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머리말
제헌헌법 시행일인 1948. 7. 17.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2004. 3. 9.)되기까지 약 56년 동안 국회에서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8건1)이었고, 이들 모두 부결·폐기되었다.2) 탄핵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로부터 문재인 정부(2022. 5. 9)까지 약 18년의 기간 동안 국회가 의결한 탄핵소추안은 13건3)에 불과하다.4)
그러나 이러한 탄핵소추안 발의의 빈도는 윤석열 정부부터 급증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당선일인 2022. 3. 10.부터 이재명 대통령 당선일인 2025. 6. 4.까지 약 3년 3개월간 발의된 탄핵소추안은 31건5)에 이른다.6) 해당 기간 발의된 31건의 탄핵소추안 중 4건7)은 그 발의가 종국적으로 철회되었고8), 2024. 12. 3. 위헌적 계엄 사태와 관련한 3건9)을 제외한 3건10)은 폐기되었으며, 6건11)은 아직 의결되지 아니하였다. 이처럼 국회는 3년 3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31건에 이르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였으나, 가결이든 부결이든 본 회의 의결까지 간 탄핵소추안은 13건12)에 불과하다.13) 게다가 탄핵소추 된 13건의 탄핵사건 중 2025. 8. 현재 선고된 사건은 12건인데14), 헌법재판소가 인용한 사건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1건15)에 불과하고, 나머지 11건은 모두 기각 결정되었다.16)
영국에서 시작17)된 탄핵제도의 본질과 기능이 권력통제와 헌법수호에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를 통해 묻고자 하는 책임이 정치적 책임인지 아니면 법적 책임인지에 대해서는 개별 국가가 취하고 있는 탄핵제도의 구체적 내용, 이를테면 탄핵심판권의 행사 주체, 탄핵사유 등에 따라 달라진다.18) 탄핵제도의 유형은 이와 같은 구체적 내용이나 이에 따른 책임의 성질 등에 따라 소위 정치형과 사법형으로 분류되는데19), 우리나라의 경우 ① 탄핵소추권은 국회에 귀속되나 그 종국적 판단은 의회와 헌법적으로 독립된 기관으로서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재판관들로만 구성된 헌법재판소에 귀속된다는 점, ② 탄핵사유 역시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한 직무집행’으로 규정하여(헌법 제65조) 법적 책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 등을 이유로20), 상대적으로 강한 사법형으로 분류된다.21)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 급증한 탄핵소추안 발의 건수 및 그에 비례하여 급증한 탄핵소추 의결 건수, 그리고 탄핵소추 된 사건 대부분이 기각된 상황을 보면, 강한 사법형으로 분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탄핵제도에 있어 정치적 성격을 배제하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 헌법은 제65조 제3항을 통해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만으로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있기 전까지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를 자동으로 정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헌법은 제111조 제1항 제2호를 통해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권을 부여하고 있으나, 국회는 적법·타당한 탄핵소추권 행사는 물론 부적법하거나 탄핵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한 탄핵소추권의 행사만으로도 제65조 제3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에 선행하는 임시적·잠정적 제재는 물론 유·무형적 불이익22)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은 대통령 직무대행 혹은 권한대행23)에 대한 탄핵소추요건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주요 쟁점 중 하나였다. 헌법재판소의 법정의견은, 민주적 정당성에 관한 문제와 ‘권한대행’이란 새로운 지위 창설이 인정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에는 헌법 제65조 제2항 단서가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나, 재판관 2인의 소수의견은 국가적 혼란 발생의 방지와 탄핵제도의 남용 방지 등을 이유로 그 단서의 적용을 긍정하였다.24)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은 표면적으로 볼 때 권한대행의 헌법적 지위 존부 등에 관한 문제로 보이나, 위 문제의 발단은 근본적으로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에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우선 탄핵제도의 문언적 의미와 역사적 전개 등을 중심으로 탄핵제도의 본질을 살피고(II), 이에 따라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의 법적 성질을 살피며(III), 이를 토대로 헌법 제65조 제3항이 가지는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검토(IV)하고, 글을 마무리(Ⅴ)하고자 한다.
Ⅱ. 탄핵제도의 본질에 관한 검토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절차의 헌법수호기능에 대해 “헌법 제65조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위반이나 법률위반에 대하여 탄핵소추의 가능성을 규정함으로써, 그들에 의한 헌법위반을 경고하고 사전에 방지하는 기능을 하며, 국민에 의하여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국가기관이 그 권한을 남용하여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다시 그 권한을 박탈하는 기능을 한다. 즉,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에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인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25) 이처럼 탄핵은 대통령과 같은 고위 공직자로부터 헌법을 보호하고, 이들로부터 침해·손상된 헌법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본 연구에서는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의 법적 성질을 도출하기 위한 선행 검토로서, 이와 같은 기능을 가진 탄핵에 대해 그 문언적 의미를 간단히 살펴보고, 그 유래와 역사적 전개를 통해 탄핵의 본질을 도출해 내고자 한다.
탄핵(彈劾)의 한자는 “탄알 탄(彈)”과 “꾸짖을 핵(劾)”이다. 탄핵의 의미를 단순히 잘못한 행동을 꾸짖거나 지적하는 것에 두고자 했다면, 이는 질책(叱責)이나 책망(責望), 힐책(詰責)과 같은 단어와 같이 꾸짖는 의미의 한자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탄핵(彈劾)은 弓(활 궁)과 單(홑 단)으로 구성된 탄알 ‘탄(彈)’이라는 한자를 사용하여 꾸짖을 ‘핵(劾)’을 수식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서의 탄핵은 조선시대(혹은 그 이전)부터 전해 내려온 제도가 아니므로26), 어떠한 유래로 彈劾이란 한자를 사용하게 되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彈(탄알 탄)의 부수가 弓(활 궁)이라는 점과 활의 쓰임이 원거리의 적을 타격하기 위한 것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탄핵(彈劾)은 적어도 그 주체와 객체 간의 정치적·사회적 거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는 결국 정치적·사회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자에 대한 꾸짖음이란 의미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행 탄핵제도의 기원은 영국으로 평가되고 있으므로27), 한자보다는 impeachment라는 영문자에 대한 의미를 검토하는 것이 조금 더 명확할 수 있을 것이다. impeachment는 앵글로-프랑스어 empecher, 고대 프랑스어 empeechier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12세기경 ‘방해하다, 멈추게 하다, 저지하다; 붙잡다, 가두다, 덫에 빠뜨리다’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하며(현대 프랑스어에는 empêcher라는 단어가 있다), 위 고대 프랑스어 단어는 후기 라틴어 impedicare에서 왔는데, 이는 ‘족쇄를 채우다, 붙잡다, 얽히게 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28) 그래서 이와 같은 impeachment라는 단어의 기원을 보면, 탄핵이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처벌이라기보다는 앞으로의 행위를 더 이상 할 수 없도록 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탄핵의 한자(彈劾)와 영문자(impeachment)의 구성·기원 등을 고려하면, 탄핵이 가진 문언적 의미는 ‘정치적·사회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자에 대해 앞으로의 행위를 더 이상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탄핵제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언이라는 틀 외에도 역사적 형성 과정을 통해 드러난 제도의 구체적 운영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탄핵제도가 유래된 영국에서의 탄핵제도 발생과 그 역사적 전개부터 검토하고, 영국에서 발생한 탄핵제도가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미국 연방헌법에 어떠한 논의와 수정 과정 등을 거쳐 도입되고 전개되었는지를 검토하며, 마지막으로 이들로부터 유래한 탄핵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도입되고 전개되었는지를 살피고자 한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나 고대 로마제국에서도 공직자를 처벌하거나 규탄하는 제도가 존재하였으나,29) 헌법 규범으로서 탄핵제도가 시작된 것은 14세기 영국에서부터다30). 영국 초기 탄핵제도에서의 중요 전제는 ‘국왕은 과오를 범하지 않는다’이다.31) 그래서 영국의 탄핵제도는 그 발생에서부터 (의원내각제 확립에 따른 불신임제도를 통해 내각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탄핵제도가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 시기인) 1806년32)33)에 이르기까지 국왕의 폐위를 목적하는 제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의회는 국왕의 존재나 권위에 도전하는 선택을 하기보다는 ‘국왕은 과오를 범하지 않는다’라는 전제 아래 국왕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과 그 책임을 물었는데, 그 주된 논리는 ‘국왕은 과오를 범하지 아니하므로, 어떠한 정책이나 권한 행사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국왕을 보필하는 신하의 잘못 때문이라 볼 수 있으므로, 국왕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신하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였다.34) 영국 의회는 국왕의 수족(신하)을 묶어두는 방법으로 국왕에 대한 견제와 통제를 하고자 하였고, 이에 동원된 제도가 바로 탄핵제도이다.
