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적법절차원칙은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절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핵심적인 헌법원칙이다. 우리 헌법은 1987년 개정을 통해 제12조 제1항과 제3항에 ‘적법한 절차’라는 문언을 명시하였고, 헌법재판소 역시 이를 형사절차에 국한되지 않는 독자적 헌법원칙으로 이해하여 입법작용과 행정작용 등 국가작용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해 왔다. 그러나 적법절차원칙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국가작용에, 어떠한 기준에 따라 적용되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충분히 정립되어 있지 않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권한쟁의심판에서는 국회의 입법절차상 하자를 판단하면서 적법절차원칙을 고려하는 반면, 탄핵소추절차에서는 이를 국가기관 간의 문제로 보아 그 직접 적용을 부정하는 등 일관되지 않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혼선은 적법절차원칙의 적용범위를 획정하는 기준이 명확히 설정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그동안 학계에서의 논의는 주로 적법절차원칙의 헌법적 근거를 헌법 제12조 제1항・제3항에서 찾을 것인지, 제37조 제2항에서 찾을 것인지, 또는 제10조 등과 결부하여 이해할 것인지의 문제, 그리고 적법절차원칙이 절차적 적법절차에 한정되는지 실체적 적법절차까지 포함하는지의 문제에 집중해 왔다. 이러한 논의는 적법절차원칙의 이론적 정립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으나, 실제 헌법재판에서 적법절차원칙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기준, 특히 국가기관 간 절차법적 영역에서의 적용 가능성과 한계를 충분히 해명하지는 못하였다. 단순한 기본권 관련성만으로는 거의 모든 국가작용이 적법절차원칙의 적용대상으로 포섭될 위험이 있고, 반대로 국가기관 간 절차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일률적으로 배제할 경우 공직자의 기본권 제한이 수반되는 탄핵소추절차와 같은 영역에서 동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에, 본 연구는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의 적용범위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여 국가기관 간 절차법적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중심으로 동 원칙의 적용 여부를 판단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적법절차원칙의 헌법적 근거에 관한 기존 학설들을 분석하여 헌법상 기본권의 충실한 보장을 위한 바람직한 헌법적 근거를 검토하고, 적법절차원칙의 적용 여부를 적실히 판단하는 새로운 추가 기준을 제시해 본 다음, 이를 통해 국가기관 간의 문제에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직접 수반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구별함으로써 국가기관 간 절차법적 영역 중 특히 권한쟁의심판과 탄핵심판을 중심으로 헌법재판소 판례의 논리를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도록 하겠다.
Ⅱ. 적법절차원칙의 적용범위 확정을 위한 기준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의 적용범위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그 헌법적 근거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입장이자 과거의 다수설은 적법절차원칙을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과 제3항에서 찾는다. 이 견해는 우리 헌법에 명시된 ‘적법한 절차’라는 문언이 대륙법계의 법률유보원칙이나 죄형법정주의를 단순히 확인한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영미법계에서 인권 보장을 위해 발달해 온 ‘적법절차원칙(due process of law)’을 수용한 것이며, 국가가 개인의 생명, 자유, 재산을 박탈할 때 요구되는 형식적인 절차의 적법성(절차적 적법절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적용되는 법률의 실체적 내용 자체가 합리성과 정당성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실체적 적법절차(substantive due process)까지 모두 포괄한다고 본다.1) 또한, 헌법 제12조에 위치하여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적용대상은 형사소송절차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입법, 행정, 사법 등 국가의 모든 공권력 작용을 지배하는 최고규범이자 독자적인 헌법원리라고 이해한다.2)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주장은 적법절차원칙이 보호하는 법익을 헌법 제12조 제1항의 처벌, 보안처분, 강제노역 및 제3항의 영장의 발부・제시에 관한 것으로만 한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이러한 예시들을 통해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신체적・정신적 또는 재산적 불이익이 되는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아니한다는 의미로 확장하여 해석하여야 한다고 본다.3) 따라서 적법절차원칙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형사절차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정신적 또는 재산적 불이익 등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폭넓게 적용되는 보편적인 위헌심사기준이 된다. 또한,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적법절차원칙은 입법권의 유보적 한계를 선언하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과 개념상 중복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동 원칙에 단순히 흡수되거나 종속되는 하위 개념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를 넘어서서 적법절차원칙을 모든 국가작용을 지배하는 헌법의 독자적인 기본원칙으로 승격시켜 이해한다.4)
