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특허권의 효력에 대해 규정한 특허법 제94조 제1항에서 특허권 효력의 지역적 범위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에 따르면 특허권은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게 된다.1) 특허발명의 실시가 국내에 한정되어 있는 경우 특허권 침해 판단에 있어 속지주의 원칙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경제의 글로벌화, 기술의 네트워크화에 따라 특허발명의 실시가 초국경적 양상을 띠면서 특허권 침해 판단 시 속지주의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갖춘 물건(완성품)을 ‘생산’하여 국외로 ‘수출’하는2) 경우 이러한 행위가 특허권 침해에 해당함은 의문이 없지만, 특허발명의 구성요소 중 일부를 결여한 반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한 후 국외로 수출한 다음 국외에서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춘 물건(완성품)을 생산하는 경우 우리나라 특허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된다.3) 이와 같은 경우에는 우선 특허권의 직접침해가 문제 된다. 만일 속지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특허발명이 최종 생산된 곳은 국외이므로 우리나라 특허권의 직접침해가 성립하지 않게 되지만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한 가공·조립 단계만을 국외에서 실시하여 우리나라 특허권 침해를 회피하고자 하는 시도를 모두 용인한다면 특허권의 실질적 보호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직접침해’의 문제). 한편,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 따르면, ‘특허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소위 ’전용품‘)’을 생산하는 행위는 간접침해 행위에 해당하게 되는바, 수출되는 반제품이 전용품에 해당한다면 비록 특허발명의 생산 자체는 국외에서 이루어지더라도 반제품의 국내 생산 행위를 가지고 우리나라 특허권의 간접침해로 규율할 수 있는지, 아니면 최종 생산 행위가 국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전 단계 행위인 전용품의 생산이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속지주의 원칙에 비추어 우리나라 특허권의 침해로 볼 수 없는지 여부가 또 다른 쟁점이 된다(‘간접침해’의 문제).
대법원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노키아’ 사건4))과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다222782, 2019다222799(병합) 판결(‘봉합사’ 사건5))에서 위 쟁점에 대해 검토한 바 있는데, 올해 선고된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5다202970 판결(‘13가 백신’ 사건6))에서 이 쟁점에 대해 다시 검토하였다. 한편, ‘13가 백신’ 판결이 선고된 후 약 2개월이 경과한 2025. 7. 22.부터 시행된 특허법(이하 ‘2025 개정 특허법’7)이라 한다8)) 제127조에 따르면 ‘특허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의 ‘수출’이 새롭게 특허권의 간접침해 행위로 추가되었다. 이 글에서는 우선 위 세 건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살펴본 다음, 2025년 개정 특허법 제127조의 해석과 관련한 쟁점과 그 과제에 대해 주요국의 법리를 참고하여 검토해 본다.
Ⅱ. 반제품 수출 관련 3건의 대법원 판결9)
원고의 이 사건 특허발명은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이고10)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한 것은 이 사건 특허발명의 완성품(N95 완성품)과 반제품들(N95 반제품 및 N96 반제품)이었다.11)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의 소에서 1심 법원은,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 없이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보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12) 항소심 법원은, 피고의 반제품들은 특허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갖추고 있지 않으므로 직접침해가 성립하지 않고, 모두 외국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특허법의 속지주의에 따라 간접침해도 성립하지 않으며, 피고의 완성품은 침해 제품에 해당하나 이 사건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13)
대법원은, 피고가 생산하여 수출한 반제품들은 이 사건 특허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갖추고 있지 아니하여 이를 생산하는 행위는 이 사건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로 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다음, 간접침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즉,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인데,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특허권은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법리에 기초하여 대법원은, 피고가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한 반제품들은 간접침해 제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하였다. 다만, 원심판결에는 특허발명의 진보성 흠결에 기초한 권리남용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아 N95 완성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한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나머지 부분 상고 기각).14)
이 사건 특허발명은17) 안면 리프팅 시술(늘어나거나 주름진 피부를 당겨주어 탄력 있는 피부를 만들고 주름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의 시술)을 시행하는 데 사용되는 의료용 실 삽입장치에 관한 것으로 원고는 발명자로부터 특허권을 양수받은 자이다. 피고 C, D, H(이하 ‘피고 C 등’이라 한다)가 일본에 있는 O 병원에 판매하여 피부 리프팅 시술에 사용되도록 할 목적으로 피고 E 등 하청업체들을 통하여 국내에서 생산한 것은 이 사건 카테터와 허브, 봉합사, 봉합사 지지체의 개별 제품이다. 이 사건 카테터와 허브는 이 사건 제1항 발명의 ‘삽입경로 형성수단’과 ‘의료용 실 삽입장치’에 각각 대응하고 그 구성과 효과가 동일하며, 이 사건 제5항 발명의 추가 구성들은 피고 C 등이 생산한 허브와 봉합사의 개별 제품에 대응하고, 이 사건 제6항 발명의 추가 구성 중 ‘의료용 실의 단부에 의료용 실 지지체가 형성되어 있는’ 구성은 피고 제품 중 이 사건 봉합사와 봉합사 지지체의 개별 제품에 대응한다. 원고는 피고 C 등과 피고 E를 상대로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이 사건 판결에서는 여러 가지 쟁점이 다투어졌지만18) 이 글에서는 속지주의 쟁점을 중심으로 사안을 살펴본다.
1심 법원은, 피고 제품의 생산에 의한 이 사건 제6항 발명의 직접침해를 인정하였다.19) 다만, 1심 법원은 이 사건 제6항 발명의 추가 구성(상기 의료용 실의 단부에는 상기 의료용 실이 생체의 조직 내에 고정되도록 하기 위한 의료용 실 지지체가 형성되어 있는 것)에 피고 제품의 구성이 대응(페이스 업에는 피부 내부에서 실이 고정되도록 하는 이 사건 원뿔형 지지체가 있음)된다는 점만으로 침해를 인정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제6항 발명에 대한 직접침해를 인정한 1심 법원과 달리 특허법원은, 이 사건 봉합사에 이 사건 봉합사 지지체를 형성하려면 추가적인 가공을 거쳐야 하므로, 이 사건 봉합사는 ‘의료용 실 지지체’의 구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보아 이 사건 제6항 발명에 대한 침해를 부정하였다.20)
대법원은 특허권의 속지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아래 판시 내용 중 번호 ①부터 ④는 필자가 부가한 것이다).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의 발명에 관한 특허권자가 물건에 대하여 가지는 독점적인 생산·사용·양도·대여 또는 수입 등의 특허실시에 관한 권리는 특허권이 등록된 국가의 영역 내에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①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를 위한 부품 또는 구성 전부가 생산되거나 대부분의 생산단계를 마쳐 주요 구성을 모두 갖춘 반제품이 생산되고, ② 이것이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③ 그와 같은 가공·조립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여 ④ 위와 같은 부품 전체의 생산 또는 반제품의 생산만으로도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예외적으로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제품이 생산된 것과 같이 보는 것이 특허권의 실질적 보호에 부합한다.”
