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최근 경찰실무에서는 ‘경고장’ 내지 ‘서면경고’가 새로운 행위형식의 하나로서 주목받고 있다. 경찰이 우월적 지위에서 하명(下命)하는 방식이 아니라, 안내와 정보를 제공하고 권고 및 경고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줌으로써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근 경찰실무의 주목할 만한 경향 중 하나이다. 이제 경찰실무에서도 안내, 정보제공, 권고 및 경고와 같은 비공식적 행정작용이 하명과 같은 전통적인 공식적 행정작용을 보완하는 새로운 행위형식으로서 어느듯 자리를 잡고 보편화되고 있는 듯하다. 이와 같이 경고가 경찰실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학계에서 경고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선행연구는 대체로 경고에 대한 선별적 언급에 그치고 있고,1) 특히 경고와 관련한 경찰법적 문제에 대한 체계적 분석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연유로 본고에서는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다양한 법적 쟁점을 고찰하고자 한다.2) 먼저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가 갖는 의미와 적용영역 및 기능을 개관한 후(II), 헌법적 문제로서 경고의 기본권 제한적 특성과 이에 대한 법률상의 수권근거를 검토한 다음(III), 이어서 행정법상의 행위형식과 그에 따라 가능한 행정소송의 종류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IV).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문제에의 접근이 요구된다. 왜냐하면 추상적인 개념고찰이나 그 법리에 대한 규명만으로는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모할 수 없고, 또한 이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법적 쟁점의 정리 및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사례에서 시작하여 점차 추상적 개념과 해당 법리를 도출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또 바람직한 연구방법론이라 생각하기에 여기서는 우선 다음에 언급된 사례의 도움으로 이와 관련된 법적 문제를 보다 명확히 하고자 한다.
[사례 1] ‘갑’(남)과 ‘을’(여)은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연인관계에 있었다. 두 사람은 4년 간의 교제 끝에 결별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흐른 2016년 6월 (몹시 치밀한 성격의) ‘갑’이 옛 연인 ‘을’의 주소를 어렵게 알아냈고, ‘을’에게 편지를 썼다. 해당 편지에서 ‘갑’은 ‘을’에게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한 후 1987년 11월 당시 헤어진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 ‘진실’을 말해달라고 했다. 만약 ‘을’에게서 아무런 해명을 듣지 못한다면 자신은 사설탐정을 고용하겠다고 했다. 해당 편지의 내용은 단순한 비난과 모욕(예: “...당신은 인격이 부족해...”, “...너무 비겁해...”, “...이런 행동은 찌질이 같은 거야...”)에서부터 위협(“당신은 내가 항상 당신을 존중해 왔다는 걸 인정해야 할거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2016년 6월 중순 경 ‘갑’에게 경찰서장 명의의 경고장이 발송되었다. 해당 경고장에는 ‘갑’의 인적사항과 경고사유 및 범죄행위의 종류에 따른 법률과 형량이 기재되어 있었다. 아울러 ‘갑’은 ○○경찰서 소속 경찰관 P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해당 통화에서 경찰관 P는 ‘을’이 그녀의 남편과 함께 경찰서를 찾아 왔고, 자신에게 도움과 조언을 요청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두려움과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했다. 경찰관 P는 ‘갑’에게 더 이상 ‘을’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그렇지 않으면 접근금지, 통신차단, 유치장에 유치(留置) 등 ‘갑’에게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했다. 2016년 7월 2일 경찰관 P와 ‘갑’ 간에 또 한번의 전화통화가 있었다. 해당 통화에서 경찰관 P는 ‘을’의 말을 전하며 ‘갑’이 교제하는 동안 자신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했고, 결별의 원인은 자신에게 새로운 남자가 생겼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경찰관 P는 ‘갑’에게 ‘을’의 주거지나 그 부근에 찾아가 머물거나 출근길 또는 유사한 상황에서 숨어 기다리거나 차량을 이용해 미행하거나 갑자기 나타나는 등의 행위를 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하여 ‘갑’은 화가 많이 났고, 자신은 ‘을’의 주거지로부터 600 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으며, ‘을’을 다시 만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갑’은 ‘을’과 그녀의 남편을 협박하거나 스토킹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갑’은 어떠한 방식이든 결코 ‘을’에게 신체적 접근을 시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경찰의 경고가 있은 후 2년이 지난 2018년 10월 14일 ‘갑’은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하여 경찰의 경고조치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갑’은 경찰서장 명의의 서면경고장은 물론 경찰관 P의 전화통화도 ‘경고’에 해당하며, 해당 경고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경고의 목적은 단순한 안내나 정보제공 차원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경찰조치라는 점에 대하여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또한 접금금지, 통신차단, 유치장에 유치 등과 같은 추가적인 조치가 예정되어 있었다고 했다. 경찰이 입수한 정보는 어떤 관점에서도 자신의 현재 또는 미래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법익에 대한 위험을 야기한다거나 예방조치의 근거가 된다는 것을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했다. ‘갑’은 경찰이 자신을 ‘위험인물’로 분류하는 것을 차별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스토킹이나 기타 다른 형태의 괴롭힘에 상당히 민감한 오늘날, 이와 같은 평가는 낙인을 찍는 행위라고 했다. ‘갑’은 잠재적 위험은 커녕 구체적 위험도 없었으므로 경찰의 경고는 위법했다고 했다. 경찰이 주장하는 위험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은 자신의 권리이며, 이에 대해서는 법원의 공식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것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3)
[사례 2] 정부는 2001년 12월 13일부터 12월 15일까지 벨기에 브뤼셀(Brüssel)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계화 반대 집회 및 불법·폭력시위가 예상됨에 따라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자국민이 외국에서 불법·폭력시위를 조장·선동하거나 극렬 폭력행위를 자행하는 등의 국격을 손상하는 행위를 할 경우 엄정하게 사법조치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를 위하여 행정안전부장관은 폭력시위대가 反세계화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막고, 불법·폭력 발생 시에 신속한 추적과 검거를 위하여 경찰청장에게 조치를 지시하였다. 경찰청장은 2001년 12월 7일 ‘병’을 포함한 총 13명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면경고장을 발송하였다:
“경고장: 경찰은 귀하가 집회 및 시위와 관련하여 과거 경찰에 출두한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귀하가 향후에도 시위사건에 가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001년 12월 13일-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시위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노동조합, 학생단체, 좌파단체와 반파쇼 단체 및 기타 반세계화 단체들이 벨기에 시위참가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과거 유사사건(예: 예테보리, 제노바 등)에서 일부 시위대가 과격한 폭력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금번 G20 정상회의 기간에도 이와 같은 상황이 예상됩니다. 귀하가 위험방지의 범위 내에서 예방조치(국내송환 포함)의 대상이 되거나 시위 중 범행을 이유로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면하기 위하여 우리는 귀하에게 상기 시위에 참가하지 말 것을 권고합니다.”
그러나 ‘병’은 지금까지 세계화를 반대하는 인물로 알려진 바 없고, 과거 G20 정상회의와 유사한 행사로 외국을 방문했다거나 그곳에서 발생한 폭력시위에 가담했다는 등의 증거도 없었다. 다만 ‘병’은 2001년 5월 30일 도지사가 개최한 정치토론 행사과정에서 경찰의 연행에 항의하며 행사한 폭력으로 형법 제136조에 따른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병’이 과거 경찰을 상대로 행사한 폭력은 비교적 경미했고, 이전에 기소된 전력도 없다는 이유로 검찰은 ‘병’에 대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은 이러한 전력으로 인해 경찰이 관리하는 범죄정보 파일(이른바 “폭력 시위자 명단”)에 등재되었고, 이것은 2001년 12월 7일 경찰이 발송한 서면경고장의 근거가 되었다. 이후 ‘병’은 서면경고의 위법확인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4)
[사례 3] ‘정’은 막스-레닌주의를 표방하는 ‘○○당’ 소속의 시의원이다. ‘정’은 2009년 10월 3일 신고된 집회의 주최자 중 한명이다. 이 집회는 극우집회에 대한 반대집회로 계획되었고, “용기를 보여라. 더 이상 극우를 위한 자리는 없다.”는 모토로 신고되었다. 2009년 10월 2일 극우집회 공동주최자인 A가 ‘정’에 대하여 형사고소를 제기하였다. 왜냐하면 ‘정’이 바리케이트로 이른바 ‘우파’의 집회현장 접근을 저지할 계획임을 공공연히 밝혔기 때문이었다. 2009년 10월 2일 20시경 두 명의 경찰관이 ‘정’을 방문했고, 다음날 예정된 집회를 이유로 미리 작성된 메뉴얼에 따라 ‘정’에 대하여 경고하였다. 경찰은 서두에서 조치의 취지와 목적을 설명한 후 다음과 같이 경고하였다:
“경찰이 보유한 정보에 따르면 귀하는 과거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장해를 이유로 신원조회 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전력을 이유로 귀하에게 본 절차가 개시되었습니다. 경찰은 상기 언급된 사유와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사건과 관련하여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장해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우리는 귀하가 경고의 범위 내에서 추가적인 후속조치를 면하기 위해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장해를 야기하지 말 것과 이를 선동하지 말 것 그리고 여기에 가담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아울러 우리는 상기의 요구가 향후의 모든 사건과 행사 및 기념일에도 적용됨을 명확히 밝힙니다. 위반 시 경찰의 추가적인 후속조치가 취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유치장에 유치(留置)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갑’은 집회를 앞두고 취해진 경찰의 경고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5)
Ⅱ.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의 의의
여기서는 먼저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의 의미가 문제된다.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는 아직까지 그 의미가 법적으로 정의된 적은 없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이라 한다)에 정의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의미와 관련하여서는 논쟁이 될 수 있지만,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警告)란 경찰이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 또는 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이나 그 희생자 또는 피해자로 고려되는 사람에게 이를 삼가거나 조심하도록 미리 주의를 주는 것을 말한다. 경고는 대상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수단으로서 그 대상자가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아니하도록 유도하거나 억제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경찰은 대상자에게 ‘구두’(口頭)나 ‘서면’(書面)으로 경고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경고의 방식에는 ‘구두경고’(Gefährderansprachen)와 ‘서면경고’(Gefährderanschreiben)가 있다. 사실 범죄행위가 눈앞에서 자행되거나 자행될 급박한 위험 또는 장해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경찰관은 관계인에게 직접 육성(肉聲)이나 확성기, 휴대전화, 경적, 사이렌 등을 이용해 필요한 경고를 하겠지만, 만약 통상의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경찰관은 그러한 구두경고뿐만 아니라, (사안에 따라서) 우편,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으로 서면경고하는 것도 가능하다.6)
지금까지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는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또는 가정폭력 등과 같이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이미 맺어진 일정한 관계에서 반복되는 특성이 있는 이른바 ‘관계성 범죄’와 관련하여 주로 사용되어 왔다. 경찰은 2017년부터 관계성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현장대응 강화방안의 하나로서 출동경찰관이 가해자에게 – 형사처분 대상 여부와 상관없이 - 서면경고장을 적극 발부해 오고 있다. 서면경고장에는 가해자의 ① 인적사항과 ② 경고사유 그리고 ③ 범죄행위의 종류에 따른 법률과 형량이 기재되어 있다(별첨 자료 참고). 또한 경찰은 삼일절과 광복절, 최근에는 5·18과 같은 특정기념일에 연례행사처럼 출몰하는 폭주족이 폭주행렬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폭주전력자에게 여러 차례 경고 문자메시지를 보내 폭주행위에 동참하지 말고 이를 자제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7) 경찰의 경고는 스토킹행위나 공동위험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통해 그 행위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불법행위를 막아 범죄를 예방하는 데에 기여한다.
