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소비자는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하기 위해서 해당 상품 또는 용역의 가격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소비자는 사업자가 해당 상품 또는 용역에 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경우, 그 가격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 가격은 사업자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격과 관련하여서는 전적으로 사업자 측의 표시·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하여, 사업자의 부당한 표시·광고를 하는 경우 소비자는 그 부당함을 알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장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부당한 표시·광고로 소비자를 유인할 경우 공정한 경쟁을 해칠 수도 있다.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표시광고법’)을 1999년 2월 5일 제정하여 같은 해 7월 1일부터 시행하였다. 표시광고법에서의 부당한 표시·광고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표시·광고를 할 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표시광고법 제1조 및 제3조).
대형마트 및 편의점 등 전국단위 유통업체에서는, 매출 증대 및 상품 재고 소진 등을 이유로 할인판매를 기획하고 시행하는데, 이 경우 할인된 가격을 상품과 사업장 내에 표시함과 아울러 간행물 등을 통하여 광고한다. 따라서 할인된 가격을 표시·광고를 할 경우 표시광고법에서 정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표시광고법은 제3조에서 부당한 표시·광고 유형 4가지, 즉 ①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② 기만적인 표시·광고, ③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및 ④ 비방적인 표시·광고를 규율하고 있고, 이에 관한 세부 사항은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및 공정거래위원회 고시인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 고시」(이하 ‘유형 고시’라 한다)를 통하여 정하고 있다.
문제는, 유형 고시에서 소위 ‘1+1 행사’ 또는 ‘2+1 행사’와 같이 묶음판매 유형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예컨대, 1+1 행사의 경우, 2개를 동시에 사면 각각 1개씩 사는 것보다 조금 싼 가격으로 할인하여 구매한다고 이해할 수도 있고, 아니면 1개 가격으로 2개를 구입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문언적으로만 보았을 때, 1+1 행사는 2개를 1개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부당한 표시·광고인지 여부를 따지는 요건 중 하나인 소비자오인성은, 사업자의 의도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즉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 소비자의 상식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한다.1) 그런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1+1 할인행사가 달리 해석되면, 소비자뿐만 아니라 표시광고법의 수범자인 사업자 역시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겨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이러한 분쟁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유형 고시를 통하여 위와 같은 상황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할인가격 표시·광고는 주로 사업자 자신의 종전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할인된 가격을 표시·광고하는 것이므로, 종전거래가격을 무엇으로 정하는지도 중요한 사항이다. 현재 유형 고시에서는 종전거래가격을 ‘광고 전 20일 동안의 판매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Ⅲ. 3. 나.)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한 가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는 고등법원 판결도 있었다.2) 물론 이러한 고등법원 판결에 대해 상고심인 대법원3)은 ① 유형 고시와 같이 종전거래가격을 해석하는 것이 일반 소비자들의 인식에 더 부합하는 점 및 ② 유형 고시는 부당 표시·광고를 규제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므로, 사업자가 가격책정 자율권이 침해되거나 소비자후생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이유로 들어 배척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이 배척했다고 하여도, 이렇게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견해가 갈렸다는 것은, 일반 거래 세계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고등법원에서 지적한 문제점과 더불어 다른 나라에서의 ‘종전거래가격’의 기준을 비교하면서 현재 우리의 유형 고시에서 정한 ‘종전거래가격’의 의미를 재검토하고 더 나은 방안이 있는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 논문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기초로 현행 규율체계를 검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아래에서는 먼저 우리의 가격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의 규율체계의 일반에 대해 개관하고, 이를 우리 대법원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펴 본 후 비판과 함께 다른 대안은 없는지 비교법적으로 모색하고자 한다.
Ⅱ. 가격 관련 부당한 표시·광고의 규율체계와 묶음판매의 규율
부당한 표시·광고의 규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불공정거래행위 중 한 유형으로 규율하다가 시장구조가 수요자중심으로 전환되고 소비자의 올바른 상품선택이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관건이 되어 감에 따라, 소비자에게 유용한 시장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4) 1999년 표시광고법이 제정되었다. 즉 공정한 거래 질서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보장을 직접 목적으로 하는 종합적인 표시·광고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어5) 독립된 법률로 제정된 것이다. 이는 표시광고법 목적에서도 나타난다. 표시광고법 제1조는, 부당한 표시·광고를 방지하고 나아가 소비자에게 바르고 유용한 정보의 제공을 촉진하도록 하는바, 이는 소극적으로 부당한 표시·광고를 하지 말라는 것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바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서 표시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사업자, 상품등의 내용, 거래 조건, 그 밖에 그 거래에 관한 사항을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상품의 용기·포장, 사업장 등의 게시물에 쓰거나 붙인 문자·도형 등을 말하고, 광고란 상품 또는 용역에 관한 사업자, 상품등의 내용, 거래 조건, 그 밖에 그 거래에 관한 사항을 정기간행물, 방송 등으로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거나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표시광고법 제2조제1호).
그러면 무엇이 부당한 표시·광고인지 문제가 되는데, 이에 관한 정의는 표시광고법 제3조제1항에서 정하고 있다. 표시광고법상 부당한 표시·광고는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하여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로, ① 거짓·과장의 표시·광고(제1호), ② 기만적인 표시·광고(제2호), ③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제3호) 및 ④ 비방적인 표시·광고(제4호)로 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표시광고법 제3조제2항).
표시광고법 시행령 제3조는 표시광고법 제3조제2항의 위임을 받아, 표시광고법 제3조제1항에서 정한 유형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다. 다만, 시행령에서도 법률에서의 내용을 풀어 서술하고 있을 뿐이고, 관련 내용을 자세히 알 수 없다. 이에 표시광고법 시행령 제3조제5항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부당한 표시·광고의 세부적인 유형 또는 기준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형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유형 고시는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가 성립되는지를 사업자, 사업자단체 및 일반국민에게 예시함으로써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고 부당한 표시·광고에 대한 법집행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유형 고시 Ⅰ.). 그러면 유형 고시는, 법령의 위임을 통하여 그리고 침익적 행정행위를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즉 유형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부당 표시·광고의 유형을 ‘예시규정’이 아닌 ‘열거규정’으로 보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특기하여야 할 것이, 현행 유형 고시의 목적이다. 유형 고시는 부당한 표시·광고의 유형에 관하여 사업자 및 일반소비자에게 ‘예시’하여 법집행의 객관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유형 고시에서 정한 부당한 표시·광고 유형은 열거적이 아닌 예시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유형 고시 Ⅲ. 1. 표시·광고의 기본원칙에서도 “이 고시에 예시된 사항은 일반거래상에 흔히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이고 공통적인 사항만을 추출한 것으로서, 이 고시에 열거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해서 부당 표시·광고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함으로써 다시 한 번 유형 고시는 예시규정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사업자 및 일반소비자에게 예시하여 ‘법집행의 객관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결국 유형 고시는, 예시를 통하여 사업자와 소비자에게 예측가능성을 담보하여 법적 안정성을 제고하고자 함을 알 수 있다. 덧붙여, 법규성이 없는 행정규칙이라 하더라도 행정의 자기 구속의 법리, 평등원칙 및 신뢰보호 원칙에 의거 간접적인 구속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6)
