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민사소송은 국가의 형벌권 발동을 전제로 수사기관(검사 등)의 수사 및 기소에서 시작하는 형사소송과 달리 소송을 제기한 원고와 소송을 당한 피고가 소송 당사자가 되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주장과 입증을 하면서 시작된다. 이와 같이 민사소송에서 사실과 증거의 수집·제출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수집하여 제출한 소송자료만을 변론에서 다루고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이 바로 변론주의이다. 결국 민사소송은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 여부에 따라 소송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민사소송 절차에서 당사자가 자신의 승소를 위하여 일방 당사자 혹은 제3자가 상대방1)의 동의 없이 무단녹음한 증거를 제출하는 것과 같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이와 같은 위법수집증거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2)에서 규정하고 있는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Exclusionary rule of illegally obtained evidence)과 같은 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며, 달리 제출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구체적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위법수집증거의 문제는 형사소송법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점부터 논의되어 왔고, 위법한 절차에 의하여 획득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론이 일반적 견해에 이르게 되었으나, 민사소송법 분야에 있어서는 최근에 들어서야 이에 관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제기되어 오고 있다.
형사소송은 수사기관이 대행하는 국가 형벌권의 실현절차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엄격하고 적절하게 제어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이를 위하여 형사소송법에서는 증거법상 증거능력을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위와 같은 수사기관의 위법한 수사관행 등을 억제하는 유력한 수단이 되어 왔다. 이에 반하여 민사소송은 사적자치가 보장되는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므로, 민사소송법 역시 변론주의, 즉 당사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하기 위하여 증거를 수집하여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일방 당사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즉 일방 당사자나 제3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대화를 녹음하거나, 사진 및 동영상 등을 촬영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무단녹음으로 인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한 내용으로서 인간이 자신의 정보를 언제, 어떻게, 어느 범위에서 외부에 공개할 것인지를 결정할 개인의 자기정보결정권 등이 침해된다), 변론주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민사 법원은 불명확한 부분이 있을 경우 석명권을 행사하여 이를 보충할 수 있을 뿐, 앞서 본 형사소송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방법인 증거능력까지는 제한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민사소송 절차를 진행하면서 소송 당사자 자신 혹은 제3자가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고 무단으로 대화를 녹음하거나, 사진 및 동영상 등을 촬영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녹음기를 이용하여 대화나 통화를 녹음하는 문제는 새로운 법적인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첨단기술의 진화에 따라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에서 버튼만 누르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나 통화를 녹음할 수 있게 되어(삼성 갤럭시 스마트 폰의 경우 제품 자체에 통화녹음 기능이 내장되어 있는 반면, 애플 아이폰은 내장된 통화녹음 기능이 없다), 과거 보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녹음된 증거들이 법원에 현출될 가능성은 더욱 증가하였으므로, 앞서 본 자기정보결정권에 대한 침해 수단이 더 광범위해져 이를 규제할 필요성이 더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민사소송절차에서 제출된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증거능력에 관한 일반적이고 폭넓은 논의는 별론으로 하고, 위법수집증거의 하나로 분류되어지는 상대방 동의를 얻지 않고 무단으로 대화 혹은 통화를 녹음하여 그 녹음테이프나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이 상대방 동의 없는 무단녹음의 경우 기본권 충돌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무단녹음 행위로 인하여 대화나 통화를 녹음한 사람의 언론의 자유와 녹음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인격권, 통신의 비밀, 자기정보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이 충돌하므로, 상대방의 동의 없는 무단녹음에 관한 시각이나 문제의식 등에 관하여는 위와 같이 충돌되는 기본권들 중 어떤 기본권이나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 등에 관한 가치 판단의 문제로 생각한다.
