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 론
공해는 특정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국제공역(international public domain)으로서 국제사회가 함께 관리하는 개방된 해양 공간이다.1) 이에 각국은 공해에서 해상 질서를 확보하고 불법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국제법 및 자국 법령에 근거하여 법집행 권한을 행사하며, 그 과정에서 경고·정선·추적·승선 등의 물리적 조치를 취한다. 다만 이러한 행위는 상황에 따라 물리적 강제력2)을 수반한다는 점에서, 해당 조치가 어디까지 법집행의 일부로 평가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느 지점에서 국제법상 위법한 무력 사용 또는 무력 위협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법적 논의를 지속적으로 촉발해 왔다.3) 결국 외형상 법집행으로 보이는 행위가 어디까지 그 법적 성격을 유지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공해상 법집행은 단일한 행위가 아니라, 위법행위의 인지에서부터 중단과 통제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선택과 조치가 누적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4) 그러나 기존의 논의는 공해상에서 이루어진 개별 조치의 정당성을 평가하는 데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특정 시점의 행위나 그 결과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5) 법집행의 구조적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 왔다. 이로 인해 절차적 연속성과 단계적 전개라는 법집행의 본질적 속성이 간과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정당한 법집행과 위법한 무력 사용을 구분하는 기준 역시 불명확한 상태로 남아 있다. 이에 본 논문은 법집행의 동태적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단계성’과 ‘연속성’이라는 분석적 개념에 주목한다. 여기서 ‘단계성’이란 강제조치가 상황의 필요성에 비례하여 점진적으로 고도화되는 절차적 구조를 의미하며, ‘연속성’은 이러한 개별 조치들이 파편화된 군사적 행동으로 변질되지 않고 법집행이라는 규범적 맥락과 기능적 틀 안에서 유지되는 상태를 뜻한다. 이러한 분석 틀은 법집행과 위법한 무력 사용의 경계를 판단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학술적 의의를 지닌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논문은 공해상 법집행과 위법한 무력 사용의 경계를 개별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해당 조치가 법집행이라는 규범적 틀 안에서 단계적으로 전개되었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특히 공해상 법집행이 전제하는 절차적 구조와 그 연속성이 어떻게 유지되거나 단절되는지를 분석함으로써, 무력이 법집행의 일부로 기능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 관련 국제법 문언과 판례에서 축적된 논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공해상 강제적 조치가 법집행으로 인식·통제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을 도출한다. 이러한 분석은 공해상에서의 법집행활동이 불필요한 긴장이나 충돌로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고, 해상 질서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II. 공해상 강제조치의 법적 성격과 관련 국제판례
공해는 국제법상 어느 국가의 주권도 미치지 않는 해역으로서, 선박은 원칙적으로 그 기국의 관할에 속한다.7) 유엔해양법협약을 비롯한 국제해양법 질서는 공해의 자유와 기국주의를 기본 원칙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해상에서 항해 중인 타국 선박에 대해 다른 국가가 강제적 조치8)를 취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만 한정된다.9) 특히 해당 대응이 단순한 통제나 차단을 넘어 무력 사용으로 이어질 경우, 그 행위는 공해의 법적 성격, 기국주의 원칙, 그리고 국가 간 무력 사용에 관한 국제법 규범과의 관계에서 중대한 쟁점을 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최근 공해상에서 이루어진 특정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국제사회와 국제법 학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2025년 9월 2일, 미국 정부는 카리브해 인근 공해상에서 마약 밀반입 혐의가 있는 베네수엘라 선박을 미사일로 격침하였다. 이 공격은 미 함정 및 공중전력이 마약 밀반입에 가담한 선박들의 동향을 감시하다가 베네수엘라에서 출항한 동 선박을 직접 타격하여 침몰시킨 것으로 보도되었다.10) 이 사건은 공해상에서 군 전력이 민간 선박에 대한 일방적인 무력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국제법적 논쟁을 촉발하였고, 동시에 해당 조치가 ‘법집행의 연장선’인지 ‘위법한 무력 사용으로의 전환’인지가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부상하였다.11)
미국 정부는 본 사건과 관련하여, 해당 공격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에 대응하여 이루어진 조치였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격침된 선박이 대량의 불법 마약을 운반하고 있었으며, 이러한 마약 밀매 활동이 미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특히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는 해당 마약 조직을 ‘마약 테러리스트(narcoterrorists)’로 규정하면서, 이들이 베네수엘라 정부와 연계되어 미국을 향한 조직적·적대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12)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본 작전이 무장된 마약 조직과의 무력충돌(armed conflict)13) 상황에서 이루어졌고, 특히 교전규칙에 부합하는 적법한 공격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력 사용이 이러한 임박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하였다.14)
