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인공지능(AI) 기술의 도입은 온라인 게임 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AI는 게임의 기획부터 개발, 실행, 콘텐츠 생성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1) 예컨대 AI는 캐릭터 모델링, 배경 디자인, 사운드 효과 등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플레이어의 행동을 분석하여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개인 맞춤형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2) 또한 NPC의 대사 작성, 퀘스트 자동화, 무작위 이벤트 설계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 콘텐츠 생성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게임 개발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더욱 현실감 있고 몰입도 높은 경험을 제공한다. 나아가 게임 분야에서의 AI 활용은 창의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제고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재산(IP)의 창출과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3) 그러나 AI 기술의 활용이 게임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저작권 침해 판단에 관한 논란도 함께 증폭되고 있다. AI를 통해 유사한 작품이 손쉽게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2025년 2월의 넥슨 대 아이언메이스 사건4), 2025년 1월의 엔씨소프트 대 카카오게임즈 사건5), 2023년 12월의 크래프톤 대 넷이즈 사건6) 등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현실화된 사례들로 평가받는다. 한편, 게임 업계에서는 전통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쉽게 인정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존재해왔다.7) 이는 아이디어, 장르, 게임 규칙, 플레이 방식과 같은 추상적인 요소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고, 그래픽이나 소스코드 등 명확하게 식별 가능한 표현만이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성형 AI 기술의 확산으로 창작 방식과 표현의 범위가 획기적으로 확장되면서 기존의 해석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8) 예를 들어, 동일하거나 유사한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동일한 AI 알고리즘을 작동시켰을 때, 결과물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스토리 전개, 감정 흐름, 캐릭터의 반응이나 모션 효과 등 핵심적인 표현이 고도로 유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이를 단순한 ‘우연의 일치’나 ‘아이디어 차원’으로 간주하며 저작권 침해를 부정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해서다.9) 특히 생성형 AI는 기존 저작물의 스타일이나 구조를 학습해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특성을 지니므로 유사한 작품이 생성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10)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유사한 결과물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일관되게 부정한다면, AI를 활용한 모방이나 변형이 사실상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원저작물에 대한 보호를 약화시키고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생성형 AI 시대에는 기존의 ‘표현 대 아이디어’라는 이분법적 기준을 넘어, 프롬프트 입력자와 알고리즘의 개입 방식, 결과물의 구성 특성, 유사성의 정도와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저작권 판단 기준의 정립이 요구된다. 이와 더불어 최근 몇몇 판례에서는 법원이 전통적인 저작권 판단의 범위를 확장하여, 게임의 아이디어와 플레이 방식까지 포함한 보다 폭넓은 요소들을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인정한 바 있다.11) 이러한 법적 판단은 게임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AI 기술의 도입과 맞물려 게임 콘텐츠의 창작성과 독창성이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기준에 따라 평가될 가능성을 열어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12) 본 논문에서는 온라인 게임에서 AI 기술이 활용되는 다양한 양상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표현 영역의 변화와 저작권 침해 판단 기준이 어떻게 재정립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하고자 한다.
Ⅱ. 온라인 게임의 의의 및 특성
온라인 게임(Online Game)은 네트워크,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여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디지털 게임을 말한다.13) 이는 인터넷 또는 기타 네트워크를 통해 작동하는 전자게임(Electronic Game)의 일종으로,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단순한 오락의 수준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기능까지 수행하는 복합 콘텐츠로 진화해왔다. 네트워크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전 세계 사용자들이 하나의 게임 서버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온라인 게임은 단순한 게임의 범주를 넘어 글로벌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사용자는 게임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팀을 구성하며, 가상공간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을 경험하게 된다. 게임 개발사들은 서버 기반으로 게임을 운영하며, 주기적인 패치, 시즌제 이벤트, 확장팩 출시, 유료 아이템 제공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게임의 생명 주기를 연장시키고, 사용자에게 끊임없는 신선함과 몰입감을 제공하는 핵심 수단이 된다. 특히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의 접목으로 게임 콘텐츠의 생성 속도와 다양성이 크게 향상되었다.14) AI는 스토리 전개, 캐릭터 반응, 퀘스트 구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자 맞춤형 경험을 가능하게 하며,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른 실시간 반응을 통해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더 나아가 온라인 게임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클라우드 게임 등 최신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며, 기존 게임과는 차별화된 상호작용 중심의 경험을 제공한다. 감정 인식, 자연어 대화, 예측 기반 반응 등 AI 기반 기술은 온라인 게임의 진화 방향을 상징하며, 사용자 중심의 지능형 콘텐츠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온라인 게임은 단순한 오락적 기능을 넘어, 국가의 부가가치 산업을 이끄는 주요 산업으로서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게임은 국내 게임 산업의 핵심 부문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 산업 전체 매출은 약 22조 9,6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5) 이 중 모바일 게임이 전체 매출의 59.3%를 차지하며 13조 6,11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PC 게임은 5조 8,888억 원, 콘솔 게임은 1조 1,291억 원, 아케이드 게임은 2,85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러한 수치는 온라인 게임이 단순한 여가 활동의 범주를 넘어, 국가 경제에 실질적 기여를 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온라인 게임의 유형에는 1인칭 슈팅, 실시간 전략,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멀리플레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배틀 로얄 등이 있다.
1인칭 슈팅(First-Person Shooter, FPS)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 캐릭터의 시점을 통해 가상 공간을 직접 체험하며, 주로 총기와 같은 무기를 활용해 적을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는 장르이다. 이러한 게임은 빠른 반응 속도와 전략적 판단력을 요구하며, 실제 전투 상황을 모사한 다양한 맵과 시나리오를 통해 현실감을 극대화한다.16) 또한 사실적인 그래픽과 입체적인 사운드를 통해 몰입감 있는 전투 경험을 제공하며, 이는 게임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17) 멀티플레이어 기능을 통해 다양한 이용자들과 협력하거나 경쟁할 수 있어 팀워크와 커뮤니티 형성에도 기여한다.
실시간 전략(Real-Time Strategy, RTS) 게임은 자원 관리, 기지 구축, 병력 운용 등을 통해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게임 장르이다.18) 플레이어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상황에 즉각 대응하며, 유닛을 통제하는 전략성과 판단력이 요구된다.19) 다수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참여하는 구조인 만큼, 원활한 게임 환경 유지를 위한 동기화 기술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종족, 유닛, 특수 능력의 조합으로 매 경기마다 새로운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는 장르로 평가받는다.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MMORPG)은 수많은 플레이어가 동시에 하나의 가상 세계에 접속하여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형태의 게임이다.20) MMORPG는 경제 시스템, 사회적 상호작용, 협동과 경쟁을 포함한 복합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현실 세계의 사회 구조를 모사한 지속적인 세계관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게임은 방대한 콘텐츠와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충성도 높은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21)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MOBA) 게임은 두 팀이 서로의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경쟁하는 전략 기반의 게임이다.22) 각 플레이어는 고유한 능력을 지닌 캐릭터를 조종하며 팀 내 역할을 수행하고, 전투 중 캐릭터를 성장시켜 전투력을 강화할 수 있다. MOBA는 빠른 판단력과 팀 전략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23) 다양한 맵과 게임 모드를 통해 매 경기마다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방대한 콘텐츠와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장기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고, 이용자는 아바타를 통해 독립적이면서도 협동적인 게임 경험을 할 수 있다.24)
배틀 로얄(Battle Royale) 게임은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단 한 명 또는 한 팀만이 최종 생존할 때까지 경쟁하는 서바이벌 형식의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무작위로 배치된 무기와 자원을 수집하며, 점점 좁아지는 안전 구역 내에서 전투를 벌이게 된다.25) 이 장르는 높은 긴장감과 몰입도를 제공하며, 개인의 전술 능력과 빠른 판단력이 중요한 승리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규모 참여와 끊임없는 경쟁 구조는 배틀 로얄 장르의 큰 매력이다.