대법원은 위 법리를 사안에 적용하여, 피고 C 등이 이 사건 카테터와 허브, 봉합사, 봉합사 지지체의 개별 제품을 생산한 것만으로도 국내에서 이 사건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가 갖추어진 것으로서 그 침해가 인정된다고 보고, 원심 판결 중 이 사건 제6항 발명에 대한 침해를 부정한 부분을 파기하였다.
대법원 2019다222782, 2019다222799(병합) 판결(봉합사 판결)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도, 속지주의의 유연한 적용의 가능성을 인정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21) 미국·독일·영국·일본 등 주요국의 경우 특허권 속지주의의 완화된 적용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바(물론 완화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음), 경제·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초국경적 특허발명의 실시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봉합사 판결은 속지주의 관련 주요국 법리의 공통점에 부합하는 방향의 판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22)
한편, 봉합사 판결은 국내에서의 개별 구성품 생산만으로도 완성품 생산과 동일시하여 ‘간접’침해가 아닌 ‘직접’침해로 의율한 사안으로 노키아 판결과는 사안이 구별된다. 두 판결을 함께 읽으면, ① 국내에서의 행위를 특허발명의 실시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가 성립하고(봉합사 판결), ② 특허발명의 실시 전 단계의 행위를 넘어 특허발명의 실시행위라고 평가할 만한 행위가 국내에서 없는 경우에는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는 물론 간접침해도 성립할 수 없다(노키아 판결)는 결론에 도달한다. 다만, 봉합사 법리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남은 과제였고, 이에 대한 여러 견해가 제시되고 있었는데,23) ‘13가 페렴구균 백신’과 관련하여 이 문제에 대해 검토한 것이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이다.
이 사건 특허발명은 ‘폐렴구균 백신으로 사용하기 위한 13가 면역원성 조성물’이다.24) 피고는 국내에서 13가 면역원성 조성물이 구현된 상태에 이르지는 않은 13종 개별 접합체 원액을 생산하여 러시아에 수출하였고, 이러한 피고의 13종 개별 접합체 원액 생산 행위 자체가 이 사건 특허권을 침해하는지 문제 된 사안이다. 원고는 피고의 행위가 이 사건 특허권의 직접침해·간접침해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25) 침해금지·침해제품 폐기 등을 청구하였다.
1심 법원은, 피고 제품은 특허발명의 주요 구성을 모두 갖춘 반제품에 해당하고,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피고 제품 생산 이후 러시아에서 예정된 ‘혼합공정’은 극히 사소·간단하므로(혼합공정은 통상의 기술자에게 기술적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임), 봉합사 법리에 따라 피고의 행위는 이 사건 특허권의 직접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26)
반면 항소심 법원은, 피고 제품은 특허발명의 주요 구성을 모두 갖춘 반제품에 해당하고,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으나, 혼합 공정이 13가 면역원성 조성물을 구현하는 데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이를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다고 볼 수 없고,27) 혼합 공정에서 각 개별 접합체 원액의 투입량, 혼합비율, 혼합순서, 혼합조건(온도, 시간, 속도, pH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13가 면역원성이 구현되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13종 개별 접합체 원액의 생산만으로도 이 사건 특허발명의 작용효과인 13가 면역원성을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봉합사 법리에 따라 피고의 행위는 이 사건 특허권의 직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28) 또한, 항소심 법원은, 피고가 생산한 13종 개별 접합체 원액은 모두 M에게 수출되어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노키아 법리에 따라 피고의 행위는 이 사건 특허권의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29)
대법원은,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과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을 확인한 후 봉합사 판결이 판시한 ‘특허권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제품이 생산된 것과 같이 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특허권의 속지주의 원칙과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을 고려하여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대법원은, 피고가 13종 개별 접합체 원액을 생산한 행위는 이 사건 특허권의 직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았다. 나아가 노키아 법리도 다시 한번 확인한 다음, 피고가 생산한 13종 개별 접합체 원액은 모두 수출되어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으므로 피고의 행위가 이 사건 특허권의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 판단도 잘못이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은 우선 직접침해에 적용되는 봉합사 법리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즉, 봉합사 법리는 ‘국내에서의 부품 생산과 외국에서의 가공·조립’이 사실상 국내에서의 실시와 다를 바 없을 정도에 이른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을 뿐, 이를 만연히 확대 적용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30) 앞서 본 바와 같이 봉합사 판결 이후 해당 법리의 포섭범위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은 이에 대해 약간의 답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봉합사 법리 중 ‘극히 사소·간단’은 어느 정도까지 포섭할 수 있는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점이 있고, 특허권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여부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다음으로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은, 노키아 법리 즉, 간접침해 성립과 관련한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 요건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즉, 완성품 생산이 국외에서 이루어진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인 반제품의 국내 생산은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 선고 약 2개월 후 2025년 개정 특허법이 발효되어 전용품의 ‘수출’ 행위가 간접침해에 해당하게 되었으므로 현행 특허법상 노키아 사건, 13가 백신 사건은 어떻게 판단될 것인지, 제127조에 대한 추가 개정의 필요성은 없는지 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래에서는 우선 특허법 제127조의 개정 경위와 주요국의 관련 법리에 대해 살펴본다.
