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사업자가 행하는 모든 형태의 경제적 교환 및 활동을 포괄하는 ‘거래관계’에 대한 광의의 이해는 개별 거래관계의 속성과 현실에 대한 실질적 이해라는 이론·실무적 과제를 남긴다. 이는 특정 거래를 위한 다양한 계약유형과 그 속성에 따라 거래당사자 간 관계 설정뿐만 아니라 당해 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영향 등이 달리 평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속적 속성에 기반한 거래관계의 형성·유지는 당해 거래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종속 내지 의존성을 야기할 수 있음은 물론 거래당사자 간 계약을 통해 경쟁 기회 자체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 거래관계에 비추어 보다 주의 깊은 접근이 요구된다.
위와 같은 속성이 해당 거래의 본질로 여겨지는 유형으로 가맹거래와 대리점거래가 어렵지 않게 떠올려지며, 이들 거래유형을 이른바 갑을관계라는 구조에 포섭하여 거래공정화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는 그 거래상 공통된 속성의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실제로 법 해석·적용을 넘어 입법론에 있어서도 양 거래유형의 이론·실무적 비교는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점 역시 그와 같은 인식의 공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글에서 주목한 대리점거래는 가맹거래와 구분되는 일정한 차이를 보이면서 그 자체가 하나의 독자적 거래유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편, 대리점거래의 경우 세부적으로는 전속과 비전속거래로 구분이 가능하나, 이때의 구분이 관련 법령상 명확한 근거에 기반한 것은 아니며 실제 거래에서 엄격한 경계를 도출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다만, 이러한 구분에 대한 현실적 요구가 양 자의 보호 필요성 내지 방법에 있어 일정한 차이를 두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에 따른 것임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2023년 하반기 이후 국회와 언론 등을 통해 대리점의 안정적 거래기간 확보 및 대리점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어 왔다. 이와 같은 요구는 아디다스코리아 본사 측이 국내 사업 구조조정을 명목으로 추진한 ‘퓨처 파트너’(Future partner)정책을 추진하면서 판매점주의 온라인 판매권을 박탈하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해 촉발된 이른바 ‘아디다스 사태’가 주된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1) 물론 동 사안의 경우 본사와 점주협의회가 계약갱신·인기 상품 제공 등에 관한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신고인이 당해 신고를 취하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조사가 중단되면서 일단락되기는 하였으나,2) 전속대리점 보호의 필요성과 그 구체적 방안에 관한 본격적 논의의 단초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이하에서는 일반론으로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리점법’) 제·개정의 지향과 현재까지의 진전을 살피고 법개정에 대한 지속적 요구(Ⅱ)를 먼저 제시하고자 한다. 이어 규제·보호범위를 고려한 대리점거래 개념에 대한 포괄적 설정의 불가피성을 밝히는 동시에 유통단계에서의 중요성(Ⅲ)을 재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전속대리점의 개념과 속성을 고려한 보호 필요성(Ⅳ)과 입법정책적 대응 방향을 제언(Ⅴ)하고자 한다.