한편, 헌법 제12조 제1항 후문 및 제3항을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의 일차적이고 일반적인 근거조항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헌법적 의미를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 요구되는 형식적이고 절차적인 정당성, 즉 ‘절차적 적법절차(procedural due process)’에만 엄격히 한정하여 이해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오늘날 학계의 다수설적 지위를 차지하는 이 견해는 헌법재판소와 과거의 주류적 학설이 영미법계에서 동 원칙의 의미를 확장하여 이해했던 것을 추종한 나머지 입법 내용의 합리성과 정당성까지 심사하는 ‘실체적 적법절차(substantive due process)’를 포괄하는 것으로 무분별하게 확장 해석하는 것에 비판적 태도를 취한다.5) 국가작용의 실체적 내용에 대한 헌법적 통제는 우리 헌법에 이미 정교하게 마련된 대륙법계 전통의 독자적 심사기준인 과잉금지원칙 등에 맡기고, 적법절차원칙은 절차 그 자체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고유한 절차적 통제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른다면, 적법절차원칙의 독자적 역할이 정립될 수 있고 위헌심사기준의 체계화가 가능하게 된다. 동 견해는 판례의 기준처럼 실체적 적법절차원칙을 무리하게 도입하여 적용할 경우, 필연적으로 적법절차원칙은 과잉금지원칙과 중복되어 적용되거나 기존 심사기준과 충돌을 일으켜 불필요한 체계적 혼란을 가중시킬 뿐 독자적인 위헌심사기준으로서 작동하지 못한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국가작용에 대한 절차적 통제는 오직 적법절차원칙에서 다루되, 기본권 제한에 관한 실체적 요건에 관한 심사는 과잉금지원칙이나 기본권보호의무 등과 같은 대륙법계 전통의 심사기준에서 판단될 수 있도록 심사기준을 서로 구분하여 발전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6) 물론, 비록 동 견해가 적법절차원칙을 절차적 차원으로 축소하지만, 그 적용 범위는 앞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헌법 제12조에 규정된 형사사법절차나 신체의 자유 제한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기본권 주체에게 사전통지나 청문, 의견제출 등 방어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절차적 적법절차의 헌법적 요청은 행정절차, 입법절차, 사법절차 등 기본권 제한과 관련된 모든 국가작용에 보편적으로 타당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7)
이 견해는 기본권 제한의 일반원칙을 선언한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인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법절차원칙의 일반적이고 궁극적인 근거 규정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문언을 단순한 대륙법계의 형식적 법률유보로만 보지 않고, 영미법계의 이념을 수용하여 ‘적법절차에 의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실질적 의미로 확장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적 내용 중 하나이다.8) 이 견해는 적법절차원칙의 헌법적 근거에 관하여, 신체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을 포괄적으로 근거로 삼는 주류적 학설 및 판례의 태도에 맞서 제기된 대립적 견해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법절차원칙의 ‘포괄적인 상위개념(일반조항)’으로, 신체의 자유에 관한 헌법 제12조 제1항은 그 ‘부분적인 하위개념’으로 파악함으로써 동 원칙에 관한 헌법 조문 간의 체계를 조화롭게 구축할 수 있게 된다.9) 또한, 미국에서와 같이 헌법상의 모든 기본권을 대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제12조를 무리하게 확대해석할 것이 아니라, 헌법 제37조 제2항을 매개로 삼아 헌법상의 모든 자유와 권리에 적법절차원칙이 온전히 적용되도록 함으로써 현행 헌법 내에서 기본권 보장의 수준을 무리 없이 한 차원 높일 수도 있다.10) 이에 더해, 헌법 제37조 제2항을 단순히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한 국가작용의 헌법적 근거로만 해석하는 관념에서 벗어나 적법절차와 통합된 규정으로 적극적으로 이해함으로써, 단지 헌법에 규정된 여러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소극적 기능에 한정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으로 하여금 헌법 제37조 제2항을 통해 적법절차원칙의 강력한 통제(절차적 적정성 및 실체적 정당성)를 향유하게 하여 동 조항을 국가의 공권력작용으로부터 기본권을 널리 방어하고 보장하는 적극적 규정으로 이해하는 식의 관념의 전환도 가능하게 된다.11)
한편,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법절차원칙의 근거로 보는 견해의 추가 견해로서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의 근거를 신체의 자유에 국한된 헌법 제12조에서만 찾거나 일반적 법률유보를 규정한 제37조 제2항에서 찾는 등 헌법의 단일 조항에서만 그 근거를 찾으려는 종래의 견해들과는 다른 독자적인 견해도 있다. 이 견해의 핵심 주장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내용과 의미를 고려하여 헌법 제10조 제1문 전단과 헌법 제37조 제2항 전단에 의해서 국가작용의 형식적 통제인 절차적 적법절차원리가 통합적으로 도출되고, 기본권 제한의 한계를 명시한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에 의해서 법률 내용의 정당성을 통제하는 실체적 적법절차원리가 도출된다고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12) 즉, 이는 영미법계의 적법절차원리를 수용하되, 미국 헌법에는 존재하지 않는 우리 헌법 고유의 기본권 최고규범(제10조)과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제37조 제2항)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적법절차의 헌법적 근거를 우리 법체계에 맞게 재구성한 견해이다.
