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머리말
현대 민주 사회에서 가족은 개인의 인격 형성의 토대이자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로서 그 중요성이 변함없으나, 가족을 둘러싼 법적 관념과 사회적 실체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과거 우리 「민법」상 가족법 규정들은 가부장적 유교 전통과 남계 혈통 중심의 가족 질서를 공고히 유지하는 데 그 입법적 방점을 두어 왔다. 그러나 헌법 제10조가 선언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제36조 제1항에서 명시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 및 가족생활의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기존의 전통적 가족 질서와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가족법의 근간이 되는 규정들은 현대 사회의 변화된 가치관에 부응하는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헌법적 가치의 충돌 과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단순위헌 결정뿐만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가족법 규정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해당 법률 조항이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효력 상실(단순위헌 선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신분관계의 법적 공백이나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변형 결정 형식이다. 특히 가족법 분야는 혼인, 출생, 상속 등 인간의 전 생애와 밀접하게 연계된 신분 질서를 다루는 영역이기에 법적 안정성 유지의 필요성이 다른 어느 법 분야보다 강조된다. 관련 규정이 즉시 실효될 경우 자녀의 법적 지위가 부재하게 되거나,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가족 공동체의 법적 실체가 일시에 와해되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어서이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가족법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조항들에 대해 잇따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현대적 가족 질서의 재정립을 유도하고 있다.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규정한 조항, 혼인 중 여자가 제3자와의 사이에서 출산한 자녀의 출생신고를 생모의 남편이 아닌 생부가 실효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든 규정, 그리고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패륜적 상속인에게까지 권리를 인정하는 유류분 제도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 결정은 혈연 중심의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개인의 존엄과 생물학적 진실, 그리고 실질적인 가족 공동체의 보호라는 헌법적 명령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지닌 이러한 사법 정책적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용 과정에서는 그 실효성과 관련하여 중대한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입법자가 헌법재판소가 부여한 개선입법 시한을 실기하거나 단편적인 개정에 그침으로써 위헌적 상태가 장기간 방치되는 사례가 빈번하며, 특히 ‘잠정적용 명령’이 내려진 경우 당해 사건의 청구인은 헌법소원에서 승소하고도 자신의 민사 재판에서는 위헌적인 구법을 적용받아 패소하는 소위 ‘승소한 패소자’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헌법재판의 본래적 기능인 주관적 권리구제를 형해화하고 국민의 사법 제도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핵심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하에서는 가족법 분야에서 내려진 최근 주요 헌법불합치 결정의 현황을 검토하고자 한다. 또한 입법 개선 지연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효성 저해 요인을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위헌적 가족법 규정들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정비될 수 있는 입법적·사법적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국민의 삶과 신분 질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실효적인 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II. 가족법 분야 헌법불합치 결정의 현황과 특수성
근친혼 금지는 인류 문화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근친상간 금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가족 구성원 간의 성적 역할 혼란을 방지하고 가족제도의 기능을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 「민법」 제809조 제1항은 8촌 이내의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하고 있으며, 동법 제815조 제2호는 이를 위반한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들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면서, 금혼 조항 자체는 합헌으로 보았으나, 그 위반의 효과를 ‘무효’로 규정한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다(헌재 2022. 10. 27. 2018헌바115).
먼저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금지한 「민법」 제809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가족 질서를 유지하고 가까운 혈족 사이의 신분 관계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정당한 입법 목적을 가진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8촌 이내의 혈족은 여전히 상호 간에 친족 관념이 강하게 남아 있는 범위이며, 근친혼 허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신뢰와 애정 기반의 사적 유대 와해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를 금지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지된 혼인을 예외 없이 무효로 규정한 「민법」 제815조 제2호에 대해서는 판단을 달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하여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이 체결된 경우라 하더라도, 당사자 사이에 자녀가 출생하거나 상당한 기간 공동생활이 유지되어 이미 가족 공동체의 실체가 형성된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그 효력을 소급하여 무효화하는 것은 당사자 및 그 자녀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이다. 즉 신분 관계의 안정을 파괴하고 아동의 복리를 저해할 수 있는 근친혼의 양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고 처음부터 혼인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헌법상 정당화되기 어렵다.1)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단순위헌 결정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택하며 2024년 12월 31일을 개선입법 시한으로 하는 잠정적용 명령을 내렸다. 만약 해당 조항에 대해 즉시 위헌을 선언하여 효력을 상실시킨다면, 근친혼 금지 조항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 법체계에서 사라지는 규범적 진공 상태가 발생하여서이다. 이에 따라 입법자는 근친혼의 구체적인 양상과 당사자 및 자녀의 보호 필요성, 그리고 우리 사회의 친족 관념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금지된 근친혼 중 어느 범위까지를 무효로 유지하고 어느 범위를 취소 사유 등으로 전환할 것인지에 관한 정교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게 되었다. 결국 이 결정은 전통적인 근친혼 금지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미 형성된 가족 관계의 실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현대적 요구 사이의 조화를 꾀한 사법적 결단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입법 시한인 2024년 12월 31일을 도과하여 현재까지 체계적인 입법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2) 입법개선의 지연으로 신분 질서의 혼란이 발생될 상황에 놓여 있다.