한편, 독일의 경우에는 경고가 대규모 스포츠 행사와 관련하여 적극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경찰은 과거 축구장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는 훌리건들에게 경고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독일경찰은 해당 훌리건들에게 예의주시하고 있음과 법적 요건을 충족할 경우 예방조치나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통지하였다.8) 이러한 통지에는 관계인에게 특정시간에 특정행사장을 방문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될 수 있다.9) 독일경찰이 경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시위이다. 독일경찰은 2001년 벨기에 브뤼셀(Brüssel)에서 개최된 유럽연합 정상회의를 앞두고 과거 불법·폭력시위 전력이 있는 反세계화론자들에게 지정된 시위에 참가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서면경고를 한 바 있다.10) 또한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비행청소년이나 강력범죄자에 대한 경고도 또 다른 적용영역 중 하나이다. 그 외에도 극우주의자, (퇴거 또는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 귀가 전의) 가정폭력가해자, 스토킹행위자, 석방 전의 성범죄자, 바이에른에서는 이슬람주의자도 경고의 대상이 된 바 있다.11)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경고의 적용영역은 매우 다양하며, 위험방지의 목적으로 경찰실무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종래 명령과 복종의 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변화된 현대국가에서 명령과 강제를 그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인 행위형식은 많은 경우에 있어서 경찰의 직무수행에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현대국가에서는 공권력을 가진 경찰이 우월적 지위에서 하는 경찰하명 중심의 권력적 경찰작용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경찰의 기능과 임무의 확대로 인하여 전통적인 행위형식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의 집회·시위 과정이나 감염병의 예방방역 과정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시민의 자유와 안전 간에는 끊임없는 충돌이 발생하고 있고, 이러한 충돌을 해결하기 위하여 경찰이 시민과 대화·소통하고 갈등을 완화·중재하는 등의 새로운 조정 메커니즘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일선 경찰이 마주하는 현장의 상황이 복잡·다양해질수록 그 수요에 대응한 경찰의 행위형식도 다양해질 필요성이 있다. 이에 따라 경찰하명과 같은 고전적 행위형식 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행위형식이 점점 더 중요성을 얻어가고 있다.12) 경찰은 시민에게 먼저 하명부터 하는 방식이 아니라, 안내와 정보를 제공하고 권고 및 경고하는 방식으로 다가가야 한다. 경찰은 일정한 작위 또는 부작위 의무를 부과함이 없이 상대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줌으로써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아니 하도록 유도 내지 권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시민은 (첫단계에서부터가 아니라) 후속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하명의 형태로, 즉 시민이 경찰의 권고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경우 법적 구속력 있는 경찰하명(예: 퇴거명령, 접근금지 등)에 직면하도록 하여야 한다. 명령과 금지를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인 경찰의 행위형식은 상대방의 자발적 참여를 저해하지만, 안내, 정보제공과 권고 및 경고와 같은 새로운 행위형식은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유도함으로써 경찰목적의 달성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다.13)
Ⅲ.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의 헌법적 문제
모든 기본권 제한에 대해서는 그 실체적 정당성이 심사되기 전에 법률유보원칙이 적용된다. 그래서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비례원칙에 대한 주의 하에 가능한 제한의 목적과 범위 및 한계를 명확하게 규정한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헌법 제37조 제2항). 만일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제한한다면 경찰이 그러한 제한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 법률의 근거 없는 기본권 제한은 정당화되지 못하며 위법하다. 이러한 점에서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가 현행법에서 적법한지 만일 적법하다면 어느 수권규정이 그러한 적법성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의 문제는 분명 해명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규명에 앞서 여기서는 먼저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가 이른바 ‘기본권 제한적 특성’(Grundrechtseingreifende Qualität)을 갖는지의 문제부터 해명되어야 한다.
먼저 경고는 일정한 행위를 유도하거나 그 자제를 요청하기 위하여 시민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요청은 명령 또는 금지의 특성을 갖지 않는다. 이것은 특히 제재의 대상이 아니며, 강제수단으로써 그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경고는 단순한 안내나 정보제공에 머문다.14) 경고는 그 자체로 경찰 홍보업무의 일부이다. 이것은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직무규정에 근거하여서도 허용된다. 그러나 경고는 안내적 요소(정보제공) 외에도 권고적 요소(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하지 말 것을 권함)와 경고적 요소(대상자가 권고대로 행동하지 않을 경우 경찰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주의를 줌)도 포함하고 있다. 경고는 단순한 안내나 정보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권고 및 경고의 성격도 갖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관계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 만일 경고가 기본권 제한적 특성을 갖는 경우에는 권한규정 내지 수권규정이 필요하다.15) 경고의 기본권 제한적 특성에 대해서는 보다 세분화된 고찰이 필요하다. 우선 경찰의 경고는 (1)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고와 (2)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고로 나눌 수 있다. 양자는 위험방지의 목적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나, 해당 경고가 불특정 다수의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하는지 혹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지에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구분은 경고의 기본권 제한적 특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기본권에 대한 제한은 해당 경고가 신원확인이 가능한 개개의 기본권 주체와 관련되어 있을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경찰에게는 대국민 공표, 즉 일반국민에게 위험이나 범죄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직무가 맡겨져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반국민에게 범죄나 위험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거나 경고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경찰 홍보업무의 일부이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이나 “사이버도박”의 위험성을 알리거나 겨울철에 “블랙아이스”나 새해 전야 “폭죽놀이”에 대해 주의를 주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문헌에서는 경찰이 일반국민에게 기본권과 관련된 특정사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법률상의 수권근거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가 논쟁이 되고 있다. 위험방지의 직무는 반드시 기본권 제한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전술한 “보이스피싱”이나 “사이버도박”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나 겨울철에 “블랙아이스”나 새해 전야 “폭죽놀이”에 대하여 주의를 주는 경고는 위험방지의 목적에 기여하지만, 기본권에 대한 제한을 가져오지 않는다. 이것은 기본권과 관련이 없는, 위험상황을 알리는 일반적인 경고에 불과하다. 모든 경찰작용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위험상황을 알리는 경찰의 경고는 일반국민에게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는다. 이러한 활동은 기본권의 보호범위를 직접 제한하는 조치와 구별되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는 경고는 이것이 위험방지의 직무와 관련되어 있는 한, 경직법 제2조의 직무규정에 근거하여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반면 “A주류업체 와인을 주의하세요! 글리콜(diethylene glycol: 부동액 성분)을 섞은 와인일 수 있습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내거나 경고를 하는 것은 기본권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경고는 해당 주류업체의 평판, 이미지, 명예 등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즉 해당 경고는 기본권 제한적 특성을 갖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법률상의 수권근거가 필요하다.16) 사실 직무규정이 경찰에게 위험방지의 직무를 맡기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곧 기본권 제한의 수권근거가 됨을 의미하지 않는다. 직무규정에서 기본권 제한의 권한을 도출하는 것은 여기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대국민 공표’(Öffentlichkeitsinformation)라는 개념이 갖는 광범위함과 모호함을 고려할 때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벗어난 일반수권조항의 출현을 보게 될 것이다. 그로 인해 예를 들어 식품위생법 제73조 제1항과 같은 법률상의 수권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위해가 발생한 식품·의약품의 제조사에게 해당 사실의 공표를 명령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일부 견해는 종종 이러한 입장을 따르지 않고 있다. 예컨대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과거 그 유명한 “글리콜 와인 결정”(Glykolwein-Entscheidung)17)에서 글리콜을 섞은 와인과 해당 생산자의 명단을 공표할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상 수권근거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대국민 공표는 기본권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국가가 일반국민에게 해당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서 관련 와인 생산자의 직업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러한 대국민 공표는 직업수행의 자유와 재산권이 보호하는 해당 기업의 평판, 이미지, 명예 등을 손상시킬 수 있다.18) 뿐만 아니라 위험과 관련한 개인정보를 공표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을 의미한다.19)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다른 결정20)에서 대국민 공표가 “간접적인 사실상의 기본권 제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법률의 수권은 필요치 않다는 입장을 개진한 바 있다. 사실 대국민 공표가 특정인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고, 그저 의도치 않게 해당인의 기본권을 사실상 제한한다면 법률상의 수권근거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국가가 정보제공을 통해 해당인의 기본권이 제한되기를 바라거나 최소한 예견 내지 의도한다면 그러한 경고에는 법률유보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21) 따라서 대국민 공표의 기본권 제한성을 부정하는 것은 설득력 있는 논거가 될 수 없다. 대국민 공표가 “간접적인 사실상의 기본권 제한”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특별한 법률의 수권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가 전통적으로 (전술한) 불특정 다수의 전체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달리 이하에서 논의하게 될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고’는 범주상으로 새로운 유형의 경고라 할 수 있다.22) 최근 경찰법학계에서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라고 하면 바로 이러한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고’를 말한다. 이하에서는 새로운 유형의 경고라 할 수 있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고에 관하여 보다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고는 그 대상이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해를 직접 야기하는 사람인지 또는 해당 위해의 희생자 또는 피해자로 고려되는 사람인지에 따라 다시 ①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에 대한 경고와 ②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한 경고로 구분될 수 있다.
