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정당정치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당은 아직도 자기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해서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정당의 체질과 운영은 어느 나라보다도 비민주적이고 비능률적이라는 현실적 맹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은 해방과 동시에 미·소 양국의 분할 점령에 의해서 양분된 한반도는 냉전체제의 성립과 더불어 단정(單政)수립을 보게 되었다. 제1공화국의 성립은 국내의 정치세력 간의 공정한 정치적 경쟁에 의해서 수립되기보다는 좌우의 이념적 대립으로 말미암은 정치적 혼란과 미군정이라는 외압의 영향으로 수립됨으로써 이후 정당정치의 건전한 토양이 마련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또한 우리나라 정당들이 당내의 민주적 조직,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근대적 의미에서의 공당(公黨)의 성격보다는, 인물을 중심으로 형성된 파당(派黨)적 성격이 강하여 각 정당의 주요관심사 역시 정책과 노선을 기조로 한 정치적 경쟁보다는, 여당의 경우에는 권력승계를 위한 파당 경쟁에, 야당의 경우에는 야당내의 지도체제를 계승하기 위한 파당 경쟁에 몰입하였던 것에서 기인한 것이라 하겠다. 물론 야당의 경우 권위주의적 정권의 타도를 위해 노선과 인맥을 벗어난 연합전선을 구축한 실례도 있었으나 이 또한 파벌적 성격으로 오래가지 못했고 야당의 파당적 정쟁으로 말미암은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물리적 힘에 의한 정권교체를 가능케 한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1)
현대 대의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정당은 시민의 정치적 의사를 집약하고 조직화하여 국가의사결정 과정에 투입하는 필수적인 ‘민주주의의 중추’ 역할을 수행한다. 우리 헌법 제8조는 이러한 정당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헌법적 가치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헌법적 선언에도 불구하고, 실무적인 정당 운영의 근거가 되는 현행 정당법은 정당의 성립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거대양당 중심의 과점 체제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하고 3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르며 지방분권이 시대적 화두로 부상했음에도, 정작 지역의 특수한 현안과 주민의 이익을 밀착해서 대변해야 할 지역정당의 존재는 정당법상 ‘수도 소재 중앙당’ 및 ‘5개 이상의 시·도당 확보’ 요건에 가로막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이는 지역정치를 중앙정치의 하부 단위로 종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지방의원이 지역주민보다 중앙당 공천권자의 의사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드는 구조적 모순을 낳았다.2)
이러한 관점에서 지방자치의 헌법적 보장, 정치적 결사의 자유의 확대 해석, 그리고 정치적 대표성의 다원화 요구는 지역정당 금지에 대한 헌법적 재검토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지방소멸과 중앙정치의 폐쇄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역정당은 단순한 지역이기주의의 표현이 아니라, 헌법상 지방자치와 민주주의의 실질화를 위한 제도적 대안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먼저 헌법상 정당설립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고찰하고, 지역정당의 개념을 정의한다. 이어 현행 정당법상 중앙당 및 시·도당 요건이 헌법적 원칙에 부합하는지 분석한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새로운 헌법 해석의 가능성을 타진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정당이 활성화된 국가들을 소개하여 지역정당 도입의 필요성 및 구체적인 법적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정당의 자유와 지역정당의 개념
정당은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하고 공직선거의 후보자를 추천 또는 지지함으로써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 조직이다. 민주주의는 국가의 최고 의사결정권인 주권이 특정 개인이 아닌 모든 구성원에게 귀속된다는 원칙 아래, 이를 현실 정치에서 실현하는 통치 체제이다.3) 민주적 정치체계에 있어 정당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정권을 담당하기도 하며, 반대로 지지를 얻지 못한 때에는 야당으로 남아 여당과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정당은 유권자인 시민들이 정부에 대해 요구하는 바를 집약시켜 정책결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대의민주주의에서 정당은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여 많은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운동을 한다.
헌법 제8조는 정당설립의 자유와 복수정당제를 보장하면서도, 정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여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정당을 단순한 사적 결사체가 아니라,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형성·집약하여 국가의사결정에 연결하는 중개자로서 파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4) 정당설립의 자유는 시민이 정치적 결사체를 조직하여 국가의사 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기본권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정당의 자유를 “정당을 설립할 자유, 정당에 가입하고 활동할 자유, 그리고 정당의 조직 형태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자유”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권리로 해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정당을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필수적 제도로 이해하면서, 정당제도의 존립과 기능이 헌법질서 유지에 핵심적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왔다.5)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조직의 자유’이다. 정당이 전국적인 규모를 갖출 것인지, 혹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가치에 집중할 것인지는 정당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져야 한다. 국가가 법률을 통해 정당의 조직 규모나 사무소의 위치를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정당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 따라서 정당법상 설립 요건은 정당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규제되어야 한다는 헌법적 한계를 지닌다.