상대방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녹음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우리 대법원은 제3자가 상대방 동의를 얻지 않고 무단녹음한 경우와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 동의를 얻지 않고 무단녹음한 경우를 구분하여 증거능력을 달리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와 같은 대법원 판례들을 대상판결들로 구분하여 정리하고, 앞서 본 기본권 충돌에 관한 가치판단의 문제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대상판결들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하고자 한다. 한편 비판적 검토를 하기에 앞서 일반론으로서 민사소송에서의 증거와 증거능력, 위법수집증거에 관한 법적규율 등을 간략히 살펴보고, 녹음주체가 상대방인지, 아니면 제3자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판단하고 있는 대상판결들의 한계점과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충돌이라는 측면을 전제로 하여 새로운 기준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자 한다.
Ⅱ.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방법과 증거능력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의 재판과정은 사실을 확정하는 과정과 법규를 해석하여 적용하는 과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사실을 확정하기 위하여는 이를 위한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증거이다. 증거라는 개념에는 증거방법, 증거자료, 증거원인의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3) 증거방법은 증거조사의 대상물로서 증인, 감정인, 문서, 검증물, 당사자본인 등이 되고[민사 등 증거목록에 관한 예규(재민 2004-6) 제17조)4)], 증거자료는 증거방법에 대하여 법률상 규정된 증거조사절차를 거쳐서 얻은 내용을 의하는데, 증언, 감정결과, 문서의 기재내용, 검증결과, 당사자신문결과 등이 그것이다. 증거원인은 법관의 심증형성의 원인이 되는 자료나 상황으로서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자료가 이에 해당한다.5)
일본에서는 증거능력의 개념에 관하여 3가지 학설이 있는데, 첫 번째가 어떤 유형물이 증거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적격을 증거능력이라고 하는 견해로 통설이다. 두 번째 견해는 일정한 증거자료가 사실인정을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 적격을 증거능력이라고 부르고, 통설에서 증거능력으로 정의하는 것을 증거적격이라고 한다. 이 견해에 의하면 서증의 경우 서증이 진정하게 성립되었는지의 문제가 형식적 증거력이고, 요증사실의 증명에 어느 정도 쓸모가 있는지의 문제가 실질적 증거력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대하여 통설의 입장에서 위 견해에 의하면 증거능력과 형식적 증거력이 중첩된다는 점을 비판한다. 세 번째 견해는 증거방법 내지 증거자료가 사실인정을 위하여 사용될 수 있는 적성을 증거능력으로 부르는 견해인데, 이 견해에 의하면 증거방법이든 증거자료든 증거배제법칙에 따라 사실인정을 위한 자료에서 배제하여야 할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한다.6)
앞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증거라는 말은 증거방법, 증거자료, 증거원인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7) 증거방법이란 법관이 눈, 귀, 입, 코, 피부와 같은 오관의 작용에 의하여 조사할 수 있는 유형물을 말한다. 증거방법 중 증인, 감정인, 당사자본인신문 세가지는 인증이고, 문서, 검증물, 전자저장정보물(녹취, 영상물) 등 그 밖의 증거 세가지는 물증이다. 증거자료란 증거방법의 조사에 의하여 얻은 내용을 말한다. 증언, 감정결과, 문서의 기재내용, 검증결과, 당사자본인신문결과, 그 밖의 증거인 영상, 사진, 녹음테이프 등이나 각종 전자저장정보의 조사결과 등 여섯가지 이외에 조사촉탁결과도 증거자료가 된다. 증거원인이란 법관의 심증형성의 원인이 된 자료나 상황을 말하는데, 민사소송법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자료가 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사소송법 제202조).
증거능력이란 증거방법으로서 증거조사의 대상이 될 자격을 말한다. 예를들면 법정대리인은 당사자신문의 대상일 뿐 증인능력이 없으며(민사소송법 제367, 372조), 기피당한 감정인은 감정인 능력을 잃는다(민사소송법 제336, 337조). 이와 같은 법률상의 예외를 제외하고 우리 민사소송법에서는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에 대한 제한은 없다. 따라서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 다툼있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하여 작성한 문서, 전문증거, 미확정판결문도 증거능력이 있다.
증거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증인, 감정인, 문서 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일반적인 증거방법으로서 증인과 문서에 관하여만 살펴보기로 한다.