Ⅲ. 2025년 개정 특허법 제127조
구 특허법(2025. 1. 21, 법률 제20700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상 발명의 실시 행위 규정(제2조)에 ‘수출’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해외로 수출하는 물건에 대한 특허권자의 권리침해를 보호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2025년 개정 특허법은 실시 행위에 수출을 추가하였다.31) 이와 관련하여, ‘실시’, ‘사용’ 등의 개념에 수출’을 포함하고 있는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등과의 조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고, 특허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의 수출을 금지하는 관세법, 불공정무역조사법의 실체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특허법상 실시 행위에 ‘수출’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있었고,32) 일본 특허법(제2조)의 경우에도 특허법상 실시 행위에 ‘수출’이 포함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할 수 있는 입법 조치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실시 행위 규정과 ‘관련된 규정’을 개정한다는 취지로 면밀한 검토 없이 간접침해 규정인 특허법 제127조에 ‘수출’을 추가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33) 수출 행위 자체는 국내에서 행해지는 행위이다. 따라서 특허권 효력 강화를 위해 ‘특허권을 직접 침해하는 물건’의 수출을 규율하는 것은 속지주의 관점에서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특허 물건의 국외 생산을 위해 ‘특허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국내에서 생산한 다음 ‘수출’하는 행위를 간접침해로 규율할 수 있는지 여부는 직접침해 물건의 수출과는 다른 문제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대법원은 간접침해 성립과 관련하여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이 필요함을 분명히 했다(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과 노키아 판결). 노키아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지만 디자인보호법도 실시 행위에 수출을 추가하면서 간접침해 행위에도 수출을 추가하는 개정이 있었고 이와 같은 개정의 문제점은 이미 지적된 바 있다.34) 이번 특허법 개정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판이 가능하다. 이하에서는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과 관련한 주요국의 법리를 살펴본 다음 개정된 제127조의 의미를 살펴본다.
반제품의 국내 생산이 ‘직접침해’에 해당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미국·영국·독일·일본의 경우,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특허 물건의 ‘국내 실시’로 볼 수 있는 법리가 판례 또는 입법에 의해 마련되어 있다.35) 미국의 경우 1시간 이내에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모두 갖춘 완성품으로 조립 가능한 반제품을 미국에서 생산하여 브라질로 수출한 피고의 행위가 특허권의 직접침해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연방대법원이 5:4의 근소한 차이로 침해를 부정했지만(Deepsouth Packing 판결),36) 1984년 미국 특허법에 제271조(f)가 신설되어 ① 특허발명의 구성품들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all or a substantial portion)을 미국에서 국외로 공급하면서 국외에서의 조립을 적극 유도하는 경우에는 제271조(f)(1)에 따라, ② 기여침해 요건을 충족하는 특허발명의 구성품을 국외에서 조립될 것임을 알면서 미국에서 국외로 공급하는 경우에는 제271조(f)(2)에 따라, 공급자가 침해 책임을 지게 된다. 독일의 경우, 특허 물건의 ‘생산’의 의미를 폭넓게 해석하여 완성품에 이르지 않은 경우에도 ‘발명적 개념(inventive thought)’이 구현되어 있는 경우에는 ‘생산’으로 보는 법리가 정립되어 있고37) 이러한 법리는 최종적인 완성품 생산 행위가 ‘국내’에서 종결된 경우이든 ‘국외’에서 종결된 경우이든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38) 영국과 일본의 경우 반제품의 국내 생산을 특허 물건의 국내 생산으로 본 하급심 판결례가 존재한다.39)
한편, 반제품의 국내 생산을 ‘직접침해’로 규율하기 곤란한 사안의 경우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법리가 상이하다. 독일·영국·일본의 경우 간접침해 성립에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 충족을 요구하고 있다.40) 즉,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 및 노키아 판결과 같은 입장인 것이다. 한편, 미국의 경우 다른 국가의 간접침해 규정에 대응하는 제271조(b) 및 (c)의 간접침해 성립은 미국 내 직접침해가 전제로 되어야 하지만, 제271조(f) 신설에 의해 해당 규정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국외에서의 조립을 위해 반제품을 미국으로부터 공급하는 행위를 침해로 규율할 수 있다.
구 특허법41) 제127조에서는 전용품42)을 업으로서 생산, 양도, 대여, 수입, 양도·대여의 청약을 하는 경우 간접침해에 해당하였다. 대법원은 구 특허법 제127조의 적용이 문제 된 노키아 사건과 ‘13가 백신’ 사건에서,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서 말하는 ‘생산’이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하므로, 이러한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는 경우에는 그 전 단계의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두 사건 모두 특허가 물건의 발명에 관한 것이어서 특허법 제127조 제1호가 문제 된 것인데, 그 취지는 방법 발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특허 물건의 생산이나 특허 방법의 실시가 ‘국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전용품의 국내 생산, 양도, 대여, 양도·대여의 청약 행위는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전용품의 생산 장소와 특허 물건의 생산 장소를 기준으로 보면, ① 전용품의 ‘국내’ 생산 후 ‘국내’에서 특허 물건이 생산되는 경우, ② 전용품의 ‘국내’ 생산 후 국외로 수출되어 ‘국외’에서 특허 물건이 생산되는 경우, ③ 전용품의 ‘국외’ 생산 후 국내로 ‘수입’되어 ‘국내’에서 특허 물건이 생산되는 경우, ④ 전용품의 ‘국외’ 생산 후 ‘국외’에서 특허 물건이 생산되는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대법원이 판시한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 요건을 각 경우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과 ③의 경우 특허 물건의 ‘국내 생산’ 요건을 충족하고 전용품의 생산(①의 경우)과 수입(③의 경우)이 국내에서 이루어졌으므로 간접침해가 성립한다. ④의 경우 전용품의 생산과 특허 물건의 생산이 모두 국외에서 발생하므로 간접침해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노키아 사건과 13가 백신 사건과 같은 ②의 경우, 전용품의43) 생산 자체는 국내에서 이루어졌지만 특허 물건의 생산이 국외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 요건에 따라 간접침해가 부정된다.
그렇다면 2025년 개정 특허법 제127조에 ‘수출’이 추가된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앞의 ①부터 ④ 중 ①과 ③은 특허 물건의 ‘국내 생산’을 전제로 하므로 전용품의 ‘수출’과 관계없고, ④의 경우 모든 행위가 국외에서 발생하므로 수출을 포함한 국내 행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②의 경우는 전용품의 국내 생산 후 수출이 발생하고 이후 특허 물건의 국외 생산이 발생하는데, 대법원이 판시한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 요건에 따르면 앞서 본 바와 같이 간접침해가 성립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제127조에 수출을 추가하는 개정에도 불구하고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 요건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해당 개정이 전용품을 수출한 다음 다시 국내로 수입하여 국내에서 특허 물건을 생산하는 경우를 규율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수출 후 수입을 거쳐 결국 ①의 경우로 귀결되므로 제127조에 수출을 추가한 것이 의미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제127조에 수출을 추가한 것은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 요건을 입법적으로 폐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문제 때문에 특허발명의 실시 행위에 수출을 추가하면서도 간접침해 행위에는 수출을 추가하지 않았는데,44) (공개된 국회 입법 자료에 따르면) 우리 특허법과 디자인보호법은 이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개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이해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국외에서의 특허발명의 실시와 관련된 국내에서의 행위를 일정한 요건하에 규율하는 입법(소위 ‘속지주의 완화 규정’)을 하게 된 것인데, 앞서 살펴 본 주요국 중 이와 같은 입법을 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미국 특허법 제271조(f)). 이하에서는 미국 특허법 제271조(f)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우리 특허법 제127조 개선에 참고할 시사점을 도출해 본다.
