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외국의 법원이 한 재판(이하 ‘외국재판’1)이라고 함)의 승인이란 외국재판의 효력을 대한민국 내에서 인정하는 것으로서, 외국재판의 효력은 주로 외국재판의 기판력을 의미한다.2) 외국재판이 대한민국 내에서 집행력을 가지려면 민사집행법상 집행판결을 받아야 하는 것3)과 달리, 외국재판의 승인에는 별도의 절차가 존재하지 않고, 외국재판의 기판력이 문제되는 사안마다4) 법원이 당해 외국재판이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승인의 요건을 갖추어 대한민국 내에서 기판력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5) 이러한 이유로 승인요건을 구비한 외국재판은 우리나라에서 별도의 확인절차 없이 자동적으로 승인된다는 주장이 있고,6)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외국재판은 재판을 한 국가(이하 ‘재판국’이라고 함)에서 효력이 발생한 시점에서 대한민국 내에서도 효력을 가진다.7)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에서는 외국재판이 대한민국 내에서 승인되기 위한 네 가지 요건8)을 규정하고 있다. 위 네 가지 요건 중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는 “패소한 피고가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 및 기일통지서나 명령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여유를 두고 송달받았거나(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한다) 송달받지 아니하였더라도 소송에 응하였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서 외국재판이 승인되기 위한 요건을 분설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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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패소한 피고가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 및 기일통지서나 명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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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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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여유를 두고 송달받았을 것,
또는 ④ 송달받지 아니하였더라도 소송에 응하였을 것
위 ①은 송달의 목적이 되는 문서를 규정하고 있고, ②는 외국재판의 승인의 요건이 되는 송달에서 애당초 제외되는 송달의 종류를 규정하고, ③은 송달이 적법해야 한다는 송달의 적법성과 송달이 방어에 필요한 시간여유를 두고 실시되어야 한다는 송달의 적시성을 규정하고, ④는 피고가 소송에 응했으면 송달의 적법성이나 적시성이 충족되는지 관계없이 외국재판이 승인될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하고 있다.
정리하면 ①, ②는 송달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전제요건에 해당하고, 이러한 전제요건이 충족되면 비로소 ③의 송달의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④에 해당하면 ①, ②, ③의 판단은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외국재판의 승인을 위한 송달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순서는 가장 먼저 ④가 되고 다음으로 ①, ②가 되고 마지막으로 ③이 된다.
본 글에서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판단의 순서인 앞서 살펴본 ④, ①, ② 및 ③에 따라서 순서대로 현행법의 해석과 함께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입법론적 제안을 개진하고자 한다. 위와 같은 논의의 필수적 전제가 되는 외국재판의 승인과 송달의 적법성을 요구하는 취지에 대하여 먼저 간략히 살펴보고 이러한 취지를 바탕으로 하여 앞서의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논의의 편의를 위하여 송달의 적시성은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II. 외국재판을 승인하는 취지와 송달의 적법성을 요구하는 취지
대부분의 보통법(common law) 국가들에서는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 외국재판의 승인의 근거로서 국제예양(international comity)을 제시하고 있다.9) 국제예양은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이론으로, 프랑스 법원의 판결이 미국 내에서 효력을 갖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인 미국 연방대법원 Hilton v. Guyot 판결10)에서 그 내용이 구체화되었다. 국제예양은 공적 관계를 근거로 하여 외국재판을 승인하는 결과, 재판국이 승인을 해 주는 국가(이하 ‘승인국’이라 함)의 법원의 재판을 승인해 주어야 승인국도 재판국 법원의 재판을 승인해 주겠다는 상호보증(reciprocity)을 요구한다.
영국(England)11)의 경우에는 최초 국제예양을 근거로 하였지만 1842년에 Russel v Smith 판결12)에서 적법한 관할이 있는 외국 법원이 금전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하였다면 그러한 금전을 지급할 의무는 영국에서도 집행이 가능한 법적 의무가 된다는 의무이론을 받아들였다.13) 의무이론은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라는 사적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외국재판을 승인한다. 이러한 결과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유연한 승인의 요건이 제시되고 있다. 의무이론에 따르는 영국은 상호보증을 요구한 바가 없다고 한다.14)
유럽연합의 경우에는 브뤼셀규칙 recast는 전문 (1)에서는 재판의 자유로운 이동(free circulation of judgments)의 증진이 위 규칙의 목적임을 천명하고 있다. 외국재판이 승인되지 않는다면, 당사자로서는 기판력 또는 집행력이 필요한 제3국에서 동일한 사건에 관하여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이로 인하여 소송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소송비용의 증가는 국제상거래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15) 이러한 이유로 단일한 시장을 추구하는 유럽연합은 법률적 측면이 아닌 실용적 목적에서 외국재판의 승인을 허용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68910 판결에서 “집행판결의 제도는, ①16)재판권이 있는 외국의 법원에서 행하여진 판결에서 확인된 당사자의 권리를 우리나라에서 강제적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경우에 ②다시 소를 제기하는 등 이중의 절차를 강요할 필요 없이 그 외국의 판결을 기초로 하되 단지 우리나라에서 그 판결의 강제실현이 허용되는지 여부만을 심사하여 이를 승인하는 집행판결을 얻도록 함으로써 ③당사자의 원활한 권리실현의 요구를 국가의 독점적·배타적 강제집행권 행사와 조화시켜 그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도모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위 ①의 판시내용은 영국의 의무이론과 차이가 없다. 그리고 ②, ③의 판시내용은 경제적 관점에서 실용주의와 당사자의 권리구제가 외국재판 승인의 근거 중의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17)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외국재판의 승인의 요건을 규정한 민사소송법 제217조는 상당히 유연하고, 완화적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아래에서는 이러한 기조 하에 송달의 적법성에 관하여 논해보도록 한다.
