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법

재판상화해의 활성화를 위한 법원의 적극적 역할*

권혁재 1
Hyuk-Jae Kw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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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박사・변호사
1Professor of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Law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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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Jun 29, 2018 ; Revised: Jul 17, 2018 ; Accepted: Jul 20, 2018

Published Online: Jul 31, 2018

국문초록

소송상의 화해는 분쟁해결의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법관이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ADR이라고 할 수 있다. 소송상화해에서는 법원은 화해의 실체적・절차적 공정을 전제로 하여 사안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는 화해안을 염두에 두고 당사자나 소송대리인과 설명・협의를 진행한다. 법관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그 시대의 법정신을 구체적인 사건에 구현하고자 하는 후견인적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므로 소송상화해의 결론을 도출하는 데 있어서도 법관의 권한이나 관여의 정도가 매우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송상화해의 촉진을 위하여 법원이 적극성을 발휘하는 데 대하여 부정적인 사고는 소송상화해의 경우에도 오로지 당사자들만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한 것으로 보는 고정관념의 집착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소송절차를 통하여 당사자의 상호소통에 의한 최종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분쟁사실을 기초로 하여 구체적인 법규범의 형성이라는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다. 판결이나 화해 모두 법규범의 형성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차이라고 한다면 화해에 의한 법규범의 형성은 보다 탄력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송절차에서 대립당사자 상호간의 변론(對席的辯論)이 진행된 결과로서 화해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고, 판결까지 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양자는 모두 소송절차를 통한 법형성 과정이라는 점에서 공통적 성격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개인 간의 자율적 분쟁해결 합의에 대하여 법원이 승인하고 효력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서 법원이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실시하면서 동시에 일정한 규제를 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민사소송법상 裁定和解는 쌍방의 당사자가 주장・입증책임을 다하였으나 법원의 一刀兩斷적인 판결에 의한 분쟁해결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구체적인 화해의 내용을 법원에 일임하고자 하는 경우나, 쌍방당사자 모두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치열한 법정다툼을 전개하였으나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 등에 적절히 이용할만한 제도라 할 수 있다. 裁定和解와 제도상의 유사점이 많은 우리 민사소송법상의 화해권고결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법원은 결정에 앞서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당사자에게 미리 법원이 정하는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승복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는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Abstract

Reconciliation in civil litigation can be called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 in which a judge plays a role as an arbitrator from the viewpoint of the process of resolving disputes. In trying to draw out resolution in litigation, the court, which has a reconciliation proposal in its mind, provides a process for explanation and discussion with the parties to a suit or litigation representatives. As the judge, as a representative of public interests, would not hesitate to play a role as a guardian seeking to embody the spirit of the contemporary law in a concrete case, it is generally likely that the level of the judge's authority and participation is extremely high in drawing out the conclusion of reconciliation in litigation. The positive intervention of the court can be seen as an integral part in this model. As a result, this model should be required to safeguard the due process (procedure-guaranteeing) principle for the parties to a suit to the maximum level, considering that this model is not compatible with the original nature of the reconciliation system. The negative thoughts against the positive actions by the court to promote reconciliation in litigation are nothing but the preoccupation with the stereotype that even reconciliation in litigation should be reached by free agreement by the parties to a suit alone. The concrete legal standards can be drawn out as a consequence through the legal proceedings on the basis of disputed elements in the process of reaching a final agreement through mutual communication between the parties to a suit. Both judgment and reconciliation have an aspect of the formation of legal standards. The only difference between them is that the formation of legal standards by reconciliation is relatively more flexible. Reconciliation could be reached as a result of oral proceedings held between the conflicting parties in the legal proceedings, or any conclusion can be reached only after the court issues a ruling in some cases. They are identical to each other in that they are a kind of law-forming process through the legal proceedings. Owing to these characteristics, it is necessary that the court should establish a variety of aid measures, implement them and at the same time put some restrictions on the parties to a suit beyond existing practices that the court approves of the autonomous agreement on disputes between individuals and makes their agreement go into effect. The adjudication reconciliation of Japanese civil procedure law can be seen as a system which can be properly used for both the following cases: cases in which although the two sides have fulfilled their responsibilities for arguing and proving their positions, they want to leave concrete reconciliation to the court since both sides don't want to see their disputes settled by the court‘s black-and-while ruling; and cases in which although the two sides have fiercely carried out legal battles after selecting their own litigation representatives, its consequences cannot be predicted. In exercising discretion to recommend reconciliation of the Korean Civil Procedure Act, whose system is extremely similar to that of adjudication reconciliation of Japanese civil procedure law, it is necessary that the court should listen to the parties to a suit and introduce a system in which the two sides are required to vow in advance to accept the decision to recommend reconciliation by the court.

Keywords: 민사재판과 ADR; 분쟁해결; 소송상화해; 재정화해; 재판상화해; 화해권고결정
Keywords: civil trial and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ADR); resolution of disputes; reconciliation in litigation; adjudication reconciliation; the decision to recommend reconciliation

Ⅰ. 들어가는 말

1. 민사소송에 까지 이른 분쟁의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분쟁상태가 극단으로 치달아 상호간의 의사소통이 단절되어 자율적인 조정이나 타협의 여지가 거의 없어진 상태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분쟁당사자 간의 교류는 단절된 상태에서 원고가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그 분쟁 해결을 신청하는 것이 바로 민사소송이다. 이와 같은 민사소송절차를 통하더라도 당사자의 자율적인 분쟁 해결이 가능하고, 당사자 주도의 분쟁 해결 방식이 법원의 주도에 의한 일방적인 쟁점의 확정에 기초하여 증거조사 등을 실시하여 결론을 내리는 직권주의가 지배하는 판결절차에 비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분쟁의 종국적이고 근원적인 해결방법에 접근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국가기관인 법원의 능력이 부족하다거나 사인 간의 분쟁에 대하여 관심이 부족하여 민사소송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에 있어서 부적절하다는 것은 아니다. 소송에 이르기 전에 어떠한 이유로든지 전면적으로 파괴되어버린 당사자 간의 자율적인 분쟁 해결 기능을 다시 회복시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법원이 하여야 한다. 이러한 역할은 소송상화해 등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대체적 분쟁해결 절차; 이하 ‘ADR’이라 한다.)절차의 활용을 통하여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2. 현대사회에 있어서 ADR절차는 판결절차와 더불어 私法관계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효율적이고 종국적으로 해결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선진 각국에서는 ADR절차가 단순히 판결절차의 보완장치라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주요한 사법개혁 과제 중의 하나로 취급하면서 법원으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그 과정에 참여하고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ADR절차, 그 중에서 특히 소송상화해는 당사자가 주도하는 변론절차와 법원의 직권진행주의가 적절히 혼용되는 판결절차와의 관계에서 독자적인 지위의 확립에 있어서 현재까지도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있다. 소송상 화해의 성립 과정에서는 법원에 의한 강제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상호 합의의 존중), 법원의 직권행사와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교섭, 민사소송제도의 이상으로서의 신속・경제적인 절차진행의 문제와 분쟁의 종국적인 해결의 문제가 서로 얽혀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은 소송상 화해제도의 문제점을 실정법상의 명문규정을 통하여 해결하여 보고자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우리 민사소송법상의 화해권고결정제도와 일본 민사소송법상의 裁定和解제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ADR제도의 활성화를 위하여 많은 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법조실무계의 현재 동향에 비추어 위 두 가지의 제도를 심도 있게 검토하여 보는 것도 상당한 의미를 가지는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본 연구에서는 ADR절차 중에서 법원의 관여가 널리 인정되는 소송상화해를 중심으로 하여, 소송상화해의 과정에서 법원의 적극적 역할 수행의 가능성을 검토한 후에(Ⅱ), 전통적인 화해에서는 당사자가 화해내용을 결정하는 것과는 달리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직권으로 화해조항을 정하는 일본민사소송법 상의 裁定和解의 구체적 내용을 소개하면서 우리의 법원에 의한 화해권고결정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검토하고(Ⅲ), 저자 나름의 결론을 내리기로 한다(Ⅳ).

