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 론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체계는 2026년 현재 그 근간을 이루는 제도적 틀의 전면적 재편 과정에 있다. 1948년 검찰청 창설 이래 78년간 유지되어 온 수사·기소 일원 체계가 해체되고, 2026년 10월 2일 법무부장관 소속 공소청과 행정안전부장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이 각각 신설될 예정이다.1) 이는 단순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형사소추권의 헌법적 귀속 주체와 행사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재설계를 의미하며, 일원 체계를 전제로 형성된 공소권 남용 법리가 새로운 분리 구조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를 형사소송법의 핵심 쟁점으로 제기한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공소권 남용론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그 인정 범위를 극도로 제한하는 이중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2) 그러나 이 법리는 수사를 직접 지휘·주도한 동일한 검사가 기소 결정까지 내리는 구조를 전제로 형성된 것이다. 공소청 검사가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중수청 또는 경찰로부터 송치된 수사기록만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구조에서, 자의성과 소추재량의 현저한 일탈이라는 기존의 판단 기준이 동일한 방식으로 기능할 수 없음은 명백하다.
2026년 2월 19일 개정되고 2027년 2월 20일 시행하는 변호사법(법률 제21357호, 이하 “개정 변호사법”이라 한다)은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Attorney–Client Privilege, 이하 ‘ACP’)을 명문화하는 조항(제26조의2)을 신설하였다. 개정 이전에도 변호사와 의뢰인 간 의사교환의 비밀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와, 직무상 비밀 보호를 넘어 독자적인 비밀유지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비교법적·입법론적 제안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주된 논의는 증거수집 단계에서의 압수·수색 통제와 위법수집증거 배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3) 이에 비해 본 논문은 수사 단계에서 ACP로 보호되는 법률 자문 내용과 변호사 작성 의견서가 수사기록에 편입되어 공소청의 기소 판단 자료로 활용되는 상황에 주목하고, 이러한 자료가 기소 결정의 정보적 기초를 어떻게 왜곡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리만으로 충분히 통제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나아가 ACP를 침해하여 수집한 정보가 단순한 증거능력 문제를 넘어 기소 결정 절차 자체의 헌법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경우, 그 위법성을 기존 위법수집증거 배제·파생증거 배제·압수처분 취소 등 증거법적 통제수단만으로 충분히 치유할 수 있는지, 또는 공소제기 절차의 구조적 흠결로서 별도의 소송조건 문제를 구성해야 하는지에 관한 논의가 요구된다. 현 단계에서 ACP 침해를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의 ‘공소제기 절차 무효’를 곧바로 인정하는 것은 기존 판례 법리와 증거법 체계에 중대한 변화를 수반하므로, 공소제기 절차 전체가 ACP 침해 정보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다른 적법한 정보원에 기초하여 기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 등 추가적 요건을 충족하는 예외적 사안에 한정하여 공소권 남용 또는 공소제기의 구조적·절차적 위법으로 평가하는 방향이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과 현행 법체계 사이의 조화를 도모하는 해석론으로 이해될 수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수사·기소 일원 체계를 전제로 형성된 기존 공소권 남용 법리의 구조적 한계를 도그마틱하게 분석한다. 대법원 판례가 공소권 남용 인정에 극도로 소극적이어서 이 법리가 사실상 형해화되어 온 배경은,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장악하는 일원 체계의 구조적 요인과 결부되지 않고는 설명되기 어렵다. 둘째,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 적합한 공소권 남용 개념을 재정립한다. 이를 위하여 “소추재량의 현저한 일탈”이라는 기존 단일 기준이 포착하지 못하는 새로운 유형, 즉 정보 결핍형 남용, 절차 해태형 남용, ACP 침해형 남용을 이론적으로 구성하고 각 유형의 성립 요건과 법적 효과를 체계화한다. 셋째, 재개념화된 공소권 남용 이론에 기초하여 공소청 체계에서 실효적인 기소 통제가 이루어지기 위한 입법론·해석론적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이를 위하여 독일·영국·미국 및 일본의 비교법적 경험을 참고하되, 각국의 제도를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 제12조 적법절차 원칙의 규범적 요청에 부합하는 독자적 모델을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본 논문은 공소권 통제를 사전적·정책적 통제와 사후적·소송조건 통제로 명확히 이원화한다. 기소 기준 명문화와 재정신청 제도의 재설계는 검사의 소추재량 행사가 이루어지기 이전 단계에서 기소 여부 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사전적 통제 장치로서 기능하고, 공소권 남용의 재개념화와 공소제기의 구조적·절차적 위법론은 이미 제기된 공소에 대하여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정보 결핍·절차 해태·ACP 침해 등으로 인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실질적으로 침해된 경우를 포착하는 사후적 통제 장치로서 작동한다. 두 축을 동시에 검토하는 것은 공소청 체계에서 사전·사후 통제가 상호 보완적으로 결합되어야만 수사·기소 분리 구조가 피의자·피고인 권리 보호라는 헌법적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본 논문의 시간적 범위는 공소청법·중수청법의 공포일(2026. 3. 24.)을 기준으로, 그 시행일(2026. 10. 2.) 이전에 입법적·해석론적 정비가 요구되는 긴급 쟁점들로 한정된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폐와 같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논의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므로, 본 연구의 범위에서는 제외한다.
이상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Ⅱ장에서는 수사·기소 일원 체계하에서 공소권 남용 법리가 형성·전개된 과정과 그 구조적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Ⅲ장에서는 공소청법·중수청법의 주요 내용과 함께 수사·기소 분리 구조가 형사소송법 도그마틱에 제기하는 근본적 질문을 분석한다. Ⅳ장에서는 독일·영국·미국 및 일본의 비교법적 경험을 통해 한국 공소청 체계 설계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다만 각국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의 조직 형태, 기소 기준의 명문화 정도, 법원의 사전 심사 제도, 불기소 처분에 대한 사법심사 방식, 방어권 침해에 대한 구제 시스템 등에서 상이한 소송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수사·기소가 법제상 완전히 분리되어 운영되는 경우만을 전제로 논의를 전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본 논문은 영국의 Full Code Test, 독일의 기소법정주의 및 중간절차, 미국의 대배심 제도, 일본의 불기소 통제·방어권 구제 제도를 각각 기소 기준의 명문화, 법원의 사전 심사, 불기소 통제, 방어권 침해에 대한 구제라는 분석축에 따라 검토하고, 이들 요소를 한국 공소청 체계에 부분적으로 변용·접목하는 가능성과 한계를 구분하여 서술한다. Ⅴ장에서는 개정 변호사법상 ACP 명문화와 공소권 남용론이 교차하는 쟁점을 다루고, Ⅵ장에서는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 적합한 공소권 남용의 새로운 유형론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Ⅶ장과 Ⅷ장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입법론·해석론적 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연구 결과와 향후 과제를 정리한다.
Ⅱ. 수사-기소 일원 체계에서의 공소권 남용론 — 현행 법리의 구조와 한계
공소권이란 국가가 형사재판절차를 통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벌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법원에 심판을 청구하는 권능을 말한다. 형사소송법(2025. 3. 18. 개정, 이하 같다.) 제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여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제247조는 “검사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여 기소편의주의를 병행 채택하고 있다. 이 두 원칙의 결합은 검사에게 형사사법 절차의 개시와 방향을 사실상 결정하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한다. 공소권의 헌법적 근거에 관하여 헌법은 공소권을 특정 조문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통설·판례는 헌법(1987. 10. 29. 개정, 이하 같다.)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과 제101조 이하의 사법권 조항, 헌법 제10조의 국가의 기본권 보장 의무 등으로부터 국가의 형사소추권을 도출한다.4) 따라서 공소권의 행사는 단순한 법률상 권한의 행사가 아니라 적법절차 원칙의 직접적인 구속 아래 놓인다. 이러한 헌법적 구속은 검사가 소추재량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경우에 공소권 남용 법리가 개입하는 규범적 근거를 제공한다.
공소권이 검사에게 독점됨으로써 발생하는 구조적 위험은 기소독점주의가 검사동일체 원칙 및 기소편의주의와 결합될 때 더욱 증폭된다. 검찰청 내부의 지휘체계를 통하여 기소 여부 결정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일개 검사가 상명을 불복하고 독자적인 기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우며, 검찰 조직 전체가 자의적인 소추 방침을 채택할 경우 이를 외부에서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이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왔다.5) 한편 검사동일체 원칙의 규범적 의미와 현행 법제에서의 존속 여부에 관해서는 학설상 논쟁이 진행 중이며, 특히 정부조직법 개정과 검찰 조직 축소 이후 이 원칙을 여전히 실정법상 원칙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논문은 ‘검사동일체’라는 용어를, 개별 검사가 조직 내부의 지휘·감독 체계에서 독립된 기소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조직문화 및 운영 실태를 지칭하는 기술적 개념으로 한정하여 사용한다는 점을 전제한다.
대법원은 일찍부터 공소권 남용론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그 인정 범위를 극도로 제한하는 이중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 대법원은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여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왔다.6)7)
공소권 남용의 효과에 대하여 대법원은 공소기각 판결(형사소송법 제327조)의 사유로 처리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8) 이 점에서 공소권 남용 통제는 이미 제기된 공소의 효력을 사후적으로 심사하여 소송조건의 흠결을 이유로 형사재판 절차를 조기 종결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반면 기소편의주의에 대한 통제는 검사의 기소 여부 결정 이전 단계에서 정책적·규범적 기준을 통하여 소추재량 행사를 사전적으로 제한하는 문제로서, 재정신청 제도와 기소 기준 명문화 논의가 그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따라서 이하에서 논문이 다루는 공소권 통제는, 사전적 통제(기소편의주의 통제, 기소 기준 명문화)와 사후적 통제(공소권 남용 및 공소제기의 구조적·절차적 위법 통제)를 구분하여, 각 축이 수사·기소 분리 구조 하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법원 판례를 분석하면 공소권 남용 주장이 제기된 사안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복적 기소 유형이다. 피고인이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를 문제 삼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유형에서 대법원은 검사의 “미필적 의도”를 엄격하게 요구하여 공소권 남용 인정을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9) 둘째, 차별적 기소 유형이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행위를 한 복수의 피의자 중 일부만을 선별하여 기소한 경우로서, 대법원은 “피고인과 동일하거나 다소 중한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이 불기소되었다는 사유만으로 피고인에 대한 공소제기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10) 학설상으로는 차별적 기소가 헌법 제11조 평등원칙에 위반되는 정도에 이르는 경우 공소권 남용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11) 셋째, 기소편의주의 일탈 유형이다. 기소유예 사유가 있음에도 기소한 경우나, 누락사건에 대한 추가 기소가 보복기소에 해당하는지 등이 문제 되는 유형으로, 이 경우에도 대법원이 소추재량의 현저한 일탈을 인정한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12)
공소권 남용 법리가 사실상 형해화된 것은 단순히 대법원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만이 아니며,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 검찰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 외부 통제수단의 불충분, 재정신청 제도의 제도적 한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중첩되어 작용한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요인들 가운데 수사와 기소를 동일한 기관이 모두 장악하는 일원 체계는 공소권 통제의 자기완결성과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키는 핵심적 구조적 배경을 이루지만, 그 자체를 공소권 남용과 부당한 불기소의 유일한 원인으로 파악하는 것은 과잉진단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수사·기소 일원 체계를 중요한 구조적 전제로 설정하되, 그것이 다른 제도적·운영상의 요인과 결합하는 방식 속에서 공소권 통제가 어떻게 무력화되어 왔는지를 분석한다. 검사는 수사를 개시하고 지휘하면서 스스로 증거를 평가하고 혐의를 구성한 다음, 그 판단에 기초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 구조에서 수사 과정에서의 위법이나 하자가 기소 단계에서 자동적으로 소거되거나 은폐되는 경향이 발생하며, 공소권 남용의 징표가 될 수 있는 자의적 의도는 수사기록 내에서 스스로 통제된다. 결국 공소권 남용 여부를 판단해야 할 법원은 검사 스스로가 선별하고 편집한 수사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보적 열위에 놓이게 된다.