Ⅱ. 대리점법 제·개정의 지향과 지속적 개정 요구
대리점법은 거래관계의 일반법으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을 통한 대리점거래 관계 규율의 한계를 극복하고 공급업자(본사)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실질적으로 규제하며 대리점거래의 공정성을 보장하고자 제정되었으며,3) 그 제정을 둘러싼 상반된 평가와 기대에도 불구하고4) 우리나라의 특유한 거래현실에 그 배경을 둔5) 대리점거래에 있어 경쟁당국의 핵심적 규제 수단이자 분쟁해결의 기준으로 기능해 오고 있다. 다만 입법과정에서 대리점주들의 요구사항이었던 단체결성권이나 단체교섭권, 계약갱신요구권 등은 제정 법률에 반영되지 않았으며, 징벌적 손해배상안은 3배 배상소송으로 변경되어 최종 편입된 바 있다.6) 그러한 까닭에 공급업자에 비해 취약한 교섭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개별대리점은 독자적이고 대등한 협상의 제도적 토대 마련을 위한 단체구성권과 단체협의요구권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7)
실제 대리점들이 느끼는 어려움이 주로 계약해지나 계약갱신거절과 같은 계속적 거래관계의 종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지 않아 공급업자 측의 부당한 거래요구를 뿌리치기 어렵다는 호소는 앞서의 주장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한편, 비록 다른 공정화법에 따른 특정 행위에 관한 것이기는 하나 징벌적 손해배상8) 한도를 상향하여9) 법 위반행위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일련의 시도 역시 향후 대리점법 개정을 둘러싼 논의에서 주요하게 고려될 여지가 있다.10)
이에 공정위는 ‘대리점주 지위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 및 불공정관행 감시 강화’를 2025년 주요 업무 중 하나로 정하고, 이를 위해 사업자단체 구성권 보장을 통해 대리점주의 협상력을 제고하고, 대리점거래 계약해지 시 반드시 사전 통지하도록 하는 등 관련 절차를 엄격히 하는 대리점법 개정 추진을 밝힌 바 있다.11) 이처럼 개별 정책에 대한 상반된 시각과 평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대리점의 협상력 제고와 안정적 거래 기반 확보’라는 대리점법·정책 추진의 일관된 지향 아래 이루어진 법개정 수요에 대한 꾸준한 대응 자체에 대하여는 긍정적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대리점법 제·개정과 관련하여12)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동법의 경우 대리점거래에 만연해 있던 공급업자의 불공정행위들이 남양유업 사태로 정치·사회적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급속하게 입법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한 이유로 입법 당시부터 대리점거래에 대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 자체는 물론 그 실효성, 법제적 정합성에 관한 논의가 있어 왔으며,13)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력이나 힘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다른 법률, 예컨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거래법’)이나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 또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등 다른 거래공정화 법률과 비교해 볼 때 전속적 형태의 대리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평가도 있어 왔다.14)
한편 대리점거래의 경우 거래형태나 방식이 상대적으로 다양하지만 그와 같은 거래현실이 법·정책적으로 적절히 반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전속대리점의 경우에는 공급업자와 대리점의 관계가 상당히 긴밀하고 수직적·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비롯되는 지위의 구조적 격차가 강화 내지 고착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속대리점과 별다른 차이 없이 규율되어 왔다. 이에 거래공정화의 관점에서 대리점거래 전반에서 대리점주의 거래상 지위 제고를 고려하는 동시에 업종별 혹은 유형별 거래실태와 속성을 반영하여 차별화된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관하여도 입법적 고민이 요구된다.
아울러 거래공정화법의 공통적 문제의식으로서 거래당사자 간 거래상 지위에 따른 교섭력 차이를 법제도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는 정부정책 방향이 분명해진 상황15) 역시 대리법 개정의 중요한 동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16)
Ⅲ. 대리점거래의 포괄적 개념 범위와 유통단계에서의 중요성
대리점법 제2조 제1호는 “대리점거래란 공급업자와 대리점 사이에 상품 또는 용역의 재판매 또는 위탁판매를 위하여 행하여지는 거래로서 일정 기간 지속되는 계약을 체결하여 반복적으로 행하여지는 거래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라 ‘재판매 또는 위탁매매를 위해’ ‘일정 기간 지속되는 계약’, 반복적 거래 등 유통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거래적 특성을 모두 포섭하게 됨으로써 대리점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그 법적 성격은 가맹점과 대리상, 중개인, 위탁매매인 등 다양한 개념까지도 포괄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17)
