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방법론을 통한 법관의 자기구속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

김성룡 **
Sung-Ryong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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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연구원 연구위원, 법학박사.
**Prof. Dr. iur.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Law School.

© Copyright 2020, The Law Research Institute,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Jul 07, 2020; Revised: Jul 23, 2020; Accepted: Jul 23, 2020

Published Online: Jul 31, 2020

국문초록

이 글은 사법부·법관의 독립과 사법부·법관의 책임에 대한 우리의 논의에서 잊어서는 안 될 것들이 무엇인지 도출해 보기 위하여, 소위 법과 경제학적 관점에서의 법관의 책임을 다루고 있는 최근의 비교법적 논의를 소개하고 있다.

법관의 독립성과 공중의 봉사자로서 판사의 책임의식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두 기둥이다. 하지만 이 두 가치는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길항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다른 관점에서 보면 양자는 서로 보완관계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저자는 법관의 독립과 신뢰받고 책임지는 법관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이 글에서 소개한 비교법적이고 법 경제학적인 논의들에서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개선방안들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먼저 내적·외적 제약 하에 있는 법관도 인간이라는 것일 인식해야만 한다.

법관 수는 늘이고 사건 수는 줄여야만 한다.

전문재판부제도와 전문법관 제도를 도입·운영하여야 한다.

참심과 같은 다양한 전공분야의 외부 전문법관의 도입도 필요하다.

탄핵은 물론 법관의 징계와 (민사·형사)법적 책임의 전제조건들이 세부적이고 명확하게 규정되어야만 한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위법행위를 한 법관에 대한 법원 내부의 징계나 처벌은 외부에 명확하게 공시되어야만 한다.

신뢰의 확보는 투명성에서 시작되고, 투명한 사법에 주어지는 독립된 권한은 남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Abstract

In this paper the author has introduced a recent comparative legal discussion on the judicial liability of judges from a law and economic perspective, in order to draw the conclusion that should not be forgotten in the domestic discussions of independence of judiciary and the responsibilities of judges or judiciary.

The independence of judiciary or judges and the sense of responsibility of judges as a public servant are the pillars of democracy and rule of law.

However, the two values seem to be also in an incompatible antagonistic relationship. Of course, we could say that, from a different point of view, the two are also complementary to each other.

The author claims that we could deduce conclusions as follow from a current comparative and legal economics discussion, in order to realize judges' independence and responsible judges; Above all, we have to admit that judges are also human beings who are limited by inner and outer constraints. We must increase the number of judges and decrease the number of cases. Not only a professional courts system, but also a professional judge system should be introduced as soon as possible. It should be possible to participate in bench trials by external expert, so to speak, honor judges from various special fields. The prerequisites not only for impeachment, but also for judge's disciplinary and legal liability must be defined in detail and clearly. Disciplinary action inside judiciary against judges who did something wrong intentionally oder with gloss negligence should be clearly disclosed outside, to have a transparency. Securing trust starts with transparency, independent powers given to transparent judiciary are difficult to abuse.

Keywords: 법관의 독립; 법관의 책임; 탄핵; 징계; 국가배상; 손해배상
Keywords: Independence of judiciary; Liability of Judges; Impeachment; State liability; Compensation of tort

Ⅰ. 시작하며

독립된 사법부·법관과 신뢰할 수 있는 사법부·법관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국가의 근간으로 하는 나라의 지향점이다. 이러한 독립된 사법, 신뢰받는 법관이 현실의 사법부·법관의 모습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 권한행사에 있어서 자기구속적·겸억적이어야 하고, 공명정대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도록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사법권 행사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 독립에 기대어 주어진 한계를 넘어서거나 권한에 기대어 주인인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과가 기다릴 것인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그렇다면 사법부나 실무에 대한 비판을 업으로 (해야)하는 학계에서는 지난 70년이 넘는 시간동안 과연 이를 위해 어떤 방법론과 기준들을 만들어 왔는지, 그것이 실질적으로 사법부·법관의 독립과 책임의 기준으로 제대로 작동했는지 성찰해보고, 채워야 할 빈 부분들은 채워보자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야스퍼스(Karl Theodor Jaspers)는 국방 관련 기밀사실의 기사로 촉발된 이른바 ‘슈피겔(Der Spiegel) 잡지사건’에 대한 기고문에서1) 법관·판사의2) 독립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물론 법관의 독립성(Die Unabhängigkeit des Richters)은 침묵하면서 뒤로 물러나 형식을 핑계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판결하고, 아무 것도 숨기지 않고, 자신의 판결을 통해, 근거지움을 통해, 공명정대함을 통해 시민들의 법 인식(das Rechtsbewußtsein der Bürger)을 키우는 힘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관은 폐쇄된 건물에 앉아있지 않으며. 비밀스런 행동을 익명으로 숨기지도 않으며, 시민들 중의 한 시민으로서(als Bürger unter Bürgern) 자신의 공직에 있는 것이다. 독일 연방공화국의 공기는 그 시민들이 그것을 깨달을 때 더욱 깨끗해진다. 우리는 우리 판사들을 믿는다. 우리는 그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우리는 그들이 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반세기를 훨씬 넘긴 지금도 여전히 사법의 독립은 법치국가의 기초이자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하여, 그리고 인권 존중을 위해서는 불가결한 것임이 강조되어야 할 정도로3) 아직 많은 국가들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독일 한 여론조사 기관의 2019년 11월 기준 통계에 따르면 설문대상의 84%(구 서독)에서 91%(구 동독)까지의 독일 국민은 사법부의 지나치게 긴 소송절차에 대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판결이 너무나 천차만별이라고 답했다. 형량이나 유무죄가 어떤 판사가 재판하는가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60%(구 서독)에서 70%(구 동독)에 달했다고 한다.4) ‘판사를 존중·존경하는가’라는 물음에 구 서독 주민의 34%, 구 동독주민 27%가 그렇다고 답했다. ‘독일 법원에서 모든 것이 바르게 되고 있다고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구 서독주민 30%, 구 동독주민 19%만이 긍정으로 답했다. 오히려 법관의 지나친 독립성이 이러한 불신과 불공정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사법의 독립은커녕 이러한 사법 불신을 어떻게 해결해야할지가 더 시급한 문제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도 이와 특별히 다르지 않아 보인다. 국내 한 설문기관이 2018년 6월에 발표한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국민신뢰도조사에 따르면, 불신이 63.9%, 신뢰가 27.6%로5) 나타났다. 2018년 10월 조사에서는 사법농단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해 찬성하는 비율이 61.9%, 반대 입장은 24.6%였다6). 사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비율이 62%라는 말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러한 낮은 수치는 당시 특별한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약 2년이 지난 2020년 4월에 발표된 보건사회연구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입법, 사법, 행정부 모두 여전히 국민 절반의 신뢰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7) 특히 사법부에 대해서는 국민 10명 중 약 6명이 여전히 불신하고 있다고 한다.

입법 사법 행정 검·경 언론
신뢰한다 23.83 41.7 42.13 39.09 40.50
신뢰하지 않는다 76.17 58.3 57.87 60.91 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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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최근에는 국내 현직 판사가 우리 법원은 너무나 독립이 강해 사법농단과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하였다.8)

사법부, 법관, 판사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 즉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 강화라는 관점과 사법부와 법관의 책임강화와 국민의 신뢰회복이라는 관점은 사실 따로 떼어 논할 수 없이 연관된 문제이므로 이를 분리하여 별도로 관찰·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주제와 쟁점이 너무나 광범위하고, 다양한 차원의 관심과 상이한 방향의 논의가 혼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하게 우선 몇 가지 쟁점들로 나누어 개별적으로 접근해본 후, 그 결과들을 종합하는 접근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따라서 이 글은 사법부·법관의 독립은 물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책임 있는 사법부·법관의 위상을 갖기 위해 사법부·법관 스스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비교사회·법적 연구를 담을 다수의 연구 중 부분으로 이해되었으면 한다.