이 점은 수사-기소 분리의 의미와 한계를 다루는 학술적 논의에서도 일관되게 지적되어 왔다. 공소권과 수사권이 단일 기관에 집중됨으로써 발생하는 ‘기능적 단락(短絡)’ 문제, 즉 수사와 기소가 유기적으로 견제·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검사라는 단일 주체 안에서 폐쇄적으로 순환되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13)
공소권 통제의 또 다른 축인 불기소 처분에 대한 사법심사도 유사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60조 이하는 재정신청 제도를 통해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법원에 공소제기 여부의 결정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14) 그러나 재정신청 제도는 고소인과 고발인에 한하여 신청권을 인정하고, 고발인은 형법(2026. 3. 12. 개정, 이하 같다.) 제123조부터 제125조까지의 범죄 등 일정한 경우로 제한되어 있어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형사소송법 제260조 제1항).
더 근본적으로는, 관할 고등법원이 재정신청 사건을 심리할 때 현행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2항이 법원에 증거조사권을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수사에 관한 독자적인 인적·물적 자원을 갖추고 있지 않아 실무상으로는 여전히 검사가 작성·편집한 수사기록을 중심으로 불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하게 되는 구조적 경향이 존재한다. 따라서 재정신청 제도는 입법적으로 법원의 능동적 심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수사·기소 일원체계가 만들어내는 정보 비대칭 문제를 운용상으로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공소권에 대한 실질적인 외부 통제수단으로 기능하기에는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노출한다.15)
이상의 검토에서 확인되듯, 현행 공소권 남용 법리와 불기소 사법심사 제도는 모두 수사-기소 일원 체계를 구조적 전제로 형성된 것이다. 공소청 출범으로 이 전제가 변경되는 이상, 기존 법리와 제도 설계의 재검토는 이론적으로 불가피하다.
Ⅲ. 공소청·중수청 출범의 내용과 형사소송법적 의의
정부조직법 개정(법률 제21065호, 2025년 10월 1일 공포)에 따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수청 신설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고, 이에 연동하여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2026년 3월 24일 공포되어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16)17) 이러한 입법 경과는 1948년 검찰청 창설 이래 78년간 유지되어 온 수사·기소 일원 체계를 해체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새로운 형사사법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본 논문이 다루는 공소권 통제 이론의 재설계를 위한 제도적 전제로서만 간략히 상기되면 충분하다.
이 과정은 1948년 검찰청 창설 이래 78년간 유지된 수사·기소 일원 체계가 입법적으로 해체된 것을 의미하며, 국내 형사사법제도 논의에서 근본적인 구조 개편 중 하나로 평가된다.18)
공소청은 법무부 소속 기관으로, 기존 검찰청의 업무 중 공소의 제기 및 유지 기능만을 전담하도록 설계되었다. 조직 구조는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계 위계로 구성되며, 공소청은 대법원에, 광역공소청은 고등법원에, 지방공소청은 지방법원 및 가정법원에 각각 대응하여 설치된다. 지방법원 지원 설치지역에는 지방공소청 지청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공소청법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검사의 직무 범위에서 범죄 수사를 명시적으로 삭제한 데 있다. 기존 검찰청법 제4조에 열거되어 있던 범죄 수사와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 항목이 공소청법에서는 모두 제외되었으며, 이에 따라 공소청 검사의 주요 직무는 기소 여부 결정, 영장 청구, 사법경찰관리와의 협의·지원, 공소유지, 재항고 사건 처리 등으로 제한된다. 다만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미결 쟁점으로 남아 있으며, 검찰개혁추진단은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이를 추가로 검토하기로 하였다.19)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 기관으로, 부패범죄·경제범죄를 비롯한 중대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기관으로 설계되었다. 중수청의 수사대상 범죄는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범위 조정이 이루어졌다. 당초 2026년 1월 12일 입법예고 당시에는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범죄, 사이버범죄에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대형참사를 추가한 9대 범죄로 규정되었으나, 2026년 2월 수정 입법예고 과정에서 공직자범죄·선거범죄·대형참사가 제외되어 최종적으로 6대 범죄로 축소·확정되었다. 한편 중수청법에는 소속 직원의 정치활동 관여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규정도 포함되었는바(제42조), 이는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입법자의 결단으로 이해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기존 검찰이 동시에 보유하여 온 수사권과 기소권을 각각 다른 기관에 귀속시켜 권한의 집중을 해소하는 데 있다.20) 공소청 검사는 중수청 또는 경찰이 수사를 완료하고 송치한 사건의 수사기록을 검토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판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직무를 전담한다. 공소청법은 검사의 직무에서 범죄 수사 등을 삭제함으로써(제4조), 공소청 검사는 1차 수사기관의 수사를 지휘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공소청 검사의 법리적 지위에 본질적인 전환을 가져온다. 종전의 검사는 수사를 주도함으로써 기소 결정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스스로 형성하는 주체였으나, 공소청 검사는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수사의 결과물인 기록을 검토하는 정보 수용자의 지위에 놓인다. 기소 결정의 정당성이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기록의 충분성과 신뢰성에 의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직무 분장의 문제가 아니라 기소 결정의 정당성 기반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한다. 정보 결핍이나 절차상 해태, 방어권 침해에 기초한 기소는 수사–기소 일원 구조에서도 이미 문제되었던 현상이나, 그 귀책 구조가 동일 기관 내부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법리가 주로 개별 검사에게 귀속되는 주관적 ‘남용’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해 온 측면이 있다.21)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는 수사기관과 공소청 사이의 기능 분화와 정보 비대칭이 본질적 전제로 자리 잡으므로, 이러한 문제들을 단순한 직무상 과실이나 개별 검사 재량의 한계를 넘어선 구조적 위법의 문제로 파악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본 논문이 제시하는 정보 결핍형·절차 해태형·ACP 침해형 남용론은 이와 같은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여, 종래의 공소권 남용 법리에 새로운 유형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통제 범위를 재구성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직접 수사를 수행하고 기소를 결정하는 일원적 구조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고 규정하여 검사의 직접수사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수사 권한을 갖지 않는 공소청 검사의 지위와 정합하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공소청 출범에 맞추어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새로운 형사사법 구조를 반영한 형사소송법 전반의 정비가 불가피하다. 정부 역시 공소청법·중수청법 확정 이후 형사소송법 관련 쟁점 검토에 본격 착수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22)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형사소송법적 쟁점은 공소청 검사가 오직 수사기록에만 의존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가 적법절차 원칙의 요청을 충족하는가의 문제이다. 수사기관이 편집하고 선별한 수사기록은 그 구성 자체에 기소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의 편향이 내재될 수 있다. 피의자 방어에 유리한 사실이 수사기록에서 배제되었거나,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기록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 이를 검토만 하는 공소청 검사가 이를 독자적으로 발견하고 걸러낼 수 있는 구조적 메커니즘이 현행 법제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후술하는 Ⅵ장에서 “정보 결핍형 공소권 남용”의 개념화와 직결된다.
Ⅳ. 기소 통제에 관한 비교법적 검토 — 영국·독일·미국·일본의 상이한 소송구조
이하에서 검토하는 영국·독일·미국·일본은 수사와 기소의 관계에 관하여 서로 다른 제도적 전제를 취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모두 ‘수사-기소 분리 국가’로 일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영국은 1985년 범죄소추법에 따라 경찰의 수사와 왕립검찰청의 기소를 조직적으로 분리한 대표적 사례이고, 미국의 대배심 제도 역시 검사의 기소 결정을 시민으로 구성된 별도 기관이 심사한다는 점에서 기능적 분리의 요소를 갖는다. 그러나 독일은 검찰이 수사 절차 전반을 지휘하면서 기소 여부도 함께 결정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어 수사와 기소가 조직적으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일본 역시 한국의 개정 전 체계와 마찬가지로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모두 담당하는 일원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본 장에서 독일과 일본을 검토하는 것은 이들을 수사·기소 분리의 모델로 제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기소법정주의(독일)와 공소권남용론의 학설사적 전개(일본)가 한국의 기소 통제 이론 구성에 제공하는 개별적 시사점을 참조하기 위한 것임을 밝혀 둔다.
영국은 1985년 범죄소추법(Prosecution of Offences Act 1985)의 제정에 따라 왕립검찰청이 1986년 10월 1일 실제로 출범하면서 경찰 수사와 기소가 제도적으로 분리되었다.23) 이 점에서 영국은 수사-기소 분리 체계를 가장 먼저 체계화한 국가 중 하나로, 공소청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에 가장 직접적인 비교법적 모델을 제공한다. 왕립검찰청 검사는 경찰이 수사하여 넘긴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며, 공판에서 공소를 유지한다. 이는 공소청 검사의 예정된 역할과 구조적으로 일치한다.
왕립검찰청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이 Full Code Test이다. 이 기준은 두 단계로 구성된다.24)
첫 번째 단계는 증거 기준이다. 검사는 유죄판결의 현실적 가능성(realistic prospect of conviction)을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신빙성 있는 증거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독립적으로 심사한다. 이때 피고인 측의 예상 방어 논리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이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공익 기준을 검토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이 이루어진다.
