성의 문제로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표성이 어떠한 논제를 제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정치적 대표성과 관련해서 주요이론을 제시한 피트킨24)은 대표라는 개념이 지니고 있는 다면성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대표의 개념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난해한 구조를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고 다면성을 고려해야 함을 제시하였다.25) 그는 정치적 대표의 다면성을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 정치적 대표는 대표자의 선출과 같은 ‘형식’의 측면과 임명된 대표자의 활동의 내용을 의미하는 ‘실질’의 측면으로 구분된다. 형식적 측면에서의 선출은 ‘수권(authorization)’과 ‘책임성(accountability)’이라는 용어로 이해된다. 형식적 측면의 선출이 대표자의 임명과 권한의 위임이라는 관점에서 사전적으로 정치적 대표를 정의한다면, 대표자의 활동과 관련된 실질적 측면에서는 대표자의 활동이 종료시 대표자에 대한 재신임여부와 교체여부를 중심으로 한 관점에서 사후적으로 대표를 정의한다. 그러나 제시된 관점에 의할 경우 대표자의 활동 전과 그 종료시점을 중심으로 대표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의 내용에 대해서 판단할 수 없다. 또 형식적 측면에서 역시 대표자를 선출하고 교체여부를 결정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대표자에게 광범위한 자율성을 허용하기 때문에 대표의 민주적 정당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대표되는 이익은 일차적으로는 피대표자 집단 내의 개인들과 하위집단들의 다원성에 종속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표자-피대표자 관계에서는 대표자의 판단과 피대표자 자신의 판단 사이에는 언제나 불일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정치적 대표자는 잠재적 갈등의 가능성을 전제하거나 이를 예견하면서 행동해야 한다. 피트킨은 이와 관련하여 “대표자는 피대표자(the represented)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지만, 이러한 대표 행위는 그들의 요구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제시한다. “정치 세계에서 대표자의 행위와 그 전제가 되는 이익에 관한 판단은 잠재적으로 피대표자 자신이 명시적으로 원하는 바와 상충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충돌이 일어날 때, 대표자는 그 간극에 대해 피대표자 앞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에만 피대표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대표자의 행위에 반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대표자와 피대표자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할 것이며 대표 관계는 더이상 정치적이거나 민주적인 성격을 띠지 않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대표 관계 자체가 붕괴되고 말 것이다. 요컨대 정치적 대표관계의 핵심은 대표자의 행위인데, 그 행위의 전제조건이란 (갈등과 비판을 포함하는) 대표자와 피대표자 사이의 지속적인 정치적 상호작용인 것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정치의 대표성은 기본적으로 대표자의 특정한 속성을 통해서 대표자의 선출과 교체라는 형식적 절차의 범위를 넘어 피대표자의 민주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대표성의 이론을 현재 상황에 대응해 봤을 경우, 정치적 대표성의 확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답변을 제시할 수 밖에 없다.26) 그러므로 대표자에게 다양한 피대표자의 이익 혹은 요구에 미온적으로 반응하는 현재의 방식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해 보아야 한다. 개선방안으로는 정보통신기술에 기반한 전자투표방법을 활용하는 전자민주주의로의 전환을 고려해볼 만하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피대표자그룹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자의 선출과 선출된 대표자와 피대표자와의 쌍방향적 정치적 상호작용을 통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쟁점과 선제되어야 할 사안들이 있다. (전자민주주의와 관련한 논의는 후속 연구를 통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구분 | 2017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
장애인 | 70.0 | 74.6 | 75.2 | 81.3 |
저소득층 | 81.4 | 86.8 | 87.8 | 95.1 |
농어민 | 64.8 | 69.8 | 70.6 | 77.3 |
고령층 | 58.3 | 63.1 | 64.3 | 68.6 |
취약계층 평균 | 65.1 | 68.9 | 69.9 | 72.7 |
구분 | 2017년 | 2018년 | 2019년 | 2020년 |
---|---|---|---|---|
장애인 | 91.6 | 92.0 | 92.6 | 95.4 |
저소득층 | 94.7 | 94.9 | 95.2 | 98.3 |
농어민 | 90.4 | 91.0 | 91.3 | 94.8 |
고령층 | 89.9 | 90.1 | 90.6 | 92.8 |
취약계층 평균 | 91.0 | 91.1 | 91.7 | 93.7 |
