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후불결제(Buy Now, Pay Later, 이하 “BNPL”) 서비스는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새로운 디지털 기반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소액 후불결제업이 법제화되었다.1) 다만, 국내 BNPL 서비스는 현재까지 신용카드나 기존 신용공여 수단에 비해 이용 대상이나 이용 규모가 제한적이며, 주로 연체율 관련 이슈로 언급되고 있다.2) 그럼에도 BNPL 서비스는 신용을 전제로 하면서 비금융회사를 통해 제공되는 기술 기반 금융서비스로서 기존 금융규제의 적용과 한계를 점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특히 금융당국은 BNPL 서비스를 신용카드와 유사한 신용공여 기능을 제공하는 대출성 상품으로 규정하고 기존 금융상품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3) 이는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른 조치이지만, BNPL 서비스의 기술적 특성과 고유한 리스크가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규제 형평성을 확보하고4) 일관된 규제를 적용하여 신속하게 규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동일기능, 동일규제와 같은 기능별 규제 접근이 논의된다.5) 금융부문의 경우, 핀테크 및 빅테크 등 비금융회사에 의한 금융서비스 제공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소비자 보호 측면과 기존 금융회사와의 공정 경쟁을 고려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국내 BNPL 서비스는 현재 시장 규모나 이용 빈도 측면에서 활성화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 법제화 논의 이후 관련 연구는 활발하지 않다. 그러나 BNPL 서비스는 신용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결제수단으로서 일정한 금융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BNPL 서비스는 디지털 환경에서 사용자의 편의성과 직관적 접근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알고리즘 기반의 신용평가, 데이터 활용, 이용자와의 접점 설계(UI/UX) 방식 등에서 기존 금융상품과 차별화되는 특성을 보인다. 따라서 기존 금융상품과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디지털 기반 금융서비스에 대한 기존 규제 체계의 적용과 한계를 분석하기 위한 적절한 사례로써 법제 연구에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본 논문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제2장에서는 BNPL의 기본 구조와 특성을 정리하고, 이를 신용카드 및 기존 신용공여 방식과의 비교한다. 이어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BNPL 서비스에 적용되는 방식과 그 쟁점을 분석한다. 제3장에서는 BNPL 서비스의 구조적 리스크를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첫째, 디지털 금융서비스의 UI/UX 설계상 특성, 둘째, 대안신용평가방식과 관련한 알고리즘 및 데이터 리스크, 셋째, 업종 간 상이한 법제 적용으로 인한 공적 통제의 한계를 중심으로 공법적 문제를 분석한다. 제4장에서는 앞서 확인된 쟁점을 바탕으로, BNPL에 대한 기존 규제 방식의 한계를 검토하고, 규제 체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제5장에서는 논의를 요약하고, BNPL을 포함한 기술 기반 금융서비스 전반에 대한 규제 설계 방향과 향후 과제를 제시한다.
Ⅱ. BNPL 서비스의 구조와 규제 현황
BNPL 서비스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즉시 구매하고, 결제 대금은 일정 기간 이후에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단기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상품이다.6) BNPL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소비자, 판매자, BNPL 서비스 제공자 간 3자 거래구조를 기반으로 한다.7) BNPL 제공자와 판매자가 계약을 맺고 해당 판매자의 결제 페이지에 BNPL 옵션을 내장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소비자는 전자상거래 과정에서 구매할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 단계에 BNPL 옵션을 선택하며, BNPL 제공자는 즉시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한다. 이후 소비자는 일정 기간의 유예 후 일시상환하거나 분할 상환 방식으로 BNPL 제공자에게 대금을 납부한다.
