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시작하며
2026년 6월 18일 대법원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자신을 대신하여 사고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해주겠다는 동승자의 범인은닉행위를 묵인·방조하였다는 피고인을 범죄은닉죄의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의 법리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한 결과를 공개했고, 13인의 대법관 중 8인의 다수의견으로 선례의 법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하였음을 밝혔다.1)
범인의 도피행위는 범죄라는 잘못을 하고도 그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받는 것은 피하려고 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범인도피를 두고 특정 법익을 침해하는 범죄행위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철학적·심리학적 근거가 입법자의 구성요건 형성의 동기였는지, 처벌을 피하고자 하는 범인의 도피행위를 두고 형사사법의 기능에 대한 고의의 공격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인지, 오히려 그런 범인을 찾아 수사하고 혐의를 밝혀 법정에 세우는 것이 무죄추정을 받는 피의자에 대한 강제처분권까지 인정받고 있는 형사사법의 고유한 과제라고 본 것인지, 아니면 설령 처벌로부터 멀어지려는 인지상정·인간 본성이 작동하였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범죄로 끌어들이는 행동은 물론이고 타인의 범죄를 돕는 행위까지 불가벌로 한다는 것은 입법자의 의사가 아니었던 것인지, 자신을 도피하게 하도록 제3자의 범행을 촉발하거나 그에 편승하는 것은 자기도피와는 다른 법익을 침해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이론과 실무를 불문하고, 쉽게 답하기 어려운 난제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인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은 언급된 이러한 물음들에 대한 현재 대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들과 무수한 재판연구원들의 그간의 숙고를 정리한 답변일 것이지만, 여전히 해당 구성요건을 도입한 입법자의 동기가 무엇인지, 형사처벌에서 배제된 범인도피행위와 범인을 발견하고 수사·처벌해야 하는 국가 형사사법의 기능을 보호하는 범인도피죄는 상호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고민을 넘어, 문제 되는 법문의 의미는 무엇인지, 형법 전체의 체계적 정합성의 관점에서, 풀어야 할 사례 형상에 대해서 어떤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인지를 조금 더 정치하게 분석해야 할 과제를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범인도피죄의 방조범 성립여부에 대하여 제시된 다수·반대의견의 논증방법과 각각의 지지와 반론의 근거로 등장시키고 있는 논거들은 현재 이론과 실무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논점들을 반영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언급되지 않는 본질적인 쟁점들도 있다는 점에서 아래에서는 한편으로는 대법원의 논증방법과 논거들을 분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본 판결의 심판대상 범죄와 관련한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논제들을 검토하면서,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어떤 점에서 조금 더 숙고가 필요한 것인지 정리해 보고자 한다.2)
Ⅱ. 법률과 해석론의 현황
형법 제151조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하여 범인을 은닉하는 자 또는 도피하게 한 자, 즉 행위 주체는 범인과 다른 사람임을 전제하고 있다. 범인도피죄3)의 법문 해석에서 비교를 위한 구성요건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범죄인 증거인멸죄(제155조 제1항)도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하여 죄를 범한 자(범인)와 관련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등을 하는 자를 동일인이 아닌 것으로 상호 구분하고 있다.
나아가 입법자는 증거를 은닉·인멸·위조·변조 등을 하는 행위를 범인을 은닉·도피시키는 행위보다 불법이 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순히 범인을 도피하거나 숨기는 것과 증거를 허위로 만들어 내고 변개하는 것을 비교하면, 죄를 짓고 숨거나 도피하는 것보다는 수사와 재판에서 역사적 사실을 구성할 자료를 없애거나 변경하는 후자의 죄질이 더 중하다는 점에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관점이 법정형의 차이에 반영된 듯하다. 범인은닉·도피의 죄는 미수를 처벌하지 않으며, 본범·선행범죄, 즉 범인도피죄에서 ‘범인’이 범한 죄(Vortat; 선행범죄·도피대상범죄)에 범죄참가(Beteiligung)하지 않은 자, 즉 (공동)정범, 교사 또는 방조로 참여하지 않은 자를 범인도피죄를 범하도록 교사한 경우에 처벌한다는 규정은 없다.4)
이러한 입법태도는 공범론 일반을 따른다는 것일 수도 있고, 범인도피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도피시키는 자와 도피(당)하는 자의 행위의 공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보면 필요적 공범의 문제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양자 모두 어떤 명문의 규정에 근거한 접근법은 아니다.
본죄의 보호법익은 국가의 형사사법(Strafrechtspflege)기능이고5) 보호정도는 추상적 위험범이며,6) 도피행위가 끝날 때 비로소 범죄행위가 종료되는 계속범이며7), 범인 본인이 도피한 경우는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는 것8)으로 보는 것이 다수의 이해로 보인다.
범인이 제3자를 교사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한 경우 판례는 방어권 남용여부를 기준으로 교사·방조의 성립여부를 판단해 오고 있고9), 학계에서는 이를 지지하는 입장과10) 이 경우에도 결국 그 가공행위자체가 자기비호(庇護)행위이므로 범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 병존한다.11) 범인도피의 정범 행위인 자기 비호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데 공범인 교사와 방조를 처벌하는 것은 이미 규범논리적 관점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12) 선행범죄의 범인이 타인에게 자신을 도피하게 해 줄 것을 교사한 경우나 이를 방조한 경우(위 대법원 판례사안) 범인도피죄를 필요적 공범으로 보면 본범(선행범죄의 범인)은 대향자인 범인도피범, 즉 범인을 도피하게 한 범인의 범행에 공범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논의에 참고할 만한 비교 입법례로는 우리의 증거인멸과 범인도피 등을 포함하고 있는 독일 형법 제258조13)의 형사소추·집행(수사·재판)방해죄(Strafvereitelung)를 들 수 있다. (형사)사법방해죄 또는 처벌방해죄라고 옮기는 경우도 있는데,14) 아래에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형사소추와 집행을 모두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형사사법방해죄’로 표현하기로 한다.
