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며
한국공법학회・한국비교공법학회・순천대 범인법학연구소・경북대 법학연구원은 2024년 11월 1일 더케이호텔 경주에서 “독립행정위원회의 공법적 쟁점”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필자는 “제1주제 국민권익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에 관한 연구, 제2주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성과와 한계로”로 구성된 제1세션의 좌장으로 학회에 참석하여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미국의 행정위원회와 독립규제위원회라는 제도에 대해 재고찰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던 차에 한국 공법학회는 2024년 12월 13일에 “공법학에서 비교법 연구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대주제로 “제1세션 유럽 공법학의 전개와 한국 공법학”, “제2세션 미국・일본 공법학의 전개와 한국 공법학”이라는 (사)한국공법학회・헌법재판연구원 공동학술대회를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개최하였다. 필자는 미국 공법학을 중심으로 비교법적 연구에 오랜 동안 연구해온 관계로 국민대학교 박종현 교수가 발표한 “미국 공법학의 전개와 비교법적 의의 – 헌법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에 토론자로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발제자인 박종현 교수는 미국 공법학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하면서 미국 연방대법원의 새로운 판례들에 대한 많은 소개들을 해주셨고 본인도 발표문에 대한 토론을 하였는데 “헌법”에 치우친 발표와 토론이었다. 행정법 연구를 주로 해온 필자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2024년 6월에 판결한 세브론 법리에 관한 Loper Bright Enterprises v. Raimondo 판결(603 U.S. (2024))에 대해 좀 더 집중해서 토론하고 싶었지만 시간적 한계 등으로 할 수 없었고 공식적 토론이 끝난 후에도 학술회의 장에서 여러분들께서 세브론 법리에 대해 질문을 해주셨다.
이 논문을 통해서 그날 학회 발표장에서 미처 다하지 못했던 세브론 법리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는 기회를 가지고자 한다. 이 기회에 중요한 학회 행사에 좌장과 토론의 기회를 준 김재광 한국공법학회 회장님을 비롯한 관련단체의 임원진은 물론, 경청해주시고 의견을 주신 여러 교수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Ⅱ. 사건의 개요
1976년 미국 연방의회는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agnuson-Stevens Fishery Conservation and Management Act 이하 “MSA”)을 제정하여 미국의 영해에서 해양어업의 관리하고자 하였다. 1976년 이전에 미국 영해에서 미국 어선은 물론 외국 어선들에 의해 마구잡이 어업이 이루어져 어족자원의 고갈에 대한 우려와 어족 자원의 적정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초기에는 미국 연안 12해리의 영해를 관할하는 연방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점차 관할구역이 확대되어 200해리 이내의 배타적 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까지 적용되었다.1) 이러한 연방법률의 위임을 받은 집행기관은 연방상무부(the United States Department of Commerce)의 소속기관인 국가수산청(the National Marine Fisheries Service 이하 “NMFS”)인데. 국가수산청(NMFS)은 수산자원의 남획을 방지하기 위하여 어선에 연방 모니터요원의 승선을 요구하는 법령을 시행하고 있다.
수자원관리계획(fishery management plan)에는 수자원의 보전과 관리를 위해서 필요하고 적정한 여러 가지 대책, 요구사항, 조건, 제한 등을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2) 특히 이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조항으로 미국 국적 어선에는 수자원의 보전과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 1인 혹은 다수 참관인이 승선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3)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SA)은 연안주정부 대표, 어업종사자 대표, 국가수산청(NMFS) 등으로 구성된 8개의 지역수자원관리위원회(regional fishery management councils)를 수립하였다.4) 지역수자원관리위원회(regional fishery management councils)에서 수자원관리계획(fishery management plan)을 수립하면 국가수산청(NMFS)에서 승인하고 최종 법령(final regulation)으로 공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SA)은 참관인과 관련한 비용에 관하여 3개의 유형으로 특정하여 비용을 반드시 부담하도록 하였는데, 제1유형은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조업하는 외국 국적의 어선들은 필히 참관인을 승선시켜야하고 관련비용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제2유형은 전체 어획 가능 자원들 중에서 특정한 어획량에 대해 일정 부분만 허가를 받은 제한된 접근특권정책과 관련이 있는 경우와 제3유형으로 미국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적인 북태평양위원회의 관할수역에서 조업을 하는 경우로, 이 때 전체 어획량의 2% 혹은 3%의 범위 내에서 관련 비용을 징수하도록 명확한 한계를 규정하고 있다.5) 만약, 규정되어 있는 참관인 관련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장관(the Secretary)이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6)
메인주, 뉴햄퍼스주, 메사츄세츠주, 로드아일랜드주, 코넷티켓주 등의 해안에서 어업관리계획을 개발하는 지역사업단체로 뉴잉글랜드위원회(the New England Council)이 있다. 청어어업(the herring fishery)도 그러한 어업 중에 하나에 해당한다.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SA)은 북태평양(North Pacific)과 외국 어업들과는 다르게 대서양 청어어업(Atlantic herring fisheries)에 참관인의 비용을 지불할 것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국가수산청(NMFS)에 대한 연방예산이 최근에 삭감되어 국가수산청(NMFS)은 대서양 청어어업의 증가된 모니터비용을 지불할 수 없게 되었다.