송달이란 소송상의 서류(소장, 답변서, 준비서면, 기일통지서 등)를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송달의 방식은 세계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법원에 의한 직권송달의 방식과 당사자에 의한 당사자 송달의 방식이 있다. 전자의 경우에는 송달을 주권적 행위로 분류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우리의 경우에는 법원이 직권으로 송달을 실시한다(민사소송법 제174조). 이에 반하여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제4조(c)에서는 소장(complaint)과 출석요구서(summons)의 송달을 원고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양자가 결합된 방식도 있는데, 영국 민사소송규칙(The Civil Procedure Rules 1998) 제6.4조(1)에서는 법원이 송달을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송달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사소송절차는 변론주의에 따라서 당사자의 공격과 방어에 의하여 진행되므로 당사자가 소송상 서류를 받아보는 것은 방어권의 보장18)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외국 법원의 위법한 송달에 의하여 피고가 방어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결과 절차적 적법성(due process of law)이 확보되지 않은 외국재판을 대한민국 법원이 승인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원이 피고의 방어권을 침해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외국재판의 승인의 요건의 하나로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여유를 두고 송달”을 요구하고 있다. 대법원 2021. 12. 23. 선고 2017다25774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송달에 관한 요건이 “소송에서 방어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패소한 피고를 보호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판시하여 동일한 입장이다.
덧붙여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원이 직권으로 송달을 실시하는 국가는 송달을 주권적 행위로 본다. 이에 따라서 외국 법원이 승인국에서 송달을 실시하였는데, 이러한 송달의 방식이 승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결과적으로 이러한 송달은 위법한 송달이 되어서 외국재판의 거절사유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헤이그승인협약 제7조 제1항(a)(ii) 및 헤이그관할합의협약19) 제9조c)(ii)에서는 “승인국의 근본적 원칙에 반하는 방법으로 승인국에 소재한 피고에게 송달서류를 통지하는 것”을 승인의 거절사유로 규정하고 있다.20)
민사소송법 제217조에서는 위와 같은 명시적 규정이 없지만,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에서는 “직권송달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송달은 사법권에 기한 재판권의 행사이므로 우리나라의 영역 내에서는 우리나라의 동의 없이 행사할 수 없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그와 같은 동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도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자유중국의 영사송달은 우리나라의 주권의 침해가 되므로 비록 공시송달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부적법한 송달”이라고 판시하여 주권을 침해하는 송달을 부적법한 송달로 보고 있다.
III. 첫 번째 심사: 피고가 응소한 경우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외국재판에서 패소한 피고가 소송절차에 응소하였다면 외국재판의 승인에 있어서 송달의 하자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가 응소하여 현실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하였다면 방어권의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송달의 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민사소송법 제151조21)의 이의권의 포기 또는 상실과 같은 취지의 규정이다. 결국 패소한 피고가 소송절차에 응소하지 아니한 소위 불응소재판(judgment by default)22)의 경우에서만23) 송달의 하자가 문제된다.
이때 응소라고 함은 답변서의 제출만으로는 부족하고 피고가 변론기일 또는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하여 본안에 관하여 답변을 한 경우라고 볼 것이다. 그래야 피고의 방어권이 보장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24) 또한 그렇게 볼 때 변론관할이 발생하기 위한 변론은 구두변론에 한정되며 준비서면, 답변서의 진술간주25)만으로는 변론관할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1980. 9. 26. 자 80마403 결정의 취지와 중재합의 존재를 방소항변으로 규정하면서 본안(本案)에 관한 최초의 변론 전까지 하도록 한 중재법 제9조의 취지와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다.
재판국 법원이 송달되지 않는 피고를 위하여 특별대리인을 선임하여 그 대리인이 응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외국재판의 승인 사유가 되는 응소가 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판단 기준은 피고에게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보장되었는지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피고는 자신이 직접 방어권 행사를 할 수 없다면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소송절차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소송대리인은 피고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았으므로 이 소송대리인에 의한 방어권 행사는 바로 피고의 방어권 행사가 된다. 그러나 법원이 선임한 특별대리인은 피고로부터의 수권이 없었고, 피고는 소가 제기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피고에게 방어권을 행사할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유럽연합법을 유권적,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유럽사법재판소(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의 Bernardus Hendrikman and Maria Feyen v Magenta Druck & Verlag GmbH 결정26)의 사건에서는, 피고들에게 아무런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법원이 피고들을 위하여 변호사를 선임하였고, 그 변호사가 피고들을 대리하여 변론기일에 출석하였다. 유럽사법재판소는 피고들은 법원이 선임한 대리인에 대하여 어떠한 지시를 한 것도 아니므로 그 대리인의 출석을 송달의 하자를 치유할 수 있는 피고들의 출석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시하였다.