현행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은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는 모(母)가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법 제57조 제1항 및 제2항은 생부가 혼인 외 자녀에 대하여 친생자출생의 신고를 할 수 있는 절차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3) 문제는 생모가 남편과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 아닌 생부와의 사이에서 자녀를 출산한 경우, 현행법상 생부가 해당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실효적인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생모가 혼인관계 유지 등의 이유로 출생신고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될 경우, 아동은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 아동’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4)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출생등록은 아동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 주체로 인정받기 위한 필수적 전제이며, 국가가 아동의 복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가장 기초적인 의무라고 판단하여, 아동의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헌법 제10조(인격권), 제34조(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제36조 제1항(가족생활의 보장) 등에 근거하여 도출되는 독자적 기본권으로 인정하였다. 또한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 등이 혼인 중인 여자의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하여 생부의 출생신고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아동의 출생등록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 해당 아동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민법」상 친생추정 제도와의 충돌을 방지한다는 공익이 아동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법적 지위 보장보다 우선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하였다(헌재 2023. 3. 23. 2021헌마975).
다만,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들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며 2025년 5월 31일을 개선입법 시한으로 정한 잠정적용 명령을 내렸다. 만약 이 조항에 대해 단순위헌을 선고하여 즉시 효력을 상실시킨다면, 일반적인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1차적 신고의무자인 ‘모’의 지위까지 사라지게 되어 대다수 아동의 출생등록에 법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입법자는 「민법」상 친생추정 및 인지 제도와의 정합성을 고려하면서도, 어떠한 경우에도 아동의 출생등록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생부의 출생신고 허용 등 정교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결국 이 결정은 혈연적 진실과 아동의 인권 보호를 가족법의 주요한 가치로 인정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으나, 하지만 입법 시한인 2025년 5월 31일을 도과하여 현재까지 체계적인 입법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5) 입법개선의 지연으로 체계적인 법령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아동의 기본권 구제가 계속해서 지연될 상황에 놓여 있다.
유류분 제도란 피상속인이 증여 또는 유증을 통해 자유롭게 재산을 처분하는 것을 제한하여, 법정상속인 중 일정 범위의 근친자에게 상속재산의 일정 비율이 돌아가도록 법률상 보장하는 제도이다. 이는 공동상속인 사이의 공평한 이익을 도모하고,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 및 피상속인 사망 후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며 가족 간의 연대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는 현대 사회의 핵가족화와 가족 관념의 변화를 반영하여 유류분 관련 조항들에 대해 단순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다(헌재 2024. 4. 25. 2020헌가4 등).6)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형제자매의 유류분권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단순위헌을 선고하였다. 과거 농경 사회나 대가족 중심의 관념에서는 형제자매 간의 경제적 유대가 강하였으나, 오늘날의 핵가족 체제에서는 형제자매가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하거나 상속에 대해 정당한 기대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형제자매에게까지 피상속인의 의사를 제한하며 유류분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없는 재산권 침해로 판단하였다.
둘째,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1호 내지 제3호에 대하여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현행 「민법」은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 대해서도 유류분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며 유류분 제도의 본래 취지인 가족 연대 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유류분을 보장하는 것은 합리성을 결여한 자의적인 입법으로 판단하였다.
