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시작하며
국가 운용에 있어 필요한 재원은 저출산·고령화 사회 등으로 인해 더욱 증대될 것이며, 이는 납세자들의 조세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현대 국가는 국가수입의 대부분을 조세를 통해 조달한다는 점에서 조세국가(Steuerstaat)로 일컬어진다.1) 하지만, 국가가 수행해야 할 업무를 위해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여, 이를 국민들에게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만큼 부과·징수해서는 아니된다. 우리 헌법상 조세법률주의가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여기에 있다.
조세법률주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보면, 조세의 부과·징수는 법률에 따라야 한다는 점 이외에도, 그 내용으로서 조세는 납세자들의 담세력에 따라 평등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조세평등주의가 있다. 따라서 국가 등 과세권자는 먼저 입법단계에서 조세의 부과·징수를 고려할 때, 조세평등을 내용으로 하는 조세법률을 마련하여 세법을 운용해야 한다.2)
국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세를 부과하는 과세권자와는 반대로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조세는 사인의 경제활동의 성과에 대한 경제적 부담(조세부담)이기 때문에, 조세의 존재 자체가 그러한 경제적 부담을 회피하고자 하는 조세회피 시도의 유인책으로 작동할 수 있다. 즉,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조세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행위를 도모할 수 있는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조세가 존재하는 곳에는 늘 조세회피가 문제되며, 그렇게 볼 때 조세회피는 세법의 숙명적 과제라 할 것이다.3)
우리나라에서는 종래부터 국내외의 조세회피에 관한 논의가 언급되어 왔다. 본 논문에서는 특히 일본에 대한 논의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그 중에서도 조세회피에 있어서의 사실인정에 관한 논의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에 대해서는 국내에서의 선행연구가 존재한다.4)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에서 재차 이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고자 하는 이유는 소위 일본에서 언급되는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私法上の法律構成による否認論)’이라는 견해에 대해 종래의 선행연구들이 언급하고 있는데, 이 견해에 대한 일본 내에서의 보다 자세한 논의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향후 조세회피에 관한 일본의 논의를 살펴봄에 있어 보다 다양한 이론적 검토가 가능해질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 본 연구목적의 하나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이 연구를 행하고자 한다. 먼저, 조세회피가 세법상 실질과세가 논의되는 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실질과세와 조세회피에 대한 개략적 내용을 살펴본다(Ⅱ). 그리고 종래 일본의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이 국내와 일본에서 어떻게 논의되었는지 살펴본 후, 위 견해가 조세회피에 관한 논의에 있어서 어떠한 시사점을 부여하는지 나름의 견해를 언급하고자 한다(Ⅲ).
Ⅱ. 실질과세와 조세회피
우리나라에서 실질과세에 관해 일치된 정의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할 것이다. 어떤 거래나 행위의 당사자가 의도한 경제적 효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그 민사법적 효과에 따라서만 과세효과를 파악하여야 한다면, 당사자가 다른 목적 없이 오로지 조세부담을 피하거나 줄이기 위하여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방식의 거래나 행위를 한 경우에도 그 법률적 방식에 따라서만 과세효과를 결정함으로써 조세회피를 유발하고 과세의 형평을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그 경제적 효과에 따라 과세효과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5)
결국 실질과세원칙이란 과세물건의 귀속이라든가 과세표준의 계산과 같은 과세요건사실에 대해 조세법 규정을 적용함에 있어 행위 또는 거래의 형식 혹은 외관과 그 실질이 불일치할 때, 실질에 따라 세법을 해석하고 과세요건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며,6) 국세기본법 제14조와 같은 조문이 이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조세평등주의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법 제도의 하나가 바로 국세기본법 제14조에 규정한 실질과세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조세평등주의는 정의의 이념에 따라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그리고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 취급함으로써 조세법의 입법과정이나 집행과정에서 조세정의(租稅正義)를 실현하려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7)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가) 구 국세기본법(2007. 12. 31. 