이렇듯 법령상 포괄적 개념이 사용된 것은18) 대리점거래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어떤 한 유형을 특정하여 개념을 정립하기보다 법적 보호가 필요한 대부분의 대리점유형을 망라하기 위한 태도로 보인다. 한편, 이와 같은 상대적으로 넓게 설정된 대리점법의 적용범위로 인한 법해석·적용상 양면적 효과의 예상이 가능해진다. 먼저 이로 인해 경쟁당국은 향후 규제가 실질적으로 필요한 거래유형을 선별하여 더 높은 예측가능성과 법적안정성을 확보하고, 규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과제에 직면할 수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와 같은 개념정의를 통해 일회적·단발적 거래를 제외한 가맹사업법이나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하기 어려운 대리점업 전반에 대한 규제·보호 가능성을 담보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편 동 조 제3호에 적용제외 사유를 규정하면서 가맹사업거래와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를 제외하고 있고,19) 공급업자가 중소기업에 해당하거나 대리점이 중소기업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동법의 적용을 제외하며, 상품시장 및 유통시장의 구조, 공급업자와 대리점 간의 사업능력의 격차, 대리점의 공급업자에 대한 거래의존도, 거래 대상이 되는 상품 또는 용역의 특성을 고려하여 공급업자가 대리점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대리점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처럼 법상 명시적 적용제외 사유에도 불구하고 규제대상이 되는 거래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유통산업의 구조, 거래관계의 법적 성격, 거래관행과 유형 등을 면밀히 살펴 실질적으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한 대리점거래를 구분함으로써 규제와 보호의 대상범위와 경계의 설정이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비전속 내지 혼합대리점과 전속대리점을 구분하는 거래상 표지나 특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파악의 선행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행 대리점법상으로는 비전속과 전속대리점 간 개념 구분이나 보호 수준의 차이는 없으나, 규제의 실효성 측면에서 가맹사업에 준할 정도의 거래종속성이 인정될 수 있는 전속대리점의 경우 현행 법령상 보호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거래현실상 공급업자와의 거래관계의 계속성과 거래의존도(종속성)면에서20) 비전속대리점과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대리점법상 관련 규정 개정을 통한 제도적 개선이 고려될 수 있다.
주지한 바와 같이 대리점이라는 용어는 주로 ‘상품의 공급업자가 상품판매활동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특정 사업자에게 자신의 상품을 계속적으로 공급하고, 이 판매업자의 판매활동을 통해 상품의 판로를 확보하는 거래유형’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이들은 주로 총판대리점, 특약점, 판매점, 양판점 등 상품 및 시장상황에 따라 다양한 명칭과 형태를 가지고 유통단계에서 활동하고 있다.21) 과거 공정위 심결에 따르면, 대리점을 유통구조상 다양한 형태의 판매방식 중 하나로 파악하면서 대리점을 도매상 내지 소매상과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고,22) 공급업자와의 독립성을 기준으로 직영점과 대리점을 대비되는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을 뿐23) 특별히 대리점거래를 명확하게 정의하거나 구분하고 있지 않다.
실제로도 대리점은 거의 모든 산업영역의 유통단계에 존재하고 있으면서24) 그 거래형태나 영업 방식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디지털경제로의 급격한 전환에 따라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일상화되는 동시에 온라인 판매 등 유통방식이 다양화·세분화됨에25) 따라 기존의 전통적 방식으로 구분될 수 있는 오프라인 중심의 대리점업계의 성장은 다소 정체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점은 여전히 제조업자가 생산한 상품의 판매와 유통에서 핵심적인 판매 창구로서 역할하고 있고, 온라인 판매방식의 성장에 따라 그 비중이 다소 조정될 수는 있으나 자동차나 석유 제품 등 상품의 특성상 오프라인에서 대면거래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상품 역시 많기 때문에 대리점거래 방식의 판매가 유통단계에서 갖는 중요성은 쉽게 저평가되기 어려울 것이다.26)
이러한 평가는, 안정적 유통망 구축이라는 공통의 과제에 직면하게 되는 공급업자의 관점에서 전속적 속성이 강한 대리점의 유지·확장이 당해 과제 해결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해진다. 또한 이는 공급업자의 안정적 매출과 경쟁우위 확보 등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비전속에 비해 그 거래관계 유지의 충분한 유인이 제공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27)
Ⅳ. 전속대리점의 개념적 이해와 속성
통상적으로 전속(專屬)대리점이란 하나의 공급업자(본사)와 계약을 체결하여 그 공급업자의 상품만을 판매하는 대리점을 의미하며,28) 이러한 맥락에서 제조업자가 판매업자에 대해 자기의 제품만을 본사의 상호를 사용해서 판매하도록 하는 대리점의 일종을 전매점(專買店)이라고도 한다.29)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리점법은 전속대리점과 일반대리점(비전속대리점 혹은 혼합대리점), 직영대리점 등을 구분하고 있지는 않으나,30) 제조업자가 직접 구축한 판매점인 직영점과는 달리 전속대리점은 독립된 사업자가 자신의 사업으로 특정 공급업자와 상품공급에 관해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소매상이나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방식의 거래를 행하는 사업자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일반대리점이 여러 공급업자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복수의 상품을 취급·판매하는 것과는 대비된다.31)
이처럼 비전속대리점은 하나의 공급업자 혹은 특정 사업자의 상품만을 취급하는 전속대리점과 달리 여러 공급업자로부터 상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대리점을 말하는 것으로, 그 거래방식과 형태로부터 세부적 구분을 위한 일정한 기준 도출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한 양태를 보인다.
