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문제의 제기
경제규제(economic regulation)는 경쟁과 함께 시장경제 질서를 유지하는 양대 기제의 하나로서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서 국민경제를 정당하게 형성하기 위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규제는 시장 진입이나 영업, 가격 등 경쟁의 본질을 억제하는 속성 상 그 이면에서 필연적으로 사업자의 시장 활동과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도 유발한다. 경제규제 가운데 특히 가격규제는 시장경제의 핵심 요소인 가격의 결정권과 범위, 그리고 작동 방식을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게 되므로 어느 규제수단에 비해서도 경쟁제한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격규제를 포함한 경제규제가 취지에 맞게 작동하고 국민경제 차원에서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경제적 환경 변화와 경쟁제한 요인을 고려하여 규제의 존립과 유지, 수정 필요성을 평가하여야 한다. 시민생활의 안정을 위한 물가 통제나 부과 절차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기업규모를 반영할 여지가 적고 경제적 약자에게 미치는 효과가 직접적이어서 규제대상자의 경제적 규모를 고려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간 가격규제에 대한 실증분석 및 제도개선을 위한 연구는 에너지, 환경 분야에 대한 정부출연 연구소1), 민간연구기관2)의 실증 분석 및 법제 개선 등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들 연구는 발간된 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여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금리, 부동산 가격, 도서정가제 등 필요 불가결한 가격규제들을 개선 대상으로 포함시켜서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 확장에 기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 동안 중소기업과 관련된 가격규제에 집중한 연구는 사실상 수행된 바가 없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여 이 연구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공인에 영향을 미치는 가격규제의 실태를 살펴보고 그 영향을 평가하였다. 전술한 것처럼 규제로부터 받는 경제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직접적이고도 강하게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는 현행 법령상의 가격규제 가운데 특별히 중소기업 등과 관련된 규제 실태를 정리하고, 이들 규제가 정책적 목적에 부합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지, 민간기업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가로막거나 수익 기반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유발하는지 등을 평가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시장의 가격 기능을 제한하는 규제들을 발굴하기 위해 가격규제의 근거 규정들을 파악하는 작업으로 부터 개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법제처가 제공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법령 데이터를 통하여 현행 법령 및 행정규칙상 가격, 수수료, 요금, 보상금, 입장료, 최저임금, 보증금, 수업료, 이용료, 관람료, 통행료, 이익금, 요율 등의 명칭으로 행해지는 1,600여개의 가격규제의 소재와 내용을 파악하였다. 다만, 가격규제의 유형과 범위는 정책적 수요에 따라 다양하게 설정되므로 가격과 관련된 모든 규제들을 다루지 않고 중소기업이나 영세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사업 활동 및 수익 기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또한 재화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로서 부과되는 수수료, 대금, 요금 등 금전적 채무 전반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끝으로 가격규제의 범위는 가격의 상한선이나 하한선을 통제하는 직접적 규제에 국한되지 않고 가격의 신고, 등록 등을 통한 간접적 규제와 가격의 결정 과정이나 납부 방법 등에 대한 절차적 가격규제로 확대되고 있으므로 이 점을 감안하여 본 연구의 범위를 넓게 설정하였다.
이를 토대로 가격규제 유형을 직접적 가격규제, 간접적 가격규제, 절차적 가격규제의 세 유형으로 나누고 중소기업의 사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제들을 추출하여 법리적 정당성과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하였다.
Ⅱ. 가격규제의 유형
가격규제는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생산, 유통되는 제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에 대해 행해지는 정부의 규제를 의미한다. 가격규제의 대상에는 상품 등 재화의 가격뿐만 아니라 공공요금, 협정요금, 임대료, 사용료, 입장료, 임금, 이자 등 생산요소의 가격 등이 포함된다. 공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에는 이윤의 상한선을 규제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가격규제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시민들의 소비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생필품이나 급격한 물가상승 품목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였던 것이 전통적 의미의 가격규제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래로 소비부문에서 서민생활의 안정과 소득격차 완화 등의 목적으로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 설정하여 운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상 최고가격제가 여전히 존재하고,3) 1990년대 후반부터 물가안정목표제(inflation targeting) 즉, 중앙은행이 중기적으로 달성해야 할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운영하였다. 가격이 소비 영역의 규제 대상으로 여겨져 왔고 가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기업 활동에 대한 정부 개입의 필요성과 정책적 효용이 인정되었다. 특히 에너지, 금융, 부동산, 교통 등 서민경제의 핵심 영역에서는 수요와 공급을 기제로 한 시장원리가 시민생활의 안정을 해치고 경제 역동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되어서 가격에 대한 정부 개입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현실이다.