두 번째 단계는 공익 기준(Public Interest Stage)이다. 충분한 증거가 있더라도, 기소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별도로 판단한다. 범죄의 중대성, 피의자의 귀책 수준, 피해자에게 가해진 해악,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기소가 비례적 대응인지의 여부 등이 고려 요소이다.25)
Full Code Test의 핵심은 증거 충분성의 판단과 공익성의 판단을 명문화된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검사의 자의적 기소 결정을 구조적으로 억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단계 기준은 어디까지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 단계에서 검사의 소추재량을 구조적으로 제한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 이미 제기된 공소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사후적으로 심사하는 공소권 남용론이나 공소제기의 구조적·절차적 위법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Full Code Test를 한국 공소청 체계에 맞게 변용하여 형사소송법 제247조의 기소편의주의를 구체화할 경우, 기소 기준 명문화는 기소 남용을 예방하고 불기소 처분의 통제를 강화하는 사전적·정책적 통제 장치로 기능하며, 공소권 남용론은 기소 기준이 준수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기소 결정이 이루어진 구조와 절차에 정보 결핍·절차 해태·ACP 침해 등 중대한 흠결이 존재하는 예외적 사안에 대해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의한 공소기각을 허용하는 사후적·소송조건 통제 장치로 남게 된다. 따라서 기소 기준 명문화와 공소권 남용론의 재구성은 상호 대체 관계가 아니라, 사전적 통제와 사후적 통제가 결합하여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피의자·피고인의 헌법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이중적 통제 체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47조의 기소편의주의는 단 한 줄의 규정만을 두어 기소 결정의 구체적 기준을 전적으로 검사의 재량에 위임하고 있다. 수사와 기소가 동일 기관에 귀속되어 있던 종래의 검찰 구조에서는 내부 통제가 이를 보완할 수 있었으나, 공소청 설치로 인해 수사기관과 기소기관이 분리되면 기소 결정의 준거 기준이 명확히 외부화·명문화 되지 않는 한, 기소 자의성에 대한 통제수단이 오히려 약화될 우려가 있다. 공소청 설치와 함께 Full Code Test를 변용한 명문화된 이단계 기소 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공소권 남용에 대한 예방적 통제 수단으로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단계 기준의 명문화가 갖는 핵심적 가치는 사후 통제가 아닌 사전·예방적 통제에 있다. 기소 결정을 내리기 전에 검사 스스로 두 단계의 자기 심사(self-review)를 거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함으로써, 기소 남용이 발생한 이후 법원의 공소기각이나 헌법소원으로 다투는 사후적 구제보다 훨씬 비용 효율적인 통제가 가능해진다. 특히, 한국 공소청이 수사기관으로부터 보완수사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근거 기준으로도 기능할 수 있어, 이른바 핑퐁현상을 최소화하는 절차적 규율로도 작동할 수 있다.26)
Full Code Test의 핵심은 증거 충분성의 판단과 공익성의 판단을 명문화된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검사의 자의적 기소 결정을 구조적으로 억제하는 데 있다. 여기에 더하여 영국 형사소송에서는 공판 단계에서 법원이 ‘abuse of process’ 법리에 따라 형사절차 자체의 남용 여부를 심사하고, 심각한 절차 위반이나 권리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 재판을 중지(stay)할 수 있는 통제 장치를 운용하고 있다.27) 이 절차 남용 법리는 기소 이후 단계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본 논문의 논의 대상인 기소 전 단계의 공소권 남용과는 기능이 구별되지만, 형사절차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적 위법 통제라는 점에서는 중요한 비교법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독일은 대한민국과 마찬가지로 검사가 기소권을 독점하는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지만,28) 기소편의주의를 원칙으로 삼는 한국과 달리 기소법정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독일 형사소송법(Strafprozessordnung, StPO) 제152조는 “공소의 제기는 검찰청에 맡겨진다”고 규정하고, 충분한 범죄 혐의(Anfangsverdacht)가 인정되는 경우 검사는 원칙적으로 기소 의무를 부담한다.29) 이는 1877년 독일이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한 이래 유지되어 온 핵심 원칙으로서, 검사의 기소 재량을 최대한 억제하고 기소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 기반한다.30) 기소법정주의는 검사에게 기소 여부에 대한 광범위한 재량을 부여하는 기소편의주의와 대조적인 선택이다. 이 원칙 아래에서는 재량의 과도한 행사가 구조적으로 억제되므로, 한국 공소권 남용론에서 논의되는 자의적 기소 문제보다는 오히려 기소 태만(불기소)의 문제가 더 자주 문제된다. 다만 독일도 경미범죄(StPO §153), 국외범죄(§153c), 잔여범죄 처리(§154) 등 일정한 예외적 상황에서는 기소편의주의를 허용한다.31)
기소법정주의의 실효성을 담보하는 핵심 제도가 강제기소청구 절차이다. 독일 StPO 제172조는 고소인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하여 상급 검찰청에 항고하고, 그 항고가 기각된 경우 관할 고등법원에 기소를 강제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한다.32) 법원이 이 신청을 인용하면 공판절차가 개시되며, 법원은 검사 대신 직접 기소결정을 내리는 효력이 발생한다. 이 제도는 한국의 재정신청 제도와 유사하나, 적용 범위가 훨씬 넓고 법원의 심사 강도가 실질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33)
기소법정주의 하에서 검사는 충분한 혐의가 있을 때 반드시 기소해야 하므로 자의적 기소의 여지가 원천적으로 제한되는 반면, 예외적 불기소 조항(StPO §§153 이하)의 적용이나 혐의 불충분 판단을 통한 자의적 불기소의 위험은 구조적으로 잔존한다. 독일이 기소강제절차를 별도로 마련하여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대한 사법적 통제를 제도화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위험에 대응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검사가 수사기록만을 검토하여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에서, 불기소 결정에 대한 통제 장치를 현행 재정신청 제도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StPO 제152조의 기소의무 규정은, 공소청법에 기소 기준을 명문화함으로써 불기소 재량을 객관적으로 통제하여야 한다는 입법론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참고할 수 있다.
미국에서 기소는 원칙적으로 시민으로 구성된 대배심을 통해 통제된다. 미국 수정헌법 제5조는 “사형 또는 신체형에 해당하는 죄에 대해서는 대배심의 기소(indictment) 또는 고발(presentment)이 없이는 누구도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여 대배심에 의한 기소 통제를 헌법적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34) 대배심은 16명에서 23명의 일반 시민으로 구성되며, 검사가 제시하는 증거와 소환 증인의 증언을 심사한 후 다수결로 기소장(indictment)의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35)
대배심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피의자와 그 변호인은 원칙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 검사가 대배심에 제출하는 증거와 증인은 검사가 일방적으로 선택하므로, 대배심은 실질적으로 기소를 차단하는 기능보다는 검사의 기소 결정을 추인하는 방향으로 운용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된다.36)
한국 형사소송법학은 일본 형사소송법(이하 “일본 형소법”)과 역사적·체계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 형사소송법 제247조의 기소편의주의와 제246조의 기소독점주의는 일본 형소법 제248조와 제247조에 각각 대응하며, 한국 대법원의 공소권 남용 법리(특히 “소추재량의 현저한 일탈” 기준)도 일본 최고재판소의 공소권남용론과 동일한 이론적 계보에서 출발한다.37) 일본 공소권남용론의 핵심 논점은 한국과 동일하게 검사의 소추재량의 통제에 집중되어 있으며, 일본 형사소송법학계도 오랫동안 공소권남용의 성립 요건(특히 검찰관의 자의·차별·보복을 중심으로 한 주관적 요건의 필요성)을 둘러싸고 활발한 학술 논의를 전개하여 왔다.38) 그러나 최고재판소는 공소권남용에 관한 법리의 적극적 정립을 회피한 채, 학설이 주도하는 논의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39) 이 점은 한국 대법원이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를 요구하는 판례를 명시적으로 정립하여40) 공소권남용론의 외형적 법리를 확립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비교법에서 본 논문에 대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일본은 한국과 동일하게 수사·기소 일원 체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형소법 학설은 공소권남용의 성립 요건을 검사의 주관적 의도보다는 평등원칙 위반·소추재량 일탈이라는 객관적 기준 중심으로 구성하는 경향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는 점이다.41) 이는 본 논문이 “구조적 위법” 개념을 도입하여 주관적 의도 요건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비교법적 맥락에서 고립된 주장이 아니라 수사·기소 일원 체계 국가에서도 이미 이론적으로 논의되어 온 흐름임을 방증한다. 둘째, 일본이 수사·기소 분리를 채택하지 않으면서도 공소권 통제의 실질화를 추구하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사실은,42) 역설적으로 수사·기소 분리라는 구조적 변화만으로는 공소권 통제가 자동적으로 실질화되지 않으며 본 논문이 제안하는 것과 같은 명문화된 기소 기준과 절차적 통제 장치의 병행이 불가결함을 확인해 준다.
이상의 비교법적 검토로부터 한국 공소청 체계 설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영국·독일·미국은 각기 상이한 헌법·소송구조를 전제로 하면서도, 기소 여부를 둘러싼 검사의 판단을 일정한 규범적 틀 속에 위치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다만 독일의 기소법정주의(StPO §152)는 충분한 혐의가 있는 경우 기소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기소 재량을 구조적으로 좁히는 대신, 불기소 처분에 대한 강제기소청구 절차를 통해 사후적 통제를 강화하는 모델이고,43) 영국의 Full Code Test는 검찰 내부 준칙으로서 증거·공익 단계의 명문화된 기준을 제시하지만, 불기소 결정에 대해 우리 제도와 같은 폭넓은 사법심사가 예정되어 있지는 않다.44) 미국의 대배심 제도 역시 헌법상 보장된 시민참여형 통제 메커니즘이지만, 실제 운용에서는 검사가 제출하는 자료와 증인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에서 기소 자의성 억제 기능이 제한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45) 둘째,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세 나라의 경험은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기소 기준의 투명성과 불기소 처분에 대한 외부 통제를 병행하지 않을 경우, 형식적 분리에도 불구하고 기소 권한이 특정 기관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본 논문은 이 점을 참고하여 한국 상황에 적합한 기소 기준 명문화와 불기소 통제 장치의 설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할 뿐, 외국 제도를 단순히 ‘우월한 모델’로 전제하거나 그대로 이식하려는 것은 아니다.
Ⅴ.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권(ACP) 명문화와 공소권 통제의 교차 쟁점
개정 이전 변호사법 제26조는 변호사에게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만을 규정하였을 뿐,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맞서 의뢰인의 자료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권리의 근거는 명문화하지 않았다.46)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법률 자문 내용이 담긴 문서, 이메일, 메시지 등을 압수하여 증거로 제출하는 관행이 지속되어 왔다.
ACP 인정 여부에 관하여 법원 내 견해 대립이 지속되어 왔다.47) 2024년 2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검찰이 변호사와 의뢰인(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이의 법률자문 자료를 압수한 것이 위법하다고 결정하면서 ACP를 인정하였고,48) 검찰의 재항고에 대하여 대법원은 2026년 2월 20일 2024모730 결정에서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이 변호인 조력권 보장의 핵심 요소임을 확인하였다. 이와 같이 ACP가 입법(변호사법 제26조의2 신설)과 판례를 통해 독자적인 권리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는 점에서, 여러 형태의 위법수사 중에서도 공소권 통제와의 교차지점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전형적 사례로 기능할 수 있다. 본 논문이 ACP를 별도의 유형으로 다루는 것은, 모든 위법수사 유형을 공소권 남용론으로 포섭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어권 침해가 기소 결정의 정보적 기초 자체를 오염시키는 구조를 분석하기 위한 ‘사례 선택’이라는 점을 전제한다.
개정 변호사법은 제26조의2에 종래 해석론상으로만 인정되어 오던 ACP를 실체법적 권리로 명문화하였다. 동 개정 조항은 그 보호 범위와 제한 요건을 세 개의 항으로 구분하여 규율한다.