아래에서는 먼저 법관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에 관한 법과 경제학적 관점의 접근이라는 이름의 외국 관련 연구들의 내용과 시사점을 소개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고, 법관의 독립은 물론 법관의 책임을 보다 강화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길에 우리가 챙겨야할 것들은 어떤 것인지를 검토하는데 중점을 두고자 한다.

Ⅱ. 법과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법관의 위법행위의 원인과 면책의 범위

1. 개관

법관의 직무행위와 관련한 위법·불법행위에 대한 통제는 바로 법관의 독립이라는 문제를 건드리게 된다. 이러한 착종은 어떤 법적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사회적·제도적 차이와 무관하게 모든 민주·법치국가에서 등장하는 문제일 것이다. 재판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즉 상소심에서 판결이 기각되거나 수정되었다는 이유로 원심 판사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나름대로 정당한 주장에 맞서, 그렇다고 해서 모든 판사의 과오를 법관의 독립을 근거로 덮어 버린다면9) 사법의 독립은커녕 법원과 판사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강해져, 독립은커녕 존재정당성마저 의심받는, 권력분립과 사법의 독립을 다시 생각해야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경고도 강하다. 따라서 현재 법관의 직무상 위법행위와 관련한 현행 법제의 대응방법은 적절한 것인지를 법과 경제학적 관점(law and economics perspective)에서 풀고 있는 외국의 논의를 살펴보면서 우리의 대응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2. 보통법과 시민법 전통 국가에서 법관의 위상과 의무침해의 중요성

시민법 전통의 국가이건, 보통법 전통의 나라이건, 판사라는 직업은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다양한 특권을 누리는 지위로 인정되며, 여러 종류의 법조인 중에서도 가장 존중받는 직업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의 이해이다.10) 물론, ‘존경하는 판사님’, ‘존경하는 재판장님’, ‘Your Honor’라고 부르는 나라라고 해서 꼭 그러한 존중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와 신분 보장에는 그들의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달리 말해, 그렇기 때문에 범부(common man)의 실수와 판사의 실수는 그 효과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판사가 하는 일의 정교함(the level of sophistication of what judges do)에 대한 요구는 일반인에 대한 요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다고 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비록 극단적으로 소수라고 하더라도 판사의 실수는 일어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가져오게 된다는 말이 호소력 짙게 들리는 것이다.

3. 법관 독립의 내재적 한계

1978년 킹(King)은 법관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제한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하면서, “판사는 법의 수호자이다, 하지만 종종 발생하는 판사의 부패로 부터, 악의적인 혹은 무모하고 부주의한 판사로부터 사회의 개인 구성원들은 누가 보호해야하는가?”(Judges are guardians of the law, but who is to protect the individual member of society from the occasional corrupt, malicious, or reckless judge?)라는 질문을 던졌다.11)

미국과 같은 보통법 전통 국가에서 법관의 면책특권(immunity)은 민사소송으로부터 절대적 보호를 의미한다고 하지만12), 그것은 단지 해당 법관이 그에게 주어진 권한(jurisdiction)안에서 행위한 경우에만 적용가능하다는 것이 강조되면서13), 과실로 가해진 손해에 대한 법관의 책임이 주장되었고, 관련한 많은 논쟁을 불러 왔다. 최근에도 이러한 보통법에 오랜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는, 사법의 절대적 면책특권이라는 법리(the doctrine of absolute judicial immunity)는 사법부와 법관은 물론 사법체계를 소송의 범람으로부터 보호해주는 필수적 기능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피해쟈에 대한 다른 구제방법이 존재한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정당화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나아가 그 면책특권의 적용범위를 무한정 확장할 수는 없는 것이고, 판사를 고의적인 위법행위나 부패행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도 보호한다면 이는 사법의 독립성이라는 그 원리의 기초를 넘어서는 것임이 강조되고 있다.14) 면책 특권도 그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4. 법관의 인간상과 위법행위의 원인

법관은 경제적 인간(home economicus)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경제학에서는 ‘재판을 하는 판사는 합리적·이성적으로 효용을 극대화를 하는 자’(rational utility maximizer)인가 아니면 ‘단지 최소의 필요조건만을 추구하는 사람인가’(satisficer)라는 물음으로 바꾸어 답하곤 한다. 달리 말해 법관의 직무행위를 법 경제적 관점에서 경제적 인간의 행위로 볼 수 있을지, 그러한 행위를 할 것으로 기대 가능하며, 그런 기대는 정당한 것인지의 문제이다. 정년을 보장받은 항소심 법원판사나 연방대법관과 같은 판사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효용극대화를 추구한다고 한 포스너(Posner)의 생각에15) 반해, 판사는 단지 최소한의 필요조건만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주장이16) 보다 현실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런 이유가 무엇이지 몇 가지 배경들을 정리해 보자.

1) 대륙법과 시민법 국가에서 법관의 행동 조건

대륙법과 시민법 전통의 차이는 법관의 위상과 관련해서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 준다. 메리맨(Merryman)은17) 시민법 전통 국가의 법관은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창조하는 자(discovers)라는 이미지 보다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시민의 봉사자(civil servant)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보통법 전통 국가의 법관은 영웅(a culture hero), 혹은 아버지의 역할(father figure)로 받아들여진다고 표현한다. 특히 후자는 발견(discover) 혹은 창조(create)하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불문법 국가에서 법을 만드는 역할에 빗댄 것임을 알 수 있다. 대륙법계의 법관은 의회에 의해 공포된 법률을 폐지할 기회가 주어져도 그 기회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면, 영미법의 판사들은, 이와 달리, 정책을 만들고 사회를 형성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근본적인 위상·역할차이에도 불구하고, 법관의 행위에 대해 동일한 기준으로 접근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양자에 공통된 행위의 특징이 발견될 수 있어야 할 듯하다.

법관의 행위를 분석·이해하려는 노력은 특히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시도되었고, 1983년에는 깁슨(Gibson, J. L.)에18) 의해 여러 가지 기준을 통합하려는 노력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법관의 판단도 한 개인의 의사결정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그 결정은 집단, 제도, 그리고 환경적 제약요소라는 맥락 안(within the context of group, institutional, and environmental constraints)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19) 보여주려고 했다.

그간의 연구들을 요약한다면, 적어도 영미 혹은 대륙을 불문하고 판사들의 법적 판단·사법적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전통(tradition)과 동조·순응(conformity)이 언급된다.20)

무엇보다 전통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여기의서 전통에는 판결 선례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미의 선례구속의 원칙(stare decisis)과 같이 유럽 국가들에서도 유사사례에서 반복적으로 적용되는 판결 선례는 하급심을 구속하는 것이 중요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21) 과거로부터의 논증, 판결 선례에서 추론은 법적 의사결정에 있어서 판단자로 하여금 번거로운 여러 가지 수고를 덜게 해 준다. 어떤 판결의 기대비용이나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장·단점 등 계산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례로부터 추론과 유추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결선례에 기초한 판결, 즉 사례기반의사결정(case-based decision making22))은 시민법과 보통법 전통 국가 모두의 법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하겠다.

한편 동조 혹은 순응은 게임이론에서 즐겨 사용되는 용어로 법관은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다른 게임 참여자들, 즉 다른 판사들이 어떻게 행동하는 지를 관찰함으로써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타인의 행동, 판결 선례를 따르지 않는 것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는 다른 얘기가 될 것이다.

