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법

명의신탁에 관한 판례의 고찰

이호행 **
Ho-Haeng Le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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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박사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강의교수
**Ph.D/ Lecture Professor of KN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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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Apr 01, 2020; Revised: Apr 19, 2020; Accepted: Apr 21, 2020

Published Online: Apr 30, 2020

국문초록

현행 부동산실명법이 이론적·실제적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은, i) 명의신탁약정의 법적 성질에 관한 법이론적 검토가 결여되었기 때문이고, ii) 내부관계의 문제와 외부관계의 문제를 동시에 규율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체결된 명의신탁약정의 문제(내부관계)와 [3자간 등기명의신탁 및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과의 매매계약이 유효인가 하는 문제(외부관계)가 하나의 평면에서 논의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의신탁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포함시켜 규율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난다고 본다.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고 있는 것은 명의신탁약정과 이에 기한 물권변동(즉, 명의신탁)이고, 매도인과의 매매계약은 금지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매매계약이 유효라고 보는 한, 매도인이 명의수탁자에게 이전등기한 것은 물권변동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계약명의신탁에서는 매도인이 i) 명의수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이고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몰랐던 경우, ii) 명의수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으나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았던 경우, iii) 명의신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고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았던 경우로 나누어 살펴본다.

Abstract

The current Act on the Registration of Real Estate Under Actual Titleholder’s Name(hereinafter ‘the Act’) presents problems in the theoretical and practical aspects because i) it lacks the legal and theoretical review of the legal nature of the title trust agreement, and ii) attempts to regulate both internal and external problems. In particular, the issue of the title trust agreement concluded between the title truster and the title trustee (internal relationship) and the issue of whether the sales contract with the seller is valid (in the Trilateral Registered Trust and the Contractual Title Trust) (external relationship), Despite being unable to be discussed in the plane, it seems that various problems arise by including and regulating this in one category of title trust.

What the Act prohibits is a title trust agreement and a change in real estate due to it (ie, a title trust), and a sale contract with the seller is not subject to the ban.

Thus, as long as the sale contract in the Trilateral Registered Trust is considered valid, the seller's transfer registration to the title trustee should be regarded as valid due to changes in real estate.

In the Contractual Title Trust, if the seller is i) willing to assign the legal effect to the title trustee and does not know the existence of the title trust agreement, ii) willing to assign the legal effect to the title trustee, but he know the existence of the title trust agreement, iii) willing to attribute the legal effect to the title truster and know the existence of the title trust agreement, cases should be reviewed separately.

Keywords: 명의신탁; 명의신탁약정; 명의신탁등기; 명의신탁의 유형; 부당이득반환청구
Keywords: title trust; title trust agreement; title trust registration; Type of title trust; Right to claim unfair returns

Ⅰ. 들어가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1)은,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탈세,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여 불로소득을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부동산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제정되었으며, 이를 위해 명의신탁약정과 이에 기초한 물권변동을 원칙적으로 무효로 한다.2) 이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은 실체적 권리관계와 등기된 권리관계가 불일치하는 원인 중 오직 명의신탁만을 금지한다는 점에서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에 대해 특별법의 지위를 가지며,3) 1995년 제정 당시까지 이루어졌던 대법원판례의 이론을 집약한 결과물이다.4) 다만,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 제정 이전까지는 부동산 명의신탁의 유형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왜냐하면 종래의 명의신탁에 대한 판결과 논의들은, 명의신탁의 대내적 관계와 대외적 관계를 이론적 모순 없이 설명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에, 특별히 명의신탁의 유형 내지 형태를 논할 실익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5) 하지만 부동산실명법의 해석을 둘러싸고 명의신탁의 유형론이 등장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명의신탁은 등기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의 둘로 나누고, 다시 전자는 2자간 명의신탁과 3자간 명의신탁으로 분류한다.6) 다만, 계약명의신탁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고,7) 입법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다.8)

현행 부동산실명법이 이론적·실제적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은, i) 명의신탁약정의 법적 성질에 관한 법이론적 검토가 결여되었기 때문이고, ii) 내부관계의 문제와 외부관계의 문제를 동시에 규율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즉, i) 명의신탁약정의 성격, 그리고 명의신탁약정과 명의신탁의 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명의신탁의 법률관계를 논할 수는 없다. 이는 결국 명의신탁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입법적 흠결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또한, ii)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체결된 명의신탁약정의 문제(내부관계)와 [3자간 등기명의신탁 및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과의 매매계약이 유효인가 하는 문제(외부관계)가 하나의 평면에서 논의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의신탁이라는 하나의 범주에 포함시켜 규율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난다고 본다. 특히,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을 구별하는 기준을 매매계약의 매수인(계약당사자)이 누구인지에 의해 결정하는 것은,9) 부동산실명법이 규율하고자 하는 명의신탁의 영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명의신탁에 포함시켜 논의함으로써 매매계약의 효력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또한,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이전된 등기가 무효라고 봄이 대법원의 입장이지만, 이는 급부과정의 단축이라는 법이론을 도외시한 합목적적 해석론에 불과할 뿐이라고 본다. 나아가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은 명의신탁이 아니라 명의대여 내지 명의차용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하며, 그렇기에 명의신탁의 범주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더불어,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에서, 악의의 인식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여야 매매계약의 효력 및 이에 기한 물권변동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계약당사자 확정의 법리와 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의 해석문제와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3자간 등기명의신탁 및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매계약의 효력에 대한 논의와 별개로, 명의신탁약정에 대한 매도인의 악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가 검토되어야 한다.

Ⅱ. 명의신탁약정의 법적 성질

1. 부동산실명법의 내용

1) 부동산실명법 제4조 1항과 2항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체결된 명의신탁약정은 무효로 되고, 이에 기해 이루어진 물권변동과 등기도 무효가 된다.10) 동법 제2조 2호는 “명의신탁자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자신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게 하는 실권리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3호는 “명의수탁자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실권리자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자신의 명의로 등기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동법 제2조 1호는 “명의신탁약정이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나 그 밖의 물권(이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이라 한다)을 보유한 자 또는 사실상 취득하거나 취득하려고 하는 자[이하 ‘실권리자’라 한다]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가등기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위임·위탁매매의 형식에 의하거나 추인(追認)에 의한 경우를 포함한다]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이와 같이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을 직접 정의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그리고 명의신탁약정에 대해서만 정의하면서, 그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해석에 맡겨두고 있다.

2) 명의신탁의 유형에 대해서 - 약간의 이견은 있지만 - 대부분의 견해들은 명의신탁을 등기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위임형 명의신탁)으로 나누고, 전자는 다시 2자간 등기명의신탁(이전형 명의신탁)과 3자간 등기명의신탁(중간생략형 명의신탁)으로 나누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명의신탁자 명의로 등기된 상태에서 명의신탁약정에 기해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11) 등기를 이전하는 경우(2자간 명의신탁),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상대방 소유의 부동산을 매수12)하면서 상대방의 협조하에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이전하는 경우(3자간 명의신탁),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하고 명의수탁자가 상대방 소유의 부동산을 매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이전받는 경우(계약명의신탁)이다.13)

3) 명의신탁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名義’는 어떤 일에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문서상의 이름으로, 민법상으로는 물권자로 등기된 사람 혹은 그의 물권적 지위를 의미하며, ‘信託’은 수익자[= 신탁자]의 이익 따위의 목적을 위하여 재산의 관리와 처분을 남[= 수탁자]에게 맡기는 것으로,14) 민법상으로는 등기를 요건으로 하여 물권변동이 일어나게 하는 원인을 의미한다고 이해된다.15) 따라서 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합의16)를 통해 대내적으로는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의 소유권을 갖지만, 대외적으로는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을 보유하는 외관을 가진다.17) 여기서 말하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합의가 곧 명의신탁약정인데, 이는 명의신탁의 유형에 따라 그 법적 성질과 의미가 달라진다. 다만, 명의신탁약정만을 체결한 상태에서는 그 당사자들 사이에 명의신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부동산실명법 제2조 2호와 3호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에 대해 규정하는 바와 같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등기’해야 하므로, 명의신탁은 필요불가결하게 부동산물권의 이전을 요건으로 하여 성립한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18)19) 따라서 명의신탁자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물권이 이전되는 외관을 가지고 있는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만 명의신탁이라고 할 수 있고,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명의신탁약정의 법적 성질

