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모든 인간은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를 가진다. 인간의 성장은 주로 아동기에 이루어지는데, 아동은 성인에 비해 학대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어렵고 발달 단계의 특성상 학대가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아동학대의 예방은 인간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기본적 조건이라 할 수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법적 접근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의 경우 아동복리법이 1961년 제정되었고 1981년 아동복지법으로 전부개정되었으며, 2014년에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는 등 아동학대 예방 법제가 강화되어 왔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하고(제1조), 아동학대를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제3조 제7호). 아울러 아동 보호를 위한 국가·지방자치단체, 보호자와 모든 국민의 책무를 규정하고(제4조, 제5조), 아동학대 행위를 누구에게나 금지하고 있다(제17조). 국제연합 총회(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가 1989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또한 국가가 모든 형태의 학대와 방임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를 규정하는 등(제19조) 아동의 특별한 보호를 강조한다. 다만 아동학대는 여전히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고, 아동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미완의 과제이다.
아동·노인·장애인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집단을 직업적·일상적으로 대면하는 인력을 질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제도는, 사회보장이나 교육과 같은 분야에서 취약집단에게 전문적인 돌봄과 보호를 제공하는 한편 학대와 같은 부적절한 행위를 예방하는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관련 법률에서 해당 인력의 자격요건(qualification)을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일정한 면허·자격·경력·학력·기술 등을 요구하는 적극적(positive) 자격요건을 두는 방식과 함께, 특정한 이력이 있는 자가 해당 분야나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극적(negative) 자격요건, 즉 결격사유(disqualification)를 규정하고 그 준수 여부를 심사·감독하는(screening & monitoring) 방식 또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도 아동 관련 분야 또는 직무에 종사하는 사람(이하 ‘아동 관련 종사자’라 한다)의 결격사유를 규정하는 법제가 이미 여럿 존재하지만, 이에 관한 연구나 진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비단 아동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결격사유 제도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특히 아동 관련 종사자의 결격사유 제도에 관한 지금까지의 논의는 주로 아동 보호를 위한 제도의 ‘부작용’을 통제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해당 분야에 종사하고자 하는 사람의 직업선택의 자유 내지 공무담임권 침해를 경계하는 관점의 연구나 헌법소송만이 제기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아동 관련 종사자 결격사유 제도의 정당화를 제대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결격사유 제도가 아동이라는 취약집단의 보호를 위해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제도를 효과적으로 설계·운영할 수 있는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제도의 설계 측면에서는 개별 결격사유의 타당성, 가령 범죄의 재범 양상 등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하고, 운영 측면에서는 제도가 실제로 잘 집행되는지를 감독하고 제도 자체에 대한 평가를 통해 제도를 개선하여야 하나, 현행 제도의 경우 어느 모로 보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는 결격사유 제도의 부작용을 논하기도 전에 제도의 필요성 자체가 정당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글은 한국의 아동 관련 종사자 결격사유 제도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먼저 결격사유 제도의 일반이론과 한국의 제도 현황을 개관한다. 이때 결격사유 제도의 취지와 그에 따른 기본권 제한의 정당성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례 동향도 함께 살핀다. 이어서 아동 관련 종사자 제도의 선도적 사례로서 제도의 적극적·지속적 개선을 도모해 온 것으로 알려진 호주 퀸즐랜드 주(State of Queensland)의 ‘블루카드’(Blue Card) 제도를 비교법적으로 고찰한다. 이를 통해 한국 제도의 복잡성·비체계성·경직성과 같은 문제점을 진단하고, 아동 보호라는 제도의 목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면서도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하는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Ⅱ. 결격사유 제도의 일반이론과 판례
공무원, 법관, 의료인, 집합건물 관리자, 각종 임원 등을 대상으로 개별 법률에 규정된 결격사유에 대한 연구 외에, 결격사유 제도의 일반이론 자체가 한국의 학술논문에서 진지하게 다뤄진 바는 거의 없다.1) 그 일반이론은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편찬한 입법 참고자료나 연구보고서에서만 소개되고 있는데, 결격사유란 “임용·고용·위임 관계 등의 법률관계에서 그 당사자가 될 수 없거나, 국가가 창설하여 운영하는 각종 자격 제도에서 그 자격을 취득할 수 없거나, 각종 인허가, 등록 등을 필요로 하는 영업 또는 사업을 할 수 없는 사유”를 말한다고 한다.2) 결격사유를 두는 것은 국민의 건강, 안전, 재산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공무원처럼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직업, 고도의 전문성·윤리성·공정성이 요구되는 직종이나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의 자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여, 공공의 위험과 손실, 불완전한 서비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3)
한국의 현행법령에는 각종 결격사유 관련 규정이 300여개 이상 존재한다. 이는 일정한 범주의 사람들이 특정한 직업이나 자격군을 처음부터 선택하지 못하게 하거나, 종래의 직업이나 자격을 계속 유지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한다.4) 각각의 개별 법률은 목적하는 바에 따라 자격요건을 정하고 이는 다시 인적 요건과 물적 요건으로 구분되는데, 인적 요건은 다시 자격 내지 인·허가를 취득하고자 하는 사람의 능력요건과 그 취득을 금지하는 결격요건(결격사유)로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개별 법률의 결격사유를 검토하는 것은 각 법률의 자격요건을 검토하는 것과 닿아 있다.5)
결격사유는 결격사유 해당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이나 경제활동의 자유 등을 제한하므로 신중하게 설정해야 한다. 특히 기본권의 최대보장원칙 및 최소침해원칙 등 헌법상 원칙과, 이를 구체화하는 행정법 원칙을 모두 고려할 필요가 있다.6) 2021. 3. 23. 제정된 ‘행정기본법’ 제16조 제1항은 결격사유를 “자격이나 신분 등을 취득 또는 부여할 수 없거나 인가, 허가, 지정, 승인, 영업등록, 신고 수리 등을 필요로 하는 영업 또는 사업 등을 할 수 없는 사유”로 정의 하면서 이를 반드시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결격사유를 법률유보의 원칙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명문화한 것이라 평가할 수 있다. 한편 결격사유는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여타 신분·자격·인허가 등을 규율하는 제도와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7)
금고 이상의 형이나 그 집행유예, 선고유예, 벌금형 등과 같은 형사처분을 받은 사실만을 이유로 당사자를 사회활동이나 경제활동에서 배제한다면 이들이 갱생을 포기하고 다시 위법을 저지르게 될 우려도 있다.8) 이에 범죄의 경중과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결격기간을 설정하는 한편 관련 법률의 위반으로 인한 전과만을 결격사유로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다만 예를 들어 공무원이나 변호사와 같이 한층 높은 수준의 준법의식이 요구되는 경우 등에는 부득이 해당 직무나 영업과 관련이 적은 법률의 위반사실도 예외적으로 결격사유로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9) 일정한 직업 등에 관하여 결격사유를 신설하거나 종전보다 강화하는 경우, 당사자의 신뢰 보호를 위해 경과규정을 두기도 한다.10)
