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2020년 7월 29일에 프랑스 상원에서는 민사책임법 개정안이 제안되었다. 상원개정안은 현재로서 가장 최근의 민사책임법 개정안이다. 시대에 부합하는 민법전을 보유하기 위하여 민법전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 개정안을 소개하는 것은 중요한 참고자료를 보태는 일이 될 것이다. 필자는 프랑스민법전 제3권 제3편 제2부속편(계약외책임) 제1장(일반 계약외책임)에 위치하고 있는 “타인의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1)에 관한 프랑스 상원개정안의 내용과 이유를 소개하고자 한다. 친권자책임과 사용자책임 등을 포괄하는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지난 30여년간 판례가 크게 변화한 분야이다. 프랑스민법전에서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에 관한 조문이 단 한 조문(제1242조)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만큼 판례의 역할이 컸다.2) 이 책임은, 2005년 까탈라초안(avant-projet Catala)의 개혁 열의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인데,3)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 범위를 확장해온 그간의 판례를 승인하고 더 나아가 당연책임을 더욱 확대하고자 하였다. 반면 2011년에 성안된 떼레초안(avant-projet Terré)4)은 ① 책임의 발생사유(faits générateurs)와 ② 타인에게 발생한 손해의 귀속(imputation du dommage causé à autrui)을 구분하고,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후자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책임의 발생사유의 하나로서 규정하지 않았다.5) 상원개정안은 떼레초안과 같은 입장을 취하지 않고 전통적인 배치를 선택하였는데, 그 이유는 테레초안과 같은 방식이 기술적으로는 타당하다고 할지라도 비전문가가 보기에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6)
상원개정안에서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제3권 제3편 제2부속편(민사책임) 제2장(책임의 요건) 제2절(계약외 책임에 관한 규정) 제3부절(타인의 행위)에 위치하고 있다. 조문은 모두 여섯 개(제1243조∼제1248조)이다. 이 중 앞의 두 조문은 총론적인 규정이고 나머지 네 조문은 각론적인 규정이다. 이 조문들은 --약간의 변경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판례의 입장을 조문화한 것이다. 이하에서는 조문의 순서에 따라 설명하되, 총론(제1243조와 제1244조), 타인의 생활방식에 대한 통제권에 근거를 둔 책임(제1245조∼제1247조), 타인의 활동을 통제하고 그 활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의 책임(제1248조)으로 구분하여 설명하겠다. 그리고 각 조문마다 비교대상이 되는 현행 프랑스민법, 까탈라초안, 떼레초안의 내용을 제시하겠다.
Ⅱ. 총론
타인의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조문은 1804년에 프랑스민법이 제정될 때부터 존재하였다. 즉 부모의 책임(제1384조 제2항), 사용자의 책임(같은 조 제3항), 교사와 장인의 책임(같은 조 제4항)이 인정되었다. 제1384조는 2016년 프랑스민법 개정으로 현재는 제1242조가 되었는데, 이러한 유형의 책임, 즉 누군가 자신의 가해행위가 아닌 타인의 가해행위로 일어난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생각은, 무엇보다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을 기회를 높이고자 하는 바램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가해자가 무자력인 경우에 그 필요성이 강하다.7) 그밖에 가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생각에 기인하는 점도 있는데,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만 인정하고 가해자 자신은 면책되는 경우에 그러하다. 그리하여 타인의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근거에 관하여는 프랑스에서 별다른 의문이 제기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어떤 타인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논란이 있었다. 즉 ① 가해자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에 서서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에 관한 민법조문을 한정적으로 해석하는 견해와, ② 피해자의 이익을 고려하여 그 조문들을 확장적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대립하였다. 후자에 속하는 학자들이 주목한 조문은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1항이다. 이 조문은 “누구나 자신의 행위에 의하여 야기된 손해뿐만 아니라, 그의 책임 하에 있는 자의 행위 또는 자신의 관리 하에 있는 물건으로 인하여 야기된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학자들은 이 조항이 타인의 행위로 인한 추정책임의 일반원리를 규정한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초기의 판례는 전자의 입장, 즉 타인의 행위로 인하여 손해배상책임은 한정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에 따르면 부모의 책임에 관한 제1242조 제4항은 미성년자를 위탁받은 사적 시설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미성년자를 수용한 시설에서 미성년자가 손해를 야기한 경우에 시설은 미성년자를 감독할 의무를 게을리한 과책(faute)이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파기원은 1991년 3월 29일에 내린 Blieck 판결8)에서 타인의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적용범위를 크게 변경하였다. 이 판결에서 파기원은 타인의 생활방식을 조직하고 지휘하고 통제하는 사람은 그 타인에 의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추정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칙을 선언하였다. 즉 제1242조에 규정된 타인의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목록이 한정적이 아니고 다른 경우에도 제1항에 기초하여 추정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는 물건으로 인한 책임(responsabilité du fait des choses)의 일반원칙을 창설한 1930년 파기원판결9)에 견줄 만한 일이었다.
상원개정안 제1243조는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의 한정적 성격, 즉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제1244조부터 제1248조까지에 규정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는 점을 규정한다. 이처럼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이 판례에 의해 확장되는 것을 제한10)하는 이유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인데,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면 법조문이 그에 대응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에 반대하는 견해11)도 있다.
