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피해자 A가 운영하던 계좌로 소액을 여러 차례 이체하면서, 각 이체 과정의 송금메모란에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문구를 입력하여 표시되도록 하였다. 원심은 송금메모 기능이 전자금융거래의 식별·관리 편의를 위한 부수 기능에 불과하고, 사회 일반이 이를 메신저나 SNS와 같은 독립된 통신수단으로 인식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통신매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송금메모 기능이 송금인이 수취인의 계좌 거래내역에 특정 정보를 표시하도록 설계된 점에 주목하면서, 이를 “일반적으로 정보나 의사를 전달하는 물체 또는 수단이라고 인식되는” 통신매체에 포함된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1) 나아가 송금메모를 이용하여 성적 표현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역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유형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통신매체 개념을 기능적으로 이해하여 새로운 침해 유형을 포섭하는 해석론을 제시하였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3조(이하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행위를 처벌하는 구성요건을 두고 있다.2) 이는 디지털·비대면 의사소통 환경에서 개인이 원하지 않는 성적 표현을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고,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인격권과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으로 정리되어왔다.3)
그런데 최근 전자금융거래 등 비전형적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표시”가 사실상 메시지로 기능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전자금융거래, SNS, 플랫폼 서비스 등 디지털 환경에서는 본래 통신을 위해 설계되지 않은 기능(결제 메모 리뷰란, 자동 알림 등)이 사실상 의사소통 채널로 활용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뿐 아니라 디지털 증거·수사,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여러 영역에서 형사법이 통신기술·전자기록의 특수성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과 맞닿아 있다.4) 그러한 표시가 제13조의 “그 밖의 통신매체”에 해당하는지, 상대방에게 “도달”하였는지(특히 ‘인식가능 상태’의 의미와 범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5) 이에 본고는 계좌이체 과정에서 입력된 메모가 수취인의 거래내역 등 정보영역에 표시되는 유형, 이른바 ‘송금메모 유형’을 중심으로, 제13조의 구성요건 체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환경에서 예측가능한 판단 기준 제시를 목표하며 제13조 해석상 다음 두 쟁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첫째, “그 밖의 통신매체”의 한계와 통제기준이다. 대법원은 제13조 문언에 비추어 “전화, 우편, 컴퓨터나 그 밖에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을 이용하지 않은 ‘직접’ 전달을 제13조로 처벌할 수 없고, 이를 포함시키는 해석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으로서 처벌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명시하였다. 이는 통신매체 요건이 단순한 기술적 요소가 아니라 처벌범위를 한정하는 독자적 구성요건임을 전제로 한다.6)
둘째, “도달” 요건의 의미와 판단 단위이다. 대법원은 제13조의 “도달”을 상대방이 실제로 인식했는지가 아니라, “직접 접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실제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으로 해석하고, 링크 전송과 같이 중간 단계를 거치더라도 상대방이 “별다른 제한 없이 …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가 실제로 조성”되면 도달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헌법재판소도 ‘도달’ 용어의 사전적 의미, 판례의 비교적 일관된 해석 등을 근거로 제13조의 ‘도달’ 부분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7)
이처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도달”을 통신매체를 전제로 한 결과요건으로서, 피해자가 성적 표현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조성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 방향을 같이 한다. 반면 통신매체 요건은 그와 별개로, 어떠한 수단이 처음부터 제13조의 적용 대상이 되는 통신수단인지를 가르는 수단요건으로 기능한다. 송금메모 유형을 포섭하려는 논증이 인식가능 상태(도달)를 앞세워 “통신매체 해당성” 판단을 사실상 흡수·해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2015도17847이 강조한 문언한계 및 죄형법정주의적 통제가 약화될 위험이 있다. 이에 본고는 송금메모 유형에 대한 분석에서 통신매체 해당성(수단요건)과 도달 여부(결과요건)를 분리하여 검토하는 구조를 채택할 것이다.8)
본고는 형벌법규 해석에 관한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을 전제로, 제13조의 개방적 표지(“그 밖의 통신매체”, “도달”)를 ①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②구성요건 요소 간 역할 분담이 유지되도록, ③판례가 제시한 구체화 기준을 따라 단계적으로 검토하도록 한다.9) 여기서 죄형법정주의는 단지 “법률 없으면 처벌 없다”는 형식적 명제를 넘어, 형벌법규 해석·적용 단계에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는 유추해석·제도창설형 해석을 통제하는 원리로 이해된다.10) 이때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법발견의 한계이자 법형성의 출발점으로 보되, 특히 형사법 영역에서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에서의 법형성이 쉽게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논의도 축적되어 있다.11)
이에 따라 본고는 ①통신매체 요건 판단을 먼저 수행하여 수단요건의 독자성을 확보한 다음, ②그 수단을 통하여 상대방이 성적 표현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는지(도달)를 별도로 판단하는 순차적 구조를 채택한다.12) 이는 헌법재판소가 제13조 해석에서 “입법목적·입법연혁·법률의 체계적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예측가능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한 일반 원칙과도 조응하는 접근으로 볼 수 있다.13) II장은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에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규범적·상호주관적 기준으로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 그리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형성을 통제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을 검토한다.
본고는 김혜경이 문서죄 영역에서 제시한 네 기준(해석·법형성 통제 기준)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영역에 맞게 재배열하여, 다음 네 가지 통제질문을 설정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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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해석이 각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 있는가(문언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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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수범자 관점에서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구체화되었는가(구체화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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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보편개념 동원이 구성요건 경계를 "보완"하는 수준인지 법형성으로 나아갔는가(법형성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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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처벌공백은 입법적 해결이 더 적절한지(해석과 입법의 역할 분담)14)
이를 위해 II장은 제13조의 구성요건 구조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해석 방법론을 정리하고, 통신매체 요건 및 도달 요건이 갖는 체계적 의미를 확정한다. 제3장은 통신매체 요건의 문언한계 및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로 인식되는 수단” 표지의 통제 기능을 중심으로, 송금메모 유형에서 통신매체 해당성 판단의 기준을 제시한다. 제 IV장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서 보호법익이 수행하는 해석상 기능과 한계를 체계형성·구체화·제한·입법촉구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보호법익이 구성요건의 문언과 구조를 대체하여 가벌성을 확장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한다.15) 제 V장은 송금메모 유형을 대상으로 “통신매체 판단 → 도달 판단”의 순차 구조를 적용하여 수단요건과 결과요건의 역할 분담을 재확인하고, 반대 견해 및 처벌공백 논의의 위치를 체계적으로 배치한다.