경제 고도화 및 시장 투명성 개선, 가격통제의 부작용에 대한 정부, 기업, 시민사회의 인식 제고 등으로 인해 단순히 가격을 지정하거나 상한선 또는 하한선을 통제하는 방식의 전형적 가격규제는 그동안 많이 폐지되어서 잔존하는 규제는 가격 책정의 기준을 제시하거나, 가격 책정의 절차를 통제하는 방식, 가격결정권을 사업자가 아닌 정부 등 제3자가 행사토록 하는 경우, 사업자가 결정한 가격을 다시 책정하도록 요구하는 경우, 사업자가 책정한 가격을 정부당국에 신고하거나 행정관청으로부터 승인·인가를 받는 규제, 가격의 지불방법을 현금 등으로 제한하는 규제 등 그 형태가 다양하다.
요약하면, 현재의 가격규제는 전통적인 직접적 규제 방식으로만 존재하지 않으므로 시장의 가격책정의 자율성, 경쟁 제한의 가능성 측면에서 가격규제의 범위가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 하에서 본 연구에서는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를 직접적 가격규제, 간접적 가격규제, 절차적 가격규제의 세 유형으로 분류하였다.
가격 자체에 대한 규제로서 가격을 직접 지정하거나 상한선(최고가격)과 하한선(최저가격)을 설정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최고가격제는 시장가격이 너무 높은 경우에 정부가 소비자 후생, 시민의 경제생활 안정을 위해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고 시장가격이 그것을 초과하지 않도록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다. 반면, 최저가격제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 너무 낮아서 그 가격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가격의 하한선을 정하는 것이다. 이는 가격의 급격한 인하로부터 중소기업이나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다. 이밖에, 정부가 가격을 책정하는 가격지정제도도 행해지는데 대중교통 요금이나 전력 요금처럼 독점 가능성이 크거나 의료수가처럼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경우 주로 시행된다.
이상과 같은 직접적 가격규제는 시장과 경쟁 본위의 경제질서와 상충한다는 점, 가격 통제에 따른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 규제 완화 및 철폐 논쟁을 유발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법령이나 행정규칙에 직접 규정하는 방식이 지양되고 그 수도 상당히 감소하였다. 물가안정법상 최고가격제나 석유가격 최고액 등의 지정 제도4), 공동주택 분양가 상한제5) 등이 있으나 사회적 효용성이 인정된 경우로서 현 시점에서 폐지 필요성이 제기되지는 않는다.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규제로서 가격 자체는 아니지만 책정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준수토록 하는 경우,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하는 경우, 책정된 가격을 정부가 조정하는 권한을 갖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6) 간접적 가격규제는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실질적인 규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간접적 규제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가 요구된다.
이는 가격의 책정 및 표시 단계, 책정된 가격을 납부하는 단계에서 사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의무 또는 절차를 제시하는 것이다. 가격보다는 가격 관련 법률행위의 제한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규제의 성격이 강하지만 가격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가격규제로 간주된다. 정부가 이 같은 행정절차를 시행하는 목적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수수료 등을 납부 받는 기관의 편의를 위해서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납부자의 시간적, 비용적 부담이 너무 크거나 가격 경쟁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간접적 규제나 절차적 가격규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평가가 적게 이루어졌다. 절차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하고 불필요한 규제로 판명된 경우에는 행정적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이상에서 논의한 세 가지 규제 유형을 토대로 법제처가 제공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법령 데이터를 통하여 가격, 수수료, 요금, 보상금, 입장료, 최저임금, 보증금, 수업료, 이용료, 관람료, 통행료, 이익금, 요율 등의 명칭으로 행해지는 1,600여개의 가격규제의 소재 및 내용을 파악한 결과, 현행법상 중소기업에 대한 가격규제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 목록은 <표 1>과 같다.7)
Ⅲ. 가격규제의 현황
승강기는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중요 설비로서 관리자에 의한 시설의 안전 확보가 요구되므로 승강기를 주기적으로 검사하여 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필요성이 크다. 현행법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또는 지정검사기관이 승강기검사 관련 수수료를 받는 것을 허용한다.8) 다만, 그 금액은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정하거나 시·도 조례로 정한 금액으로 한다. 수수료의 대가로 제공되는 역무가 승강기 검사라는 공적 성격의 서비스인 점, 승강기 검사를 시장에 맡길 경우 검사가 용이한 검사기관이 주로 선택되어 공공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규제9)는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위판장 개설자는 자신이 상장하지 않은 수산물을 거래하는 경우 수산물 판매를 위탁한 출하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중·도매인이 수산물 매매를 중개한 경우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에 관하여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18조 는 수수료의 상한선을 제시하고 있다. 위판장 수익은 수산물 위탁판매 사업을 통한 수수료와 가공사업을 포함한 자체 판매사업 수익으로 구성되는데 위판장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탁판매수수료에 상한을 정한 것이다. 위판장은 자연환경12)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므로 수수료의 경직성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
2018년 제정된 「부동산서비스산업진흥법」은 고부가가치 부동산서비스산업의 육성과 소비자 편의를 위하여 국토교통부장관으로 하여금 우수 부동산서비스사업자를 인증하도록 하는 하고, 인증을 받으려는 자는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심사대행기관의 장에게 수수료를 납부하되 그 금액은 200만 원 이하의 범위 내에서 국토부 장관이 책정한다.13) 수수료는 인증제도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책정되어야 하지만 과도한 수수료가 부과되면 사업자에게 부담이 되고 관련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국토교통부장관은 중소건설사업자를 지원하기 위하여 대기업인 건설사업자가 도급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하한을 정할 수 있다.14) 공사금액 하한은 해당 공사의 추정 금액 중 토목건축공사, 토목공사, 건축공사, 산업·환경설비공사, 조경공사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해당 업종을 등록한 건설업자가 시평액의 1/100과 비교하여 판단한다. 이러한 가격 하한선은 중소기업이나 영세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의 최저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단가 후려치기 등 대금 관련 지위남용 행위를 방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낙농산업진흥법」은 원유와 유제품의 수급 조절, 가격 안정,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낙농진흥회가 원유 수요자와 공급계약을 맺어 원유를 판매토록 하되 판매가격은 원유의 구입가격, 집유 및 판매 등에 드는 비용을 고려하여 정하도록 하였다.15) 원유 가격을 지정하거나 상한선을 둔 것은 아니지만 가격 책정의 기준을 제시한 점에서 이는 간접적 규제에 해당한다. 동 규제는 낙농업자의 수익성을 제한하여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지만 각종 비용 인상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낮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판매가격에 제반 비용을 고려하도록 함으로써 비용의 가변성과 가격 책정의 유연성이 고려되었다.