탄핵제도는 어느 순간 갑자기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므로, 근대의 탄핵제도가 어떠한 사건부터 시작되는지 객관적으로 명확히 특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1376년 로드 라티머(Lord Latimer)에 대한 탄핵사건을 근대 탄핵제도의 시초가 되는 사건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35) 위 사건을 탄핵제도의 시초가 되는 사건으로 꼽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왕의 신하 등에 대한 하원의 집단적 고발 권한이 확립되었다는 점이다. 1376년 의회(Good Parliament)36)에서 하원은 왕실의 총괄 책임자(Chamberlain of the Household)를 역임하고 있던 로드 라티머(Lord Latimer)와 조폐국 감독(Warden of the Mint)을 역임하고 있던 리처드 라이온스(Richard Lyons)에 대해 공식적인 집단적 고발을 진행했다.37)38) 이전에는 왕의 권한에 의존하거나 개별적인 청원에 의해 제재 절차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았고, 해당 제재에 대한 재판은 의회 밖에서 진행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로드 라티머(Lord Latimer) 사건에서는 하원이 소추하여 왕의 신하들을 재판할 권리를 주장하였다.39)
② 탄핵(소추) 사유의 내용·출처가 분명해졌다. 로드 라티머(Lord Latimer) 사건에서는 하원 의원들에 의해 탄핵이 추진(소추)되었고, 하원 의원들이 주장하는 사유들이 구체적인 탄핵사유가 되었다.40) 이는 이전의 ‘부정적인 평판((notoriety)’ 정도만을 근거로 한 재판의 개시(기소·소추)나 유죄 판결과는 달리, 하원의 집단적 의지가 왕의 신하를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정당한 근거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전 절차와 차이가 있다.41)
③ 로드 라티머(Lord Latimer)에 대한 재판은 의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하원은 고발자(소추자)이자 검사 역할을, 상원은 판결을 내리는 역할을 수행하였다.42) 이는 소추와 재판이 모두 의회라는 기관에서 이뤄진 것으로서, 이전의 청원이 다른 위원회나 왕의 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었던 것과는 차별화된 부분이다.43)
이후 영국의 탄핵제도는 1806년 로드 멜빌(Lord Melville)에 대한 탄핵이 시도되기까지 70여 건에 가까운 탄핵이 있었는데, 탄핵이 집중되었던 시기는 ① 강력한 왕권의 튜더 왕조가 확립되기 시작한 14세기 전까지와 ② 이후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이며, 영국 역사상 전체 탄핵의 1/4은 1640년부터 1642년 사이에 발생하였다.44)
로드 라티머(Lord Latimer) 사건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출발한 영국의 탄핵제도는 현대적인 내각 개념이 정립되기 이전부터 존재한 제도로서, 신하에 대한 제재를 통해 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45) 아울러 영국의 탄핵제도는 범죄뿐만 아니라 비행(非行)과 같은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사유라 볼 수 있는 ‘중대한 범죄와 비행’(treason or 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도 탄핵사유46)로 인정하여, 법적 책임은 물론 정치적 책임까지 물을 수 있는 제도였다. 게다가 상원의 탄핵 판결은 소추 대상자에 대한 단순한 해임(파면) 뿐만 아니라 사형, 징역, 중한 벌금까지 선고할 수 있는 형사적 효력까지 가지고 있었다.47)
이처럼 영국에서 확인되는 탄핵제도의 시작은 왕권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통제, 보다 구체적으로는 국왕과 명백히 구분되고 절연된 집단으로서, 다수의 국민 대표자(각 도시와 주의 대표자)로 구성된 하원이라는 집단의 견제와 통제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하원은 1295년 에드워드 1세 국왕이 재정적 지원을 얻기 위해 모든 계층의 권위자(혹은 대표자)를 소집하여 이뤄진 모범 의회(Model Parliament)에서 비롯되었는데, 당시 하원의 구성은 각 주(shire)에서 선출된 두 명의 기사(knights), 각 도시(city)에서 선출된 두 명의 시민(cirizens), 각 자치구(borough)에서 선출된 두 명의 대표자(burgesses)로 구성되었다.48) 불문법 국가인 영국에서는 탄핵제도와 관련하여서도 독자적 법률을 가진 바 없다.49) 그래서 1295년 전국구 대표자들로 구성된 하원이 그로부터 100년도 채 지나지 않은 1376년에 탄핵과 관련한 명문의 규정이나 뚜렷한 선례가 없음에도 국왕의 신하에 대한 해임(파면)·처벌을 통해 사실상 국왕을 견제·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형성하고 시행하였다는 점은 탄핵이라는 제도가 특정인의 의사에 따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 국가권력을 독·과점하고 있는 특정인(혹은 소수의 집단)의 전횡에 맞서 국민의 대표자들(의회, 특히 하원)이 취한 체계화된 집단적 대응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제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영국에서 확인되는 탄핵제도의 시작은 특정인의 인위적인 결단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소수 권력자의 전횡에 대한 국민 다수의 집단적 대응 의지에 따른 자연적 발생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고, 이는 결국 본질적으로 구분되는 권력 집단 간의 견제와 통제라 할 수 있다.
178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는 미국의 연방헌법 제정 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서 당시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던 워렌 헤이스팅(Warren Hastings)의 탄핵 사건50)이 문제 되었다.51) 미국 연방헌법 제정자 중 한 명인 조지 메이슨(George Mason)은 제헌헌법에 탄핵사유를 확대하기 위해, 이미 제안된 반역(treason)과 뇌물수수(bribery) 외 ‘부실 행정’(maladministration)를 추가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예로 워렌 헤이스팅에 대한 탄핵 사건을 들었다.52) 즉, 조지 메이슨은 대서양 건너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워렌 헤이스팅 사건을 보면서, 그가 범한 과오(過誤) 정도라면 탄핵하는 것이 마땅하나 기존 논의된 탄핵사유[특히, 반역(treason)]만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하기에 ‘부실 행정’이란 사유를 추가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방헌법 제정자 중 한 명인 제임스 메디슨(James Madison)은 ‘부실 행정’이란 사유가 너무 모호하여 대통령의 임기가 상원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취지로 이를 반대하였고, 연방헌법 제정자 중 한 명인 거버너 모리스(Gouverneur Morris)도 반대하였고, 위 문제는 결국 ‘중대한 범죄 및 비행’(high crimes and misdemeanors)로 정리되었다.53) 이처럼 미국의 탄핵제도는 영국의 영향을 받았는데, 미국의 탄핵제도가 영국의 탄핵제도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점은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의 주장에 의해서도 뒷받침된다. 연방헌법 제정자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연방주의자 논고 제65호(Federalist No. 65:425)에서, 당시 논의되었던 탄핵제도와 관련한 개념, 사상 등의 모델이 영국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밝혔다.54) 그밖에, 미국 연방헌법이 영국의 법률과 역사적 전통을 물려받은 영국인 후손들에 의해 제정되었다는 점,55) 미국 탄핵 절차가 하원의 소추(기소)와 상원의 재판 구조로 이뤄진 점56) 등은 미국의 탄핵제도가 영국의 탄핵제도에 기초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미국 연방헌법 제정자들은 자신들의 탄핵제도를 구상하는 데 있어 영국의 탄핵제도를 참고하였으나, 이를 그대로 도입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미국은 몽테스키외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삼권분립의 원리에 기초한 공화제 정부형태인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였으므로,57)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입헌군주제와 의원내각제가 확립된 영국의 탄핵제도를 그대로 도입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연방헌법 제정자들은 탄핵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탄핵사유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펼쳤다. 거버너 모리스는 연방헌법 제정 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은 의회의 당파와 민중 선동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통제는 임기 단축을 통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고, 또 다른 연방헌법 제정자 중 한 명인 루퍼스 킹(Rufus King)은, 대통령에 대한 의회의 탄핵은 그 독립성에 대한 침해이며 헌법원리를 파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58) 반면, 조지 메이슨(George Mason)은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통제가 임기 제한만으로는 충분히 이뤄질 수 없다고 하면서, 한 사람에 의해 지배되는 대통령의 경우 다수의 사람으로 구성된 의회(하원)와 본질적으로 다를뿐더러 무능과 비위의 가능성이 작지 않아 그로 인한 사회적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필요하다고 하였다.59) 1787. 9. 8. 개최된 미국 연방헌법 제정 회의에서는 탄핵의 대상을 ‘대통령 및 합중국의 모든 공무원’으로 하는 것에 만장일치 가결이 이뤄졌고, 이후 그 대상에 부통령이 추가됨으로써 위 문제는 정리되었다.60)