개정 변호사법 제26조의2 제1항은 이른바 ‘교신 비밀유지권’을 규정한다. 동 조항에 의하면, 변호사와 의뢰인 또는 의뢰인이 되려는 자는, 그 사이에서 법률사건 또는 법률사무에 관한 조력을 제공하거나 받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비밀인 의사교환 내용을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 조항의 보호 대상은 구두 상담·서신·이메일·메신저 교신 내용을 망라하는 것으로서,49) 변호사-의뢰인 사이의 모든 형태의 비밀 소통에 포괄적인 보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개정 이전 변호사법 제26조의 비밀누설금지 의무 규정과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동 조 제2항은 이른바 ‘작업물 비밀유지권’을 규정한다. 변호사와 의뢰인은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과 관련하여 소송, 수사 또는 조사를 위하여 작성한 서류나 자료(전자적 형태로 작성·관리되는 것을 포함)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 규정은 변호사가 수사나 재판에 대비하여 작성한 의견서·메모·분석 자료 등을 교신 내용과는 독립적으로 보호하는 별도의 규범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ACP 보호 범위를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의미를 지닌다.
한편 동 조 제3항은 비밀유지권의 행사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명시한다. 의뢰인이 공개에 동의하는 경우, 또는 범죄 예방 등 일정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비밀유지권의 행사가 제한된다. 이는 ACP를 기본권 수준으로 보호하면서도, 그 남용을 방지하고 형사사법 공동체의 이익과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입법자의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변호사법 개정으로 ACP가 명문화되었음에도, 수사 단계에서 ACP를 침해하여 취득한 자료가 이미 수사기록에 편입된 상태에서 사건이 공소청으로 송치될 경우 심각한 법적 문제가 발생한다. 공소청법은 공소청 검사의 직무를 기소 여부 결정, 영장 청구, 사법경찰관리와의 협의·지원, 공소유지, 재항고 사건 처리 등으로 한정하고 있을 뿐, ACP 침해 여부를 심사하기 위하여 수사기관에 자료 출처를 소명하도록 요구하거나 수사기록의 취득 경위를 독자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물론 개정 변호사법 및 2026년 대법원 2024모730 결정에 따라 ACP가 헌법상 권리로 인정된 이상, 공소청 검사가 적법성 통제기관으로서 기록 검토 과정에서 ACP 침해 여부를 실질적으로 심사할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심사가 실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ACP 침해 자료를 식별하기 위한 절차적 기준이나 수사기관에 대한 자료 출처 소명 요구 권한이 법령상 별도로 마련되어야 하는데, 공소청법 제4조가 규정하는 공소청 검사의 직무 범위에는 현재 이러한 권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 점에서 공소청 검사가 ACP 침해 자료를 독자적으로 식별하고 걸러낼 수 있는 구조적 메커니즘은 법령상 아직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이는 공소청 검사의 선의나 직무수행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관련 절차 규정의 공백이라는 입법적 문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증거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ACP 침해 자료가 기소 결정 자체에 영향을 미친 경우, 그 기소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소 단계는 재판 전 단계로서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이 직접 적용되는 공판 단계와 달리, 기소 결정 과정에서의 자료 활용에 대한 규범적 통제 기준이 현행법상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ACP를 침해한 자료가 수사기록에 편입되는 경로는 그 취득 방식과 수사기관의 관여 형태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유형화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영장 집행을 통한 직접 압수이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변호사 사무실 또는 의뢰인의 저장장치에 보관된 변호사 작성 의견서, 법률 자문 이메일,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취득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2024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이 ACP 침해를 인정한 결정은 바로 이 유형에서 발생한 사안에 관한 것이었다.50)
두 번째 유형은 제3자 보관 자료 취득이다. 클라우드 서버나 법률 플랫폼에 저장된 변호사-의뢰인 교신 내용을 전자정보 보전요청 또는 압수·수색을 통해 취득하는 경우로, 2025년 12월 신설된 형사소송법 제215조의2의 전자정보 보전요청 제도가 이 맥락에서 활용될 경우 ACP 보호 대상 정보가 기소 결정 이전 단계에서 이미 동결되는 문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은 공범 또는 제3자의 진술을 통한 간접 유입이다. 수사 과정에서 공범이나 제3자가 변호사-의뢰인 사이에 오간 법률 자문 내용을 진술하고 그 진술이 수사기록에 기재됨으로써, ACP가 보호하는 정보가 직접 압수라는 형식을 거치지 않고도 수사기록에 우회적으로 편입되는 형태이다. 이 유형은 ACP 침해의 외관이 드러나지 않아 공소청 검사가 이를 인식하기 가장 어려운 경로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기소 결정에 대한 통제 필요성이 가장 크게 요구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위법수집증거의 공판 단계 사용을 금지한다. ACP를 침해하여 취득한 자료는 개정 변호사법 제26조의2 및 헌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자료로서, 원칙적으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따라서 공판 단계에서는 이러한 자료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위법수집 자료가 공소청 검사의 기소 결정 자체에 영향을 미쳤을 때이다.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은 공판 증거의 사용을 제한할 뿐, 기소 결정 단계에서의 활용을 직접 금지하는 규정은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ACP 침해 자료에 기초하여 기소 결정이 내려진 사안에서, 피고인은 공판에서 해당 자료의 증거능력을 다툴 수는 있어도 기소 결정 자체를 직접 공격할 법적 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한다.
ACP를 침해한 자료에 기초한 공소제기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현재 판례상으로도, 학설상으로도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은 쟁점이다.51)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은 논리 구조에 따라 이를 공소권 남용의 독자적 유형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헌법 제12조 제4항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단순히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기회를 절차적으로 보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대법원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의뢰인과 변호인 사이의 상담 내용에 대한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바 있다.52) 만약 ACP를 침해하여 취득한 자료가 공소청 검사의 기소 결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다고 인정된다면, 그 기소는 헌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는 변호인 조력권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절차에 기반한 것으로서, 소추재량의 행사 자체가 헌법적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ACP 침해 자료 외에 다른 독립된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ACP 침해가 기소 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면 단순히 공판 단계에서 해당 자료의 증거능력만을 배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은 재판부가 유·무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증거의 범위를 제한하는, ACP와 같은 명문화된 기본권 침해에 대한 1차적 대응 장치로 기능한다. 그러나 ACP 침해 자료가 기소 결정의 정보적 기초에 구조적으로 혼입되어 기소 범위·시기·공소사실의 구성 방식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공판 단계에서 해당 자료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만으로는 이미 형성된 기소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회복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처럼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이 실체재판에서 증거 사용을 제한하는 일차적 수단이라면, 공소권 남용 또는 공소제기의 구조적·절차적 위법에 대한 공소기각은 ACP 침해가 기소 결정 전 과정에 미친 구조적 효과를 고려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허용되는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변호인의 조력권 침해와 관련하여 독립된 출처 원칙과 ‘fruit of the poisonous tree’ 법리를 발전시키면서, 침해된 정보가 수사 방향 설정과 증거 확보, 공소제기 전략 전반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을 문제 삼았던 것과 마찬가지로,53) ACP 침해 자료가 기소 범위·시기·공소사실 특정 방식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 경우에는, 실체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하는 것만으로는 피고인의 방어전략 노출, 변호인–의뢰인 관계의 신뢰 훼손 등 이미 발생한 손해를 온전히 치유하기 어렵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ACP 침해형 남용은 ‘증거능력의 문제’와 별도로 ‘기소 절차의 정당성’에 관한 헌법적 쟁점으로서 공소기각이라는 형태의 절차적 구제가 요구될 수 있다.
이 구성은 ‘보복적 기소’나 ‘차별적 기소’라는 기존 유형과 달리, 기소 결정의 정보적 기초에 대한 헌법적 통제의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이론적 위치를 갖는다. 이 유형의 구체적 요건은 후술하는 Ⅵ장 2절에서 검토한다.
이 유형의 판례 기반이 현재 전무하다는 점은 해당 이론이 형성될 규범적 전제 자체가 최근에야 확립되었다는 구조적 사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법원이 ACP를 헌법상 권리로 처음 인정한 것이 2026년 2월 20일 2024모730 결정이라는 사실 자체가, 그 이전에는 ACP 침해형 공소권 남용론이 판례 차원에서 형성될 토대 자체가 부재했음을 설명한다. 새로운 헌법적 권리가 인정된 직후 그 침해에 대한 구제 법리를 이론화하는 것은 법학적 방법론의 정상적인 발전 과정이며, 이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이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로 명문화된 2007년 이전부터 학설과 판례가 이를 형사소송의 기본 원리로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온 과정과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다. 나아가 대법원 2024모730 결정이 변호인 조력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하여 변호인-의뢰인 사이의 상담 내용에 대한 비밀이 완전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헌법상 원리로 재확인한 이상, 그 침해가 기소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적 연결은 헌법적 차원에서 이미 그 전제가 확립되어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판례 기반의 부재는 오히려 공소청 출범 이후 형성될 판례 실무에서 이 유형론이 기소 결정의 헌법 적합성을 판단하는 이론적 준거틀로 기능하여야 한다는 규범적 과제를 확인시켜 준다.
Ⅵ.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공소권 남용의 재개념화
앞서 Ⅱ장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대법원은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기 위하여 ① 검사의 자의적 공소권 행사, ② 피고인에 대한 실질적 불이익, ③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 ④ 미필적 의도의 존재라는 네 가지 요건을 누적적으로 요구해 왔다.54) 이러한 판례 법리는 처음부터 ‘검사가 수사의 주체’라는 전제를 명시적으로 전제하고 형성되었다기보다는, 검찰이 현실에서 수사와 기소를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 속에서 공소권 행사의 자의성을 통제하려는 과정에서 축적된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수사–기소 일원 체계에서는 기소 단계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자연스럽게 수사 단계에서의 위법이나 편향과 연결하여 파악할 수 있었던 반면, 수사–기소 분리 체계에서는 기소 결정자인 공소청 검사와 수사기관 사이의 귀책 구조가 분리됨으로써, 동일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구조적 위법을 포착하기 어려워지는 한계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 본 논문의 취지이다.
그러나 공소청 검사는 수사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은 채 오직 송치된 수사기록만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 구조에서는 자의적 의도라는 요건의 적용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수사기관이 편향되게 구성한 수사기록을 받아 기소 결정을 내린 공소청 검사에게, 기소에 이르기까지의 자의적 의도를 어떻게 귀속시킬 것인가? 공소청 검사 자신은 수사기록이 완전하다고 믿고 기소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은닉하거나 ACP 침해 자료를 편입한 기록에 기초한 것이었다면, 기존 법리로는 이를 공소권 남용으로 포착하기 어렵다.55)
이처럼 수사-기소 분리는 공소권 남용의 귀책 주체와 귀책 구조를 분리시킨다. 수사기관에서 발생한 위법 또는 편향이 공소청 검사의 기소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 기소 결정자인 공소청 검사에게 의도를 귀속시키는 기존 기준은 피의자 보호를 위한 실효적 통제 수단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기존 판례가 채택한 “현저한 일탈” 기준은 심사의 강도 측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 기준은 법원이 검사의 소추재량에 대하여 매우 제한적인 통제만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소추재량의 경계를 실질적으로 심사하기보다는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경향이 있다.56)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는 기소 결정의 정보적 기반 자체에 흠결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법원은 기소의 결과뿐 아니라 기소 결정이 이루어진 절차와 그 기초가 된 정보의 질까지 심사할 필요가 있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을 실체적 적법절차로 이해할 때 도출되는 요청이다.