1) 양자간 등기명의신탁(내지 이전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는 진정한 소유권이전에 대한 의사 없이 등기명의만을 이전할 의사를 갖기 때문에, 이 유형의 명의신탁에서는 명의신탁약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명의신탁약정을 채권행위로 본다면,20) 진정한 소유권이전의 의사 없이 소유권이전의 외관만 창출했다는 점 때문에 이는 통정허위표시 내지 가장행위[= 원인행위]에 해당하고, 그 결과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가 된다(유인론). 물론, 통정허위표시로 보지 않더라도 현행 부동산실명법 제4조 1항은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으므로 동일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둘째, 명의신탁약정을 물권적 합의로 본다면,21) 이는 채권행위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유인성원칙이 지배하는 우리 민법 아래에서 법률상 효력을 가질 수 없고, 그 결과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가 된다. 셋째, 명의신탁약정을 채권행위와 물권적 합의를 포함하는 상위개념으로 이해한다면,22) 채권행위의 측면에서는 신탁자의 소유권이전의사를 인정할 수 있지만,23) 물권적으로는 소유권이전의사를 인정할 수 없고, 그 결과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가 된다. 이와 같이 명의신탁약정의 성격이 이론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지만, 물권행위의 독자성을 부정하고, 채권행위와의 관계에서 유인성을 취하는 우리 대법원의 견해에 의하는 한,24) 양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의 명의신탁약정은 채권행위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2) 3자간 등기명의신탁(내지 중간생략형 명의신탁)에서 상대방인 매도인은, 명의신탁자와의 합의 내지 명의신탁자의 요청을 받고25) 명의수탁자에게 직접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하므로, 성립요건주의를 취하는 우리 민법 하에서 명의신탁자가 법률상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물권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상대방 매도인으로부터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법률상 취득한 적도 없기 때문에 명의신탁자는 물권적 합의를 할 수 있는 법적 지위에 있지 않다. 결국, 명의신탁자는 물권을 사실상 취득한 상태에서 명의수탁자와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므로, 중간생략매매와 유사한 구조를 갖게 되고, 이 경우의 명의신탁약정은 순수한 채권행위에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해석을 논리적으로 일관하면, 부동산실명법 제2조 2호가 명의신탁자는 “자신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게 하는 실권리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동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은 엄밀한 의미의 명의신탁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또한, 대법원은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으로 무효가 된다고 보고 있다.26)

3) 계약명의신탁(위임형 명의신탁)에서는 명의신탁약정이 아니라 ‘계약당사자 지위의 명의신탁’에 대해 상대방인 매도인의 선의인가, 악의인가에 따라27) 명의신탁자의 권리가 달라진다. 즉, i) 상대방이 선의인 경우,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명의수탁자이므로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소유권뿐만 아니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명의신탁자에게 법률상 소유권은 물론 사실상 취득한 소유권도 없고, 사실상 ‘취득하려고 하는’ 소유권만 있을 뿐이므로(동법 제2조 1호 참조) 명의신탁약정이란 것이 무의미하다. 다만, 계약당사자 지위의 명의신탁이라는 측면에서 명의신탁에 포함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기명의신탁과는 전혀 별개의 제도라고 보아야 한다.28) 반면, ii) 상대방이 악의인 경우,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명의신탁자가 되어야 하므로,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소유권을 취득할 사실상 지위를 갖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앞서 논의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구조와 동일한 내용을 갖는다.29) 이와 관련해서 대법원은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매수인 명의 및 소유권이전등기명의를 타인 명의로 하기로 약정한 경우”30)로 이해하면서, 상대방이 매수인 명의와 등기명의에 대해 모두 악의인 경우에 명의수탁자와 체결한 매매계약 및 이에 기한 물권변동이 무효라고 보고 있다.

Ⅲ. 명의신탁의 법률관계

1. 2자간 등기명의신탁
(1)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인지 여부

명의신탁약정과 이에 기한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1항과 2항에 의해 무효가 되므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무효이고,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귀속한다.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2)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고,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이므로, 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신탁자에게 있다. 따라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 대해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뿐만 아니라 소유권에 기한 반환 및 방해배제청구권을 갖는다.31)

(3) 명의수탁자의 처분과 제3자의 소유권 취득

원인행위인 명의신탁약정이 무효라는 점에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도 무효이므로, 제3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3항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한다.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 경우,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없고,32)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나 처분대금에 대한 부당이득의 반환만을 청구할 수 있다.

2. 3자간 등기명의신탁
(1)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인지 여부
1) 대법원의 태도

대법원은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같은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의 경과에 의하여 기존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의한 등기가 무효로 되고 그 결과 명의신탁된 부동산은 매도인 소유로 복귀하므로,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에게 무효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고, 같은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 경과 후에도 매도인과 명의신탁자 사이의 매매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므로(밑줄은 필자),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무효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33)고 하면서, 「부동산실명법에 의하면 이른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같은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 경과에 의하여 기존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의한 등기가 무효로 된다.」고34) 한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대해서는, 상대방인 매도인과 명의신탁자는 채권행위인 매매계약과 더불어 물권적 합의를 하지만, 이전등기는 상대방으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에는 원인행위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등기원인의 흠결로 무효의 등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함이 일반적이다.35)36)

2) 검토 및 사견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설과 판례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상대방인 매도인은 매수인인 명의신탁자의 지시(혹은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합의)37)에 의해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를 이전한 것이므로, 등기원인의 흠결이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은 유효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38)39) 매도인은 소유권이전의무의 이행으로 제3자인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를 이전할 뿐이다. 이는 매수인인 명의신탁자의 지시(혹은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합의)에 의해 이루어진 제3자에 대한 이행으로, 급부과정의 단축(지시삼각관계에서의 급부)40)에 다름 아니다.41)42) 따라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체결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고,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에 원인행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보는 한,43) 매도인은 적법하고 유효한 이행을 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부동산의 소유권은 명의수탁자에게 적법하게 귀속되었으므로,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에 대하여 소유권에 기한 반환 및 방해배제청구는 물론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가지지 못한다.44)

이러한 결론이 타당함은,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요약자와 낙약자가 기본계약(혹은 보상관계)을 체결한 후, 낙약자가 수익자에게 채무를 이행한 경우와 비교하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먼저, 요약자와 낙약자 사이의 보상관계의 하자는 낙약자가 요약자에게 항변할 사유가 되므로, 낙약자는 수익자에 대한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낙약자가 이미 수익자에게 이행한 후에는, (대가관계가 유효한 한) 낙약자가 수익자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고, 요약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이다.45) 다음으로, 요약자와 수익자 사이의 대가관계(혹은 출연관계, 원인관계)의 하자는 요약자와 낙약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의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낙약자는 이를 이유로 수익자에게 항변할 수 없다. 그리고 대가관계에 하자가 있더라도 낙약자가 수익자에게 이행함으로써 요약자와 낙약자의 법률관계는 종료하고, 요약자가 낙약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가의 법률문제만 남는다.46) 마지막으로, 보상관계와 대가관계에 모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낙약자는 요약자에게 보상관계의 하자를 이유로 항변할 수 있으므로, 낙약자는 수익자에 대한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낙약자가 이미 수익자에게 이행한 후에는, 요약자가 수익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고, 낙약자는 요약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야 한다. 낙약자는 채권양도 또는 채권자대위권을 이용하여 수익자에게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자신이 이행한 급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47) 한편, 우리의 통설48)과 판례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수익자가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의 범주에 채권뿐만 아니라 채무면제나 물권도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에, 수익자가 소유권과 같은 물권을 취득하는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도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49) 즉,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관계는 요약자와 낙약자의 관계[= 보상관계]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관계는 요약자와 수익자의 관계[= 대가관계]와, 매도인과 명의수탁자 사이의 관계는 낙약자와 수익자의 관계[= 급부실현관계]와 유사하다. 여기서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는 대가관계의 하자에 해당하므로 대가관계가 무효로 됨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약정에 기해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를 이전하겠다는 동기를 가지고 매매계약에 임한다는 점에서, 보상관계에도 하자가 있는가가 문제될 수 있다. 이 문제는 동기를 의사표시의 구성요소로 볼 것인가에 연결된다. 우리의 통설과 판례는 원칙적으로 동기를 의사표시의 구성요소로 보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동기가 표시되었거나 상대방이 인식한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구성요소가 된다고 본다.50) 따라서 강행법규인 부동산실명법에 위반되는 명의신탁약정에 기해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도록 한 명의신탁자의 동기는,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게 명의수탁자에게 이전등기를 하도록 요청하였거나 매도인이 이에 대해 합의하였을 것이라고 추정된다는 점에서 매도인의 인식이나 인식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의사표시의 내용을 구성한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명의신탁자의 동기가 매매계약(혹은 매도, 매수의 의사표시)에 포함되는지, 물권적 합의에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혹은 매도, 매수의 의사표시)의 구성요소가 됨에는 분명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강행법규 위반의 동기가 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할 경우, 이것이 계약의 무효를 가져오는가이다. 일반적으로 매도인은 매수인이 어떤 목적으로 매수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나아가 매수인이 불법적 목적으로 매수하는 경우에도 매도인의 주된 의사는 매매대금과 소유권이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불법원인급여에서의 논의이긴 하지만, 우리의 통설과 판례는, 불법의 개념에 민법 제103조의 사회질서 위반행위만을 포함시키고, 강행법규 위반은 그것이 동시에 사회질서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한, 불법의 범주에서 제외하고 있다.51) 따라서 강행법규 위반의 동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52) 우리 대법원53)도 명확한 근거를 밝히고 있진 않지만, 매매계약은 유효라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이 부동산실명법 위반의 동기를 가진 의사표시임에도 불구하고 매매계약은 무효가 되지 않는다고 보면, 매도인이 명의수탁자에게 이행한 것은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 되어 매매계약은 목적의 실현으로 종료하고, 대가관계의 무효로 인한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문제만 남게 된다.