정당의 성격은 정치적 결사체이자,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사적·공적 성격을 동시에 지닌 조직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정당의 성격은 이중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개개인이 모여서 구성하니 사적 결사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동시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해야 하고, 정당법의 통제를 받는다. 또한 정당은 헌법에 의해 구성된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는 중개적 기관으로, 구성원은 공무원이 아니고 운영자금을 국가가 전부 부담하지도 않는다. 정당은 국가기관이 아니므로 권한쟁의심판의 청구능력은 없으나 헌법소원심판 청구능력은 인정되며, 등록취소된 정당도 헌법소원심판 청구능력이 인정된다. 정당은 정권획득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이익단체와 구별된다. 이처럼 정당은 사적 결사로서의 자유로움과 동시에, 정권획득과 국가 운영에 참여하는 공적 기능을 모두 갖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6)
정당의 기초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당원의 조직화된 참여가 이루어진 지구당 혹은 지방정당이라는 단위에서 시작하고, 이런 단위들이 정당의 구성단위가 되어 전국적 정당조직(전국정당)을 형성하게 되었다.7) 한편, 정당의 다른 유형으로 지역정당이 있는데, 여기서 지역정당(Local Party)이란 국가 전체가 아닌 특정 지역(광역시·도 또는 기초지자체)을 활동 범위로 설정하고, 해당 지역의 현안과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지역 정체성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정당을 의미한다. 여기서 지역정당은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것을 1차적 목적으로 하고, 해당 지역의 문제에 관하여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정당을 말한다.8) 이는 전국적 이슈를 다루는 전국정당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대의민주주의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 현안을 공론화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정당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지방선거 전용형’으로 국회 진출보다는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집중하여 지역 행정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형태다.9) 둘째, ‘지방 분권형’으로 지역적 기반을 확고히 다진 후, 이를 바탕으로 중앙정치와 연대하거나 중앙 의회에 진출하여 지역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형태다. 셋째, ‘풀뿌리 근린형’으로 마을 공동체나 근린 생활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된 소규모 정당이다. 이러한 다양성은 정치적 다원주의를 풍부하게 만드는 토대가 된다.
정당은 사회 내 다양한 이해관계를 정치적 의제로 구조화하고, 이를 선거를 통해 권력구조에 반영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정당체계의 개방성과 경쟁성은 정치적 대표성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당 구조는 극단적인 중앙집권적 형태를 띠고 있다. 현행법상 서울에 중앙당을 두어야 한다는 규정은 지역의 다양성을 부정하고 모든 정치적 의사결정을 수도권 중심으로 획일화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지역정치는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되며, 정작 지역주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현안은 거대 정당의 전국 단위 공약에 밀려 소외되기 쉽다. 현행법상 지방선거는 중앙정당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중앙정당이 지역주의와 맞물려 선거에서 지역의 정치·행정을 중앙정치에 예속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주의 정당체제에서 영남과 호남 지역의 경우 유권자의 정당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10)11) 또한 전국정당들이 특정 지역의 민심에 의존하지 않고, 전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해 왔는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12)
전국정당 중심의 정당체제는 정치적 안정과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장점을 갖지만, 동시에 새로운 정치적 의사나 지역적 이해관계의 제도권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한다. 이러한 한계는 지역정당 논의의 헌법적 배경을 형성한다. 지역정당의 부재는 역설적으로 영·호남으로 대표되는 거대양당의 ‘지역주의 점유’를 심화시켰다.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전국정당의 하부 조직에 투표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지역 내 건전한 정책 경쟁을 가로막는 요소가 된다. 따라서 지역정당의 허용은 단순히 정당의 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중앙에 포섭된 지역정치를 주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정치적 권력 분립’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Ⅲ. 정당법상 정당활동의 한계와 헌법적 쟁점
현대 민주주의가 직면한 근본적인 한계는 사회적 갈등을 수렴해야 할 정치적 대의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상회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 역시 민주화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질적 성장이 더딘 상황인데,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중추인 정당정치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진정한 자치분권은 시민의 역량이 상향식으로 결집되고 정당이 이를 효과적으로 매개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따라서 지역 정당정치의 복원은 내실 있는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적 선결 과제이다.13)