민사소송법 제303조는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송의 당사자, 법정대리인, 당사자가 법인인 경우에 그 대표자 또는 관리인은 증인능력이 없다.8) 민사소송법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에 대하여 직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을 신문할 경우에 특별한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민사소송법 제304, 305, 306조), 증인신문에 관하여 법률상 제한이 있는 공무원과 증언거부권이 있는 사람도 증인능력이 부인되지는 않는다.9)
민사소송법은 법원에 문서를 제출하는 때에는 원본, 정본 또는 인증이 있는 등본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민사소송법 제355조 제1항), 대법원은 문서의 증거능력은 제한이 없다는 전제에서 문서가 사본이라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부인되지 않고,10) 소송 제기 이후 작성된 문서라도 그것만으로 증거능력이 부인되지 않으며,11) 소송계속 중에 사용하기 위한 문서 역시 증거능력이 부인되지 않고,12) 변조된 문서라도 변조되기 전 명의자의 문서로서 증거능력이 부인되지 않는다13)고 판시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서증의 진정성립과 형식적 증거력을 동일시하고 있는데,14) 이에 대하여 진정성립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증거조사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력이 아니라 증거능력의 문제로 파악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15)
증거조사라 함은 법관의 심증형성을 위하여 법정의 절차에 따라 인적·물적 증거의 내용을 오관의 작용에 의하여 지각하는 법원의 소송행위이다.16)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방법에 대하여 증거조사가 이루어진 경우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지 의문이다.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없는 유형물에 대하여 증거조사를 하면 그 증거조사는 위법하기 때문에 그 증거조사결과에 기초하여 사실인정을 한 경우에 그 판결은 위법하게 된다고 설명된다. 그런데 법원과 당사자는 통상 법률에 규정된 절차를 준수하여 증거조사를 하여야 하지만 증거조사절차가 법률에 위반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증거조사의 효과가 바로 부인되지는 않는다. 소송절차가 법률에 위반된 때에 대하여 당사자가 바로 이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 흠결이 치유되므로(민사소송법 제151조), 증거조사절차 규정의 취지, 목적, 중요성의 정도 등을 감안하여 그 위반에 따른 효과를 판단하여야 한다.
증거조사절차를 위반한 경우에도 당사자가 이의권을 포기 또는 상실함으로써 그 절차위반에 관한 흠결이 치유된다면 증거조사의 결과를 사실인정에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법원이 당사자이므로 당사자신문을 하여야 하는데, 증인으로 신문한 경우 또는 그 반대의 경우 문제되는데, 이에 대하여 우리나라 통설은 이러한 경우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방법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경우라기 보다는 증거조사절차가 위법한 경우에 해당하다고 설명하면서 지체 없이 민사소송법 제151조 이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그 흠이 치유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그 진술은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17)
증거력이란 증거자료가 요증사실의 인정에 기여하는 정도를 증거력, 증명력 또는 증거가치라고 한다. 이것은 형식적 증거력과 실질적 증거력의 두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특히 서증의 경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성립의 진정, 즉 입증자가 주장하는 특정인의 의사, 판단 등의 표현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지가 증명되지 않는 문서는 형식적 증거력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 증거력의 유무를 따질 것도 없이 증거로 삼을 수 없게 된다. 한편 실질적 증거력은 논리칙과 경험칙에 따라 자유롭게 판단하면 된다.18)
자유심증주의란 법관이 재판의 기초로 되는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 참작하여야 할 증거의 증거력에 관하여 법정하지 않고 오로지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것을 말한다. 자유심증주의는 사실인정의 과정에 적용되는 원칙으로, 사실 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증거가 필요하다. 수학적 도구나 알고리즘에 의한 사실 판단이 아니라 인간인 법관이 사실 판단자로서 책무를 다하는 이상 주관적 확신을 배제하고, 자유심증을 논할 수는 없다.19) 그러한 사실인정의 합리성을 보장하고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논리칙과 경험칙에 충분히 근거하여야 하고, 당사자들에게 절차법적으로 공평한 증명의 기회를 갖게 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자유심증주의는 법관의 인격에 신뢰를 기초로 하여 사실판단의 전권을 법관에게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자의적인 판단의 위험에 빠질 수 있으므로, 민사소송법은 증거판단, 사실판단의 모든 과정에서 원칙적으로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면서도, 특별한 경우에 증거방법을 제한하는 등 일종의 법정증거주의를 인정하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법정대리권 또는 소송대리권에 관한 증거방법을 서면으로 하게 한 것 등). 한편 우리 민사소송법은 변론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재판상 자백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주요사실에 관한 자백계약은 유효하다는 것이 우리나라 대다수의 견해이다.20) 다만 주요사실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경우에 그 증빙사실에 대한 자백계약을 인정하면 주요사실을 법관의 자유심증에 의한 판단에 맡기는 것과 모순되므로, 이러한 자백계약은 무효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21)