또한,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는 것은 명의신탁약정이지 매매계약이 아니다.54) 따라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이더라도, 물권변동이 명의신탁자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이루어진 경우가 아닌 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부동산실명법에서 명의신탁자에 사실상 물권을 취득한 자를 포함시킨다고 하더라도, 이는 명의신탁의 개념에 반한다고 생각하고, 매도인으로부터 명의수탁자에게 이루어진 물권변동은 유효라고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낙약자와 유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를 이전함[= 채무이행]으로써 명의신탁자와 체결한 매매계약관계에서 벗어나고,55)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법률관계만 남는다고 보아야 한다. 즉,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를 이전함으로써 소유권을 상실하고, 명의수탁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56) 이후,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혹은 처분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따라서 대법원이 매매계약의 유효에도 불구하고 매도인에게 소유권이 남아 있다는 전제하에,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매도인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반환 및 방해배제청구권을 피대위권리로 하여,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에 기한 반환 및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하여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57) 지시삼각관계에서58)의 부당이득반환청구(기본계약 내지 보상관계의 하자가 문제되는 경우에는 제3자방 이행에서의 부당이득반환이라고도 표현된다.59))의 법리를 간과한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2)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1) 대법원의 태도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이고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존속한다는 전제하에,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무효인 명의 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60)61) 이와 같이 명의신탁 부동산의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복귀하고,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는 한 명의신탁자에게는 손해가 없기 때문에,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할 수 없다고 한다.62) 그러나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강제수용이나 공공용지 협의취득 등을 원인으로 제3취득자 명의로 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제3취득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므로(같은 법 제4조 제3항), 그로 인하여 매도인의 명의신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이행불능으로 되고 그 결과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받을 권리를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는 반면, 명의수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처분대금이나 보상금을 취득하는 이익을 얻게 되므로, 명의수탁자는 명의신탁자에게 그 이익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함으로써,63) 부동산의 처분대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매각처분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매수인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바, 명의신탁약정 및 이에 따라 행하여진 등기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변동을 무효로 하는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명의를 이전해 주었다면,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의 체결이나 그 이행에 관하여 어떠한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자신의 편의를 위하여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등기이전을 요구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귀책사유로 같은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이 지나도록 실명등기를 하지 아니한 사정에 기인하여 매도인에 대하여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하거나, 명의신탁자 앞으로 재차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신의칙상 허용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매도인으로서는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명의수탁자로부터 그 소유명의를 회복하기 전까지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신의칙 내지 민법 제536조 제1항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 이와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는 매매대금 반환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고, 한편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도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결국 매도인으로서는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바가 없다.」고 함으로써,64)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게 매매대금의 반환이나 재차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것을 막고 있다.

2) 검토 및 사견

대법원은 명의수탁자가 그대로 등기 명의를 보유하고 있느냐, 아니면 제3자에게 처분했느냐에 따라 부당이득의 성립 여부가 달라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구성은 부당이득의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부당이득은 민법 제741조의 요건이 충족되었느냐 충족되지 않았느냐를 기준으로 해야 하므로, 수익자의 또 다른 행위가 매개될 것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매도인이 매매계약에 기초하여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했는데 매매계약이 민법 제108조의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 매수인이 선의의 제3자에게 처분했느냐, 처분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매수인의 부당이득반환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어느 경우든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고, 다만 그 부당이득반환의 내용이 원물반환이냐 가액반환이냐로 달라질 뿐이다.

대법원은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를 살리면서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한 궁여지책의 묘수를 고안하였다고 생각되지만, 이는 애초에 매도인의 이행이 유효하지 않고, 그로 인해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에 관련된 일련의 판결들은, 모두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관한 것이다. 주지의 사실로,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약정과 이에 기한 명의신탁을 규율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지,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매매계약을 규율의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즉, 매매계약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이든, 시행 후이든 유효하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는 명의신탁약정과 명의신탁이 모두 유효였고, 매매계약도 유효였다. 따라서 매도인이 명의수탁자에게 이전등기한 것은 적법하고 유효한 이행이었다. 그런데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으로 명의신탁약정과 명의신탁은 무효로 되더라도, 매매계약은 여전히 유효라고 보면서, 매도인이 명의수탁자에게 이전등기한 것이 적법하고 유효한 이행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는 기괴하다. 다시 말해서, 동일한 전제(즉, 매매계약이 유효)하에 있는 동일한 사실(즉, 매도인의 이행행위)에 대한 평가가 부동산실명법의 시행 전과 후로 달라지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앞서 소개한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은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된 후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에 기해 당해 부동산에 대해 다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든지,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매도인이 신의칙 내지 동시이행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매도인의 입장에서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매수인인 명의신탁자의 요구에 의해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를 이전해준 이상, 명의신탁자의 이러한 청구는 애초에 부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기 전이든, 시행된 후이든, 매매계약이 유효한 이상 매도인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적법하고 유효한 이행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매도인은 3자간의 법률관계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오직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의 문제만 남는다고 보아야 한다.65) 이 경우, 명의신탁자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인 경우에는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만약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면 처분 당시의 대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한편,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의 명의신탁인 경우에는 명의신탁자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취득케 한 것이므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한다면 위반행위를 한 명의신탁자를 굳이 보호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당해 부동산의 매수자금만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66) 그리고 이러한 결론에 이르더라도,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반하지는 않는다고 생각된다.

(3) 명의수탁자의 처분과 제3자의 소유권 취득
1) 대법원의 태도

대법원은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이지만, 제3자는 [명의신탁에 대한] 그의 선·악을 불문하고 부동산실명법 제4조 3항에 따라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한다.67)

2) 검토 및 사견

매도인이 명의수탁자에게 이전등기한 것이 적법하고 유효한 이행이라고 보는 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도 유효하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처분행위의 상대방이 되는 제3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3항과 무관하게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본다. 물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해 명의수탁자에게 등기가 경료되었다는 점에서 부동산실명법 제4조 1항과 2항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무효로 볼 여지도 있다. 이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3항에 따라 적법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어느 경우이든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하는데 장애가 없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해석의 여지가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3. 계약명의신탁
(1)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의 구별
1) 대법원의 태도

명의신탁약정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아니면 계약명의신탁인지의 구별은 계약당사자가 누구인가를 확정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계약명의자가 명의수탁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계약당사자를 명의신탁자로 볼 수 있다면 이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된다. 따라서 계약명의자인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명의신탁자가 계약당사자라고 할 것이므로, 이 경우의 명의신탁관계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보아야 한다.68) 그리고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자가 타인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계약당사자가 누구인지는 계약에 관여한 당사자의 의사해석 문제에 해당한다.69)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는 경우에는 그 일치한 의사대로 행위자 또는 명의인을 계약당사자로 확정하여야 하고,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계약의 성질·내용·목적·체결 경위 등 그 계약 체결 전후의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지에 의하여 계약당사자를 결정하여야 한다.70) 따라서 어떤 사람이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매수인 명의 및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한 경우에, 이와 같은 매수인 및 등기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하므로, 상대방이 명의신탁자를 매매당사자로 이해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는 계약명의자인 타인을 매매당사자로 보아야 하며,71) 설령 상대방이 그 명의신탁관계를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밑줄은 필자] 상대방이 계약명의자인 타인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72)73) 부동산등기는 그것이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로부터 적법한 등기원인에 의하여 마쳐진 것으로 추정되며, 타인에게 명의를 신탁하여 등기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 명의신탁 사실에 대하여 증명할 책임을 진다.74)

2) 검토 및 사견

대법원은 매매계약의 효과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의 문제, 즉 계약당사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의 문제를 기준으로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을 구분하고 있으며, 명의신탁관계[≒명의신탁약정]에 대한 인식 여부는 매매계약의 효력과 무관한 문제로 보고 있다.75)76)77) 즉, 매도인이 명의수탁자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매도인이 i) 매매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명의수탁자에게 귀속시킬 의사였다면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고, ii) 매매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킬 의사였다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 해당한다.