비전속대리점의 경우 복수의 거래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에서 특정 공급업자가 설령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더라도 그 지위를 이용해 자신에게만 유리한 거래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거래상대방이 지게 되는 사업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 말하자면 복수의 사업자로부터 상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특정 공급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가 문제되어 거래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지라도 사업상 위험의 크기나 강도, 위험 회피 가능성 등의 차원에서 전속대리점과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만큼, 어느 정도의 사업 유지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혼합판매점의 경우에도 자신이 다루는 상품들 중 특정 공급업자가 차지하는 상품의 사업상 중요도나 비중이 월등하거나 그 공급업자에게 거래가 편중되어 있다면 전속대리점과 유사한 거래상 위험에 노출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전속대리점에 비해 거래종속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에서 현행 대리점법을 유지하더라도 규제범위 포섭에 있어 흠결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주지한 바와 같이 전속대리점은 하나의 사업자와 판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사업자의 상품만을 다루기로 하는 거래유형으로, 다른 상품 또는 경쟁사업자의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이 체결된다는 점에서 업종별 특성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전속계약상 배타성 또는 구속성이 공통적으로 내재될 수밖에 없다.32) 이러한 속성상 이유로 전속대리점거래는 공급업자가 자신의 유통망에 대한 통제가능성을 토대로 자신의 상품 판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거래방식으로 활용된다. 이때 업종별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공급업자가 대리점에 대해 판매전략, 광고, 자금지원, 경영지도 등 대리점운영 전반에 직·간접적 지원 및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유지함으로써 그 관계가 혼합대리점에 비하여 상당히 밀착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물론 당사자 상호가 부담하는 계약상 의무의 내용은 대리점계약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정되겠지만, 일반적으로 배타성이 부여되는 계약의 경우 기본적으로 계약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한되며, 상대방에게 구속되는 속성이 있다. 더욱이 계약의 배타성이 전속대리점에게만 일방적으로 부과된다면 교섭력의 차이에 따른 불균형을 시정해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인정될 여지는 있다. 이와 관련하여 “권력-의존이론(power-dependence theory)의 관점에 따르면, 상대방의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력인 교섭력은 자원에 대한 의존성으로 유발된다. 기업 간 관계에서 특정 거래기업에 대한 의존은 교환파트너로부터 받는 가치와 교환파트너의 대체불가능성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교섭지위의 상실은 거래상대방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권력 즉, 통제가능성 상실을 의미한다”는 ‘교섭상황과 상호의존도’의 관계 등에 대한 실증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33)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속대리점의 경우 거래조건 등에 관한 교섭 여지가 인정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브랜드를 상징하는 영업표지, 판매에 필요한 유무형의 설비를 갖추는 등 전속적 관계에서 비롯된 비용의 부담이 불가피하다. 한편, 이러한 거래관계 형성을 위해 전속대리점이 투입한 비용의 회수를 위해 일정 기간 계속적 거래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는 데다가 계약기간 중 거래처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교섭력의 차이가 명확히 노정되며 공급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악순환의 상황까지 발생될 여지가 있다.