미국 정부의 이러한 주장은 본 사건을 ‘무력충돌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 민간 선박에 대한 자국의 공격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국제법상 법집행활동과 무력충돌 간의 무력 사용은 그 목적과 규범적 통제 방식에서 엄격히 구분된다. 법집행에서의 무력 사용은 범죄 억제와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며 인명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여 치명적 무력을 최후의 수단으로만 제한하는 반면, 자위권이나 무력충돌 상황에서의 무력 사용은 상대방을 무력화하기 위한 군사적 목적을 지니며 법집행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파괴적 수단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마약 조직을 ‘마약 테러리스트’로 명명함으로써 이들을 범죄자가 아닌 군사적 타격의 대상인 ‘적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마약 유입을 ‘무력 공격(armed attack)’15)과 유사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여 자위권 논리를 적용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공해상에서의 범죄 단속 활동이 국가 간 전면적인 무력 행사로 비화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며, 특히 민간 선박을 대상으로 하는 법집행활동의 규범적 안전장치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법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다만, 이러한 입장과는 별개로, 일부에서는 마약 밀수에 대한 대응이 명백히 형사 사법 영역에 속하는 법집행의 문제이므로, 이를 무력충돌 상황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16) 이 관점에 따르면, 공해상에서의 마약 운송은 그 자체로 무력 공격을 구성하지 않으며, 관련 국제협약과 국제관습법이 허용하는 대응 수단 역시 정선·임검·검색·억류 등 점진적이고 비치명적인 법집행조치에 한정된다고 본다.17) 이는 범죄가 지닌 사회적 위해성의 크기가 곧바로 유엔헌장상의 ‘무력 공격’이라는 법적 성격으로 치환될 수 없음을 강조하며, 법집행과 무력충돌이라는 서로 다른 규범적 틀이 혼용될 때 초래될 국제법 질서의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본 사건과 관련하여, 미국은 이를 무력충돌과 자위권의 문제로 해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그러한 해석이 국제법상 과도하다고 평가하면서, 사건의 성격을 공해상에서의 법집행 문제로 한정하여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공해상에서의 강제조치는 단순히 물리력의 사용 여부만으로 그 국제법적 성격이 결정되지 않으며, 해당 행위가 어떤 규범적 틀 안에서 이해되어야 하는지가 핵심적인 쟁점이 된다.18) 특히 군 전력이 관여한 공해상 작전의 경우, 해당 조치가 범죄 대응을 위한 법집행활동인지, 아니면 국가 간의 무력 행사 또는 무력충돌로 평가되어야 하는지는 그 경계가 본질적으로 모호하다. 문제는 이 경계가 행위국의 일방적 의지나 규정에 의해 자유롭게 설정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설령 행위국이 해당 조치를 법집행이나 안보 대응으로 규정하더라도, 그 무력 사용의 양상과 맥락이 상대국으로 하여금 군사적 성격을 지닌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경우, 국제법적 평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따라서 공해상 무력 사용의 국제법적 성격은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보다는, 행위의 외형, 사용된 수단의 성격, 작전이 이루어진 맥락, 그리고 상대국의 인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해상에서 위법 혐의가 제기된 선박에 대한 대응은 사전에 단정하기 어려운 국제법적 성격을 지니며, 따라서 관련국이 해당 행위를 어떠한 위협으로 평가하고 어떠한 법적 틀을 적용하려 하는지가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다만 이러한 국가의 판단은 그 자체로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며, 해당 무력 사용이 국제법상 법집행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또는 위법한 무력 행사 내지 무력충돌의 일부로 평가될 수 있는지는 국제법상 객관적 원칙과 기준에 비추어 사후적으로 검증될 수밖에 없다. 이에 공해상에서의 무력 사용이 어떠한 경우에는 법집행의 연장선으로 유지되는 반면, 어떠한 경우에는 그 과정이 법집행의 규범적 틀을 이탈하게 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이하에서는 공해상에서의 법집행 과정 중 무력 사용 및 무력 위협의 법적 성격이 문제 된 주요 국제판례를 검토한다.
국제판례 가운데 국가의 법집행활동이 무력충돌로 전환되는 지점 자체를 정면으로 판시한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나아가 그러한 전환의 성격이나 요건을 일반적 기준의 형태로 제시한 판례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국제판례는 국가가 해당 행위를 법집행으로 설명하였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실제로 행사된 무력의 수준과 양태에 주목하여 그 국제법적 성격을 판단해 왔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판례의 접근법을 통해, 공해상에서 행사된 무력이 법집행의 범주를 넘어서는지 여부가 어떠한 기준에 따라 평가되는지를 검토한다.
가이아나·수리남 사건19)은 해양경계 미획정 수역에서 가이아나 측의 해저자원 탐사 활동에 수리남 해군 함정이 개입하며 발생하였다. 당시 수리남 함정은 탐사선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하며 “떠나지 않으면 ‘결과(consequences)’가 따를 것”이라는 경고를 전달하였다.20) 이 사건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군함에 의한 이러한 일방적 경고가 정당한 법집행활동의 범위에 포함되는지, 아니면 유엔헌장 제2조 제4항21)이 금지하는 불법적인 무력 위협으로 평가되는지 여부였다. 중재재판부는 문제 된 행위의 외형이 단순한 외교적 항의를 넘어 실제적인 무력 사용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내포하고 있는지에 주목하였다.
수리남은 해당 조치가 미승인 자원 탐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법집행적 대응이며, 실제 무력 행사가 없었으므로 법집행 과정상의 경고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22) 그러나 재판부는 당사국의 주관적 명분보다 행위의 객관적 양태와 효과를 중시하였다. 재판부는 무장한 해군 함정이 출현하여 ‘결과’를 명시하며 즉각적 퇴거를 요구한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군사적 대응을 합리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조치라고 보았다.23) 특히 재판부는 법집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고 비례적인 무력 사용은 허용될 수 있다는 일반 원칙을 인정하면서도, 본 사건의 조치는 법집행이라기보다 ‘군사적 행동의 위협(threat of military action)’에 가깝다고 판단하였다.24) 결과적으로 재판부는 수리남의 행위가 해양법협약뿐만 아니라 유엔헌장 및 일반 국제법에 위반되는 무력 위협을 구성한다고 판시하였다.25) 이는 법집행의 형식을 취하더라도 그 실질적 대응이 군사적 성격의 무력 행사나 그 위협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면, 곧바로 유엔헌장 제2조 제4항의 위반 문제로 전환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결정적 사례이다.