셋째, 기여분 규정을 유류분에 준용하지 않은 「민법」 제1118조 역시 헌법불합치로 결정하였다. 현행 「민법」 체계상 상속에서의 기여분 제도와 유류분 제도가 단절되어 있어,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이 다른 비기여 상속인의 유류분 반환 청구에 대해 자신의 기여분을 공제해달라는 항변을 할 수 없는 부당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는 기여상속인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고 피상속인의 보상 의사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민법」 제1112조 제1호 내지 제3호 및 제1118조에 대해서는 즉시 위헌을 선고할 경우 발생할 유류분 제도 자체의 시행 불능 및 법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202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선입법이 이루어질 때까지 해당 조항들을 잠정 적용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입법자는 입법개선 시한까지 유류분 상실 사유의 신설 및 기여분 제도와의 유기적 설계 등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정교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되었다. 이 결정은 가족 구성원의 권리와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재정립하고,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가족 윤리를 법규범에 투영하고자 한 중요한 전환점이라 평가되지만, 입법자는 단순위헌 결정을 선고한 형제자매의 유류분권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 제4호에 대하여만 삭제를 하고, 「민법」 제1112조 제1호 내지 제3호 및 제1118조의 규정은 입법개선을 하지 않았다.7) 입법개선의 지연으로 체계적인 법령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그 권리구제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가족법 분야에서 헌법재판소가 단순위헌 결정보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빈번하게 활용하는 것은 이 영역이 가진 고유한 법적·사회적 특수성에 기인한다. 가족법은 개인의 인격 형성의 토대이자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단위인 가족 공동체를 규율하므로, 다른 법 분야에 비해 법적 안정성과 신분 관계의 연속성이 강조되어서이다. 특히 가족법상 권리관계는 혼인, 출생, 상속 등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형성되는 신뢰와 실질적인 공동생활의 실체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신분 관계는 한 번 형성되면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을 지니며, 그 효력의 유무에 따라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녀와 제3자 등 수많은 이해관계인의 법적 지위가 결정된다.8) 만약 가족법 규정에 대해 단순위헌 결정을 내려 소급적으로 그 효력을 상실시킨다면,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온 가족 공동체의 법적 근거가 일시에 사라지는 극심한 혼란이 야기된다. 이는 이미 형성된 가족 내 신뢰와 협력에 대한 기대를 와해시키고 신분 질서의 파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9)
가족법 분야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빈번하게 활용되는 또 다른 이유는 신분 관계의 형성과 유지가 아동과 같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 및 복리에 직결되어서이다. 가족법상의 규범적 공백은 단순한 법적 불편을 넘어, 독립된 인격체로서 보호받아야 할 아동의 법적 지위를 위태롭게 하거나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근본적으로 박탈할 위험이 있다.10) 만약 위헌을 선언하여 효력을 상실시킨다면, 법률상 부(父)가 확정되지 않게 됨으로 아동이 양육비 청구나 상속 등 기본적인 수급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아동의 복리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11) 법률상 ‘모’의 지위마저 사라지게 되어 아동의 출생등록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12)
가족법은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므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국민적 의식의 변천을 수용하고 이를 규범화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과거에는 가부장적 유교 전통과 남계 혈통 중심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주력하였으나, 현대 사회에 이르러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가족생활의 근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규범과의 필연적인 충돌이 발생하게 되었다.13)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가치 충돌의 지점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위헌적 구법 질서를 합헌적으로 갱신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한다. 변화된 가치관을 법체계에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가족 질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숙의의 시간’을 입법자에게 부여하기 위함에 있다.14)
III. 헌법불합치 결정의 유형과 법적 효과
잠정적용 명령은 해당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하면서도, 입법자가 합헌적인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일정 기간 위헌적인 법률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유지하며 계속 적용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는 주로 단순위헌 선언으로 인해 해당 조항이 즉시 실효될 경우 발생할 ‘법적 공백’이나 ‘사회적 혼란’이 위헌적 상태를 잠시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 선택되는 사법 정책적 결단이다.15) 특히 가족법 분야에서는 신분 관계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잠정적용 명령이 빈번하게 활용된다.16) 가족법상의 권리관계는 일회적 거래가 아니라 장기간 형성된 신뢰와 실질적인 공동생활의 실체를 바탕으로 한다. 만약 관련 규정이 즉시 효력을 상실할 경우, 자녀의 법적 지위가 부재하게 되거나 수십 년간 유지된 가족 공동체의 법적 근거가 상실되는 등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적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잠정적용 명령의 법적 효과는 위헌적인 법률이 입법자가 정한 시한까지 여전히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는 점에 있다. 이에 따라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이나 행정기관은 위헌성이 확인된 구법을 그대로 적용하여 재판이나 처분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위헌성을 이끌어낸 청구인조차 정작 자신의 소송에서는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받아 패소하거나 구제가 지연되는 이른바 ‘승소한 패소자’를 양산하는 사법적 한계를 낳기도 한다. 결국 잠정적용 명령은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을 위해 개인의 구체적 권리구제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사법적 결단이라 평가할 수 있다.17)