결국,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을 구분하는 징표는,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가 아니라,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명의수탁자인가, 아니면 명의신탁자인가’이다.78)79) 이는, 계약당사자 확정의 법리에 따라 명의신탁의 유형이 결정된다는 의미이다.

법률행위의 당사자와 법률행위자가 다른 경우, 즉 법률행위의 효과가 귀속되는 자와 사실상 법률행위를 하는 자가 다른 경우, 우리 민법은 법률행위의 효과가 귀속되는 자를 당사자로 본다. 이를 명의신탁이 명의대여(차명거래)80)로 이루어진 경우에 적용하면, i) 매도인이 명의수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던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매수인으로 되고, 그에게 매매계약에 따른 모든 권리와 의무가 귀속되며 명의신탁자에게는 아무런 권리와 의무가 귀속되지 않는다. 반면, ii)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던 경우에는 자연적 해석에 따라 명의신탁자가 매수인으로 되고, 그에게 매매계약에 따른 모든 권리와 의무가 귀속되며 명의수탁자에게는 아무런 권리와 의무가 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후자의 경우에는 명의수탁자는 허수아비에 불과하며 실질적으로 3자간 명의신탁의 모습과 같게 된다.

어느 경우이든 명의신탁약정의 효력은 무효이고,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에 대해 악의라면 매매계약의 효력과 별개로 벌칙에 의해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음은 별개이다.

3) 명의신탁약정에 대한 매도인의 악의

명의수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된다고 하더라도, 명의신탁약정에 대한 매도인의 악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문제는 남는다.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체결된 명의신탁약정은, 명의수탁자가 매도인과의 매매계약에 나서게 된 ‘동기’에 해당한다.81) 원칙적으로 의사표시의 형성과정에서의 동기는 의사표시의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표시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동기가 의사표시의 요소로 된 경우, 즉 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평가받는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효력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우리 대법원은 동기의 불법이나 동기의 착오에서 그것이 의사표시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의사표시의 하자를 이유로 계약의 무효나 취소를 가져온다고 판단한다.82) 따라서 명의신탁약정에 대한 매도인의 악의가 인정되는 한, 명의신탁약정은 계약의 내용이 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후 매매계약의 효력을 판단하는 문제로 넘어간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논의한 것과 마찬가지로, 강행법규 위반의 동기가 매매계약의 내용으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83)84) 이 점에서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에 있어서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의 태도85)는 논리적 일관성을 갖게 된다.

(2)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인지 여부
1) 대법원의 태도

매도인인 상대방이 선의인 한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이 유효하므로 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 단서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유효하다.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86) 그러나 매도인인 상대방이 악의[명의신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고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았던 경우]인 경우에는, 매매계약이 무효이므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무효이다. 대법원도 「어떤 사람이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 및 소유권이전등기명의(밑줄은 필자)를 타인 명의로 하기로 약정하였고 매도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 그 약정이 부동산실명법 제4조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되고, 이에 따라 매매계약도 무효로 되는 경우에, 매매계약상의 매수인의 지위가 당연히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밑줄은 필자).」87)고 판시하고 있다.

2) 검토 및 사견

대법원의 태도와 학설의 논의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도인의 선의, 악의의 인식대상에 대한 파악과 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 단서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 선행되어야 한다.88) 즉, 매도인이 i) 명의수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이고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몰랐던 경우, ii) 명의수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으나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았던 경우, iii) 명의신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고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았던 경우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i)의 경우에는 매매계약이 유효하고 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 단서의 문리해석상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도 유효하다. 반면, iii)의 경우에는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은 무효이고, 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 단서의 반대해석상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도 무효이다. 한편, ii)의 경우에는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은 유효하지만, 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 단서의 문리적 반대해석상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무효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이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명의신탁약정에 대한 인식 여부는 매매계약에서 동기의 불법에 유사하지만, 불법의 의미를 민법 제103조 위반에 한정한다면 매매계약은 유효하고, 지시삼각관계에서의 급부로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도 유효라고 보아야 한다. 계약당사자 확정의 법리와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를 고려한다면, 사법상 매매계약의 효력 및 효과귀속자의 결정문제와 명의신탁약정[및 명의신탁]에 관여한 당사자에 대한 처벌의 문제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 단서는 “명의신탁자가 법률행위의 당사자로 확정됨을 전제로,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알았던 경우에만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물권변동이 무효가 된다.”고 제한해석되어야 한다.89) 이렇게 볼 때,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약정의 무효에도 불구하고 명의신탁자와 상대방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을 유효로 보는 대법원의 태도90)와 일관성을 갖게 된다.91)

앞서 소개한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은 iii)의 경우에 해당하는데, 즉 매도인이 명의신탁자가 계약당사자임을 알았고 명의신탁약정의 존재까지 알았던 경우에 비로소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이 무효가 되지만, 그렇다고 매수인의 지위가 당연히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당사자 확정의 법리에 비추어 판단한다면, 이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은 매도인의 의사를 배제한 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은 존재하지 않고, 명의신탁자와의 매매계약만 성립하고 유효하다고 봄이 정확하므로, 명의신탁자가 당연히 매수인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92) 따라서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계약의 당사자에게 이행된 것이 아니므로 무효이고, 명의신탁자가 매수인으로서 매도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갖는다고 본다.

한편, 대부분의 견해들은,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에는 매매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93) 이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 단서에 근거한 해석이라고 이해되는데, 앞서 소개한 판례와의 논리적 일관성을 갖추려면, 매도인은 명의신탁약정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이와 더불어 계약당사자가 명의신탁자라는 사실을 전제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경우에 한해서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이 무효가 된다.

(3) 명의신탁자의 명의수탁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1) 대법원의 태도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는 유효였지만, 부동산실명법의 시행으로 무효가 되었다는 전제하에, i)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계약명의신탁약정과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이루어졌던 경우에는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 자체(혹은 그 소유권)을 부당이득하였다고 하고,94) ii) 부동산실명법 시행 후에 계약명의신탁약정과 그에 기한 물권변동이 이루어졌던 경우에는 명의신탁자는 애초부터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었으므로, 위 명의신탁약정의 무효로 인하여 명의신탁자가 입은 손해는 당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수탁자에게 제공한 매수자금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명의수탁자는 당해 부동산 자체가 아니라 명의신탁자로부터 제공받은 매수자금을 부당이득하였다고 할 것이다95)고 판시하고 있다.96)

2) 검토 및 사견

매도인이 선의인 한, 명의신탁약정에 기해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급부한 것은 부동산의 소유권이 아니라 부동산 매수자금이다. 즉, 계약명의신탁에서는 명의신탁자가 애초에 법률상으로는 물론 사실상으로도 소유권을 취득한 적이 없으므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는 없고, 부동산의 매수자금만을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이든, 시행 후이든 동일하다.97) 이러한 견해를 일관하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계약명의신탁은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은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소유권을 회복할 수 있었다는 가능성[사실의 영역]의 문제와 소유권을 명의신탁한 것[법률의 영역]은 구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회복하지 않은 이상, 부동산실명법의 유예기간이 경과된 후에는 명의신탁자가 더 이상 소유권을 회복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앞 (2)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인지 여부 2) 검토 및 사견 부분에서 논의한 iii)의 경우]에는 두 가지 구성이 가능하다. 즉,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이 무효가 된다고 보면,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복귀되고, 명의수탁자는 매매대금을 반환받게 되므로,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의 매수자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사견에 의하면, 명의신탁자가 매수인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말소등기를 청구할 수 있다. ii)의 경우는 사견에 의하는 한 매매계약이 유효하므로,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명의수탁자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고,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에게 부동산의 매수자금만을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

(4) 명의수탁자의 처분과 제3자의 소유권 취득

매도인이 i) 명의수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이고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몰랐던 경우에는 매매계약이 유효이고, 이에 기한 물권변동도 유효이므로, 명의수탁자는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명의수탁자의 제3자에 대한 처분행위는 적법한 소유권을 가진 자의 처분행위라는 점에서, 부동산실명법 제4조 3항과 무관하게 제3자가 소유권을 취득한다. 반면, 매도인이 iii) 명의신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고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았던 경우에는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이 무효이므로, 이에 기한 물권변동도 무효이다. 따라서 제3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3항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한다. 한편, 매도인이 ii) 명의수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으나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았던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2항 단서를 문리적으로 반대해석하면 명의수탁자의 등기는 무효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제3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3항에 의해 소유권을 취득한다. 하지만, 매매계약이 유효라고 보는 사견에 따르면, 제3자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3항과 무관하게 소유권을 취득한다.