소음발생 건설기계를 제작 또는 수입하는 자는 소음발생 건설기계를 판매, 사용하기 전에 환경부장관이 시행하는 소음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16) 검사수수료 산정 기준은 환경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 검사수수료가 인상되면 그것이 소음발생 건설기계를 제작 또는 수입하는 사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고, 가격 경쟁으로 수수료가 인하되면 검사의 질이 저하되어 소음으로 인한 피해가 시민들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소음발생 건설기계를 제작 또는 수입하는 사업자의 경제력이 영세한 수준이 아니므로 이들을 보호할 필요성 보다 소음 검사기관의 수익성을 보장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하겠다.
소재·부품·장비분야의 기술력 향상을 지원하기 위하여 연구기관의 협의체로서 소재·부품·장비 융합혁신지원단을 구성토록 하면서 구성원 또는 신뢰성 향상 기반구축사업의 시행기관이 대상 기업으로부터 비용을 징수할 수 있게 하면서 비용 산정 기준을 시행령에 제시하였다.17) 비용을 산정하는 기관이 융합혁신지원단의 구성원 또는 신뢰성 향상 기반구축사업의 시행기관으로 제한된 까닭에 비용이 과도하게 책정될 수 있음을 우려한 규제이다.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인증을 받으려는 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인증을 신청하고 한국에너지공단의 인증을 받아야 하며, 검사 대상인 기기를 수입하는 자도 제조업자로 하여금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인증수수료는 시행규칙에 제시된 기준에 의해 책정되어야 한다.18) 동 규제는 구체적인 수수료를 지정하거나 상·하한선을 제시하는 대신 수수료 책정 기준을 직접 인건비, 직접 경비, 기술료 등 각종 경비로 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
현행법상 항만시설 운영자 또는 임대계약자는 항만시설을 사용하는 자로부터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19) 다만, 사용료의 종류와 요율 산정 시 시행령이 정한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민간 항만시설은 운영자나 임대계약자의 통제 하에 있는 사유물이므로 해당 사업자에게 사용료 책정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나, 항만시설의 공공재적 특성을 고려하고 해상 화물운송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사용료 부과를 방지하기 위해 산정 기준을 「무역항 등의 항만시설 사용 및 사용료에 관한 규정」이 정하도록 하였다.
신·재생에너지 연료사업자는 제조·수입 또는 판매하는 신·재생에너지 연료가 품질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20) 이에 따라 품질 검사기관은 검사를 신청한 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데 품질 검사수수료의 산정 기준은 법률로써 제한한다. 품질 검사 및 인증은 부차적인 서비스이면서 공공성을 띠고 있고 시장 형성이 어렵다는 점에서 수수료를 규제한 것이다.