미국 연방헌법 제정자들은 영국에서 전개된 탄핵제도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의회의 탄핵 권한 남용을 경계하는 동시에 행정권과 사법권에 대한 견제와 통제의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탄핵제도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미국 연방헌법 제정자들이 영국의 탄핵제도와 차별점은 둔 사항은 다음과 같다.61) ① 탄핵 대상과 관련하여, 영국은 왕족을 제외한 누구나 탄핵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음에 비해 미국은 대통령, 부통령 및 미국의 민간 공무원(군인을 제외한 공무원)으로 제한하였다(반면, 미국에서는 왕을 탄핵할 수 없는 영국과 달리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능하다).62) ② 탄핵사유와 관련하여, 영국은 특정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으나, 미국은 반역(Treason), 뇌물(Bribery), 또는 기타 중대한 범죄와 비행(other high Crimes and Misdemeanors)으로 제한하였다.63) ③ 탄핵 인용 요건과 관련하여, 영국은 상원에서의 단순 과반수 의결로 가능하였으나, 미국은 상원에서의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였다.64) ④ 탄핵(인용)의 효과와 관련하여, 영국은 (상원에서) 어떠한 처벌(심지어 형사 처벌)도 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미국은 파면과 장래의 모든 공직에 대한 자격 상실만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영국은 탄핵 절차를 형사적 성격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미국은 형사 및 탄핵 절차를 분리하고 있다).65) ⑤ 탄핵된 자에 대한 사면과 관련하여, 영국은 왕의 사면권 행사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지만, 미국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였다.66) ⑥ 법관의 해임과 관련하여, 영국은 탄핵 외 다양한 수단을 가지고 있었으나, 미국은 탄핵만이 유일한 수단이었다.67) 다만, 이와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탄핵제도는 영국의 탄핵제도와 같이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제도라 볼 수 있다. 미국이 기본 모델로 삼은 영국의 탄핵제도가 정치적·당파적 무기로 사용되었다는 점과 미국의 제17대 대통령인 앤드류 존슨(Andrew Johnson)에 대한 탄핵이 남북전쟁 후 남부 연맹주(州)들의 연방 재편입을 둘러싼 의회 다수파와 대통령과의 정치적 대결에서 비롯된 것68) 점, 그리고 미국 헌정사에 있어 피소추자 대부분이 정치세력을 가질 수 없는 연방판사이고,69) 탄핵으로 파면된 공직자들 역시 모두 연방판사라는 점을 보면,70) 미국의 탄핵제도는 정치세력 간 다툼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1787. 9. 17. 연방헌법 제정과 함께 시작된 미국의 탄핵제도는 그로부터 238년이 지난 현재까지 규정상 변화는 없었다. 하원의 탄핵소추 발의도 60건에 불과할뿐더러 그 중 탄핵소추 의결된 건수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Donald John Trump)에 대한 2건의 탄핵(2019년, 2021년)까지 총 22건에 불과하다.71) 대통령에 대한 역대 탄핵소추(하원)는 1868년 앤드류 존슨(Andrew Johnson), 1998년 빌 클린턴[William Jefferson (Bill) Clinton], 2019년 및 2021년 도널드 트럼프가 전부이고, 이들의 탄핵소추안은 모두 상원에서 기각되었다.72) 이처럼 미국의 탄핵제도는 238년이란 짧지 않은 역사를 자랑하는 데 비해, 탄핵소추 건수는 22건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면, 의회에서의 탄핵제도 운영은 상당히 신중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탄핵소추 건수의 시간적 추세를 보면, 이전 200년 전에 비해 최근 30∼40년 간의 탄핵소추가 9건73)에 이르고, 과거 200년 동안 단 1건에 머물렀던 대통령 탄핵소추가 같은 시기에 3건에 이르는 등으로 근래 들어 급증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발달에 따른 각종 정치적 의견 표출 창구·기회의 폭증과 그에 따른 정치적 갈등의 격화가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와 같은 증가가 이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처럼 미국의 탄핵제도는 정치적 성격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그 행사는 비교적 자제되어 오고 있다. ‘대통령의 독립된 권한 행사’와 ‘법관의 양심에 따른 판단’은 삼권분립의 관점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항이므로, 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탄핵제도는 신중히 운영될 필요가 있고, 이는 의회의 선의(善意)에 기대기보다는 헌법 규정을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미국 연방헌법 제정자들은 연방헌법에 탄핵 인용 요건으로 (상원에서)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도록 규정하였고,74) 피소추자의 직무 수행에 대해서는 상원의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아니하여, 공직자의 직무 수행이 하원의 탄핵소추로 방해받지 않도록 하였다. 근래 30∼40년간 증가하고 있는 탄핵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정치적 혼란이 극한에 치닫지 아니한 것은 미국 연방헌법 제정자들의 이와 같은 혜안(慧眼) 덕분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탄핵제도에 큰 영향을 끼친 미국 탄핵제도의 역사적 전개와 연방헌법 규정 등을 고려하면, 미국의 탄핵제도는 국가 원수인 대통령75)의 중대한 범죄와 비행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고, 그가 파괴한 헌정 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로서, 의회 주도하에 이뤄지는 정치적 성격을 본질적으로 내포하는 제도이다. 다만, 영국과 달리 미국의 탄핵제도는 대통령제 헌법에서의 탄핵제도로서 국가 원수를 파면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래서 미국 연방헌법은 탄핵소추 요건과 피소추자의 직무유지 등을 통해 그 남용이 가져올 정치적 혼란과 국가적 위기, 그리고 삼권분립의 균열을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탄핵제도에 비추어 보면, 탄핵의 남용 억제 역시 탄핵제도의 본질을 이루는 주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탄핵제도의 기원은 1919. 9. 11. 공포한 대한민국 임시헌법(1919. 9. 11. 임시정부법령 제2호로 폐지제정한 것. 이하 같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찾을 수 있다. 신라 태종무열왕 6년(659) 감찰기구로 설치한 사정부(司正府)에서 시작되어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온 대간제(臺諫制)를 우리나라 탄핵제도의 이념적 기원으로 볼 수 있으나76), 이는 전제 군주제를 탈피하지 못한 정치체계에서 이뤄진 제도이고, 대관 역시 왕에 존속된 기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서 영국과 미국의 헌정사를 통해 파악한 탄핵제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탄핵제도의 역사적 전개는 대한민국 임시헌법부터 본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으며, 제헌헌법에서부터 현행 헌법에 이르는 개정 중에서는 탄핵제도와 관련한 의미 있는 개정 정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임시헌법 제21조 제14호는 “임시대통령의 위법 또는 범죄행위가 유함을 인할 시는 총원 5분의 4이상의 출석, 출석원 4분의 3 이상의 가결로 탄핵 또는 심판함을 득함”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5호는 “국무원 실직 혹 위법이 유함을 인할 시는 총원 4분의 3 이상의 출석, 출석원 3분의 2 이상의 가결로 탄핵함을 득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임시헌법은 대통령의 탄핵사유를 ‘위법 또는 범죄행위’로 규정함에 비해, 국무원77)의 경우 ‘실직 혹 위법’이라고 하여, 실직(失職), 즉 실정 또는 부당한 직무집행까지78) 포함하여, 앞서 미국에서 논의되었던 ‘부실행정’과 같은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었다.
이후 제헌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탄핵에 관한 헌법 규정은 대동소이하였으며, 1944. 4. 22. 임시정부볍령 제6호로 폐지제정한 대한민국임시헌장 제18조는 “임시의정원은 국무위원회 주석 부주석급 국무위원이 실직·위법 또는 내란 외환 등 범죄행위가 있거나 혹은 신임할 수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탄핵안 혹은 불신임안을 제출하여 탄핵안이 통과되면 그를 면직하고 불신임안이 통과되면 그가 자행사직함”라고 규정하여, ‘범죄행위’의 구체적 대상을 적시하였고,79) 주석에 대해서도 ‘실직’을 탄핵사유로 규정하여, 종전보다 더 ‘정치적 성격’을 가지도록 하였다.
1948. 7. 17. 제정·시행된 제헌헌법은 대한민국의 기원을 삼일운동으로 규정하면서, 삼일운동에서 선포한 독립정신을 계승하도록 하고 있다. 탄핵제도 역시 대한민국 임시헌법 등에서 채택된 제도인 만큼 제헌헌법에서도 채택되었다.