피고가 적법하게 응소하였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응소가 거절된 경우에는 피고가 방어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외국재판의 승인을 위해서는 송달의 적법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의 사안에서는 멕시코 법원에서 진행된 소송과 관련하여, 송달이 피고를 대리 또는 대표하여 소장 및 소환명령장을 송달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이루어졌다. 송달받은 자가 피고에게 송달사실을 통지하여 피고가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여 그 소송대리인들로 하여금 기일에 출석하여 변론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위 멕시코법원은 위임장의 하자를 이유로 기일에 출석한 피고 소송대리인들의 소송대리권을 모두 부인하였고 달리 피고에 대하여 다시 기일을 정하여 기일소환장을 통지하지 아니한 채 피고가 본래 정해진 기일에 불출석한 것으로 보고 외국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사안에서 위 대법원 판결은 피고가 외국소송에 응소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송달의 하자를 치유하는 피고의 응소가 본안에 대한 응소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관할을 다투는 등의 절차상 하자에 관한 본안전 항변도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변론관할27)을 인정하기 위한 경우와 달리 송달요건은 피고의 방어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피고가 실제로 방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는지의 여부가 관건이고 따라서 관할을 다투기 위한 출석도 응소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있다.28)
그러나 피고가 관할의 위반을 다투는 등 본안전 항변만을 한 사실만으로 피고가 원고의 청구내용을 인지하였는지 알 수 없고, 피고가 원고의 청구내용을 인지하였다고 하더라도 본안에 대한 답변이 없다면 현실적으로 본안에 대하여 방어권을 행사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를 송달의 하자를 치유하는 응소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29) 유럽사법재판소의 Mærsk Olie & Gas A/S v Firma M. de Haan en W. de Boer 결정30)에서도 관할을 다투기 위한 출석은 송달의 하자를 치유하는 출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IV. 두 번째 심사: 송달의 대상인 서류
재판절차에서는 여러 종류의 문서가 소송당사자에게 송달된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과 ‘기일통지서나 명령’의 송달에 한하여 송달의 적법성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그 이외의 문서의 송달에 있어서는 적어도 송달의 적법성 심사가 요구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다29555 판결에서는 “외국판결의 효력에 관하여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 및 기일통지서나 명령의 송달'이라 함은 소장 및 소송개시에 필요한 소환장 등을 말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서류가 적법하게 송달된 이상 그 후의 소환 등의 절차가 우편송달이나 공시송달 등의 절차에 의하여 진행되었더라도 승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래에서는 송달의 적법성이 요구되는 각 서류의 의미에 대하여 살펴본다.
소장은 우리 민사소송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불과하고, 나라마다 제도적 차이가 있으므로31) 모든 나라가 우리 민사소송법의 소장과 동일한 형태의 서면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규정의 취지에 따라서 해석한다면 소장은 재판절차가 개시되는 원인이 되는 서류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본다.32) 브뤼셀규칙 recast 제45조(1)(b)에서도 “재판절차를 개시하는 서류 또는 그에 상응하는 서류”(the document which instituted the proceedings or with an equivalent document)라고 하여 이를 명시하고 있다. 헤이그승인협약 제7조나 헤이그관할합의협약 제9조도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송달요건이 재판절차가 개시되는 원인이 되는 서류와 그 후의 서류를 달리 취급하는 이유는 전자의 서류가 피고의 방어권과 직접적 관련이 있고 일단 절차의 개시를 인지한 피고로서는 그 후의 절차에서 스스로 방어권 보장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33) 재판절차가 개시된 후의 문서의 송달에 하자가 있는 경우에는 송달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가 적용되지 아니하고, 이때는 같은 항 제3호에 따른 절차적 공서위반34)만을 주장할 수 있을 뿐이므로 공서양속위반이라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외국재판의 승인을 위한 ‘소장에 준하는 서면’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고,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가 없다. 그런데 유럽연합의 브뤼셀규칙 recast 제45조 제1항(b)에서도 ‘재판절차를 개시하는 서류에 상응하는 서류’(equivalent document)를 규정하여 우리 민사소송법과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유럽연합의 사례를 참조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유럽사법재판소의 Peter Klomps v Karl Michel 결정35)에서는 독일의 지급명령(Zahlungsbefehl)에 대한 집행문(Vollstreckungsbescheid)과 관련하여 재판절차를 개시하는 서류가 지급명령신청서인지 집행문부여신청서인지 문제되었다. 독일의 지급명령제도에서는 채권자가 민사소송법에 규정된 일정한 사항이 기재된 지급명령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은 채무자에게 이 지급명령을 송달하고 채무자가 송달받은 후 정해진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면 채권자의 신청에 의하여 법원은 집행문을 부여한다(독일 민사소송법 제699조).36) 위 결정에서는 지급명령신청서가 재판의 개시서류이고 집행문부여신청서는 아니라고 보았다. 재판절차의 개시서류는 집행력을 얻기 전의 서류를 말하는데 채무자가 집행문부여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집행문부여신청은 이미 발생한 집행력의 존재를 확인하는 서류로서 재판절차를 개시하는 서류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덧붙여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이를 승인 및 집행의 대상인 대심(對審)절차(adversarial proceedings)37)로 볼 수 있는지 문제되었는데, 지급명령은 채권자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진행되지만 채무자의 이의제기에 따라서 소송절차인 대심절차로 변동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급명령이 재판절차를 개시하는 서류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유럽사법재판소의 Hengst Import BV v Anna Maria Campese 결정38)에서는 이태리의 지급명령을 위한 제도인 procedimento d'ingiunzione에 관하여, 그리고 유럽사법재판소의 Mærsk Olie & Gas A/S v Firma M. de Haan en W. de Boer 결정39)에서는 「해양항행선박의 소유자의 책임제한에 관한 국제협약」40)에 따른 선주책임제한절차에서 선주책임제한명령에 관하여 각 위와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다.