타인의 행위로 인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성년자와 특별한 감독을 필요로 하는 상태 또는 상황에 처해 있는 성년자의 생활방식에 대한 통제권에 근거를 둔 손해배상책임이다(제1245조∼제1247조). 다른 하나는 타인의 활동을 통제하고 그 활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의 손해배상책임이다(제1248조). 현행 프랑스민법과 비교하여 보면, 가사피용인의 행위에 대한 가사고용인(maître)의 책임(제1242조 제5항), 견습생의 행위에 대한 장인(artisan)의 책임(같은 조 제6항), 학생의 행위에 대한 교사(instituteur)의 책임(같은 조 제6항)이 삭제되었다. 이제는 너무 낡아빠진 조항들이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12)
표에서 볼 수 있듯이, 까탈라초안은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에 관한 첫 조문인 제1355조 제1항에 타인의 행위에 대한 책임의 일반원칙을 규정하였으나, 상원개정안은 그와 같은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는 떼레초안(제13조)과 같다.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4항은 “부모는 그들이 친권을 행사하는 범위 내에서는 그들과 주거를 같이하는 미성년 자녀에 의해 야기된 손해에 대해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함으로써 직접적 가해자인 자녀의 과책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종래의 판례는 부모의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 자녀의 과책을 요구하였다. 그리하여 미성년자에게 분별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미성년자의 과책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부모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파기원이 부모의 책임과 관련하여 ‘미성년자의 과책’이라는 요건을 처음으로 완화한 것은 풀렌바르트(Fullenwarth) 판결13)에서인데, 미성년자의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면 충분하다고 판시하였다. 그후에도 파기원은 미성년자의 과책 유무에 따라 부모의 책임이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15) 손해가 미성년자의 행위에 의해 직접적으로 야기되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점14)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반면 사용자책임에 있어서는 여전히 피용자의 과책을 요구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피용자라는 자격은 ‘물건의 관리자’라는 자격과 양립할 수 없으므로16) 피용자의 과책이 증명된 때에만 사용자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스포츠클럽과 같이 타인의 활동을 통제하는 사람도, 피해자가 직접적 가해자의 과책을 증명한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즉 클럽 회원이 경기규칙을 준수하였다면 스포츠클럽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17) 그러나 타인의 생활방식을 통제하는 사람의 책임에 관한 판례의 입장은 불확실하다.18)
까탈라초안은 친권자의 책임에 관한 판례의 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원고가 부모 등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손해를 직접 일으킨 자의 행위가 책임을 성립시킬 수 있는 성질의 것임을 증명하도록 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제1355조 제2항 제2문).19) 이 초안은 학계20)뿐만 아니라 가족단체전국연합(UNAF)으로부터도 환영을 받았다. 피해자가 부모 자신의 행위를 문제삼아 소구한다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을 사안에서,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 명목으로 소구하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부당하기 때문이었다. 가령 어느 성인이 경기를 하면서 경기규칙을 준수하였지만 다른 참가자를 다치게 한 경우에 그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21) 하지만 미성년자가 경기를 하다가 다른 참여자를 다치게 하였다면 설령 경기규칙을 준수하였더라도 그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데, 이는 부당하다는 것이다.22)
상원개정안 제1244조도 까탈라초안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즉 미성년자녀에게 과책이 없는 경우에조차 미성년자녀가 일으킨 손해에 대해 부모의 당연책임을 인정한 파기원과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부모에게 과도하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지 않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통적으로 판례는 심신상실자와 유아는 의사가 없으므로 그에게 과책(faute)을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책임도 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즉 책임능력(imputabilité morale)이 있어야만 과책(faute)이 성립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 결과 의사무능력자의 보호자 내지 감독자는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제1242조)이 아니라 본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제1240조, 제1241조)을 부담하였다.23) 그런데 1968년에 정신장애자의 경우에 책임무능력을 이유로 한 면책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민법 조문(당시 제489-2조, 현행 제414-3조)이 신설되었다.24) 그에 따라 이 규정이 성년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인지 유아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인지에 관하여 학설상 논란이 일어났다. 판례는 초기에는 이 조문을 정신착란상태에서 행동한 성년자와 ‘지각 있는 나이(l’age de raison)’에 도달한 미성년자에게 적용하였다.25) 하지만 1984년에 이르러서는, 미성년자가 객관적 과책(faute objective)26)을 범한 사안에서 파기원은 미성년자 자신의 책임과 부모의 책임을 모두 인정하였다. 특히 2014년 9월 11일 판결에서 파기원은 “부모에게 (구) 민법 제1384조 제4항27)을 근거로 한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미성년자에게 (구) 민법 제1382조28)를 근거로 한 책임을 인정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29) 이는 피해자를 위한 것인데, 미성년자의 부모의 재정능력이 자신들에게 선고된 배상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수준인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신체적 장애를 입어서 법원이 정기금 배상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미성년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피해자의 장래를 위해서 효율적이라고 한다.30)
2009년에 유럽 민사법의 공통기준안31)이 마련되자 프랑스도 그에 따라야 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 친권자의 당연책임이 인정되고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의 일반원칙이 등장한 마당에 정신적 무능력자(infantes)의 책임을 제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한다.32) 이와 같은 취지에서 상원개정안도 “반대의 규정이 없는 한,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손해를 직접 일으킨 자의 책임과 경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제1244조 후단). 뒤에 설명할 상원개정안 제1248조 제4항은 여기서 말하는 “반대의 규정”에 해당한다. 그에 따르면 피용자는 의도적 과책을 범한 경우 또는 허락 없이 자신의 권한과 상관 없는 목적을 위해 행동한 때에 한하여 개인적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이다.33)
1991년의 Blieck 판결은 미성년자의 행위로 인하여 수인의 책임이 경합하게끔 만들었다. 특히 미성년자녀가 다소 장기간 (법인 또는 자연인인) 제3자에게 위탁되어 있는 때에는 피해자는 여러 명의 손해배상책임자를 상정할 수 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는, 민사 또는 형사 법관이 미성년자를 보호 또는 제재할 목적으로 프랑스민법 제375조에 기하여 특별시설에 수용할 것을 결정한 경우이다. 그 경우 한편으로는 부모의 책임이 성립하기 위한 요건들(법적 동거와 친권)이 충족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용시설이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1항에서 말하는 의미에서 타인의 생활을 항시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양자(부모 그리고 부모를 대신하는 제3자)가 중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부모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고 하여 양자의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가? 판례는 양자의 책임이 동시에 성립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즉 부모의 책임만 인정하거나34)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1항에 기한 책임만 인정하였다.35) 이는 종래의 원칙을 Blieck 판결에도 적용한 결과이다. 이는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택일적인 것이며 중첩적일 수 없다는 원칙으로서, 파기원이 오래 전부터 인정하였고36) 하급심 법관들이 이어받은37) 원칙이다.