요컨대 계속적 거래관계 유지를 위해 거래당사자가 투입하는 자본과 설비, 인력, 기술 등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이상 공급업자가 부당한 요구나 거래조건을 제시할지라도 이를 거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고, 거래처 전환 가능성이 극히 제한됨은 물론 정작 공급업자는 온라인상 동일 상품을 판매함으로써 거래관계에 있는 대리점과 경쟁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면서 대리점의 온라인 판매 가능성을 제한하는 경우34) 역시 존재하기 때문에 기존 거래관계에 고착되는 동시에 부당한 경쟁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35)
전속대리점 보호필요성 논의에 앞서 “거래상 지위남용을 금지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현실 거래관계 속의 경제력, 교섭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여 상대적 지배력을 보유하게 된 사업자와 그렇지 못한 거래상대방 사업자 사이에 대등한 지위를 확보해 줌으로써 당사자들이 속한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환경을 조성하려는 데에 있다”는36) 대리점거래의 종속성에서 비롯된 불공정한 거래관행 해결이라는 거래상 지위남용 규제의 함의에 대한 지적은 전속대리점을 넘어 대리점거래 전반에 관한 법·정책 대응 방향 마련의 기초가 되어야 함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에 거래현실에서 전속대리점과 여타 대리점 간에 공급업자와의 거래의존도 차이에서 비롯되는 보호의 필요성 및 요구되는 보호 수준이 상이하다고 판단되면 지금과 같은 일률적 보호·규제방식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또한 전속대리점의 거래 실질이 가맹사업과 유사할 정도의 종속성 내지 의존성을 넘어 배타성을 띠거나 당사자 간 거래충성도, 협력과 신뢰관계 형성의 면에서 일반대리점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 실효성 있는 규제를 위해 전속대리점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방안 마련이 고려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보호 요구에 대한 법·정책 대응의 초점이 전속대리점에만 맞춰질 것인지, 아니면 전속 및 비전속의 경계와 무관하게 대리점법상 적용대상 전반에 대한 보호수준 상향과 방식 개선으로 이루어질 것인지 등에 관하여는 경쟁당국의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이러한 고민 과정에서 보호·규제방식의 변화가 특정 유형에만 유·불리한 결과를 야기할 경우 공급업자가 대리점유통의 비중 자체를 전략적으로 축소, 비전속 내지 직영 중심으로 거래방식을 전환하거나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등 다른 형태의 유통채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할 가능성이 있고,37) 규제강화로 인해 오히려 대리점주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는 만큼 법·정책적 개선 방안의 고려에 있어 이러한 반사적 효과를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Ⅴ. 나가며 : 전속대리점 보호를 위한 입법 방향 제언
제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대리점법 개정안은 총 10건(2025.12.30. 기준)으로, 전속대리점에 초점을 맞추어 그 보호 방안을 담고 있는 법안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전속과 비전속 구분과 무관하게 대리점 보호를 위한 개선방안이 제시된 바 있으며, 그 대표적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개별대리점의 경우 공급업자와의 현격한 거래상 지위 차이로 공급업자의 일방적 계약조건 변경 등 거래조건상 불이익을 받더라도 사실상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거래현실을 고려해, 대리점이 공급업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공동대응할 수 있도록 하여 대리점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자단체구성권’을 명문화하고,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가입·활동을 이유로 공급업자가 대리점에게 계약 해지, 공급 중단 등과 같은 불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38) 또한 위와 같은 단체구성권에 더하여 공급업자와 대리점간 거래에서의 동등한 지위를 보장하고 대리점사업자들의 생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계약해지의 제한’, ‘대리점단체의 교섭권 보장’ 등을 규정한 법안 역시 발의된 상황이다.39)