BNPL 서비스는 비금융회사의 서비스에 금융기능을 통합하는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의 대표적인 사례로, 별도의 금융 앱이나 절차 없이 결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신용을 이용할 수 있다. BNPL 서비스 제공자는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중개 역할을 수행하며, 소비자가 구매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한 경우 상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소비자는 유연한 결제 옵션을 통해 무이자 또는 저비용으로 단기 신용을 이용할 수 있고, 판매자는 즉시 대금을 회수함으로써 신용위험을 회피하면서 매출 증가와 구매 전환율을 제고할 수 있다. BNPL 서비스 제공자는 거래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동시에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신용 분석이나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이와 같이 BNPL 서비스는 소비자의 상품이나 서비스 결제 대금을 우선 판매자에 전액 지급하고, 이후 소비자로부터 상환받는 구조라는 점에서 신용카드와 유사한 결제 기반의 신용공여 방식이다. 그러나 주로 간편결제 플랫폼이나 온라인 결제 시스템에 내장되어 있어 신용카드보다 접근성이 높고 신청절차가 간소화되어 있다. 또한 분할 납부 기능은 할부금융과 유사하지만, 대체로 무이자로 제공되어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낮은 편이다. 대부분 각 국가의 기존 신용공여 상품에 대한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8) 이에 따라 법적 성질을 일의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9)
국내에서는 2021년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면서 BNPL 서비스 제공이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다.10) 당시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업자는 후불결제 기능을 제공할 수 없었으나, 금융혁신 샌드박스를 통해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업 인허가 없이도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제특례가 부여되었다.11)
금융이력 부족자 등 금융취약계층에게 소액 신용공여 수단을 제공하기 위한 포용금융의 일환으로 도입되었으나, 연체율 상승 문제가 발생하고 신용카드업과의 규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었다.12) 이에 따라 2023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후불결제업은 선불업자의 겸영업무로 법제화되었다. 개정법에 따르면, 후불결제업은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이 부족한 경우에 그 부족분에 대하여 선불업자 스스로의 신용으로 가맹점에 그 대가를 지급하는 업무"로 정의된다.13) 즉,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잔액이 부족한 경우 이를 보완해주는 신용 기반 결제 기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소액 후불결제업자는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을 후불결제업무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금지된다.14) 또한 소액 후불결제업은 이용자에게 금전의 대부 및 융자가 금지되므로 일반적인 신용상품과 달리 이자 발생이 제한된다.15) 이에 따라 할부, 리볼빙, 현금서비스 등이 금지되며, 이용자에 대해 연체이자 외에 이자 및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 및 금융소비자보호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BNPL 서비스를 대출성 상품으로 규정하면서 금융소비자보호법령에 따른 판매규제를 전면 적용하였다. 다만,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적합성 원칙 등 일부 규제는 예외가 인정되며, 자산총액 5조원 미만의 소액 후불결제업무 겸영 전자금융업자는 금융소비자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등 의무대상에서 제외된다.16)
한편, 소액 후불결제업은 자체적으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해야 하며, BNPL 사업자 간 대안신용평가모델 개발 목적으로만 연체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17) 포용적 금융 성격을 강조하는 정책 방향에 따라, 일반 금융상품과 달리 연체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BNPL 이용자의 연체 이력은 신용평가기관에 반영되지 않는다.18)
저신용자, 금융취약 계층을 주 이용자로 하는 서비스의 특성상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이와 같은 포용금융의 취지에 따라 일반적인 금융상품처럼 연체정보 공유를 통한 관리나 제재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는 금융 포용성 제고에 긍정적 효과가 있으나, 전체적인 BNPL 취급 규모나 이용자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검증이 어렵게 만든다. 나아가 BNPL 연체정보가 기존 신용평가기관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의 신용평가도 부정확해질 수 있는 등 여신관리와 건전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19)
BNPL 서비스는 신용카드 발급조건이 까다로운 지역에서 신용점수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신용카드의 대안으로 이용이 급증했으며, 미국의 어펌(Affirm), 유럽의 클라나(Klarna)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BNPL 서비스 제공자가 있다.20) BNPL 서비스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보호 문제와 신용위험의 축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규제 적용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BNPL 서비스는 기존 금융업의 규제를 우회하는 구조로 설계되면서 기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규제 공백이 발생하고, 소비자의 채무부담과 상환능력 저하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지고 있다.21) 또한 BNPL 서비스가 금융적으로 취약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부정확한 정보 제공이나 과장된 광고로 인해 소비자 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으며, 연체율이 높은 이러한 서비스의 지속적인 확산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잠재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22) 이는 개별 소비자의 재무적인 문제를 넘어 금융안정의 측면에서 신용 리스크가 축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국 금융당국 및 국제금융기구에서도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9년 이후 신용이력이 부족한 계층을 위주로 BNPL 이용이 빠르게 증가하였으며, 이에 따라 소비자 보호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2024년 5월 BNPL 서비스 제공자가 신용카드 제공업에 해당한다는 해석규칙을 발표하였다.23) 이에 따라 BNPL 제공자는 소비자에게 기존 신용카드업에 적용되는 청구 금액에 대한 이의, 환불요청, 명확한 대출 조건 제공 등 주요 법적 보호 및 권리를 제공해야 한다.24) 유럽연합(EU)은 2023년 10월 소비자신용지침(Consumer Credit Directive, CCD II)을 공식 채택하고 디지털 환경에서 발전한 신용상품으로서 BNPL 서비스를 기존 신용상품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 적용하도록 했다.25)