Ⅳ. 상대방[=매도인]에 대한 처벌

1. 명의신탁약정에 대해 악의인 경우

1) 매매계약이 유효하다고 하더라도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매도인은 매매계약에 따른 법적 이익을 누리면서, 명의신탁 범죄의 교사·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98) 즉, 매매계약의 효력 문제와 별개로, 명의신탁약정에 대해 악의인 매도인은 명의신탁의 방조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계약명의신탁과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모두 동일하다.

2) 부동산실명법은 제7조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를 처벌하는 벌칙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동법의 입법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함과 동시에 그 당사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마련한 규정으로 이해된다. 나아가 명의신탁을 교사·방조한 자에 대해서도 일정한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는 판단하에, 1995년 제정 당시의 부동산실명법은 제7조와 제10조에서 교사·방조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해 두었었다. 그러나 2016년 동법의 개정과정에서 교사·방조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이 삭제되었고, 그 삭제이유는 “교사범 및 방조범에 대해서는 「형법」에 의하여 처벌이 가능하고, 이 법상 방조범에 대하여 특별히 더 감경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99) (공동)정범은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처벌되고, 교사·방조범은 형법에 의해 처벌되는 모습이 낯설긴 하지만, 어쨌든 매매계약의 상대방인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에 대해 교사·방조하였다면 그 역시 처벌될 수 있다.100) 이는 명의신탁의 유형과 무관하게, 나아가 매매계약의 효력과 무관하게 매도인을 처벌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따라서 계약명의신탁에 대해 “악의의 매도인은 명의신탁 등기의 방조범이 될 수 있고 이를 보호할 필요가 없는 반면, 선의의 매도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물권변동을 유효한 것으로 규정하게 되었다.”는 견해101)는 선의·악의의 대상을 명의신탁약정으로 제한할 때에만 타당하다.102)

3) 부동산실명법의 처벌규정은, 금융실명법이 탈법적 목적으로 체결된 차명거래에 의한 예금계약을 실명확인이 된 명의수탁자(=명의대여자)와의 사이에 유효하게 성립하는 것으로 하면서, 명의신탁자 및 명의수탁자뿐만 아니라 상대방인 금융기관까지 모두 정범으로 보아 벌칙을 적용하는 것과 대비된다.103)

2.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1) 개관

금융실명법 제1조는 ”실지명의(實地名義)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꾀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실명거래를 목적으로 1997년에 제정되었다. 이후 2014년에 제3조 3항을 신설하여, “누구든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 같은 조 제4호에 따른 자금세탁행위 또는 같은 조 제5호에 따른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고, 동법 제6조는 “제3조 3항을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함으로써 차명거래를 방지하고 있다.

(2) 부동산실명법과의 비교

금융실명법은 실명거래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실명법과 유사하지만, 규율의 구조에는 차이가 있다. 금융실명법은 본래적으로 채권행위의 성질을 갖는 예금계약에 따른 예금채권의 귀속에 대해서 규율하면서, 가명거래(허위·가공의 이름으로 예금계약을 체결하는 것)를 금지하고, 나아가 차명거래(명의신탁약정에 기초해 실명확인이 된 명의수탁자가 예금계약을 체결하는 것)를 금지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금융실명법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체결된 예금의 명의신탁약정에 대해서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명의수탁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체결된 예금계약에 대해서 규율하고 있고,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체결된 부동산소유권의 명의신탁약정에 대해서 규율할 뿐, 명의수탁자와 상대방 사이에 체결된 매매계약에 대해서 규율하고 있지 않다.104) 금융실명법은 제3조 1항에서 계약의 상대방인 금융기관에게 실명확인의무를 부과하면서, 동시에 이를 위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동법 제7조에 따른 과태료의 제재를 부과하고 있지만, 부동산실명법은 계약의 상대방인 매도인에 대해서는 - 명의신탁에 대한 교사·방조범으로서의 형법상 처벌을 제외하면 - 별도의 제재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3) 예금의 차명거래에서 계약당사자의 확정105)

1) 대법원은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예금명의자의 실명확인 절차가 이루어지고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하여 예금계약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명의자가 아닌 출연자 등을 예금계약의 당사자라고 볼 수 있으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등과 사이에서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서면으로 이루어진 예금명의자와의 예금계약을 부정하여 예금명의자의 예금반환청구권을 배제하고 출연자 등과 예금계약을 체결하여 출연자 등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밑줄은 필자). 그리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금융실명법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 등의 증명력을 번복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에 의하여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여야 한다.」106)고 함으로써, 애초에 예금의 출연자인 명의신탁자에게 예금청구권이 귀속될 가능성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2) 금융실명법에서 말하는 차명거래는, i) 예금출연자가 제3자 명의로 예금을 하고 예금채권자를 명의인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명의인이 예금계약의 당사자로서 금융기관에 대해 예금채권을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융실명법 제3조의 문언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ii) 예금출연자가 제3자 명의로 예금을 하고 예금채권자를 출연자 자신으로 하는 것은 일단 금융실명법 제3조에 반한다고 보아야 한다.107) 다만, 이 경우에도 금융실명법은 단속규정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예금계약의 사법적 효력은 유효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이다.108)

한편 차명거래의 모습은, 부동산명의신탁에서 i)은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과, ii)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 내지 매도인이 악의인 계약명의신탁과 유사하다.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의 효력을 귀속시킬 의사로 계약한 경우에는 명의신탁자가 매수인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109) 그러면서도, 매도인이 매수인 명의 및 소유권이전등기명의의 신탁약정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경우에도, 명의신탁자가 당연히 매수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함으로써,110) 계약당사자 확정의 법리와 다르게 접근하고 있는바, 이는 금융실명법에 따른 당사자확정의 법리에 일부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3) 금융실명법에서는 금융기관에 실명확인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부동산실명법에서는 매도인에게 실명확인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예금계약에서는 명의신탁자가 예금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없도록 하여 차명거래를 금지하는 것이 금융실명법의 입법목적을 달성하는 방향이겠지만, 부동산매매계약에서는 명의신탁자가 매수인이 되는 길을 넓게 열어주는 것이 오히려 부동산실명법의 입법목적을 실현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즉, 부동산매매계약에서는 계약당사자 확정의 법리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명의신탁자가 매수인이 되는 것은 실명등기를 실현하고자 하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더욱 부합한다.

Ⅴ. 나오며

기본적으로 명의신탁약정은 채권행위의 성격을 갖는다. 다만,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신탁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물권적 합의가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명의신탁자에게 물권이 귀속되어 있거나, 그에 준하는 법적 지위가 인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3자간 등기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에게 사실상 물권의 취득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명의신탁에 포함시킬 수 있으나,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에게 사실상 물권의 취득조차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명의신탁에 포함시킬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금지하고 있는 것은 명의신탁약정과 이에 기한 물권변동(즉, 명의신탁)이고, 명의신탁자 내지 명의수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은 금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신탁약정과 이에 기한 물권변동은 무효로 되지만, 명의신탁자와 매도인 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라고 봄이 통설과 판례이다. 그러나 필자는 매매계약이 유효한 이상,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의 지시[혹은 매도인과의 합의]에 의해 명의수탁자에게 이전등기한 것은 지시삼각관계에서의 급부로서 물권변동도 유효라고 본다.