2013년부터 국가수산청(NMFS)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차선책을 모색하였는데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SA)에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참관인 관련 모니터비용을 어업종사업체들에게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하고 있는 뉴잉글랜드수자원관리계획(New England fishery management plan)을 개정하자는 것이었다. 뉴잉글랜드 위원회는 국가수산청에 개정안을 제출하였고 국가수산청(NMFS)은 뉴잉글랜드 어업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산업자금기반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하는 최종법령(the final rule)을 2020년 1월 공포하였다.
Loper Bright社는 뉴저지 주에 근거지를 둔 가족소유 청어잡이 어업을 뉴잉글랜드 해역에서 종사하고 있었는데 연방모니터닝 비용이 하루당 700달러 부담해야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2020년 2월 Loper Bright社는 연방제1심법원(the United States District Court for the District of Columbia)에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SA)에서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수산청(NMFS)이 청어어업에 관한 참관인 비용을 업체부담기금에 의해 운영하도록 하는 법령은 관련 연방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연방제1심법원은 세브론의 법리를 적용하여 국가수산청에 유리한 간이판결(summary judgment)을 하였다. 연방제1심법원은 원고 Loper Bright社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SA)에 모호성(the ambiguity)은 인정되지만 세브론(Chevron)의 법리 속에서 행정청의 해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것이었다.7)
이것은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SA)에서 참관인 관련비용의 부담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문제의 법령은 합리적 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법원은 집행기관인 국가수산청(NMFS)의 법령해석권을 존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원고에 의해서 항소되어 2022년 2월 8일에 연방제2심법원인 연방항소법원(the United States Court of Appeals for the District of Columbia Circuit)의 3인합의부(three-judge panel)에서 구두변론을 열었는데, 3인합의부에는 잭슨 연방법원판사(Ketanji Brown Jackson)가 있었고 그 후에 그는 연방대법관으로 지명으로 브레이어 대법관(J. Stephen Breyer)과 교체되어 연방대법관에 임명되었다. 연방항소법원장 스리니베산(Srinivasan) 판사가 잭슨 대법관(J. Jackson)의 의회인준이 있고 난 후에 대신하여 재판에 참석하였으며 잭슨 대법관(J. Jackson)은 구두변론 단계에서는 참여하였지만 판결에 관여하지 않았다.
연방 제2심법원의 판결은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으로 나누어진다. 다수 의견은 대체로 연방제1심법원의 판지와 비슷한 논거에 의해서 국가수산청(NMFS)이 문제의 참관인 관련비용을 대서양 청어잡이 어업에 징수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SA)이 전체적으로 명확한 것은 아니라(not “wholly unambiguous”)고 판단하였다. 연방의회의 입법의도(Congress’s intent)에 대해 의문점이 남아있기 때문에 법원의 세브론의 제2단계 심사로 나아가게 되고 행정청의 해석을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SA)의 상당한 해석이라고 존중하게 된다는 판시하고 있다.8)
소수의견은 월커(Walker) 판사에 의해서 작성되었는데 연방의회는 관련법률에서 대서양수역 청어어업과 관련해서는 참관인 관련 비용 징수에 대하여 다른 수역의 어업과는 달리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서 명확하게 국가수산청(NMFS)이 대서양 청어잡이 어부에게 참관인 관련비용을 징수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판시하였다.9)
이 사건은 세브론 법리(Chevron doctrine)가 번복되어야하는지 명확해져야하는지에 한정한 법적 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연방대법원에 사건이송명령이 발부되었다.10)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2024년 6월 28일에 선고되었는데 연방대법원장 로버츠(Chief Justice Roberts)가 주문을 작성하였고 여기에 토마스 대법관(J. Thomas), 앨리토 대법관(J. Alito), 고어시 대법관(J. Gorsuch), 캐바나 대법관(J. Kavanaugh), 베네트 대법관(J. Barret) 등이 함께 했고, 토마스 대법관(J. Thomas) 대법관과 고어시 대법관(J. Gorsuch)이 동조의견을 작성하였다. 케이건 대법관(J. Kagan)이 반대의견을 작성하였고 여기에 소토마이어 대법관(J. Sotomayor)과 잭슨 대법관(J. Jackson)이 함께 했다.