형사사법방해죄를 처벌하는 규범의 목적은 국가의 형벌권과 보안처분을 집행하는 독일의 형사사법(Strafrechtspflege)의 과제·기능을 보호하는 것인데15), 그렇다고 단순히 형사사법이 규정에 맞게 기능하는 것만을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고, 실체 형법에 상응하게 즉각적으로 범인을 처벌하는 것(진범에 대한 신속한 수사·재판진행)을 방해하는 그런 행위방식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고, 이러한 형사사법방해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범죄 이후에 사후 방조를 차단함으로써 본범을 고립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형사처벌·집행의 전부 또는 일부 방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동 범죄는 미수를 처벌하며 결과범(Erfolgsdelikt)으로 해석된다.
동죄에서는 범인이 범죄 이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동법 제257조 비호죄(Begünstigung16))와 달리 제3자를 교사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달리 말해 우리 형법의 증거인멸(Beweisvereitelung)과 범인도피를 모두 포괄하는 광의의 사법방해죄에 해당하는 제258조 형사사법방해죄는 선행범죄(도피의 대상이 되는 범죄)에 참여하지 않은 자를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행위를 하도록 교사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제257조제3항제2문)을 두고 있는 비호죄와 달리, 범인도피·은닉행위가 자신의 범행에 대한 수사나 형벌·보안처분 집행을 전부 또는 일부 방해하는 경우에도 불가벌이라는 조항(제5조)만을 두고 있다. 반대추론(Umkehrschluß)·해석을 동원한다면 사후종범으로 범죄수익은닉을 돕는 경우와 달리 제3자를 끌어들여 범인인 자신을 도피시키는 행위를 하게 하여 수사와 재판을 방해하는 행태, 즉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범행을 교사한 경우도17) 처벌하지 않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이 표현되어있는 것이다. 방조도 당연히(물론해석) 불가벌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지배적 견해이다.
종합하자면, 타인의 이익을 위해 행해진 형사사법방해행위만이 범죄를 구성한다. 단순한 자기방어는 이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18) 따라서 타인의 자기방어를 단순히 지원하는 행위는 교사, 방조, 또는 방어 행위의 형태를 막론하고 처벌받지 않는다. 자기 이익을 위한 행위란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에 대한 법적 처벌이나 이미 부과된 형벌 또는 조치의 집행을 전부 또는 일부 회피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행하는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19) 그러나 자기방어라는 명목으로 주어지는 처벌 면제는 범인도피죄, 즉 형사사법방해죄에만 한정된다. 만약 그 도피행위에서 도피범죄와 다른 추가적 범죄가 저질러진다면, 그 행위(문서위조, 위증교사 등)는 당연히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자기 이익을 위한 의도는 양형에 있어 항상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Ⅲ. 필요적 공범론의 재검토
필요적 공범(Notwendige Teilnahme)은 형법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개념이지만, 적어도20) 대법원은 1956년 몇 개의 관련 판결21)에서 ‘필요적 공범’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1963년 판결에서는 ‘범죄의 성립에 행위의 공동이 필요한 경우’로, 2008년 판결에서는22) ‘법률상 범죄의 실행이 다수인의 협력을 필요로 하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이러한 범죄의 성립에는 행위의 공동을 필요로 하는 것에 불과하고 반드시 협력자 전부가 책임이 있음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여, 필요적 공범은 ‘다수인의 행위공동이라는 협력이 필요한 범죄’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필요적 공범과 관련하여 “형법 총칙의 공범 이외에도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할 뿐 각자의 구성요건을 실현하고 별도의 형벌 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강학상 필요적 공범 또는 대향범까지 포함”23)한다는 표현을 즐겨 사용하여 대향범이 필요적 공범과 동의어이거나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 보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24)
해석론에서도 강학상 개념으로 언급되는 필요적 공범은 특정 구성요건의 해석과 이해의 문제로 소급할 수밖에 없고, 예를 들어 업무상 배임이라는 구성요건도 구체적인 사례형상에서 해당 범죄의 실행, 즉 구성요건해당 행위가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따라서 필요적 공범에 해당하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누어질 수 있는 것이다.25) 달리 말해 업무상배임죄는 필요적 공범이 아니고 대향적 존재가 필요한 배임행위일 뿐이라는 정의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정 구성요건(범죄)은 필요적 공범규정이고, 다른 구성요건은 임의적 공범이라는 식의 구분은 필요적 공범이라는 통용되는 개념정의와 부합하지 않는 자의적 이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필요적 공범인가는 해당 구성요건을 개별·구체적 사안을 기초로 한 해석을 통해 판단되는 것이다.
