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일본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의회는 중의원(衆議院, 하원), 참의원(參議院, 상원) 양원제로 구성되어 있다. 임기 4년의 중의원은 전체 의원 465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각의 결정에 의한 해산이 가능하다. 해산 없이 임기 6년이 보장된 참의원은 의원정수 248명으로, 3년에 한 번씩 절반을 교체하는 선거를 실시한다.1) 1946년 제정된 신헌법에 따라 일본 국회는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권의 최고기관이며, 국가의 유일한 입법기관의 권한을 부여받았다. 메이지(明治)헌법 하에서 국정의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제국의회와는 달리, 현행 일본 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그 지위와 권한을 강화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회가 의회 본연의 기능인 입법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회무능론’의 회의적 시각도 다수 있다. 이 견해는 일본의 경우 법률제정이 거의 내각 등 정부 관료조직에 맡겨져 있고, 내각 제출법안이 의원이 제출하는 법안보다 월등하게 많다는 사실에 의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 등 서구에서도 ‘의회의 쇠퇴’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다. 일본의 국회무능론 역시 그러한 경향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의회의 쇠퇴’ 현상을 초래한 주요 원인은 일반적으로, 행정기능의 확대에 따른 관료제의 대두, 정당국가화 현상에 따른 정부, 여당 수뇌부로의 권력집중, 협조주의 관행(코퍼라티즘)에 의한 사회적 이익과 관료제의 결합에 따른 ‘의회우회 현상’이라는 세 가지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일반적 원인에 더하여 일본의 ‘무력한 국회’에 대한 특수한 원인으로서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관료지배’와 ‘자민당 장기 단독정권’에 의해서 야당의 감시기능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해져 있다는 사실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아래에서는 그동안 국내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은 일본의 입법과정의 특징과 우리 법제에 대한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일본 의회의 조직과 활동
일본의 국회는 중의원과 참의원으로 구성되는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다. 양원제는 중세 영국의 신분제 의회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데, 현대에 들어와서도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다. 일본에서 채택된 양원제도는 양원 모두 국민들에 의한 직접선거로서 의원들을 선출하는 것을 근간으로 하므로 제2원인 참의원의 중의원에 대한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 참의원은 중의원과는 운영방법, 임기, 피선거권, 의원선출 등에 있어 차이를 보인다. 즉 참의원에는 해산제도가 없고, 의원의 임기도 중의원의 4년에 비해 6년으로 길며, 피선거권을 가지는 자의 연령도 중의원 의원의 25세 이상 보다 높은 30세 이상이었다. 그리고 의원 선출방법도 초기에는 중의원이 중선거구제와 같이 비교적 지역에 밀착된 인물을 뽑는 제도를 가진 반면, 참의원은 전국구제와 같은 전국적인 인물을 뽑는 방식을 채택했다.2) 현재 일본국회에서 양원제의 존재이유는 입법의 신중한 심의진행이라는 측면에서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중의원과 참의원은 각각 독립해서 조직되고 자율적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중의원과 참의원은 그 권한이 동등한 것은 아니다. 중의원에서 가결된 법안이 참의원에서 이것과 다른 의결이 될 경우, 중의원은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으로 재차 가결하면 참의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중의원의 결정사항이 법률로 성립한다. 예산·조약 내각총리대신의 지명에 있어 양원협의회를 개최해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또는 참의원이 일정기간(예산·조약에 대해서는 휴회기간을 제외하고 30일, 내각총리대신의 지명에 대해서는 휴회기간을 제외하고 10일) 내에 의결하지 않을 경우는 중의원의 의사만으로 국회의 의사가 성립할 수 있다. 회기 또는 회기연장에 대해서도 양의원의 의결이 다를 경우, 또는 참의원이 의결하지 않을 때는 중의원의 의사로서 결정한다. 또한 예산은 중의원이 먼저 심의할 권한이 있으며, 내각에 대한 신임·불신임 결의권은 중의원만이 행사할 수 있다. 중의원의 해산 중에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는 참의원이 긴급집회를 열어서 잠정적인 의결을 행할 수는 있으나, 이에 관해 사후에 중의원의 추인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3)
중의원과 참의원은 각각 그 내부에 많은 기관들을 두고 있는데, 그 중 원(院)의 운영을 위해 중요한 기관으로서는 의장(부의장)과 위원회를 들 수 있다. 이들 기관의 구성과 권한은 양원에 있어 거의 대동소이하다.
의장은 그 의원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법적·정치적으로 강력한 권한행사가 보장되고 있다. 의장이 가지는 법적 권한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원내의 질서유지, 사무국 감독, 본회의 개회 및 의사일정의 작성, 공청회의 승인, 그리고 본회의에서 표결이 가부동수가 되었을 경우 캐스팅 보트(Casting Vote)의 행사 등을 들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의장은 여야당이 격렬하게 대립할 경우 조정·알선·재정(裁定) 등의 형태로 중재에 나서며, 각 당은 의장의 이러한 역할을 존중하는 것이 보통이다.4) 의장은 이러한 직무수행에 있어 엄정중립을 지킬 것을 요구받고 있다. 미국의회처럼 다수당 지도자로서의 역할보다는, 오히려 영국 하원에서와 같은 정파 간의 대결에는 초연한 불편부당한 모습이 이상시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의장의 권한행사는 독자적인 판단에 의하기 보다는 통상적으로 의회운영위원회의 조언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5)