로버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의견의 주요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세브론 법리(Chevron doctrine)는 먼저 행정절차법(the Administrative Procedure Act)과 충돌을 일으킨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행정절차법은 법원이 행정청이 법률적 권한의 범위 내에서 권한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심사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법원은 법률이 모호하다는 것을 근거로 해서 행정청의 해석을 존중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브론 법리(Chevron doctrine)는 파기되어야 한다.
(a)미국 연방헌법 제3장은 연방법원에 사건과 분쟁(cases and controversies)을 해결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연방헌법의 제정자들은 법률의 최종적 해석(the final “interpretation of the laws”)은 법원의 정당하고 고유한 권한(“the proper and peculiar provice of the courts”)이라고 보고 있다. 연방법률의 의미가 문제될 떼에는 당사자들의 권리들을 확정하기 위해서 연방의회의 법률을 해석하는 것이 연방법원의 역할이다.(the judicial role was to “interpret the act of Congress, in order to ascertain the rights of the parties.”)
(b)연방의회는 1946년에 행정절차법(APA)을 제정하였다. 행정절차법(APA)에서는 비록 문제들이 모호한 법률과 관련된 것일지라도 행정청이 아닌 연방법원이 행정작용 등에 대한 사법심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관련 법적 문제들은 행정청이 아닌 연방법원에서 결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the APA specifies that courts, not agencies, will decide “all relevant questions of law” arising on review of agency action)11)
(c)세브론 법리(Chevron doctrine)가 요구하는 행정작용들을 심사할 때 법원이 존중해야한다는 것은 행정절차법(APA)과 일치하지 않는다.
(d)선례구속의 법리(Stare decisies), 선례에 대한 사법적 준수(judicial adherence)를 요구 하는 것으로 연방대법원이 세브론 법리(Chevron doctrine)를 계속 고수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세브론 법리는 기본적으로 잘못 인도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이것은 행정작용에 대한 사법심사권을 규정하고 있는 행정절차법(the A.P.A)과 부합하지 않게 행정 작용(agency action)에 대한 사법심사를 변형시켰다. 이러한 흠결은 처음부터 명백하였고 연방대법원은 그 기본을 개정하도록 촉진하고 그 적용을 계속적으로 한계지어 왔다.