이 견해는 기존 학설들이 지닌 이론적, 체계적 결함을 지적하며 전개된 것이다. 신체의 자유 영역에 편제된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의 문언으로부터 절차적 적법절차원리는 물론 실체적 적법절차원리까지 모두 도출된다고 무분별하게 확대 해석할 경우, 우리 헌법에 엄연히 존재하는 일반적 법률유보원칙의 존재가 무색하게 되고 그로 인해 헌법의 해석 및 적용에 있어 체계적 혼란이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한다.13) 이에, 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의 “……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소극적 권한규정은 형식적 법률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그 실체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합리적이고 정당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령하는 명백한 징표이므로, 여기에서 실체적 적법절차원리가 도출될 수 있다고 파악한다.14)
이 견해는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을 통해 영미법상의 적법절차원칙이 우리 헌법에 수용되었다는 헌법재판소와 주류적 학설의 전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학설이다. 이 견해의 핵심 주장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1문 후단과 같은 조 제3항 본문의 ‘적법한 절차’를 모든 기본권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적법절차원칙의 근거규정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이를 신체의 자유의 객관적 내용, 구체적으로는 ‘제도보장과 국가조직과 절차 형성의 기준’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15) 즉, 미국 헌법의 논의에 얽매이지 않고 대륙법계를 계수한 대한민국 헌법사와 헌법 체계, 그리고 기본권의 이중성(양면성) 이론에 근거하여 헌법 제12조의 고유한 의미를 객관적으로 재구성하려는 대안적 견해이다.
본 학설이 영미법의 적법절차원칙 수용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제시하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영미법의 적법절차원칙을 전면 수용할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헌법사적 자료가 없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적법한 절차’ 문구가 들어온 것은 법원 판결을 거치지 않는 보안처분을 통제하기 위한 당시 여야 간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었을 뿐이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적법절차’가 아니라 굳이 ‘적법한 절차’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과 이를 신체의 자유에 관한 제12조에만 국한하여 규정한 것은 적법절차원칙의 직접적 수용을 더욱 의심하게 한다.16) 둘째, ‘제도보장’의 측면에서 ‘적법한 절차’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제도보장으로서의 주된 기능은 기본권의 내용 실현에 있어 현재의 절차적 보장의 존속을 요구하여 절차적 보호 수준 저하를 방지하는 것이다. 헌법 제12조의 ‘적법한 절차’의 의미는 체포・구속적부심사제 등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통해 체계적으로 확립된 현행 인신보호제도 전반을 헌법적으로 보호하여 입법자가 법률 개정으로 신체의 자유의 보호 수준을 낮추는 것을 위헌으로 통제하는 데 그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17) 셋째, 대륙법계 헌법체계에 부합하는 ‘절차와 조직에 의한 기본권보장’ 이론의 적용이다.18) 독일법을 계수한 우리 헌법에서 기본권은 주관적 권리일 뿐만 아니라 전체 법질서에 ‘방사효(放射效, Ausstrahlungswirkung)’를 미치는 객관적 가치질서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기본권은 실체법적 규율만으로는 부족하며, 자유권이 효과적으로 보호되기 위해서는 사후적으로 제공되는 법원 절차와는 별도로 사전적으로 일정한 내용의 절차 또는 조직의 형성을 필요로 한다.19) 이러한 조직과 절차를 통한 기본권 보호 이론은 영미법의 적법절차 개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절차적 적법절차의 내용을 헌법 제12조의 객관법적 내용으로 충분히 수용하고 설명할 수 있는 나름의 완결적인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적법절차원칙의 헌법적 근거를 확정하여 우리 헌법 체계에 맞는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원칙이 태동하고 발달해 온 영미법에서의 연혁과 본래적 의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적법절차원칙의 역사적 기원은 