II.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법규 해석의 한계
죄형법정주의는 형벌권 발동의 전제조건을 “법률에 의한 사전 규정”에 두는 원리일 뿐 아니라, 그 법률의 해석·적용 과정에서도 명확성·예측가능성을 확보하도록 요구하는 통제 원리로 이해된다.16) 다시 말해, 형벌법규의 존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 해석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핵심 기능이라는 이해가 널리 받아들여진다. 형벌법규 해석에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는 단순한 사전적 의미가 아니라, 사회의 언어 관행과 기존 판례가 축적한 개념 표지에 비추어 수범자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가리키며, 이를 넘는 해석은 형사법에서 금지하는 유추로 평가되어 금지된다. 이는 특히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의 해석에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 한계를 넘는 경우, 가벌성 확장으로 나아감으로써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원칙과 직접 충돌할 수 있다.17)
한편 형벌법규의 적용에서 불확정 개념·평가 개념이 불가피하게 등장하는 영역에서는, 법원이 판례를 통해 판단 요소를 구체화함으로써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구체화요구(Konkretisierungsgebot)’가 강조된다.18) 이때 신의칙·조리·사회상규와 같은 추상적 기준이나 ‘종합적 판단’이라는 표현이, 구체적 판단 요소의 제시 없이 결론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면 해석 경계가 블랙박스화되어 유추금지·문언한계의 실질적 통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19) 따라서 구체화 자체는 불가피하지만, 그 과정에서 ①구성요건 요소별 판단 요소의 분해·배열, ②포섭되지 않는 유형을 배제하는 기준의 제시가 함께 요구된다고 보아야 한다.20)
이와 관련하여 ‘법관의 법형성’ 논의는 유추가 법규보다 개방적인 보편개념(법목적·헌법가치·전체 법질서 등)에 기대어 유사성과 차이를 능동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준을 창출·보충하므로, 명확성·일관성·과잉금지 등에 의한 통제가 필수적임을 지적한다. 특히 형벌법규 해석에서 법형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의 가벌성 확장으로 작동할 경우, 입법부가 아닌 사법부가 사실상 새로운 구성요건을 창설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법우위·권력분립과의 긴장이 문제된다. 이러한 이유로 형사법에서는, 보편개념(법목적·헌법가치·보호법익 등)을 해석에 동원하더라도, 그것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판단 요소를 구체화하는 데 그쳐야 하고, 구성요건 경계를 대체해 가벌성 확장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통제 기준이 요구된다.21)
한편, 형벌법규 해석에서 ‘해석’과 ‘법형성’의 경계를 보다 정교하게 기술하기 위하여, 법발견(Rechtsfindung)·법형성(Rechtsfortbildung)·법창조(Rechtsschöpfung)의 삼분론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 Larenz에 의하면, 법발견이란 법관의 법률해석이 법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 머물러 있으면서 해당 사안에 적용될 법을 찾아내는 것을 의미하고, 법의 흠결이 확인되면 법흠결을 보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법형성이므로 법형성의 영역을 넘어선 법해석에 의한 법창조는 해석 임무를 벗어나므로 금지된다.22) 다만 여기서 법해석·법형성·법창조라는 구분은 이들 각각이 서로 다른 존재론적 실체를 가진다는 주장을 전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는 법관의 규범창출 행위를 ‘문언의 가능한 의미’와 전체 법질서의 체계 속에서 어느 지점에 위치시킬 수 있는지 분석하기 위한 연속선 상의 개념틀에 가깝다. 좁은 의미의 법해석은 문언과 체계, 목적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의미를 선택·구체화하는 작업을 가리키고, 법형성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 내부이지만 아직 판례·실무에서 확립되지 않은 새로운 적용 범위를 열어주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법창조, 특히 형사법에서 문제 되는 제도창설적 법창조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사실상 새로운 구성요건을 도입하는 수준의 규범창출 행위를 가리킨다. 요컨대 세 개념은 모두 법관이 규범을 ‘만드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연속적이지만, 문언과 예측가능성에 대한 제약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정당화 부담과 비판 가능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구별된다.23)
이러한 삼분론에서 법발견과 법형성의 경계는 곧 ‘법문언의 가능한 의미’로 설정된다. 그러나 형사법 영역에서는 법형성이 흔히 법규정의 목적이나 보호법익을 매개로 한 확장·유추를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유추해석금지 원칙과 긴장이 발생한다. 우리 판례 역시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그 의미 범위를 목적론적 해석을 통하여 창출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경향을 보여 왔고, 이 과정에서 허용되는 확장해석과 금지되는 유추해석의 경계가 모호해져 죄형법정주의의 실질적 통제가 약화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24)
김혜경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문언의 가능한 의미’라는 논거가 동일 사안에서 상반된 결론의 근거로 동시에 원용되는 자의성을 지적하면서, 문서죄 영역에서 법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해석할 때 이를 통제하기 위한 기준으로 보호가치의 동등성, 법적 가치평가의 동가치성, 법적 체계적합성,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형성의 금지라는 네 가지를 제시한 바 있다. 본고의 네 통제질문은 이러한 기준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영역에 맞게 재배열한 것이다. 25)
다만 이를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특히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형성의 금지’가 다른 세 기준과 모순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본고는 앞선 세 기준을 ‘문언의 가능한 의미’ 내부에서 의미 선택과 적용 범위를 조정할 때 작동하는 통제기준으로 이해하고, 마지막 기준을 그 범위를 넘어 구성요건의 외연을 확대하는 방향의 법형성을 제어하는 최후의 한계선으로 재구성한다. 다시 말해, 보호가치 동등성, 법적 가치평가의 동가치성, 법적 체계정합성은 가능 영역 내부에서의 선택을 더 엄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형성 금지는 예측가능성을 해치는 새로운 가벌 영역 창출을 금지하는 취지로 읽어야 한다. 