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1995년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언론이 학교폭력 문제를 크게 부각하면서 국가 차원 학교폭력 대책이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1995년에 발표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서는 학교폭력 추방을 위한 추진체계(학교:학교폭력추방위원회, 교육청:학교폭력예방근절대책반, 교육부:학교폭력예방근절대책본부)를 구축하고, 행정자치부는 학교 주변업소에 관한 인·허가 절차 강화, 대검찰청에서는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본부’ 운영을 내용으로 하는 관련부처별 대책이 마련되었다. 과거에는 학교폭력이 학생들의 성장 과정의 일부로 취급되기도 하였지만 그 폭력적 문화가 점차 흉악하고 지능적이며 성인 범죄의 모방으로 전문화되면서 수법과 태양이 다양화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였다. 이에 2004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교폭력예방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어 수차례 개정을 거듭하면서 학교폭력의 유형을 확대하고 사안처리 절차를 개선해 왔다. 그 과정에서 과거 주요 이슈가 된 극악한 학교폭력의 사례들로 인하여 학교폭력 대응제도는 피해학생 보호에 치우친 학교폭력 개념의 무분별한 확대로 과도하게 가해학생을 양성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따라서 학교폭력예방법은 피해학생의 보호뿐만 아니라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또한 목적으로 하여 2019년 법률 개정으로 ‘엄정한 대응과 처벌 중심의 패러다임’이 ‘화해와 교우 관계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으로 변화하였고 최근 2024년 개정을 통하여 그동안 지적되어 왔던 문제점들을 법령에 반영하여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의 특성으로 인해 근본적인 예방과 대책에 있어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여전히 문제가 많다. 판례를 통하여 학교폭력의 개념과 태양에 따른 경중의 판단 기준이 정립되고 있으나 명확한 기준의 근거가 없어 교육환경과 학교폭력 심의 절차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 학교폭력 사안의 처리 절차도 2019년 개정에 따라 교육지원청 산하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로 이관되었으나 교내 학교폭력 전담기구와의 이원화와 운영상의 미흡함으로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있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학교폭력 개념의 모호성에 따른 학교폭력의 인식에서부터 교내 전담기구 및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조직, 운영 등 대응제도의 절차 상 문제점과 피·가해학생 조치의 보완점을 검토하여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에 부합하는 제도의 내실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Ⅱ. 학교폭력 대응제도와 학교폭력 현황
1990년대부터 30여년 간의 학교폭력에 관련한 정책은, 관련 선행연구에 따르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폭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이래 학교폭력에 대응한 강력처벌 정책을 시행하고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학교 안팎과 학교폭력의 특성을 고려하여 관계회복, 화해·중재 노력으로 이어져 왔다. 이러한 대응정책 변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법제 및 정책을 살펴보고자 한다.
2012년 발표된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2)은 ①학교장과 교사의 역할 및 책임 강화, ②신고-조사체계 개선 및 가·피해학생에 대한 조치 강화, ③또래활동 등 예방교육 확대, ④학부모 교육 확대 및 학부모의 책무성 강화의 ‘직접대책’방안과 더불어 ‘근본대책’으로서 ⑤교육 전반에 걸친 인성교육 실천, ⑥가정과 사회의 역할 강화, ⑦게임·인터넷 중독 등 유해 요인 대책을 통해 학교-가정-사회가 유기적인 인성교육을 실천하도록 수립되었다. 이는 사전예방에 주목하였다는 긍정적 평가와 여전히 학교 중심적이고 교원에게 부담이 편중되어 있다는 부정적 평가3)가 이어지면서 지난 2023년 4월 국무총리 주관으로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시 발표되었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2020년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 내용에 따라 학교장 자체해결제, 경미한 조치의 생활기록부 기재완화 및 교육지원청 산하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신설 등이 도입되었고, 주요 내용으로 ①학교폭력 가해 시 불이익 인식을 확대하기 위해 대입에 반영하는 등 중대한 학교폭력 엄정 대처, ②학교폭력 발생 시 초기보호 체계 강화와 가해학생 조치 불복 시 피해학생 보호제도 마련을 통한 빈틈없는 피해학생 보호, ③교원의 교권강화 및 지원을 확대하고 책무성을 제고하여 단위학교 대응력 제고, ④학교 구성원의 사회·정서 교육지원, 인성·체육·예술 교육 및 폭력 예방교육 강화를 통한 학교의 근본적 변화 유도·견인 등4)을 중점과제로 하여 피해학생 보호를 두텁게 하고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 연수 등 지원을 통해 근본적인 예방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주로 다루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육부장관으로부터 하여금 이 법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하여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정책 목표·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따른 학교폭력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 한다)을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수립·시행하도록 하고 있다(제6조). 기본계획은 2004년 동법 제정 이후 2005년부터 5년마다 현재 5차(1차:’05∼’09, 2차:’10∼’14, 3차:’15∼’19, 4차:’20∼’24, 5차:’25∼’29)에 이르러 수립·시행해 온 행정계획으로 학교폭력의 근절을 위한 조사·연구·교육 및 계도와 피해학생에 대한 치료·재활 등의 지원, 학교폭력 관련 행정기관 및 교육기관 상호 간의 협조·지원, 전문상담교사의 배치, 학생의 치료·교육을 수행하는 청소년 관련 단체 또는 전문가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을 포함하여야 한다.
제4차 기본계획은 학생의 참여·체험 중심의 프로그램 확대, 교원의 학교폭력 예방 역량 강화, 민관 협력을 통한 전사회적 학교폭력 예방 문화조성이라는 정책 하에 교내 및 학교공동체의 교육을 통한 예방을 강화하고,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위한 학교장 자체종결제 및 전문적이고 공정한 해결이 되도록 심의위원회제도 안착을 지원하였다. 또 피해 발생 초기 보호와 사후 보호 및 지원 강화 방안과 가해학생의 교육·선도 기반을 마련하고, 학부모 교육과 유관기관의 협력체계의 구축 및 대국민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및 홍보를 추진하는 등의 과제를 추진해 왔다. 이를 근간으로 지난 4월 30일 교육부가 발표한 제5차 기본계획에서는 학교·학부모·교원의 예방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사이버 환경에서의 학교폭력 예방 대응을 추가하여 사전적 대책을 보완하면서 사후적 대응으로서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조치를 개편하여 재발방지를 주도하고자 하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교육3주체의 예방역량 강화, 신뢰의 학교문화 구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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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 모든 학교 학생 대상 ‘어울림 프로그램’도입 | 교원의 학생지도 등 권한 강화(23년) | 학부모 참여 기회 부족 | ‘학교문화 책임규약’ 전국 초중고 82%실천 |
후 | 학교·교원·학부모 맞춤형 ‘어울림+6)’제공 | 학생생활지도 행정적·재정적 지원 | ‘함께 학교 플랫폼’활용 | 100% 실천, 거점학교 2000개교 운영 |
2; 사이버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디지털 환경 조성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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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 범부처 협력을 통한 사이버 폭력 예방교육 및 캠페인 | 기존 조치의 실효성 부족 | 디지털 기술 활용을 위한 교육 미흡 |
후 | 범부처, 플랫폼 기업, NGO등 민간-정부 Digital SAFE 캠페인 | 사이버폭력 가해학생 조치 차별화 | 학교급별 디지털 역량 교육 강화(디지털 안전과 윤리, 시민성, 리터러시) |
4; 학생맞춤형 통합지원 강화, 가해학생 선도·교육 내실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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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 개별적·분절적으로 위기학생 발견·지원 | 피해학생 정담지원관 도입 | 가해학생 특별교육 프로그램 기관 부족 |
후 | - 학생맞춤통합지원 - 학교구성원이 함께 위기학생 조기발견·지원 |
전담지원관 2배 확대로 상담·치료, 법률지원 매칭 | 법무부 등 연계 가해학생 특별교육 확대 (※청소년비행예방센터) |
5; 데이터 기반 지역맞춤형 예방 및 대책 수립 지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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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지자체 협력 강화 및 지역맞춤형 대책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 개편 | 모든 지역 주기적 학교폭력 경보 발령 (학교·가정에 정보 제공) |
학교폭력 대응 제도는 2020년 개정 학교폭력예방법의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라고 한다)에서 교육지원청 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라고 한다)로 심의·의결 절차 이관 및 2024년 전담조사관제도 도입을 골자로 그 절차가 크게 변경되었다. 개정 전 자치위는 현행의 교내 전담기구와 심의위의 역할 및 기능을 모두 수행해 왔었다. 당시 자치위는 그 구성이 학교 내 교감을 위원장으로 하여 보건교사를 포함한 교원위원과 학부모 위원 및 SPO가 참여하도록 하여 심의와 조치까지 결정하도록 하여왔으나, 그 전문성 미흡과 담당자들의 업무과중, 학교폭력 은폐·축소 등의 문제로 현재의 심의위 제도로 보완되었고 학교폭력 발생 전후의 사안처리 절차는 아래 <그림 1>과 같이 변경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시 피해학생에 대하여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에 따라 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심리상담 및 조언(1호), 일시보호(2호), 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3호), 학급교체(4호), 그 밖에 필요한 조치(6호) 처분이 가능하며 이는 필수적 처분이 아니며 또한 2개 이상의 보호조치를 동시에 부과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교육을 위하여 취해지는 조치로는 서면사과(1호),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2호), 학교봉사(3호), 사회봉사(4호),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 퇴학(9호)이 있다(제17조). 이 중 2호 보복 금지의 경우는 6호부터 9호까지의 조치를 동시에 부과하거나 조치내용을 가중할 수 있고, 2호부터 4호까지 및 6호부터 8호까지의 처분을 받은 가해학생은 5호의 본 조치가 아닌 제17조 제3항에 의한 특별교육 혹은 심리치료를 필수적으로 처분 받게 된다.8)