국회에 제출되는 법안을 비롯한 각종 의안이 실질적으로 심의되는 곳이 위원회이다. 위원회에는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의 두 종류가 있다. 상임위원회는 현재 표1에서 보는 것과 같이 중의원과 참의원 각각 17개씩이 설치되어 있다. 중의원의 경우 국정전반에 관한 문제 혹은 국회내부의 문제를 다루는 안전보장·국가기본정책· 예산· 결산행정감시· 의원운영·징벌을 제외한 각 상임위원회는 대체로 행정부의 각 성청(省庁)을 관할로 하고 있는 반면, 참의원의 경우는 국가기본정책·예산·결산·행정감시·의원운영·징벌을 제외한 각 상임위원회의 관할은 특정 사항별로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중의원 농림수산위원회의 관할은 농림수산성으로 하고 있는 데 반해, 참의원 농림수산위원회는 식량의 안정공급 및 안전성 확보에 관한 사항, 농림수산업에 관한 사항, 농어촌의 진흥에 관한 사항 등을 관할로 하고 있다. 특별위원회는 상임위원회의 소관에 속하지 않는 특별한 안건을 처리하거나 원(院)에서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 설치되는데, 그동안 일본 국회는 평균 중의원에 6개, 참의원에 5개의 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곤 하였다. 특히 제148회 통상국회부터는 양원에 특별위원회와는 성격을 달리하는 헌법조사회가 새롭게 설치되어6), 전후 70여 년간 계속되어 온 현행 헌법체제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등에 관해서 폭넓은 논의를 하고 있다. 특별위원회는 특정 안건의 심의를 위해 설치되는 것이므로 그 활동기간은 당연히 해당 회기 이내로 한정된다. 따라서 몇 개의 회기를 이어서 심사를 할 필요가 있는 안건에 대해서는 매 회기마다 새롭게 설치하는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안된다. 특별위원회 중에는 몇 십년간이나 계속 설치되어, 사실상 상임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재해대책특별위원회는 1961년 제39회 국회에서 처음 설치된 이래 거의 매 회기마다 설치되어 오고 있으며, 오키나와 및 북방문제에 관한 특별위원회는 1968년 제58회 국회에서 설치되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적어도 하나의 상임위원회 위원이 되지 않으면 안 되고7), 선거 후 처음으로 소집된 국회에서 선출되어 의원임기 중에는 동일 위원회 소속이 보장된다. 각 상임위원회에는 전문조사원과 서기로 구성되는 조사실이 설치되어 있으며, 전문지식의 제공과 자료제공 등에 있어 의원들의 심의활동을 보좌하고 있다. 각 위원회의 운영은 이사회에서 결정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다. 이사회는 위원장과 주요 정당별로 배분된 이사들로 구성되며, 위원회가 개최되기 전에 미리 회의를 열어 위원회에서 논의될 안건, 순서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결정한다. 이사회의 운영은 관례적으로 여야 간의 합의에 의한 만장일치가 원칙이지만, 만일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위원장에게 그 결정을 위임한다. 위원장은 일부 위원회를 제외하고 여당출신 의원들이 맡고 있다. 위원장은 위원회를 대표하며, 의사의 정리, 개회·정회·폐회·휴회 선언, 그리고 위원회 심의사항에 관해서 본회의에 보고하는 등의 권한을 가진다. 위원장은 관례적으로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표결결과가 가부동수인 경우에는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일본의 국회는 1년 내내 활동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기간 동안만 국회를 열어서 활동하는 「회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회기제는 서구 중세시대 의회가 국왕에 의해서 필요할 때만 소집되고 임무를 다하면 즉시 폐회되었던 것으로부터 유래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본에서는 국회가 1년 내내 열리면 오히려 심의의 비능률을 가져올 수도 있고, 또한 행정부의 각료 및 관료들이 국회심의에 매달려 있다 보면 정부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 등으로부터 회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의 회의 종류에는 통상회, 임시회, 특별회 3종류가 있다. 이들 회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통상회이다. 통상회는 주로 예산안과 예산을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법안을 심의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하는데, 보통 예산국회로 부르기도 한다. 연 1회 1월에 소집하는 것이 규정되어 있으며, 회기는 150일이고 1회에 한해서 연장할 수 있다. 임시회의 소집은 내각이 필요로 할 때, 양원 중 한 원에서 총 의원의 1/4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중의원 의원의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가 치뤄질 때, 그리고 참의원 의원선거가 끝난 뒤 등의 경우에 이루어진다. 회기는 양의원이 협의를 해서 결정하지만, 양원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는 중의원의 의사가 우선한다는 것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회기 연장은 두 번까지 인정된다. 임시회는 통상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심의하거나 특정 중요법안에 대해서 집중심의를 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 보통이다. 특별회는 중의원의 해산에 의한 총선거를 실시한 후 30일 이내에 소집되는 국회이다. 회기 결정 및 연장에 관한 규정은 임시회와 동일하다. 특별회는 총선거 실시 후 처음 소집되는 국회이므로 원(院)을 구성하고 총리를 지명한 뒤 간단히 회기를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특별회와 통상회가 겹칠 때는 100일 이상의 회기가 설정되고 예산 및 많은 법안들이 심의될 때도 있다. 이처럼 국회의 회의 종류에는 3가지가 있지만, 이들 각 국회를 소집하는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헌법상 내각에 속하고 있다. 정식으로는 내각이 결정하고, 내각의 조언과 승인에 의해 천황이 소집하는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중·참의원의 양원 중 한 원에서 1/4이상의 의원이 소집요구를 하면 내각은 반드시 소집을 해야 하므로 내각의 국회 소집권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각의 권한도 소집 일시를 정하는데 까지만 미치며, 회기를 며칠로 할 것인가는 국회가 자율적으로 정한다.8) 국회는 1년에 통상회 이외에, 1-2번의 임시회를 소집하는 것이 통례이며, 국회의 의사는 회기마다 독립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이전 회기에서 심의를 끝내지 못한 안건은 원칙적으로 다음 회기에 계속해서 심의할 수 없는 회기불계속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이 원칙 하에서는 회기 기간 내에 심의를 완료하지 못한 안건은 당연히 폐기되며, 그 안건에 대해서 논의를 다시 하기 위해서는 다음 회기에 재차 제출하는 과정을 밟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 원칙에 대한 예외적인 조치로서 의원의 의결로 폐회 중 심사가 인정된 안건에 대해서는 다음 회기에 계속 해서 심의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회기제와 회기불계속의 원칙은 국회심의를 정부·여당에 비해 야당에게 유리하게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정운영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여당은 예산안이나 법안을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성립시키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야당이 정부·여당이 제출한 특정 법안에 대해 반대를 할 경우, 회기제와 회기불계속의 원칙은 그 법안의 성립을 저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즉 야당은 심의를 지연시키는 전술을 씀으로써 회기가 끝남과 동시에 그 법안의 자연폐기를 노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간적 제약에 직면한 정부·여당으로서는 회기 내에 법안을 성립시키기 위해 야당에게 많은 양보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9)
3. 일본의 입법과정