위의 분석은 단순한 이론적 제안에 그치지 않고, 대법원이 공소권 남용 법리에 관한 기존 판례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변경하여야 한다는 판례 변경론으로 이어진다.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를 전원합의체 심판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57) 이 조항이 예정하는 “변경의 필요”는 일반적으로 ① 기존 판례의 규범 전제가 법령의 제정·개정에 의하여 소멸하였거나, ②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것이 당해 법규의 목적론적 해석과 합치하지 않거나, ③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것이 헌법합치적 해석의 요청에 반하는 경우를 그 전형으로 한다. 아래에서는 이 세 가지 논거가 모두 충족됨을 구체적으로 논증한다.
첫째, 규범 전제의 법령상 소멸이다.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도577 판결은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로 인정되려면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시 자체가 수사와 기소를 동일한 검사가 담당하는 구조를 명시적인 전제로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위 판결이 선고된 1999년 당시 형사사법 체계가 예외 없이 수사·기소 일원 체계였다는 점에서, “미필적 의도”라는 주관적 요건은 수사 개시부터 기소 결정까지의 전 과정이 단일한 검사에게 귀속되는 구조를 사실상의 배경으로 하여 형성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기소 결정자와 수사 주도자가 법적으로 분리되는 공소청 체계에서는 위 판결이 전제로 삼았던 사실상의 구조적 배경이 소멸하므로, 동일한 주관적 요건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의 정당성도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 구조 아래에서는 수사 개시부터 기소 결정까지의 전 과정이 단일 주체에게 귀속되므로, 그 주체의 주관적 의도를 통관적으로 귀속·평가하는 것이 논리적 정합성을 가졌다. 그러나 공소청법 제4조는 검사의 직무 범위에서 범죄 수사를 명시적으로 삭제하였다.58) 이로써 2026년 10월 2일 이후 공소청 검사는 법령에 의하여 수사에 관여할 수 없게 되었고, 기소 결정자와 수사 주도자는 법적으로 별개의 기관에 귀속된다. 99도577 판결이 “미필적 의도” 요건을 도출한 구조적 전제는 이 법령의 제정에 의하여 해소된 것이다. 판례가 전제로 삼은 법적 구조가 법령의 제정·개정에 의하여 소멸하는 경우, 해당 판례는 변경된 규범 환경에서 동일한 해석론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둘째, 목적론적 불일치이다.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 요건은 소추재량의 과도한 사법적 통제를 방지하면서도 명백한 자의적 기소에 최소한의 억지력을 제공하는 균형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이 목적은 역방향으로 작동한다.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은닉하거나 ACP 침해 자료를 기록에 편입한 채 공소청으로 사건을 송치하는 경우, 기소 결정자인 공소청 검사에게는 어떠한 자의적 의도도 귀속될 수 없으므로 기존 기준에 따르면 공소권 남용은 성립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수사기관의 구조적 위법에서 비롯된 위법한 기소가 어떠한 사법적 통제도 받지 않게 되어, 기존 요건이 달성하려는 ‘자의적 기소에 대한 억지’라는 목적 자체가 분리 구조에서는 전혀 실현되지 않는다. 기존 판례를 유지하는 것이 그 판례의 목적론적 기능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는 경우, 목적론적 불일치에 따른 변경의 필요가 충족된다.
셋째, 헌법합치적 해석의 요청이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 90헌바35 결정에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이 “단지 절차의 적법성뿐만 아니라 그 절차의 적정성까지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해석하였다.59) 이 실질적 적법절차 원칙은 기소 결정의 단계에도 직접 적용된다. 기소 결정이 이루어진 구조와 절차에 객관적 흠결이 존재하는 경우(수사기록의 편향된 편집, ACP 침해 자료의 수사기록 유입, 공소청 검사의 기록 검토 절차 해태) 그로 인한 기소는 절차의 구조적 적정성을 결여한 것으로서 헌법 제12조 제1항에 부합하는 공소권 남용 법리의 통제 범위에 포섭되어야 한다.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를 절대 요건으로 유지하는 한, 이러한 구조적 흠결로 인한 기소는 법리의 포착 범위 밖에 놓이게 되어 헌법재판소가 확립한 절차의 구조적 적정성 요청과 직접 충돌한다.
이상의 세 가지 논거에 기초하여, 본 논문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통해 99도577 판결 이래 유지되어 온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 요건을,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유형의 공소권 남용에 대해서는 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리를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다만 이 세 가지 새로운 유형이 모두 ‘객관적·구조적 흠결’이라는 공통의 성립 근거를 공유한다고 하여, 그 위법의 성질까지 동질적인 것은 아니다. 정보 결핍형 남용과 절차 해태형 남용은 공소청 검사가 수사기록만을 토대로 기소를 결정하는 구조 자체에서 발생하는, 기소기관과 수사기관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라는 공통의 제도적 원인에서 파생된 유형으로서 서로 근접한 위치에 있다. 이에 비하여 ACP 침해형 남용은 정보 비대칭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는 변호인 조력권이라는 별도의 기본권 침해가 기소 결정의 정보적 기초에 유입되었는지를 문제 삼는 것으로서, 그 침해의 성질과 헌법적 근거를 달리한다. 따라서 본 논문이 세 유형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이들이 하나의 단일한 성립요건을 공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공소권 남용의 판단 기준을 개인적 귀책에서 구조적·절차적 흠결로 전환한다는 공통의 이론적 지향 아래, 각기 다른 유형의 흠결(정보의 결핍, 절차의 해태, 기본권 침해 자료의 혼입)을 포섭하려는 유형론적 구성임을 밝혀 둔다. 변경의 구체적 내용은, 공소권 남용이 ① 기소 결정자의 주관적 자의적 의도(기존 유형—보복적 기소·차별적 기소·기소편의주의 일탈), 또는 ② 기소 결정의 정보적 기초·절차·기본권 침해 자료 유입에 관한 객관적 구조적 흠결(새로운 유형—정보 결핍형·절차 해태형·ACP 침해형)을 요건으로 하여 선택적으로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변경은 기존 유형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소 일원 체계를 전제로 형성된 기존 유형이 전제하지 않았던 분리 구조에서의 새로운 유형을 병존적으로 추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변경은 종전 판례에 의해 처리된 사건의 법률관계를 소급하여 불안정하게 하지 않으며, 공소청이 출범하는 2026년 10월 2일 이후 제기되는 공소에 대하여 장래적으로만 적용되도록 그 효력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러한 구조 변화를 전제로 할 때, 공소권 남용은 더 이상 개별 검사에게 귀속되는 주관적 의도에 의해서만 파악될 수 없다. 수사기관과 공소청 사이의 기능 분화와 정보 비대칭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기소 결정의 적법성이 구조적으로 훼손되는 유형을 포착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반영하여 정보 결핍형·절차 해태형·ACP 침해형이라는 세 가지 공소권 남용 유형을 제안한다.
여기서 사용하는 ‘정보 결핍형 남용’, ‘절차 해태형 남용’, ‘ACP 침해형 남용’이라는 용어는, 종래 판례가 전제해 온 것처럼 개별 검사에게 귀속되는 주관적 비난 가능성을 의미하는 ‘남용’에 한정되지 않는다. 본 논문에서의 ‘남용’은 헌법상 적법절차·방어권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기소 결정이 이루어진 구조와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존재하여, 그 결과 공소권 행사가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의미에서의 구조적 남용(structural abuse)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정보 결핍형 남용이란, 수사기관이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 또는 중립적 사실관계를 수사기록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누락하거나 편향적으로 편집함으로써, 공소청 검사가 불완전하고 편향된 정보를 토대로 기소 결정을 내리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 이 유형은 기소 결정자인 공소청 검사에게 주관적인 자의적 의도가 없더라도, 기소 결정의 정보적 기초 자체에 내재된 구조적 흠결로 인하여 공소권 남용이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판례 법리와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독자적 유형으로 구성된다.
이 유형의 성립 요건은 세 가지 요소의 누적적 충족을 전제로 한다. 첫째, 수사기록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중요한 증거나 사실관계를 누락 또는 은닉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그 누락 또는 은닉이 수사기관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 공소청 검사가 완전한 정보를 가졌더라면 합리적으로 기소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세 번째 요건은 수사기록의 흠결과 기소 결정 사이의 실질적 연결고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단순한 기록 불비를 이 유형으로부터 배제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세 번째 요건인 반사실적 인과관계의 입증 방법론은 이 유형의 실무적 성립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이다. 현행 형사소송법의 다른 인과관계 판단 기준들(예컨대 위법수집증거 배제에서 적용되는 인과관계의 희석 법리나, 위법행위와 공소제기 사이의 연결고리를 요구하는 보복기소 판단 기준)은 모두 존재하는 사실의 인과적 연결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존재하지 않는 증거가 있었더라면 기소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가상적 연결을 요구하는 본 유형의 세 번째 요건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이처럼 반사실적 인과관계의 입증은 그 전제 자체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정을 상정해야 하므로, 직접 증거에 의한 입증이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어려움이 세 번째 요건을 이론적 공백으로 남기는 결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반사실적 인과관계가 문제 되는 유사한 구조에서 이미 실무적으로 작동하는 판단 기준이 비교법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사실적 인과관계 판단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점은 비교법적으로도 인식되어 있으며,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한 실무적 해법을 이미 축적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Brady v. Maryland, 373 U.S. 83 (1963)에서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개시하지 아니한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위반이 된다는 원칙을 확립하였다. 이후 United States v. Bagley, 473 U.S. 667 (1985)에서 Brady 위반의 인과관계 판단 기준을 ‘합리적 개연성’으로 처음 명문화하였으며, Strickler v. Greene, 527 U.S. 263 (1999)에서 이를 재확인하였다. 이 “합리적 개연성” 기준은 “확실히 무죄판결이 났을 것”이라는 높은 확신이 아니라, 가상적 인과관계를 직접 증거 없이도 관리 가능한 확률 판단으로 전환하는 완화된 척도로서, 60여 년의 운용 경험은 반사실적 인과관계도 이 기준에 의하여 실무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본 논문의 세 번째 요건이 Brady 법리와 다른 점은, Brady가 공판 결과(유죄판결)에 대한 반사실적 인과관계를 문제 삼는 반면, 본 유형은 기소 결정에 대한 반사실적 인과관계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두 법리는 인과관계가 향하는 ‘결과의 단계’가 다르므로 Brady가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차이가 유추를 불허하지는 않는다. Brady 법리의 핵심 규범 구조는, ① ‘피의자에게 유리한 정보의 은닉’이 ② 헌법상 적법절차 위반을 구성하고, ③ 그 인과적 연결은 가상적 상황에서도 ‘합리적 개연성’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세 요소의 구조 자체는 기소 결정 단계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나아가 Brady는 이미 유죄판결이 선고된 이후 소급적으로 구제를 구하는 국면인 반면, 본 유형은 기소 결정 이전 단계에서 사전적·예방적으로 정보 흠결을 통제하는 것이므로, Brady보다 오히려 실질적 적법절차 보장이라는 규범 목적에 더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또한 독일 StPO 제160조 제2항이 “검찰은 기소를 뒷받침하는 사정뿐 아니라 피의자에게 유리한 사정도 수사하여야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기소 결정 이전부터 증거 완결성 의무를 독자적으로 부과하고 있는 것은, Brady 법리의 인과관계 판단 구조를 기소 단계에 확장하는 것이 비교법적으로 이례적이지 않음을 확인해 준다. 이에 본 논문은 Brady의 인과관계 판단 구조를 기소 단계에 유추 적용하되, 구체적 판단 기준을 “완전한 수사기록이 제공되었더라면 이단계 기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을 합리적 개연성”으로 정식화한다.