1215년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제39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헌장 제39조는 어떠한 자유민도 국법에 의하거나 합법적 재판에 의하지 않고서는 체포되거나 투옥,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 이후 14세기 에드워드 3세 치하의 제정법률에서 처음으로 ‘due process of law’라는 용어가 사용되었고, 에드워드 코크(Edward Coke)가 대헌장의 문언을 ‘적법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without due process of law)’과 동일한 의미라고 해석하면서, 이 원칙은 절대주의로부터 개인의 자유를 지키는 인권보장의 핵심 원천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20)
이러한 적법절차원칙에 대한 영국에서의 관념은 식민지 시대를 거쳐 미국으로 계수되었고, 미국에서도 1791년 수정헌법 제5조와 1868년 수정헌법 제14조에 명문화되기에 이르렀다.21) 이들 조항은 누구라도 정당한 법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생명, 자유 또는 재산(life, liberty, or property)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적법절차원칙을 형사절차에 한정 짓지 않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는 최고 원리로 격상시켰다. 즉, 영미법상 적법절차원칙의 본질적 의의는 단순히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적 도구가 아니라, 생명, 신체, 재산 등 인간의 모든 근본적 권리를 국가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보호하는 포괄적인 방어 원리인 것이다.
이상의 내용에서 보듯 적법절차원칙이 기본권 보장의 핵심 원리로 출발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져 왔다면, 우리 헌법에서 동 원칙을 수용한 것으로 이해하는 전제하에서는 신체의 자유만이 아닌 모든 기본권에 적용되는 헌법상 원칙으로서 그 지위가 설정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적법절차원칙의 헌법적 근거를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에서 찾는 주류적 견해는 헌법해석만을 통해서는 극복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헌법 제12조는 신체의 자유를 규율하는 조문이고, 동조는 적법절차원칙의 적용 대상을 ‘처벌, 보안처분, 강제노역’과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등 신체를 제한하는 형사사법절차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3항에서 근거를 찾는 견해에 따를 경우, 헌법조문의 문언적 해석에 의해 적법절차원칙은 결국 신체의 자유로만 제한되며 처벌, 보안처분, 강제노역과 영장의 발부 및 제시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결과가 도출되는바, 이는 본래적으로 모든 기본권의 보장과 실현을 목적으로 발달해 온 적법절차원칙의 적용범위를 헌법 해석을 통해 스스로 축소시키고, 절차의 영역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의 충실성을 제약하는 등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결국, 현행 헌법 체계의 정합성을 유지하면서도 영미법상 적법절차원칙의 본래적 보장 기능을 우리 헌법질서에 온전히 수용하기 위해서는, 적법절차원칙의 헌법적 근거를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찾는 견해가 타당하다 본다. 미국과 달리 우리 헌법은 일반적 기본권 제한 규정인 헌법 제37조 제2항을 두고 있는데, 형식적 법치주의를 극복하고 실질적 법치주의가 정착된 현대 입헌주의 국가에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의 형식상 한계인 ‘법률’의 의미에는 단순히 형식적으로 제정된 법률이라는 뜻을 넘어, 실체적 내용은 물론이고 절차적 내용 역시 공정함을 갖춘 법률을 의미한다고 이해함이 옳다. 즉, 헌법 제37조 제2항의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단순한 대륙법계의 법률유보원칙이 아니라 ‘적법절차에 의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실질적 의미로 해석해야만 한다.22) 이렇게 헌법 제37조 제2항을 적법절차원칙의 일반적 근거로 삼게 되면, 헌법 제12조를 무리하게 확대 해석하는 논리적 모순을 피할 수 있음은 물론, 적법절차원칙이 신체의 자유를 넘어 자유권, 사회적 기본권 및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권에 이르기까지 우리 헌법상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확고한 헌법적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적법절차원칙의 본질의 명확한 규명 및 적용 영역 내지 보호 법익이 차지하는 범위의 광협을 획정한다는 측면에서 동 원칙의 헌법적 근거에 대한 검토는 긴요하며, 헌법 제37조 제2항을 그 근거로 이해하여 신체의 자유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기본권의 충실한 보장을 도모하는 것이 현행 헌법의 체계상 가장 타당한 해석이라고 본다.23)