먼저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에 대한 경고’(Gefährderansprachen und -anschreiben)는 경찰이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 또는 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에게 적용될 법적 상황을 알리고,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경우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관하여 통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경찰은 대상자에게 구두나 서면으로 경고할 수 있다. 이러한 통지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대부분 그 대상자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 스토킹행위나 축구경기장 또는 시위현장 등에서 발생한 폭력난동사건에 연루되었거나 또는 과거에 범한 폭주전력으로 경찰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그 대상자가 공공의 안녕을 위협할 경우 구두경고나 서면경고를 통해 위험방지조치가 취해질 수 있음을 통지한다. 경찰이 예의주시하던 사람에게 경고하는 것은 그 자체가 이미 대상자의 명예나 이미지에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경찰의 경고가 차별적 성격을 나타낸다면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대상자의 인격권23)을 제한한다.24) 경찰이 경고를 통해 대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표현하는 경우 경찰의 경고는 (의문의 여지 없이) 대상자의 인격권을 제한한다. 이것은 대상자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수용해야 하는 사회윤리적 부정적 판단(Unwerturteil)에 해당한다.25) 만일 경찰이 제3자, 이를테면 직장동료의 면전이나 건물 계단에서 경고를 하거나 심지어 그 부모에게 경고를 한다면 이것은 대상자의 인격권에 대한 명백한 제한이다. 왜냐하면 대상자가 타인의 눈에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되어 명예와 평판에 손상을 입기 때문이다. 이 또한 정당한 사유 없이 시행되어서는 아니 된다. 경고의 목적에 저해가 되지 않는 한, 구두경고는 제3자의 눈과 귀를 벗어난 곳에서, 즉 제3자의 시야와 청각에서 벗어난 곳에서 시행되어야 한다.26) 경찰이 피해자보호를 위하여 제3자를 의도적으로 포함시키는 것은 위법하다.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되는 사람을 제3자 앞에서 구경거리나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 즉 공개적 망신주기는 경찰의 직무범위에 속하지 않는다. 경찰이 경고의 방식을 선택할 때 이러한 방식으로 재량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만일 대상자의 자택을 방문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경찰은 직장이나 학교의 방문을 자제하여야 한다. 대상자가 경찰의 경고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문을 열어 주지 않아 방문이 불가능하다면 경찰은 학교나 직장을 방문하기 전에 대상자에게 서면으로 경고하는 방안도 고려하여야 한다. 다툼이 있는 경우 경찰은 해당 경고의 방식이 위험방지나 피해자 보호에 효과적이지 못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27)
사실 경고는 그 자체로 법적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고는 사안에 따라 대상자의 다양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 경고의 목적은 대상자가 특정행위를 하지 않도록 억제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경고의 의도된 효과, 즉 경고의 대상이 된 사람이 특정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위축효과 내지 억제효과(Einschüchterungs- bzw. Abschreckungseffekt)는 대상자의 다양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28) 무엇보다 경고는 그 대상자로 하여금 행사참가(축구경기나 정치적 시위, 폭주행렬 등)를 포기하거나 지속적 또는 반복적 괴롭힘을 그만두게 할 수 있고, 이러한 경고의 억제 내지 위축효과로 말미암아 대상자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경고는 종종 이러한 억제를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사용된다. [사례 1]과 [사례 2]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먼저 [사례 1]에서 경찰의 서면경고와 구두경고는 ‘갑’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한다. 부연하면 [사례 1]에서 경찰이 ‘갑’에게 서면경고 및 구두경고를 한 배경에는 ‘갑’이 그 이전부터 피해자를 편지나 미행 등으로 지속적 및 반복적으로 괴롭히거나 심지어 피해자의 일터나 주거지로 찾아오는 등의 행위로 경찰의 주목을 받았다는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경찰이 예의주시하던 ‘갑’에게 서면경고와 구두경고를 통해 형사처벌될 수 있음을 인식시켜 ‘갑’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지속적 및 반복적 괴롭힘을 그만두게 할 수 있는바, 이러한 억제 내지 위축효과로 인하여 ‘갑’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제한된다. [사례 2]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위험방지조치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예정된 시위에 참가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서면경고는 헌법이 보호하는 시위참가에 대한 ‘병’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한다.29) 물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조치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조치를 통해 경찰이 어떤 효과를 달성하려고 하였는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만일 경찰이 ‘병’에게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거나 계고를 발한 것이 아니라, 헌법의 보호를 받는 기본권을 행사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그 결과에 대하여 일반적인 주의를 환기시킨다면 ‘병은 모든 중요한 관점의 고려 하에 자유롭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사례 2]에서와 같이 경찰이 과거 전력을 언급하며, ‘병에게 경고장을 보내 임박한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막는다면 경찰조치와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병의 결정의 여지는 현저히 축소되고, 그 결과 ‘병은 더 이상 결정의 자유를 갖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경찰의 경고는 ’병‘에게 反세계화 시위과정에서 자행되는 범죄에 가담하지 말라는 구속력 없는 조언 내지 법적 상황에 대하여 주의를 주는 것 또는 단순한 정보제공, 즉 ‘병이 벨기에에 입국할 때 벨기에의 법에 따라 국내로 송환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 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경찰경고의 목적은 처음부터 ‘병이 시위에 참가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도는 정부의 명확한 지침에 따른 것으로, 이에 따르면 경찰조치의 목적은 무엇보다 G20 정상회의에 방해가 되는 사람의 방문을 막는 것이었다. 또한 경찰이 ‘병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의도는 2001년 12월 7일 발송한 경고장에도 표현되어 있다. 경찰은 법적 상황에 대한 정보제공이나 구속력 없는 조언에 그치지 않고, ‘병에게 시위에 참가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것은 시위에 참여하지 말라는 명백한 요구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요구가 ‘병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이었음은 특히 도입 문장, 즉 “위험방지의 범위 내에서 예방조치(국내송환 포함)의 대상이 되거나 시위 중 범행을 이유로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면하기 위하여”라는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병은 이 문장을 경찰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구체적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고 또 그렇게 이해해야만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서면경고의 기본권 제한적 특성은 부인될 수 없다. 따라서 경찰은 서면경고를 통해 의도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병’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였다.30)
일반적으로 경찰의 경고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명령도 아니고 강제수단의 계고도 아니다. 그 형태 면에서 경찰의 경고는 우선적으로 시민에 대한 정보제공이라 할 수 있다. 주로 과거의 사실(경찰서 출석이나 범죄전력 등)에 대하여 경찰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 진행 중인 스토킹행위나 예정된 행사(축구경기나 정치시위, 폭주행렬 등)와 관련하여 경찰이 예의주시 중이므로 실제로 범죄를 실행하거나 실행할 경우 경찰의 예방조치나 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자행되는 범죄의 종류에 따른 법률과 형량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대상자가 요청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립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호소적인 성격을 띤다. 즉 대상자는 이것을 권고나 조언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경고나 심지어 위협이나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31) 물론 그 해당 여부는 상대방의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32) 구체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무엇보다 호소의 강도가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경찰의 경고가 갖는 호소적 성격이 너무 강해서 상대방이 경찰의 권고를 따르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다른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경우에는 헌법 제10조에 따른 행동의 자유가 제한되거나([사례 1]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해당 경고가 집회에 앞선 단계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헌법 제21조 제1항에 따른 집회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사례 2]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그로 인해 만일 경찰이 폭력적으로 번질 개연성이 있어 해산이 예상되는 시위참가자들에게 경찰의 대응과 방법에 대하여 강경한 어조로 설명하면서 시위참가자들에게 시위참가의 자제를 권고한다면 이것은 의문의 여지 없이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33) 이것은 기본권 행사가 방해받거나 최소한 제약을 받는 이른바 사실상의 기본권 제한에 해당한다.34)
현대의 개방적인 기본권 제한 이론에 따르면 경찰작용은 개인으로 하여금 기본권의 보호범위에 속하는 행위를 전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에도 기본권 제한이 인정된다. 여기서 무언가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반드시 법적으로 이해될 필요는 없고, 예컨대 의사결정의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이 사실적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35) 기본권 제한은 행정행위를 전제로 하지 않으며, 다른 유형의 경찰조치, 즉 사실행위에 의해서도 가능하다. 또한 경찰작용이 특정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요구되지 않는다. 즉 경찰작용이 특정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요건도 필요치 않다. 오히려 기본권 제한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경찰작용이 기본권을 간접적 또는 사실상 제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한 제한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는 특정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지 여부가 아니라, 상대방의 결정여지가 사실상 축소될 정도로 경찰의 조치가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도록 의도되었는지 여부이다.36) 경고는 원하는 결과가 발생하도록, 즉 경찰이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행위가 중단되는 결과가 발생하도록 강력하게 이루어진다. 경고의 의도된 효과는 상대방이 권고를 따르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다른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통지된 경찰조치에 대한 두려움로 인하여 상대방이 기본권을 더 이상 행사할 수 없을 정도로 의사결정의 자유에 영향을 주는 경우라면 해당 경고는 기본권 제한에 해당한다.37) 여기서 결정적인 것은 해당 경고가 실제로 의도한 대로 상대방을 억제 내지 위축시켰는지 여부가 아니다. 오히려 그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경고가 일반적인 억제 내지 위축효과를 갖는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38)