전 학교급별 학교폭력 심의건수는 2018학년도에 32,632건, 2019학년도에 31,130건이었다가 코로나19 발생 및 교육지원청으로의 심의위원회 이관이 이루어진 2020학년도에는 6,842건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그러다 2021학년도에 11,815건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이후 계속 증가세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9월 학교장 자체해결제 도입으로 다수의 학교폭력 사안이 자체종결되었다고 하더라도((’19)11,576, (’20)17,546, (’21)28,791, (’22)38,450) 전체 학교폭력 사안 발생건수는 매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9) 실제 심의된 사안에 대해 지난 2023년 교육부가 발표한 국회입법조사처 제출 자료에 따르면 피해학생 보호조치는 2021학년도 기준으로, 심리상담·조언이 12,25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치료·요양 2,951건, 기타 1,814건, 일시보호 806건, 학급교체 120건으로 나타났다. 한편 가해학생 선도·교육조치는 2021학년도 기준으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가 13,03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면사과 11,561건, 학교봉사 8,090건, 출석정지 2,976건, 사회봉사 2,476건,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 1,791건, 강제전학 999건, 학급교체 743건, 퇴학 53건의 순으로 조사되었다.10)
그런데, 이러한 조치결정에 대하여 학습권 침해, 조치결정 이행의 지연 및 학교 생활기록부 기재 회피 등의 이유로 심의회의 조치결정에 불복하여 행정심판,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율 또한 급증하고 있다. 학교 폭력 심의 건수가 늘어난 것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의 개선으로 2026년도부터 학교 폭력 가해경험 여부가 실제 대학 입시에 반영될 것이 예상되면서 입시에서 중대 사안으로 매우 민감하게 부각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학교폭력 유형도 매우 복잡하고 다양화 되어 학교폭력 의심행동 발생 자체가 곧 심의로 이어지는 경향이고 향후 불이익에 대한 방어가 고조되는 분위기로 전환된 결과로 보인다.
학교폭력에 관하여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1조 제8항과 동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2012년부터 교육감이 연2회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숨겨진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고 조사과정에서 학교폭력 예방과 신고 등에 대한 교육적 목적을 수행하며, 예방과 대책을 수립하는 정책적 근거 제공을 목적으로 실시된다.11) 최근 2024년 2차 실태조사는 2024.9.23.∼10.22.까지 4주 동안 온라인 및 모바일을 이용하여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 중 약 16.7만 명이 참여하였다.12) 이번 조사에서 피해응답률은 전체 2.1%였고,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가, 피해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가장 높은 순으로 나타났다. 본 조사에서는 피해경험에 대한 항목 뿐만 아니라 목격 경험 및 가해경험 유무, 목격 후 행동이나 가해 중단 사유 등 조치적 행동 경위, 그리고 학교폭력의 효과적 예방에 관한 설문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그 표본과 응답률, 학생들 스스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학교폭력의 개념 및 범위 인식에 대한 차이, 평소 생활환경에서의 지난 경험에 의존하는 등 정확성이 확보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공식적인 조사를 통한 다른 지표가 없기 때문에 학교폭력을 파악하기 위한 유일한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Ⅲ. 학교폭력 대응제도의 문제점
학교폭력이 꾸준히 그리고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특히 ‘학교폭력’행위에 대한 개념, 인식의 변화가 크게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학교폭력’이라고 인식하는 행위의 정의와 범위가 뚜렷하지 않고 학교폭력예방법의 입법 목적 자체가 학생의 보호, 선도·교육이다 보니 형법이 적용되지 아니할 행위에 대하여도 학교‘폭력’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예방법 제2조 제1호에서는 ‘학교폭력’을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유인, 명예훼손·모욕, 공갈, 강요·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폭력 등에 의하여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으나 행위에의 해당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 않아 특정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주관적인 해석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13) 법원에서는 학교폭력 성립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학교폭력 관련자들의 행위 내용이나 피해·가해 학생의 평소 교우관계, 피해 정도, 증거자료 등 사건 발생 정황과 경위 등을 고려하고 있다.14) 다만 학교폭력의 광범위한 적용은 지나치게 많은 학교폭력 가해자를 양산하여 앞으로 성장할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적절하지 않으므로 학교폭력과 단순 일회성 장난, 안전사고, 실수 등과는 엄연하게 구분되어야하기 때문에 가해자의 명백한 고의성을 전제로 판단하고 있다15). 이는 물론 학교폭력이 심의위로 회부된 경우 심의회에서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학생’의 특성 상 학교급별, 학년별 발달과정의 차이가 매우 크고 ‘고의성’의 유무뿐만 아니라 고의성에 대한 ‘인지’ 여부부터 파악하기 어려운 연령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폭력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지속적으로 눈을 흘겨 째려보는 행위’에 의해 심리적 압박과 두려움을 호소하는 신고 사안의 경우 학교폭력예방법의 정의에 해당하는 행위는 아니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학교폭력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학교폭력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고되는 것이 아니라 신고 접수 후 교내외 절차를 통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가 정립되기 때문에 이는 사안 처리 학교, 전담기구 및 위원회마다 그 결과를 달리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현행 학교폭력제도의 절차 상 특정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할 경우 학교폭력 신고 접수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신고 접수가 된 행위에 대하여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심의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폭력 신고 접수건은 실제 학교폭력으로 인정된 건수에 비해 훨씬 높다. 또한 교육부가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설문에 응하기 전 ‘학교폭력이란 언어폭력, 금품갈취, 성폭력, 스토킹, 강요, 신체폭력, 사이버폭력, 집단 따돌림’으로 나열하면서 ‘사소한 괴롭힘이나 장난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라는 강조문구를 두고 있어 명확히 열거된 행위 유형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응답자의 주관에 따라 설문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학교폭력의 개념과 범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로 인한 학교폭력의 과잉접수, 담당자의 업무가중 등 행정적 낭비뿐만 아니라 긴급히 보호와 조치가 필요한 중대한 학교폭력에 신속히 대응할 수 없는 등의 많은 문제로 이어지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학교폭력 개념의 모호성은 실제 교육환경에 가장 밀접한 학생, 학부모, 교원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차이의 문제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학교폭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대부분 ‘신체의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주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인지하고 있다.16) 그런데 신체·재산적 피해는 상대적으로 명료하나 정신적 피해는 객관적으로 파악되기 어려워 학교폭력이 성립되는 심리적 피해에 대하여 학생들은 이를 ‘불쾌감, 불편감, 거부감, 소외감, 기분 나쁨, 심각하게 힘듦’등과 같이 매우 다양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이러한 주관적 해석이 기준이 되다 보니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할 때 장난과 괴롭힘의 구분이 어렵고, 행위 발생 상황과 행위자의 의도 및 상대방의 수인 정도, 그들의 친분관계 등에 따라 상호 간에 달리 파악될 수 있다. 또한 연령대, 성별, 학교급 별 발달과정과 그 특성이 달라 학교폭력을 인지하는 정도에도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인식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학부모 인식을 분석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자녀의 성별(여학생>남학생 순), 학교급(중학교>고등학교>초등학교 순), 학교유형(여학교>남녀공학>남학교 순) 및 거주지역 등에 따라 학교폭력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정도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또 학교폭력의 유형에 대해서는 여학생의 경우 집단 따돌림과 언어폭력을, 남학생의 경우 상대적으로 괴롭힘(심부름, 건드리기), 위협이나 협박, 금품갈취를 심각한 학교폭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행위 양태에 대해 중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학교급들은 경향이 유사하게 나타났지만 중학교의 경우 괴롭힘, 신체폭행, 위협이나 협박 등에 특히 높은 반응을 보이고 있어 중학생들은 비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물리적 폭력에 이르기까지 행위 형태가 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17) 이것은 특히 신체적·정서적 갈등이 큰 사춘기 청소년들의 성장 시기적 특성인 것으로 보이며 이와 같이 학생과 학부모의 집단 간 학교폭력 자체에 대한 인식과 그 행위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학교폭력 개념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더욱 격차가 커지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학생(및 학부모)와 교원들 간에도 나타나고 있다. 