이처럼 층위를 나눌 경우, 모든 의미 확장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하는 방향의 가벌성 확장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요컨대 본고가 제시하는 네 가지의 해석·법형성 통제 기준은, 김혜경이 문서죄 영역에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 통제를 위하여 제안한 보호가치 동등성, 법적 가치평가의 동가치성, 법적 체계 정합성,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형성 금지라는 네 기준을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영역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첫째 기준은 기존 구성요건이 보호하는 법익과 새로이 포섭하려는 행위가 침해하는 법익이 실질적으로 동등한 보호가치를 가지는지를, 둘째 기준은 그 행위에 대한 법적 가치평가가 기존 구성요건이 예정한 비난 가능성과 동가치인지 여부를 묻는다. 셋째 기준은 해당 해석이 성폭력처벌법 및 형법 전반의 체계와 정합적인지를, 넷째 기준은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새로운 가벌 영역을 창출하는 법형성을 지양해야 한다는 형사법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네 기준은 사회학적 의미의 ‘질문’이 아니라, 형사법 해석론에서 제시되어 온 통제기준을 이 사건 판결 유형에 적용하기 위하여 도입한 규범적 판단척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III.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구성요건 구조와 보호법익
제13조는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라는 수단요건과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이라는 결과요건을 나란히 두고, 그 매개로서 “말·음향·글·그림·영상·물건”을 열거하며, “성적 욕망을 유발·만족시킬 목적”이라는 목적요건을 함께 요구하는 다층적 구조가 놓여있다. 통신수단 사용·도달·목적이라는 세 요소가 결합하여 단순한 음란표현 일반이 아니라 통신매체를 통하여 특정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목적범으로 구성요건이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상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통신매체 이용 요건은 법률의 문언상 처벌범위를 한정하는 독자적 기능을 갖는다. 이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단순한 음란표현 일반이 아니라, 특정한 통신수단을 매개로 한 비대면·비대화적 성적 침해 유형을 별도로 포섭하려는 규정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논의와 상존한다.26) 대법원은 제13조가 “전화, 우편, 컴퓨터나 그 밖에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을 이용하여” 전달하는 행위를 처벌하려는 것임이 문언상 명백하므로,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행위까지 포섭하는 것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으로서 실정법 이상으로 처벌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27)
둘째, 도달 요건은 통신매체를 통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표현물이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상태에 놓였는지를 기준으로 추가적인 결과를 요구한다. 이는 도달을 단순한 물리적 전달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인식가능한 상태”라는 규범적 개념으로 파악하여, 온라인 환경에서도 보호법익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려는 해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법원은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표현이 피해자를 특정하여 게시되고, 피해자가 별다른 제한 없이 이를 열람할 수 있는 상태에 두어졌다면, 피해자가 실제로 해당 표현을 인식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도달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보아 왔다.28) 이러한 해석은 도달 요건을 온라인 환경에 맞게 구체화하면서, 성적 자기결정권과 “원치 않는 성적 표현을 접하지 않을 권리”라는 보호법익을 현실화하려는 방향으로 구성요건을 해석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셋째, 목적요건인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은 이 죄를 일반적 욕설·모욕과 구별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한다. 이러한 평가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판례의 축적을 전제로 할 때 해당 요건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29) 이는 구성요건에 평가적 요소가 포함될 수 있으나, 판례의 축적을 통해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한도에서 허용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넷째, 이러한 구성요건 구조를 전제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보호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표현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접하지 않을 권리”로 요약되며, 일반적 인격권 및 건전한 성풍속 보호가 결합된 복합적 법익으로 볼 수 있다.30) 이는 형법이 성적 자기결정권·인격권을 중심으로 성범죄 영역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강조하는 논의와도 맥을 같이 한다. 대법원은 이 죄가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을 중심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영역을 보호함과 동시에, 통신매체를 매개로 한 성적 표현이 무제한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는 데 규범적 초점이 있음을 반복하여 설시하였다.
다섯째, 실무에서는 통신매체 요건, 도달 요건, 목적요건이 결합된 이 구조 때문에, 직접 전달·배송 수단·단체방·오전송 등 다양한 사실 유형에서 “구성요건 운용 공백”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31) 이러한 공백이 해석론을 통한 확장으로 메워져야 하는지, 아니면 구성요건 재설계·통합 포섭 등 입법론을 통해 해결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논쟁은, 2025도12709 판결이 제13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평가하는 데 구조적 배경을 이룬다.
IV.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요건에 관한 대법원판례의 흐름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제13조의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라는 문언을 전제로,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피해자의 출입문에 편지를 직접 끼워 넣은 행위는 제13조가 예정하는 행위유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 조항이 “전화, 우편, 컴퓨터나 그 밖에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을 이용하여” 전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 문언상 명백하므로, 통신매체를 거치지 않은 직접 도달까지 포함시키는 해석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이라고 판시하였다.32) 이 판결은 통신매체 요건을 구성요건의 본질적 요소로 파악하고, 처벌공백을 이유로 문언을 넘어서는 확장을 허용할 수 없다는 죄형법정주의적 한계를 선언한 의미를 가진다.