도선사업자가 운임을 정하려면 관할관청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 때 신고를 받은 관청은 도선사업자에게 낙도 또는 수몰지역, 그 밖의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도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주민들의 운임을 일반 승객보다 낮게 책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21) 도선사업자의 운임에 대해서는 절차적 가격규제로서 신고제를 운영하는 한편, 도선을 이용해야 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낮은 운임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 경쟁을 통해 운임이 인하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 가격규제를 통한 보호 대상을 특정한 점, 도선사업자에게 보조금이 지급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규제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수상레저산업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므로 동력 수상레저기구를 조종하려면 조정 면허를 취득 또는 갱신하는 과정에서 수상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안전 교육을 받는 자는 해양경찰청이나 위탁기관에 수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수수료 책정과 관련해서는 이해관계인의 의견 수렴,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 요율에 대한 서면승인 신청, 관보 게시 등의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22) 이 같은 절차는 유사한 위탁업무 수수료 책정과 비교해서 복잡하다. 수수료를 실비로 제한하므로 금액이 교육, 시험, 검사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에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
시설물의 안전 점검 및 성능 평가 실적확인서 발급 시 부과되는 수수료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책정한다.23) 확인서 발급 수수료를 책정하는데 있어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공공기관이 관련 절차를 정하는 것이 특징인데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가격규제 결정권자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이 국토교통부장관의 승인을 받는 것보다 국토교통부장관이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유선사업자가 승선료 또는 선박 대여료를 정하거나 도선사업자가 운임을 정하는 경우 이를 관할관청에 신고해야 하고, 유·도선사업자는 승선료, 선박 대여료, 운임 등을 유·도선 및 유·도선장 승객이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해야 한다.24) 이는 승객들에게 운임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가격 투명성을 높이는 기능을 한다. 반면, 가격 정보 노출로 인한 암묵적인 담합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철도차량 운행은 시민 안전과 직결되므로 고도의 교육을 받은 경우에 한하여 운전이 허용되어야 하므로 안전교육이 요구된다. 안전교육을 수행하는 기관은 교육서비스에 대한 대가로서 수수료(교육비)를 받을 수 있으나 수수료를 정할 때 국토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25) 신고가 아닌 승인제도를 둠으로써 비교적 강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동 규제가 가격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없으나 행정지도가 개입될 여지가 있다. 동 규제는 민간 교육기관으로 하여금 행정부 방침에 따르도록 하는 경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운전교육을 복수 기관에 위탁하면서 수수료를 규제함으로써 교육기관 간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
항만시설 운영자나 임대계약자는 사용료 요율과 징수 방법 등에 관한 사항을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아울러 사용료 종류와 요율 산정 시 시행령이 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26) 이 규제 역시 공적인 사무를 민간기관에 위탁하면서 수탁기관이 받는 사용료를 관할관청의 장에게 신고하도록 한 절차적 가격규제에 해당한다. 항만시설 운영자나 임대계약자는 민간사업자이므로 사용료 책정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지만 과도한 사용료 책정을 방지하기 위해 행정지도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수수료 납부처가 국가인 경우와 지방자치단체인 경우를 구분해서 납부 방법을 규제하고 있다.27) 납부처가 국가인 경우에는 수입인지로 제한하고, 지방자치단체인 경우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수입증지, 민간기관인 경우에는 현금, 신용카드 또는 직불카드로 납부하도록 한다. 납부처가 민간기관이면 다양한 납부 수단이 인정되므로 규제의 최소성이 유지되었다. 동 규제가 과도하다고 볼 수 없으나 납부처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인 경우 수입인지나 수입증지를 통한 납부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없다.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시행규칙」은 수수료를 현금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전자결재 등의 방법으로 공단이나 해당 진단기관 또는 검사기관에 납부하도록 제한한다.28) 다만, 그 밖의 결제 가능성을 열어 두었으므로 규제가 과도하다고 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동 규제가 납부 방법을 제한하는지가 관건이다.
현행법은 건설기계의 등록·검사·형식 승인 및 건설기계 사업과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면서 등록 등에 대한 대가로서 수수료를 납부할 의무를 부과한다.29) 또한 검사대행자 또는 형식 승인 등의 위탁을 받은 자에게 납부하는 수수료를 현금으로 제한하였다. 동 규제는 수수료 자체나 산정 기준이 아닌 납부 방법에 대한 규제로서 수수료를 현금으로만 납부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수수료 납부 방법은 현금이나 신용카드, 전자결제 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같은 규제를 시행하는 취지가 불분명하다. 수수료 납부를 현금으로 제한하면 결과적으로 수탁자 편의를 우선하게 된다.30)
기상 현상에 관한 증명 또는 자료를 받으려는 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상청장에게 신청하여야 한다. 기상청장에게 수수료를 납부할 때는 수입인지 또는 현금으로, 기상 현상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자에게 납부할 때는 현금으로 해야 한다.31) 수납처에 따라 납부 방법을 수입인지와 현금으로 차별화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기상청장 또는 기상 현상 등의 업무를 위탁받은 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전자화폐, 전자결제 등으로 수수료를 납부하게 할 수 있으므로 납부자의 선택권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는다.
Ⅳ. 가격규제에 대한 영향 평가
특정한 가격규제는 여러 측면에서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가격규제의 영향은 다양한 측면에서 그 영향을 평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평가의 틀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OECD가 권고한 “규제영향분석의 세부 분석항목”을 수정, 보완하여 평가의 틀로써 사용한다. 2006년 OECD는 규제영향분석서에 포함될 항목 및 분석기준 10가지를 제시하였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표 2>32)와 같다. 본 연구에서는 <표 2>에서 4개 항목을 제외하고33) “경쟁 제한성” 항목을 추가해서 7개 항목으로 평가 틀을 구성하였다.
