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새로운 산업혁명, 즉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데이터는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석유에 비유될 만큼 핵심적 투입요소로 여겨진다. 동시에 데이터는 고부가가치의 상품이기도 하다. 데이터가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으로 인식되면서 각국은 데이터 주도 경제(data-driven economy)로의 전환을 꾀하고, 디지털 경제 하에 데이터 중심의 사업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비즈니스 혁신, 시장 선점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시장의 등장과 발전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고, 그 기반을 이루는 데이터의 수집·결합·분석 그리고 상업적 활용은 하나의 역동적인 상품이 되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편익을 가져다준다. 상업적 이용을 위한 데이터 기술의 발달은 대체로 소비자의 편익을 확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가치중립적일 수 있지만, 때때로 방대한 규모로 집계·분석된 데이터는 악용될 여지가 없지 않다. 이는 상업적 이용을 위해 수집되고, 결합되고 분석되는 소비자 정보가 본래 매우 사적이고 고유한 개인적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들은 무엇보다 인간의 행동 및 개인적 선택과 밀접한 정보들을 담고 있다. 인간의 행위를 예측해 수요를 창출하고 직·간접으로 상품을 판매하려는 사업자들에게 데이터가 갖는 경제적·사회적 가치와 의미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으며, 덩달아 그 활용과 보호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사적으로 고유한 개인 정보들은 특히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에게 끊임없이 제공되는 까닭에 한편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가 발생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데이터 기반 디지털 시장의 속성에서 비롯되는 시장 집중과 시장지배력 남용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경쟁법적 측면에서 보면 개인정보와 온라인 서비스는 등가이든 그렇지 않든 상호 교환되는 속성(혹은 경제적 가치)을 지닌 재화임에 분명하며, 시장지배력을 가진 특정한 플랫폼 사업자에게 지속적으로 데이터가 집중되는 현상은 규모 및 범위의 경제, 네트워크 효과 등과 결합하여 관련시장의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데이터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고도의 기술(대표적으로 AI 기술의 활용)이 소수의 선도적 사업자에게 집중되어 이들이 지속적이고 강력한 경쟁상의 우위를 갖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 참여자 간 정보의 불균형과 데이터 집중의 편차는 거래 당사자들 간의 지위를 불균등하게 만들고, 시장 집중을 가져와 장기적으로 혁신과 경쟁,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유효적절한 규제적 대응을 요한다. 특히 대량의 개인정보가 상업 적으로 활용되는 과정에서 소비자를 기만하거나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차원을 넘어 경쟁법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다. 개별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후생증진과 정당한 이익 보호를 위해서도 경쟁법이 적용·집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의 사업 영역에서 데이터 집중과 시장지배력 간의 연관성, 개인정보보호 수준과 품질 경쟁 등에 대한 경쟁법적 분석과 논의가 아직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탓에 앞으로의 규제 방향이나 구체적 내용 및 방법 등은 여전히 의견 수렴 중에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디지털 경제에서 데이터가 갖는 중요성과 역할, 그리고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영향, 데이터 독점에 내재된 실제적·잠재적 경쟁제한성과 관련 규제 기준의 유효성 등에 대한 논의가 핵심적 경쟁 이슈로 다루어지는 상황에서, 본고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데이터 독점에 대한 경쟁법상의 대응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혁신 시장에서 데이터와 경쟁, 데이터 집중과 시장지배력 간의 연관성을 검토하고, 오늘날 목격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로의 데이터 집중이 유발할 수 있는 경쟁상 우려가 무엇인지를 밝힌 다음 이를 적절히 차단하기 위한 하나의 대응 방안으로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규제의 활용을 언급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의 한편에서는 데이터 독점 현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고, 분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또 데이터에 대한 섣부른 규제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하고, 디지털 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규제 반대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일부 학자는 데이터의 여러 속성(편재성과 비경합성 등)상 데이터 독점이란 불가능한 개념이며, 따라서 실체가 없는 현상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이는 데이터 독점이라는 용어 중 특히 ‘독점’의 의미와 해석상의 혼란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논의의 중심에 서 있는 데이터 독점 현상이 무엇인지를 우선 검토한 후, 데이터 집중과 독점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 수집 및 활용에서 야기되는 경쟁상 우려를 남용의 두 가지 유형, 즉 배제남용과 착취남용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필요한 부분에서 외국의 입법례나 관련 사례, 경쟁 당국의 대응방안들을 참고하면서 적절한 규제적 대응과 시사점을 도출할 것이다.