이외에도 판사들은 장래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 여가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일반 공중의 좋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서, 혹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특정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23). 이런 행위의 특징은 사실상 특별한 연구로 인해 발견된 감춰진 어떤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인 법관이 판결을 내려야하는 상황을 생각하면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모습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2) 제약된 합리성이라는 조건하에서 만족할 만한 최소한을 실현하는 법관

이런 여러 제약적 조건 하에서 법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법관을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자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제약된 상황 하에서 최소한의 만족을 실현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사이몬(Simon Herbert)은 이른바 ‘제한적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의사결정의 특징, 즉, 인지능력의 한계 상황에서의 의사결정의 특징을 명확히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는 두 가지 유형의 의사결정을 구별하면서 경제학과 행정학분야에서 최대한의 것을 실현하는 자(maximizer)라는 비현실적인 인간은 이제 적합한·만족스런 정도(good enough)를 실현하는 자라는 현실적 인간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24) 이러한 satisficer, 즉 만족할 만한 최소한의 것을 실현하는 자로서 판사를 바라보면 판사가 하는 일은 무엇이며, 왜 위법한 행위를 하거나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인지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통 경제학이론에서 가정된 행위자, 즉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위험에 중립적인 ‘합리적인 인간·행위자’는, 법원이 다루는 어떤 소송에서도 현실적인 참여자들(판사, 검사, 원고, 피고, 피고인, 변호인 등)의 유형에 속하지 않는다는 말이다.25) 따라서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편견(bias)은 법관에게도 그대로 나타나지만, 그 중에서도 특정 편향들은26) 법관의 판단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3) 법관이 처한 현실적 제약

영미의 법관이건, 대륙법제의 법관이건 법관이면 누구나 이런 저런 현실 제약 아래에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완벽하지 못한 정보, 불확실성, 인지적 한계, 잘못된 정보, 경우에 따라서는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도 등 모든 사례에서 공통된 한계도 있고 개별 사례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제약요소도 있다.

그리스의 Tsaoussi/Zervogianni가 요약하고 있듯이,27) 통상 판사들은 문제의 모든 요소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제약에 놓인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 발생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제약적 요소이다. 즉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판사가 예견한대로 행동한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으로 예견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문제의 가능한 해결책에 대한 정확한 비용-이익 분석이 가능하지 않다는 한계도 등장한다. 의사결정자로서 판사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확정되지 않을 수 있고, 무엇보다 결과에 대한 부정확한 예견에 기초하여 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인지적 제약이나 편향에 처하게 되면 제도화된 절차 밖에 놓인 선택지를 확정할 수 없게 된다는 것도 판사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에 더하여 모든 국가들의 소송제도가 가지는 제약요소, 즉 절차적으로 제약된 합리성(procedural rationality;28) procedural bounded rationality)이라는 한계를 더하게 되면 앞서 언급한 제약은 더 강화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절차적 제약요소로 언급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사건의 범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재판연구원·서기(law clerk)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따라 부담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세상의 어느 법원도 사건 수의 범람으로 인한 업무 과중을 호소하지 않는 경우는 없어 보인다. 그 모든 사건에 만족할 만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불가피하게 판사의 오류가능성이 증가한다. 이러한 사건범람은 판사들이 선례에 적응하려는 경향을 보이게 되는 (혹은 보일 수밖에 없는) 동조·순응적 태도를 설명해 준다.

로펌을 연구한 사람들은 최소한 만족할 수 있는 정도를 실현하는 자로서의 법관의 행위를 ‘의뢰인(주인)과 대리인 모델’ 혹은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principal-agent model / attorney-client relationship)로 설명하기도 한다. 로펌의 매니저는 의뢰인에게 만족의 극대화, 즉 최대한 만족한 결과를 약속하지 않고, 받아들일 만큼의 결과를 약속하는데, 판사의 행동도 그렇게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즉 판사는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고객인 국민이 최소한 만족할 정도(good enough)에 그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그 판사에게는 다른 목적의 추구도 가능해 질 수 있다는 현실적 이해관계도 반영된 것이다.

4) 법관의 책임 확정을 위한 핸드공식(Learned Hand Formula) 적용과 그 한계

실체적·절차적 제약, 즉 인지적 제약과 절차적 제약 등에 놓여 있는 판사들이 실수를 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일 수도 있다. 판사도 인간이다. 판사들의 오류에 대해 모두 책임지도록 하는 것도 이성적이지 못하다. 모든 오류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인간인 판사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으로 그 이유는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법 경제학적 관점에서 제시된 기준을 적용해 본다면, 미국의 러니드 핸드판사에 의해 제안된 과실계산법(calculus of negligence), 핸드규칙(Hand Rule29)) 등으로 불리는 기준이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즉,

PL > B

예방조치를 취하는데 드는 부담·비용(B, burden) 보다, 손실의 크기(L, loss)와 개연성(P, probability)의 곱이 더 크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러한 피해자의 손해와 판사의 부담 외에도 반드시 고려되어야만 하는 요소들로는 우선 이러한 법관의 책임소재를 묻는 것이 사법의 독립을 침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사법의 독립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헌법차원에서 보호되는 원칙이기 때문이다. 판결이나 결정 등 사법적 행위에 대해 판사의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판사로 하여금 독립적이고 양심에 근거한 판결을 어렵게 하는 것이 되고, 새롭고 개척적인 문제해결을 어렵게 하고, 종국에는 사법의 독립을 위협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거는 시민법과 대륙법을 불문하고 판사의 민사책임에 대한 면책특권을 인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30)

판사의 재판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되면 신속한 재판은 불가능해진다는 진단도 있다. 나아가 끝없는 소송으로 법적 안정성과 사회적 평화를 보장하는 기판력(res judicata; Rechtskraft)이라는 제도를 위험에 빠지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판사들이 자신의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존중해야하므로 그들의 법적 잘못을 덮어주는 것이 옳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법관의 독립성을 위해 주어지는 권한과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행위를 모두 면책한다면 그 자체가 결국은 사회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경고도 경청해야한다. 사법부·법관의 위법행위는 사회의 한 구성원에게 향해진 침해가 아니라 공중에 대한, 나아가 사법체계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여겨지기 때문인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로마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31)

5. 면책될 수 없는 법관의 위법행위

그렇다면 과연 어떤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와 관련하여 먼저 어느 국가라도 고의의 수뢰행위와 같은 범죄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나라는 없어 보인다. 또한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등의 행위는 그 성립요건의 해석에 관한 문제를 논외로 하면 형사범죄라는 점에서 특별히 법관에게 면책사유를 찾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민사법상 불법행위와 관련한 책임도 우리나라는32) 물론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의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은 국가배상과 구상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문제는 과실의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현재 대법원의 해석처럼, 법문에서는 과실로 명시하고 있으나, 중과실로 제한 해석하는 것이 적정한 것은 아닌지 쟁점이 되기도 한다.

그리스의 Tsaoussi와 Zervogianni는 프랑스의 법원조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법서비스의 기능적 결함’(le functionnement défectueux du service de la justice)을 원용하자고 한다. 즉, 사법서비스의 흠결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선언하고, 재판거부나 중대한 과실의 경우로 판사의 책임을 한정하는 규정을33) 원용하여 다음과 같은 사유를 면책사유가 될 수 없는 경우로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34).

1) 재판거부 혹은 과도한 재판 지연

법관이 재판을 거부(Denial of Justice, déni de justice)하거나, 소송이 계속된 사건을 지나치게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inordinate delays in pending cases)를 중대한 과실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자고 한다. 합리적인 기간 내에(within a reasonable time)35) 공정하고 비당파적인 법원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의 침해는 재판거부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개별 법관들의 능력과 노력의 정도, 배당된 사건의 수, 사건의 난이도 등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그 해당여부를 가리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비록 가상적이라도 해당 법관과 비교 가능한 평균적인 법관의 사건처리기술, 시간관리 능력,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업무처리능력이 하나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소송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절차법규 위반

법관의 위법행위가 절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소송절차 관련 법규의 중대한 위반인 경우에도 면책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실질적으로 판사의 전권적인 재량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 법정에서 진술권의 침해, 중요한 증거제출을 위법하게 기각하는 경우, 판사가 제척, 기피가 되지 않아도 당해 사건과의 이해관계로 인해 회피해야 할 이유가 있음에도 이를 행하지 않은 경우 등이 언급된다. 공정한 재판(fair trial)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법관에 대해 기대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전문가적 기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이다. 법원이 문제되는 사건을 다룰 권한(재판권·심판권)이 없는 경우, 법원이 관련된 특정인을 다룰 수 없는 경우, 판결·결정 혹은 명령이 그 법원이 발부할 권한이 없는 경우를 말하는 법원의 권한일탈(excess of jurisdiction)도 이 범주로 분류된다.