Ⅲ. 위법수집 증거에 관한 법적규율
독일 민사소송에서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문제는 1950년 초반부터 논의되기 시작하였는데, 현재 독일의 다수 학설은 민사소송에서도 위법수집증거는 배척되어야 한다는데 거의 일치하고 있으며, 다만 그 근거에 대하여 신의칙 위반을 이유로 하거나, 또는 헌법상 보장권 인격권 침해를 이유로 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한다. 독일 연방통상재판소 역시 결론이 동일한데, 주로 비밀녹음 테이프 또는 제3자와의 대화를 엿듣고 진술하는 전문증인의 증거능력 유무에 대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23)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이 통설의 견해이나, 그 법적 근거와 허용범위에 대하여 논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당사자가 단지 실체법규에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라면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으나, 인격권 등 헌법상 보장권 인권을 침해하여 수집된 증거라면 그것이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는 사유가 있거나 또는 보다 우월한 공익상의 이익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으며, 여기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증거방법은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고 한다.24) 일본 판례는 증거능력에 관하여 유연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민소송법의 기본원칙인 공정의 원칙에 비추어 관련 증거를 사실인정의 자료로 제공하는 것이 현저히 신의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그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소송에 있어 진실발견의 요청을 할 때 일반적 인격권의 침해만으로 곧바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보호가치 및 공공의 이해에 관련되는지 여부, 소송상 그 증거의 중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증거능력 유무를 판단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25) 종합적인 비교형량의 인식이 판례의 주류적 입장으로 보인다.
증거방법을 위법하게 수집한 행위와 증거조사절차에서의 위법은 별개의 것으로 증거방법에 대해서 별도의 제한을 인정하지 아니한다는 견해이다.27) 이 견해에 의하면 예를들어 절취한 문서를 서증으로 제출하는 경우에도 이를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증거능력 부정설은 민사소송에서 위법하에 수집된 증거의 이용을 허용하는 것은 사법상의 권리보호, 특히 불법행위상의 권리보호가 부당히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소송법이 실체법상의 청구권을 수포로 돌려서는 아니되고, 불법행위에 의한 증거방법 취득행위는 증거금지 및 이용금지의 형태로 소송상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견해이다. 즉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된 경우 실체법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라는 제재가 가하여야지는 것에 상응하여 소송상 제재로서 그 증거능력을 부인하여야 하고, 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방법을 허용할 경우 불법행위를 유발시키는 폐단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은 부정되어야 한다는 견해이다.28)
당사자가 단순한 실체법에 위반하여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은 원칙적으로 긍정해야 하지만, 인격권 등의 헌법상 보장된 상대방의 인격을 침해하여 수집된 증거방법에 대해서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즉 침해행위가 정당방위 또는 우월적 이익 추구를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위법수집증거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하나 증거방법에 대한 법원에서의 조사가 당사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와 그 증거방법이 형사법상 범죄행위에 의하여 수집된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견해는 증거능력을 부정해야 하는 이유는 헌법 준수 의무를 지고, 헌법이 정립하는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해야 할 법관이 증명의 상대방의 증거항변을 무시하고 증거조사를 하는 것은 의무위반이 되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고 설명한다.29)
비교형량을 기준으로 하는 견해의 내용은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① 비밀녹음테이프는 사생활의 비밀의 보호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위법하게 취득된 증거방법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하나, 그 침해가 여타의 제이익과 비교하여 볼 때 부득이한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견해,30) ②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의 문제는 피침해규범의 보호목적에 의해 판단하여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헌법상의 피침해법익과 그에 대한 하위법규의 규정 태도, 증거수집 행위의 태양과 수집 당시의 구체적 정황, 증거로 하고자 하는 의도 및 그 중요성과 필요성, 위법의 정도 및 증거편재의 정도, 위법성 조각사유의 존재 여부 등의 사정을 참작하여 진실발견과 상대방 당사자의 기본권 내지 인격권 보호 및 재발방지와 관련된 사회의 정당한 법질서 유지라는 다양한 효과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31) ③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면서 예외적으로 정당방위 등 위법성조각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견해32) 등이 있다.