Ⅱ. 데이터 독점의 의미와 시장의 특성
원래 경쟁법상 ‘독점’이란 가격을 통제하는 힘 또는 유효경쟁을 차단하고 경쟁자나 고객 나아가 소비자로부터 영향 받지 않고 일정 부분 독립적으로 행위를 할 수 있는 경제적인 힘, 그리고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상으로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가격이나 거래조건 등을 좌우할 수 있는 시장 지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데이터 독점(론)이 비록 ‘독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때의 독점은 엄밀한 의미에서 경쟁법적 혹은 경제적 개념이라기보다는 데이터를 통제하는 힘 또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경쟁을 좌우하는 힘을 표현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는 지적은1) 적절한다. 아울러 일반적 용례로 독점이라는 단어는 타인과 공유하지 않고 혼자 전유한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그렇다면 데이터 독점에서의 독점은 경쟁자나 다른 사업자와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의미, 즉 타인의 접근이나 이용을 배제한다는 측면에서의 독점, 예컨대 지적재산권에서와 같이 사업자가 보유한 데이터를 배타적으로 보유·사용해 수익을 얻는다는 의미2)와 함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지배력을 획득하거나 혹은 기존에 보유한 시장지배력을 유지·강화한다는 복합적 의미가 혼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독점에 관한 논의는 종국에 가서는 크게 데이터 공유와 접근 허용이라는 하나의 측면과 시장집중의 해소라는 또 다른 측면의 접근방법이 그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즉 데이터 접근과 이동성 보장, 상호운용성의 확보, 소비자 선택권 등을 강화함으로써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데이터 공유·접근을 강제·권유하는 방식이 제의되고, 또 다른 방향에서 압도적인 데이터 기반의 경쟁 우위를 허물고 데이터를 지배·통제하는 거대사업자의 남용적 행위를 규제하는 한편 데이터 독점 내지 데이터 집중을 야기하기 쉬운 기업결합을 사전에 규제함으로써 경쟁제한 우려를 통제하고, 시장지배력을 형성·유지·강화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이들은 모두 경직된 시장경쟁을 촉진하고 시장의 개방성을 확보하는 데에 각기 일정한 효용이 있을 것이지만, 본 논문은 후자의 방법론 중 남용규제에 초점을 두어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3)
데이터 독점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면서 그 규제에 주목하는 것은 디지털 경제 영역에서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련시장을 독식하고 연관시장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며, 특히 경쟁 과정에서 데이터의 역할과 그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경직된 시장 구조가 고착화될 가능성을 경쟁당국이 확인했기 때문이다.4) 물론 온라인 서비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들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또 다른 혁신과 진보, 소비자 후생증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새로운 시장과 신생 기업의 출현을 막고 기술적 진보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결국 데이터 독점에 대한 규제는 대량의 이용자 데이터를 보유하고 이를 분석·활용하여 관련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유지·확대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에 다름 아니며, 그 내용은 거대 플랫폼이 데이터의 배타적 활용을 통하여 기존의 시장지배력을 유지·강화하거나 다른 제품 혹은 서비스 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활용하는 것을 차단해 경쟁질서 훼손과 소비자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를 경쟁법적 틀 내에서 적절히 통제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법적 측면에서 데이터 독점 현상을 고찰해 본다면, 네트워크 효과와 쏠림현상 등 플랫폼의 전형적 속성에서 비롯되는 데이터 집중 심화와 강력한 경쟁 우위, 지속적인 데이터 통제력 행사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유지·강화·전이하는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고, 경쟁을 배제하고 독점을 지탱하는 수단 혹은 도구로서 데이터를 이용(혹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까닭에 데이터 자체를 하나의 상품 혹은 분석대상으로 전제하고 단순히 데이터에 한정된 관련시장을 획정하는 분석방법으로는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고도의 처리 기술에 기반해 관련 시장에서의 경쟁 여건과 경쟁 상황을 좌우하는 상황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시장의 구조적 측면과 속성, 그리고 그 안에서 행해질 수 있는 특정한 형태의 거래 관행을 고찰하고 평가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데이터 수집·분석과 가치 창출을 위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제품, 때로는 소비자가 원하는 최적의 검색 결과를 제시함으로써 탐색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소시키고, 가격과 거래조건을 비교·공개함으로써 시장의 투명성을 증대시킨다. 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업의 생산 과정을 최적화하여 분배적 효율성은 물론 생산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 더욱이 적절한 플랫폼 구조는 더 많은 진입을 불러와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플랫폼 간 경쟁을 통해 혁신에의 압력이 증대하고, 클라우드 컴퓨팅과 데이터 접근을 허용함으로써 창업 및 확장비용을 감소시켜 이른바 창조적 파괴와 분배적 효율성도 제고할 수 있다.5) 한편에서는 데이터 기반 경제가 가져오는 이와 같은 일련의 긍정적인 효과에 착안하여 데이터에 경쟁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견해가 제기되어 왔다. 그에 따르면 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아주 오랜 세월 행해져 왔기 때문에 그에 대한 경쟁상 우려는 과장되었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하고, 또한 데이터 자체는 무료 상품이기 때문에 가격 기준에 의해 관련시장이 획정되는 ‘상품’이 아니며 동일한 이유로 시장지배력도 가늠될 수 없다는 것이다.6) 이와 유사한 입장에서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의 강제 공유는 혁신에 투자하려는 동기를 감소시킨다고도 주장한다.7) 데이터 수집과 집적, 분석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 큰 비용이 투입되므로 기업들이 혁신적인 개발에 투자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독점적 이익에 대한 기대가 필요하며, 이 독점적 이익이 혁신의 중요한 인센티브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쟁자의 데이터 접근을 허용하거나 공유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음은 물론 사업자의 자유로운 사업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주된 요지이다.
이들 주장처럼 실제로 데이터는 어디에나 있고, 저렴하며, 이용자가 다수의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여러 사업자가 비경쟁적으로 수집·집적할 수 있다. 또한 가격 탄력성에 바탕을 둔 관련시장 획정의 전통적인 방법과는 양립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매우 기초적인 문제로서 데이터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는 명확하다. 단순히 결과적인 제품 혹은 서비스의 시장 가격이 0이므로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가 0이라고 말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온라인 디지털 산업은 이용자 데이터에 의존하여 사업 모델이 진화를 거듭하고, 혁신적 제품이 태어나는 등 이전의 산업과는 질적으로 다른 배경을 가진다. 