Ⅲ. 평석
미국 연방헌법은 삼권분립의 원리와 견제와 균형의 법리에 기초하여 행정부를 규정하고 있다. 미국 헌법의 제정자들은 19세기 후반 미국의 남북전쟁과 산업혁명을 거쳐서 발전하기 시작한 광범위한 행정부 또는 관료제를 예측할 수 없었다. 그들은 행정사항에 관한 단순한 집행으로 행정을 이해하고, 입법권이나 사법권의 관여는 인정하지 않은 엄격한 권력분립의 원칙을 예정했었다. 미국 연방헌법 제2장은 대통령에게 법률을 충실하게 집행할 의무를 부여하는 등 순수한 행정권만을 부여하였다.12)
19세기 후반 새로운 경제문제들에 있어서 연방의회나 법원은 그 기능의 한계를 인정하고 효율적인 해결방법을 강구하기 위하여 행정부로부터 독립되고 입법권과 사법권을 동시에 행사할 수 있는 제도를 고안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독립규제위원회(Independent Regulatory Commission)이다. 독립규제위원회라 함은 법률에 의하여 준입법권과 준사법권을 가지고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관료에 의하여 운영되는 일종의 행정위원회를 말하며, 입법부와 사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를 제4부(fourth branch)라고도 부른다. 미국 최초의 독립규제위원회는 1887년의 주간통상법에 의하여 창설된 주간통상위원회(Interstate Commerce Commission: ICC)였다.13)
1914년에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하여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가 설치되었으며, 1920년에 연방전력위원회(Federal Power Commission: FPC) 등이 설립되었다. 1930년에는 증권거래위원회((Security and Exchange: SEC),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 FCC), 민간항공위원회(Civil Aeronautics Board: CAB), 전국노동관계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 NIRB), 연방해사위원회(Federal Maritime Commission: FMC)가 설치되었다.14)
그 후에도 많은 규제위원회들이 개별 법률에 근거하여 설치되었고 연방행정절차법(the Administrative Procedure Act)은 행정위원회나 규제위원회의 행위를 그 법률의 적용대상인 행정작용으로 규정하고 있다.15)
미국 행정법의 특성상 행정위원회 혹은 독립규제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들에 의해서 행사되는 행정입법권은 행정위원회와 독립규제위원회를 설립하는 수권법(the enabling act)에 행정기관의 권한을 명시하는 기준을 포함한다. 이러한 기준이 없이 행정기관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위임금지의 원칙(non-delegation doctrine)에 대한 침해가 된다.16)
미국 노동위원회(National Labor Relation Board 이하 ‘NLRB) 관련 사건에서 연방법원의 연방법률에 대한 최종적 판단권을 확인하는 판결을 하였다.17) 이 판결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출판사인 Hearst Publications社가 로스앤젤레스市에서 자사의 신문을 배달하고 있는 신문배달소년들과의 단체협상을 거절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출판사는 노동위원회 설립의 근거가 된 수권법인 노동위원회법률(the NLRB Act)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고용인(employee)’이라는 개념 속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노동위원회(NLRB)는 공청회를 거쳐서 신문을 배달하는 전일제 신문배달소년들은 노동위원회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고용인(employee)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출판사는 단체협상에 참여해야한다는 판단하였다.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의심할 여지없이, 사법심사과정에서 제기되는 법률에 대한 해석문제는 해당법률의 집행을 담당하는 위원회에 적정한 고려를 하면서도 법원이 담당해야하는 것”을 명확히 하였다.18)
연방법원의 수권법이라는 연방법률에 대한 최종적 사법심사권을 인정하면서 해당법률의 집행을 담당하는 연방정부기관의 재량적 판단권을 어느 정도 적정하게 고려할 것인가하는 문제가 연방위원회들의 행정작용에 대한 사법심사의 핵심적 내용이 되었다. 1944년 연방대법원의 Skidmore v. Swift & Co.판결19)은 연방위원회의 법령해석권과 연방대법원의 사법심사권에 관한 매우 중요한 사건의 하나라고 할 것이다.
텍사스에 있었던 Swift & Co. 포장회사에 근무하던 원고를 포함한 7인은 미국 연방근로기준법(the Fair Labor Standards Act)에 근거하여 회사에 시간외 근무수당의 지급과 불법고용에 의한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 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이들은 소방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 주 5일 동안 30분의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법정 근로시간 내에서 근무하였다. 문제가 된 것은 회사와의 구두계약에 의한 근로자들은 일주일에 3, 4일간 회사 내에 있는 소방부서에 머물며 화재발생에 대비하도록 고용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머물던 소방부서는 냉・난방 시설을 구비하고 있어서 생활에는 큰 불편이 없었고 라디오와 테이블 등의 집기도 있어서 수면과 휴식에도 큰 불편이 없었다. 문제가 된 기간 동안 화재경보가 울려서 이에 대응한 시간은 1시간을 넘지 않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화제발생 등에 대비하는 시간들었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여 대응한 시간에는 회사에서 처음에는 50센트, 그 후에는 64센트로 추가급여가 정하여졌다. 근로자들은 야간에 소방부서에서 대기하고 있는 시간 전체가 야간의 시간외 근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급여지급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한 연방근로기준법(the Fair Labor Standards Act)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은 연방노동위원회가 통상근무 시간은 식사시간과 취침시간을 제외하고 판단해야한다고 해석한 것에 대해 존중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를 일컬어 Skidmore 존중주의(Skidmore deference)라고 한다.
