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연구의 목적과 범위
결과적 가중범은 독립적인 범죄행위가 그 본래의 구성요건적 결과를 넘어 중한 결과를1) 야기한 경우에 그에 상응한 중한 형벌이 가하여지도록 규정된 범죄구성요건을 말하며,2)3) 기본 범죄로서의 고의범과 중한 결과로서의 과실범이 결합되어 두 가지 특색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4) 결과적 가중범은 고의 기본범과 중한 결과에 대한 과실범을 가산한 그 이상의 범죄 실체를 담고 있다. 그러한 실체가 있기 때문에 ― 고의 기본범과 과실치사상죄의 상상적 경합으로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그 불법평가가 낮게 이루어지는 것이 되어 ― 형의 가중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5) 결과적 가중범은 중세 교회법상의 Versari in re illicita(부정한 상태에서 실현된 결과는 행위자에게 고의나 과실이 전혀 없이 우연히 발생했더라도 행위자가 책임을 진다)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6) 프랑스 나폴레옹 형법전에는 상해의 고의는 있으나 사망의 고의가 없는 상해치사죄의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미필적 고의 이론을 비약 적용하여 살인죄로 처벌하였던 것이다.7) 따라서 결과적 가중범의 이론과 입법화는 전근대적인 결과책임주의를 벗어나 책임주의로 전환하고자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8)9)
“결과책임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다산 정약용의 저서에도 나타나고 있다. 정약용은 형사 사건 처리에 있어 기본원칙을 흠휼(欽恤)이라 하여 이를 강조하였다. 그는 흠휼을 바탕으로 ‘황주 신착실 옥사에 대한 경연에서의 상주’에서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범한 살인과 밀었는데 죽음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다음과 같이 구별하고자 했다.10)
[실로 지게의 뿔은 본래 동은 날이 아니고 형세가 비스듬하여, 항문의 구멍 역시 은밀한 곳에 있어 양자가 교묘하게 서로 충돌한 것이지 사람이 능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모갑)을 민죄가 있다 하더라도 죽일 마음은 없었습니다].” 결국 정약용은 그 당시에 고의범과 결과적 가중범의 차이 즉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사망의 결과를 발생 시킨 경우와 단순히 폭행의 고의를 가졌지만 사망의 결과를 발생 시킨 경우가 엄연히 다름을 인지하고 있다. 이 차이의 인식은 곧 그가 범행 시 고의의 정도 또한 사건 해결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산은 주관적 요건인 고의를 더 정확히 분석하면서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했다. 정약용의 의견을 수렴한 임금은 신착실을 살인죄와 동일하게 처벌한 것이 아닌 감경하여 그를 처벌했다. 이러한 정약용의 논리는 현행 형법의 결과적 가중범의 개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행위자가 원래 의도하였던 결과를 넘어서는 중한 결과를 행위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책임주의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12) 결과적 가중범은 책임주의와의 “내용적” 조화라는 보다 본질적인 요청에 직면하고 있다.13) 결과적 가중범은 중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형법의 평가규범적 성격과 기본범죄를 벗어나는 중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가혹하다는 행위규범적 성격 사이의 조화가 필요한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결과적 가중범에 대한 주요한 이론적 쟁점은 예견가능성 표지의 엄격한 해석과 기본행위와 중한 결과 사이의 객관적 귀속의 척도로서의 직접성의 요구, 그리고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의 가능성 등이다. 이 연구에서는 [결과적 가중범에 대한 미수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 기본범죄가 미수인 경우의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에서는 1)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인정 여부에 대한 학설과 판례를 검토하고 2) 기본범죄가 미수인 경우와 기본범죄가 기수인 경우의 결과적 가중범이 차이를 불법론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3) 책임주의와의 조화를 위한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규정에 대한 합리적 해석론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Ⅱ.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 규정에 대한 견해
제15조(사실의 착오) ① 특별히 중한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 ② 결과로 인하여 형이 중할 죄에 있어서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을 때에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15조 1항은 기본적 구성요건에 대한 인식만을 가지고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인식하지 못했던 가중적 구성요건을 실현한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예를 든다면