이처럼 기준을 구체화한 위에서, 그 판단 절차는 다음의 두 단계로 구성된다. 제1단계는 누락된 증거의 현출이다. 피고인 또는 법원이 수사기록에서 누락된 것으로 주장되는 증거 또는 사실관계의 존재를 상당한 개연성으로 소명하면,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262조 제2항의 증거조사권을 직권으로 발동하여 수사기관에 해당 자료의 제출을 명할 수 있다. 공소 제기 이전 단계에서 피의자가 수사기록의 누락을 의심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184조의 증거보전청구를 통해 법원의 선제적 개입을 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제2단계는 기소 기준 충족 여부의 재심사이다. 현출된 증거를 포함한 완전한 기록을 전제로, 공소청 검사가 Ⅶ장에서 제안한 이단계 기소 기준(특히 “유죄판결의 현실적 전망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증거”의 존재)을 충족하는지를 법원이 판단한다. 만약 현출된 증거를 포함하면 이 기준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완전한 수사기록이 있었더라면 기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을 합리적 개연성”이 간접적으로 입증된 것으로 취급할 수 있다. 이는 영국 법원이 왕립검찰청의 기소 결정에 대한 사법심사에서 Full Code Test를 소급 적용하는 방식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세 번째 요건의 입증책임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정식화한다. 피고인이 첫째·둘째 요건(ACP 보호 자료의 취득 및 수사기록 편입)을 소명한 경우, ACP 자료가 기소 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음에 관한 입증책임은 공소청으로 전환된다. 이 입증책임 전환의 주된 근거는 세 가지 한국법상 원칙으로부터 직접 도출된다. 첫째, 헌법 제27조 제1항에서 파생되는 무기평등 원칙이다. ACP 침해 사실이 소명된 이상, 수사기관이 독점적으로 관리하는 기소 결정 과정에서 해당 자료가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를 피의자가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절차 참여자 간의 실질적으로 공평한 입증 여건을 요구하는 무기평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둘째,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의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이다. 이 조항의 규범적 취지는 수사기관이 위법 수집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도록 하는 데 있으므로, 위법하게 취득된 ACP 자료가 기소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은 그 자료를 취득·관리한 수사기관 측이 부인하여야 할 사항이지, 피의자가 입증하여야 할 사항이 아니다. 셋째, 독일 StPO 제160a조 제1항은 변호사-의뢰인 관계에서 생성된 ACP 보호 자료의 취득 자체를 절차 위반으로 처리하고 그 증거사용을 절대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수사기관에 대해 일방적 입증 부담을 부과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바, 이는 위와 같은 입증책임 전환이 비교법적으로도 정당화됨을 확인해 준다. 비교법적 참고로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Kastigar v. United States, 406 U.S. 441 (1972)에서 면책 부여 후 기소에 활용하는 증거가 “면책 진술로부터 독립된 적법한 출처”에서 비롯된 것임을 검찰이 적극적으로 입증하여야 한다고 한 원칙도 동일한 구조적 논리를 지지한다. 다만 Kastigar는 수정헌법 제5조의 자기부죄거부 특권이라는 상이한 권리 맥락에서 도출된 법리이므로, 이는 위에서 제시한 한국법 내 근거들을 보완하는 비교법적 참고자료에 그친다. 본 유형의 입증책임 전환은 Kastigar로부터 차용된 것이 아니라, 헌법 제12조 제4항·제27조 제1항 및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로부터 독자적으로 도출된다.
이러한 유형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근거는, 기소 결정의 적법성이 그것이 기초하는 정보의 충분성과 신뢰성에 구조적으로 의존한다는 데 있다. 수사·기소 일원 체계 아래에서는 검사가 수사를 직접 수행하므로 정보의 충분성이 기소 결정자 자신에 의해 내재적으로 보장될 수 있었다. 그러나 분리 체계에서 공소청 검사는 수사기관이 편집·제공하는 기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정보 수용자의 지위에 놓이므로, 수사기록의 충분성과 완결성 자체가 기소 결정의 적법성을 구성하는 독립적 요소로 기능하지 않을 수 없다.60) 이는 영국 왕립검찰청의 Full Code Test가 “유죄판결의 현실적 전망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증거”의 존재를 기소의 전제 조건으로 명문화한 것과 동일한 규범적 요청에 기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 결핍형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소정의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다만 기소 이후 수사기관의 기록 누락이 사후에 발견되는 경우에 대하여는, 공소청 검사에게 공소취소의 의무를 부과하는 해석론도 병행하여 검토될 수 있다. 이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공소기각판결을 구하는 것이 보다 직접적인 구제 수단이 되므로, 해석론상으로는 두 가지 경로가 선택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공소기각판결의 법적 효과와 관련하여, 본 논문의 이론 구성에서 핵심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쟁점은 공소기각판결 이후의 재기소 허용 여부이다.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한 공소기각판결은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의 절차적 공소기각으로 처리되는바, 동 조항에 의한 공소기각판결은 실체 심리에 이르지 않은 형식 재판으로서 원칙적으로 기판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소청 검사는 절차상 흠결을 보완한 후 동일한 피고인을 동일한 범죄사실로 재기소하는 것이 현행 형사소송법 해석상 허용될 수 있다. 그런데 이 원칙을 본 논문이 제안하는 세 가지 남용 유형에 그대로 적용하면 심각한 구제의 공백이 발생한다. 특히 ACP 침해형 남용이 인정되어 공소기각판결이 선고된 경우, 수사기관이 ACP 침해 자료를 수사기록에서 형식적으로 제거하고 그 외의 증거만으로 기소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하여 재기소한다면, 피고인은 최초의 ACP 침해로 인한 불이익(변호 전략의 노출, 피의 사실의 언론 공개, 방어권 행사 기회의 소진 등)을 이미 회복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입은 상태가 된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본 논문은 다음의 해석론을 제안한다. 공소권 남용의 원인이 수사기관의 헌법적 권리 침해(즉 ACP 침해형 남용)에 있는 경우에는, 재기소를 허용하기 위한 요건으로 단순한 절차 보완을 넘어 ① 최초의 공소기각 원인이 된 위법 행위의 책임자에 대한 내부 징계 또는 형사처벌이 개시되었을 것, ② 재기소에 활용되는 증거 전체가 최초의 ACP 침해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경로(independent source)로 수집된 것임이 소명될 것을 공소청 검사가 적극적으로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해석론이 타당하다.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위법수집증거의 독립적 출처 법칙(independent source doctrine, Segura v. United States, 468 U.S. 796 (1984))에서 발전시킨 원리를 한국의 재기소 허용 요건에 유추 적용한 것으로, 허구적 법리의 차용이 아니라 비교법적으로 이미 정립된 증거법 원칙을 기소 단계에 확장하는 해석론적 시도이다. 반면 정보 결핍형 남용과 절차 해태형 남용에 의한 공소기각판결의 경우에는, 누락 기록의 보완 또는 절차의 재이행이 가능하므로 재기소를 제한 없이 허용하되, 재기소 시 공소시효는 최초 공소제기 시를 기준으로 정지된 것으로 보는 해석론(형사소송법 제253조 유추)이 피의자의 절차적 이익과 국가의 소추 권능 사이의 균형 관점에서 타당하다.
절차 해태형 남용이란, 수사청과 공소청 간의 사건 인계 과정에서 공소청 검사가 기소 결정의 적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수행하여야 할 최소한의 절차적 의무를 해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기소가 이루어진 경우를 의미한다. 이 유형은 수사기관이 제공한 기록의 흠결을 문제 삼는 정보 결핍형 남용과는 달리, 공소청 검사 스스로의 절차적 부작위에 착안하여 공소권 남용의 성립을 구성한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이론적 지위를 가진다.
이 유형의 성립 요건으로는 두 가지 요소가 요구된다. 첫째, 공소청 검사가 수사기록의 완결성에 의문을 품을 합리적 이유가 있었음에도 보완 요구나 독립적 검토 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어야 한다. 여기서 ‘합리적 이유’란 기록상 명백한 논리적 공백, 상충하는 진술의 미해소,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의 명시적 부재 등과 같이 통상적인 주의를 기울이는 공소청 검사라면 인식할 수 있었던 객관적 징표를 가리킨다. 둘째, 해당 절차적 해태가 단순한 직무 과실의 수준을 넘어 기소 결정의 정당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어야 한다. 이 두 요건의 충족 여부는 개별 사안에서 기록의 내용과 공소청 검사가 처한 정보적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이 유형의 이론적 정당화는 다음의 논리 구조에 기초한다. 공소청 검사는 수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더라도, 기소 결정자로서 기록의 완결성과 합법성에 관한 최소한의 독립적 검증 의무를 부담한다. 이 의무는 단순한 직무 규범이 아니라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에서 직접 도출되는 것으로, 피의자의 헌법적 권리와 대응하는 검사의 헌법적 의무로서의 성질을 가진다. 수사·기소 분리는 공소청 검사를 수사기관의 수동적 추인자로 위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으로부터 독립된 기소 판단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의무의 실질적 이행은 분리 체계의 제도적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결한 조건이다.
절차 해태형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이는 기소 결정 과정 자체의 절차적 하자를 그 성립 근거로 하므로,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적인 법적 효과가 된다. 다만 이 유형의 특성상, 수사기록의 보완이 이루어질 경우 기소 결정의 적법성이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석론적으로는, 공소기각판결 외에도 법원이 직권으로 수사기록의 보완을 명하고 공소청 검사에게 재검토 기회를 부여하는 중간적 구제 방안을 허용하는 것이 피고인의 이익과 소송 경제의 관점에서 모두 바람직하다. 다만 이러한 중간적 구제는 어디까지나 절차 해태가 교정 가능한 범위 내에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해태의 정도가 기소 결정의 합법성 자체를 치유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경우에는 공소기각판결만이 적절한 효과로 남는다고 보아야 한다.
ACP 침해형 남용이란, 수사기관이 개정 변호사법 제26조의2를 위반하여 ACP로 보호되는 변호사-의뢰인 간 교신 내용 또는 변호사 작성 자료를 취득하고, 그 자료가 공소청에 송치된 수사기록에 편입되어 공소청 검사의 기소 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친 경우를 의미한다. 이 유형은 기소 결정의 정보적 기초에 대한 헌법적 통제 문제를 제기한다는 점에서, 기소 결정자의 주관적 의도를 중심으로 하는 종래의 보복적 기소나 차별적 기소 유형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이론적 위치를 차지한다.
이 유형의 성립 요건은 다음 세 가지 요소를 누적적으로 충족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수사기관이 개정 변호사법 제26조의2가 보호하는 비밀유지권의 대상인 자료를 취득하였어야 한다. 둘째, 해당 자료가 공소청에 송치된 수사기록에 포함된 상태로 공소청 검사에게 제공되었어야 한다. 셋째, 공소청 검사가 기소를 결정할 당시 해당 자료의 내용을 실질적인 판단 근거로 삼았어야 한다.