학부모와 교원의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을 분석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학부모와 교원 모두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학교폭력의 유형으로 ‘언어폭력’을 공통적으로 꼽았지만 차순위로 학부모는 ‘따돌림’, 교원은 ‘사이버폭력’으로 보았다.18) 이는 학부모와 교원 간 교내외 환경에 대한 다른 기준과 중요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지라도 예컨대 ‘따돌림’의 경우 이것이 교우관계의 형성과정 상 자연스러운 사회화 수준이라고 인정되는 경계가 모호하여19) 학부모와 교원 간 그 해석의 범위가 다르고, 학교급 혹은 연령·지역·학교 규모 등에 따라 교우관계 의존도가 상이하여 나타나는 인식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미성년자인 학생들의 학교폭력 대응을 학부모가 주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상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학교폭력 신고 급증의 원인이 되고 있어 학교폭력 인식 개선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교육지원청으로 학교폭력 심의위원회가 이관된 이후에도 심의기능을 제외한 다른 업무는 여전히 교내에서 수행하게 되는데 이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제3항에 따라 학교의 장이 교감, 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및 책임교사(학교폭력문제를 담당하는 교사를 말한다), 학부모 등으로 구성한 전담기구가 담당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신고 접수되면 학교폭력 담당자의 초기대응 절차가 진행되고20) 접수 48시간 이내 교육지원청에 사안접수보고를 하면서 전담조사관 배정 요청에 따라 사안조사가 진행된 후 전담기구에서 1차적 판단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전담조사관 배정을 요청하지 않고 전담기구에서 자체 사안조사를 실시하는 경우 교내 전담기구에서 수행하는 사안조사 기능은 심의위원회 심의 및 조치 결정의 근거 자료가 되는 피·가해자 신문조서에 해당되므로 담당자 및 학교 차원에서는 다루기 어려운 업무이다.21)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는 사안 조사 및 상담에 있어 유의사항과 절차의 예시도 제시되어 있지만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폭언이나 모욕 등 부적절한 침해에 대한 교원의 대처나 보호방안이 없을 뿐만 아니라22) 경찰 수사에 이를 정도로 피·가해 여부가 면밀히 조사되어야 하나 학교폭력의 특성 상 행위의 개념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2-3일 이내 신속하게 조사되어야 하다 보니 피해학생의 신고 내용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편파적 입장이라는 가해학생 측의 민원도 상당히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 사안조사에 관한 전담조사관 배정이 선택적 요청인 것에는 문제가 있다.
한편 사안조사 후 심의가 이루어지는 전담기구의 구성 및 운영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4조 3항 및 시행령 제16조 제1항에 따라 전담기구의 구성원 3분의 1 이상을 학부모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지만 심의 시 필수 참석을 요하지 않고 있고, 그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학교의 장이 정하도록 하고 있어(동법 제9항과 동법 시행령 제3항) 교내 절차를 신속하고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한 학부모 임의 배제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23) 책임교사의 고충과 업무과중에도 불구하고 교내 자체 사안조사를 실시하는 앞의 경우와 함께 이러한 학부모 배제 및 불참을 유도하는 것은 학교폭력 사건 자체의 은폐 혹은 축소의 문제가 있고, 학교장 자체종결을 의도하거나 전적으로 행정 편의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경우에 따라 절차상 하자로 인정될 여지도 있다.
학교는 교육청에 학교폭력 사안접수보고서 제출 시 전담조사관 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제로센터는 사안의 경중과 내용, 당사자의 규모, 성(性)관련 사안 여부 및 피해학생의 성별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조사관을 배정하게 된다. 전담조사관의 주요 역할은 사안조사를 수행하는 것으로 당사자 및 보호자, 참고인 조사와 진술 및 증거물 분석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전담조사관제도 도입 이전 전담기구가 수행하던 절차로 교내 담당 업무 경감 이외에도 교외 담당자의 업무 수행에 따른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현행 제도에서는 전담조사관 배정에 관하여 학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어 학교 자체 조사를 수행하는 경우 책임교사의 업무과중과 상담 및 조사에 따른 스트레스, 경험· 연수 부족에 따른 수행능력·전문성 부족의 문제가 있고 중대한 학교폭력의 경우에는 사건이 축소되거나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전담조사관이 파견되는 경우 이러한 조사관이 작성하는 사안조사보고서는 1차적으로 학교장 자체해결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고 심의위에 회부되는 경우 심의위원들이 사안을 검토하고 조치결정을 의결하는 자료가 되기 때문에 각종 물적 증거물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실무능력이 있어야 하며 당사자간 주장이 상충하는 경우 사실적·법리적 판단을 통해 인정사실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한데24) 전담조사관 역시 그 역량의 신뢰성이 확보된 것은 아니다. 또한 전담조사관의 조사 과정에서 가해관련학생을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한다는 오해와 명확한 사실관계 조사를 위한 자백, 시인을 유도하는 오류 등으로 학생·학부모와 감정적 갈등이 증폭되는 부작용 또한 발생하고 있다.25) 실제 서울시 강서양천교육지원청 소속 조사관이 조사과정에서 강압적·편파적 조사를 하였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보호자로부터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한 사례가 발생하면서 전담조사관에 의한 조사과정도 많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26) 또한 대부분의 사안에서는 행위 결과의 경중을 떠나서 행위의 존재가 확인될 경우 학교폭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피해관련학생 측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학교장 자체종결보다 심의위에 회부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사소한 갈등도 신고 및 조사를 통하여 명백히 하여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는 학교폭력 신고 급증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학생들 간 분위기가 경직되고 화해의 기회가 적어지며 더욱더 공식적, 법적 절차로만 진행될 우려가 있다.27)
따라서 전담조사관이 개입함으로써 확보되는 전문성과 객관성, 명확성 등의 이점과 학교 자체 조사를 통한 학생들의 학교 적응력과 사회정서적 역량 교육 등의 교육적 개입의 이점은 사안에 따라 달리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현행과 같이 학교에 전담조사관 배정의 전적인 선택권을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들 간의 관계 조정과 관련한 제도로는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2025)에 따라 학교에서 상시 이루어지는 갈등조정, 관계개선, 학생지도를 내용으로 하는 ‘생활지도’와 교육지원청의 ‘학교폭력제로센터’, ‘분쟁조정제도’를 살펴볼 수 있다. 학교에서의 갈등조정은 학업 및 진로, 보건 및 안전, 인성 및 대인관계, 그 밖의 분야를 포함하고, 관계개선은 학급활동, 외부전문가 초청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지며 학생지도는 조언, 상담, 주의, 훈육, 훈계, 보상을 내용으로 한다. 그리고 학교폭력이 발생한 경우 해당 피·가해관련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학교 내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교육지원청의 제로센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심의위로 이관된 사안의 경우 피·가해학생 및 보호자는 심의위 또는 교육감에게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성북강북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 발생 초기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SG 봄!봄!봄! 관계이음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고,28) 북부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자율적 관계 조정 지원단을 둔 「학부모 관계가꿈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으며29), 인천광역시교육청은 「학교폭력 갈등조정 프로그램 ‘마음봄’」30)을 운영하고 있다. 또 분쟁조정절차와 관련하여 남부교육지원청은 학교장자체해결요건을 충족하였지만 갈등 조정에 실패하여 심의요청된 사안에 대해 직접 사전 조정하는 「진심통심」제도를 운영하고 있고31), 학교폭력 관계 기관인 푸른나무재단은 「화해·분쟁조정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 교육청과 관계 기관은 학교 내 관계조정 희망자와 담당자를 조력하고 화해·분쟁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협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학생 간 관계 조정은 학교폭력 절차 상 도입되는 단계에 따라서는 크게 심의위에 회부된 이후인 분쟁조정, 학교폭력 사안 접수 이후인 관계회복, 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를 포함한 상시로 운영되는 생활지도로에서의 갈등조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반면 제도 운영의 대상에 따라 구분하면 관계회복32)과 분쟁조정33)은 피·가해(관련)학생(및 학부모)을 대상으로 하고, 갈등조정은 학교폭력 절차 전 과정을 포함하여 상시 이루어지고 학교폭력과 관련한 사안이 아닌 갈등 상황까지도 포함한 지도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관계개선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관계회복은 당사자 사이에 발생한 사안에 있어서 양측의 동의와 가해측의 반성을 전제로 관계를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고, 분쟁조정은 심의위에 회부된 사안에서 양측 간의 손해배상에 관련된 금전적 합의 및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조정으로 두 제도의 목적과 내용이 상이하며 또한 학교폭력 해당 여부나 절차 등에 제한이 없는 갈등조정과도 분명히 구분되어야 하는 제도이다. 