이처럼 미국과 유럽연합은 BNPL 서비스에 기존 신용카드와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BNPL 서비스의 급속한 확산에 대응하여 소비자 보호와 신용위험 관리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BNPL은 신용카드와는 다른 방식으로 설계되고 운영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보완적 규제 접근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 설계는 우선 해당 금융상품이 제공하는 경제적 기능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그 법적 성질을 명확히 규정되어야 한다.26) 또한 기능별 규제를 통해 규제 공백을 최소화하는 한편, 시장 참여자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규제 형평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기능과 내재적 위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그 특성에 부합하는 적절한 규제 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BNPL 서비스를 법제화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대출성 상품으로 분류하여 기존 금융상품과 동일한 판매규제를 적용함으로써 기능 중심의 규제가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BNPL 서비스가 신용공여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상품과 동일한 판매규제를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BNPL 서비스의 위험 구조와 기술 기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형식적 대응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특히 BNPL 서비스는 기존 금융거래와 달리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UI/UX 중심의 설계, 대안신용평가 알고리즘의 불투명성, 기존 금융업자와 다른 법적 지위 등 새로운 구조적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기존 규제의 원칙이나 개념은 과거의 기술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므로 새로운 기술 기반의 거래 방식이나 금융상품이 기존 규제가 우려한 위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으며, 어떤 새로운 위험을 수반하는지 파악한 후 그에 맞춰 규제 체계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27) 다음 장에서는 BNPL 서비스의 구조적 특성을 UI/UX, 신용평가, 법제상 미비점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공법적 리스크를 중심으로 규제상 쟁점을 검토하고자 한다.
Ⅲ. BNPL 서비스의 특성과 공법적 리스크
BNPL 서비스를 비롯한 디지털 금융서비스는 종전 금융기능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제공 주체인 비금융회사는 본질적으로 금융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지 않으며, 데이터 확보와 이를 활용한 판매 촉진에 초점을 둔다.28)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비금융회사의 플랫폼이나 서비스에 금융기능을 내장하여 사용자가 별도의 금융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에 접근할 필요없이 금융거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임베디드 금융은 궁극적으로 사용자경험 향상을 통한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한다.29)
BNPL 서비스는 역시 기존 상품 및 서비스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자금이 부족한 경우 즉시 신용을 제공함으로써,30) 복잡한 금융절차를 단순화하여 결제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사용자 경험 개선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고 사업자의 매출 확대 및 수익 제고를 목표로 설계된다.31) BNPL 서비스는 상품 구매, 결제 수단 선택이라는 전자상거래의 구매 과정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소비자는 기존의 신용카드, 계좌이체, 간편결제 방식과 동일한 맥락에서 ‘후불결제’ 또는 ‘지금 구매, 납부는 다음에!’ 등의 문구가 표시된 버튼을 클릭함으로써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또한 UI 설계상 시각적으로 타 결제수단과 동등하거나 더 강조된 방식으로 제시될 수 있으며, ‘이자나, 수수료 없이’, ‘1% 적립’ 같은 문구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결제 수단이라는 인식을 주게 된다. 이러한 서비스 구조는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는 대출성 상품이라는 인식보다 편리한 결제옵션으로 선택하여 신용거래에 진입하게 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설명서 및 이용약관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요사항을 숙지하도록 안내하지만, 실질적인 정보 전달 및 소비자의 이해 확인이 보장되지 않는 형식적 절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는 해외 규제기관에서도 공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BNPL 서비스가 신용상품임에도 수수료, 납부일, 연체 시 불이익 등 핵심적인 거래 조건이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점에 대해 이러한 정보를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32)
이는 BNPL 서비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 전반에서 사용자 편의성과 속도를 중시한 UI/UX 설계가 일반화됨에 따라, 상품의 구조, 위험, 책임 관계에 대한 설명은 축소되거나 생략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 보호 규범이 전제하는 정보 제공과 판단 기회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리스크가 된다. 향후 기능 중심 규제뿐 아니라 정보 비대칭과 소비자 유인 구조와 같은 기술 기반 설계의 위험까지 포섭할 수 있는 공법적 대응이 요구된다.