계약명의신탁의 경우는 매매계약의 당사자 확정의 문제와 매매계약의 효력 문제, 그리고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의 효력 문제가 순차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도인이 선의인 경우와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를 나누어 판단해야 하고, 특히 중요한 것은 악의의 인식대상이다. 즉, 매도인이 i) 명의수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이고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몰랐던 경우, ii) 명의수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으나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았던 경우, iii) 명의신탁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시킬 의사였고 명의신탁약정의 존재를 알았던 경우로 나누어 살펴본다. i)의 경우는 매매계약도 유효하고 명의수탁자가 매수인으로서 이전등기를 받으면 확정적으로 유효하다. ii)의 경우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의 균형상, 그리고 동기의 불법과 유사하지만 민법 제103조 위반의 행위는 아니라고 보면서,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은 유효이고, 이에 기한 물권변동도 유효라고 본다. iii)의 경우는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이 무효이므로 명의수탁자에게 경료된 이전등기도 무효이고, 명의신탁자가 매수인으로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진다고 본다. 다만, 어느 경우이든, 명의신탁약정에 대해 악의인 매도인은 형법에 의해 교사·방조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벌칙규정을 적용하면서도 계약의 사법적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과 금융실명법의 입법 목적인 실명거래의 달성을 위해서 부동산 매매계약이나 예금계약 모두를 무효로 할 때 파생되는 문제, 즉 사적 자치에 대한 중대한 침해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의 침해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결론이라고 생각된다.

각주(Footnotes)

1) 이 글에서는 ‘부동산실명법’으로 사용한다. 동법의 제정목적 및 제정경과에 대해서는, 윤철홍,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정과 문제점, 법학논총 9, 137면 이하, 1996; 재정경제원, 부동산실명법 해설, 1995 참고.

2) 부동산실명법 제4조 1항 및 2항 참조.

3) 부동산실명법과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의 입법목적과 양 법률의 비교에 대한 상세한 검토는, 이진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다시 논함, 성균관법학 제29권 2호, 2017, 268면 이하 참고.

4) 이진기, 앞의 글, 269면, 특히 271-272면 참조. 부동산실명법 제정 이전의 논의는 동법의 제정으로 그 가치가 크지 않다.

5) 박재혁, 명의신탁 유형론, 인권과 정의 제399호, 대한변호사협회, 2009, 7면. 다만, 여기서의 대외적 관계는 부동산을 둘러싼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제3자에 대한 권리의 측면이다. 이는 부동산실명법의 규율대상인 부동산물권의 취득과정에서 문제되는 대외적 관계와는 다르다.

6) 재정경제원, 앞의 책, 24면 이하; 이동명,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의 입법과정에서의 쟁점, 판례연구 제1집, 제주판례연구회, 1997, 251면 이하; 양창수, 민법연구 제5권, 박영사, 1999, 76면 등.

7) 보다 상세한 내용은, 양창수, 앞의 책, 76면 참고.

8) 이동명, 앞의 글, 251면 참고.

9) 양창수, 앞의 책, 76면.

10) 이 규정에 대해 이진기교수는, “단속규정이며 효력규정은 되지 않는다.”(이진기, 앞의 글, 273면)고 하거나, “실제 그 효과가 크지 않다.”(이진기, 앞의 글, 283면)고 한다.

11) 부동산실명법 제1조에 의하면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이 모두 명의신탁의 대상이 되지만, 논의의 편의상 ‘소유권’으로 통칭한다.

12) 부동산물권이 이전되는 원인행위는 다양하지만, 본 논문에서는 매매를 기본형으로 삼아 소유권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

13) 다만,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매수인으로 확정되는 경우에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동일한 구조가 된다는 점에서, 매수인이 선의인 경우에 한해 계약명의신탁으로 볼 수도 있다. 박재혁, 앞의 글, 8면 각주 6).

14) 신탁법 제2조 : “신탁”이란 신탁을 설정하는 자(이하 “위탁자”라 한다)와 신탁을 인수하는 자(이하 “수탁자”라 한다) 간의 신임관계에 기하여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영업이나 저작재산권의 일부를 포함한다)을 이전하거나 담보권의 설정 또는 그 밖의 처분을 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일정한 자(이하 “수익자”라 한다)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말한다.

15) 이와 유사한 이해로, 이진기, 앞의 글, 270면 참고.

16) 일반적인 신탁은 계약뿐만 아니라 유언 또는 일방적 선언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지만, 명의신탁은 언제나 신탁자와 수탁자의 계약으로 성립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진기, 앞의 글, 271면 참고.

17) 이에 대해서는 절대적 권리이전설에 따라 명의수탁자에게 완전히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견해도 있다. 상세한 내용은, 강봉석, 명의신탁에 관한 연구, 홍익법학 제15권 1호, 2014, 153-154면 참고.

18) 이진기, 앞의 글, 274면 참고. 반면, 명의신탁약정의 당사자를 신탁자와 수탁자로 부른다는 견해도 있다(양창수, 앞의 책, 87면 이하 참고).

19) 이러한 입장에 서게 되면, 명의신탁의 성립에 있어서 등기가 필수적이 되어야 한다. 다만, 대법원 2009. 11. 26. 선고 2009도5547 판결에서와 같이,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된 상태에서 사후적인 명의신탁약정에 기초해 명의신탁이 성립할 수 있다. 즉, 명의수탁자가 자신의 소유하는 부동산에 대해 명의신탁자에게 일정한 원인행위[증여든, 매매든]에 근거해 소유권을 이전해주기로 합의한 후, 다시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여 여전히 명의수탁자 자신의 명의로 등기를 보유하는 경우에는 절차의 생략이라는 점에서 동의할 수 있다.

20) 곽윤직, 물권법, 박영사, 1999, 138면 이하 등.

21) 양창수, 앞의 책, 80면은 신탁자가 이미 소유권을 가진 때에는 별개의 채권계약이 체결되지 않고 요구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22) 이진기, 앞의 글, 279-280면.

23) 진의, 즉 내심의 의사는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려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한다. 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34475 등.

24) 대법원 1972. 11. 28. 선고 72다1789 판결.

25) 현실에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 위해서는 부동산등기규칙 제60조 이하에 따라 인감증명을 첨부해야 하는데, 상대방인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모르는 상황이라면 매수자란에 명의수탁자의 성명 및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할 수 없어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하기 위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6)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다27470 판결 등.

27) 대법원은 “설령 상대방이 그 명의신탁관계를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계약명의자인 타인이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10. 7.자 2013스133 결정)라고 판시함으로써, 명의신탁약정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계약당사자 확정의 법리에 따라 판단하고 있다.

28) 이진기, 앞의 글, 282면. 또한, 박재혁, 앞의 글, 11면은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게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고, 송덕수교수는 계약명의신탁은 본래의 명의신탁이 아니고 독일문헌상의 허수아비행위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송덕수,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의 효력과 구상권의 제한, 판례실무연구 Ⅱ, 박영사, 1998, 332면)

29) 이진기, 앞의 글, 282면. 한편,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계약명의신탁을 구분하는 징표가 되는 것은 매도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람이 명의신탁자인가 아니면 명의수탁자인가”고 하는 견해(양창수, 앞의 책, 76면)도 동일한 취지로 이해된다. 이 견해에 의하면, 상대방인 매도인이 선의일 때만 매매계약의 매수인이 명의수탁자로 되기 때문이다.

30)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31) 이 경우 명의신탁자는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말소등기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5157 판결 참고.

32) 양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처분하여 제3취득자가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고 이로써 명의신탁자가 신탁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였다면, 명의신탁자의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 즉 말소등기청구권이나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이전등기청구권도 더 이상 그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 그 후 명의수탁자가 우연히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다시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명의신탁자가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상실한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므로, 여전히 물권적 청구권은 그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89814 판결).

33)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다203811 판결 등.

34) 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다27470 판결.

35) 지원림, 민법강의(제14판), 홍문사, 2016, 641면 참고. 또한, 부동산등기법 제48조 1항 4호 참조.

36)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ⅰ) 채권자, 채무자, 그리고 제3자 사이의 합의,ⅱ) 채권양도, 제3자를 위한 계약, 불가분적 채권관계의 형성 등의 방법으로 제3자에게 채권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을 갖추면 제3자 명의로 경료된 (근)저당권 등기를 유효라고 한다(대법원 2000. 12. 12. 선고 2000다49879 판결 등). 대법원은 이와 같이, 담보물권의 부종성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따라서 이 경우를 명의신탁이 유효한 경우로 해석하는 견해(이진기, 앞의 글, 281-282면)는 의문이다. 애초에 제3자에게 피담보채권이 귀속되는 이상, 그에게 담보물권이 귀속됨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만, 양도담보권이나 가등기담보권은 부종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부동산실명법 제2조 1호 가목에 의해 유효하다.