Ⅱ. 소송상 화해의 촉진・활성화를 위한 법원의 적극적 역할에 관한 검토

1. 소송상화해의 분쟁해결적 기능과 법원

1) 당사자가 주도하는 민사소송심리절차를 통하여 당사자와 법원 3자간에 주요쟁점에 대한 실질적인 대화와 토론을 실시함으로써 화해는 물론이고 판결의 결론까지도 도출될 수 있다. 요컨대 민사소송절차의 개시에서부터 최종 종결에 이르기까지 당사자의 주도에 의한 진행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민사소송에서의 분쟁 해결 과정에서 당사자의 역할에 주목하여 판결이라는 결과보다는 분쟁 해결의 절차가 보다 중요한 것으로 볼 수 있다.1) 실제의 소송절차에서는 분쟁의 실체관계를 파악하는 사실 확정의 문제와 선험적으로 주어지는 명제로서의 법규의 적용 문제는 명확히 준별할 수 없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2) 법 명제는 개별사건의 특성에 맞추어 그 사건에 고유한 것으로서 구체화되는 것이어서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그 본성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3) 즉 실정법은 그 자체로서 추상적 규범이어서 상당 정도의 적용상의 탄력성을 가지는 개방적 특성을 갖는다. 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소송절차를 통하여 당사자 상호 간의 주체적인 상호작용인 절차의 연쇄적 전개를 통하여 당사자가 주도하는 법규범의 형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법의 해석・적용의 결과인 종국적인 분쟁 해결 방안의 도출은 법원만의 작업 결과로 볼 수는 없다. 요컨대 소송상화해는 법원과 당사자의 협동 작업에 의한 바람직스러운 분쟁 해결 방안의 창조행위라고 할 수 있다.

2) 민사소송절차의 진행 중에 이루어지는 소송상화해에 대하여 종래부터 내려오던 일반적 관념에 의하면 판결과는 이질적인 규범 형성의 방식으로 취급되어 소송의 본류가 아닌 支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어 왔다. 즉 판결만을 법관에 의한 재판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화해에 의하는 것은 재판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어서 소송 본래의 기능으로부터 볼 때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태도는 판결은 오로지 법에 따른 재판인데 반하여, 화해는 오로지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합의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양자를 분리하여 고찰하는 입장에서 유래하는 것이다.4) 우리나라에서는 ‘판사는 판결문만으로 말한다’고 하여 민사분쟁의 해결책으로 판결을 유일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법관이 화해 등 당사자 주도의 자주적인 분쟁해결을 유도하는 것에 대하여 어렵고 복잡한 판결문 작성의 노고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하여 기피의 대상으로 보는 사고에 젖어 있었다.5) 특히 법치주의가 제대로 확립되어 기능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화해를 강력히 권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법원의 적극적 관여에 의한 화해의 성립에 대하여 부정적 견해도 있다.6) 즉 화해가 효과적인 분쟁해결 방안이 될지는 모르지만, 법과 정의에 따른 권리보호 방안은 아니므로 사안의 내용상 가족이나 친지간의 소송이어서 판결로 승패를 판가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에 소송 중에 화해를 권고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사안 특히 당사자들이 화해할 자세를 보이지 않는 사안에서 법원이 화해를 강권하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한다.7)

3) 소송상화해의 촉진을 위하여 법원이 적극성을 발휘하는 데 대하여 부정적인 위와 같은 사고는 일면적 고찰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판결’에서도 대립당사자의 상호작용에 의한 합의형성의 요소가 존재하는 것이고, 화해의 경우에도 오로지 당사자들만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한 것으로 보는 것은 고정관념의 소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화해는 상호작용적인 절차의 일정 단계에 이르러 누적되어 온 대립당사자 간의 소통의 결과로서 도출되는 합리적인 분쟁해결책으로 볼 수 있다. 소송절차를 통하여 진행되는 대립당사자 간의 소통에는 절차법에 의한 규율이 있을 것이고, 당사자의 상호작용에 의한 최종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분쟁사실을 기초로 하여 구체적인 법규범의 형성이라는 요소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8) 즉 판결이나 화해 모두 법규범의 형성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차이라고 한다면 화해에 의한 법규범의 형성은 보다 탄력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서 확률적 심증형성에 기초한 비율적 손해배상액 인정판결을 선고한 일본 하급심판결9)의 예에서 판결과 화해의 상호접근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요컨대 소송절차에서 대립당사자 상호간의 변론(對席的辯論)이 진행된 결과로서 화해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고, 판결까지 가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양자는 모두 소송절차를 통한 법형성 과정이라는 점에서 공통적 성격을 갖는 것이다.

4) 화해의 본질적 성격에 비추어 소송상화해에서도 당사자가 모든 과정을 주도하여야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재의 화해법정의 일반적 상황은 당사자들이 주체적・주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여 결론을 도출하여 가는 형태라기보다는 법원 및 소송대리인인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가 주도함으로써 화해의 성공률이나 전체 접수사건대비 화해율(조정성공율)이라는 결과물의 산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10) 이는 화해 등 ADR방식에 의한 분쟁해결의 장점으로서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의 역할 보다는 법원의 부담경감이라는 목적의 달성을 보다 강하게 의식한 결과 법률전문가인 법관과 변호사가 주체가 되어 화해를 성립시킴으로써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그로 인하여 당사자본인소송의 경우보다도 변호사대리사건에서 화해성공율이 오히려 높게 나타난다거나, 화해의 결과에 대하여 당사자본인이 소송대리인인 변호사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11)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나 일본 등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화해율이 90%에 육박하는 미국의 민사법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법제사적으로 볼 때 미국의 1938년 연방민사소송규칙(FRCP; Fer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에 디스커버리시스템을 도입한 민사소송에서 심리전 회합(pretrial conference)의 효율적 운영을 위하여 법관으로 하여금 사건관리자로서의 경영자적 자세(managerial-judge)를 가질 것이 요구되었다. 그 결과 중립적인 심판자로서 안주하는 전통적 법관과는 달리 법관의 권한 강화를 통한 개입 및 폭주하는 사건부담의 경감을 위하여 당사자들에게 화해를 통한 사건 해결을 강권하는 현상 등이 나타났다.12)

2. 소송상화해에 있어서 법원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검토

1) 화해 등 ADR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이 정당성을 가지는 근거는 당사자가 법원 등의 주도적 관여 없이 자율적인 의사결정(합의)에 기초하여 분쟁을 해결한다는 점에 있다. 물론 당사자의 합의의 내용에는 실체법적 규범과 합의 이행에 있어서 절차법적 규범이 개입하는 것이지만13) 합의형성에 있어서 당사자의 자율・자기결정이 ADR절차의 핵심을 이룬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할 것이다. 당사자의 이러한 자율적인 분쟁행동, 자율적인 의사결정, 자율적인 합의형성을 구성하는 ‘자율’의 요건은 다음의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14) 첫째, ‘자율적 주체’는 사회적인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분쟁주체 개인의 결정이나 행동이 자율적이라는 것은 당해 개인이 외부로부터 어떠한 구속이나 의사결정의 강제를 받는 것은 가능한 한 배제되어야 한다. 둘째, 분쟁주체가 행동하고, 결정하고, 합의를 형성하는 대상(문제)에 대하여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이에 기초하여 의사결정이 가능하여야 한다. 셋째, 분쟁주체는 행동하고, 결정하고, 합의를 형성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자여야 한다. 이상의 세 가지 요건 중에서 법원의 역할과 관련되는 충분한 정보의 제공 및 제3자에 의한 능력의 보완에 관하여 검토하여 본다.