Ⅳ. 대의제 민주주의 한계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정치참여 영역의 확장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인터넷과 모바일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정치참여의 공간이 온라인과 모바일의 플랫폼으로 확장됨에 따라 국민들의 정치참여가 용이해지고, 이를 통한 여론형성, 청원, 선거캠페인 및 홍보, 온라인 투표, 온라인 정책결정 등이 가능하게 되었다.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참여는 정당이나 언론, 이익집단 등을 매개로하여 여론을 형성하거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쳐 왔었다. 그러나 정보통신의 발달은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국민들이 직접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공간의 확장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현상의 확장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실현방식에 관한 새로운 방식의 모색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증대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정치참여의 확대를 바라보는 관점은 낙관론과 부정론으로 나누어진다. 낙관론의 주된 논의는 정보통신기술에 의한 온라인 플랫폼이 지닌 특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의 쌍방향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특성은 소통의 탈중심성, 양방향성, 시공간의 장벽의 극복,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의 경계를 완화시킴으로써 제도적인 절차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주어진 수직적 정치의제 형성이 아닌 수평적이면서 개방적인 구조하에서 다양한 정치의제27)를 자유롭게 형성한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정치참여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거래비용의 감소와 정보에 대한 접근기회의 증대로 인한 전문지식의 확장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의사전달, 정책의 투명한 집행과 효율적인 감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의 토대를 제공한다. 또한 중앙집중적인 정책결정기능이 분산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28) 인터넷을 통해 생성된 정보를 유권자와 정치인들에게 제공한다. 또 유권자와 대표자와의 상시적 접촉 및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양 자 사이의 간극을 좁힘으로써 대의제 민주주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대표성, 책임성, 응답성, 투명성29) 등에 관한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30)
반대로 부정적인 관점에서는 이와 같은 변화가 반드시 민주주의 발전으로 연계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제시한다. 숙의와 참여민주주의를 기대한 것과는 달리 온라인 공간은 오히려 만인과 만인의 투쟁이 되고 공론장을 파괴하며, 가짜 뉴스와 선택적 노출을 증폭하여 사회의 파편화와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음을 우려한다. 개인의 정치적 정체성과 선호에 따라 상대방을 선택하고 자신의 인식과 정보에 부합하는 정보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인식을 공고히 한다. 즉 편향된 네트워크로 인해 자신의 선입견에 갇히는 필터버블(filter bubble)현상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집단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의견에 집단구성원 전체가 동의하고 확신하기를 유도한다. 끼리끼리의 네트워크 속에서 형성되는 정치구성원들의 집단적 의견은 양 극단화되어 중간집단이 사라지는 정치양극화 현상을 야기시킬 수 있다.31) 또 다른 우려로 정보의 분열의 문제를 제시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정보의 전달과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 측면도 있으나 여전히 중요한 정보에 관해서는 국가권력이나 특정한 사회집단이 독점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정보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집단이 새롭게 형성될 경우 정보에 관한 격차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반면 정보의 지나친 홍수는 오히려 국민들의 선택에 있어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정보통신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함에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정치참여는 확대될 밖에 없다. 특히 2020년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의사소통을 확산 및 강화시켰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우리는 전자민주주의 도입에 대한 부정적 관점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지속적으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정보의 격차 혹은 디지털 격차라고 하는 정보통신기술의 이용과 활용에 대한 격차를 해소해야 하며, 온라인에서 노출되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현행 법규범상 저촉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입법개선 혹은 입법제정을 준비해야 한다.