법률 제88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조 제1항, 제2항이 천명하고 있는 실질과세의 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이는 조세법의 기본원리인 조세법률주의와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세법규를 다양하게 변화하는 경제생활관계에 적용함에 있어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목적적이고 탄력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형해화를 막고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와 상호보완적이고 불가분적인 관계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 동 판결의 반대의견은 “실질과세의 원칙은 조세공평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조세법의 기본원리로서 과세권의 행사가 실질적인 사실관계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배제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반대로 과세권의 남용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어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함으로써 과세요건 법정주의와 명확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조세법률주의와 충돌할 염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결국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은 조세법률주의와 실질과세의 관계를 상호보완적인 관계인지 상충하는 관계로 보는지에 대해 견해가 나뉘어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과세물건의 귀속에 대해 특히 문제되는 것이 명의와 실체, 형식과 실질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여 실질과세가 문제되는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8) 즉, 조세부담의 공평은 단순히 형식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질적인 의미에 있어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며, 법률형식에서의 소득귀속자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의 향유자인 경우가 통상적이지만, 양자가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경제적 이익의 향유자가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9)
우리나라의 경우 국세기본법에 실질과세 규정이 있지만,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국세기본법에 해당하는 국세통칙법 내에 실질과세에 관한 규정이 없다. 다만,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과 같은 개별세법에 실질소득자과세의 원칙이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들을 보면, “자산 또는 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법률상 귀속된다고 보이는 자가 단순한 명의인으로 그 수익을 향유(享受)하지 않고, 그 자 이외의 자(법인)가 그 수익을 향유(享受)하는 경우에는 그 수익은 이를 향유(享受)하는 자(법인)에게 귀속하는 것으로서 이 법률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조세회피방지의 관점에서 동족회사의 행위 또는 계산을 용인한 경우에 조세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키거나 동족회사의 주주 혹은 사원, 기타 특수관계자의 소득세 등의 부담을 부당히 감소시키는 결과로 될 때에는 이러한 행위 또는 계산을 부인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종래에는 이러한 규정들은 일종의 선언적 규정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규정이 없는 비동족회사에 대해서도 동일한 해석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다.10)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일본의 실질주의도 과거에는 조세법률주의보다는 국고주의적인 경제적관찰법과 동일한 「낙인(極印)」(「경제적 실질주의」)이 있었다고 언급하는 견해가 있다.11)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실질과세를 논할 때, 실질의 의미에 관한 법적 실질설12)과 경제적 실질설에 관한 논의가 언급된다. 각 견해에 대해서는 이미 다수의 문헌들에서 언급하고 있으므로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기로 한다.13)
다만, 앞서 언급한 논의들을 고려할 때, 종래 일본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경제적 실질설의 입장을 취한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1961년 일본 국세통칙법을 제정할 때, 우리나라와 같이 실질과세 규정을 도입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왜 현행법에는 관련규정이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선행연구14)를 참조하길 바라는 바이다. 다만 여기에서 언급해 두고자 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일본에서도 실질과세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려고 했지만, 일본세법학회 등으로부터 그러한 규정을 도입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반한다는 취지의 강한 반대로 인해 그 입법이 보류되었다는 경위가 있다.15) 결국 시계열적으로 정리하자면, 일본에서도 과거 경제적 실질설이 다수인 때가 있었으며, 그러했기 때문에 국세통칙법 제정 시에 관련규정을 도입하고자 하는 논의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 위와 같이 국세통칙법 제정 시 법적 실질설 혹은 조세법률주의를 강하게 주장하는 견해에 의해 그 입법이 보류되었으며, 학설과 판례도 법적 실질설의 견해가 다수로 변천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이러한 실질과세에 대한 견해들을 보면, 현재 어떠한 이유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조세회피에 관해서도 그 부인 혹은 방지방법이 다른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실질과세의 개념이 통일되어 있다고 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조세회피에 대한 개념 역시 양국에서 일의적이고 분명하게 정립되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회피행위는 “어떤 자가 세법이 법률요건으로 삼고 있는 민사법상의 어떤 행위를 하지 않고 다른 어떤 우회적인 행위를 통하여 동일한 결과를 얻는 것”16)이라는 견해,“우회적이거나 비통상적인 거래방식을 선택하여 조세입법자가 의도하지 않은 조세절감을 얻으려고 하는 납세자의 조세절감시도”17), ‘납세자가 경제인의 합리적이고 통상적인 행위형식에 의한 것과 동일한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면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행위’18)라고 정의된다.