37) 앞의 각주 25) 참고. 이는 제3자를 위한 계약의 제3자 약관과 유사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크다.

38)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매매계약이 무효라는 견해도 유력하다. 박동진교수는, “애초에 매도인이 명의수탁자 명의로 이전등기를 할 수 없다면 원시적 불능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므로 무효라고 하고(박동진,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의한 부동산명의신탁의 효력, 저스티스 32권 3호, 한국법학원, 1999, 74면), 정상현교수는, 반사회성이 있는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하며(정상현, 명의신탁약정의 효력과 신탁재산의 반환여부에 대한 법리 재검토, 성균관법학 19권 1호, 2007., 159면), 강태성교수는, 매도인이 악의인 경우 매매계약은 그 동기가 불법하여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한다(강태성, 물권법, 대명출판사, 2017, 708-709면).

39) 송오식, 3자간 등기명의신탁과 불법원인급여 해당 여부, 재산법연구 제36권 1호, 한국재산법학회, 2019, 63면 참고. 송오식교수는 사적 자치의 원칙상 민법 제103조에 반하지 않는 한 타인 명의로도 등기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명의신탁자와 매도인의 매매계약과 물권적 합의는 유효하다고 하면서, 다만 부동산실명법에 의해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무효가 된다고 설명한다.

40) 제3자의 변제와 대비된다. 자세한 논의는, 지원림, 앞의 책, 910면 참고.

41) 양창수,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의한 명의신탁의 효력- 소위 등기명의신탁을 중심으로-, 법학 제38권 1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1997, 56면은 제3자방 이행의 약정으로 설명한다.

42)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계약상대방의 지시 등으로 급부과정을 단축하여 계약상대방과 또 다른 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이른바 삼각관계에서의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 그 급부로써 급부를 한 계약당사자의 상대방에 대한 급부가 이루어질 뿐 아니라 그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도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계약의 일방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이러한 경우에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급부를 한 원인관계인 법률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다는 이유로 제3자를 상대로 직접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면 자기 책임하에 체결된 계약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3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되어 계약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수익자인 제3자가 계약상대방에 대하여 가지는 항변권 등을 침해하게 되어 부당하기 때문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99다66564, 66571 판결;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등 참조).

43)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다203811 판결 등.

44) 이와 같이 삼각관계에서의 급부가 이루어진 경우에, 제3자가 급부를 수령함에 있어 계약의 일방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급부를 한 원인관계인 법률관계에 무효 등의 흠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할지라도(밑줄은 필자) 계약의 일방당사자는 제3자를 상대로 법률상 원인 없이 급부를 수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46278 판결). 다만, 이 판결은, 기본관계(대법원은 ‘급부를 한 원인관계’라고 표현함)가 무효이고, 이에 대해 수익자인 제3자가 악의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45) 김형배 외, 민법학강의(제15판), 신조사, 2016, 1269면 참고. 다만, 유인론을 취하게 되면, 원인행위의 하자는 물권변동에 영향을 미치므로, 낙약자가 수익자를 상대로 소유권에 기한 반환 및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남는다.

46) 김형배 외, 앞의 책, 1270면 참고.

47) 김형배 외, 앞의 책, 1269-1270면 참고.

48) 김형배 외, 앞의 책, 1265면 참고.

49) 제3자를 위한 계약은, 계약당사자가 직접 제3자에게 권리를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대법원 1996. 1. 26. 선고 94다54481 판결 참고). 반면,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의 의사는 형식상 제3자에게 소유권을 취득하게 할 의사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소유권을 취득할 의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제3자에게 권리를 취득하게 할 의사가 있음은 명백하다.

50) 김형배 외, 앞의 책, 171면. 대법원도,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밑줄은 필자)를 포함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23858 판결)

51) 반사회성 여부가 논의되는 당해 법률행위와 관련이 있는 다른 일정한 법률행위에 관하여 그 효력을 명문으로 배제하는 강행법규가 있는 경우에는, 그 강행법규가 어떠한 취지에서 나온 것인지, 이들 두 법률행위가 일정한 구체적 생활관계의 맥락에서 일정한 내용으로 사회적·경제적인 연관을 가져서 강행법규에 의한 금지의 취지를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는 법구성을 통하여 다른 법률행위에도 미치게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한지, 당해 법률행위에 대하여 그 규범내용이 명확하지 아니한 일반조항인 민법 제103조에 기하여 이를 무효로 함으로 인하여 거래에 부당한 부담을 지우거나 당사자들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등을 당해 법률행위가 사회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할 수 있고 또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7251).

52)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또한, 대법원 2019. 6. 20. 선고 2013다218156 전원합의체 판결은 양자간 명의신탁 사건에서, 부동산실명법 위반은 민법 제746조의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다.

53)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 매도인과 명의신탁자 사이의 매매계약은 유효하므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에게 매매계약에 기초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매도인을 대위하여 무효인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다203811, 203828 판결)

54) 박재혁, 앞의 글, 18면도 명의신탁약정의 효력을 무효로 하면 족하고, 물권변동까지 무효로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서술하고 있다.

55) 박재혁, 앞의 글, 10면도 유사한 취지이다. 다만, 이 견해는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무효라는 전제에서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의 논지와 다르다.

56)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은,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이고, 명의신탁자가 매도인에 대해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신탁부동산을 처분한 행위에 대해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고 있다.

57)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등

58) 김형배 외, 앞의 책, 1627∼1629면 참고. 지시삼각관계에서의 부당이득은, 피지시자가 제3자에게 이행한 후에 보상관계에 하자가 있거나, 대가관계에 하자가 있는 경우를 모두 포괄한다.

59) 계약상 금전채무를 지는 이가 채권자 甲의 지시에 좇아 甲에 대한 채권자 또는 甲이 증여하고자 하는 이에게 직접 금전을 지급한 경우 또는 남의 경사를 축하하기 위하여 꽃을 산 사람이 경사의 당사자에게 직접 배달시킨 경우와 같이, 계약상 급부가 실제적으로는 제3자에게 행하여졌다고 하여도 그것은 계약상 채무의 적법한 이행(이른바 ‘제3자방(第三者方) 이행’)이라고 할 것이다. 이때 계약의 효력이 불발생하였으면, 그와 같이 적법한 이행을 한 계약당사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제3자가 아니라 계약의 상대방 당사자에 대하여 계약의 효력불발생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이유로 자신의 급부 또는 그 가액의 반환을 청구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98706 판결).

60)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61) 또한, 이 경우 명의신탁자의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은 당해 부동산을 인도받아 계속 점유하는 경우에는 소멸시효가 진행되지 않는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3다26647 판결).

62)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55290, 55306 판결. 이 판결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에 대한 사안이었으나, 시행 후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은 동일하다고 본다.

63)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이 판결도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에 대한 사안이었다.

64)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

65) 이렇게 해석하면,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과 같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판결이 나올 까닭도 없게 된다.

66) 송오식, 앞의 글, 78∼79면은 사적자치의 원칙 내지 재산권의 보장과 당사자간 이해조정이란 측면에서 불법원인급여가 아니라고 보면서, 명의신탁자는 매도인을 대위하여 명의수탁자에게 등기말소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67)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1다61654 판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55290, 55306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68)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2799 판결.

69)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44471 판결 등.

70) 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0다3897 판결;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등.

71)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909 판결; 1997. 5. 16. 선고 95다29116 판결 등.

72) 대법원 2013. 10. 7.자 2013스133 결정; 대법원 2016. 7. 22. 선고 2016다207928 판결 등.

73) 다만, 경매의 경우에는 무조건 명의인인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된다.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다69197 판결 :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매수대금을 자신이 부담하면서 타인의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기로 함에 따라 그 타인이 경매절차에 참가하여 매각허가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그 경매절차의 매수인은 어디까지나 그 명의인이므로 경매 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수대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한 사람이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그 명의인이 취득한다 할 것이고, 이 경우 매수대금을 부담한 사람과 이름을 빌려 준 사람 사이에는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다62687 판결 등 참조).

74) 대법원 1997. 9. 30. 선고 95다39526 판결; 대법원 2000. 3. 28. 선고 99다36372 판결; 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2다84479 판결 등.