Ⅳ. 상대방의 동의 없는 무단녹음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통신비밀보호법은 우선 통신에 대화를 포함시키지 아니함으로써(법 제2조 제1호)34) 통신과 대화를 구분하면서 ‘누구든지 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3조 제1항 등)35),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14조 제1항 등).36) 한편 통신비밀보호법은 위와 같은 규정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법 제16조),37) 불법검열·감청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여 취득한 자료의 내용은 재판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법 제4조, 제14조 제2항)38)고 하여 위와 같은 금지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제재하고 있다.39)
앞서 본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지 못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타인간의 대화’의 문리해석상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무단녹음을 한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해석된다. 대법원 역시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몰래 통화내용을 녹음하더라도, 대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그 대화내용을 녹음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40)
이에 관하여 앞서 본 위법수집증거의 문제와 동일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명되고 있는 견해들을 소개하면41) ① 증거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을 들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증거능력 긍정설, ② 상대방의 동의 없는 무단녹음 등은 상대방의 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일방 당사자가 증거수집이 어렵다는 단순한 사유만으로 그러한 위법한 증거수집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다는 증거능력 부정설, 그리고 ③ 절충설로써,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무단녹음 증거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하나, 증거방법에 대한 법원에서의 조사가 당사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경우와 그 증거방법이 형사법상 범죄행위에 의하여 수집된 경우에는 증거능력을 부정하여야 한다는 견해와 이에 반대로 원칙적으로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무단녹음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면서 예외적으로 정당방위 등 위법성조각사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견해 등이 있다.
무단녹음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하여 일률적으로 긍정하거나 혹은 이와 반대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견해는 지나치게 획일적이어서 부당하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견해 역시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면서 예외적인 사유나 상황이 있으면 증거능력을 부정한다거나,42) 이와 반대로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면서, 일정한 예외적 사유나 상황이 있으면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견해들43)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기준들을 근거로 하여 종전 대법원 판례의 변경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44)
우리 민사소송법은 증거에 관하여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부지중 비밀로 대화를 녹음한 소위 녹음테이프를 위법으로 수집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는 단정할 수 없고, 그 채증여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의할 것이며 이에 대한 증거조사는 검증의 방법에 의하여 실시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의용한 녹음테이프는 원고가 한 대화를 녹취한 그 원본임이 분명하고 그 내용은 다른 원용증거와 종합하여 볼 때 위 추인 사실을 수긍할 수 있으니 이를 증거로 채택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상의 위법이 있음을 찾아볼 수 없다.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 민사소송법에서 상대방 부지 중 비밀리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녹음테이프나 이를 속기사에 의하여 녹취한 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채증 여부는 사실심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며, 당사자가 부지로서 다투는 서증에 관하여 거증자가 특히 그 성립을 증명하지 아니한 경우라 할지라도 법원은 다른 증거에 의하지 아니하고 변론 전체의 취지를 참작하여 자유심증으로써 그 성립을 인정할 수도 있다. 따라서, 원심이 사실확인서, 각 녹취록의 진정 성립을 인정한 전제 하에서 위 각 증거 및 나머지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가 소외 1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라고 본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제4조는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감청에 의해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전기통신'이라 함은 전화·전자우편·모사전송 등과 같이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하고(제2조 제3호), '감청'이라 함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 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7호).