<표 3>에 제시한 가격규제에 대한 영향 평가의 항목들 중에서 “문제 정의”와 “정부개입 정당성”은 가격규제가 수립되기 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이다. 특정한 가격규제가 문제를 잘못 정의한 결과이거나 정부의 과잉 개입이라면 정당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격규제는 법률 조항의 형태로 나타나므로 조문이 명확해야 하고 가격규제를 준수하게 할 인센티브나 처벌 수단이 있어야 한다. 이를 평가하기 위한 항목이 “규제 명료성”과 “준수 방안”이다. 가격규제는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집단과 손실을 입는 집단을 발생시킨다. 사회 전체적으로 가격규제로 인한 이익이 손실보다 크면 효율적인 규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가격규제의 결과, 일반 국민들이 이익을 얻는다면 소수의 집단이 손실을 입더라도 형평성이 제고될 수 있다. “비용 및 편익”과 “배분적 정의” 항목은 각각 가격규제의 효율성과 형평성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끝으로 특정한 가격규제가 이상의 6개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시장의 경쟁을 저하시킬 수 있다. 이 경우 규제당국은 경쟁 제한성을 감안하여 가격규제를 폐지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경쟁제한성”을 고려하였다.
제3장에서 기술한 모든 가격규제에 대해 영향 평가를 하는 것은 중복이 많으므로 실익이 크지 않다. 이 절에서는 직접적 가격규제, 간접적 가격규제, 절차적 가격규제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규제를 선택하고 이에 대해 간략한 영향 평가를 수행하였다.34) 평가 대상인 가격규제를 정리한 것이 <표 4>이다.
구분 | 규제 유형 | 대표 규제 |
---|---|---|
가. 직접적 가격규제 | 1) 가격 지정 | 승강기 안전검사 수수료 지정 |
2) 가격 상한선35) | 부동산서비스산업 인증수수료 상한제 | |
나. 간접적 가격규제 | 1) 가격 책정 기준 | 소음발생 건설기계 소음도 검사비용 산정 기준 |
2) 가격 결정권 제한 | 신·재생에너지 품질검사 수수료 규제 | |
3) 가격 조정 | 도선사업자 운임 조정 | |
다. 절차적 가격규제 | 1) 가격 책정 절차 | 수상레저안전법상 가격 책정 |
2) 가격 신고·승인·인가 | 항만시설 사용료 신고 | |
3) 가격 지불방법 규제36) | 식품위생법상 수수료 납부 등 |
승강기 안전검사 수수료가 인상되면 그 비용이 승강기 이용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는 반면, 안전검사 기관 간 경쟁으로 인해 수수료가 인하되면 검사의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비대칭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 규제를 시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승강기는 많은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설비이므로 주기적인 안전 검사를 법률로써 강제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검사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으면 국민들에게 경제적 부담이 되기 때문에 「승강기 안전관리법」으로 규제한다. 승강기 안정성의 중요성, 승강기의 범용성 등을 고려하면 규제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다만, 「승강기 안전관리업무 수수료에 관한 고시」 제3조와 같이 인증수수료 산정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과도하다.
「승강기 안전관리법」 제76조 제1항과 제2항은 승강기 안전검사와 관련해서 수수료를 납부하는 경우를 상세하게 규정한다. 또한 「승강기 안전관리업무 수수료에 관한 고시」 제3조는 부품 안전 인증수수료 산정 방식을 제시하고 인증서 발급 비용, 설계 심사 및 안전성 시험 비용, 공장 심사 비용 등을 지정했으므로 규제가 명료하다고 할 수 있다.
「승강기 안전관리법」 제76조 와 「승강기 안전관리업무 수수료에 관한 고시」 제3조가 수수료를 납부하는 경우와 수수료 산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였으나 안전검사 기관이 규제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부과되는 제재에 관한 조항은 없다.
승강기 안전검사 수수료를 지정하면 수수료가 고정되므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나 지정 검사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되지만 안전 검사를 받는 국민들에게 편익이 발생한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나 지정 검사기관은 넓은 의미에서 공공기관으로 간주되므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한 규제로 인한 비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동산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수 서비스사업자를 선별하고 인증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목적으로 시행된 제도가 우수 부동산서비스사업자 인증제이다.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역할에 해당한다.
우수 서비스사업자를 인증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소요되는 바 이를 보전하기 위해 수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인증을 받으려는 사업자에게 부담이 되므로 정부가 수수료 금액에 제한을 가한 것도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나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 시행규칙」 제7조가 수수료 금액을 200만 원 이하로 정한 것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제7조는 전형적인 가격상한제로서 정부개입의 정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격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상한선의 적절성에 대한 엄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 시행규칙」 제7조 제1항은 “수수료는 200만원 이하의 범위에서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금액으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이 조항을 보면 수수료 상한선이 있을 뿐 수수료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론적으로 수수료 폭이 200만 원이므로 규제가 명료하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수수료를 책정하는 주체나 절차도 명확하지 않다.