일본의 경우에도 조세회피에 대한 개념이 통일되어 있지는 않다.19) 예컨대, 조세회피란 “과세요건의 충족을 피함에 따른 조세부담의 부당한 경감 또는 배제”20), “사법상의 형성가능성을 이상(異常) 또는 변칙적인 태양으로 이용하는 것(남용)에 따라 세부담의 경감 또는 배제를 도모하는 행위”21), “과세요건의 충족을 피해서 납세의무의 성립을 저지하는 것에 의해 조세부담의 적법하지만 부당한 경감 또는 배제”22) 등으로 정의된다.
조세회피의 개념에서 언급한 ‘적법’과 ‘부당’은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즉, ‘적법’이라는 세법적 평가는 납세자가 사법상의 법형식(거래형식)을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사법상의 선택가능성 또는 형성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 ‘부당’이라는 세법적 평가는 통상적인 법형식의 선택과 이상한 법형식의 선택 간에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조세부담의 불공평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23)
큰 틀에서는 양국에서의 조세회피 개념이 과거에는 유사했다고 생각된다. 다만, 위의 논의들을 볼 때, 최근 보여지는 하나의 특징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조세회피는 결과적으로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행위’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조세회피를 ‘조세부담의 “적법”하지만 “부당”한 경감 또는 배제’로 정의하고 있다.
요컨대, 양국에서 조세회피의 개념과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적법성”이라는 개념표지가 점점 언급되지 않고 “부당”이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있지만, 일본은 여전히 조세회피를 적법한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생각건대, 이러한 개념상 차이로 인해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유형에 관해서도 차이가 생긴다고 판단된다.
조세회피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적극적 과세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세법규정이 외형상 실현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경감하려고 하는 시도이다. 둘째, 소극적 과세요건 즉, 비과세·감면을 규정하고 있는 세법규정을 외형상 실현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조세경감을 도모하는 것이다.24)
조세회피의 방지방법에 대해서는 종래 국내에서 이미 다수의 문헌에서 언급하고 있으며, 기본적으로 그 논의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유사하므로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기로 한다. 즉, 조세회피에 대한 방지는 개별적 부인규정에 의한 방지, 일반적 부인규정에 의한 방지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개별적 부인규정에 의한 방지이며, 이는 일본의 통설·판례의 입장이다. 즉, 조세회피의 부당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입법자는 조세회피의 존재를 인지한 때, 가급적 신속하게 조세회피에 대처하기 위해 과세요건의 흠결을 보충하고, 그때까지 상정하지 못했던 납세자가 선택한 통상적이지 않은 거래행위를 통상의 법형식을 선택한 경우와 과세상 동일하게 취급할 것(「이상한」 법형식을 「통상의」 법형식으로 적용하는 것[=의제])이 가능하도록 과세요건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세상의 취급을 조세회피의 부인이라고 하고, 이를 위한 규정을 조세회피의 부인규정이라 한다.25)
이러한 개별적 부인규정에 의한 조세회피부인은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에 기여하지만, 납세자로 하여금 또 다른 조세회피를 시도하게 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일반적 부인규정에 의한 조세회피방지이다. 우리나라는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 등을 입법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세회피에 관한 일반적 부인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26) 다만, 조세회피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과 같은 조세회피에 관한 일반적 부인규정이 독일, 미국 등에는 있지만 일본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27) 전술한 바와 같이 일본은 조세회피에 대해서 여전히 개별적 부인규정을 통해 대처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과 같은 조세회피에 관한 일반적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국내에도 소개되어 있다.28)