독일에서도 통상 해당 구성요건이 필연적으로 2인 또는 다수인의 참여를 요구하는 경우를 이른바 ‘필요적·필연적 공범’(Notwendige Teilnahme)이라고 정의한다.26) 물론 이러한 개념정의는 적절하지 않다는 반박도 있다.27) 예를 들어 피해자가 공동정범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사안들도 포함해야하기 때문에 정범과 공범의 상위개념으로 필요적 공범·범죄참가(Beteiligung)라고 부르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몇몇 성범죄에서는 다양한 불가벌이 존재하는데 이처럼 피해자가 순수하게 수동적 역할을 수행하는 그런 사례들이 있음에도 이를 참여·공범(Beteiligung, Teilnahme)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요적 공범’이라는 표현은 일군(一群)의 사례들(Fallgruppen)을 표현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대 입장에서는 구성요건의 표현에 따를 때 그 사람의 협업이나 공동행위가 필수적이거나 전제가 되는 그 참여자의 처벌이 관건이 되는 그런 사례유형이 문제인 것이고, 여기서 문제되는 사람이 불가벌인지 여부는 필요적 공범이라는 식의 사례유형 표시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니고 개별사례에서 해당 각론 규정의 해석을 통해 도출된다고 한다.28) 독일에서는 프로이덴탈(Freudenthal)의 제안 이후에 필요적 공범을 수렴·합동(Konvergenz)범죄와 마주보는·대향(Begegnung)범죄로 구분하고 있다.29)
합동범, 집합범 등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수렴범(收斂犯)은 다수인이 동일한 유형의 활동을 통해 법익침해에 기여하는 것을 전제한다. 이러한 유형의 수렴범, 주로 합동범의 경우 정범의 전제조건을 충족한 자는 모두 정범으로 처벌되고, 그 외의 참여자들은 공범으로 처벌된다.30) 예를 들어 독일 형법 제121조의 수형자 폭동죄, 제125조의 주(Land) 내란죄나, 우리 형법 제145조의 특수(합동)도주, 제85조 내란죄와 같은 범죄가 이에 속한다. 다수인이 합동으로 폭행·상해를 가하는 경우도 전형적인 수렴범의 예이다.31)
대향범(조우범·대면범)은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진 다양한 정·공범들이 서로 다른 행위를 통해 구성요건실현에 기여한다.32) 다수의 참여자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상대방에게, 나아가 그로 인해 보호법익에게 작용을 가하는 형태의 범죄라고 정의하기도 한다.33) 포주·성매매알선죄(Zuhälterei)나 부당이득·고리대금죄 등이 이에 속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부당이득·고리대금(Wucher)죄에서는 고리대금업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고 그 피해자는 재산상 이익을 업자에게 제공한다. 법률은 이러한 경우 행위의 한쪽 측만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구성요건실현에 기여하기는 하지만 법률이 이를 명시적으로 가벌적인 것으로 분류하지 않는 행위의 가벌성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러한 사례들에서 어떤 참여·가공행위가 가벌적인 공범으로 간주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기준은 필요적 공범개념에서는 거의 도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 가벌적인 공범이 인정되는지는 일반적인 고려에 따라 판단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개별 범죄구성요건들의 해석을 통해 밝혀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34)
독일 해석론에서 이른바 필요적 공범의 불가벌이 인정되는 경우로는 크게 ①법익향유자(Rechtsgutsinhaber), ②구성요건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기여, 그리고 ③기여행위를 통한 자기비호행위(Selbstbegünstigung durch Mitwirkungshandlung) 등이 언급되는데, 위 대법원 범인도피죄의 방조에 대한 법리와 관련된 것은 세 번째 유형이라고 하겠다. 간단히 핵심 내용만 정리해 보기로 한다.
특정 구성요건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의 주체가 해당 구성요건실현에 기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는 없다고 보는 유형들이다. 이런 범죄들이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일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고리대금죄와 같은 범죄에서 설령 피해자에 의해서 고리의 계약이 시작된 경우라고 하더라도 피해자는 불가벌이라는 것에 의견이 일치한다.35) 그 이유는 구성요건을 통해 보호되는 사람의 범행참여는 불가벌이라는 것인데, 공범도 그에 대해 보호되는 법익을 반드시 공격해야만 되는 것이고, 해당 구성요건은 ‘피해자의 자기 스스로의 법익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해당 법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이다.36) 달리 말해 처벌되는 정·공범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구성요건이 보호하는 법익을 공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일 고리대금의 피해자가 고리대금업자가 행동하도록 부추기거나 교사한 경우라도 그 교사는 이미 그 피해자의 재산이 피해자에 대해 보호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자기 자신의 법익에 대한 공격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자는 형법적으로 승인되지 않은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37) 자신을 비윤리적으로 상해하게 한 자도 불가벌이라고 보는 것도 이러한 논리에 근거하는데, 여기서 사회윤리적 한계를 언급하는 입장 중에는 개인의 신체의 완전성을 넘어 인류 보편적 법익을 침해한다는 속성도 있어 피해자의 가벌성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렇게 보더라도 자신 스스로의 법익침해를 타인을 상해하는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다수이다. 따라서 살인을 촉탁한 자도 미수에 그친 살인행위의 교사범으로 처벌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38)
두 번째로 구성요건실현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참여는 불가벌이라는 형상인데39), ‘정범의 행위를 통해 침해되는 법익은 공범에 대해서는 보호되지 않는다’거나, ‘입법자가 양자를 모두 처벌하기 원했다면 당연히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했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독일 형법 제331조가 수뢰자와 증뢰자 모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둔 것과 같이 명시적으로 표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최소한의 협업이라는 말에서 읽을 수 있듯이 설령 명문의 처벌규정이 없어도 지나치면 임의적 공범이 성립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끝으로 불가벌적 정범이 타인의 범행에 가공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비호하거나 도피(하게)하는 등의 행위(Selbstbegünstigung durch Mitwirkungshandlung)의 불가벌이 문제되는 형상이다.