그런데 우리 입법자는 이 경우에 ‘중한 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기본범죄의 고의기수- 즉 보통살인죄-로 처벌하는지, 기본범죄의 미수와 중한결과의 과실범-즉 살인미수와 과실치사-로 처벌하는지에 대해서는 학설에 맡기고 있다. 이 경우에 보통살인죄로 처벌한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14) 객관적 구성요건적 사실에 있어서 인식사실과 발생사실에 관한 불일치 내지 불인식 사례에 관한 일반규정은 형법 제13조이다. 따라서 형법 제15조 제1항은 그러한 불일치 사례 가운데 인식한 범죄보다 ‘특별히’ 중한 범죄가 발생한 경우에도 형법 제13조의 원칙이 그대로 유지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특별규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15) 결국 행위자의 고의대로 처벌되는 것이다. 결국 경한 인식을 넘는 중한 결과가 발생하여도 원래의 가벼운 고의의 기수범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으로서 결과책임을 방지하겠다는 것이 입법자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16)
이러한 입법자의 의지는 제2항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즉 제15조 2항에서 결과적 가중범을 규정하면서 결과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 즉 과실을 요구함으로서 결과책임을 극복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결과적 가중범의 규정(형법 제15조 제2항)은 그 자체로서 결과책임을 극복하기 위한 총칙적 규정으로서 입법자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 가중범은 고의와 과실이 결합된 결합범에 해당한다. 이론적으로 본다면 중한 결과의 발생을 필요로 하는 결과범이며 기수의 형태인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형법 및 특별형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결과적 가중범의 경우에도 미수범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가 있다.17)
그러나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 규정의 형태에 있어서는 기수범의 조항만을 포함시킨 경우도 있고 미수범의 조항까지 포함시킨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불분명하게 규정한 경우도 있는데, 이는 복잡한 해석론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18) 즉 형법각칙의 결과적 가중범과 그 미수범의 규정들이 여러 가지 면에서 정형성과 체계성을 결하고 있어서 해석론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19)
독일에서도 제6차 형법개정법20)에 의해서 결과적 가중범에 관하여 상당한 변경이 행해지게 되고, 이를 통해서 문언의 변화가 생기게 됨으로써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인정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기 시작하였다.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인정할 때의 실익은 기본범죄에 내재된 불법의 차이에 주목할 수 있게 되고, 불법평가에 이어서 미수범과 기수범을 다르게 평가할 수 있어서 책임주의에 합치되게 된다는 점에 있다고 본다.
앞서 본 것처럼 결과적 가중범 규정 그 자체가 이미 결과책임을 극복하기 위한 입법자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입법자가 결과적 가중범에 대해 미수규정을 둔 경우에는21) 결과책임을 넘어서 책임주의에 더욱 다가가기 위한 입법자의 노력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입법의 실수라고 보아야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1) 부정설 :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의 인정에 대해 부정설에22) 따르면 (가) 결과적 가중범을 규정할 때 그 성립요건으로서 기수의 기본범으로 한정할 것인지 미수까지 포함시킬 것인지는 가중처벌의 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서 성립 요건의 문제이다. (나) 진정 결과적 가중범은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 과실범이 결합하여 단일 구성요건이 된 경우로서 중한 과실범의 요소도 기본범죄 고의범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미수를 인정한다면 과실범의 미수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우리 형법의 일반적 원칙과 충돌할 우려가 있다.23) (다) 기본범죄에 내포하는 전형적 위험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실현됨으로써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그 불법은 단순한 상상적 경합의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증가한다는 결과적 가중범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미 기수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 더 적합하다. (라) 미수범 인정설 배경의 하나인 과도한 법정형의 완화문제는, 미수범을 인정하더라도 중지미수가 아닌 한 임의적 감경사유에 불과하여 그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형법 제51조의 작량감경사유를 적절히 활용한 법관의 양형재량으로 어느 정도 형벌 감경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24) (마) 강도미수범이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강도치상미수죄가 아니라 강도치상죄가 되며, 고의범죄인 강도상해죄에 있어서는 기본범죄의 기수·미수에 상관없이 상해가 발생하면 기수범으로 보면서, 결과적 가중범에서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범죄가 미수이면 전체를 미수범으로 보자는 견해는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다. (바) 기본범죄의 기수·미수 여부에 따라 전체에 대한 불법의 평가를 달리하자는 취지는 공감이 가지만 그것은 고의범과 과실범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며, 개정형법의 미수범규정이 강도치상죄를 포괄한 것은 입법의 실수이다.