2) 분쟁 주체가 자율적으로 상대방과의 합의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지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능력도 없을 때 누가 어떠한 기준에 따라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가? 미국의 예를 든다면 중개인(mediator; 조정인)은 ADR에서 당사자에게 법적인 조언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이유는 ADR 이용 전에 당사자가 비교적 쉽게 자율적으로 법적 助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15) 이와 같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ADR절차에서 당사자의 자율적 합의형성을 촉진하는 기본적 요건으로서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충분한 법적 정보・전문적 지식의 제공자로서 법원을 예상하여 볼 수 있다. 법원이 이러한 역할을 맡는다면 당사자의 자율적 합의의 존중이라는 원칙과의 충돌 내지는 긴장관계를 정리하여야 할 것이다. ADR절차는 법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워 법적 정보나 전문지식에 관한 정보의 제공을 불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자율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이다. 즉 ADR절차에서의 자율에는 제3자로부터 제공되는 정보를 취하여 원용할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하는 행위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16)

3) 당사자에게 정보가 충분히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용하여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다.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여 이를 정리한 후에 합리적인 결정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은 당사자 개개인이 놓여있는 사회적 위치나 환경에 따라 상대적인 차이가 있다. 특히 당사자 개인이 스스로 내려야 하는 어떠한 결정의 영향력이 그 개인에게 미치는 정도가 크면 클수록, 그리고 그러한 결정이 당사자가 경험하여보지 못하였던 전문적인 영역에 관한 결정이라면 비록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었다고 하더라도 판단불능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17) ADR절차에서의 기본원칙이라고 말하는 ‘당사자의 자율성의 존중’은 단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뒤에 당사자의 자기책임 하에 결정할 것을 일임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각 당사자가 놓여 있는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하여 법적・전문적 지식을 이용하여 적절한 선택과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자기결정을 원조하는 중개자의 자세가 요구된다. 자율이라는 관념에는 현실적으로 제3자와의 관계를 전제로 하여 발휘되는 것이며 이러한 제3자의 적절한 조력을 배제하는 자율이란 존재의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할 것이다.18)

4) 당사자의 주체적・자율적인 교섭을 전제로 하는 ADR절차로서의 소송상화해에서 법원에 일반민사소송에서와 같이 강제력(직권행사에 의한 절차의 주재자로서의 역할)을 배경으로 하는 분쟁처리기관으로서의 역할은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소송상화해에서는 법관은 당사자들의 화해를 위한 교섭과정의 촉진을 주된 임무로 하는 중개자로서의 역할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권위주의적 의식은 배제하여야 할 것이다.19) ADR절차에 있어서 중개자의 역할은 분쟁당사자들의 표면적인 주장이나 요구를 통하여 드러나는 문제의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배후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욕구나 이해관계까지도 착안하여 양 당사자가 이에 관하여 認知하면서 문제를 극복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접근하는 통합교섭형 모델 중 문제해결형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20) 동 모델은 대부분의 경우에 당사자의 자율을 존중하면서 제3자인 중개자는 일체의 평가나 판단 또는 어떠한 기준을 제시함이 없이 표면적인 논점이 아니라 배후에 있는 이해관계나 욕구 등의 문제점들을 재구성하여 당사자가 이에 관하여 교섭하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극복하도록 촉진하는 매개하는 역할에 만족하고자 한다.21)

5) 문제해결형 모델은 미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보급될 정도로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소송상화해절차의 기본 모델로서도 도입하여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문제해결형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당사자 스스로의 정보 활용에 장애가 있다거나 전문영역에 관한 문제해결 능력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그 자율성 발휘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 때 법원은 단순히 매개자의 역할에 만족하면서 당사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오로지 기다리기만 하거나 또는 화해의 결렬을 이유로 소송상화해절차를 종결시키면서 판결을 통하여 분쟁을 해결하여야 하는가? 생각건대 일반 소송절차나 소송상화해절차를 이용하는 당사자의 궁극적인 ‘제도이용 목적’의 관점에서 이러한 의문에 대하여 심사숙고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법원이 당사자가 제출한 소송자료를 통하여 심리 도중에 얻은 심증을 적극적으로 개시하고 법적 관점에 대한 지적을 통하여 법적 정보를 당사자들에게 제공하면서 자율적인 ‘분쟁해결 방안의 형성’을 ‘촉진’하는 역할 속에는 법원이 생각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최선의 방안까지 드러내어 보이는 행위도 포함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민사소송법이 규정하는 화해권고결정의 제도적 의의를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절차를 진행하는 법원(법관)이 당사자들의 진술을 경청하면서 효율적이고 공정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당사자들의 신뢰를 얻는다면 법원이 선언하는 화해권고의 내용에 대하여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22)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개인 간의 자율적 분쟁해결합의에 대하여 법원이 승인하고 효력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서 법원이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실시하면서 동시에 일정한 규제를 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3. 법원 관여의 정당성 근거에 대한 검토

1) 당사자의 자율적 분쟁해결방식인 화해절차에 법원이 관여하여 그 적극적 활용을 장려하고자 할 때 그 정당성의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이 문제는 ADR의 제도적 장점이나 그 목적을 검토함으로써 찾을 수 있을 것이다. ADR 의 목적으로는 ① 사법서비스 이용의 효율화, 즉 분쟁을 본래 법원의 재판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할 중요한 사건과 그 이외의 절차에 의하여 해결하여야 할 경미한 사건으로 분류하고, 후자는 ADR절차에 의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측면, ② 정책적으로 비용과 시간의 측면에서 재판절차에 비하여 저렴한 비용에 신속한 구제가 가능한 ADR절차가 활용되어야 한다는 측면, ③ 질적 우위, 즉 재판에 의한 분쟁해결의 한계성을 비판하면서 ADR은 상호소통의 가치를 실현하여 당사자의 자율적인 분쟁해결능력을 다시 살려내는 효용성이라는 측면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23)

2) 그 외에, ① 사법제도 운영의 효율화를 달성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AD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확충하는 전략, ② 정의에의 접근을 확대시키고 특히 사회적・경제적 약자의 법적 권리구제 과정에서 사법시스템에 의한 실효적 구제의 수단으로서의 ADR을 중시하는 전략, ③ ADR에 의한 분쟁해결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지향하는 전략 등을 제시하는 견해도 있다.24) 요컨대 ADR의 적극적 역할은 법원의 업무부담의 경감 및 국민들의 법원서비스 이용의 기회를 확대시키고 그 질적 효용성을 높이는 측면, 분쟁당사자의 단절위기에 놓여 있는 상호소통의 가능성을 살려내고 자율적인 분쟁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법원이 역할 한다는 점 등에서 제도적 의의를 가진다.25) 특히 ③의 장점을 강조하는 입장에 의하면 종래의 재판을 통한 분쟁해결이라는 민사소송제도에 대하여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한 태도를 철저히 하게 되면 재판절차에의 접근방법 확대 자체가 무용하다거나 또는 오히려 유해한 것으로 보고 그 대안으로서 ADR방식의 확대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26) 생각건대 ADR제도의 존재목적 또는 동 제도의 이용을 통하여 실현가능한 효용은 위에서 열거한 각 사항들이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 결합하고 종합한 내용으로 나타날 것이다. 즉 ADR의 목적론으로서 어느 견해가 보다 타당한가 또는 법원에 의한 ADR촉진을 실현함에 있어서 어떠한 견해를 취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라 볼 수 없을 것이므로 어느 하나의 견해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견해를 배제하여서는 아니 된다 할 것이다.27)

4. 법원에 의한 소송상화해 이용 확대정책 시행상의 문제점 검토
1) 私的自治와 관련하여

민사분쟁의 해결방법 선택에 있어서 私的自治의 원칙을 관철하려 한다면 법원은 분쟁당사자가 상대방과 교섭을 진행하거나 소송상화해를 통하여 자치적으로 해결하든가 또는 소송제도를 통하여 권리실현에 나서든가 어느 쪽이든 방법 선택에 관하여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 재판을 통하여 권리실현을 하기로 결정한 경우에 법원이 화해제도의 이용을 촉진하는 등의 방법으로 당사자를 압박한다면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반발을 초래할 것이다.28) 소송상화해제도의 목적을 법원의 업무 부담을 경감을 통한 사법서비스 이용의 효율화에 두는 입장에서 보면 법원(국가)은 화해절차와 병행하여 소송제도의 정비 및 개선에 노력하여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여야 하고, 이러한 권리를 해하는 형태로 화해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촉진・장려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즉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는 소송상화해에 대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할 것이며, 이러한 입장은 학계나 실무계의 일반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29)