이러한 유럽사법재판소의 결정들을 종합하면 브뤼셀규칙 recast 제45조(1)(b)의 “재판절차를 개시하는 서류에 상응하는 서류”는 ‘기판력 또는 집행력이 있는 외국재판을 얻기 위한 대심절차를 개시시키는 원인이 되는 서류’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송달요건을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피고의 방어권을 보장하는데 그 취지가 있으므로 규정내용상 승인 및 집행의 대상인 외국재판이 ‘당사자에 대한 상호간의 심문이 보장된 절차’인 대심절차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법원 2010. 4. 29. 선고 2009다68910 판결에서는 “외국 법원의 판결이라고 함은 재판권을 가지는 외국의 사법기관이 그 권한에 기하여 사법상의 법률관계에 관하여 대립적 당사자에 대한 상호간의 심문이 보장된 절차에서 종국적으로 한 재판으로서 구체적 급부의 이행 등 그 강제적 실현에 적합한 내용을 가지는 것을 의미하고 그 재판의 명칭이나 형식 등이 어떠한지는 문제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우에 있어서도 유럽연합과 동일하게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피고에게 송달되었다면, 그 밖의 서류에 관하여는 송달의 적법성이 요구되지 않고 단지 절차적 공서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그렇다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기일통지서나 명령’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다29555 판결에서는 ‘기일통지서나 명령’을 ‘소송개시에 필요한 소환장 등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아마도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일통지서(summons)와 같은 종류의 서류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에 따르면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원고는 피고에게 기일통지서를 송달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일통지서에는 법원의 이름, 당사자의 이름, 출석일자와 시간 등이 기재되어야 하고 소장이 첨부되어야 한다. 기일통지서 없이 소장만 송달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위법한 송달이 된다. 결국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에서 기일통지서의 송달이란 소장의 송달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과 별도로 ‘기일통지서나 명령’을 규정하는 결과 소장이 첨부된 기일통지서가 아닌 기일통지서의 송달의 적법성도 외국재판의 승인의 요건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앞서 언급한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다29555 판결에서도 미국에서의 소송절차에서 “비록 피고에게 기일통지가 된 적은 없으나 이는 피고에 대하여 기일이 열리지 않은 것에 기인할 뿐이고 피고가 소장과 응소방법, 불응소시의 불이익 등이 기재된 서면을 송달받은 이상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호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앞서의 견해와 동일하게 소장이 송달된 이후에 실시된 기일통지서의 송달의 적법성은 외국재판의 승인을 위한 요건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위와 같은 해석의 문제를 일으키는 주된 이유는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장’, ‘기일통지서’, ‘명령’과 같은 용어는 우리 민사소송법에서 사용하는 법적 용어인 반면에, 외국 법원은 자국의 민사소송법에 따라서 절차를 진행하고 나라마다 제도의 차이가 있어서 재판국에서도 반드시 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리라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제관계에 관한 입법에서는 법률판단을 요구하는 법적 용어보다는 사실적 판단(factual judgment)을 요구하는 사실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브뤼셀규칙 recast, 헤이그관할합의협약과 헤이그관할합의협약에서도 “재판절차를 개시하는 서류 또는 그에 상응하는 서류”(the document which instituted the proceedings or an equivalent document)라고 하여 사실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V. 세 번째 심사: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외국재판에 대한 승인 거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패소한 피고가 공시송달에 의하여 소장 등을 송달받은 경우를 외국재판의 승인거절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민사소송법에서는 교부송달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교부송달이란 송달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에게 서류의 등본 또는 부본을 직접 교부하는 방식을 말한다(민사소송법 제178조). 그러나 피고의 소재가 불명확하여 소장의 교부송달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원고의 권리구제의 필요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민사소송법 제191조에서는 예외적으로 공시송달을 허용한다.