(2) 판례 : 판례는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 인정 여부에 대해 부정설의 입장에 있다. 즉 “강도강간, 강도치상25)등의 죄는 강도의 계제에 강간 또는 치상의 결과가 발생하면 되는 것이지 강도의 기수나 미수를 가리지 않는다” 26) 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에 의하면 같은 법 제6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특수강간의 죄를 범한 자뿐만 아니라, 특수강간이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으면 특수강간치상죄가27) 성립하는 것이고, 같은 법 제12조에서 규정한 위 제9조 제1항에 대한 미수범 처벌규정은 제9조 제1항에서 특수강간치상죄와 함께 규정된 특수강간상해죄의 미수에 그친 경우, 즉 특수강간의 죄를 범하거나 미수에 그친 자가 피해자에 대하여 상해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려다가 미수에 그친 경우 등에 적용된다”고 판시하여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3) 이원설 :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가 동질의 법익인 상해치사죄와 이질의 법익인 나머지 경우로 구분하는 견해28)에 따르면, 상해치사죄에 있어서는 상해가 미수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상해치사죄의 기수를 인정함이 타당하고, 다른 결과적 가중범의 경우에는 기본범죄의 미수범과 중한 결과의 과실범의 상상적 경합을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한다.
(4) 긍정설 : 진정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미수범 처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미수범 성립을 긍정하는 견해에 따르면29)30) (가)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기본범죄가 기수에 이른 경우와는 결과불법의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와 기수로 구분해야 한다. (나) 각각의 구성요건의 구조에 따라 가중적 결과의 기초가 되는 기본구성요건의 전형적인 위험이 그 결과에 기인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구성요건행위에 기인하는 것인가에 따라서 결정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즉 중상해, 상해치사죄,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처럼 가중적 결과가 기본범죄의 ‘결과’에 결부되는 경우에는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는 개념적으로 성립이 부정되는 반면 강간치상죄나 강도치상죄처럼 기본범죄의 ‘행위’에 결부되는 경유는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31) (다) 기본범죄가 손괴죄와 같이 비교적 경한 범죄인 경우, 이와 결합하여 발생된 결과가 사망의 결과라면 기본범죄의 기수와 미수를 굳이 달리 취급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으로 고찰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기본범죄가 강도죄나 강간죄 또는 현주건조물방화죄와 같이 비교적 중한 범죄인 경우, 이와 결합하여 발생된 결과가 경미한 상해의 결과라면 기본범죄의 기수와 미수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평등권의 관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같은 의문이 제기되는 결과적가중범에 대해서는 당연히 미수범 감경이 가능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아야 한다.32) (라)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부정하면, 기본범죄의 실현을 자의로 중지한 경우에도 중지에 따른 특례를 인정할 수 없게 된다.33)
Ⅲ. 기본범죄가 미수인 결과적 가중범의 불법 구조
기본범죄가 미수인 경우와 기수인 경우의 결과적 가중범은 불법론의 관점에서 어떻게 다르게 평가될 수 있는가? 그 차이가 인정된다면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규정의 당위성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Welzel34) 이전의 고전적 범죄체계에서는 인과적 행위론에 기초하면서 범죄의 객관적 측면과 주관적인 측면을 엄격하게 분리하여 객관적 측면들은 구성요건해당성 및 위법성 등 불법요소로, 주관적인 측면은 책임요소로 분류하였다. 