3) 법적 견해(논지) 자체의 심각한 법적 오류

판사가 법률을 잘못 적용한 경우가 법적 견해 자체의 오류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고, 폐지된 법률을 적용한 경우도 이에 속한다. 특히 변호사가 신법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오류가 발생한 경우는 보다 중한 위법행위가 될 것이다. 법률의 해석오류도 이에 속한다. 법문(the letter of the law)과 부합할 수 없거나 법 이론이나 판례에서 반대 이론을 찾아볼 수 없는 견해에 반하는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4) 사실평가에서의 심각한 오류

재판부가 사건의 사실에 대한 평가에서 중대한 오류를 범한 경우, 특히 그 사실 인정의 오류가 심해서 마치 다른 사건을 언급하는 것과 같이 보이는 경우이거나, 중요한 사실이 적절한 이유 없이 무시되거나, 경험칙에 반한 경우 등이 이에 속한다.

5) 권한의 오남용

권한의 오남용으로 인한 위법행위는 통상 법관이 불편부당해야할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 발생한다고 본다. 부패행위의 경우에도 이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

6) 상당수의 경미한 오류가 누적된 경우

만약 문제되는 판결이 다수의 경미한 혹은 경한 오류가 누적되어 결국은 사법의 원만한 기능에 대한 관계인의 신뢰가 부서져버린 경우에도 면책되기 어려운 위법행위로 보자고 한다.36)

6. 검토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을 존중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판사의 고의 혹은 중대한 과실의 위법행위는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영미법이나 대륙법 전통의 국가 모두에서 일반적으로 입법에 받아들여져 있다고 하겠다. 그 세부적인 행태에 대해 개괄적이나마 거칠게 그 기준을 제시한 법 경제학 분야의 논의는 우리의 토의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준을 제시한 사람들은 동 기준들이 법관이라는 전문 직업인의 법적 행위의 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고, 저비용으로 법관이 법적 책임을 져야할 사건을 발견해낼 수 있는 도구도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러한 위법행위에 대해 어떤 대응책이 바람직한 것이며 실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기로 하자.

Ⅲ. 면책불가능한 사법적 오류에 대한 해결·개선방법

1. 상소제도와 재심제도 등 사법절차 내에서의 해결방법

상소제도는 보통법 국가에서는 사법의 면책특권(judicial immunity)이라는 제도의 발전과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달리 말해 소송 당사자가 법원의 판결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경우 그 재판 자체에 대해 심사해 줄 것을 요구하는 상소가 허용되면 해당 법관에 대해서는 별도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였다.37)

상소제도(appeals process)는 재판에서의 오류 교정(error correction)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소송절차의 질을 향상시키는 다른 대안보다 우선적인 이유는 저비용으로 오판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며, 상급심이 아니라 실망한 당사자가 상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당해 법원의 오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당사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38) 또한 판사들이 자신의 판결이 상소심에서 파기되거나 문제가 지적되는 경우 승진이나 외부적인 명예에 해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면 가능한 성실하게 노력을 다하게 하는 동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소제도가 가지는 한계도 지적된다. 상소가 가지는 판사의 위법행위의 억지·예방효과(deterrence effect)는 사실상 여러 가지 이유로 상당히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판결이 상소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바로 고의 내지 중대한 과실의 위법행위가 문제되는 것이라고 추론할 수도 없고, 아주 사소한 일로 제기된 상소에서 판결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판결이 파기되거나 수정된다고 해서 원심을 오판이라고 볼 수 없는 경우(법률변경, 사실관계변경, 새로운 증거발견, 담당판사의 의견차이 등)도 무수히 많기 때문에,39) 얼마나 많이 상소를 당했는가, 상소에서 판결이 변경 되었는가 등의 기준으로 해당 법관에 대한 위법행위의 억제효과를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출세지향적인 판사(careerist judge)가 이전의 판결을 뒤집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는 레비(Levy)의 연구가40) 지적하듯이 원심 판사의 판단이 상소심에서 변경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원심판사의 행동이 위법하다는 징표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사건의 범람에서 힘들어 하는 판사는 자신이 설령 잘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상소심에서 수정될 것이므로 죄책감을 줄이자고 스스로 위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상소제도의 존재 자체가 법관의 고의나 중과실의 위법한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를 바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기능하는 억지 대책이 없는 한, 상소절차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위법을 양산하는 결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2. 정치적 책임을 통한 해결방법

선출된 공무원인 경우와 임명직 공무원인 경우 등으로 나라마다 법관의 지위가 다르지만, 고대 아테네에서부터 선출된 법관의 책임을 묻는 방법은 탄핵과 의회에서의 정치 소송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모델은 언급한 ‘의뢰인(주인)과 대리인 관계’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법관의 탄핵은 현재 국내에서도 정치적 화두이다.41) 법관의 탄핵제도는 법관의 신분보장은 물론이고, 법관을 헌법·법률위반을 이유로 공직에서 파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권력에 대한 견제·통제장치로도 기능한다. 최근에는 국민의 청원을 통한 탄핵절차개시를 명문으로 도입하자는 주장도 보인다.42)

물론 탄핵이 법적 책임인지, 아니면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인가와 관련하여, 만약 후자라고 본다면 법관에 대한 탄핵제도 자체가 이미 법원의 정치적 독립·중립성이라는 요구와 조화될 수 없다는 반론도 가능할 것이다. 어느 나라 헌법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유 민주·법치주의적 헌법이라면 정치적 이유로 법관을 탄핵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43) 그런 이유로, 1992년 해스팅 미연방 구법원 판사의 탄핵과 관련한 판결에서44) 표현된 바와 같이, 탄핵은 그 본질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고, 헌법이 한 법관을 정치적인 이유로 제거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볼 어떤 근거도 없으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사법부의 독립의 세우고 유지한다는 것과 배치된다고 강조되고 있지만, 사실 탄핵이 제기되는 사례들에서는 실제로 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이 혼동되곤 한다는 반론도 주목해야할 것이다.

Hasting 사례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탄핵이 되기 위해서 법관의 행위가 ‘high Crimes and Misdemeanors’에 속한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하는데, 과연 그 중범죄와 경범죄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치 않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3. 형사책임

항소·상고와 같은 상소제도라는 절차적 해결방법이나 법관 탄핵이라는 정치적 해결방법이 법관의 위법행위의 반대 동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면 결국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떠오르는 것은 법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고, 그렇다면 형사 책임, 민사책임, 그리고 법관징계법 등이 규정한 책임을 묻는 방법일 것이다.