위와 같은 일반이론은 결격사유 제도를 설정하는 목적과 유의점을 다루고 있으나, 형사처분을 받은 사람을 예로 든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재범 가능성이 존재할 때 특정한 직업이나 영업에 대하여 어느 수준의 결격사유 설정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막연한 설명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우선 범죄별 재범률 및 재범 양상에 관한 실증적인 통계나 연구자료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비록 재범률 자체는 낮더라도 범죄의 특성 혹은 피해자의 특성상 재범의 부정적 영향이 중대한 경우도 고려하는 등, 통계적 분석과 규범적인 보완을 아우를 수 있는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개별 결격사유 제도의 도입 과정을 조사해 보면 이와 같은 접근을 토대로 이루어진 경우는 찾아 보기 어렵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사전적으로 결격사유를 ‘설정’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하여야 하는지를 넘어서 그렇게 만들어진 결격사유 제도가 어떻게 사후적으로 관리·감독·평가·개선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연구나 입법적 논의는 더욱 드물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국가공무원법 관련 사건에서,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되어 있는 공무원 임용결격사유는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위한 절대적인 소극적 요건”으로서, 임용 당시 결격사유가 있었다면 비록 국가의 과실에 의하여 임용결격자임을 밝혀내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그 임용행위는 당연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하여 결격사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11) 또한 대법원은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 관련 사건에서, “공무원이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고도의 윤리성과 준법의식이 요구되는 직업적·신분적 특징이 있음을 고려하여 특정한 범죄(이하 ‘결격대상범죄’라 한다)에 관한 형선고 전력을 공무원 결격사유(당연퇴직사유)로 정하였다.”라고 설시하여 고도의 윤리성·준법의식을 확보할 필요성을 제도의 근거로 제시하였다.12)
헌법재판소는 결격사유 제도에 관하여 여러 사건을 처리해 왔는데, 헌법재판소가 직업의 자유 제한에 관하여 이른바 ‘단계이론’을 택한다고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격사유 관련 개별 사건에서의 심사기준이 실제로 일관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위험물탱크안전성능시험자 자격에 관한 사건에 관한 2001년 결정에서는, 자격 취득의 결격사유를 정한 법률조항은 위험물탱크안전성능시험자의 지정 이전 단계에서 그 직업을 선택할 수 없도록 하고 자격의 필요적 취소사유를 정한 법률조항은 위 지정 이후 단계에서 그 직업을 계속할 수 없도록 하므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면서도,13) “입법자는 일정한 전문분야에 관한 자격제도를 마련함에 있어서 그 제도를 마련한 목적을 고려하여 정책적인 판단에 따라 그 내용을 구성할 수 있고, (중략) 자격제도에서 입법자에게는 그 자격요건을 정함에 있어서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만큼, 자격요건에 관한 법률조항은 합리적인 근거없이 현저히 자의적인 경우에만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라고 하여 입법재량을 존중하였다.14)
그러나 사회복지사업 종사자의 결격사유에 관한 2015년 결정을 보면, 헌법재판소는 결격사유 제도가 “주관적 요건에 의한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의 제한”에 해당하므로 “어떤 직업의 수행을 위한 전제요건으로서 일정한 주관적 요건을 갖춘 자에게만 그 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주관적 요건을 갖추도록 요구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제한 없이 그 직업에 종사하도록 방임함으로써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공공의 손실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고, 그 직업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주관적 요건 자체가 그 제한목적과 합리적인 관계가 있어야 한다.”라고 하여 과잉금지원칙의 위반 여부를 심사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다만 “일정한 직업의 업무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자격요건과 결격사유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업무의 내용과 제반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폭넓은 입법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다른 방법으로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경우에 비하여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심사가 필요하다.”라는 점도 함께 밝힘으로써 일종의 절충된 심사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15)
또한 헌법재판소는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관한 2014년 결정에서, 자격요건 내지 결격사유의 설정에 관하여 입법자에게 폭넓은 입법재량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일단 자격을 부여받았다면 사후적으로 결격사유가 발생했다고 해서 당연히 그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장기간 쌓아온 지위를 박탈함으로써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16) 더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아동복지법 중 ‘아동학대관련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람’의 취업제한 규정에 관한 2018년 결정에서 좁은 의미의 직업선택의 자유에 관한 과잉금지원칙 위반 여부를 심사하면서, 해당 법률조항은 “아동학대를 예방함으로써 아동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라나게 하고, 체육시설 및 학교에 대한 윤리성과 신뢰성을 높여 아동 및 그 보호자가 이들 기관을 믿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입법목적”을 지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면서도, 아동학대관련범죄전력자가 아동을 대상으로 동종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범죄전력만으로 그가 장래에 동일한 유형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어떠한 예외도 없이 재범가능성을 당연시하는 법률조항은 재범 위험성이 없는 자의 기본권에 과도한 제한을 초래한다고 보고, “아동학대관련범죄전력자가 어느 정도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는 입법자의 판단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재범의 위험성은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여러 사정에 비추어 재범의 위험성이 사라졌거나 현저히 낮아졌음이 입증된다면, 단지 그가 아동학대관련범죄전력자라는 이유만으로 계속해서 아동관련기관인 체육시설 또는 학교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하여 입법자의 재량에 선을 그었고,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개별적 판단 없이 일률적으로 일정기간에 걸쳐 취업을 차단하는 것은 죄질이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적은 자에 대한 지나친 기본권 침해가 될 수 있다.”라고 하여 일률적인 결격사유 제도의 위험을 지적하였다.17)
이처럼 헌법재판소는 제도별로 심사기준을 달리 하였을 뿐만 아니라, 후술할 바와 같이, 결격사유 제도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개별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재범 위험성 판단을 수반하는 ‘취업제한명령’ 제도를 다룰 때에는 구체적인 논거의 측면에서도 일관되지 않은 경향을 보여 왔다. 한편 헌법재판소가 다룬 사건들은 결격사유 제도의 ‘설정’에 관한 것이고, 제도의 운영 측면이 구체적으로 문제 되는 사건은 다뤄진 바 없다.
결격사유 제도는 국민의 건강, 안전, 재산 등의 보호라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위해 마련된 것이지만, 현행법에 수많은 규정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반이론이나 구체적인 기준에 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개별 결격사유 도입과 관련하여 단순히 ‘전과가 있으면 재범의 위험이 높다’와 같은 접근을 넘어서 실증적 근거가 제시된 사례를 보기 드물고, 제도의 운영·관리·감독·평가에 관한 연구나 쟁송이 드물다는 점은 더욱 중요한 논의의 공백을 시사한다. 행정기본법에 규정된 법률유보의 원칙이나 헌법재판소가 강조하기 시작한 과잉금지원칙은 결격사유 제도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으나, 결격사유 제도가 그 설정과 관리라는 측면 모두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당화되고 그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찾기 어렵다. 결격사유 제도의 정당성은 결격사유의 구체적인 도입 목적과 그 실효성에 관한 실증적 검토, 과잉금지원칙에 부합하는 결격 범위 및 기간의 설정, 그리고 제도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사후 관리 및 개선 체계의 구축을 통해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아동 관련 제도 현황을 살피기로 한다.
Ⅲ. 한국의 아동 관련 종사자 결격사유 제도
아동 관련 종사자의 결격사유를 규정한 한국의 제도로는, 국가공무원의 결격사유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제33조), 교육공무원의 결격사유를 규정한 교육공무원법(제10조의4), 사회복지사, 사회복지시설18) 임원 및 종사자의 각 결격사유를 규정한 사회복지사업법(제11조의2, 제19조, 제35조의2 제2항), 어린이집의 설치·운영에 관하여 결격사유를 규정한 영유아보육법(제16조), 아동복지시설의 장 및 종사자의 각 결격사유를 규정한 아동복지법(제54조의2 제1항, 제2항), 학원 설립·운영의 등록에 관하여 결격사유를 규정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약칭: 학원법, 제9조) 등이 있다. 법률별 결격사유 사이에는 유사한 부분이 있고, 이를 가령 행위능력이 제한된 사람(미성년자, 피성년후견인, 피한정후견인), 일반 범죄전력자, 미성년자·아동·청소년에 대한 범죄전력자 및 아동학대행위자, 판결에 의한 자격 정지·상실자, 정신질환자, 마약류 중독자 등으로 분류해볼 수 있으나 결격사유가 서로 완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없다.