세 번째 요건인 실질적 영향의 판단은 이 유형의 실무적 성립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이다. “실질적 영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이 요건은 추상적 선언에 그치게 된다. 이하에서는 이 요건을 기능적으로 세 가지 활용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 유형별로 판단 기준과 객관적 징표를 구체화한다.
첫 번째는 직접 활용형이다. ACP 보호 자료의 내용이 공소청 검사의 기소 결정 근거로 직접 원용된 경우로서, 기소 검토 의견서·기소 결정문 또는 이에 준하는 내부 결재 서류에 해당 자료의 내용이 명시적으로 인용되거나 반영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유형에서는 ACP 자료와 기소 결정 사이의 연결이 기록상 가시적으로 드러나므로 실질적 영향의 존재가 가장 명확하게 확인된다. 객관적 징표로는, 기소 결정 서류가 ACP 보호 자료와 동일하거나 고도로 유사한 내용을 기재하고 있는지, 공소사실의 일자·금액·거래 상대방 등 구체적 사실관계가 ACP 자료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파생 활용형이다. ACP 보호 자료가 기소 결정 근거로 직접 원용되지는 않았으나, 그 자료로부터 획득한 정보가 추가 수사의 방향을 설정하거나 다른 증거의 수집을 유도하여, 그 파생 증거가 기소 결정의 실질적 기반이 된 경우이다. 이 유형은 이미 본 논문 가.항에서 ACP 침해형 재기소 허용 요건으로 원용한 독립적 출처 원칙(Segura v. United States, 468 U.S. 796 (1984))을 역방향으로 적용하여 파악할 수 있다. 즉, 공소청 검사가 ACP 자료 없이도 동일한 파생 증거를 획득할 수 있는 독립적 수사 경로가 존재하였음을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 파생 활용형 실질적 영향이 인정된다. 객관적 징표로는, ACP 자료 취득 이후 수사의 중점이나 피의자 특정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였는지 여부, 해당 파생 증거가 ACP 자료 없이는 발견되기 어려운 독특한 정보에 기초하고 있는지 여부를 들 수 있다.
세 번째는 전략 활용형이다. ACP 보호 자료가 직접적 또는 파생적으로 활용되지 않았더라도, 공소청 검사가 해당 자료를 통하여 피의자의 법률 방어 전략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 인식이 기소의 범위·시기·공소사실의 특정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경우이다. 이 유형은 ACP 침해의 해악이 구체적인 증거 활용이 아닌 절차적 비대칭(즉 공소청 검사가 피의자의 방어 준비 내용을 역으로 이용하는 구조)에 있다는 점에서, 기소 결정의 형식적 내용을 넘어 기소의 전략적 맥락 전체를 심사 대상으로 한다. 객관적 징표로는, 기소의 범위 또는 공소사실의 특정 방식이 ACP 자료로부터 파악 가능한 방어 취약점과 정합하는지 여부, 공소 제기 시기가 피의자의 법률 조력 관계 형성 또는 변호인 교체 시점과 밀접하게 연동되는지 여부를 들 수 있다.
ACP 침해형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기소의 정보적 기초가 헌법적으로 무효인 자료에 의하여 오염되어 있다는 점에서 법원은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 이 유형은 그 성질상 정보 결핍형 남용 또는 절차 해태형 남용과 경합하여 성립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ACP 침해 자료의 수사기록 편입은 동시에 수사기록의 완결성 요건을 위반하는 정보 결핍으로도 평가될 수 있으며, 공소청 검사가 이를 식별하지 못한 경우 절차 해태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합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각 유형의 법적 효과가 처리되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유형의 공소권 남용론은 공통적으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에 규범적 근거를 둔다.61) 대한민국 헌법재판소는 적법절차 원칙이 “절차의 적법성뿐만 아니라 절차의 적정성까지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해석하여 왔다.62) 이러한 실질적 적법절차 해석에 따르면, 기소 결정의 적법성은 공소장 기재 요건 등 형식 요건의 충족만으로는 담보되지 않으며, 그 결정이 기초하는 정보의 충분성과 절차의 적정성까지 요구된다.
앞서 제시한 세 가지 남용 유형의 이론적 핵심은, 공소권 남용의 판단에서 검사 개인의 주관적 의도 요건을 완화하고 기소 결정이 이루어진 구조와 절차의 객관적 흠결을 중심 판단 기준으로 삼는 데 있다.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기소 결정의 위법성은 기소 결정자인 공소청 검사의 내심적 의도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과 공소청 사이의 구조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흠결·절차의 하자·기본권 침해 자료의 유입이라는 객관적 요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법원이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를 요구하는 기존 법리에서 벗어나, 기소 결정의 정당성을 객관적 구조 요인의 차원에서 통제하는 방향으로의 이론적 전환, 즉 개인적 귀책 중심의 공소권 남용론에서 구조적 위법 중심의 공소권 남용론으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이 이론적 전환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대법원이 판례를 변경하여야 하며, 그 논거는 앞서 Ⅵ장 1절 다에서 규범 전제의 소멸·목적론적 불일치·헌법합치적 해석의 요청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체화하였다. 여기서는 변경의 방향과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그 논거 구조를 완결한다. 변경의 핵심은 “미필적 의도” 요건을 전면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요건이 전제하는 수사·기소 일원 체계 하에서의 기존 유형에는 여전히 적용되고,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비로소 발현되는 새로운 유형에 대해서는 객관적 구조적 흠결 요건이 주관적 의도 요건을 대체하여 적용된다는 이원적 법리 구성에 있다. 이 이원적 구성은 기존 판례의 규범적 가치를 수사·기소 일원 체계가 실질적으로 잔존하는 사건 유형(예컨대 특별사법경찰관이 관여한 사건에서 수사지휘권이 유지되는 경우)에서 온전히 보존하면서, 공소청 출범 이후 새로운 구조적 위험에 대응하는 추가 법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최소 판례 변경의 원칙과도 부합한다. 이 이원적 판례 변경은 수사·기소 일원 체계하에서는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제기될 수 없었던 구조적 위법 유형을 공소권 남용 법리의 통제 범위 안으로 포섭함으로써, 형사소추 절차의 헌법적 적정성을 분리 구조하에서 실질적으로 담보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본 논문이 도입하는 구조적 위법 개념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United States v. Morrison, 529 U.S. 598 (2000)에서 그 용어를 참조하고 있으나, 동 판결은 연방의회의 통상조항(Commerce Clause)에 기한 입법 권한의 헌법적 한계를 다루는 권력분립 구조의 맥락에서 “구조적 위법”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한국 형사소송법상 기소 결정의 적법성 통제 문제에 그대로 이식하기에는 제도적 맥락이 상이하다. 따라서 본 논문이 제안하는 구조적 위법 개념의 진정한 규범적 근거는 미국 판례로부터 차용된 것이 아니라, 한국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해석론으로부터 독자적으로 도출된다고 이해함이 정확하다.
앞서 1절 다.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1993년 90헌바35 결정에서 적법절차 원칙이 절차의 적정성까지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고 선언하였다.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기소 결정의 위법성이 공소청 검사 개인의 의도가 아닌 수사기관과 공소청 사이의 구조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객관적 흠결에 근거한다는 본 논문의 명제는, 바로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실질적 적법절차 해석론(특히 절차의 구조적 적정성 요청)으로부터 직접 도출된다. 따라서 본 논문이 사용하는 ‘구조적 위법’ 개념은 비교법적 용어를 빌린 것일 뿐, 그 실질은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정절차 요청과 제4항의 변호인 조력권이 기소 결정 단계에서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독자적인 한국 형사소송법학적 개념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63)
Ⅶ. 공소권 남용 통제를 위한 입법론·해석론 개선방안
현행 형사소송법 제247조의 기소편의주의는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한 문장만을 두고 있어, 기소 결정의 구체적 기준을 전적으로 검사의 재량에 위임하고 있다. 수사·기소 분리 체계에서 공소청 검사는 수사기록만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정보 수용자의 지위에 서게 되므로, 기소 기준이 명문화되지 않을 경우 그 결정의 객관적 정당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이에 본 논문은 공소청법 또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이단계 기소 기준을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 이는 Ⅳ장에서 검토한 영국 왕립검찰청의 Full Code Test를 한국 법체계에 맞게 변용한 것으로, 조문 형태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제안 조문 — 공소청법 제○조(기소 결정의 기준)]
① 공소청 검사는 다음 각 호의 기준을 순차적으로 충족하는 경우에 한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1.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현실적 전망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존재할 것. 이 경우 피고인이 제출할 것으로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방어 주장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2. 기소가 범죄의 중대성, 피해의 심각성 및 사회적 영향에 비례하는 공익상 필요에 부합할 것.
② 공소청 검사는 제1항 각 호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함에도 공소를 제기하여서는 아니 된다.64)
위와 같은 조문 예시는 증거 기준과 공익 기준을 분리하여 순차적으로 충족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증거가 불충분한 사건의 기소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동시에, 증거가 충분한 경우에도 기소의 비례성을 별도로 검토하도록 공소청 검사에게 명시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한편 공소청법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거나 공정성이 우려되는 사건에 관한 구속영장 청구·재청구 여부, 공소·상소 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하여 각 광역공소청에 사건심의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 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위와 같은 이단계 기준을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외부 견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현행 재정신청 제도는 수사·기소 분리 체계에서 공소권 통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그 핵심 문제는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신청권자가 고소인과 일부 고발인으로 제한되어 적용 범위가 협소하다. 둘째, 관할 고등법원이 재정신청사건을 심리할 때에도 검사가 작성한 수사기록에 의존하는 정보 비대칭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 셋째, 항고·재항고라는 전치절차를 요구함으로써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지연시킨다.65) 이에 관하여 2024년 국회에 제출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정신청 대상을 불기소처분된 모든 고발사건으로 확대하고, 항고·재항고 전치주의를 폐지하며, 관할 법원을 고등법원에서 지방법원으로 변경하고, 재정담당변호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66)
본 논문은 이러한 기존 개정안을 수용하면서도, 수사·기소 분리 체계의 특수성에서 비롯되는 두 가지 추가 개선 사항을 제안한다. 첫째, 재정신청 심사를 담당하는 법원에 독립적 수사기록 검토권을 명문화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법원이 공소청의 불기소 수사기록에만 의존하는 것을 넘어 수사기관인 중수청·경찰이 보유한 원본 수사기록에 직접 접근·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Ⅱ장에서 지적한 정보 비대칭 문제를 법원 차원에서 교정하기 위한 핵심 제도적 장치에 해당한다. 둘째, 재정신청이 인용되는 경우 이해충돌 없는 독립적 공소 수행을 보장하기 위하여 재정담당변호사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 현행 구조에서는 재정신청이 인용된 사건에서도 공소청 검사가 공소를 수행하게 되어, 불기소 처분의 위법성을 인정받은 사건을 바로 그 처분 주체와 동일한 기관이 소추하는 이해충돌이 구조적으로 발생한다.67)
재정신청제도의 전면 재설계는 형식상으로는 불기소 처분 통제에 관한 논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소권 남용 통제와 동일한 축 위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공소권 남용 법리가 주로 ‘과잉 기소’에 대한 사후 통제 메커니즘이라고 한다면, 재정신청제도는 ‘불기소 남용’에 대한 대응 수단이라는 점에서 서로를 보완하는 양대 축을 구성한다.68) 특히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는 수사기관이 송치하지 않은 사건, 또는 공소청 검사가 불기소한 사건에 대해 피고소인이 법원에 공소제기 여부를 직접적으로 다툴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야만, 기소 결정의 편향성을 전체 구조 차원에서 통제할 수 있다. 따라서 공소권 남용론을 재구성하는 본 논문의 문제의식은, 기소된 사건에 대한 공소기각 법리뿐만 아니라, 불기소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제도의 설계 방향까지를 포괄하는 의미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으며, 이 점에서 재정담당변호사 도입 논의는 공소권 남용 통제 체계의 ‘또 다른 반쪽’을 완성하기 위한 구성요소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공소청법·중수청법 어디에도 수사기관이 공소청에 사건을 송치하는 절차의 구체적 요건, 송치 기록의 범위와 완결성 기준, 피의자의 기록 열람권 및 의견 제출권에 관한 실질적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69) 이러한 규범적 공백은 Ⅵ장에서 이론적으로 구성한 ‘정보 결핍형 남용’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 그 자체로서, 입법적 공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보 결핍형 남용은 단순한 이론적 가능성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현실화될 위험이 있다.