우선 형사책임과 관련해서는, 몇몇 국가의 예외를45) 제외하고는, 법관에게 특별한 면책특권이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는 것이 여러 국가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민사책임에서는 광범위한 면책특권이 인정되지만 형사범죄에서까지 그렇게 확장되지는 않는다. 판사는 재판정 내외에서의 범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한다.46) 판사의 직무와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범죄는 대표적으로 부패범죄, 직권남용, 사법·재판방해(Obstruction of Justice), 직무유기·재판거부, 불법감금, 일반적인 의무위반이 범죄가 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언급된 모든 범죄들에서 판사라는 지위는 비난을 오히려 강화하는 요소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여하튼 이러한 모든 범죄들은 우선 고의범이다. 이러한 위법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분명히 그러한 위법행위를 하지 않을 강력한 동인이 된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노골적이고 악의적인 죄를 범할 판사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앞에서 언급한 판사의 책임을 물어야할 경우들이 모두 여기에 포함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지적된다.47) 이러한 형사법적 처벌을 받는 판사는, 모든 나라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아주 드물다는 것도 현실이다. 비공개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지만, 사건 자체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4. 징계

사법부 내에서 이루어지는 징계처분에 따른 책임(disciplinary liability)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나라가 그 사유를 추상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통상 해당 집단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자기보호 기재로 이해되며, 법관의 의무 일탈에 적용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특히 1960년대와 1970년대 대부분의 주들이 이러한 법관의 행동강령을 세우기 시작했고, 현재는 주에 따라, 우리나라와는48) 달리, 파면(removal)도49) 가능한 제재수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징계절차의 범위는 형사절차의 보다는 상당히 넓은 것이 일반적이다. 징계사유가 상당히 광범위하고 위반의 정도도 특별히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징계처분은 그 억제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징계를 통해 법관의 재판에 관한 활동의 위법을 피하게 하는 충분한 동인을 얻기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 징계청구권자가 해당 부서 내부의 사람에게 제한되어있다는 점도50) 결국은 징계절차가 과연 법관에게 자기억제·구속적 효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강화한다는 것이다.51)

징계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해서도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전적으로 법관만으로 구성하거나 법관이 아닌 자들이 포함되더라도 다수가 법관인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경우와 다를 바 없다는 말이다. 법관징계법의 관련규정에 따르면 법관 4인과 변호사, 법학교수, 기타 1인으로 총 7인으로 구성되어 과반수가 법관이다. 의결에 있어서도 동법은 원칙적으로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하니 징계의결의 결정은 법관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 소위 ‘직업적 연대의식’(professional solidarity52))으로 인해 어떤 결정이 나올 확률이 높아질 것인지는 재언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징계위의 결정이 항상 편파적이라는 논리가 설 수는 없다.

나아가 설령 징계처분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그 절차의 결과는 거의 비공개라는 점에서53) 징계처분이 판사의 명예나 위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징계처분의 특성에 비추어 징계처분이 법관으로 하여금 직업 활동에 있어서 위법을 피해야 한다는 계기를 주기는 상당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탄핵은 물론, 법관 징계의 경우도 그 수가 상당히 소수라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소위 ‘사법농단’에 관여한 법관이라는 이유로 2018-2019년 사이에 10여명이 판사에 대해 동시에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54) 국내외적으로 아주 예외적인 현상인 것이다.

5. 민사책임

위법한 행위를 한 법관에 대한 민사책임의 인정여부는 국가마다 아주 다양한데 개괄적으로 분류하면 아래와 같은 4가지 유형이 소개되고 있다.55)

1) 민사책임을 면제하는 법제

미국의 법관들은 법관의 사회적 역할에서 수행된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민사책임으로부터 면책된다. 면책은 모든 연방법원 판사와 주 법원 판사에게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고, 만약 판사가 사법 기능을 위해서 법원의 일반적인 권한 내에서 행위 한 것이라면, 심지어 부패나 악의의 행위에도, 면책된다.56)

이러한 민사법적 면책의 역사적 뿌리는 영국인데, 그 논리는 국왕은 잘못을 할 수 없고, 왕의 법원 판사도 왕권의 대리인으로서 잘못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관의 면책특권은 점점 다른 법원의 법관에게도 확장되었고, 보통법 국가의 다른 나라 법관에게도 적용되게 되었다.

미국의 경우에도 1871년 Bradley v. Fisher 사건에서 사법 행위의 면책을 확인했고, 1978년 Stump v. Sparkman 사건은 이러한 면책제도가 가지는 문제점을 노출하게 된다. 엄청난 비판에도 불구하고 면책법리는 유지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연방대법원은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하게 된다. 법관의 행위가 사법적 행위(judicial act), 즉 재판행위가 아닌 경우, 예를 들어 법원직원을 고용하거나 파면하는 행위는 면책의 대상이 아니고,57) 선언적 판단(declaratory relief)이나 명령적 처분(injunctive relief)의 경우에도 재판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등이 그것이다.58)

2) 국가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묻는 법제

대표적으로 프랑스의 경우 재판의 거부나 그에 비근한 중대한 사법적 위법행위의 경우, 즉 사법의 공중에 대한 서비스가 기능적으로 결함이 있었던 경우(le fonctionnement défectueux du service public de la justice) 국가가 손해를 배상한다. 또한 판사는 자신이 직무 수행 중에 범한 과오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피소되지 않는다. 물론 국가는 문제된 판결을 한 판사에게 구상(recourse)권을 가진다. 물론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고 한다. 이러한 법제를 가진 나라에서 피해자는 개인 법관을 대상으로 소송하지 않아도 되고, 이를 통해 사법의 독립성이 유지된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네덜란드도 2001년 1월 1일부터 이러한 법제를 도입했고, 단지 공정한 재판의 원리를 침해한 경우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59)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러한 유형의 법제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3) 판사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을 묻는 법제

그리스는 헌법 제99조에서60) 유책한 오판에 대한 법원공무원(판사)에 대한 소송은 특별재판부에서 심판하도록 하고 있다. 구성 법관의 선정도 추첨을 통하는 등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판사들은 단지 중과실 혹은 고의행위로 의하여 야기된 손해, 재판거부나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난 재판지연에 대해서만 책임진다.61)

이러한 접근은 무엇보다 법관은 독립적이기 때문에 국가가 그들의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논거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고, 사법의 독립성 보장은 사법의 비당파적인 운영을 보장한다는 것이지 국가를 배상책임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62)

4) 국가와 개별법관의 공동으로 책임지는 법제

앞서 언급된 독일 기본법 제34조, 독일 민법 제839조에 따르면 법원·법관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국가와 해당 판사 모두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독일 기본법 제34조는 공무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직을 수행하면서 제3자에 대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그 책임은 원칙적으로 그가 속한 국가 혹은 단체(사법부)에 주어지고, 고의나 중과실의 경우에만 구상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경과실이 문제된다면 구상은 할 수 없지만 국가나 기관의 책임은 여전히 인정된다63).

민법 제839조 제2항에 따르면 그 공무원이 판사인 경우 법적 문제에 대한 판단에서 자신의 의무를 침해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범죄에서의 의무침해인 경우에만 배상책임을 지는 것으로 하고 있다. 즉 국가와 개인이 책임지는 유형이 모두 들어있는 법제이다.

6. 검토

이처럼 법관의 위법행위(주로, 고의나 중과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적 방법은 국가들 사이에 유사점은 물론 차이점도 있다. 특히 국가배상을 포함한 민사법적 책임과 관련한 면책여부나 범위와 관련해서는 여러 형태의 법제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민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탄핵이나 징계 혹은 형벌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법관의 위법행위를 억제하는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도 추론해 볼 수 있다.

법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특히 민사법적 접근은 그 절차가 관료화되지 않은 외부자인 사인에 의해 그 시작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다른 대응방법과 다른 억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손해배상이 국가에 의해 이루어지고 구상을 하는 형태라고 하더라도 국가가 구상권을 가지고 있다는 자체로 법관의 위법행위 억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상권을 설령 행사하지 않더라도 그 법관에 대한 보다 강한 통제나 감독이 정당화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억지효과가 높아진다는 말이다.64)

또한 내부의 징계절차와는 달리 외부적으로 국가배상이나 민사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비록 그것이 법관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위법행위 예방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판결 자체에 대한 항소·상고와 민사상(국가배상·민사소송) 책임을 묻는 절차가 연동되어야 하는지의 문제, 즉 상소가 가능한 경우에는 여타 소송은 불허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즉 모든 구제수단을 활용한 후에 민사(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비록 상소를 통해 원심 법원의 판결이 수정되었다고 해도 원심법원 판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민사책임이 사라진다고 볼 수 없고, 그렇게 본다면 위법행위 억제효과는 사라져 버린다는 지적도 있다.65)