이 중 심의위 또는 교육감이 주체가 되는 분쟁조정은 제외하고 학교가 관여하는 갈등조정과 관계회복 운영만을 본다면 이 두 제도가 구분되지 않고 있어 학교폭력 사전 예방의 실효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예컨대 각 교육청에서 ‘관계회복’ ‘갈등조정’ ‘화해조정’과 같은 용어가 들어간 프로그램이나 지원단을 운영하거나 관련 전문 기관에 위탁하여 지원하는 사업들은 이러한 의미에 따르면 ‘관계회복’에 해당하는 것이다. 예컨대 인천광역시교육청의 「학교폭력 갈등조정 프로그램 ‘마음봄’」의 경우 신청시기를 ‘학교폭력 발생, 접수, 사안조사, 사후까지 모든 과정’으로 하고 있으나 신청대상은 ‘학교폭력 피·가해(관련) 학생 및 보호자’로 하고 있어 순수한 의미의 ‘갈등조정’이 아닌 단지 그의 일부인 ‘관계회복’에 지나지 않는 제도이다. 이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학교폭력 행위의 개념이 모호한 상황에서 학생들 간의 갈등 상황인지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학생들의 고충을 듣고 이에 대한 생활지도로써 갈등조정, 관계개선, 학생지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갈등조정이 관계회복의 일환으로 오인된 것이며, 교내에 적극적인 전담 부서의 부재와 전반적인 생활지도 체계가 미흡한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생활 속 관계를 지도하는 기본체계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 학교폭력 접수건을 증가시키는 근원적 문제라고 생각된다.
2019년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의 핵심은 심의위의 교육청 이관과 더불어 학교장 자체종결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즉 학교의 장은 ①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②재산상 피해가 없는 경우 또는 재산상 피해가 즉각 복구되거나 복구 약속이 있는 경우, ③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④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행위(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를 포함한다)가 아닌 경우라는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미한 학교폭력에 대하여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13조의2). 이를 통하여 학교폭력 피·가해 학생들의 회복과 화해의 기회가 확대되고 담당자의 업무부담 경감 및 사안처리에 대한 효율성이 증대되었으며 학생들의 화해와 상생의 생활지도가 가능해지고 실질적인 배움과 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학교의 교육적 역할이 강화되었다.34) 그러나 위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미한 사안에 대하여도 제13조의2 제1항에 따라 ‘피해학생 및 그 보호자가 심의위원회의 개최를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일 것을 추가로 충족하여야 하고, 동조 제2항은 피해학생과 그 보호자의 심의위원회 개최 요구 의사의 서면 확인과 학교폭력의 경중에 대한 전담기구의 서면 확인 및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절차를 요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교육적 자유재량에 따른 판단으로 자체해결제가 이행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요건과 절차를 갖춘 예외적인 경우 자체해결제가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으로서 이는 사실상 자체해결을 매우 제한하는 엄격한 요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35) 경미한 학교폭력이면서 심의위 절차 회부를 원하지 않았다면 학교폭력 신고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신고가 이루어져 전담기구에서 사안조사가 이루어졌다면 이미 피해학생과 그 보호자는 심의위를 통한 절차 개시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36) 실제로 심의위에 회부되는 사안 중 학교장 자체종결의 객관적 요건은 충족하였으나 피해관련 측의 부동의로 심의위가 개최된 경우의 비율은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제13조의2 제3항 및 제14조의 3에서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적 해결 가능성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가 학교장의 자체해결 처분에 이의가 있는 경우 행정심판을 통한 불복의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동법 제17조의2) 등에 미루어 보았을 때 제1항의 학교장 자체해결요건은 자체해결제도의 실효성을 저해하는 장벽이 아닐 수 없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법 제12조 제1항에 의거하여 제13조 제1항에 따라 10명 이상 5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을 해당 교육지원청 관할 구역 내 학교에 소속된 학생의 학부모로 위촉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교육지원청에서는 당연직 위원(지원청 및 구청의 국장 또는 과장)을 2명 이내(4%), 교원위원(전·현직 교원 및 교육전문직)을 12명 내외(24%), 경찰 7명 내외(14%), 변호사, 의사, 상담사 등 전문가위원을 8명 내외(16%), 학부모위원을 21명 내외(42%)로 하여 심의위를 구성하고 있으며37) 인원수 및 구성 비율은 신청 인원 및 교육지원청의 계획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는 있지만38) 학부모위원 비율 3분의 1 이상은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학부모 > 교원 > 전문가 > 경찰위원’ 비율은 그동안 심의위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하여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왔다. 먼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위원은 학부모(42%)로 심의위의 전문성 및 공정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39). 서울서부교육지원청은 학부모 위원의 자격 기준에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학교폭력 전담기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학부모’를 추가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교육지원청은 ‘관할 구역 내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의 학부모’로 제시하고 있어 학부모위원의 역량은 확보되기 어렵다. 그런데 실제 심의위 운영에 있어서는 경찰, 전문가위원의 본업 일정 상 참여율이 저조하여 교원과 학부모위원들만이 심사하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위원들은 법률적 지식이 부족하고 자녀 성별에 따라 감성적 차이가 있으며 교육적 선도보다 처벌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여 이렇게 학부모에 편중된 구조는 심의 결과에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 다음으로 교원비율이 높은데 특히 전·현직 교장이 대부분의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도 구조적 문제이다. 이렇게 심의위의 구성이 학교장과 교원, 학부모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기존 자치위에서의 학부모와 교원의 내부자만 심의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특히 위원장 선임은 교육지원청에서 하기 때문에 투명성 담보가 어렵고 교원과 학부모의 비율이 높다보니 권위적인 위원장의 독단적인 의결이 종용되기도 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40) 법적 자문이나 형사법적 사안,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진단 등에 있어 변호사, 경찰, 의사, 상담사와 같은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렇게 구성원이 교원과 학부모에 편파되어 있는 것은 큰 문제이며 따라서 현행 심의위 구성에 대하여 그 구성 비율과 심의 참석 비율을 의무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심의위원회가 학교폭력으로 인정한 사안에 대하여 내려지는 피해학생 보호조치와 가해학생 선도조치에 있어 심의 절차 상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도 있다. 이는 심의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하에서는 그간 논의되어 온 조치의 내용이나 실효성 등 이 법규정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한다.
심의위는 피해학생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학교폭력예방법 제16조에 근거한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보호조치는 중대한 학교폭력의 경우에는 피해학생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하고 미흡한 반면, 경미한 사안의 경우에는 과잉과 악용의 문제가 있다. 먼저 중대한 학교폭력의 경우 본 조항은 “심의위원회는 … 조치를 할 것을 교육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강제적인 효력이 없다. 즉, 학교의 장이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학교장이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낙인에 대한 우려나 보호조치의 적합성 부정, 사안처리 과정에 대한 불신 등을 이유로 피해학생(학부모)이 이를 거부하는 경우 조치는 실효성을 상실한다.41) 반면 피해학생의 보호자가 동의하더라도 상담이나 일시보호, 치료 및 요양의 기관, 절차, 진행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학생의 학사일정 상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42) 한편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에서 타박상, 찰과상 등 가시적인 피해가 없는 경우에도 신체적 통증을 호소하며 문진만으로 작성된 2주 이상의 진단서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진료기록 등을 제출하여 3호(치료 및 치료를 위한 요양) 조치를 완강히 요청하거나, 2주 이상의 진단서가 제출만 되면 무조건적으로 3호 조치를 의결하는 소위원회도 있어 심의위의 성향에 따라서도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최근에는 이를 이용하여 해당 학교폭력 사안 발생 이전부터 필요했던 치료를 받거나 자세교정, 도수치료 등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받고 가해학생 측으로부터 부당한 치료비 및 위자료를 청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43) 따라서 학교폭력제도에서 피해학생의 보호의 교육적 책무와 진정한 취지를 피해학생의 온전한 회복과 정서적 안정을 통한 일상으로의 복귀라고 본다면 현행 보호조치의 실효성 제고 방안이 필요하다.