위 판결에서 문제된 것은 트위터 멘션을 통한 성적 수치심 유발 게시물이 피해자에게 “도달”하였는지 여부였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계정을 차단하여 알림은 전달되지 않았으나, 멘션 형식으로 게시된 글이 검색을 통해 별다른 제한 없이 열람 가능하였다는 사정에서, 대법원은 멘션 형식의 게시물이 피해자를 특정하여 SNS상에 게시되어 별다른 제한 없이 열람 가능한 상태에 놓인 이상, 피해자가 실제로 이를 인식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도달 요건이 충족된다고 보았다. 이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보호법익을 “성적 자기결정권에 반하여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표현을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접하지 않을 권리”로 파악하면서, 온라인 환경에서 그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방향으로 도달 개념을 기능적으로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33)
요컨대 대법원은 통신매체 자체(SNS)는 쟁점으로 삼지 않고, 통신매체를 전제로 한 도달 요건의 해석에 집중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보호법익은 도달 개념의 확장 근거가 아니라, 도달을 어떻게 이해해야 예측가능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술환경에 부합하는지를 설명하는 해석지침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보호법익의 구체화 기능이 비교적 정교하게 작동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사안에서 헌법재판소는 제13조 중 “자기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라는 평가적 구성요건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집행의 자의 방지에 필요한 정도의 명확성을 갖추었다고 보면서,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구성요건 체계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성적 욕망”과 “만족”이라는 표현이 일상언어에서 통용되는 개념이고, 대법원 판례가 행위의 동기·경위, 표현의 내용과 태양, 당사자 관계 등을 종합하여 목적의 유무를 판단해 온 점을 고려할 때, 수범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집행의 자의 방지에 필요한 정도의 명확성을 갖춘다고 보았다.34) 이에 따라 해당 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는 합헌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통신매체 요건이나 도달 요건을 직접 다루지 않고, 목적요건이라는 평가적 요소의 헌법적 정당성만을 문제 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정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구성요건 요소들이 형벌법규로서 요구되는 명확성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함으로써, 이후 해석에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서는 확장이 허용되기 어렵다는 한계를 우회적으로 확인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대상판결에서 피고인은 2023. 10. 15. 19:08경부터 19:10경까지 피해자의 은행계좌로 1원씩 여러 차례 입금하면서, 송금메모란에 성폭력처벌법 제13조가 예정하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에 해당하는 메시지(이하 ‘이 사건 송금메모 메시지’라 한다)를 각 기재하여 전송하였다. 대상판결은 이러한 송금메모 메시지가 위 조항의 “말”에 해당함을 전제로, 나아가 송금메모 기능이 제13조의 “그 밖의 통신매체”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삼았다.35)
대법원은 통신매체를 “일반적으로 정보나 의사를 전달하는 물체 또는 수단이라고 인식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양방향 의사소통 가능성은 통신매체 개념의 필수 요건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러한 정의를 전제로 하여 대법원은, 송금메모 기능이 금융거래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를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통신매체 개념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통신매체를 이처럼 일방·양방향 여부와 무관한 일반적 전달 수단으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금융거래의 부수적 식별기능까지 통신매체 범주에 편입하는 것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가 예시하고 있는 “전화, 우편, 컴퓨터”가 형성하는 동종성 범주를 벗어나는 방향의 개념 확장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어 대법원은 송금메모 기능이 계좌이체 과정에서 송금인이 원하는 정보를 수취인의 계좌 거래내역에 표시하는 수단이므로, 돈을 입금받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 결과,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피해자에게 소액을 이체하면서 송금메모에 성적 수치심 유발 문구를 입력한 행위는, 일반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것으로서 제13조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판결은 앞서 본 판결들과 비교할 때 두 지점에서 논쟁을 초점화한다. 첫째, 통신매체의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대법원이 “양쪽 당사자 상호간에 의사소통 또는 정보 교환이 가능한지 여부와 상관없이”라는 문구를 통해, 종전 판례와 실무에서 형성되어 온 “양방향성” 표지를 명시적으로 배제하였다는 점, 둘째, 통신매체를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로 인식되는 수단”이라는 사회의 언어 관행 기반 표지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라는 기능적 표지로 전환함으로써 통신매체 개념의 개념핵과 주변부를 재구성하였다는 점이다.36)
이러한 전환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구체화인지, 보호법익과 목적론적 논증을 매개로 통신매체 요건의 구조를 재설계한 법형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제 V장에서 검토할 한계심사의 핵심 쟁점으로 남는다. 특히 송금메모는 금융거래의 식별·관리 기능을 위해 설계된 부수적 표지로서, 사회 일반이 이를 메신저·SNS·이메일과 같은 “통신매체”와 동등한 수단으로 인식한다고 보기 어렵다.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해석할 때 기준이 법관이 아니라 통상적 수범자의 관점이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송금메모를 통신매체 개념 안에 포함시키는 해석은 최소한 문언 한계 경계에서 상당한 의심이 제기되는 영역에 속한다.
요컨대, 앞서 본 판결들은 은 각기 통신매체 요건·도달요건·목적요건의 의미를 구체화하면서도, 통신매체 개념의 동종성 표지를 변경하지는 않았다. 이에 비해 대상판결은 송금메모를 포섭하기 위해 통신매체 개념을 기능적으로 재정의함으로써, 기존 판례군이 형성해온 해석틀에 새로운 긴장을 추가한 판결로 평가될 수 있다.37) 이를 정리하자면 다음 <표 1>과 같다.
V. 대상판결의 해석 구조와 한계심사
본고의 문제의식은 제 I장에서 보았듯, 제13조의 “그 밖의 통신매체” 해석과 관련하여 대상판결이 전자금융거래의 송금메모를 통신매체로 포섭한 것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 해석인지, 아니면 보호법익·목적론을 매개로 한 가벌성 확장에 해당하는지에 있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통신수단 사용과 도달을 전제로 설계된 결과 실무상 처벌공백이 반복됐고, 그 공백을 해석으로 메울 것인지 입법으로 정비할 것인지가 구조적 쟁점으로 누적되어왔다.