사실 경찰의 경고는 대상자에게 기본권의 보호를 받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경고는 그 대상자에게 집회에 참가나 가정으로의 귀가(歸家) 또는 특정인과의 만남을 금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찰의 경고가 단순한 안내나 정보제공 차원이 아니라 명령 또는 금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사례 3]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39) 경찰이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에게 특정행위의 금지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의문의 여지 없이 기본권 제한에 해당한다. [사례 3]에서 경찰은 ‘정’에게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장해를 야기하지 말 것과 이를 선동하지 말 것 그리고 여기에 가담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다. 이로써 ‘정’에게는 특정행위의 금지의무가 부과되었다. 경찰의 경고가 경고성 지적이나 안내에 그치지 않고, 금지명령을 담고 있는 경우 이러한 금지명령은 언제나 기본권 제한을 가져온다. 따라서 사례에서 경찰이 ‘정’에게 내린 공공의 안녕에 대한 장해를 야기하거나 이를 선동하거나 여기에 가담하지 말라는 금지명령은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한다.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한 경고’(Gefährdetenansprachen und -anschreiben)는 경찰이 임박한 범죄의 피해자 또는 희생자로 고려되는 사람이나 그밖의 다른 이유로 범죄에 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이를 알리는 것을 말한다. 경찰경고의 대상은 범죄를 저지르거나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이 통상적이지만, 경찰은 임박한 범죄의 피해자 또는 희생자로 고려되는 사람이나 그밖의 다른 이유로 범죄에 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에게도 경고할 수 있다.40) 경찰이 이들에게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의 신상 및 그의 행위에 대하여 주의를 환기시키는 내용의 경고를 하는 경우에는 그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제한할 수 있다.41)
전술한 바와 같이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경찰이 그러한 제한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상의 수권근거가 필요하다. 현행법에는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에 대한 법률상의 수권근거가 존재한다. 먼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라 한다) 제3조 제1호에 따르면 사법경찰관리는 진행 중인 스토킹행위에 대하여 신고를 받은 경우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행위의 제지, 향후 스토킹행위의 중단 통보 및 스토킹행위를 지속으로 또는 반복으로 할 경우 처벌 서면경고를 할 수 있다. 물론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는 이와 같은 특별경찰법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직무와 권한에 관한 일반경찰법인 경직법에도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가 규정되어 있다. 즉 경직법 제6조에 따르면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 나아가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 사변,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들은 경찰관에게 위험방지 목적의 경고권한을 부여하는 ‘개별적 수권조항’에 해당하며,42) 이들 규정이 적용되는 영역에서는 경직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제2조 제7호와 결합한 제5조 제1항 제3호)43)의 적용은 배제된다. 즉 ‘특별법우선의 원칙’(lex specialis derogat legi generali)에 따라 이들 규정은 그 적용에 있어서 경직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보다 우선한다. 이 점은 종종 간과되고 있다.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에 대한 특별법적 근거의 예로서는 (전술한) 스토킹처벌법 제3조 제1호를 들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스토킹행위를 지속으로 또는 반복으로 할 경우 경찰관은 해당 행위자에게 처벌 ‘서면경고’를 할 수 있다. [사례 1]은 스토킹처벌법 제3조 제1호가 적용되는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사례 1]에서는 경찰이 ‘갑’에 대한 서면경고를 위해 요구되는 ‘위험’이 존재한다. ‘을’은 ‘갑’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경찰서에 신고를 하였다. ‘갑’이 보낸 서신이 ‘을’이 ‘갑’에게 가졌을 두려움을 입증해 준다. ‘갑’의 서신에 언급된 모든 내용은 명백히 ‘을’의 사생활을 침해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갑’이 서신에서 밝힌 내용은 ‘을’이 ‘갑’의 연락시도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미구(未久)에 ‘을’에 대한 연락이나 접촉을 한층 더 강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또한 ‘갑’은 ‘을’의 주거지나 그 부근으로 찾아가 머물거나 출근길 또는 유사한 상황에서 숨어 기다리거나 차량을 이용해 미행하거나 갑자기 나타나는 등의 행위를 하기도 하였다. ‘을’의 주소를 알아내는 데 보여준 ‘갑’의 치밀한 성격도 한 몫하고 있다. ‘을’은 ‘갑’에 대하여 거부적인 태도를 보였고, 그와 어떠한 연락도 원치 않는다는 명시적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여기서는 ‘을’의 개인적 법익 보호라는 형태로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이 인정된다.44) ‘갑’이 위험을 야기할 개연성을 처음부터 배제할 수 없다.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또는 가정폭력의 경우에는 단 한 건의 사건이라도 가해자가 또 다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될 수 있다. [사례 1]에서 경찰은 가장 경미한 효과적인 수단인 ‘경고’를 선택했다. ‘갑’에 대한 경고는 서면과 전화로 ‘비공개로’ 실시되어 ‘갑’에 대한 침해를 최소화했다. 이로써 경찰은 그 목적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과잉금지원칙, 특히 최소침해원칙을 준수하였다. 더욱이 경찰은 경고의 취지와 내용을 ‘갑’에게 설명했기 때문에 해당 조치는 충분히 명확했다. 따라서 [사례 1]에서 경찰이 ‘갑’에게 그와 같은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할 경우 형사처벌받을 수 있다는 서면경고 및 구두경고를 실시한 것은 스토킹처벌법 제3조 제1호에 근거를 둔 적법한 경찰작용으로 평가될 수 있다.
사실 스토킹처벌법 제3조 제1호는 경고의 방식으로 ‘서면경고’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례 1]에서 경찰관의 전화는 (의문의 여지 없이) ‘구두경고’에 해당한다. 이것은 전화를 건 경찰관의 진술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이러한 경찰관의 구두경고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문제되나, 결론적으로 긍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현행의 스토킹처벌법 제3조 제1호가 경고의 방식으로 ‘서면경고’를 규정하고 있다고 해서 이것이 향후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경찰의 ‘구두경고’가 완전히 배제된다거나 전적으로 불허됨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종전의 스토킹처벌법 제3조 제1호는 스토킹행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자에게 경찰관이 취해야 할 조치의 하나로 (포괄적인 개념인) ‘경고’를 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찰관은 구두경고 또는 서면경고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2023년 법률 개정 이후부터는 선택사항이 의무사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경찰관은 반드시 서면경고를 하여야 한다. 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서면경고는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경찰관은 문제가 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서면경고를 하여야 하지만, 경찰관이 해당 행위자에게 일단 서면경고를 한 이상, 재차 구두로 경고하거나 양자를 병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사례 1]과 같이 경찰관이 스토킹행위자인 ‘갑’에게 (이미) 서면경고장을 발송했다 하더라도, 이후 다시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하여 구두로 경고하거나 필요 시에는 출석을 요구해 강력 경고하는 것도 이것이 구체적 상황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가능하다고 본다.
한편, 현행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은 [사례 2]와 [사례 3]과 같이 이른바 ‘집회의 앞선 단계’ 내지 ‘집회의 전단계’(Vorfeld einer Demonstration)에서 취해지는 경고에 대한 근거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45) 즉 과거 불법시위나 폭력행위의 전력이 있는 사람이 임박한 시위에 참가하거나 그 시위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이를 선동 또는 이에 가담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경찰이 사전에 구두 또는 서면으로 대상자에게 불법행위의 자제를 권고하거나 경고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 집시법 제4조는 집회 또는 시위의 주최자 및 질서유지인이 특정인이나 단체가 집회나 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배제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만일 집시법이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에 대한 근거조항을 마련해 두고 있지 않다면 해당 경고는 일반경직법상의 수권조항에 근거하여 시행될 수 있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관해서는 아래에서 검토하기로 한다.
경찰의 직무와 권한에 관한 일반경찰법인 경직법은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에 대한 개별적 수권조항을 두고 있다. 경직법 제6조와 제5조 제1항 제1호이 바로 그러하다.
먼저 경직법 제6조는 “경찰관은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고, 그 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는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 규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경직법 제6조에 따른 경고는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만 적용될 수 있다. 즉 여기서의 경고가 적법한 경고로 평가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요건으로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눈앞에서 막 이루어지려고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한다.46) 범죄행위의 명백성과 현존성 판단에 있어서는 예방하려고 하는 범죄행위와 경찰권 발동대상인 행위 간의 시간적 및 장소적 근접성이 중요한 판단요소가 된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경직법 제6조는 [사례 2]와 [사례 3]에서 경찰이 ‘병’과 ‘정’를 상대로 실시한 경고에 대한 수권근거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경직법 제6조가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사례에서 ‘병’과 ‘정’의 행위는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 행위의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경직법 제6조가 정하고 있는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될 때”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병’과 ‘정’은 범죄행위를 저지를 것이 명백하고 현존하다고 볼 수 없다.