먼저,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이 조세회피의 부인방법 이후에 둔 이유를 언급하자면, 본 논문에서는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을 입법에 의하지 않은 조세회피 부인방법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먼저 위 견해의 성격을 분명히 해 두고, 위 견해가 국내에서 종래 어떻게 소개 및 논의되어 왔는지 정리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의 선행연구 간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그리고 일본에서 위 견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논의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며, 조세회피와 관련되는 논의라는 점에서 위 견해는 실질과세 및 조세회피와 관련하여 볼 때, 법적 실질설인가 경제적 실질설인가 하는 부분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당사자가 취한 거래형식이 부인되는 경우는 조세회피행위의 부인에 의하는 경우 외에 사실인정에 의한 부인의 경우가 있다고 언급하며, 넓은 의미에서 사실인정에 의한 부인은 단순히 법적 형식과 법적 실질이 다른 모든 경우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고유한 의미에서 사실인정에 의한 부인은 가장행위를 이유로 사법상 거래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하고 있다.29) 그리고 이에 대해 “中里 實, “租稅法における事實認定と租稅回避の否認", 金子 宏 編『租稅法の基本問題』, 有斐閣, 2007, 121~149면”을 언급하고 있다. 즉, 이 선행연구에서는 나카자토 미노루(中里實) 교수의 문헌으로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을 소개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둘째, ‘사법상의 법률구성 내용에 대한 부인론(私法上の法律構成による否認論)’이라는 표제로 일본에서의 논의를 소개하는 견해가 있다.30)
이마무라(今村)교수는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조세회피행위의 부인」에는 「조세법상의 실질주의에 의한 부인」과 「개별부인규정에 의한 부인」 이외에도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이라고도 할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31)
조세회피행위의 경우라 하더라도 세법상 사실인정이 민법상의 사실인정과 다르지 않지만, 과세요건사실 인정의 대상으로 되는 계약관계에서 당사자에게 조세회피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선택한 법형식이 진실한 법률관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의 중요한 간접사실로 될 것이다. 그 의미에서는 과세요건사실 인정 시에 조세회피행위인 것이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32)(밑줄필자)
이에 대해서는 당사자에게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주관적 의사 혹은 목적은 계약서의 내용, 당사자의 진술 혹은 여러 간접사실을 통해 객관적으로 주관적인 의사 혹은 목적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33) 그리고 오사카고등법원(大阪高判平成12(2000)年1月18日訟月47巻12号3767면) 판결은 필자가 말하는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의 방법에 따라 계약의 법적 성질을 결정한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34)
여기에서 ‘필자가 말하는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방법’이라고 할 때, 그 필자는 이마무라 타카시(今村隆) 교수라는 점이다.35) 하지만, 이마무라(今村)교수의 언급에 대한 논의는 종래 국내에서 소개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가) 사실관계
전술한 바와 같이 이마무라(今村)교수가 자신의 견해인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을 따른 것으로 생각한다는 전술한 오사카고등법원 판결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37) 본판결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38)
X(원고·항소인·상고인)는 부동산업을 행하는 주식회사이다. X는 메릴린치(Merrill Lynch Capital)의 권유를 받아들여 엠피리언(Empyrean Film Enterprise)이라는 민법상의 조합(본건 조합)에 출자했다(출자비율은 19분의 1). 본건 조합은 1989. 5. 19.에 조합원의 자기자금 및 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을 원자본으로 하여 컬럼비아 영화사 CPII(Columbia Pictures Industries, Inc)가 제작한 2편의 영화를 직접적으로는 제네시스(the Genesis Project, Inc)로부터 구입하고(본건 매매계약), 네덜란드 비공개주식회사인 IFD(International Film Distributors, B. V.)에게 배급권(옵션)을 부여했다(본건 배급계약). 그리고 IFD는 배급권을 CPII에게 양도했다.
X는 1988년 11월 1일부터 1989년 10월 31일까지의 사업연도(1989(平成元年)년 10월기)의 법인세 확정신고시에 엠피리언이 1989년 5월 19일에 85억 6159만 0850엔에 취득한 본건 영화 중 X의 엠피리언에 대한 출자비율에 따른 4억 5061만 0045엔을 기구비품계정에 계상하고, 내용연수를 2년으로 하여 감가상각비 1억 5410만 8635엔을 손금에 산입했다. X는 1989년 11월 1일부터 1990년 10월 31일까지의 사업연도(1990(平成2)년 10월기) 이후의 확정신고에서도 동일하게 본건 영화에 관한 감가상각비를 손금에 산입했다. 이는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39)
이에 대해 원처분청은 본건 영화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엠피리언이 아니라 IFD라는 이유로 X의 각 사업연도의 법인세에 대해 X가 행한 본건 영화에 관한 감가상각비의 손금산입을 부인하는 내용의 경정처분(본건 과세처분)을 행했다. X는 심사청구를 거쳐 원처분청을 피고로 하여 본건 소송을 제기했다.