공시송달을 승인거절사유로 규정한 이유는, 법원 게시판 등에 공시하는 방법으로 송달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피고가 송달받을 가능성이 없으므로 피고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함에도 불구하고 송달을 의제하기 때문이다.41) 대법원 2021. 12. 23. 선고 2017다257746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방어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패소한 피고를 보호하기 위하여 소장의 공시송달에 의하여 개시된 외국재판의 승인은 거부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외국재판의 승인거절사유가 되는 공시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91조에 따른 공시송달이 아니라 재판국 법에 따른 공시송달이다. 재판국 법에 따른 공시송달이 반드시 민사소송법 제191조의 공시송달과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심지어 재판국에서 공시송달이라고 직역될 수 없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 민사소송규칙은 피고에 대한 교부송달(personal service)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 규칙 제6.15조에서는 법원은 교부송달 이외의 방법을 허락할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원고가 신청한 방법에 따른 대체적 수단(alternative method)을 허용할 수 있고, 이러한 대체적 수단에는 신문 공고를 통한 송달이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대체송달(alternative service)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 민사소송규칙(California Code of Civil Procedure) 제415.50조에서는 공고에 의한 송달(service by publication)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합리적 노력(reasonable diligence)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 규칙에 따른 방법으로 송달받을 수 없다는 점이 밝혀진다면 법원은 저명한 신문사(named newspaper)에 공고를 명할 수 있고, 이러한 공고는 피고에 대한 송달로 간주된다.
이와 같이 나라마다 송달을 의제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공시송달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송달도 외국재판의 승인을 위한 송달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시송달과 비슷한 송달’이란, “피고에 대한 교부송달이 불가능한 특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송달을 의제하는 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나라마다 다양하게 존재할 것이므로 개별적 사안마다42) 외국재판의 승인의 거절의 사유인 ‘공시송달과 비슷한 송달’에 해당하는지 검토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1992. 7. 14. 선고 92다2585 판결과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에서는 보충송달을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포함시켜서 적법한 보충송달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외국재판의 승인의 요건이 충족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43) 다만 위 판결들에서 보충송달이 적법한 송달인지 여부는 사건의 쟁점이 아니었고 위와 같은 결론은 법관의 보충적 의견에 불과한 방론(obiter dictum)이었다.
반면에 대법원 2021. 12. 23. 선고 2017다257746 전원합의체 판결44)45)은 보충송달도 외국재판46)의 승인을 위한 송달방식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앞서의 대법원 판결들을 이러한 한도에서 변경하였다. 그 이유를 보면 다음과 같다.
“보충송달은 송달할 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 그의 사무원, 피용자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여 송달을 의제하는 제도라는 성격을 갖는다. 이는 본인의 수령 대행인이 서류를 수령하여도 그의 지능과 객관적인 지위, 본인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본인에게 서류를 전달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법원 게시판의 게시에 의하여 송달의 효력을 부여하는 공시송달 방식과는 달리 보충송달 방식은 피고에게 적절한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박탈할 우려가 현저히 적다. 나아가 만일 보충송달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적법하게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외국 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집행판결 사건에서 집행 요건으로서 송달의 적법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보충송달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송달 방식으로 인정하더라도 위 규정의 취지에 벗어나지는 않는다.”
대상판결에서의 송달은 뉴질랜드 법원의 촉탁에 따라서 대한민국 법원이 실시한 보충송달이라는 특수성을 갖는다. 비록 뉴질랜드 법원의 촉탁에 의한 것이지만, 대한민국 법원이 대한민국의 민사소송법에 따라서 실시한 송달을 적법한 송달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보니 재판국 또는 제3국에서 패소한 피고에 대하여 보충송달이 실시된 경우에도 민사소송법 제217조의 적법한 송달이 될 수 있는지, 즉 보충송달이 일반적으로 외국재판의 승인요건으로서 송달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대상판결은 ③과 관련하여 “만일 보충송달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적법하게 송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외국 법원의 확정재판 등의 집행판결 사건에서 집행 요건으로서 송달의 적법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는데, 첫째 적법성의 판단을 재판국 법과 외국재판을 승인하는 국가(이하 ‘승인국’이라고 함) 법 중 어느 국가의 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고, 둘째 외국 법원에서의 송달이 외국재판의 승인을 위한 송달방식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1차적으로 심사되고 이에 해당하더라도, 2차적으로 그러한 송달방식이 외국재판의 승인을 위한 송달의 적법성 판단이 유보되어 있으므로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을 최대한 좁게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대상판결은 보충송달이 본인의 수령 대행인이 서류를 수령하여도 그의 지능과 객관적인 지위, 본인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본인에게 서류를 전달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승인요건으로서의 송달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즉 ‘공시송달과 비슷한 송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에서는 보충송달을 “송달할 장소에서 송달받을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 그의 사무원, 피용자 또는 동거인으로서 사리를 분별할 지능이 있는 사람에게 서류를 교부할 수 있도록 하여 송달을 의제하는 제도”라고 판시하고 있는데, 이는 민사소송법 제186조의 보충송달에 해당한다. 그런데 재판국에서의 보충송달은 재판국 법에 따른 보충송달이기 때문에 승인국인 대한민국의 법에 따른 보충송달과 그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 민사소송규칙 제4조(e)(2)(b)는 “해당 개인의 주거지 또는 통상적인 거소에서 그곳에 거주하는 적정한 연령과 분별력을 갖춘 사람에게 각 서류의 사본을 남겨두는 방식”47)을 송달 방식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대체송달(substitute service)이라고 한다. 이러한 대체송달은 송달받을 사람에게 송달이 불가능한 경우에 보충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이 아니라 교부송달과 선택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식이란 점에서 우리의 보충송달과 동일하다. 그러나 보충송달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나 보충송달을 할 수 있는 장소 등 구체적인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다.