타인의 이익(Fremdbegünstigung)에 맞추어진 범죄들(범죄비호나 범인도피, 증거인멸 등)에 있어서는 이익을 보게 되는 자는 어떤 경우 필요한 기여를 넘어선 작용을 함으로써 공범으로 처벌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대립한다. 예를 들어 수용자가 자신을 도주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도주하게 해 달라고 교사한 경우에 교사범이 성립하는지, 사법방해죄로 이익을 보는 범인이 이를 교사한 죄로 처벌될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는데, 독일 법원들은, 우리 대법원과 다를 바 없이, 양자 모두 가벌적이라고 보고 있다.40) 하지만 제257조 이하의 범죄비호·형사사법방해죄 영역에까지 판례의 법리를 원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 해석론에서 다수의 생각이다.41) 즉, 형법 제257조의 사후종범 형태의 타인의 범죄수익의 확보행위, 즉 범죄수익은닉죄의 경우 독일 입법자는 동조 제3항에서 범죄비호의 대상이 되는 선행범죄(Vortat)에 참가한 자는 본죄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제2문(단서)에서 선행범죄에 참여하지 않은 자를 제257조를 범하도록 교사한 자는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제258조, 즉 여기서 검토하고 있는 범인도피죄와 관련한 범죄의 경우에는, 제257조제3항제2문과 같은 교사범 처벌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것은 제257조제3항제2문을 반대해석할 때 형사사법방해죄의 경우 처벌되지 않은 자가 처벌되는 자를 교사하여 자신의 도주를 실현한 경우도, 타인을 범죄로 끌어들인 교사행위도, 불가벌이라는 것이다.42) 따라서 그보다 약한 형태의 방조도 당연히 불가벌이라고 이해한다.
‘필요적 공범’은 단순히 임의적 공범과 달리 한 사람의 행위만으로는 범죄 구성요건을 실현할 수 없다는 의미를 넘어 그 개념으로부터 법률의 해석과 적용에 연결된 어떤 구속적인 효과·결론을 제시하는 마법의 도구가 아니다. 2인 이상이 협력·가공하여야 해당 구성요건이 보호하려는 법익의 침해 또는 위태화가 가능한 범죄에서 참여한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정범으로 처벌가능한 경우가 있음(집합범, 합동범 등 수렴범)은 물론이고, 참여자 중 일방은 불가벌인 경우, 그 불가벌의 일방이 처벌되는 대향적 상대방을 범죄로 끌어들이거나 상대방의 범죄를 도와준 경우에도 타인의 범죄를 교사 또는 방조하였다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는 경우(대향범)도 있다. 정범으로 처벌되지 않는 자를, 해당 범죄구성요건이 보호하는 범죄의 법익침해나 위태화를 초래하는 행위를 교사 또는 방조하였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정범적인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데 교사나 방조라는 공범적 행위를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모순이라는 비판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타인을 범죄로 끌어들인 점에서 처벌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익침해나 위태화를 처벌하는 것이 범죄 구성요건이지, 타인을 범죄로 끌어들였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독립된 교사·방조죄가 있지 않는 한 성립될 수 없는 범죄를 염두에 두고 있는 오류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며, 필요적 공범이라는 해석론의 전제를 부정하는 발상인 것이다. 달리 말해 선행범죄의 범인이 교사하여 범한 범인도피죄는 어떤 식으로 범하건 간에 그 범인은 불벌이다. 범인 자신을 도피하게 하여야겠다고 타인으로 하여금 결심하게 한 것은 자신의 도주를 실현하기 위한 한 방법이며, 그 타인도 사물변별능력과 판단능력을 가진 이성적인 인간이라면, 교사와 방조가 있었기 때문에 그 자극을 이기지 못하고 죄를 범했다는 항변으로 형벌을 감경받을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범죄를 결심하게 한 것이 교사범의 불법인지, 타인을 범죄를 범하게 하여 그 법익을 침해하도록 하여 그 법익을 공격한 것이 불법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면, 만약 전자라고 하면 교사받은 정범은 교사받지 않은 정범보다 형이 낮아야 하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다. 우리 법은 물론 세상의 어느 법률에서도 그런 구별은 없다. 달리 말해 교사범과 방조범의 처벌은 정범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법익을 침해하는데 기여했다는 이유로 처벌되는 것이지 타인에게 범행 결의를 일으키게 했다는 것이 본질은 아니라는 말이다. 실패한 교사가 타인을 범행결의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이라면 교사의 미수(정범의 형의 임의적 감경), 효과없는 교사는 교사기수(정범과 동일형)로 처벌하는 것이 오히려 논리 정합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43)
Ⅳ. 다수의견의 논증도식과 논거 분석
대법원의 판결에 기초가 된 피고인의 범인도피방조죄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음주 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전방에서 신호 대기 중인 승용차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조수석에 동승한 갑이 피고인에게 “내가 운전한 것으로 해주겠다.”라고 말하자, 피고인은 이에 동의하고 승용차 뒷좌석으로 이동하여 갑이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옮겨 탈 수 있게 하고, 이어서 갑은 운전석 문으로, 피고인은 조수석 뒷문으로 각각 하차하여 마치 갑이 운전한 것과 같은 외관을 만든 다음, 피고인이 보험회사에 전화하여 “갑이 운전하였다.”라고 말하고, 갑은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내가 운전했다.”라고 말하며 음주감지기에 의한 음주측정에 응하였고, 이로써 피고인은 갑의 범인도피행위를 용이하게 하여 이를 방조하였다.