법 제17조는 제1항은 학교폭력으로 인정하는 사안에 있어 가해학생에게 서면사과(1호), 교내외 봉사(3호, 4호),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5호), 출석정지(6호), 학급교체(7호), 전학(8호), 퇴학(9호) 및 필요시 접촉 등 금지(2호)의 조치 중 하나 이상의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강제적 조치이다(제9항). 이 중 2호부터 4호까지 및 6호에서 8호까지의 처분을 받은 학생은 추가적인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제3항). 또한 제4항에서 제7항까지 학교장이 상황에 따라 제1항의 위 조치들을 긴급조치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심의위원회의 의결절차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먼저, 조치의 유형을 결정하는 세부기준이 문제가 된다. 가해학생 조치는 심의위원들의 가해학생 기본 판단요소 판정 점수 협의에 따라 결정되는데 이는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정도, 화해정도의 5개의 요소를 각 5점 척도로 하여 20점을 만점으로 수치화 하여야 한다.44) 그러나 명백한 기준이 미비하여 심의위별 판단기본 요소의 용어와 범위가 다르고 심의위원의 주관적 판단은 상이할 수 있어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조치 유형 중 제1항 5호의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는 제3항의 부가조치로서의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와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실무에서 동일한 개념으로 오인되는 문제가 있다. 제1항의 특별교육은 독립된 조치이고 제3항의 특별교육은 징계가 부과되는 경우 자동적으로 추가되는 부가조치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45), 본조치의 경우 학생에게 내려지는 처분이며 부가조치의 경우 학부모도 의무적으로 이수하여야 한다는 큰 차이가 있다. 이를 혼동하다 보니 본조치(제1항)에 부가조치(제3항)가 처분되는 것인데 부가조치 없이 두 개의 본조치가 나가는 형태의 의결서가 작성되고 있는 것은 법리 해석의 오류가 아닐 수 없다.46) 또한 가해학생 조치와 관련한 가장 큰 문제는 제4항 이하의 학교장의 긴급조치이다. 필요시 조치하여 심의위의 추인을 받는 경우는 제외하더라도 제4항은 학교장은 ‘학교폭력을 인지한 경우’에 ‘지체 없이’ 접촉 등 금지(2호)를 조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교내 학교폭력이 신고 접수되는 경우 사안조사를 통한 사실 확인 전에 긴급조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해관련학생의 경우 사안 접수 시부터 가해자로 낙인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학교폭력 접수 시부터 심의위 의결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데 만일 추후 심의위 결과 학교폭력이 아닌 사안의 경우 가해관련학생에게는 또 다른 피해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학교장이 ‘학교폭력을 인지한 경우’라는 기준은 예컨대 ‘학교폭력의 피해로 분리조치가 긴급하다고 인정될 객관적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 등으로 변경될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에 있어서도 형사상 무고죄와 유사한 무고성 신고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 신고를 당한 가해관련학생 측의 보복성 맞폭이나 고의적으로 해악을 끼칠 의도를 가지고 학교폭력을 접수하는 피해관련학생 측의 무고성 신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신고 접수된 사안의 가해관련학생 측이 맞폭을 접수하는 경우는 하나의 별개의 접수건이 되어 그 신고경위나 사실관계를 전담기구 및 심의위에서 다루어질 수 있어 오히려 학교폭력의 실체적 진실 발견이 용이해지거나 조치 결정에 참작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학교폭력은 명백하게 일방적인 경우도 있지만 교우관계에서 쌍방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맞폭으로 인하여 양측 모두의 피·가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형평성 있는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한편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자리바꿈을 시도하는 보복성 허위의 맞폭임이 확인된다면 이는 가해학생 선도조치에서 반성정도, 화해정도에 반영되어 가중된 조치를 통하여 징계가 가능하다. 그러나 허위의 사실로 학교폭력을 신고하는 경우는 다른 문제이다. 이는 최근 발생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위조한 목소리(딥보이스)로 동급생을 학교폭력 가해자로 거짓 신고한 여고생이 무고 혐의로 입건된 사건이나47),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비슷한 성적 등급의 경쟁학생을 견제하고 괴롭힐 목적으로 일부러 모의고사, 시험기간에 학교폭력을 신고하는 경우 등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유형이다. 허위사실에 의한 학교폭력이 형사상 무고죄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아직 뚜렷한 판례는 없지만 명백한 허위성과 고의성이 확인된다면 무고죄 성립이 가능하다 할 것이다. 설령 무고에 까지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허위 학폭 신고 그 자체를 학교폭력으로 신고하여 상대측을 학폭 가해학생으로 조치를 받게 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 또한 또 다른 유형의 학교폭력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무고성 신고 또한 중대한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는 예방 교육이 미흡하고, 발생한 무고성 신고의 경우 심의위의 ‘혐의없음 학폭아님’의 종결 외에는 조치가 불가하다는 것은 학교폭력의 예방목적에 부합되지 않으므로 사전예방교육과 무고성 신고자에 대한 조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폭력 분쟁조정이란 피해 및 가해학생 간 또는 그 보호자 간의 손해배상에 관련된 합의조정 및 그 밖에 심의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한 심의위원회 또는 교육감의 조정을 의미한다(학교폭력예방법 제18조). 손해배상은 피해학생 측에서 치료비, 위자료 등 금전적 손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와 가해학생 측에서 이를 통해 합의하고자 하는 경우, 기타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는 심의위원회의 조치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한 갈등이 있는 경우나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한 객관적, 전문적, 공정한 개입이 필요한 경우를 포함한다. 이러한 분쟁조정절차는 동법 시행령 제28조에서 양측의 동의와 형사상 고소·고발이나 민사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경우를 요건으로 하고 있어 사법 단계가 아닌 교육적 목적을 기반으로 한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 파악된다.48) 그러나 심의위는 발생 사안에 있어 화해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을 업무로 하는 기구이지 화해를 이끌어 내는 주도적 기구가 아니며 손해배상액 산정 및 조율은 사법기관의 작용으로 심의위에서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심의위 의결 사항에 피해학생 조치로서 금전적 배상의 근거를 취할 수 있는 것(3호) 이외의 권한을 갖지 못한다. 그럼에도 분쟁조정 단계에서 화해와 손해 보전까지 담당한다는 것은 의결과 집행의 업무가 혼재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조정이 된 경우에도 양측의 동의와 합의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분쟁조정 결과에 법률상 화해의 효력이 없어 가해학생측 이행을 강제할 수 없고 이 결과는 추후 사법절차나 행정 불복절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결국 분쟁조정절차가 민·형사 사법절차의 상당한 기간과 심리적·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우회수단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결과에 불만족 시 결국 사법절차를 추가적 진행할 가능성이 커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49) 따라서 전문적이고 독립적인 기구가 전담할 수 있도록 하면서 조정결과에 기판적 효력을 인정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Ⅳ. 학교폭력 대응제도의 개선방향
학교폭력에 대한 교원, 학부모, 학생들의 인식 간 격차가 있는 것은 세대차이, 사회·교육·생활 환경 및 가치관 등의 차이와 법률 상 학교폭력의 개념이 모호하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 등에 의한 것이다. 최근 학교폭력이 급증하고 있는 요인 중 이러한 인식의 격차 또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예방적 차원에서 인식 격차를 해소할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 교내에서는 정기적으로 학생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는 자율적 참여의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고 특히 온라인에서의 공지·전달의 유형으로는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부모, 학생 및 교원은 참여 횟수 등을 정하여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필수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에 참여하도록 하며, 이 때 영상 시청 확인이나 대면 참석 확인이 가능한 직접 서명을 하게 하는 등 의무적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율적으로 상시 시청 가능한 영상물 또는 자료를 공유하거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의 방법을 고안하여 융통적인 참여가 가능하게 한다면 참여율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폭력에 대한 통상적이고 평균적인 기준이 정립될 수 있으며 이는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의 격차를 좁히고 평시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 등의 각인 효과로 예방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된다.