우수 부동산서비스사업자의 인증을 받으려는 자는 200만 원 이하로 정해진 수수료를 납부해야 한다.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인증을 받지 못하므로 규제를 준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 규제를 준수하도록 하는 별도의 방안이 필요하지 않다.
동 규제로 인해 비용을 부담하는 경제주체는 없다. 인증 업무에 따른 비용이 2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는 한 인증기관에 발생하는 손실도 없다. 소비자들은 우수 부동산서비스사업자를 쉽게 식별할 수 있으므로 편익이 발생한다. 인증을 받으려는 부동산서비스사업자에게 편익이 발생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정부의 환경정책상 소음이 발생하는 건설기계에 대해 공공기관이 소음도 검사를 하는 것은 정당하다. 또한 검사기관이 검사에 따르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판단된다.
국민들의 편의를 위해 가급적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려는 것이 정책적 목표이다. 그러나 환경부가 수수료 산정 기준을 제시하고 그것을 20일 간 공시한 후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반영할 것을 법률로써 강제하는 것이 적절한 정부개입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수수료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 인건비, 장비 사용료, 재료비 등 검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라고 되어 있으나 적절한 이윤이 명시적으로 보장되지 않았다. 정부개입에 따른 비용이 검사기관에 전가될 여지가 있다.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 제60조는 전반적으로 조문이 명료하여 규제대상자가 쉽게 규제를 이해하고 준수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제1항의 “검사에 소요되는 비용”에 어떤 항목이 포함되는지가 분명하지 않고, 제2항의 “긴급한 사유”가 무엇인지가 모호하다. 또한 제60조 제2항이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하였는데 검사기관이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합하는 것으로 충분한지, 의견을 수수료 책정에 반영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 제60조는 검사기관으로 하여금 환경부장관이 고시하는 수수료 산정 기준을 준수하고 수수료를 공시하여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반한 검사기관에 대해 어떠한 제재가 부과되는지, 이해관계인은 어떠한 항변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조항이 없다.
소음발생 건설기계는 소음을 유발하는 기계이므로 이를 사용하면 환경적 측면에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소음·진동관리법 시행규칙」 제60조는 소음발생 건설기계를 판매·사용하기 전에 소음도 검사를 받게 함으로써 이러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한다. 반면, 소음발생 건설기계를 제작 또는 수입하려는 자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검사를 받아야 하므로 비용을 부담한다고 할 수 있다. 동 규제를 통해 보호되는 공익(소음 방지 효과)이 크고, 소음발생 건설기계를 제작 또는 수입하려는 자가 지불하는 수수료, 시간적 비용 등이 작다면 효율적이다.
신·재생에너지연료 사업자는 자신이 제조, 수입, 판매하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품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두 종류의 수수료를 납부하는데 하나는 품질 검사에 대한 수수료이고 다른 하나는 품질 인증 수수료이다. 신·재생에너지 연료에 대한 품질 검사와 인증은 공공서비스에 해당하므로 수수료를 규제할 필요성이 인정된다.
정부는 품질 검사와 인증 수수료에 대해 간접적으로 개입한다. 품질 검사 수수료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제16조 제1항과 시행규칙 제10조 제1항에 의해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산림청장이 실질적으로 결정한다. 또한 인증 수수료는 제16조 제2항과 시행규칙 제10조 제2항에 의해 거래 금액의 0.2% 이내로 제한된다. 두 규제 모두 수수료에 대한 일반적인 규제 방식에서 벗어낫다고 할 수 없다.
품질검사 수수료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산림청장이 결정하므로 규제 내용이 명확하지만 수수료 결정의 주체를 장관과 청장으로 이원화할 필요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고체연료의 경우에도 장관이 산림청장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수료를 결정하는데 이 경우에도 수수료 결정의 주체를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 인증 수수료를 거래 금액의 0.2% 이내로 규제함에 따라 거래 금액이 클수록 수수료가 증가한다. 거래 금액을 크기에 따라 구간으로 나누고 구간별로 정액제를 적용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다.
규제 순응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품질 검사를 받거나 인증서를 발급받는 사업자들에게 수수료 산정의 내역을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인증서 발급 수수료에 대한 0.2% 상한의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품질 검사 및 인증서 발급 수수료에 대한 규제는 일반 소비자들의 이해관계와 무관하다. 검사기관도 장관이나 청장이 결정한 수수료를 적용하면 되므로 동 규제로 인한 불이익이 없다. 반면, 동 규제의 실질적인 목적이 수수료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므로 품질 검사를 받거나 인증서를 발급받는 사업자에게 편익이 발생한다.
유선 및 도선사업은 민간의 사업 활동이므로 원칙적으로 정부가 규제할 필요성이 없으나 휴가철에 유·도선사업자들이 높은 운임을 부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동 규제를 시행한 것이다. 이른바 바가지 요금을 방지하기 위해 운임 게시, 신고, 허가 등의 규제를 시행하였다.