2) 소송제도에 대한 회의적 시각에 기초할 경우

재판을 통한 분쟁해결방식에 대하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서 ADR의 이용확대를 지향하는 견해에 의하면 그 효용성에 문제가 있는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에 대한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므로 법원에 의한 소송상화해절차 선택에 대한 개입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私的自治의 원칙에 대한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적어진다.30) 현시대에는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처하는 소송제도의 대처방안은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근대의 법제도는 ‘소송=판결’이라는 형식을 전제로 하여 다양한 형태의 분쟁을 적절히 처리하여 왔으나 전문분야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서 이러한 전제가 급속히 붕괴하고 있다. 최근에 ADR제도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것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비정형적인 제도의 도입을 통하여 상황의 변화에 대처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ADR방식에 요구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통상의 소송방식을 통하여서도 해결가능 한 법적 권리의무관계를 분쟁의 소액성이나 전문성이라는 성질에 응하여 신속・경제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즉 ‘전통적인 소송절차를 통하여서는 법관의 지식부족으로 인하여 적절히 사안을 판단할 수 없는 전문적인 지식・기술관계에 관한 분쟁의 처리에 있어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의 창설’에 ADR의 제도적 의의가 있는 것이다.31) 이에 대하여 법관의 전문적 지식의 부족문제에 대하여는 鑑定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쟁과 관련 있는 분야의 전문가를 통하여 전문적 지식에 관한 도움을 받는다하더라도 법률가는 그 的確性을 원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으므로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서 법의 해석・적용을 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은 상호 법적 의견교환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문적 의견교환을 통하여서만 가능하게 될 것이다.32) 따라서 ‘법의 지배’라는 이념에 비추어 국민들이 최종적으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는 전문분야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현실적 기반을 상실하였다고 한다.33)

3) 私的自治・재판을 받을 권리보장의 문제와 ADR촉진의 충돌문제

일정한 유형의 사건에 대하여 재판절차를 통한 구제를 부정하고 ADR절차를 반드시 이용하여야만 하도록 제도화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법원이 판결절차의 진행 도중에 소송상화해절차에 회부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고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경우, 판결절차에 선행하여 필요적으로 화해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 등 어느 경우에도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당연히 발생하게 된다.34) 당사자의 입장에서 볼 때 화해절차의 활용이 효율적인 분쟁해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므로 정책적으로 장려할 필요성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 화해절차를 이용하도록 법원이나 국가가 지시하는 것도 문제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사사건의 경우에는 그 사건유형에 따라서는 실체법적 관점에서 볼 때 화해절차에 의한 분쟁해결이 보다 적절하다는 고려가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은 실체법적 관점에 따른 화해절차의 이용강제는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여부가 문제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사조정법이 受訴法院이 항소심의 판결 선고 전까지 소송이 계속 중인 사건을 결정으로 조정에 회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제6조)은 헌법상의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침해여부와 관련하여 논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35)

4) 法의 지배원칙과 ADR

ADR제도 활용을 국가기관인 법원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것이 法의 지배원칙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 제기가 있다.36) 즉 ADR은 현대화 전 단계(pre-modern)적인 요소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서 法의 지배원칙에 대한 장해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경계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비법조인직역 종사자들을 ADR에 활용하는 경우에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ADR을 자기완결적인 것으로 운용하게 되는 경향이 있거나 그러할 위험성이 존재할 수 있다.37) 즉 ADR을 소송회피의 측면에서 초점을 맞추어 운용한다면 法의 지배라는 원칙에 반하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은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는 국가기관까지 나서서 ADR절차의 이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나설 경우에 부작용으로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을 예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38) ADR절차의 이용을 장려하고 확대하는 것이 실제로 당해 사회의 法에 의한 지배를 촉진할 것인가 아니면 저해할 것인가에 관하여 실증적인 자료는 없다고 하더라도 입법자에 의한 새로운 법의 제정이나 법원의 제도 운용에 있어서 참고할만한 소재는 될 수 있을 것이다.

5) 소결론

(1)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私法상의 분쟁해결이나 권리보호 방법으로서 판결절차를 이용할 것인지 또는 ADR절차를 이용할 것인지의 선택은 당사자의 자유에 맡기는 것이 바로 사적 자치 원칙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당사자가 판결절차를 이용하기로 선택한 경우에도 심리과정에서 법원의 一刀兩斷식 판결에 맡기는 것 보다는 상호양보에 의한 화해의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보다 타당한 것으로 밝혀지는 사례가 다수 있을 것이다. 이때 법원은 단순히 방관자적 태도로 일관하기 보다는 후견적 기능을 발휘하여 당사자 사이에 화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권능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시되어야 한다. (2) 소송상화해절차에 법원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된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당사자를 제쳐두고 절차를 주도하거나 사건의 신속한 처리 또는 업무부담의 경감과 같은 법원의 목적에 맞추어 당사자를 압박하는 등의 태도를 취함으로써 화해제도의 본래 모습을 일탈하는 것은 반드시 피하여야 할 것이다. 화해의 성립을 위하여 법원이 당사자 쌍방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고 합리적이면서 구체적 타당성을 갖춘 화해안을 제시하면서 당사자의 양보를 촉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이 당사자 각자의 절박한 상황을 이용하여 양보를 강요하는 모습을 취하는 것은 화해의 성립 후에도 법원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의 여지를 남기게 될 것이다. 이러한 후유증으로 인하여 사법권 행사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불신을 심어주게 된다면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矯角殺牛의 愚’를 범하는 위험에 빠지게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법원으로 대표되는 국가기관에 의한 소송상 화해를 중심으로 하는 ADR절차의 적극적 활용 또는 활성화를 위한 법원 개입의 적정성을 정하는 문제에는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 예상 외로 산적하여 있는 것이다. 소송상화해제도의 운용을 위한 법원의 적극적 역할과 관련되는 여러 문제점 해결을 위한 검토에 있어서 일본민사소송법 상의 裁定和解제도는 2002년 전면개정 된 신 민사소송법(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25조 이하의 화해권고결정제도를 운용함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Ⅲ. 일본의 裁定和解 제도에 대한 검토

1. 법 규정 및 제도적 의의

1) 일본민사소송법 제265조는 ‘법원 또는 수명재판관이나 수탁판사는 당사자의 공동신청이 있는 경우에는 사건의 해결을 위하여 적당한 화해조항을 정할 수 있다. 전항의 신청은 서면에 의하여야 하고, 그 서면에는 법원이 정한 화해조항에 승복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하여야 한다.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화해조항을 정한 때에는 구술변론의 기일에 고지하거나 기타 상당하다고 인정하는 방법으로 고지하여야 한다. 위의 고지가 당사자 쌍방에게 이루어진 때에는 당사자 사이에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본 규정과 유사한 발상은 ‘東京スモン訴訟’에서 담당 판사의 화해권고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당시 阿部담당판사는 “판결에 의한 해결은 一刀兩斷과 같고, 판결 후의 전개양상은 본 법원의 소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전례가 없는 사건은 전례가 없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라고 하면서 소송당사자 전원으로부터 “법원이 제시하는 해결안에 따르겠다.”는 내용의 백지위임을 받고, 구체적 해결안에 관하여 소송당사자 전원의 의견을 들은 뒤에 이를 기초로 하여 법원이 중재절차와 동일한 방법으로 해결책을 제시한 뒤에 이 안을 당사자 전원이 승인하는 새로운 형태의 분쟁해결방안을 제시하였으나 결국 당사자들의 부동의로 인하여 채택되지는 못하였다.39) 학자들은 위의 사례와 본 규정의 유사성에 대하여 주목하고 있다.40) 한편 화해는 분쟁의 실체관계에 대하여 법을 해석・적용한 결과가 분쟁의 실체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 이를 보정하는 역할을 하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법원의 판결(재판)은 법률에 구속될 수밖에 없으므로 권리가 있는가 없는가에 대하여서만 판단할 수 있고 그 외에 자유로이 타당성 있는 분쟁해결방안의 도출이 불가능한 반면에 화해에 있어서는 이것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화해나 조정은 단순한 절차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영미법상 보통법에 대한 형평법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41) 요컨대 한국이나 일본 등의 대륙법계 국가에서 영미법상의 형평법적 전통이 결여되어 있는 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화해의 기능에서 구하고자 하는 학자들은 본 규정상의 裁定和解는 형평법적인 요소가 있음을 강조한다.42) 뿐만아니라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裁定和解는 프랑스의 衡平仲裁人(amiable compositeuer)제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衡平仲裁人은 법에 의하지 않고 형평의 법리에 따라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당사자로부터 부여받은 중재인을 의미한다. 프랑스 민사소송법 제12조 5항에 의하면 소송계속 중의 사건에 대하여서도 당사자는 자기의 권리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데, 양 당사자의 명시적인 합의가 있는 것을 요건으로 하여 당사자는 관할재판소에 공서양속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衡平仲裁人에게 중재판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43)