온라인 게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다수의 사용자가 동시에 접속하여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환경은 흔히 ‘멀티플레이어(Multiplayer)’ 환경이라 불리며, 물리적으로 떨어진 사용자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의 가상 공간에 접속하여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장르에서는 수천 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하나의 가상 세계에 접속하여 협력하거나 경쟁한다. 대표적으로 ‘리니지’와 같은 게임에서는 수많은 플레이어가 동일한 게임 공간에 접속하여 서로 만나고,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가능하다.26) 이러한 다중 사용자 기반의 구조는 온라인 게임을 단순한 개인 오락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관계 형성과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에서 팀을 구성하고, 퀘스트를 공동으로 수행하거나 전투를 벌이며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등 협동적 활동을 통해 유대감을 쌓는다. 이처럼 다중 사용자 환경은 경쟁심과 협동심을 동시에 자극하며 게임의 몰입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연결성을 증진시키고 게임 커뮤니티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27)
온라인 게임의 또 다른 핵심적인 특성은 사용자 간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내에서 채팅, 음성 대화, 실시간 전투, 협동 플레이 등을 통해 다른 사용자들과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실시간 상호작용은 게임의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28) 이와 같은 상호작용은 단순히 정해진 명령을 수행하는 오프라인 게임과 달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내며, 플레이어 간의 전략적 사고와 빠른 반응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예를 들어, 실시간 전략 게임(RTS)에서는 상대방의 움직임에 따라 즉시 전략을 수정해야 하고, 1인칭 슈팅(FPS) 게임에서는 1초 이하의 반응 속도가 승패를 좌우할 만큼 실시간 대응 능력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에서는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 간의 네트워크 연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시간 상호작용은 게임 내 플레이어 간의 소통을 넘어서, 게임 개발사와 이용자 간의 관계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29) 개발자와 이용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실시간 방송이나 커뮤니티 활동은 게임에 대한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실시간 채팅 기능은 전 세계 사용자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며, 이는 게임 외적인 사회적 관계 형성으로도 확장된다. 클랜 전쟁, 실시간 PvP(Player vs Player) 대전, 협동 퀘스트 등은 이러한 실시간 상호작용의 특성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콘텐츠로, 사용자 간의 활발하고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실시간 상호작용은 온라인 게임의 역동성을 높이는 동시에, 게임을 단순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사회적 활동의 장으로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오늘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된다는 점에서 뚜렷한 특징을 지닌다. 이러한 플랫폼의 다변화는 게임의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에게 더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대부분 PC 기반의 온라인 게임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오늘날에는 모바일, 콘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등으로 서비스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30)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의 증가와 고성능 모바일 기기의 등장은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는 온라인 게임이 일상 속 주요 여가 활동으로 자리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플랫폼 간의 연계성과 호환성이 강화되면서 이용자 커뮤니티의 단절을 방지하고, 지속 가능하고 통합된 게임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기 PC 게임이 모바일 버전으로 재구성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리니지M’ 등은 대표적인 크로스 플랫폼 성공 사례로 꼽힌다. 31)이처럼 모바일 게임, PC 게임, 콘솔 게임, 아케이드 게임 등이 공존함에 따라 각 플랫폼은 고유한 사용자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게임사들은 이러한 다양성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개발 전략과 서비스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의 다양성은 사용자에게는 자신에게 최적화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향상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고, 개발사에게는 더 넓은 타깃 유저층 확보라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플랫폼의 다양성은 온라인 게임의 접근성, 포용성,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32)
온라인 게임은 출시 이후에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확장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다른 장르의 게임과 뚜렷한 차별성을 지닌다.33) 개발사는 게임을 일회성 콘텐츠로 종료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신규 콘텐츠를 추가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며, 버그를 수정하고 밸런스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게임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이러한 운영 전략은 유저의 지속적인 흥미와 참여를 유도하고, 이탈을 방지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지역이나 캐릭터의 추가, 레이드 콘텐츠 도입, 시즌별 경쟁 시스템 개편, 대규모 이벤트 개최 등은 플레이어에게 게임에 다시 접속할 동기를 제공하며, 콘텐츠 소비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확장팩(Expansion Pack)이나 시즌제 운영 방식은 주기적인 대규모 변화를 통해 게임에 신선함과 긴장감을 부여하고, 이는 기존 유저에게는 재참여의 유인, 신규 유저에게는 진입 기회를 제공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무엇보다 온라인 게임은 유저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개발자와 플레이어 간의 쌍방향 소통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유저의 의견은 공식 커뮤니티, 포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수렴되며, 이는 실제 콘텐츠 개선이나 시스템 조정에 반영되어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34) 이러한 유연성과 확장성은 온라인 게임을 단순한 소모성 콘텐츠가 아닌, 지속 가능한 디지털 서비스로 진화시키는 핵심 원동력이 된다.