적용중지 명령은 법률의 위헌성을 확인하되, 해당 조항의 적용을 즉시 중지시키고 입법자의 개선입법을 기다리는 결정 방식이다. 이는 해당 조항을 계속 적용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용납될 수 없을 만큼 명백히 부당하다고 판단되지만, 단순위헌 선언만으로는 위헌적 상태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거나 입법자의 형성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선택된다. 가족법 분야에서 적용중지 명령은 잠정적용 명령에 비해 그 사례가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18)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이를 계속 적용하는 것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보아 입법 개선 시까지 그 적용을 즉시 중지하도록 명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19) 또는 입법 개선 시한을 별도로 정하지 않은 채 해당 조항의 적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20) 적용중지 명령이 내려지면 법원 및 다른 국가기관은 해당 법률조항의 적용을 즉시 멈추어야 한다. 이 방식의 가장 큰 법적 효과는 위헌적 침해를 즉각적으로 차단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또한 당해 사건의 당사자는 향후 마련될 개정법을 소급 적용받아 실질적인 기본권 구제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잠정적용 명령과 달리, ‘헌법적 정의’의 실현에 보다 무게를 둔 조치라 할 수 있다. 결국 적용중지 명령은 입법자의 입법 형성을 기다리면서도, 위헌적 법률에 의한 추가적인 기본권 침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헌법재판소의 강력한 의지가 투영된 결정 형식이다.21)
IV. 헌법불합치 결정의 실효성 저해 요인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단순위헌 선언에 따른 법적 공백을 방지하고 입법자의 형성권을 존중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위헌성이 확인된 법률이 일정 기간 법질서 내에서 여전히 효력을 유지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계속해서 침해하게 하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변형 결정 중 ‘잠정적용 명령’은 해당 법률조항을 개정 전까지 계속 적용하도록 강제하므로, 당해 사건의 당사자를 포함한 일반 국민은 위헌적인 법률 상태를 수인해야 하는 구체적인 불이익을 입게 된다.22)
첫째, 당해 사건 청구인의 권리 구제가 장기간 방치되거나 무력화되는 문제가 있다. 헌법재판소가 법적 안정성을 위해 입법 시한조차 두지 않은 채 잠정적용을 명하는 경우, 위헌성이 해결될 시점을 전망하기 어려워 헌법소원 제도의 본래 목적인 주관적 권리구제 기능이 그 역할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입법 시한 없이 잠정적용을 명함으로써 청구인이 진실한 가족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침해 상태를 기한 없이 지속하게 할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위헌 조항에 대하여 상당 기간 ‘잠정 합헌’을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23)
둘째, 가족법상 신분 관계의 불확실성이 입법 시한까지 고착화된다는 문제가 있다. 혼인 외 출생자의 생부에 의한 출생신고를 제한한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 등에 대한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2025년 5월 31일을 개선입법 시한으로 정하였으나 그전까지 생부는 여전히 독자적인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법적 장애 상태에 있다. 이 과도기적 기간 동안 해당 아동은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의료보험이나 의무교육 등 각종 사회보장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실질적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정한 조항 역시 2024년 12월 31일까지 잠정적용됨에 따라, 당사자들은 개선입법 전까지 자신의 혼인이 언제든 무효화될 수 있는 불안정한 신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24)
셋째, 사회보장 및 상속권 분야에서의 경제적 손실이 누적된다. 유류분 제도와 관련하여 패륜적인 상속인이라 할지라도 2025년 12월 31일로 예정된 법 개정 전까지는 여전히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위헌적 법적 지위를 유지하게 되어, 피상속인의 재산권과 수증자의 기대이익이 계속해서 침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25)
가족법 분야에서의 잠정적용 방식은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적 명분 하에 위헌적 법률로 고통받는 ‘개인의 구체적 권리’를 희생시키는 측면이 강하다. 이는 기본권 침해의 구제 절차를 지연시켜 국민의 사법적 신뢰를 저하시키며, 위헌적 상태를 법적으로 용인하는 모순된 상황을 초래함으로써 헌법재판의 실효성을 근본적으로 저해하고 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적인 법률을 즉시 폐지하지 않고 입법 개선 전까지 잠정적으로 유지하게 함으로써,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의 주관적 권리구제라는 목적과 객관적 법질서 수호라는 목적 사이에서 상당한 간극을 발생시킨다.26) 그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잠정적용 명령 시 당해 사건 당사자의 승소 가능성이 차단되는 문제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법적 공백을 우려하여 개선입법 시까지 잠정적용을 명하면,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은 여전히 위헌적인 구법을 적용하여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정 방식은 권리구제를 원하는 청구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상당 기간 해당 위헌 조항에 대해 ‘잠정 합헌’의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청구인은 헌법재판에서 승소하고도 정작 자신의 민사 소송에서는 위헌적 법률에 묶여 패소하거나 재판이 무기한 지연되는 역설적인 상황의 지위에 놓이게 된다.