하지만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들 가운데 서로 구분되는 두 가지 책임의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중첩적용을 하여서는 안된다는 조문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판례에 반대하는 주장이 제기되었다.38) 실무상의 관점에서 보아도 민사책임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피해자 구제에 유리하고,39) 손해배상채무를 변제한 자로서도 구상권 행사를 통해 자신의 부담을 저감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까탈라초안은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들이 서로 배척하지 않고 경합할 수 있음을 문언상 명백히 하였다(제1356조 단서).40) 하지만 떼레초안(제14조 제2항)은 이러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원개정안은 통제시설의 책임이 인정되는 때에는 부모나 후견인의 책임은 배제된다고 규정함으로써(제1245조 제3호 단서) 판례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Ⅲ. 타인의 생활방식에 대한 통제권에 근거를 둔 책임
생활방식을 규율할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서는 한편으로 미성년자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 장애나 전과 때문에 특별한 감독이 필요한 성인이 있다. 미성년자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상원개정안 제1245조에, 성년자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상원개정안 제1246조에 규정되어 있다. 상원개정안 제1247조는 미성년자든 성년자든 불문하고 그들에 대한 통제임무를 계약에 기하여 맡은 사람들의 추정과책 책임을 규정한다. 이 책임은 제1245조와 제1246조에 규정된 객관적 책임(responsabilité objective)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상원개정안 제1245조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당연책임을 지는 사람은 부모, 후견인, 그리고 사법부나 행정부의 결정에 의해 미성년자의 생활방식을 상시적으로 조직하고 통제할 책임을 맡게 된 사람이다. 차례로 설명한다.
상원개정안 제1245조는, 미성년자와 관련하여,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와 후견인의 당연책임을 인정하고, 현행 프랑스민법 제1242조에 규정된 동거 요건을 삭제하였다. 그런데 이는 이미 판례에서 인정되어 온 것이다.
최근까지 미성년자의 행위로 인한 부모의 책임은, 친권자로서 감독과 교육을 행할 의무를 준수하지 못한 과책의 추정(faute présumé)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부모의 책임은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이 아니라, 미성년자의 행위를 통해 부모의 과책이 드러난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피용자의 행위로 인한 사용자의 책임이 진정한 객관적 책임(responsabilité objective)41)인 것과 달랐다. 즉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7항이 “부모와 장인(匠人)이 이러한 책임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억제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이상에서 언급한 책임이 발생한다”고 규정하는 결과, 부모는 교육과 감독의 의무를 태만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서 미성년 자녀의 행위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42)
하지만 학자들은 사법부가 부모의 당연책임, 즉 무과실책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였다.43) 결국 파기원은 1997년 베르트랑(Bertrand) 판결44)을 통해서 부모의 당연책임을 인정하였다. 그 판결 이래 부모는 외부원인(cause étrangere)을 원용하여서만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되었는데, 불가항력의 경우에는 전부 면책, 피해자의 과책이 있는 경우에는 일부 면책을 받을 수 있다. 부모가 과책과 상관 없이 객관적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친권자들이 손해 발생을 예방하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자극한다. 둘째, 피해자들이 종종 보험에 가입되어 있기도 한 자력 있는 배상의무자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그 배상의무자의 과책을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상원개정안도 판례를 좇아서 부모의 당연책임을 인정한다(제1245조).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4항에서 정하는 부모의 책임은 오직 자녀와 동거하고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에게만 적용된다. 프랑스민법은 부모의 공동친권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45) 그러나 친권이 있어도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제1242조 제4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프랑스에는 친권위임(délégation de l’autorité parentale)이라는 제도가 있는데(프랑스민법 제376조부터 제377-3조)46) 그 경우에는 수임인이 친권을 행사하므로, 부모에게는 제1242조 제4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친권자에게는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4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런데 판례가 부모의 면책가능성을 제한하는 마당에 동거의 요건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모순적인 면이 있다. 부모가 자녀를 교육시키고 감독하려면 자녀와 동거하여야 하지만, 부모에게 교육이나 감독에 있어서의 과책 여부를 묻지 않고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굳이 부모의 책임에 동거의 요건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파기원은 부모와 자녀가 물리적으로 동거하지 않는 경우에도 법적인 동거를 인정함으로써 동거요건이 불충족되는 사례를 제한하였다. 가령 기숙학교에 다니는 미성년자가 언제나 부모와 동거하는 것으로 인정되었다.47) 부모가 이혼하거나 별거(séparation de corps)하는 경우에도 비양육친이 방문 유숙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자녀와 양육친의 동거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48) 부모가 단순히 사실상의 별거(séparation de fait)를 하는 경우에는 자녀와의 동거 중단이 인정되지 않고 부모 모두가 자녀의 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까탈라초안은 “친권을 행사하는 부모는 미성년자가 일으킨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친권행사만을 책임의 근거로 삼고, 동거 요건은 삭제하였다(제1356조). 이 제안은 가족단체 전국연합(UNAF)의 지지를 받았다. 상원개정안 제1245조 제1호도 “부모는 친권을 행사하는 범위에서, 미성년자가 일으킨 손해에 대하여 당연히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동거하지 않는 부모에게조차 엄격책임을 지우는 것은 가혹하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49)도 있다.