75) 동일한 맥락에서,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다69197 판결은 「경매절차에서의 소유자가 위와 같은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소유자와 명의신탁자가 동일인이라고 하더라도(밑줄은 필자) 그러한 사정만으로 그 명의인의 소유권취득이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효로 된다고 할 것은 아니다. 비록 경매가 사법상 매매의 성질을 보유하고 있기는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법원이 소유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그 소유물을 처분하는 공법상 처분으로서의 성질을 아울러 가지고 있고, 소유자는 경매절차에서 매수인의 결정 과정에 아무런 관여를 할 수 없는 점, 경매절차의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경매부동산의 소유자를 위 제4조 제2항 단서의 ‘상대방 당사자’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고 판시하고 있다.

76) 한편,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은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 제4조의 규정에 의하여 무효로 되고, 이에 따라 매매계약도 무효로 되는 경우」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명의신탁약정의 효력 문제와 매매계약의 효력 문제를 동일한 평면에서 이해하도록 혼동을 야기할 수 있다.

77) 한편, 지원림, 앞의 책, 643면은 “판례는 동법 제4조 2항 단서로부터 명의수탁자의 계약상대방인 전 소유자가 계약명의신탁약정(밑줄은 필자)이 있었음을 알았는지 여부에 따라 그 등기의 효력이 달라진다는 결론을 도출한다.”고 서술하면서, 같은 쪽 하단에서는 단순히 “명의신탁약정(밑줄은 필자)의 존재에 대하여 전소유자가 알았는지 여부는”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서, 매도인이 계약당사자가 명의신탁자임을 알았다는 의미인지, 명의신탁약정을 알았다는 의미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추측컨대,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의 존재와 더불어 명의신탁자가 계약당사자인 경우를 모두 알았던 경우를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김형배 외, 앞의 책, 641면도 “명의신탁약정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라고 표현되고 있다.

78) 대법원 2013. 10. 7.자 2013스133 결정; 양창수, 앞의 책, 76면 등.

79) 어떤 사람이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함에 있어 매수인 명의 및 소유권이전등기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였다면, 이와 같은 매수인 및 등기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는 그 타인을 매매 당사자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80) 명의대여의 경우에 한정한다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을 알면서 그 이름으로 계약이 체결되도록 허락하였음에도 그를 배제하고 그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당해 계약의 당사자가 정하여진다고 할 것인지 지극히 의문이다. 상법 제24조, 제332조 제2항 등과 같이 법률이 달리 정하지 아니하는 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보면, 예를 들면 숙박계약이나 현실매매에서와 같이 통상 당사자가 누구인지가 별다른 의미가 없고 말하자면 ‘그 현장(現場)의 사람’만을 당사자로 보아야 하는 경우 또는 반대로 일반적으로 고용·조합·임대차·도급에서와 같이 당사자의 인적 성질이 그 계약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서 자신이 본인과 직접 교섭을 하는 등으로 그 인적 성질을 전제로 하여서만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 등이 아닌 한, 위와 같이 그 이름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을 용인한 명의인을 계약의 당사자로부터 쉽사리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즉 부동산매매 등 채권계약)의 당사자가 됨을 전제로 규율하는 것도 그러한 입장을 뒷받침하여 준다(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81) 서정,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를 상대로 부동산 자체를 부당이득반환으로 구하는 청구의 가부, 민사판례연구 제26권, 박영사, 2004, 237-238면; 양창수, 민법연구 제5권, 박영사, 2006, 174면 이하.

82)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23858 판결 참고.

83) 이동진,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과 명의수탁자의 부동산 처분에 대한 책임, 재산법연구 제3권 4호, 2018, 290면 이하는 명의수탁자가 제3자에게 처분한 경우를 전제로, 매매계약은 명의신탁과 분리될 수 있고, 이행의 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등기명의신탁에서와 마찬가지로 원인행위인 매매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84) 다만,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에 대해 악의인 경우에는 물권변동이라는 목적을 실현할 수 없는 원시적 불능의 계약이므로 무효라는 견해(강봉석, 앞의 글, 154∼155면 참고. 특히, 각주 18)에 소개된 문헌 참고)와 동기의 불법에 해당하여 계약이 무효라는 견해(정상현, 앞의 글, 160∼161면)도 있다.

85) 대법원 2003. 11. 27. 선고 2003다41722 판결

86) 부동산실명법 제3조 제1항, 제5조 제1항, 제3항, 제6조 제1항 등 관련 법령의 규정 내용과 체계에 비추어 보면, 원칙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한 경우 명의신탁자에게는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어 있으므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밑줄은 필자)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매매계약에 따라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비록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실명법 제5조 제1항이 정하는 과징금 부과대상에 해당된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1두26626 판결).

87)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88) 박재혁, 앞의 글, 9면은 “계약당사자 확정의 문제와 명의신탁을 혼동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양자의 법리는 “상호 필연적인 관련이 없다.”고 한다.

89) 비교: 양창수, 앞의 글(각주 80)), 175∼176면.

90) 앞서 소개한,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49193, 49209 판결;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9다203811 판결 등.

91) 한편, “양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알았을 때에는 명의신탁약정과 이전등기가 모두 무효이므로 부동산소유권이 양도인에게 복귀하고 양도인은 명의수탁자에게 무효등기의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는 견해(이진기, 앞의 글, 288면)는,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되려면 양도인이 이를 인식할 것을 요건으로 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진술은, 양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알았을 때에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되는 것으로 오해를 야기할 소지가 있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즉, 3자간 등기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약정이 무효가 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 제4조 1항때문이지, 상대방인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문제될 수 있지만, 매매계약의 효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봄이 판례이다.

92) 이동진, 앞의 글, 296면 이하는,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의 논지를 전제로, 명의수탁자가 매수위임약정에 따라 매매계약에 나섰다는 점에서, 보충적 해석에 의해 매도인은 명의수탁자와의 매매계약을 유효하게 유지시키겠다는 의사가 있다고 보면서, 매도인이 명의신탁자에게 이전등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93) 예컨대, 지원림, 앞의 책, 644면; 이진기, 앞의 글, 288면은 “양도인과 명의수탁자가 체결한 원인행위도 무효라고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94) 대법원 2002. 12. 26. 선고 2000다21123 판결. 다만,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약정이지만 명의신탁자 명의로 등기하는 데 법률상 장애가 있었던 경우(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74690 판결)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명의신탁약정이었지만 명의수탁자가 유예기간 경과 후에 등기한 경우(대법원 2011. 5. 26. 선고 2010다21214 판결)에는 부동산의 매수자금이 부당이득이 된다.

95)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2다66922 판결.

96) 강봉석, 앞의 글, 162면 이하는 명의신탁의 불법성이 널리 인식되었기 때문에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를 살리기 위해 명의신탁약정을 불법원인급여로 보아 명의신탁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부정하자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97) 동지: 강봉석, 앞의 글, 158∼159면.

98) 박재혁, 앞의 글, 9면.

99) 법률 제13713호 일부개정 2016. 01. 06.의 제·개정 이유.

100) 이동명, 앞의 글, 258면 각주 9) 참고.

101) 이동명, 앞의 글, 255면.

102) 박재혁, 앞의 글, 9면도 이와 유사한 의미로 읽힌다.

103) 금융실명법 제3조 3항 및 제6조, 제7조 참조.

104) 다만, 통설과 판례의 입장을 따를 때, 상대방인 매도인이 계약명의의 신탁 사실에 대해서 악의일 경우에는 매매계약이 무효로 된다는 점에서, 부분적으로는 부동산실명법에 의한 규율대상이 된다.

105) 이에 대한 선행연구로, 윤진수, 계약당사자의 확정에 관한 고찰 – 특히 예금계약을 중심으로, 법조 제46권 11호, 법조협회, 1997.; 송덕수, 금융실명제하에 있어서 예금계약의 당사자 내지 예금채권자의 결정, 법학논집 제2권 2호, 이화여대법학연구소, 1998 등 참고. 특히, 전경근, 차명예금의 당사자확정, 중소기업과 법 제1권 2호, 아주대학교 법학연구소, 2010, 186면 이하 참고.

106)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

107) 김재형, 금융거래의 당사자에 관한 판단기준, 저스티스 통권 제93호, 한국법학원, 2006, 21면 참고.

108) 대법원 2001. 12. 28. 선고 2001다17565 판결.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에 대해, 법질서의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하면서 금융실명법을 위반한 모든 예금계약이 유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로, 김재형, 앞의 글, 30면 이하, 특히 31면 참고.

109)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10다52799 판결.

110)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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