정당민주주의의 위기에 해당하는 단적인 예로는 2004년 정당법 개정으로 인한 지구당의 해체에서 비롯된다. 또한 통합진보당의 해산결정14)은 2012년 5월 통합진보당의 서버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사건에서 시작된 정당에 대한 국가통제의 극명한 사례로 등장한다.15) 이처럼 민주주의는 늘 유능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이유로 민주주의는 위태롭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장기집권과 자의적이고 폭력적인 권력 행사, 정경유착과 부정부패 등의 모습만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선거를 통한 합법적인 집권층이 정해진 임기 내에 얼마든지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정당에 대한 절차적·행정적 규제로서 정당등록제가 정당법상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정당의 정당등록 절차는 상당히 복잡하고 진입장벽이 높다.16) 정당등록의 기준은 200명 이상의 정당설립 발기인을 모아서 발기인대회를 한 이후, 서울특별시 내에 사무실을 설립해야 창당준비위원회를 꾸릴 수 있다. 그리고 최소 5개 이상 광역자치단체에서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각각 모집해야 한다. 5개 이상의 시도당 창당이 완료되었으면 중앙당 창당이 가능하다. 일간신문에 창당대회 5일 전까지 창당대회 일정을 공지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대회 일간신문 공고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중앙당 창당대회를 통해 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 회계책임자를 선출·임명하고 중앙선관위에 당헌·당규, 관련 주요 인사 목록 등을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창당 이후 법적 확인 절차인 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등록이 수리되면 비로소 공법적으로도 정당이 된다. 이때 최소 5,000명 이상의 당원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의 0.01%에 해당한다.17) 이런 당원 기준은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은 기준에 해당된다. 이처럼 정당등록의 기준은 정당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소수정당들의 정치 입문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있다.18)
우리나라 정당정치에서 지역감정은 오랜 기간 문제로 남았다. 박정희 정부 시절, 정부가 영남 지역에 집중적인 경제 개발과 투자를 하면서 지역 간 경제적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이는 지역 간 불평등을 야기했고, 정치적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지역 간 갈등은 선거철마다 더욱 격화되어, 특정 지역이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현상이 고착화되었다. 이러한 지역감정은 정치적 연고주의와 결합하여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였다.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매우 강한 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지역주의가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만큼 한 지역이 특정 정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남부와 북부 간의 정치적 성향 차이가 있지만, 어느 정도 혼합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영남 지역이 주로 보수정당을, 호남 지역이 주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국가적 차원의 정책보다 지역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정치적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박정희 정권 시기 호남 홀대에 점차 경합주로 변했고, 5·18 민주화운동을 계기로 호남은 압도적으로 민주당계 지지층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지역감정은 특정 지역 출신 정치인이 그 지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현상을 보여준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지역 간 대립을 심화시키고, 정치적 양극화를 조장하고 있어서 정당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19)
우리나라 정당의 수명은 몹시 짧은 편이다. 그 이유는 정당정치가 오랫동안 거물 정치인 계파에 기초하는 이합집산을 거치고, 계파의 소멸 및 이합집산에 따라 정당도 같이 운명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인들이 정당 사상에 매몰되지 않음으로써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나, 짧은 정당 수명으로 인해 생기는 국민적 피로감과 이에 따른 비용 발생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또한 특정인물을 중심으로 한 계파에 정치인들이 매몰될 위험이 높기에, 극단적인 평론가들은 인물 정당의 과두정, 대선캠프 정당에 가까운 가짜 정당정치라고 비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 세대를 풍미한 삼김시대(三金時代)가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합당이나 당명 개정이 정치권에서의 이미지 마케팅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전략 중 하나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2012년에 지지율이 급락하고 민주통합당에까지 지지율이 뒤쳐지기 시작하면서 차기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의 승리가 불투명하였다.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상징색을 빨간색으로 바꾸고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이미지 변신을 꾀하였는데, 이러한 전략은 19대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는 승리를 거두게 된다.