Ⅳ. 미국 특허법 제271조(f)의 운영 현황45)
미국 특허법 제271조(f)는 두 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271조(f)(1)은 유도침해 규정인 제271조(b)에 상응하는 내용으로,46) 제271조(f)(2)는 기여침해 규정인 제271조(c)에 상응하는 내용으로47) 마련되었다.48) 즉, ① 특허발명의 구성품들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all or a substantial portion)을 미국에서 국외로 공급하면서 국외에서의 조립을 적극 유도하는 경우(제271조(f)(1)) 및 ② 기여침해 요건을 충족하는 특허발명의 구성품을 국외에서 조립될 것임을 알면서 미국에서 국외로 공급하는 경우(제271조(f)(2))에 공급자는 침해 책임을 지게 된다.
제271조(f)의 해석과 관련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기본 입장은, 역외적용 배제 추정에 입각하여 제271조(f)의 확대 해석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49) 이러한 기본 입장을 토대로 판례에서 검토된 몇 가지 쟁점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제271조(f)는 직접침해 규정이 아니라 침해간주 규정이다.50) 직접침해 규정(제271조(a))의 경우 “∼ 하는 자는 특허(권)을 침해한다(infringes the patent)”로 되어 있지만, 제271조(f)는 제271조(b) 및 (c)와 마찬가지로 “∼ 하는 자는 침해자로 책임을 진다(shall be liable as an infringer)”로 되어 있다. 또한, 판매(sell)뿐 아니라 판매의 청약(offer to sell)도 침해행위에 포섭하는 직접침해 규정(제271조(a))과 달리, 제271조(f)의 경우 ‘공급(supply)’이 아닌 ‘공급의 청약(offer to supply)’은 침해 행위로 규율하지 않는다.51)
다음으로 제271조(f)(1)은 제271조(b)를, 제271조(f)(2)는 제271조(c)를 각각 참고하여 마련되었지만, 국외에서의 최종 조립이 요구되지는 않으며 국외 조립을 의도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점에서 직접침해를 전제로 하는 제271조(b) 및 (c)와 다르다.52) 또한, 방법 특허에 적용되지 않는 점에서도 제271조(f)와 제271조(b)·(c)는 차이가 있다.53) 또한, 주관적 요건으로 (i) 특허의 존재와 (ii) 구성품들의 결합이 침해에 해당함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을 요구하는 제271조(b)와 달리 제271조(f)(1)에서는 구성품들의 결합을 의도하면 충분하다.54) 나아가 제271조(b)를 참고하여 마련된 제271조(f)(1)의 경우 침해가 문제된 물건에 비침해 용도가 있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55)
한편, 구성품들이 단지 미국을 경유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제271조(f)가 적용되지 않으며,56) 국외에서의 결합의 주체가 제3자가 아닌 미국 내 공급자인 경우에도 제271조(f)가 적용될 수 있다는 CAFC 판결례도 있다.57)
이 사건 특허발명은 녹음된 음성을 디지털 방식으로 인코딩 및 압축하는 장치에 관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의 윈도우(Windows) 소프트웨어(SW)가 설치되지 않은 컴퓨터나 설치되지 않은 상태의 윈도우 SW는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지만, 컴퓨터에 윈도우가 탑재되어 특허 받은 음성 프로세서로 작동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특허권을 침해하게 된다. MS는 윈도우 SW를 마스터 디스크 형태로 국외로 수출하거나 전자적으로 전송하였고 국외에서 이것으로부터 복제된 윈도우 SW가 국외에서 생산된 컴퓨터에 탐재되었는데, 이 경우 제271(f)(2)에 따라 MS의 침해 책임이 발생하는지 문제 되었다.
침해를 인정한 연방관할항소법원(CAFC)과 달리58) 대법원은, 매체에 저장되지 않은 SW는 ‘결합의 대상이 되는 구성품(components amenable to combination)’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271조(f)의 적용을 부정하였다.59) 이러한 판시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작되어 국외로 수출된 골든마스터디스크에 저장된 소프트웨어 코드가 국외에서 생산된 최종 제품 완성에 직접 사용된 경우에는 제271조(f)가 적용되지만,60) 미국에서 제작되어 국외로 수출된 골든마스터디스크에 저장된 소프트웨어 코드가 국외에서 복제된 후 복제본을 사용하여 최종 제품을 생산한 경우에는 제271조(f)가 적용되지 않게 된다.61)
이 사건 특허발명은 5개의 구성품으로 이루어진 유전자 테스트 키트에 관한 것이다. 피고는 특허발명의 5개의 구성품 중 1개만 미국에서 생산하여 영국으로 보낸 다음 영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나머지 4개의 구성품과 조립하여 테스트 키트를 완성하였다. 1심은 침해를 부정하였고, 항소심은 침해를 긍정하였는데 대법원은, 제271(f)(1)의 ‘상당 부분(substantial portion)’이라는 용어가 정성적이 아닌 정량적 뜻을 가지므로 다수 구성품으로 이루어진 발명에서 하나의 구성품을 제공하는 행위는 제271(f)(1)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침해를 부정하였다.62) 다만, ‘상당 부분(substantial portion)’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의 구성품이 필요한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이 사건 특허발명은 해저에 매장되어 있는 원유·가스 탐사에 사용되는 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ION사는 WesternGeco사의 특허제품에 대한 경쟁제품의 ‘구성품들(components)’을 생산한 후 이를 외국의 고객에게 선적하였고, 외국의 고객들이 국외에서 완성품을 조립하고 이를 사용하였다.63) ION사의 행위에 대해 제271조(f)(2)에 따른 특허권 침해가 인정되었고 위 판결은 이러한 사안에서 외국에서의 일실이익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고 있다.
미국에서 Deepsouth Packing 판결로 인한 법적 규율의 공백(loophole)에 대응하여 신설된 제271조(f)의 운영 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은 점들이 파악된다.