법안 제출은 정부(내각)와 중의원과 참의원 소속 각 의원 모두 할 수 있다. 의원 발의 법안에 대해서는 중의원의 경우 의원 20인 이상, 예산을 수반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50인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하며, 참의원에서는 의원 10인 이상, 예산을 수반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20인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한다(「국회법」 제56조 제1항). 위원회(조사회)제출법안은 중‧참 각 의원 위원회 또는 참의원 조사회가 소관사항에 관한 법안을 제출하는 것으로 위원장(조사회장)이 제출자가 된다.(「국회법」 제50조의 2 및 제54조의 4)11)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에서는 일본 헌법에서 규정한 ① 법안 의결, ② 예산안 의결, ③ 조약체결 승인, ④ 내각총리대신 지명, ⑤ 내각신임·불신임결의 등 5개 항목에 대한 의결을 실시한다. 중의원(하원) 우월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헌법에서 중의원과 참의원의 의결이 서로 다를 경우, 중의원이 양 의원의 의견을 조정하여 타협안을 만들기 위한 ‘양원협의회’ 개최를 요구하도록 정하고 있다.12) 참의원이 중의원에서 가결한 법안을 받은 후, 국회 휴회 중의 기간을 제외하고 60일 이내에 의결하지 않은 경우에 중의원은 참의원이 그 법안을 부결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헌법 제59조 제4항). 그리고 예산안에 대한 심의 및 의결은 중의원에서 반드시 먼저 하도록 되어 있다(헌법 제60조). 이외의 안건에 대해서는 중의원과 참의원 중 어느 쪽에서 먼저 심의를 해도 무방하며, 먼저 심의를 한 의원에서 법안이 승인되면 다른 의원으로 송부하여 심의를 받도록 한다. 일본의 입법과정은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는 주체에 따라 법률안이 작성되어 국회에 제출되기까지의 '입안과정'과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국회에서의 '심의과정'으로 크게 두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일본 국회는 미국과 한국처럼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의원내각제 특성상 전체 입법과정은 통상 10단계 이상 거치게 된다.13)
의회에 제출되는 법안의 종류에는 정부제출법안과 의원발의법안이 있다.14) 또한 의원발의법안은 중의원 의원발의법안과 참의원 의원발의법안으로 나뉘며, 의원입법의 경우 의원입법의 성립과 그 기능에 착안하여 이를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여당의 경우 의원내각제를 채용하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내각입법에 의해 그 정책을 실현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여당의 의원입법은 내각입법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 입안하는 경우가 많다.15)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기 위해서는 중의원 의원의 경우 의원 20인 이상의 찬성(예산을 필요로 하는 경우 50인 이상 찬성)을, 참의원의 경우는 의원 10인 이상의 찬성(예산을 필요로 하는 경우 20인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한다. 법안은 중·참의원 중 어느 쪽에 먼저 제출해도 상관없지만, 예산을 동반하는 법안은 중의원에 먼저 제출하는 것이 관례다. 이 밖에도 여야의 합의에 의해 중의원, 참의원의 각 위원회가 위원장 명의로 제출할 수 있다. 의원이 의안을 발의할 때는 중의원에서는 의원 20인 이상, 참의원에서는 의원 10인 이상의 찬성을 요한다. 다만, 예산을 수반하는 법률안을 발의할 때는 중의원에서는 의원 50인 이상, 참의원에서는 의원 20인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국회법 제56조 제1항).16)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의원에 의해 법률안이 발의되어 성립한 법률을 ‘의원입법’이라 하는데17), 의원입법의 실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의원입법이란 ‘의원발의의 형태로 제안된 법률안’ 일반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원입법 입안의 주체는 발의할 수 있는 의원에 한정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주체는 이와 다른 경우도 있으며 일정한 패턴(pattern)이 있다. 일정한 패턴이란 의원 개인이 입안의 주체인 경우, 정당(내부의 기관, 그룹)이 입안의 주체인 경우, 의원이 책임자인 경우 초당파의 그룹이 입안의 주체인 경우, 의원이 간사장·대표자 등인 경우, 같은 범주이지만 의원연맹이 입안의 주체가 되고 의원이 그 대표자인 경우, 이해관계자가 입안의 주체 또는 중심이 되는 입안, 의원이 이를 추진하는 경우, 이해관계자가 입안의 주체 또는 중심이 되는 입안, 의원이 이를 추진하는 경우, 성청 내에서 입안하고 이를 관계있는 의원이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경우를 말한다.18) 또한, 의원장 제출의 법률안은 위원회의 이사급에서 입안의 중심이 되는 경우, 소위원회 등을 설계하는 초안을 기초하여 위원회 등에서 결정하는 경우, 특정 의원이 중심이 되어 입안하여 위원장 제출로 되는 경우 등도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입안의 동기는 행정니즈에 반영되는 것은 거의 없고, 국민의 니즈가 직접 입안에 반영된다. 또는, 정당의 정책·매니페스토 등에서 기획되어 입안하는 경우도 있고 정당 내의 상명하달의 방식으로 입안하게 된다.19)
의원입법을 실제 기안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의원법제국이다. 의원법제국의 담당과는 법률안을 발의하려는 의원의 의뢰로 의원과 협의하면서 내용을 정하고, 법률안을 기안한다. 법령상은 의원법제국의 관여가 없어도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지만, 관례상 의원법제국의 심사가 요구된다. 의원법제국은 직접 입안을 하기도 하지만, 의원실에서 입안된 법률안의 심사를 담당하기도 한다. 더불어, 각 성청의 담당부국이 기안한 경우 또는 이해관계자가 기안한 경우에도 통상은 의원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의원법제국이 이를 원안으로서 법률안을 기안하고 심사하게 된다. 입안을 보좌하는 기관으로서는 정당의 기관, 직원이나 의원비서는 정책의 조정, 정당과의 조정, 이해관계자 단체와의 조정 등에 대해 의원의 조사부분(중의원조사국·조사실, 참의원 상임위원회 조사실 등), 국립국회도서관(조사 입법고사국)은 입안에 관한 각종 조사 등에 대해 각각 담당한다.20) 이러한 기관들은 여당의원보다는 야당의원들을 위해 존재하는 성격이 강하다. 즉 여당의원들은 입법할 때 내각제출 법률안으로서 관료에게 입안시키든지 아니면 스스로 제출하는 경우에도 관료의 협조를 구할 수 있지만, 야당의원들은 소속정당의 힘만으로 입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21)