그러면 유형 고시를 통하여 묶음판매를 규율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묶음판매가 할인의 성격을 가지는지 아니면 증정의 성격을 가지는지에 관해 확정할 필요가 있다. 할인의 성격을 가지면 당연히 유형 고시상 ‘할인판매 등에 관한 사항’에 따라 규율될 수 있다. 반면, 증정의 성격을 가지면 유형 고시상 ‘할인판매 등에 관한 사항’이 아닌 ‘기타의 거래내용 및 거래조건에 관한 사항의 표시·광고’에 따라 규율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묶음판매가 할인의 성격과 증정의 성격을 모두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2+1 행사 상품을 각각 1개씩 사서 3개를 사는 것보다 한 번에 3개를 사는 것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할인의 성격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1 행사 상품 가격을 3으로 나누어 그 가격으로 하나의 상품만 살 수 없다. 1개의 상품 가격은 따로 있고, 꼭 3개를 한 번에 사야만 행사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또한 1+1 행사에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1개 가격보다는 비싸지만 2개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 경우에는 증정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또한 기존의 할인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한편, 1+1 행사 등을 증정으로 볼 수도 있는데, 특히 규격이 다른 물건을 덤으로 준다고 하거나 아니면 다른 종류의 물건을 주는 경우, 증정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또한 1개 가격으로 2개를 주는 경우 역시 증정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묶음판매의 성격을 할인으로 볼 수도 증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의 표시광고법령과 유형 고시에서는 묶음판매에 관하여 명확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묶음판매를 증정으로 본다면, 유형 고시 Ⅲ. 3. 가격에 관한 표시·광고의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 유형 고시 3. 가격에 관한 표시·광고는 주로 할인이나 할부와 같은 부분을 규율하고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엄밀한 의미에서 증정은 가격 표시와는 별개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형 고시 Ⅲ. 16. 기타의 거래내용 및 거래조건에 관한 사항의 표시·광고를 통하여 규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유형 고시 Ⅲ. 16. 나목의 경우 “기타 거래내용 및 거래조건 등에 관하여 표시·광고함에 있어서는 사실대로 하여야 한다”고만 되어 있고, 이에 관한 예시로 무료증정이라 하였는데도 일정액 이상 구입해야 증정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정을 바로 묶음판매에 적용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묶음판매에서는, 예컨대 1+1 행사의 경우 무조건 무료로 준다는 표시·광고는 없고, 하나를 사면 하나를 증정하는 조건부 증정을 표시·광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묶음판매의 경우는 위 유형 고시의 내용과 예시에 해당되지 않는다. 나아가 묶음판매는 하나 또는 조건에 맞는 개수를 사야 증정하는 것으로 그것의 거래내용 및 거래조건을 사실대로 표시·광고하였다고 볼 수 있으므로, 증정으로 볼 경우 유형 고시만으로 묶음판매를 규율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증정으로 볼 경우, 1개 가격을 종전거래가격의 2배를 올린 다음 1+1 행사를 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형식적으로 본다면, 증정은 할인이 아니므로 1+1 행사 등에서는 유형 고시 Ⅲ. 3. 가격에 관한 표시·광고상의 종전거래가격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1+1 행사 등을 증정으로 볼 경우, 1개 가격을 종전거래가격의 2배로 올린 다음 1+1 행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부당한 표시·광고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실질적으로는 소비자를 속인 것이라고 의심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렇다면 묵음판매를 할인으로 본다면 유형 고시로 해결될 수 있는가?
묶음판매를 할인으로 본다면, 유형 고시 Ⅲ. 3. 가격에 관한 표시·광고가 적용될 여지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유형 고시 Ⅲ. 3. 가격에 관한 표시·광고는 가격의 할인 등을 고려하여 규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1+1 행사 등은 조건으로 된 수량만큼 구매를 하여야 할인을 받는 것이므로 유형 고시상의 할인과 일치하지는 않으나, 유형 고시에서 명시적으로 조건부 할인을 배제한 것이 아니므로 조건에 맞는 수량을 구매한 경우 결과적으로 할인을 받게 되는 것이어서 조건부 할인으로 봐도 무방하고, 따라서 유형 고시 Ⅲ. 3. 가격에 관한 표시·광고를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 같은 물건일 경우는 할인율을 구할 수 있지만 같은 종류이나 질량 등 단위가 다른 상품을 덤으로 주는 것이라든지 완전 다른 종류의 상품을 덤으로 주는 것은 할인율을 구할 수 없으므로 할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가능하나, 같은 종류이나 질량 등이 다른 상품 또는 완전 다른 종류의 상품도 종전가격이 있을 것이고, 각각의 상품가격을 합친 것과 조건에 맞게 구매했을 경우의 최종 가격을 비교하면 할인율을 구할 수 있으므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유형 고시에서 묶음판매를 어떻게 정의하고 규율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예컨대 1+1 행사라는 문구를 ‘2개를 사면 50% 할인’으로 볼 경우에는 2개 가격의 50% 할인이 되지 않으면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다. 반면, 1+1 행사라는 문구를 ‘2개를 사면 원래 2개 가격보다 저렴하다’라는 의미로 볼 경우에는 유형 고시상 적용할 만한 규정이 없고, 따라서 묶음판매를 할 경우, 원래 개수의 가격보다 저렴하기만 하면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런데 부당한 표시·광고의 기준은,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소비자가 그 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과연 1+1 행사를 원래 개수의 가격보다 저렴하기만 하면 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된다. 이를 극단적으로 적용하면, 종전거래가격 1개 1만원 짜리 물건을 1+1 묶음 가격 19,990원으로 표시해도 부당한 표시·광고가 아니라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부당하게 느껴진다. 적어도 문언상 ‘1+1’ 이라는 의미에서는 하나의 가격에 두 개를 준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광고에는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과장은 있을 수 있으므로, 꼭 하나의 가격에 두 개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1+1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결과적으로 0.05%만 할인하는 경우는 오인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러면 이러한 사항에 대해, 우리 판례는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아래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Ⅲ. 묶음판매와 부당 표시·광고 관련 대법원 판례
묶음판매, 특히 1+1 행사와 관련하여 특기할 대법원 판례는 3개가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14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진행된 롯데마트, 이마트 및 홈플러스(홈플러스 스토어 포함) 등 대형마트의 표시·광고를 심의하여, 이들이 일부 상품의 가격을 대폭 인상한 후 2개를 묶어 인상된 가격으로 판매하였다는 이유 등으로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한 것7)에서 비롯되었다. 이들 대형마트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결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각 항소하였고, 이후 다시 대법원에 각 상고8)하였다. 롯데마트 건이 2018. 7. 12.에 선고가 있었고, 이마트 건이 2018. 7. 20.에 선고가 있었으며, 홈플러스 건은 2022. 4. 28.에 선고가 있었다. 아래에서는 항소심과 상고심이 묶음판매에 관해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다만 본 연구의 목적은 가격관련 부당한 표시·광고행위의 개선방안을 살피고자 하는 것이므로, 자세한 사실관계보다는 고등법원과 대법원이 어떠한 논리에 따라서 묶음판매를 보고 있고, 그 한계는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롯데마트는 초콜릿, 변기세정제 및 고기 전용 쌈장에 대해 1+1 행사를 하였는데, 1+1 행사 중 개당 가격이 1+1 행사를 하기 전 20일 기간 중 가장 싼 가격보다 비싸거나 같았다(이하 본항에서 ‘이 사건 1+1 행사’)라 한다.