한편, 대한민국 역사상 등록되었던 정당은 무려 200개가 넘어가고 있지만, 대중들 눈에 보이는 정당은 드물다. 선거 때마다 수십 개의 정당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대한민국의 정당은 49개인데, 이 중에서 원내정당은 7개이다.20)
정당의 후보자 추천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점은 명시되어 있으나, 실질적인 방법론에 대한 법적 강제 규정은 부재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중앙당 주도의 전략공천과 같은 하향식 방식이 여전히 합법적인 관행으로 유지되고 있다. 전략공천의 근거가 당의 최고 규범인 당헌에 명문화되어 있다면, 이를 정당민주주의의 최소 요건을 위배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21) 그러나 정당의 공직선거후보자 공천은 정당 내부의 문제를 넘어서 국민 선거권 보장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22) 정당의 공직선거후보자 공천은 공직선거법상 규율대상인 ‘공직선거’의 중요 부분이기 때문에 법적 규율이 적용된다. 무엇보다도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을 후보 추천 과정에 적용한다면, 당 지도부가 주도하는 ‘하향식 공천’은 배제되어야 한다.23) 지도부에 의한 일방적인 결정은 정당 활동의 민주성을 담보하라는 헌법적 요구에 반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단법인이 주요 의사결정시 총회 결의를 거치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주요 정당들이 지도부의 의결만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소수에 의한 권한 독점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천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다 보니 개인의 능력과 자질보다는 중앙당의 눈치를 살피는 줄서기가 횡행할 수밖에 없고, 공천헌금으로 인한 정치부패가 만연해질 수밖에 없다.24)
공천 과정에서 당원의 실질적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 등 지도부의 의사결정에 앞서 ‘당원총회’의 의결이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이는 형식적인 의견 수렴을 넘어, 당원들의 집단적 의사가 공직 후보자 추천의 결정적 기준으로 작용하게 함으로써 정당의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타도하려는 제도적 노력이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지역정당이 우리나라에서는 제도적으로 금지되어 있다.25) 국민을 대표해야 할 정치인들이 특정 지역만을 대표하면 안된다는 인식 때문인데,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지역주의 움직임이 없는건 아니라서 자유민주연합이나 충청의미래당처럼 누가 봐도 지역정당의 성격을 띠고 있는 당들도 서울시 안에 중앙당사를 두고 전국정당으로서 창당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사실 다른 나라들처럼 지역정당을 허용하고 대신 지방선거로의 참가만 허용해 놓으면 그만인데, 서울시 소재를 강제하는 현재의 제도 때문에 본의 아니게 지방선거까지 전국정당들이 장악하고 있는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지역정당을 배제하는 현행 「정당법」 규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26)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정당의 등록요건으로 “5개 이상 시·도당”을 두도록 한 「정당법」 규정이 지역정당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하고 있는 것은 인정되지만, 지역적 연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정치 풍토가 우리 정치현실에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특정 지역의 정치적 의사만을 반영하는 지역정당을 배제하려는 입법취지가 정당한 것이라고 보았다.27)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지역주의는 공고하며, 여기에 세대·이념 갈등까지 더해져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역주의 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지역정당은 지역 단위에서 정당 간 경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지방정치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또한 다수의 중앙부처가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는 등 지방분권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정당의 소재지를 수도로 제한하는 것이 여전히 적절한지 의문이다.
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당설립의 자유는 단순히 정당을 만들 권리를 넘어, 정당의 목적과 조직 형식을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포함한다. 그러나 현행 정당법 제3조는 정당이 반드시 수도에 중앙당을 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정당의 실체를 명확히 하고 행정적 관리를 용이하게 하려는 입법 취지에서 비롯되었으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물리적 거리가 무의미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그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정당을 금지하는 것은 정당설립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볼 수 있다.28) 헌법적 관점에서 이 규정은 정당의 ‘조직 자율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다고 생각한다. 정당이 지역적 특수성에 기반하여 특정 광역자치단체에 본부를 두고 활동하고자 하더라도, 법에 의해 강제적으로 서울에 사무소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정당의 상징적 정체성을 훼손한다. 이는 국가가 정당의 내부 조직 구성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으로서, 기본권 제한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정당법 제17조와 제18조에 5개 이상의 시·도당과 각 시·도당별 1,000명 이상의 당원을 요구하는 규정은 지역정당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가장 강력한 법적 장치이다. 이 규정은 ‘전국정당’만을 정당의 유일한 모델로 상정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 제8조가 보장하는 복수정당제의 가치를 형식적인 수준으로 격하시킨다. 특히 이러한 수량적 요건은 정치적 소수자나 지역 기반의 신생 정치 세력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지역 정치 세력에게 구조적 불이익을 초래한다.29) 5개 시·도에 걸친 조직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소요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자금 동원력이 우수한 거대 정당에게만 유리한 구조를 고착화한다. 전국적 조직과 활동을 요구하는 정당법상의 전국정당 요건은 정당이 특정 지역이나 집단의 이익에 편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이해된다. 