그중 대표적으로 아동복지법상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 결격사유(제54조의2 제1항)를 살펴보면, ① 사회복지사업법 제35조의2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 ②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호의 정신질환자,19) ③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의 마약류에 중독된 자로 규정되어 있다. 이에 관하여 사회복지사업법을 보면, 제35조의2 제2항이 ① 같은 법 제19조 제1항 제1호의7부터 제1호의9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② 종사자로 재직하는 동안 시설이용자를 대상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성폭력처벌법) 제2조에 따른 성폭력범죄 및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약칭: 청소년성보호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사람을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업법 제19조 제1항 제1호의7부터 제1호의9는 다시 아동복지법,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지방재정법, 영유아보육법,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형법, 성폭력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을 인용하고 있으므로,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 결격사유는 결국 여러 법률을 연쇄적으로 인용하면서 매우 복잡다단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결격사유 규정은 아동복지법이 2020. 12. 29. 법률 제17784호로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되었고 경과규정을 두어 2021. 6. 30. 시행되었는데, 국회의안정보시스템상 입법자료를 보면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김상희의원 등 13인)20)이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보건복지위원장)21)에 반영되어 입법된 것으로서, 그 제안이유에는 “아동복지시설의 시설장 및 종사자의 취업 결격사유를 규정함”이라고만 되어 있고 사회복지사업법 제35조의2 제2항 각 호를 인용하는 부분에 대한 별도의 설명은 없이22) “정신질환이 있거나 알코올·약물 등에 중독된 사람은 아동복지시설의 시설장 및 종사자로 취업을 제한하도록 결격사유를 규정함”이라고만 되어 있다. 사회복지사업법 제35조의2 제2항 각 호는 해당 법률이 2012. 1. 26. 법률 제11239호로 개정되면서 도입되었고 2012. 8. 5. 시행되었는데, 이는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진수희의원등 100인)23) 등이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보건복지위원장)에 반영되어 입법된 것으로서, 제안이유에서 “일부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에서 운영과정상 투명성이 부족하여 법인 및 시설 대표자의 전횡, 시설 내 이용자 인권 유린이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 실제 광주 인화학교 사건에서 보듯이 사회복지법인 시설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와 불법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기관운영의 폐쇄성으로 인해 시정조치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임.”이라고 지적하면서, “시설 내 아동 성범죄와 같은 중대한 인권 침해 사례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은 사회복지법인과 시설 분야에서 영구히 격리”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보건복지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취업제한 기간과의 형평성, 사회복지사업법과 관련된 25개 법률에 따른 모든 종류의 시설에서 성범죄자 취업제한을 동일하게 두는 것의 형평성, 성폭력범죄도 죄의 내용의 경·중이 다르므로 그 제한기간을 다르게 할 필요성 등에 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결국 10년의 기간 제한 등이 반영되었다.24)
아동복지법상 결격사유 중 범죄전력의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종사자를 채용하려는 아동복지시설의 장이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약칭: 형실효법)에 따라 수사자료표에 의한 범죄경력조회 및 수사경력조회와 그에 대한 회보를 이용해 조회하고 있으나 그 근거규정이 불명확한 것으로 보이고(상세한 문제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정신질환 여부 및 마약류 중독 여부의 경우에는 그 조회 방법이 법령에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실무에서는 채용 절차에 합격한 사람이 “정신질환자 또는 마약중독자 아님” 문구를 포함한 진단서나 신체검사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특수상병기록을 포함한 최근의 건강보험요양급여 내역을 제출하게 하는 등 기관마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조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비교하자면 영유아보육법은 보육교직원의 임면 및 결격사유, 어린이집 원장 및 보육교사의 자격정지 및 자격취소25) 등에 관한 자료 등을 전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제9조의3), 기간 경과 등으로 인하여 결격사유가 사라진 사람에 대한 보건복지부장관의 교육명령(제23조의3),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이 결격사유를 확인하기 위한 관계 기관의 장에 대한 범죄경력자료 등 조회 요청(제51조의3)에 관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는 등 아동복지법에 비해서는 체계적 규정을 두고 있다.
벌칙 규정의 경우, 아동복지시설 종사자가 아동복지시설에 배치되는 전문인력(제54조 제1항)으로서 갖추어야 할 적극적 자격요건(제54조 제2항)을 거짓으로 서류를 작성하여 인정받은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벌칙 규정(제71조 제3항 제4호)이 있는 것과 달리, 아동복지시설 종사자가 결격사유(소극적 자격요건)에 관한 자료를 거짓으로 제출하는 경우에 대한 벌칙 규정은 없고 그 뚜렷한 이유도 알기 어렵다.
한국의 취업제한명령 제도는 비록 그 이름이 ‘결격사유’는 아니지만 범죄자의 아동·청소년 관련 취업 자격 제한과 관련하여 널리 활용되고 있고, 여러 차례의 위헌결정과 법률 개정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체계를 갖추어 온 모습이다. 비교하자면 결격사유는 법률만으로 이뤄지는 일반적 규제이고, 취업제한명령은 특정인에 대한 재판을 통한 개별적 규제이다.
대표적으로 아동복지법은 법원이 아동학대관련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 법상 아동관련기관에 관하여(제29조의3 제1항 본문 및 각 호), 청소년성보호법은 법원이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하는 경우 법상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에 관하여(제56조 제1항 본문 및 각 호), 각각 해당 기관을 운영하거나 해당 기관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하는 ‘취업제한명령’을 해당 범죄 사건의 판결과 동시에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두 법의 규정은 대동소이하여 이하에서 청소년성보호법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하여서는 아니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지 않을 수 있고(제56조 제1항 단서). 취업제한 기간은 최대 10년이다(제56조 제2항). 법원은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려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심리학자, 사회복지학자, 그 밖의 관련 전문가로부터 취업제한명령 대상자의 재범 위험성 등에 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제56조 제3항). 즉 취업제한명령 제도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결격사유 제도와 달리 법원이 개별 범죄자에 대한 재범의 위험성을 평가하여 취업제한 여부를 결정한다.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의 설치 또는 설립 인가·신고를 관할하는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을 운영하려는 자에 대한 성범죄 경력 조회를 관계 기관의 장에게 요청하여야 한다(제56조 제4항 본문).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의 장은 그 기관의 취업자 등에 대하여 성범죄의 경력을 확인하여야 하며, 이 경우 본인의 동의를 받아 관계 기관의 장에게 성범죄의 경력 조회를 요청하여야 한다(제56조 제5항 본문). 이러한 성범죄 전력 조회의 요청 절차·범위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데(제56조 제7항), 같은 법 시행령은 성범죄 경력조회를 경찰관서의 장에게 요청하여야 하고 이 경우 경찰관서가 운영하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요청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정하고 있다(제25조 제1항).
청소년성보호법은 취업제한명령의 관리·감독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성평등가족부장관 또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성범죄로 취업제한명령을 선고받은 자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을 운영하거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등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지를 직접 또는 관계 기관 조회 등의 방법으로 연 1회 이상 점검·확인하여야 한다(제57조 제1항 내지 제3항). 취업제한명령을 위반한 자가 있으면 해당 기관의 장에게 그의 해임을 요구하거나(제58조 제1항), 기관 폐쇄를 요구할 수 있고(제58조 제2항), 요구 불이행 시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기관 폐쇄, 등록·허가 등의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제58조 제3항, 제4항).
한편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예방과 관련하여 성평등가족부장관은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발생추세와 동향, 그 밖에 계도에 필요한 사항을 연 2회 이상 공표해야 하고(제53조 제1항),26) 아동·청소년성착취물 관련 범죄 예방과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정기적으로 관련 범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여야 한다(제53조의2 제1항). 이러한 절차가 실효적으로 작동한다면 결격사유 제도나 취업제한명령 제도의 설계 및 운영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성범죄자는 재범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애초에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와 접촉할 기회를 극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쉽게 볼 수 있다.27) 한국의 아동 관련 종사자 결격사유 제도를 보더라도 성범죄,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전력이 결격사유로 규정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성범죄자가 범죄 전력이 없는 자 혹은 다른 유형의 범죄자에 비해 유의미하게 높은 수준의 재범 위험성을 갖는지, 또한 이러한 재범이 아동과 함께 근무하는 환경에서 아동학대 내지 아동 대상 범죄의 형태로 발현될 우려가 있는지에 관한 이론적 근거가 아주 엄밀하거나 확고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작 한국에는 참고할 만한 실증적 연구가 많지 않고, 서구의 연구를 참조한 연구에 따르더라도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성범죄자의 성범죄 재범률이나 전반적인 재범률이 비성범죄자의 재범률보다 높다고 보기 어려우며, 연구결과 간의 편차도 크고, 성범죄는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른바 암수범죄가 상당수 존재하기 때문이다.28)29) 또한 성범죄라 하더라도 그 유형에 따라 재범률에 차이가 있다.30)31)
심지어 한국의 최근 통계에 의하면, 최종심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판결문을 기준으로 조사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동종전과 비율은 13.5%인 반면32) ‘출소자의 재복역률’(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되었다가 형기종료·가석방·사면 등의 사유로 출소한 후 3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교정시설에 수용된 경우)은 2020년도 출소자를 기준으로 22.6%에 달하여서, 두 통계 간의 기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반드시 다른 범죄자의 재범률보다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33) 또한 재복역률 통계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의 재복역률은 15.9%로 오히려 전체 범죄의 재복역률보다 낮기도 하다.34)
다만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성범죄, 특히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전력을 아동 관련 종사자의 결격사유로 두는 것이 정당화될 여지가 없진 않다. 먼저, 정신질환과 성범죄 재범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35) 이 경우에도 성범죄의 유형에 따라 정신질환의 수준은 다르다.36) 특히 아동학대 중 성적 학대의 경우 병리적 원인의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임상적으로 이상 성행동에 대한 진단은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상 성도착증(paraphilias)의 기준을 따른다. 그중 소아기호증(pedophilia)은 사춘기 이전의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이상 성행동으로, 성범죄자 중 아동 성폭력 가해자가 이러한 진단에 해당될 수 있다.37) 실제로 소아기호증이 있는 성범죄자, 강간범, 근친강간범들의 성범죄 재범률을 조사한 결과 소아기호증 집단의 성범죄 재범률이 가장 높았다는 연구가 있다.38)
문제는 개별 결격사유에 대한 이러한 논의들이 충분히 진행된 뒤에 법제화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격사유 제도를 통해 아동학대를 방지하면서도 관련 종사자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려면, 단순히 일정 수준 이상의 처벌을 받은 (성)범죄 전력 전체를 기준으로 삼는 것보다는 범죄의 유형별 특성 그리고 해당 직무와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결격사유를 설정하여야 한다. 결격사유 제도와 달리 취업제한명령 제도의 경우 법관이 관련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개별 범죄자의 구체적인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는데, 헌법재판소는 사회복지사업법상 결격사유 제도에 관한 최근 결정에서 “결격사유 제도는 특정한 범죄를 범한 사람 개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그 사람을 배제하는 제도가 아니라, 직무와 관련하여 특정한 범죄를 범한 사람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종사할 자격이 없다고 보고 그러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일률적으로 일정 기간 동안 사회복지시설 등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정한 제도이다.”라고 하면서,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시설 등 종사자의 결격사유 제도와 아동복지법상 취업제한명령 제도는 그 근거법률이나 대상, 목적, 요건 등이 상이한 별개의 제도로서, 법원이 재범의 위험성 등을 고려하여 취업제한명령을 면제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사회복지시설 등에 근무할 자격 내지 자질을 갖추었다는 점까지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시하여 두 제도의 차이를 강조하기도 하였다.39)
그렇다면 특히 취업제한명령에 대해서는 개별 범죄자의 이상 성행동 여부와 같은 구체적인 재범 위험성을 측정할 수 있는 척도를 적극 개발·활용할 필요가 있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 검사가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하기 전 피의자의 재범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할 보호관찰소에 ‘청구 전 조사’를 의뢰한 모든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한국형 성범죄자 재범 위험성 평가척도’(K-SORAS)를 이용해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다. 이때 K-SORAS 검사결과 재범위험성이 ‘높음’으로 판단되거나 13세 미만 아동 대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정신질환 체크리스트 개정판(Psychopathy Checklist-Revised, PCL-R)40) 평가를 진행하여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고 있다(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이러한 척도의 타당성은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41) 역시 관련 연구가 활발하진 않다.