통상적으로 부모는 자신들의 미성년 자녀가 행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해 연대하여 배상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피해자는 부모 일방만을 상대로 전액을 청구하며, 그 일방은 타방을 상대로 일부 구상을 하여야만 한다. 프랑스민법 제1317조는 “공동연대채무자 사이에서 그들은 각자 자기 부담부분에 한하여 채무를 분담한다. 자기 부담부분을 넘어서 변제한 공동연대채무자는 다른 공동연대채무자에 대하여 그들의 고유한 부담부분에 비례하여 구상할 수 있다”. 공동연대채무자 중 1인이 자력이 없는 경우, 그의 부담부분은 변제를 하였거나 연대면제의 이익을 받은 자를 포함하여 자력이 있는 공동연대채무자들 사이에 그 분담분에 따라 분배된다.”고 규정한다. 제1항에서 말하는 ‘자기분담부분’은 균등한 것으로 추정되지만(프랑스민법 제1309조), 부모 각자가 범한 과책이 상이한 경우에는 부모 일방과 타방의 분담부분이 상이할 수 있다.50) 어머니의 주소에서 거주하는 미성년자녀가 피해자에게 가한 폭행의 결과에 대해 부모 쌍방이 민사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판결이 선고된 사건이 있었다. 어머니의 책임보험자가 피해자에게 합의금을 보상한 후 미성년자의 아버지를 상대로 합의금의 절반의 지급을 구하였으나 항소법원은 피해자와의 합의를 아버지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이유는 아버지는 그 합의에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파기원은 부모 쌍방이 미성년자녀가 일으킨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이미 선고된 바 있으므로 항소법원으로서는 부모 각자의 분담부분을 결정하여야 한다고 하여 항소심판결을 파기하였다.51)
위에서 말한 상황과는 달리 부모의 연대책임이 서로 다른 법적 근거에 기하여 발생할 수도 있다. 가령 부모 일방은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4항에 기하여 책임을 부담하지만, 자녀와 통상 동거하지 않는 타방은 제1240조에 기하여서만 책임을 지는 경우에 그러하다. 1997년 2월 19일의 Samda 판결의 사안이 바로 그러하였다.52) 이 경우 제1240조에 기하여 책임을 부담하는 일방이 손해배상채무를 변제를 하였다면 그는 제1242조 제4항에 기하여 책임을 지는 타방에게 구상권을 갖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판례는 변제자가 자신의 과책을 이유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하였던 때에는 당연책임을 부담하는 자에게 구상권을 갖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53) 반대로 제1242조 제4항에 기하여 책임을 부담하는 일방이 변제를 하였다면 그는 타방을 상대로 전액에 대해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54)
미성년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부모라도 친권자인 경우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상원개정안에 통과된다면, 향후 부모 일방의 타방에 대한 구상은 주로 과책비율에 기한 분담부분을 구상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자녀 자신의 책임이 성립하고 부모는 가해행위자가 아닌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된 부모는 자신의 자녀에 대해 전액 구상권을 갖는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자녀의 재산이 부모의 재산보다 더 많은 경우에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4항에 기하여 민사책임을 부담한다는 판결을 받은 사람(가령 어머니)이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한 경우, 과책에 기하여 책임을 부담하는 행위자(가령 미성년자녀)를 상대로 한 변제자대위(프랑스민법 제1346조)가 인정된다.55) 하지만 실제에서 부모가 이 권리를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도덕적인 이유에서이기도 하지만, 자녀에게 과책이 없는 경우에도 부모가 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보험법전은 고의(faute intentionelle)로 인한 보험사고를 보험보상에서 제외하며(제L.113-1조), 이는 강행규정이다.56) 고의는 위험의 우연성을 깨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보험법전 L.121-2조는 “피보험자가 민사상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자가 야기한 손해는, 행위자의 귀책사유의 심각성이나 성격과 상관없이, 보험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하며, 이 역시 강행규정이다.57) 이 조문에 나타난 귀책사유에는 고의도 포함된다. 즉 미성년자나 피용자가 고의로 야기한 손해에 대해서 친권자나 사용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경우에 보험자는 보상의무를 부담한다. 미성년자나 피용자의 행위로 인하여 책임을 부담하는 피보험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책임영역 내에 있는 자의 행위는 우연한 위험이기 때문이다.58) 그리고 프랑스보험법전 제L.121-2조가 보험자에게 부과하는 보상의무는 강행규정성을 갖기 때문에, 미성년자들간의 싸움의 경우에는 보험자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면책하기로 하는 약정은 무효이다.59)
부모가 가입한 보험회사가 피해자의 손해를 보상한 후 행위자인 자녀에게 구상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보험자가 피보험자 또는 피보험자의 근친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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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피보험자에 대한 대위구상 불가
기명피보험자가 자녀를 위해 민사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자녀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없다. 판례에 따르면, 이 경우에 자녀가 피보험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보기 때문이다.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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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보험법전 제L.121-2조에 의한 대위구상의 제한