학교폭력의 대부분은 학교내 생활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2019년 「제2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의 주요내용 중 학교안전 인프라 확충 방안으로 학교 보호인력 확대, 학교내 CCTV 설치 확대 및 학교폭력 신고·상담센터 설치, 긴급전화 연계망 구축, 지역사회 협력·연계망 구축을 과제로 수립하였으나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50) 최근 몇 년간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도 대부분을 차지하는 장소가 학교 내이고 학생들이 생각하는 효과적 예방활동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처 방법 교육 다음으로 학교 안과 밖의 CCTV 설치 필요성을 지목하고 있다. 최근 일부 학생들의 괴롭힘을 비롯한 학교폭력의 양상이 날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능화·고도화되고 있어 특히 CCTV가 없는 곳 이용 등(교실, 화장실 등)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초·중등교육법 제30조에 따르면 학교 안전 대책은 각 시도 규칙으로 정하게 돼 있어 학교장이 의견 수렴을 통해 CCTV 설치를 포함한 안전 관리 대책을 세우도록 하고 있으며 교육부가 2014년 만든 ‘CCTV 설치·운영 표준 가이드라인’에서도 외부 출입로와 사각지대 등만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어 설치 강제에 한계가 있다. 또 학교폭력 실태조사 상 가장 빈번하게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장소는 교실 안에서이지만 교실, 특별실, 화장실 등까지 CCTV를 확대 설치할 경우 사생활·인권 침해 소지도 있다. 그러나 지난 대전 초등학생 살해사건과 같이 학교폭력을 포함한 모든 안전 위협 상황 대비에 방점을 두고 교내 사각지대 같은 경우에 별도 규정을 두어 꼭 필요한 곳은 CCTV가 설치되도록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CCTV에 의한 물적 감시 뿐 아니라 학교보호인력을 확대하여야 한다.51) 현재 학교전담경찰관의 업무를 법률에 명확하게 명시하여 학교전담경찰관의 직무를 강화하는 안(제20조의6제2항 신설 등)과52) 학교의 장과 SPO가 정보를 공유하고 업무수행을 위한 의무 강화 등을 포함한 안(제17조 등)53) 등이 국회 심사중에 있으나 권한 및 배정기준과 의무화도 명시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학교전담경찰관과 CCTV 설치는 학교폭력에 대한 단기적인 효과는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무엇보다도 다양한 형태의 학교폭력에 대해 학교폭력 관련기관(사회복지단체, 지자체, 의료기관 등)과의 연계를 통한 지원이 수반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학교폭력 예방적 차원의 대책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54) 이와 관련하여 서울특별시교육청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조례는 학교폭력예방자문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나(제8조) 아직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본 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과 학생 선도·보호를 위한 방안 수립을 전담하는 법정 기구로, 예컨대 언어폭력, 디지털 폭력 등에 대한 대응 프로그램 지원 강화 등 학교폭력과 관련한 사회 전반의 변화를 고려한 예방 정책과 지침 제공에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고55) 학교 규모와 학생 특성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단계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교육 자치 기관이며 특히 그 구성에 전문가들과 교원, 학부모 및 학생을 포함하고 있어(제9조) 실제 학교환경의 사정을 반영한 학생중심의 예방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는다. 따라서 예방목적 및 대책 수립을 전담하는 자문위원회의 필수적 설치와 활발한 운용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생활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크게 가정과 학교, 매체라고 볼 수 있다. 학교폭력에 관한 연구들에서는 이러한 요인 중 학교폭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학부모와 교사 집단 모두 ‘가정환경 및 부모의 무관심’ 내지 ‘가정의 인성교육 미흡’을 꼽고 있다.56) 또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저해하는 요인에 대하여는 학부모는 ‘교사로서 학생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능력 및 방법의 부족’을, 교원들은 ‘행정업무 등 수업 외 업무로 인한 학생지도 시간의 부족’을 가장 크게 보았던 경향에서 최근에는 두 집단 모두 ‘학부모의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 인식 부족’이 가장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57) 이는 무엇보다도 가정적 요인이 학교폭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로 가정의 구성과 구성원의 기능 변화 등 현대사회의 변화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중심의 학교폭력 경감 대책이나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거두는 데에 한계가 있고 가정과의 소통을 통한 근원적 예방 인식이 고양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학교, 학생, 학부모가 모두 유기적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학부모 참여 교내 활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생-학부모 상담이 상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폭력에 대하여도 학생들의 고충을 듣고 이에 대한 생활지도로써 갈등조정, 관계개선, 학생지도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학부모의 참여를 권장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도할 교내 전담 부서를 상설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정책에 따라 비대면 공공 서비스 분야가 확장되고 생성형 인공지능기술을 활용한 학교폭력 상담 챗봇 등이 구현58)되고 있어 대면의 부담감이 상당한 경우 디지털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안도 점진적으로 도입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학교폭력 사안의 최초 대응 기관은 학교이다. 접수된 학교폭력 ‘신고’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는 과정은 사안조사를 통해 교내 전담기구에서 확인되어진다. 따라서 초기 절차인 만큼 전담기구의 역할과 학교의 초기대응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①전담기구 구성원의 공정성 확보, ②전담조사관 전문성 강화 및 필수 배정 기준 마련, ③관계회복프로그램 적극 홍보 확대, ④학교장 자체종결 권한 강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선행 연구와 설문 등을 통해 전담기구 구성원의 전문성 제고의 문제는 계속적인 역량 강화 교육을 통한 점진적 해결 사안이고 이와 함께 전담기구 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현행 제도의 학부모위원 3분의 1이상 위촉 사항 이외에 전담기구 회의 개최 시 반드시 학부모가 1인 이상 참여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학교가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 은폐한다는 오해의 소지를 해소할 수 있고 학생들과 학부모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학교폭력 절차에서는 초기 사실관계 사안조사가 매우 중요하고 살펴본 바와 같이 조사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어 전담조사관 제도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으나 아직 미흡한 문제이다. 학교폭력 사안의 조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단순히 감정적 불편을 이유로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교사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와의 갈등이 아동학대 관련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사례 등 교내에서 담당하기 과중한 경우가 늘고 있어 조사 권한을 명확히 하여 이에 대한 불복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담조사관의 조사권한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공포되었으나59) 전담조사관이 수행하는 조사·상담의 구체적인 내용과 권한, 절차 구성 방법 등에 대하여는 규범적 근거가 부재한 상황으로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60) 아울러 전담조사관 배정을 전적으로 학교장의 요청으로 두고 있어 제도의 활용성 제고를 위해 전담조사관 배치 방식 내지 기준 등도 검토되어야 한다. 예컨대 다수의 학교가 관련된 사안이거나 민감한 성 사안, 규모나 피해정도가 큰 사안, 관련학생측이 원할 경우, 재발한 사안 등에 있어서는 학교 현장에서도 전담조사관 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므로61) 특정 사안에 대해 기준을 가지고 전담조사관을 필수적으로 요청하도록 하는 방안을 규범화하여야 한다.