온라인 게임은 현실과 유사한 경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특징을 지닌다.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화폐, 아이템, 자원 등은 현실 경제와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 가치, 거래의 원리에 따라 운영된다. 플레이어는 몬스터 사냥, 퀘스트 수행, 자원 채집, 아이템 제작 등을 통해 자산을 획득하고, 이를 게임 내 상점, 경매장, 혹은 사용자 간 직접 거래 시스템을 통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35) 이러한 경제 활동은 가상의 경제 생태계를 형성하며, 게임 플레이의 핵심적인 동기 부여 요소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에서는 플레이어가 획득한 아이템을 경매장에 등록하여 다른 유저와 거래할 수 있으며, 특정 희귀 아이템은 높은 가상 화폐 가치를 지니고 거래되기도 한다. 특히 일부 고급 장비나 희귀 아이템은 게임 내에서 높은 가치를 가질 뿐만 아니라, 현실 화폐로도 거래되는 경우가 있어 가상 경제가 게임을 넘어 현실 경제와 연결되는 흐름을 만들어낸다.36) 실제로 ‘리니지M’, ‘검은사막’ 등의 게임에서는 고가의 장비나 계정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게임 내 자산이 현실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플레이어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아이템의 희소성, 자원의 유통 구조, 시장 가치 등을 고려하며 경제 활동을 수행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전략적 사고와 자산 관리 능력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37) 이처럼 온라인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은 현실과 연결된 복합적인 경제 구조를 형성하며, 게임의 몰입도와 지속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Ⅲ. AI 기술의 도입에 따른 표현의 영역
비선형적 서사 확장(Non-linear narrative structure)이란 게임 내 이야기가 하나의 정해진 경로를 따르지 않고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전통적인 게임 시나리오는 작가가 미리 설정한 흐름에 따라 이야기와 결말이 진행되는 선형 구조를 기반으로 하며, 이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동일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러한 고정된 서사 방식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38) AI는 플레이어의 플레이 스타일, 대화 방식, 선택지, 행동 패턴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 분기와 변형된 결말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39) 이로 인해 게임 내 서사는 유동적이며, 하나의 이야기에서도 수많은 변주가 발생할 수 있다. 비선형 서사는 플레이어의 결정이 단순한 결과 변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이야기의 구조와 방향에 근본적인 영향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다.40) 이는 플레이어가 수동적인 참여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이야기 창작자로 참여하게 만들며, 게임의 몰입도와 재플레이 가치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퀀틱 드림(Quantic Dream)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Detroit: Become Human)’을 들 수 있다.41) 이 게임은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인간과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여러 주인공의 시점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가장 큰 특징은 플레이어의 선택이 단순한 분기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전개와 결말에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각 인물의 결정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히며 수백 가지의 이야기 흐름을 만들어내고, 이는 기존 게임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스토리라인을 가능하게 한다. 또 다른 예로는 블리자드의 디아블로4에 추가된 콘텐츠인 ‘시련의 터(Gauntlet)’를 들 수 있다.42) 이 콘텐츠는 고정된 맵 내에서 수많은 변수와 경쟁 요소가 결합된 비선형적 던전으로, 플레이어는 매번 다른 전략과 방식으로 도전에 임하게 된다. 직업별, 파티 구성별로 구분된 순위표와 차등화된 보상이 마련되어 있어, 플레이어의 선택과 기량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 경험이 전개된다. 그 외에도 비선형적 서사는 전통적인 역사 소재의 게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는 유비, 관우, 장비, 조조 등 역사적 인물과 적벽대전, 오관돌파 같은 주요 사건들을 공통된 틀로 유지하면서도, 플레이어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43) 예컨대 유비가 조조와 동맹을 맺거나, 제갈량 없이 천하를 통일하는 등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며, 이는 전통적인 서사를 새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와 같이 게임에서의 비선형적 서사는 AI 기술, 인터랙티브 디자인, 유저 중심의 내러티브 구조 발전과 결합하면서 점점 더 다채롭고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동적 대화 생성(Dialogue Generation)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내 상황과 문맥에 따라 실시간으로 대사를 생성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기존의 스토리 중심 게임에서는 모든 대사가 작가나 시나리오 디자이너에 의해 사전에 고정된 형태로 작성되었다. 이러한 방식은 정교한 이야기 구조를 설계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플레이어가 예상하지 못한 선택이나 행동을 했을 경우, 그에 대한 반응을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의 행동과 게임 캐릭터의 대사 간 상호작용이 제한되면서 몰입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동적 대화 생성 기술이다. 이 기술은 자연어 처리(NLP),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감정 분석(Sentiment Analysis), 문맥 이해(Contextual Reasoning) 등 다양한 AI 기술의 융합을 통해 실현된다.44) 게임 속 캐릭터는 고정된 스크립트를 따르는 대신, AI가 상황에 맞춰 적절한 대사를 실시간으로 생성한다. 이때 대사는 캐릭터의 성격, 과거의 상호작용, 플레이어의 현재 선택, 스토리 진행 상황, 그리고 인물 간의 관계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성된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적과의 전투 직후 동료 NPC에게 말을 걸었을 때, AI는 ‘전투 직후의 상황적 긴장감’, ‘동료와의 신뢰도’, ‘현재 갈등 구조’ 등을 분석하여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대사를 생성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텍스트 응답을 넘어,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른 감정 표현과 분위기까지도 반영하는 정교한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동적 대화 생성은 음성 합성 기술(TTS, Text-to-Speech)과 결합되어, 생성된 대사를 실제 인간의 음성과 유사한 억양과 감정으로 출력할 수 있다.45) 여기에 애니메이션 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해 캐릭터의 표정, 몸짓, 제스처 등이 대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표현되면서, 한층 더 생동감 있는 인터랙션이 구현된다. 이러한 기술은 게임 제작자와 플레이어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한다. 제작자는 모든 대사를 일일이 작성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이야기의 설계와 캐릭터 구축에 보다 집중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는 반복적인 대사 대신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대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동적 대화 생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는 텍스트 기반 인터랙티브 게임인 ‘에이아이 던전(AI Dungeon)’을 들 수 있다. 이 게임은 GPT 기반의 자연어 생성 모델을 활용하여, 플레이어가 입력하는 모든 문장에 따라 상황과 대사를 실시간으로 생성한다.46)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나는 숲속을 걷다가 괴물과 마주친다”고 입력하면, AI는 해당 상황에 어울리는 긴박한 전개와 캐릭터의 반응, 대사를 즉시 구성해낸다. 이러한 방식은 고정된 스토리라인 없이도 전개가 가능한 높은 자유도를 제공하며, 플레이어가 자신의 상상력에 따라 이야기를 주도할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사례는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II(The Last of Us Part II)’이다. 