자녀가 피보험자의 지위를 갖지 않는다고 한다면, 보험자는 자녀의 해악의 의사를 주장하여 구상권을 행사하고자 할 것이다. 프랑스 보험법전 제L.121-12조 제3항은 “보험자는 직계비속이나 피용자 그리고 피보험자와 통상적으로 동거하는 사람에 대해 구상권을 갖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해악의 의사(malveillance)를 가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므로, 자기 책임을 부담하는 자녀를 상대로 보험자가 구상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61) 해악의 의사란 보험법전 제L.113-1조에서 말하는 고의(faute intentionelle)와 마찬가지로 이해되는데, 즉 가해(dommage)의 의사와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한 의사가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행위자에게 피보험자(가령 부모)를 상대로 한 해악의 의사가 있었던 경우에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62) 미성년자녀가 피해자를 일부러 구타한 사건에서 민사책임을 부담하게 된 부모의 보험자가 자녀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였으나 기각된 사건에서 기각이유는 미성년자가 자신의 부모에 대해 해악의 의사를 갖지 않았기 때문이었다.63)
미성년자들이 집단적으로 가해행위를 범한 경우에 공동불법행위자들의 부모들은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4항에 기하여 자신들의 자녀가 일으킨 손해에 대해 연대책임을 부담한다. 이 경우 자신의 분담부분을 초과하여 변제를 한 자는 다른 연대채무자들에 대해 구상권을 갖는다. 이를 위해 부모들이나 그 보험자는 분담부분을 계산하여야 한다. 원칙적으로 분담부분은 행위자들 각자가 갖는 인과관계에 달려있다. 하지만 실제에서 판례는 과책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분담부분을 결정한다.64) 이를 두고 법관들이 인과관계라는 명분으로 도덕적 판단을 하고 있다며 비판하는 학자도 있다.65) 파기원 형사부는, 항소법원이 공동불법행위간의 책임의 분할을 행할 권한이 없으며 그들이 배상금을 연대하여 지급할 것을 명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66)
두 부모가 모두 사망하거나 친권의 행사가 박탈된 경우에 미성년자는 후견의 보호를 받는다(프랑스민법 제390조 제1항). 친자관계가 법적으로 성립되지 않은 미성년자도 후견의 보호를 받는다(같은 조 제2항). 부모의 책임에 관한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4항은 미성년자의 후견인(tuteur)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앞서 말하였듯이, 파기원은 1991년 3월 29일에 내린 Blieck 판결에서 타인의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적용을 크게 변경하였다. 그 후 파기원은, 후견법관의 결정에 의해 미성년자의 후견을 담당하게 된 도(département)는 그때부터 당해 미성년자의 생활방식을 상시적으로 조직하고 통제할 책임을 지게 되었으므로 그 미성년자가 행한 가해행위에 대해 당연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67)
상원개정안은 판례를 받아들여, 미성년자의 후견인의 당연책임을 규정한다(제1245조 제2호).
앞에서 프랑스 판례는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 간의 중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따라서 미성년자가 통제시설에 수용된 경우에 그 미성년자의 행위로 인한 책임에 대해 제1242조 제1항(감독자책임)을 적용할 것인지 아니면 제1242조 제4항(친권자책임)을 적용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미성년자가 법원의 판결에 기하여 제3자에게 위탁된 경우 판례는 감독자인 그 제3자의 책임을 인정하였다.68) 이는 미성년자의 가해행위시에 그 부모가 방문 유숙권(droit de visite et d’hébergement)을 행사하고 있던 경우69)에도 마찬가지이다. 반대로 미성년자녀가 행정적 결정에 따라서 또는 단순한 합의에 기하여 제3자(의료교육센터,70) 기숙학교, 친척, 자녀친구의 부모 등)에게 위탁된 때에는 판례는 자녀와 그 부모가 여전히 동거하고 있다고 인정하여 부모의 책임만을 인정하였고 이는 제3자가 미성년자를 맡은 기간의 장단(長短)과 무관하였다.
상원개정안은 판례를 받아들여, 사법부나 행정부의 결정에 의해 미성년자의 생활방식을 상시적으로 조직하고 통제할 책임을 맡게 된 사람이 미성년자의 행위로 인한 당연책임을 부담함을 규정한다(제1245조 제3호). 상시적으로든 임시적으로든 미성년자를 감독할 책임을 계약에 기해서 맡았거나 사실상 맡고 있는 사람들(조부모나 친구)에게는 이 조문이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이들에게는 상원개정안 제1247조에 규정된 추정과책책임이 부과될 여지가 있다.71) 또한 부모나 후견인의 책임과 통제시설의 책임이 서로 경합하지 않음을 규정한다(같은 호 단서).
Blieck 판결72)에서 파기원은 타인의 생활방식을 조직하고 지휘하고 통제하는 사람은 그 타인에 의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부담한다는 원칙을 선언한 바 있다.
상원개정안은 판례를 받아들여 성년자의 법적 감독의무자에게 당연책임을 부과한다. 상원개정안 제1246조는 앞서 본 제1245조 제3호에 해당하는 내용을 성년자에 관하여 규정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어느 성년자의 생활방식을 상시적으로 조직하고 통제할 책임을 사법부나 행정부의 결정에 의해서 맡은 사람은 그 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당연책임을 진다. 그 성년자는 경범죄를 범한 청년일 수도 있고 피후견성년자일 수도 있고 정신질환자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제1245조와 마찬가지로, 계약에 기해서 성년자의 감독임무를 맡은 사람들에게는 이 조문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는 제1247조가 적용된다.
스포츠클럽에 속한 미성년자가 경기 도중에 상대 팀 선수를 다치게 한 경우에 판례는 스포츠클럽의 손해배상책임을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1항에 기하여 인정하였다.73) 하지만 성인이 가해자인 경우에는 달리 판단하였다. 후견 등의 보호조치를 받지 않는 치매환자가 의료시설이 갖추어진 양로원(Les Opalines)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가 같은 양로원에 있는 노인에게 치명상을 입힌 사건이 있었다. 여기서 양로원이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을 부담하는지가 문제되었는데, 항소법원은 가해노인이 계약에 기하여 수용된 자이므로 양로원은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고, 파기원도 상고를 기각하였다.74)
Hauser 교수는 이 판결을 지지하면서, 사회시설이나 의료사회시설에 수용된 것이 사법부나 행정부의 결정에 기한 것인 때에는 그 시설이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1항에 기한 무과실책임을 부담할 수 있을 것이지만, 계약에 기해 수용된 경우에는 시설은 계약상의 책임만을 부담하며 시설의 과책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75) 이와 같이 구분하는 경우 직업적으로 또는 가족으로서 보호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피보호자의 행위로 인한 책임을 부담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한다.