본건은 X가 영화에 투자하는 명목으로 구성된 본건 조합에 출자를 행하고, 본건 조합이 CPII로부터 구입한 영화에 대해 자신의 고정자산으로서 감가상각비를 손금산입한 후에 확정신고한 것에 대해 세무서장으로부터 법인세의 경정처분을 받은 사안으로 정리할 수 있다.
즉, CPII가 관련회사인 IFD와 제네시스를 이용하여 영화제작비용의 조달 및 영화배급권을 지배할 수 있게 하면서 본건 조합에게 영화의 소유권을 귀속시키기 위한 구조이며, 이에 따라 본건 조합의 조합원인 X는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에 관한 이자지급상당액과 영화에 관한 감가상각비를 손금으로 계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편 CPII가 영화제작비용으로서 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과 본건 조합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경우, 영화의 소유권은 본건 조합 이외에 CPII 등에게 귀속하기 때문에 본건 조합의 조합원인 X는 은행으로부터의 차입에 대한 이자지급액과 영화의 감가상각비를 손금으로 계상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CPII가 영화제작비용을 조달하고 영화배급권을 지배한다는 목적은 동일하지만 어떠한 법형식을 채택하는가에 따라 과세결과가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나) 법원의 판단
본건의 1심판결에서 피고는 “본건 거래는 X가 단순히 본건 영화에 관한 비용을 출자 내지 융자한 거래에 불과하고, 본건 거래에 의해 본건 영화에 관한 권리가 X가 출자한 조합에게 이전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즉 본건 조합과 제네시스 간에 체결된 본건 매매계약은 본건 영화의 매매계약으로서는 불성립 내지 무효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제1심법원(大阪地判平成10(1998)年10月16日民集60巻1号266頁)은 본건 배급계약 등의 내용을 상세히 검토한 후에 “본건 거래는 그 실질에 있어서 X가 본건 조합을 통해 CPII에 의한 본건 영화의 흥행에 대한 융자를 행한 것으로서 본건 조합 내지 그 조합원인 X는 본건 거래에 의해 본건 영화에 관한 소유권, 그 이외의 권리를 진실로 취득한 것은 아니며, 본건 각 계약서상 단순히 X 등 조합원이 조세부담을 회피할 목적 하에 본건 조합이 본건 영화의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형식, 문언이 이용된 점에 불과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본건 과세처분을 인정했다.
항소심인 오사카고등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과세는 사법상의 행위에 따라 현실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경제적 효과에 입각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제1차적으로는 사법의 적용을 받는 경제거래의 존재를 전제로서 행해지지만, 과세의 전제로 되는 사법상 당사자의 의사를 당사자 간 합의의 단순한 표면적·형식적인 의미에 따라서가 아니라 경제적 실체를 고려한 실질적인 합의내용에 따라 인정하고, 진실로 의도하고 있는 사법상의 사실관계를 전제로서 법률구성을 하여 과세요건에 대한 적용을 행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과세관청이 조세회피의 부인을 위해서 원칙적으로는 법문 가운데 조세회피의 부인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존재할 필요가 있지만, 가령 법문에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라도 조세회피를 목적으로 하여 이루어진 행위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진실로 의도한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합의내용에 기초하여 과세가 행해져야 할 것이다.”, “CPII는 제네시스를 단순한 이행보조자로서 본건 영화 등의 근간이 되는 부분의 처분권을 보유한 채로 자금조달을 도모하기 위해서, 또한 본건 조합(내지 X등 조합원)은 오로지 조세부담의 회피를 도모할 것을 목적으로서 원시 매매개약(CPII로부터 제네시스에 이르는 본건 영화 등의 「매매계약」) 내지 본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여 결론적으로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40)
이에 대해 상고심인 일본 최고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最判平成18(2006)年1月24日民集60巻1号252면).
“본건 조합은 본건 매매계약에 따라 본건 영화에 관한 소유권과 그 외의 권리를 취득했다 하더라도 본건 영화에 관한 권리의 대부분은 본건 매매계약과 같은 날에 체결된 본건 배급계약에 따라 이전되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본건 영화에 대한 사용수익권한 및 처분권한을 상실했다 할 것이다. 이에 본건 조합은 본건 영화 구입자금의 약 4분의 3을 차지하는 본건 차입금의 변제에 대해 실질적인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지위에 있고, 본건 조합에 출자한 조합원은 본건 영화의 배급사업 자체가 초래하는 수익에 대해서 그 출자액에 상응하는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는 할 수 없는 것도 함께 고려하면, 본건 영화는 본건 조합의 사업에서 수익을 발생시키는 원천으로 볼 수는 없으며, 본건 조합의 사업용도에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법인세법(평성 13년 법률 제6호에 의한 개정전의 것) 제31조 제1항에서 말하는 감가상각자산에 해당한다고는 할 수 없다.”