이 게임에서는 감정 표현이 정교하게 구현된 대화 시스템을 통해, 플레이어와 NPC 간의 상호작용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퀘스트 수행을 넘어서 인간 관계의 깊이와 감정의 흐름까지 섬세하게 묘사된다.47) 각 대사는 인물 간의 갈등, 유대, 공감 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이야기의 전개와 감정 곡선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준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단순히 스토리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감정적으로도 서사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레드 데드 리뎀션 2(Red Dead Redemption 2)’는 동적 대화 생성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이 게임에는 AI 기반의 상황 반응형 대사 시스템이 부분적으로 적용되어 있으며, 플레이어의 행동, 명성, NPC와의 관계, 지역 분위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NPC의 반응과 대사가 달라진다.48)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마을 사람들을 도와주면 “고맙소, 좋은 사람일세”와 같은 호의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지만,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당장 꺼져, 널 신고하겠어!”처럼 경계심이 드러나는 대사가 출력된다. 이처럼 동적 대화 생성 기술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게임 내 서사 전개와 감정 표현 방식 자체를 혁신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캐릭터 행동 및 반응 설계 자동화(Character Behavior and Response Automation)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속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행동, 게임 내 환경 변화, 그리고 자신의 내·외적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에 적절한 행동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게임 개발 방식에서는 캐릭터의 모든 행동과 반응을 사전에 기획하고, 애니메이션과 스크립트로 일일이 구현해야 했기 때문에 캐릭터가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행동 패턴에는 한계가 있었다.50) 특히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감정의 변화에 대응하는 반응을 설계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리소스가 소요되었으며, 이로 인해 캐릭터는 종종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존재로 느껴지곤 했다. 플레이어는 이러한 제한된 반응 속에서 캐릭터를 ‘정해진 틀 안에서만 움직이는 대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제약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AI는 캐릭터의 성격, 현재의 감정 상태, 플레이어와의 관계, 주변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실시간으로 종합 분석한 뒤, 그에 맞는 행동과 반응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51) 예를 들어, 플레이어가 위험한 상황에서 특정 캐릭터를 구해줬을 경우, 해당 캐릭터는 감사의 제스처를 보이거나 이후 플레이에서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등 상황에 맞는 복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캐릭터는 단순히 정해진 명령을 수행하는 NPC(Non-Player Character)가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살아 있는 존재’처럼 느껴지게 된다. 나아가 AI는 캐릭터의 장기적인 감정 흐름과 행동 패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복적으로 무시당한 캐릭터는 점점 냉담한 태도를 보일 수 있고, 꾸준히 도움을 받은 캐릭터는 플레이어에게 더 큰 신뢰와 호의를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감정 기반의 반응 시스템은 캐릭터 간의 갈등, 성장, 협력과 같은 드라마적인 요소를 게임 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서사가 유기적으로 형성되는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캐릭터 행동 및 반응의 자동화는 게임 캐릭터의 생동감을 극대화하고, 기존의 정형화된 시스템을 넘어선 몰입도 높은 인터랙티브 경험을 실현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캐릭터 행동 및 반응 설계 자동화의 적용 사례는 최신 게임 산업에서 점점 더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 행동 예측 알고리즘을 결합한 시스템은 단순한 스크립트 기반 반응을 넘어, 실제 인간처럼 반응하는 게임 캐릭터를 구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Shadow of Mordor)’와 그 후속작 ‘섀도우 오브 워(Shadow of War)’를 들 수 있다.52) 이 시리즈는 네메시스 시스템(Nemesis System)이라는 독창적인 AI 기반 캐릭터 반응 메커니즘을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적 캐릭터들이 플레이어의 행동을 기억하고, 그에 따라 적대감이나 공포, 복수심 등을 표현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전투에서 플레이어에게 패배한 적이 살아남으면, 후에 다시 등장해 이전의 사건을 언급하며 복수하려 하거나, 플레이어에 대한 두려움으로 도망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이 시스템은 단순히 적을 물리치는 구조를 넘어서, 각 적 NPC와의 개별적인 서사를 만들어내며 게임 내 갈등 구조와 감정적 몰입을 크게 강화한다. 또 다른 예는 ‘켄시(Kenshi)’라는 샌드박스 RPG 게임이다.53) 켄시는 정교한 AI 시스템을 통해 NPC들이 자신만의 생활 루틴, 직업, 사회적 관계를 가지고 살아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플레이어가 특정 세력에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해당 세력의 NPC들은 일정 시간 후 응징에 나서거나, 동맹 세력과 협력해 대응한다. 반대로 반복적으로 지원하거나 협조하면 호의와 신뢰가 쌓여, 동료가 되거나 중요한 정보 제공자가 되는 식으로 관계가 변화한다. 이와 같은 시스템은 각 캐릭터가 마치 고유한 의지와 기억을 지닌 존재처럼 느껴지게 만들며,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게임 세계가 유기적으로 반응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또한 ‘워치 독스: 리전(Watch Dogs: Legion)’도 AI 기반 행동 설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54) 이 게임은 수백 명의 NPC 각각에게 고유한 배경, 성격, 일정, 능력치를 부여하고, 플레이어가 누구든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캐릭터들은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호감도나 적대감이 변화하며, 특정 상황에서 저항 활동에 참여하거나, 반대로 협력하지 않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이는 단순한 스토리라인의 전개를 넘어서, 플레이어가 만들어가는 네트워크 속에서 캐릭터들이 스스로 행동하고 판단하는 느낌을 강화시킨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들은 AI 기반 캐릭터 행동 자동화 기술이 더 이상 실험적 개념이 아니라, 실제 상용 게임에서 몰입도와 현실감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용자 데이터 기반 맞춤 스토리 제공은 인공지능(AI)이 게임 유저의 행동 및 선택 데이터를 분석하여, 각 플레이어에게 고유한 이야기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밀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각 유저의 성향, 선택 패턴, 플레이 스타일 등을 파악한 후, 이에 최적화된 스토리 분기를 구성한다.56) 이 기술은 단순히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기존 방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전투 빈도, 회피 행동, 대화 선택의 경향, 특정 캐릭터와의 교류 빈도, 퀘스트 수행 방식, 지도 내 이동 경로, 환경과의 상호작용 등 유저의 실제 플레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토리 전개의 방식과 내용 자체가 개인화된다. AI는 이러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플레이어의 성격과 선호 경향을 추론하고, 그에 가장 적합한 내러티브를 동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투보다는 협상이나 탐색을 선호하는 전략 중심의 플레이어에게는 정치적 갈등이나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한 드라마적 스토리가 강조될 수 있다. 반면, 전투에 적극적인 플레이어에게는 액션과 전투 중심의 전개가 주가 되는 시나리오가 구성될 수 있다. 이처럼 유저의 선택과 행동이 이야기의 구조에 유기적으로 반영되면서,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강한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AI는 과거의 플레이 이력을 반영해 스토리의 연속성까지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작에서 특정 캐릭터를 살려두었거나 배신했던 경험이 있다면, 후속작에서는 그 선택의 결과로 감정의 변화나 세계관의 변화가 반영될 수 있다. 이처럼 AI는 단일 게임을 넘어서 하나의 게임 시리즈 내에서 감정적·서사적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며, 플레이어의 선택이 단순한 분기가 아닌 진정한 결정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이처럼 AI 기반의 맞춤형 스토리텔링은 몰입감과 서사의 설득력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높은 재플레이성(replayability)을 제공하여 유저의 장기적인 게임 참여를 유도한다.57)