그러나 거대 정당 위주의 전국정당은 현행법 체제 아래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용이한 반면, 지역적 기반을 가진 정치 세력은 법적 지위를 얻지 못해 선거운동, 세제 혜택, 기탁금 반환 등에서 차별을 받는다. 이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으며, 다양한 가치가 공존해야 할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치적 의사 표현의 내용이나 지향에 따른 간접적 차별로 평가될 수 있으며, 실질적 평등과 정치적 기회균등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에게 권한을 돌려줌으로써 지역의 문제를 주민이 스스로 해결하여 완전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당제도는 중앙정당 중심의 구조적 성격과 운용으로 지방자치를 중앙당에 예속시킴으로써 오늘날 지방자치의 확대라는 세계적 관점에서도 역행하고 있다. 지역 정치인들이 중앙당의 공천권에 종속되는 현 구조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 예컨대, 중앙당이 지역당원들의 의사와 관계없는 후보자를 공천한다든지, 주민의 의사와 관계없는 정책을 추진하여 예산을 낭비하는 등 중앙당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30) 그 사이 거대양당을 중심으로 정당체제는 더욱 고착화되고, 특정 지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가 한 정당이 독식하면서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지방자치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31)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거대양당인 국민의힘이 12곳, 민주당이 5곳 모두 가져갔다. 기초단체장 중에서는 국민의힘이 145곳, 민주당이 63곳을 확보해 거대양당이 전체 226개 중에서 92.0%인 208개 자리를 가져갔다. 제3의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 의석은 18석(진보당 1석, 무소속 17석)에 불과했다. 지방의회는 거대양당의 점유율이 더욱 높다. 광역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872석 중 61.9%인 540석, 민주당은 36.9%인 322석을 차지했다. 두 정당의 점유율은 98.8%에 달했다. 진보당(3석), 정의당(2석), 무소속(5석)의 몫은 10석에 지나지 않았다. 기초의원도 전체 2987명 중에서 국민의힘은 48.0%인 1435석, 민주당은 46.3%인 1384석을 확보했다. 거대양당 비중은 94.3% 차지했다.32) 거대양당의 독과점이 국회와 지방의회에 광범위하게 작동하며 ‘카르텔’로 이어지는 토양을 만들어냈다. 이는 국회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의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확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치의 분권화를 촉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당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33)
우선 지방자치를 정치적 자기결정으로 이해할 경우, 지역정당은 지방정치의 책임성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중앙정당 중심의 공천 구조가 지역 현안을 주변화시키는 현실에서, 지역정당은 지방자치의 민주적 토대를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34) 또한 지역정당은 중앙정치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지역 현안을 공론화할 수 있는 통로로서,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지역정당 설립에 부정적인 견해로서, 지역정당을 통해서 지나치게 많은 정당이 난립하고 국가의사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점, 인구가 많은 지역정당이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에 참여하여 분열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점, 지역정당은 헌법 제8조 제2항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와는 이질적인 정치적 결사체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서 지역정당을 통한 지방자치의 본질을 구현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35)
Ⅳ. 헌법재판소 결정의 비판적 검토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정당법상 전국적 규모 요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유지해 왔다. 당시 재판소의 주된 논거는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담당하는 기관이므로, 특정 지역에 안주하기보다는 전국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지역정당이 허용될 경우 고질적인 지역주의가 더욱 심화되어 국가적 통합을 해칠 수 있다는 ‘지역주의 방지론’을 핵심적인 합헌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정당을 국가의 보조 기관으로만 보는 편협한 시각에 근거하고 있다. 정당은 기본적으로 사적 결사의 성격을 지닌 기본권 주체이며, 국민의 의사는 지역적 의사의 총합으로 구성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36)
현행 헌법 질서 아래서 대의민주주의가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려면 원내 다수파의 형성을 통한 정치적 안정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소규모 정당의 진입을 일정 부분 제한하는 조치는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다. 아울러 지역적 연고에 기반한 정당 정치가 가져오는 폐해를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적 노력 또한 헌법적 가치에 부합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특정 지역만을 대변하는 정당의 출현을 억제하려는 법적 장치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역정당의 설립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한 입법목적이 될 수 없고, 지역적 이익을 고려한 지역정당이 단지 특정 지역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것은 정당의 본질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37)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지역정당의 배제가 정당한 목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제기될 수 있다고 보았다.38) 그러나 정당법에서 정한 등록요건을 정한 것은 ‘지역정당과 군소정당의 배제’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지역적 연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볼 때, 지역정당이 단지 특정 지역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려는 취지가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 입법목적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39) 이와 관련하여, 헌법 제8조에 의하여 정당설립의 자유를 근거로 정치적 목표를 스스로 가질 자유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당의 지지기반을 전국적인 유권자로 할 것인지, 특정 지역의 유권자로 한정할 것인지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정당의 배제는 이미 정당설립의 단계에서 정당설립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40)