Fisheries Jurisdiction 사건26)은 캐나다가 자국이 속한 다자적 수산자원 관리체제의 법적 근거를 토대로, 공해상에서 스페인 국적 어선에 대하여 사격과 나포를 포함한 강제적 단속 조치를 취한 사건이다.27) 캐나다는 해당 조치가 법집행활동에 기반한 행위이며, 자국 연안의 수산자원 보존과 다자적 규범 집행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28) 이 사건에서 스페인 어선은 사다리 투척과 트롤망 절단 등 명시적인 저항과 함께 도주를 시도하였으며, 캐나다 순찰선이 선수 방향으로 4발의 경고사격을 실시한 후에야 도주를 중단하고 나포되었다.29) 스페인은 이러한 조치가 국제법상 허용되지 않는 무력 사용 또는 무력의 위협에 해당한다고 문제 삼으며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이하 “ICJ”라 함)에 관할권 인정을 요청하였다.30) 사건의 핵심 쟁점은 캐나다의 사격과 나포라는 강제적 수단이 국제법상 무력의 위협 또는 사용에 해당하는지, 또는 공해상에서 허용될 수 있는 법집행활동의 수단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ICJ는 이 사건에서 사격이나 나포 자체의 존재 여부를 결정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았으며, 오히려 문제의 조치가 법집행 목적하에서 어떻게 기능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평가하였다.31) ICJ는 캐나다 측 조치의 목적이 불법 어업을 단속하는 것으로 규범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사격 역시 도주를 저지하고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계적 조치로 해석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ICJ는 문제의 행위가 무력충돌을 개시하거나 상대국으로 하여금 무력 사용의 개연성을 합리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성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32) 결과적으로 ICJ는 사격·승선·나포 및 이에 수반되는 최소한의 무력 사용이 위법적인 무력 행사가 아니라, 자원 보존·관리 조치 차원의 정당한 법집행활동에 해당한다고 확인하였다.33)
앞서 본 두 판례는 외형적으로 행사된 무력의 강도만으로 해당 행위의 국제법적 성격을 단순히 구분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가이아나·수리남 사건에서는 실제 사격이나 물리적 강제력이 행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군함의 무력 개입을 암시한 통신 경고가 상대방으로 하여금 무력 사용의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위법한 무력의 위협으로 평가되었다. 반면 Fisheries Jurisdiction 사건에서는 공해상에서의 경고사격과 나포라는 물리적 강제조치가 존재하였음에도, 해당 조치가 불법 어업 단속이라는 법집행 목적하에서 기능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 중시되어 법집행활동의 일환으로 인정되었다. 이는 법집행 과정상 사격의 존재 여부나 물리적 강도가 곧바로 불법적 무력 위협 또는 사용으로 간주되는 법적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이들 판례는 공해상에서 이루어진 강제조치의 국제법적 성격을 판단함에 있어, 개별 집행 수단의 사용 여부나 그 물리적 강도에만 의존하는 접근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다. 국제법정은 해당 조치가 어떠한 규범적 틀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는지를 먼저 문제 삼고, 그 조치가 법집행활동의 절차적·기능적 연속선상에 머무르는지, 아니면 그 범위를 이탈하여 상대국으로 하여금 무력 사용의 가능성을 인식하게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왔다. 이는 공해상에서의 무력 사용이 법집행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범위가 무제한적으로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국제법적 근거와 그에 상응하는 제한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공해상 강제조치의 법적 성격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개별 판례의 주요 판시 내용과 그 축적된 판단을 아울러 고려하면서, 공해상 법집행활동이 국제법상 어떠한 근거에 의해 허용되며 동시에 어떠한 기준에 의해 제약되는지를 규범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III. 공해상 법집행과 위법한 무력 사용의 규범적 경계
앞서 살펴본 국제판례들은 국가가 문제의 행위를 법집행활동으로 설명하였는지 여부보다는, 실제로 행사된 조치가 어떠한 맥락과 기능 속에서 작동하였는지를 기준으로 그 국제법적 성격을 판단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공해상에서의 강제적 조치가 법집행으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가 국제법상 허용된 집행 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는지가 핵심적인 고려 요소가 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공해상에서의 무력 사용이 법집행의 범주에 머무를 수 있는지 여부는, 그 조치가 애초에 어떠한 국제법적 근거에 기초하여 허용된 관할권 행사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가 공해에서 타국 선박에 대해 법집행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와 그 범위를 개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공해상에서, 기국주의에 반하여, 법집행활동이 다른 국가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주요 국제법적 근거들을 유형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공해상에서 타국 선박에 대한 법집행활동은 원칙적으로 해당 선박의 기국 관할에 속하나, 기국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타국에 의한 집행이 허용될 수 있다. 이러한 동의는 개별 사안에서 사후적으로 부여될 수도 있으나, 양자 또는 다자 조약을 통해 사전에 일반화된 형태로 제공될 수도 있다.34) 예컨대 마약 밀수 단속을 목적으로 한 1988년 「마약 및 향정신성 물질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협약」35)은 공해상에서 기국 동의에 기초한 승선·검색 절차를 제도화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사전적 동의 체계는 집행국의 재량을 무제한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조약에서 정한 절차와 범위 내에서만 집행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제한적 성격을 유지한다. 따라서 기국 동의에 기초한 법집행활동은 공해자유의 원칙에 대한 구조적 예외로서 기능한다.