앞서 법률안에 마련된 제도 중 ‘대리점단체구성권’ 도입에 관한 공급업자와 대리점의 입장을 보여주는 공정위 대리점거래 실태조사 결과 역시 입법 방향 설정에 있어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2025년 조사결과에 의하면 업종에 따라서 당해 사업자단체 구성 여부에 일정한 차이를 보이기는 하나 조사대상 공급업자 17.5%, 대리점 20.8%만이 현재 동일한 공급업자에 대한 대리점사업자단체가 구성되어 있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대리점단체구성권의 도입 여부에 관한 설문결과 공급업자와 대리점 각각 47.3%와 66.9%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업자는 찬성 이유로 상생협력에 도움(87.6%), 시장현황 파악 용이(26.1%), 대리점별 개별협상에 따른 부담 완화(19.5%)를 든 반면, 대리점의 경우 공급업자 불공정거래행위 시정(59.8% - 전년 대비 +20.1%), 건의사항 전달(56.8%), 공급업자와 거래조건 협상 용이(40.6%)를 이유로 꼽아 제도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를 두고 상이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40)
한편, 이번 조사결과에서 주목한 만한 점은 대리점의 경우 2024년 대비 단체구성권 도입 찬성비율이 17%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41) 제도 도입 필요성에 대한 대리점들의 공감 수준이 제고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입법적 결론에 이르기 위한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할 점 중 하나가 그 입법 가능성이다. 특히, 입장을 달리하는 양 당사자를 둔 법률안이라면 입법하고자 하는 여러 사항들 중 양 당사자간 이해의 간극이 상대적으로 좁거나, 합의점 도출이 용이한 사항을 우선 반영하는 방식이 고려될 수 있다. 따라서 전속과 비전속대리점 모두에서 요구되는 보호방안들 중 대리점의 요구와 공급업자의 수용 가능 범위가 교차되는 부분에 놓인 사항을 구분하여 먼저 입법하고,42) 나머지 사항들은 추가 논의를 통한 단계적 입법 추진은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전속대리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법령에 반영하고자 한다면, 전속과 비전속을 구분하는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기준 도출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을 위한 엄격한 기준을 정하기란 쉽지 않음은 물론 정의조항의 개정 등을 전제할 경우 법령 전반의 변화를 수반할 수 있는 만큼43) 신중한 방법론적 접근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속대리점에 대한 별도의 보호 수단·기준을 법제화하고자 한다면, 계약적·실질적 측면에서 양자를 구분할 수 있는 개념적 표지를 두고, 그 보호에 있어 상대적 차이를 인정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부분을 한정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미 제출된 법안의 내용을 고려해 배타성·종속성 강화에 따른 교섭력 불균형의 심화를 개선하고 전속대리점 운영의 안정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단체구성권의 도입, 계약갱신요구권의 행사 기간 및 계약해지를 위한 유예기간 설정 등에 관한 규정의 우선적 입법을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된 거래공정화 관련 다양한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법·정책적 방안 마련의 출발점으로 제시되는 것이 이른바 ‘을’의 단체적 권리 도입 논의이며, 대리점법 또한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는 수직적·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발생해 고착화된 구조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함으로써 개별대리점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거래당사자 간 지위의 불균형 상태를 완화하여44) 협상 개시 자체가 어렵다고 인식되던 종래의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대리점의 기대와 맞닿아 있다.
이렇듯 단체적 권리 부여는 거래구조적 관점에서 공정한 거래기반 마련을 위한 근본적 접근으로,45) 공급업자에 대응해 대리점이 집단적으로 자신의 권리 보호에 나설 수 있는 제도적 경로 마련이라는 함의를 가진다. 공정위가 2025년 대리점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 후속조치로 밝힌 대리점법상 단체구성권을 보장하는 제도 마련을 통한 대리점주들의 협상력과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응력 강화 계획은46) 앞서 지적한 제도적 함의에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방식과 거래형태가 다양하고, 복수의 영업표지를 사용하거나 복수의 공급업자와 거래하는 일반대리점 등이 상당수 존재하는 대리점거래 분야의 상황에 비추어, 단체구성권 도입 여부를 넘어 그 거래현실에 대한 고려없이 협의요청권을 동시에 일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리점단체구성권과 협의요청권의 단계적 도입을 전제한 입법논의가 동 제도 도입에 따른 부침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대리점거래에 보다 적합한 제도 설계의 기회를 얻는 방식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나아가 전속과 비전속의 구분이 전제되는 경우라면, 전속대리점에 대한 단체구성권 인정을 우선 고려하는 방안 역시 고민해 볼만 하다.