만약, 유선장이나 도선장을 필수설비(Essential Facility)라고 한다면 규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는 유·도선사업자가 운임을 게시하고 관할관청에 신고하게 하였으며, 도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주민들에 대한 운임을 일반 승객보다 낮게 정하도록 요구하였다. 유·도선사업자의 운임 게시 및 승인 의무는 민간사업자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낙도 지역을 운행하는 도선사업자는 보조금을 받으므로 운임 인하 요구는 정당한 정부개입이다.
「유선 및 도선 사업법」 제34조는 조문이 명확해서 규제대상자들이 이를 쉽게 이해하고 준수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유·도선사업자가 운임 등을 신고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하고, 운임 등을 게시할 경우에도 행정안전부령 또는 해양수산부령을 따라야 하는데 유·도선사업자의 입장에서는 행정명령에 의해 규제가 변경되므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유선 및 도선 사업법」 제34조에 규정된 의무 사항을 유·도선사업자가 준수하지 않을 경우 어떤 제재가 가해지는지가 명시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동 규제는 유·도선사업자의 운임 결정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데 이를 준수하게 하는 조항이 없으면 규제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정부가 간접적 규제를 통해 유·도선 운임을 실질적으로 제한함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편익이 발생한다. 그러나 유·도선사업자의 입장에서는 운임을 인상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정부가 유·도선사업자의 적절한 이윤을 고려해서 운임을 결정하여야 이들이 부담하는 규제 비용이 경감된다.
정부가 가격 책정의 절차를 복잡하고 까다롭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가격을 규제할 수 있다. 수상레저산업과 관련된 규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수상레저산업의 경우 소비자 안전이 중요한 까닭에 안전 교육, 면허 시험, 안전 검사 등과 관련된 규제가 많다. 가격규제와 관련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기관이 안전 교육, 면허 시험, 안전 검사 등을 시행할 경우 대가로 받는 수수료의 책정이다. 「수상레저안전법」과 「수상레저안전법 시행규칙」에는 절차적 측면에서 수수료 책정을 규제한 조항들이 존재한다.
민간기관이 정부를 대신해서 안전 교육, 면허 시험, 안전 검사 등을 시행할 경우 과다한 수수료 책정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는 대행기관이 수수료 내역을 공시하게 하고 수수료 요율을 실비 범위로 규제한 것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수수료 납부를 시행하기 전에 해양경찰청장의 승인을 받고 승인된 내용과 실비산정 내역을 공시하게 한 것도 타당하다.
정부가 안전 교육, 면허 시험, 안전 검사 등에 관한 수수료를 직접 결정하거나 수수료 상한선을 설정하면 수수료와 비용이 연동되지 않는다. 비용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수수료가 인상되지 않으면 업무 수행이 부실해질 수 있다. 동 규제는 직접적 가격규제 대신 다양한 형태의 간접적 규제를 동시에 적용한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간접적 규제는 직접적 규제에 비해 정부개입 정도가 약하지만 동 규제와 같이 공시, 의견 수렴, 승인, 내역 공개 등이 망라된 것은 과도하다.
대행기관이 수수료를 결정할 때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20일간 그 내용을 게시하고, 수수료 요율 또는 금액을 실비 범위에서 정한 후 해양경찰청장에게 서면으로 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 또한 대행기관은 승인된 내용과 실비 산정 내역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이상과 같이 정부가 수수료 결정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까닭에 역설적으로 규제 자체는 명료하다.
대행기관이 각종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경우 어떤 제재가 부과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대행기관이 규제를 준수하게 하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복잡하고 중복적인 규제를 간소화하는 대신 명시적인 처벌 규정을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
안전 교육, 면허 시험, 안전 검사 등에 관한 수수료를 규제하는 것은 수상레저시설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이해관계와 무관하다. 대행기관의 입장에서도 명시적인 비용이 발생하지는 않으나 복잡한 수수료 결정 절차를 준수해야 하고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결정하지 못하는 불이익이 있다. 반면, 수상레저시설 사업자는 수수료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므로 무형의 편익이 발생한다. 동 규제로 인해 실질적으로 수수료 인상이 억제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이득은 아니다. 수수료 납부는 수상레저시설 사업자로부터 대행자로의 소득 이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업자가 가격을 부과하기 전에 신고하거나 승인받는 것을 강제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가격을 규제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를 통해 가격이 고정되고 시장에서의 경쟁이 제한되기도 한다. 가격 신고는 승인에 비해 규제 강도가 약하지만 신고로 인해 사업자가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어려워지면 실질적인 효과 측면에서 승인과 무차별하다.