2) 일본의 경우에도 1996년의 민사소송법 전면개정에 즈음하여 소송상의 화해를 분쟁해결의 효율적인 수단으로 보고 본조를 신설하는 등으로 화해의 성립요건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였다.44) 裁定和解제도의 도입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재판 외에서 중재기관에 의한 중재제도와 재판제도가 경합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순조롭게 작동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중재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하여 반대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다.45) 그러나 소송절차에서도 양 당사자가 이와 같은 중재적 방법에 의하여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스러운 경우도 있을 것이므로 당사자들이 스스로 최적의 방법을 선택하여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송절차의 이용을 보다 쉽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 도입한 제도이다.46)

3) 裁定和解제도는 전통적인 소송상화해가 당사자의 자유로운 화해내용 결정에 기초하고 있는데 반하여 법원이 화해조항을 정하는 권한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당사자처분권주의원칙의 개념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동 제도는 사실상 법관에게 중재인으로서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법권의 개념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47) 한편 본 제도는 당사자의 분쟁해결을 위한 선택의 범위를 확대하고, 법원의 권한을 확대하여 소송상화해의 성립을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법원의 의욕이 앞서서 제도 이용을 촉진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의 절차보장원칙이 경시될 위험성에 유의하면서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2. 법적 성질

1) 소송상화해의 성립과정을 보면 일반적으로 법원으로부터 和解案의 제시가 있고 이에 대하여 당사자가 그 내용을 확인하고 구술변론기일에 쌍방이 구술로 합의하여 진술할 경우에 법원이 그 내용을 조서에 기재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소송상화해는 법원의 화해권유 등 적극적 관여가 있다하여도 종국적인 화해의 주체는 당사자이고 양 당사자의 상호양보에 의한 합의가 필수적 요소이다. 그러나 裁定和解의 경우에는 양 당사자가 법원이 정하는 화해조항에 따를 것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를 하고 화해조항의 구체적 내용은 법원의 결정에 맡기기로 함으로써 법원이 정하는 화해조항이 최종적인 것으로 된다. 이러한 특성에 비추어 裁定和解는 법원에 의한 일종의 仲裁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설을 이루고 있다.48) 본 규정은 소송상화해의 성립방안에 관한 특별규정으로서 입법된 것이지만 분쟁의 해결내용을 당사자가 직접 합의에 의하여 결정하지 않고 제3자인 법원의 결정에 일임한다는 점에서 그 실질은 仲裁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49) 즉 화해조항이 제시되지 않은 단계에서 미리 그 내용에 따를 것을 합의한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법원이 중재기관으로서 중재판정을 내리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거나50), 법률상으로는 화해의 일종으로서 규율하고 있으나 그 절차의 실질을 보면 仲裁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중재로 보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裁定和解의 성립과정 상의 특성으로 인하여 비록 ‘화해’라는 용어가 따르더라도 종래의 소송상화해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私法행위설, 소송행위설, 양행위병존설, 양성설 등의 여러 견해가 제기되던 것과는 달리 당사자가 법원에 대하여 裁定和解를 신청하는 행위는 소송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라 할 수 있다.51) 그러나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일정한 법률상의 분쟁을 중재인의 판단에 따라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절차’로서, 통상적으로 중재는 私的인 권리보호수단이고, 중재인은 법관이 아닌 私人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본 규정에 의한 裁定和解와 仲裁는 그 형식의 면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裁定和解는 전통적인 소송상화해와 구별되는 특수한 형식의 소송상화해의 하나로 보아야 할 것이다.52) 즉 본 규정에 따른 裁定和解는 법체계상 소송상화해에 관한 규정의 하나로 생겨난 것이므로 그 자체로서 법적 성격을 규정함이 타당할 것이다. 裁定和解는 전통적인 소송상화해와는 달리 당사자가 이른바 ‘白紙合意’를 하고 법원이 후에 화해안을 제시하여 화해가 성립하는 형식으로 당사자의 합의 내용을 보완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53)

2) 裁定和解에 있어서 화해조항을 정하여 고지하는 법원의 행위가 재판인가 아니면 사실행위인가에 관하여서도 학자들과 법안을 입안한 실무가들 사이에 견해가 나뉘고 있다.54) 이에 대하여 법원의 재판이라고 보는 학자들은 구체적으로 보아서 ‘판결’로 볼 수는 없으므로 ‘결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55) 이와는 달리 본 규정의 입안담당자는 ‘법원의 판단이라는 점에서는 재판에 매우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재판이라고 하는 것은 법원이 법의 적용결과를 선언하는 것이다. 그러나 裁定和解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실체적 권리를 확정하는 것임에도 실체법이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전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원의 재판으로서의 결정, 명령, 판결과는 다른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56) 즉 ‘당사자의 화해합의에 갈음하는 「和解條項을 정함」이라고 하는 특별한 처분’이라고 한다. 이러한 법원의 행위는 법원 고유의 권한행사라기 보다는 당사자의 공동신청이라는 특별한 요구에 근거하여 하는 특별한 판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는 법관에게 이러한 유형의 ‘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가? 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57) 이에 관하여 ‘司法權’에 대한 이해(접근방법)’의 문제로 보는 입장도 있다. 즉 ‘법 창조・법정책형성기능의 일정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사법권을 운영하는’ 현대사법의 기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면서, ‘법의 해석・적용’을 위한 요건사실의 파악을 강조하는 근대적 사법관에서도 실정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법원에 의한 법의 해석・적용은 법 창조・법형성의 권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관이 헌법과 법률로부터 바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는 경우에는 법관이 스스로 최선의 방안이라고 보는 기준에 기초하여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재량을 가지고 있으며, 법관은 사회학적 타당성을 고려하고,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법의 전체계로부터 원칙을 탐구하여 이에 따라 결론을 도출하여야 한다” 라고 한다.58) 법관의 재량권행사에 있어서는 당사자에 대한 적법절차보장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법원의 裁定和解가 ‘실정법의 근거에 의할 필요가 없고, 이유의 설시가 불필요하며, 상소의 제기도 차단되며, 소송물의 범위 내일 필요도 없이 분쟁 전체의 근본적 해결을 모색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이론적으로 근거가 약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裁定和解에 관한 규정은 입법에 의하여 사법권에 새로운 권능을 부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59)

3. 裁定和解의 신청절차

1) 소제기 이후에 어느 시점에서 裁定和解의 신청이 가능한 것인가에 관하여는 법상 명문규정이 없으므로 이론상으로는 소제기 후 소송종료 전까지 어느 단계에서든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법원의 화해권고가 선행하고 당사자의 법원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므로 본안에 대한 심리가 상당한 정도 진행되고 당사자 사이에 화해를 위한 교섭이 진행되어 화해의 구체적 방향이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은 뒤라야 할 것이다.60) 裁定和解 신청을 촉진하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법원이 적극적으로 심증을 개시하고 이에 대하여 당사자의 반론제기를 유도하는 등 법원과 당사자 사이의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裁定和解제도의 실시에 있어서 당사자에 대한 절차보장의 원칙을 충실히 실현한다는 의미도 가지는 것이다.

2) 본 규정에 의한 신청서는 당사자 쌍방이 공동으로 하나의 서면에 의하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나 각자 따로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각자 따로 제출하는 경우에는 양당사자가 합의하여 공동으로 신청한다는 내용을 기재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반드시 서면방식에 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사자의 신중한 의사결정을 간접적으로나마 강제할 필요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61) 소송대리인은 소송상화해에 관하여 특별한 수권을 받은 경우에 한하여 본조에 의한 裁定和解의 신청을 할 수 있다.