원심은 먼저 묶음판매가 단순한 할인판매와 성격을 달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즉, ‘1+1 행사’는 반드시 2개 단위로 제품을 구매하여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고 1개의 제품을 구매할 때에는 1개 상품 가격에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단순한 할인판매와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나아가 이 사건 1+1 행사 이외에도 ㉮ 2+1, 3+1 등 해당 상품을 일정 개수 이상 구매 시 동일한 상품을 증정하는 행사, ㉯ 동일한 상품이지만 크기 또는 용량에 차이가 있는 상품을 추가로 증정하는 행사, ㉰ 동일한 상품이 아니라 다른 상품을 덤으로 증정하는 행사 등이 있을 수 있는데, 위 ㉯, ㉰ 행사의 경우 상품은 동일하나 크기나 용량이 다른 상품 또는 전혀 다른 상품을 추가로 증정하는 것이어서 할인율을 산출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위 ㉮ 행사의 경우 묶은 상품들을 모두 구매할 때를 기준으로 1개당 가격을 계산하여 할인율을 인위적으로 산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상품을 묶은 개수가 아닌 수만큼 구매할 경우에는 위 할인율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하면서, 할인판매와 그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을 전제로 하여, 원심은 유형 고시가 이 사건 1+1 행사에 적용될 수 없다고 한다. 즉 1+1 행사는 결과적으로 할인으로 볼 수는 있으나, 침익적 행정행위의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이나 확장해석을 할 수 없는바, 묶음판매와 관련한 제재기준이나 처분 등을 규정하지 않은데다 소비자들의 공통된 인식이 형성되어 있지 않으므로 법령의 불비를 상대방에게 전가할 수 없으므로, 유형 고시는 묶음판매에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일반소비자는 광고에서 직접적으로 표현된 문장, 단어, 디자인, 도안, 소리 또는 이들의 결합에 의하여 제시되는 표현뿐만 아니라 광고에서 간접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사항, 관례적이고 통상적인 상황 등도 종합하여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광고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지는 보통의 주의력을 가진 일반소비자가 그 광고를 받아들이는 전체적·궁극적 인상을 기준으로 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를 둔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의 유형 고시와 관련하여, “어떤 사업자의 표시 또는 광고 행위가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로서 표시광고법 제3조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표시광고법 제3조 및 시행령 제3조의 규정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피고가 이 사건 고시에서 예시한 내용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이를 적어도 “‘1+1 행사’를 하는 상품을 구매하면 종전의 1개 판매가격으로 2개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유리하다”는 의미로 인식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이를 살펴보면, 먼저 대법원은 유형 고시를 열거적 규정이 아닌 예시적 규정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왜냐하면, 대법원은 표시광고법령의 위임관계를 먼저 지적한 다음, 유형 고시상의 목적조항을 언급하면서 유형 고시가 예시적 규율임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유형 고시를 엄격한 열거 규정으로 보지 않고, 유형 고시에 없더라도 표시광고법령에 따라 규율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전제로 대법원은, 일반소비자의 관점에서는 1+1 행사를 하는 상품을 구매하면, 종전의 1개 판매가격으로 2개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유리하다는 의미로 인식할 여지가 크다고 하면서, 이 사건 1+1 행사 광고를 하면서 표기한 광고상 판매가격은 이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했던 1개가격의 2배와 같거나 오히려 2배가 넘는 것으로, 이 사건 1+1 행사 광고가 있기 전과 비교하여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정리하면, 대법원은 ① 유형 고시는 예시적 규정이므로 유형 고시에서 정함이 없더라도 관계 법령의 해석에 의해 규율할 수 있고, ② 1+1 행사의 경우에는 할인판매 유형으로 볼 수 있는데, 이 때 1+1 행사는 종전의 1개 판매가격으로 2개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하여야 한다고 인식할 여지가 크며, ③ 따라서 1+1 행사 광고를 하면서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했던 1개 가격의 2배 이상이면 거짓·과장광고에 해당한다고 한다.
해당 사건에서 원심은, 앞서 살펴본 고등법원 2017. 8. 17. 선고 2016누1068 판결과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유형 고시는 열거적 규정으로 보아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데, 1+1 행사 등 묶음판매에 관해서는 유형 고시에서 규율하지 않고, 나아가 할인판매와 성격을 달리하므로, 유형 고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음으로 대법원 판결을 본다. 먼저 대법원은 앞의 판결과 마찬가지로 “이 사건 1+1 행사 광고는 (대부분) 각 신문 내지 전단 광고에 다른 여러 상품들에 대한 광고와 함께 이루어졌고, 다른 상품들은 그 단위당 가격만을 표기한 것과 달리 이 사건 1+1 행사 광고에서는 ‘1+1’을 강조하여 표기하였으므로, 일반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이를 적어도 ‘1+1 행사를 하는 상품을 구매하면 종전의 1개 판매가격으로 2개 구매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상당히 유리하다’는 의미로 인식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한다.
이를 전제로 이 사건 광고 1에 대해서는 “원고가 이 사건 광고 1을 하면서 표기한 광고상 판매가격은 이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했던 1개 가격의 2배와 같으므로, 이 사건 광고 1이 있기 전과 비교하여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이 사건 광고 2에 관해서는, “원고가 이 사건 광고 2를 하면서 표기한 광고상 판매가격은 이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했던 1개 가격의 2배에 이르지 못하므로, 이 사건 광고 2가 있기 전과 비교하여 소비자들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없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광고 2와 같은 1+1 행사 광고가 ‘사실상 1개 상품의 가격을 50% 할인하여 판매한다’는 전제에서 이 사건 광고 2가 이 사건 고시 중 할인판매에 관한 규정에 위반되므로 거짓·과장의 광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뿐, 달리 이 사건 광고 2가 ‘사실과 다르게 광고하거나 사실을 지나치게 부풀려 광고함으로써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광고’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결의 내용을 본다면, 앞서 본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두60109 판결과 논리 및 판결 내용이 유사하다. 다만, 앞서 본 2017두60109 판결에서 볼 수 없었던 판단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사건 광고 2에 대한 판단이다. 이 판단을 살펴보면, 1+1 행사는 사실상 1개 상품의 가격을 50% 할인하여 판매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하였는바, 따라서 1개 판매가격의 2배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 그 할인율이 50%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거짓·과장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고는 화장품, 치약, 화장지 등의 상품들에 대하여 1+1 행사 광고를 하였는데, 일부 상품들의 1개당 가격이 광고 전 20일 동안 최저 판매가격보다 비쌌으나, 광고 직전 1개당 가격보다는 저렴하거나 같았다.
원심의 판단을 보면, 앞서 내려진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라, 묶음판매는 할인판매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유형 고시상 할인판매와 관련한 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유형 고시의 성격을 예시적 규율을 넘어, 대외적으로 효력이 없는 것으로 전제를 하였다. 그런 후, 유형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종전거래가격’의 개념인 ‘광고 전 20일 동안의 판매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을 본 사안에 적용하지 않고,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한 가격’으로 해석하였다.
먼저 대법원은, 기존의 선례와 같이 1+1 행사를 할인판매로 보고 있다. 즉, 1+1 행사를 할인판매로 본 원심에 대해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광고의 거짓·과장성 및 소비자 오인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은 기존의 선례를 그대로 답습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기존의 선례들과 달리 쟁점이 되었던 ‘종전거래가격’과 관련하여서 대법원은, 유형 고시에 따라, ‘광고 전 20일 동안의 판매가격 중 가장 낮은 가격’으로 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할인 또는 가격인하의 방법으로 자기가 공급하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표시·광고가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업자가 광고에 기재한 판매가격과 비교되는 종전거래가격을 거짓으로 표시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때 ‘종전거래가격’을 해석할 때에는 과거 20일 정도의 최근 상당기간 동안 최저가격으로 판매된 기간이 매우 짧거나 그 판매량이 미미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고시의 규정내용이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거짓·과장의 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 된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로, “비록 이 사건 고시가 부당한 표시·광고의 세부적인 유형 또는 기준을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법규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하더라도 사업자나 사업자단체는 표시·광고행위를 할 때 이 사건 고시를 주요 지침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도 부당한 표시·광고인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일응의 기준으로 작용한다”9)고 하였다.