추적권은 연안국이 자국 관할 수역에서 개시된 법 위반 행위에 대해, 그 선박이 공해로 도주한 경우에도 일정한 조건에서 법집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국제법상 제도이다.36) 이는 공해에서 새로운 관할권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연안국의 기존 관할권을 연속적으로 확장하는 성격을 가진다.37) 이러한 추적권의 확장적 성격은 Fisheries Jurisdiction 사건에서 캐나다가 자국 EEZ에서 개시된 단속을 공해까지 추적하며 스페인 선박을 나포한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추적권의 행사는 위반 행위가 영해 또는 관련 관할 수역에서 발생하였을 것, 추적이 즉각적이고 중단 없이 이루어질 것, 그리고 적절한 정선 명령이 선행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38) 이러한 요건은 추적권이 남용되어 공해에서의 자의적인 강제력 행사로 전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며, 허용되는 조치는 기본적으로 정선, 승선, 나포 등 법집행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로 제한된다.39) 따라서 추적권에 기초한 공해상 법집행은 연안국의 관할권 연속성에 근거한 예외로서, 그 요건과 절차의 엄격한 준수가 요구된다40)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라 함)는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공해를 포함한 해양 공간에서의 강제적 조치를 회원국에 권한으로 부여할 수 있다. 안보리 결의에 따른 법집행은 통상 개별 국가의 관할권에 기초하기보다는, 집단적 안전보장 체제의 일환으로 정당화된다.41) 이러한 결의는 특정 국가, 선박 유형, 활동 내용 등을 명시함으로써 집행 권한의 범위와 목적을 규정한다. 이에 따라 회원국은 공해상에서도 승선, 검색, 압수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나, 이는 결의가 부여한 정당한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 특히 무력의 사용이나 그 위협은 결의의 문언과 목적에 비추어 엄격히 해석되어야 한다. 안보리 결의에 기초한 법집행은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갖지만, 동시에 국제사회 전체의 통제하에 놓인 예외적 권한 행사라는 점에서 제한적 성격을 지닌다.42) 과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등 수출금지품의 불법 해상 환적을 차단하기 위해 안보리 결의에 근거한 공해상 선박 차단 및 검색 조치가 승인된 바 있으며,43) 이는 안보리 승인 집행의 한정적·상황특정적 성격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한편 일부 중대한 국제범죄와 관련하여 국제법은 보편적 관할권의 행사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는 공해상 법집행의 또 다른 근거로 작용한다.44) 해적행위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공해에서 발생하는 특성상 특정 국가의 배타적 관할에 귀속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모든 국가가 단속 권한을 가진다. 실제로 수년간 소말리아 외곽 인도양 공해상에서 다국적 해군이 국적과 무관하게 해적 선박을 나포한 사례들은 보편적 관할권에 기초한 공해상 법집행의 전형적 적용으로 평가된다.45) 이처럼 보편적 관할권에 기초한 법집행은 특정 기국과의 연결 고리를 요구하지 않으며, 공해에서의 승선, 나포, 체포까지 허용될 수 있다. 다만 국제법상 보편적 관할권의 행사는 질서 유지라는 공익적 목적에 봉사해야 하며, 자의적인 강제력 행사로 오인되지 않도록 신중한 집행이 요구된다.46) 따라서 보편적 관할권은 공해상 법집행의 강력한 근거이면서도, 그 적용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기국 동의, 추적권, 유엔 안보리 결의, 보편적 관할권은 공해상 법집행활동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대표적인 국제법적 근거들이다. 다만 이러한 유형들이 공해상 법집행의 모든 가능성을 포괄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특정 조약 체제나 기능별 국제규범에 따라 제한적이거나 특수한 근거가 추가적으로 형성될 여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살펴본 근거들은 공해에서 타국 선박에 대한 집행이 허용되는 경우가 어디까지나 예외적 상황에 한정됨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즉, 공해상 법집행은 원칙이 아니라, 국제법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특별한 권한 행사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예외적 근거들에 기초한 공해상 법집행이라 하더라도, 그 본질은 국제적 또는 국내적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집행 절차라는 점에서 공통된다. 또한 법집행은 적대행위의 수행이 아니라 규범 위반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집행 대상과 상황에 대한 신중한 판단과 자제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공해라는 공간적 특성상 법집행조치는 국제적 분쟁으로 쉽게 비화될 수 있으므로, 국가들은 집행 수단의 외형과 강도를 통제할 책임을 부담한다. 다음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법적 근거에 기초한 공해상 법집행활동 과정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절차적·규범적 요건을 중심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법집행활동의 본질에 관한 일반적 학설과 국가실행은 법집행이 규범질서의 유지와 준수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전제한다.47) 이에 따라 전통적 국제법 및 현대 해양법 논의는 집행권이 명백한 법적 근거와 절차에 따라 제한적·규범적으로 행사되어야 하며, 개별 조치는 전체 법집행 과정의 연속적 맥락 속에서 유기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고 본다.48) 이러한 입장은 법집행의 목적이 단순한 국가적 의지나 임의적 권한 행사에 의해 좌우될 수 없음을 보여주며, 법집행 수단이 법규범의 범위 내에서 통제되고 조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일반적으로 법집행은 단계적이고 점증적으로 강화되는 절차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49) 