데이터의 규모와 특성, 고도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파생적 상품이 다양한 디지털 시장 전반에 걸쳐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편익 증대와 선택의 다양성에 기여하기 때문에 데이터와 관련한 반경쟁적 행위는 오히려 제로 가격 시장에서 경쟁법의 역할이 훨씬 더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데이터 기술의 발전으로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실시간 피드백 루프가 가능해지고, 하나 이상의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갖는 사업자는 피드백 루프를 통해 제품 개선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유지·강화함으로써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차단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더 많은 이용자와 더 방대한 데이터에 의존하는 디지털 영역에서는 거래상대방(예컨대 광고주 등)과의 지속적인 거래 관계에서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는 더 확대되어 이에 대한 접근 제한은 반경쟁적 효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새로운 진입자로서는 동일한 볼륨과 필수적 유형의 데이터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사업자가 데이터에 기반해 성장과 혁신을 거듭하는 동안 기초 자원이자 동력인 이용자를 끌어오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한다. 이들이 경쟁시장에서와 동일한 인센티브를 갖고 새로운 기술 혁신을 위한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단 혁신을 창출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제품을 탄생시킬만한 가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사업자가 축적하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 데이터의 자기강화작용, 규모의 경제의 증가, 전환비용 등은 실질적인 진입장벽의 역할을 하며 시장은 승자독식의 경향을 띠게 된다. 높은 진입장벽은 시장진입을 좌절시키고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보호하며, 높은 시장점유율은 시장지배력으로 전환·고착될 수 있다. 나아가 연관된 시장 혹은 새로운 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해 잠재적이고 혁신적인 경쟁의 기회를 차단할 능력과 유인을 얻게 된다.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신생 기업이 더 나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시장에 진입하려 해도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누리는 독점을 극복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투자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결국 지배적 기업이 혁신마저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동시에 새로운 기술혁신이 좌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에 충분한 경쟁 압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면 지배적 사업자가 가격을 인상시키거나 품질을 떨어뜨리거나 혹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동기를 잃게 되는 것은 예측 가능한 귀결이다. 그렇다면 경쟁법적 관점에서 데이터 독점의 위험은 어떠한 행위 유형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지 남용규제상의 이슈들을 배제남용과 착취남용으로 각기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Ⅲ. 데이터 독점과 방해·배제남용의 검토
기본적으로 데이터는 시장구조와 경쟁역학에 아주 중요한 단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8) 특히 웹사이트의 가치와 실질적인 관련성을 평가하는 가장 효과적인 데이터로 알려진 ‘활용 데이터(Usage data)’를 이용하는 피드백 루프는 신규 진입자가 기존의 사업자와 경쟁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데이터에 기초한 진입장벽을 세우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여 지배적 사업자의 데이터 통제력과 경쟁저해행위를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욱이 데이터 독점은 디지털 시장의 경쟁과정에서 데이터의 역할과 중요성에 주목하여 제기되는 문제이며, 막연한 우려가 아닌 객관적인 경쟁 위험의 형태로 나타날 것이므로 실제로는 데이터에 기반한 사업 활동이 경쟁제한성을 띠고 시장 안에서 행해졌을 때 위법성 판단 절차가 뒤따르게 된다. 물론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기에 앞서 그 전제로서 시장획정이 이루어지고 지배적 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 디지털 경제 하에서는 데이터 통제가 갖는 경쟁상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일부에서는 무료제품시장(제로가격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은 판매량이나 매출액 등의 다른 전통적인 측정치보다 데이터에 대한 지배력을 통해 더 잘 측정된다고 보기도 한다.9)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양상이 가격 경쟁보다 품질 경쟁을 통한 이용자 확보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장의 힘을 평가하는 기존 방식이 비효율적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다음에서는 데이터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남용행위가 있을 때 관련시장 획정과 지배력 판단의 고려요소들, 그리고 남용의 두 가지 유형으로서 방해·배제남용과 착취남용에서 제기되는 관련 논의들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경쟁법상 지배적 사업자의 특정한 시장행위를 남용으로 규제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관련시장을 획정하고 시장지배력을 심사하게 된다. 관련시장 획정은 어디까지나 경쟁관계와 그 범위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종래 가격탄력성 및 수요대체가능성 위주로 분석해왔고, 시장지배력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시장점유율을 주요 표지로 하여 판단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시장지배력은 시장 내외의 경쟁 압력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을 통해 평가되므로10) 점유율 외에도 각종의 진입장벽과 기타 시장상황들이 고려될 수 있다.
데이터 집약 산업에 있어서, 예컨대 플랫폼 사업자의 행위를 분석한다면 거래의 특성상 시장획정 단계부터 지배력 인정까지 각 심사단계마다 복잡하고 다층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11) 플랫폼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놓고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닌 한 데이터가 각종 온라인 서비스의 주요 자원이자 핵심 투입요소라는 사실로부터 곧바로 데이터에 국한된 시장획정의 필요성과 직접 연관시킬 이유나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혹은 제품 위주의 시장이 획정되고 이후의 심사단계(지배력 판단 혹은 경쟁제한성 분석)에서 데이터의 영향력,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통제 능력, 경쟁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도 등을 고려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12) 데이터가 하나의 구체적 서비스나 상품 그 자체로서 거래의 대상이 된다면 그러한 경우에는 데이터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관련시장을 획정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13) 따라서 데이터가 최초의 혹은 중간 투입요소로 사용된 경우에는 문제된 사업자의 해당 서비스나 제품을 위주로 시장이 우선 획정되고 그 시장에서 데이터가 차지하는 경쟁상 역할이 지배력 판단 시에 고려·반영될 수 있다. 이미 획정된 시장에서 데이터가 차지하는 경제적·경쟁적 가치가 압도적이라면 경쟁제한성 평가 시 이를 고찰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수의 온라인 서비스는 명목상 무료로 제공되고 있고, 따라서 무료제품의 시장획정과 관련하여 국내외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시장획정의 전통적 도구인 SSNIP테스트가 가격변화에 따른 대체가능성을 검토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에 따를 경우 가격이 0인 무료제품은 시장획정이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이를 대체할 다른 판단기준(예컨대 SSNIC 테스트 혹은 SSNIQ 테스트14))들이 제시되기도 하였지만, 아직 보편적 기준으로 받아들여졌다거나 실무적으로 적용된 예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제품이나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더라도 그것이 사업상 필수적인 전략이며 데이터가 핵심 투입요소라면,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지배력 판단 시에 이를 반영할 수 있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경쟁제한방지법(GWB) 제9차 개정을 통해 무료제품 시장이 획정될 수 있음을 명확하게 규정하면서,15) 아울러 다면시장 및 네트워크 산업에서 시장지배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표지로써 직·간접적 네트워크 효과, 멀티호밍(서비스의 병행 이용)과 이용자의 전환비용, 네트워크 효과와 관련한 규모의 경제, 경쟁 관련 데이터에 대한 접근, 혁신을 유발하는 경쟁압력 등을 명시하고 있다(GWB 제18조 3a항).16) 또한 GWB 제10차 개정을 통해 시장지배적 지위의 판단요소로서 기존의 시장점유율 및 자금력에 더하여 ‘경쟁과 관련을 가지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규정하고, 시장획정 시 중개서비스의 중요성을 고려하도록 하는(제18조 제3항 제3b호) 한편 제19조 제2항 제4호에서 데이터와 네트워크 등에 대한 접근거절행위의 경우 객관적 정당성이 없는 한 남용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사안에 따라 필요하다면 위법성 심사를 위한 여러 단계에서 데이터와 그에 대한 접근·통제·활용 여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별개의 독립된 수요를 연결하는 양면 혹은 다면 플랫폼에서는 서비스 유형에 따라 가격 외의 요소들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할 수 있고(예컨대 검색 서비스의 경우에는 검색 결과의 관련성, 정확성, 시의성 혹은 검색 속도 등), 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통제가 플랫폼에 막강한 협상력과 경쟁 우위를 줄 수 있기 때문에17) 가격이나 매출액 대신 사업자가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의 양과 처리 속도, 품질, 접근과 통제 여부 등이 지배력 판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로 검토될 수 있다. 