경직법은 경찰관이 위험방지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전형적인 경찰작용인 ‘표준조치‘(Standardmaßnahmen)를 수권하는 개별적 수권조항을 두고 있다. 예컨대 경직법 제3조의 불심검문, 제4조의 보호조치, 제5조의 퇴거명령과 접근금지, 제7조의 위험방지를 위한 출입, 제8조의 사실조회와 출석요구, 제10조의5의 경찰착용기록장치의 사용 등이 그 예이다.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경고’도 그러한 표준조치 가운데 하나이다. 동 조항에 따르면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천재, 사변, 인공구조물의 파손이나 붕괴, 교통사고, 위험물의 폭발, 위험한 동물 등의 출현,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에는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할 수 있다. (후술하겠지만) 만일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고, 경고의 대상자가 경찰책임자로서 그러한 위험을 야기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면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는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가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전제요건으로서 ‘구체적 위험’이 요구된다. 사실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의 법문은 경찰관이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지만, 학설은 이때의 위험을 ‘구체적 위험’으로 이해하고 있다.47) 따라서 경찰관이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하여 관계인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위험’이 요구된다. 여기서 ‘구체적 위험’이란 경직법에 정의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의미와 관련하여서는 논쟁이 될 수 있지만, ‘개별사례에서 실제로 또는 최소한 경찰관의 사전적 시점에서 사안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가까운 장래에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48) 경찰관이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관계인에게 경고를 하기 위해서는 장래에 구체적 위험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는 경고의 요건으로 ‘구체적 위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위험발생의 전단계’(Vorfeld von Gefahren)에서 취해지는 경고, 즉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기 이전에 위험사전대비를 목적으로 취해지는 경고는 동 조항에 근거할 수 없다. 위험사전대비는 이미 그 개념에 잘 나타나 있듯이 구체적 위험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49) 이에 따라 만일 경찰이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기 전에 경고를 통해 사후에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려 한다면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는 그와 같은 위험사전대비 목적의 경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경직법상 개괄적 수권조항(제2조 제7호와 결합한 제5조 제1항 제3호)도 법적 근거가 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경직법상 개괄적 수권조항도 경찰작용의 요건으로서 ‘구체적 위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체적 위험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실시되는 경고는 입법자가 별도의 수권을 통해 그러한 경고가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기 이전에도 허용되는 것으로 규정하지 않는 한,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뿐만 아니라 경직법상의 개괄적 수권조항에도 근거할 수 없다. 경찰의 경고가 위험사전대비를 목적으로 한다면 근거조항의 부재로 인하여 해당 경고는 허용될 수 없으므로 이를 위해서는 별도의 수권이 필요하다. 따라서 만일 경찰이 경고를 통해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려 한다면 ‘구체적 위험’을 전제요건으로 하지 않는 – 예를 들어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경찰법(BWPolG) 제29조와 같은 - 법률의 명시적인 수권이 필요하다(아래 참조).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경찰법(BWPolG)
제29조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에 대한 구두경고와 서면경고 및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한 구두경고)
① 특정인이 가까운 장래에 공공의 안녕에 대한 장해를 야기할 것이라는 가정을 정당화하는 사실이 존재하는 경우 경찰은 해당인에게 적용되는 법적 상황을 알리고, 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경우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관하여 통지할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경찰은 해당인에게 구두나 서면으로 경고할 수 있다(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에 대한 구두경고와 서면경고).
② 특정인이 가까운 장래에 생명, 신체, 자유, 성적 자기결정권, 연방 또는 란트의 존속이나 안전 또는 타인의 중요한 물적 또는 재산적 가치에 대한 범죄를 자행하거나 여기에 가담할 것이라는 가정을 정당화하는 사실이 존재하는 경우 경찰은 임박한 범죄의 피해자로 고려되는 사람이나 그밖의 다른 이유로 임박한 범죄에 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이를 알릴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경찰은 관계인에게 구두로 경고할 수 있다(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한 구두경고)
[사례 3]에서 고려할 수 있는 경고에 대한 법적 근거는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이다. 동 조항에 따르면 경찰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할 수 있다.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경고의 요건은 ‘구체적 위험’이다. 구체적 위험은 간략하게 가까운 장래에 손해가 발생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례 3]에서는 해당 요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경찰이 개입할 당시 ‘정’이 범죄를 선동하거나 타인을 모욕하거나 신체를 공격하거나 위헌단체의 휘장과 상징, 심벌을 사용하거나 타인의 재산을 손괴하거나 집회신고의무를 준수하지 않거나 공공시설(예: 광장, 거리, 공원) 사용에 대한 허가의무를 경시할 것이라는 구체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다.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경고의 요건인 구체적 위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장래에 구체적 위험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즉 장래에 구체적 위험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만으로는 그 자제나 억제를 목적으로 하는 경찰의 경고를 정당화하지 못한다. 게다가 ‘정’은 공공의 안녕에 대한 장해를 야기하거나 이를 선동하거나 여기에 가담하지 말라는 금지명령을 받았는바, 해당 금지명령은 행정절차법 제5조 제1항(“행정청이 행하는 행정작용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고 명확하여야 한다”)이 의미하는 ‘명확성’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못한다. 경찰의 금지명령이 “향후 모든 사건과 행사 및 기념일에도 적용된다”면 해당 명령은 시간적 적용의 측면에서 너무 모호하다. 그리고 ‘향후의 사건’과 ‘행사’ 그리고 더 나아가 ‘기념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경고의 문구나 문맥상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금지명령은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도 명확하지도 않다. 따라서 [사례 3]에서 경찰의 경고는 위법하다.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경고는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 허용되는바,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 경찰은 누구에게 경고를 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즉 누가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경고의 대상이 되는가? 사실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는 경고의 대상자를 ‘관계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의 “그 밖의” 관계인이라는 표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동 조항에 예시된 ‘그 장소에 모인 사람’과 ‘사물의 관리자’도 넓은 의미의 ‘관계인’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동 조항에 따른 경고의 대상자는 ‘관계인’이 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경고의 대상이 될 수 없기에 이 경우에는 경찰법상 일반원칙의 적용에 의한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 특히 경찰책임의 원칙이 적용된다. 경찰책임의 원칙은 경찰작용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범위를 제한하고 경찰작용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이에 따라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경고는 우선적으로 ‘경찰책임자’를 그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고, 경고의 대상자가 경찰책임자로서 그러한 위험을 야기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은 경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비책임자는 ‘경찰긴급상황’50)의 요건 하에서만 경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설령 해당 법률이 모든 사람이 경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규정한 경우에도 경찰책임자의 특정에 어려움이 없고, 경찰책임자에 대한 경고를 통해 위험이 효과적으로 방지될 수 있는 한, 원칙적으로 경찰책임자가 경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비례원칙의 적용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찬성집회와 반대집회 간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 공격자로 인식될 수 있는 무리가 아니라 공격을 당하는 무리에게 경고를 하는 것은 비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 된다. 그로 인해 명문의 법률규정에 의거하여 모든 사람이 경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경우와 경찰책임의 원칙에 따라 경고의 대상이 정해지는 경우 간에는 그 결과에 있어서 실제로 차이가 없다. 사실 후자의 경우에는 경찰긴급상황의 요건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특히 강화된 위험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비책임자에 대한 경고가 허용되지만, 실제로 경고가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대부분 그와 같은 강화된 위험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누군가 범죄를 자행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 경찰은 그러한 가해자뿐만 아니라, 임박한 범죄의 피해자나 희생자로 고려되는 사람 또는 그 밖의 다른 이유로 임박한 범죄에 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에게도 경고할 수 있다.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한 경고의 법적 근거로는 정보수집에 관한 일반수권조항인 경직법 제8조의2 제1항(“경찰관은 범죄·재난·공공갈등 등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와 이에 수반되는 사실의 확인을 할 수 있다”)이 고려된다. 왜냐하면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에게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의 신상과 그 행위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내용의 경고를 하는 것은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의 일반적 인격권뿐만 아니라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경찰은 폭력시위나 난동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신속한 대처가 요청되고, 단시간 내에 누가 위험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모든 관련자, 즉 폭력시위나 난동에 연루된 모든 사람에게 경고할 수 있다.
[사례 2]에서 결정적인 것은 위험이 존재했는지 여부와 ‘병’이 이러한 위험을 야기했는지, 그 결과 서면경고가 경찰책임자인 ‘병’에게 발송되었는지 여부이다. 먼저 경찰은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를 반대하는 폭력시위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보았는바, 이러한 판단은 타당했다. 즉 2001년 6월 13일부터 16일까지 예테보리에서 개최된 유럽연합 정상회의와 2001년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제노바에서 열린 G-8 정상회의 기간 동안 경찰과 反세계화 시위대 간에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 있었기 때문에 폭력시위대가 브뤼셀로 이동할 개연성이 매우 높았지만, 해당 지역의 경찰력으로는 폭력시위를 막을 수 없다는 (근거 있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경찰은 타당하지 않게도 ‘병’을 경찰책임자(행위책임자)로 간주하였다. 원칙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통해 위험 또는 장해를 직접 야기한 사람만이 행위책임자가 된다. 그로 인해 ‘병’이 임박한 시위에서 법위반의 위험을 야기하는 경우에만 경찰은 공공의 안녕을 이유로 [사례 2]에서와 같은 서면경고장을 발송할 수 있다. 그러나 서면경고장이 발송되었을 당시 ‘병’이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을 야기한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물론 ‘병’에 대한 경고장은 최소한 ‘병’이 해당 경고의 목적과 관련된 폭력행위로 이미 유죄판결을 받았고,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또 다시 유사한 범죄에 가담할 것이라는 결정적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경고장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는 폭력행위를 이유로 (비록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검찰의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에는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그 사람이 해당 사건과 관련된 범죄를 자행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을 것이 요구된다. 사실 ‘병’은 2001년 5월 30일 도지사가 개최한 정치토론 행사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력은 ‘병’이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폭력시위나 이와 유사한 행동에 가담하여 범죄를 자행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병’이 과거 도지사가 개최한 정치토론 행사에서 행사한 폭력은 비교적으로 경미했고, 이전에 기소된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즉 수사의 근거가 된 혐의는 ‘병’에게 경고장을 발송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환언하면 ‘병’이 공무집행방해죄를 범했다는 혐의만으로는 ‘병’을 폭력적인 경찰책임자로 간주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병’은 지금까지 세계화를 반대하는 인물로 알려진 적도 없고, 이미 과거에 G20 정상회의와 유사한 행사로 외국을 방문했다거나 그곳에서 일어난 폭동에 가담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그로 인해 경고장을 작성할 당시 경찰이 어떠한 이유로 ‘병’이 反세계화 시위에 참가하라는 여러 단체의 요청에 응할 것으로 보았는지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병’이 과거 행사한 폭력은 경미했고, 경고사유와의 연관성도 부족했기 때문에 ‘병’을 경찰책임자로 간주한 것은 타당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사례 2]에서 경찰이 ‘병’을 상대로 발송한 서면경고는 위법했다.