헌법재판소는 결격사유 제도에 관해서는 ‘교육 현장에서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원천 차단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면서도,42) 반면 취업제한명령에 대해서는 대체로 ‘특정 유형의 범죄 전력에 대한 일률적인 취업제한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에 해당할 위험이 크다’는 관점에서 2016년 한 해에만 다섯 개의 위헌결정을 내리는 등 여러 차례 위헌결정을 선고해 왔다.43) 아무리 두 제도의 근거법률이나 대상, 목적, 요건 등이 상이하고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와 아동학대관련범죄 사이에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선고된 결정들이 근본적인 ‘논거’에 관하여 모순되거나 상충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에 관하여 위헌결정과 합헌결정의 각각 대표적인 결정의 일부를 발췌하자면 아래 표 1, 2와 같다(다만 위 위헌결정의 반대의견 중 위 합헌결정과 유사한 견해에 선 의견도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와 같은 논거 상충의 문제는 비단 아동 관련 종사자의 결격사유 등과 관련해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의 결격사유 내지 당연퇴직 사유와 관련해서도 일련의 결정들의 논거가 상충되어 오고 있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44)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자칫 특정한 결격사유 제도나 취업제한명령 제도의 ‘존치냐, 수정이냐’라는 결론이 논증에 선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 내지 의문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 비록 심판대상, 결정 시기, 재판부 등의 차이에 따른 부득이한 측면도 있겠으나, 헌법재판소가 적어도 유사한 논점이나 전제에 대해서는 좀 더 실증적인 연구를 토대로 입장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Ⅳ. 호주 퀸즐랜드주의 아동 관련 종사자 규제: ‘블루카드’ 제도
한국의 아동 관련 종사자 결격사유 제도 개선에 참고할 만한 입법례로 호주 퀸즐랜드주45)의 ‘블루카드’(Blue Card)46) 제도가 있다(아래 그림 1 참조).47)
퀸즐랜드주는 ‘아동 보호에 관한 1999년 법률’(Child Protection Act 1999)48)에 이어 ‘아동·청소년 위원회에 관한 2000년 법률’(Commission for Children and Young People Act 2000)을 제정하여 아동49)의 안전을 위한 제도를 본격적으로 마련하였다. 이때 도입된 블루카드 제도는 아동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예방 및 감독 체제로서, 안전하고 지원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아동의 피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50) 2001년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아동 관련 종사자 결격사유 제도에 관한 호주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51) 이로부터 영향을 받은 다른 주들도 이후 블루카드 제도와 유사한 아동 관련 종사 확인 제도(Working with Children Check/Clearance, WWCC)로 약칭한다.)를 운영하면서 제도 간 연계가 이루어 지고 있다.52) 블루카드 제도는 일률적·고정적인 결격사유 제도의 한계를 넘어 아동 보호라는 목적과 직업선택의 자유 제한 간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선도적·지속적인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제도에 시사점이 크다고 보인다.
‘아동·청소년 위원회에 관한 2000년 법률’은 제정 당시 제6장(Part 6) ‘아동 관련 취업의 심사’(employment screening for child-related employment)에서 결격사유 제도를 규정하여, “오직 적합한 사람들”(only suitable persons)만 아동과 관련하여 취업하거나 사업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고[제95조(Section 95)], 아동의 보호와 아동의 복리 증진을 최우선의 고려사항(paramount consideration)으로 두었다(제96조). 아동 관련 종사자 또는 사업자가 적합성 통지(suitability notice)를 신청하면(제100조, 제101조), 아동·청소년 위원회 위원장(commissioner)이 아동 보호 및 아동 복리 증진의 관점에서 대상자의 범죄 전력 및 혐의 등을 고려하여 적합 통지(positive notice) 또는 부적합 통지(negative notice)를 발급하게 하였다(제102조).
‘아동·청소년 위원회에 관한 2000년 법률’은 2004년에 ‘아동·청소년 위원회 및 아동 수호에 관한 2000년 법률’(Commission for Children and Young People and Child Guardian Act 2000)로 개정되면서 위원장의 아동 보호 역할을 강화하였다. 이후 퀸즐랜드주 아동 보호 조사위원회(Queensland Child Protection Commission of Inquiry)가 2013년에 아동 보호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121가지 권고 사항 및 로드맵을 담은 733쪽 분량의 보고서53)를 발표하였고, 이에 퀸즐랜드주 정부는 2014년에 아동 보호 개혁 법안(Queensland Child Protection Reform Bills)을 발의하여 관련 법률들을 정비하였다. 당시 ‘아동·청소년 위원회 및 아동 수호에 관한 2000년 법률’이 ‘아동 관련 종사(위험 관리 및 심사)에 관한 2000년 법률’[Working with Children (Risk Management and Screening) Act 2000]로 개정되었고, 기존의 위원회 기능은 새로 제정한 ‘가족·아동 위원회에 관한 2014년 법률’(Family and Child Commission Act 2014)로 이관되었다.54)
이후 가족·아동위원회가 2017년 블루카드 제도를 좀 더 ‘강화·효율화’(Strengthening and streamlining)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81개의 권고 사항을 담은 258쪽 분량의 보고서55)를 발간하였고, 퀸즐랜드주의 2017년 선거에서 재선된 노동당 정부 역시 블루카드 제도를 유사한 취지의 ‘카드 없이는 근무 개시도 없다’(No Card, No Start) 정책을 공표함에 따라 블루카드 제도는 다시금 변화를 맞이하였다.56)57) 이에 2020년 개정된 법률은 법률의 용어 등을 단순화하여 이해관계자가 의무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고, 범죄 경력이 없거나 단순한 신청자의 블루카드 신청 처리 기간은 최대한 단축하는 것을 전제로 블루카드가 없는 상태에서의 근무를 금지하였다. 즉 원래 유급 피용자(paid employee)는 자원봉사자, 학생, 또는 사업자와 달리 블루카드를 일단 신청하였다면 그 처리 완료 전에 근무를 개시할 수 있었지만 법률 개정으로 유급 피용자 또한 블루카드 발급이 완료되어야만 근무를 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2024년에는 블루카드 제도의 ‘강화·효율화’라는 목표를 완성하기 위하여 ‘아동 관련 종사(위험 관리 및 심사) 및 기타 법률에 관한 2024년 개정 법률’[Working with Children (Risk Management and Screening) and Other Legislation Amendment Act 2024]이 도입되어 2025년부터 시행되었다. 위 개정 법률은 ‘아동 관련 종사(위험 관리 및 심사)에 관한 2000년 법률’ 등에 대한 개정 조항을 담고 있는데, 아동 관련 업무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아동과의 접촉이 요구되는 새로운 직종 및 활동 유형을 블루카드 제도의 규율 대상에 포함시켰고(예: 아동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변호사), 부모인 자원봉사자에 대한 블루카드 요구 면제는 유지하되 숙박을 수반하는 캠프 활동 또는 밀접한 신체적 접촉이 발생하는 경우는 블루카드가 요구되도록 하였으며, 블루카드 신청자 및 소지자가 퀸즐랜드주 내외의 아동 보호 명령 및 가정폭력 명령 이력 등 ‘공개 대상 사항’(disclosable matters)의 존재를 자진신고하도록 하는 새로운 신고 의무를 도입하였으며, 최고행정관(chief executive)이 아동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실질적 우려가 있는 자의 블루카드를 정지할 수 있는 추가 재량권을 부여하였고, 조직 및 개인이 아동의 안전 보호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블루카드 제도의 법규 준수 대응 체계를 강화하였으며, 신청자·카드 소지자·기관에 적용되는 블루카드 제도상의 의무를 간소화하였다.58)
한편 아동과 접촉하는 사업체·기관이 준수해야 할 아동안전 기준과 보고 의무를 규정하는 법률인 ‘기관의 아동 안전에 관한 2024년 법률’(Child Safe Organisations Act 2024)이 2024년에 제정되었는데, 이 법의 2026년 개정 법률은 ‘아동 관련 종사(위험 관리 및 심사)에 관한 2000년 법률’을 ‘아동 관련 종사의 심사에 관한 2000년 법률’(Working with Children Check Act 2000)로 개정하여 법명을 간소화하였고 이 법이 현행법이다.