아울러 경쟁자나 대체 서비스의의 존재 등도 고려될 수 있고, 데이터 수집 및 활용과 관련한 경쟁우위는 데이터 수집의 규모와 범위에 좌우될 수 있으므로 노후화가 일어나지 않는 데이터18)의 양·규모 등도 지배력 판단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일반적으로 매우 높은 시장점유율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그 자체로 지배적 지위를 추정할 수 있지만, 역동적인 시장에서는 현재 높은 시장 점유율이 인정되더라도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기술 혁신이 자주 일어나는 시장의 특성상 그것이 공고한 지배력의 징표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 양상이나 시장의 성장과정 등을 고려할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점유율 추이를 살폈을 때 인상적인(혹은 유의미한) 등락 없이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면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비경합적인 데이터의 속성이나 멀티 호밍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데이터 집중과 지배력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19) 그로부터의 경쟁 압력이 과연 얼마나 유의미하게 작용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최근의 경향을 살펴보더라도 막대한 데이터 축적을 통해 극복하기 어려운 경쟁 우위를 획득한 플랫폼이 새로운 혁신기업으로 대체되는 현상을 찾기가 지극히 어렵고, 신규 진입마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거대 플랫폼의 시장력(market power) 내지 시장지배력(market dominance power)의 원천으로 지목되지만, 단순히 시장지배력의 추상적 원천으로서가 아니라 데이터의 활용이 반경쟁적인 전략행위로서 경쟁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 내지 영향을 확인해야만 규제가 가능한 만큼 이들 간의 상호 관련성을 찾아내고, 그것을 평가하는 것이 규제의 핵심이 될 것이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는 사업 특성상 데이터를 수집·활용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고, 따라서 시장지배력의 행사로 볼 수 있는 특정한 상황 내지 지배력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즉 일상적인 사업 활동(데이터 활용)과 지배력 남용행위를 구분·식별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런데 이는 법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매우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모든 데이터 활용행위가 남용이라고는 볼 수 없으므로 경쟁제한이라는 규제 기준에 저촉되는 행위인지 여부를 분석하여야 하는데, 어떤 요소들을 통해 이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는 것이다. 우선 당해 행위가 데이터 통제에서 비롯되거나 보유한 데이터의 활용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거래관행들인지를 확인하고, 이 관행들이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데이터 통제력을 갖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 방법과 관행에서 데이터가 차지하는 역할이나 영향이 때로 잠재적·간접적·우회적이라는 점에서 경쟁당국으로서는 데이터가 수집·분석되고 활용되는 방식, 그리고 이러한 거래관행이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데이터 수집부터 활용까지의 각 단계별로 혹은 개별적인 사례 위주로 살펴볼 수밖에 없다. 예컨대 사업자가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주요 데이터를 거래상대방에게 제공하는 수익적 관계를 끊는다면 이 경우에는 반경쟁적 효과의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경쟁자의 데이터 접근을 거절하는 행위가 거래거절로서 경쟁제한적인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 흔히 필수설비법리가 언급된다.20) 만약 데이터가 데이터 접근을 요구하는 사업자에게 ‘필수설비’일 경우에는 그에 대한 접근 거절은 반경쟁적일 수 있다. 그러나 미국 및 EU의 규제 사례를 볼 때 시장지배적 사업자일지라도 필수설비에 대한 의무적인 접근허용은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된다.21)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관련 판례에 따른다면 기존의 사업자가 소유한 데이터가 실제로 고유하고, 경쟁자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수적인 데이터를 얻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입증될 경우에만 필수설비법리의 적용 요건이 충족된다.22) 즉 데이터의 필수설비성(대체불가성과 복제불가능성)이 반드시 인정되어야 한다. 더욱이 개인정보의 경우 데이터 이전에는 소비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데이터의 강제 공유는 때로 프라이버시 우려를 야기한다. 미국의 반독점법 역시 일반적으로 경쟁자들과 자산을 공유할 일방적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필수설비법리를 인정한 바 없으며, 하급법원 역시 법리 적용에 있어 대체로 회의적이다.23) 다만 최근 들어 미 하원 법사위원회의 보고서에서, 지배적인 플랫폼이 특정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지렛대로 제3자에 대한 거래거절 위협을 사용한 몇 가지 사례가 있었음을 밝히면서 필수설비이론의 활성화를 고려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24) 지배적인 플랫폼이 1차 시장에서 의미 있는 경쟁에 직면하지 않기 때문에 제3자와의 거래를 거절하겠다는 위협은 시장참여자에게 필수적인 투입요소를 박탈하는 것과 같고, 따라서 접근 거절은 연관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해 시장참여자들의 장점에 의한 경쟁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 물론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하거나 강제하는 것이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까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이를 독점적 수익을 확보해 회수하려는 기업들에게 혁신에 투자하려는 동기를 감소시킬 수는 있지만, 필요한 데이터에 경쟁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새로운 경쟁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데이터 역량의 격차를 줄여 경쟁 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경쟁적 진입 또는 특정 유형의 기술혁신에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필수설비법리의 적용 여부는 개별 사안마다 평가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때에는 사업성과가 데이터 수집과 활용 능력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지, 데이터 세트 간의 대체가능성의 정도, 경쟁에 필수적인 데이터 유형과 양을 우선 파악하여 법리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설령 데이터가 필수설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특히 데이터에 기반한 사업 모델에서는 그에 대한 접근과 활용이 가장 핵심적인 경쟁 역량이라는 점에서 접근거절 행위가 방해남용으로 다루어질 여지가 크다. 더욱이 플랫폼 사업자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직적 연관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의 거래상대방과 수평적 경쟁관계를 형성하고,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 이익이 되는 거래를 중단하려고 한다면 이는 경쟁제한에 대한 의도가 있는 비합리적인 행위이므로 위법성 판단이 보다 용이할 수 있다.