플레이어 데이터 기반 맞춤 스토리 제공은 현대 게임 디자인에서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사례로 ‘메스 이펙트(Mass Effect)’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이 단일 작품 내 스토리 전개에 그치지 않고, 시리즈 전체의 내러티브 구조와 캐릭터 간의 관계, 세계관의 변화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장기적 설계를 채택하고 있다.58) 예를 들어, 특정 캐릭터를 희생시켰다면 후속작에서는 해당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플레이어의 과거 행동에 따라 동료 캐릭터의 충성도, 협력 여부, 나아가 결말 자체가 완전히 달라진다.또 다른 대표적인 예로는 ‘사이버펑크 2077(Cyberpunk 2077)’이 있다. 이 게임은 방대한 오픈월드 세계관 속에서 플레이어의 행동 데이터와 선택 경로를 세밀하게 분석하여, 유저마다 고유한 서사 경험을 제공한다.59) 플레이어가 은밀한 침투를 선호하는지, 전면전을 즐기는지에 따라 등장하는 NPC의 반응, 협력 관계, 특정 미션의 전개 방식이 달라진다. 같은 퀘스트라 하더라도 전투 방식, 대화 선택, 접근 경로에 따라 대사 내용과 스토리 흐름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며, 이는 AI가 유저의 플레이 스타일을 학습하고 그에 최적화된 내러티브를 동적으로 제공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그 외에도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Life is Strange)’ 시리즈 역시 맞춤형 스토리텔링의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 게임은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을 중심으로, 플레이어의 세세한 선택들이 스토리 전개와 결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되어 있다.60) 선택 하나가 인물의 생사를 좌우하고, 사소한 대화의 뉘앙스가 이후 사건에까지 영향을 주는 구조 속에서, 플레이어는 자신의 결정이 만들어낸 결과에 감정적으로 책임지는 몰입형 내러티브 경험을 하게 된다. 이처럼 AI 기술은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스토리를 제공함으로써, 단순히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 플레이어의 실제 행동과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고차원적 서사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Ⅳ. 저작권 침해 판단의 쟁점과 과제
AI 기반 게임 콘텐츠 생성에서 프롬프트(prompt)는 단순한 기술적 명령어를 넘어, 이미지, 영상, 텍스트 등 결과물의 방향성과 창의성을 실질적으로 결정짓는 핵심 창작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프롬프트는 사용자의 의도와 표현 방식에 따라 AI의 출력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최근에는 이에 대한 법적 지위와 저작권 보호 가능성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프롬프트 입력은 앞서 살펴본 비선형적 서사 구조(Non-linear Narrative Structure)나 동적 대화 생성(Dialogue Generation)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동일한 프롬프트를 입력할 경우 AI가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프롬프트는 결과물의 일관성과 창작 방향을 설계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와 관련하여 저작권법상 두 가지 주요 쟁점이 제기된다. 첫 번째는 프롬프트 자체가 저작물로서 ‘창작성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짧고 추상적인 명령어는 창작적 기여로 보기 어렵지만, 일정한 구조와 독창적인 표현이 담긴 정교한 프롬프트는 결과물의 구성과 표현 방식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저작물로 인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게임 속 엘프를 만들어줘”라는 단순한 요청은 보호 대상이 되기 어렵지만, “리니지 2에 나오는 뾰족한 귀를 가진, 어두운 갈색 피부에 보라색과 은색 계열의 갑옷을 입고 검을 든 전투형 다크엘프를 생성해줘”와 같은 구체적인 프롬프트는 창의적 표현의 산물로 평가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판례61)와 학술적 견해62)는 이러한 고차원적 프롬프트를 저작권법상 보호 가능한 창작행위로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 쟁점은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저작권 귀속 문제이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AI 자체를 저작권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생성된 콘텐츠의 저작자 지위를 누구에게 부여할 것인지가 중요한 법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63) 이와 관련하여, 프롬프트 입력자가 단순한 기술적 지시를 넘어서 결과물의 구성 방향과 표현 방식에 창의적으로 개입한 경우,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한 실질적인 창작자로서 저작권 귀속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AI의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창작물에 대한 인간의 기여도 판단 기준은 더욱 복잡해지며, 현재로서는 이를 명확히 규정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이나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AI 시대에 대비한 저작권법의 정비와 프롬프트 입력자의 창작 기여도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 마련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I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프롬프트 입력자는 단순한 사용자의 범주를 넘어, 실질적인 창작 주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는 게임 콘텐츠 생성 과정에서 인간의 창의적 개입과 법적 권리 인정 사이의 균형이라는 새로운 법적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생각건대, 프롬프트 입력이 단순한 지시 수준을 넘어서 결과물의 표현 방향, 미적 요소, 정서적 분위기 등 핵심적인 창작 요소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라면, 해당 입력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하더라도, 그 사용 방식에 창작성과 개성이 반영된다면, 결과물에 대한 창작자 지위를 인간 사용자에게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유사하게, 어문저작물의 경우에도 단순한 표어나 관용어, 일상적인 문구는 창작성이 부족하여 저작권 보호를 받기 어렵지만,64) 저작자의 개성과 창의성이 드러난 표현은 법적으로 저작물로 인정된다.65) 이러한 기존 저작권 해석의 기준은 AI 프롬프트 입력에 대해서도 충분히 유추 적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각각의 프롬프트 입력어가 개별적으로는 창작성 기준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이들이 특정한 순서와 조합으로 입력되어 누적적으로 작용한 결과 독창적인 결과물이 도출되었다면, 전체 입력 과정을 하나의 창작 행위로 보아 ‘편집저작물’로 인정할 여지도 존재한다. 현행 저작권법 역시 기존 자료를 창의적으로 선택·배열·조합하여 형성된 결과물에 대해 편집저작물로서의 보호를 인정하고 있으며,66) 이러한 논리는 AI 생성물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결국, AI를 단순한 도구로 본다면, 그 도구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결과물의 표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프롬프트 입력자 역시 저작자로 간주할 수 있는 법적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이는 프롬프트 입력이 결과물의 창작적 표현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경우에 한정하여 판단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2023년 11월 중국 베이징인터넷법원의 Li v. Liu 사건이 있다.67)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이미지 생성 AI인 Stable Diffusion을 활용한 원고가 복잡한 프롬프트 입력과 매개변수 조정을 통해 생성한 이미지에 대해, 창작자의 개성이 반영된 독창적인 저작물로 판단하였다. 법원은 AI를 "인간을 대신해 선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도구"로 보았으며, 프롬프트 입력 과정에서 사용자의 창작적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저작권은 AI가 아닌 원고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은 AI의 자율성보다는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저작권 판단의 핵심 기준임을 명확히 보여준 중요한 선례라 할 수 있다.68)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그에 따른 창작 방식의 변화, 그리고 앞서 살펴본 논리에 비추어볼 때, 프롬프트 입력자에게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자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69) AI를 활용해 생성된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 규율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법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보완 입법이 시급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프롬프트 입력자의 창작적 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명확한 기준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프롬프트 입력이 어느 수준까지 창작적 기여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정량적·정성적 평가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단순한 명령어나 키워드 수준의 입력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지만, 이야기의 서사 구조를 설계하고, 미적 요소와 감정적 표현을 구체적으로 주도하는 복합적 프롬프트는 실질적인 창작 행위로 간주할 수 있어야 한다.