첫째, 제271조(f)(1)은 Deepsouth Packing 사건과 같은 경우(모든 또는 거의 모든 구성품을 미국에서 공급한 경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제271조(f)(2)는 발명의 핵심을 구현한 중요한 구성품 하나가 국외에서 다른 중요하지 않은 구성품과 결합되는 경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인데, 제271조(f) 적용이 문제된 사안을 보면 대부분 제271조(f)(1)에 대한 것이며 제271조(f)(2)가 문제된 사례는 많지 않다. 결국 제271조(f)는 Deepsouth Packing 사건과 유사한 사안에서 주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연방대법원은 역외 적용 규정의 예외적 성격(the presumption against extraterritoriality)을 고려하여 제271조(f)의 해석에 있어 엄격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제271조(f)의 적용이 문제된 사안의 경우 침해가 인정된 사안보다는 부정된 사안이 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제271조(f)는 제271조(b) 및 (c)를 참고하여 마련하였지만 구체적 요건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다. 제271조(f)의 경우 물건 발명에만 적용되고 방법 발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 주관적 요건에서도 제271조(b) 및 (c)와 차이가 있다는 점 등에 주의해야 한다.
넷째, 제271조(f)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제271조(f)(2) 적용이 문제된 사안에서 SW 공급의 실태에 비추어 보면 다소 불합리한 결과를 도출하였고,64)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뿐 아니라65) 해당 조항의 폐기를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66)
이와 같은 점들은 우리 제도 개선 방안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Ⅴ. 제도 개선 방안
봉합사 법리가 적용되어 직접침해(국내 생산)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실시를 위한 부품 또는 구성 전부가 생산되거나 대부분의 생산단계를 마쳐 주요 구성을 모두 갖춘 반제품이 생산되고, ② 이것이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으며, ③ 그와 같은 가공·조립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하여 ④ 위와 같은 부품 전체의 생산 또는 반제품의 생산만으로도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은 위 ①부터 ④의 관계에 대해 특별한 언급 없이, ③과 ④를 별개의 요건으로 보고 두 요건의 충족을 모두 부정한 원심(특허법원) 판단을 수긍하고 있다. 원심(특허법원)의 판단을 보면, 13종 개별 접합체 원액의 투입량, 혼합비율, 혼합순서, 혼합조건은 13가 면역원성 조성물 구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③과 ④를 부정하는 공통 근거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제품 생산 후 수출이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대부분 ①과 ②는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봉합사 사건과 13가 백신 사건에서도 모두 ①과 ②의 충족은 다툼이 없었다. 다만, 봉합사 사건에서는 ③과 ④의 충족이 인정된 반면, 13가 백신 사건에서는 ③과 ④ 모두 충족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③과 ④의 충족 여부가 다르게 판단되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봉합사 법리가 결국 반제품의 생산을 완성품의 국내 생산으로 보기 위한 요건이므로 ‘부품 전체의 생산 또는 반제품의 생산만으로도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④를 궁극적 판단 기준으로 보고, ①부터 ③이 충족되면 결과적으로 ④가 충족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67)
한편, 봉합사 법리의 사안 포섭과 관련하여 학설상으로도 주로 ③에 대한 견해가 나뉘어 있었다. 나사 결합으로 간단히 조립할 수 있는 머그컵과 뚜껑에 관한 가상 사안이나(모두 침해 긍정),68) 미국 Deepsouth Packing 사건69)(침해 부정 또는 침해 인정 불확실)에 대해서는 견해가 대략 일치하지만,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는 의자나 청소기에 대해서는 ③의 인정 여부에 대해 견해가 나뉜다.70) 그런데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이 봉합사 법리의 엄격한 적용을 강조하였으므로 봉합사 법리가 미국 Deepsouth Packing 사건에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이고, 이런 점에서 봉합사 법리 적용의 외연이 약간 명확해진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사소·간단’을 가지고 ‘극히 사소·간단’으로 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고 판결례의 축적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또한,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의 판시(봉합사 법리의 엄격한 적용)가 현행법의 해석론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미국 Deepsouth Packing 사건의 침해가 부정되는 법리가 타당한지 혹은 13가 백신 사건이 결론이 타당한지 하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고 본다.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특허발명의 실시가 초국경적 양상을 띠면서 조립을 국외에서 함으로써 특허권 침해를 회피하는 시도가 더욱 증가할 것임을 고려하면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에 대한 입법적 보완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특허법 제127조에 수출을 추가한 것은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 요건을 입법적으로 폐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즉,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속지주의 완화 규정을 마련하게 된 것인데,71) 개정된 제127조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우선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측면이 있다. 제271조(f)를 입법한 미국을 제외하고는 독일·영국·일본 모두 ‘국내에서의 반제품 생산과 외국에서의 가공·조립’이 사실상 국내에서의 실시와 다를 바 없을 정도에 이른 경우를 직접침해로 규율하는 데 관련 법리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국내·외 관련 판결례도 대부분 이와 같은 경우에 관한 것이다.72) 물론 미국의 경우, 특허 물건에 거의 근접한 반제품을 국외에서의 특허 물건 생산 의도로 미국에서 국외로 공급하는 행위뿐 아니라(제271조(f)(1)), 기여침해 요건을 충족하는 특허 물건의 구성품을 국외에서의 특허물건 생산 의도로 미국에서 국외로 공급하는 행위(제271조(f)(2))도 침해로 보는 규정을 두고 있고 후자의 경우 우리 특허법 제127조의 ‘수출’과 대응되는 규정이라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실제로 제271조(f)(2)가 적용되어 침해가 인정된 사례는 드물고,73) 침해가 인정된 사례는 대부분 제271조(f)(1)이 적용된 경우이다. 이처럼 주요국에서도 특허 물건에 거의 근접한 반제품의 수출을 중심으로 법리가 형성되어 있는데, 제127조의 경우 특허 물건에 전혀 근접하지 않은 전용품의 수출을 모두 침해로 규율하는 점에서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미국 특허법 제271조(f)(2)와 비교하더라도 주관적 요건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제127조는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미국 특허법 제271조(f)(2)의 경우, 실질적인 비침해적 사용에 적합한 거래상 범용품이나 필수품이 아닌 것으로서 특허발명에 사용되도록 특별히 제조되었거나 특별히 개조된 특허발명의 구성품(기여침해 물건)을 국외에 공급하는 것만으로 침해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구성품이 특허발명에 사용되도록 특별히 제조되었거나 특별히 개조되었음을 알고 있어야 하며 또한 국외에서 완성품의 조립도 의도하여야 한다(주관적 요건). 예를 들어, 봉합사 사건의 특허발명의 구성품 중 하나인 카테터의 경우 전용성이 인정되어 간접침해 물건으로 인정되었는데, 특허법원은 카테터 공급자가 특허의 존재 등을 몰랐다고 보아 과실 추정이 복멸되어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과실 추정을 복멸할 정당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원심 판단을 파기하였다.74) 만일 국외에서의 특허발명의 조립에 대한 의도 없이 단순히 카테터를 국외로 수출하였더라도 개정 제127조에 따르면 침해에 해당하게 되는데 타당한 결론인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불합리한 결과를 막기 위해서는 전용품 수출의 침해 인정에 최소한 주관적 요건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 개정 제127조는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측면도 있다. 왜냐하면 반제품 수출 행위가 침해로 되기 위해서는 해당 반제품에 ‘전용성’이 인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특허 물건에 거의 근접한 반제품에 해당하더라도 해당 반제품의 전용성이 부정되면 침해로 볼 수 없게 된다. 반제품 수출의 간접침해 여부가 문제 된 노키아 사건과 13가 백신 사건의 경우 문제 된 반제품의 ‘전용성’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75) 반제품의 국내 생산이 간접침해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① 전용성과 ② 이중 국내관련성이 모두 충족되어야 하는데 두 사건 모두 이중 국내관련성이 부정된다는 점만으로 바로 간접침해를 부정하였기 때문이다. 두 사건의 반제품이 특허발명의 실시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큰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전용성 요건을 충족할 것인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13종 개별 접합체 원액의 경우 13가 백신 외에 다른 백신(예를 들면 14가 이상의 백신)에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할 경우 전용성 인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봉합사 법리를 입법적으로 보완하여 반제품 수출을 규율할 경우, 봉합사 사건의 카테터에 비해 규율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노키아 사건의 반제품과 13가 백신 사건의 반제품이 그 포섭 범위에서 제외될 수 있는 점에서 개정 제127조는 그 적용범위가 좁은 면이 있다.