이하에서는 원칙적으로 현행 법률 및 규정, 즉 ‘아동 관련 종사(위험 관리 및 심사) 및 기타 법률에 관한 2024년 개정 법률’ 및 ‘기관의 아동 안전에 관한 2024년 법률’ 등에 의한 개정이 반영된 ‘아동 관련 종사의 심사에 관한 2000년 법률’(이하 ‘심사법’이라 하고, 별도의 표기가 없이 조항을 표기한 경우 심사법의 조항이다) 및 ‘아동 관련 종사(위험 관리 및 심사)에 관한 2020년 규정’[Working with Children (Risk Management and Screening) Regulation 2020]59)(이하 ‘심사규정’이라 한다)을 기준으로 블루카드 제도의 내용을 설명하기로 한다.60)
심사법은 특정 직무에 고용되거나 특정 사업을 영위하는 자에 대한 심사(screening)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통해 통해 퀸즐랜드주 내 아동·청소년의 권리, 이익, 복지를 증진하고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5조). 이 법은 ① 아동의 복리와 최선의 이익(welfare and best interests)이 가장 중요하고, ② 모든 아동은 위해로부터 보호받고 아동의 복리를 증진하는 관점에서 보살핌을 받을 권리를 지닌다는 원칙에 따라 시행되고(제6조), 최고행정관을 통해 법제의 시행 등을 관리·감독한다(제8조). 블루카드 제도에서 최고행정관은 소관 부처인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의 차관격인 ‘Director-General’을 의미한다. 최고행정관은 퀸즐랜드주 내각을 이끄는 총리(Premier)의 결정으로 총독(Governor in Council)에 의해 임명되는데[공공 부문에 관한 2022년 법률(Public Sector Act 2022) 제170조, 제171조], 선발 시 직무 적격성을 고려하되 변호사와 같은 자격·면허 등은 요구하지 않는다(같은 법 제44조). 최고행정관의 실제 블루카드 심사, 감시, 운영 업무는 법무부 블루카드 부서의 자격심사팀(Eligibility Assessment team), 준법감시팀(Compliance team), 공동체 정보팀(Community Information team) 등 전문인력이 보좌한다.61)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그 다른 사람이 업무를 수행하도록 합의하면 이는 심사법상 취업(employment)에 해당하고, 이는 서면계약 여부, 금전적 보상 여부, 업무 수행의 동기, 시간, 지속성 등과 무관하다(제10조). 심사법은 규제 대상 취업 및 사업(regulated emplyment and businesses)을 법에서 정의하되(제156조 내지 제158조), 이를 별표 1(Schedule 1)에서 상세히 정하고 있다. 1년에 7일 이하로 취업하는 사람, 자신의 자녀를 포함한 아동에게 자원봉사를 하는 부모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그럼에도 아동 대상의 1박 이상 캠프 또는 소풍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거나, 본인의 자녀가 아닌 다른 아동과의 긴밀한 신체적 접촉을 포함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규제가 적용된다(제156조). 경찰관과 등록된 교사는 법상 별도의 규제에 따라 블루카드가 아닌 ‘면제카드’(working with children exemption)를 받는다[제3절(Division 3)].
주거시설, 학교(기숙시설), 학교(교사를 제외한 직원), 교육 및 돌봄서비스 등, 보육 등, 사법 및 구금 서비스, 어린이가 참여하는 교회·클럽·협회, 보건·상담·지원 서비스, 장애아동 대상 서비스, 개인 교육·지도·과외, 학교 내·외의 교육 프로그램, 홈스테이를 포함한 아동 숙박 서비스, 종교 단체, 아동 숙박 서비스, 주거시설 외의 아동 호스텔, 스포츠·활동적인 레크리에이션·체육 및 놀이시설, 엔터테인먼트·미용·사진 촬영, 응급 서비스 생도(emergency service cadet) 프로그램,62) 학교 횡단보도 감독관, ‘아동 보호에 관한 1999년 법률’에 따른 아동 보호자, 비공립학교(가톨릭계 학교 및 독립학교)와 관련되면 원칙적으로 규제 대상이다(별표 1 제1장 및 제2장). 단, 경찰 서비스를 위해 고용된 사람(해양구조나 응급구조와 관련하여 아동에게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원봉사자 등은 제외), 교정직 종사자, 등록된 보건의료인, 고용된 아동에게 오직 도움·지도만을 제공하는 사람, 구급대원의 경우 규제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제외되는데, 법률에 규정된 본래의 업무를 벗어난 일을 할 때에는 규제 대상이 된다(별표 1 제3장).
구 심사법은 ‘기관의 아동 안전에 관한 2024년 법률’ 제정 전에 다른 사람을 규제 대상 취업의 형태로 고용하는 사람은 매년 규제 대상 취업자에 대해서 ① 규제 대상 취업의 영향을 받는 아동의 복지를 증진하고 아동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취업 관행 및 절차를 시행하고, ② 심사규정에서 규정하는 바를 포함하는 서면 전략(written strategy)을 개발 및 시행해야 했으나, ‘기관의 아동 안전에 관한 2024년 법률’이 도입되어 이를 대체하였다.
‘기관의 아동 안전에 관한 2024년 법률’은 숙박 또는 주거 서비스, 아동 보호 서비스, 종교단체, 장애아동 대상 서비스, 교육 서비스, 보건 서비스, 사법 및 구금 서비스, 아동 대상 상업적 서비스, 운송 서비스, 지역 서비스, 정부 조직을 ‘아동 안전 관련 기관’(child safe entity)으로 보아 규제한다(별표 1). 이 법은 먼저 아동 안전 관련 기관에 적용될 아동 안전 기준(child safe standards)를 제시하는데, 아동의 안전과 복지의 내재화, 아동에 대한 정보 제공과 아동의 참여, 가족과 지역사회의 참여, 정책과 실무에서의 형평성 유지와 다양한 요구의 존중, 관련 종사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 문제제기에 대한 아동 중심적인 대응, 아동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물리적 환경과 온라인 환경, 아동 안전 기준의 정기적 검토와 개선, 정책과 절차의 문서화가 그 내용이다(제9조).
다음으로 이 법은 아동 성범죄, 학대, 방임, 폭력 등을 보고 대상 행위(reportable conduct)로 정의하고(제26조), 규제 대상 기관의 직원, 자원봉사자, 하도급업자, 임원, 훈련생, 성직자·종교 지도자, 개인사업자 등을 종사자(worker)로 정의하면서 이를 규제한다(제32조). 누구나 규제 대상 기관 종사자의 보고 대상 행위에 대한 혐의나 유죄 판결을 인지한 경우 이를 해당 기관의 장에게, 해당 기관의 장(head)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가족·아동위원회에 이를 반드시 보고해야 하고(제33조), 기관장은 보고 대상 행위에 대한 혐의 또는 유죄 판결에 대하여 법률상 요건(제35조)을 충족한 초기·중간·최종보고서를 작성하여 가족·아동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위반하면 최대 100 단위(penalty units)의 벌금형63)에 처해질 수 있다(제34조 내지 제38조). 퀸즐랜드주 가족·아동 위원회는 이 법의 시행을 감독·집행하면서 보고 대상 행위의 조사를 수행한다(제4장).