특히 중의원 법제국은 법제집무적인 사무를 소장하는 독자적인 기관으로 미국(Office of Legislative Counsel)과 일본 정도에서 설치하고 있다. 소관사무는 ① 법률안이나 수정안의 입안 및 심사, ② 법제에 관한 예비적 조사, ③ 의원규칙 및 그 밖의 국회관계 제규정안의 검토, ④ 의원의 조사활동 등에서 발생하는 법률문제에 관한 조회에 대한 회답 등이다. 종래는 ①과 ③의 의원입법에 관한 보좌가 그 중심적인 업무였지만, 최근에는 거기에 덧붙여 ④의 건수도 급증하고 있으며, 입안보좌에 그치지 않고 입법정책 전반의 보좌역으로서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22) 이러한 중의원법제국은 내각법제국과 비교해보면, ① ‘심사’뿐만 아니라, 의원정당의 정책기획단계에서 법제의 지원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으며, 그 결과 정책내용에 관련된 조언이나 구체적인 입안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이른바 내각입법에서 각 성청과 내각법제국의 역할을 합쳐 놓은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② 또한 의원입법의 발의·제출에 있어서 의원법제국의 심사를 거치는 것이 법규상 요건으로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원법제국의 법령해석이 각 의원의 통일적·유권적인 해석 등이 아닌 의원에게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에 지나지 않는다.23) 의원법제국의 심사를 거쳐 법률안이 완성되면, 재차 정당 내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인 법률안이 확정된다.24) 즉 정무조사회나 정책심의회의 부회(전문분야별로 모이는 회합)를 거쳐 심의회나 정책심의회 전체회의 등에서 결정된다. 나아가 총무회나 중앙집행위원회 등의 상부기관의 의결을 거친다. 이외에 정당에 따라서는 의원총회에 제출하여 승인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법안이 수정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따라서 의원입법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법률안이 실제로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다.25)
입안과정에서 각 방면과의 조정이나 균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담당하는 것은 입안에 관한 의원 자신, 비서(사설비서는 거의 관여하지 않음), 정당 직원 등이며, 경우에 따라 입안을 보좌하는 의원법제국도 담당한다. 또한, 입안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성청(담당부국)이 있는 때에는 성청도 담당한다. 균형과 조정의 상대방은 성청, 이해관계자, 업계단체 등이며, 다른 정당과의 조정·협의도 필요한 경우가 있다.26)
일본의 의원입법과정에서는 정당이 큰 지위를 차지하고 의원 개인이 입안하여도 원칙적으로 정당의 승인을 얻어야만 발의할 수 있다. 즉, 정당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며, 정당의 부회나 특별위원회 등 팀에서 입안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정당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당 내 절차는 내각입법에 있어 여당 내 절차와 거의 같다. 정당에 의해 기관의 명칭은 다르지만, 정책담당부분과 그 상급기관에 의한 심사 및 국회대책부문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자유 민주당의 경우는 정무조사회의 부회, 심의회, 총무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국회대책위원회의 승인도 필요하다. 민주당의 경우는 정무조사회와 국회대책위원회가 있고, 그 쌍방의 승인이 필요하며, 정무조사회의 역할은 명확하지 않다.27)
한편, 법안이 제출되면, 의안심의의 위원회 중심주의에 입각해서 의장은 이를 본회의에 회부를 하지 않고 곧바로 적당한 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의원운영위원회에서 인정된 중요 법안에 대해서는 위원회 심의에 회부하기 전에 본회의 석상에서 제안이유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그리고 긴급히 의결을 해야 하는 법안은 원(院)의 의결로 위원회 심의를 생략하고 곧바로 본회의에서 의제로 삼을 수 있다. 의원발의법안 중 위원회 소속 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제출하는 법안도 위원회 심사를 생략하는 것이 관행이다.28) 즉, 일본의 현행 국회법은 미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위원회중심주의를 취하고 있으며, 의안의 심의는 위원회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의안이 발의 또는 제출된 때는 의장은 이것을 해당위원회에 심의를 의뢰(=付託)한다(국회법 제56조②). 의장으로부터 심의를 의뢰받는 위원회를 부탁위원회라 한다. 소관위원회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나 법률안이 2이상의 위원회의 소관에 걸친다고 판단되어 부탁위원회를 결정하지 못할 경우에는 의장이 의원 운영위원회에 자문하여 부탁위원회를 결정하게 된다.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본회의 표결에 부의된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법률안이나 위원회 자체가 발의한 법률안 등은 위원회 심사를 생략하고 곧바로 본회의 심의로 넘어간다(국회법 제56조②단서, 제56조의 3). 위원회 심사의 생략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의안의 발의, 제출 또는 송부와 동시에 서면으로 그 취지를 의장에게 전달하고, 의장은 의원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의원에 상의한다. 중요법안의 경우 위원회부탁 이전에 의원운영위원회가 본회의에서의 취지 설명 및 질의 요구를 할 때에는 동위원회에서 필요가 인정되어 이것을 하든가 또는 요구가 취하된 뒤에 비로소 위원회에 부탁된다(국회법 제56조의 2). 본회의에서의 취지 설명은 의장이 정하는 의사일정에 따라 법률안의 발의자 또는 제출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취지 설명에 대한 질의는 위원회심의와 마찬가지로 일문일답식으로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질의자가 질의사항의 전부를 말한 뒤 답변자별로 순차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29)
위원회에 부탁된 법률안은 통상 위원장이 이사회에 일정을 자문하고, 여야당이 합의하여 심의에 들어간다. 구체적으로는 제안이유 설명, 질의, 수정안 동의, 내용의견의 청취(예산을 수반하는 의원입법의 경우), 토론, 채결, 부대결의30)의 순서로 심사가 진행된다. 위원회에서 가결해야 할 것(수정의결 사항 포함) 또는 부결해야 할 것으로 결정된 법률안에 대해서는 위원장이 본회의에서의 심사경과 및 결과를 보고한다. 본회의로의 상정은 보통 위원회 개최 후 근일(익일이후)에 개최되는 본회의가 되지만, 위원회 개최와 동시에 긴급 상정되는 경우도 있다. 본회의에서도 표결 전에 소수의견의 보고, 질의, 수정안의 제출(본회의 수정), 찬반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통상 질의는 생략되고 토론도 중요법안에 한해 이루어지며 위원장 보고 후 곧바로 채결되는 경우가 많다. 선의원에서 가결된 법률안은 당일 후의원으로 송부되고 선의원과 동일한 절차로 진행된다. 그런데 법률안에 대해 양원의 의결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두 가지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첫째, 중의원에서 가결된 법률안이 참의원으로 송부되어 부결된 경우는 중의원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의 다수로 재가결할 수 있다(헌법 제59조②). 둘째, 중의원의 요구에 의해 열린 양원협의회(양원에서 선거된 각각 10명의 위원으로 구성, 국회법 제89조)에서 위원 3분의 2이상의 출석으로 심의하고, 출석위원 3분의 2이상의 다수로 의결한 법률안에 대해 양원에서 가결할 수 있다(헌법 제59조③, 국회법 제84조). 한편, 위원회에서 부탁(의탁)된 법안이 의제에 오르면, 심의는 먼저 법안 제출자로부터 제안이유 설명을 청취하고, 이어서 질의응답, 토론, 수정, 표결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 위원회 심의의 중심이 되는 것은 질의응답이다. 내각 제출법안의 경우 의원들의 질문에 대한 정부 측의 답변은 담당 각료의 책임이지만, 법안의 작성에 관여한 국장급의 정부위원이나 과장급의 설명원이 답변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 심의를 위해 필요할 경우 각 위원회는 참고인 또는 증인을 출석시켜 질의를 할 수 있고, 심의를 전문적이고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위원회와 연합심사회를 개최하거나, 각 위원회 내부에 소위원회나 분과회를 설치해서 맡기기도 한다. 또한 중요 법안 심의에 있어서는 법안에 이해 당사자 또는 학자 등으로부터 전문적인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31)