제헌헌법에서의 탄핵제도에 있어 첫 번째로 주목되는 사항은 탄핵사유 부분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대한민국 임시헌법 등에서는 ‘실직’(失職)을 탄핵사유로 적시하여 위법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논의되었던 ‘부실행정’과 같은 부당한 집행에 대해서도 탄핵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제헌헌법 제46조 전문은 “대통령, 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심계원장, 법관 기타 법률이 정하는 공무원의 그 직무수행에 관하여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결의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실정(失政)과 같은 ‘정치적 사유’로 인한 탄핵을 원칙적으로 차단하였다. 다만, 제헌헌법은 대한민국임시헌장 제18조에 규정된 ‘위법 또는 내란 외환 등 범죄행위’를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배’라고 규정하여, 탄핵사유를 단지 내란·외환 등 형사범죄에 국한하지 않고, 헌법은 물론 민법, 개별 행정법과 같은 법률 위반도 탄핵의 대상이 되는 행위로 규정하였다.
두 번째로 주목되는 사항은 탄핵재판소의 설치와 그 구성에 관한 부분이다. 제헌헌법 제47조는 1문은 “탄핵사건을 심판하기 위하여 법률로써 탄핵재판소를 설치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2문은 “탄핵재판소는 부통령이 재판장의 직무를 행하고 대법관 5인과 국회의원 5인이 심판관이 된다. 단, 대통령과 부통령을 심판할 때에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의 직무를 행한다.”라고 규정하였다. 이처럼 제헌헌법은 탄핵심판을 위해 ‘제5장에 규정된 법원’과 다른 ‘탄핵재판소’를 설치하도록 규정하면서, 그 구성원 절반을 국회의원으로 구성하도록 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제헌헌법은 탄핵사유에 ‘실직’과 같은 정치적 사유를 배제하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 위배’라는 위법행위만을 탄핵사유로 규정하여, 탄핵사유적 측면에서는 ‘사법형’에 해당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헌법은 탄핵재판소의 구성을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립하여 심판하여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 (대)법관 뿐만 아니라 그와 동수(同數)로 정치적 책임만을 지는 국회의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제헌헌법의 이와 같은 태도는 ‘정치형’과 ‘사법형’의 절충이라고 볼 수 있으나80) 그 판단 대상이 ‘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인 이상 이를 정치적 배경과 관점으로 판단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존재한다.
세 번째로 주목되는 사항은 권한행사 정지 부분이다. 제헌헌법에는 현행 헌법 제65조 제3항과 같은 권한행사 정지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 그래서 제헌헌법 당시에는 탄핵소추가 이뤄져도(제헌헌법 당시 탄핵소추가 된 자는 없었다), 피소추자는 여전히 직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당연히 ‘탄핵소추’만으로는 ‘권한대행’ 체제가 당연히 발생하는 것도 아니었다. 탄핵재판소법(1950. 2. 21. 법률 제101호로 제정된 것) 제28조는 “탄핵재판소는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언제든지 소추를 받은 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피소추자에 대한 직무정지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법률에 따른 것으로서 탄핵재판소의 결정이 있어야 비로소 그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었고, 이것마저도 실제로 작동한 적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주목되는 사항은 탄핵의 효력에 관한 부분이다. 제헌헌법 제47조 4문은 “탄핵판결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 단, 이에 의하여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규정하여, 탄핵의 효력이 민·형사적 처벌이 아닌 오로지 공직에서의 배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제헌헌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① 탄핵사유가 ‘법 위반’으로 한정되더라도 그 판단권자의 구성을 통해 ‘정치적 성격’을 가미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고, ② 피소추자의 권한행사 정지는 제헌헌법에 규정된 바 없어 헌법에 필수적으로 규정되어야 하는 사항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으며, ③ 우리나라의 탄핵 역시 그 핵심적 효력은 과거 행위에 대한 처벌이 아닌 향후 공직에서의 배제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헌헌법은 1952. 7. 7., 1954. 11. 29. 두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고, 이후 1960. 3. 15. 부정선거와 이로 인한 4·19 혁명을 배경으로 한 제3차 개정이 1960. 6. 15. 이뤄졌다81). 제3차 개정 헌법은 탄핵제도에 대해 몇 가지 변화를 주었는데, 우선 통치구조를 종전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변경함에 따라 탄핵소추의 발의와 의결에도 변화를 주었다. 제3차 개정 헌법 제46조 제2항은 “국회의 탄핵소추는 민의원의원 30인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결의는 양원에서 각각 그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하여, 영국·미국과 같이 탄핵소추의 발의를 민의원(하원)에 권한으로 두되, 그 결의는 민의원과 참의원에서 각자 모두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하였다.
아울러 제3차 개정 헌법은 제83조의3를 통해 헌법재판소를 신설하도록 하였고, 제5호를 통해 종래 탄핵재판소를 폐지하고 탄핵심판의 종국적 결정 권한을 헌법재판소에 두도록 하였다. 제3차 개정 헌법은 헌법재판소를 9인의 심판관으로 구성하도록 하면서(제83조의4 1문), 이들 재판관의 선임권을 대통령, 대법원, 참의원에게 각 3인씩 분배하였는데(제83조의4 2문), 비록 심판관의 자격을 법률유보 사항으로 두었으나(제83조의4 6문), 심판관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고(제83조의4 4문), 위 법률유보에 따라 1961. 4. 17. 법률 제601호로 제정된 헌법재판소법은 제2조 제1항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심판관은 법원조직법 제33조의 규정에 의한 법관의 자격이 있는 자중에서 선임한다.”라고 규정하여, 헌법재판소 심판관 자격을 법관으로 한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제3차 개정 헌법은 현행 헌법 제65조 제3항과 같은 규정을 최초로 규정하였다. 제3차 개정 헌법 제47조 1문은 “탄핵소추의 결의를 받은 자는 탄핵판결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라고 규정하여,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를 탄핵소추의 결의와 동시에 자동으로 정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법률’이 아닌 ‘헌법’에 뒀다. 제3차 개헌 당시 이를 신설한 이유를 명시적으로 밝힌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82) 이에 대한 학계의 논의가 시작된 것도 위 제도 시행 후 상당 시간이 흐른 뒤부터로 보이는데,83) 이후 이뤄진 논의를 보면, 위 규정이 도입된 것은 공직의 권위를 위한 것이라거나,84) 탄핵이라는 사문화된 제도에 조금이라도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들이 있다.85) 그런데 제3차 개정 헌법의 배경이 1960. 3. 15. 부정선거에 있다는 점을 보면, 당시 국회의원들로서는 이와 같은 반헌법적 상황을 입법부의 권한으로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3차 개정 헌법 제47조 1문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심판관들로만 이뤄진 헌법재판소에 탄핵심판권을 부여하도록 한) 제83조의3과 동시에 신설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종래 헌법이 추구하던 탄핵제도에서의 ‘정치적 요소’와 ‘사법적 요소’ 간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도 보인다. 왜냐하면 ① 제3차 개정 헌법 제83조의3 제5호는 종래 탄핵제도에 대한 ‘정치적 요소’의 제거라 볼 수 있는 반면에, ② 제47조 1문은 국회의원의 권한 행사(탄핵소추권의 의결)만으로도 잠정적으로나마 탄핵재판(인용)과 같은 ‘공직에서의 배제’ 효과를 꾀할 수 있어, ‘정치적 요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제3차 개정 헌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① 제3차 개정 헌법은 탄핵심판의 재판권을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심판관들로만 이뤄진 헌법재판소에 두도록 하여, 종래 제도에서 정치적 요소를 제거하고, 사법형으로의 전환을 꾀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② 제47조 1문을 통해 피소추자에 대한 권한행사 정지’을 규정하여, 여전히 ‘정치적 요소’를 온전히 배제하지 아니하였음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제3차 개정 헌법 이후 1961. 4. 17. 헌법재판소법 제정으로 그 설치·운영을 앞두고 있었으나, 바로 다음 달에 이뤄진 5·16 군사쿠데타의 발생으로 무산되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의 군사정부는 1962. 7. 헌법심의위원회를 통해 헌법개정 작업에 착수하였고, 1962. 12. 26. 전부 개정을 한 후 1963. 12. 17. 이를 시행하였다. 제5차 개정 헌법은 헌법재판소를 폐지하고, 탄핵심판위원회를 설치하였다(제62조 제1항). 탄핵심판위원회의 구성은 대법원장 1인, 대법원 판사 3인, 국회의원 5인으로 구성하여(제62조 제2항), 국회의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규정하였는데, 특히 이와 교환적으로 도입된 것으로 보이는 ‘피소추자에 대한 권한행사 정지’도 제61조 제3항을 통해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제헌헌법에서의 탄핵재판소보다 정치적 성격을 강화하였다. 그 밖에 ‘헌법이나 법률 위배’로 규정한 탄핵사유(헌법 제61조 제1항)나 ‘공직 파면에 그치며 민·형사상 책임 면제 불가’라는 탄핵의 효과(헌법 제62조 제4항)는 이전 헌법과 동일하였다.