이를 정리하면, 먼저 1+1 행사는 할인판매라는 것과 1+1 행사 상품의 가격이 종전거래가격보다 저렴한 경우에는 부당한 표시·광고가 아니라는 기존의 선례를 따르고 있다. 그러면 여기서 종전거래가격의 해석이 문제가 되는데, 대법원은 ① 유형 고시는 사업자 등에 일응의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② 유형 고시상 종전거래가격의 해석이 소비자 인식에 더 부합하며, 나아가 ③ 유형 고시의 기준에 따라 종전거래가격을 해석하더라도 소비자후생을 악화시킬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유형 고시상의 종전거래가격의 해석에 따라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에서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치면서 쟁점으로 된 사안은, ① 유형 고시의 성격, ② 묶음판매의 성격 및 ③ 종전거래가격의 개념이다. 사실 유형 고시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묶음판매의 성격과 종전거래가격의 개념이 바뀔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항소심과 상고심은 견해가 나뉘었고, 각각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게 된 것이다. 아래에서 각각의 쟁점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유형 고시의 성격부터 살펴본다. 2017년에 선고된 두 건의 항소심10)에서 유형 고시는 열거규정으로 보아 엄격하게 해석하였다. 즉, 행정법령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행정규칙이므로, 법규명령적 행정규칙으로 본 것이다. 그리고 표시광고법에 의거한 부당한 표시·광고의 시정조치 등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행정처분이므로 그 해석을 아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논리적으로 타당할 수 있으나, 법의 합목적성에 타당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변화하는 모든 표시·광고 유형을 예상하여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회의 변화속도는 매우 빠르고, 그에 따라 마케팅 등의 기술 역시 빠르게 진화해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에 법규로써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유형 고시를 법규명령적 행정규칙으로 보고, 그것에 담긴 규정 자체도 열거규정으로 보아 엄격하게 적용하면 사각지대가 항상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2019년에 선고된 항소심11)처럼 유형 고시의 법규성을 완전 무시한 채 법령에만 의존하여 해석하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유형 고시는 표시광고법 제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의 위임을 받아 작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행정부 내에서만 효력이 있는 해석준칙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행정부 내에서만 효력이 있는 해석준치이라 하더라도, 행정의 자기구속의 법리, 평등원칙 및 신뢰보호 원칙에 따라 행정규칙은 간접적 구속력을 가진다.12) 이러한 성격을 도외시하여서는 안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유형 고시의 구속력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즉,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유형 고시에 정한 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다만, 유형 고시의 성격을 열거적 규정이 아니니 예시적 규정으로 보아, 유형 고시에서 관련 내용이 명확하게 없더라도 법령의 목적과 내용에 비추어 적절히 해석·적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생각건대,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보다는 합목적성에 조금 더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상기와 같이 빠르게 변하는 마케팅의 세계에서 모든 표시·광고를 예측·예정하여 유형 고시에 둘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략의 규정을 두고, 그 규정을 통하여 법령의 목적 내에 유연하게 적용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에서 규율의 사각지대가 없게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대법원의 판단은 적어도 부당한 표시·광고의 규율을 위해서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묶음판매의 성격이다. 2017년에 선고된 두 건의 항소심 모두 묶음판매는 할인판매와 그 성격이 다르다고 하였다. 그 이유로 일반적인 할인판매와 달리 증정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 및 증정되는 상품이 기존 상품보다 용량이 적거나 종류가 다른 상품이라면 할인율을 구할 수 없다고 하는 점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용량이나 종류가 다르다 하더라도 그 제품의 가격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할인율을 구하는 것은 어려울 뿐 불가능한 사정은 아니다. 또한 증정의 성격을 가진다고 하나 해당상품을 무료로 주는 것이 아니면 증정으로 보기 어렵고, 나아가 종전거래가격을 2배 이상으로 인상한 다음 무료로 준다고 하는 것을 과연 ‘증정’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아울러 애초에 ‘증정’의 의미도 댓가나 조건 없이 주는 것을 말하는바, 그렇다면 1+1 행사와 같이 하나의 물건을 구매하여야 1개를 ‘증정’하는 것은 이미 거래 조건이 들어갔기 때문에 순수한 의미에서의 증정이라 볼 수 없다. 보통 묶음판매는 신제품 홍보나 재고품을 정리할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할인판매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한 동일하거나 이와 유사한 상품을 구매하여야 할인(또는 증정)이 적용되는 것인데, 이는 판매자 입장에서 상품의 관리 및 판매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러한 효과를 소비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일부 나누어 주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묶음판매를 구매수량의 조건이 붙은 할인판매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법원이 항소심 판결을 뒤집어 묶음판매를 할인판매의 유형 중 하나로 본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에 문제점이 있다. 1+1 행사가 50% 할인이라고 보지 않고, 다만 종전거래가격에 비해 저렴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하는 점이다. 대법원의 논리라면, 종전거래가격 1개 1만원 짜리 물건을 1+1 묶음 가격 19,990원으로 표시해도 부당한 표시·광고가 아니게 된다. 이는 1+1 할인이라는 언어적 표상을 간과한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13) 대법원의 견해를 극단적으로 본다면, 0.01%만 할인하더라도 ‘1+1 행사’라고 표시·광고할 수 있는 것이고, 이는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1 행사’가 꼭 반값이 아니라 하더라도, 0.01%만 할인하는 경우까지 인정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수준인지 의문이다. 이는 소비자의 오인성을 제거하여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도록 제정된 표시광고법의 목적에 반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다른 할인판매 유형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종전거래가격의 개념이다. 2019년에 선고된 항소심은 ① 가격책정의 자율권을 침해하여 가격경쟁이 위축될 수 있고, ② 가격할인을 위해 직전 20일 동안은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자 하므로 오히려 소비자후생을 악화하는 결과를 야기하는 점을 이유로 유형 고시상 해석을 따르지 않고,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한 가격’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종전거래가격은 할인판매에서 할인율 등을 구하기 위한 기준을 정하는 규율이지 직접적으로 판매가격을 어떻게 해야한다고 정하는 규율이 아니므로, 종전거래가격을‘광고 전 20일 동안 가장 낮은 가격’으로 해석하더라도, 당연히 사업자들의 가격책정의 자율권을 해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가격할인을 위해 직전 20일 동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 20일 동안은 경쟁사업자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 밖에 없으므로 굳이 할인행사를 위해 20일 동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자 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20일이 짧은 기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유형 고시는 법령에 위임을 받아 규정된 것임을 고려하야 한다. 따라서 유형 고시상의 개념으로 해석하여야 하므로,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20일의 기간이 타당한 것이냐는 입법정책상의 문제이다. 이 부분은 다른 나라의 입법례를 통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유형 고시를 예시규정으로 보아 유연하게 적용한 점, 1+1 행사 등 묶음판매를 할인판매로 본 점 및 종전거래가격을 유형 고시와 같이 해석한 점 등은 모두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묶음판매를 할인으로 본다면 이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와 종전거래가격을 20일의 기간을 정하여 산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유형 고시를 예시규정으로 본다는 것과 규정의 공백이 있어도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굳이 유형 고시를 두어 국민에게 공포하는 이유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사업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사회·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표시·광고 유형이 등장함에 따라 야기되는 소비자문제를 검토하고 이를 유형 고시에 반영하는 것은 소비자와 사업자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형 고시에서도 3년마다 타당성 검토를 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두고 있다.
이러한 검토를 위해서는 교법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묶음판매와 관련하여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먼저 우리와 유사한 규제 체재를 가지고 있는 일본과 우리와는 다른 규제 체제를 가지고 있는 미국, EU 및 독일의 규율방법에 관해 살펴보도록 한다.
Ⅳ. 일본에서의 묶음판매에 대한 부당한 표시·광고의 규율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게 「부당경품류 및 부당표시방지법(不当景品類及び不当表示防止法)」(이하 “경품표시법”)을 통하여 부당한 표시·광고를 일반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다만, 여기서 일본의 경품표시법과 우리의 표시광고법의 차이점은 ‘경품류’에 관해 별도의 규정을 마련하여 규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의 표시광고법에서는 달리 경품류를 정의하여 규율하고 있지 않으나, 일본의 경품표시법에서는 경품류를 정의하여 규율한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경품류에 해당할 경우 일본 경품표시법 제4조로 규율되고, 그 외의 표시·광고는 같은 법 제5조에 따라 규율된다.
일본 경품표시법에서 경품류를 고객 유인을 위한 수단으로 사업자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 거래에 부수하여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물품 등 경제상 이익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1+1 행사와 같은 묶음판매를 증정으로 볼 경우 일본 경품표시법상 경품류에 해당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경품이 아닌 할인판매로 보아 표시·광고의 규율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래에서는, 먼저 일본 경품표시법상 묶음판매가 경품류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규율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한다.