3) 당사자가 본 규정에 의하여 裁定和解를 신청하면서 화해조항의 폭을 제한하여 조건부로 신청할 수 있는가? 즉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1억 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 경우에 5,000만 원에서 8,000만 원의 범위 내에서 화해조항을 결정하여 달라는 취지의 신청이 가능한가에 관하여 학설은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다. 긍정설은 본건 신청의 자유로운 취하를 허용하고 있고, 법원이 화해조항을 정함에 있어서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일본민사소송규칙 제164조 1항의 규정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본건 화해조항의 결정에 있어서 당사자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 법의 정신이라는 점 등을 내세워 위와 같은 조건부신청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62)

4) 당사자는 법원이 화해조항을 고지하기 전이면 단독으로 신청을 취하할 수 있고, 취하에 대하여 상대방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같은 조 제4항). 당사자의 신청취하가 있으면 사건은 변론절차로 회귀한다. 문제는 화해과정에서 법관이 얻은 심증이 사실상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재정화해신청의 경우에는 화해의 최종단계에 이르기까지 법원이 화해에 관여하는 정도가 전통적인 화해에서 보다 더욱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4. 법원의 裁定權限의 범위 및 당사자의 의견청취

1) 화해조항은 수소법원 외에 수명법관이나 수탁판사가 정한다(동법 제265조 1항). 동 제도는 기본적으로 법원에 의한 화해권유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법원과 당사자 간의 신뢰관계에 기초하는 것이다. 합의부법원의 경우에는 화해권유는 주로 수명법관에 의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이러한 신뢰관계는 수명법관과 당사자 사이에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수명법관이나 수탁판사에게도 화해조항을 정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63)

2) 일반적으로 소송상화해의 경우에는 소송물 이외의 권리나 법률관계에 과하여서도 화해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64) 그러나 裁定和解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신청에 기하여 법원이 裁定하는 것이므로 당사자가 명시하여 신청하지 않는 한 소송물 이외의 권리나 법률관계에 대하여 화해조항을 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해석론이라 할 수 있다.65) 그러나 본 규정을 입안한 실무가들은 裁定和解에 있어서 화해조항을 정하는 법원은 소송물에 한정하지 않고 그 주변사항을 포함하여 분쟁 전체에 대하여 구속력 있는 판단을 함으로써 발본적인 해결을 도모할 수 있고, 이에 대하여 상소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분쟁을 조기에 해결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보는 적극적 분쟁해결을 선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66) 이러한 입안자들의 적극적 태도에 대하여, 전통적인 소송상화해의 경우에는 화해당사자가 기일에 법원에 대하여 구술로 진술하여야 하므로 법원 등이 제시하는 화해안이 소송물의 범위를 넘어서더라도 그 내용에 대하여 당사자가 합의를 하는 형식을 취하게 될 것이므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반면에, 裁定和解에서는 화해조항의 최종적 결정권이 법원에 있고, 법원이 화해조항을 정하기 전에 당사자의 의견을 듣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규칙상의 규정에 지나지 않고 그 내용에 대하여서도 구체적으로 정하여져 있지 않고, 이에 위반하더라도 특별한 제재규정조차 없으므로 법원이 소송물 이외의 사항에 대하여 화해조항에 넣을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不意打가 될 위험이 있으므로 위와 같은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67) 따라서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나 授權의 범위를 고려하여 법원이 정하는 화해조항의 내용이 소송물의 범위를 상당한 정도로 이탈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의사의 변경여부를 확인하는 등 신중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68)

3) 당사자의 공동신청을 접수한 법원은 화해조항을 정하기에 앞서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여야 한다(동 규칙 제164조 1항). 그런데 동 규정이 훈시규정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의 여부에 관하여 의견의 대립이 있다. 나고야지방법원 新民事訴訟法運用協議會는 “法 제265조에 의한 화해의 신청은 포괄적 무조건일 것을 필요로 하므로 규칙 제164조 1항에 의하여 청취하게 되는 의견도 법원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라는 입장을 취하여 법원의 권한행사에 대한 적절한 제동장치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을 하고 있다.69)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즉 제도를 운용하는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확정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재판을 받을 권리는 소송당사자 상호간은 물론이고 당사자와 법원 상호간에 왜곡되지 않은 정보의 교환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규칙 제164조 1항은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에 관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으로서 법원에 대하여 구속력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70) 따라서 당사자가 희망하는 裁定의 대상과 범위를 법원이 무시하는 경우에는 재판을 받을 권리의 보장이라는 헌법규정에 위배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다. 즉 당사자의 의견청취는 법원이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자의적인 화해조항을 정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당사자에 대한 적법절차준수를 보장하는 핵심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71) 이러한 의견청취의 방식에 관하여 법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특별한 기일을 정하여 청취할 필요는 없고, 전화・e­메일 등 수소법원이나 수명법관 등이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여 실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중립성이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72)

4) 본 규정에 의한 화해에 제3자가 참가하여 화해의 당사자로 될 수 있는가? 제3자가 참가하려면 소송절차에 참가하고 동시에 당사자와 공동으로 본 규정에 의한 신청을 하여야 할 것이다.73) 제3자가 화해에 참가한 경우에는 법원은 제3자의 의견도 들어보아야 한다.

5. 화해조항의 고지

법원은 화해조항을 정한 후에 그 내용을 당사자에게 고지하여야 한다. 그 방법은 구술변론 등의 기일에 말로 하거나 화해조항을 기재한 서면을 당사자에게 송달하는 방법으로 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화해조항이 당사자 쌍방에게 고지되면 소송상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본다(동 규정 제5항). 양 당사자에게 고지된 시점이 다른 경우에는 후에 고지된 자가 고지서를 수령한 시점에 효력이 발생한다. 고지가 변론기일 등의 기일에 이루어 진 경우에는 법원서기관은 당해 화해조항을 기일조서에 기재한다. 이와는 달리 서면에 의하여 고지된 경우와 같이 기일 외에 고지되었다면 기일조서가 작성되지 않으므로 법원은 법원서기관에게 기일외조서를 작성하게 하여 고지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및 고지의 방법을 기재하도록 하여야 한다(규칙 제164조 3항).

6. 효력

裁定和解도 통상의 소송상화해와 동일하게 확정판결이 있은 경우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법 제267조). 이러한 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소송상화해의 효력으로서 확정판결과 동일한 기판력을 인정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학설이 나뉘고 있다.74) 소송상화해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소송행위로 보는 견해는 그 효력에 관하여서도 기판력 긍정설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사법행위설이나 양성설・양행위경합설을 취하는 경우에는 기판력을 부정하는 입장에 서는 것이 일반적이다.75) 裁定和解제도는 전통적 소송상화해와는 달리 소송행위적 색채가 농후하다는 점을 감안하고 법원에 의한 일종의 중재판정이라는 제도적 유사성 및 중재판정에 대하여 기판력을 인정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裁定和解에 대하여서도 기판력을 긍정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76)

7. 불복방법

裁定和解에 대하여서는 당사자로부터의 특별한 불복신청이 제도적으로 용이하지 않게 되어있다. 전통적인 소송상화해의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가 직접 반영된 것이어서 그 성립에 있어서 의사의 흠이 있을 경우에는 불복이 가능할 것이나,77) 본건의 경우에는 화해조항이 법원에 의하여 결정된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착오무효의 문제는 발생할 여지가 없게 된다. 다만 절차상의 요건이 결여된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예컨대 화해조항의 재정신청에 하자가 있거나 하해조항의 신청범위를 벗어나 있는 등의 경우에는 중재판정취소의 경우에 준하여 본조 규정에 의한 화해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78)

8. 법원의 재량권행사에 대한 통제의 문제

1) 본 규정에 의한 법원의 裁定和解제도가 국민의 헌법상 재판을 받을 권리에 반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문제제기에 대하여 당사자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법원에 의한 화해조항의 고지가 있기 전에는 당사자의 한쪽이 언제든지 신청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나 충분한 절차보장원칙의 침해가 아니라는 것이 통설이다.79) 즉 제도입안자들은 본 규정에 의한 裁定和解신청은 기본적으로는 법원이 주도하는 화해권유의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 법원과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발전적으로 결실을 맺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80) 소송당사자의 공동신청에 의하여 법원이 화해조항을 정하는 경우에 법원이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벗어나는 내용의 화해조항을 裁定하고 이에 대하여 강제적 효과가 부여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81) 그러나 이와 같은 裁定和解는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의 권리・이익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의무의 존재를 확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82)