초기에는 신호 발신이나 정선 요청과 같은 비강제적 조치로 시작하여, 상황에 따라 의심 선박의 정지 및 승선, 선박·인원·화물에 대한 검색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제관습법상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제한적으로 무력이 사용될 수 있다.50) 나아가 필요시에는 구금·체포, 선박 또는 물품의 억류·압수, 항구로의 이동 또는 조사 및 기소나 행정적 제재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단계적 법집행의 도식은 다수의 판례와 국가 실무에서 확인되며,51) 각 조치는 독립된 개별 행위라기보다는 앞선 조치와 기능적으로 연결된 일련의 집행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법집행이 단계적·연속적 맥락 속에서 이루어질 것을 요구하는 점진적 모델은, 법집행활동의 정당성이 전체 집행 과정의 유기성과 절차적 일관성에 의해 평가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법집행의 강제력이 작용하는 과정에서 그 연속성이 단절되는 순간 불가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법집행의 수단이 단계적으로 강화되다가 어느 지점에서 그 성격 자체가 변질되는 경우, 그 조치는 더 이상 단순한 법집행이 아니라 국제법상 위법한 무력의 위협 또는 사용으로 평가될 여지를 갖게 된다. 수리남·가이아나 사건에서 중재재판부는 당사국이 문제의 조치를 법집행활동으로 규정하였는지 여부나 상대국의 법적 평가에 구속되지 않고, 해당 행위가 본질적으로 어떠한 성격을 띠었는지와 그 효과가 국제법상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였다. 특히 재판부는 법집행활동상 합법적인 무력 사용 요건인 불가피성·합리성·필요성이라는 객관적 기준에 비추어, 수리남 해군의 조치가 단계적·연속적인 법집행 과정의 일환이라기보다는 독립적 군사 행동의 개연성을 내포한 위법적 무력 위협으로 인식될 수 있는 양태를 보였다고 평가하였다.52) 이 사건은 법집행이라는 목적이 유지되더라도 수단의 성격이 급변하는 지점에서 그 연속적인 성격이 단절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상대방이 해당 조치를 법집행으로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인식하는지 여부 역시 그 정당성 판단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법집행활동이 단순한 경고나 통상적 단속 조치로 이해되는지, 아니면 곧바로 무력 사용의 위협 또는 행사로 인식되는지는 개별 조치가 고립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경고·추적·정지·나포 등 일련의 조치가 기능적으로 연결된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속적이고 단계적인 조치가 유지되는 경우, 상대방은 이를 규범 위반에 대한 대응이라는 법집행의 틀 속에서 합리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러한 연속성이 단절되거나, 비례성을 현저히 일탈한 수단이 사용될 경우, 해당 조치는 법집행의 범주를 벗어나 위법한 무력의 행사로 인식될 위험이 증대된다. 따라서 상대방의 인식은 주관적 평가에 맡겨질 문제가 아니라, 사전적 신호와 경고의 존재, 조치 간 시간적·기능적 연계성, 사용된 수단이 통상적인 해상 법집행 실무에서 예견 가능한 범위에 속하는지 여부 등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요컨대, 공해상 법집행은 단일 행위가 아니라, 명확한 목적과 법적 근거에 따라 단계적으로 구성되는 연속 절차라는 점이 본질적이다. 따라서 그 연속성이 유지되지 않거나 법집행의 범위를 벗어나 급진적 무력이 개입하는 경우, 해당 조치는 법집행의 연속적 맥락을 상실하고 위법한 무력의 위협 또는 행사로 평가될 위험이 커진다. 아울러 상대방이 이를 법집행으로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는 단순히 조치의 외형이 아니라, 법집행 과정이 기능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는지와 같은 선택 과정의 객관적 요소를 통해 판단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공해상 무력 사용이 법집행의 예외적 수단으로서 어떤 규범적 의미를 갖는지를 규정하는 데 핵심적이므로, 다음 장에서는 법집행의 단계성과 불법적 무력 사용으로의 전환에 관한 기준을 중심으로 그 한계와 조건을 논의한다.
IV. 공해상 법집행과 위법한 무력 사용 판단 기준
공해상 법집행활동의 목적은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그 자체가 아니라, 진행 중인 위법행위의 중단, 증거와 대상의 확보, 그리고 관련 법질서의 회복에 있다.53) 이러한 목적 설정은 법집행활동이 본질적으로 규범 위반에 대한 사후적 응징이 아니라 현재적·예방적 통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54) 따라서 공해상 법집행에서 무력을 포함한 강제력은 그 자체로 정당화되는 수단이 아니라, 다른 수단이 충분하지 않거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동원되는 예외적 도구이다. 이러한 목적–수단의 관계는 국제해양법상 법집행 논의 전반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기본 전제이며, 법집행 수단의 적법성 평가는 결과가 아니라, 그 수단이 법집행의 목적과 기능적으로 일치하는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55)
그에 따라 국제적 문헌과 국가 실무는 공해상 법집행이 원칙적으로 단계적·점증적인 강제조치의 구조를 따른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단계는 시각적·음성적 신호나 경고에서 시작하여, 정지 명령·추적·승선 및 검색을 거쳐, 필요에 따라 제한적 강제력의 사용으로 이어진다.56) 무력 사용은 단계적 조치가 실효성을 상실하거나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때 선택될 수 있으며, 앞선 단계들을 단순히 대체하는 수단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57) UNODC의 해상범죄 매뉴얼과 다수 국가의 해양법 집행 지침 역시, 무력 사용이 단계적 집행 구조의 일부분으로서만 정당화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58) 이러한 단계성은 단지 절차적 형식이 아니라, 법집행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상대방이 해당 조치를 법집행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즉, 단계적 강제조치는 법집행과 위법한 무력 사용을 구분하는 실질적 기준으로 작동한다.