한편, 사전 개입과 예방 차원에서의 갈등 조정, 관계개선과 교육적 차원에서의 관계회복 부분도 학교폭력에 대한 현장의 교육력 제고 차원에서 중요한 부분이나 현재 제로센터 지원의 관계회복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는 수준이어서 교내 업무로는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단계이다. 따라서 시도교육청별로 전담부서를 구성하여, 학교폭력 조사·상담에 관한 전문가 및 피해전담 조력인, 피해학생을 위한 법률지원 등 학교폭력에 대한 체계적인 통합적 지원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학교는 학교 교육의 본질적인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도록 하고 시도교육청 전담부서에서 학교폭력 업무 관련 갈등조정, 관계개선 및 관계회복 프로그램 운영 및 관련 상담 조기 지원 업무를 담당토록 하여 교육감의 책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62) 더불어 교내에서는 상담실 등을 상설하고 담당교원과 상의하여 시도교육청 전담부서와 연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이와 같은 프로그램 이용 확대를 적극 홍보하여 상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교내의 전반적인 절차에 있어 학교장 자체종결 권한을 강화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 간의 경미하고 사소한 갈등, 다툼, 장난까지 학교폭력으로 신고 및 접수되는 경우나 보복성 혹은 단순히 감정에 따라 무고성 신고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러한 경우 모두 매뉴얼에 따라 처리해야 하므로 학교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사안 접수 단계에서 학교폭력 사안으로 처리해야 하는 것인지를 판단할 1차 거름망이 부재하여 이러한 사안 모두가 공식적으로 접수가 되어 ‘사건’이 되고 있다. 교내 해결절차에 대한 현직 교사들의 인식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담당 교사 역시 사안의 은폐 및 축소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 사안을 공식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본인에게 안전하다 느끼기에, 교사의 중재와 교육적 개입이 더욱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63) 그러나 학교폭력 사안접수 시 책임교사에게 사안판단을 맡기는 것은 권한을 고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업무와 책임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가 학교장 자체종결제이기 때문에 학교장의 권한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자체종결은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제도인 만큼 결정의 효력이 인정될 수 있는 법규정을 신설하고, 행위의 심각성 등 경중을 판단할 수 있는 등급 및 연령 등 기준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야 하며, 아울러 피해관련학생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는 현행규정을 개정하여야 한다. 학교장 자체종결 처분에 대한 불복으로 행정심판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제172조의2) 학교의 사안 경중에 관한 판단(자체종결결정)이 학생측 동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교권을 저해하고 제도를 무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으므로 개정됨이 타당하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3조에서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구성에 관하여 학부모위원의 비율을 3분의 1이상으로 하여 구성토록 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심의위 구성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학폭위 위원 517명 중 학폭 특정 분야에 대해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법조인은 76명(13%), 교수직 등 전문지식 인력은 3명(0.8%), 의사는 단 1명(0.2%)에 그치며 학부모는 약 198명으로 4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64) 그런데 이들 구성원의 심의 참여 비율 등 운영에 관하여는 동법 시행령 제14조 제5항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실제 심의는 위원장과 학부모로만 이루어진 경우도 상당하다고 앞서 지적하였다. 신체적, 정신적 피해의 경우 의사나 심리상담사의 진단이 필요할 수 있고 사법절차와 동시에 진행되는 사안의 경우 변호사, 경찰의 조력이 필요하나 이러한 전문가들의 참여율은 저조할 수 밖에 없어 전문성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법 제13조 제5항에서도 심의위원회는 필요시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전문가 참석을 강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심의위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학부모 위원을 3분의 1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하는 현행 규정을 개정하여 필수 전문가구성 비율을 법정하고, 심의 개최 시 재적위원 중 반드시 사안에 적합한 전문가가 참석하도록 하는 등 심의위 구성에서부터 개편되어야 한다.
한편 심의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는 각 위원회별로 상이한 심의 기준을 평균화하여 일관되고 공정한 판단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즉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의 연령, 사건의 발생 경위, 사건 발생 직후의 가해학생 및 피해학생의 진술 등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교육학적, 심리학적, 법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을 가이드라인에 반영하고 심의위원회 위원들에게 참고자료로 제공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폭력예방법의 대상이 되는 행위들에 대한 유형과 과거의 사례들을 종합하여 기준의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데이터화 하여 학교폭력 업무 관련자들이 상시적으로 접근하여 최신 데이터에 접근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아울러 평균화된 기준에 따라 학교폭력 행위의 판단요소의 세부기준 척도를 사안처리 가이드북 등 매뉴얼에 마련해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학교폭력의 인식의 차이, 교내외 절차 상 결과의 차이, 불복 현황의 변화 등은 결국 행위의 명확한 개념과 이를 판단하는 법적 기준이 미흡함에 따른 것으로 학교폭력예방법은 일관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 기준 뿐만 아니라 여러 제반사정을 고려한 판단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확인한 바와 같이 학교폭력은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 요인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고, 학교폭력의 태양이나 정도,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의 관계 등 또한 매우 다양하여 획일적으로 규율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65). 그러나 법률에서 기술하고 있는 학교폭력의 행위 유형을 범죄와 비범죄의 구분없이 그 정도의 차이도 두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으므로 행위별로 명확한 정의를 정립하는 것은 불가할지라도 유형을 세분화하여 경중의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난 2024년 12월 사이버폭력에 딥페이크 개념을 포함하면서 “딥페이크 영상 등(인공지능 기술 등을 이용하여 학생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가공한 촬영물 또는 음성물)을 제작·반포하는 행위”라고 명확한 행위 기준을 마련66)한 것과 같이 학교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정의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으나 ‘폭력’에 이르지 않는 갈등, 비행이나 문제행동까지 모두 법률에서 범죄적 속성으로 다루는 것은 비범죄 행위의 ‘학교폭력화’를 조장하는 것이 되어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학교폭력의 개념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행위 유형을 분류하여 세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경미한 행위, 위험한 행위, 중대한 행위의 경중 구분을 통해 경미한 행위의 경우 학교장 자체종결로, 위험한 행위 이상의 경우는 심의위 심의로, 중대한 행위는 심의위와 경찰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으로 하여 구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행위의 심각성이 낮은 경우와 초등학교 저학년 사건도 학생과 학부모의 민감성으로 인해 학교폭력으로 신고 되고 있다. 따라서 학교폭력 발생 시 사안의 심각성을 학교장, 조사관, 학교 책임교사가 판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되어, 사안이 심의회로 회부되기 전에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상술한 바와 같이 학교장 자체종결이 가능한 경미한 사안의 경우에도 피해학생 측의 부동의에 의해 종결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런데 저학년의 경우 학생 본인이 학교폭력을 인지하거나 법적 절차로 의율하고자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특히 학교폭력 행위에 대한 심의 시 기본 판단 요소 중 고의성 여부에 있어서 저학년의 경우 폭력행위로부터 위해를 가할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교급별 혹은 학년별 등 구분 없이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여 판단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5∼’29)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경미한 사안의 관계회복 숙려기간 도입을 계획하고 있지만67) 시범사업으로 추진되어 참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현행과 같이 절차에 따라 심의위원회 심의 요청을 가능하도록 두고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학부모들의 감정적 대립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법률 절차상 개선이 필요하며 예컨대, 저학년의 사건이면 책임교사, 조사관과 최종적으로 학교장이 자체종결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그 과정에서 심각성 ‘판단 등급 제도’를 마련하여 학교폭력 심의회까지 사건이 이관되지 않고 학교장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과정에는 학교폭력 피해 관련 학생·학부모와 가해 관련 학생·학부모의 이해관계가 상충하게 되는 문제점들이 있기에 현실적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관계 회복지원단 제도의 활성화가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68) 아울러 저학년 사안과 경미한 사안의 경우 피해관련학생 측의 부동의 요건을 삭제하고 심의위 이관 전 관계회복 프로그램의 단계를 전치주의로 법정하고 미해결 시 심의위에 회부되도록 하는 절차의 개선이 필요하다.
학교폭력의 교내 초기 절차에서 전문가의 참여 및 교내 사안 처리 고충 개선을 위한 외부 전담기구 신설 또는 교육지원청으로의 이관 필요성에 따라 도입된 방안이 전담조사관 제도이나, 전담조사관의 전문성이나 업무 효율성은 여전히 확보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경직된 업무적 처리로 부정적 민원도 발생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담조사관 배정이 학교장의 선택적 사항이라는 점에서 더욱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교내 전담기구의 사안조사 시간 부족, 사안 조사 과정에서의 책임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불신, 사안조사로 인한 관련 교사의 수업 결손, 학교폭력 담당 경력 부족과 같은 전문성 미흡 등의 문제 해결의 이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전담조사관제도의 활성화를 제고하여야 한다69). 이를 위해서 교내 자체 해결의 순기능도 고려하여 전담조사관 배정을 강제할 수는 없고 학교폭력의 유형이나 행위, 신고 접수 시 피해학생의 상태 등의 기준을 정하거나 조사에 임하는 피·가해관련 학생이 희망하는 경우 전담조사관 배정 신청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함은 상술한 바와 같다.