참고로, 미국 의회에서는 공청회가 법안 심의의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써 활용되고 있으나, 일본의 경우 법적으로 개최의무가 있는 예산 및 중요한 세입법안 이외에는 거의 이용되고 있지 않다. 질의응답이 끝나면 최종적인 찬성·반대의 견해를 표명하기 위해 토론에 들어간다. 여기서 개진되는 입장도 의원 개인의 소견이라기보다는 소속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야가 일치해서 지지하는 법안은 토론을 생략하는 것이 통례이며, 법안에 대해 수정의견이 있는 경우 토론전에 수정안을 제출하여 토론중에 원안 찬성 내지 수정안 찬성에 대해 명확히 정한 뒤 의견을 진술하며, 토론이 끝나면 바로 표결에 들어간다. 표결은 보통 거수나 기립의 방법으로 행해지지만, 처음부터 전원일치가 판명되어 있는 경우 위원장이 이의유무를 확인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위원회에서의 법안 심의가 종료하면 위원장이 심사결과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의장에게 제출함으로써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에서의 심의는 먼저 심사결과에 대한 위원장의 보고가 있고, 이어서 질의, 토론, 표결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러나 국회에서 의안심의의 중점은 위원회에 놓여 있으므로 본회의 심의는 지극히 형식적이다. 특별히 의원들로부터 요구가 없는 한 질의나 토론을 생략하고, 위원장 보고 후 곧바로 표결에 들어가는 것이 상례이다. 본회의에서의 표결은 이의유무 확인, 기립, 기명투표의 3종류 중 하나로 이루어진다. 한 원(院)에서 가결되면, 법안은 다른 원에 송부되어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은 동일한 방법으로 심의가 진행된다. 법안이 법률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양원에서 가결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선의원(先議院)에서 가결된 법안이 후의원(後議院)에 송부되어 거기에서도 그대로 가결되든지, 또는 후의원에서 수정하여 재차 선의원에 회부되어 거기에서 회부안대로 가결될 경우, 법안은 법률로서 성립한다. 선의원에서 부결된 법안은 그 상태에서 불성립으로 처리된다. 다만, 법안에 대한 양원의 의사가 다를 경우에도 법률로 성립할 때가 있는데, 첫째 참의원이 부결 또는 수정가결했을 때, 중의원이 출석의원 2/3이상의 다수로 재가결할 경우 중의원의 의사가 법률로 성립하고, 둘째 양원협의회를 개최해서 양원이 합의에 도달하면 법률로 성립한다.32)
국회 법안심의과정의 특징으로서 첫 번째로 들 수 있는 것은 심의대상에 오르고, 또 최종적으로 성립하는 법안 중, 내각 제출법안의 비중이 의원발의법안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1947년 5월의 제1회 국회부터 2017년 6월에 끝난 제160회 국회에 이르기까지 60년간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내각 제출법안이 전체의 70%, 의원발의법안이 30% 정도 되었다. 이들 중 법률로서 성립한 것을 보면, 내각 제출법안이 85% 가까이 되는데 비해, 의원발의법안은 15%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제출건수뿐만 아니라, 성립건수와 성립비율에 있어서도 내각 제출법안에 치우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12년 12월 자민당 아베 정권이 출범하기 이전까지 일본의 입법 현황을 살펴보면, 내각제출 정부안이 대부분(약 80%)으로 의원안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가결 비율도 높았다. 의원안의 가결률은 보통 40% 미만인 데 비해 정부안은 80%를 상회하였다. 2013년 제183회 정기국회(常會. 2013.01.28.∼06.26.)에서 처음으로 정부안보다 의원안건수가 더 많은 양상을 보이게 된다. 2012년 제180회 정기국회(2012.01.24.∼09.08.) 기준, 정부안은 83건, 의원안은 77건으로 의원입법이 증가하는 추세였으며, 2013년에 처음으로 의원안 제출건수가 정부안 보다 많은 양상을 보였다. 그 후 아베 정권 출범 이후, 4년 단위를 기준으로 입법 현황을 살펴보면, 아베 정권의 초기 4년간(2013∼2016년) 법안 건수는 863건으로 이 중 의원입법이 58.3%를 차지하는 503건이었으며, 최근 4년간(2017∼2020년) 전체 법안 건수는 799건으로 의원입법은 63.6%에 해당하는 508건이었다. 아베 정권 임기 8년간 법안 가결률은 정부안은 90.8%로 높게 나타났으며, 의원입법의 경우, 발의건수는 상당히 증가하였음에도 가결률은 16.6%로 저조하였다. 입법과정에서 정부(내각)관료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의원내각제 특성상 의원입법의 경우에도 상당부분 행정관료의 영향력 하에 법안이 성립되는 한계가 있다. 한편, 최근 자민당 내에서는 의원입법이 증가함에 따라 당내 심사의 충실뿐만 아니라 국회 심의의 강화도 논의되고 있다.33)34)
내각 제출법안이 많고 또 그것이 국회에서 성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일본국회의 커다란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 입법의 중심이 내각 제출법안에 놓여지는 것은 어느 정도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3권분립제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회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경우 법안제출권은 의원에게만 인정되고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의원입법만이 존재한다. 정부가 국가운영을 위해 법률이 필요할 경우에는 대통령이 교서(Message)를 의회에 제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당이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거나, 아니면 정부가 만든 법안을 특정 의원에게 의뢰해서 제출하게 하는 간접적인 방법들을 이용한다. 더욱이 내각 제출법안은 의원발의법안에 비해 양적으로 많을 뿐만 아니라, 그 질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법안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내각이 중요한 법안을 많이 제출하게 되는 데에는 의원내각제라는 제도적인 측면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그 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 수 있다. 현실적으로 법률의 집행을 통해서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한 정보를 쉽게 입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안의 입안 작업은 입법기술적인 측면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행정부에는 이러한 우수한 인력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또 내각에 부여되어 있는 예산 편성권과 입법의 정합성(整合性)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포함하는 중요법안은 아무래도 내각이 입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 등이다. 한편 의원입법의 주요 대상이 되는 것은 국회관계의 각종 법안, 정당의 정책표명 또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 특정 지역·업계·단체 등의 편의를 봐주기 위한 법안, 의원의 개인적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법안, 그리고 정치적 문제 등으로 내각이 직접 제출하기 어려운 법안을 여당의원에게 의뢰해서 대신 제출하는 경우 등 비교적 덜 시급하고 우선순위에 있어 뒤떨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35)