국가권력인 통치권의 근본적인 성질은 필연적으로 ‘국민 지배’에 있다. 이러한 지배관계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의 창설과 행사가 주권자인 국민의 합의에 기초해야 하며, 이는 타인에 의한 지배를 부정하고 국민이 자기 스스로 내린 결정에 복종한다는 ‘자기결정과 자기지배’의 이념으로 직결된다.25) 즉, 자유와 지배의 조화 및 국민의 자기결정과 자기지배를 위한 국가권력의 조직 원리로서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원리의 본질적 요청이 바로 국가 통치권 행사의 당위적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민주주의원리의 본질적 구조하에서는 국가의 어떠한 권력 행사도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자유 및 권리와 일정 부분 연관을 맺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와 관련되지 않은 헌법상의 원리나 질서’라는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는 점에서도 적법절차원칙의 적용 여부 판단에 있어 기본권 관련성 내지 기본권 제한 관련성에 관한 논의는 지극히 당연한 전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26) 그렇기에, 생명, 신체, 재산에 관한 기본권 보장 원칙인 적법절차원칙의 의미 요소로서 기존에 흔히 원론적으로 거론해 온 기본권 관련성만으로는 이것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장 및 실현을 위한 적법절차원칙의 본질을 규명함에 있어 그다지 유용한 척도가 되지 못하는 한계를 마주한다.
기본권 관련성 내지 기본권 제한 관련성이 지니는 모호함과 불분명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관련성의 정도를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곧바로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기본권 제한의 직접 관련성’이라는 적법절차원칙의 적용 범위를 판단하기 위한 별도의 추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작용이 단순히 반사적, 간접적으로 국민의 권익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까지 적법절차원칙의 적용 범위에 포섭시킨다면 동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란 앞서 살펴본 이유로 인해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오직 공권력행사의 절차적 영역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직접 관련성’을 가지는 행위에 적용되는 헌법상의 기본원칙으로 적법절차원칙의 외연과 내포를 새롭게 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 기준에 의하면, 국가작용 중에서도 기본권 주체의 법적 지위나 권리・의무 관계에 중간 매개 없이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침해나 제약을 가하는 작용만이 적법절차원칙의 엄격한 통제 대상이 된다.
기본권 제한의 직접 관련성을 적법절차원칙의 새로운 적용 기준으로 설정할 때 생각해 볼 수 있는 이론적이고 실무적인 실익은 나름 적지 않다.
첫째, 이론적 선명성의 확보를 도모할 수 있다. 막연하고 단순한 관련성을 배제하고 보다 직접적인 관련성을 요구할 때만이 비로소 적법절차원칙의 본질을 규명하는 작업이 이론적인 의미를 가질 수가 있고, 동 원칙의 정체성을 선명히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적법절차원칙이 무한정 확장되어 헌법 체계 내의 다른 원칙이나 심사기준과 충돌하는 현상을 방지하는 이론적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둘째, 적법절차원칙이 적용되는 절차법적 통제 영역을 명확히 획정할 수 있다. 즉, 이 기준을 도입함으로써 절차법적 영역에서 동 원칙이 적용되는 범위가 보다 분명해질 수 있고, 이를 통해 기본권의 중대한 제한을 가져오는 행정적, 사법적 절차의 불비나 불필요한 지연을 방지하여 국가 작용의 효율성과 기본권 보장 간의 균형점도 찾을 수 있다. 셋째, 사법심사기준의 정교화 및 차등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 국가작용이 국민의 기본권에 미치는 ‘직접 관련성’의 밀도와 크기에 따라 요구되는 절차적 보호의 수준을 비례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즉, 이 기준은 국가권력작용에서 동 원칙의 운용 방향 내지 적용 강도를 차등화하여 사법심사과정에서 효율적이고 실제적인 위헌심사기준으로서 기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결정적인 실천적 실익을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기본권 제한의 직접 관련성’은 민주주의원리에 내재된 통치권 행사의 정당성 요청인 국민 지배의 이념을 넘어서 적법절차원칙이 진정으로 수호해야 할 핵심 영역에 국가의 절차적 통제 역량을 집중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이고 유의미한 헌법적 척도라고 할 것이다.