영국 민사소송규칙의 경우에는 명시적으로 우리의 보충송달과 같은 제도를 규정하지 않는다. 다만 앞서 공시송달에서 언급했던 제6.1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대체송달(alternative service)에는 고용주, 동거인 등 제3자에 대한 송달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법원이 원고의 신청에 따라서 이를 허가할 수 있다. 이러한 대체송달은 교부송달이 불가능함이 입증되었을 때에 비로소 허용되는 보충적 방법이란 점에서 우리의 보충송달과 차이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에서 ‘보충송달’이란 법적 용어를 사용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대상판결의 취지를 사실적 용어로 풀어보면 보충송달은 “제3자와 송달받을 사람과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했을 때 송달받을 사람을 대신하여 제3자가 문서를 송달받아서 송달받을 사람에게 전달할 것이 기대되는 경우”라고 할 것이다.
보충송달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송달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기존에 다툼이 있었다. 보충송달은 통상의 송달방법이 아니라 송달을 의제하는 제도로서의 성격이 있어 공시송달과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에 해당하며, 보충송달의 경우에는 외국판결의 효력을 배제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한다는 견해가 있었다고 한다.48) 반면에 외국재판이 대한민국에서 승인 및 집행되기 위하여 국내재판보다 더 엄격한 방식에 의한 송달이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49)과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2호에서 “공시송달이나 이와 비슷한 송달‘에 의한 경우를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송달을 교부송달로 제한하는 것은 위 규정에 대한 무리한 해석이라는 비판50)이 있었다.
민사소송법 제256조에 따르면 공시송달 이외의 방법으로 송달받은 피고는 답변서를 제출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의제자백의 효력이 있고 무변론판결을 할 수 있다. 여기서 공시송달과 다른 송달을 구분하는 이유는 공시송달은 현실적으로 피고에게 송달이 이루어져서 피고가 방어의 기회를 가질 수 없었으므로 그러한 피고에게 의제자백과 무변론판결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 가혹하기 때문이다. 공시송달에 의한 소장의 송달과 달리 보충송달에 의한 소장의 송달의 경우에는 교부송달과 동일하게 의제자백의 효력과 무변론판결의 불이익이 있다.
그리고 민사소송법 제225조 제2항과 제462조에서는 화해권고결정과 지급명령신청은 각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화해권고결정과 지급명령신청은 소송당사자가 2주 이내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 각 재판상화해가 성립된 것과 동일한 효과 및 지급명령확정의 중대한 효력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소송당사자에게 송달이 이루어져서 소송당사자가 의사결정의 기회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보충송달에 의해서는 화해권고결정과 지급명령신청을 송달할 수 있다.
공시송달이나 보충송달 모두 소송당사자에 대한 송달을 의제하는 제도이지만, 위와 같은 민사소송법의 규정으로부터 전자는 소송당사자에 대한 현실적 송달 가능성을 부정하는 반면에, 후자는 소송당사자에 대한 현실적 송달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보충송달은 ‘공시송달과 비슷한 송달’이 아니라 오히려 교부송달과 비슷한 송달이므로 외국재판의 승인 요건으로서 송달이 포함된다고 본다. 다만 나라마다 보충송달의 제도에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개별적 사안마다 실제로 실시된 보충송달의 종합적 상황을 검토하여 피고가 방어권을 실제로 행사할 가능성이 명백히 낮은 경우라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3호의 절차적 공서위반에 해당하여 승인이 거부될 수 있을 것이다.
입법적으로 공시송달에 의한 소장의 송달이 외국재판의 승인 거부 사유가 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공시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91조 제1항에 따른 적법한 송달이다. 소장이 피고에게 공시송달 되고 피고의 답변서 제출이 없으면 의제자백이나 무변론판결이 허용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재판의 진행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의제자백이 없으므로 원고는 주요사실에 대한 증거를 제출해야 하고, 무변론판결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법원은 변론기일을 지정하여 변론을 거친 후에야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즉 원고의 권리구제는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다. 이에 반하여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 따를 때, 소장이 공시송달 된 후에 이루어진 외국의 결석재판(judgments by default)은 무조건 승인이 거절되므로 원고의 권리구제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51)
하지만 국내외를 불문하고 피고의 소재가 불명한 경우에도 원고에게 권리구제의 수단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이러한 이유에서 각국에서는 결석재판을 허용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브뤼셀규칙 recast나 헤이그승인협약 및 헤이그관할합의협약 모두 외국재판의 승인을 위한 송달의 요건으로 “피고가 방어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in such a way as to enable him to arrange for his defence)으로 송달이 될 것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며 특정 송달방법을 제외하고 있지 않다.