죄형법정주의는 단지 “법률 없으면 처벌 없다”는 형식 명제에 그치지 않고, 법원이 불확정 개념을 구체화할 때 명확성·예측가능성(구체화요구)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통제 원리로도 작동한다. 반대로 대법원이 신의칙·조리·사회상규 등 추상 기준과 종합판단을 통해 결론을 정당화하면서도 구체화요구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다는 비판 역시 제기되어 왔으므로, 대상판결의 논증이 “기준 제시형 구체화”인지 “결론 정당화형 종합판단”인지가 본고의 방법론적 출발점이 된다. 앞서 제 IV장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대상판결은 종전 판례들이 유지해 온 통신매체 개념의 동종성 표지를 기능적 표지로 재구성한 점에서 질적 차이를 형성하며, 이하에서는 이 차이를 네 가지 통제 기준에 비추어 순차적으로 검토한다. 본고는 이러한 맥락에서 대상판결의 해석 구조를, 해석과 법형성의 경계 및 구체화요구의 충족 여부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죄형법정주의는 형벌법규의 존재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구성요건 해석·적용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와 예측가능성·명확성을 충족하도록 통제할 것을 요구한다. 형벌법규 해석에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는 사전적 의미와 사회적 언어 관행, 기존 판례가 축적한 개념 표지를 종합하여 형성되는 규범적 기준으로 이해되며, 이를 넘는 해석은 유추로 평가되어 금지된다. 이러한 논의를 전제로, 본고는 앞에서 설정한 네 가지 통제 기준을 대상판결에 대한 한계심사의 틀로 사용한다. 곧, ①해석 결과가 통신매체·도달·목적요건의 문언이 허용하는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 있는지(문언한계), ②결론을 지지하는 판단 요소가 구성요건 요소별로 분해·제시되어 수범자 관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구체화되었는지(구체화요구), ③보호법익·입법목적 등 보편개념 동원이 구성요건 경계를 보완하는 수준에 머무르는지, 아니면 사실상 처벌범위를 창출·확대하는 법형성으로 이행하는지(법형성 통제), ④해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처벌공백이 입법적 해결 가능성과 비교하여 평가되었는지(해석과 입법의 역할 분담)이다.
이하에서는 먼저 제 V장 2절에서 대상판결의 논증 구조를 재구성한 뒤, 제 V장 3절·4절·5절에서 통신매체 개념, 보호법익 및 목적론적 논증, 입법적 해결 가능성에 대하여 이 네 기준을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의 논증은 요약하면 ①보호법익 제시 ②통신매체 개념의 재정의 ③ 송금메모 기능의 포섭이라는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대법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성적 자기결정권과 일반적 인격권, 건전한 성풍속 보호를 위한 규정임을 전제로 하여,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혐오감을 유발하는 표현을 의사에 반하여 접하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힌다. 이때 대법원은 선행 판례(대법원 2024. 11. 28. 선고 2022도10688 판결)를 참조하여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보호법익이 단순한 풍속보호를 넘어 인격권·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 보호와 결부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는 점에서, 보호법익을 논증의 출발점으로 위치시킨다.38)
둘째, 대법원은 통신매체를 “일반적으로 정보나 의사를 전달하는 물체 또는 수단이라고 인식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양쪽 당사자 상호간의 의사소통 또는 정보 교환이 가능한지 여부(쌍방향성)는 통신매체 개념의 필수 요건이 아니라고 명시한다. 이는 종전 판례와 실무가 사실상 전제해 온 “양방향성” 표지를 개념요소에서 탈락시키는 전환으로 평가될 수 있다.39)
셋째, 대법원은 송금메모 기능이 계좌이체 과정에서 송금인이 원하는 정보를 수취인의 계좌 거래내역에 표시하는 기능을 수행하므로, “돈을 입금받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통신매체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로써 피고인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소액을 이체하면서 송금메모에 성적 수치심 유발 문구를 입력해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행위는, “일반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물체 또는 수단”으로 인식되는 통신매체를 이용하여 성적 표현을 도달하게 한 것으로 포섭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보호법익(성적 자기결정권 등) → 통신매체 정의 재구성 → 구체적 기능의 포섭이라는 구조를 취함으로써, 목적론적·기능주의적 해석 요소를 결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앞서 본 네 가지 기준에 비추어 보면, 대상판결의 논증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호가치의 동등성 측면에서 보면, 대법원은 송금메모 유형에서도 성적 자기결정권·일반적 인격권 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통신매체이용음란죄가 전형적으로 상정해 온 비대면·비대화적 성적 괴롭힘 유형과 비교하여 그 침해 양상이 동등한지에 대한 검토는 부족하다. 둘째, 법적 가치평가의 동가치성 측면에서도, 송금메모를 이용한 단발적 표현 행위와 메신저·SNS를 통한 반복적·집중적 표현 행위를 동일한 통신매체이용음란 유형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증이 제시되지 않는다. 셋째, 법적 체계적합성 측면에서, 송금메모 유형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포섭하는 대신 모욕죄나 정보통신망법상의 규율, 또는 입법적 보완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과의 비교·평가가 부재하다. 넷째, 무엇보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형성 금지와 관련하여, 통신매체 개념을 “정보 전달 기능”이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재정의하는 작업이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는 법형성인지 여부에 대한 자기반성이 판결 이유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비교하자면 다음 <표 2>와 같다.40)
| 비교 항목 | SNS 멘션 (2025도986) | 송금메모 (2025도12709) |
|---|---|---|
| 접근 경로 | 알림·타임라인 자동 노출 | 거래내역 조회 필요 (어플리케이션 별 상이) |
| 접근 제한 | 별다른 제한 없이 열람 | 앱 로그인 + 조회 행위 필요 |
| 도달 시점 | 게시 시점에 확정 | 알림 설정에 따라 유동적 |
| 제3자 열람 | 불특정 다수 열람 가능 | 수취인만 열람 가능 |
앞서 2015도17847은 제13조의 문언에 비추어 “전화, 우편, 컴퓨터나 그 밖에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을 이용하여” 전달하는 행위를 처벌하려는 것이 문언상 명백하다고 판시하면서, 이를 벗어나는 해석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으로서 실정법 이상으로 그 처벌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 판결이 설정한 동종성 표지는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 즉 사회적 인식에 기초한 표지이다. 이에 비해 대상판결은 통신매체를 “일반적으로 정보나 의사를 전달하는 물체 또는 수단이라고 인식되는 것”으로 재정의하면서, “양쪽 당사자 상호간에 의사소통 또는 정보 교환이 가능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통신매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전환에서 특징적인 것은 대법원이 동종성 표지를 ‘사회 일반이 통신수단으로 인식하는가’라는 인식 기준에서 ‘실제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 있는가’라는 기능 기준으로 이동시킨 점에 있다.