AI 기반 게임 콘텐츠 생성에서 가장 근본적인 쟁점 중 하나는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결과물이 생성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70)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저작권 보호의 범위와 책임의 주체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법적 기준과 직결된다. 저작권법은 전통적으로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Idea-Expression Distinction)’에 따라, 아이디어나 개념, 방식, 절차 등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오직 구체적인 표현만을 저작권 보호의 대상으로 인정해 왔다.71) 따라서 게임의 규칙, 플레이 방식, 알고리즘 구조 등은 그 자체로는 보호받기 어렵고, 창작성 있는 표현만이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다. 이러한 법리적 전제 아래에서, AI가 생성한 게임 콘텐츠 중 어떤 부분까지를 ‘표현’으로 간주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일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오늘날 AI 기술은 절차적 콘텐츠 생성(Procedural Content Generation),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등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다양한 게임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게임 내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행동, 환경 변화, 그리고 자신의 내·외적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대사나 행동을 생성하는 시스템은 단순한 자동 응답 기능을 넘어, 상황 인식 기반의 창작 활동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알고리즘이 단순한 계산 기계를 넘어, 일정 수준의 ‘의사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알고리즘 기반의 콘텐츠 생성은 그 생성 과정 자체만으로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결과물이 기존 저작물과 유사하거나 일정한 창작성 있는 표현을 포함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72) 예를 들어, 개발자가 알고리즘의 학습 단계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포함시켰고, 그 결과 유사한 콘텐츠가 생성되었다면, 이는 설계 단계부터 저작권 침해의 위험이 내재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그 책임은 알고리즘을 설계하거나 학습 데이터를 구성한 개발자에게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알고리즘이 단순한 생성 도구로 작동하고, 사용자가 프롬프트나 지시어를 통해 특정한 스타일이나 설정, 서사 구조 등을 의도적으로 유도하여 결과물을 생성한 경우라면, 그 책임은 오히려 사용자에게 더 많이 귀속될 수 있다.73) 결국 같은 결과물이더라도, 알고리즘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지에 따라 법적 책임의 주체는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저작권 판단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현재 AI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생성은 매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나, 이를 둘러싼 저작권 법제는 여전히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기술은 창작과 표현의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되고 있지만, 법은 여전히 전통적인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의 틀에 머무르고 있어 변화된 창작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했는지 여부, 그리고 그 법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법적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비춰보았을 때, 게임 콘텐츠 제작 영역에서도 AI 알고리즘의 설계와 학습 과정 자체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법적 판단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보다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생각건대, AI 기반 게임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어떤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었는지도 핵심적인 고려 요소로 검토되어야 한다. 게임 콘텐츠는 영화나 음악 등 전통적인 콘텐츠에 비해 높은 상호작용성과 실시간 반응 기반 생성 요소를 특징으로 하며, 이로 인해 일반적인 생성형 AI 저작권 논의와는 구분되는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AI 알고리즘이 콘텐츠 생성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게 되면서, 콘텐츠의 생성 방식 자체가 저작권 분쟁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결과물이 생성된 경우, 그 결과물이 우연히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저작물을 학습한 결과 의도된 유사성이 나타난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AI가 스스로 판단을 내리거나 창작하는 존재가 아닌, 인간이 설계한 시스템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AI 시스템이 어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했는지, 그리고 어떤 학습 데이터를 사용하였는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 제공과 기술적 분석이 선행되어야만74) 공정한 저작권 침해 판단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알고리즘과 학습 데이터의 공개 의무화가 요구된다.75) AI 기반 콘텐츠 제작 시스템에 대해 알고리즘의 구조와 사용된 학습 데이터의 출처, 범위 등을 일정 수준 이상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분쟁 발생 시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객관적 검토를 가능하게 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일부 사례에서는 AI가 학습한 결과물이 특정 작가의 스타일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기존 작품의 요소를 반복적으로 재현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데이터 투명성 확보는 AI 활용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핵심이다. 둘째, 콘텐츠 유사성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결과물의 외형적 유사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해당 유사성이 알고리즘이 반복적으로 특정 표현을 생성하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인지, 또는 의도적 학습과 설정을 통해 유도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정교한 분석 기준이 필요하다.76) 이를 위해 기술 전문가와 법률 전문가가 협업하는 융합적 검토 체계를 구축하여, AI 생성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다각도로 판단할 수 있는 절차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법적 책임 주체에 대한 구분 기준도 함께 정비되어야 한다. 동일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더라도, 개발자, 알고리즘 설계자, 학습 데이터 제공자, 프롬프트 입력자, 일반 사용자 등 각 주체의 역할과 개입 정도에 따라 법적 책임의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개발자가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학습 데이터에 포함시킨 경우와, 사용자가 특정 스타일을 프롬프트로 유도해 결과물이 생성된 경우는 그 법적 성격과 책임의 방향이 다르다. 따라서 역할별 법적 책임 분담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AI 알고리즘의 선택과 활용 방식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서, 저작권 침해 판단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 콘텐츠 생성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알고리즘 설계와 학습 과정, 사용자 개입 방식 전반에 대해 정교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앞으로의 콘텐츠 산업의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 과제라 할 것이다.
최근 AI 기술이 접목된 온라인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나 반응에 따라 게임 내에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실시간으로 생성되거나 캐릭터가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게임 콘텐츠는 기존의 고정된 대본 기반 시나리오와 달리, 자연어 처리(NLP) 기술과 알고리즘 기반의 자동 생성 시스템을 통해 유동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창작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장면, 대사, 시나리오 전개 등이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게임 콘텐츠의 구성 요소 간 유사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예컨대 2021년 6월, 엔씨소프트는 웹젠의 ‘R2M’이 자사의 ‘리니지M’과 사용자 경험(UX), 캐릭터 선택 화면, 인벤토리 UI, 무게 시스템 등에서 실질적인 유사성을 보인다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77) 2023년 4월에는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가 자사의 게임 ‘리니지2M’의 콘텐츠를 모방하고 부정경쟁행위를 저질렀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78) 이어 2024년 12월에는 111퍼센트가 자사의 모바일 디펜스 게임 ‘운빨존많겜’의 UI 구성과 캐릭터 조합 시스템을 모방했다는 이유로, 뉴노멀소프트의 ‘그만쫌쳐들어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였다79). 이러한 사례들은 AI가 자동화된 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성하더라도, 그 표현 방식이나 구성의 독창성 여부에 따라 충분히 법적 분쟁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문제는 방송 프로그램 포맷의 저작권 보호 여부와도 유사한 법적 구조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방송 포맷은 정형화된 구성, 규칙, 흐름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아이디어와 표현의 경계에 놓여 있었고, 이에 따라 저작권 보호 가능성이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일정 수준의 창작성 요건을 충족할 경우, 포맷 또한 저작물로 인정된다는 국내외 판례들이 존재한다. 예컨대, 1992년 미국 Sheehan v. MTV Networks 사건에서는 방송 프로그램 “Laser Blitz”의 제작사인 Sheehan이, 과거 자사의 포맷을 제안했던 MTV가 유사한 형식의 퀴즈 프로그램 “Remote Control”을 방영하자,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였다. Laser Blitz는 참가자가 작동 가능한 레이저 총으로 화면의 특정 부분을 겨냥해 퀴즈에 응답하고, 이를 통해 뮤직비디오 관련 지식을 시험하는 독특한 형식의 게임 프로그램이었다. 법원은 비록 최종적으로 실질적 유사성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러한 구성 방식 자체는 창의적 요소들의 결합을 통해 독창성이 인정될 수 있는 표현 방식으로 판단하여, 저작권 보호의 가능성을 긍정하였다.80) 중국에서도 SBS의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모방한 ‘달려라 형제(奔跑吧兄弟)’ 관련 소송에서, 2019년 항저우 인터넷 법원은 원작 포맷에 대한 정보네트워크전파권을 인정하고 약 496만 위안의 손해배상을 명령하였다.81) 국내의 경우에도 2017년 ‘짝’ 사건에서 대법원은 입소 과정, 복장, 호칭, 도시락 선택, 인터뷰 형식, 내레이션 구성 등 일련의 요소들이 창작적 조합을 이룬 것으로 판단하여, 방송 포맷도 저작권법상 보호 가능한 저작물로 인정한 바 있다.82) 이러한 법리는 게임 콘텐츠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러한 법리는 게임 콘텐츠의 저작권 보호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특정 게임이 반복적인 구성과 연출을 통해 하나의 독창적인 ‘게임 포맷’으로 정형화되어 있다면, 그 안에 포함된 고유한 플롯, 캐릭터의 반응 방식, UI 구성 등 일련의 표현 요소들은 저작권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물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 따라서 제3자가 이와 유사한 구조나 요소를 무단으로 차용하거나 재현할 경우, 저작권 침해 여부가 주요한 법적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게임 콘텐츠 내 ‘에피소드 생성’ 내지 ‘캐릭터 반응’의 저작물성 인정 여부에 관한 법적 검토가 요구된다.