2) 소송상화해의 경우에는 그 절차에 관하여 법에 의하여 규율되지 않은 경우가 많으므로 담당법관의 개성이 반영될 여지가 상당히 많다. 일반적으로 법원의 화해권고에 이어서 당사자 간의 협의가 개시되고 그 과정에서 법원의 화해안이 제시되기에 이르며, 양 당사자와의 최종적인 안에 대한 협상을 거쳐 화해가 성립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裁定和解와 같이 법원이 주도적으로 절차에 관여하는 소송상 화해의 경우에는 당연히 법관의 재량권남용가능성에 대한 적절한 통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하여 판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이유를 의무적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하여 볼 수 있다. 즉 재량권행사의 대상이 되는 자에게 화해조항을 정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여 반론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법원의 재량권행사에 대한 적절한 통제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83)

9. 裁定和解 제도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화해권고결정제도의 합리적 운용 방안의 모색)

1) 裁定和解를 통하여 소송당사자의 선택의 여지를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법원으로서는 화해제도운영의 효율화를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지방공공단체 등 공적 기관이 당사자로 되는 사건 등에서와 같이 정책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 소송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84) 이와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본 규정에 근거한 화해제도의 이용현황에 관하여는 아직 구체적인 문헌이 없어서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85) 그러나 쌍방당사자가 주장・입증책임을 다하였으나 법원의 一刀兩斷적인 판결에 의한 분쟁해결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구체적인 화해의 내용을 법원에 일임하고자 하는 경우나, 쌍방당사자 모두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치열한 법정 다툼을 전개하였으나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 등에 적절히 이용할만한 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당사자 등이 화해를 위하여 교섭을 거듭하여 대부분의 쟁점에 대하여 합의에 이르렀으나 사소한 문구상의 異見으로 인하여 화해가 깨어지는 경우가 실무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 이용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여 볼 수도 있을 것이다.86)

2) 일본의 裁定和解가 법원이 직접 화해조항을 결정하여 당사자에게 고지하는 것을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화해권고결정제도(법 제225조-232조)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예컨대 화해권고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법원・수명법관 또는 수탁판사로 하고, 화해권고결정내용을 적은 조서 또는 결정서의 정본을 당사자에게 송달하도록 한 점 등은 재정화해에서의 화해조항을 정하는 주체나 고지의 방식과 일치하고 있다. 그러나 裁定和解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법원이 화해조항을 정하여 고지하면 당사자 사이에 화해가 성립한 것으로 보는데 반하여, 화해권고결정은 당사자의 신청여부와는 관계없이 소송이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하여 법원 등이 직권으로 당사자의 이익,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청구의 취지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한 결정을 하고(법 제225조 1항), 동 ‘화해권고결정을 송달받은 당사자가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에’ 재판상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는 점 등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화해권고결정제도는 2002년의 민사소송법개정에서 도입된 제도로서 종래와 같이 수소법원이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하기 위하여 직권으로 조정에 회부하는 우회적인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소송절차 내에서 간편하게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화해권고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87)

3) 법이 화해권고결정 제도를 도입함에 있어서는 “실무상 법원이 당사자에게 화해를 권고한 결과 미세한 부분에서만 의견의 일치를 이루지 못하였거나 혹은 재판을 계속하는 경우에 상대적으로 화해보다 유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로 화해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러한 경우 단순히 구술로 화해를 권고하는 것보다는 법원이 명시적이고 공개적인 판단에 따라 화해권고결정을 하여 불복이 있으면 다시 소송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화해권고안의 권위와 공정성에 믿음을 주고 결과적으로 화해를 성공에 이끌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였다고 한다.88) 그런데 裁定和解와는 달리 화해권고결정을 송달받은 당사자가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면 동 권고결정은 실효되고 다시 판결절차가 속행되므로 그 실효성의 면에서 의문이 있다. 오히려 절차지연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한편 당사자로서는 이의신청으로 인하여 장래에 선고될 판결의 결과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나 않을까하는 염려에서 이의신청을 주저하게 될 위험성도 있다. 이 경우에는 법원의 과도한 직권개입으로 인하여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나 적법절차보장의 원칙에 대한 침해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89). 이러한 여러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裁定和解와 같이 화해권고결정에 앞서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비록 실정법적 구속력 발생의 명시적 근거는 없다 하여도 당사자에게 미리 법원이 정하는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승복하기로 하는 법원과 양 당사자 사이의 소송상합의를 하는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90) 이러한 약정 후에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한다면 법 제1조 2항의 신의칙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요컨대 화해권고결정이 단순히 법원의 업무부담 경감에 이용되어서는 아니 되고,91) 소송상화해에 이르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법원과 당사자의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용되어야 할 것이다.

Ⅳ. 맺는 말

1. 화해의 본질적 성격에 비추어 소송상화해에서도 당사자가 모든 과정을 주도하여야 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실무를 보면 당사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 주장에만 매몰되어 사안의 실체를 통찰하지 못하고 있고, 법적인 지식의 부족으로 인하여 주체적・주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여 타당성이 있는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법원 및 소송대리인인 변호사 등 법률전문가가 소송상화해의 결론도출의 과정을 주도함으로써 화해의 성공률이나 전체 접수사건대비 화해율(조정성공율)이라는 결과물의 산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송상화해는 분쟁해결의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위와 같이 법관이 중개자로서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반드시 부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법관이 당사자들의 교섭을 통한 분쟁해결(ADR절차) 과정에 적절히 개입하여 양 당사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야말로 민사소송제도가 지향하는 진정한 이상의 실현에 이르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법관의 개입은 판결절차와 ADR절차의 결점을 최대한 시정하면서 그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장려할만하다.

2. 우리 법상으로 법관이 주도하는 ADR의 하나인 화해권고결정제도는 그 입법취지를 통하여서도 잘 나타나고 있듯이 법원의 관점에서 분쟁처리(분쟁해결) 절차로서의 민사소송제도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기능을 중심으로 하여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법원 중심의 관점에서 보면 법원에 의한 ‘화해권고’는 ‘화해’ 고유의 본질적 요소인 ‘당사자의 주도에 의한 분쟁의 해결’ 보다는 ‘법원이 정하여 일방적으로 통고한 권고안’에 대한 당사자들의 수동적 선택 여부에 따라 ‘민사소송절차의 종료’라는 소송법적 효과의 발생 여부에 중점이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것은 민사소송절차의 핵심을 판결이라고 보는 전제 위에서 조정・화해 등의 ADR절차는 부수적・보조적 지위를 갖는 것으로 간주하는 전통적 소송관을 법이 그대로 반영하는 것과 같다. 화해권고의 진정한 목적이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효율적이면서 합목적적인 방향으로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면, 법원은 동 제도의 남용을 자제하여야 한다. 그리고 권고안을 정하기 전에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최대한 정확히 확인한 후에 최상의 해결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따라서 화해권고제도는 소송이 상당히 진행되어 사건이 성숙된 단계에서 활용될 필요가 있다.

3. 일본민사소송법상 裁定和解는 쌍방의 당사자가 주장・입증책임을 다하였으나 법원의 一刀兩斷적인 판결에 의한 분쟁해결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구체적인 화해의 내용을 법원에 일임하고자 하는 경우나, 쌍방당사자 모두 소송대리인이 선임되어 치열한 법정다툼을 전개하였으나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 등에 적절히 이용할만한 제도라 할 수 있다. 裁定和解와 제도상의 유사점이 많은 우리 민사소송법상의 화해권고결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법원은 결정에 앞서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당사자에게 미리 법원이 정하는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승복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는 방식을 검토하여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약정 후에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에 대하여 이의신청을 한다면 법 제1조 2항의 신의칙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각주(Footnotes)

이 논문은 2017학년도 경북대학교 복현학술연구비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Bokhyeon Research Fund, 2017.

2. “권리남용”,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 ‘과실행위“ 등과 같은 일반규범의 적용에 있어서는 구체적 事象經過의 집적을 통하여 법적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사실문제와 법적 문제의 준별이 용이하지 않다{이시윤, 「新民事訴訟法 제12판」, 박영사(2018), 331면.; 호문혁, 「민사소송법 제13판」, 법문사(2016), 395-396면 등}.