피고인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범인을 위해 타인이 허위로 자백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는 것을 본인 스스로 방조하는 경우 이를 방어권 남용으로 보아 범인도피방조죄가 성립한다고 하는 종래 판례의44) 법리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하였고, 8 : 5로 유지하는 것으로 판결하였다.45)
대법원은 2000도20 판결에서 “범인이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으로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46)이라고 판시한 후, 2005도3707 판결에서 “범인이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으로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하는바(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20 판결 참조), 이 경우 그 타인이 형법 제151조 제2항에 의하여 처벌을 받지 아니하는 친족, 호주 또는 동거 가족에 해당한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 할 것”47)이라고 판시하고, 2008도7647 판결에서 “이와 같은 법리는 범인을 위해 타인이 범하는 범인도피죄를 범인 스스로 방조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할 것”48)이라는 아주 간단한 선언으로 형법 제151조의 의미를 확정(festsetzen)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어권 남용여부를 가르는 기준·척도는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같은 조에 함께 규정되어 있는 은닉행위에 비견될 정도로 수사기관의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행위, 즉 직접 범인을 도피시키는 행위 또는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에 한정된다. 그 자체로는 도피시키는 것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어떤 행위의 결과 간접적으로 범인이 안심하고 도피할 수 있게 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49)라고 하여, 이른바 “적당히 속이면 용서된다!”는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2000도4078 판결에서는 “범인이 아닌 자가 수사기관에 범인임을 자처하고 허위사실을 진술하여 진범의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하게 한 행위는 위 죄에 해당하는 것”50)이라고 하여 범인 도피를 위해 투입한 행위가 수사기관의 범인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 발견·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 직접적으로 도피시키거나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행위, 그 행위는 다시 범인 체포와 발견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라는 기준(소위 “범인 조작형 도피행위”51))을 제시하고 있다. 진범이 아니면서 진범이라고 자처하여 수사기관의 진범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한 행위가 범인도피의 전형적 행위이고 타인으로 하여금 이러한 행위를 교사한 경우라면 비록 본범이라고 하더라도 법에서 허용하는 방어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소위 ‘방어권 남용 법리’52))으로 범인도피교사·방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범인도피죄는 자신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가?”라고 묻는다면 가장 먼저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지는 본능적인 자기보호·유지본능이라는 심리적 강제’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라도 자신이 범한 범죄로 체포되는 상황에서 도피하고 싶고, 처벌받기보다는 어디 숨어서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모든 수단을 다해서 도피한다고 해서 이를 처벌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가는 이러한 도피행위에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것을 자신 스스로의 도피행위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구성요건을 통해 선언한 것이다. 바로 이런 도피자를 체포해서 법정에 세우는 것이 수사기관의 과제이자 역할인 것이다.
제3자의 도움을 받거나 제3자에게 도피의 중요 행위를 도맡아 하게 하였다고, 수사기관에 마치 자신이 본범인 듯 허위진술을 하여 도피의 시간을 벌어 주었다고 해서, 수사와 체포를 어렵게 하였다고 해서 처벌하려는 욕구를 ‘방어권 남용’이라는 법언으로 포장하는 것은 잘못된 착안이다. 어떤 방법으로 도피하더라도 벌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이런 방법은 가벌, 저런 방법은 불가벌이라고 규정한 것은 아닌 것이다. 여기서는 법에 의해 주어진 방어권이 아니라 인간의 자기보존 본능을 법으로 단죄할 수 없다는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고려가 배경인 것이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였더라도 범인 본인이 형사사법기능이라는 법익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한 경우는 불가벌이라고 선언한 것이 입법자의 의사인 것이다.
또한, 통상의 도피53)는 되고, 정도를 넘어선, 즉 과잉의 도피는 처벌된다고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서 구별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물론 대법원은 정도를 넘어선 도피행위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의 발현’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으로 가벌성의 인부를 결정하는 것 자체가 자의적인 법 해석이며,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죄의 해석으로 수긍할 수 없는 유추·확장해석일 뿐이다. 범인도피가 인간의 본성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것인지는 각자 달리 생각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입법자는 범인 본인의 도피는 어떤 방법을 이용하여 형사사법의 기능에 대하여 공격하더라도 불가벌로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자신 스스로 하지 못하면 타인에게 도피하게 해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고, 자신의 도피행위에 도움을 달라고도 할 수 있음을 생각하지 못하고 입법하였다면 입법자의 문제이지 법 적용자나 그 적용의 대상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스스로 형사사법기능의 수호자와 같은 해석을 내려놓아야 한다. 성공한 도피, 국가의 형사사법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도피가 오히려 정상적인 도피이자 전형적인 도피행위인 것이지, 그 정도에 이르면 용서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형법 제151조의 넘어설 수 없는 법문의 한계는 아니다.
“전동휠체어의 버튼조차 자신의 손가락 힘으로 누르지 못하는 범인은 도피할 수 없는가?”, “그런 범죄인이 타인에게 도피를 의뢰하거나(교사),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도피범죄자의 도움에 자신의 몸을 맡기는 것(방조)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의 발현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인가?”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 대법관의 생각에는 신체의 거동이 불편한 자들에게는 ‘차별적인 기준’을 이른바 ‘인간의 자연스런 본성’이나 ‘방어권의 한계’를 운운하며 마치 ‘정당한 기준’인 양 내세우는 중요한 문제점이 함유되어 있다. 합리적 판단능력,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가진 자에게 범인도피를 교사하였다고 해서, 자신이 정범으로 무죄인 행위를 타인에게 교사하였다고 하여, 선량한 제3자를 범죄인의 세계로 끌어들였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것은 “도피하려면 너 스스로만 해야 된다!”라고 인간의 본성을 법률도 아닌 해석으로 제한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수의견과 같은 출발점에 서면, 스스로 도피할 수 없는 사람은 죄를 짓고 나서 도피하는 과정에서도 차별을 받게 된다. 