일본 경품표시법 제4조에서는 “내각총리대신은 부당한 고객의 유인을 방지하고, 일반소비자에 의한 자주적 및 합리적인 선택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경품류 가격의 최고액 또는 총액, 종류 또는 제공의 방법 기타 경품류 제공에 관한 사항을 제한하거나 경품류의 제공을 금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경품류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아야 하는바, 경품표시법 제2조제3항에서 경품류를 정의하면서 세부적인 것은 고시로 정하도록 하고 있어, 항을 바꾸어 고시의 내용을 보도록 한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경품표시법 제2조의 위임에 따라 「부당경품류 및 부당표시방지법 제2조 규정에 의해 경품류 및 표시를 지정하는 건」14)을 고시하였다.
위 고시 제1항에서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방법을 묻지 않고, 사업자가 공급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 거래에 부수하여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물품, 금전 기타 경제상 이익을 경품이라 한다. 여기에 물품, 토지, 건물 및 기타 공작물 금전 뿐만 아니라, 금권, 예금증서, 당첨금부증표, 공사채, 주권, 상품권 기타 유가증권, 영극·영화·스포츠 등 초대권 및 우대권 등을 열거하여 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 고시 제1항 단서에서, 정당한 상관습에 비추어 할인 또는 A/S로 인정되는 경제상 이익은 경품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문제는 위 규정만으로는 1+1 행사 등 묶음판매의 성격을 알 수 없다. 1+1 행사 등 묶음판매의 경우 사업자가 공급하는 상품에 부수하여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물품으로 본다면 경품류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반면, 위 고시 제1항 단서에서 할인 또는 A/S로 인정되는 경제상 이익은 경품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는바, 1+1 행사 등 묶음판매의 경우 결과적으로 일반소비자에게 경제상 이익을 주는 할인으로 볼 수 있으므로 경품류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일본 소비자청장관은 「경품류등의 지정 고시의 운용기준에 대해」15)를 결정하여 공시하였다. 이에 관해 아래에서 살펴본다.
「경품류등의 지정 고시의 운용기준에 대해」는 앞서 살펴본 「부당경품류 및 부당표시방지법 제2조 규정에 의해 경품류 및 표시를 지정하는 건」에 관한 해석지침이다. 이 해석지침 제4항에서 “「거래에 부수하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서 다음과 경우는 거래에 부수하는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 즉, ① 상품 또는 역무를 2개 이상 조합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이 명확한 경우, ② 상품 또는 역무를 2개 이상 조합하여 판매하는 것이 상관습으로 되어 있는 경우 및 ③ 상품 또는 역무가 2개 이상 조합된 것에 의해 독자의 기능, 효용을 가져 한 개의 상품 또는 역무로 되는 경우 등은 거래에 부수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이 경우는 경품류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대해도 예외가 있는데, 현상(懸賞)에 의해 제공하는 경우 및 거래의 상대방에게 경품류라고 인식되는 방식으로 제공하는 경우는 「거래에 부수」하는 제공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경품류에 포함된다.
한편, 위 해석지침의 제6항에서 “「정상적인 상관습에 비추어 가격인하로 인정되는 경제상의 이익」에 대해”를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경우는 “「정상적인 상관습에 비추어 가격인하로 인정되는 경제상의 이익」에 해당”한다고 한다. 즉, ① 거래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준에 따라, 거래의 상대방에게 지불해야할 대가를 감액하는 것, ② 거래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거래의 상대방에게 지불한 대금을 환급하는 것(여러 번 거래를 조건으로 환급하는 경우도 포함한다), ③ 거래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준에 따라, 어떤 상품 또는 역무를 구입하는 자에게 같은 대가로 그것과 같은 상품 또는 역무를 부가하여 제공하는 것(실질적으로 동일한 상품 또는 역무를 부가하여 제공하는 경우 및 여러 번의 거래를 조건으로 부가하여 제공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등이다.
일본의 경품표시법과 관련 고시 및 지침을 보면, 결국 두 개 이상의 물건 등이 명확하게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이면 경품류로 보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에서 경품류로 보지 않는 것은 두 개의 상품을 합쳐서 판매하는 것이 명확한 경우와 동일한 상품을 더 제공하는 경우이다. 생각건대, 전자의 경우는 각각의 상품 가격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동급의 상품이 합쳐져서 가격이 책정된 것이므로 ‘부수하여’ 제공한 것이라 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상품을 구입한 자에게 동일한 상품을 하나 더 주는 것 역시 각각의 가격을 알 수 있어, 결과적으로 할인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1+1 행사 등 묶음판매를 위 일본 경품표시법 등에 비추어 보면, 우리의 묶음판매는 거래 조건에 이미 물건과 수량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거래에 부수한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부수하는 거래로 본다 하더라도, 1+1, 2+1 등은 동일한 상품을 하나 더 주는 것이므로 상관습에 비추어 경품류등을 제공한다기 보다는 할인에 가까운 성격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동일한 상품이 아닌 것을 묶어서 파는 경우에는 경품으로 볼 수 있으므로 증정의 성격도 있다고 할 수 있다.
1+1 행사 등 묶음판매를 할인의 성격이 있어 경품류로 볼 수 없을 경우에는 결국 일본 경품표시법 제5조의 규율을 받게 된다.
여기서 본 연구와 관련 있는 조항은 일본 경품표시법 제5조제2호이므로, 자세히 보도록 한다. 경품표시법 제5조제2호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 기타 거래조건이 실제 또는 해당 사업자와 동종 및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다른 사업자와 관련하는 것보다도 거래의 상대방에게 현저히 유리하다고 일반소비자에게 오인시키는 표시로서,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하고, 일반소비자에 의한 자주적 및 합리적 선택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표시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한다. 동 조항에서 ‘유리하다고 일반소비자에게 오인시키는 표시’란, 해당 표시에 따른 판매가격이 실제와 달리 저렴하다는 인상을 일반소비자에게 주는 것을 말한다. 또한 ‘현저히 유리’하다고 오인시키는 표시는, 해당 표시가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과장 정도를 넘어서, 상품 또는 서비스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과 같은 내용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된다.16)
한편, 일본은 일본 경품표시법 제5조의 규율내용이 추상적이므로, 경품표시법의 내용을 명확히 하여 사업자의 경품표시법상 위반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 적정한 가격표시를 추진하여 사업자 사이의 공정 및 자유로운 경쟁을 촉짐함과 아울러, 일반소비자의 적정한 상품 또는 서비스의 선택을 확보할 목적으로, 「부당한 가격표시에 관한 경품표시법상 사고방식(不当な価格表示についての景品表示法上の考え方)」(이하 “사고방식”)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사고방식은 경품표시법에서 위반할 우려가 있는 가격표시의 사고방식을 명확히 하는 것이어서, 「부당표시에 해당할 우려가 있는 표시」로서 예시되어 있지 않는 것을 포함하여, 사업자가 행하는 구체적인 가격표시가 경품표시법에 위반하는지 여부는 경품표시법의 규정에 비추어 개별사안마다로 판단하는 것이라 하고 있다. 즉 열거적 규정이 아닌 예시적 규정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먼저 사고방식에서는, 과거의 판매가격을 비교대조가격으로 이중가격표시를 하는 경우에, 비교대조가격이 어떠한 가격인지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으면 일반소비자는 통상 동일한 상품이 해당가격으로 세일 전에 상당기간 판매되었고, 세일기간 중에 판매가격이 해당 인하분만큼 저렴하여 졌다고 인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과거 판매가격을 비교대조가격으로 하는 이중가격표시를 한다면, 동일한 상품이 최근 상당기간동안 판매되었던 가격이라 할 수 없는 가격을 비교대조가격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해당가격이 어떤 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기간으로 판매되었던 가격인지 등의 그 내용을 정확히 표시하지 않으면 일반소비자에게 판매가격이 저렴하다는 오인을 줘서 부당표시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주의할 점은, 할인판매를 하기로 한 후에 판매를 시작한 상품의 이중가격표시는, 상품 판매 시작 시점에서 이미 할인가격을 결정하여 놓고, 세일 전의 가격은 할인판매 요건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할인판매를 할 때 할인판매 전의 기간과 금액을 정확히 표시했더라도 부당표시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第4. 2. (1) ア (イ) b.).