이렇게 연방대법원이 행정위원회 등의 행정입법권에 대한 사법심사권에 대한 판결의 판지 등을 고려하여 미국 연방의회는 1946년 행정절차법(the A.P.A.)을 제정할 때에 연방법원의 사법심사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20)
1946년 연방행정절차법(A.P.A)의 제정 이후에도 연방위원회들의 법령해석권을 둘러싼 분쟁은 계속되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 세브론 법리(Chevron doctrine)라고 할 것이다.21)
Chevron U.S.A Inc. v. National Resource Defense Council, Inc 판결22)에서 확립된 원칙이다. 미국 연방의회는 공기오염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연방공기정화법(the Clean Air Act)을 1977년에 개정하였다. 개정법은 대기질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주에 위치한 고정 오염원(stationary source)을 건설 또는 변경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강력한 허가요건을 부과하였다. 독립규제위원회의 하나에 속하는 연방환경청(Environment Protection Agency 이라 ‘EPA’)은 이러한 고정 오염원을 대기오염물질을 방출하는 총체적 설비의 일부분에 해당하는 신축 혹은 개축된 건축물 및 설비라고 규정하는 행정입법(rule-making)을 하였다. 그러나 연방환경청(EPA)은 기존의 행정입법을 개정하여 고정 오염원을 공장단위(plant-wide)로 하는 새로운 행정입법(rule-making)을 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하나의 공장 내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을 신축하거나 개조하려는 사람이 공장 내에서 다른 시설을 신축하거나 개조하여 오염물질을 상쇄하는 조치를 취하면 연방환경청(EPA)의 허가절차를 따를 필요가 없게 되었다. 환경보호단체에서 연방환경청(EPA)의 개정된 행정입법(rule-making)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였고 연방제1심법원은 물론 연방항소심법원(the D. C. Circuit)도 연방환경청(EPA)의 개정행정입법을 위법이라고 선언하였다.23)
연방대법원은 연방항소심법원(the D. C. Circuit)의 판결을 파기하였다.24) 연방대법원은 연방의회가 고정 오염원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는 항소심법원의 판단에 동의하면서도 고정 오염원의 명확한 개념의 설정은 연방환경청(E.P.A)에서 담당하여야 하므로 “법률상 용어에 대한 합리적 해석”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방의회가 쟁점이 된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를 먼저 1단계(step one)심사해야한다는 것이다. 연방의회의 입법의도가 명확하다면 행정위원회나 규제위원회 그리고 연방법원도 명확하게 표현된 연방의회의 입법의도에 근거하여 판단을 내려야 한다. 법원은 당해 사안과 관련된 법령의 의미가 명확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법령 문헌에 대한 검토, 사전적 정의, 법령의 체계, 입법의 목적 및 입법의 역사 등을 포함한다.25)
연방의회의 입법의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제2단계(step two)로 나아가게 된다. 이때는 연방법원은 행정위원회 등의 법령해석이 합리적인지 혹은 그러한 해석이 이용가능한지 여부만 심사하고 가능하면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입법의 합리성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법령의 문언, 입법의 역사, 정책 및 관행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26)
세브론 법리의 이론적 근거로는 1)의회의 묵시적 위임, 2) 행정기관의 전문성, 3)정치적 책임성, 4) 그 밖의 이론적 근거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27)
1) 의회의 묵시적 위임(an “implicit” delegation)이란 ‘의회가 규제적 법령의 집행을 행정기관에게 위임할 때 그 법령에 대한 해석권한도 묵시적으로 함께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28)
스티븐스 대법관(J. Stevence)이 공기정화법(the Clean Air Act)의 구조를 살펴보면서 환경청(EPA)에 광범위한 권한의 위임이 있었고 의회가 그러한 문제들은 환경청(EPA)에 의해서 해결되도록 맡겨졌다고 결론내렸다.29) 의회가 집행권한을 부여하는 연방법률 제정하면서 특정 분야에 대해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것 자체가 묵시적으로 그러한 문제는 집행권한을 가진 기관이 해결할 것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연방 법원은 그러한 집행기관의 법령해석권을 존중해야한다는 것이었다.