이처럼 제5차 개정 헌법은 국회의 주도로 탄핵 결정까지 이끌 수 있도록 하여 이전 헌법보다 정치적 성격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위 개정이 5·16 군사쿠데타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보면 의아스럽긴 하나, 5·16 군사쿠데타에 따른 민심 수습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 아래 쉬운 탄핵‘처럼’보이도록 할 필요가 있어 이러한 개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제6차 개정 헌법은 박정희 정권이 장기 집권을 위해 대통령 3선이 가능하도록 개정한 헌법이다. 탄핵에 있어 제6차 개정 헌법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 강화 외에는 제5차 개정 헌법과 동일하다. 제6차 개정 헌법은 제61조 제2항을 통해 “전항의 탄핵소추는 국회의원 30인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의원 50인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요건을 종전보다 강화하였다. 박정희 정권은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민심이 어느 정도 수습되자 제6차 개정 헌법을 통해 대통령 3선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요건 강화로 장기 집권의 본심을 드러낸 것이다.
유신 헌법인 제7차 개정 헌법은 탄핵심판위원회를 폐지하고 과거 헌법재판소와 유사한 헌법위원회를 두어 여기에 탄핵심판권을 두도록 하였다. 아울러 종래 국회의원 30인(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총리 등) 혹은 50인(대통령)만으로도 발의 가능했던 탄핵소추87)는 제7차 개정 헌법을 통해 국회재적의원88) 3분의1 이상(대통령을 제외한 국무총리 등) 혹은 과반수의 발의(대통령)가 필요한 것으로 대폭 강화89)되었는데, 이는 제8차 개정 헌법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현행 헌법은 우리 헌정사에 있어 최초의 여야 합의에 의한 헌법으로서, 종래 헌법위원회를 폐지하고 포괄적인 헌법재판권을 부여한 헌법재판소를 신설하였다.90) 아울러 현행 헌법은 탄핵소추의 발의와 의결 요건, 그리고 탄핵의 효력 등에 있어 종래 헌법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나, 헌법재판소 구성에 있어서는 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으로 제한하여, 탄핵에 있어 ‘정치적 요소’를 덜고 ‘사법적 요소’를 강화하였다. 그래서 현행 헌법에서의 탄핵제도는 우리 헌정사에 있어 가장 강력한 ‘사법적 요소’를 가진 탄핵제도라 할 수 있다.
탄핵제도가 의회의 어머니라 불리는 영국 의회에서부터 출발하였다는 점, 그리고 그 출발이 다수(多數)의 사람으로 구성된 의회가 단수(單數) 혹은 소수(少數)의 사람으로 구성된 왕권을 견제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탄핵제도는 ‘정치적 제도’로서 ‘국가 권력 견제’에 그 본질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대통령제에서의 탄핵제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미국의 헌법사, 특히 연방헌법 제정자들 간에 이뤄진 ‘탄핵사유’[‘부실 행정’(maladministration) 포함여부]와 의회의 탄핵 권한 남용에 관한 논의 등을 보면, 이들 역시 탄핵제도가 본질적으로 ‘정치적 제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정치적 제도’이기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남용 억제 방안(탄핵소추 절차·요건 등)도 탄핵제도의 본질이라 볼 만큼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사항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한민국 임시헌법이나 제헌헌법부터 탄핵사유, 탄핵심판기관의 구성 등에 ‘정치적 요소’를 가미하여 탄핵제도가 본질적으로 ‘정치적 제도’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현행 헌법이 ‘강력한 사법형’으로 탄핵제도를 채택한 것도 어찌 보면 탄핵제도가 ‘정치적 제도’로서 남용의 위험이 크다는 점을 전제하였기 때문에 택한 선택이라 볼 수 있다. 한편, 탄핵(彈劾)이란 한자에 따르면, 탄핵이란 본디 정치적·사회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자에 대한 제재라 할 수 있고, impeachment이란 영문에 따르면, 탄핵이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처벌이라기보다는 앞으로의 직무를 더 이상 하지 못하는 것에 그 핵심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탄핵은 다수자(多數者)로 구성된 의회가 정치적·사회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대상인 소수(少數)(혹은 단수)의 국가권력(행정, 사법) 담당자(지배자)에 대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정치적 제도로서의 본질을 가진다고 할 것이고, 탄핵소추 절차·요건과 같이 그 남용에 대한 통제 역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목적으로 한 삼권분립과 이에 따른 국가권력 간의 균형 요청에 따라 탄핵제도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본질적 사항이라 할 수 있다.
Ⅲ.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의 의미와 법적성질
헌법 제65조 제3항은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란 ① 헌법 제65조 제1항에 규정된 탄핵대상자에 대해 ②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탄핵소추 의결이 이뤄질 경우, ③ 헌법 제111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④ 위 ①의 공직자들이 가진 권한행사가 ⑤ 정지되는 것을 말하는바, 이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로, 그 대상자이다. 헌법 제65조 제3항은 그 대상자로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를 규정하고 있다. 탄핵소추 의결은 헌법 제65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는데, 이는 제1항에 규정된 대상자들을 전제한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소추 의결의 대상자로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을 규정하고 있다.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의 경우 이를 규정한 단일 법률은 없고91). 개별 법률만이 있는데, 이에 따른 공무원으로는 검사(검찰청법 제37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라고 한다) 처장, 차장, 검사(「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4조), 특별검사 및 특별검사보(「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제16조), 경찰청장(「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5조 제5항), 각급선거관리위원회 의원(제9조 제2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6조 제5항),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6조 제5항)이 있다(이하 이들을 통틀어 ‘탄핵대상자’라고 한다).
두 번째로, 그 요건이다. 헌법 제65조 제3항은 제2항에 따른 탄핵소추 의결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대통령의 경우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이 탄핵대상자에 대한 탄핵소추를 발의하고, 국회재적의원 과반수(대통령의 경우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가 이에 찬성하면, 탄핵대상자의 권한행사는 자동으로 정지된다.
세 번째로, ‘권한행사 정지’의 시기(始期)와 종기(終期)이다. 우선, 시기(始期)를 살펴보면, 헌법 제65조 제3항은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를 규정하고 있고,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은 그 의미를 ‘소추의결서가 피소추자에게 송달된 때’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65조 제3항이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의 권한행사 정지의 근거 및 종기(終期)만 규정하고 있을 뿐 그 시기(始期)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서,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을 근거로 ‘권한행사 정지’의 시기를 ‘탄핵소추의결서가 피소추자에게 송달된 때’로 본다.92) 그러나 이와 같은 국회법 규정과 헌법재판소 결정은 헌법 제65조 제3항에 반하는 것이다.93) 왜냐하면, ① 피소추자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국회의 결의만으로도 그 효력이 발생하는데, 헌법 제65조 제3항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외 다른 요건을 요구하고 있지 아니하고, ② 헌정사 측면에서 볼 때, 헌법 제65조 제3항의 도입 취지는 피소추자의 위헌적 직무집행을 국회의 의결만으로도 신속히 배제하고자 하는 데 있으므로,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의 효력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만으로도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실제 발생하는 지점은 국회법 제134조 제2항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시’와 ‘탄핵소추의결서의 피소추자 송달시’의 시간적 간격이 발생할 때이다.94) 그런데 국회법 제134조 제2항과 헌법재판소 판례는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수령 거부와 같은 문제에 있어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따라서 ‘권한행사 정지’의 시기(始期)는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시라고 할 것이고, 이에 반하는 국회법 제134조 제2항과 헌법재판소 판례는 바뀔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종기(終期)를 살펴보면, 헌법 제65조 제3항은 권한행사의 종기(終期)를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법은 정당해산 결정(제59조95))과 달리 탄핵심판 결정이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효력이 있는지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실무는 탄핵심판결정의 효력이 선고 즉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96), 헌법재판소도 ‘선고일’ 기재란에 ‘선고일시’를 표기하여97) 그 구체적 시점을 적시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의 시기(始期)는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시로 볼 수 있고, 종기(始期)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선고일시라 볼 수 있다.
네 번째로, ‘정지’의 대상이다. 헌법 제65조 제3항이 정지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탄핵대상자의 ‘권한행사’이다. 즉, 헌법 제65조 제3항의 정지 대상은 ‘권한’이 아닌 ‘권한행사’이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탄핵소추의결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피소추자의 ‘권한’ 존부나 크기에는 어떠한 영향도 없고, 단지 이를 ‘행사’하는 것만이 제한될 뿐이다.