그렇다면 여기서, 상당기간 판매되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여기에 대해 일본의 사고방식은 해당가격으로 판매되었던 기간, 대상으로 되는 상품의 일반적 가격변동 상황, 해당 점포의 판매형태 등을 고려하여 개개의 사안마다 검토되어야 한다고 전제로 두고 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할인판매 시작점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8주간(해당상품이 판매되었던 기간이 8주 미만인 경우에는, 그 판매기간) 중 해당 판매가격으로 판매되었던 기간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경우에는 ‘최근 상당기간에 걸쳐 판매되었던 가격’으로 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만, 위의 요건을 만족한다 하더라도, 해당 가격으로 판매되었던 기간이 통산하여 2주 미만의 경우 또는 해당 가격으로 판매된 최후의 날부터 2주이상 경과한 경우에는 ‘최근 상당기간에 걸쳐 판매된 가격’이라 할 수 없다고 한다(第4. 2. (1) ア (ウ)).
일본의 경우, 이중가격표시와 할인율 또는 할인액 표시을 구분하여 규율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대조가격에서 할인된 가격을 표시하는 것과 비교대조가격에 대한 할인율을 표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일본의 사고 방식에서도, “이중가격표시와 유사한 표시방법으로서 「해당점포 통상 가격」과 표시가격 등에서 할인율 또는 할인액을 사용한 가격표시가 있다”고 한다(第5. 1. (1)). 따라서 기본적으로 이중표시가격표시의 사고 방식 규율과 동일하므로, 산출의 기초로 되는 가격과 할인율 또는 할인액의 내용 등이 실제와 다른 표시를 한다든지, 애매한 표시를 하는 경우 일반소비자에게 판매가격이 저렴하다는 오인을 주어 부당표시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한다(第5. 1. (1)).
Ⅴ. 미국에서의 묶음판매에 대한 부당한 표시·광고의 규율
다음으로 미국에서의 묶음판매에 대한 부당한 표시·광고의 규율을 살펴본다. 미국은 부당한 표시·광고와 관련하여 연방단계에서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법률에서 부당한 표시·광고를 규율하는 방식은 우리 및 일본과는 차이가 있다. 즉, 미국의 부당한 표시·광고의 규율은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 이하 ‘FTC법’)17)을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FTC법 제5조(Section 5)는 거래에서 불공정하거나 기만적인 행위나 관행은 불법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 무엇이 기만적인 행위나 관행인지가 의문이 생기는데, ① 소비자를 오인시키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현, 누락, 관행이 있고, ② 해당 표시, 누락 또는 관행이 합리적인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아도 오해할 우려가 있으며, ③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 누락 또는 관행이 중대한(material) 것이라 한다.18) 따라서 부당한 표시·광고와 관련한 것은 기만적인 행위나 관행에 속한다 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규정을 보면, 우리의 규정보다 포괄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서 묶음판매와 관련하여 살펴볼 가이드라인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기만적 가격 책정에 대한 가이드(Guide Against Deceptive Pricing」19)이고, 다른 하나는 「무료 및 이와 유사한 표현의 사용에 관한 가이드(Guide Concerning Use of the Word “FREE” and Similar Representations)」20)이다. 아래에서는 항을 나누어 위 두 가이드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미국의 「기만적 가격 책정에 대한 가이드」는 크게 ① 종전가격과 비교(Former price comprison), ② 다른 상인들의 소매가격과 비교(Retail price comprisons; comparable value comprison), ③ 희망소매가격과 비교(Advertising retail price which have been established or suggested by maufacturers), ④ 특가판매(Bargin offers based upon the purchase) 및 ⑤ 기타의 가격 비교 등으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본고의 주제와 관련된 것은 상기 ①과 ④이므로 이에 관해 살펴보도록 한다.
먼저, 종전가격과 비교(Former price comprison)부터 본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할인광고(bargain advertising)라 하면서, 종전가격이 합리적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a reasonably substantial period of time) 대중에게 제공된 진실한 가격(bona fide price)일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광고된 종전가격이 진실한 가격이 아니라면, 광고는 거짓이고 광고된 가격은 할인된 가격이 아니라 판매자의 정가(regular price)에 불과하다고 한다(§233.1(a)).
나아가 광고에 단순히 ‘할인(sale)’이라고만 명시하고 할인율이나 할인액 등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 광고주는 할인금액이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왜냐하면, 종전에 10달러인 물건을 ‘9.99달러로 할인’이라고 광고할 경우에 소비자들은 그 광고를 실제로 감소된 금액보다 더 큰 할인이 제공된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233.1(e)).
다음으로 특가판매에 관한 부분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묶음판매를 검토하기 위하여 톺아보아야 할 규정이 보인다. 즉 흔히 광고주들이 자신이 제공하는 가격으로 구매하는 조건으로 소비자들에게 추가의 상품을 주는 형태로 할인을 선택한다(choose to offer bargains)고 하면서, 이러한 할인행사에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인 용어로 “무료(Free), 하나 사면 하나 공짜(Buy One—Get One Free), 1+1(2-For-1 Sale), 반값 세일(Half Price Sale), 1¢ 세일(1¢ Sale)21), 50% 할인(50% Off)”이라 한다(§233.1(a)). 그러므로 판매자가 이러한 제안을 할 때에 구매에 필요한 물품의 정가를 인상하거나 해당 물품의 수량과 품질을 낮추거나 기타 조건(구매자가 ‘무료’ 또는 ‘1¢’로 추가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해 물품을 구매해야 하는 기본 조건 이외의 것)을 해당 제안에 추가하는 경우 소비자는 기만될 수 있다고 한다(§233.1(b)).
따라서 “무료(Free), 하나 가격에 두 개 판매(2-For-1 Sale), 반값 세일(Half Price Sale), 1¢ 세일(1¢ Sale), 50% 할인(50% Off)” 또는 이와 유사한 제안을 하는 경우에는 그 제안의 조건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233.1(c)).
미국은 앞서 살펴본 「기만적 가격 책정에 대한 가이드(Guide Against Deceptive Pricing」 중 특가판매(Bargin offers based upon the purchase)의 규정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무료 및 이와 유사한 표현의 사용에 관한 가이드(Guide Concerning Use of the Word “FREE” and Similar Representations)」를 두고 있다.
동 가이드에서도 ‘무료’ 상품이나 서비스의 제안은 고객 유인에 자주 쓰이는 판촉수단이라고 하면서(§251.1(a)(1)), 구매하는 대중들은 ‘무료’ 할인이나 서비스의 제시를 특별한 할인으로 간주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제안은 신중하게 설계되어야 한다고 한다(§251.1(a)(2)).
동 가이드에서는 무료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즉, 다른 물품을 구매하면 어떤 물품이 무료라고 안내를 구매자가 받았다면 무료라는 단어는 그 물품에 대해서는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그리고 다른 물품에 대해서는 정상가 이하를 지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매자는 가격인상이나 열등한 상품으로의 대체 등을 통해 무료 상품이나 서비스의 비용을 판매자가 회수하지 않는다고 믿을 권리가 있다고 한다(§251.1(b)(1)).
그러면 여기서 정상가가 무엇인지가 문제되는데, 이에 대해 동 가이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판매자나 광고주가 가장 최근에 그리고 정상적인 사업 절차로 상당한 즉 30일간 “무료” 또는 유사한 제안을 하는 지리적 시장이나 거래에서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일한 양, 동일한 품질, 동일한 서비스를 수반해 판매하는 가격을 말한다고 한다. 만약 가격변동이 있다면 30일간 실질적인 판매가 이루어지는 가격 중 최저가격이다고 한다(§251.1(b)(2)).