이것이 입법자의 의도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체포되고 나서도 묵비할 수 있는데, 체포되기 전에 도망 다니는 것은 당연히 처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체포되고 나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기관의 수사에 대응·방어할 수 있는데, 체포되기 전에 타인의 조력을 받아 도피하는 것이 죄가 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마냥 수긍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대법원이 선행범죄의 범인에게 범인도피죄의 교사범 또는 방조범이 성립한다고 보는 대표적 사례가 범인도피 정범의 허위진술에 수사기관이 속아 넘어가 범인 체포에 시간이 걸리거나 범인 발견에 곤란을 겪은 경우인 것은 결국 ‘수사기관의 수사를 방해하지 말라!’라는 것이고, 특히 타인이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것을 처벌하는 규정을 둔 것은 범인 또는 범인의 친족이 아닌 자라면 범인의 인지상정에 가담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범인의 자기도피의 방법을 제한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이해와 충돌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서로 양립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기부죄금지 특권(Nemo tenetur Prinzip)을 고려하면 범인은 수사기관이 자신을 체포하는데 도와줄 의무가 없다. 거짓말을 처벌하는 위증죄가 아닌 한,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진술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현행법 상태에서는 불가능하고, 단지 타인을 도주시킨 자는 도주시킨 행위로 처벌되는 것이다.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이 도피하도록 해달라고 교사하거나 타인이 스스로 도피하도록 해주겠다고 나서자 이를 말리지 않고 편승하거나 도피하게 하는 행위를 용이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범인도피의 교사나 방조가 성립한다고 하는 것은 범인도피범죄에 공범 형식으로 참가하는 점에서는 당연히 타당한 결론이다. 그런데 그 교사자나 방조자가 본범, 즉 도피의 대상이 범인이라는 점에서 형법 제30조 이하의 공범 일반규정이 적용되는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해 필요적 공범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임의적 공범 조항을 빌려 처벌하려는 욕구는 그 대상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교사는 타인을 범행결의하게 하여 멀쩡한 사람을 범죄의 세계로 끌어들인 점에 독립적인 불법을 읽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방조는 동일한 논리로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대법원은 허위 자백을 하게 하거나(교사) 허위자백을 ‘촉진·강화·용이’하게 하는 행위(방조) 중 어느 것이라도 ‘전체적·종합적’인 법적 평가에 따라 방어권 남용에 해당하는지를 보아 처벌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범인의 발견과 체포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가 심각하다면 비록 도피의 대상이 되는 범인이라도 범인도피죄의 교사나 방조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중의 양립불가능한 명제들이 숨어 있다. 첫째, 아무리 심각한 수사방해라고 하더라도 정범이 한 경우에는 불가벌인데 이를 공범을 통해 하는 것이 가벌이라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 결국 교사를 하더라고 심각한 수사방해가 될 행위를 교사한 경우에는 가벌이라는 것인데, 그렇게 심각한 수사방해가 되더라도, 이를 통해 위태화되는 법익을 침해하더라도, 정범은 불가벌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 그렇다면 결국 교사의 내용이 어떤 내용인가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익침해와 관련 없이 독립적으로 교사범의 불법과 책임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인 것이다.
다수의견은 범인조작적 도피행위, 즉 범인이 제3자를 교사하여 허위진술을 통해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정범이 누구인지에 대해 혼선에 빠지게 하여 형사사법기능에 중대한 위해를 가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심각한 사회질서 유지에 문제가 생긴다는 ‘공포에 호소하는 논거’를 등장시키고 있다. 범인의 도피를 처벌하지 않겠다면서, 범인이 도피하거나 도피하게 하는 전형적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정범이 누구인지를 속이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해악이 있으니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범인도피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회적 위험을 막으려면 애당초 범인이 도피하는 경우도 처벌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지책일 것이다. 범인도피죄에 범인을 불가벌로 한 것은 범인의 도피행위는 어떤 형태이건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읽어야 하는 것이지, 그 도피의 방법이 ‘범인조작형’이라고 해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나치게 편의적인 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의견은 논증도식의 첫 단계를 도피죄의 실행행위가 통상의 도피행위 범주, 즉 제3자로부터 도피에 필요한 물자, 자금, 장소 등을 제공받아 스스로 도피하는 경우54)인지, 아니면 이른바 범인조작형의 허위진술 등을 수단으로 한 것인지를 구별한다. 전자인 경우 양자 모두 불가벌이다. 후자인 경우에는 이제 선행행위의 범인이 이에 참여했는지 여부만을 확인하면 된다. 범인도피죄의 정범에게 허위진술, 범인조작을 교사하였다면 교사범, 방조하였다면 방조범이 된다. 다수입장에 따르면 범인이 처벌받지 않고 도피하려면 타인을 허위진술하도록 교사 또는 방조해서는 안된다. 결국 다수설의 논증도식을 법문으로 환원하면 이런 내용이 될 것이다.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 스스로 도피한 경우 벌하지 아니한다. 단, 타인에게 범인에 관한 허위진술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경우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따라 처벌한다. ③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 의견은 제151조 제2항과 같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새로운 법률을 창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범인은닉죄가 아닌 ‘허위진술을 교사·방조한 죄’를 이른바 법관법으로 새롭게 창출한 것이다.
만약 (위 제3항과 관련하여) 범인 본인이 친족 또는 동거가족을 범인조작형 허위진술을 하도록 교사한 경우는 다수의견에 따르면 친족과 본인 모두 불가벌인가? 친족이 범인도피를 범한 경우 어떤 방법이건 처벌하지 않는다고 보면 불가벌이다. 처벌받지 않는 자를 교사한 범인 본인도 불가벌이다. 범인 본인의 친족이 범인조작형 허위진술을 하면 사회적 유해성은 제3자가 하는 경우와 달리 사회유해성이 중요하지 않은가? 다수설의 사고 오류는 여기서도 발견된다.
오히려 범인도피죄의 심사에서는 첫째 단계에서 도피행위 또는 도피하게 하는 행위가 누구에 의해 실행되었는가를 판단하고(본인 또는 제3자인 도피죄의 정범), 전자인 경우 가벌성 심사종결, 후자인 경우 실행행위의 유형을 평가하여 도피하게 하는 행위의 정범적 행위인지, 단지 본범인 범인의 도피행위를 방조하는 정도인지를 구별하고 후자는 불벌, 전자인 경우 범인도피죄의 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이 제151조에 부합하는 심사도식이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의 경우 허위진술로 범인을 조작하거나 범인을 외국으로 도주시키면서 필요한 위조신분증을 만들어 주었거나 단순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진술을 지속적으로 바꾸며 수사기관을 혼선에 빠뜨렸는지를 구별하게 될 것이고, 이것이 정범적 실행행위에 해당된다고 하면 공동정범이 있는지, 교사·방조범이 있는지 확장적으로 조사하게 될 것이다. 범인도피죄의 대상이 되는 범인 본인이 교사·방조로 등장하는 경우 필요적 공범의 내부자로 불벌로 결정하면 되고, 제3자인 가담자는 임의적 공범의 일반 법리에 따라 가벌성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이다.