둘째, 입법자의 개선입법 방식에 따른 구제의 불확실성 문제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입법자에게 합헌적 상태로 법률을 개선할 재량을 부여하지만, 입법자가 개선입법 시 당해 사건 당사자에 대한 소급 적용 조항을 두지 않거나 단순히 장래를 향해서만 효력을 발생시킨다면 청구인의 구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잠정적용의 과도기적 기간 동안 소송을 진행 중인 당사자들은 신법이 시행되어 소급 적용의 근거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기본권 침해 상태를 수인해야 하는 한계에 부딪힌다.
셋째, 잠정적용과 적용중지 명령 사이의 형평성 문제이다. 헌법재판소는 사안에 따라 위헌적 법률의 적용을 즉시 중지시키기도 하나, 가족법 분야에서는 신분 관계의 안정과 연속성이라는 명분하에 유독 잠정적용 방식이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동일하게 위헌성을 확인받은 청구인이라 할지라도 결정 형식의 선택에 따라 당사자가 누리는 구제의 질이 달라지는 불평등을 야기한다. 결국 가족법상 헌법불합치 결정은 객관적 신분 질서의 수호에 치중한 나머지, 헌법재판을 이끌어낸 개별 소송 당사자의 구체적 권리구제를 희생시킴으로써 헌법재판의 실효성을 저해하고 사법 제도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입법자에게 위헌적 상태를 해결할 수 있는 ‘숙의의 시간’과 ‘형성 재량’을 부여하지만, 입법부가 이러한 사법적 배려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헌법재판의 실효성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27) 특히 입법자의 태만으로 인한 입법 부작위나 체계 정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편적 입법 개선은 가족법상 신분 질서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28)
첫째, 입법 시한의 도과로 인한 규범 진공 상태의 발생이다. 헌법재판소는 대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특정 일자까지 개선입법을 완료할 것을 명하며, 그때까지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자동 실효된다고 선언한다. 만약 입법자가 정치적 갈등이나 무관심으로 이 시한을 지키지 못하면, 헌법재판소가 방지하고자 했던 ‘법적 공백’이 현실화되어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 즉 입법 시한 내 개선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아 규범적 진공 상태에 놓이게 되면, 이는 가족관계에서 지속적인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입법 시한이 없는 결정으로 인한 ‘잠정 합헌’ 상태의 부당한 연장이다. 헌법재판소가 법적 안정성을 이유로 입법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잠정적용을 명하는 경우, 입법자의 개선 의지가 약화되어 위헌적 상태가 기한 없이 방치될 우려가 크다. 개선입법 시점을 전망하기 어려워 결과적으로 위헌 조항에 대해 상당 기간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입법 지연은 헌법재판을 이끌어낸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는다.
셋째, 복잡한 가족법 체계 내에서의 단편적인 입법 개선이다. 가족법은 「민법」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잡한 법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특정 조문 하나만을 수정하는 단편적 개선은 체계 정당성을 결여하여 또 다른 법적 분쟁을 낳을 수 있다. 통합적으로 정비해야 함에도, 입법자가 가장 손쉬운 방식의 지엽적 개정만을 택한다면 기본권은 실효적으로 구제되지 못한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형식적으로만 반영하는 ‘무늬만 개선인 입법’에 그칠 위험이 있다.