경고의 목적은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 또는 장해를 방지 내지 저지하기 위함이다. 학설은 경고를 위험방지조치로 분류하고 있다.51) 설령 경찰의 경고가 실제로 위험을 방지하거나 저지하기에 유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경고의 목적 내지 성격을 위험방지로 파악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목적의 달성에 유용하지 않다는 지적은 적합성 내지 실효성 판단에 있어서나 의미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경찰작용의 법적 성격에 관한 문제와 경찰작용의 적합성 내지 실효성에 관한 문제는 구별되어야 한다. 즉 경찰작용이 위험방지의 성격을 갖느냐의 문제와 경찰작용이 그러한 목적의 달성에 유용한 수단이냐의 문제는 서로 구별되어야 한다.
일부 언론52)에서는 경찰의 경고가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을 일삼는 가해자로부터 그 피해자를 보호하기에 유용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의 경고는 가해자의 행동을 통제 내지 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에 있어서 별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나름 일리가 있는 주장이나, 그렇다고 이것을 일반화할 수는 없다. 즉 이것을 이유로 경찰의 경고가 달성하려는 목적, 즉 위험방지와 피해자보호에 대한 경찰경고의 유용성을 원칙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러한 견해는 경찰의 경고가 대부분 ‘위험발생의 전단계’나 ‘위험의 초기단계’에서 취해지는 조치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즉 ‘위험발생의 전단계’나 ‘위험의 초기단계’에서는 경찰이 가해자에게 곧바로 접근금지나 유치장에 유치를 신청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직접 대면하며 구두로 경고하거나 서면으로 경고장을 발송하는 등의 조치가 요구된다. 왜냐하면 이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위험발생의 전단계’나 ‘위험의 초기단계’에서는 경고를 통해 대상자에게 범죄를 실행할 경우 형사처벌될 수 있음을 인식시켜 범죄행위의 자제나 단념을 유도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경찰실무에서 경고는 대개 앱을 통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의 일회성 경고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경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찰이 당사자에게 (일회성의 형식적 경고가 아닌) 전화나 문자 등으로 반복 경고를 하거나 필요시에는 직접 주거지를 방문하거나 경찰관서에 출석을 요구하는 등 강력 경고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경고의 방식이 문제이지, 경고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만약 경찰이 경고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이 진정으로 달성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즉 경찰이 전화나 문자 등으로 가해자에게 재차 반복 경고하거나 출석을 요구해 강력 경고하는 조치가 범죄예방이나 피해자보호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경찰은 경고 이후의 다음 단계를 고려하여야 한다. 말하자면 구체적 위험이 현실화한 경우라면 경찰은 가해자에게 서면경고장의 발송 대신, 위험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 이를테면 접근금지와 통신차단을 명하거나 유치장에 유치와 같은 잠정조치를 신청하여야 한다. 사실 경찰의 경고는 – 예를 들어 접근금지나 유치장에의 유치와 달리 -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대한 위험을 “직접” 방지하기에 적절한 조치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경고를 통해 가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불법행위의 자제나 억제를 유도함으로써 위험방지를 “촉진”할 수 있다. 특정목적을 실현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수단이 의도했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목적실현을 촉진할 수 있다면 그러한 수단은 이미 그것만으로 목적달성에 적합한 수단이 된다.53) 경찰의 경고는 경찰책임자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침으로써 위험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
사실 경찰의 경고가 위험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는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찰경고의 유용성을 원칙적으로 문제삼는 연구결과도 발견되지 않는다. 경찰경고의 유용성과 그 존치 여부에 관한 최종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운영이 요구된다. 그리고 만약 추가적인 운영과정에서 경찰의 경고가 진정으로 무용하다는 최종결론이 도출된다면 입법자는 당연히 적합성원칙의 관점에서 경찰경고에 관한 조항을 삭제하거나 최소한 새로운 수단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그러나 입법자에게 위험방지의 성과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광범위한 예측의 여지가 부여되고, 그로 인해 입법자가 도입한 경찰조치가 위험방지의 목적달성에 명백히 부적합한 경우에만 불허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시점에서 도입된지 얼마되지도 않은 경찰경고에 대하여 굳이 헌법적 의문을 제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Ⅳ. 경고의 법적 성격과 행정소송의 종류
위험방지를 위한 경찰의 경고는 관계인의 다양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이 경우 헌법 제27조 제1항은 위법한 경고조치에 대해서도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보장한다. 위법한 경고의 대상이 된 관계인이 해당 경고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경우 관계인이 제기할 수 있는 행정소송의 종류는 문제가 된 경고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54) 만일 경찰이 위험방지를 목적으로 관계인에게 작위 또는 부작위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경고를 한다면 해당 경고는 행정행위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서는 취소소송이 적법한 소송유형이 된다.55) 반면 경찰의 경고가 규율의 성격을 갖지 않는 사실행위에 불과한 경우에는 당사자소송이 적법한 소송유형이 된다. 이하에서는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의 법적 성격과 이에 대하여 제기할 수 있는 행정소송의 종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가 된 경고가 행정행위가 인정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규율(Regelung)의 성격을 갖는지의 문제를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행 행정소송법은 개인의 주관적 권익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주관소송으로서 ‘처분등’을 대상으로 하는 항고소송과 공법상의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는 당사자소송의 두 가지 소송유형을 규정해 두고 있다(행정소송법 제3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사례 1]과 [사례 2] 및 [사례 3]에서 경찰의 경고대상이 된 ‘갑’, ‘병’, ‘정’이 제기할 수 있는 행정소송의 종류는 경고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경찰의 경고가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처분등’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처분등’의 개념을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하 ‘처분’이라 한다) 및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처분등’은 행정기본법 및 행정절차법상의 처분개념에 행정심판에 대한 재결을 추가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처분등’은 행정소송법 제19조에 따라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다. 사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처분개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학설상 논쟁이 되고 있지만, 적어도 문제가 된 경찰의 경고가 강학상의 행정행위에 해당한다면, 즉 행정행위의 개념적 징표를 충족시킨다면 행정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학설상 이론이 없다. 이에 따라 아래에서는 먼저 [사례 1]과 [사례 2] 및 [사례 3]에서 ‘갑’과 ‘병’ 및 ‘정’을 상대로 한 경찰의 경고조치가 행정행위에 해당하는지의 문제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주지하다시피 ‘행정행위’는 실정법에서 사용되고 있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 실정법에서는 ‘행정처분’ 또는 ‘처분’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행정행위는 교과서나 논문 등에 등장하는 강학상의 개념이다. 행정행위의 개념은 행정주체가 하는 수많은 행정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결과, 다른 행정작용과 구별되는 일정한 징표를 갖고 특수한 규율을 받는 행위가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학문적으로 구성된 목적적·경험적 개념이다.56) 지배적인 견해에 따르면 행정행위는 ‘행정청이 구체적인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행하는 외부적 효력을 갖는 공법상의 권력적 단독행위’로 정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의 경고조치가 행정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첫째, 행정청의 행위일 것, ② 둘째, 규율의 성격을 갖는 행위일 것, ③ 셋째, 구체적 사실을 규율하는 행위일 것, ④ 넷째, 외부에 대하여 직접적인 법적 효과를 의도하는 행위일 것, ⑤ 다섯째, 공법상의 권력적 단독행위일 것을 요한다. 이러한 행정행위를 구성하는 개념요소에 의거할 때, [사례 1]과 [사례 2] 및 [사례 3]에서 문제가 된 경찰의 경고조치는 행정청이 개별사례에서 특정인의 주관적 권리를 침해하는 공법상의 권력적 단독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경고조치가 규율적 성격을 갖는 행위인가 하는 점이다.