한편, 이 가이드의 규정들을 충족하지 못하여 기만적일 수 있는 무료 상품 또는 서비스 제안은 “선물(gift), 공짜제공(given without charge), 보너스(bonus)”와 같은 유사한 단어 또는 소비자들에게 헤딩 물픔이나 서비스가 무료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는 다른 단어나 용어들로 대체를 통해 교정될 수 없다고 한다(§251.1(i)).
동 가이드에서는, ‘무료’ 또는 이와 유사한 제안을 할 때 ‘무료’ 물품의 수령 및 보유에 따른 모든 조건 및 의무는 제안 초기에 명확하고 눈에 띄게 명시하여서 제안이 오해될 합리적인 가능성을 배제시켜야 한다고 한다. 즉, 모든 약관과 의무가 ‘무료’ 상품 또는 서비스의 제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안 옆의 별도 표시 또는 광고에서 기타 기호로 참조되는 각주에 명시된 제안은 처음부터의 공개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한다(§251.1(c)). 이는 앞서 살펴본 「기만적 가격 책정에 대한 가이드」 §233.1(c)에서 무료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제안하는 경우에는 그 제안의 조건을 처음부터 명확하게 제시하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규정을 다시 한 번 명확히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Ⅵ. EU와 독일에서의 종전거래가격과 표시
마지막으로 EU와 독일에서의 표시·광고 규정에 관해 살펴본다. EU에서는 Directive 98/6/EC를 통하여 소비자 보호를 위한 상품의 가격 표시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1+1 할인과 같은 묶은 판매에 관한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위 Directive 98/6/EC가 2019. 11. 27. Directive 2019/2161/EU를 통하여 개정었는데, 그러면서 할인판매가격과 종전거래가격 표시에 관한 규정이 도입되었다.
한편, Directive 98/6/EC가 Directive 2019/2161/EU를 통하여 개정되자, 독일도 2022년 가격 표시 규정(Preisangabenverordnung)을 개정하여, 할인판매가격과 종전거래가격 표시에 관한 규정을 도입하였다.
아래에서는 EU의 개정 규정과 독일의 개정 규정을 살펴, 종전거래가격에 대한 기준과 그 표시 강제의 유무를 알아보도록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소비자를 위한 가격 표시에 관한 규정은 EU의 Directive 98/6/EC에 따른다. 2019년 Directive 2019/2161/EU에 따른 개정 전의 Directive 98/6/EC에서는 단위가격 표시에 관한 규정은 있었으나, 할인판매와 관련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EU에서 2019. 11. 27. Directive 2019/2161/EU를 통하여 Directive 98/6/EC에 제6a조를 신설하였는바, 이 제6a조가 할인판매의 경우에서 표시와 관련한 사항이었다.
신설된 제6a조를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제1항에서, 가격할인의 표시는 종전거래가격(the prior price)을 표시하도록 한다. 그렇다면 종전거래가격이 무엇인지가 문제가 되는데, 이에 대해 제2항에서 규정한다. 즉 제2항에서 종전거래가격은 할인 개시 전 30일보다 짧지 않는 기간 중 사업자가 적용한 가장 낮은 가격(the lowest price applied by the terader during a period of time not shorter than 30 days prior to the application of the price reduction)이라 규정한다. 만약 상품의 출시가 30일이 되지 않았다면, 위 30일보다 짧은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가격을 정할 수 있다(제4항). 한편 가격할인을 쉼 없이 점진적으로 할 경우(예컨대 10% 할인 -> 20% 할인 -> 30% 할인을 중간에 쉬지 않고 계속적으로 하는 경우), 할인 시작 전에 사업자가 적용했던 종전거래가격을 가격할인 기간 동안 표시할 수 있다(제5항)고 한다.
독일은 2021년까지 할인표시와 관련한 일반적인 규율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Directive 2019/2161/EU를 통한 Directive 98/6/EC 개정으로, 독일 역시 개정된 Directive 98/6/EC에 상응하는 할인표시 규정을 두어야 했다. 이에 독일은 가격 표시 규정(preisangabenverordnung)을 개정하여 2022. 5. 28.부터 시행하였다. 이 규정은 가격할인 전 잠시 가격을 올렸다가 인상된 가격을 기준으로 더 할인을 많이 한다는 인식을 주는 행위를 막는 것과 동시에, 가격할인 시점에 실제로 부과하지 않은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목적을 가진다.22)
한편 독일의 가격 표시 규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모두, 그리고 소비자를 상대하는 모든 회사 상품에 적용된다(제6조a). 아울러 상품의 범위나 종류와 상관없이 소비자에게 상품 가격할인을 표시·광고하는 경우에 적용된다(제1조). 여기서 가격할인이란, 종전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그리고 전체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반적이고 측정 가능한 가격 인하를 말한다. 사업자는 이러한 가격할인을 할 때마다 소비자에게 가격할인 적용 전 30일 동안 부과된 최저가격을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제11조제1항).
Ⅶ. 비교법적 검토에 따른 시사점 및 해결 방안 마련
일본의 규정에서는 1+1 행사 등 묶음판매에 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일본에서는 경품류에 관한 규정이 따로 있는바, 만약 묶음판매의 성격이 증정에 가까우면 경품류에 속하게 되어 경품류 규정을 적용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수하여 제공하는 것이 아니거나 상관습상 가격인하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경품류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를 우리의 1+1 행사 등 묶음판매에 관한 사정에 적용하면, 묶음판매의 경우 대부분은 동급의 상품이 합쳐져서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므로 주된 상품에 부수하여 제공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따라서 일본법상의 경품류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도 1+1 행사 등 묶음판매는 기본적으로 할인으로 본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는 미국의 규정을 살피면 더 명확해 진다. 미국에서는 1+1 행사에 관련한 규정이 “특가판매(Bargin offers based upon the purchase)”의 항목에 있다. 아울러 “흔히 광고주들이 자신이 제공하는 가격으로 구매하는 조건으로 소비자들에게 추가의 상품을 주는 형태로 할인을 선택한다(choose to offer bargains) (§233.1(a))”고 한다. 이러한 규정에 비추어 보면, 미국 역시 1+1 행사 등 묶음판매는 할인으로 본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의 규율 방식에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우리의 유형 고시를 개선하는데 있어 참고할 만한 것으로, 정상적인 상관습에 비추어 가격인하로 인정되는 경우를 규정하면서, “거래통념상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기준에 따라, 어떤 상품 또는 역무를 구입하는 자에게 같은 대가로 그것과 같은 상품 또는 역무를 부가하여 제공하는 것(해석지침 제6항)”이다. 이는 우리의 묶음판매를 규율함에 있어 정의 규정으로 고려할 수 있다. 아울러 이중가격표시를 하는 경우에 비교대조가격이 어떠한 가격인지 구체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고(第4. 2. (1) ア (イ) b.), 할인율이나 할인액의 표시할 때 실제와 다른 표시나 애매한 표시를 하면 안된다고 하고 있는바(第5. 1. (1)), 이 역시 우리의 유형 고시를 개선할 때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규율 방식에서는 우리가 참고할 것이 많은데, 먼저 미국은 “무료(Free), 하나 사면 하나 공짜(Buy One—Get One Free), 1+1(2-For-1 Sale), 반값 세일(Half Price Sale), 1¢ 세일(1¢ Sale), 50% 할인(50% Off)”가 모두 같은 뜻을 가진 단어라고 하면서(§233.1(a)), 이 경우 그 조건을 명확히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233.1(c)). 아울러 다른 물품을 구매하면 어떤 물품이 무료라고 안내를 구매자가 받았다면 무료라는 단어는 그 물품에 대해서는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그리고 다른 물품에 대해서는 정상가 이하를 지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251.1(b)(1)). 이러한 미국의 규율을 참고하여 우리의 유형 고시에서 1+1 행사 등을 규율형식을 참고할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광고에 단순히 ‘할인(sale)’이라고만 명시하고 할인율이나 할인액 등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 광고주는 할인금액이 무의미할 정도로 미미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이러한 규정의 존재는 종전에 10달러인 물건을 ‘9.99달러로 할인’이라고 광고할 경우에 소비자들은 그 광고를 실제로 감소된 금액보다 더 큰 할인이 제공된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233.1(e)). 이는 우리 대법원 판례의 논리에 경종을 울리는 것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
종전거래가격은 해당 나라의 상거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보편적이지 않지만, 유럽과 미국은 30일로 동일한 것을 확인했다. 즉, 일본의 경우, 할인판매 시작점에서 거슬러 올라가는 8주간(해당상품이 판매되었던 기간이 8주 미만인 경우에는, 그 판매기간) 중 해당 판매가격으로 판매되었던 기간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의 경우, 30일간 ‘무료’ 또는 유사한 제안을 하는 지리적 시장이나 거래에서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일한 양, 동일한 품질, 동일한 서비스를 수반해 판매한 가격 중 최저가격을 말한다. 나아가 EU와 독이 역시 종전거래가격을 소비자에게 가격할인 적용 전 30일 동안 부과된 최저가격이라 하고 있다.