BNPL 서비스 제공자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lternative Credit Scoring System)을 통해 이용자의 후불결제 한도를 내부적으로 산정한다. 금융당국은 포용금융의 취지를 반영하여 소액 후불결제업에 대해 대안신용평가모델 구축을 의무화하였다.33)
전자금융거래법령에 따르면, 소액 후불결제업무의 이용한도는 신용정보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신용상태 평가결과에 관한 정보 외에도 소액 후불결제업무를 영위하려는 선불업자가 보유하거나 수집한 정보 등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산정할 수 있다.34)
이에 따라 BNPL 사업자는 기존 신용정보 외에 자체적으로 수집한 이용자의 행동정보, 거래 패턴, 플랫폼 내 활용 이력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하고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 등 지능정보기술을 적용하여 이용한도를 산정하는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페이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에 금융(신용)거래 정보 외에 네이버 쇼핑 및 페이 이용내역 등과 같은 비금융정보와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다.35)
이러한 대안신용평가방식은 통신요금 납부이력, 온라인 구매정보, 포인트 적립정보, SNS 정보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신용평가에 반영함으로써 신용이력이 부족한 소비자에게도 신용공여 기회를 제공하여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포용금융 실현에 기여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진다.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은 BNPL 서비스 외에도 디지털 금융서비스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36) 데이터 3법 시행 이후 일정 요건 하에 신용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되면서 금융정보와 비금융정보의 결합이 용이해지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예컨대,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단골 고객 비중, 고객 리뷰, 반품률 등 자사 플랫폼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온라인 사업자 전용 대출상품을 제공하고 있다.37) 이러한 대안신용평가는 통신비 납부 이력, 온라인 구매 내역, SNS 활동 등 다양한 비금융정보를 활용하여 신용도를 산정한다는 점에서 금융이력이 부족한 금융소외 계층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반면, 대안신용평가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나 평가 기준이 소비자에게 명확히 공개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딥러닝 기반 AI 모델의 경우 전체적인 시스템 작동 구조는 파악할 수 있더라도, 개별 결정에 이르는 세부 절차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는다. 이로 인해 의사결정 과정과 그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기 어려운 이른바 ‘블랙박스(black box)’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소비자가 대출 거절 등 불리한 결정에 대해 그 사유를 충분히 파악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만든다.38) 또한, 알고리즘 설계 방식이나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에 따라 특정 계층이 신용공여에서 배제되거나 불리한 조건으로 거래하게 될 수 있다. 과거 대출 관행에 반영된 차별적 요소가 학습 데이터에 포함된 경우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재생산되거나 심화될 수 있다.39)
신용평가에는 원칙적으로 평가체계의 공정성과 평가과정의 투명성이 요구된다.40) 이에 따라 개인인 신용정보주체는 자동화평가 실시 여부, 자동화평가의 결과와 주요 기준, 이에 이용된 기초정보 등의 개요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41) 그러나 인간의 관여가 전혀 없는 완전히 자동화된 시스템과 평가에 해당하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는 한계가 지적된다.42) 이와 같은 적용 범위의 제한은 알고리즘 기반 신용평가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를 어렵게 하며, 평가 절차의 투명성 확보와 금융소비자 권리 보호에 구조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금융접근성이 제한될 뿐 아니라,43) 정당한 이의 제기 및 권리 구제 의 실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알고리즘 기반 의사결정은 법령에 의한 직접적인 규율이 미비하거나 실질적인 개입이 어려워 규제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법적 통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대안신용평가 알고리즘에 대한 사전적 검증체계 구축, 학습 데이터의 적정성 확보, 알고리즘의 설명가능성 제도화 등 사전적·사후적 통제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제정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인공지능기본법’)은 대출 심사와 같이 개인의 권리·의무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판단 또는 평가에 활용되는 인공지능을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분류하고 있다.44) 이에 따라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고영향 인공지능에 기반하여 운영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사전에 고지하고,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45)