한편, 대리점법에 단체구성권을 앞서 도입할 경우에도 대리점단체의 구성·가입·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을 주거나 단체에 가입 또는 가입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대리점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는 규정이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론적 관점에서 단체가 구성되고 거래조건 협의 등 그 단체의 활동까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만 공급업자와의 거래관계에서 유효적절한 대응 가능성, 즉 실질적 협상력이 담보될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는 단체구성권과 협의요청권이 상호 유기적으로 기능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장과 사회적 상황 및 그 시점의 포착도 중요할 수 있다.47)
다만, 대리점단체구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더라도 당해 단체의 조직, 구성을 불문하고 대리점단체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로서 그 활동 내용과 방식에 따라서는 부당한 공동행위 등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규제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계속적 계약관계에 있는 거래당사자 모두는 자신의 이익실현 여부와 규모 등이 계약기간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도, 일부 업종의 경우 계약기간 유지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게 나타나는 현실에서48) 일방당사자의 거래의존도와 상대방 계약해지권의 위력은 정의관계에 놓일 수 있는데, 종속성이 강한 전속대리점의 경우 투하자본의 회수와 이익실현의 기대가 계약기간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계약의 종료로 인한 거래관계의 해소는 특히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계약의 종료는 공급업자로 하여금 경영효율성 제고의 수단으로서 불성실한 거래상대방을 퇴출하여 경영합리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당사자 간 상호 이해관계의 변화에 따라 기존 거래관계를 원만하게 해소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점에서 거래합리성 실현의 방안이 되기도 한다. 다만 계약해지나 계약종료행위가 일방당사자의 강요나 억압의 수단으로 부당하게 활용되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리점거래 계약서에 ‘계약해지의 사유 및 계약해지 절차에 관한 사항’을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대리점법 제5조 제1항 제6호은 비교적 낮은 수준의 규율로 보이며, 공급업자가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계약기간을 단기로 설정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부당한 계약종료 및 해지 등 공급업자의 계약해지권 행사에 따른 대리점의 손해 발생을 예방하기에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에 대리점법상 계약해지제한 규정 마련 시49) 사전예고기간 및 통지 횟수 등을 명시하되50) 대리점거래실태를 반영하여 그에 적합한 해지사유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공급업자와 대리점의 협상력 차이는 계약갱신 여부에 대한 공급업자의 일방적 결정에 크게 기여하므로 대리점주의 영업권 보장을 위한 일정 기간의 계약갱신요구권 보장이 고려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계약갱신 주기를 1년으로 정하는 등 그 자체가 상당히 짧거나 이를 정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51) 당해 대리점거래를 위해 특유한 전속적 설비 등을 구비하고, 특정 공급업자와의 거래관계가 대리점 매출액의 전부 혹은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거래의존도와 종속성이 상당하거나 장기간 계속적 거래관계에 있었던 경우 계약갱신요구권 보장 요구가 클 수 있다.
이처럼 공급업자의 계약갱신 거절에 따라 대리점이 부담해야 할 거래상 위험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음을 유념한다면, 설령 정당한 이유로 계약을 종료하게 되더라도 대리점주가 기존의 사업을 정리하거나 거래관계를 해소하는 데 요구되는 일정 기간의 보장은 불가피하다. 다만, 이 경우 가맹사업법 제13조 등 계약갱신 규정이 참고될 수 있으나,52) 대리점거래의 본질적 속성이 반영된53) 정당한 사유와 구체적 기간 등을 신중하게 도출하는 과정은 필수적일 것이다.54)
이러한 맥락에서 대리점이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연한 이내에 이를 행사하는 경우 공급업자는 원칙적으로 이를 수용하여야 하고, 법정해지사유나 이에 준하는 사유 등 예외적으로 당사자 간 계약관계 유지가 불가능한 사항이 있거나 그 행사 연한이 만료된 경우에는 이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