Ⅴ. 반대의견의 논증도식과 논거 분석
반대의견이 제시하는 논거는 일부 다수의견의 문제점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다수설과 같은 공통의 오류를 보이는 지점들도 있다. 간략하게 요약해서 살펴본다.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자기도피행위’)는 범인의 자기방어와 이익을 위한 인간의 본성에 따른 것이고 범인도피죄의 본범이 수사기관에 진범인 듯 허위진술을 한 것을 단순히 방조한 것도 범인의 자기방어와 이익을 위한 인간의 본성에 따른 자기도피행위의 연장선에 있는 행위이므로, 이러한 범인의 범인도피방조행위는 자기도피행위와 마찬가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특히 반대견해는 본범이 범인도피죄의 범죄에 가담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범인도피죄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한 접근으로 보인다. 그런데 스스로 도피하는 것은 자기방어권에 속하고 원칙적으로 형사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이며, 국가의 형사사법 기능과 범인의 자기 방어권이 충돌하는 경우 후자에 우선 순위를 두었다는 서술에서 반대 입장도 역시 다수설과 동일한 함정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제151조의 입법자는 범인 본인의 도피행위에 대해서는 그 방식과 유형을 불문하고 형사사법의 기능 위태화의 법익 보호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음에도 법적용자가 임의로 그 침해위험이 중대한 경우에는 안 되겠다며 그 범위를 좁혀 가벌성을 확장하는 것은 형법학이 일관되게 경계하는 허용되지 않는 유추이며, 한계를 넘은 법 창조인 것이다.
반대의견도 범인이 범인도피죄의 본범의 범행을 교사한 경우에는 자기방어권 보장의 한계를 넘었다는 판결선례를 인정하면서도, 그 문제점을 은연중에 인식한 듯, 다수의견의 태도는 제151조 제1항의 문언에 따른 엄격한 해석의 예외를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나아가 이러한 예외인정은 가능한 확장되지 않도록 하고, 확장할 경우 죄형법정주의원칙위반에 주의하여야 한다고 부언한다. 형사사법의 기능의 원활한 작동과 범인의 방어권보장이라는 두 가치를 조화롭게 규율한다는 남용의 법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방어권을 존중하여 처벌하지 않는 결단을 내렸지만, 사안에 따라서 형사사법의 기능을 다시 불러와 형평에 올려놓고, 어느 것이 더 무거운 것인지 저울질해 보겠다는 것이다. 다수 견해가 범인도피죄 본범의 행위에 방조한 범인을 처벌하는 것은 여전히 자기방어권이 더 무거운 사안임에도 원칙을 뒤집는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다수의 접근 방법에 대한 반대의견의 긍정적 분석과 평가에 동조한다면 모든 형법전 규정들은 형평이라는 판사의 기준, 형량이라는 법원의 잣대로 해석되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죄형법정주의는 그런 종합적인 무게 비교의 둔한 칼날을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불편한 도구임을 망각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예외적으로 다시 처벌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가 있다면, 적어도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는 형법에서라면, 명문의 규정을 두어 피고인에게 불리한 내용을 분명하게 제시하여야 하는 것이다. 독일 형법 제257조제3항제2문은 그런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반대견해가 적절히 표현하고 있듯이 범인도피죄의 해석에서 다수 견해가 ‘방어권 남용’ 법리를 등장시키고 있는 것은 ‘범인의 자기도피행위는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서이다. 반대 견해도 범인이 자신을 위해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 자백을 하게 교사하고 범인도피죄를 범하도록 하는 것은 아무런 범죄 결의가 없는 타인을 적극적으로 타락시켜 ‘범인도피죄’라는 새로운 범죄를 실행하게 하는 것이므로, ‘범인도피죄의 정범’이라는 새로운 범죄를 창출하는 것이고, 여기에 범인도피죄 교사범의 고유한 행위반가치가 있다고 한다. ‘새로운 범죄자의 창출’이라는 점에서 발현되는 교사행위 특유의 행위반가치성이 방어권 남용 법리를 적용하여 범인도피죄의 처벌 영역을 넓히는 본질적 한계점이 되어야 한다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반대견해는 “범인이 도피하기 위해 방법을 찾다가 자신과 친한 친구에게 허위진술을 부탁하며 도피하고자 한 경우, 미리 자신이 범인이라고 진술해주겠다고 하는 친구의 제안을 수락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도피하는 경우, 그것이 ‘새로운 범죄의 창출’이고, ‘새로운 다른 법익의 침해’인가?”라고 되물어 볼 수 있겠다. 범죄 없이 범죄자 없고, 법익의 침해·위태화 없는 범죄는 물론이고 범죄자도 없다. 필자가 보기에는 새로운 법익침해도, 새로운 범죄도 없다. 단지 한 번의 형사사법의 기능에 대한 공격이 있을 뿐이다. 도피하게 되는 사람도 한 사람, 도피하게 하는 행위도 하나뿐이다.
다수의견은 이른바 ‘범인 조작형 도피행위’라고 하여 범인이 타인의 범죄도피행위를 교사하건, 단순히 방조하건, 그들의 도피행위가 수사기관에 허위진술로 범인을 조작하는 행태를 핵심으로 하는 것이라면 교사·방조를 불문하고 형사사법의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므로 모두 처벌하여야 한다는 것이고, 반대견해는 새로운 범죄행위를 창출하였는지를 기준으로 처벌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것이다. 방어권의 한계, 즉 방어권의 남용을 판단하는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방어권을 등장시키는 것이나 형량이라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다수견해와 반대견해 모두 문제가 있으나, 그나마 반대견해가 증명의 어려움을 피고인에게 전가하는 다수설의 오류를 잘 지적하고 있다.