반제품의 수출과 관련하여서는 ① 특허 물건에 근접한 반제품의 수출과 ② 전용품의 수출 중 ①을 규율할 필요성이 크다. ①의 경우 국내에서의 반제품 생산이 국내에서의 실시와 다를 바 없는 경우를 포섭하고자 하는 것인 반면, 간접침해 규정에 기초한 ②의 경우 특허발명의 여러 구성품 중 단지 하나만 수출하더라도 그것이 전용품인 경우에는 침해로 되기 때문에 속지주의와 간접침해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지나친 점이 있다. 즉, 특허발명의 국내 실시에 근접한 행위인 ①과 달리 ②는 ①과 같은 행위가 없는 특허발명의 국외 실시와 관련된 전용품 수출도 침해로 보게 되어 속지주의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으며, 같은 이유로 특허권을 부당하게 확장하지 않는 범위에서 특허권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간접침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개정 제127조는 특허 물건에 근접하지 않는 전용품의 수출만으로도 침해가 성립하는 점, 전용성만 충족하면 주관적 요건 없이 침해가 성립하는 점 등에서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측면이 있는 한편, 특허 물건에 근접한 반제품의 수출도 전용성이 부정되면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 점에서 그 적용범위가 제한적인 문제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의 과제(봉합사 법리 중 ‘극히 사소·간단’ 요건의 엄격함으로 인해 특허권 침해 회피 의도가 명백한 반제품 수출 행위 규율이 어려운 점)도 해결하는 방향으로 제127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 즉, 봉합사 법리를 출발점으로 하여 미국 특허법 제271조(f)(1)을 참고하되 제271조(f)(1)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76) 미국 특허법 제271조(f)(2)의 경우 우리 특허법 제127조와 달리 주관적 요건을 요구하여 그 적용범위가 다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위 ②에 가까운 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제127조 개정 방향에 긍정적으로 참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봉합사 법리와 미국 특허법 제271조(f)(1)은 모두 물건의 발명에 적용되는 점과 유사한 요건을77) 두고 있는 점에서 공통된다. 다만,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이 봉합사 법리의 요건 ③(극히 사소·간단)과 ④(작용효과 구현 가능 상태)를 엄격하게 해석하여78) 봉합사 법리는 그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고, 미국 특허법 제271조(f)(1)의 경우 그 적용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문제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봉합사 법리의 경우,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할 것(요건 ③)’ 및 ‘특허발명의 각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일체로서 가지는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을 것’(요건 ④)을 요건으로 함으로써 부품 전체의 생산 또는 반제품의 생산을 ‘완성품의 생산과 동일시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해 침해(국내 생산)가 인정될 것이지만, 미국 특허법 제271조(f)(1)의 경우 반제품의 생산이 완성품의 생산과 동일시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침해로 인정될 수 있는 반제품의 범위가 좀 더 넓다고 볼 수 있다. 즉, 미국 특허법 제271조(f)(1)에 따르면 국외에서 예정된 가공·조립이 반드시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한 정도일 필요까지는 없으므로 침해로 의율될 수 있는 반제품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넓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범위가 불명확한 단점은 존재한다. 예를 들면, 특허발명의 구성품(component) 수량의 판단 기준, 특허발명의 구성품(component)의 수량이 정해진 경우 ‘상당 부분(substantial portion)’에 해당하는 정량적 수량의 판단 기준(특허발명의 전체 구성품이 5개일 경우 상당 부분은 3개인지 4개인지) 등이 문제될 수 있다. 따라서 봉합사 법리의 요건 ③과 ④를 삭제하여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의 문제를 해결하되, ‘공급된 반제품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특허 물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을 요건으로 추가하여 미국 특허법 제271조(f)(1)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위 개정안 중 ‘특허 물건의 생산을 위한 구성품79) 전부를 갖춘 반제품 또는 대부분의 생산단계를 마쳐 주요 구성품을 모두 갖춘 반제품’은, 봉합사 법리의 요건 ①을 약간 수정한 것이다. 위 문구의 앞 부분인 ‘특허 물건의 생산을 위한 구성품 전부를 갖춘 반제품’은 구성품 완비 키트(a complete kit of parts)를 상정한 것이고, 위 문구의 뒷부분인 ‘대부분의 생산단계를 마쳐 주요 구성품을 모두 갖춘 반제품’은 구성품 미완비 키트(an incomplete kit of parts)를 상정한 것이다. 다음으로 ‘국외에서 그 물건이 생산되도록 할 의도’는 봉합사 요건 ②를 수정한 것이다 특허권의 직접침해에는 일반적으로 주관적 요건이 요구되지 않지만, 속지주의를 완화하여 특허발명의 국외 실시와 관련된 국내 행위를 규율할 경우에는 주관적 요건을 포함하여 그 적용을 다소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미국 특허법 제271조(f)(1)의 경우도 주관적 요건을 요구하고 있고,80) 간접침해 규정에 주관적 요건을 포함한 입법례(영국·독일·일본 등)도 적지 않으므로 제127조에 주관적 요건을 포함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봉합사 요건 ②(반제품이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가 충족되면 이 주관적 요건도 통상 충족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침해로 보는 ‘행위’는 제127조 제1호의 ‘행위’ 중 생산, 양도, 수출을 포함하여 특허 물건의 국외 생산을 위한 반제품의 생산부터 수출까지의 과정에 관여하는 자의 행위를 규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반제품 ‘수입’의 경우 국외 생산 의도라면 다시 수출을 하게 되므로 ‘수출’로 규율할 수 있고, 그렇지 않고 반제품의 수입 후 국내에서 특허 물건을 생산하게 되면 그 자체로 직접침해가 성립하므로 신설되는 제2호에 포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신설되는 제2호에서 중요한 것은 괄호의 요건이다. 봉합사 법리의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할 것’은 너무 엄격한 요건이고, 미국 특허법 제271조(f)(1)은 봉합사 법리에 대응되는 요건이 아예 없어 적용범위가 불명확한 것이 문제이므로, ‘극히 사소·간단’보다는 완화된 요건으로 균등론의 변경용이성을 참고하여 제안한 것이다. 균등론의 경우 특허발명의 사소한 변경으로 침해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리인데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주요국의 균등론에서 공통적으로 ‘변경용이성’을 요구한다. 특허 물건의 국외 생산을 위한 반제품의 수출도 침해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므로, 국외에서의 마지막 단계 가공·조립이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정도’인지 여부를 침해의 판단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균등론의 변경용이성 판단 기준 시점이 ‘침해시’인 것과 달리81) 위 개정안의 결합용이성 판단 기준 시점은 ‘출원시’로 하였다. 균등론의 경우, 출원 이후의 기술을 활용하여 특허권 침해를 쉽게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침해시를 기준으로 변경용이성을 판단하는 것이지만, 위 개정안의 경우 국내에서의 반제품 생산이 국내에서의 실시와 다를 바 없는 경우를 포섭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특허발명의 중요한 기술적 특징이 국외에서 실시되는 경우까지 포섭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통상의 기술자에 있어 구성품들의 결합·혼합이나 미완비 구성품의 추가 등이 특허발명의 출원 전에는 쉽지 않았는데 특허발명에 의해 비로소 쉽게 된 경우라면 결국 국외에서의 가공·조립이 특허발명의 중요한 기술적 특징을 실시하는 것에 해당하므로 이와 같은 경우까지 국내 실시로 간주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위 개정안을 기존 국내·외 판결례와 선행연구에서 검토된 가상 사안에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예상된다.