심의과정의 특징으로 두 번째는 심의가 위원회, 특히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본회의 심의는 지극히 형식적인 과정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본회의와 위원회의 개회회수와 심의시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36) 심의무대로서의 본회의 비중이 이처럼 낮아진 것은 일본 국회법이 의안심의에 있어 위원회 중심주의와 3독회제가 아닌 1회 심의제를 채택한 것에 주로 기인한다. 위원회 중심주의와 1회 심의제는 다수의 위원회에서 동시에 회의를 열 수 있으므로 심의 능률을 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위원회는 소수의 의원들로 구성됨으로써 밀도 있는 심의를 전개할 수 있으며, 또 국회제출에서 최종적인 의결까지 신속하게 심의를 진행시킬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소수 의원에 의한 전문적·기술적 심의 결과가 본회의 의결을 좌우하기 쉽고, 해당 위원회에 소속하는 의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안건내용도 모르면서 표결에 참여하게 되며, 그리고 정당이나 압력단체의 영향력이 미치기 쉬운 위원회 심의결과에 대해서 본회의가 대국적인 견지에서 재조정하는 기능을 상실하게 하는 것과 같은 단점도 가진다. 본회의 심의가 형식화됨으로써 나타나는 이와 같은 폐해를 제거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 선진 각국은 위원회 중심주의를 채용하면서도 3독회제를 가미하여 본회의 심의를 강화하고 있다.37) 3독회제는 영국의 예를 들면, 우선 제1독회에서 법안의 상정과 간단한 제안이유 설명을 듣고, 제2독회에서 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질의와 토론을 한 뒤 표결을 행한다. 그 후 전원위원회,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 등의 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3독회를 열고, 여기에서 법안의 최종적인 운명을 결정한다.38) 이와 같이 3독회제는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본회의에서 심의가 주로 이루어지므로 그 만큼 신중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법안 심의의 주된 무대인 국회위원회 심의가 행정부 관료의 지배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 법률안 제출권은 내각과 의원에게 있다. 이 중에서 내각제출 법률안이 제출 건수나 성립 건수, 성립 비율에서 뿐만 아니라, 국정상의 중요도에서도 의원제출 법률안을 압도하고 있다. 법률안 작성의 동기는 대부분 정책과제의 해결을 위해 각 성청이 주도권을 가진 것이다. 작성 작업도 각 성청의 관료가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치면서 진행된다.39) 또한 국회제출 뒤에도 관료가 법안의 성립을 위해 물 밑에서 여야당 의원에게 적극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 여당심사나 국회의 의사운영에서 여당 의원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며, 관료는 끊임없이 그 의향을 배려하면서 입안을 하지만, 과제의 설정, 강구해야 할 시책의 구체적인 메뉴, 실시 일정 등의 원안은 관료에 의해 작성되고, 여당 의원에 의한 검토는 그 원안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통례이며, 또한 관료는 자신들이 입안한 법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여당 의원에게 적극적인 교섭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관료주도의 입법과정이라는 색채가 강하다 할 수 있다.40) 한편, 국회에 제출되는 법안의 대부분은 내각 정부제출법안이 차지하므로 위원회 심의과정은 자연히 의원들이 정부 측에 질의를 하고 정부가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지 않을 수 없다. 이 때 정부 측의 답변 책임자는 법안 제출권이 있는 각 성청의 각료이다. 그런데 이들 법안을 구상하고 만든 것은 관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도 그 분야에 대해서 반드시 전문적 식견을 가졌다고는 볼 수 없는 정치가인 각료보다는 그 법안의 작성에 직접 관여한 관료들이 나서는 것이 보통이며, 더욱이 중요 법안일수록 관료들이 답변하는 빈도가 높다. 이처럼 위원회 심의과정에서부터 정부 관료들의 역할과 비중은 지대하며 위원회 심의과정의 참가자에는 의원, 각료, 정부위원 및 설명원41), 그리고 증인 및 공술인이 있다.42)
지금까지 일본의 법안제정과정에서 위원회 심의과정은 행정관료가 주도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1999년 10월에 소집된 제146회 국회부터는 관료가 각료 대신 답변하는 정부위원제도가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또한 2001년 1월부터는 행정부 성청의 재편에 발맞추어 부(副)대신 22명, 이전의 정무차관에 해당하는 정무관 26명을 신설해서 이들 48명의 부대신·정무관이 각료와 함께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답변이나 토론을 담당하게 됨으로써 활발한 논쟁이 강화된 측면은 있다.43)
한편, 일본 국회의 또 다른 입법과정에서의 주요한 특징으로는 사전심의절차제도의 존재이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까지의 사전협의과정에서 관료는 여당 정조부회45)나 족의원46)과 협의하면서 법안을 몇 번이고 사전심의 및 검토를 하여 완성시킨다. 국회에서 여당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여당은 내각에 사전협의를 요구할 수 있다. 여기에서 족의원, 성청, 이익단체의 삼자(하위 정부)는 때때로 정부·여당 수뇌의 의향에 반대하기도 한다. 반대에 성공하게 되면, 정부 수뇌가 법안의 국회 제출 이전에 법안의 수정이나 연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이러한 사전협의과정은 국회의 심의과정과 잠재적으로 연동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내각법제국 또는 각 의원 법제국의 심사가 종료되고 법안이 확정되면 관례적으로 여당은 각의(閣議)에서 그 법안이 정책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심사를 실시한다.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는 아니지만, 1955년 이후 자민당 장기 집권하에서 필수절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당의 사전심사는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이전에 여당의 심사를 받고 양해를 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자민당(집권 여당) 정무조사회의 부회(部會, 각 정부부처에 대응하는 부회가 설치되어 있음) 및 심의회47), 총무회, 국회대책위원회의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자민당의 경우, 정무조사회에서 전원일치로 가결된 후 최종적으로 총무회에서 당의(黨議)로 결정된 법안만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 연립정권의 경우에는 이 과정에서 여당, 즉 연립을 구성하고 있는 정당 간에 조정이 이루어지게 된다. 현재 일본은 자민·공명 연립정권을 취하고 있지만 자민당이 중·참 양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실제로 공명당의 의견이 반영되기는 어려운 구조이다. 여당의 사전심사과정은 다음과 같다.