다섯 번째로, 헌법 제65조 제3항이 규정하고 있는 제한의 형태는 ‘정지’이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탄핵소추의결이 이뤄진 후 탄핵심판이 기각되더라도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 기간 만큼 그 탄핵대상자의 임기나 권한 존속기간이 연장되는 것은 아니다.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라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자동적으로 정지되므로98),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는 제2항에 따른 탄핵소추 의결 헌법적 효과라 볼 수 있다.
한편,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탄핵은 다수자(多數者)로 구성된 의회가 정치적·사회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대상인 소수(少數)(혹은 단수)의 국가권력(행정, 사법) 담당자(지배자)에 대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정치적 제도로서의 본질을 가지는데,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가 이를 갖추고 있는지를 검토하면 아래와 같다.
① 헌법 제65조 제3항의 요건은 제2항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이다. 헌법 제65조 제2항은 ‘국회’가 주체가 되어 ‘국회’와 헌법적으로 구분되는 ‘행정부’ 혹은 ‘사법부’ 소속의 고위 공직자 1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와 그 의결을 규정하고 있다.
② 헌법 제65조 제3항은 ‘권한행사 정지’를 규정하여, 민·형사적 제재가 아닌 장래를 향한 직무 배제만을 규정하고 있다. ‘직무 배제’라는 탄핵의 본질적 측면에서 보면,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는 그 효력 기간만 다를 뿐 제4항에 따른 ‘탄핵결정’과 마찬가지로 피소추자의 ‘직무 배제’라는 효과를 가진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 제65조 제3항이 무죄추정의 원칙과 피소추자의 기본권 침해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있다.99) 그러나 헌법 제65조 제3항의 제재는 ‘형벌’이 아닌 ‘직무 배제’에 불과하므로 무죄추정원칙이 문제될 여지는 없다.100) 탄핵소추 사유가 형벌 위반으로 구성될 경우 달리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101), 헌법 제65조 제3항은 범죄사실 인정이나 유죄판결을 전제로 하여 불이익을 과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에 따른 효과를 규정하는 것이므로, 탄핵소추 사유에 따라 무죄추정원칙의 적용 여부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아울러 피소추자의 기본권침해와 관련하여서도, 탄핵대상자는 자연인이 아닌 헌법상 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지므로, 탄핵대상자가 기본권 주체임을 전제한 위 논의는 타당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탄핵소추절차는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이고,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따라 사인으로서 대통령 개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적법절차원칙에 대하여도 국가기관에 대하여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소추절차에 직접 적용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102)
③ 헌법은 제65조 제1항에서 “…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피소추자의 직무집행에 대한 위헌·위법성 판단의 1차 권한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 제65조 제3항은 그 발동에 있어 (제2항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 아무런 제약도 두고 있지 아니하다. 이처럼 헌법 제65조 제3항의 ‘권한행사 정지’는 국회의 판단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정치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는 ① 행사 주체, ② 행사 객체, ③ 제재 내용, ④ 정치적 성질 측면에서 탄핵으로서의 본질을 갖추고 있으므로, 임시적·잠정적 효력을 가진 탄핵결정의 한 종류라 볼 수 있다.
Ⅳ.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의 문제점 및 그 해결 방안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를 임시적·잠정적 효력을 가진 탄핵결정의 한 종류라 볼 수 있다면, 이것이 불러일으키는 정치적 혼란을 적지 아니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남용에 대한 대책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과 동시에 자동으로 이뤄질뿐더러 여기에 어떠한 개입도 명문으로는 규정하고 있지 않아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헌법 제65조 제3항은 단지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적법한 탄핵소추의 의결’이라거나 ‘제2항의 요건을 충족하는 탄핵소추의 의결’이라는 등의 제한이 없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탄핵소추의 의결이 부적법할 때에도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의 효력이 발생하는지 문제된다.
이는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다.
① 첫 번째로, 헌법 제65조 제2항에 규정된 발의 요건과 의결 정족수에 문제가 있는 경우이다. 물론 단순 계산 오류는 너무나 명백한 흠결이므로 이것이 문제 될 여지는 없다. 그러나 국회재적의원이나 발의·찬성에 관한 국회의원의 숫자를 산정함에 있어 위헌정당해산 결정을 받은 정당 소속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투표에 참가한 경우라든가103), 코로나19 등과 같은 상황으로 대리투표가 허용될 경우104) 적법한 위임이 없는 경우 등과 같이, 그 흠결 존부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가 문제이다.
② 두 번째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105)과 같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이 이뤄졌을 때, 탄핵소추 요건의 적용을 ‘국무총리’에 관한 요건을 적용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대통령’에 관한 요건을 적용하여야 하는지가 불분명하여, 소추 요건의 흠결 여부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다.
③ 세 번째로, 탄핵대상자에 대해 탄핵소추 의결이 이뤄져 권한대행 체제에 있는 상황에서 그 권한대행에 대해 다시 탄핵소추 의결이 이뤄졌으나, 그 권한대행이 헌법 제65조 제1항에 따른 탄핵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을 때와 같이, 탄핵대상자로서의 피소추자 적격 흠결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에 있어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탄핵소추 요건 흠결과 관련한 문제는 이같이 정리될 수 있다.
헌법 제65조 제1항에 따르면,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는 경우는 피소추자의 직무집행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이다(탄핵 인용 요건으로는 그 정도가 ‘중대’할 것이 필요하다106)).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와 같이, 부적절한 탄핵소추를 주도한 정당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107)을 입을 수 있으므로, 터무니없는 탄핵소추 발의·의결이 이뤄지긴 어렵다. 그러나 최근 폭증한 탄핵소추안 등을 보면, 여소야대의 대치 정국 상황에서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야당이 ‘피소추자의 직무집행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경우가 아님’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의결하는 경우를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특히, 탄핵사유인 ‘헌법 위반’의 경우 ‘헌법’이 가진 ‘추상성’ 때문에, 그 위반 역시 상당히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우리 헌법은 탄핵소추의 발의·의결 기관과 탄핵심판 기관을 분리하고, 전자는 국회에, 후자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로 구성된 헌법재판소에 두도록 하여, ‘사법형 탄핵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탄핵결정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는 헌법 제65조 제3항은 그 판단에 있어 헌법재판소의 개입 여지를 완전히 차단하여, ‘정치형 탄핵제도’와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에 있어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탄핵소추 의결의 위법성과 관련한 문제는 이같이 정리될 수 있다.
대통령을 제외한 탄핵대상자에 대한 탄핵은 국회재적의원 3분의 1인 100명108)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인 151명의 찬성으로 이뤄질 수 있다(헌법 제65조 제1항). 따라서 국회의원 151명이 소속된 정당은 대통령을 제외한 그 어떤 탄핵대상자라도 얼마든지 탄핵소추 의결을 할 수 있다.