형법의 평가규범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결과불법론에서는35) 결과가 발생하고 행위와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기만 하면 행위자의 주관적 태도가 무엇이든지 구별함이 없이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된다.36) 불법은 오직 객관적 표지만으로 구성되며, 불법의 핵심은 객관적 요소에 기초한 결과불법에 두게 되었다. 결과불법론에 의한다면 발생된 결과가 고의에서든 과실에서든 차이가 없으며, 결과적 가중범에서도 결과가 발생하기만 하면 기본범죄가 미수인 경우와 기본행위가 기수인 경우에 차이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기본범죄의 기수와 미수에 상관없이 중한 결과에 따라 처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결과적 가중범은 기본범죄나 과실로 결과를 발생시키는 과실범보다 훨씬 중한 형벌로 규율하고 있는데, 이러한 결과적 가중범을 전적으로 과실범으로만 파악하면 이러한 중한 법정형을 규정한 실질적·근본적 근거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고의범인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쳐 (기본범죄의) 결과반가치는 발생되지 않았고, 가중적 결과가 과실로 야기되었음에도 가중적 결과의 발생만으로 기본범죄가 기수인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오로지 결과책임에만 치중한 것으로 행위책임의 원칙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37)
형법적 불법과 구성요건해당성을 오직 행위반가치만으로 근거지우고 결과반가치를 불법의 영역에서 몰아내어 불법과 무관한 객관적 처벌조건으로 파악하는 극단적인 행위반가치론의 입장이 독일 Bonn학파의38) 일원적·주관적 인적 불법론이다.39) 이 견해는 불법의 본질을 행위자의 규범위반적 주관적 의사, 즉 ‘의도반가치(Intentionsunwert)’로 파악하고, ‘결과’는 단순히 객관적 가벌성의 조건으로만 이해하므로 ‘행위불법 일원론’이라고도 한다.40) 이 견해에 의하면 ‘불법은 의무위반의 목적적 행위만이며, 결과 또는 결과반가치는 불법에서 아무 기능도 하지 못한다.41)42) 행위반가치가 불법을 구성하며 이에 의하여 불법이 확정되므로 불법이란 행위반가치를 의미하며 불법과 행위반가치는 동의어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결과반가치는 불법을 구성하지 못하며 불법과 관계없는 우연(Zufall)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수와 미수를 불법의 단계에서 구별하는 것은 무의미하고,43) 과실범에 있어서도 결과는 주의의무위반을 이유로 처벌하는 근거가 될 수는 있어도 형벌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견해에 의하면 결과적 가중범에서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하여도 이를 근거로 가중처벌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게 된다. 또한 기본범죄의 고의를 가지고 실행에 착수한 이상, 기본범죄의 기수와 미수는 결과적 가중범의 전체 불법 형성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행위불법론과 결과불법론의 대립은 위법성의 실질과 관련하여 전개되었다. 결과불법론은 위법의 실체를 법익의 침해 또는 그 위험이라는 사실적 측면으로 이해하는 데 대하여, 행위불법론은 행위의 태양, 행위자의 의도·목적 등 객관적 및 주관적인 요소에 의하여 특징되는 행위의 전체적인 양상이 사회윤리적 상당성을 일탈할 때 위법성을 띠우게 된다고 한다. 만약 형법의 규범으로서의 본질을 평가규범으로만 본다면 불법구성요건해당성은 결과반가치의 측면에서만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반면 형법규범의 본질을 의사결정규범으로만 간주하면 행위반가치의 측면에서만 평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44) 법규범은 사고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의 결합이며, 평가규범뿐만 아니라 결정규범의 관점에서도 이해되어야 한다. 또한 수범자에게 일정한 의사결정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평가가 전제되어야 하고 결정규범에 위반한 행위의 결과는 평가규범에 의해 판단 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형법상 불법의 본질은 결정규범과 평가규범의 결합이라는 측면으로부터 출발하여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의 결합으로 파악해야 한다.45) 결과적 가중범에 대해서도 결과발생 자체가 중하다는 획일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기본범죄와 결과발생의 내용을 비교형량하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형법상의 불법은 법익침해 또는 그 위태화를 내용으로 하는 결과불법과 행위가 가지는 주관적·객관적 측면이 내포하고 있는 행위불법을 모두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는 결과불법·행위불법 이원론이46)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고의기수범에 대한 처벌의 원칙으로 하고 있는 현행 형법의 해석론의 관점에서도47) 그러하다. 