봉합사 법리와 현행 제127조 및 제127조 개정안의 적용 결과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예상되는 것은 Deepsouth 반제품 및 노키아 반제품 사안이다.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에서 확인된 엄격한 봉합사 법리를 적용하면, Deepsouth 반제품 및 노키아 반제품의 마지막 단계 가공·조립은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할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직접침해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 또한, 현행 제127조를 적용할 경우 전용성 요건 충족 여부가 불명확하여 명확히 침해로 판단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제127조 개정안에 따르면 Deepsouth 반제품 및 노키아 반제품의 수출은 침해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Deepsouth 반제품의 경우 특허 물건의 모든 구성품이 구비되어 있고 1시간 이내 조립이 가능하므로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노키아 사건의 특허발명은 하부본체에 ‘통상의 입력 숫자 키패드’ 외에 별도의 기능 키패드를 구비하여 상부본체가 하부본체에 대해 양방향으로 상대 슬라이딩 될 때 통신기능 및 멀티미디어 기능을 적절히 사용하게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구조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노키아 판결에 대한 판례 해설에 소개된 원고의 주장을88) 사실로 보면, N95와 N96의 반제품을 특허 물건으로 완성하기 위해 국외에서 이루어진 작업은, ① 기본키패드 위에 통상의 숫자입력키패드를 부착하고, ② 키패드 작동 SW를 설치하는 것이다.89) 그런데 노키아 사건의 특허발명은 통신기능 및 멀티미디어 기능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구조에 특징이 있는 것이지 단말기 ‘숫자입력 키패드’의 하드웨어인 ‘키패드’나 키패드 작동 SW에 특징이 있는 것이 아닌 점, 추가로 필요한 구성품인 숫자입력키패드와 키패드 작동에 필요한 SW는 특허발명의 출원 전 알려진 기술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마지막 단계의 가공·조립은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제127조 개정안은 Deepsouth 반제품뿐 아니라 노키아 반제품에도 적용 가능하다. 즉, 구성품 완비 반제품(Deepsouth 반제품)뿐 아니라 구성품 미완비 반제품(노키아 반제품)에도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 제127조 개정안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13종 백신 원액의 경우에도 그 혼합공정이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정도라면 침해가 인정될 것이다. 다만, 해당 사건의 판결문에 기재된 정보만으로는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 보인다.90) 나아가 청소기 반제품과 의자 반제품에 대한 봉합사 법리의 적용 가부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뉘지만 제127조 개정안을 적용할 경우 침해가 성립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현행 제127조의 경우 침해로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봉합사 사건 카테터 수출은 그 적용 범위에 포섭하는 반면, Deepsouth 반제품, 노키아 반제품, 청소기 반제품 및 의자 반제품의 경우 그 적용 여부가 불확실한 단점을 드러낸다. 결국 제127조 개정안은 ‘극히 사소·간단’이라는 엄격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판단 기준 대신 균등론의 법리를 참고할 수 있는 ‘결합용이성’이라는 기준을 채용함으로써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의 과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전용성만으로 침해 여부를 판단함으로써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서 또 좁은 제127조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위 <표>만 보면, 제127조 개정안과 미국 특허법 제271조(f)(1)의 판단 기준에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127조 개정안은, 제271조(f)(1)보다는 요건을 강화하여(결합용이성 요건을 추가함)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지 않게 함과 동시에 ‘상당 부분(substantial portion)’과 관련한 제271조(f)(1) 해석의 불명확성 문제도 해소한 점에서 제271조(f)(1)과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현행 특허법 제127조 제2호는 ‘특허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의 ‘수출’도 침해로 규정하고 있다. 간접침해 물건의 ‘수출’을 침해로 규율하는 입법례는 주요국 중 미국을 제외하고는 없는데 미국의 경우도 물건의 발명과 방법의 발명 모두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기여침해 규정(제271조(c))과 다르게91) 제271조(f)(2)는 기여침해 규정을 참고하여 마련하였음에도 물건의 발명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다.92) 즉, 속지주의를 완화한 규정인 제271조(f)는 방법 특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93)
속지주의를 완화하는 규정에서 우리 특허법 간접침해 규정의 전용성 요건을 그대로 채택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음은 앞서 물건의 발명에서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방법의 발명의 경우 미국처럼 속지주의 완화 규정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할 것인가? 물건의 발명에서 ‘특허 물건에 근접한 반제품’의 수출을 침해로 규율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방법의 발명의 경우에도 ‘특허 방법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의 수출은 침해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특허 방법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을 생산하는 경우 특허 방법의 기술적 사상을 사실상 국내에서 이용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단계, b단계 및 c단계를 갖춘 것을 특징으로 하는 의류관리방법’이 특허를 받은 경우, 부품 A, B 및 C로 구성된 의류관리기(부품 A, B 및 C의 기능은 의류관리방법의 a단계, b단계 및 c단계에 대응됨)는 방법 특허를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국내에서 생산된 의류관리기를 국외에서 사용하면 바로 특허 방법의 실시에 해당하게 되는데 방법의 사용의 장소가 국외이기 때문에 직접침해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이 ‘특허 방법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은 ‘특허 물건에 근접한 반제품’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침해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94)