인공지능기본법은 EU AI 법과 유사하게 위험 기반 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고위험’ 대신 ‘고영향’ 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EU AI 법은 고위험 인공지능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명확한 적용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인공지능기본법은 고영향 인공지능의 범위와 적용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46)
따라서 고영향 인공지능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 기준과 설명가능성 확보를 위한 실효적 장치 마련과 함께 신용평가 등 금융 분야에서 AI가 활용되는 경우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공법적 대응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BNPL 서비스는 기능적으로는 신용공여를 제공하므로 기존 금융업과 동일한 규제가 요구된다. 그러나 디지털 금융서비스는 데이터 활용을 중심으로 운영되며,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핵심적인 가치로 작용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데이터 수집 및 활용 과정에서 무분별한 데이터 수집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와 데이터 처리의 부실로 인한 보안 사고, 해킹, 정보 유출 등 다양한 사이버 보안 리스크가 존재한다. 또한, 신용평가 알고리즘의 공정성 문제와 과도하게 개인화된 상품이나 서비스 추천이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금융회사는 단순한 신용공여을 넘어 사용자 데이터 확보 및 이를 활용한 수익 창출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47) 비금융회사는 자체 플랫폼 또는 서비스을 통해 대규모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금융정보와 비금융정보를 통합하여 정교한 마케팅 전략을 설계한다. 최근 iOS, Android 등 모바일 플랫폼에서 제3자 데이터 추적이 제한되고, 웹 브라우저에서도 쿠키를 통한 사용자 추적이 폐지되는 추세이다.48) 이러한 데이터 보호 강화 흐름 속에서 BNPL 서비스는 다양한 사용자 데이터를 직접 수집할 수 있는 구조이다. BNPL 서비스는 전자상거래를 통한 상품 및 서비스의 소비와 대출이 결합된 영역에서 데이터 수집하고 이를 마케팅 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49) 특히 비금융회사로서는 은행 등 금융회사만 가질 수 있었던 고객의 금융정보까지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과 결합으로 과도한 데이터 집중과 사용자 프로파일링은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 편향 및 차별, 과도한 소비 유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데이터 수집, 보호, 어떤 분석 방법으로 이용자를 심사하는지 등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커진다. BNPL 서비스는 신용공여 기능을 수행하지만, 그 수익 모델은 데이터 활용에 기반한 구조라는 점에서 데이터 수집 및 활용 방식, 알고리즘 기반 광고의 반복 노출, 프라이버시 보호 등 기술 기반 위험 요소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사업자들도 신용공여가 주목적이 아니라 결제 데이터를 분석하여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상품을 제공할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였고,50) 포용금융 및 대안신용평가 고도화라는 취지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었다.51) 이는 BNPL 서비스가 데이터 산업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공법적 규제 역시 이에 대응하여 과도한 데이터 수집, 불공정한 활용 등 BNPL 서비스가 내포하는 리스크를 고려하여 규제의 범위와 방식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BNPL 서비스는 대안신용평가를 위해 이용자의 비금융데이터를 수집하고, 결제 및 대출 과정에서 금융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소비자의 구매 패턴, 신용상태, 선호 제품 등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와 마케팅 전략에 활용함으로써 추가 구매를 촉진하고 수익 창출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52) 또한 BNPL 서비스는 판매자가 수수료를 부담하는 구조로 소비자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주저하지 않고 구매 결정을 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한다.53) 결과적으로 판매 촉진 위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BNPL 서비스의 간편한 접근성, 소비자의 금융지식 부족, 그리고 공격적인 마케팅 기법이 결합될 경우, 금융적으로 취약한 소비자가 과도한 채무부담를 부담하게 될 위험을 지적한다.54) 또한 다크 패턴(dark pattern) UI를 통한 단계적 결제 유도는 과잉차입 및 대출 중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55) BNPL 제공자가 서비스 과정에서 수집된 소비자의 거래정보, 행동정보 등을 바탕으로 마케팅에 활용하여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추천하는 등 반복적인 이용을 유도함으로써 과잉 소비와 연체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56)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의 과다한 채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57)
따라서 BNPL 서비스가 단순한 신용공여 상품이 아닌 금융소비자의 행동패턴과 데이터 경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금융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한 규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데이터 기반 서비스의 고도화는 정교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통해 소비자 편익을 향상시킬 수 있으나, 과도한 프로파일링과 마케팅 활용은 프라이버시 침해와 소비자 권익을 저해할 수 있다.