이 견해에 의하면 결과적 가중범의 불법은 고의행위에서 도출되는 행위불법과 중한 결과에서 도출되는 결과불법이 모두 고려되어 그 법정형이 결정되어야 하고, 그것이 책임주의에 합치되는 입법론이며 해석론이라고 할 수 있다. 행위불법‧결과불법이원론의 관점에서 보면, 결과적 가중범을 결과발생에만 치중하고 기본범죄는 행위자의 주체적격이나 형벌가중적 신분만으로 격하하여 그 실행의 착수만 있으면 처벌이 가능함은 물론 그 처벌수위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태도는 기본범죄와 결과발생 사이의 법익교량을 금지하게 만들고 강간·강도·방화와 같은 중범죄에 해당하는 기본범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못하다. 기본범죄가 미수인 경우는 기본행위가 기수인 경우에 비해 결과불법이 약화된 상태에서 과실로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서 그 전체의 불법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기본범죄의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의 존재 여부를 무시하고 과실에 의하여 야기된 결과에만 중한 처벌의 핵심을 두는 것은 결과책임론을 너무 강조하는 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48)
Ⅳ. 책임주의와의 조화를 위한 합리적 해석론
형법에서 원칙적인 처벌의 대상은 고의·기수범이며, 미수범은 그 예외적 형태로서49) 입법자가 형법각칙에서 특별히 규정하고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50) 입법자가 결과적 가중범에 대해 개별적으로 미수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로 한정 하여 사견을 제시하고자 한다51)
1.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의 문제는, 기본행위의 미수의 불법과 중한 결과의 불법에 대한 논의가 결합된 영역이다. 미수의 불법의 근거는 미수범이 가지고 있는 범죄의사와 그러한 범죄적 의사가 실행의 착수로 인하여 외부로 표출되었고 그 외부적 표출로 인한 법익침해의 위험성에서 찾지 않을 수 없다.52) 미수범에서도 법익에 대한 위험이라는 결과불법은 분명히 존재한다.53) 다만 기본범죄에 실행의 착수로 인한 법익침해 또는 법익 위태화의 양은 기수보다 현저히 감소되어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 고의라는 행위불법적 요소는 동일하지만, 결과의 불발생이라는 결과불법적 요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기본범죄의 전형적인 위험54) 그 자체가 완성된 상태에서 중한 결과로 연결된 경우와 미완성인 상태에서 중한 결과로 연결된 경우는 구별하여야 한다.55) 전자의 경우는 고의의 기본범죄의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 모두 충족된 상태에서의 중한 결과의 실현이라는 결과불법이 결합된 경우라면, 후자는 고의의 기본범죄의 행위불법은 충족되었지만 결과불법이 약화된 상태에서의 중한 결과의 실현이라는 결과불법이 실현된 경우이다.
강간치상죄를 예로 든다면 전자의 경우는 강간을 위한 폭행·협박에 의해 간음이 성공하고 상해를 야기한 경우이며, 후자의 경우는 강간의 위한 폭행·협박이 있었지만 간음에 성공하지 못하고 상해를 야기한 경우이다.
즉 행위자가 야기한 기본범죄에서의 위험이 기본범죄의 완성을 통해 전체로서의 결과적 가중범으로 실현된 경우와 그 위험이 야기된 것에 그쳐 기본범죄의 미완성을 통해 결과적 가중범으로 실현된 경우는 구별되어야 한다. 이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자의 경우에는 간음의 성공으로 인해 피해자가 가지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상실감은 후자의 경우 보다 훨씬 클 것이다. 따라서 기본범죄가 기수에 이른 경우에 비해 미수에 그친 경우에 기본행위가 가지는 불법의 크기가 전체로서 결과적 가중범에 전달된다면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인정할 수가 있을 것이다.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인정한다면 기본범죄가 완성된 경우의 불법에 비해서 기본범죄가 완성되지 아니한 경우의 불법이 적기 때문에 불법의 차이에 따른 책임의 부과라는 책임주의 원칙에도 부합하게 될 것이다. 중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가혹하다는 평가에 대해 이를 희석시킬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가 미수범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결과책임을 극복하고 전체로서의 불법평가를 합리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라고 하지 않을 수 있다.