특히 유럽연합사법재판소의 G v. Cornelius de Visser 결정52)에서는 원고가 ‘성실과 선의의 원칙’(principles of diligence and good faith)에 따라서 피고의 소재를 찾기 위한 조사를 했지만 피고의 소재를 발견할 수 없었던 경우라면, 원고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피고의 방어권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하면서 독일 법원이 독일법에 따라서 소장을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송달한 것은 외국재판의 승인 요건으로서 적절한 송달이라고 보았다.
우리의 경우에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공시송달과 비슷한 송달’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Ⅵ. 네 번째 판단: 송달의 적법성 판단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송달의 적법성만을 요구하고 있을 뿐이고 송달의 적법성을 어느 국가의 법에 따라서 판단해야 하는가에 관하여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재판국이 국제사건에서 피고에게 송달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재판국에서 실시하는 경우, 승인국에서 실시하는 경우, 제3국에서 실시하는 경우 또는 여러 가지 경우가 복합된 경우가 있을 것이고, 이때(재판국에서 송달을 실시한 경우조차)에는 다수의 국가가 관련되어 있으므로 어느 국가의 법에 따라서 송달의 적법성을 판단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53)
헤이그송달협약54)은 재판상의 서류 및 비재판상의 서류를 해외에 송달할 필요가 있는 경우55)에 적절한 송달 방법을 모색하기 위하여 1965년 마련된 국제협약이다.56) 헤이그송달협약에 따른 송달과정을 간단히 보면 다음과 같다. 헤이그송달협약의 가입국은 중앙당국(central authority)을 지정해야 한다(제2조). 우리나라의 경우 법원행정처를 중앙당국으로 지정하였다. 송달을 촉탁하는 국가의 법률상 권한 있는 당국이나 사법공무원은 협약에 부속된 양식에 일치하는 요청서를 피촉탁국의 중앙당국에 송부해야 한다(제3조). 문서를 송부 받은 중앙당국은 국내소송에 있어서 자국의 영역 안에 소재하는 자에 대한 문서의 송달에 대하여 자국법이 정하는 방식으로 문서를 송달할 수 있다(제5조a). 피촉탁국의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송달신청인이 요청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송달할 수도 있다(제5조b).
대한민국은 위 협약의 체약국이므로 재판국도 체약국이라면 이 협약에 따라서 송달이 이루어져야 한다.57) 따라서 송달의 적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은 위 협약이 된다.58) 그런데 송달 자체는 위 협약에 따른 방식으로 이루어졌지만 송달의 내용이 재판국 법에 반하거나 재판국 법에는 적합하지만 승인국 법에 반하는 경우에는 여전히 어느 나라의 법에 따라서 송달의 적법성을 판단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송달의 적법성 판단의 준거법에 관하여는 견해의 대립이 있다. 외국재판을 승인하는 국가인 우리나라의 법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데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59) 그리고 송달의 적법성은 원칙적으로 승인의 대상인 외국재판을 한 재판국법에 따라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 견해에서는 국제사법 내지 국제민사소송법상 ‘절차는 법정지법에 따른다.’(forum regit processum)는 원칙60)이 일반적으로 승인되고 있다는 점과 승인국의 법에 따라 송달의 방법을 정해야 한다면 송달 당시에는 어느 나라에서 승인을 구할 것인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제시한다.61)
재판국법에 따라서 송달의 적법성을 판단하자는 견해도 구체적인 내용에서 나누어지는데, 우리의 국제사법공조법과 국제협약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송달의 적법성 여부를 결정하자는 견해62)와 송달이 실시된 국가와 재판국이 다른 경우에는 송달이 실시된 국가가 송달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재판국법과 송달이 실시된 국가의 법을 중첩적으로 판단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63)가 있다.
한편 스위스 국제사법 제27조 제2항(a)은 피고의 주소 또는 상거소지가 있는 국가의 법에 따라서 송달의 적법성을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국가가 송달과 실질적 관련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송달의 적법성 판단을 위한 준거법이 쟁점이 된 대법원 판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는 대체적으로 재판국법에 따라서 송달의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다29555 판결의 원심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의 소송절차에서 불응소재판청구서가 미국 내의 한 법률사무소 사무원을 통하여 우편함에 넣어짐으로써 피고에 대한 송달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송달은 피고에게 방어의 기회를 적절하게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적법한 송달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위 대법원 판결은 캘리포니아의 민사소송법은 불응소재판청구서의 우편송부로 인한 송달을 적법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를 적법한 송달이라고 보았다.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8다31089 판결에서는 “패소한 피고가 이러한 소환장 등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송달받았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송에서 방어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패소한 피고를 보호하려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법정지인 판결국에서 피고에게 방어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하여 규정한 송달에 관한 방식, 절차를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여기에서 말하는 적법한 방식에 따른 송달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송달의 적법성을 재판국법에 따르도록 판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65815 판결에서도 송달의 적법성을 재판국법에 따르도록 판시하고 있다고 한다.64)
절차에 해당하는 소장의 송달은 재판국 법에서 정한 방식에 따라서 실시되기 마련이다. 재판국 법에 따라서 실시된 송달을 승인국 등 다른 국가의 법률에 따라서 적법성을 판단한다면, 적용 대상에 대하여 적용한 법이 아닌 다른 법에 따라서 적법성을 판단해야 하는 모순적인 결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미국 연방민사소송규칙 제4조(c)(1)65)에 따르면 피고에 대한 소장의 송달 책임은 원고가 부담하는데, 이러한 사적 송달에 대하여 직권송달을 원칙으로 하는 대한민국 법을 적용하면 무조건 위법한 송달이 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재판국 법에 따라서 송달의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 물론 재판국 법에 따라서 송달의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법감정상 피고에게 방어권이 보장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 외국재판의 승인은 거절될 것이다.