행정행위는 규율적 성격을 갖는 행위이다. 바꾸어 말하면 경찰의 경고가 규율적 성격을 갖지 않으면 행정행위가 아니다. 규율은 행정행위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요소에 해당한다. 학설상 정의에 따르면 ‘규율’(Regelung)이란 법적 효과, 즉 권리와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 또는 구속적 확정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결정을 말한다.57) 이러한 규율이라는 개념요소가 갖는 중요한 의미는 무엇보다 행정행위와 사실행위를 구별하는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즉 사실행위는 사실상의 효과발생을 의도하는 행위이므로 규율적 성격을 갖지 않는 반면, 일정한 법적 효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행정행위는 규율적 성격을 갖는다. 작위, 부작위 또는 수인을 명령하거나 금지하는 행위(예: 집회금지, 해산명령, 주차금지)는 법적 효과의 발생을 의도하는 규율행위의 전형적 예이다. 그렇다면 경찰의 경고는 규율행위인가 아니면 사실행위인가? 먼저 [사례 3]에서 경찰이 ‘정’에게 실시한 경고조치는 규율행위에 해당한다. 규율행위는 행정청의 조치가 그 객관적 내용상 구속력 있는 법적 결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인정될 수 있다. 즉 해당 조치에 의하여 당사자의 권리가 직접 발생, 변경, 소멸 또는 구속력 있는 확인 내지 부인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사례 3]의 경우 ‘정’에 대한 경찰의 경고는 그저 경고성 지적이나 안내에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정’에게 특정행위의 금지의무가 구체적으로 부과되었다.58) 경찰은 ‘정’에게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장해를 야기하지 말 것과 이를 선동하지 말 것 그리고 여기에 가담하지 말 것”을 요구하였다. 합리적인 수범자의 입장에서 볼 때, ‘정’에 대한 경찰의 요구는 경찰이 ‘정’에게 우월한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특정의 작위와 부작위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 외에 달리 이해될 수 없다. ‘정’에 대한 경찰의 경고가 (문서가 아닌) ‘구두’로 실시되었는 점은 해당 경고가 행정행위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행정절차법 제37조 제2항 제1문에 따르면 행정행위는 공공의 안전을 위하여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말, 전화등 구두로도 발령될 수 있기 때문이다.59) 중요한 것은 ‘정’에 대한 경찰의 경고조치가 2009년 10월 3일 집회의 개최로 인하여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행정행위의 규율내용은 집회의 개최와 함께 소멸되지 않았다. 오히려 명시된 명령과 금지는 “향후 모든 사건과 행사 및 기념일”에도 적용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경찰의 경고조치는 ‘정’에게 계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계속적 행정행위’(Dauerverwaltungsakt)에 해당한다.60) 만일 ‘정’에 대한 경찰의 경고조치가 행정행위에 해당한다면 이것은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처분개념을 충족시키므로 ‘정’은 행정소송법 제19조에 따라 해당 경고조치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사실 경고 자체는 법적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즉 경고는 관계인에게 특정인과의 만남이나 접근 또는 집회참석을 금지하지 않는다.61) 경고는 안내적 요소와 권고적 요소 및 경고적 요소도 포함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작위, 부작위 또는 수인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 경고를 따를지 여부는 법적으로 관계인의 자유에 맡겨져 있다. 따라서 경고는 규율적 성격을 갖지 않기 때문에 행정행위가 아니다.62) 물론 [사례 3]과 같이 경고가 규율적 성격을 갖는 행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경고는 단순고권작용이므로 사실행위에 불과하다. 특히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에 대한 경고’는 이것이 하명을 수반하지 않는 경우에만 사실행위에 해당하지만,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에 대한 경고’는 언제나 사실행위이다.63) [사례 1]과 [사례 2]에서 경찰이 실시한 각 경고조치도 행정행위가 인정되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규율적 성격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행위에 불과하다. 부연하면 [사례 1]에서 경찰서장 명의의 서면경고장과 경찰관 P의 구두경고는 안내와 정보제공, 권고 및 경고를 넘어서는 규율적 효과를 갖지 않는다. 특히 ‘갑’과 나눈 두 차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관 P는 ‘갑’에게 더 이상 ‘을’에게 연락하지 말라거나 ‘을’의 주거지나 그 부근으로 찾아가 머물거나 출근길 또는 유사상황에서 숨어 기다리거나 차량을 이용해 미행하거나 갑자기 나타나는 등의 행위를 하지 말라고 요청하고, 그렇지 않으면 접근금지, 통신차단, 유치장에 유치 등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음을 경고했지만, 해당 경고는 ‘을’에 대한 연락이나 접근을 금지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금지명령으로 볼 수 없다.64) [사례 2]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례 2]에서 경고장의 처음 두 단락에는 규율적 성격을 띠지 않는 사실의 통지가 포함되어 있다. 경찰은 첫 번째 단락에서 ‘병’이 집회 또는 시위와 관련하여 과거 경찰에 출석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그러한 사건에 가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 단락에서는 과거 유사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다가오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위가 예상되고, 시위과정에서 폭력이 예상된다고 적고 있다. 경고장의 세 번째 단락에서 ‘병’에게 폭력시위에 가담하지 말 것을 권고하는 경우 이 구절도 마찬가지로 구속력 있는 규율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귀하가 위험방지의 범위 내에서 예방조치(국내송환 포함)의 대상이 되거나 시위 중 범행을 이유로 수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면하기 위하여“라는 문구도 ‘병’에게 직접적으로 불리한 법적 효과를 가져오지 않는다.65) 그러므로 [사례 1]과 [사례 2]에서 경찰이 ‘병’과 ‘정’을 상대로 실시한 경고조치는 (행정행위가 아닌) 사실행위로 볼 수 있다.
물론 [사례 1]과 [사례 2]에서 경찰이 실시한 경고조치의 법적 성격을 행정행위로 보지 않는 경우에도 그러한 경찰조치는 공권력 행사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어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처분개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여전히 문제될 수 있다.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처분개념을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로 정의하고 있다. 이 경우 상당수의 학설66)은 동 규정상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처분개념을 강학상의 행정행위개념보다 더 넓게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처분개념을 넓게 이해하는 이유로는 만일 취소소송의 대상을 강학상의 행정행위에 한정시킬 경우에는 다양한 행정작용에 맞선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도모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67) 이에 따라 강학상의 행정행위뿐만 아니라, 비록 강학상의 행정행위는 아니지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 가운데 실질적으로 다른 적당한 불복절차가 없는 경우에는 이른바 ‘처분성’을 인정하여 취소소송의 대상으로 삼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는 처분적 법규명령과 처분적 조례 그리고 사실행위 등을 들고 있다. 사실 우리 행정소송법에는 위법한 법규명령이나 조례의 효력을 직접 다툴 수 있는 소송유형(예: 독일 행정소송법 제47조에 따른 규범통제절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만일 취소소송의 대상을 강학상의 행정행위에만 한정시킬 경우에는 이러한 행정입법에 맞선 효과적인 권리구제가 가능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처분적 법규명령과 처분적 조례의 경우에는 비록 강학상의 행정행위는 아니지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으로 보아 처분성을 인정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반면 사실행위의 경우에는 이와 사정이 조금 다르다. 과거 판례는 압류처분과 단수처분 등과 같은 사실행위에 처분성을 인정하였다.68) 이러한 행위들은 비록 강학상의 행정행위는 아니지만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처분성을 인정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사실행위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당사자소송을 통해서도 충분히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처분개념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른바 취소소송 중심주의는 결과적으로 취소소송을 과부하시킬 뿐만 아니라, 행위형식에 상응하는 소송유형의 발전을 애초부터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69)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의 태도를 충실히 따를 경우 [사례 1]과 [사례 2]에서 경찰이 실시한 경고조치는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처분개념에 해당되어 처분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처분개념을 형식적 의미의 행정행위로 보고 강학상의 행정행위 외에도 공권력의 행사로서 개인의 법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행위도 처분개념을 충족시킨다고 보는 견해 역시 [사례 1]과 [사례 2]에서 경찰이 실시한 경고조치에 대하여 처분성을 인정할 것이다.
[사례 3]에서 경찰은 위험방지를 목적으로 ‘정’에게 특정행위의 금지의무를 부과하는 경고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경고조치는 행정행위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서는 취소소송이 적법한 소송유형이다. 반면 [사례 1]과 [사례 2]에서 경찰의 경고조치는 규율적 성격을 갖지 않기 때문에 (행정행위가 아닌) 사실행위에 해당하는바, 여기서는 두 가지 해결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판례의 견해를 충실히 반영하여 경찰의 경고조치에 처분성을 인정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해당 사안을 당사자소송의 형태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만일 [사례 1]과 [사례 2]에서 문제가 된 경찰의 경고조치를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는 입장이라면 ‘갑’과 ‘병’은 해당 경고조치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갑’과 ‘병’에게 취해진 경찰의 경고조치는 해당 조치가 집행됨으로 인하여 그 효력이 이미 소멸되었다는 점이다. 경고와 결부된 억제 내지 위축효과는 관계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이 경우 해당 조치는 그 시행과 함께 실효(失效)된다고 보아야 한다.70) 여기서는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에 따른 이른바 ‘협의의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는지, 즉 환언하면 원고의 청구가 소송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할 만한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은 “처분 등의 효과가 기간의 경과, 처분 등의 집행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멸된 경우에도 처분 등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의 경우에도 또한 같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경우 학설과 판례는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이 비록 원고적격에 관한 부분에 위치해 있다고 하더라도 동 규정은 원고적격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권리보호의 필요에 관한 규정으로 보고 있다. 즉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의 취지는 처분의 효력이 소멸된 경우에는 그와 동시에 권리보호의 필요도 소멸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원고에게 당해 처분의 취소로 인하여 회복되는 법률상 이익이 있는 때에는 권리보호의 필요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해서는 학설과 판례에서 다툼이 되고 있다. 판례는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의 개념을 동 조 제1문의 법률상 이익개념과 동일하게 파악하여 “당해 처분의 근거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를 말하고,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 이익을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71)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따를 경우 [사례 1]과 [사례 2]에서 ‘갑’과 ‘병’에게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왜냐하면 [사례 1]과 [사례 2]에서는 ‘반복될 위험성’이나 ‘명예회복’과 같은 이익이 문제되는바, 판례에 따르면 그와 같은 이익은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문헌에서 주장되고 있는 견해, 즉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의 소송은 취소소송의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니라, 위법확인소송의 성격을 갖는다는 견해72)는 주목할 만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견해에 따라 행정소송법 제12조 제2문의 ‘법률상 이익’을 독일행정소송법 제113조 제1항 제4문과 같이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으로 보고, 여기에는 법으로 보호하는 이익뿐 아니라 경제적 이익은 물론 반복될 위험의 방지나 명예회복의 필요 등 모든 보호가치 있는 이익도 포함된다고 볼 경우에는 ‘갑’과 ‘병’이 제기하는 취소소송은 적법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술한 견해와 달리 [사례 1]과 [사례 2]에서 경찰의 경고조치는 규율적 성격을 갖지 않으므로 처분성이 인정될 수 없고, 따라서 여기서는 단지 사실행위가 존재할 뿐이므로, ‘갑’과 ‘병’이 해당 경고조치에 대하여 제기할 수 있는 적법한 소송유형은 당사자소송이라고 보는 입장이 존재할 수 있는바, 이러한 견해가 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주지하다시피 현행 행정소송법은 주관소송으로서 ‘처분등’을 대상으로 하는 항고소송과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을 대상으로 하는 당사자소송을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당사자소송은 이행소송과 확인소송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독일행정소송법상의 이행소송과 확인소송이 당사자소송에서 발전되어 온 점을 감안할 때, 당사자소송에 이러한 소송유형을 포함시키고 이 경우 이행소송은 행정행위를 제외한 여타의 고권작용(특히 사실행위)의 작위, 부작위 또는 수인을 구하는 소송으로, 그리고 확인소송은 공법상 법률관계의 존부(존재 또는 부존재) 여부에 대한 확인을 구하는 소송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방안은 포괄적이며 흠결 없는 권리구제를 지향하는 헌법 제27조 제1항과 행정소송법의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이 될 것이다.73) [사례 1]과 [사례 2]에서 경찰의 경고조치를 사실행위로 인정할 경우 ‘갑’과 ‘병’이 해당 경고조치에 대하여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소송의 유형으로는 확인소송이 고려된다. 즉 위법확인에 대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 ‘갑’과 ‘병’은 확인소송을 통해 법률관계의 존부(존재 또는 부존재)의 확인을 구할 수 있다. 경고조치에 의하여 각 당사자와 국가 간에 법률관계가 발생한다. 법률관계는 사실행위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74) 경고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가의 권리75)와 ‘갑’과 ‘병’의 부작위청구권, 즉 위법한 경찰조치의 부작위를 요구할 수 있는 ‘갑’과 ‘병’의 권리는 주관적 공권으로 볼 수 있는바, 이러한 주관적 공권에 의하여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즉 법 논리적으로 국가나 개인이 갖는 주관적 공권에는 언제나 이에 상응하는 공법상의 의무가 있기 마련이므로, 국가나 개인이 갖는 주관적 공권은 항상 공법상의 법률관계를 형성한다. 이러한 공법상의 법률관계의 존부는 각각 확인소송을 통해 확인될 수 있다. 이 경우 국가에게는 ‘갑’과 ‘병’을 상대로 경고조치를 취할 권리가 없었음이 확인될 수도 있고(법률관계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 ‘갑’과 ‘병’에게는 경고조치의 부작위를 요구할 권리가 있었음이 확인될 수도 있다(법률관계의 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 여기서 법률관계가 소멸되었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즉 경찰의 조치가 경고장의 수령으로 종료되었고, 따라서 법률관계가 소멸되었다고 해서 각 당사자의 소송청구가 불허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권리보호의 필요가 있다면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확인도 가능하기 때문이다.76) 즉 과거의 법률관계도 확인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사례 1]과 [사례 2]에서 ‘갑’과 ‘병’은 각각 확인소송을 제기하여 국가는 자신에게 경고조치를 취할 권리가 없었음을 또는 자신에게는 경고조치의 부작위를 요구할 권리가 있었음을 확인받을 수 있다.