고의 또는 중한 과실의 위법행위를 한 법관에게 민사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보다 성실하게 공정하게 직무에 임하자는 자극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보상된다는 부수효과도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소송절차의 목적인 사회적 평화(social peace)의 회복의 달성에 보다 가까워진다는 점도 강조된다. 피해자에게 배상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의 조건도 충족되고, 사회적 효율성의 조건, 즉 그런 일의 재발을 막는 통제의 강화도 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관의 행위를 평가하는 기준들이 향상되어야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시 더욱 안정되고 예견 가능한 규범적 기준을 만드는데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66)

Ⅳ. 맺는말

제한된 합리성으로 표현되는 인지능력의 한계, 넘쳐나는 정보·증거의 부정확성, 생활세계의 전문화·세분화로 증가하는 전문지식의 필요성 등 여러 가지 제약 하에서 판결해야 하는 법관은 이에 더하여 제한된 시간, 넘치는 사건, 사건 난이도의 심화 등으로 그들의 위임인(주인)인 국민에게 최적·최대 수준의 봉사를 하기 어려운 사정에 처해 있다는 것은 세상 어느 나라라고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결국 가능한 오류나 위법을 피하고 최소한 만족이나마 줄 수 있는 판결을 내놓고자 노력하는 법관, 그 이상을 요구할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은 어느 나라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점에서 일반국민들은 우리가 법관에게 지나친, 비현실적인 직무수행을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판사도 인간이다 보니, 자신이 다루는 사건에서 일정한 사적 이익 추구를 선택할 수 있고, 정치적 욕구에 흔들릴 수 있고, 최적을 추구하다가 혼절할 바에는 최소한을 채우고 생존하는 전략(survival strategy)을67) 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서 살펴 본 법과 경제학적 관점의 연구들은 국가로 하여금 판사에게 어떤 방식으로 그 책임을 물음으로써 법관의 일탈과 위법행위를 줄일 수 있을 것인지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과실의 경우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인 것도 사법의 독립과 법관이 처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관의 독립, 사법의 독립이 지고한 가치라고 하더라도, 책임지지 않는 법관·사법은 결코 그 독립된 지위를 누릴 자격이 없다는 것도 당연지사이다. 보통법 전통과 시민법 전통을 불문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지배하는 국가에서는 면책될 수 없는 법관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고, 이를 통해 법관의 직무윤리·의무, 법관상을 새롭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몇몇 국가를 대상으로 한 법과 경제학적 관점의 연구에서 영미와 대륙법 전통의 국가들을 불문하고 ‘법관의 독립’과 ‘책임 있는 법관’이라는 두 가치를 조화롭게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쟁점들이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현대 국가들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법원·법관이 처한 상황의 개선노력이다. 국민이 제대로 된 사법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법관에게 내재된 인식과 판단능력의 제약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다양한 능력 차이에 걸 맞는 적재적소의 인력배치, 혹은 전문재판부의 운영, 전문위원(참심)제도의 활성화, 배당 사건 수의 감소를 위한 법관 수의 증원 혹은 법관시보(준법관)제도의 도입이라는, 비록 예산이 들겠지만, 제대로 된 업무환경의 마련을 위해 지금까지의 고착된 인식을 전환해야만 한다.

한편, 법관의 위법행위를 막으려면 위법행위의 비용을 높이고 이익을 줄이는 방법, 처벌, 탄핵과 같은 외부적·규범적 억제기제의 강화, 대체분쟁해결제도의 강화, 효율적 사건배당, 판사의 절차위법에 대한 보다 나은 감시시스템 도입 등 내부적인 동인의 마련 등이68)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바람직한 것은 외부적인 것이 아닌 내부적 동인과 방법에 의한 위법행위의 방지라고 할 것이다.

특히, 법관의 탄핵, 징계 등은 물론 그것이 국가배상이건 손해배상이건 어떤 행위를 그 대상으로 할 것인지를 가능한 명확하게 하고, 세부적으로 구체화한 기준(규범)의 마련이 또한 우선되어야할 과제 중의 하나이다.

법관징계법의 추상적인 2가지 사유를 좀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마련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절차가 ‘내 식구 감싸기’로 보이지 않도록 고쳐야 한다. 이 부분의 개선노력 없이 고의와 (중)과실의 법관의 과오를 국가배상으로 처리하고, 구상권의 행사마저 유야무야 한다면 지금까지 지적되어온 신뢰받지 못하는 사법부·법관의 모습은 변하기 어렵다.

그 이전이라도, 이런 저런 법관의 조직 내적 통제와 감독이 엄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공중에게 보여주는 방법이, 개인의 정보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접근은 이중 삼중의 불필요한 국가와 개인의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를 줄여주는 경제적 해결책이며, 사법의 신뢰강화를 통한 사회의 건전성을 높여주는 대책이기도 한 것이다69).

각주(Footnotes)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Research Fund, 2017.

이 논문은 2017학년도 경북대학교 연구년 교수 연구비에 의하여 연구되었음.

1) DER SPIEGEL, Es Steht Mehr Auf Dem Spiel, 30. 10. 1963 (https://www.spiegel.de/spiegel/print/d-46172521.html : 2020.7.4. 최종검색). 이미 김성룡, “사법부 독립, 법관 독립의 딜레마”, 윤진수 등 대표편집, 「법의 딜레마」, 법문사(2020), 187-188쪽에 번역문과 원문이 소개되어있음.

2) 법원조직법에서는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로 판사의 유형을 구분하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관련 법률에서 판사와 법관이 혼용되고 있다.

3) 최근 폴란드, 헝가리, 터키, 루마니아 등에서 일어나는 법의 지배(rule of law)와 사법의 독립성의 후퇴에 관하여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인권위원인 Dunja Mijatović가 2019년 9월 3일 보고한 내용(“The indepdendence of judges and the judiciary under threat”)은https://www.coe.int/en/web/commissioner/-/the-independence-of-judges-and-the-judiciary-under-threat 참조 : 2020.7.4. 최종검색. 독일 연방대법원의 경우 예를 들어 법원장이 소속판사에게 사건처리 건수를 다른 판사들처럼 늘리라고 경고한 것이 판사의 독립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를 다루기도 했다(관련기사는 Deutschlandfunk, „Nur dem Gesetz unterworfen? Richterliche Unabhängigkeit auf dem Prüfstand, 06.09.2017(https://www.deutschlandfunk.de/nur-dem-gesetz-unterworfen-richterliche-unabhaengigkeit-auf.724.de.html?dram:article_id=395246 : 2020.7.4. 최종검색)

4) Roland Rechtsreport 2020, IfD Allensbach(2020), Schaubild 10, S. 19. (https://www.roland-rechtsschutz.de/media/rechtsschutz/pdf/unternehmen_1/ROLAND_Rechtsreport_2020.pdf : 2020.7.4. 최종검색)

5) 레디45앙 2018.6.4.자 기사(http://www.redian.org/archive/122150 : 2020.7.4. 최종검색)

6) 노컷뉴스 2018.10.29.자 기사(https://www.nocutnews.co.kr/news/5051913 : 2020.7.4. 최종검색)

7) 연합뉴스 2020.4.28.자 기사(https://www.yna.co.kr/view/AKR20200427159400017?input=1195m : 2020.7.4. 최종검색) 19-80세 성인 5천 20명을 대상으로 2019.5.8.-2019.6.13. 까지 설문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8) 류영재, “사법권력에 대한 국민의 통제, 가능할까”, 정혜승 등 공저, 「힘의 역전」, 메디치미디어, 2020. 류영재 판사, “과도한 독립성이 사법부의 가장 큰 문제다”, 메디치미디어, 2020.2.17.(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7517231&memberNo=599582 : 2020.7.4. 최종검색)

9) ‘법관의 손해 배상 책임 엄격히 제한한 대법원 판결에 위헌소송 낸 전상화 변호사’, 아주경제, 2020.2.14.. 기사(https://www.ajunews.com/view/20200214224510552 :2020.7.4. 최종검색)

10) Tsaoussi/Zervogianni, Judges as satisficers: a law and economics perspective on judicial liability, Eur J Law Econ (2010) 29: 333-357, 334.