사용자(employer)는 규제 대상 취업에 관하여 ① 업무 허가(clearance, 블루카드 또는 면제카드를 의미한다. 이하 ‘블루카드 등’이라 한다)를 받지 않은 사람을 고용하거나 ② 최고행정관에게 통지하지 않은 상태로 사람을 고용해서는 안 된다(제175조). 이를 위반한 사업자는 최대 100 단위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가령 피용자가 이미 부적합 통지를 받은 사실을 알고도 고용하는 행위처럼 가중처벌받는 경우에는 최대 200 단위의 벌금형 또는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제176조). 블루카드 등을 받지 않고 취업하거나 규제 대상 사업을 영위하면 최대 500 단위의 벌금형 또는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제176조의A 내지 B).
블루카드 등을 받지 않고 취업한 개인은 최대 100 단위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부적합 통지를 받고도 취업하는 경우와 같이 가중처벌되는 경우 최대 500 단위의 벌금형 또는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제176조의A). 경찰관이나 등록된 교사가 업무 권한(children authority, 면제카드)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유사한 규제가 존재하고, 더 높은 수준의 처벌이 규정되어 있다(제176조의C 내지 G).
개인이 규제 대상 분야에 취업하고자 하는 경우, 사용자는 먼저 취업 희망자의 블루카드 등 또는 취업 희망자의 사진이 포함된 운전면허증을 통해 해당 인물의 신원을 확인해야 하고, 취업에 관하여 최고행정관에게 통지하여야 한다(제173조). 취업을 희망하는 개인은 최고행정관에게 수수료64)를 납부하고 온라인 또는 서면으로 블루카드(working with children check)를 신청할 수 있다(제187조). 자원봉사자65)의 블루카드는 수수료가 면제되고(제189조), 경찰관 또는 등록된 교사는 최고행정관에게 면제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데 별도의 수수료는 없다(제187조).
구 심사법은 ‘아동 관련 종사(위험 관리 및 심사) 및 기타 법률에 관한 2024년 개정 법률’을 통해 개정되기 전에는 ① 결격자(disqualified person), ② 이미 부적합 통지를 받은 사람이 블루카드나 면제카드를 신청하면 최대 500 단위의 벌금형 또는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였고 다만 징역형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지 않은 경우 등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최고행정관이 예외적으로 적격성 선언(eligibility declaration)을 하여 결격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었으나, 이는 개정 법률에서 폐지되었다.
심사법상 블루카드 등을 신청하거나 발급할 수 없는 결격자를 정의하는 결격사유는 ① 제16조 및 별표 4의 결격 범죄(disqualifying offences, 아동과의 성행위, 아동 그루밍, 아동을 착취하는 범죄, 기타 아동 관련 성범죄, 성인이나 아동에 대한 살인 및 기타 심각한 성폭력 범죄 등을 포함한다)로 유죄판결을 받은(convicted) 사람(판결의 확정이나 실제 수형 유무와 무관함), ② ‘아동 보호(범죄자 신고 및 범죄자 금지 명령)에 관한 2004년 법률’[Child Protection (Offender Reporting and Offender Prohibition Order) Act 2004]에 따른 신고 대상 범죄자(offender reporting obligations)66), ③ 같은 법에 따른 범죄자 금지 명령(offender prohibition order)67) 대상자(범죄자 금지 명령 신청의 피신청인인 경우를 포함한다), ④ ‘위험 수형자(성범죄자)에 관한 2003년 법률’[(Dangerous Prisoners (Sexual Offenders) Act 2003]에 따른 성범죄자 감독명령(sexual offender order)68)를 의미한다(제17조).69)
최고행정관은 블루카드 등의 신청서를 받은 경우 신청자에게 합리적으로 필요한 추가 정보의 제공을 요청하는 통지를 보낼 수 있고, 신청자가 이러한 요청에 따르지 않으면 신청이 철회된다(190조). 최고행정관은 블루카드 등의 신청서를 서면으로써 승인하거나 거부해야 하고, 승인하는 경우에는 블루카드나 면제카드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부적합 통지를 발급해야 한다(제226조).
심사법은 경찰 정보(police information, 범죄 이력 및 수사정보 등을 의미한다), 가정폭력 정보, 징계 정보, 다른 주의 아동 관련 종사자 심사 관련 부정적인 정보, 해당 인물이 아동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관련이 있다고 최고행정관이 합리적으로 믿는 해당 사람에 관한 기타 정보를 평가 대상 정보(assessable information)로 정의한다(제220조). 최고행정관은 신청자의 어떠한 평가 대상 정보도 인지한 바가 없다면 신청을 승인해야 하나, 면제카드 신청의 경우에는 추가적인 취업 심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만 신청을 승인할 수 있다(제227조). 최고행정관은 결격자의 신청을 거부해야 한다(제228조). 최고행정관은 과거에는 결격자였으나 더 이상 결격자가 아닌 경우(다만 유죄 판결, 형벌, 명령을 선고받아 결격자가 되었으나 항소심 내지 구제절차에서 유죄 판결 등이 취소된 경우는 원칙적 신청 거부의 대상이 아니다), 별표 2의 중대범죄로(serious offence)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신청을 거부해야 하나, 해당 인물에게 블루카드 등이 발급되더라도 그가 아동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예외적 사례(exceptional case)에 해당된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는 신청을 승인할 수 있되, 예외적 사례의 해당 여부를 결정하려면 반드시 위험성 평가(risk assessment)를 실시하여야 한다(제229조). 신청자가 결격자나 예외적 사례의 검토 대상 등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최고행정관이 신청자의 평가 대상 정보를 인지한 경우, 최고행정관은 해당 인물이 아동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확신하지 않는 경우에만 신청을 승인해야 하고, 이를 판단할 때에도 반드시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여야 한다(제230조).
위험성 평가 제도는 종래에 운영되던 최고행정관의 판단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아동 관련 종사(위험 관리 및 심사) 및 기타 법률에 관한 2024년 개정 법률’을 통해 도입되었다. 최고행정관은 자신이 입수한 해당 사람에 관한 정보를 고려하고, 자문 위원회(advisory committee)에 사안을 회부하는 경우 그 조언이나 권고를 고려하여, 전문가 자문위원(expert advisor)을 임명하는 경우 그 조언을 고려하여, 합리적 인간 테스트(reasonable person test)를 거쳐 해당 인물이 아동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최고행정관은 어떤 사람이 아동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결정하려면 해당 인물이 아동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실제 가능성(real possibility)이 있다고 ‘확신’해야 하나, 해당 사람이 아동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likely)고까지 확신할 필요는 없다(제232조). 합리적 인간 테스트란, 합리적 인간이 자신의 자녀가 해당 인물과 직접적인 접촉(direct contact)70)을 하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경우에만 최고행정관은 해당 인물이 아동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제233조).71) 이 외에도 심사법은 위험성 평가와 관련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제234조 내지 제237조).
최고행정관은 블루카드 등 발급 대상자가 결격자가 된 경우 그 허가를 취소해야 하고, 블루카드 등의 발급 당시 최고행정관이 신청자에 대한 결격 범죄 유죄 판결을 인지하지 못했던 경우, 블루카드 등 발급 대상자가 다른 주의 아동 관련 종사자 관련 심사에서 거부되거나 종사 권한이 취소된 경우, 본래 올바르거나 완전한 정보에 기초하였다면 부적합 통지를 하였어야 하는 사안이지만 잘못되거나 불완전한 정보에 기초하여 블루카드 등이 발급된 경우, 블루카드 등의 발급 이후에 추가 정보가 확보된 경우에는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제303조 내지 제304조의A). 최고행정관은 블루카드 등을 취소한 경우 그 대상자 및 사용자 등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제304조의B, 제304조의C).
개인이 부적합 통지를 받았지만 결격자가 아니고 다른 주의 아동 관련 종사자 심사상 부적합 결정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① 부적합 통지로부터 3년이 경과하였거나, ② 부적합 통지가 잘못되거나 불완전한 정보에 기초하였거나, ③ 결격사유 때문에 부적합 통지를 받았지만 결격사유가 사라진 경우 해당 개인은 부적합 통지의 취소를 신청할 수 있고(제304G조, 제304조의H), 최고행정관은 그 취소 여부를 심사하여 결정하되 취소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구제절차에 대한 안내를 포함하여 이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제304조의HA 내지 I).
심사법은 최고행정관의 심사 과정과 관련이 있는 수사정보, 정신건강정보를 비롯한 각종 개인정보의 수집, 처리 등의 근거, 방법 및 한계, 최고행정관의 정보 취급 지침 등에 관하여 제6장의 무려 40여개 조항에 걸쳐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제305조 내지 제346조). 블루카드 등을 발급받은 사람은 경찰 정보의 변경이 있는 경우 즉시 최고행정관에게 알려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최대 100 단위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제323조).