한편 이 문제에 관하여 독일은 입법적으로 일정한 요건 하에 접근거절을 남용으로 판단한다. 경쟁제한방지법 제19조 제4항 2호는 적정 대가로 데이터나 네트워크 등에 대한 접근에 거절행위가 존재하고, 그 제공과 접근에 대한 보장이 전·후방 시장에서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에 객관적으로 필요한 것일 경우에는 객관적 정당화 사유가 없는 한 방해남용이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배적 시장에서 수집된 경쟁 관련 데이터의 이용 및 지배적 시장 외의 수집원(출처)에서 기타 경쟁 관련 데이터를 결합하는 것이 시장진입장벽을 형성·강화하거나 다른 사업자를 방해하거나 그와 같은 데이터 이용을 거래조건으로 요구하는 행위 역시 객관적 정당화 사유가 부재하는 한 남용이 성립하며,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사업자가 부담한다(제19a항).
한편 데이터 집약적인 각종의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에는 종종 그 이중적 지위에서 파생되는 자기우대나 차별적 취급의 우려가 제기된다. 수직적 구조 하에 경쟁관계에 있는 사업자들을 배제하는 자기우대나 차별 취급은 플랫폼 사업자가 2차적 시장에서 유효경쟁을 배제할 수 있고 기존 시장에서 보유한 시장지배력을 전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한다. 자기우대의 경우 그 위법성의 근거에 관하여 다소의 의견대립이 있으나, 지배적 플랫폼이 통제하는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스스로에게 특혜를 주거나 경쟁자에게 불이익을 가하거나 혹은 차별적 취급을 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가격과 품질 등 장점에 의한 경쟁이 아닌 이상’ 개별 시장에서의 경쟁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수직적 통합은 경쟁을 왜곡하는 효과와 함께 차별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필수적 데이터를 수집·분석·통제하는 지배적 사업자는 자신이 보유한 데이터를 통해 경쟁자에 대한 정보와 소비자 행동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하는 제품과 그 범위를 식별함으로써 제품의 가격뿐 아니라 판매제품의 범위를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경쟁자들이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거나 관련 거래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는 것을 제한한다면 마찬가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정보의 획득과 활용, 그 이전과 제한은 수직통합된 플랫폼 사업자에게 월등한 경쟁우위를 줄 수 있다.25) 관련 사례로 EU집행위원회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제공하는 아마존(Amazon)이 자신의 온라인 장터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자들의 민감한 정보를 활용한 행위가 경쟁법 위반 행위인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우선 아마존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자신 역시 웹사이트에 소매업자로서 자체 제품을 판매함과 동시에, 독립적 판매업자(입점 소매업자)들에게 판매 공간을 제공하는 이중적 지위를 가진다. 아마존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독립 판매자들에게 판매 공간을 제공하고 그들의 사업 활동에 관한 데이터를 끊임없이 수집하면서, 그 중 경쟁적으로 민감한 정보들을 활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EU집행위원회는 특히 아마존과 입점 소매업자들 간의 표준계약서를 조사해 누적된 소매업자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리고 “Buy Box”26)의 우선적 선택이 가능하게 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의 역할을 심층 조사하겠다고 밝혔다.27) 이를 테면 판매자의 주문과 배송 총액 등 구매와 관련한 상세한 정보들이 아마존의 알고리즘에 입력되고, 이 데이터를 통해 아마존은 수익성 있는 제품의 범주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이러한 행위가 독립적 판매자들을 배제시키고 그들의 성장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획득한 경쟁적으로 민감한 정보들을 자신의 매출 증대나 수익을 위해 활용하고, 이러한 행위가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경쟁법에 위반될 수 있는 만큼 데이터 우위에 바탕을 둔 수직적인 데이터 활용행위의 반경쟁성을 검토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데이터 활용을 통해 경쟁자 배제나 봉쇄전략을 취할 능력과 유인이 있고, 실제로 그러한 관행이 시장 내에서 행해져 경쟁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남용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데이터는 가격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되는데,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자신이 수집·분석한 고객 데이터를 통해 고객들의 구매습관을 파악하고 지불 의사를 정확히 예측·평가할 수 있으므로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그룹을 식별해 그룹별로 각기 다른 가격을 설정할 수 있게 된다. 즉 데이터가 가격차별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격차별의 효과는 일률적이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단기적·부분적 가격인하를 가져와 오히려 소비자 후생이 증진되는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내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데이터를 활용한 가격차별이 오히려 경쟁을 강화할 수 있다고도 언급된다. 예컨대 해당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선호한 고객에게는 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사업자들 간에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활용한 가격책정은 행위의 효과가 일관되지 않고, 거래상대방별로 유·불리가 나뉜다는 점에서 정확한 경쟁 평가에 어려움이 있고, 게다가 이러한 행위를 남용으로 규제하려면 경쟁 혹은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만큼 가격차별 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데이터는 그 소유자에게 월등한 경쟁 우위를 제공할 때 경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데이터와 시장지배력 간의 상관관계나 행위의 경쟁제한성, 즉 위법성을 판단해야 한다면 결국 개별·구체적인 사례별로 관련 고려사항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련하여 소비자 후생과 가격인하 여부 등의 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위주로 경쟁제한성을 검토하는 현재의 남용행위 판단기준과 가격기반의 시장분석방법론에 따른다면 데이터 독점현상에서 비롯되는 현실적인 경쟁상 폐해들을 적절히 통제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은28) 설득력이 있다. 규모와 범위의 경제, 직·간접의 네트워크 효과와 쏠림현상, 고착효과와 실질적 진입장벽의 형성 등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경제 영역에 고유한 특성과 경쟁과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가격과 생산량, 효율성 등 기존의 기준과 해석론에 의존해 특정 행위를 평가할 경우 유효적절한 시장분석도구가 여전히 미흡하고 부재한 상황과 맞물려 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불완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Ⅳ. 데이터 독점과 착취남용의 규제
일반적으로 디지털 시장의 소비자 행동이 개인정보에 의해 표현된 선호도와 얼마나 일치하고 부합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업의 데이터 수집은 워낙에 광범위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져 종종 사생활 침해에 대한 규범적 우려를 낳는다. 종래 기업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와 경쟁법의 적용에 관하여는 크게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해왔다.