넷째, 변화하는 가족 형태를 포괄하지 못하는 경직된 입법 태도이다. 헌법재판소는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여 아동의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나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으나, 입법자가 이를 좁게 해석하여 전통적인 혈연 중심의 틀 내에서만 대안을 마련한다면 외국인 아동이나 재혼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원이 겪는 소외와 인권 침해는 여전히 방치될 수밖에 없다.
가족법 분야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입법자가 단순한 사법적 판단의 수용을 넘어 ‘기본권 보장의 종국적 책임자’로서 신속하고 체계적인 전면 개정에 나서야 한다. 개선입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실체법과 절차법을 아우르는 정교한 설계를 이행할 때 비로소 헌법적 가치가 국민의 일상적인 가족생활 속에 실효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V. 실효성 제고를 위한 과제
헌법불합치 결정은 위헌적인 법률 조항을 즉시 실효시킬 경우 발생하는 법적 공백을 방지하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자에게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정교한 제도를 설계할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법적 배려가 선언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인 기본권 구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입법자의 개선입법 의무 이행이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인격권, 혼인의 자유, 아동의 권리 등 인간의 존엄성과 직결된 가족법 분야에서 입법 지연은 국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을 강요한다.29)
첫째, 입법 시한의 엄격한 준수와 입법 부작위의 방지가 최우선 과제이다. 헌법재판소는 대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개선입법의 시한을 명시하고, 그때까지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해당 조항의 효력이 자동 상실됨을 경고한다. 그럼에도 정치적 갈등이나 태만으로 그 시한을 도과할 경우,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실효되어 현재까지 규범적 진공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것과 같은 법적 혼란이 가족법 영역에서도 재현될 위험이 크다. 입법자는 부여된 주어진 입법 시한 내에 반드시 입법을 완료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지닌다.30)
둘째, 입법 시한이 명시되지 않은 결정에 대한 입법자의 능동적 대응이 요구된다. 헌법재판소가 입법 시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잠정적용을 명하는 경우, 입법자의 개선 의지가 약화되어 위헌적 상태가 기한 없이 방치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명시적인 시한의 유무와 관계없이 국민의 대표성을 부여받은 입법자는 헌법재판소가 위헌성을 확인한 즉시 침해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또한 헌법재판소도 입법 시한이 명시되지 않은 선고를 내리는 것은 자제하여야 한다. 입법 시한을 반드시 명시하여 입법자로 하여금 입법개선을 하도록 명하여야 한다.
셋째, 단순한 조문 수정을 넘어 체계적이고 완전한 입법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가족법은 「민법」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잡한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만약 입법자가 특정 조항 하나만을 수정하는 단편적 개정만을 택한다면, 이는 체계 정당성을 결여하여 또 다른 법적 분쟁을 낳는 ‘부진정 입법부작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관련 법령 전체를 아우르는 정교한 법적 설계를 통해 기본권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당해 사건 청구인 및 개정 전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책 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잠정적용 명령이 내려진 기간 동안 청구인은 헌법재판에서 이기고도 정작 자신의 재판에서는 위헌적인 법률을 적용받는 승소한 패소자의 지위에 놓이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자는 개선입법 시 부칙을 통해 당해 사건 및 위헌 결정 전 발생한 유사 사안에 대한 소급 적용 규정을 명시하거나 별도의 구제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헌법재판을 이끌어낸 국민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가족법상 헌법불합치 결정의 실효성은 입법자가 단순한 ‘사법적 판단의 수용자’를 넘어 ‘기본권 보장의 종국적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성실히 수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회는 인간의 존엄과 가족생활의 안정을 위해 부여된 입법적 재량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위헌적 법 질서를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단순위헌 선언 시 초래될 법적 공백을 방지하고 입법자의 형성권을 존중하기 위한 사법 정책적 판단의 산물이다. 그러나 가족법 분야에서 위헌적 조항이 장기간 방치되거나 불완전하게 개정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가 결정 형식을 더욱 세분화하고 입법자가 따라야 할 구체적인 법적 지침을 명확히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31)
첫째, 주문 형식의 세분화와 ‘적용중지’ 명령의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가족법 영역에서는 신분 관계의 안정성을 이유로 위헌적 조항을 계속 적용하는 ‘잠정적용’ 형식이 주로 채택되지만, 이는 당사자에게 위헌적인 법 상태를 인내하게 하는 ‘잠정적 합헌’ 선언과 다를 바 없다. 기본권 침해의 정도가 중대하고 신분 질서의 혼란보다 개인의 존엄 회복이 시급한 사안에서는, 해당 조항의 적용을 즉시 멈추는 ‘적용중지’ 명령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폐해가 우려되는 조항에 대해서는 적용을 중지시키고 개정법을 소급 적용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권리 구제를 도모해야 한다.