한편 재판국의 촉탁에 의하여 제3국 또는 승인국에서 송달이 실시된 경우에는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재판국 법원이 제3국 또는 승인국으로 해외송달을 촉탁한 것은 재판국의 절차법에 따른 것이므로 해외송달을 촉탁한 것의 적법성은 재판국 법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송달을 촉탁 받은 제3국 또는 승인국은 자신의 절차법을 적용하여 송달을 실시할 것이므로 당해 송달의 적법성은 제3국의 법 또는 승인국의 법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 결국 재판국의 법과 제3국의 법 또는 승인국의 법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어야 하지만 중첩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자는 해외송달에 한하여 후자는 제3국 또는 승인국에서의 송달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볼 것이다.
송달의 적법성 요건은 궁극적으로는 외국재판에서 피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지를 확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송달의 적법성은 ‘법적 판단’인데 반하여 피고의 방어권의 보장은 ‘사실판단’에 해당한다. 사실판단을 목적으로 하면서 법적 판단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입법을 함으로써 준거법의 문제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하여 외국재판의 승인을 위한 심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유럽연합의 브뤼셀규칙 recast의 전신인 브뤼셀협약 제27조 제2호에서는 우리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와 동일하게 외국재판의 승인거절의 요건으로서 소송을 개시하는 서류가 적법하게 송달되지 아니하였을 것(not duly served)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 협약이 브뤼셀규칙 recast66)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위 문구는 삭제되고 대신에 ‘피고가 방어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in such a way as to enable him to arrange for his defence)67)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다. 즉 송달의 적법성이 송달의 적절성으로 대체된 것이다. 이와 같은 입법의 변화는 기술적, 절차적 관점을 중심으로 보는 송달의 적법성보다 피고가 방어권을 행사하는데 충분한 정보를 받았는지 여부에 관한 송달의 적절성을 우위에 두기 위함이다.68) 이러한 결과 브뤼셀규칙 recast를 적용한 유럽사법재판소의 ASML Netherlands BV v Semiconductor Industry Services GmbH (SEMIS) 결정69)에서는 송달이 재판국 또는 승인국의 송달규정에 적합한 방식으로 송달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피고가 청구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기에 부족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면 적절한 송달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70)
우리의 경우에 있어서도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의 송달의 적법성의 요건이라는 법적 판단의 요건을 송달의 적절성의 요건이라는 사실판단의 요건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송달의 적절성이란 피고가 방어준비를 할 수 있을 만큼 원고의 청구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거나 인지할 수 있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송달의 방식이 적절해야 할 뿐만 아니라 송달되는 문서의 내용도 방어권행사에 적절해야 하는 등71) 개별적 사안마다 모든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와 같은 개정을 한다면 송달의 적법성 판단을 위한 준거법의 문제를 피할 수 있고, 입법취지에 맞는 ‘피고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었는가’라는 사실판단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VII. 결론
국제거래가 일상화되고 국제적으로 사람과 재산의 이동이 빈번해짐에 따라서 민사 분쟁에 대하여 여러 나라가 관련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서 한 국가에서의 재판이 다른 국가에서도 효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그리고 국제화가 진전될수록 외국재판을 승인하는 요건도 완화될 수밖에 없다. 민사소송법도 승인의 대상을 ‘외국판결’에서 ‘외국재판’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였고, 상호주의 요건도 상당히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여 외국재판의 승인을 점차 넓혀나가고 있다. 매우 고무적인 사실이다.
그런데 앞서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제2호에서는 ‘공시송달, 보충송달, 송달의 적법성, 소장, 소환장 등’ 다수의 법적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서 현행 입법방식은 국제적 추세와 다소 괴리가 있다. 국제관계에 관한 입법에서 법적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 그 용어를 어느 국가의 법에 따라서 해석해야 하는가에 관한 준거법의 문제가 발생하고, 나라마다 제도가 달라서 그 적용에 있어서 다양한 해석이 개진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다행히 대법원 판결에서는 위와 같은 법적 용어에 얽매이지 않고서 피고의 방어권 보장을 중심적 기준으로 제시하여 법률용어 사용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사실적 용어를 사용한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여 불필요한 논의와 해석을 배제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