의원입법은 제안한 국회의원이 당의 정책심의기구나 관계 각 정부부처인 성·청과 협의를 계속하며 정부안과 같은 당내 사전심사 절차를 거쳐야 된다. 당내 심사 절차가 완료된 법안은 국회의원에게 배부되어 법률안 발의에 필요한 일정 수의 의원의 찬성을 얻어 각 의원(議院) 사무국의 의안과에 제출한다.48)
일본 입법과정에서 사전심사(事前審査, Preliminary Review System)는 주로 정부 내각 제출법안에 대해 여당이 사전에 심사하는 것을 말한다.49) 내각이 국회에 제출하는 법안은 사전에 여당 정책 담당자의 심사를 거쳐 당내 주요 기구(정무조사회50)), 총무회51)), 국회대책위원회52))의 동의를 얻은 것만 국회에 제출될 수 있다. 이는 일본 고유의 정치적 관행 중 하나이다. 일본은 헌법에 따라 국회와 정부(내각) 모두 법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행정부인 내각에서 제출한 의안을 국회에서 심의하여 법률로 통과시키도록 하여 국회가 입법부로서의 기능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안에 대해서는 사전에 여당의 양해를 얻어야 한다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다. 이에 관한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내각이 제출할 수 없는 구조이다. 의원내각제에서는 내각에 대한 여당의 지지가 필수적이며, 여당의 지지를 잃은 내각은 사퇴해야 한다. 따라서 의원내각제 국가의 여당 교섭단체는 당내의 일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정권존속의 절대조건이 된다. 이를 법안 성립의 관점에서 본다면, 정부안을 중심으로 하는 의회의 입법과정에서 법안 표결에 있어 여당의 찬성을 얻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여당에서는 당 지도부에 의해 소속 의원들에게 당의구속(黨議拘束)이 가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53) 이러한 당의구속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각국에서는 의회의 표결 단계에서 행해지는 반면, 일본에서는 법안 제출 단계에서부터 효력을 갖는다. 일본 자민당 정권에서는 정부안의 각의결정에 대해 사전에 정당 심사를 한 후, 정무조사회, 총무회, 국회대책위원회 등 당내 기구의 승인과 결정에 따라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관행이 지속되어 왔다.54) 일본 내 다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정당 사전심사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일본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집권 여당에 의한 사전심사제가 도입된 시기에 대해서는 제국 국회에서부터 유래한 것으로 보는 관점55), 1946년 제정된 신헌법하에서의 국회제도 도입 시기 또는 1955년 자민당 일당우위체제 형성 시기로 보는 관점, 1960년 대 초반 자민당 총무회 심의가 강화된 시기로 보는 관점, 그리고 현행 사전심사제의 전형이 완성된 1970년대로 보는 관점 등 다양한 시각이 있다.56)
사전심사제의 도입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1945년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전한 후 신헌법하에서의 국회제도를 도입할 때, 미국의 주도로 구성된 연합국최고사령부(GHQ)에 의해 국회 심의에 대한 정부의 관여가 철저히 배제되었기 때문에 정부(내각)와 국회의 조정 수단으로서 사전심사제가 등장했다는 것이다.57) 두번째는 1955년부터 일당우위체제를 구축한 자민당 정권에 의해 사전심사제가 도입되었다는 주장이다. 자민당이 창당되는 계기가 된 요시다(吉田) 내각58) 말기와 같이 정부가 여당을 경시함으로써 정권이 불안정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부(내각)와 여당의 일체화라는 관점에서 정당에 의한 법안 사전심사제를 도입했다는 것이다.59) 이른바 ‘55년 체제’ 형성 이후, 자민당 정권에서는 내각이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 대해 여당 일부 의원의 반발로 국회에서의 법안 심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과거 사례를 고려하여 각 정부 부처에 대응하는 부회(部會)를 당내기구로 설치하였으며, 관료를 참여시켜 정책을 사전에 조정하도록 하였다. 이는 정부안에 대한 국회 심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러한 사전심사는 각 부처에서 작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며, 이것이 자민당 각 부회별로 심의를 거쳐 정책의 방향을 거치는 과정에서 총리가 관여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따라서 자민당 소속 정치인들의 교섭대상은 내각이 아니라 법안을 작성한 정부부처 관료가 되었으며, 내각은 사전심사의 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삼가고 여당 의원과 관료 간 조율을 거쳐 도출된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 관례화되었다.60)61)
자민당은 1955년 체제 이후 2022년 현재까지 약 4년 정도를 제외하고 계속 집권 여당의 자리에 있었으며, 2009년 민주당의 정권교체 이후 3년 6개월 만에 재집권에 성공하여 2012년 12월 아베 내각이 출범한 이래로 2021년 12월 현재까지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자민당은 정무조사회 내 각 부회에서 각각 담당하는 부처가 작성한 법안을 심사하도록 하고 있다. 자민당 의원들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에 법안의 내용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 것이다.62) 자민당의 14개 부회와 32개 조사회(2021. 12. 기준)에 당 소속 국회의원이면 자유롭게 출석하여 의견을 말할 수 있으며, 의원이 직접 발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정무조사회·부회의 간부, 정무조사회 심의회, 총무회의 약 60명에 달하는 관계자 전원에게 법안에 대해 사전 설명부터 취한 후 당내 심사 절차를 거칠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 자문을 구하거나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자민당의 규칙에 따르면, 법안은 각 부회, 정무조사회 심의회를 통과한 후 총무회에 회부되어 총무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자민당 소속 의원에게 그 법안을 찬성하도록 하는 당의구속이 결정된다. 당의구속에 반한 자민당 의원은 징계 처분의 대상이 되도록 하고 있다.63) 자민당이 집권 여당인 경우는 총무회에서 승인한 법안만을 각의결정 하도록 정하고 있다. 각의결정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 위한 필수절차이기 때문에 자민당에서 반대하는 법안은 국회에 제출될 수 없다. 따라서 각 부처에 있어서 자민당의 사전심사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일본 국회도 정부안보다 의원안 건수가 많아짐에 따라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당내 사전심사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자민당뿐만 아니라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비롯하여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 각 정당은 정무조사회와 같은 당내 정책기구를 설치하여 의원안 제출 이전에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64)
여당 의원이 법안의 내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법안의 성립에 과반수의 찬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어느 내각이라도 여당 의원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한다. 소수파인 야당의 반대는 법안의 통과 여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에 반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 의원의 찬성을 얻는 것은 내각의 정책 실현과 존립을 위해 사활을 건 문제이다. 그러나 일본의 절대 다수 기간을 집권한 자민당이 도입한 이러한 사전심사제는 다른 국가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있다.65) 첫째 당내 심사가 매우 조직적이며, 치밀하게 실시된다는 점이다. 유럽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사전에 정부와 여당 의원의 협의가 이루어지더라도 비공식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사전협의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과의 의견대립이 해소되지 않으면 의회의 심의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자민당의 사전심사는 상당히 조직화 되어 여당 내의 심의가 끝난 후 전원 동의를 해야만 법안이 각의결정되는 체제이다. 따라서 국회에서의 본 심의는 오로지 정부·여당에 대한 야당의 의견 개시의 장이 되고, 국회에서 법안 수정이 이루어질 여지는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 둘째, 사전심사의 대상이 된 법안이 각의 결정된 법안이 아니라 각 부처에 의한 기초단계의 법안이라는 점이다. 다른 국가들에서 법안에 관해 사전 조정을 실시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경우, 여당 의원의 교섭 상대는 내각이다. 그러나 자민당의 사전심사에서는 의원의 교섭 상대가 내각(총리)이 아니라 법안을 기초한 부처의 관료이며, 내각은 적극적으로 논의에 개입하지 않는다.66)