부적합 통지를 받았거나 부적합 통지의 취소를 거부당한 개인 등은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 규정된 기간 내에(원칙적으로 결정통지일로부터 28일 이내에) 최고행정관의 결정에 대해서 ‘퀸즐랜드주 민사 및 행정 재판에 관한 2009년 법률’(Queensland Civil and Administrative Tribunal Act 2009)에 따라 민사행정재판소(Queensland Civil and Administrative Tribunal, QCAT)에 불복할 수 있다(제309조).
민사행정재판소의 제1심 재판은 원칙적으로 6년 경력 이상의 변호사 혹은 지식·전문성·경험을 갖춘 인물(예: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최대 3인의 위원이 담당하지만 사안의 중대성 등에 따라 전·현직 법관인 사법위원(judicial member)이 담당하기도 한다(퀸즐랜드주 민사 및 행정 재판에 관한 2009년 법률 제165조, 제167조, 제183조). 민사행정재판소는 단순히 위법성을 검토하는 것을 넘어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따져서 올바르고 바람직한 결정(decision)을 내리기 위한 심사(merits review)를 하고(같은 법 제20조), 직접 결정을 내릴 수도 있으며(같은 법 제24조), 소송비용을 원칙적으로 각자 부담한다(같은 법 제100조). 사법위원이 담당하지 않은 결정에 대해서는 민사행정재판소 내의 항소심 재판부에 항소할 수 있고(같은 법 제142조), 항소심 재판은 사법위원이 담당한다(같은 법 제166조). 사법위원이 담당한 제1심 결정에 대해서는 오직 법률 문제(question of law)에 한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항소법원(Court of Appeal)에 항소할 수 있다. 최근의 개정 법률에 관한 결정은 아직 찾기 어려우나, 구 심사법에서 블루카드 등의 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사유였던 ‘아동의 최선의 이익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은 참고할 수 있다. 민사행정재판소는 ‘심사법상 ‘예외적인 경우’는 사실과 정도의 문제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며, 시간의 경과만으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고, 의사결정권자는 관련 위험 및 보호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하여 아동 보호의 취지를 강조한 적이 있고,72) ‘부적합 통지의 합리성과 정당성을 판단하면서 청구인의 ‘사생활과 명예’, ‘공적 참여에 관한 권리’, ‘직업 교육 및 훈련을 계속할 권리’라는 인권을 고려해야 하나 모든 아동의 ‘아동이라는 이유로 아동에게 필요한 보호를 받을 권리’,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라는 인권 또한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취지로 설시한 적도 있다.73)
Ⅴ. 제도에 대한 평가 및 한국에 대한 시사점
블루카드 제도는 기본적으로 심사법이라는 단일한 법률을 주된 근거법률로 삼고 있다. 호주법의 특성상 ‘아동 관련 종사(위험 관리 및 심사) 및 기타 법률에 관한 2024년 개정 법률’, ‘기관의 아동 안전에 관한 2024년 법률’과 같이 다른 법률이 제·개정됨에 따라 심사법이 개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심사법전에도 개정 내용이 모두 반영되므로 현행법을 한눈에 확인하는 데에는 불편이 없다. 심사법이 결격사유를 규정하면서 ‘아동 보호(범죄자 신고 및 범죄자 금지 명령)에 관한 2004년 법률’이나 ‘위험 수형자(성범죄자)에 관한 2003년 법률’을 인용하고 있으나 복잡한 내용은 아니다. 법률의 결격사유 자체는 최대한 단순하게 규정을 하되, 그 밖에 예외적으로 아동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 대해서는 최고행정관과 전문인력이 보충적으로 개입하고 이를 민사행정재판소와 법원이 보완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서 아동 보호의 취지는 물론 아동 관련 종사자들의 권리나 편익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고 보인다.
반면 한국의 경우 아동 관련 종사자의 일률적인 결격사유가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고, 그러한 결격사유를 모두 확인하려면 국가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사회복지사업법, 영유아보육법, 아동복지법, 학원법 등의 결격사유 제도를 분석하는 한편, 개별 법률 내, 혹은 법률 간에서도 복잡하게 인용·연결되어 있는 규정들을 추적해야만 한다. 취업제한 명령 제도는 개별적 위험성 평가를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적용 영역이 한정적이고, 이에 대해서도 아동복지법, 청소년성보호법 등을 따로 찾아 보아야 한다. 이러한 규율 방식하에서는 블루카드 제도처럼 단일한 법률을 통해 모든 아동 관련 종사자의 결격사유 내지 취업제한을 총체적으로 규율할 때와 달리 개별 분야의 특수성을 여러 법률에 각각 반영할 여지가 있긴 하겠으나, 실제로 한국의 법제는 개별 법률의 결격사유 규정이 다른 법률의 결격사유 규정을 저마다 복잡하게 인용하고 있고 그 뚜렷한 근거도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결국 어느 쪽의 장점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복잡한 규제는 법률의 수범자와 집행자 모두에게 불편과 혼란을 주기 마련이고, 심지어 입법의 공백이나 흠결마저 야기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성폭력범죄 또는 아동학대관련범죄가 발생한 시설 등의 개선, 사업의 정지, 시설의 장의 교체를 명하거나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는데(제40조), 이에 따라 시설의 장에서 해임된 사람으로서 해임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은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여 임원이 될 수 없고(제19조 제1항 제2의3호), 임원의 결격사유를 부분적으로 인용하는 시설의 장 관련 규정에 의거하여 시설의 장도 될 수 없지만(제35조 제2항 제1호), 역시 임원의 결격사유를 부분적으로 인용하는 사회복지법인 또는 사회복지시설의 종사자에 대한 결격사유에는 해당하지 않아서(제35조의2 제2항 제1호) 그 종사자는 될 수 있고, 심지어 본인이 시설의 장에서 해임된 해당 시설의 종사자로 근무하는 데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일반 수범자가 규정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어렵지만, 많은 사회복지법인 또는 시설의 영세성을 고려할 때 시설의 장에서 해임된 사람이 해당 기관의 종사자로 다시 채용되는 경우 사실상 시설의 장과 같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우려가 있음에도 이를 규제하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시설의 장에 대한 교체 처분이 단지 사전통지되거나 그런 통지가 예견되는 상태에서 시설의 장이 자진 사임한 경우에는, 해당 인물은 시설의 장에서 해임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시설의 장이나 임원, 종사자로 재직할 여지까지 있게 된다.
또 다른 문제를 들자면 결격사유 조회에 관한 근거규정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결격사유 중 범죄경력 관련 조회의 경우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9호(공무원 관련 법률의 경우) 및 제10호(다른 법률의 경우) 등을 근거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해당 조항은 관련 법률에 범죄경력조회 등에 관한 근거 규정이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결격사유를 규정한 법률들 중 영유아보육법을 제외한 대부분이 결격사유 조회에 관해서 직접적인 근거 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므로 현재 민간 영역에서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활용하여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범죄경력 등의 조회가 과연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큰 의문이 든다. 앞서 보았듯 정신질환 여부 및 마약류 중독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제출해야 하는 자료에 관한 규정도 없고,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 허위 자료 제출에 대한 벌칙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결국 한국 법제에 ‘이리저리 흩뿌려져 있는’ 아동 관련 종사자 결격사유 제도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전체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모색하거나 적어도 현존하는 사각지대나 모순을 제거해 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퀸즐랜드주의 인구는 약 570만 명인데, 2026. 3. 31. 기준으로 1,097,790명이 블루카드를 보유하고 있고, 13,933명이 블루카드를 신청한 상태이다.74) 이처럼 많은 사람과 관련을 맺고 있는 블루카드 제도는, 법령에 단순히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운영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 및 평가를 수반하고 있으며 이러한 평가가 실제로 제도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블루카드 제도 또한 범죄 기록이 없는 사람의 위험을 걸러낼 수 없다는 본질적인 차원의 비판은 있었으나,75) 부분적인 문제들의 경우에는 두 차례의 대규모 평가와 세 차례의 대규모 개정을 통해 보완되어 왔다. 퀸즐랜드주 정부는 현재도 가족·아동위원회의 2017년 권고 사항에 대한 이행 현황을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있다.76)
반면 한국은 각종 법령에 300여개가 넘게 존재하는 결격사유 제도에 대해서 공공 또는 민간 차원에서 체계적인 평가를 진행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주로 취업제한명령 제도에 대해서 아동 관련 종사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 보호를 염려하는 취지의 연구가 이루어지거나 헌법재판소를 통한 위헌성 통제가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는 아동 관련 종사자의 권리 보호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아동 관련 종사자 결격사유 제도의 의의와 실효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거나 정당화하고, 본래 취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하기에는 어려운 방식이다. 이에 국회, 법무부 및 성평등가족부, 여러 국책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결격사유 제도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평가하기 위한 기초 통계를 생성하고, 과연 제도의 효과가 어떠하고 실제로 어떤 점에서 보완될 필요가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검토하면서 관련 논의를 촉발하여야 한다. 결격사유 제도의 기능이 적극적으로 증명·강화되지 못하면, 끊임없는 기본권 침해 논란 속에서 아동의 권리 보장이라는 취지는 서서히 몰각되고 말 것이다.