Ⅲ. 국가기관 간 절차법적 영역에서의 적용 문제
헌법재판소는 국가기관 간의 권한쟁의심판, 특히 국회 입법절차의 하자가 다투어지는 영역에도 적법절차원칙이 적용될 수 있음을 전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일관되게 “헌법 12조 제1항 후문과 제3항에 규정된 적법절차의 원칙도 법치주의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원칙의 하나로서 형사절차상의 제한된 범위뿐만 아니라 모든 입법 및 행정작용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라고 반복적으로 판시해 왔다.27) 이는 권한쟁의심판의 주된 대상이 되는 국회의 입법작용의 행사 과정에도 절차상의 적법성뿐만 아니라 실체적인 정당성까지 요구하는 원리로서 적법절차원칙이 폭넓게 적용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기본 시각은 신문법 및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안 등의 통과 과정에서 헌법 및 법률상 절차의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에서도 야당 국회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헌법적 배경 논리로 작동하였다.
비록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신문법안 및 방송법안의 가결선포행위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음을 확인하면서도 신문법안 등 미디어 관련 법안 등의 각 가결선포행위에 관한 무효확인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함으로써 최종적으로 법률안의 효력에 관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으나,28) 청구인들의 권한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논증 과정에서 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원칙을 헌법 제49조의 다수결 원칙의 한계이자 정당성 근거로 결부시킨 점은 적법절차원칙을 입법과정에서 발생한 국가기관 간의 절차법적 문제 상황에서 고려해야 하는 헌법원리로 이해하였음을 보여 준다. 헌법재판소는 의회민주주의의 본질이 이성적 토론과 설득을 통한 합의 도출에 있음을 재확인하며, 절차적 공정성이 배제된 단순한 형식적인 수의 지배는 헌법이 의도하는 다수결 원칙에 부합하지 않음을 명확히 하였다. 구체적으로 헌법재판소는 “…… 적법절차의 원칙을 강조한 헌법 제12조의 규정 취지를 아울러 고려하면, 우리 헌법 제49조가 천명한 다수결의 원칙은 바로 위와 같은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 내지 정당성이 확보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고, 이와 무관하게 동일한 정치적 의사를 가진 국회의원의 숫자만으로 국회의 최종 의사형성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판시한 것이다.29)
이는 우리 헌법이 예정하는 다수결의 원칙이 맹목적이고 산술적인 표결 숫자에 의해서만 독자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라, 질의와 토론이라는 민주적 심의 기회의 보장, 그리고 표결권의 일신전속성과 객관성 및 공정성을 갖추기 위한 절차적 요건이 반드시 온전히 충족되어야 함을 뜻한다. 즉, 국회 내의 입법 형성 과정에서도 헌법 제12조에서 파생되는 적법절차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이는 단순한 국회법 위반을 넘어 헌법 제49조 다수결 원칙의 대전제인 합리성과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어 위헌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선언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다수결 원칙을 정당화하기 위한 질의・토론 후 표결 원칙이나 표결권의 일신전속성 및 일사부재의 원칙을 규정한 국회법의 제 규정들은 단순한 국회 내부의 의사 규칙을 넘어 헌법상 적법절차원칙과 결합하여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실질적 의미의 헌법’30)으로서 기능하게 된다고 본 것이다.31)
이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 중 하나였던 탄핵소추절차의 적법절차원칙 위반 여부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동 원칙의 적용을 명시적으로 부정하였다.32) 이는 탄핵소추라는 고도의 헌법수호적이고 권력통제적인 절차에 대하여 국회의 자율성 내지 폭넓은 의사형성의 재량을 인정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이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모든 입법작용 및 행정작용 전반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독자적인 헌법의 기본원리임을 지속적으로 밝혀 왔음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절차의 성격을 ‘국가기관 상호 간의 문제’로 엄격히 파악하였고, 이에 따라 의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탄핵소추안 발의 및 의결 과정에서 피소추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거나 국회의 의사결정 절차의 정당성을 통제하기 위한 척도로서 적법절차원칙이 개입할 여지를 인정하지 아니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헌법재판소는 판시를 통해 “적법절차원칙이란, 국가공권력이 국민에 대하여 불이익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국민은 자신의 견해를 진술할 기회를 가짐으로써 절차의 진행과 그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원리를 말한다.”라고 그 본질적 개념을 전제한 다음,33) 이 사건 탄핵소추절차의 성격을 규정함에 있어서는, “국회의 탄핵소추절차는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이고,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에 의하여 사인으로서의 대통령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으로서의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는 것이다.”라고 선언하며 사안을 수직적 대국민 권력작용이 아닌 수평적 국가기관 간의 권한 분쟁으로 파악하였다.34)