Ⅲ.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에 대한 논의
한국과 일본에서의 실질과세 및 조세회피에 대한 개관을 살펴본 후,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이 조세회피 부인에 관한 한 방법으로서 논의된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위 견해를 반영했다고 일컬어지는 판결도 살펴보았다.
다만, 위 오사카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는 결론은 동일하게 인정하면서도 그 판단근거에 대해서 본건 영화는 본건 조합의 사업상 수익을 발생시키는 원천으로 볼 수는 없고, 본건 조합의 사업용도에 제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법인세법상의 감가상각자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과세를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볼 때, 오사카고등법원에서는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을 인정하는 반면, 최고재판소는 그러한 논리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본 내에서는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에 대해 보다 다양한 논의가 있다고 생각된 바이다.
이마무라(今村)교수는 조세회피행위의 경우에서도 세법상 사실인정과 민법상 사실인정은 다를 바 없다고 하며, 조세회피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선택한 법형식이 진실한 법률관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간접사실로 될 것이라고 한다.41) 즉, 세법상 사실인정과 민법상 사실인정은 동일하므로 이 견해는 조세법률주의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실질설과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다.
세법상 ‘개별적 부인규정에 의한 부인’과 ‘세법상의 실질주의에 의한 부인’은 예컨대, 당사자가 A라고 계약한 경우에 그것이 사법상은 A라는 계약이라 하더라도, 세법상은 B라는 계약으로 간주하고, 이를 전제로 과세요건의 충족 유무를 검토하는 사고방식임에 비해,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은 사법상으로도 당사자가 한 계약은 A가 아니라 (A라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 외관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진실로는 B로 해석하는 사고방식이므로 양자는 그 사고방식을 달리 한다는 것이다.42)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이 ‘기도’하는 바로부터 보면, 조세회피에 관한 개별적 부인규정 필요설을 소송의 측면에서 잠탈하기 위해 사실인정 단계에서 조세회피목적을 신중한 간접사실로 함에 따라 재판상 추론방법으로서 조세회피의 일반적 부인규정(재판규범으로서의 일반적 부인규정)으로 보고자 하는 사고방식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다.43)
타니구치(谷口)교수는 조세회피 시도의 태양 여하에 따라서는 해석자(세무관청이나 재판관)의 「기분」이 조세부담 공평의 견지에서 과세요건을 규정하는 세법의 관대한 「해석」(확장해석, 축소해석, 유추 등의 목적론적 가치판단에 기초한 「해석」)에 따라 조세회피를 저지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며,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은 그러한 측면에서 시작한다고 생각된다는 것이다.44)
요컨대,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은 주요사실의 인식방법으로부터만 보면, 과세요건사실의 인정기준으로 되는 ‘실체’ 내지 ‘실질’을 사법상의 진실한 법률관계로 보는 법적 실질주의의 단순한 말바꿈에 지나지 않으며, 특히 문제가 있는 사고방식은 아닌 것으로도 생각되지만, 법적 실질주의에서는 사법상의 법률관계가 진실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가장이 아닌 점을 의미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다.45)
따라서 조세회피사안에서 가장행위의 경우와는 달리 조세회피목적에 상응하는 진실한 법률관계가 형성되는 이상 조세회피목적을 그 목적으로 형성된 법률관계가 가장인 점(법적실질주의에서 보면, 진실이 아닌 점)의 중요한 간접사실로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을 법적실질주의의 단순한 말바꿈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46)
즉, 조세회피목적을 중요한 간접사실로서 파악한다는 점에서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은 명문의 부인규정이 없는 경우에도 조세회피의 부인을 정면에서 긍정하는 (경제적)실질주의적 견해와는 다르다(그러나 이 추론규칙이 재판 외에서 세무관청에 따라 과세규칙으로서 이용되는 경우에는 그것은 그러한 실질주의적 견해와 다르지 않은 점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47)
그러나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은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조세회피의 부인을 허용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의 요청을 소송의 경우에서 잠탈하는 것으로 되고, 법률론(여기에서는 조세회피 부인을 위한 입법)에서 대처해야 할 문제를 사실인정의 문제로서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48)
요컨대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은 과세요건사실(주요사실)을 사법상의 진실한 법률관계로 본다고 주장하는 점에서 외견상 법적 실질주의와 유사해 보이지만, 소송상 주장입증 과정에서 조세회피 목적이라는 경제적인 동기·의도를 중시함에 따라 결국 경제적 실질주의에 따른 경우와 같은 결과로 귀착하게 된다.49) 즉,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유효하게 행해진 법률관계에 대한 ‘사실인정에 의한 부인’은 ‘사법상 법률관계의 부정’이라는 것이다.50)
이를 전술한 일본의 판결과 함께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이해된다. 납세자가 어떤 법률행위를 한 경우 ‘그것이 조세부담의 경감 내지 회피의 의도·동기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법률행위는 납세자가 진의로 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가이다.