한편, 어떤 물건이 방법 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인지는 특허권 소진 관련 사건의 대법원 판례를95) 참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건의 특허발명을 구현한 물건은 적법하게 생산·양도 되면 특허권 소진이 성립하는 물건이 되지만, 권원 없이 생산·양도되면 특허권의 직접침해 물건이 된다. 그런 점에서 특허권 소진 여부 판단에 있어서의 핵심 개념인 ‘특허발명의 (실질적) 구현 여부’를 특허권 침해 판단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물건의 발명뿐 아니라 방법의 발명도 어떤 물건에 구현될 수 있으므로96) 방법의 발명에서도 발명의 실질적 구현 여부를 침해 판단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방법의 발명의 경우 기본적으로 ‘방법의 사용’이 직접침해 행위이므로 침해 물건을 직접 상정할 수는 없지만, 방법의 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의 경우 그 사용이 바로 방법 발명의 사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제127조 개정안 마련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물건의 발명에서 ‘특허 물건에 근접한 반제품’의 수출을 규율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방법의 발명에서 ‘특허 방법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의 수출을 규율하는 것이 특허권의 실질적 보호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특허 방법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의 수출 등을 침해로 간주하는 규정(제127조 제4호)을 신설하되, 어떤 물건이 ‘방법의 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인지 여부는 (i) 전용성 여부, (ii) 방법발명의 기술사상의 핵심에 해당하는 구성요소 포함 여부, (iii) 방법발명의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면 될 것이다.97) 이상의 생각을 정리하면, 현행 특허법 제127조 제2호에서 ‘수출’을 삭제하는 한편 아래와 같이 제4호를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Ⅵ. 결론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특허발명의 실시가 초국경적 양상을 띠면서 특허권 침해 판단 시 속지주의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특허발명의 구성요소 중 일부를 결여한 반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한 후 국외로 수출한 다음 국외에서 특허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갖춘 물건(완성품)을 생산하는 경우 우리나라 특허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특허법상 속지주의 법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① 국내에서의 행위를 특허발명의 실시행위로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는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가 성립하지만(봉합사 법리), ② 특허발명의 실시 전 단계의 행위를 넘어 특허발명의 실시라고 평가할 만한 행위가 국내에서 없는 경우에는 특허권에 대한 직접침해는 물론 간접침해도 성립하지 않는다(노키아 법리). 2025년 선고된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은 위 ①과 ②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특히 ①은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로 봉합사 법리 적용의 외연이 약간 명확해진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사소·간단’을 가지고 ‘극히 사소·간단’으로 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으며, 봉합사 법리 중 ‘극히 사소·간단’ 요건의 엄격함으로 인해 특허권 침해 회피 의도가 명백한 반제품 수출 행위 규율이 어려운 점은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의 과제로 남게 되었다. 다른 한편, 특허법 제127조에 수출이 추가되면서 위 ②의 법리에 해당하는 이중 내국관련성(double territoriality) 요건은 입법적으로 폐기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개정된 제127조에 따르면 특허 물건에 근접하지 않는 전용품의 수출만으로도 침해가 성립하는 점, 전용성만 충족하면 주관적 요건 없이 침해가 성립하는 점 등에서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측면이 있는 한편, 특허 물건에 근접한 반제품의 수출도 전용성이 부정되면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 점에서 그 적용범위가 제한적인 문제도 있다. 따라서 제127조의 문제와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127조를 다음과 같이 개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물건의 발명의 경우 제127조 제1호에서 ‘수출’을 삭제하는 한편, 국외에서 특허 물건이 생산되도록 할 의도로 특허 물건에 근접한 반제품을 수출하는 행위 등을 침해로 보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규정의 적용은 공급된 반제품으로 특허 물건을 생산하는 것이 통상의 기술자에게 용이한 경우에만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대법원 2025다202970 판결에서 확인된 봉합사 법리의 엄격한 요건(③(극히 사소·간단)과 ④(작용효과 구현 가능 상태))은 해소하여 그 적용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봉합사 법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한편, 결합용이성(‘공급된 반제품으로 특허 물건을 생산하는 것이 특허발명의 출원 전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정도일 것)’을 요건으로 추가하여 미국 특허법 제271조(f)(1)의 문제(적용 범위의 불명확)를 해결하는 내용의 규정을 신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개정 방안은 구성품 완비 반제품뿐 아니라 구성품 미완비 반제품에도 적용 가능하여 특허권 침해 회피 의도가 명백한 반제품 수출 행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규율할 수 있을 것이며, 전용성만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적용 대상 반제품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으면서 또 좁은 제127조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방법 발명의 경우, 제127조 제2호에서 ‘수출’을 삭제하는 한편, 국외에서 특허 방법이 실시되도록 할 의도로 ‘특허 방법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을 수출하는 행위 등을 침해로 보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특허 방법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을 생산하는 경우 특허 방법의 기술적 사상을 사실상 국내에서 이용한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물건의 발명에서 ‘특허 물건에 근접한 반제품’의 수출을 침해로 규율할 필요가 있는 것처럼, 방법의 발명의 경우에도 ‘특허 방법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의 수출 등은 침해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