이에 따르면 전기통신의 감청은 제3자가 전기통신의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전기통신 내용을 녹음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만을 말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전기통신에 해당하는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여기의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3자의 경우는 설령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고 그 통화 내용을 녹음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던 이상, 이는 여기의 감청에 해당하여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되고, 이와 같이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불법감청에 의하여 녹음된 전화통화의 내용은 제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녹취록은 제3자가 전화통화 당사자인 C와 피고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통화내용을 녹음한 것으로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불법감청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를 증거로 삼을 수 없다.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에 의하면 ‘전기통신’이란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하고(제3호), ‘감청’이란 전기통신에 대하여 당사자의 동의 없이 전자장치·기계장치 등을 사용하여 통신의 음향·문언·부호·영상을 청취·공독하여 그 내용을 지득 또는 채록하거나 전기통신의 송·수신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제7호).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통신비밀보호법, 형사소송법,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한 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을 금지하고 있고,같은 법 제4조는제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제4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제3자가 전기통신의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는 전기통신의 감청에 해당하여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되고, 이와 같이 불법감청에 의하여 녹음된 전화통화 내용은 제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이러한 법리는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는 제3자가 같은 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일반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제출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한편, 원고의 배우자인 소외인은 피고와 팔짱을 끼고 다니고 수차례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였으며 피고에게 가방을 사주기도 하는 등 부정행위를 하였고 이러한 부정행위는 원고와 소외인의 혼인관계가 파탄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보아 원고의 피고에 대한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한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소외인과 피고의 부정행위를 인정하여 원고의 위자료 청구를 일부 인용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구 통신비밀보호법(2001. 12. 29. 법률 제65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그 규율의 대상을 통신과 대화로 분류하고 그 중 통신을 다시 우편물과 전기통신으로 나눈 다음, 동법 제2조 제3호로 '전기통신'이라 함은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모든 종류의 음향·문언·부호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전화통화가 위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에 해당함은 전화통화의 성질 및 위 규정 내용에 비추어 명백하므로 이를 동법 제3조 제1항소정의 '타인 간의 대화'에 포함시킬 수는 없고, 나아가, 동법 제2조 제7호가 규정한 '전기통신의 감청'은 그 전호의 '우편물의 검열' 규정과 아울러 고찰할 때 제3자가 전기통신의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같은 호 소정의 각 행위를 하는 것만을 말한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전기통신에 해당하는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내용을 녹음(위 법에는 '채록'이라고 규정한다)하는 것은 여기의 감청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따라서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몰래 통화내용을 녹음하더라도, 대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그 대화내용을 녹음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동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되지 아니한다), 제3자의 경우는 설령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고 그 통화내용을 녹음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던 이상, 사생활 및 통신의 불가침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는 헌법규정과 통신비밀의 보호와 통신의 자유신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비추어 이는 동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된다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이 점은 제3자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V. 마치면서
대법원은 상대방의 동의 없는 무단녹음의 경우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불법행위가 되어 실체법상 손해배상책임을 면치 못한다고 하면서도, 대상판결들에서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얻은 무단녹음의 경우 소송상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일응 모순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제308조의2에서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 점, 인격권의 침해에 대한 보호는 형사소송 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에서도 다르지 않는 점, 증거능력을 인정한다면 법원이 불법적인 증거수집을 묵인하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소송상의 제재로서 형사소송법에서와 동일하게 그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입법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취지에서 입법화된 통신비밀보호법은 불법검열·감청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전기통신,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여 취득한 자료의 내용은 재판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법 제4조, 제14조 제2항).