물론 탄핵은 정치적 제도로서의 본질을 가지므로 이것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느 제도든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될 경우 의회의 당파와 민중 선동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항시 존재한다. 탄핵 역시 이러한 위험이 존재하며, 그 남용 역시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는 사항이다. 그래서 국회(구체적으로는 다수당)의 탄핵소추권 남용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이고, 또 그 존재 자체를 이유로 국회의 탄핵소추권을 부정하거나 극도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용’의 개념이 갖는 모호성 역시 문제이다. 어떠한 내용으로 어느 빈도로 탄핵소추권을 행사하여야 하는지는 당시의 정치 상황이나 직무집행의 위헌·위법성의 조직성이나 범위, 정도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폭증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단 1건만 인용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권 남용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입장109)인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행사되었다거나 남용되었다거나 하는 것은 정치적 제도로서의 탄핵이 가진 본질을 고려하면 이것 자체가 중대한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110)
다만, 이러한 주장은 헌법 제65조 제2항에 국한한 것이다. 헌법 제65조 제3항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탄핵소추가 얼마만큼 부적절하게 이뤄지던 국정 공백이 발생할 여지는 크지 않기 때문이다.111) 패소 판결에 앙심을 품고 판사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사법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러한 청구만으로는 법관의 직무집행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헌법 제65조 제3항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될 여지가 상당한 국회의 탄핵소추권을 문언적으로는 아무런 제한 없이 권한행사 정지의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와 관련한 논의는 ‘대행’이라는 본질에 기초한 논의이므로, 이는 대통령 외 탄핵대상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논의라 생각한다. 권한대행의 행사 범위와 관련한 논의로는 크게 ① 소극적(제한적) 권한행사설과 ② 적극적(무제한적) 권한행사설로 나누어지고, 전자의 견해가 조금 더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112)113) 소극적(제한적) 권한행사설에 따를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권 행사가 거듭될수록 국정 혼란과 공백의 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114) 헌법 제65조 제3항의 이와 같은 문제는 국회(구체적으로는 다수당)의 탄핵소추가 피소추자의 ‘종국적 직무배제’가 아닌 ‘임시적 직무배제’만을 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상시 열어두고 있다. 특히, 피소추자의 임기가 정지 기간만큼 연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소추자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아니한 경우, ‘임시적 직무배제’만으로도 ‘종국적 직무배제’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특정한 기간에 처리되어야 할 직무(기소, 재판 등)는 ‘임시적 직무배제’만으로도 ‘종국적 직무배제’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115)
본 문제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해결은 헌법 개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 제65조 제3항을 삭제하고116), 독일처럼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의한 사후적 권한행사 정지를 도입하자는 견해가 있다117).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적 계엄 사태를 경험한 현시점에서는, 이를 삭제한다거나 원칙과 예외를 뒤바꾸는 식의 개정(예를 들면,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따라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에 온전히 동의하기는 어렵다. 탄핵이란 제도가 소수의 권력자에 의한 헌법침해를 예방하고 이미 침해된 헌법 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데 방점이 있는 제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탄핵소추안이 부적정하더라도 그것이 발의되고 의결까지 된 상황에서는, 해당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를 원칙적으로 자동 정지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탄핵의 이와 같은 기능과 함께 임명권자를 통한 통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헌법의 침해 위험도(혹은 위력)에 따라 그 권한행사 정지 여부를 차등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 사법부의 수장인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118)의 경우 현행과 같이 그 권한행사를 자동으로 정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으나 나머지 탄핵대상자의 경우 그와 달리할 필요가 있다.119)
한편, 헌법 제65조 제3항의 문제는 그 요건인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결의(헌법 제65조 제2항)에 대한 객관적 통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헌법 제65조 제2항에 따른 탄핵소추안 발의·결의의 적정성 문제는,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별개로 ‘권한행사 정지’의 효력만을 저지하는 개별·독립적 요소로 상정하기 어렵다.120) 그래서 위 문제의 해결은 ‘권한행사 정지’에 대한 구제 방안 강구를 통해 간접적으로121) 해결될 것이 필요하며, 구체적 방안으로 가처분122)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헌법 제65조 제3항 ‘탄핵심판’의 범위에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결정’이 포함되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 규정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는 헌법적 효력을 가지므로, 그 정지나 소멸에 관한 규정 역시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헌법 개정 방안으로는, 헌법 제65조 제3항의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를 ‘대통령·헌법재판소장·대법원장’으로 개정하여,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탄핵대상자에 대하여는 헌법이 아닌 법률을 통한 ‘권한행사 정지’가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고, 여전히 그 적용을 받은 탄핵대상자에 대해서는 단서 규정을 신설하여 권한행사 정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는 경우 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 내) 법률 개정 방안 중 상당수 학자들이 언급하고 있는 방안은 가처분 도입이다.123) 권한쟁의심판(제65조)이나 정당해산심판(제75조)과 같은 가처분을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의 탄핵절차의 경우 징계절차의 성격을 갖기에 무죄추정원칙을 고려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부정하는 견해124)가 있다. 그러나 무죄추정원칙과 관계없는 각종 징계나 직위해제에서도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가 허용된다는 점125)에 비추어 보면, 위 주장은 다소 타당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폭증하였던 탄핵소추 건수를 고려하면, 가처분 도입은 필요성은 공감한다. 그러나 가처분 도입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우선, 가처분(주로, 효력정지가처분이 될 것이다) 대상에 관한 문제이다. 헌법 제65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① 헌법 제65조 제3항의 효력을 정지하거나 ② 그 요건인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의결 행위(헌법 제65조 제2항)를 정지할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가처분의 대상을 ① ‘헌법 제65조 제3항의 효력’으로 할 경우, 그 효력을 정지할 수 있는 헌법 규정이 마땅히 없는 현 상황에서는, 이는 하위 법규범인 법률이 상위 법규범인 헌법의 효력을 저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우리 법체계에 통일성을 해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반면, ②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의결 행위’를 가처분의 대상으로 둘 경우, 이는 헌법 규정이 아닌 국회의 개별 행위를 가처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므로, 헌법재판소법 제65조에 따른 가처분(권한쟁의심판에서의 가처분)의 예126)에 비춰 볼 때, 법체계상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경우 가처분 이익이 문제 된다. 헌법재판소는 가처분에 있어 권리보호이익과 같은 가처분 이익을 요구한다.127) 그래서 국회의 위 행위를 가처분 대상으로 둘 경우, 그 가처분은 잠정적으로나마 헌법 제65조 제3항의 요건 결격과 같은 효과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제2항)이란 요건은 그 행위 형태 등에 비추어 볼 때 효력존속요건이 아닌 효력발생요건에 해당하므로, 사후적으로 그 효력을 정지한다고 하여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직무집행 정지’의 효과가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발의·의결 행위’의 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을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직무집행 정지’의 효과가 정지되거나 중단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대상으로 하는 가처분은 권리보호이익을 결할 수밖에 없어 적절한 방안이라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헌법 제65조 제3항의 “탄핵심판”의 개념에 “가처분”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 (위와 같은 가처분 대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인용결정’을 (‘권한행사 정지’의 종료 요건인) ‘탄핵심판이 있을 때’로 보는 것에 대한 문제이다. ‘가처분’을 포함한 가구제의 본질은 권리구제(혹은 법질서 회복)의 ‘잠정성’에 있다. 그런데 헌법 제65조 제3항은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라고 규정하여, 그 정지의 효력 시기를 탄핵심판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달리 정하고 있지는 아니하므로, ‘탄핵심판’이라는 조건성취가 이뤄지면 ‘권한행사 정지’의 효력은 종국적으로 소멸하게 된다. 그래서 헌법 제65조 제3항 ‘탄핵심판’의 범위에 ‘가처분’과 같은 가구제에 따른 결정을 포함하는 것으로 본다면, 그 정지의 효력은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인용’이라는 ‘탄핵심판’의 조건성취와 함께 종국적으로 소멸하므로, 이러한 가구제의 본질인 ‘잠정성’을 잃게 된다. 게다가 헌법 제65조 제3항은 ‘탄핵심판’의 존재 그 자체만을 조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가처분’과 같은 가구제의 결정을 ‘탄핵심판’의 범위에 포함한다면, ‘가처분의 기각결정’의 경우에도 그 조건을 성취한 것으로 보아 ‘권한행사 정지’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통해 가처분과 같은 가구제를 도입하는 것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128)
본 문제 해결에 있어 가구제 도입이 어렵다면, 탄핵심판의 개념을 세분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2조는 권한쟁의심판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세분하고 있는데, 탄핵심판도 그 종류를 세분하여, ① ‘헌법재판소법 제48조 각호의 공무원에 대한 탄핵심판’과 ②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사람의 권한 행사 정지를 중단하는 탄핵심판’으로 나눠보자는 것이다. 헌법 제65조 제3항은 임시적·잠정적 효력을 가진 탄핵결정의 한 종류라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남용 대책으로서 위 ②와 같은 탄핵심판 종류를 두는 것이 현행 법체계에서 불가하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헌법 제65조 제3항은 ‘권한행사 정지’의 중단(혹은 해지) 조건으로 ‘탄핵심판’의 존재만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②의 탄핵심판이 ‘기각’될 경우에도 ‘권한행사 정지’의 효력이 소멸하는지 문제 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가처분 기각 결정 대부분이 본안 결정과 함께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심판 운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위 ②와 같은 탄핵심판을 둘 경우 그 절차와 인용 요건이 문제 될 수 있는데, 개별 사안에 대한 탄력적 대응과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는 청구인의 청구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직권으로도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인용 요건의 경우, 탄핵제도가 헌법 질서 수호를 위한 제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로 인하여 헌법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우려의 존재, ㉯ ‘권한행사 정지’를 ‘중단’할 긴급한 필요성의 존재 정도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의 탄핵소추 발의·의결이 부적법’하거나 ‘탄핵소추안이 명백하게 이유 없는 경우’ 등을 인용 요건으로 고려해 볼 수 있으나, 이는 위 ①과 같은 탄핵심판에서 판단될 사항으로서 양자의 구분을 모호하게 할뿐더러 이것을 요건으로 하는 경우 그 판단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어, 양자를 나누고자 하는 취지를 몰각할 수 있으므로, 그 요건에서 배제함이 타당하다.