생각건대, 특정 에피소드의 연출이나 캐릭터의 반응이 AI에 의해 생성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콘텐츠가 인간 저작자의 의도와 창작적 개입에 기반하여 표현된 것이라면 저작권법상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AI 기술은 자율적으로 콘텐츠를 생성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생성 과정이 전적으로 무작위적이거나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AI가 생성한 결과물은 인간 개발자의 기획, 설계, 통제를 바탕으로 구성된 창작 구조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 예컨대, 개발자는 AI의 작동 방식이나 알고리즘 설정, 시나리오 전개의 흐름, 캐릭터의 반응 패턴 등을 사전에 설정하고 조정함으로써 결과물에 대한 실질적인 기획적 통제를 수행하게 된다. 특히 자연어 처리(NLP)나 머신러닝 기반의 콘텐츠 생성 시스템은 인간이 입력한 프롬프트(prompt), 조건, 환경 설정 등에 따라 결과물이 결정되는 구조이므로, 최종적으로 생성된 에피소드나 캐릭터의 반응은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반영된 표현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대법원이 ‘포레스트 매니아’ 사건83)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게임물이 저작자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다양한 구성요소를 선택·배열·조합함으로써 창작적 개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 논리와 궤를 같이한다. 해당 판결에서 법원은 단순히 개별 요소의 창작성만을 기준으로 보지 않고, 구성요소 간의 선택과 배열, 조합을 통해 형성되는 전체적인 표현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저작물성을 판단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법리는 방송 포맷의 저작물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84)와도 그 법리적 맥락을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AI 기반 게임 콘텐츠에도 이러한 법리를 충분히 적용할 수 있으며, 개발자가 AI 시스템을 활용하여 특정 플롯 구조나 캐릭터의 반응 방식, 사용자 선택에 따른 시나리오 분기 조건 등을 설계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구현하는 경우, 해당 콘텐츠는 창작적 배열이 정형화된 표현물로서 저작물성이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국제적으로도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특히 2025년 1월 미국 저작권청(USCO)은 인간이 창작 과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AI 생성 콘텐츠에 대해 저작권 보호가 가능하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85) USCO는 저작권 보호가 인정될 수 있는 유형으로 ⅰ) 인간이 작성한 콘텐츠가 AI 출력물에 통합된 경우, ⅱ)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인간이 수정하거나 배열한 경우, ⅲ) 인간의 기여가 충분히 창의적이고 표현적인 경우를 제시하였으며, 나아가 AI가 단지 창작 보조 역할을 수행한 경우에도 저작물로서 보호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이는 2023년, 그래픽 노블 「Zarya of the Dawn」 사건에서 AI 이미지 생성 도구 ‘미드저니(Midjourney)’를 사용한 저작권 신청이 거절되었던 크리스 카슈타노바(Kris Kashtanova) 사건86)과 비교할 때, 기존의 소극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인간의 창작 개입을 중심으로 판단하려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라 볼 수 있다.87) 이러한 변화는 AI 기반 에피소드 생성이나 캐릭터 반응 또한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개입된 경우에는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저작권 보호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창작적 기여가 실질적으로 존재하고, 그 기여가 입증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프롬프트 입력 내역, 알고리즘의 설계 방향, 캐릭터의 성격 구조 등과 같은 요소들이 구체적인 표현으로 어떻게 귀결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인간의 개입이 결과물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AI는 어디까지나 창작을 보조하는 도구에 불과하며, 인간이 최종적인 창작 주체임을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AI가 생성한 게임 내 에피소드나 캐릭터 반응이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실질적으로 존재할 것, 둘째, 콘텐츠의 구조가 반복 가능하고 정형화되어 일정한 형식으로 구현될 수 있을 것, 셋째, 선택과 배열을 통해 구성된 표현이 외부로부터 식별 가능한 정도의 독창성을 가질 것 등이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해당 콘텐츠는 저작물로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이후 제3자가 이를 무단으로 모방하거나 유사한 구조를 차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 여부 판단의 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AI 기술이 게임 콘텐츠 제작에 본격적으로 활용되면서, 기존 저작권법의 보호 기준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AI가 생성한 게임 콘텐츠가 기존 저작물과 전체적인 스토리 전개 방식이나 구성 흐름에서 유사성을 보이는 경우, 이를 기존의 표현 중심 저작권법 체계만으로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은 이제 단순한 명령 실행형 소프트웨어의 범주를 넘어, 배경, 세계관, 에피소드 전개, 캐릭터의 반응, 음향 효과, 플레이어의 선택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서사형 콘텐츠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가 플레이어의 프롬프트에 따라 분기형 스토리를 생성하거나, 자동으로 에피소드를 구성하는 기능까지 구현되면서, 게임 콘텐츠의 창작 방식이 점점 더 인간 작가의 서사 창작 방식과 유사해지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AI 기반 게임 콘텐츠가 기존 게임이나 소설, 영화, 웹툰 등에서 이미 존재하던 스토리의 전개 방식, 결말 구조, 인물 관계 설정 등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경우이다. 이 경우 과연 그러한 유사성을 단지 아이디어 수준의 유사로 간주해 저작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점이 쟁점으로 떠오른다. 현행 저작권법은 아이디어와 표현의 이분법에 기초하여, 창작물의 스토리 구조나 전개 방식과 같은 아이디어 차원의 요소는 보호하지 않는다.89) 그러나 AI 기술은 표현 방식의 정교함을 높이고, 제작자와 플레이어 모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콘텐츠의 창작성과 복잡성을 비약적으로 확장시키고 있다.90)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전체적 스토리의 재현 현상을 단지 플레이어 선택에 따른 우연한 결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기존 저작물의 핵심 표현을 실질적으로 모방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비문언적(non-literal) 유사성과 포괄적(substantial) 유사성 개념의 적용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비문언적 유사성이란 문장이나 대사와 같은 직접적인 표현이 복제되지 않았더라도, 작품의 구조, 아이디어의 배열, 시퀀스, 조직 방식, 분위기 등이 유사할 경우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91) 한편, 포괄적 유사성은 일반 감상자의 입장에서 두 저작물이 전체적으로 실질적인 유사성을 갖는다고 느껴질 정도라면, 표현 방식이 다르더라도 침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러한 법리는 국내·외 판례를 통해 인정되어 왔다. 1977년 10월 미국 제9순회항소법원은 ‘Sid & Marty Krofft Television Productions, Inc. v. McDonald's Corp.’ 사건에서, 맥도날드 광고 시리즈가 원고의 아동용 TV 프로그램인 ‘H.R. Pufnstuf’의 등장인물과 세계관을 모방하였다고 보아 전체적인 분위기와 창작적 설정의 유사성을 이유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였다.92) 이 판례는 표현의 개별 요소가 아닌 종합적 인상에 따라 유사성을 판단할 수 있음을 시사한 대표적 사례이다. 이어 1992년 1월 미국 제2순회항소법원은 ‘Computer Associates International, Inc. v. Altai, Inc.’ 사건에서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Abstraction–Filtration–Comparison Test(AFC Test)를 도입하였다.93) 이는 아이디어와 표현을 구분하고,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요소를 걸러낸 후 남은 창작 표현을 비교함으로써, 비문언적 요소인 구조, 순서, 조직 방식의 유사성에 근거한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법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되었다. 2015년 3월 대법원은 ‘더 데드 오브 윈터’ 사건에서 문정 작가의 ‘현기증’이 쏘니 작가의 원작 소설을 무단 각색한 2차적 저작물이라며, 등장인물, 갈등 구조, 전개 방식, 주요 에피소드 등에서 창작성이 상당 부분 공유되어 있다고 보아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을 인정하였다.94) 이 판결은 구체적인 문장 표현의 유사성 없이도 작품의 핵심 창작적 구조가 복제되었다면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였다. 이러한 논리에 비춰보았을 때, AI 기반 게임 콘텐츠에서 단지 표현이 완전히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저작권 침해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AI의 정교한 생성 능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AI 콘텐츠의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법적 해석 기준과 프레임워크 마련이 요구된다.