납세자는 ‘오로지 조세부담 회피의 도모를 의도·동기로 하여’ 본건 거래를 행한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은 납세자가 진실로 영화필름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은 아니라고 했으며, 위 판결은 납세자의 조세부담회피의 의도·동기를 당해 계약이 진실한 법률관계가 아닌 것의 유력한 근거(간접사실)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51)
바꾸어 말하면 납세자는 감가상각비의 계상에 따른 조세부담의 경감이라고 하는 효과를 받고 싶었기 때문에 당해 영화필름의 소유권을 (그 권리행사가 제한되는 내용의 것이라도) 진실로 취득할 의사가 있었다고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52)
이상의 논의를 통해 본고에서는 종래 국내의 선행연구와 다음과 같은 점들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을 인용한 판결에 대해서는 국내에 소개가 되어 있다.53)
선행연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전개되고 있는 최근의 움직임은 일본에서 2000년대 이후부터 전개되고 있는 움직임의 방향과 유사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에서는 법적 실질주의와 경제적 실질주의 간의 대립 과정 중 전자가 다수이고, 후자는 소수이거나 유력한 견해에 머물러 있었으나 후자에 대한 관심과 주목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다양한 Tax Scheme이 개발되어져, 조세법령의 흠결된 부분을 파고들고 있는 것에 대응하고자 하는 기초 논리로서 경제적 실질주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경제·사회적 상황에 따른 것이다.”54)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일본에서의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 그에 따르는 판결이 있었다는 논의 등을 볼 때,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실질설이 유력하게 되어 후자에 대한 관심과 주목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위와 같이 평가가 가능한 이유는 위 판결에 대한 최고재판소에 대한 논의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즉, 일본 최고재판소는 위 사안과 관련하여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전술한 바와 같이 결론적으로는 과세를 인정했지만, 그 인정근거가 하급심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최고재판소가 원심판결과 동일하게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을 인정하는 입장이었다면, 별도의 판결이유를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일본 최고재판소는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의 채택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55)
이러한 점에서 보면, 본 논문에서는 종래의 선행연구와 달리 일본은 여전히 법적 실질설의 견해가 통설 및 판례의 입장에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일본은 조세회피에 관해 일반적 부인규정을 두지 않고, 개별적 부인규정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 일본이 조세회피에 관해 개별적 부인규정으로 대처하는 것은 일반적 부인규정을 도입했을 때, 과세관청 및 납세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56) 결국 조세법률주의에 따를 때, 입법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조세회피행위가 발생한다면, 법개정을 통해 대처해 가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의 정신에 합치한다고 할 것이다.57)
한편, 전술한 바와 같이 국내에는 中里実, “租稅法における事實認定と租稅回避の否認”, 金子宏編, 「租稅法の基本問題」, 有斐閣, 2007, 121면 이하를 사실인정의 부인과 관련하여 소개한 문헌도 있다. 이 논문은 中里実, “事実認定·私法上の法律構成による 「否認」と重加算税”, 「税研」18卷6号, 2003년을 가필한 것이라고 하고 있으므로58) 2003년의 논문을 중심으로 사실인정의 부인과 관련한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당사자의 표시와 다른 진실한 의사를 탐구하는 사실인정·사법상의 법률구성의 방법에 기초하여 과세를 행하는 경우를 확대해 가면, 결과적으로 개별적 부인규정이 없는 조세회피부인을 인정하는 것과 실질적으로 같은 결과로 되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특히 조세법의 견지에서 독자적인 사실인정·법률구성이 행해지면, 그것은 당사자의 진실한 의사를 탐구하는 사실인정·사법상의 법률구성과는 완전히 별도의 것으로 되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인정은 신중하게 어디까지나 사법상의 사실인정·계약해석의 원칙에 따라 행해져야 할 것이다. 과세관청에 의한 사실인정·법률구성의 「창조」와 같은 것이 행해지면, 그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며 납세자의 예측가능성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납세자의 권리가 침해된다. 바꾸어 말하면 「조세법 독자적인 관점으로부터의 사실인정」인 개념 내지 방법은 조세법상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59)