결과적 가중범은 단순히 고의범죄와 과실범의 결합 형태가 아니라 기본범죄에 적합한 그리고 필연적인 위험(ein grunddeliktadaquates und zwangslaufiges Risiko)이 중한 결과로 나타난56) 독자적인 불법구조를 가지고 있다. 부정설은 결과적 가중범 형태가 단순히 상상적 경합보다 중하게 처벌하는 것은 중한결과의 발생이라는 결과불법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본범죄가 가지는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 중한결과로 연결되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57)
2. 입법의 실수라는 견해는 결과적 가중범을 고의와 과실의 산술적 결합으로 보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즉 과실범은 원칙적으로 기수범의 형태이므로 전체로서 미수범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논거이다. 그러나 고의와 과실의 결합을 넘어서 고의의 기본범죄의 불법-그것이 기수이든 미수이든-과 중한결과의 불법이 총체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 결과적 가중범이다. 따라서 불법의 총량에 있어서 기본범죄가 기수의 경우와 미수의 경우를 구별하는 것은 불법의 크기에 비례하여 책임이 성립한다는 책임주의에 부합하는 것이며, 입법자도 그러한 경우를 예상하여 미수 규정을 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본다. 더구나 입법자가 결과적 가중범 전체에 대하여 미수범 규정을 둔 것이 아니라 특정한 결과적 가중범의 경우에만 미수범 규정을 둔 것은 결과적 가중범에 대한 선별적 미수처벌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종래 우리나라에서 결과적가중범의 미수를 일반적으로 인정할 수 없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론적으로는 결과적가중범의 미수를 인정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과적가중범의미수 처벌규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58) 그런데 1995년 형법 개정을 통하여 일부 결과적 가중범이 미수범 처벌대상에 포함되었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도 특수강간치상죄를 비롯한 결과적가중범의미수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게 되었다. 강도상해·살인과 강도치상·치사를 구분하여 미수범 적용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입법기술상 곤란한 것도 아님에도 그러한 구분 없이 미수범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과 종래 구 형법 제342조 단서가 해상강도 중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죄는 미수범 처벌규정에서 제외하였는데 형법 개정으로 이것마저 삭제된 점에 비추어 법률이 진정 결과적가중범의미수 인정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59) “법 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아가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법 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형벌법규는 문언이 가지는 가능한 의미의 범위 안에서 규정의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하여 문언의 논리적 의미를 분명히 밝히는 체계적 해석을 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60) 법률은 입법자의 일정한 가치체계에 기초하고 있는 가치판단이다.61) 따라서 입법자가 특별히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각칙에서 규정한 경우에는 해석론의 문제이며,62) 더 이상의 형법이론의 문제에 머물러서는 아니 된다. 결과적 가중범은 고의와 과실의 결합범이므로 처음부터 미수가 존재할 수 없다는 이론적 선이해에 고착되어 있다면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에 접근할 수 없다. 법률에 대한 해석자는 역사적 상황에서 생기는 선이해가 그의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또 그러한 한에서 그의 이해를 제한하고 있다고 하면, 그러한 사실 자체 만으로 이미 올바른 이해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고 또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63) 또한 위에서 본 것처럼 대법원은 강도치상죄와 특수강간치상죄에 있어서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우리나라의 법원이 민사사건 뿐 아니라 형사사건에서도 문리해석보다는 목적적 해석을 최우선의 해석방법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성을 논증하기 위해 가치들을 원용하는 것은 목적론적 논증 또는 평가적인 해석의 전유물이 아니다. 따라서 문리해석, 논리-체계적 해석, 역사적 해석을 무시한 목적적 해석은 그 자체가 추구하는 가치만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 64)