물론 ‘갑’과 ‘병’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는 확인소송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해당 사안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법적, 경제적 또는 정신적 성격의 보호가치가 있는 이익이 인정되어야 한다.77) 그와 같은 이익은 구체적으로 ‘반복될 위험의 방지’, ‘명예회복의 필요’의 관점에서 인정될 수 있다. [사례 2]의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사례 2]에서는 ‘병’에게 ‘반복될 위험의 방지’와 ‘명예회복의 필요’를 이유로 서면경고의 위법확인을 구할 정당한 이익이 인정된다. ‘반복될 위험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병’에게는 가까운 장래에 유사한 상황에서 재차 서면경고장이 발부될 것이 예견된다. ‘병’은 과거 정치토론 행사과정에서 경찰의 연행에 항의하며 행사한 폭력으로 수사받은 전력이 있기 때문에 경찰이 관리하는 범죄정보 파일(이른바 “폭력 시위자 명단”)에 등재되었고, 2001년 12월 7일 경찰이 발송한 서면경고장의 근거가 되었다. 따라서 ‘병’은 향후 폭력이 예상되는 정치적 동기의 시위나 행사가 있을 때 또 다시 서면경고장을 발부 받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 나아가 ‘병’에게는 서면경고의 위법확인에 대한 정신적 이익(Ideelles Interesse)도 인정된다. 왜냐하면 ‘병’은 브뤼셀 G20 정상회의 기간에 있을 폭력시위에서 폭력시위자 내지 잠재적 경찰책임자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병’은 법원에서 소송을 통해 해당 서면경고의 위법성 심사를 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것은 위법성이 확인될 경우 일종의 명예회복과 그로써 기본권에 대한 위법한 침해에 대한 (비록 불완전하지만) 최소한의 보상을 받기 위함이다.78)
반면 [사례 1]에서 ‘갑’은 경고조치의 위법 여부에 대하여 사후확인을 받을 법률상 이익을 갖지 못한다. ‘갑’은 명예회복의 이익을 주장하지만, 이것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갑’에 대한 경찰의 경고가 차별적 성격을 가질 것이 요구된다. 즉 명예회복의 이익은 소송의 대상이 된 경찰의 경고가 차별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당사자의 인격권을 객관적으로 침해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인정될 수 있다. 경찰의 경고가 제3자의 면전에서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당사자의 사회적 평판이 훼손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비공개’로 실시되는 경고에서 이러한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 경우 인격권에 대한 객관적 침해는 당사자의 명예를 공개적으로 훼손할 수 있어야 하고, 현재도 지속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당사자의 인격권 또는 직업적 또는 사회적 평판이 경고에 의하여 객관적으로 침해되었고, 실효된 경고의 부정적 영향이 단지 법원의 본안판결을 통해서만 전보될 수 있는 경우 존재한다. 반면 해당 경고의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어 법원의 본안판결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실효된 경고의 위법 여부에 관하여 법원의 최종확인을 받고 싶다는 바램만으로는 명예회복의 이익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법적 견해를 사후에 확인받고자 하는 이익, 손상된 법감정과 손해배상에 대한 바램만으로는 그와 같은 이익을 정당화하지 못한다.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은 당사자의 주관적인 견해나 바램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아니 되며,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79) 이러한 기준을 적용할 때 ‘갑’의 경우 명예회복의 이익이 인정될 수 없다. [사례 1]의 경우 경찰의 경고는 오로지 서면경고장과 전화로만, 따라서 ‘비공개로’ 실시되었기 때문에 ‘갑’의 명예를 훼손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게다가 ‘갑’의 전체적인 행동을 고려할 때, 경고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갑’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찰의 경고 이후 2년 이상이 경과된 시점에서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실도 ‘갑’에게 명예회복의 정당한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히려 경고의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었다면 ‘갑’은 신속하게 소송을 제기했을 것이다.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은 반복될 위험성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사실적 및 법적 상황에서 동일한 유형의 조치가 또 다시 취해질 충분한 개연성이다. 그러나 해당 조치 시점과 동일한 사실관계가 미구(未久)에 다시 발생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위법확인의 이익은 반복될 위험성에서 도출될 수 없다.80) 따라서 ‘갑’에게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갑’이 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해당 소송은 부적법하므로 각하될 것이다.
Ⅴ. 결론
이상에서 고찰할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점이 확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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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에 대한 경고’란 경찰이 공공의 안녕에 대한 위험 또는 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위해를 야기하는 사람에게 적용될 법적 상황을 알리고,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경우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관하여 통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경찰은 관계인에게 구두나 서면으로 경고할 수 있다. 경찰이 경고를 통해 관계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표현하는 경우 경찰의 경고는 관계인의 인격권을 제한한다. 만일 경찰이 제3자, 이를테면 직장동료의 면전이나 건물 계단에서 경고를 하거나 심지어 부모에게 경고를 한다면 이것은 관계인의 인격권에 대한 명백한 제한이다. 경고의 목적에 저해가 되지 않는 한, 구두경고는 제3자의 눈과 귀를 벗어난 곳에서, 즉 제3자의 시야와 청각에서 벗어난 곳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위험방지조치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관계인에게 집회에 참가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경찰조치는 헌법이 보호하는 집회참가에 대한 관계인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한다. 나아가 관계인이 경찰의 권고를 따르는 것 외에는 더 이상 다른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경우에는 집회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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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방지를 위한 경찰의 경고는 헌법상 보장된 관계인의 기본권을 다양하게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경찰이 그러한 제한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상의 수권근거가 필요하다. 현행법상 위험방지를 위한 경고에 대한 법률상 수권근거로는 스토킹처벌법 제3조 제1호와 경직법 제6조 및 동법 제5조 제1항 제1호가 고려될 수 있다. 특히 경직법 제5조 제1항 제1호는 구체적 위험이 존재하고, 경고의 대상자가 경찰책임자로서 그러한 위험을 야기할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경우 경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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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한 경고의 대상이 된 관계인이 해당 경고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고자 하는 경우 관계인이 제기할 수 있는 행정소송의 종류는 문제가 된 경고의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만일 경찰이 위험방지를 목적으로 관계인에게 작위 또는 부작위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경고를 한다면 해당 경고는 행정행위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서는 취소소송이 적법한 소송유형이 된다. 반면 경찰의 경고가 규율의 성격을 갖지 않는 사실행위에 불과한 경우에는 당사자소송이 적법한 소송유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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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경고조치가 사실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조치의 대상이 된 관계인이 제기할 수 있는 당사자소송의 유형으로는 확인소송이 고려된다. 즉 위법확인에 대한 정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 관계인은 확인소송을 통해 법률관계의 존부(존재 또는 부존재)의 확인을 구할 수 있다. 경고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가의 권리와 관계인의 부작위청구권, 즉 위법한 경찰조치의 부작위를 요구할 수 있는 관계인의 권리는 주관적 공권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주관적 공권에 의하여 법률관계가 형성된다. 관계인은 확인소송을 제기하여 국가에게는 경고조치를 취할 권리가 없었음을 또는 자신에게는 경고조치의 부작위를 요구할 권리가 있었음을 확인받을 수 있다. 위법확인의 정당한 이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해당 사안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법적, 경제적 또는 정신적 성격의 보호가치 있는 이익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와 같은 이익은 구체적으로 ‘반복될 위험의 방지’나 ‘명예회복의 필요’의 관점에서 인정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