금융시스템의 관점에서도 BNPL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은 연체율 증가로 인한 재무적 요소 외에 신용공여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처리 및 알고리즘 운영과 같은 비재무적 요소에도 있다. 예를 들면, 잘못된 데이터 분석에 의한 과도한 신용창출과 같은 리스크이다. 국내 BNPL 서비스는 현재 소액 한도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재무적 리스크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으나, 데이터 기반 경제와 디지털 금융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한 규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BNPL 서비스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신용평가를 실시하고 연체가 발생하더라도 기존 신용평가기관에 연체정보를 전달하거나 BNPL 서비스 제공자 간 연체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포용적 금융 취지로 소액 후불결제업을 허용하였으며, 이에 따라 연체정보 공유를 제한하고 있다.58)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이용하여 이용자별 한도를 산정하는 경우 타사 BNPL 연체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으나,59) 여전히 기존 신용평가체계와의 연계는 제한적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BNPL 이용자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종합적인 검증이 어렵고 기존 신용평가 체계의 정확성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다.60)
Ⅳ. BNPL 서비스에 대한 공법적 대응 방향
BNPL을 비롯한 디지털 기반 금융서비스는 AI, 알고리즘, UI/UX 설계 등을 기반으로 상품 권유, 신용심사 등 핵심 기능이 전체적인 서비스 이용 과정에 자연스럽게 통합된 방식으로 제공되는 구조이다. 이와 같은 기술 기반 서비스는 법적으로 명확히 구획되지 않은 기능과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 현재 규제체계는 금융상품 중심으로 금융업 인허가를 받은 금융회사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능별 규제 접근을 통해 동일한 기능에 대해 기존 규제를 적용하는 경우에는 기술 기반 서비스의 설계 구조, 데이터 활용, 알고리즘 작동 방식 등을 적절히 포섭하지 못하고 형식적인 적용이 되어 규제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하지 못하고 여전히 규제 공백 상태에 있게 된다.
따라서 디지털 기반 서비스에 대한 공법적 규율 체계 전반에 형식적 구분이나 주체 중심 규율 방식을 벗어나 실질적 기능과 위험을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본 장에서는 BNPL 서비스가 이와 같은 접근 방향을 보여주는 디지털 기반 금융서비스의 사례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정보 제공 방식, 신용평가 알고리즘과 데이터 리스크에 대한 공법적 통제, 업종 간 제도 설계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BNPL 서비스는 디지털 결제 흐름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제공되는 구조로, 소비자는 단순히 결제 옵션을 선택한다는 인식 수준에서 신용공여 계약을 체결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가입 전 약관 및 상품 설명서가 별도 화면에서 제공되지만, 이는 대부분 형식적인 제공에 그치며 실제로 소비자의 선택 과정에서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고 이해되는지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BNPL 서비스와 같이 디지털 UX에 깊이 통합된 서비스의 경우, 설명의무와 같은 정보 제공은 이해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미국 소비자보호국(CFPB)는 BNPL 관련 보고서에서 수수료, 납부일, 연체 시 불이익 등 거래의 핵심사항이 간결하고 반복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61)
한편, 호주에서는 사업자가 고객이 동의 절차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소비자경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하며, 정보 수집 및 이용 상황을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통합 정보 화면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62)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UI/UX가 오프라인 영업점의 고객 응대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영한 대응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모바일을 통한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면서 기업들은 모바일을 주요 서비스 채널로 인식하고 있으며, UI/UX는 서비스 만족도와 지속적 이용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63) 이와 같은 변화는 디지털 금융서비스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편의성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춘 UI/UX 설계로 인해 주요 정보가 불완전하게 제공되거나 부적합하게 배치될 수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디지털 서비스 전반에서 단순한 문서 제공이 아닌 UX 구조상 반복 노출, 이해 확인 절차 등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정보 전달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비대면·모바일 중심 서비스 구조에 적합한 고객 접점에 대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BNPL 서비스는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비금융 및 행동 기반 데이터를 활용하여 이용자의 신용도를 판단하는 대안신용평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기존 신용평가체계에서 배제되기 쉬운 금융소외 계층의 신용 접근성을 높여 포용금융 실현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 방식은 대부분 사업자의 내부 기준과 알고리즘 기반으로 운영되며, 평가 기준, 산정 방식, 활용된 정보의 범위 등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가 자신의 신용평가 절차나 결과에 대해 확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또한 BNPL 사업자는 수집된 데이터를 신용평가 외에도 반복 이용 유도, 신용한도 조정, 맞춤형 마케팅 등 2차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일반화되어 있다.64) 이러한 데이터 활용 구조는 정보주체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어떤 목적으로 활용되는지 충분히 인지하거나 실질적으로 통제하기 어렵게 하며, 과도한 프로파일링이나 타겟 마케팅을 통한 과소비 유도 등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대안신용평가는 기술적 혁신으로 통해 금융포용성 제고와 개인화된 평가체계 운영에 긍정적 기능을 하지만, 과도한 데이터 활용과 알고리즘 