사업자가 소비자(혹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거나 침해할 경우 전통적인 방식대로 민법 혹은 개인정보보호법, 때로는 소비자보호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적절하며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견해29)가 있었고, 이와 달리 기업의 상업적 데이터 이용 과정에서 야기되는 개인정보 침해 위험에 대해서도 경쟁법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견해로 나누어졌다. 후자의 견해는 다시 데이터가 비가격적 경쟁 요소로서 기업 간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 한해 경쟁법이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30)과 경쟁상의 효과와 무관하게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개인정보 침해행위가 있다면 경쟁법의 적용을 부정하지 않는 입장도 있다. 우선 본질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과 경쟁법이 그 목적과 역할에 있어 구분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디지털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이 소비자 개인 정보를 광범위하게 침해할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그에 따라 데이터 집적과 활용, 가치창출 과정에서 야기되는 개인정보 침해에 전통적인 방식의 보호만으로 이미 충분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종래 미국과 EU의 경쟁당국은 프라이버시 측면에서 빅데이터의 수집·활용과 관련한 행위에 경쟁법을 직접 적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시각을 견지하였으나,31) 최근 들어 이러한 기류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방식의 역할과 한계에 점차 주목하게 되면서 제도적·정책적 고민이 깊어졌고, 데이터 경쟁과 혁신 창출 그리고 소비자 이익 보호의 측면에서 경쟁법의 역할에 대한 논쟁도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일반적으로 데이터(이용자 정보)는 민감하고 고유한 사적 정보라는 특성에 기인하여 주로 개인정보 보호의 측면에서 다루어졌고, 이와 유사하게 특정의 플랫폼 사업자가 단독으로 수집·축적한 정보들은 그 자신만의 고유한 자산으로 간주·활용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설령 데이터가 당해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상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하더라도 타 사업자와 이를 공유하거나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허용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것이므로 이를 의무·강제하는 것은 부당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날에는 개인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관심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정보 수집행위와 대량 유출로 인한 문제 외에 기업결합 등을 통하여 개인정보 보호가 종전보다 약화되거나, 혹은 정당하지 않은 방식으로 데이터가 수집·제3자와 공유되거나,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소비자간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소비자 이익 저해 우려가 야기되는 때에는 경쟁법의 개입을 인정하는 쪽으로 견해가 모아지고 있다. 데이터 보호와 경쟁법이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더라도 단지 그것 때문에 프라이버시 문제를 경쟁법의 고려대상에서 배제할 수 없으며,32) 개인정보의 수집과 활용에 관한 의사결정이 경쟁의 차원에 영향을 미치는 한 이는 비단 개인정보보호법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보호, 더 나아가 경쟁보호의 문제33)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이용자에 대한 착취남용의 문제는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경쟁, 그리고 플랫폼 사업자들의 독점 이윤 추구전략과 같은 거래관행에 관한 것으로 새롭게 등장한 문제라기보다 독점규제법의 전통적인 문제점과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도 있다.34)
특히 2019년 2월 독일 연방카르텔청이 페이스북(Facebook)의 개인정보수집 및 처리행위를 착취남용으로 규제한 이래 온라인 서비스 시장의 개인정보보호의 문제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위와 연관되어 있다면 경쟁당국과 경쟁법의 역할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인정보보호의 영역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하여 가격남용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EU의 착취남용의 범위가 이제는 프라이버시 침해까지 포괄하는 넓은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파악하기도 한다.35)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데이터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고도의 기술(대표적으로 AI 기술의 활용)이 소수의 선도적 사업자에게 집중되어 이들이 지속적이고 강력한 경쟁상의 우위를 갖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시장 참여자 간 정보의 불균형과 데이터 집중의 편차는 거래 당사자들 간의 지위를 불균등하게 만들고, 시장 집중을 가져와 장기적으로 혁신과 경쟁,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대량의 개인정보가 상업 광고를 위해 활용되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에 대한 소비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차원을 넘어 경쟁법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접점이 된다. 이는 미래의 혁신을 차단하거나 경쟁 왜곡, 시장경제질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경쟁법이 필요한 것처럼 개인정보 측면에서의 소비자 이익 보호를 위해서도 경쟁법의 집행과 적용이 필요한 일로 인식된다는 의미이다. 데이터 기반 사업 영역에서 데이터 집중과 시장지배력 간의 연관성, 개인정보보호 수준과 품질 경쟁 등에 대한 경쟁법적 분석과 논의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탓에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데이터 집중 심화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와 정보 제공주체의 선택권 침해, 소비자 이익 저해 문제는 경쟁법 집행을 통해 해결할 여지가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고, 이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 역시 그 양상과 내용에 따라 착취남용 혹은 소비자 이익 침해의 관점으로 접근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 보호를 둘러싼 경쟁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미 기업결합규제 사건 등에서 사업자의 행위(거래)가 프라이버시 경쟁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등 이용자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이 갖는 경쟁상 의미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 보호가 개인정보보호법만의 관심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다.