7. 법원의 강권에 의한 화해는 민법 상 취소사유(제110조 2항)가 될 수 있으며, 소송상 화해를 남용하면 법치주의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한다(호문혁, 앞의 책, 777면).

8. 소송상의 화해를 단순히 비법률적인 해결이라고 일방적으로 평가절하 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라 할 수 없다(井上治典, 앞의 책, 22면 참조).

9. 東京地方裁判所 1972. 7. 17. 判決, 「判例タイムズ」, 282号, 235면 등.

10. 金弘燁, “민사소송에 있어서 신모델 방식의 운용상 문제점”, 「裁判資料 제106輯 民事 신모델의 施行評價와 改善方案」, 법원도서관(2005), 95-96면; 和田仁孝, 「民事紛爭處理論」, 信山出版社(1994), 196-197면. 현재의 화해・조정기일의 모습은 법관 앞에서 당사자가 자유롭게 상호교섭을 진행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변호사가 소송대리인으로 나서는 경우에 당사자의 발언은 제한되고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당사자의 의사를 대변하도록 되어 있어서 사실상 당사자 본인의 출석조차 필요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 할 수 있다. 법원은 당사자의 對席的 의사교환을 유도하기 보다는 출석한 각 당사자를 분리시켜 놓고 일방적으로 법원의 심증을 개시함으로써 당사자들에게 화해를 강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당사자는 변호사와 법원이라는 법률전문가들에게 화해안을 형성하는 기본자료를 제공하는 종속적 지위로 전락하고 있다.(和田仁孝, 앞의 책, 197-198면).

13. 조정절차에서 조정인이 규범적 평가를 제시하는 경우에도 당사자는 본인의 규범적 의식에 기초하여 분쟁과정에 있어서 자유로이 조장인의 의견의 채택여부를 결정한다.

17. 큰 수술을 앞둔 환자가 선택하여야 할 의료행위의 방법에 관하여 시술의료기관으로부터 複數의 選擇肢를 제공받으면서 각 치료방법을 선택하였을 경우의 생존율이나 위험성 등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듣고 그 내용에 대하여 이해가 가능하였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 측은 간단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은 ‘의사선생님의 판단에는 어느 방법이 좋다고 보십니까?’ 라고 반문하게 될 것이다. 즉 전문적이고 중대한 결정의 국면에서는 당사자가 스스로 궁극적인 결단을 내리기 보다는 전문가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에 의존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19. 早川吉尙, “紛爭處理システムの權力性とADRにおける手續の柔軟化”, 「ADRの基本的視座」, 不磨書房(2004), 11면. 미국의 경우 ADR절차를 지휘하는 중개자의 역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정적으로 혼란을 보이는 당사자의 주장을 정리하고 상호간에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추출하여 정리함으로써 양 당사자가 분쟁해결을 향하여 그 어떠한 합의를 형성하도록 매개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그러한 작업에서는 어디까지나 분쟁당사자들에 대하여 카운슬링 하는 역할에 그치고자 한다.

21. 문제해결형 모델에서는 중개자는 어디까지나 ADR절차를 통제하는 역할을 할 뿐이고, 합의 형성이나 결렬은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자율에 맡기고자 한다. 즉 문제해결의 중심은 당사자에게 맡겨져 있고, 문제해결은 당사자의 창작물일 것을 요구한다.

25. 和田仁孝, 앞의 책, 130-134면.

26. 실제로 ADR의 상호소통을 통한 민간자율적 분쟁해결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미국의 민간ADR기관들은 국가에 의한 재정지원을 거절하고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특별히 강조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다(山田 文, 앞의 논문, 72면).

29. 高橋 裕, “司法改革におけるADRの位置“, 「關西學院大學 法と政治」, 51卷1号, 397-398면. 한편 일본사법개혁위원회의견서에도 ADR제도 확충의 전제로서 “司法의 中核인 재판기능의 충실에 대하여 각별한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라고 하였다(同 意見書Ⅱ 제1・8(1)).

33. 高橋 裕, 앞의 “現代社會におけるADRの役割(下)”, 10면. ADR은 전문분야가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전통적인 재판제도의 대안으로서 확충되고 발전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다.

36. 秋原金美, “司法制度改革の課題と行方”, 「商社法務(2002)」, 59면.

37. ADR이 아직 선진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적당주의가 법치주의원칙을 제압하여 법치주의의 정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특히 비법조직역종사자들의 과잉의욕으로 화해를 강권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이시윤, 앞의 「민사소송법입문」, 16면).

45. “硏究會 新民事訴訟法-立法・解釋・運用”, 「ジュリスト 增刊(1999. 11.)」, 354면, 竹下 발언. 당사자가 사건을 법원에 가져온 이상 법원으로서는 법의 정하는 바에 따라서 재판으로 결론을 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50. 上田徹一郞, 「民事訴訟法 第二版」, 412면(일종의 ‘仲裁型和解’로 이해하는 견해라 할 수 있다).

53. 앞의 硏究會, 358-359면, 秋山, 伊藤 발언.

55. 앞의 硏究會, 358면, 竹下 발언. 화해조항을 정하는 행위는 법원의 내부적 판단에 지나지 않을 것이지만, 이러한 판단을 외부적으로 고지하는 행위에 의하여 표시되는 것이므로 독자적 형태의 재판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동 硏究會, 359면, 靑山 발언).

56. 앞의 硏究會, 358면, 柳田발언.

57. 앞의 硏究會, 358면 이하, 竹下守夫 발언.

64. 草野芳郞, “訴訟上の和解について裁判官の和解觀の變遷とあるべき和解運營の摸索”, 「判例タイムズ」, 704号, 28-29면 등. 재판상화해의 대상에 있어서 소송물의 범위에 구애받지 않는 것은 판결과 대비하여 하나의 중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69. 名古屋地裁における新民事訴訟法運用について7, 「判例タイムズ」, 968号, 107면.

73. 草野, 앞의 책, 184면.

75. 吉田元子, 앞의 논문, 353면. 그러나 현재의 일반적 견해는 소송상화해의 법적 성질과 기판력의 인정여부가 반드시 결부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소송상화해의 구체적 실태로부터 기판력의 긍정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위하고 있다.

76. 吉田元子, 앞의 논문, 353면. 전통적 소송상화해에 대하여 기판력을 부정하는 것이 일본 민사소송법학계의 일반적 통설이고, 裁定和解 제도적・법체계적 위치에 비추어 전통적 화해와의 법이론 상의 整合性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裁定和解에 대하여서도 기판력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도 있다(동 논문, 같은 면).

77. 소송상화해의 법적 성질을 사법행위로 보거나(사법행위설) 또는 소송행위와 사법행위가 동시에 존재한다고 보는 양성설・양행위병존설을 취하는 입장에서는 이와 같이 재판상화해의 절차상・실체상의 하자를 이유로 하는 무효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 판례와 같이 소송행위로 보는 입장에서는 오로지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준재심청구를 통하여서만 취소할 수 있다.

78. 앞의 硏究會, 357면, 鈴木 발언.

86. 小松初男, 앞의 논문, 391면. 금전급부청구소송의 경우에 법원이 화해조항을 정함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지급하여야 할 금액은 물론이고 그 지급명목이나 지급시기, 방법, 소송비용의 분담비율 등 화해조항의 세부내용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여 화해안을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87. 법원행정처, 「민사소송법개정내용해설」, 120-121면. 종래의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이 성과를 거둔 것에 고무되어 이와 유사한 본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이시윤, 앞의 「新民事訴訟法 제12판」 , 598면).

90. 민사소송규칙 제70조가 규정하는 법원과 당사자들 사이의 절차진행에 관한 협의와 그 협의내용의 문서화방식을 적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법원행정처, 「민사재판리포트 2013」, 24면).

91. 화해권고결정이 당사자를 善導하는 순기능이 있을 수 있겠으나, 화해이든 조정이든 판결문작성의 노고를 줄이고자 하는 도피도구로 안일하게 운영되거나 남용되면 법치주의가 몰락할 수 있어 경계하여야 한다는 견해(이시윤, 앞의 「新民事訴訟法」, 598면)는 경청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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