블루카드 제도는 전자기술을 적절히 활용해서 접근성을 증대시켜 왔다. 블루카드 등의 신청 및 갱신, 재발급, 유효성 조회 등의 업무가 모두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가능하고(아래 그림 2 참조),77) 개인과 단체를 위한 포털 웹사이트가 각각 마련되어 있어서 관련 기능을 효과적이고 편리한 방법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98퍼센트의 블루카드 신청서가 온라인으로 제출되고 있다.78) 이제 블루카드 서비스 전산망과 퀸즐랜드 경찰 서비스 전산망은 서로 전자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매일 경찰 정보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된다. 최고행정관은 이를 통해 경찰 정보의 지속적인 감독이 가능하고, 필요한 경우 블루카드를 즉시 정지 또는 취소하거나 경찰 정보를 사업장에 통지하여 대상자의 근무를 중단시키는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79) 실제로 당국은 2025년 통계 기준으로 1,094,450명을 매일 모니터링하였고, 1,914개의 블루카드가 경찰 정보 변경이나 기타 관련 정보로 인해 취소되거나 정지되었다.80) 블루카드 제도의 일상적이고 무차별적인 범죄 이력 조회가 많은 비용을 야기하면서도 실효성이 불투명하다는 비판도 있으나,81) 어떤 제도를 일단 마련하였다면 해당 제도가 온전히 집행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바, 한국처럼 결격사유 제도의 집행 여부를 사실상 방치하고 제대로 감시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큰 문제라고 보인다.
전자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블루카드 제도를 단순화하는 제도 개혁의 효과로, 종래 수개월에 달하던 카드 발급 기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2025년 통계 기준으로, 경찰 정보나 관련 정보가 수신 되지 않은 경우 영업일 기준 평균 2일, 덜 복잡한 경찰 정보나 관련 정보를 받은 경우 영업일 기준 평균 11일이 소요되었다. 경찰 정보나 관련 정보가 수신 되지 않은 경우, 서면신청서의 경우에도 평균 7일 내에 처리되었다.82) 유의할 점은 ‘카드 없이는 근무 개시도 없다’ 정책에 의해서 블루카드가 없이는 유급 취업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기간 단축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종사자의 기본권이 크게 제한되었을 것이다. 취업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처리기간도 너무 긴 것은 아닌지, 혹은 거꾸로 심사기간이 줄어들면서 심사가 느슨해진 점은 없는지 등에 관한 평가는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결격사유 제도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정보기술 연동이 부족하여 실시간 감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는 청소년성보호법조차도 아동 관련 종사자의 취업제한명령 선고 여부에 관하여 연 1회 이상 확인·점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이고, 영유아보육법상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이나 기타 기관에서 이용하는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 또한 아동 관련 종사자의 결격사유 해당 여부에 대해서 지속적 감독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격사유 조회 요청이 있을 때만 그 해당 여부를 확인하는 구조이다. 일단 결격사유 요건을 통과해서 아동 관련 종사자가 된 사람에 대해서는, 그 뒤로는 결격사유 관련 사항이 변동되더라도 당국의 발 빠른 대응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블루카드 제도는 아동 관련 종사를 희망하는 개인이 스스로 블루카드를 신청해서 본인의 아동 관련 종사 적합성을 증명하도록 하고, 블루카드를 받은 이후 경찰 정보 변동이 있을 경우 종사자 본인이 최고행정관에게 통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결국 아동 관련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종사하고자 하는 시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본인의 적합성을 유지하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있다. 여기에 전자기술을 접목하여 종사자와 사용자, 감독기관 모두의 불편을 더는 한편 실시간 감독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은 높이고 있으므로, 종사자 본인에게만 의존하였을 때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동 관련 종사자가 처음 취업할 때에만 모호한 근거규정을 토대로 결격사유를 증명하게 하고, 그 뒤로는 당사자나 감독기관 중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로 평가된다. 이에 한국도 퀸즐랜드주와 같이 전문성·지속성을 갖고 통합적으로 결격사유 제도를 관리할 수 있는 기관·위원회를 두는 한편, 각종 결격사유에 관해서 통합된 실시간 정보망을 구축해두고(물론 그 보안 및 관리는 아주 철저해야 할 것이다), 아동 관련 종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이에 동의하게 한다면 제도의 실효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본다.
블루카드 제도의 경우에도 개별 결격사유가 (성)범죄 위주로 설정되어 있고, 이러한 사유가 어떤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설정되었으며 실제로도 그 타당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자료는 찾기 어려웠다. 이는 블루카드 제도 또한 피하지 못한 커다란 한계이다. 다만 블루카드 제도는 한국의 일반·추상적인 결격사유 제도와 개별·구체적인 취업제한명령 제도가 혼합된 것과 같은 구조로서, 몇 가지 결격사유를 일반적으로 규정하면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신청자에 대해서는 최고행정관의 전문성을 토대로 위험성 평가를 진행하고, 그 역기능을 법원의 사법심사가 보완하는 구조로서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
또한 블루카드 제도는 단순히 규제 및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규제가 효과적으로 이해되고 준수될 수 있도록 공식 웹사이트 등을 통해 상세한 안내 및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령 구 심사법에 따라 사용자에게 서면 전략 제출 의무가 존재하던 때에는, 아동 및 청소년 위험 관리 전략에 관해 수십 쪽 분량의 알기 쉬운 안내서(toolkit)를 제작하여 서약서나 행동강령 등의 작성 방법 및 예문 등을 소개하고, 이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기도 하였다. 2025년 통계 기준으로 블루카드 제도와 관련해서 106,672건의 전화 문의, 34,975개의 이메일 문의에 응답이 이루어졌다고 한다.83) 한편 원주민 또는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에 대한 블루카드 제도 관련 지원도 공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블루카드 제도의 적용 범위가 아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범위까지 지나치게 확대됨에 따라 원주민 또는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였다.84)
한국의 경우 결격사유나 취업제한명령을 통해서 아동 관련 위험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취업을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을 뿐, 실제 사업장에서 아동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위험 방지 전략을 마련한다거나 이에 관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규제·지원·유도하는 절차는 크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의 예방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 영역에서 사용자(사업자)와 종사자가 모두 아동학대 문제의 이해와 예방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필요한 경우 각종 인센티브도 부여하는 법제 내지 정책도 필요할 것이다.
Ⅵ. 맺으며
이 글은 한국의 법제 곳곳에 아동 관련 결격사유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러한 제도의 도입이 그 구체적인 근거나 실효성에 대한 논의 없이 아동 관련 범죄에 대한 선입견이나 사회적 공분 등을 계기로 막연하게 이루어진 것인지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으로 시작되었다. 최근 결격사유 제도의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정작 아동의 실질적인 보호를 위해 필요한 바가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가 없다면 제도 자체가 공허해질 수 있다.
한국과 퀸즐랜드주를 막론하고, 개별적 결격사유를 실증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와 관련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관해서는 국내·외에서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보인다. 가령 아동 보호에 꼭 필요하고 효과성이 큰 결격사유를 과학적으로 찾아내고 이를 규범적으로 평가·적용하여 아동 보호를 강화하여야 하고, 반대로 관념적인 차원에서 막연하게 결격사유로 설정되었으나 실제로는 그 효과가 미미한 사유들은 과감히 제거함으로써 아동 관련 종사자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 다만 개별 결격사유의 당부를 넘어 제도 전체의 운영에 관해서 본다면, 블루카드 제도의 사례를 볼 때 한국의 결격사유 제도는 그 근본적인 구도, 즉 결격사유의 증명을 누가 담당하거나 책임질 것인지에 관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또한 그에 맞게 제도의 실효성 및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감독체계 개편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도 다소 혼란을 겪고 있듯이, 결격사유 제도와 취업제한명령 제도의 차이 및 관계, 역할 배분에 관해서도 해명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동의 보호이고, 모든 시민의 안녕이다. 아동에 대한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실증적으로 파악하여 그 위험성에 따라 필요한 제한을 가하되, 그 또한 한 사람의 시민이라는 점을 명심하면서, 이들을 무턱대고 사회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성을 낮추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하는 지원적 조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본 연구가 결격사유 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되기를 고대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