상원개정안 제1247조는, 계약에 의하여 성년자든 미성년자든 타인을 감독하는 임무를 맡거나 그들의 활동을 조직하고 통제하는 임무를 맡은 직업인들(가령 육아도우미, 레저센터, 요양원)에게 적용되는 조문이다. 이들은 무과실책임이 아닌 추정과책에 기한 책임을 지도록 하였다.76) 까탈라초안(1358조)와 떼레초안(제16조)도, 직업적으로 타인을 감독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으로 하여금 당연책임이 아니라 추정과책에 기한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성인의 생활방식을 상시적으로 조직하고 통제하는 데 기반한 책임제도를 두는 데 대하여 법관들과 여러 단체들이 적대적이라고 한다.77)
그리고 위에서 예로 든 바와 같이 스포츠클럽에 속한 미성년자가 상대팀 선수를 다치게 한 때에 피해자가 부모와 스포츠클럽을 모두 피고로 삼아 소송을 제기한다면, 부모의 당연책임만 인정되고 상원개정안에 따른 추정과책책임은 자동적으로 배척될 것이라 예상된다.
Ⅳ. 타인의 활동을 통제하고 그 활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의 책임
상원개정안 제1248조는 피용자의 행위로 인한 사용자의 당연책임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받아들인 것이다.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5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피용자가 맡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일으킨 손해에 대해 배상책임이 있다. 사용자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 ① 사용관계(lien de préposition)가 있어야 하고, ② 피용자의 과책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야기하였어야 하며, ③ 가해행위와 피용자의 직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사용관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첫째, 피용자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있는 상태(situation de subordination)에 놓여 있어야 하고, 둘째, 사용자가 피용자의 활동으로부터 이익을 취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피용자(préposé)라는 자격은 노동계약(contrat de travail)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판례는 일부의 전문직업인에게도 피용자의 자격을 인정하였다. 월급을 받는 변호사78)나 의사가 그 예이다. 의사가 의술을 행함에 있어서 독립성을 갖는다고 하여 종속적 상태에 있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79) 노무공급자인 이들이 사용자의 사업에 편입(intégration du travailleur à un service organisé)되어 있기 때문이다.80) 까탈라초안은 사용자(commettant)를 “피용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명령이나 지시를 내릴 권한을 가진 자”라고 규정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제1359조 제1항 제2문). 상원개정안 제1248조 제1항은 이와 동일한 문구를 사용하여 사용자를 정의한다.
가해행위는 피용자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판례에 따르면 다음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사용자가 면책된다 : 피용자가 ① 고용된 직무 범위 외의 행위를 ② 사용자의 허락 없이 ③ 업무를 벗어난 개인적인 목적으로 행위하였다.81) 직무남용이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법원은 피용자가 직무를 벗어나 행동하였다는 데 대해서 피해자가 선의이었지 여부를 검토한다. 사용자책임은 추정된다. 사용자는 자신이 아무런 과책을 범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피용자의 행위가 자신에게는 불가항력에 해당하였다고 증명하는 등으로 면책될 수 없다.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요건 중 하나가 충족되지 않았음을 증명하여야만 면책될 수 있다. 상원개정안 제1248조 제3항은 이러한 파기원의 입장을 명문화한 것이다. 제1문은 직무남용(abus de fonctions)의 경우에 사용자의 면책가능성을 인정하고 파기원이 인정한 세 가지 요건을 규정한다. 그에 따르면 “사용자는, 피용자가 직무 외의 행위를 허락 없이 자기 권한과 상관없는 목적을 위해 하였을 때에만 면책된다.” 이어서 제2문은 피해자가 피용자가 사용자를 위해 행동한다는 점을 적법하게 믿을 수 없었던 때에도 사용자의 면책을 인정한다.
프랑스민법 제1242조 제5항은 “가사고용인 및 사용자는 그들이 사용하는 영역에서 가사피용인 및 피용자에 의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결과 피해자는 피용자와 사용자 중에서 피고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용자는 피용자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판례는 피용자가 자신의 업무 범위를 벗어났던 경우에만 피용자를 상대로 피해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소구하거나82) 사용자가 구상권을 행사하는83) 것을 허용하는데, 사실 허용되는 예가 드물다. 또한 형사책임과 민사책임 사이에 충격적인 간극이 생기는 것84)을 막기 위해서, 파기원은 피용자가 “고의적 형사과책”85) 또는 “프랑스형법전 제121-3조가 의미하는 가중과책(faute qualifiée)”86)을 범하여 가해한 때에는 피해자가 피용자를 상대로 민사책임을 소구하는 것을 허용한다.
피용자의 면책에 관한 판례의 입장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사용자책임은 피용자의 책임에 더해 피해자에게 제공된 일종의 담보(garanties)인데, 판례와 같이 피용자 면책을 원칙으로 한다면 피해자는 이제 하나의 피고만을 상대하여야 하고, 이는 그에게 제공된 담보를 감소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87) 특히 사용자가 파산을 한다든가 하면 사용자로부터 변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므로 피해자가 피용자를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까탈라초안은, 피해자가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보험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었음을 증명한 때에는, 피용자를 상대로 배상청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제1359-1조).