이를 바탕으로 헌법재판소는 최종적으로 “따라서 국가기관이 국민과의 관계에서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서 준수해야 할 법원칙으로서 형성된 적법절차의 원칙을 국가기관에 대하여 헌법을 수호하고자 하는 탄핵소추절차에는 직접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 외 달리 탄핵소추절차와 관련하여 피소추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요청하는 명문의 규정도 없으므로, 국회의 탄핵소추절차가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판시하였다.35)
결국,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소추사유에 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를 생략한 점, 본회의에서 질의 및 토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 없이 본회의 개의시각을 변경한 점, 그리고 개별 사유별로 탄핵소추의결을 하지 않은 점 등은 헌법 및 국회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용되는 국회의장의 의사진행권 내지 국회의 의사절차 자율권의 영역에 속하며, 피소추자에게 어떠한 소명 내지 의견진술 기회도 주지 않았다 하더라도 탄핵소추의결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는 권한행사 정지라는 불이익일 뿐 사인(私人)의 기본권 침해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워 탄핵소추절차를 적법절차원칙의 통제 범위에서 완전히 배제시켰다고 볼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2조 제1항 제2문과 제3항 본문에 규정된 적법절차원칙이 형사절차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입법 및 행정작용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고 일관되게 판시해 오고 있으며, 앞서 살펴본 대로 국가기관 간의 권한쟁의심판 사건, 특히 신문법 및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 법안 등의 입법절차상 하자를 다투었던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등 간의 권한쟁의 사건’(2009헌라8등)에서 이를 권한쟁의심판 영역에서의 헌법적 판단요소로 고려하는 태도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2조의 적법절차원칙의 규정 취지를 근거로 하여, 우리 헌법 제49조가 천명한 다수결의 원칙은 맹목적인 숫자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 내지 정당성이 확보될 것을 전제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논리는 적법절차원칙의 본질에 대한 중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근본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기관 간 권한분쟁 영역에서 발생하는 절차법적 문제들은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 제한의 직접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적법절차원칙의 적용 여부를 엄격히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다툼이 되는 국가기관의 권한 유무 또는 범위를 확인하고 권한 침해 원인이 된 처분의 취소나 무효를 확인할 뿐인 기관 간 권한분쟁에서는 사인의 기본권에 대한 직접적 제한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애초에 적법절차원칙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즉, 권한쟁의심판에서의 분쟁은 기관 간 권한 배분 및 행사에 관한 객관적 성격의 문제로서, 권한법질서에 관한 헌법 및 법률의 명시적 규정과 권력분립원칙 등 헌법상의 기본원리들에 따라 독자적으로 판단할 사항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용 가능성이 없는 적법절차원칙의 취지를 고려하여 입법절차의 하자를 해결하고자 한 판례의 태도는 동 원칙의 본질에 대한 오해에서부터 비롯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36)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절차를 오로지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 사이의 문제로만 이해하여 사인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법절차원칙의 직접 적용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탄핵소추의 본질을 지극히 편협하게 파악한 중대한 오류가 있는데, 기관 간의 권한쟁의와 달리, 탄핵소추란 국가기관 간 권한분쟁 내지 절차법적 영역 문제만이 아닌 국가와 사인 간의 관계에서 공무담임권의 직접적 제한의 문제로도 파악될 수 있음에도 헌법재판소는 이를 간과한 것이다.37) 헌법재판소 스스로도 별개의 판시를 통해 공무원의 이중적 지위를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고,38) 공직자가 비록 국가기관의 지위에 있더라도 사인의 지위에서 향유하는 기본권은 그 충실한 보장이 요청된다. 실제 탄핵소추의 대상은 추상적인 기관 자체가 아니라 국가기관의 담당자인 자연인이며,39) 탄핵소추의결로 인해 피소추자는 공무담임권뿐만 아니라 인격권과 명예권까지 심각하게 침해받게 된다.40) 따라서 탄핵소추라는 강력한 국가권력작용으로 인해 사인의 기본권에 대한 직접적 제한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가기관 간의 분쟁으로만 이해하여 적법절차원칙의 심사를 배제한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지 않다.