통신매체 예시로 열거된 수단들 가운데, 우편이 사실상 일방향적 전달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양방향성 불요’라는 판단 자체는 언어 차원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 그러나 우편과 송금메모 사이에는 본질적 차이가 존재한다. 우편법 제1조의2 제7호는 서신을 “의사전달을 위하여 특정인이나 특정 주소로 송부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같은 조 제2호는 통상우편물을 “서신 등 의사전달물”로 정의하여, 우편이 법률상 본래적 의사전달 목적으로 ‘설계된 수단(by design)’임을 명확히 한다. 반면 송금메모는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12호의 전자자금이체 정의에 포함되지 않고, 같은 법 제13조 제1항의 지급 효력발생 요건에도 관여하지 않으며, 같은 법 시행령 제7조 제4항이 열거한 법정 거래내용 기재사항에도 등장하지 않는다. 나아가 전자금융감독규정 제4조가 금융위원회 고시로 추가한 사항에도 송금메모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요컨대 송금메모는 금융회사가 약관에 근거하여 이용자 편의를 위해 부가적으로 제공하는 거래의 식별·관리를 위한 ‘부수적 기능(by function)’에 불과하며, 법률이 규율하는 전자자금이체의 본질적 구성요소와는 명확히 구별된다.41)
이처럼 우편이 법률상 의사전달을 위해 설계된 수단이라는 점에서 성폭력처벌법 제13조가 예시하는 통신매체의 동종성 범주 안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송금메모는 전자금융거래법 및 관련 하위 법규 어디에서도 통신수단으로서의 제도적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 부수적 식별 표지에 가까운 기능을 수행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고려하면, “우편도 일방향적 전달인데 통신매체로 인정되므로 송금메모도 마찬가지”라는 논변은 두 수단의 설계 목적과 법적 지위의 상이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단순한 일방향성이라는 속성만으로 송금메모의 통신매체 해당성을 정당화하기에는 논증의 전제가 다소 약한 측면이 있다.42)
둘째, “피해자 보호의 긴급성을 고려하면 해석적 해결이 불가피하다”는 반론이다. 이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조세법률주의 영역에서, “입법자의 실수로 형사처벌 근거조항이 사라졌음에도 구체적 타당성을 이유로 법원이 피고인을 형사처벌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판시하여, 입법 흠결 시 해석에 의한 침익적 확장이 금지됨을 조세법률주의와 죄형법정주의를 직접 병렬하여 확인한 바 있다. 나아가 “경과규정의 미비라는 명백한 입법의 공백을 방지하고 형평성의 왜곡을 시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권한이고 책임”이라고 하여, 처벌공백의 시정이 사법부가 아닌 입법자의 과제임을 명확히 하였다. 이에 따르면 죄형법정주의 영역에서도 동일한 논리가 관철되어야 하므로, 입법의 흠결로 인해 처벌이 불가능해지는 결과는 헌법 구조가 예정한 한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셋째, “기능적 해석은 기술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구체화”라는 반론이다. 그러나 구체화요구는 구성요건 요소별 판단 요소를 분해·배열하고, 포섭되지 않는 유형을 배제하는 기준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상판결은 기존의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로 인식되는 수단’이라는 동종성 표지를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라는 기능적 표지로 대체하면서, 어떤 수단이 통신매체에 해당하지 않는지에 관한 배제 기준을 판결 이유에서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43)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통신매체를 “일반적으로 정보나 의사를 전달하는 물체 또는 수단이라고 인식되는 것”으로 정의한 뒤, 양방향 의사소통 가능성을 필수요건에서 배제하고, 곧바로 송금메모가 “돈을 입금받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에 해당한다”는 포섭 결론을 도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은 종전 판례가 형성해 온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이라는 동종성 표지를 사실상 탈락시키면서, 그에 대체하는 새로운 판단 요소를 분해·배열하지 않았다. 특히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라는 기능적 표지만으로는 각종 안내문·라벨·영수증·알림 메시지 등 정보전달 기능을 수행하는 모든 수단이 통신매체에 포섭될 가능성이 열리는데, 이를 배제하는 기준이 판결 이유에서 언어화되어 있지 않다.
‘구체화요구’의 관점에서 보면, 불확정 개념의 구체화는 ①구성요건 요소별 판단 요소의 분해·배열과 ②포섭되지 않는 유형을 배제하는 기준의 제시가 함께 이루어져야 예측가능성 확보라는 죄형법정주의의 요청에 부합한다. 2025도986이 도달 요건을 구체화하면서 ‘멘션 기능의 사용’, ‘별다른 제한 없이 손쉽게 볼 수 있는 상태’, ‘피해자를 특정하여 겨냥한 게시’라는 판단 요소를 분해·배열하고, 단순한 인터넷 게시판 글 작성과 구별되는 배제 기준을 제시한 것과 대비하면, 대상판결의 통신매체 논증은 결론 정당화형 종합판단에 머물러 있고 기준 제시형 구체화에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앞서 제 II장에서 소개한 법발견·법형성·법창조의 삼분론에 비추어 보면, 대상판결이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로 인식되는 수단’이라는 기존 동종성 표지를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라는 기능적 표지로 대체한 것은, 기존 판례가 형성해 온 개념핵을 변경하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법문언의 가능한 의미 안에 머무는, 이른바 ‘법발견’보다, 보호법익과 기능론을 매개로 구성요건 구조를 재설계하는 ‘법형성’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대법원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보호법익(성적 자기결정권·일반적 인격권·건전한 성풍속)을 전면에 내세우고, 송금메모를 통해 성적 표현이 피해자에게 도달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법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통신매체 개념을 확장한다. 이는 형식상 입법목적에 비추어 구성요건을 해석하는 목적론적 해석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가 통신매체 요건의 구조를 실질적으로 재설계하여 새로운 처벌 유형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허용되는 해석이라기보다 법형성(유추에 준하는 가벌성 확장)에 가깝게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법형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해석 평가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형성의 금지’는, 앞선 모든 기준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그 해석 결과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의 가벌성 확장에 해당한다면 문언의 가능한 의미로부터 배제하여야 한다는 해석의 보충성을 강조하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는바,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통신매체 개념의 재정의를 통해, 종전에는 통신매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수 있었던 송금메모를 새로이 통신매체로 포섭함으로써 처벌범위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구성요건을 재구성하였다. 이러한 유형의 법형성은 형사법에서 의심스러운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는 원칙(in dubio pro reo)에 비추어 볼 때, 높은 수준의 정당화 설명을 요구한다고 보아야 한다.