또한 헌법재판소는 정당법 제17조와 제18조에 명시한 ‘5개 이상의 시·도당 확보’와 ‘각 시·도당 1,000명 이상의 당원 보유’라는 기준은 지역주의 정당의 고착화를 방지하고 미비한 규모의 정당 난립을 막기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 보았다. 이는 헌법 제8조 제2항이 요구하는 ‘정치적 의사형성 기구’로서의 실질적 요건을 구체화한 것이다. 전국적 정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 5개 광역 단위의 조직을 요구한 입법자의 결단은 합리적 재량 내에 있으며, 인구 규모를 고려할 때 신생 정당에게도 수용 불가능한 수준의 진입 장벽이라 보기 어렵다. 비록 정당설립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되나, 이는 정당의 영속성과 전국적 대표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당한 제한으로 보았다.41)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정당제도와 관련하여 입법자에게 폭넓은 입법형성권을 인정해 왔다. 지역정당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 역시 정치적 안정과 제도 설계의 문제로서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져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논리는 헌법에서 지역정당을 명문으로 허용하지 않는 이상, 현행 전국정당 중심의 정당법 체계가 헌법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42)
2023년 선고된 결정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 중 5인이 위헌 의견43)을 냈다는 점은 매우 의미있는 판단이다(위헌 정족수 6인 미달로 최종 합헌).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지역정당의 금지가 오히려 거대 정당의 지역 독점 구조를 강화했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44) 비판적 관점에서 볼 때, 지역주의 방지라는 목적은 정당설립 자체를 막는 ‘사전적 금지’가 아니라, 선거제도 개선이나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사후적 조정’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 헌재의 위헌 의견은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30년이 넘은 현재, 정당법 역시 ‘전국적 통합’이라는 명분에서 벗어나 ‘지역의 자율성’과 ‘정치적 다원주의’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기존 판례는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하향식 통제’가 아닌 ‘상향식 참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정당이 국가 통합을 저해할 것이라는 판단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지역정당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정치의 주체로 거듭날 때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헌법재판소는 정당의 규모가 아닌 ‘민주적 운영’과 ‘강령의 민주성’에 규제의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판례를 변경해야 마땅하다.
Ⅴ. 지역정당 도입에 관한 법적·정책적 개선방안
정당법상 정당의 성립요건이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닌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적 계속성과 지역적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정당의 개념 요건을 구체적 수치로 전환하는 작업을 입법 정책의 영역으로 보았다.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입법목적과 수단 사이의 합리적 비례 관계를 검토하였는데, 현행 정당법상의 시·도당 및 당원 수 규정이 정당설립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만큼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합헌성을 인정하였다.45)
그러나 이 결정에 대하여 헌법 제8조 제1항이 보장하는 정당설립의 자유가 동조 제2항의 등록제 요건으로 인해 위축되는 현상은 헌법의 본질적 취지에 반한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기둥인 복수정당제는 정당설립의 광범위한 자유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입법자에게 부여된 ‘조직 구비 의무’는 정당의 실체를 확인하는 보조적 수단이어야 하며, 이를 근거로 진입 장벽을 높여 다원적 가치를 대변하려는 신진 정치 세력의 등장을 가로막는다면 이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된다. 특히 군소정당이나 지역정당의 출현 자체를 억제하려는 입법 의도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과 배치된다. 정당의 난립으로 인한 부작용은 비례대표 봉쇄조항이나 정치자금 배분 방식 등 사후적 제도를 통해 충분히 조절 가능하므로, 설립 단계에서의 원천적 차단은 정당화될 수 없다.46) 정당의 설립 자체를 처음부터 억제하는 것은 이와 다른 문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정당을 허용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당법 제3조(수도 소재 중앙당)와 제17조(5개 시·도당 요건)를 폐지하거나 대폭 수정하는 것이다. 우선, 모든 정당이 서울에 중앙당을 두어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정당이 자율적으로 주된 사무소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당법 제18조에서 규정하는 시·도당의 법정당원수를 1천명 이하로 대폭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당의 유형을 전국정당과 지역정당으로 이원화하여 등록요건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방선거에만 참여하는 지역정당의 경우 해당 자치단체의 범위 내에서 1개의 시·도당과 일정 수 이상의 당원(예: 유권자의 0.1% 또는 최소 수백 명 수준)만 확보하면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방식이다.47) 이는 정당설립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면서도 무분별한 정당 난립을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2004년 정당법 개정을 통해 지구당 제도가 폐지된 지 20년이 경과했다. 당시 입법은 고비용·저효율 정당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특히 지구당 운영 과정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돈을 받고 동원되는 ‘품삯 당원’의 폐단은 정당정치를 후퇴시켰고, 건강한 풀뿌리 조직의 자생력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점, 지구당의 중앙당 및 당 지도부에 대한 예속화는 한국 정당정치의 구조적 모순이자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48)