게다가, 적법절차원칙을 배제한 판례의 형식논리는 필연적으로 피소추자의 절차적・쟁송적 방어권의 침해라는 위헌적 결과도 낳는다.41)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에서 도출되는 가장 핵심적인 절차적 요청은 공권력이 불이익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당사자에게 고지와 청문 등의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헌법상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헌법재판소의 종국결정이 있을 때까지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를 자동적이고 확정적으로 정지시키는 막대한 법적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절차적 요청은 긴요하다.42)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국회법은 소추대상자에게 탄핵소추사유를 고지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권리, 방어를 위한 객관적 증거를 제출할 기회 등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데,43)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방기하였다.
또한, 일반 공무원에게 자신이 징계처분 받을 때 소청심사나 행정소송 등 소명 및 불복 절차가 철저히 보장되는 것과 비교해 보더라도 이는 자의적인 차별 대우이다. 피소추자는 직무권한을 박탈당함에도 이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수단이 전무하여 종국적으로는 재판청구권이 침해되는 상황에도 처한다.44) 실질적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헌법하에서 최소한의 방어권 행사 기회조차 주지 않고 의회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일방적 단죄만이 행해지는 것은 위헌적 공권력의 남용이자 기본권 보호의 중대한 공백을 야기한다.45)
나아가, 적법절차원칙은 탄핵심판의 적법요건 판단 단계에서뿐만 아니라 본안판단에서도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헌법 제65조 제1항이 규정하는 탄핵 대상 고위 공무원들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국가작용의 실시주체로서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이들이 자신의 권력작용을 행사할 때 절차의 위반 여부 및 그 중대성 판단에 있어 적법절차원칙은 유용한 심사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피소추자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실체적・절차적 적법절차를 정당하게 준수하였는지 여부가 곧 탄핵심판에서 파면을 정당화하는 ‘헌법과 법률의 중대한 위반’을 가늠하는 핵심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46) 탄핵제도에 있어서 적법절차원칙은 단순히 국회의 소추권 남용을 통제하는 방어적・절차적 원리를 넘어, 피소추자의 헌법 위반행위 자체를 평가하는 실체적 심사기준으로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탄핵심판사건의 적법요건 및 본안판단의 영역에서 적법절차원칙은 실제적이고 중요한 기능을 하는 헌법원칙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47)
Ⅳ. 결론
이상으로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의 적용범위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을 검토하고, 특히 국가기관 간 절차법적 영역에서 적법절차원칙이 어떠한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적법절차원칙은 영미법에서 발전한 기본권 보장 원리로서 우리 헌법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이를 아무런 한계 없이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되는 일반원칙으로 이해할 경우 그 고유한 규범적 기능은 오히려 불명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적법절차원칙은 기본권 제한의 일반적 근거 규정인 헌법 제37조 제2항을 그 근거로 설정하여 모든 기본권에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하되, 실제 그 적용 여부는 단순한 기본권 관련성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직접적・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즉 ‘기본권 제한의 직접 관련성’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할 때, 국가기관 간 권한쟁의심판에서 문제되는 입법절차상 하자는 원칙적으로 권한 배분과 권한 행사에 관한 객관적 법규범의 준수 여부에 관한 문제이지,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직접 관련되는 절차상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영역에서는 적법절차원칙을 직접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권력분립원칙, 의회민주주의원리, 법치국가원리, 헌법 및 국회법상 절차규범 등을 기준으로 그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반면, 탄핵소추절차는 국가기관 간 절차라는 외관을 가지면서도, 그 의결만으로 피소추자의 권한 행사가 정지되고 종국적으로 공직 박탈이라는 중대한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무담임권 등 여러 기본권 제한과 직접 관련된다. 따라서 탄핵소추절차에서는 피소추자에게 최소한의 고지와 의견진술 기회 등 절차적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으며, 본안판단에서도 탄핵 대상 고위 공무원들의 헌법 및 법률 위반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핵심적인 기준이 될 수 있으므로, 적법절차원칙은 이러한 영역들에서 중요한 헌법적 심사기준으로 기능할 수 있다.
‘기본권 제한의 직접 관련성’이라는 기준은 적법절차원칙의 과도한 확장을 방지하면서도, 기본권 제한이 실질적으로 발생하는 영역에서는 국가작용의 절차적 통제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적법절차원칙의 적용범위 확정을 위한 이상의 논의들이 권한쟁의심판과 탄핵심판에서 나타난 적법절차원칙에 관한 헌법재판소 판례의 법리적 오해를 해소하고, 동 원칙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독자적이고도 실효적인 헌법원칙으로 기능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