항만시설은 교통 인프라에 해당하고 필수설비에 해당한다. 또한 초기 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까닭에 항만시설 운영자가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항만시설 운영자의 독점력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가 사용료 요율과 징수 방법 등에 대해 대통령령으로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해양수산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한 것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항만시설이라고 하는 필수설비를 운영하는 사업자의 독점력을 제한하는데 있어서 사용료 상한선과 같은 직접적 가격규제 대신 사용료 책정 기준을 제시하고 사용료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한 것은 정부개입을 필요한 한도 내에서 최소화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항만법 제42조 제3항은 사용료 종류와 요율 산정 시 고려할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였으나 고려 사항이 무엇인지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항만법 제42조 제5항에 의하면 해양수산부장관은 신고를 받은 경우 그 내용을 검토하여 이 법에 적합하면 신고를 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이 법에 적합하면”이라는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항만시설 운영자가 수리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항만시설 운영자가 의무 사항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어떤 제재를 부과하는지에 대한 조항이 없다. 또한 항만법 제42조 제1항에 의하면 항만시설 운영자가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으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에 대해서는 면제할 수 있다. 대통령령으로 면제 대상자의 범위를 넓히면 규제가 유명무실해진다. 항만법에 면제 대상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항만시설은 공공재이자 필수설비의 특성을 갖고 있고 규모의 경제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시장이 독점화되고 사용료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사용료를 제한하면 항만시설 사용자에게 편익이 발생하지만 항만시설 운영자는 사용료를 인상할 수 없다. 동 규제가 사용료 상한을 강제하지 않으므로 항만시설 운영자가 사용료에 적절한 이윤을 포함시킨다면 수익성이 악화되지 않을 것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 등에 수수료를 납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를 통칭해서 가격 지불방법 규제라고 한다. 수수료를 납부하는 방법으로는 현금, 수입증지, 신용카드, 직불카드, 전자화폐 및 전자결제 등이 있다. 현행 가격 지불방법 규제는 5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유형 1은 현금이나 수입증지로 수수료를 납부하는 것이다. 유형 2는 현금이나 수입증지로 납부하지만 수납기관의 장이 전자화폐 또는 전자결재를 통한 납부를 허용하는 것이다. 유형 3은 현금·수입증지 또는 전자화폐·전자결재 중에서 납부자가 선택하는 것이다. 유형 4는 수납처가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공기관일 때는 현금과 수입증지를, 민간일 때는 현금이나 카드 지불을 허용하는 것이다. 유형 5는 징수기관의 장이 납부 방법을 선택하거나 관할관청에 납부 방법을 신고하는 것이다.
다수의 수수료 규정이 지불방법을 현금, 수입인지, 수입증지 등으로 제한한 것은 규제가 변화된 사회적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결과이다. 변화된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지불 방법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수수료의 경우 전자화폐·전자결재 등을 지불방법으로 인정한 것은 적절하다.
어떤 방법으로 수수료를 납부할 것인지를 정부가 규제한 것은 지나친 정부개입이다. 동 규제는 행정적인 편의를 위해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한 정부실패에 해당한다.
유형 1은 현금이나 수입증지만으로 수수료를 납부해야 하므로 그 내용이 명확하다. 유형 2는 수납기관의 장이 전자화폐 또는 전자결재를 통한 납부를 허용할 수 있는데 어느 경우에 허용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유형 5의 경우에도 징수기관의 장이 납부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므로 납부자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법 시행규칙 제7조」와 같이 “수수료는 현금, 신용카드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전자화폐·전자결제 등의 방법으로 납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 규제가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수수료 지불 방법을 제한하면 행정의 편의성이 제고된다. 더구나 수수료를 현금, 수입인지, 수입증지 등으로 납부하게 하면 납부자의 지불불능 위험이 사라지므로 재정이 확실하게 확보된다. 하지만 수수료를 현금이나 수입인지 등으로 지불해야 한다면 상당한 불편함이 발생한다. 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동 규제로 인해 행정비용은 감소하지만 국민들의 불편함이 증가한다. 많은 국민들이 각종 수수료를 납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불편함의 증가가 행정비용 감소보다 클 것이다.
V. 결론
우리나라의 경우 가격 자체에 대한 상·하한선 규제 외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접요인이나 가격결정 과정, 납부 방법에 대한 규제가 다수 시행되고 있음이 본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간접적 또는 절차적 가격규제는 직접적 가격규제에 비해 영향 평가가 어렵고, 행정지도 등을 통해 들어나지 않는 양상으로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직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가능성과 우려는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심각할 수 있는데 교통, 정보통신, 주택,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이미 현실화되었다.
또한 규제의 정당성, 명료성, 비용 및 편익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그 효용이 인정되는 규제가 다수이지만 중·장기적 측면에서 폐지나 완화가 필요한 규제도 적지 않다. 이러한 규제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과의 정책적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가격규제가 그 취지에 맞게 작동하고 국민경제 차원에서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경제적 환경 변화와 경쟁 제한 요인을 고려하여 규제의 존립과 개선 필요성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영세상공인들과 관련된 각종 가격규제를 유형화하고 개별 규제에 대한 영향평가를 시도하였으나 평가에 참여한 연구자가 많지 않았다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시론적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규제를 발굴하고 문제점을 분석하였으나 구체적인 개선 방안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이는 본 연구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다. 끝으로 향후 연구과제로서 가격규제의 정의 및 유형 분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규제의 적정성, 폐지 또는 완화 필요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엄밀하게 정의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