현행 정당법은 정당의 조직을 중앙당과 시·도당으로만 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초 단위에서의 정치 활동은 ‘당원협의회’라는 임의기구 형태로 운영되는데, 이는 법정 조직이 아니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회계 감시 밖에 있어, 음성적인 정치자금이 더 필요한 환경이 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49) 당원협의회는 정식 지구당이 아니므로 후원회를 둘 수 없으며, 현역 의원은 지역구 사무실을 유지하며 후원금을 모집할 수 있는 반면, 원외 지역위원장은 사무실 설치와 유급 직원 채용이 금지되어 사실상 정치적 기회균등을 박탈당하고 있다. 과거 고비용·저효율의 정치 구조 개선과 금권선거 근절을 목적으로 단행된 지구당 폐지는, 오늘날 정당 활동의 자유와 평등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헌법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50) 특히 지구당 폐지 이후에도 실질적인 조직 운영 방식이 과거와 큰 차이 없이 답습되고 있다는 비판은, 제도적 형식과 정치적 실재 사이의 괴리를 드러내며 지구당 부활 논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51) 지구당 부활 문제는 단순한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넘어, 헌법상 보장된 정당 활동의 자유와 풀뿌리 민주주의의 회복이라는 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 정치와 민주주의의 시작은 지방정치에서 출발한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는 지역에서의 정당정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방정치에서 정당 배제를 주장하는 견해는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지방정치가 수행하는 정치적 의사형성 기능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행정적 측면에 국한하여 이해함으로써, 지방정치의 이중적 구조를 일면적으로 해석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결과적으로 정치에 대한 행정의 우위를 수용하게 하며, 이로 인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균열과 갈등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회피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역정당 설립은 정당법상 엄격한 요건(중앙당 소재, 시·도당 수, 당원 수)을 모두 충족해야만 가능하며, 이 제한이 지방정치 다양성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주의 정당구도에서 지역정당은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정당으로 인한 정당정치의 혼란이나 지역주의 심화가 우려된다면 우선 지방선거만이라도 지역정당을 허용하고, 단계적으로 모든 선거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검토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당의 소재지와 정당 규모를 제한하고 있는 「정당법」의 개정 등이 필요하다.
첫째, 중앙당의 수도 소재 규정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앙당을 수도에 두도록 한 정당법 제3조는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을 배제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5개 이상 시·도당을 두고 시·도당에 1천인 이상의 당원을 두어야 정당으로 등록할 수 있는 현행 정당 성립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지방선거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정당법」 개정을 통해 정당 성립요건이 완화될 경우, 관련 규정에 맞추어 「정치자금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시·도당 대신 지구당과 중앙당으로 정당을 구성하도록 하거나 독일 사례와 같이 지구당만으로 정당 성립이 가능하도록 할 경우 지구당에 후원회를 두되 회계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52)
지역정당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영국의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은 2011년 이후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단독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국 단위 선거에서도 꾸준히 의석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지방의회에서 지역정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일본정부의 분권화 정책이 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정당은 지역의 이슈를 제기하면서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을 우리도 고려하여야 한다. 지역정당의 역할이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복리증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역대표성이 강화된다는 의미는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한 지역정당의 적극적인 활동성을 갖는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지역정당 간의 경쟁이 활성화되고 다양한 정책이 지방의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검증된다면, 의회의 입법·의결 및 행정 통제기능의 효율성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이는 지역정당이 주민의 의사를 충실히 반영하여 복리 사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지방의회의 지역 대표성 강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53)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지닌 비민주성은 필연적으로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과정의 독단성과 불투명성으로 귀결된다. 이는 정당의 민주적 조직과 활동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8조 제2항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따라서 정당 공천의 비민주성을 실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법리적 보완이 시급하다.
첫째, 공직선거법상 공천 절차의 명문화와 구체화가 필요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정당의 후보자 추천에 관한 기본사항을 상당 부분 정당의 자율(당헌·당규)에 맡기고 있으나, 이러한 ‘법적 공백’은 역설적으로 당 지도부의 자의적 공천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54) 따라서 공천의 기준과 절차에 관한 최소한의 필수 사항을 법률로 규정함으로써, 정당 내부 규범이 법적 통제권 밖에서 운영되지 않도록 강제해야 한다.