법 제17조에서는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나열하고 있다. 심의위의 가해학생 기본 판단 요소 판정점수에 따라 각 호의 조치가 취해지도록 하고 있어 교육과 조정을 위하여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기타 적절한 조치’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경미한 사안의 경우 서면사과 조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그 형식이 정하여져 있지 않아 반성의 기회를 갖게 하기에 충분치 않고 또 진심어린 사과문이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피해학생에게 충분히 위로가 되지 않는다면 관계 회복의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학교봉사나 사회봉사도 교내외의 봉사활동이 자의적인 것이 아니므로 인권 침해 혹은 아동학대의 소지를 피하다보니 강제적인 활동의 제약이 많아 실효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학생 특성에 따라 예컨대 ‘음악, 미술치료 혹은 음악, 미술 등 교양활동’이나 ‘소정의 필독서 독서감상문 작성’ 이라거나, 건전한 체력단련과 인성 수양이 가능한 스포츠 활동, 또는 관련된 현장 학습을 통한 주위 관찰을 위해 ‘경찰서, 소년원, 법원 방문 체험’ 등과 같이 연령대나 사안의 경중에 따라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제17조 제1항 제5호와 제17조 제3항의 ‘특별교육 등’ 규정은 실무에서 혼동과 상충의 문제가 있어 제1항 제5호의 본 조치로서의 ‘특별교육 등’을 삭제하여야 한다. 또한 법률에서 수 개의 조치를 동시 부과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제2호 보복금지 조항이 부수적으로 붙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제3항의 특별교육 등이 반드시 부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조치 간 충돌로 인하여 불복 민원 또한 증가하고 행정심판 및 소송 진행건수도 증가하게 된다.
가해학생 조치에 대한 마지막 제언으로는 생활기록부 기재에 관한 사항이다. 교육부는 학교폭력 근절대책의 일환으로 생활기록부 기재를 엄중하게 하여 대입에 반영하고자 하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행정심판 및 소송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더 급증하고 있고 이는 집행정지 및 조치 이행지연 장기화 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강남의 경우 최근 자퇴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생활기록부 관리가 그 원인으로 조사되었다. 가해학생의 엄정 처벌로 인한 학교폭력 피해 보전의 이점과 가해 경험이 있는 학생들의 미래와 진로에 대한 침해 정도는 다시금 그 형평성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해경험 횟수를 참작하여 최초 1회 기록 유보 등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학생들 간의 경미하고 사소한 갈등, 다툼, 장난까지 학교폭력으로 신고 및 접수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피해보상과 관련하여서도 문제가 많다. 피해 학부모가 진정어린 사과를 하지 않아 학폭위에 접수하겠다고 하면서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요구하거나 상해진단서와 고소행위를 통해 더 많은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 학교폭력 피해 후유증으로 학업에 지장이 생겼다며 과도한 학원비까지 받아내는 등 자녀를 이용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 하는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 ‘진정한 사과’의 개념조차 모호할 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문제로 갈등이 깊어져 결과적으로 ‘학폭아님’ 판단이 되어지는 사안들도 심의회로 회부되고 있다. 학교폭력 제도에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분재조정 신청도 가능하고 실제 치료비나 손해에 대한 비용은 제외하더라도 기타 손해배상이나 위자료 등의 갈등은 민사적 절차를 통해 해결할 개인간 문제이므로 학교안전공제의 지급 대상과 범위를 넘지 않도록 하는 배상 책임의 기준과 이중청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근거를 법률로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감정적 대립에 따른 또 다른 문제가 무고성 신고이다. 살펴 본 바와 같이 학교폭력은 특성상 일단 신고 접수가 되면 긴급조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접수 후 전담기구 회의까지 2주일, 심의위원회 심의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소요되어 이 과정에서 가해관련학생이 가해자로 낙인되어 받게 되는 피해도 상당히 크다. 결과적으로 학교장 자체종결사안이고 심의위에서도 학교폭력이 인정되지 않는 사안의 경우 가해관련학생은 이를 이유(무고죄)로 하여 별개의 학교폭력을 접수할 수 있지만 아직 학교폭력 무고죄에 대한 판례 등 인정 사례는 없어 무고성 신고에 의한 피해는 구제방안이 없다. 따라서 학교폭력 심의 절차 상 명백히 고의와 무고임이 인정되는 신고 사안에 대해서는 피해를 접수한 학생 측에 예컨대 서면사과나 대면사과, 학폭 신고 협박 등 재발방지 약속의 서면제출 등 조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무고한 학생의 피해를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한 심의를 진행하는 행정 예산과 인력의 낭비를 줄이는 데에도 필요한 부분이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8조에서는 심의위는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분쟁이 있는 경우 그 분쟁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제1항) 이 경우 피·가해학생 및 보호자에게 통보하도록 하면서도(제5항) 동법 시행령 제25조에서 분쟁당사자의 분쟁 신청 및 양측 모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제28조). 그러나 분쟁조정이 최대한 사법절차 이전 단계인 만큼 분쟁조정권한을 심의위원회가 전속적으로 보유하고, 피·가해학생 또는 그 보호자의 요청 없이도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신속하게 해결하는 기능을 갖게 하는 것이 교육적인 견지에서 이해당사자의 양보와 타협을 바탕으로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는데 바람직하다 할 것이므로70) 분쟁조정은 심의위의 직권 개시사항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분쟁조정이 성립된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를 기초로 한 결과가 「민사소송법」상 ‘재판상 화해’ 71)내지 「소년법」상 ‘화해권고’의 선결절차로써 법적 화해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될 수 있도록 하는 효력 규정도 신설되어야 한다. 또한 위원회의 분쟁조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바 외부 전문기관으로 분쟁조정을 도와줄 수 있는 객관적 기구를 두거나 행정상 여력을 확보하여 독립된 기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재고해 보아야 한다.
Ⅴ. 결론
학교폭력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이래 많은 법률의 개정과 정책의 전환을 시도하였지만 아직까지도 혹은 앞으로도 해결하지 못할 부분들이 많은 영역인 듯하다. 현대 사회의 구조와 환경 변화가 매우 빨라 학생들과 학부모, 교원 및 정부가 고취하고자 하는 교육환경의 정착 및 법제도 정립이 어렵다. 따라서 새로운 사안과 다양하고 복잡한 사안이 급증하는 학교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융통성 있고 평준화 된 제도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살펴본 바와 같이 학교폭력은 학교폭력예방법에 의하여 정의되는 폭력으로 사회에서 성인의 범죄로서의 폭력과는 분명 다르다. 그러나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폭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형법상의 범죄에 해당하는 구성요건들과 구분하지 않고 ‘학교폭력’은 ‘범죄’라고 인식시키고 있어 본 법의 취지와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 또한 한편으로는 학교폭력의 특수성으로 치부하여 사소한 갈등이나 장난, 괴롭힘도 학교폭력으로 간주하고 있어 학교폭력이 폭증하는 사회현상을 가져왔다. 이는 학교폭력의 개념과 정의가 모호하고 사안의 경중이나 행위·관계·발생 경위 등 다양한 고려요인에 따라 일관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의 모든 행위 태양을 구체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과거 누적된 사례들을 종합하여 행위 유형별 세분화 할 필요하고 이것이 학교폭력 절차의 모든 과정을 개선할 첫 번째 과제가 된다. 즉 행위 유형별 세분화는 초기 학교폭력 신고 접수 시 생활지도 대상과 학교폭력 대상 행위의 기준을 제공하고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되었다고 하더라도 학교장 자체종결 및 관계회복의 교육적 조치가 가능하도록 할 수 있으며 심의위 회부된 사안에 대하여도 과도한 가해자 양성이나 불필요한 조치를 감소시키고 실질적 피해학생 보호를 두텁게 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생활에서의 폭력적 행위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인지시킬 수 있는 사전예방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의 예방적 차원에서는 교육과 더불어 인적·물적 안전 확보 인프라를 확대하여야 하고, 학교폭력 발생 시 전문성을 갖춘 상담, 조사, 심의가 이루어 질 수 있는 절차의 개선도 필요하다. 교내 교육적 재량의 강화와 학교폭력제도 절차 상 조사, 상담, 관계회복 등의 전문적 업무의 전담부서 분업, 관계자들의 조직 개편과 전문성 확보 및 피·가해학생 조치를 보완함으로써 학교폭력 대응 제도의 실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학교폭력 사안의 처리 등을 단위 학교를 넘어 지역공동체 단위에서 공감할 수 있고 유기적으로 연대하여 예방할 수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소년기는 지적 학업 수행능력 뿐만 아니라 인성 발달 및 자아 정체성의 확립 또한 매우 중요한 시기로 피해학생이든 가해학생이든 예방적 보호와 사후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기임을 감안하여 민사·형사·행정법적 규범체계하의 접근이 아닌 인권과 교육적 측면을 고려한 해결을 지향하여야 하고 이는 학교, 학생, 학부모 및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범국가적 관심과 정책으로 구현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