11) King, Judicial Immunity and Judicial Misconduct: A Proposal for Limited Liability, 20 Ariz. L. Rev. 549(1978).

12) Stump v. Sparkman, 435 U.S. at 355-56; Pierson v. Ray, 386 U.S. 547, 554(1967); King, ibid., p. 549.

13) Bradley v. Fisher, 80 U.S. (13 Wall.) 335, 351-52 (1872); Sparkman v. McFarlin, 552 F. 2d. 172, 174 (7th Cir. 1977); King, ibid., p. 549.

14) Stengel, Absolute Judicial Immunity Makes Absolutely No Sense: An Argument for an exception to judicial immunity, 84 Temple Law Review(2012). 1108.

15) Posner, What Do Judges and Justice Maximize? (The Same Thing Everybody Else Does), Supreme Court Economic Review, 1994 Vol. 3, pp. 1, 2, 30, 39(“Judges are rational, and they pursue instrumental and consumption goals of the same general kind and in the same general way that private persons do”)

16) Tsaoussi/Zervogianni, ibid., p. 338.

17) 미국인의 시각에서 시민법의 전통을 기술하고 있는 Merryman, J. H., The Civil Law Tradition: An Introduction to the Legal System of Western Europe and Latin America, Stanford University Press, 1969(2nd. Ed., 1985), p. 38; 이에 대해서는 Tsaoussi/ Zervogianni, ibid., p. 335.

18) Gibson, From Simplicity to Complexity: The Development of Theory in the Study of Judicial Behavior, Political Behavior, 1983, Vol. 5, No. 1, Judicial Behavior: Theory and Methodology (1983), p. 7. 깁슨은 자신이 어떤 새로운 통합이론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당시 태도이론, 사실유형론, 역할론, 소그룹이론, 조직론, 환경이론 등의 부분적인 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19) Gibson, ibid., p. 32.

20) Tsaoussi/Zervogianni, ibid., p. 336

21) Tsaoussi/Zervogianni, ibid., p. 336.

22) Gilboa, Itzhak/Schmeidler, David, Case-based decision theory,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 August 1995, pp. 605에서는 불확실성하에서 의사결정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사례기반 의사결정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23) Tsaoussi/Zervogianni, ibid., p. 336-338 및 그곳에 인용된 다수의 연구 참조.

24) Herbert A. Simon, Models of Man-Social and Rational, John Wiley&Sons (1957), 198; Tsaoussi/Zervogianni, ibid., p. 338 참조.

25) Hagle, “So many cases, so little time: Judges as decision makers”, in Madsen, D., Miller, A.H., Stimson, J. A.(Ed.), American Politics in the Heartland, Kendall Hunt Pub.(1991); Tsaoussi/Zervogianni, ibid., p. 338 참조.

26) 사후 과잉 확신 편향・후판단 편향(hindsight bias),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 극단기피(extremeness aversion) 등을 예로 들고 있다(Tsaoussi/Zervogianni, ibid., p. 338).

27) Tsaoussi/Zervogianni, ibid., p. 338-339 참조.

28) Simon, From substantive to procedural rationality, in T. J. Kastelein et al.(eds.) 25 Years of Economic Theory (1979), p. 65에서는 substantive rationality와 procedural rationality를 대비시키고 있다. Jones, Bounded Rationality, Annu. Rev. Polit. Sci. 1999, 2: 297-321에서는 전통적 ‘합리적 선택’이론은 인간행위에 대한 기술적 모델로서 실패하였음을 강조하면서, 특별한 선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실체적 한계(substantive limits)와 우리가 결정을 하는 과정・방법을 제약하는 절차적 한계(procedural limit)로 나누고 있다.

29) 판사이자 법철학자로 알려진 Billings Learned Hand라는 이름으로 인해 Learned Hand Formula라고도 불린다. United States v. Carroll Towing Co., 159 F. 2d. 169 (2d Cir. 1947).

30) 세부적인 내용은 Tsaoussi/Zervogianni, ibid.,p. 341 참조.

31) Tsaoussi/Zervogianni, ibid., p. 342; Monahan, The Problem of “Thd Judge who makes the case his own”: Notions of Judicial Immunity and Judicial Liability in ancient rome, Catholic University Law Review, vol. 49, Issue 2, 2020, pp. 429.

32) 국내에서는 법관의 사법작용에서 일어난 위법행위에 대한 해결방법으로는 크게 헌법・헌법재판소법(제48조 제2호)의 탄핵, 법관징계법(제2조)에 따른 징계, 형법의 직무관련 범죄와 국가배상법을 통한 국가배상 및 법관에 대한 구상권 행사가능성 등을 들 수 있다. 대법원도 이미 법관의 책임을 대신하는 국가배상법의 적용 범위를 해석하면서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을 가지고 재판을 하였거나 법이 요구하는 있는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의무를 현저하게 위반하는 등, 부여된 권한의 명백한 위반만을 그 대상으로 한다고 제한하고 있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29905 판결, 2001. 4. 24. 선고 2000다16114 판결, 2001. 10. 12. 선고 2001다47290 판결 등 참조). 쉽게 말하면 국가배상법 제2조에서는 고의와 과실이라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고의와 (업무상) 중과실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국가배상법의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이에 대해서는 최근 국가배상법 제2조는 물론 대법원의 판결을 예비적 심판대상으로 위헌소송이 제기되어 있다. 아주경제, ‘법관의 손해 배상 책임 염격히 제한한 대법원 판결에 위헌소송 낸 전상화 변호사’, 2020.2.14.. 기사(https://www.ajunews.com/view/20200214224510552 :2020.7.4. 최종검색). 민법에서는, 독일 민법과는 달리,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33) Code de l'organisation judiciaire - Article L141-1 Modifié par LOI n°2016-1547 du 18 novembre 2016 - art. 1 (법원조직법 L 141-1 조 : 2016년 11월 18일 개정)

L'Etat est tenu de réparer le dommage causé par le fonctionnement défectueux du service public de la justice.(국가는 사법의 공중 서비스의 기능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Sauf dispositions particulières, cette responsabilité n'est engagée que par une faute lourde ou par un déni de justice.(달리 규정하지 않는 한, 이 책임은 중대한 과실 또는 재판거부를 통해서만 발생한다). 관련 법률은 https://www.legifrance.gouv.fr 에서 검색가능하다.

34) 세부적인 내용은 Tsaoussi/Zervogianni, ibid., p. 343-345 참조.

35) 예를 들어 유럽인권협약 제6조 제1항(ARTICLE 6 Right to a fair trial) 참조.

36) Tsaoussi/Zervogianni, ibid., pp. 345 참조.

37) 상세한 내용은 Tsaoussi/Zervogianni, ibid., pp. 345 참조.

38) 상세한 내용은 Shavell, The Appeals Process as a Means of Error Correction, The Journal of Legal Studies, 1995, Vol. 24, No. 2, pp. 379-426.

39) Tsaoussi/Zervogianni, ibid., p. 346.

40) 예를 들어 Levy, Gilat, Careerist Judges, Discussion Paper No. TE/03/457, May 2003, p. 3 (http://sticerd.lse.ac.uk/dps/te/te457.pdf : 2020.7.4. 최종검색)

41) 최근 관련 연구로는 예를 들어 윤진희, “법관 책임성 강화 기제로서 탄핵제도 실효성 확보방안 연구”, 입법학연구 제17집 제1호(2020), 249쪽 이하.

42) 윤진희, 앞의 글, 253, 276쪽 등.