앞서 살펴본 일반적 논의는 국제판례를 통해 구체적인 판단 기준으로 형성되어 왔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M/V Saiga (No. 2) 사건에서 공해상 법집행과 관련된 무력 사용의 한계를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였다. 재판소는 해당 사건에서 기니(Guinea)가 행사한 사격행위가 선박을 정지시키기 위한 법집행 목적을 넘어, 선박과 인명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였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특히 이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재판소가 무력 사용의 결과뿐 아니라 그 사용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선택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덜 침해적인 수단이 충분히 고려·시도되었는지를 중요하게 검토하였다는 점이다.59) 재판소는 공해상 법집행에서 무력은 경고와 신호 등 단계적 조치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최후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며, 이 과정 전반에서 인명 보호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60) 이는 무력 사용이 고립된 단일 행위로 평가될 수 없고, 전체 법집행 과정의 연속적 맥락 속에서만 그 적법성이 판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2007년 가이아나·수리남 중재재판에서 더욱 분명한 형태로 확인된다. 이 사건에서 수리남은 자국 해군의 행위가 해저자원 개발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한 법집행적 성격의 조치였다고 주장하면서, M/V Saiga (No. 2) 사건에서 언급된 해상 법집행 수단의 일반론을 원용하였다.61) 그러나 중재재판부는 문제 된 조치가 경고·정선·추적 등 점진적 집행 절차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상대 선박에 군사적 성격을 띤 즉각적이고 단정적인 위협을 가한 방식으로 행사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62) 이에 재판부는 해당 조치가 해상 법집행의 점진적 절차로 이해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상대방에 대해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국제법상 무력의 위협으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63) 이 중재판정은 법집행의 목적 주장만으로는 그 법적 성격이 결정되지 않으며, 해당 조치가 어떠한 절차적·기능적 맥락 속에서 행사되었는지가 결정적 기준이 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다른 국제판례들에서도 유사한 판단이 이루어졌다. I’m Alone 사건에서 중재재판부는 공해상에서 밀주 밀수 혐의를 받던 캐나다 국적 선박 I’m Alone이 미국 해안경비대의 추적과 정선 요구에 불응하였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단속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최종적으로 선박을 격침한 조치가 과연 불가피했는지를 핵심 쟁점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단속 권한의 존재와 추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격침이라는 수단은 집행 목적에 비해 과도하고 합리적 통제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아, 해당 행위를 정당한 해상 법집행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64) 한편 The Red Crusader 사건에서 덴마크와 영국이 합의하여 설치한 합동 조사위원회는, 덴마크 당국이 공해상에서 어업 규제 위반 혐의에 대응하여 법집행 권한을 행사하고자 하였다는 점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실탄 사격에 앞서 명확한 사전 경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 문제 된 사격은 통상적인 단속 절차가 점진적으로 전개되는 맥락과 단절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되었고, 그 결과 해당 무력 조치는 해상 법집행활동의 허용 범주 내에 포함되는 적법한 수단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시되었다.65)
결국 국제판례들은 일관되게, 국가가 법집행을 명분으로 제시하였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문제의 조치가 경고·정선·추적 등 통상적인 집행 과정의 연장선상에 위치하였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해 왔다. 특히 무력 사용이 이러한 절차적 맥락과 단절된 채 행사된 경우, 그 조치는 법집행의 수단이라기보다 국제법상 위법한 무력의 위협 또는 행사로 평가되었다. 이는 공해상 법집행에서 무력 사용의 허용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법집행의 기능적 틀 안에서만 조건부로 정당화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공해상 법집행에서 무력 사용의 적법성은 개별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해당 조치가 단계적·연속적인 법집행 과정 속에 위치하는지 여부에 의해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국제판례는 단순히 법집행 단계가 존재하였는지를 형식적으로 검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조치가 그 연속성을 실질적으로 단절하였는지를 판단의 핵심에 두었다. 이는 법집행이라는 규범적 틀이 언제까지 유지되고, 어떠한 지점에서 위법한 무력 사용으로 전환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식별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단절이 어떠한 요소에 의해 발생하는지에 관하여 국제법이 명시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그러한 인식에서, 국제판례와 문헌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판단 논리를 토대로, 법집행활동의 연속성을 단절하는 불법적인 무력 사용을 식별하는 핵심 요소들을 다음과 같이 도출·분석하였다.