이에 본 논문은 개정 형사소송법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내용을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수사기관은 공소청에 사건을 송치할 때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를 포함한 전체 수사기록을 빠짐없이 송치할 의무가 있음을 법률에 명시하여야 한다. 이 의무는 단순한 직무 훈령 수준의 규율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그 위반이 정보 결핍형 공소권 남용의 성립 근거가 될 수 있도록 법률상 의무로 격상되어야 한다. 둘째, 공소청 검사는 기소 결정에 앞서 피의자에게 수사기록 목록을 고지하고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 이 절차는 피의자로 하여금 수사기록의 누락 또는 ACP 침해 자료의 편입 여부를 스스로 확인하고 다툴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적 기회를 보장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12조 제1항의 적법절차 원칙이 기소 결정 단계에서 요구하는 절차적 적정성의 핵심 내용을 이룬다. 셋째, 피의자는 수사기록의 누락 또는 ACP 침해 자료의 포함을 이유로 기소 결정 이전에 법원에 기록 보완 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이 신청권은 피의자가 기소 결정 자체를 사전에 사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준다는 점에서, 공소권 남용의 사후적 구제 수단인 공소기각판결을 보완하는 예방적·사전적 통제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
Ⅵ장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기존 판례의 “소추재량의 현저한 일탈” 기준은 수사-기소 분리 체계에서 공소권 남용의 새로운 유형을 포착하기에 부족하다. 형사소송법의 명문 개정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법원은 해석론의 차원에서 기소 결정의 적법성 심사 기준을 “현저한 일탈”에서 “비례성 심사” 수준으로 상향할 수 있다.
비례성 심사는 헌법재판소가 기본권 제한 입법의 심사 기준으로 오랫동안 적용하여 온 목적의 정당성·수단의 적합성·피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 심사 틀로서,70) 이를 기소 결정에 적용하면 기소가 범죄의 중대성에 비례하는지, 피의자의 방어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방법을 선택하였는지 등을 실질적으로 심사할 수 있다. 이 해석론은 특히 Ⅵ장에서 제시한 정보 결핍형·절차 해태형·ACP 침해형 남용의 인정 기준으로 적용될 때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를 공소기각 판결 사유로 규정한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현재 판례는 이 조항을 형사소송법상 절차 규정의 명시적 위반에 한정하여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수사·기소 분리 체계에서 공소청 검사가 기소 결정에 이르는 절차의 적법성은, 단순히 공소장 기재 요건(형사소송법 제254조)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넘어, 기소 결정이 기초하는 정보와 절차 전반의 헌법적 적정성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① Ⅵ장에서 제시한 정보 결핍형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② 절차 해태형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 ③ ACP 침해형 남용이 인정되는 경우는 모두 제327조 제2호 소정의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법률의 규정”에는 개정 변호사법 제26조의2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뿐 아니라 헌법 제12조 제1항·제4항도 포함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정보 결핍형·절차 해태형·ACP 침해형 남용이 인정되는 사안에서, 공소기각판결이 피고인에게 기판력의 이익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죄판결에 비해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로 형사소송법상 무죄판결은 동일 사실에 관한 재기소를 차단하는 기능을 갖는 반면, 공소기각판결은 원칙적으로 형식재판으로 분류되어 재기소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71) 그럼에도 본 논문이 공소권 남용에 대한 공소기각을 별도의 구제 수단으로 상정하는 이유는, (1) 증거 부족이나 구성요건 해당성 부재를 이유로 한 무죄판결과 달리, 기소 결정 과정의 구조적 위법 자체를 판결주문과 이유에서 명시적으로 확인함으로써 향후 동일·유사한 기소 관행에 대한 억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2) 입법을 통해 재기소 제한 요건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피고인의 기판력 이익을 부분적으로 보완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무죄판결은 주로 ‘실체적 진실’의 관점에서 재판의 귀결을 정하는 반면, 공소기각은 ‘기소 절차의 적법성’에 대한 제도적 통제라는 별도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를 상호 보완적인 구제 수단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Ⅷ. 결론
본 논문은 2026년 10월 2일 예정된 공소청·중수청 출범이라는 78년 만의 형사사법 구조 변화를 전제로, 수사·기소 분리 체계에서 공소권 남용 법리가 어떠한 방식으로 재구성되어야 하는지를 이론적으로 검토하고, 그에 기초한 입법론·해석론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본 논문은 대법원 판례가 정립한 “소추재량의 현저한 일탈” 기준이 수사·기소 일원 체계를 구조적 전제로 형성되었음을 밝혔다. 검사가 수사를 직접 주도하고 기소를 결정하는 단일한 주체였기 때문에 공소권 남용 여부를 검사 개인의 미필적 의도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법리가 성립할 수 있었으나, 동시에 검사가 수사기록을 구성하는 자이면서 기소를 결정하는 자라는 점에서 이 법리는 실질적으로 형해화되었다. 나아가 공소청법·중수청법의 입법 경과와 주요 내용을 분석함으로써, 공소청 검사가 수사기록의 정보 수용자로서 새로운 지위에 서게 되고, 이에 따라 기소 결정의 정당성 기반과 형사소송법 전반의 규범 구조가 재정비를 요구하게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Ⅳ장의 비교법적 검토에서 수사·기소를 분리하고 있는 영국·독일·미국 세 나라는 공통적으로 기소 결정의 기준을 명문화하고, 불기소에 대한 실질적인 사법심사 기제를 갖추며, 검사 외 독립 주체에 의한 기소 사전심사를 제도화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 세 요소는 한국 공소청 체계 설계에서도 반드시 충족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기소 통제 기준이다.
Ⅴ장에서는 개정 변호사법에 ACP가 명문화됨으로써, 수사 단계에서 ACP를 침해하여 취득한 자료가 공소청의 기소 판단 자료로 유입되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발생함을 분석하였다. 이는 공소권 남용론이 다루어야 하는 새로운 쟁점으로서, 종래 논의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연구 영역에 해당한다.
이상의 논의를 토대로 Ⅵ장에서는 수사-기소 분리 구조에서 발생하는 공소권 남용의 세 가지 새로운 유형(정보 결핍형 남용, 절차 해태형 남용, ACP 침해형 남용)을 이론적으로 구성하였다. 이 유형론의 이론적 핵심은, 공소권 남용의 판단 기준을 검사 개인의 주관적 의도 중심에서 기소 결정이 이루어진 구조와 절차의 객관적 흠결 중심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위법 개념의 도입에 있다.
Ⅶ장에서는 이 유형론을 실정법 체계에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입법론으로는 이단계 기소 기준의 명문화·재정신청 제도의 전면 재설계·수사청-공소청 간 정보 공유 절차의 법제화를, 해석론으로는 심사 기준의 비례성 심사로의 상향과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의 확장 해석을 제안하였다. 이들 방안은 상호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적 정비가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법원이 해석론적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공소권 남용 통제를 실질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본 논문 논의 전체의 귀결을 이룬다.
본 논문은 공소청 출범에 앞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기 이전 시점에서 수사·기소 분리 체계가 안고 있는 공소권 남용 통제의 이론적 공백을 선제적으로 검토하였다. 다만 다음과 같은 과제들은 후속 연구에 남는다. 첫째, 2026년 6월 이후 입법예고가 예정된 검찰개혁추진단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개될 경우, 그 구체적 내용과 본 논문의 제안을 비교·검토하는 후속 분석이 필요하다. 둘째, 공소청 출범 이후 실제 공판 실무에서 본 논문이 제시한 유형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추적하는 판례 분석 연구가 축적될 필요가 있다.
형사소송법은 국가 형벌권의 행사와 개인의 자유 보장 사이의 긴장 관계를 법적으로 조율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제도적 변화가 실질적인 피의자 권리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구조에 적합한 공소권 통제 이론이 제도 시행과 동시에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 공소청 출범 이후에는 수사에 관여하지 않은 검사가 기소를 결정하는 구조가 정착되는바, 이 구조 아래에서 피의자의 헌법적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이론적·제도적 공백을 메우는 것은 형사소송법학의 과제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과제에 대한 시론적 검토로서 의의를 갖는다.
본 논문이 아직 출범하지 않은 제도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시론적 연구의 방법론적 정당성에 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 왕립검찰청의 기소 기준에 관한 학술 논의가 1985년 범죄소추법 제정 이후 1986년 10월 1일 공식 출범 이전부터 형성되었고, 독일에서도 기소법정주의의 운용 원리와 한계에 관한 형사소송법 도그마틱이 판례 축적을 기다리지 않고 입법과 동시에 정립되어 온 것처럼, 제도 시행에 앞서 이론적 공백을 검토하는 방법론은 이미 비교법적으로 널리 수용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공소청법·중수청법이 2026년 3월 국회를 통과하여 동년 10월 2일 시행이 확정된 상황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시행일까지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 진행되고 있으므로, 시론적 검토는 학문적 선택이 아니라 입법·해석론의 긴급성에 부응하는 방법론적 필연으로 이해될 수 있다. 나아가 본 논문이 제시하는 이론 구성은 공소청 출범 이후 축적될 판례와 실무에 의하여 수정·보완될 것을 전제하는 열린 이론 틀로 설계되어 있으며, 이는 Ⅷ장 2절에서 제시한 후속 연구 과제에 그 취지가 명시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특히 본 논문이 제안한 정보 결핍형·절차 해태형·ACP 침해형 남용론은 공소권 남용의 판단 기준을 개인적 귀책에서 구조적 위법으로 전환하는 시론으로서, 향후 공소청 출범 이후 축적될 입법·판례 동향을 분석하는 하나의 준거틀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공소권 통제에 관한 후속 연구와 실무 논의에서 이러한 유형론이 어떤 방식으로 수용·수정되는지를 추적하는 작업은 향후 형사소송법학의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