3. 미수 부정설은 결과적 가중범의 일반론적인 가중근거의 문제와 결과적 가중범의 구체적인 성립요건의 문제를 구별하지 않은 점에 문제가 있다고 할 것이다. 기본범죄의 기수·미수 여부에 따라서 결과적 가중범을 기수와 미수로 구분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고, 65) 기본범죄에 내포하는 전형적 위험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실현됨으로써 중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그 불법은 단순한 상상적 경합의 경우에 비하여 현저히 증가한다는 결과적 가중범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친 경우에도 결과적 가중범은 기수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히려 비논리적이고 평가할 수 있다. 불법은 그 크기를 비교하여 평가할 수 있고, 기본범죄가 미수에 그쳤지만 이미 기수에 이른 경우와 동일하게 판단하는 것은 기본범죄의 불법을 정확하게 평가한 것이 아니며, 불법에 비례하여 책임이 인정되는 책임주의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법관의 양형재량으로 어느 정도 형벌 감경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수범 규정은 입법자의 형벌 감경의 표현으로서 법관에게 구속적으로 작용하여야 하며, 단순히 법관의 재량의지에 맡겨져 있는 사안이 아니다. 즉 범죄의 성립과 법정형으로 구성된 형법에 대한 해석론의 문제와 법정형의 범위 안에서의 법관의 양형 재량이라는 형사정책적 판단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인정은 공범과의 관계, 특히 교사범의 경우에는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병의 재물이 꼭 필요한 갑이 을에게 병의 재물에 대한 강도를 교사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만약 을이 강도의 실행에 착수하였지만 재물을 강취하지 못하고 병에게 상해를 야기한 경우에, 갑은 재물의 강취 즉 강도가 기수에 이를 것을 예상하고 강도를 교사하였기 때문에 강취가 성공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래의 의도가 완전히 빗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강도치상죄의 교사범으로 죄책을 부담하는 것은- 상해에 대한 예견가능성을 전제로 해서- 불법에 따른 책임부과라는 책임주의에 벗어난다. 즉 이 경우에 강취가 성공한 경우와 강취가 성공하지 못한 경우의 불법이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강취가 성공하지 못한 경우에 정범은 강도치상죄의 미수로 되고, 교사자도 강도치상죄의 미수의 교사범으로 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Ⅴ. 결론
형법 제15조 제2항의 결과적 가중범 규정은 이미 그 자체로서 결과책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반영된 규정이다. 그러나 결과적 가중범의 처벌정도는 여전히 높다는 인식하에서 결과적 가중범의 처벌이 책임주의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중한 결과의 발생에서의 예견가능성 표지의 엄격한 해석과 기본범죄와 중한 결과 사이의 객관적 귀속의 척도로서의 직접성의 요구 등은 그러한 이론적 노력에 속하며, 입법적으로도 형법의 개정을 통해 일부 결과적 가중범에 미수규정을 두고 있는 것도 책임주의와의 조화를 위한 입법적 노력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연구에서는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규정이 있는 경우에 그 적용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결과적 가중범에 대한 불법의 관점과 해석론의 관점에서 논증하고자 하였다. 중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형법의 평가규범적 성격과 기본행위를 벗어나는 중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가혹하다는 행위규범적 성격 사이의 조화가 필요한 영역이 결과적 가중범이다. 행위불법·결과불법의 이원론의 관점에서 볼 때 기본범죄가 기수인 결과적 가중범과 기본행위가 미수인 결과적 가중범은 불법의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있으며, 그 차이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 규정은 적절한 입법이며, 문언의 취지대로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 해석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따라서 현행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규정은 입법의 실수가 아니라, 결과책임을 극복하고 책임주의를 구체화하기 위한 입법자의 노력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결과적 가중범은 단순한 고의의 기본범죄와 과실에 의한 중한결과의 산술적 결합이 아니라 기본범죄의 전형적인 위험이 중한 결과로 구체화되었기 때문에 가중되는 범죄형태이다. 기본범죄의 불법의 차이는 결국 전체로서의 결과적 가중범의 전체로서의 불법에 영향을 주는 것이 합리적 해석이다. 입법자가 중상해, 상해치사죄,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처럼 가중적 결과가 기본범죄의 ‘결과’에 결부되는 경우가 아니라, 강간치상죄나 강도치상죄처럼 기본범죄의 ‘행위’에 결부되는 경우에만 한정하여 미수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기본범죄가 기수인 경우와 미수인 경우에 그 불법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며, 그 차이를 미수규정을 통해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기본범죄가 미수인 경우는, 미완성의 위험이 전체로서의 결과로 이어진 경우라면, 기본범죄가 기수인 경우는 완성된 위험이 전체로서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현행 결과적 가중범에 있어서 기본범죄가 미수인 경우의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규정은 책임주의에 합치되는 입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