첫째, 법집행활동의 연속성 판단에서 반복적으로 문제 되는 요소는 개별 행위의 외형적 성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를 평가하는 관점이 당사국 내부의 주관적 인식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합리적 시각’으로 설정되는지 여부이다. 가이아나·수리남 사건에서 중재재판부는 수리남이 문제의 행위를 법집행으로 의도하였는지 여부에 의존하지 않고, 해당 교신과 조치가 그 표현 방식과 맥락상 상대방에게 군사적 성격을 띤 위협으로 이해될 수 있었는지에 주목하였다.66) 이는 법집행의 연속성 판단이 시행국의 사후적 설명이나 명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사실관계 하에서 일반적인 국가라면 어떠한 평가에 도달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객관화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국제법에서 말하는 ‘합리성(reasonableness)’은 추상적·형식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 사정과 맥락 속에서 판단 관점을 외부화함으로써 작동하는 규범적 기준으로 이해되어 왔다.67) 이러한 의미에서 합리적 국가의 시각에 기초한 평가는, 어떠한 조치가 여전히 법집행의 연속적 틀 안에 머물렀는지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기능한다.
둘째, 국제판례는 공해상 법집행과 관련된 무력 사용의 법적 성격을 개별 조치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건이 전개된 ‘전체적 양상’ 속에서 평가해 왔다. 가이아나·수리남 사건에서 중재재판부가 문제 삼은 핵심은 단순한 경고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해당 교신이 이전의 점진적 법집행 단계와 단절된 채, 상대방에게 즉각적인 군사적 대응을 예정하는 위협으로 전달되었다는 점이었다. 다시 말해, 논란이 된 교신은 경고·정선·추적이라는 연속적 집행 절차의 일부로 기능하지 않고, 독자적인 무력 위협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판단은 특정 행위가 법집행의 전체 과정 속에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맥락적으로 파악해야 함을 분명히 한다. 결국 전체적 양상에 대한 평가는 법집행의 외형적 단계 유지 여부를 넘어, 그 기능적 연속성이 실질적으로 확보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셋째, 법집행활동의 단절 여부를 가르는 또 다른 기준 중 하나는, 해당 조치가 ‘위법한 무력 사용 단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현실적으로 내포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가이아나·수리남 사건에서 문제의 교신은 단순한 법집행상의 경고가 아니라, 이에 불응할 경우 즉각적인 군사적 조치가 뒤따를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그 조치는 법집행 단계의 연장이 아니라, 위법한 무력 사용으로의 전환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성격을 띠게 되었다. 또한 The Red Crusader 사건에서 사전 경고 없이 이루어진 사격은 영국 선박으로 하여금 법집행 절차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판단할 수 없게 하였고, 그 결과 해당 조치가 법집행의 연속적 과정인지 여부를 인식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처럼 단계적 맥락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해당 조치는 법집행상 강제력 행사로 평가되기보다는 법집행의 범위를 일탈한 무력 행사로 이해될 소지가 커진다.
넷째, 법집행의 연속성 판단에서 중요한 다른 하나의 요소는 ‘인식 가능성’이다. 앞서 언급한 ‘위법한 무력 사용 단계로의 전환 가능성’이 해당 조치가 불법적 무력 사용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객관성을 묻는 개념이라면, 인식 가능성은 상대방이 그러한 전환을 합리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문제 삼는다. 즉 전자는 조치의 구조적·객관적 성격에 관한 판단이고, 후자는 상대방이 해당 조치를 법집행의 연속으로 볼 수 있었는지, 아니면 독자적인 무력 행사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묻는 판단 기준이다. I’m Alone 사건에서도 중재재판부는 단속 권한과 추적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격침이라는 조치가 단속의 다음 단계로 예측·이해될 수 있는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68) 해당 조치는 상대 선박으로 하여금 법집행의 지속이 아니라, 독자적인 무력 행사에 직면하였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였다. 이는 ‘인식 가능성’이 결여된 경우, 법집행의 연속성은 외형적 단계와 무관하게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법집행활동에 있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요소는 그 집행 수단의 치명성이다. ‘수단의 치명성’이란, 사용된 강제 수단이 그 목적과 무관하게 선박 또는 인명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성격을 갖는지를 의미한다. 국제판례는 이를 명시적 법리로 정의하지는 않았으나, 불법 무력 사용의 성격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로 반복적으로 고려해 왔다. M/V Saiga (No. 2) 사건에서 국제해양법재판소는 사격이 선박의 정지를 넘어서 선체와 승무원의 생명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 방식은 적법한 법집행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하였다.69)I’m Alone 사건에서도 격침은 단속 목적의 달성을 넘어, 그 자체로 회복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하는 수단으로 평가되었다. 이처럼 치명성이 높은 수단은 법집행의 단계적 전개를 실질적으로 압축·종결시키며, 해당 조치를 법집행이 아닌 불법적 무력 사용으로 전환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요한 점은, 법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계성과 연속성의 단절은 해당 조치가 단순히 개별 법규를 위반한 수준을 넘어, 유엔헌장 제2조 제4항이 금지하는 무력의 범주에 진입하는 규범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헌장은 국가 간의 전형적인 군사적 행동뿐만 아니라,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에 의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까지도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70) 즉, 법집행의 명분을 내세웠더라도 그 과정에서 행사된 물리력이 앞서 살펴본 단계적 맥락과 연속성을 파괴할 정도로 압도적이거나 치명적이라면, 이는 더 이상 정당한 권한 행사가 아닌 헌장상의 금지된 무력 사용으로 평가될 소지가 크다. 결국 법집행 간 무기 사용이 필요성과 비례성을 도과하여 독자적인 무력 위협이나 파괴의 성격을 띠게 되는 지점은, 곧 국제법이 허용하는 집행적 강제력을 넘어 국제 헌정 질서가 금지하는 불법적 무력 행사의 영역으로 전이되는 임계점이 된다. 이는 법집행이라는 특수한 맥락이 유엔헌장의 보편적 무력 사용 금지 원칙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예외 영역이 아님을 시사한다.