반대견해는 만약 범행의 형사사법 기능에 대한 침해의 중대성을55) 기준으로 범인의 처벌여부를 판단한다면 범인도피보다는 더 형사사법 기능에 위협이 되는 증거인멸, 위조, 변조와 같은 적극적 증거 조작행위를56) 한 범인도 처벌하지 않는 입법자의 태도를 설명할 수 없다고 다수 견해를 비판한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도 그 성립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충실한 수사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비교한다. 범인도피죄의 공동정범인 범인을 처벌하지 않지만57) 교사범은 처벌하는 것도 법익침해의 중대성이 기준이 아니라 타인을 범죄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것, 즉 새로운 불법 창출을58) 처벌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것에 중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대 견해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다수설에 대한 비판을 그대로 원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의견은 나아가 다수의견에 대해서 범인 스스로의 도피행위, 공범과의 공동정범적 도피행위는 처벌하지 않으면서 이에 대한 방조를 처벌하는 것은 형법의 방조범의 처벌체계와 맞지 않다고 비판한다. 정범보다, 공동정범보다 불법성이 현저하게 낮은 방조를 처벌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사기관은 공동정범적 기여자를 처벌할 수 있는 방조범으로 둔갑시켜 기소하는 부작용을 허용하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공동정범과 방조범의 구별이 어려운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그 구별의 모호성은 물론이고, “가담하려면 방조보다 적극적으로 처벌되지 않는 공동정범으로 나아가라!”라고 부추기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타당한 지적인데 그렇다면 반대견해는 왜 ‘정범, 공동정범은 처벌하지 않는데, 마찬가지로 공범의 하나인 교사범은 처벌하는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의문이다. 다시 타인을 범죄에 연루시킨 점에서 그 근거를 찾는다면, 이미 지적했듯이, 그것만으로 처벌되는 범죄는 없다는 점도 상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의견의 논증도식은 선행범죄의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것과 달리 제3자를 교사하여 자신을 도피하게 하거나 자신을 도피하게 하는 제3자를 방조하는 형태로 도피한 경우에, 전자의 경우 다수 견해와 같이 방어권의 남용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타인을 타락시켜 새로운 범죄·불법을 창출한 점에 가벌성의 근거가 있다고 보는 점에 차이가 있다. 이에 따르면 논증도식의 첫 단계는 도피행위나 도피를 하게 하는 행위가 자신 또는 제3자에 의해 실행되었는지를 평가하고, 제3자에 의해 실행된 경우에는 범인의 가담형태가 공동정범, 교사, 방조 중 어느 것인지를 구분하여, 교사인 경우에는 타인을 범죄의 세계로 끌어들여 새로운 범죄·법익침해를 유발한 점에 범인도피죄와 무관한 처벌의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도식의 한계는 결국 “새로운 어떤 법익이 침해되었는가?”라는 물음에서 좌초할 수밖에 없다.
Ⅵ. 맺으며
최대한 허용된 지면의 범위를 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간략하게 최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범인 스스로 범인도피죄의 방조범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결의 법리를 분석해 보았다. 다수의견과 반대견해의 법리와 사용된 논거들, 그리고 그 증명을 위한 논증도식의 특징과 문제점을 가능한 축약적이면서도 빠진 내용 없이 소개·분석해 보고자 하였다.
정책법원으로써 대법원이 가지는 다양한 과제들의 고려, 입법의 흠결이 있어도 재판을 거부할 수 없는 판사의 숙명에 순응하여 해석이라는 이름으로 현실 사안을 해결하려는 노력, 상식에 가까워 다수의 수범자와 전문 동료들이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을 내어놓아야 한다는 부담을 벗으려는 노력이 쌓여 대법관 8 : 5라는 의견 차이로 범인의 범인도피죄 방조범 성립가능성을 인정하는 판결 선례를 유지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기존의 해석론 일부에서도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을 지지하기도 하고, 그 결론을 지탱하게 해주는 논거들도 실무와 이론에서 큰 차이 없이 유사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이 글에서는 무엇보다 우리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는 독일 형법 제258조의 ‘형사사법방해죄’의 법문과 해석에 관한 내용을 비교법적으로 살펴보고, 특히 범인도피죄가 필요적 공범인가의 문제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적 공범론의 개념과 그 함의, 범인을 도피하게 하는 죄의 행위 객체인 선행범죄의 범인도 필요적 공범으로 임의적 공범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은 내부자에 속하는 것인지 살펴보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다수 견해와 반대 견해의 주요 논거들과 논증도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범인의 범인도피죄의 교사범 또는 방조범을 인정하는 입장들이 제시하는 논거의 문제점을 필자의 시각으로 정리해 보았고, 결론적으로 범인이 자신을 도피시키려는 제3자, 즉 범인도피죄의 정범을 교사하거나 방조한 경우, 특히 이른바 ‘범인조작형’ 허위진술을 교사하거나 묵인하고 조력한 경우에도, 그 범인에게는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하였고, 그러한 해석만이 형법 제151조제1항을 죄형법정주의의 ‘지나친 유추’도, ‘지나친 확장’도 아닌 적법한 해석임을 밝혔다.
현재의 대법원의 해석은 새로운 법률창조, 허용될 수 없는 성격의 법 보충이 아닐 수 없고, 조속히 선례를 변경하고, 처벌이 필요하다면 소위 ‘방어권을 남용하는 범인’이 ‘타인을 범죄에 끌어들이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입법자에게 명문 규정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 능사(能事)일 것이다. 비록 그것이 사리에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는 경우라면 지금의 해석이 최소한 형식적 타당성은 갖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