형사법에서 입법자의 의도·보호법익은 구성요건의 의미를 문언의 가능한 의미 범위 내에서 구체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그 한계를 넘어 가벌성 확장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44) 입법자가 아무리 광범위한 피해자 보호를 의도하였더라도, 그 의도는 입법자가 선택한 문언과 구조의 범위 내에서만 실현될 수 있고, 문언이 포섭하지 못하는 유형까지 사법부가 해석을 통해 처벌할 수는 없다. 보편개념과 보호법익에 기대어 송금메모를 통신매체 개념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결국 해석론으로 입법론을 대체하려는 시도와 구조적으로 동일하다. 해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처벌공백 문제를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과 특별형법 영역 논의에서도 재확인되는 방향성이다. 보호법익의 확대와 가벌성 확장의 긴장은 “전체 법질서”나 “법질서의 통일성”과 같은 보편개념을 해석에 동원하는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45)
이러한 논의를 대상판결에 적용한다면, ‘성폭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의 중요성’, 나아가 ‘성폭력범죄 처벌규정 체계의 정합성’ 같은 보편개념이 송금메모 포섭을 정당화하는 논증의 재료로 사용될 경우, 그것이 구성요건의 문언과 구조를 대체하여 가벌성 확장의 근거로 기능할 위험이 있다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보호법익을 넓게 파악하는 것은 구성요건 해석 방향을 제시하는 기준이 될 수 있지만, 이를 근거로 통신매체 개념을 재정의하여 송금메모까지 포섭하는 순간, 보호법익은 더이상 해석지침이 아니라 새로운 구성요건 창설의 정당화 수단으로 변모할 수 있다.
반대로, 보호법익을 엄격하게 개념화하여 구성요건 외연을 제한하는 접근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보호법익을 ‘통신수단을 이용한 비대면·비대화적 방식의 성적 침해’로 한정하고, 이러한 침해 유형이 모욕·명예훼손·강제추행 등과 구별되는 지점을 기준으로 통신매체 범위를 설정한느 것이다. 송금메모처럼 비대면이지만 본래적 통신수단으로 설계되지 않은 기능은 통신매체 범위에서 제외되며, 해당 행위가 문제된다면 다른 구성요건(예: 모욕, 협박,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을 통해 규율하거나, 새로운 구성요건을 입법적으로 설계하는 방향이 선택되어야 한다. 이 접근에서는 보호법익이 가벌성 확장의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구성요건 경계를 제한하는 파수꾼으로 기능한다. 이는 형사법에서 입법의 불완전으로 인해 특정 행위가 구성요건상 포섭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국가형벌권의 부존재로 귀결되어야 하고, 이를 보완하는 것은 입법자의 과제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요컨대, 대상판결에서 보호법익·목적론은 통신매체 개념의 재구성을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동원되었고, 그 결과 송금메모까지 포섭하는 가벌성 확장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벌성 확장의 양상은, 형식적으로는 기존 성폭력처벌법 제13조를 적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그 조문이 예정하지 않았던 새로운 구성요건적 의미를 도입하여 처벌범위를 넓히는 해석 형태, 이른바 ‘제도창설적 해석’으로 분류될 소지가 있다. 여기서 제도창설적 해석이란, 기존 조문의 틀을 유지한 채 그 아래에서 사실상 새로운 처벌규범을 창설하는 수준의 법형성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이는 법관이 규범을 만든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법형성과 연속선상에 있지만, 문언의 가능한 의미와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법 영역에서는 특히 높은 정당화 부담을 가진다. 본고가 제시한 통제 기준—문언한계, 구체화요구, 법형성 통제, 해석과 입법의 역할 분담—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접근은 해석을 통한 기준 구체화라기보다, 보편개념과 보호법익에 기대어 새로운 처벌범위를 창출하는 법형성에 가깝고, 특히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에서 이루어진 만큼 죄형법정주의 및 법적 안정성과 일정한 긴장 관계에 놓여있다고 사료된다.
이는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확인되는 방향성과도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 2024. 6. 20. 선고 2022도12175 전원합의체 판결은, 도로교통법이 통행금지와 진로변경금지를 구분하여 규율하면서 처벌 체계를 달리하고 있음을 근거로, “진로변경금지 위반을 통행금지 위반으로 보아 단서 제1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을 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이때 ‘문언의 객관적 의미’는 해석자의 주관을 완전히 배제한 사실 개념이라기보다는, 언어공동체와 선행 법실무가 공유·축적해 온 의미 기준에 비추어, 해당 규범의 문언·체계·목적이 허용하는 상호주관적 의미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판결의 구조도 대상판결과 유사하다. 2022도12175에서 법문에 열거된 ‘통행금지’가 형성하는 개념적 범주는 ‘진로변경금지’를 포섭하지 않으며, 양자가 동일한 법정형을 갖는다는 사정만으로 개념적 범주를 동일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폭력처벌법 제13조가 “전화, 우편, 컴퓨터”라는 예시를 통해 형성하는 통신매체의 동종성 범주는, 본래적 의사전달 목적으로 설계된 수단의 범주이며, 금융거래의 부수적 식별 기능인 송금메모는 그 범주 밖에 놓인다. 보호법익의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개념적 범주를 확장하는 것은, 2022도12175가 경계한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해석’에 해당한다.
물론 형법 해석에서 동일 문언이 구성요건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것 자체는 낯설지 않다. ‘폭행 또는 협박’이 강간죄에서는 최협의, 공무집행방해죄에서는 광의로 해석되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 차이는 구성요건의 체계적 위치에 따른 것이지, 가벌성 확장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통신매체 또한, 설령 맥락에 따른 해석 차이가 허용되더라도 그 방향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확장이어서는 안 된다. 이를 종합하면 다음 <표 3>와 같다.