요컨대, 공해상 법집행활동의 단절은 개별 조치가 더 이상 법집행으로서의 연속적 성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규범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환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법집행의 단절 여부를 기계적으로 누적 판단하기 위한 요건이 아니라, 특정 조치가 법집행의 범주를 이탈하였는지를 가늠하기 위한 상호 연관된 평가 기준으로 기능한다. 이에 국제판례는 일관되게 당사국이 해당 조치를 법집행으로 설명하였는지 여부나 그 주관적 의사보다는, 실제로 사용된 수단이 어떠한 전체적 맥락 속에서 행사되었고 그것이 합리적인 상대국에게 어떠한 상황 인식과 대응 가능성을 형성하였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 왔다. 결국 공해상 법집행에서 무력 사용의 합법성 여부는 결과나 명분에 의해 사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조치가 법집행이라는 규범적 틀 안에서 예측 가능한 단계로 인식되고 통제 가능한 과정으로 유지되었는지 여부에 의해 설정된다.
Ⅴ. 결론
공해상 법집행은 단순한 강제력 행사라기보다, 해양에서의 위험과 불법행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해상 안전과 질서를 확보하기 위한 규범적·절차적 집행 행위이다. 아울러 법집행의 목적은 위법행위에 대한 사후적 응징이 아니라, 위법행위의 중단과 증거 확보, 그리고 법질서의 회복에 있다. 따라서 공해상에서 무력은 법집행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그 적법성은 취지나 결과의 정당성보다 법집행의 목적과 기능적 일치 여부에 의해 판단된다. 실제로, 국제 문헌과 국가 실무는 공해상 법집행이 본질적으로 점증적·단계적 구조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즉, 경고·정선·추적·승선·검색이라는 절차는 법집행의 연속성을 구성하는 핵심 장치이며, 이를 통해 상대방이 해당 조치를 법집행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 단계성은 무력 사용이 ‘다음 단계’로 자동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앞선 조치들이 실효성을 상실하거나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경우에만 최후적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M/V Saiga (No. 2) 사건에서 국제해양법재판소는 기니의 사격행위가 단순한 정선 목적을 넘어 선박과 인명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였음을 지적하면서, 무력 사용의 적법성을 법집행조치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 즉 사전 경고 등 비무력적 조치가 충분히 시도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평가하였다. 이러한 판례는 공해상에서의 경고사격이나 선체 손상 가능성이 있는 사격 등 구체적 행위가 단순히 결과로만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이르기까지의 선택과정이 법집행의 연속성을 유지했는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즉, 무력은 법집행의 일부로 기능할 때만 정당화되며, 단계적 절차가 실질적으로 유지되지 않는 일탈적인 무력 행사의 경우에는 법집행이 아닌 위법한 무력 사용 또는 위협으로 재구성된다.
그럼에도 공해상 법집행과 위법한 무력 사용의 경계는 특정한 기준으로 명문화되어 있지 않다. 다만 국제판례와 관련 문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판단 논리를 토대로, 본 논문은 법집행활동의 연속성 단절을 식별하기 위한 몇 가지 핵심 논리를 도출·정리하였다. 첫째, 법집행의 연속성은 시행국의 주관적 의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관찰 가능한 ‘합리적 시각’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둘째, 법집행의 적법성은 개별 조치가 아니라 사건의 ‘전체적 양상’ 속에서 평가되어야 하며, 경고·정선·추적 등 단계가 외형적으로 존재하더라도 그 과정이 실질적으로 단절되었다면 법집행의 틀은 붕괴된다. 셋째, 문제의 조치가 ‘위법한 무력 사용 단계로의 전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내포하고 있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넷째, 상대방이 해당 조치를 법집행의 연속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 즉 ‘인식 가능성’이 확보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다섯째, ‘수단의 치명성’은 법집행의 연속성을 종결시키는 요소로 작동하며, 치명성이 높을수록 해당 조치는 법집행이 아닌 위법적 무력 사용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요소들에 의한 단계성과 연속성의 단절은, 해당 조치가 단순히 개별 법규를 위반한 수준을 넘어 유엔헌장 제2조 제4항이 금지하는 불법적 무력 행사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규범적 임계점이 된다.
요컨대, 공해상 법집행에서 무력 사용의 합법성 여부는 결과나 명분이 아니라, 해당 조치가 법집행이라는 규범적 틀 안에서 예측 가능한 단계로 인식되고 통제 가능한 과정으로 유지되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공해상 법집행은 유엔헌장의 보편적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이 적용되는 규범적 외연 내에 존재하며, ‘단계적 절차와 그 연속성’이라는 규범적 조건이 실질적으로 붕괴되는 지점에서 해당 행위는 국제 헌정 질서가 금지하는 독자적인 무력 사용 또는 무력 위협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따라서 국가들은 공해상에서 물리적 강제조치를 구상·운용함에 있어, 법집행의 단계적 연속성을 실질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절차적 설계와 엄격한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법적 요구를 넘어, 해양에서의 충돌을 예방하고 해상 질서의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필수적인 안전장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