43) 이러한 취지로 Tsaoussi/Zervogianni, ibid., p. 346

44) Hastings v. United States, 802 F. Supp. 490 (D.D.C. 1992) “Impeachments are not political in nature. … the proceeding as it applies to the judiciary is not a political proceeding. It is every bit a judicial proceeding. There is no basis to interpret the Constitution to allow the removal of a judge for political reasons. To do so would be the antithesis of creating and sustaining an independent judiciary.”(p. 494)

45) 이스라엘과 세르비아가 법관에게 직무수행과 관련한 형사범죄도 면책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Tsaoussi/Zervogianni, ibid., p. 347 및 그 곳에 소개된 문헌 참조.

46) Haley J. O., The Civil, Criminal and Disciplinary Liability of Judges, The American Journal of Comparative Law, 2006. Vol. 54, pp. 281-291, 287.

47) Tsaoussi/Zervogianni, ibid., p. 347-348 참조.

48) 현행 법관징계법에서는 제2조에서 징계사유로 1. 법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직무를 게을리한 경우, 2. 법관이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를 들고 있고, 제3조에서 징계처분의 종류로 정직, 감봉, 견책의 세 가지를 두고 있다. 파면과 같은 신분을 박탈하는 처분은 예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반해 New York Constitution, Article 6, Section 23 참조.

49) Haley, ibid., p. 288.

50) 법관징계법에서도 대법관, 대법원장, 법원행정처장, 사법연수원장, 각급법원장, 또는 법원도서관장만이 징계청구권자로 제한되어있다(법관징계법 제7조 참조).

51) 핀란드와 이스라엘의 경우에는 옴부즈만 제도 형식의 법원 내부자가 아닌 자의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이에 대해서는 Tsaoussi/Zervogianni, ibid., p. 348 및 Fn. 57 등 참고).

52) Tsaoussi/Zervogianni, ibid., p. 348 참조.

53) 물론 현행 법관징계법 제26조 제2항에서는 관보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법관 내부에서는 공지될 수 있을 것이나 국외자들이 이를 알기란 여전히 어렵다.

54) 예를 들어 최근 관련 기사로는 서울신문, 법원행정처장 입에서 나온 ‘탄핵논의’…법관탄핵 분위기 띄우는 민주당, 2020.6.23.자 기사(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623500190&wlog_tag3=naver : 2020.7.5. 최종검색).

55) 상세는 Tsaoussi/Zervogianni, ibid., pp. 349 참조.

56) 예를 들어 Haley, ibid., p. 283 참조.

57) Forrester v. White, 484 US 219, 108 S. Ct. 538, 98 L. Ed. 555 [1988].

58) Tsaoussi/Zervogianni, ibid., p. 350 참조.

59) Tsaoussi/Zervogianni, ibid., p. 351 및 그곳에 인용된 문헌 참조.

60) 그리스헌법 영문본 https://www.wipo.int/edocs/lexdocs/laws/en/gr/gr220en.pdf : 2020.7.4. 최종검색.

61) Tsaoussi/Zervogianni, ibid., p. 351 참조.

62) Tsaoussi/Zervogianni, ibid., p. 351 참조.

63) 독일의 경우에는 기본법(Grundgesetz für die Bundesrepublik Deutschland, GG) 제34조에서는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의무를 위반한 경우 국가의 배상책임을 규정하면서 고의 또는 중과실(grobe Farhlässigkeit)을 구상(Rückgriff)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통상 절차도 국가배상과 무관하게 허용되고 있다. 민법에서도 판사의 직무상의 의무침해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동법 제839조(Haftung bei Amtspflichtverletzung)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그 위무침해가 형사범죄인 경우에만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하고 있다. 해당조항은 판사의 직무거부나 유기, 태만, 지연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하고, 피해자가 상소제도를 고의 혹은 과실로 이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는 것(동조 제3항)으로 하고 있다. 대법원도 이러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재판에 대하여 따로 불복절차 또는 시정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재판의 결과로 불이익 내지 손해를 입었다고 여기는 사람은 그 절차에 따라 자신의 권리 내지 이익을 회복하도록 함이 법이 예정하는 바이므로, 이 경우에는 불복에 의한 시정을 구할 수 없었던 것 자체가 법관이나 다른 공무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거나 그와 같은 시정을 구할 수 없었던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스스로 그와 같은 시정을 구하지 아니한 결과 권리 내지 이익을 회복하지 못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국가배상에 의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겠으나, 재판에 대하여 불복절차 내지 시정절차 자체가 없는 경우에는 부당한 재판으로 인하여 불이익 내지 손해를 입은 사람은 국가배상 이외의 방법으로는 자신의 권리 내지 이익을 회복할 방법이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위에서 본 배상책임의 요건이 충족되는 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3. 7. 11. 선고 99다24218 판결)).

64) 이러한 억제효과는 국가의 일반예산에서 집행하는 것보다 사법부의 예산으로 집행하면 해당 법관의 통제나 감독에 대한 정당화적 근거가 더 강해진다고도 한다. 이에 대해서는 Tsaoussi/Zervogianni, ibid., p. 352-353 참조.

65) Tsaoussi/Zervogianni, ibid., p. 353 및 그곳에 인용된 글 참조.

66) Tsaoussi/Zervogianni, ibid., p. 353.

67) Tsaoussi/Zervogianni, ibid., p. 354.

68) Tsaoussi/Zervogianni, ibid., p. 340-341 참조.

69) 주먹구구가 아닌 방법론을 통해 법관의 자기구속의 명확한 기준을 도출하고, 이를 엄정히 적용함으로써 법관의 독립은 물론 자신의 공직수행에 책임을 지는 법관상을 구현하기 위한 추가적인 논점들은 다른 글을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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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 SPIEGEL, Es Steht Mehr Auf Dem Spiel, 30. 10. 1963 (https://www.spiegel.de/spiegel/print/d-46172521.html : 2020.7.4. 최종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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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bson, James L., From Simplicity to Complexity: The Development of Theory in the Study of Judicial Behavior, Political Behavior, 1983, Vol. 5, No. 1, Judicial Behavior: Theory and Methodology (1983), p.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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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lboa, Itzhak/Schmeidler, David, Case-based decision theory,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 August 1995, pp.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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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M. R., Judicial Immunity and Judicial Misconduct: A Proposal for Limited Liability, 20 Ariz. L. Rev. 549(1978), 549-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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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y, Gilat, Careerist Judges, Discussion Paper, No. TE/03/457, May 2003, p. 3 (http://sticerd.lse.ac.uk/dps/te/te457.pdf : 2020.7.4. 최종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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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ryman, J. H., The Civil Law Tradition: An Introduction to the Legal System of Western Europe and Latin America, Stanford University Press, 1969 (2nd. Ed.,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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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jatović, Dunja, “The independence of judges and the judiciary under threat”, Council of Europe, 03.09.2019 (https://www.coe.int/en/web/commissioner/-/the-independence-of-judges-and-the-judiciary-under-threat 참조 : 2020.7.4. 최종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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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ahan, Marie Adornetto, The Problem of “The Judge Who Makes the Case His Own”: Notions of Judicial Immunity and Judicial Liability in Ancient Rome, Catholic University Law Review, Vol 49, 2020, pp. 429-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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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ner, Richard A., What Do Judges and Justice Maximize? (The Same Thing Everybody Else Does), Supreme Court Economic Review, 1994 Vol. 3, pp.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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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 Herbert A., From substantive to procedural rationality, in T.J.Kastelein et. al.(eds.), 25 Years of Economic Theory, 1979, pp.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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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 Herbert A., Models of Man-Social and Rational, John Wiley&Sons,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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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ngel, Timothy M., Absolute Judicial Immunity Makes Absolutely No Sense: An Argument for an exception to judicial immunity, 84 Temple Law Review(2012) 107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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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사법부 독립, 법관 독립의 딜레마’, 윤진수 등 대표편집, 「법의 딜레마」, 법문사, 2020, 178쪽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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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희, 법관 책임성 강화 기제로서의 탄핵제도 실효성 확보방안 연구, 입법학연구 제17권 제1호(2020), 249쪽 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