일본 정당의 사전심사제(Preliminary Review System)는 일부 비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의회에 법안이 제출되기 이전 필수 절차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정당 내 정책심의기구에서 사전심사를 통과한 법안만 국회에 제출될 수 있다. 이러한 일본 정당 사전심사제는 다른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이다. 특히, 일본 여당의 법안 사전심사제도는 필수절차라는 점, 정부안뿐만 아니라 의원안도 심사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영국 의회보다 효율성을 더욱 강화하였다. 사전심사단계의 법안 취사선택을 통해 심사대상 건수 자체를 감축함으로써 의회의 법안심사 부담을 현저하게 감축할 수 있다. 다만, 정당 차원의 사전심사가 민주적 대표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의문과 구속력까지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무엇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의원입법이 증가함에 따라 정당 사전심사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하된 국회 심의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영국 의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의회에 정식으로 제출되기 이전 단계에서 초안을 국회에 송부하여 위원회에서 예비심사를 실시하는 방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된 바 있다.67)
기관승인의 관행이란 의원이 법률안 및 결의안 등을 제출할 경우 사전에 본인이 속한 정당 3역(간사장·총무회장·정무조사회장)과 국회대책위원장의 승인을 얻지 못한 경우 중의원 사무국이 수리자체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법·중의원규칙이나 중의원 선례집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은 위와 같은 기관승인의 관행은 현재 중의원의 모든 정당과 회파가 채택하고 있다. 이로써 여야 정당을 막론하고 의원입법의 입안단계에서 법률안을 제출하려고 하는 의원의 소속 정당·회파가 법률안의 내용을 심사하고 제출을 승인하는 사전 당내 심사절차를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이에 특정정당 소속 특정의원이 당내에서 법정 발의요건을 충족하는 찬성의원을 모은다 하더라도 소속 정당·회파의 기관승인을 얻지 못하면 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또한 소속 정당·회파의 다수파가 반대하는 법안이나, 일부 의원이 초당적으로 작성한 법안은 정당·회파를 초월하여 법정발의 요건의 찬성자를 모은다하더라도 실제 그것을 제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구조이다. 즉 법안발의를 위한 법정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공식적인 입법절차 이외에 부가된 기관승인의 관행에 의해 정당·회파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제출된 법률안을 수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의원입법에 대한 부당한 사전제약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본래 법률안은 국회에 제출된 뒤에 공개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을 정당이라는 사적인 단체 내부의 밀실에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짐으로써 국회의 심의를 공동화시킬 뿐만 아니라, 의원이 특정 단체의 이익대표로서 활동하는 장을 제공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는 각 정당·회파의 기관결정을 의원입법의 발의·제출의 필요조건으로 삼지 말아야 하며, 각 정당이 시행하고 있는 당의구속도 의안의 내용에 따라 적용하지 않거나 최대한 완화하고, 적용하더라도 심의가 일정 정도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당의구속을 해야 한다는 견해 등이 제시되고 있다.68)
일본의 의원내각제 운영 속에서 나타난 입법과정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법률안의 입안에서부터성립까지 정부 내각관료가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점이나, 비공식적이고 불투명한 사전 당내심사절차인 여당의 사전심사나 기관승인의 관행으로 입법권의 제약, 형해화한 국회심의과정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의원제출 법률안의 저조함이나 의원의 법안발의 요건의 엄격함, 비공식적인 국회위원회 간에 이루어지고 있는 의사운영의 불투명성 등을 들 수 있다. 이 중 특히 비판받는 점은 의원입법을 제약하는 정당내 사전심사절차라 할 수 있는 기관승인의 관행이며, 더불어 의원입법에 대한 불신의 온상이 되고 있는 여당심사제 및 정당강제이다.69) 일본 입법과정의 특징은 전술한 바와 같이 관료와 여당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점인데 이는 의원내각제의 제도적 특징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 특유의 밀실 정치문화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일본 국회는 우리처럼 많은 수의 법률안이 제출되지 않는다.70) 내각 제출법률안과 의원제출법률안을 통틀어서 내각 제출법률안이 많고, 제출된 법률안의 다수를 점하는 내각 제출법률안의 심사과정이 상대적으로 더 까다롭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법률안에 대한 규제심사나 입법평가의 필요성이 잘 제기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의원입법 건수나 영향력은 크지 않기 때문에,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심사의 필요성이 약하다. 반면 그만큼 내각 제출법률안에 대해서는 내각법제국 등에서 엄격히 사전심사를 행하여 입법의 품질을 높이고 있는 점은 의원입법이 절대 다수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의원입법에 대한 입법조사처나 법제처 등 관련 전문기관의 사전심사를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4. 결론
정부발의 법률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현상이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에도 보편적인 현상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의원발의 법률안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문제는 의원입법의 가결률이 낮아 입법의 효율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이다. 즉 국회가 많은 법안을 심의 의결해야 하는데서 오는 경제적 시간적 소모가 크게 늘었을 뿐만 아니라, 의원입법은 입법을 위한 전문인력과 정확한 정보의 수집능력 부재에서 오는 한계로 흠결이 많은 상태로 가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의원입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상호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으로는 다음과 같다. 먼저, 국회 상임위와 법안 관련 정부 부처 상호간의 협의제도 및 법제처와의 3자간 회동을 정례화 하고, 각 기관에 법안 협의전담부서를 마련하거나, 상호 간의 인적교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의원입법은 발의 직후부터 관련 정부 부처와 법제처에 의무적으로 회람시키고, 졸속입법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소한 3∼6개월의 심의 기간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제처 등 정부의 법률전문 부처 내에 국회 보좌직원의 법안 입안 전문연수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법제처 등으로 하여금 국회 법률입안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행정조직을 설정하여 정부가 국회의 의사일정 등에 적극 참여하거나 협력하도록 하는 방안도 도입되어야 한다. 그에 더하여, 법제처와 국회입법조사처의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여 당해 법령 심의단계에서 국회와 정부의 법안심의에 대한 자료 및 의견교환을 하도록 하는 한편, 특히 정당을 매개로 하여 입법과정에 참여하는 정부와 국회를 연결지우는 제도적 방안과, 의원입법을 발의하기 전에 원칙적으로 행정부와 협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만한하다. 이를 위하여서 의원 입법안 발의과정에서 어느 정도 행정부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행정부 내에서도 행정 각 부처마다 서로 통일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행정부의 의견 개진은 법제처나 법무부로 일원화 의견개진을 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