하지만 이에 대해 파기원 측에서 다시 반론이 제기되었는데, 피해자에게 배상기회를 늘려주는 것이 정당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피용자가 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된 상태에 있는데도 사용자의 보증인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88) 기업가 단체들89)은 다른 이유에서 난색을 표명하였는데, 까탈라초안과 같이 하는 경우 사용자는 자신의 피용자들 전원을 피보험자로 하는 민사책임보험에 가입하여야만 할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까탈라초안의 입장에 대한 또다른 우려는 일관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 즉 피용자가 피해자로부터 소구당할 수는 있지만 사용자로부터는 구상당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0년동안 판례는 피용자에게 중과책이 있는 경우90)에만 사용자의 구상권 행사를 허용하였다. 피용자의 해의(intention de nuire)까지 증명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고의적 과책(faute intentionnelle)이 있어야만 구상할 수 있게 한 예도 있는 바, 피용자가 피해자로부터는 소구당하면서 자신의 사용자로부터 구상당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한다.
상원개정안 제1248조 제4항은 판례를 좇아 피용자의 민사면책원칙을 규정하고 거기에 두 가지 예외를 덧붙인다. 즉 ① 피용자가 의도적 과책을 범한 경우 또는 ② 허락 없이 자신의 권한과 상관없는 목적을 위해 행동한 때에 한하여 피용자 자신의 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그리고 까탈라초안(제1359-1조)에서와 같은 예외의 예외를 규정하지는 않는다. 즉 상원개정안은 까탈라초안에 비하여 피용자의 지위를 옹호하는 입장에 있다.
상원개정안의 합헌성을 검토한 논자는 이와 같은 상원개정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제시한 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한다.91) 민사책임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례를 살펴보면 손해배상책임원칙에 있어서의 두 가지 “상반되는 방향”이 있는데,92) 하나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가해자를 지원하는 원칙이라고 한다. 그 중 전자의 원칙은 손해배상책임요건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과책으로 손해를 야기한 자는 배상책임을 져야 하지만, 다음과 같은 요건, 즉 ① 면책이 한정적(circonscrit)일 것, ② 너무 중대한 과책까지도 면책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요건 하에 어느 정도의 제한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실에서 어느 법인(a)이 다른 법인(A)이 결정한 정책에 따라서 행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 법인(a)로서는 그 정책을 따라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법인(A)에 대한 경제적 의존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집단(groupe de sociétés)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집단 내에서 모회사는 사실 자회사에 대해 지시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자회사화”는 특히 1인 회사(sociéte unipersonnelle), 그중에서도 1인 혼합기업(SAS)의 인정과 더불어 크게 발전하였다.93) 대리점 계약이나 프랜차이즈계약에서도 본사와 대리점 사이, 본사와 점주 사이에 의존관계가 형성된다. 기업들은 종종 소비자에게 청약이나 광고를 할 때 완전하게 통합된 기업집단이 일련의 급부를 제공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중에 분쟁이 생기고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면 기업집단 내의 회사들이 서로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프랑스 판례를 보면 과연 법인격이 책임 전가의 방해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미국94)과 유럽연합95)에서는 자회사가 저지른 위법행위에 대해 모회사가 자회사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나아가 자회사가 저지른 위법행위에 대해서 모회사의 영향력 등의 증명책임을 모회사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에 일부 학자들, 특히 Brun 교수는 프랑스도 그러한 법리를 받아들여서 자회사의 행위로 인한 모회사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경제적 의존의 문제가 입법에서 약간은 다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도산절차법에서 그러한데, 프랑스상법전 제6권에 규정된 일반도산절차 중 특정 채무자(a)에 대한 구제절차, 회생절차, 파산절차가 별개의 법인(b)에게 확장될 수 있다. ① 그 법인격이 허구이거나 ② 그 법인(b)의 책임재산이 채무자(a)의 책임재산과 혼동되어 있는 경우에 그러하다(프랑스상법전 제L.621-2조). 파기원이 법인격이 허구라고 인정하는 경우는, 도산절차가 개시된 법인이, 사업주(자연인 또는 법인)의 활동과 구별되는 활동은 없이, 외형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그러므로 도산절차의 대상이 된 회사(a)의 채무 변제를 보장할 목적으로 설립된 어떤 회사(b)가 도산한 회사(a)와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경영자, 동일한 고객, 동일한 프랜차이즈에 기반하여 활동을 계속하였다면, 법원은 그 회사(b)는 허구의 회사라고 판단하고 회생절차를 그 회사에까지 적용한다. 판례상 책임재산의 혼동이 인정된 경우를 보면, 우선 두 법인격 사이에 계좌가 동일하여 적극재산 또는 소극재산의 어느 요소가 두 법인격 중 누구에게 속하는지를 구별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두 법인격 사이에 비정상적인 자금흐름이 있는 경우도 그러한데, 특히 도산절차의 대상이 된 채무자(a)의 재산이 다른 법인격(b)에게로 이전하였는데, 그 다른 법인격(b) 내에서 채무자(a)가 주인(maître des biens)인 경우가 그러하다. 이러한 상황은 특히 기업집단 내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파기원은 이 두 개념(법인격의 허구성, 책임재산의 혼동)의 구성요소에 관하여 매우 엄격한 태도를 보인다. 그리하여 자회사와 모회사에 공통된 경영진이 존재하고 모회사에게 유리한 총회의 결정이 있었던 경우에 자회사의 허구성을 인정하지 않았다.96) 또한 기업집단 내에서 재무관리협정, 인사교류, 모회사에 의한 자산 출자가 행해졌다고 하여 비정상적인 자금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결국 모회사와 자회사의 책임재산의 혼동을 인정하지 않았다.97)
자회사의 행동으로 손해를 입은 자가 모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안에서, 법원은,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해 통제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과책을 범한 때에는 모회사의 책임을 인정한다. 도산법은 적극재산 부족의 책임(responsabilité pour insuffisance d’actif) 청구소송(프랑스상법전 제L.651-2조)98)에서 모회사가 자회사의 사실상 경영자(dirigeant de fait)로서 행동하였다면 모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다. 이는 모회사의 경영상 과책(fautes de gestion)에 기한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소송에서 모회사의 과책 및 그 과책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도산절차법이 문제되지 않은 사안에서, 최근 파기원은 모회사가 자회사에 개입함에 있어서 과책을 범했다는 이유로 모회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있지만, 모회사가 자회사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자회사가 그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자회사를 금전적으로 지원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자회사가 공역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자회사가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공공의 이익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99)