불투명성이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키고 소비자 권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특히 BNPL과 같은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실질적으로 데이터 산업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65) 데이터 수집 및 활용과 알고리즘 운영 전반에 대한 공적 감독과 통제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평가 및 마케팅에 활용되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그 활용 여부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신용평가 목적 외 정보 수집 및 처리에 대한 사전 고지와 동의 절차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데이터 현황의 열람 및 동의 철회 권한 보장을 통해 정보주체인 소비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관리·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66)
또한 알고리즘 기반 결정에 대해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정보를 제공받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신용평가 알고리즘의 설명가능성 확보를 위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알고리즘의 편향 및 차별 가능성을 사전에 심사하거나 인증하는 사전 검증 체계를 구축하여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BNPL 서비스의 법적 성격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업권 중심 규제 체계가 새로운 금융서비스 유형을 적절히 포섭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보인다. BNPL 서비스는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일정 기간 후 상환을 조건으로 대금을 제공하는 신용공여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신용카드와 유사한 금융기능을 가진다. 그러나 BNPL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업자가 아닌,67)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로 등록된 전자금융업자이다.68) 이에 따라 BNPL 제공자에게는 신용카드업자에게 적용되는 진입규제, 자본요건, 리스크 관리 및 감독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69)
BNPL 서비스는 신용공여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전자금융업과 신용카드업 사이에 법적·제도적으로 중첩된 상태에 놓이게 되며, 규제 체계의 충돌과 공백을 초래한다. 하나의 금융기능이 두 개의 상이한 업권에 걸쳐 있으면서도 어느 하나의 규제 체계에 완전히 포섭되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기능에 대해 규제 강도가 상이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 보호, 감독 일관성, 시장 내 공정 경쟁 등의 측면에서 법적 불균형이 발생하고, 규제 체계 간 충돌과 공백이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기능 중심 규제 원칙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한 BNPL 서비스는 신용평가 방식, UI/UX 기반 설계, 데이터 활용 등 측면에서 디지털 기반 금융서비스의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기존 업권 분류 체계의 경계를 넘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능별 규제 방식을 통해 기존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형식적으로 동일기능, 동일규제 적용을 통한 규제 공백의 해소와 규제 형평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리스크를 포착하고 통제하는 데 한계를 가진다. 따라서 BNPL과 같은 기술 기반 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기존 규제에 포섭하기 보다는 기능과 위험 수준에 따라 세분화된 규제 체계를 설정하거나, 새로운 금융서비스 유형에 적합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 디지털 기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본 논문은 BNPL 서비스를 단순한 신용공여 기능을 가진 대출성 상품이라기보다는 디지털 기반의 새로운 금융서비스 모델로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공법적 대응 방향을 검토하였다. BNPL 서비스는 비금융데이터를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자체적으로 구축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를 활용하여 금융이력부족자에게 금융기능을 제공하여 포용금융 확대에 기여함과 동시에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의 성격을 가진다. 한편, BNPL 서비스는 실질적인 신용공여 기능을 수행하는 만큼 기존 금융규제 체계와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발전과 법제 간 간극을 좁히고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 및 빅테크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 제공자 간 규제 불균형을 해소하는 규제 원칙으로 기능별 규제 방식으로 논의된다.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서비스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 경쟁의 공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서비스 제공자들이 규제 준수에 필요한 예측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 새로운 금융서비스는 기존 규제의 틀로 포착하기 어려운 고유한 위험을 내포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BNPL 서비스는 사용자경험 중심의 UI/UX 설계, 알고리즘 기반 신용평가, 데이터 기반 마케팅 등 디지털 구조에서 기인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법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연체율 등 재무적 리스크보다 정보 비대칭, 데이터 오용 등 비재무적 영역에서의 위험 요소이다. 이러한 비재무적 리스크는 기존 금융규제에서 재무적 위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과되기 쉬우나, 디지털 기반 금융서비스에서는 실질적 위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디지털 기반 규제 설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따라서 디지털 기반 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단순히 기존에 형성된 규제를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을 넘어서, 서비스의 기술적 구조와 내재된 고유한 위험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실질적인 위험 통제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업권 간 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