2) 행정기관의 전문성이란 연방법원은 행정기관이 법률의 제정역사, 의회의 입법 의도 등에 대해 보다 잘 알고 있고 규제업계나 규제대상인 행위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용이하며 규제 법률을 집행한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행정기관의 법령해석권을 존중해 왔다는 것이다.30)
세브론 법리를 적용하기 위한 제2단계의 기준인 합리성 심사가 행정위원회 등에게 부여된 법령해석의 여지를 넓게 인정하게 되어 연방법원의 행정위원회 등의 행정입법을 무효로 판단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게 되어 결과적으로 연방법원이 행정위원회 등의 판단을 존중해주는 것이라고 해서 존중주의(Deference)라는 표현되기도 한다.31)
세브론 법리는 그 이전에 미국 연방법원에서 적용했던 Skidmore 존중주의를 단순화한 것으로 연방법원의 역할을 축소하고 가능하면 행정위원회 등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32)
미국 연방대법원이 세브론 법리를 확립된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난 2024년에 Loper Bright Enterprises v. Raimondo 판결33)에서 폐기하였다고 해서 위임금지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적용한다거나 확장된 행정국가의 현실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행정작용에 대한 사법심사를 전개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정책결정권 등을 포함한 행정위원회 등 행정기관의 법령해석권에 연방법원의 사법심사권을 행정절차법(A.P.A)의 규정에 따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된다.34)
Ⅳ. 맺으며
미국 연방대법원은 세브론 법리에 관한 Chevron U.S.A. Inc. v. Natural Resource Defence Council 판결(467 U.S. 837 (1984)를 파기하는 Loper Bright Enterprises v. Raimondo 판결(603 U.S.__ (2024))을 하였다. 이 판결은 연방법률의 의미에 대해 의회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행정위원회 등 행정기관의 법해석이 법률의 허용가능한(permissible) 해석이라고 판단된다면 비록 법원이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을 지라도 행정기관의 해석을 존중하고 따라야한다는 것이 세브론 존중주의를 파기하였다.
미국 연근해 해역에서 무분별한 어자원의 남획을 방지하고 건전한 어업자원 관리를 위해서 제정한 연방수산자원보전・관리법률(MSA)에 따르면 미국 관할인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 어업을 하는 경우 어업의 보존 관리에 필요한 데이터의 수집을 위해 1인 이상의 감시인(observer)이 선박에 탑승해야 하는데 그 비용은 국립해양수산청(NMFS))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해당 법률에서 법의 적용대상을 크게 세 분류로 열거하면서 대서양에서 청어 잡이에 종사하는 어선에 대해서는 감시인 관련 비용 부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연방정부기관인 국립해양수산청(NMFS)에서 법률에 대한 나름의 해석권을 발휘하여 관련 규정을 제정하여 대서양 경제수역의 청어잡이 어선에 직접 감시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였다. 이에 대서양 청어잡이 어업에 종사하던 이 사건 청구인들은 자신들에게 감시인 비용을 부담시킬 권한이 연방기관인 국립해양수산청(NMFS)에 없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고 연방제1심법원의 판결(544 F. Supp. 3d 82, 107 (DC 2021) 및 연방항소심 판결(45 F. 4th 359 (2022))에서는 세브론의 법리를 적용하여 국립해양수산청(NMFS)이 승소하였다. 법률문언의 모호성이 존재하더라도 행정기관의 법령해석이 허용가능할 정도로 합리적이라면 그 해석에 대해 법원이 존중을 해온 선례를 따른 것이었다.
로버트 대법원장(Roberts C.J.)이 집필하고 보수진영인 6인의 연방대법관들이 모두 동조한 법정의견에 따르면 법이 무엇인지 말하는 것은 사법부의 영역에 속하며 행정기관의 법령해석에 대한 존중이라는 선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 5 U.S.C. §706 (1946))에서 모호한 법률의 해석을 포함한 모든 법문제를 행정기관이 아니라 법원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법률에 부합하지 않은 행정작용을 법원이 파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률에 대한 행정기관의 법령해석에 법원이 구속될 필요가 없음을 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들을 제시하여 세브론의 법리를 파기한 것이다. 행정기관의 법령해석권에 대한 연방법원의 사법심사가 강화되었다는 측면에서 연방대법원의 Loper Bright Enterprises 사건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Skidmore 존중주의(Skidmore deference)는 파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륭이 모호한 경우에 행정기관의 법령해석권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법원의 사법심사권의 보다 강력하게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된다고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