생각건대, 종전거래가격이 너무 짧으면 할인판매를 기획하기 위해 가격을 매우 높일 수가 있다. 기간이 짧으면 그것을 잠시 매출이 떨어지는 것을 감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전거래가격의 시점과 종점이 너무 멀고 그 계산이 복잡하면 사업자들의 경우 종전거래가격 산정에 혼란스러울 수 있으므로 적당한 기간과 단순한 방식으로 상거래 현실을 반영하여 규율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종전거래가격 표시와 관련하여 EU 및 독일의 규정은 우리에게 시사점을 준다. 사업자가 할인판매를 할 경우, 종전거래가격을 표시하여야 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우리의 유형 고시상의 규율 상황을 독일과의 비교를 위해 간단히 언급한다. 우리의 유형 고시 ‘라. 할인판매 등에 관한 사항’에서 “(10) 가격인하판매를 실시하면서 비교가격의 기준과 인하시점을 명시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정만으로는 할인하는 상품마다 종전거래가격을 표시하여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즉, 위 규정은 한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할인판매 행사를 기준으로 사업장에 한 번만 표시·광고하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개별 상품마다 표기를 하여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고, 나아가 비교가격이 아닌 비교가격 기준만 표시하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비교기준가격 그 자체(예컨대, 종전의 사업자 자신이 팔던 물건에 비해 할인하는 경우라면, 종전거래가격이 비교기준가격이 됨)를 명시하여야 하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특히 유형고시의 ‘라. (1)’에서 “… 비교기준가격으로 하여 자기의 할인율이나 가격인하율을 산출하여 표시·광고하는 행위”라고 되어 있는바, 이는 산출한 결과만 표시하면 되는 것이고 산출하는 과정의 종전거래가격 등 비교기준가격은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렇게 애매하게 되어 있는 경우에는, 행정고시의 성격상 수범자인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바, 이때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종전거래가격 등 비교기준가격을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EU와 독일의 경우에는, 가격할인표시를 할 때에는 종전거래가격을 표시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 모두, 그리고 소비자를 상대하는 모든 회사 상품에 대해 가격할인표시를 할 경우 종전거래가격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함을 목적으로 하는 표시광고법의 존재의의에서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EU와 독일의 규정이 할인판매를 할 경우에 종전거래가격을 명시하도록 하여, 소비자가 할인된 실제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바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종전거래가격과 관련한 개정안부터 본다. 할인을 하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 가격이 있어야 한다. 희망소비자가격이라든지, 시가라든지, 경쟁사업자의 가격이 하나의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준들은 물가의 변동이 심한 경우 바로바로 반영하여 효과적으로 할인율을 산정한 후 표시·광고하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보통의 경우 할인 판매를 기획할 때에는 사업자 자신의 과거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할인의 기준을 마련한다. 이것이 바로 종전거래가격이다.
그런데 종전거래가격의 기간과 관련하여 고려하여야 할 문제점이 있다. 종전거래가격이 짧으면 할인판매를 할 시점 직전에 판매가격을 인상한 다음 바로 할인을 하면 할인율이 높아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율이 높은 상품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다. 예컨대, 계속 1만원에 팔던 상품을 할인 시점에 갑자기 2만원으로 가격을 인상한 후, 1+1 상품이라 하면서 2만원에 팔 경우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할인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의 가격 인상 후 할인판매로 인하여 50% 할인이라고 오인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하여 적정한 기간을 산정한 후 그 기간의 평균가격이나 최저가격 또는 최고가격을 정하여 이를 종전거래가격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종전거래가격이라는 것이 계산하기에 번거롭다면, 사업자의 사업 운영에 있어서 애로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가처분 이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할인판매를 장려하여야 하는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종전거래가격의 기준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계산이 간명하여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비교법제에서 미국, EU 및 독일은 할인판매 시점에서 과거 30일 기간 중 최저가격을 종전거래가격으로, 일본은 과거 8주 기간 중 과반을 점하고 있었던 가격을 종전거래가격으로 한다고 살펴보았다. 우리의 20일보다는 모두 긴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종전거래가격 산정 기간이 길면 길수록 할인을 생각하여 가격을 인상하는 것을 억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 산정기간이 너무 길면 앞서 말한 대로, 사업자 입장에서는 산정하기가 매우 번거롭다.
그러므로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여, 우리의 종전거래가격도 20일에서 30일로 변경할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개정(안)은 물가변동상황과 사업자들의 유통상황 등을 적절히 고려하여야 함을 전제로 한다.
묶음판매 규율과 관련하여서는 여러 개정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행정 규율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범자인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업자의 입장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대법원의 해석 역시 고려하여야 한다. 이에, 아래에는 최소한의 규율에서부터 여러 개정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1안이다. 1안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묶음판매에 관하여 유형 고시에 명확한 정의 규정을 두고, 실제거래가격의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묶음판매를 실시하는 경우를 제한하고자 하는 방안이다. 이는 현재의 유형 고시를 최소한으로 개정하는 방안으로, 묶음판매를 실시하는 경우, 실제거래가격의 변동을 통하여 소비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개정안은 할인율 등을 명시하지 않아 정확한 할인가치를 확인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2안이다. 2안은, 1안에 덧붙여 할인율을 표시하도록 하는 안이다. 즉 사업자가 묶음판매로 판매할 시, 소비자에게 묶음판매 상품을 구매할 경우 정확히 어느 정도의 경제적 이익이 있는지를 정확히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이 개정안은 할인에 대한 비교기준이 명확히 표시되지 않아 여전히 오인가능성이 잔존하는 한계가 있다.
다음으로 3안이다. 3안은, 2안에 덧붙여 묶음판매를 포함하여 할인을 하는 경우에 종전거래가격을 상품마다 표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유형 고시에서는 종전거래가격을 각 상품마다 표시하여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3안과 같이 종전거래가격을 각 상품마다 표시하게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할인된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할인 전 가격을 잠시 올렸다가 큰 폭으로 할인한다는 오인을 주는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소비자는 ‘+1’을 증정으로 인식할 수도 있는데, 이 개정안에서는 이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여 언어적 표상에 대한 오인가능성을 여전히 방치하는 한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4안이다. 4안은, 묶음판매와 증정판매를 구별하여 규율하는 것이다. 즉, 묶음판매는 거래조건(예컨대 동일·유사 상품을 일정 개수 구매하는 조건 등)이 만족되면 50% 미만의 할인을 해 주는 것이고, 증정판매는 거래조건(예컨대 동일·유사 상품을 일정 개수 구매하는 조건 등)이 만족되면 증정(또는 50% 이상 할인)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묶음판매의 경우 ‘N+N’과 같은 표시·광고를 할 수 없고 오로지 ‘N개를 사면 OO% 할인’과 같이 표시하여야 할 것이고, 증정판매의 경우에만 ‘N+N’으로 표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업자의 할인판매유형을 다양하게 인정함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