서두에서 필자는 까탈라초안은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 범위를 확장해온 그간의 판례를 승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연책임을 더욱 확대하고자 하였다고 하였는바, 그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제1360조이다. 이 조문은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의 새로운 유형으로서 경제적으로 의존상황에 있는 전문직업인의 활동을 지휘하거나 통제하는 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였다. 제1항은 “자유로운 봉급생활자 ”, 즉 “명령이나 지시”를 받지 않는 사람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고, 제2항은 가맹점사업자나 자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규정한다. 생산부문과 분배부문에서 일어난 경제구조의 변화에 맞추어 진정한 결정권자(가령 가맹본부, 모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의존상태에 있는 전문직업인들의 억울함을 덜어주고 피해자를 잘 보호하자는 취지였다.100) 이에 대하여 소비자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표하였다. 그동안 하나의 상업적 청약과 관련된 활동들이 법적으로는 분리되어 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던 소비자들이 이제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법무부 민사국장 Fombeur는 이 조문은 법인격이라는 기초 위에 세워진 민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제안이라고 우려하였다. 기업가들도 그러한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프랑스는 기업가들이 기피하는 나라가 될 것이며, 실무상으로는 그 적용을 둘러싸고 분쟁이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하였다.101) 나아가 파리 상공회의소(CCIP) 대표들은, 모회사의 책임과 관련하여 자회사에게 행해지는 “통제”라는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였다.102) 이러한 반대의견을 수용하여 상원개정안은 경제적 의존상태에 있는 자의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채택하지 않았다.
Ⅴ. 결
지금까지 프랑스의 2020년 민사책임법 상원개정안 중에서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에 관한 6개 조문을 소개하였다. 이 조문들은 대개 판례를 수용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제1243조와 제1247조는 판례와 다른 입장을 담고 있다. 제1243조는 법원이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을 확장해나가는 것을 예방하려는 의도로 마련되었다. 그리고 제1247조는 계약에 의해 직업적으로 타인을 감독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이 피감독 성년자에 의해 일어난 손해에 대해 추정과책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데, 이는 과책책임만을 인정하는 판례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프랑스는 손해배상책임의 경합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원개정안 제1244조에 따르면,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과 행위자 본인의 책임은 경합한다. 가령 미성년자의 행위로 인하여 부모의 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 미성년자의 책임도 성립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 민법의 입장과는 매우 다른 것이`. 우리 민법에서는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미성년자의 책임과 부모의 책임이 경합할 수 있으며, 그 경우 부모의 책임은 제755조에 기한 책임이 아니라 제750조에 기한 책임이다. 최근 미성년자에게 책임능력이 있는 경우에도 부모가 감독자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견해가 제기되었는 바,103) 이는 매우 타당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도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즉 민사책임 영역에서는 이제 책임능력이라는 개념을 폐기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법상 친권자의 미성년자녀의 행위로 인한 책임은 친권자의 과책과 상관없는 당연책임(responsabilité de plein droit)이다. 이는 한국 민법에서 제755조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과실추정책임(중간책임)인 것104)과 대비된다. 그런데 상원개정안 제1245조는 기존의 책임요건 중 하나인 ‘동거’요건을 삭제하였다. 따라서 부모는 친권자이기만 하면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다. 부모가 감독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친권이 있는지 양육자인지가 중요한 우리 판례와 비교하여 위 상원개정안을 평가하자면, 개정안은 친권자이면서 동시에 양육자이기를 요구하는 프랑스민법을 단순히 친권자이기만 하면 무과실책임을 지도록 변경하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부모가 이혼한 경우에도 공동친권의 원칙을 취하므로 결국 미성년자와 동거하지 않는 부모까지도 손해배상책임자가 되도록 하는 셈이다. 이는 부모이기만 하면 민법 제755조에 기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최근의 민법개정제안105)과 비슷한 입장이라고 생각된다.
타인의 행위로 인한 책임 개정안을 마련함에 있어서 가장 논란이 된 주제는 사용자책임이었던 것 같다. 프랑스는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 피용자가 면책되는 원칙을 유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의 면책사유에 관하여 상원개정안 제1248조 제3항은, 사용자는 피용자가 “직무 외의 행위를 허락 없이 자기 권한과 상관 없는 목적을 위해 하였음을 증명”한 경우(제1문) 그리고 “피해자가 피용자가 사용자를 위해 행동한다는 점을 적법하게 믿을 수 없었음을 증명”한 경우(제2문)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 민법은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도 피용자가 면책되지 않기 때문에, 프랑스에서와 같이 사용자의 면책사유를 넓게 인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까탈라초안은 타인의 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의 새로운 유형으로서 경제적으로 의존상황에 있는 전문직업인의 활동을 지휘하거나 통제하는 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안하였는데(제1360조), 상원개정안은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 종속관계가 사용자와 피용자 사이 뿐만 아니라 사업자들 사이에도 존재하게 된 마당에106) 상원개정안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의 규모에 따라 사용자책임의 요건을 달리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데,107) 그보다는 까탈라초안과 같은 조문을 도입하는 것이 피해자 구제와 영세사업자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