둘째, 입법자가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헌법적 지침’의 제시가 강화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단순한 위헌 확인을 넘어, 합헌적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판결 이유에 명시함으로써 개선입법의 방향성을 유도해야 한다. 단순한 조문 수정을 넘어 구체적 대안 또는 구체적 예시 등을 제시하여 유기적 설계를 주문함으로써 입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이러한 지침은 입법자가 기술적·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체계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셋째, 명확한 입법 시한 설정과 사후 통제 장치의 마련이다. 입법 시한이 없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입법 부작위를 장기화하여 국민의 고통을 방치할 위험이 크다. 헌법재판소는 모든 불합치 결정에서 개정 기한을 엄격히 설정해야 한다. 나아가 시한 내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해당 조항이 자동 실효됨으로써 발생할 규범적 진공 상태를 경고하고, 필요한 경우 입법자에게 소급 적용 규정을 둘 것을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
넷째, 실체법과 절차법을 아우르는 통합적 심사가 요구된다. 가족법은 관련 법률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므로, 특정 조항의 위헌성 제거가 전체 신분법 체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종합적 지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동의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 보장을 위해 의료기관의 출생통보제를 제안한 것은 입법부의 정책 형성을 견인하는 바람직한 사례라 할 수 있다.
가족법상 헌법불합치 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법적 자제와 적극적 기본권 수호 사이의 균형을 바탕으로 결정 형식을 정교화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하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지침은 입법자의 태만을 방지하고, 변화된 시대 정신과 인간의 존엄을 담아내는 완결성 있는 법제를 구축하는 초석이 된다.
헌법재판소의 가족법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들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신분 질서의 해체를 확인하고,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현대적 가족 규범으로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36조 제1항이 선언하는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국가의 보장 의무는 시대적 변화에 따른 가족 형태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유연한 법제도 설계를 요구한다.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의 입법 과제는 단순한 위헌 조문의 수정을 넘어, 변화된 사회 구조와 국민의 의식을 능동적으로 반영하는 체계적인 규범의 재설계에 집중되어야 한다.32)
첫째, 혈연 중심주의를 넘어선 가족의 실체와 개인의 기본권 사이의 조화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는 핵가족화와 전통적 공동체의 해체로 인해 촌수가 먼 혈족을 ‘근친’으로 인식하는 관념이 약화되었다. 또한 혈통 중심의 연대 의식보다 가족 구성원 개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 보호가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입법자는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재혼 가정의 증가 등 변화하는 가족의 실태를 반영하여, 형식적 혈연보다 실질적인 생활 공동체의 가치를 존중할 수 있는 유연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아동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포괄적인 신분 등록 체계의 구축이다.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 문제를 다룬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독자적 기본권으로 확립하였다. 이는 부모의 혼인 상태나 국적,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아동이 사회 안전망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입법자는 「민법」상 친생추정 제도와의 기술적 충돌을 이유로 생부의 신고를 제한하기보다,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 등 아동 중심의 실효적인 보호 방안을 강구함으로써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셋째, 사회적 부양 기능과 재산권의 합리적 조정을 통한 상속 제도의 현대화이다. 최근 유류분 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은 형제자매를 유류분권자에서 제외하고 패륜적 상속인의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가산(家産) 관념의 쇠퇴를 근거로, 상속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와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 의무 이행 정도에 따라 상속분이 정교하게 조정되어야 함을 판시하였다. 이는 상속법이 가족 간의 실질적인 형평과 연대를 담보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넷째, 과학기술의 발달과 의식 변화에 부응하는 규범의 유연성 확보이다. 혼인 종료 후 300일 내 출생자의 친생추정 사건이나 태아 성별 고지 제한 사건 등은 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달과 남아선호사상의 쇠퇴라는 객관적 사정 변경이 법률의 정당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입법자는 과거의 획일적인 금지 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적 발전을 수용한 간소화된 비송절차를 도입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법치주의의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가족법상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입법자가 과거의 관습과 현재의 정의 사이의 균형점을 기민하게 파악해야 한다. 고령화, 저출생, 다양한 가족 형태의 출현 등으로 신분 질서가 파편화되는 현실 속에서, 법 제도는 고정된 틀을 강요하기보다 개인의 자율성과 인간의 존엄을 실현할 수 있는 유연하고 따뜻한 그릇이 되어야 한다.