언급한 바와 같이, 정보화시대 혹은 디지털시대로의 진보는 정보에 대한 가치를 상승시키고 있다. 실제로 정보의 활용여부는 권력과 자본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기술의 변화는 정치·경제·사회에 전반적인 변화의 동인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의 실현도 이와 같은 변화에 반응하고 있다.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의 방식이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정보의 생성과 활용에 있어서도 수직적 제공이 아닌 수평적 제공과 활용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긍정적인 효과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4차 정보화기술들은 새로운 기회를 시민에게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으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제한되고 있는 시민들에게는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32)
민주주의와 연계하여 이와 같은 변화의 영향력을 고려할 경우, 정보의 생성과 전달 및 활용,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정치적 참여의 장이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전환되고 확대된다면, 온라인상의 소통과 참여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모든 시민들에게 개방적이고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여기서 의미하는 개방성은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의 개방성은 물론이며 실질적인 참여가능성에 대한 기술적 접근가능성의 보장을 포함한다. 이와 같은 실질적인 참여가능성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보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는데, 이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문제와 연계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1997년 Paul Gilster가 처음 개념을 정의한 이후, 대체로 “디지털 기술, 데이터, 정보, 콘텐츠, 미디어에 접근 하고, 이를 통해 관리·통합·분석·평가·해결·소통하며,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소양”으로 이해하고 있다. 본 정의에는 디지털을 다루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사용할 줄 아는 윤리의식과 태도도 포함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온라인 플랫폼의 활성화와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인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서 문제가 되고 있다.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소통 방식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사람과의 면대면의 소통방식은 실시간 문자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소통의 장소 역시 현실의 장소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중심의 사회로의 변화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주요 화두로 제시한다. 디지털 리터러시33)는 정확한 정보 검색은 물론 이를 평가, 분석하고 조합하여 활용하는 능력까지를 포함한다. 이와 같은 디지털 리터러시는 특정의 직업이나 계층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하는데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34)35)
전통적으로 문해력은 글자를 읽고 쓰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문해력은 정보화시대가 요구하는 인간 역량의 핵심 능력을 의미한다. 문해력이 부족할 경우, 복잡한 문제를 협력해서 해결하는 능력이나 급속하게 변화되는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능력도 약화된다. 리터러시(문해력)는 사회에 대한 이해와 인권의 문제와도 연계된다.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정보접근성이 제한되기 때문에 한정된 정보안에서의 결정을 하게된다. 궁극적으로는 교육의 격차, 직업의 격차, 소득의 격차, 사회 및 정치적 의사결정과정 참여의 격차가 야기된다.36) 정보와 연속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대부분의 일상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디지털 리터러시의 강화는 모든 세대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리터러시가 강화되면 대중들이 스스로의 문제와 관련된 사안을 공론화시키고 이를 해결하는 주체로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소수 엘리트가 대부분의 결정권을 행사하여 야기되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수 있다.
OECD는 2021년에 공개한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의 리터러시 기술(21st-Century Readers DEVELOPING LITERACY SKILLS IN A DIGITAL WORLD)’ 보고서에서 “과거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백과사전에서 정보를 찾게 하고 이것이 정확한 사실이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구글에서 수백만 개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도 무엇이 옳고, 어떤 게 사실인지 말할 수 없게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청소년은 이메일 피싱을 식별하는 능력에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었으며, ‘주어진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능력’을 조사하는 평가에서 OECD 국가 평균이 47%였는데 한국 학생들은 25%에 그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진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2020년 진행한 디지털 정보격차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4대 정보취약계층(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고령측)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37)은 고령층이 68.6%로 가장 낮았으며, 저소득층이 가장 높고(95.1%) 장애인 81.3%, 농어민 77.3% 순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에 관한 조사에서도 계층별로 고령층의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이 53.7%로 가장 낮았으며, 그 다음으로 농어민(69.0%), 장애인(74.2%), 저소득층(92.5%)의 순으로 나타났다.