Ⅵ. 결론 및 입법론
본고는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그 밖의 통신매체” 해석과 관련하여,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5도12709 판결이 송금메모 기능을 통신매체로 포섭한 논증을 죄형법정주의·문언의 가능한 의미·보호법익 기능론의 관점에서 검토하였다. 그 결과, 이 판결은 통신매체 요건에 대한 종전 판례의 문언한계를 재구성하고, 사회의 언어 관행에 비추어 의심스러운 영역에 속하는 수단을 보호법익과 기능을 근거로 통신매체 개념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허용되는 해석의 범위를 넘어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의 법형성, 곧 가벌성 확장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5도17847 판결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통신매체 요건을 구성요건의 핵심 경계표지로 파악하여, 통신매체를 거치지 않은 직접 전달을 제13조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면서 “법문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을 명시적으로 배척하였다. 2025도986 판결은 보호법익(성적 자기결정권·일반적 인격권)을 전제로 도달 개념을 “객관적 인식가능 상태”로 기능적으로 구체화하였으나, 통신매체 자체는 종전 개념틀 안에서 전제하여 구성요건 구조를 변경하지 않았다. 2024헌바363 결정은 제13조의 목적요건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여 구성요건 자체의 헌법적 정당성을 확인하면서, 오히려 해석을 통한 가벌성 확장의 정당화 근거로 “불명확성”을 쉽게 원용할 수 없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이에 비해 대상판결은 통신매체를 “일반적으로 정보나 의사를 전달하는 물체 또는 수단”으로 정의하고, 양방향 의사소통 가능성 여부와 무관하게 성적 표현을 전달하여 보호법익을 침해할 수 있으면 통신매체로 볼 수 있다고 함으로써, 종전 판례가 암묵적으로 전제해 온 “양방향성” 표지를 탈락시켰다. 나아가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로 인식되는 수단”이라는 사회의 언어 관행 기반 표지를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이라는 기능적 표지로 대체하여 통신매체 개념의 개념핵과 주변부를 재구성함으로써, 송금메모까지 포함시키는 가벌성 확장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형사법에서는 의심스러운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과 보편개념(법목적·헌법가치·보호법익 등)에 기대어 이루어지는 법형성에 대해 명확성·일관성·과잉금지에 의한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논의는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보호법익과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앞세워 송금메모를 통신매체 개념 안으로 끌어들였고, 이는 처벌공백을 해석 확장으로 메운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크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으로 피해자 보호에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구성요건 경계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약화시키고, 입법부가 아니라 사법부가 새로운 처벌 유형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가벌성 확장을 정당화하는 위험을 내포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적용범위를 둘러싼 처벌공백 문제를 해석 확장의 방식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구성요건의 재설계·정비를 통해 해결하는 입법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통신매체 요건의 범위를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로 인식되는 수단”에 한정하되, 기술발전을 반영한 예시를 보완하는 방안을 <표 4>와 같이 검토할 수 있다.46)
| [현행법] 제13조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 [개정안] 제13조 ① (…)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에 의사 또는 정보의 전달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통신매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통하여 (…)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에서 "의사 또는 정보의 전달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통신매체"란 그 수단의 설계 목적 또는 사회 일반의 인식에 비추어 특정인에게 의사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이용되는 물체 또는 수단을 말한다. [시행령] 1. 문자·멀티미디어메시지 / 2. 전자우편·메신저·SNS / 3. 우편물 / 4. 전자금융거래의 송금메모 / 5. 여성가족부장관이 법무부장관과 협의하여 고시하는 것47) |
둘째, 통신매체를 통하지 않은 특정 유형의 직접 전달이나 비전형적 매개 구조에 대해서는 별도의 구성요건을 신설하거나, 모욕·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다른 범죄와의 통합 포섭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이 가능하다.48) 셋째, 경미한 유형에 대해서는 형벌이 아닌 질서위반행위나 행정벌, 보호명령 등 다른 규제수단을 활용하는 방식도 논의될 수 있다. 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인격권 보호라는 법익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면서도, 형벌의 최후수단성 및 과잉금지 원칙을 함께 실현하는 방안이다.49) 이러한 입법적 조정은 성적 자기결정권·일반적 인격권 보호라는 법익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동시에, 해석을 통한 가벌성 확장으로 인한 죄형법정주의·법적 안정성 침해 위험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50) 끝으로 본고에서 제시하는 입법적 개선안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의 적용범위를 일방적으로 확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핵심적 적용대상을 “통신수단을 이용한 비대면·비대화적 성적 침해”로 명확히 함으로써, 형식적 죄형법정주의와 실질적 보호필요 사이의 긴장을 조정하려는 시도이다. 송금메모와 같이 본래적 통신수단으로 설계되지 않은 기능을 제13조의 통신매체로 포섭하는 대신, 그러한 행위가 형사정책상 규율될 필요가 있다면 모욕죄·정보통신망법 위반 또는 새로운 디지털 성적 괴롭힘 구성요건 등 별도의 규율체계를 통하여 해결하는 것이 체계정합성과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51)
정리하면, ‘문언의 가능한 의미’와 피고인에게 불리한 법형성 금지라는 한계를 넘어서까지 해석을 통하여 규범을 보충할 수 없다는 점을 전제할 때,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적용범위를 둘러싼 현행 규율의 결함은 궁극적으로 해석론이 아니라 입법론의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52) 다만 통신매체 요건의 문언 보완, 별도 구성요건의 신설 또는 통합 포섭, 경미 유형에 대한 비형벌적 제재 활용과 같은 입법적 정비 방향은 이 글에서 개괄적으로만 제시되었을 뿐, 구체적인 입법기술·체계정합성·다른 성범죄 구성요건과의 관계 등에 관하여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 해석에 관한 기존 논의와 더불어, 향후에는 이러한 입법적 설계 가능성과 그 위험까지 포함하는 논의는 추후 연구 과제로 유보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