Ⅵ. 맺음말 : 가족법 개정 방향에 대한 제언
헌법재판소의 가족법 분야 헌법불합치 결정들은 과거 가부장적 유교 전통과 남계 혈통 중심의 가치관에서 완전히 벗어나,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이라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가치를 가족법 전반에 확산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다. 또한 가족법상의 규정이 실제 혈연관계나 이미 형성된 가족 공동체의 실체와 충돌할 때, 국가가 신분 질서의 외형적 안정만을 강요하기보다 구성원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하였다. 이는 아동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권리’를 가진 독립된 권리 주체로 격상시키고, 부모의 혼인 상태와 상관없이 국가가 아동의 생존권과 복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한 점에서 나타난다. 또한 상속 분야에서도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상속인의 생존권 사이의 합리적 균형을 찾도록 유도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변화된 가족 관념에 부응하는 정의로운 재산 분배 질서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향후 가족법상의 헌법적 가치를 완성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입법자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개선하였으면 한다.
첫째, 아동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보편적 신분 등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 제2항33)은 혼인 외 출생자의 출생신고를 부모의 신고에만 의존하지 않고 의료기관이 국가에 출생 사실을 알리는 출생통보제를 완전히 안착시켜야 한다. 아울러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무관하게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이 즉시 등록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둘째, 생물학적 진실과 신분 질서의 안정을 조화시킬 유연한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유전자 검사기술로 친생자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므로, 「민법」 제844조34)는 추정 규정과 그로 인한 친생부인의 소 제기 대신 유전자 검사 기술을 활용하여 간소화된 비송절차를 통해 친자관계를 신속히 확정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는 불필요한 소송 비용을 줄이고 진실한 혈연관계에 입각한 가족 형성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인격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
셋째, 형성된 가족의 실체를 존중하는 신분해소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일률적인 소급 무효화가 초래하는 자녀의 지위 불안정과 가족의 와해를 방지해야 한다. 「민법」 제815조 제2호35)는 입법자는 8촌 이내 혈족 사이의 혼인 중 직계혈족 등 극히 가까운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법」 제816조36)에 따른 혼인취소 제도를 활용하여 장래를 향해서만 효력을 해소하고, 기왕에 형성된 가족관계의 신뢰와 자녀의 복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정비해야 한다.
넷째, 상속 제도를 기여와 부양이라는 실질적 형평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 피상속인에 대한 학대나 유기 등 패륜적 행위를 저지른 상속인에 대한 유류분 상실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또한 현행 「민법」 제1118조는 동법 제1008조의2(기여분)을 유류분에 준용될 수 있도록 신설하지 않았다.37) 기여분 규정을 유류분 산정 시 준용하도록 하여,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한 상속인의 노고가 정당하게 평가받는 공정한 상속 질서를 구현해야 한다.
다섯째, 가족 구성원의 개인정보 보호와 권리 행사의 균형을 꾀해야 한다. 「가족관계등록법」 제14조 제1항38)은 형제자매가 본인의 동의 없이 증명서를 발급받는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되, 상속이나 재판 등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허용하는 정교한 개인정보 관리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동시에 직계비속 등 실질적인 법률상 이익을 가진 자들의 신분권 행사 주체성을 넓게 인정하여 가부장적 잔재를 청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향후 가족법은 고정된 관습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괄하며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주체로서 서로 연대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누릴 수 있는 유연한 규범 체계로 지속적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입법자가 헌법재판소가 부여한 개선 시한 내에 이러한 체계적 정비를 완수할 때 비로소 헌법적 정의는 국민의 일상적인 가족생활 속에 실효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