데이터와 개인정보보호에 경쟁법을 적용한 선도적 사례가 되었던 독일 페이스북 사건36)을 살펴보면, 행위 사실로서 페이스북은 데이터 정책을 비롯한 약관에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의 무료 sns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인스타그램과 같은 페이스북의 종속회사나 제3자 웹사이트에서 수집된 이용자 데이터를 페이스북 내부의 데이터와 병합·처리하는데 동의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에 연방카르텔청은 당해 약관이 거래조건에 해당한다고 본 다음,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이용자의 유효한 자발적 동의가 없는 한 이는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일반데이터보호법)에 위반되는 것이며, 이 약관은 페이스북의 시장지배력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Ausfluss der Marktmacht) 독일 경쟁제한방지법 제19조 제1항에 위반되는 남용행위라고 판단하였다. 즉 GDPR에 위반되는 약관을 페이스북이 관철할 수 있었던 것은 관련시장에서 페이스북이 보유한 시장지배적 지위에서 비롯된 것이고, 페이스북 외의 다른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은 그러한 약관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개인정보에 대해 가지는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의 가치가 침해된 것이며, 이는 착취남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연방카르텔청의 이러한 결정은 이후 뒤셀도르프 고등법원에 의해 전복되었지만, 독일연방대법원은 GDPR 위반 여부는 배제하면서 결과적으로 연방카르텔청과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37) 물론 연방카르텔청과 연방대법원의 판단은, 경쟁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이익형량 과정에서 헌법상의 기본권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는 독일 판례상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해석론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개인정보 등의 데이터 처리 범위가 시장지배력을 측정·평가하는 주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점,38) 그리고 개인정보에 대한 이용자의 자율성과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약관(즉 거래조건)과 시장지배력과의 연관성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 과정에서 무료 서비스가 연관된 시장획정 방법과 관련 고려 요소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고 sns시장에 작용하는 강력한 직접적 네트워크 효과(starken direkten Netzwerkeffekte)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고착효과(Bindungseffekt), 진입장벽의 증대를 경쟁제한성의 근거로 파악하였으며,39) 나아가 문제의 약관에 기해 외부의 출처를 통해 수집한 개인정보를 병합처리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위 자체가 착취남용을 구성한다고 판단함으로써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경쟁법의 직접적 개입을 인정한 선도적 판례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과도한 가격설정행위가 착취남용을 구성하는 것처럼 과도한 거래조건 역시 착취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의 페이스북 판례 이후 데이터 보호와 관련한 경쟁법 적용에 있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개인정보보호를 단순히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소비자 보호법의 영역에 한정·특유한 이슈로 간주하기보다 비가격 경쟁 요소의 하나로 파악하는 견해가 현재로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가격은 경쟁의 한 차원일 뿐이며, 특히 무료 서비스 시장에서는 혁신이나 품질과 같은 비가격적인 요소들이 오히려 중요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특정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호소하는 다른 요소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정보보호는 품질의 중요한 차원에 해당한다.40) 강력한 경쟁은 사업자들로 하여금 더 나은 개인정보보호를 제공하도록 자극할 수 있으며, 반대로 경쟁이 없다면 지배적인 기업은 상당수의 이용자를 잃지 않고도 개인정보보호를 축소하는 등 품질을 보다 용이하게 저하시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개인정보보호와 같은 비가격 요소들을 통한 경쟁의 차원 역시 디지털 시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경쟁의 양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예컨대 Microsoft/LinkedIn 기업결합사건41)에서 EU집행위원회는 링크드인이 제공하는 전문직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Professional Social Network, 이하 ‘PSN’)의 경우에는 특히 전문직의 경력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프라이버시 보호가 서비스 선택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판단하면서 프라이버시 보호수준이 경쟁의 척도가 될 수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다만 유의할 것은 품질이 경쟁의 중요한 한 축일 수 있지만, 제품이나 서비스의 특성이 반드시 소비자와 관련되어 있거나 경쟁 과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42) 개인정보보호 수준과 같은 서비스의 품질에 대해 적어도 소비자가 관심을 갖고 다소 민감하게 대응하거나43) 사업자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개인정보보호나 프라이버시 차원에서 상호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실제로 확인해야 한다.44) 그래야만 품질을 기준으로 한 경쟁저해효과의 판단에서 주관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품질에 근거한 경쟁법의 적용과 집행이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개인정보 수집·처리행위를 착취남용으로 규제할 때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몇 가지 이슈는 배제남용과 마찬가지로 시장획정과 지배적 지위의 판단, 그리고 남용행위와 그 위법성 판단에 관한 내용이다. 우선 위법성 평가의 전제조건인 시장획정과 지배력 확정 문제45)는 배제남용과 동일·유사한 방식으로 판단·결정될 것이므로 남는 문제는 데이터와 관련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행위나 관행이 착취남용 중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판별하고, 그 위법성을 평가하는 일이다. 나라마다 독점 혹은 남용규제의 체계가 다르며, 위법성 판단기준과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한 경쟁법적 문제들을 어떻게 포섭하느냐는 상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착취남용을 인정하지 않으며,46) EU는 큰 틀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하나 세부적인 기준과 요건에서 차이가 있고, 독일은 앞서 페이스북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일반적인 남용금지 규정 없이 제3조의2 제1항 각호에서 금지행위 유형들을 열거하고 있고, 그 중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개인정보보호 수준의 저하 내지 침해 문제는 동조항 제5호 후단의 소비자 이익저해행위를 고려해볼 수 있다. 착취남용은 주로 수직적인 거래 관계에서 거래상대방 혹은 소비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감소시키는 행위이며, 특히 동 규정은 소비자의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비경제적 이익, 즉 소비자의 선택권이나 부수적인 편의성이 저해되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해석된다.47) 또한 과도한 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품질이나 다양성 저하, 혁신 감소와 선택권 침해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48) 개인정보보호수준을 질적 차원에서의 경쟁으로 본다면 개인정보보호수준을 저하시키는 지배적 사업자의 행위는 착취남용으로 규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49) 독일 페이스북 사례와 같이 개인정보수집과 처리에 관한 내용 등 서비스 이용약관을 거래조건으로 파악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유효경쟁 하에서보다 개인정보 수집범위가 과도하거나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용자들의 다양한 선호를 회피하고, 매우 축소된 프라이버시 옵션이 제공되는 경우에도 착취남용 여부를 문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데이터 제공은 일반적으로 온라인 서비스 이용과 대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고, 따라서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 더 많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도록 약관이 수정되거나, 더 넓은 활용범위를 예정하고 있거나 혹은 더 많은 광고를, 더 빈번하게, 더 오랜 시간 보아야만 이용할 수 있다면(이른바 주목비용의 인상) 거래조건의 강화, 실질적인 가격인상 내지 품질 저하로 평가될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소비자 이익의 현저한 저해 여부가 다투어질 여지가 있을 것이다. 다만 가격 분석보다 품질, 혹은 거래조건을 비교·분석하는 일은 방법론적으로 난해하고, 나아가 소비자 이익 침해의 실질적 요건인 현저성과 상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적용상의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데이터 독점과 관련한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상 남용규제를 전제하면 기본적으로 행위의 위법성은 경쟁제한효과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구체적 요건으로서 배제남용은 물론 착취남용 역시 대법원의 판례50)상 사업자의 주관적 의도나 목적이 요구되고, 나아가 행위의 경쟁제한성 또는 소비자 이익저해 효과가 검토된다. 때문에 착취남용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개인정보 이슈가 남용규제 내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수집과 프라이버시 침해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점적 이익의 과도한 실현에 있고 관련 시장에서 소비자 이익저해 효과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51)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상의 요건과 기준이 매우 엄격하여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활용하거나 실질적으로 보호수준을 저하시키는 행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독점적 이익실현을 위한 의도와 목적에서 비롯된 행위인지, 그리고 소비자 이익이 저해되었는지(그러한 우려가 있는지)에 대한 입증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착취남용으로의 규제가 용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약관 등의 거래조건 변경을 통해 개인정보 수집을 보다 용이하게 만들고 수집범위나 내용, 광범위한 활용을 예정하여 그로써 얻는 사업자의 이익증대는 매우 뚜렷하고 명확한 반면에 상대적으로 소비자에게 미치는 효율성이 크게 약화·축소되거나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는 효과를 초래한다면 소비자의 정당한 이익을 희생하여 수익을 얻을 의도나 목적이 추정될 수 있어 소비자 이익저해행위 여부를 다투어 볼 수 있을 것이다.