물론 이와 같은 방안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권한행사 정지’ 여부를 ‘규정’이 아닌 헌법재판소의 심판 ‘운영’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부분도 그렇고, 무엇보다 탄핵심판의 개념을 다소 무리하게 나눈 것이 그렇다. 그러나 헌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구제의 도입이 어렵다면, 이와 같은 방안도 함께 검토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밖에, 헌법재판소법 개정 방안으로서, ① 정치적 목적의 표적탄핵, 보복탄핵 등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법에 탄핵소추시효를 두는 방안, ②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 자체로 인용가능성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 형사소송법상 공소기각결정과 같은 절차를 두는 방안, ③ 탄핵소추권 오남용이 명백한 경우 관련 심판비용 전액을 탄핵소추안의 발의·결의에 찬성하였던 의원들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129) 등이 있다. 이들 방안은 그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나, 본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특히 ‘공소기각 도입 방안’은 탄핵요건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그 판단의 적시(適時)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따라서 법률 개정 방안으로는 헌법재판소법에 탄핵심판의 종류를 세분하는 규정을 신설하여, ① ‘헌법재판소법 제48조 각호의 공무원에 대한 탄핵심판’과 ②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사람의 권한 행사 정지를 중단하는 탄핵심판’으로 나눌 필요가 있고, 위 ②에 따른 탄핵심판을 통해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를 중단(또는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헌법이나 법률 개정 없이 헌법재판소의 법 해석·적용으로 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제시될 수 있다. 우선,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한 가처분 도입 방안이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탄핵심판 사건(2024헌나2)에서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하였고, 헌법재판소는 이를 ‘각하’가 아닌 ‘기각’ 결정을 하였다.130) 그래서 본 문제에 있어 ‘가처분’ 제도 도입을 긍정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가처분’은 그 적정한 대상을 상정하기 어렵고, ‘가처분’의 본질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따라서 가처분과 같은 가구제의 도입은 법 해석·적용상으로도 다소 어려워 보이는 측면이 있다.
다음으로, ① 판사나 검사에 대한 탄핵은 개별·구체적 사건에 대한 보복성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사건의 직접 이해관계자에 대한 탄핵소추를 금지하는 원칙을 (판례 등을 통해) 세우는 방안, ②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된 소추사유 자체로 인용가능성이 없음이 명백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소법 제40조를 통해 형사소송법상 공소기각결정을 준용하는 방안, ③ 탄핵소추권 오남용의 문제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방안131) 등이 있다. 위 방안들 모두 타당한 측면이 있으나, 위 ②의 방안은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은 적시성 등의 문제가 있고, 나머지 방안은 사람(헌법재판관, 국민)의 의사(意思)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민사소송법 제201조 준용을 통해 중간판결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민사소송에 있어 중간판결이란 그 심급에 있어서 사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완결하는 재판인 종국판결을 하기에 앞서 그 종국판결의 전제가 되는 개개의 쟁점을 미리 정리·판단하여 종국판결을 준비하는 재판이다.132)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헌법 제65조 제3항은 ‘권한행사 정지’의 중단(해지) 요건으로 ‘탄핵심판’의 존재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 그 심판이 중간결정인지 종국결정인지를 묻고 있지 않으므로, ‘중간결정’의 존재만으로도 ‘권한행사 정지’는 중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간결정이 인용133)될 경우에도 ‘권한행사 정지’가 중단될 수 있는지 문제 되는데, 이는 헌법재판소의 구체적 심판 운영134)에 따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방안이 도입될 수 있다면, 헌법재판소는 핵심적 탄핵소추 요건·사유를 제외한 나머지 사항들에 대해서만 중간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핵심적 탄핵소추 요건·사유에 대한 중간결정은 곧 그 자체로 종국결정이 될뿐더러 중간결정에 요구되는 ‘적시성’의 측면에서도 문제 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이와 같은 중간결정을 도입할 경우 적어도 탄핵소추 사유 남발은 줄어들 것이다. 왜냐하면 투망식의 탄핵소추 사유 남발은 헌법재판소의 중간결정의 계기가 되어 피소추자의 ‘권한행사 정지’를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간결정 도입으로 투망식의 탄핵소추 사유가 줄어들게 되면 종국결정 역시 속히 진행될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 등을 통한 가처분 도입이나 대국민 알림 등을 통한 방안은 모두 그 나름의 타당성을 가지고 있으나 현행 법체계나 실효성 측면 등에 있어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물론 민사소송법상 중간판결제도를 도입하는 방안 역시 완벽하지는 않지만, 본 문제의 해결 방안 중 하나로 검토될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법 해석·적용 등의 방안으로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민사소송법 제201조의 중간판결을 도입하여 헌법 제65조 제3항의 ‘권한행사 정지’의 중단(해지) 요건인 ‘탄핵심판이 있을 때’를 성취하는 방안을 제시해 볼 수 있다.
헌법 제65조 제3항에 대한 통제의 문제는 헌법 개정이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다. 과거 1960. 3. 15. 부정선거에서부터 최근 2024. 12. 3. 계엄 사태에 이르기까지 최고 권력자의 만행들을 되살펴 보면, 이들에 대한 ‘권한행사 정지’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따라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삼권분립에 따라 통상의 징계가 불가능한 사법부의 수장인 헌법재판소장, 대법원장 역시 그 범주에 포함할 것이 필요하다. 다만, 그 나머지 탄핵대상자에 대한 자동적 권한행사 정지는 삭제될 필요가 있다. 현행 헌법에서의 대책도 필요하다. 우선, 법률 개정을 통한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을 통해 탄핵심판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가 임시적·잠정적 효력을 가진 탄핵결정의 한 종류라 볼 수 있는 한 이 역시 탄핵심판으로 규율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법 해석·적용을 통한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에 따라 민사소송법 제201조의 중간판결을 도입하는 방안이며, 이를 통해 투망식 탄핵소추안의 방지와 이에 따른 종국결정의 신속화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3항이 가진 문제점을 적절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래 논의와 함께 이와 같은 새로운 방안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Ⅴ. 맺음말
국민의 기본권 보장은 헌법의 존재 이유이자 헌법의 종국적 목적이다. 탄핵제도가 헌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탄핵제도 역시 종국적으로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라 할 것이다. 근·현대 헌법의 근간이 되는 삼권분립 역시 특정 기관의 권한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특히, 행정부와 사법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하여 실질적이고 밀접한 관계가 있는 헌법기관으로서, 이들의 권한행사에 대한 위헌적 침해는 곧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침해로 연결될 수 있다. 따라서 헌법질서 수호와 회복을 위한 탄핵제도가 도리어 국가 기능의 위헌적 중단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와 같은 탄핵제도는 우리 헌법이 예정하고 있는 탄핵제도라 볼 수 없다.
헌법 제65조 제3항은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임시적인 집행력을 기계적으로 부여함으로써 사법부와 행정부 소속 기관들의 권한행사를 자동으로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거 1960. 3. 15. 부정선거를 비롯해 최근 2024. 12. 3. 계엄 사태를 볼 때, 최고 권력기관의 위헌적 권한행사는 시급히 정지될 필요가 있으며, 그 시급성을 구현할 장치로 ‘기계적·자동적 권한행사 정지’를 두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과거 사례나 헌법이 부여한 권한의 크기·내용 등에 비춰 볼 때, 행정부·사법부의 수장이 아닌 나머지 탄핵대상자에 대해서도 권한행사를 정지토록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 그 보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법관과 검사의 경우, 설사 이들의 직무집행이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한 사실이 있더라도, 이는 재판(검사)이나 항소·상고(법관)를 통해 시정될 수 있으므로, 이들의 권한행사를 탄핵소추안 의결과 함께 기계적으로 시급히 정지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도리어 이들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경우, ① 이들이 담당하는 수많은 사건의 지연으로 인하여 해당 사건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들이 겪을 피해는 적지 아니할 것으로 보이고, ② 이들이 담당하는 사건으로부터 사실상 종국적 배제도 초래되어, 그 자체로 부당한 사건개입·재판개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헌법 제65조 제3항의 문제점을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고, 그 해결 방안을 강구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보호를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사항이다.
본 연구에서는 헌법 제65조 제3항의 문제 해결 방안으로 헌법 개정 방안과 법률 개정 방안, 그리고 법 해석·적용의 방안을 제시하였는바, 이는 국가 기능의 위헌적 중단에 따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공백을 최소화 할 방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본 연구를 통해 헌법 제65조 제3항에 따른 ‘권한행사 정지’가 탄핵제도의 종국적 목적인 국민의 기본권 실현과 그 보장을 위한 장치로 거듭나기를 희망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