“사실인정·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은 개념적으로는 조세회피의 부인은 아니다. 첫째, 본래의 경제적 목적달성을 위한 통상의 법형식과는 다른 법형식이 이용된다는 점에서 양자는 유사하지만, 조세회피의 경우에는 현실에서 이용된 법형식이 사법상 효력을 가짐에 반해 사실인정·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이 문제로 되는 경우는 현실에서 이용된 법형식은 사법상 효력이 부정되고, 진실한 사실관계에 기초한 사법상의 법률효과가 발생된다. 둘째, 사실인정·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은 조세회피 부인의 경우와 같이 사법상 발생된 법률효과를 조세법상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애초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법상 법률효과의 발생 그 자체가 부정하는 것”이다.60)
나카자토(中里) 교수는 ‘사실인정의 「부인」’에 있어서 「부인」은 ‘사법상의 법형식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를 ‘부인(사법상의 법형식을 무시한다)’으로 바꾸어 읽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61) 결국 사실인정·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에 기초한 과세가 가능한가 보면, 사법상의 사실인정·계약해석의 원칙으로부터 허용되는 경우 즉, 「가장행위」가 존재하는 경우이며, 또한 이 경우에 한한다(다만 계약이 부존재인 경우도 동일하다)는 것이다.62)
이러한 점을 보면, 국내의 선행연구는 논의의 필요상 나카자토(中里)교수의 견해를 인용한 것으로 이해되며, 별도로 일본의 논의를 소개한다는 취지는 크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Ⅳ. 결론 및 시사점
본 논문에서는 주로 세법의 기본적인 사항으로서 실질과세와 조세회피, 그에 관한 부인방법에 대해 살펴보았으며,63) 그 중 일본의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세기본법 제14조 제3항과 같이 ‘조세회피에 관한 일반적 부인규정’이 존재하므로, 이에 기초하여 조세회피행위에 대처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동 조항에서는 ‘경제적실질’에 기초하여 과세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어떠한 경우에 경제적실질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측면이 있다.64) 이는 조세회피에 있어 경제적 실질에 따른 과세라는 것은 조세회피를 도모하지 않은 경우의 담세력에 따른 과세로 바꾸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누구든지 가능한 한 조세부담의 경감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럼에도 위와 같은 규정만으로 과세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논리는 세법에서 지나치게 사적자치의 영역을 제한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우려가 있다.
담세력에 따른 공평과세의 추구가 타당하다는 점에 이견을 나타내는 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공평과세의 추구도 조세법률주의를 벗어나서 행해져서는 안 된다. 조세부담의 공평은 조세법률을 통해 실현되어야만 하고, 조세법률을 떠나 실현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서 조세평등주의 또는 조세공평주의는 조세법률주의의 실질적 내용을 구성하는 헌법원칙인 것이다.65)
일본에서의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은 조세회피를 방지하여 공평부담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사실인정의 측면에서 고찰했다는 점에서 세법이론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다수견해가 경제적 실질설에 있다고 본다면, 일본에서 논의되는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이라는 견해는 법적 실질설이 통설 및 판례를 점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논의에 따라서 비판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적 실질설을 따르는 견해에서는 과세를 정당화할 수 있는 판단규범의 하나로 보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본 논문이 세법상 조세회피의 부인과 관련하여 일본의 사법상의 법률구성에 의한 부인론을 이해함에 있어 하나의 참고자료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