둘째, 정당 공천 과정에 헌법상 선거의 기본원칙을 준용해야 한다. 공천은 공직 당선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예비선거’의 성격을 갖는바, 그 과정 역시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당권의 주체는 당원’이라는 민주적 원리에 입각하여, 후보자 선출 시 당원 총회의 결정을 거치도록 하거나 코커스(Caucus),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등 당원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경선 제도를 법적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야 한다.55)
셋째, 하향식 공천 구조의 상향식 전환이다. 당 대표나 최고위원회 등 소수 지도부의 추인에 앞서, 당원들의 실질적인 선택권이 보장되는 절차가 공천의 본질적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절차적 요식행위를 넘어, 정당 내부 권력의 민주적 분산과 책임 정치를 구현하는 핵심 기제가 될 것이다.56)
지역정당의 제도적 안착을 위해서는 단순히 설립 허용을 넘어, 이들이 기성 거대 정당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균등’의 보장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다각적인 입법적 보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선거제도의 개혁과 진입장벽의 현실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사표를 양산하고 거대양당에 유리한 구조이므로, 지역정당의 원내 진입을 돕기 위해 지방선거에서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의 취지에 따라, 재정 기반이 취약한 지역정당의 현실을 고려하여 기탁금 하향 조정 및 반환 요건 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금권(金權)이 정당 활동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지구당(지역위원회)의 부활과 지역정당과의 유기적 연계이다. 과거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투명 회계 시스템’ 도입을 전제로 지구당을 부활시키되, 이를 지역정당의 핵심적인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중앙집권적인 정당구조를 타파하고,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정당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생활 밀착형 정치’의 법적 토대가 될 것이다. 특히 지구당이 지역정당의 하부 조직으로서 정책 발굴의 창구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정당 민주주의의 하향적 전달 구조가 상향적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
셋째,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에 대한 민주적 재설계가 요구된다. 현행 의석수와 득표율 중심의 배분 구조는 자생력이 부족한 신생 지역정당의 정치적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정당 생태계의 고착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정치 활성화 기금’ 등을 신설하여, 일정 수준의 지역 내 지지를 확보한 정당에 대해서는 중앙당 소속 여부와 관계없이 보조금을 지급하는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정당이 중앙당의 재정적 시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정책 연구 역량을 확보하고, 지역 특화형 공약을 수립할 수 있는 재정적 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다.
Ⅵ. 결론
본 논문은 현행 정당법상 중앙집권적 정당 체제의 한계를 고찰하고, 지역정당의 도입과 지구당 부활이 지니는 헌법적 당위성과 실천적 과제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2004년 정당법 개정 이후 유지되어 온 ‘전국정당 체제’는 과거의 정치부패를 억제하는 데 기여했으나,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의 중앙 예속화와 정당정치의 과점화를 초래하여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법적 장애물이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특히 지역정당의 부재와 지구당 폐지는 지역의 특수한 현안이 국가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으며, 이는 헌법 제8조가 보장하는 정당설립의 자유와 제117조가 지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을 형해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의견에서 드러났듯, 지역주의 방지라는 입법목적이 정당설립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수단의 적정성을 정당화하기에는 현대 사회의 정치적 다원주의 요구가 매우 거세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질적 도약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결단이 필요하다.
첫째, 정당법의 인위적인 진입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수도권 소재 중앙당 강제 조항과 과도한 시·도당 요건을 완화하여, 지역에 기반을 둔 소수정당이 법적 지위를 얻고 주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둘째, 투명성을 전제로 한 지구당의 부활이 시급하다. 이는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원외 정치인과 신진 세력에게 공정한 정치적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 밀착형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 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셋째, 선거제도와 재정 지원 체계의 민주적 연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역정당이 거대양당의 틈바구니에서 자생할 수 있도록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고, 기탁금 및 국고보조금 배분 방식을 개선하여 재정적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결국 지구당의 부활과 지역정당의 허용은 단순히 정당조직의 형태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정치적 권력을 중앙에서 지역으로, 지도부에서 당원으로 분산시켜 민주주의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작업이다. 입법자는 과거의 부패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성숙한 시민의식과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투명성을 신뢰하며 ‘하향식 통제’가 아닌 ‘상향식 참여’가 가능한 정당법 체제를 재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입법적 변화가 수반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 정당정치는 불신의 늪을 벗어나 지역과 국가의 복리를 증진하는 민주주의의 진정한 중추로서 그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