위에서 제시된 자료에 의하면 디지털 리터러시와 관련해서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노령층과 취약계층에서도 그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격차의 해소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에는 언급한 바와 같이, 정보접근성에 대한 격차는 새로운 불평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때문에 정보만연의 시대에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물론이고 제시되는 정보가 주관적이거나 편향적인지 식별하는 할수 있는 능력에 대한 함양의 기회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국제사회에서도 디지털 정보접근이 차별없이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고 관련된 논의를 확장시키면서 구체적인 규범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디지털 정보접근에 관해서는 개별 법률에 산재되어 규정되어 있다. “지능정보화기본법” 제45조에서는 정보격차 해소 시책의 마련에 관한 사항을 규정40)하고 있으며 제46조에서는 장애인·고령자 등의 지능정보서비스 접근 및 이용 보장에 관한 사항을 규정41)하고 있다. 제49조에서는 정보격차 해소 관련 기술개발 및 지능정보제품 보급지원을 규정42)하고 있다. 그리고 제50조에서는 정보격차해소교육의 시행을 규정43)하여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게 정보격차의 해소를 위해 필요한 교육을 시행해야하는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위의 규정이외에도 보건복지부를 주무부처로 한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등이 관련하여 규정되어 있다. 디지털접근성과 관련한 국내법률은 전반적으로 고령층과 장애인의 디지털 환경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격차의 해소를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관련 국내법률들은 권리적 측면이 아닌 편의의 측면을 고려한 내용을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급속히 변화되는 디지털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활동과 자원의 영역을 세분화하여 실효적인 집행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률들의 내용의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디지털 격차의 해소와 관련된 법규범은 디지털 격차의 해소를 위한 법적 근거는 될 수 있으나 실질적인 정책의 집행에 있어서는 미온적이다. 따라서 자료를 통하여 제시한 바와 같이, 고령자와 장애인 및 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기 때문에 조속히 디지털정보격차를 해소하고 디지털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Ⅴ. 결론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정치참여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시간과 장소적 제약을 받지 않고 이루어지는 쌍방적인 의사소통구조 하에서 국민의 정치참여의 기회를 확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의 정치참여구조의 경직성을 유연화하여 개방시킴으로써 대표자와 유권자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대표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인 것이다. 이는 정보통신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서 확장될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대의제 민주주의 한계를 개선하고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사안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과정이 민주적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평등한 정보의 접근성과 정보통신기술의 활용에 대한 접근성 및 기술활용의 평등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격차를 해소하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 헌법 제11조의 평등권과 선거원칙인 평등의 원칙의 위반여부가 문제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국민의 컴퓨터와 모바일 보급률과 이용률에 대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보완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고령층과 사회적 취약계층의 현황을 명확히 반영한 보완책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만약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고 전자투표등을 이용한 전자민주주의를 도입하게 될 경우에는 새로운 차별의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개인의 정보가 노출될 경우 비밀성과 익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블록체인을 이용한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보안시스템의 구축과 개인정보의 유출시 대처방안, 블록체인44)에 의한 증명방식을 구체적으로 입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형태로서 민주주의를 매력적이라고 만드는 것은 모든 시민이 그들의 삶의 전망(삶의 가능성)과 기회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 의무의 기본적인 구조를 설정할 수 있는 법과 공공정책의 형성을 동등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그리스식의 직접 민주주의가 아닌 대표와 정당을 통해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대의제 민주주의인 만큼, 정치공동체의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 보장은 대의제 민주주의 대표성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현대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경직된 정치참여의 한계를 극복할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기술은 점차 더 발달할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정치적 참여의 개방성과 다원화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대표성을 강화시키면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보통신에 대한 접근과 활용에 대한 편차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의 격차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선제되지 않는다면 또다른 불평등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