생각건대, AI 기반 게임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과 전개, 캐릭터 설정 등 창작 요소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게임 콘텐츠는 어문, 영상, 미술 등 다양한 표현 수단이 융합된 복합 창작물로서, 개별 요소보다도 전체적인 표현 방식의 유사성이 훨씬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95) 특히 스토리의 흐름, 캐릭터의 감정 반응, 화면 구성 방식 등은 게임의 창작적 개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물론 게임 장르는 본질적으로 세계관 설정, 규칙, 전투 시스템 등 아이디어 차원의 요소를 포함하며, 이러한 구성은 일반적으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이러한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AI는 단순한 요소 조합을 넘어, 정교한 표현 방식과 복잡한 내러티브 구조를 반복적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기존 창작물과 유사한 전개와 구조를 갖는 콘텐츠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AI가 생성한 결과물이 기존 작품의 서사 구조, 캐릭터 배치, 상호작용 방식 등을 반복하거나 유사하게 구성한 경우,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 유사성을 넘어 실질적인 저작권 침해로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에 확립된 비문언적·포괄적 유사성 판단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즉, 완전히 동일한 이미지나 문구가 아니더라도, 작품 전체의 흐름 속에 산재하며 스토리를 이끄는 핵심적인 창작 요소를 무단으로 차용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로 보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96)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분쟁 사례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저작권 침해보다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판단된 경우가 많다. 예컨대, 엔씨소프트와 웹젠 간 ‘리니지M’과 ‘R2M’ 사건에서 법원은 저작권 침해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게임의 구성과 시스템을 모방한 행위를 부정경쟁방지법상 ‘성과 모용’으로 판단하고97) 169억 원의 손해배상 및 게임 서비스 중단을 명령하였다.98) 또한, 넥슨과 아이언메이스 간 ‘P3’와 ‘다크 앤 다커’ 사건에서는 직접적인 저작권 침해는 부정되었지만, 개발 자료 유출과 유사한 콘텐츠 구조를 근거로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고, 85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99) 이러한 판결들은, 저작권법상 명확한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AI 기반 콘텐츠에 대한 법적 판단이 애매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해당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핵심 창작 요소에 대한 반복적이고 형식적인 모방이 결국 저작권 침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현행 저작권법은 AI 기반 창작물에 대한 정의나 창작자 지위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어, 많은 분쟁이 단순한 ‘모방’ 또는 ‘유사’ 수준으로 축소 해석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창작물의 반복적 차용이나 구조적 유사성은 경우에 따라 표현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AI 창작물의 특수성을 반영한 법적 해석과 명확한 판단 기준의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 게임 업계의 구조적 특성 역시 이러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프로젝트 단위 운영, 인력의 잦은 이동, 동일 기획안과 자료의 반복 사용은 AI가 개발자들의 과거 창작 이력을 학습해 유사 콘텐츠를 생성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는 저작권 판단의 혼란이 불가피하다.100)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 여부는 단순한 표현의 일치 여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스토리 전개의 흐름, 감정선의 진행 방식, 선택지 구조, 캐릭터 간 상호작용 등 서사적·맥락적 유사성과 표현의 창작성, 반복 여부를 함께 고려하는 다층적인 분석 체계가 필요하다. 특히 AI 기반 온라인 게임의 스토리가 인간의 전적인 개입 없이 자동 생성된 것이 아니라, 인간 창작자가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알고리즘을 조정하며, 스토리 전개 방향, 캐릭터 설정, 세계관 구성 등 핵심적인 창작 요소를 사전에 기획한 경우, 해당 스토리는 AI의 단순 산출물이 아니라 인간 창작의 결과물이자 협업의 산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겉으로 보기에 AI가 작성한 듯한 콘텐츠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인간의 창작 의도와 구성 능력이 구조적으로 반영된 창작물인 만큼, 이를 고려한 법적 보호와 판단 기준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AI 기반 게임 스토리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서사의 구조적 전개, 갈등 해소 방식, 캐릭터 감정선의 배치 등 비문언적 요소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동시에 AI와 인간 간 협업의 실질적 정도를 함께 고려하여 해당 창작물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저작물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Ⅴ. 결론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은 게임 콘텐츠 제작의 방식과 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과 협업하는 새로운 창작 주체로 기능하고 있으며, 특히 게임 내에서는 실시간으로 캐릭터의 반응을 생성하거나 에피소드를 설계하는 등 기존의 창작 방식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형태의 콘텐츠 생산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의 진보는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확대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한편, 기존 저작물과의 유사성 문제를 중심으로 한 저작권 침해라는 새로운 법적 쟁점을 야기하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원칙적으로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AI가 콘텐츠 생성 과정에서 단독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사용자의 프롬프트 입력, 알고리즘 설계, 서사 구조의 기획 등 다양한 창작적 개입이 실질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존 법체계만으로는 이러한 콘텐츠를 온전히 규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AI 기반 게임 콘텐츠는 어문, 영상, 미술 등 다양한 창작 요소가 융합된 복합 창작물이며, 높은 상호작용성과 실시간 반응 기반의 서사 구조를 특징으로 한다. 특히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기존 게임이나 영화, 소설 등과 스토리 전개 방식, 캐릭터 배치, 감정 흐름 등에서 실질적으로 유사한 경우, 단순한 표현의 일치 여부를 넘어 비문언적·포괄적 유사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는 AI가 단순한 무작위 생성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설계와 기획을 바탕으로 동작하는 구조적 도구이기 때문이다. AI가 생성한 게임 콘텐츠가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실질적으로 존재할 것, 콘텐츠의 구성과 표현 방식이 반복 가능하고 정형화되어 있을 것, 그리고 그 결과물이 독창성을 가질 것이라는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특히 프롬프트 입력이 단순한 명령 수준을 넘어 서사의 방향, 정서적 분위기, 미적 구성 등을 주도하는 창작 행위로 기능하는 경우, 그 입력자는 저작물의 창작자로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AI 콘텐츠 생성의 핵심 기반인 알고리즘과 학습 데이터의 구조, 사용 방식에 대한 투명성 확보와 공개 의무화, 콘텐츠 유사성 판단을 위한 정교한 기준 정립, 각 주체의 역할에 따른 법적 책임 분담 체계의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이는 AI 창작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분쟁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해결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AI 기반 게임 콘텐츠의 저작권 판단은 고정된 기준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서사의 구조적 전개, 캐릭터 감정선, 상호작용 방식 등 비문언적 창작 요소 전반과 함께, 인간의 창작 기여도와 개입 정도를 입체적으로 고려하는 다층적인 판단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통해 AI 기술 발전과 창작자 권리 보호, 이용자 권익 보장이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저작권 패러다임이 정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