Ⅴ. 결론
최근 미국에서는 뉴브랜다이스 운동에서 보듯 기존의 소비자 후생 중심의 분석틀에서 탈피해 시장 구조(market structure)를 보존하고 경쟁 과정(competitive process)을 보호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52) 미 하원에서는 빅테크 플랫폼 패키지 법안이 발의되어 이미 법사위원회에서 통과되는 등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물론 반독점법의 집행은 최종적으로 사법부의 판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지만, 빅테크 규제에 소극적이었던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하여 반독점법의 목적과 해석의 변화를 촉구하고 강력한 법집행을 주장하는 등 전반적으로 매우 적극적인 규제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보인다. 이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엄청난 경제 규모와 경제력의 집중이 초래하는 폐해를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고, 디지털 영역에서 기존의 경쟁법의 역할과 한계에 대한 고민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EU와 독일 역시 각기 새로운 입법과 현행법의 개정을 통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거대 플랫폼 사업자 규제를 위한 EU의 새로운 규범, 즉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을 제정하여 EU집행위원회에 검색,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동영상 공유(video-sharing), 온라인 중개, 클라우드 컴퓨팅, 게이트키퍼(gate keeper)로서 온라인 광고 등과 같은 핵심적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 사업자들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특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 그들이 행하는 데이터 수집과 활용, 자기우대와 번들링 같은 관행들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그에 따라 위원회는 광범위한 조사와 집행, 과징금을 포함하여 구조적 시정조치까지도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독일 역시 경쟁제한방지법(GWB)의 개정을 통해 기존의 남용규제에 더하여 디지털 영역에서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반경쟁적 관행들을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를 마련하였음은 본문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우리나라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데이터 집중과 독점 현상에 대해 우려하면서 기존의 기업결합규제와 남용규제를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새로운 입법안(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53) 국내외에서의 이와 같은 적극적인 거대 플랫폼 규제 움직임은 결국 데이터 독점 현상과 그로인한 폐해들이 상당부분 그들이 가진 시장지배력과 반경쟁적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며, 핵심적 데이터에 대한 통제가 그들의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정보자산이자 강력한 경쟁우위의 기반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적용하면서, 사용자가 콘텐츠를 이용하며 스크린에 머무는 동안 그들의 행적을 수집하고, 이후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종의 서비스와 맞춤 광고 등을 제공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용자를 가진 일부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이용자 수만큼이나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집중되고, 이러한 시장 집중의 경향성이 점차 심화되면서 데이터 집중과 독점의 문제는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 규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하여 데이터 독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역시 소위 빅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거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확대에 있어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을 고려하여 데이터 이동성과 제3자의 데이터 접근에 관한 규제 등 디지털 시장내 경쟁 회복과 혁신을 위한 다양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데이터 독점을 억제하고, 보다 경쟁적인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규제의 방향과 강도, 규제의 기준과 범위, 규제 기관의 역할 등을 통합적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현재 데이터 독점 현상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데이터 이동성 및 상호운용성 강화라는 하나의 정책적 방향과 또 다른 측면에서 경쟁법 적용과 집행을 통한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의 규제의 강화와 예방적 차원의 사전규제로서 전방위적 기업결합을 통한 데이터 통합행위를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을 함께 다루고 있다. 규제적 초점이 상이한 방안이지만 데이터 독점을 해소하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 모두 일정 정도 유의미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실제의 사건에서 기존의 시장분석 도구와 경쟁평가를 위한 기준들이 디지털 서비스나 플랫폼 사업영역에 발생하는 다양한 경쟁침해 양상들에 정교하게 적용·작동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데이터 경제 하에 혁신을 추동하는 데이터 창출과 활용에 대한 유인을 봉쇄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데이터의 흐름과 접근을 원활하게 터주어야 하는 정책적 딜레마가 놓여있다. 따라서 기존의 법리와 시장분석방법, 위법성 판단기준 등이 데이터 기반 경제를 배경으로 하는 특정한 시장행위를 규율하는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면 전통적인 시장분석도구를 보완하는 새로운 분석기법을 발굴할 필요가 있으며, 필요최소한의 규제 입법을 시도하거나 혹은 기존의 법리와 기준들을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해석·적용할 것이 요구된다. 그러한 노력을 통해 향후 데이터 독점 현상에 대응하는 경쟁법의 적용과 집행이 보다 정치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