대상판결들은 통신비밀보호법 조항을 근거로 하여 제3자에 의하여 이루어진 상대방 동의 없는 무단녹음과 같은 감청 혹은 제3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타인간의 대화녹음과 같은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한 것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상판결들 중 전화통화에 있어서 상대방의 동의 없는 무단녹음의 경우(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2도123 판결)에 관하여 전기통신에 해당하는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여기의 감청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전화통화는 대화와 달리 전기통신에 해당하므로, 전화통화의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과의 통화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녹음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제2조 제7호46)에서 정하는 감청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만약 대상판결과 같이 이를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가장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무단녹음에 관하여 사실상 소송상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법적 해석이 필요한 영역, 즉 앞서 대상판결들에서 본 바와 같이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규율하는 범위는 제3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당사자 일방의 동의 없는 무단녹음과 같은 감청 혹은 제3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타인간의 대화녹음과 같은 경우에 적용되므로, 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무단녹음’한 경우가 문제된다. 앞서 본 대상판결들은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아무런 기준이나 예외 사유에 관한 설명도 없이 증거능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위와 같은 증거의 증거능력을 일률적으로 긍정하거나 혹은 이와 반대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견해는 지나치게 획일적이어서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방 동의 없는 무단녹음의 경우 대화나 통화를 녹음한 사람의 언론의 자유와 녹음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인격권, 통신의 비밀, 자기정보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이 충돌하므로, 이를 합리적이고 조화롭게 해석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관하여 녹음의 대상, 녹음할 때의 상황, 녹음 방법이라는 기준을 내세우면서, 이러한 기준으로는 위법수집증거가 되어 증거능력이 바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고, 예를들어 대규모 피해를 낸 공해소송과 같이 국민적 시각에서 보아 진실규명의 필요성이 매우 큰 사건 등 사안의 성격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경우가 있고, 그 의미에서 증거능력 판단에 있어 법원의 재량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가 있고,47)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하면서 예외적으로 급박한 상태에서 보다 큰 불법의 방어용이었다는 예컨대 사회적 약자가 부당한 협박이나 공갈로부터 대응수단이 없을 때 등 정당방위 그 밖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있는 때이거나, 상대방이 증거방법에 동의하거나 이의없는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하자는 견해도 있다.48)
필자는 민사소송의 경우 사적자치가 보장되는 법률관계를 전제로 하고, 민사소송법 역시 변론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이상, 당사자 스스로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하기 위하여 상대방의 동의 없이 무단녹음을 하는 경우와 같이 다소 위법한 방법에 의하여 증거를 수집하는 것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사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증거를 수집하기도 어렵거니와 잘 알지도 못하는 법 등으로 인하여 어렵게 수집한 증거가 위법하다고 하여 증거능력이 없다고 한다면, 애초에 증거를 수집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증명하라는 결과에 이르게 되어 당사자 평등을 해치는 측면도 있다(법관에 의하여 그 증거의 증명력을 자유심증주의에 의하여 판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되어야 하는 사유와 기준을 제안하여 본다. 즉 첫 번째 단계로 헌법 제12조 제1항에서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 보안처분 또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오늘날에 이르러 이러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 보장이라는 원칙은 비단 형사절차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작용에 있어서 절차상 및 실체적 차원의 적정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원리로,49) 민사소송절차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하므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방법(감금, 폭행, 협박 등)으로 녹음이 이루어진 경우와 같이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법익의 중대한 침해가 이루어진 때에는 증거능력은 반드시 배제되어야 한다. 다음 두 번째 단계로 이와 같은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법익의 중대한 침해가 없다면, 민사소송절차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정한 재판을 위한 필요성, 법익침해의 정도와 수단의 중대성, 적법한 증거보전 및 증거 획득방법의 보충성(기대할 수 없었거나 지극히 곤란하였을 것)이라는 세가지 기준50)으로 증거능력의 유무를 단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대상판결들이 상대방의 동의 없는 무단녹음 증거에 관하여 증거능력의 유무를 녹음 주체인 일방 당사자 혹은 제3자로 구분하여 판단하는 것은 논리적 근거가 없으므로,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무단녹음한 증거에 관한 증거능력을 아무런 검토나 예외 적 기준없이 인정하는 대상판결은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된다. 위와 같은 기준의 구체적 적용 방법론으로는 앞서 본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에 기재된 문언을 확대해석하는 방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의 규정 내용과는 별도로 앞서 본 단계적 검토 방법으로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법적근거와 허용기준 등을 명시적으로 설시하여 판단하는 방법을 상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